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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식 제안한 ‘추석 전후 이산가족 상봉’은 14일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남북 간 합의가 도출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이 제안의 성사 여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진전 속도와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북한은 박 대통령의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북측은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10일에도 이산가족 상봉 등에 대한 회담을 제의한 바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자존심을 굽히면서까지 개성공단 합의에 매달린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경제적 정치적 이익이 크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의지도 확고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큰 틀을 제시했으니 상봉 인원과 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들을 조속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산가족 생존자 중 70세 이상 고령자가 80%가 넘어 더이상 기다릴 수 없는 문제”라며 “최대한 많은 인원이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석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해 정부는 이르면 16일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북측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역대로 이산가족 상봉과 쌀·비료 등 대북지원을 연계시켜 왔다.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된 2000년 이후 남한은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2006년을 제외하고 매년 쌀 30만∼40만 t을 북측에 제공했다. 마지막 상봉이 이뤄진 2010년에도 북측은 “수해 복구에 필요한 시멘트와 쌀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이 요청을 거부했다. 또 이산가족상봉 협의를 계기로 금강산관광 재개를 논의하자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지난달 10일 금강산관광을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회담도 갖자고 제안했었다. 당시 정부는 이산가족상봉 협의는 수용한 반면 금강산관광 재개는 개성공단 문제부터 해결하자며 보류 입장을 밝혔고, 북한은 이 조건부 수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에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식량 지원 등 다른 조건을 연계할 가능성과 관련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 가는 시점에 과거 사례는 의미가 없다”면서도 “상식을 벗어나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남과 북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지가 향후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김철중·조숭호 기자 tnf@donga.com}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제7차 남북 실무회담이 14일 타결됐다.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제한 조치를 일방적으로 내린 4월 3일 이후 133일 만이고, 7월 6일 판문점에서 1차 회담을 시작한 이후 39일 만이다. 4월 8일 북한이 북측 근로자의 철수와 가동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벼랑 끝으로 몰렸던 개성공단 사태는 극적인 남북 합의로 정상화의 길로 U턴하게 됐다.○ 북, 공단 폐쇄 가능성에 자존심 굽혀 자존심을 중시하는 북한이 7차 회담에서 그동안의 요구사항을 철회하고 전향적으로 나온 데에는 정부의 단호한 원칙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대북 인도적 지원 발표와 함께 내놓은 제7차 회담 제의에 대해 11일 동안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이달 7일 오후 3시 정부가 공단 폐쇄의 첫 단계로 인식돼 온 경협보험금 지급을 발표하자 1시간 만인 오후 4시 침묵을 깨고 ‘14일 회담을 갖자’고 전격 대응에 나섰다. 정부가 예고한 대로 ‘중대 결단’을 단행할 조짐이 보이자 서둘러 반응을 보인 셈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14일 회담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핵문제 등을 국제사회와의 대화로 다시 풀어 나갈 단초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라며 “이번 정상화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수준의 경제 지원으로 이어지길 기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연초부터 정전협정·남북불가침선언의 무효화를 선언한 뒤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고조시켜 대남, 대미 협상력을 키우는 전략을 시도했다. 하지만 중국으로부터 긴장 격화에 대해 경고를 받고 박근혜 정부도 북한의 의도와 달리 ‘공단 폐쇄 불사’라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면서 그 계획이 헝클어지고 말았다.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 오히려 벼랑 끝에 몰리게 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남북관계를 극한까지 몰아가기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정권 기반이 아직 취약하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의 합의에 따라 입주기업들의 개성공단 방문과 설비 점검, 재가동을 위한 수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웅 회담 남측 수석대표는 “공동위원회 합의서가 타결되면 가동이 재개될 텐데 제도적 장치 마련과 기업들의 설비 점검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로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한 가능성도 열리게 됐다. 이를 위해 노무 세무 임금 보험 등 관련 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키며 판로 확보 및 해외 투자설명회(IR)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당초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개성공단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려고 날짜까지 잡았으나 통행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재발 방지, 책임 규명’에서 접점 찾았다 이날 회담에서는 최대 쟁점이었던 재발 방지 및 책임 규명에서 남북 모두 한 걸음씩 물러서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파행으로 끝난 7월 25일 6차 회담까지 북한은 “남측은 공업지구를 겨냥한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고 담보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가동 중단 책임은 북한에 있다. 이에 따른 입주기업들의 피해도 보상하라”고 맞섰다. 실제 6차 회담에서 교환된 북측 합의문 초안에는 책임 소재의 주어가 ‘남측’, 남측 초안에는 ‘북측’으로 명기돼 있었다. 14일 최종합의문은 ‘남과 북은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라고 밝혀 남북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절충안이 됐다. 이에 대해 “정부가 원칙을 양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 당국자는 “협상기법상 주어를 병기했을 뿐, 파행의 책임이 북한에 있는 건 누가 봐도 명백하다”고 해명했다. 또 기업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설치키로 한 데 대해 “북한이 남북 교류협력 기업의 피해를 보상할 수 있다고 동의한 것 자체가 최초의 일”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남북공동위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민간기구)’와는 별개의 조직으로 남북 당국 간 상설협의기구 형태가 될 예정이다. 남북은 2004년 ‘개성공업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으나 합의서에 명기된 출입체류공동위원회를 아직까지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또 2003년 ‘남북상사중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으나 행동에 옮기지 못해 분쟁절차 보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는 ‘남북 간 위원회는 설치 합의보다 그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처리할 과제 적지 않아 개성공단 정상화의 길이 탄탄대로일지는 여전히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이런 결과물이라면 7차 회담까지 끌어야 할 이유가 있었느냐’라는 비판이 정부 일각에서도 나온다. 남북은 사실상 4차 회담 이후 재발방지와 책임소재의 주체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문에는 북한의 약속 이행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 또 합의문을 서명한 주체가 국장급이어서 ‘책임 있는 당국자로 적절하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아울러 19일부터 27일까지 한미 연합 을지포커스가디언(UFG) 연습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군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요구가 빗발치면 합의에도 불구하고 출입 차단 등 북한의 일방적 조치가 또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그렇게 된다면 한국 정부로서도 완전 폐쇄를 선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합의한 개성공단 국제화도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국제화하려면 근로 조건과 임금 수준도 국제 기준에 맞춰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매달 120달러(약 13만 원) 안팎인 임금을 대폭 인상할 경우 단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입주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개성공단공동취재단·조숭호·김철중 기자 shcho@donga.com}
“다 같이 공업지구(개성공단)를 놓고 품앗이를 하는데 날씨도 좋고 서로 김을 잘 매면 될 것 같다. 참 좋은 작황이 나올 것 같다.”(박철수 북측 수석대표) 제7차 개성공단 남북 당국 실무회담이 열린 14일. 개성공단은 뭉게구름이 간간이 떠 있는 화창한 여름 날씨였다. 장맛비로 인해 지난 1∼6차 회담 내내 먹구름이 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지도개발총국 부총국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꼭 20일 만에 만났는데 날씨도 많이 변하고 분위기도 많이 변했다”며 7차 회담이 이전의 회담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하면 어떤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차 회담이 북측 대표단의 남측 기자실 난입 등으로 험악한 분위기로 끝났지만 이날 7차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흘렀다. 북측 대표단은 오전 9시경 회담장 건물에 도착한 우리 측 대표단을 미소로 맞았다. 북측 회담 관계자들은 쉬는 시간이면 남측 기자단과 질문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끌었다. 회담 전망을 묻는 질문에 “남측이 오전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 같다”, “(박철수 대표가) 원래 표정 변화가 없지만 분위기는 괜찮다” 등 직접적으로 합의 가능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때 남측의 수정안에 대한 북측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수석대표 2차 접촉이 1시간 50분가량 늦어지기도 했지만 합의 타결에 큰 걸림돌이 되진 않았다. 남북 양측은 3차례의 수석대표 접촉을 진행한 끝에 오후 6시 57분 종결회의를 열고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대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회담이 끝나고 남측 기자단과 만난 박 수석대표는 회담 성사에 대한 부담감을 벗어던진 듯했다. “남측에서 박 대표님을 미남이시라고 하는데요.”(남측 기자) “듣기 좋은 얘기입니다.”(박 수석대표) 6차 회담 때의 기자실 난입에 대한 질문에도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해서 서로 입장을 다 전달하고, 언론, 귀빈들한테 다…(얘기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그는 “우리 민족 모두에게 참으로 기쁜 소식을 안겨주게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북측 대표단은 회담을 마치고 남측 대표단이 탑승한 버스가 떠날 때까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한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회담장 밖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촉구하며 힘을 보탰다. 류 장관은 이날 오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로 열린 통일정책포럼 초청강연회에서 “(개성공단 중단 사태는) 분명히 북한이 일으킨 것이다. 그런 이유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개성공단은 존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지만 이를 잘 해결한다면 남북이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개성공단공동취재단·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통일부는 지난달 29일 인도적 대북지원을 승인 받은 민간단체 중 ‘어린이어깨동무’와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에 대해 대북 지원물품 모니터링을 위한 방북을 허가했다고 13일 밝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측 민간인이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제외한 북한 지역에 모니터링 목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단체는 14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비행기를 타고 평양으로 이동한 뒤 17일까지 각각 남포와 평양에서 지원물품의 분배 상황을 확인할 예정이다. 통일부는 모니터링 방북을 신청한 ‘민족사랑나눔’에 대해서도 조만간 방북 날짜 협의를 마치기로 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북한이) 절대 (쉽게) 붕괴할 거 같진 않다. 이제 와서 (갑자기) 붕괴되겠는가.”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戰勝節·정전협정 체결일) 60주년 행사 참석차 최근 방북했던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은 9일 저녁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체제를 이렇게 평가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박 사장은 총 215차례 방북한 북한통이다. 그는 평양과 마식령 스키장, 금강산 등을 둘러보고 북한의 최근 모습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왔다. 그는 “어쨌든 김정은은 외국에서 공부를 해서 영어가 될 것이고 외국 의식구조를 갖고 있을 거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아버지(김정일) 할아버지(김일성)보다 진취적으로 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평양이 (김정은) 집권 1년밖에 안 됐는데, 그 1년간 변한 걸 보면 과거 10년 변한 것만큼 변했다”며 “평양 시내는 바닥부터 달라지고 있다. 평양 잔디가 지금 빈틈이 없다. 5cm도 빈 땅이 안 보이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잔디 많이 심는다고 배고픔이 해결되진 않지만 집안청소 안 되곤 아무것도 안 된다”며 “(평양에서) 미화사업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가장 인상적인 ‘평양의 변화’ 중 하나로 발마사지를 들었다. 그는 “평양에는 그동안 발마사지가 없었다. 자존심이 세서 발 만져주고 돈 받는 건 중국이나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드디어 여기(평양)서도 발마사지를 하더라. 놀라운 일이다”고 말했다. 평양 시내에는 경유로 달리는 버스가 등장했고 전력 여건도 전보다 나아진 것 같았다고 전했다. 마식령 스키장 공사 현장에서 북측 담당자와 만난 박 사장은 “김정은이 10년짜리 공사를 무조건 올해 안에 끝내라고 해 몇만 명이 작업을 하고 있더라”며 “스위스에서 가져오려던 리프트 대신 백두산 삼지연 근처 스키장에 있는 것을 뜯어다 쓴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마식령 스키장 등 원산관광특구를 인민들로부터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테스트(평가)받는 장(場)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측은 스키장과 명사십리해수욕장 등을 연계한 관광특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사장은 “싱가포르 홍콩 중국의 돈 있는 사람들이 이 지역에 투자하겠다고 직접 찾아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대북 소식통은 “박 사장은 사업차 방북해 지도층의 안내를 받는 처지여서 북한의 실상을 100% 알기는 힘들 수 있다”며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 및 붕괴 가능성에 대한 징후도 적지 않게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사장은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에 대한 인상도 소개했다. 그는 “이번 방북 때 김여정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전에 자주 봤다”면서 “똑똑해 보였고 행동이 빨랐으며 군인들의 인사를 꼬박꼬박 다 받아주는 모습에 ‘저 사람 잘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고모 김경희에 대해서는 “몸은 약해 보였지만 꼿꼿하게 걷는 걸 보니 지금은 (몸 상태가) 괜찮은 거 같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북핵 문제의 해결 방안 등과 관련해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론’을 주문했다. 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을 때 ‘제발 통일에 관심을 갖고, 평양에 한 번 가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구상도 다 유엔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반 총장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김철중·이정은 기자 tnf@donga.com}
정부는 15일 열리는 오라시오 카르테스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을 경축 특사로 파견한다고 8일 밝혔다. 정 특사는 취임식 참석 전에 카르테스 대통령과 아파라 부통령 등 파라과이 신정부 인사들을 예방하고 양국간 협력 확대를 희망하는 정부의 의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양국은 1962년 수교했다. 파라과이는 196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농업이민 진출국이자 미주지역 이민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정부가 7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남북경제협력사업보험금(경협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최종 의결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공단 폐쇄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돕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보험금을 지급받은 기업들이 공단 내 자산을 정부에 넘겨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개성공단 폐쇄 조치의 첫 단추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나서는 것과는 별도로 기업들은 일단 개성공단에서 손을 떼는 셈이다. 이날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의결을 통해 109개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신청한 2809억 원의 경협보험금을 8일부터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변인은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로 4월 8일부터 공단 가동이 중단됐고 관련 규정에 의해 한 달 뒤인 5월 8일부터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경제협력사업보험은 북한지역에 투자한 남한 국민이 북한의 당국 간 합의 파기 등으로 인해 투자금에 대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그 피해의 일부를 남북협력기금에서 보상해주는 제도다.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현지 협력업체 등 140곳이 경협보험에 가입했으며 7월 말 현재까지 109개 업체가 보험금을 신청했다. 보험에 가입한 기업들은 2012년 결산 제무제표를 기준으로 순손실액(공단에 투자한 금액 중 회수한 이익 등을 제외한 금액)의 90% 범위에서 최대 70억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보험금 지급이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풀이되는 것은 대위권(代位權·채권자가 채무자 권리를 대신할 수 있는 권리) 때문이다. 입주기업들은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는 동시에 공단 내에 남아있는 자산에 대한 권리를 남북협력기금에 넘겨야 한다. 보험금 한도 내에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현 시점에서는 개성공단에서 철수하겠다는 의미다. 만약 남북 간의 합의가 이뤄져 개성공단이 정상화될 경우 기존 입주기업들은 보험금을 되갚아야만 다시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하다. 한편 남북이 이날 7차 회담(14일) 개최에 합의하자 일부 입주기업들은 남북 경협보험금 신청을 미루기로 했다. 유창근 개성공단 정상화촉구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입주기업들의 의지를 표명하는 차원에서 비대위 공동 대표단들은 회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험금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김철중·강유현 기자 tnf@donga.com}
정부는 5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을 통한 북한 영유아 지원 사업’과 ‘남북 이산가족 영상편지 제작사업’을 최종 의결했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남북협력기금 중 604만 달러(약 67억 원)가 △백신 의약품 지원 △영양 개선 △모니터링 등 유니세프의 대북 지원 사업에 쓰이게 된다. 이산가족을 위한 영상편지 제작에는 7억8900만 원이 지원된다. 지난해 정부가 이산가족을 상대로 영상편지 수요를 조사한 결과 대상자 7만5699명 중 1만6824명(22.2%)이 제작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 분단이 길어지면서 이산가족 1세대의 사망률이 높아졌다. 영상편지는 이들에 대한 기록 보존 및 향후 남북교류 준비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역사왜곡, 독도 영유권 도발에 이어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 사용을 공식화하려는 움직임까지 전해지면서 한일 관계에 악재만 쌓이고 있다. 거듭된 일본의 도발에 한국이 미온적으로 대응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일본의 욱일기 도발은 그 빈도가 잦아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5월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체조 대표팀은 욱일기를 형상화한 유니폼을 공개해 비판이 제기됐다. 같은 해 8월 30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한일전에서도 일본 응원팀이 욱일기를 반입해 논란이 있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일본축구협회가 좀 더 정확히 욱일기를 감시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는 유감 표명만 했을 뿐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식 제소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서울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한일전에서도 욱일기 문제가 불거졌다. 이번에는 일본이 공세적으로 나왔다. 일본은 한국의 ‘붉은악마’가 내건 현수막(‘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에 항의하는 공문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에 보냈다. 이에 축구협회는 “일본 응원단이 먼저 대형 욱일기를 휘둘러 우리 응원단을 자극한 것이 사태의 발단”이라고 방어적인 대응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욱일기 사용을 어디까지 문제 삼을지 공론화된 적이 없고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정리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일본 육·해상자위대가 1954년부터 군기(軍旗)로 욱일기를 사용해 왔고 일본 상품과 민간기업에도 광범위하게 욱일기가 활용되고 있으나 한국 사회가 이를 둔감하게 받아들여 온 것 아니냐는 자성론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욱일기에 대한 대책을 정립하는 계기로 삼자고 밝히고 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장기라는 국기가 있는데도 욱일기를 공식 사용하겠다는 것은 침략전쟁에 대한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이 퇴행한다는 의미”라며 “일본의 자정 노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피해자인 한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도 “침략전쟁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한국과 갈등이 불거진 김에 전범국가의 굴레를 벗고 보통국가화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이 욱일기 사용을 공식화하더라도 이를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하지만 한 외교 전문가는 “국제여론을 활용해 욱일기의 역사적 의미와 일본의 몰염치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다음 달 7일 도쿄의 2020년 올림픽 유치 여부를 결정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일본의 역사인식 부재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등의 대응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제 침략을 받았던 동아시아 국가들과 연대해 양식 있는 일본 시민사회의 여론을 깨우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8·15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 나온 일본의 욱일기 사용 공식화 움직임은 냉랭한 한일관계를 더욱 얼어붙게 만드는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총리와 관방장관, 외상이 광복절 전후에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며 “이들의 참배는 한일관계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레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를 대표하는 이들이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다면 외교부 차원의 대일 대응이 청와대 차원으로 높아질 개연성이 그만큼 커질 것으로 보인다.조숭호·김철중 기자 shcho@donga.com}
정부가 개성공단 실무회담 재개에 대한 북한의 답변이 늦어지자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경협보험금 지급 절차를 이번 주 내로 진행하겠다며 북한을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입주기업이 보험금을 지급받으면 공단 내 설비 등 자산을 정부에 넘겨야 하는 만큼 사업을 지속할 수 없고 이는 사실상의 공단 폐쇄 절차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남북협력기금이 (이처럼) 입주기업의 경협보험금 지급에 쓰이면 기금을 더 좋은 목적에 활용하지 못하니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더이상 피해를 키우는 ‘우(愚)’를 범하지 말고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 태도 변화를 보여라”고 강조했다.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 123개 중 109개사가 경협보험금을 신청했다. 총규모는 2800여억 원이다. 정부는 보험약관에 따라 기업의 신청을 받은 지 3개월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할지 여부를 결정해 통보해야 한다. 이날 김 대변인은 경협보험금 지급을 결정할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에 대해 “오늘(5일)까지 관계 부처의 의견을 받은 뒤 이번 주 초에 심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한국 정부의 남북대화 촉구에는 침묵을 지키는 북한이 방북한 외신 기자를 상대로 “곧 장거리로켓 추가 발사가 있을 것”이라며 도발을 예고했다. 8월 시작되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빌미로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고 긴장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인지 주목된다. 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북한군 관계자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사업 일환으로 조만간 장거리로켓을 추가로 발사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보도했다. VOA는 지난주 평양을 방문한 자사의 스티븐 허먼 기자가 군 관계자로부터 이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허먼 기자는 6·25전쟁 참전 전우의 유해 발굴을 위해 방북한 토머스 허드너 예비역 해군 중령과 동행해 북한을 다녀왔다. VOA는 북한군 관계자의 이름과 계급은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2006, 2009년에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1718, 1874호에 따라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북제재 무력화와 한반도 긴장 고조를 노린다면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기간(19∼29일) 전후에 장거리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31일 노동신문은 “다음 달 미국과 남조선 합동군사연습이 또다시 벌어지고 여기에 유엔군 사령부가 개입하게 되면 조선반도 정세는 다시금 예측할 수 없는 엄중한 전쟁폭발 국면에 처하게 된다”고 위협한 바 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상업위성 디지털글로브의 7월 23일 사진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은하3호가 발사됐던 서해 동창리 발사대는 보수공사가 몇 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38노스’는 “북한의 기술이 진전돼 발사대를 고치지 않고도 대형 로켓을 쏠 수 있고 동해 무수단리 발사대 등 기존 시설을 재활용할 수도 있다”며 불시 발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북한은 남한의 7차 남북회담 제의 나흘째인 1일에도 아무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 차원을 넘어 향후 남북관계 설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최후통첩’을 받아든 북한은 더이상 끌려갈 수 없다는 판단에 ‘무시’ 전략을 쓰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초에 도발 카드를 썼다가 미국, 중국의 압박으로 남북대화에 나온 북한으로서는 여기서 밀릴 경우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전직 안보부처 당국자는 “북한은 ‘도발 위협→대화→도발 감행’이라는 행동 패턴을 보여왔다. 끝내 대화 거부를 택할 경우 북한의 다음 행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북한의 대화호응과 한국 정부의 포용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1일 김기남,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에서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리길 간곡히 바란다”고 요청했다. 박 의원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의 북측 조문단으로 방한한 두 사람과 만난 인연이 있다. 또 김성곤 원혜영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8명은 이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면담하고 “북한의 태도도 문제지만 한국 정부도 유연한 자세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류 장관은 “정부의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며 “북측의 회담 태도에서 재발 방지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없었던 점이 합의가 늦어지는 요인”이라고 답했다.조숭호·김철중 기자 shcho@donga.com}
1998년 남대문시장에서 의류도매업을 하던 A 씨는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2억 원의 당좌수표 대금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내고 미국으로 도피했다. A 씨는 미국에서 재기에 성공해 한국에서 빚진 돈을 갚을 재력을 쌓았다. 하지만 기소중지 상태라 한국 여권을 재발급받지 못하는 데다 한국에 와서 수사를 받는다 해도 언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A 씨 같은 IMF 경제사범은 외국에서 터전을 잡았더라도 한번 국내로 들어오면 출국이 안 될까봐 한국행을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기소중지 상태로 공소시효가 계속 연장됐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불법체류 등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로 살아왔다. 정부는 이런 사례가 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아직도 IMF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해외를 떠도는 사람들을 위해 구제책을 내놨다. 외교부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전 세계 170개 공관에서 해외도피로 인해 기소중지된 ‘IMF 관련 경제사범’의 특별 자수 기간을 운용한다고 31일 밝혔다. IMF 경제사범을 위한 자진신고기간을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측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해외에 머무는 재외국민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당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이번 제도를 도입했으며 검찰과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조치의 대상은 1997년 1월 1일부터 2001년 12월 31일까지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사기·횡령·배임(업무상 횡령·업무상 배임은 고소·고발사건만 포함) 등 3가지 혐의로 기소중지된 재외국민이다. 이들이 자진신고기간에 재외공관에 자수하면 외교부는 재외공관을 통해 재기신청서를 받는다. 피의자들에게는 국내에 있는 피해자들과의 연락을 통해 금전적 피해를 보상할 기회가 주어진다. 피해 변제가 이뤄지면 검찰은 e메일 전화 우편 화상조사 등을 통해 조사하고 불기소 처분이나 벌금 등 약식 기소할 방침이다. 추가 조사가 필요해 국내에 입국해야 하는 경우에도 불구속 수사하고 최대한 신속히 조사를 마치기로 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정부가 개성공단 관련 ‘마지막 회담’을 공식 제의한 지 이틀째인 30일에도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한이 이날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개시 및 마감 통화를 했지만 북한은 정부 측 제의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의 답변이 늦어지면서 존폐 기로에 놓인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남과 북의 수싸움이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조속한 입장 표명을 거듭 촉구한다. 입주기업의 피해가 가중되는 것을 감안해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날 사태가 진전되지 않으면 단식투쟁까지 불사하겠다며 양측 정부를 압박했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북측이 배포한 합의문을 보면 우리 정부의 의제 대부분이 북측의 합의문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 북측에 대해서는 “전제조건 없는 재발방지를 보장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핵심 의제인 ‘재발방지 조치’에 대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었다”며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걸림돌을 제거하고자 하는 정부의 고충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철중·강유현 기자 tnf@donga.com}
정부가 29일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한 7차 남북 실무회담 제의가 담긴 전통문을 북한에 전달했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전날 정부가 ‘마지막 회담 제의’라는 최후통첩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함께 내놓은 것에 대해 북한이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통일부 장관 명의로 된 전통문을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통문에 구체적인 회담 날짜와 시간은 명시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날 오후 4시에 이뤄진 판문점 연락관 간 마감통화 때까지 정부의 대화 제의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연장 근무 요청도 하지 않았다. 이달 4일 정부가 1차 실무회담을 제의했을 때에는 북한이 연락관의 연장 근무를 요청하고 양측이 수정 제의를 주고받은 끝에 당일 오후 8시 회담 개최에 합의한 바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8일 오전 언론을 통해 성명을 발표한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만 하루가 넘도록 답변을 미루고 있는 셈이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한국이 요구하는 개성공단 문제 재발 방지책을 수용할 것인지, 거부할 경우 개성공단 폐쇄 우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대북 인도적 지원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29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어제(28일) 장관 성명에서 북한이 통행 제한과 근로자 철수 등에 대한 재발 방지를 확실히 보장하여야 할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며 “북한이 개성공단과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처럼 북한의 분명한 태도 변화를 전제로 회담을 제의했기 때문에 북한이 정부의 제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적지 않다. 북한이 회담을 거부할 경우 정부가 ‘중대한 결단’을 공언한 대로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 순서를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조건부 거절’이나 ‘역제의’를 해 올 개연성도 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회담에서 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의지를 보인 만큼 회담의 의제나 장소 등을 바꿔 가며 시간 끌기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통일이 늦어질수록 통일이익이 그만큼 작아지고 분단 비용만 커집니다. 통일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도약의 기회를 줄 겁니다.”(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 “입으로는 통일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다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통일을 위해 필요한 것은 진정성이 아닐까요?”(영 피스 리더) 27일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열린 ‘캠프 그리브스 평화포럼’에서는 미래 통일 시대의 주역인 대학생 100명으로 구성된 제1기 ‘영 피스 리더(Young Peace Leader·YPL)’가 북한 전문가들과 함께 통일을 이야기하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이 행사를 지켜본 1사단 관계자는 “휴전선을 불과 2km 앞둔 이곳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통일을 얘기한다는 건 역사적인 일”이라며 “젊은 세대에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의미를 알리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 ‘4인 4색’ 북한 전문가들의 토크 콘서트 포럼의 1부는 북한과 관련된 오피니언 리더들이 북한의 실상과 통일의 중요성을 전하는 ‘토크 콘서트’로 꾸며졌다. 패널로는 채널A의 간판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의 탈북 방송인 신은하 씨, 탈북 과정을 담은 영화 ‘48m’의 민백두 감독, 탈북자 출신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 조동호 교수가 나섰다. 첫 발표자로 나선 신 씨는 “1998년 처음으로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숨어 살았지만 결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되기도 했다”면서 자신이 직접 겪은 탈북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신 씨의 발표에 이어 민 감독의 영화 ‘48m’가 상영되자 행사장은 엄숙한 분위기에 젖었다. 강을 건너다 북한군의 총에 사살된 가족을 붙잡고 울부짖는 탈북자의 모습이 나오자 일부 참석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통일의 접근 방식과 비용 등에 대한 의견들도 나왔다. 탈북자 출신인 주 기자는 “남과 북의 체제가 합쳐지는 정치적 통일은 멀 수 있지만 남북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게 되면 통일이 된 거나 마찬가지”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비무장지대(DMZ)의 ‘세계평화공원’ 구상은 좋은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탈북자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를 지적하며 “통일비용을 얘기하기 전에 북한 주민들을 품을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부터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표에 나선 조 교수는 통일을 결혼에 비유해 설명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조 교수는 “결혼을 할 때 비용보다는 함께 살면서 만들어갈 미래를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라며 “통일된 이후 늘어날 일자리, 업그레이드될 한반도의 위상 등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YPL들은 패널들의 발표가 끝난 뒤 궁금했던 내용들을 쏟아냈다. 주 기자에게 “남남북녀라는 말이 사실이냐”라고 묻는 장난스러운 질문도 있었지만 통일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을 담은 견해도 나왔다. 한 YPL은 “통일은 결혼과 달리 이혼할 수도 없기 때문에 준비를 잘해서 잘못된 통일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해 많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영 피스 리더들의 톡톡 튀는 통일 방안 2부에서는 YPL들이 ‘남북이 하나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을 주제로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경연이 펼쳐졌다. 각 조별로 4분짜리 퍼포먼스에서 남북 분단의 현실과 앞으로의 과제를 진지하게 보여주는 상황극부터 남과 북의 차이를 재밌게 설명한 콩트까지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선보였다. 1부에서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 4명이 심사위원을 맡아 즉석에서 5점에서 10점까지 점수를 매겼다. 대상을 차지한 3조는 남과 북의 분단 역사를 상황극을 통해 보여주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서로 알아가기 △둘이 하나 될 때 좋은 점 생각하기 △단둘이 이야기하기 등을 제시했다. 조장을 맡은 최진욱 씨(26·중앙대)는 “남과 북을 ‘국가’가 아닌 ‘사람’으로 표현해 다투던 형제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통일을 고민하고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행사 취지와 어울려 높은 점수를 받았다. 2등상인 금상을 받은 6조는 개그콘서트의 ‘현대 레알 사전’ 코너를 패러디해 같은 단어가 남과 북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여줬다. YPL들의 어색한 연기가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그 안에는 통일에 대한 대학생들의 문제의식이 숨어 있었다. 탈북자들에게 전해줄 생필품을 준비하는 것처럼 작은 실천부터 하자는 의견을 내놓는가 하면 통일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심사를 맡은 민 감독은 “짧은 시간에 준비했지만 통일에 대한 학생들의 고민이 잘 묻어나왔다”면서 “통일을 자신들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부터가 통일 준비의 시작”이라고 말했다.파주=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 우리한테 (먼저) 얘기를 해야지.”(남측 관계자) “자유라면서? 왜 막아서느냐? 우리 자유다.”(북측 관계자) 25일 오후 5시 25분경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4층에 마련된 남측 프레스센터. 남한 기자들 앞에서 벌어진 남북의 실랑이다.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결렬되자 북측 대표단이 남한 기자들을 찾아와 기자회견을 강행했고, 남측 관계자들은 이를 가로막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북한이 돌출 행동의 근거로 내세운 단어가 ‘자유’다.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는 남한 대표단의 강경한 태도에 가로막힌 북측 대표단이 그 답답함과 억울함을 호소한 대상은 남한의 자유 언론이다. 북측 관계자의 강변을 다르게 표현하면 이런 것 아닐까 싶다. “남한은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 자유를 우리(북한)도 좀 누려 보자. 우리의 자유를 막지 말라! 막지 말라!” 북한의 대남(對南) 기자회견은 남측 정부 당국자들뿐만 아니라 남한 기자들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개성공단 사태의 중심에 남한 언론의 자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개성공단 가동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대표적 이유 중 하나로 남한 언론의 보도를 문제 삼았다. 남한 신문이나 방송이 개성공단을 ‘달러박스’ ‘돈줄’ ‘밥줄’ 등으로 표현해 ‘북한의 최고 존엄’을 모욕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 책임을 남한 정부가 져야 하고, 앞으로 그런 보도가 안 나오도록 ‘재발 방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북한은 제4차 회담에서 제시한 합의안에서 ‘남측은 개성공업지구의 안정적 운영에 저해되는 일체의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명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말하는 정치적 언동에는 남한 언론의 보도도 당연히 포함된다. 자유로운 언론보도가 북한에는 언제든 개성공단을 문 닫는 이유가 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남한 대표단은 회담 때도 “만약 남한 보도가 사실과 다르면 북한이 직접 ‘그건 아니다’라고 말하면 되지 않느냐. 왜 그런 문제에 한국 정부를 끌어들이느냐”고 반박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남한 언론의 자유로운 보도를 문제 삼아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개성공단의 자유 왕래를 제한한 것이다. 북측 근로자 5만3000명을 일방 철수해 그들의 ‘근로의 자유’도 제한했다. 남측 입주회사들의 ‘기업 활동의 자유’도 가로막았다. 북측 근로자들이, 남측 입주기업들이 그런 북한 당국을 향해 이렇게 외치고 있을지 모르겠다. “자유라면서? 왜 가로막느냐? 우리 자유다.”김철중 정치부 기자 tnf@donga.com}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6일 “태국 경찰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탈북자 25명을 체포했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22일 북부 치앙샌 지역을 순찰하던 경찰이 불법 입국한 탈북자 12명을 체포했다고 태국 일간지 타이래스가 보도했다. 이에 앞서 태국 북부지역 신문인 마에사이뉴스 인터넷판도 5월 31일 태국 경찰이 메콩 강에서 탈북자 13명을 체포했으며 신문 결과 이들은 일가족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은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戰勝節·정전협정 체결일) 참석 차 북한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리 부주석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하며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의 최대 국가행사인 전승절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북한이 불편해하는 이슈인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중국의 ‘북핵 불용’ 원칙을 재확인하며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측의 (비핵화) 방침이 엄중하게 표명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날 접견에는 북측에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중국에서는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상무부부장, 자옌안(賈延安)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부주임, 류훙차이(劉洪才) 북한 주재 중국대사 등이 배석했다. 중국대표단은 10여 명으로 구성됐으며 장관급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과 리 부주석의 회동을 전했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발언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김철중 기자·베이징=고기정 특파원 tnf@donga.com}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5일 열린 남북 당국 간 제6차 실무회담이 차기 회담 일정을 잡지 못한 채 결렬됐다. 북측은 결렬 직후 “개성공단에 군인들을 다시 주둔시킬 수 있다”고 위협했다. 남측도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개성공단 폐쇄 방안도 결단할 수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북 간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전반이 경색될 개연성이 커졌다. 남북한은 이날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제6차 회담을 열었으나 핵심 쟁점인 북측의 가동 중단 책임 인정 및 재발 방지 약속을 놓고 기존의 견해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지도개발총국 부총국장은 회담 결렬을 선언한 후 회담장과 같은 건물에 마련된 남측 프레스센터에 임의로 들어가 “개성공업지구는 남측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개성공업지구 협력사업이 파탄되게 된다면 공업지구 군사분계선 지역을 우리 군대가 다시 차지하게 될 것이며 서해 육로도 영영 막히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박 대표는 이런 주장을 담은 기자회견문을 일방적으로 읽은 뒤 그동안 자신들이 회담에서 내놨던 기본발언문과 합의안, 수정안, 재수정안 등 21쪽 분량의 자료를 전격 공개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내고 “정부는 오늘 개성공단 회담 결과로 인해 개성공단의 존폐가 심각한 기로에 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중대 결심’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 핵심 관계자는 “‘재발 방지가 보장되지 않는 한 개성공단 폐쇄도 불사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확고하다”고 말했다.개성공동취재단·이정은·김철중 기자 lightee@donga.com}
어렵게 마련됐던 협상의 장이 깨지는 데는 20일도 걸리지 않았다. 이달 6일 개성공단의 재가동 문제를 놓고 처음으로 회담 테이블에 마주앉았던 남북한은 25일 제6차 당국 간 실무회담에서도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북측은 일방적으로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향후 남북관계의 시금석이었던 개성공단 문제가 끝내 해법을 찾는 데 실패하면서 한반도 정국은 다시 급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의 돌출행동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절박함을 북한 특유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한반도 대화 국면을 도발 분위기로 전환할 경우 잃게 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北 3∼6차회담 비공개 발언 전격 공개 이날 오후 5시 10분 종결회의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양측이 제7차 회담으로 다시 공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개성공단 회담을 이대로 끝내버리기에는 남북한 모두 부담이 너무 큰 만큼 서로가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8월 초까지는 회담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었다. 그러나 북측 대표단은 종결회의에서 남측이 차기회담 일정을 잡자고 제안하자 이를 “회담 결렬”이라고 주장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인정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는 남측의 끈질긴 요구를 더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이날 북측이 전격 공개한 3∼6차 회담에서의 비공개 발언, 북측 합의안과 수정안들을 보면 북측의 속내가 그대로 읽힌다. 3차 회담 비공개 발언에는 “사실 동족대결로 악명을 떨친 이전 정권 시기에도 유지돼온 개성공단 지구가 오늘에 와서 폐쇄된다면 이명박 정권보다 더한 대결정권으로 내외의 규탄을 면치 못할 것이며, 민족사에 두고두고 가장 저주로운 치욕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논란에 대해서도 “가장 신성시해야 할 북남 수뇌 담화록을 내부의 정략적 목적을 위해 전면 공개하면서 그를 완전히 백지화하고 험악하게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합의안과 수정안에는 ‘책임 인정’(1조)과 ‘재발 방지’(2조) 부분의 주어가 모두 ‘북과 남’으로 돼 있다. 공동책임이라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정상운영을 저해하는 정치적 군사적 행위’의 책임을 남측에도 돌렸다. 심지어 제4차 회담에서는 이 규정의 세부항목으로 ‘남측은 개성공업지구의 안정적 운영에 저해되는 일체의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을 추가해 놨다. 이는 1차적으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언급했던 개성공단 내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에서 더 나아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뜻하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남측 김기웅 수석대표도 회담 후 브리핑에서 “우리 측이 ‘언제라도 유사한 (군사적) 행동을 보인다면 (인력 철수 등) 유사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추궁했는데 북측은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개성공단의 국제화와 관련해 임금과 세금의 인상을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제적 기준에 맞춘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입주기업들에 부여했던 기존 ‘특혜’도 철회하겠다고 했다. 임금과 세금 외에 남측이 요구한 노무관계와 보험 등은 뒤늦게야 국제적 수준으로 맞출 대상에 포함시켜 놨다.○ ‘중대 결심’ 예고한 정부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의 핵심 조건인 1조에서 북한의 책임을 명시해야만 다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원칙을 견지했다. 이날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의 존폐’를 언급했고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원칙론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북한이 끝내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정부가 먼저 개성공단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내며 북한을 압박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이 북한에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를 전파할 수 있는 ‘트로이 목마’의 역할을 기대만큼 하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고 정부 내 기류를 전했다. 앞서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개성공단 실무회담은 새로운 남북관계 정립을 위한 원칙과 틀을 짜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전략적 차원으로 대응해온 특성을 감안하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선택과 행보가 향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남북대화가 중단되면 그 책임을 남쪽에 돌리고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했음을 강조하기 위해 강경 노선으로 돌아서 왔다”며 “앞으로 긴장국면이 최소 1, 2개월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성공단 회담이 이대로 완전히 끝나버리지는 않더라도 한동안 냉각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개성공단 문을 이대로 닫아버리기엔 북한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이 다시 회담을 제의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추석(9월 19일)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 제의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개성공동취재단·이정은·조숭호·김철중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