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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국정 수행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6일 발표한 7월 첫째 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7.3%로 지난주보다 3.7%포인트 올랐다. 다만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청(黨靑) 갈등이 진행되면서 날짜별 지지율은 하락 추세로 나타났다.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공개 사과한 29일에는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39.4%까지 올랐다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친박근혜)-비박계간 갈등이 고조된 2일에는 36.7%, 국회 운영위원회가 열린 3일에는 35.2%까지 떨어졌다. 한편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1.3%로 4주 만에 박원순 서울시장(19.6%)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불편한 당청관계의 중심에 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마주 앉았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 발언을 쏟아낸 뒤 8일 만이다. 사석에서 호형호제하는 사이지만 두 사람은 의례적인 인사마저 생략한 채 오전회의를 시작해야 했다. 회의 직전 통상적으로 갖는 티타임도 생략했다. 4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가 끝난 뒤 유 원내대표와 이 비서실장은 운영위원장실에서 배석자 없이 7분간 독대했다. 유 원내대표가 먼저 “차 한잔할 시간 있느냐”고 해서 자리가 만들어졌다. 이 자리에서 이 실장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며 수습 방안을 조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독대 7분간 해법 조율했을 듯 이 실장은 이날 운영위 회의에 앞서 김무성 대표만 5분 정도 만났다. 김 대표는 이 실장과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 거취에 대해) 얘기했다고 해도 했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 거취 논란에 대해 의견을 나눴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운영위가 끝난 뒤 이 실장을 만난 유 원내대표는 거취와 관련된 얘기를 들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며 “7일 운영위 일정도 차질없이 하겠다”고 말했다. 이 실장도 청와대 뜻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 없다” “지금부터 입이 없다”며 함구했다. 그만큼 민감한 현안을 논의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두 사람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실장은 유 원내대표에게 박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며 출구전략을 모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이 실린다. 두 사람은 2002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 캠프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에서도 손을 잡을 정도로 각별하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유승민 인정하나?” “여기서 말할 성질 아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운영위원장 자격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말을 아꼈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거칠어지자 박 대통령을 엄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이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언급하며 “막말, 압박, 협박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유신 잔당이 권력의 중심에서 날뛰는 세상”이라고 비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즉각 유 원내대표는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며 “결산에 집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야당 의원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올랐던 이 실장의 신상발언을 요구했을 때에도 유 원내대표는 “결산 자리인데 적합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철저히 말을 아끼되 청와대에 대한 감정적 대응에는 제동을 건 것. 이 실장은 목소리를 높여 적극 대응했다. 박 대통령의 국회 비판을 문제 삼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는 “늘 국민 삶을 생각하고 국민 중심의 정치가 돼야 한다는 대통령 나름의 절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다만 “청와대가 운영위에 참석한 것은 (유 원내대표를) 인정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여기서 말씀드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비켜갔다.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차길호 기자 }
3일 오전 10시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가 열린다. 이 자리엔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출석한다. 대통령비서실의 2014년 예산안 결산 심사를 하는 자리이지만 거부권 정국에서 촉발된 당청 갈등이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조해진,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운영위가 소집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2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당청 갈등의) 냉각기를 갖고 사태가 수습되는 시점에 하는 게 좋겠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2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청와대의 ‘조폭 정치’가 다시 시작됐다. 청와대발로 운영위가 파행된 것은 심각한 국회 모독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새정치연합이 이날 오전 운영위 소집요구서를 단독으로 내려 하자 3일 소집 일정이 잡혔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도 운영위 소집에 적극 응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로부터 정무수석비서관실 쪽으로 운영위 개최가 결정됐다는 통보가 왔다”며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운영위 회의가 열리면 운영위원장을 당연직으로 겸하는 유 원내대표가 사회를 맡게 된다. 당청 갈등의 당사자인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의 ‘뜻’을 대변할 이병기 실장이 마주 앉게 되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와 이 실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호흡을 맞췄던 각별한 인연이 있다. 하지만 이 실장은 이 자리에서 유 원내대표를 정면 비판한 박 대통령의 6·25 국무회의 발언 취지를 적극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호재를 만난 분위기다. 이 실장 등을 상대로 질문 공세를 퍼부어 여권의 내홍을 정치쟁점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청의 ‘틈새’를 더 벌려 놓겠다는 것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악화일로로 치닫던 여권의 내전(內戰)이 숨고르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일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가 6일로 미뤄지면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점도 그만큼 늦춰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30일 “1일로 예정된 본회의를 6일로 변경하고 국회법 개정안 재의 건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본회의 연기에 동의했다. 다만 본회의에 참석은 하되 국회법 개정안 재의 표결에는 불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국회법 개정안 재의 절차를 마무리하면 유승민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할 것으로 보고 당분간 관망할 태세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얘기했으니 생각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쿨다운(진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유 원내대표가 6일 퇴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도 이날 당내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엄중한 시기인 만큼 자중자애하고 자숙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입단속을 당부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심경 변화를 묻는 거듭된 기자들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말했다. 그 대신 현안을 챙기며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만 1일 직접 주재할 예정이었던 추가경정예산 당정협의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비박(비박근혜)계 일각에서도 유 원내대표가 계속 사퇴를 거부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비박계 한 재선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명분을 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6월 국회에 할 일을 마무리하고 물러나는 모양새는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도 전날 최고위에서 “유 원내대표가 명예롭게 퇴진할 방도를 찾아봐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새누리당은 29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여권의 내전(內戰)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최고위가 끝난 뒤 “최고위원들의 ‘이유야 어떻든 책임은 유 원내대표가 지는 것이 옳다’ ‘당을 위해서 희생을 부탁한다’는 간곡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원내대표는 ‘잘 경청했고 고민을 하겠다’고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냈다”며 “나는 어떠한 경우라도 당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 그런 의무가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유 원내대표에게 다시 공을 넘긴 셈이다. 이날 최고위에서 친박(친박근혜)계인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과 비박(비박근혜)계인 이인제 김태호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서 최고위원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을동 최고위원도 이에 동조했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는 회의 초반에 “사퇴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가 최고위원들의 사퇴 요구 발언이 이어지자 “고민해보겠다”며 한발 물러선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과 비박 진영은 세 대결을 벌였다. 비박 성향 재선 의원 20명은 이날 성명서에서 “의원들의 총의를 묻지 않은 채 최고위가 일방적으로 (유 원내대표 거취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초 이날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내려고 했던 친박계는 제출을 보류했다. 의총에서 표 대결로 갈 경우 승산을 장담하기 어렵고 정치적 부담도 크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25일 국무회의에서 충분히 뜻을 밝힌 만큼 이 문제는 당 차원에서 매듭지으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해석된다. 장택동 will71@donga.com·이현수 기자}
《거부권 정국에서 촉발된 여권의 내전(內戰)이 격화되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거듭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유승민 불가’라는 강경한 태도다. 어느새 주류에서 밀려난 친박(친박근혜)계는 이 같은 ‘박심(朴心)’을 등에 업고 파상 공세에 나섰지만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한 당심(黨心)을 뒤집기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중재에 나서야 할 김무성 대표와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채널은 무력화된 상태다. 여권 내부에선 박심과 당심이 정면충돌하는 ‘치킨게임’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이 개발한 정치 참여 애플리케이션 ‘온통소통’에서도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갑론을박의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눈길은 제2연평해전 13주년을 맞아 29일 경기 평택시에서 열리는 현장 최고위원회의로 쏠린다. 유 원내대표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뜻이 관철될지, 내분 장기화로 갈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 ‘공세’] 서청원 “유승민, 자존심 세울 필요 없다” 사퇴 종용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주말 내내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신임한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공세를 밀어붙이기 위해서다. 우선 29일 열리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공론화하는 것이 1차 목표다. ○ 친박계, 최고위원 집중 공략 나서 친박계는 최고위원들을 집중 공략하는 데 주력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28일 “주말에 이인제, 김을동 최고위원 등과 친박계가 접촉을 했고 이들도 유 원내대표 사퇴의 필요성에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의원총회를 소집하기 위한 정족수(16명)도 채웠다. 최고위에서 유 원내대표를 강하게 압박해 분위기를 조성한 뒤 7월 1일 의총을 열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이끌어내겠다는 2단계 대응 전략이다. 친박계는 일종의 ‘충격과 공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 사퇴 문제가 정리되지 않을 경우 여권의 내홍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계속 버틸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과 분당 가능성까지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다. ○ 최고위원 8명 중 5명은 사퇴에 동조할 듯 29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의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서 최고위원은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지지한 유 원내대표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26일 친박계 7인 회동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서 최고위원에게 일임하기로 한 만큼 29일 최고위에서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서 최고위원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의 최고지도자(대통령)가 그런 말(유 원내대표의 책임)을 했으면 누가 옳은지 싸우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유 원내대표가 자존심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화가 많이 난 정도가 아니라 (유 원내대표에 대한 유감이) 쌓이고 쌓이고 쌓인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을동 최고위원도 친박계로 분류되고 있다. 여기에 비박계로 분류되는 이인제 최고위원도 28일 “청(와대)과 최종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국회법 개정안) 협상을 밀어붙여 파국을 가져온 일인데 원내대표가 아니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가세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유 원내대표가 모든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원내대표의 우군(友軍)이 돼줄 수 있는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 유 원내대표 본인 등 3명 정도다. 김 대표는 26일까지는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한) 의원들의 생각도 존중돼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를 감쌌다. 하지만 28일에는 “대다수 의원들의 의견은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가 싸웠을 때 유 원내대표가 이길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유 원내대표는 아직은 자진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최고위 압박 비판론도 제기 친박계의 파상 공세에 유 원내대표를 지지해온 일부 비박계 의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립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신임을 묻는 의총이 열리면 비박계에서 이탈 표가 나올 것”이라며 “유 원내대표 사퇴 요구가 과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과 척을 지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박계가 대부분인 원내 지도부는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한 25일 의원총회에서 드러난 당심의 급격한 반전은 없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주말 내내 의원들을 접촉한 원내 지도부의 한 인사는 “의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세는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친박계가 최고위를 통해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압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비박계 초선 의원은 “당헌상 의원들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의원총회”라며 “이미 25일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 재신임에 의견을 모았는데 이를 최고위에서 뒤집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정치권이 ‘거부권 정국’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대통령에게 거부당한 국회는 26일 올스톱됐다. 갈등과 반목의 악순환 속에 내수경기 침체로 허우적대는 민생은 설 땅을 잃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내 탓이오”라며 반성하는 목소리는 없다. ‘남 탓’만 남은 ‘후안무치(厚顔無恥)’ 정치권이 바로 ‘배신의 정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6일 여권은 사실상 내전(內戰)에 돌입한 상황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두고서다. 전날 5시간 가까이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어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는 어떻게든 그를 밀어낼 태세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7명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대응책을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친박계 맏형인 서 최고위원에게 일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이 동반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개 촉구하고 있는 김태호 최고위원까지 함께 물러나고 중립을 취하고 있는 이인제 최고위원까지 행동에 나설 경우 김무성 대표 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 친박계는 다음 주초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의 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에 대해 화가 많이 난 정도가 아니다. (유감이) 쌓이고 쌓이고 쌓인 거다”라고 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의 관계를 “깨진 유리잔”에 비유하며 “유 원내대표가 끝까지 책임지길 거부한다면 그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의 엄중함을 새누리당이 아직 무겁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재에 나서려는 김무성 대표에 대한 경고로 볼 수도 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지만 여권 안팎에선 탈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몸을 더욱 낮췄다. 그는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 인사말에서 “박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대통령이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여당이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사과했다.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한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그는 “정작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아야 할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라며 “대통령은 국회와 국민을 향한 독기 어린 말을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로 향한 화살을 청와대로 돌린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법에서) 요청과 요구를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적극 반박하며 “적절한 기회에 대국민 메시지를 내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거부권 정국’은 한 달 전부터 예견됐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갔다. 예견된 참화(慘禍)에 속수무책인 여권을 보며 과연 국정 운영 능력이 있느냐는 의구심마저 커지고 있다.이재명 egija@donga.com·장택동·배혜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25일 국무회의 발언은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머물지 않았다. 정작 핵심은 여야 정치권, 그중에서도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정조준했다. 정치권을 ‘구태세력’으로 규정해 ‘선악 대결’의 프레임으로 몰아가려는 뜻을 내비쳐 정국은 급랭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특히 유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해 “여당 원내사령탑도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협조를 했는지 의문”이라며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정치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실상 사퇴를 압박한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즉각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당청관계의 회복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야당은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개정안’만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 취지를 설명한 뒤 곧바로 정치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국회가 일자리 법안과 경제 살리기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연관성이 없는 법안을 연계해 처리하는 행태 등을 “국민의 신의를 저버린 구태정치”라고 규정한 뒤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국회가 꼭 필요한 법안을 당리당략으로 묶어 놓고 본인들이 추구하는 정략적인 것을 ‘빅딜’을 하고 통과시키는 난센스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저에게 준 권한과 의무를 국가를 바로세우고 국민을 위한 길에만 쓸 것”이라고도 했다. 국회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면서 정책을 풀어나가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5시간 동안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고 유 원내대표의 유임으로 의견을 모았다.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지만 상당수 의원은 반대했다. 유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저와 청와대 사이에 소통이 모자란다는 부분에 대해 걱정과 질책을 했는데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더욱 열심히 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당청 갈등이 이대로 봉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박 대통령이 탈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박계인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이 사퇴해 여당 지도부의 판을 흔들 가능성도 있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문재인 대표는 “대통령의 적반하장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정치는 사라지고 대통령의 고집과 독선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은 메르스를 책임질 생각은 하지 않고 왜 국회를 헐뜯고 있는가. 꼼수는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택동 will71@donga.com·이재명 기자}
“미군이 메르스를 퍼뜨린 건지, 정부가 탄저균을 메르스로 착각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탄저균을 산 채로 배달한 건지, 아니면 탄저균과 메르스를 산 채로 배달한 건지….” 요즘 트위터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과 미군의 탄저균 유입을 연결짓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황교안 (총리 인준), 불법 대선, 탄저균을 덮으려고 당국이 메르스를 확산시킨 듯한 인상”이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대형 사건만 터지면 ‘음모론’과 연계된 유언비어가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한미 연합훈련 중 미군 또는 제3국의 잠수함과 부딪쳤다” “길이 100m 전후의 원자력추진 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글이 인터넷에 유포됐다. 군 당국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해당 누리꾼을 고소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은 해외 전문가들이 포함된 민군 국제합동조사단에서 “북한 어뢰에 피격됐다”는 결론을 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성명까지 발표한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의 자작극” “미 해군의 소행” 등의 유언비어가 끊이지 않는다.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에도 “4대강 사업 등에서 눈을 돌리기 위해 남한이 먼저 도발했다”는 식의 황당무계한 내용이 버젓이 유포됐다. 이런 유언비어는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실질적인 피해를 준다. 지난해 말 “경기 양주와 남양주에 남침용 땅굴이 있다”는 주장이 퍼지자 군 당국이 조사에 나섰고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70여 명의 인력과 26대의 장비가 동원됐다. 북한은 유언비어에 편승해 ‘남남 갈등’을 부추기려 시도하기도 한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항체가 형성돼 있는 사람은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것처럼 시민에게 건전한 가치관이 확립돼 있으면 유언비어는 힘을 쓰지 못한다”며 “시민 교육과 당국의 적극적 홍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이미 여러 차례 청와대 입장을 밝힌 만큼 굳이 결정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했다. 25일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법 개정안 논란을 매듭짓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새누리당은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통령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은 라디오에서 “위헌적인 법률이기 때문에 헌법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당연히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이고, 대신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법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친박(친박근혜)계 맏형인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정부가 사실상 법을 인정하는 건데 그런 방법을 취하겠느냐”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내놓을 메시지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가 이번 사태의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 자구 수정을 평가하면서도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발언을 하고, 유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고 반응한다면 사태가 수습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권이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인상을 줄 경우 민심의 이반을 막을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있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박 대통령을 향해 “간곡히 부탁드린다. 거부권 행사를 거둬 달라”며 “(거부권 행사 시) 청와대가 시급한 국정은 뒤로 두고 정쟁을 주도하는 중심에 서게 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당청 사이에 최소한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치지 않고 사실상 폐기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국회를 질타하면서 유 원내대표의 책임을 강조하고, 유 원내대표가 정면 대응한다면 당청 관계는 파국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유 원내대표 측에서 신임 투표로 맞서면 당내 계파 갈등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우려가 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이재명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4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여름휴가 국내에서 보내기 운동을 적극 실천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내수 살리기에 힘을 모으고 투자와 고용을 예정대로 적극 시행한다고 하는 재계의 적극적 협조에 감사하다”며 “당직자들과 의원들도 휴가 때 애국하는 마음으로 메르스가 발생한 제주도, 순창, 부산 등 국내로 휴가를 가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부터 먼저 일상으로 돌아가야 국민이 안심하고 외국 관광객들도 다시 대한민국을 찾아올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 살리기를 바라는 국민과 기업의 목소리에 적극 화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새누리당은 메르스가 해당지역 농산물과 관련이 없음을 알리고 피해지역 농산물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이날 국회에서 ‘메르스 피해지역 농산물 사주기’ 행사를 열었다. 김 대표는 회의 중 메르스 피해 지역 농산품 사주기 운동 대상인 보성 감자, 평택 블루베리 등을 언급하면서 “한 박스에 2만 원, 2만5000원이니 판촉행사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당부도 했다.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경기 보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조 원 안팎의 추경을 편성해야 메르스 사태와 수출 부진으로 추락하는 경기를 떠받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예산당국의 총 책임자가 추경 편성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이날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메르스 사태가 이미 한국 경제에 상당한 정도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20조 원 이상 슈퍼 추경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구체적인 추경 규모에 대한 언급을 피하면서도 “메르스 사태, 청년실업, 수출 부진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대처할 수 있는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추경 요건을 자연재해 등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할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추경요건으로 자연재해와 경기침체 상황만을 규정하고 있어 메르스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같은 사회적 재해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 부총리는 올해 세수 부족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상황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수 결손액이 10조900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결손액은 10조 원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의 법인세 증세 주장과 관련해 “한쪽에서 추경을 해서 경기를 보강하려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 증세하면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격”이라고 말했다. 경기 부양책을 총동원하는 상황에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증세를 추진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주에 당정청 사이에 추경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겠다”고 말했다.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청와대의 반발에 연일 공감의 뜻을 표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이 아니라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태도와는 사뭇 달라서 새누리당 ‘투 톱’의 균열 조짐도 엿보인다. 김 대표는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의장이 중재해서 자구를 수정한 것만 보더라도 다소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요구’를 ‘요청’으로 한 글자 바꾼 중재안은 결국 원개정안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바로잡으려고 수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어 김 대표는 “법제처에서 법률 검토를 해서 정부에서 확실하게 입장을 취하면 거기에 맞춰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개정안에 위헌성이 있다는 최종 의견을 내면 수용하겠다는 뉘앙스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에 되돌아올 경우 재의결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김 대표는 당초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성이 없다는 전제하에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이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이 거부 의사를 접지 않자 당청 갈등을 막는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는 국회법 논란을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법률적 문제로 접근해야 풀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그게 궁극적으로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돕는 길”이라고 말했다.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지는 듯한 유 원내대표는 난감하다. 기존의 태도를 바꿔 갑자기 위헌성이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언론 보도만 봐서 정확한 뜻은 모르겠다”며 “국회법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점은 30일 국무회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메르스 사태 해결이 가닥을 잡기 전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정치적 부담감을 느낀다는 것. 법제처도 30일 처리를 가정하고 내부적으로 재의요구서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
국회사무처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국회의원 연금(연로회원 지원금) 관련 허위 사실이 퍼지고 있는 것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18일 밝혔다. 국회사무처는 “SNS와 포털사이트에서 ‘의원연금 지급을 위한 재원은 독도 지킴 관련 예산안 168억 원을 취소해 마련한 것’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게재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보름 동안 자진 삭제를 유도하는 등 일정 기간 계도한 뒤 7월 초 형사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시행된 개정 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에 따라 19대 의원부터는 의원연금을 받지 못한다. 기존 수급자들 중에서도 △재직 기간 1년 미만 △제명 또는 유죄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경우 △소득이나 자산이 일정 기준 이상인 경우 등에는 의원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여러 기구를 만들기는 했지만 유기적인 협조가 되지 않다 보니 메르스 대응에 허점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국무총리 자리가 비어 있어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대통령중심제에서 총리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다. 헌법상 총리의 역할은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것이다. 통할(統轄)의 사전적 의미는 ‘모두 거느려 다스린다’이지만 대통령제에서 총리가 내각을 실질적으로 다스릴 수는 없다. 헌법에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을 대신해 국회에 출석하고, 각종 행사에서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신 읽는 것을 주 임무로 했던 총리들도 종종 있었다. ‘의전총리’ ‘대독총리’라는 말이 생긴 이유다. 그런데 국가적 비상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총리의 빈자리가 커 보인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총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통할보다는 ‘조정’이다. 총리를 보좌하는 조직은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로 나뉘어 있는데,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이 다른 부처 장관들을 상대로 업무를 조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론 총리가 없다고 해서 정부 부처 간 업무를 조정하고 컨트롤할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총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메르스 대책을 총괄하고 조정할 수 있는 곳은 청와대, 최경환 총리대행 겸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있다. 하지만 모두 제 역할을 못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지금도 메르스의 컨트롤타워라는 점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현정택 대통령정책조정수석은 8일 “대통령이 내각과 정부를 통솔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컨트롤타워냐’란 기자들의 질문에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최경환 총리대행이 뒤늦게 컨트롤타워로 나서는 모양새이지만 메르스를 초기에 진압할 ‘골든타임’은 지나가 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부총리라는 막중한 업무를 겸하고 있어 메르스를 전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황우여 부총리는 교육부 장관 역할을 했을 뿐 사회부총리로서 보건복지부 등 사회관계부처와 업무를 협의하고 조정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맏형인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까지 “내각에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총리가 있었으면 정부가 메르스에 잘 대처했을까. ‘그렇다’고 장담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국민의 눈에 지금처럼 어수선해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고 취임하면 그때부터라도 정부 조직을 다잡아 정교하게 대응하기를 바란다.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공수(攻守)가 바뀐 것 같다.”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을 두고 금융계에서는 이런 촌평들이 나오고 있다. 예전에는 정부가 한은의 금리 인하를 거세게 주문하고 한은은 이를 방어하느라 진땀을 빼는 구도였다면, 이제는 한은이 선제적으로 ‘할 일’을 하고 정부를 몰아붙이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취임 직후부터 통화정책의 독립성 논란에 시달려온 이주열 총재(사진)도 최근에는 부쩍 자신감이 붙은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총재는 12일 발표한 한은 창립 65주년 기념사에서 “한은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증액하는 등 통화정책 기조를 크게 완화한 것이 경기 개선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국내 경기 회복세가 미흡할 경우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하는 데 신중을 기할 것”이라며 올해 말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한국이 바로 따라 올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앞으로 발생할 국내외 돌발변수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통화정책의 주도권을 갖고 경기 회복을 이끌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총재는 전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는 오히려 정부에 ‘정책 훈수’를 두기도 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당국은 이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은이 경기를 끌어올리고자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으니, 이젠 정부가 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다. 또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가 미흡하면 경기 회복이 지체돼 경제가 구조개혁의 충격을 견디기 어렵다”며 예전과 달리 한은이 먼저 나서서 정부의 구조개혁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이번에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더이상 정부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도 경제 전망을 잘못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은이 올 4월 경제성장률(3.4→3.1%)과 물가상승률(1.9→0.9%) 전망치를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낮춘 것 역시 “한은이 안이한 경기 판단으로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못한다”는 비판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런 이 총재의 변신에 대해 정작 정부·여당 내에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금리 인하는 내수경기 진작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한다”면서도 “걱정되는 것은 악성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대표적 경제전문가인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도 “금리 인하가 경기 후퇴를 막는 데는 별 효과가 없고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려 거품이 생길 것”이라며 “계속되는 단기 응급조치 때문에 구조개혁의 동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유재동 jarrett@donga.com·장택동 기자}
메르스 파문에 따른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을 두고 새누리당 ‘투 톱’의 평가가 미묘하게 엇갈렸다. 김무성 대표는 12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메르스 사태로 인해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외식업체의 매출이 줄고 열차와 항공기 이용률도 둔화됐고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한국은행의 용감한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의 사전 예방에는 솔직히 실패했지만 경제에 있어 사전예방 선점의 선제적 대응에 절대 실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유승민 원내대표는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한다”면서도 “경제 파국을 막는 가장 확실한 길은 금리인하나 추가경정예산이 아니라 메르스 확산을 막고 최단 시일 내에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리인하로 걱정되는 건 11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 중 악성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악성가계부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의를 마친 뒤 김 대표는 “뭐든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병존하기 때문에 (유 원내대표와) 큰 견해 차이는 아니다”면서 “사실상 (악성 가계부채가) 우려되는 건데 지금 워낙 내수경기가 어려워 금리인하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유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말 안 한 문제를 내가 말한 것 뿐”이라며 “금리 인하나 추경이 갑자기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연기 발표 직전까지 새누리당 일부 최고위원들은 “예정대로 방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청와대와 ‘엇박자’를 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진행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대통령이 비행기 안이나 미국에 있어도 메르스 사태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는 데 무슨 장애가 있느냐”며 “방미 정상 외교일정은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당초 계획대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회의가 끝나고 불과 1시간여 뒤인 오전 11시 30분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를 발표했다. 여당의 최고위원들조차 민감한 현안에 대해 청와대와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일각에선 겉도는 당청관계의 ‘민낯’을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회의 시작 직전 김무성 대표가 참석자들에게 “미국 측과 협의가 진행 중인데 방미를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두 최고위원은 소신대로 발언을 했다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 결정을 환영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메르스 상황을 보면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메르스로 인한 휴업이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9일 전국적으로 휴업한 학교는 당초 교육당국의 예상보다 300여 곳 많은 2208곳으로 집계됐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메르스 관련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메르스와 관련해 각 부처와 교육청의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김우주 한국감염학회 이사장,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장옥주 복지부 차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교육감 12명이 참석했다. 교육감들은 메르스와 관련한 학교 및 학원 등의 휴업 기준이 없어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10대 고교생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해당 교육청에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초기에 병원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학생들이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등 정부 대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 부총리는 “학교 휴업 기준을 공유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의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며, 수업 결손에 대한 보완책을 면밀하게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장 차관은 “일선 교육현장에서 혼선이 없도록 교육부와 협력해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알리겠다”면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메르스 대응지침도 배포해 학생들의 단체활동에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휴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맞벌이 부부와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출근해야 하는 가정들의 보육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관련 부처들이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기업들도 유급휴가 등을 최대한 배려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은 “자율 등원을 원칙으로 하지만 70∼80%의 가정 어린이집은 당직교사가 없어서 운영되지 않고 유치원은 그냥 문을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장택동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해 “진보진영이 소수자 보호를 위해 주장했던 것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메르스 환자, 격리 대상자, 가족들 모두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며 “다수의 안전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수자’들이 주홍글씨처럼 낙인찍히지 않도록 철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메르스 환자 관련 정보를 공개한 것을 비판하며 “진보진영의 핵심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조국 서울대 교수, 이재명 성남시장이 (메르스 대책과 관련해) 여론의 박수를 받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그분들의 소수자 보호에 대한 진정성이 정치적인 목표 앞에서 상당히 무너진 것 같아서 아쉽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유치원과 학교에 대한 휴업이 이뤄지면서 부작용이 생기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맞벌이 부부와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러 출근해야 하는 가정들의 아이 돌보는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에 있다”며 “관련 부처들이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기업들도 유급휴가 등을 최대한 배려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류지영 의원은 “교육부 보건복지부 모두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중앙정부는 공식 개입하지 않고 있다”며 “비상시 가동 가능한 시스템 마련 등 당 차원에서 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철래 의원도 “학교에 집단으로 모여 있으면 메르스 전염 가능성이 있어서 휴교했는데 학생들이 PC방, 노래방을 전전하면 오히려 더 밀폐된 공간에서 더 열악하고 안 좋은 것”이라고 꼬집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