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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수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의 고의·중과실 추정 범위와 처벌 요건을 더 포괄적으로 만든 ‘누더기 악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그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를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주요 조항마다 위헌이라는 비판을 받자 면피성 수정을 거듭해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법사위로 넘긴 개정안마저 급하게 문구를 변경했다.○ 독소조항 더 강화한 법사위 수정안 민주당은 법사위를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을 규정한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 조작 보도’라는 조문에서 ‘명백한’을 삭제했다.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등의 일부 문구도 없앴다. 이는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고 이중규제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해당 조항을 오히려 더 악화시킨 것이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명백한’을 뺀 것은 적용 대상이 더 포괄적으로 바뀌며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란 표현은 영미법 체계의 ‘악의성’ 요건을 비슷하게 도입해 언론을 규제하겠다는 내용인데, 심지어 왜 여기서 더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법안을 확대 적용하면서 남용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필요에 따라 권력자들이 법 적용을 남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도 일부 변경됐다. 특히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는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로 수정됐다. 이 교수는 “‘보복’ ‘반복’ ‘피해 가중’ 문구 중 ‘피해 가중’만 뺐다. 이는 피해 가중도 따지지 않고 규정을 완화해 손쉽게 비판적인 보도를 못 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누더기 법안은 이미 정당성 상실” 민주당은 앞서 문체위에서 ‘고의·중과실 추정’의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둔 것에 대한 위법성 논란이 일자 추정의 주어로 ‘법원은’을 추가했다. 또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라는 문구에서 ‘언론사의’만 제외했다. 이에 대해 언론학자와 법학자들은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미룬 문제의 본질은 전혀 바로잡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법사위까지 이어진 민주당의 수정 내용들은 위헌적 뼈대는 유지한 채 논란을 비켜 가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사위의 수정안 역시 법안의 위헌적 본질이 달라진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언론 현업단체들은 민주당이 스스로 부실 법안이라는 것을 드러낸 일이라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4개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법사위 논의에서조차 의미 없거나 더 후퇴한 문구 수정에 나섰다”면서 “속도전에 골몰하다 정부 여당 안에서도 좌충우돌하며 누더기가 된 법안은 이미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본회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에서도 의견 충돌이 있는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는 법안인가”라고 지적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파격’ ‘외설’ ‘도발’ ‘실험’. 안은미(58)의 이름 앞에는 30년 넘게 여러 수식어가 붙어 왔다. 하지만 이 말들도 그를 설명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그의 춤 앞에선 ‘파격’이란 단어마저 덜 파격적으로 보이기 때문. 그 대신 그의 공연을 한 번이라도 본 관객이라면 모두 동의하는 명제가 있다. 안은미가 없었다면, 한국 현대무용계는 지금보다는 더 심심했을 거라고. 때론 유쾌하게, 때론 기괴하게 몸짓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대표작 4편을 연달아 선보인다. 33년간 무르익은 안은미의 춤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안은미 컬렉션’이다. 현대무용단 안은미컴퍼니의 창단 33주년을 기념한 이번 공연 ‘4괘―용 이름 거시기 조상님’은 8월 28∼29일, 9월 4∼5일에 걸쳐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아트홀에서 관객과 만난다. ‘드래곤즈’ ‘렛 미 체인지 유어 네임(Let Me Change Your Name)!’ ‘거시기모놀로그’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등 4개 작품을 차례로 하루씩 공연한다. 최근 서울 용산구 보광동의 작업실에서 만난 안은미는 오토바이를 타고 장소에 나타났다. 그는 “어머니는 지금도 제가 오토바이 타는 걸 걱정하신다. 시간을 쪼개 여기저기 다니려면 오토바이밖에 없다. 연습하는 무용단 애들 호떡 간식 사다 주고 왔는데 잘 먹는 걸 보니 행복하다”며 웃었다. 늘 당당하고 여유가 묻어나는 안은미지만 작품 네 편을 연달아 짧은 기간에 선보이는 건 그에게도 처음이다. “힘들어 죽겠다. 그래도 춤을 막진 못한다. 팬데믹으로 공연계가 힘든데 이럴 때일수록 더 힘내보기로 했다. 특히 연습 땐 내가 5만큼 가졌어도 10까지 끌어내야 한다. 무대는 3을 보여주는 것이다. 네 작품을 연달아서 빡!” 이번 공연 중 28일에 선보일 첫 작품 ‘드래곤즈’는 팬데믹 덕분에(?) 더욱 역동적으로 탄생했다. 본래 아시아 5개 지역 무용수 5인과 ‘용’을 주제로 함께 무대를 만들 예정이었으나, 팬데믹으로 왕래가 막혔다. 그래서 3차원(3D) 작업, 홀로그램 기술을 통한 디지털 실험작이 탄생했다. 실제 무용수들과 3D 기술로 만든 다른 무용수들의 그래픽이 한 무대에서 겹쳐진다. 그는 “작업 과정 자체가 즐거운 배움이자 큰 실험”이라고 했다. 2005년 베를린에서 열린 태평양주간(Pacific week)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렛 미 체인지 유어 네임!’은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공연한 인기작이다. ‘거시기모놀로그’는 이제껏 제대로 말하지 못한 여성들의 ‘성’을 풀어낸 작품이다. 2019년 초연했으며 60∼90대 여성 10명의 첫 경험을 안은미식 몸짓으로 풀어낸다.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전국을 돌며 만난 할머니들의 춤을 직접 기록해 작품에 녹여냈다. 무용수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가 실제 무대에 올라 함께 춤을 추는 ‘커뮤니티 예술’ 장르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안은미의 예술 세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전까지 제게 무용이란 무용수, 극장, 나로 이뤄진 거였죠. 그런데 일반인들의 존재적 몸짓은 누구도 주목하거나 기록하지 않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들의 ‘막춤’도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춤을 추는 이라면 누구든 각자의 모노드라마를 밖으로 꺼내거든요.” 1986년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한 안은미는 무용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1988년 2월 ‘종이계단’을 발표하며 첫발을 내디뎠고, 지금까지 155편을 내놨다. 1년에 4, 5편을 작업한 꼴이다. “제 삶은 계속 새로운 걸 찾는 발명가 같다. 발명가가 발명이 지겨우면 일을 그만둬야죠.”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까지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무용 종합선물세트’가 펼쳐진다. 다음 달 1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2021 무용인 한마음축제 in 성남’은 국내 스타 무용수와 유명 무용단 작품들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2013년부터 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매년 개최한 축제는 올해 성남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며 무용 관객층 확장을 노렸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를 망라한 갈라 축제다. 이번 축제에서는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영상 속 독특한 안무로 인기를 끈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FEVER’를 비롯해 부산시립무용단의 ‘운무雲霧’, 김용걸 댄스시어터의 ‘Obliviate(망각)’를 만날 수 있다. 국내 정상급 현대무용단인 LDP무용단의 ‘MOB’,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파드되, 김설진의 ‘낙서’, 국립발레단의 ‘탈리스만’ 파드되도 무대에 오른다. 일부 작품에는 시각장애인 관객들을 위해 무용 음성해설이 도입된다. 한 축제에서 여러 작품에 음성해설을 제공하는 건 처음이다. 음성해설이란 머릿속으로 춤 동작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해설을 곁들이는 것.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부산시립무용단, LDP무용단, 국립발레단이 선보일 4개 작품에 적용된다. 지우영 댄스시어터 샤하르 대표, 이경구 고블린파티 안무가 겸 무용수, 김길용 와이즈발레단 단장, 양은혜 스튜디오그레이스 대표가 음성해설가로 참여한다. 음성해설 공연 전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터치투어와 프리뷰 시간이 진행된다. 터치투어는 시각장애인 관객들을 초청해 공연에 사용되는 의상이나 소품, 토슈즈 등을 설명과 함께 직접 만져보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일부 작품 구성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도 있다.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하는 프리뷰 시간도 이어진다. 시각장애인 관객의 수신기를 통해 공연 관람 전까지 프리뷰 내용을 반복 송출하면서 충분한 이해를 돕는다. 이와 별개로 신진 발레 안무가들의 무대도 펼쳐진다. 국립발레단은 이달 28,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KNB 무브먼트 시리즈(Movement Series) 6’을 선보인다. 단원들이 새롭게 안무한 작품을 공연하는 무대로 강수진 예술감독 취임 이듬해부터 마련한 시리즈다. 단원들의 무용 기량을 높일 수 있도록 기획됐다. 6회째를 맞는 이번 공연에는 단원 8명이 참여한다. 박슬기의 ‘이매진’, 강효형의 ‘마네킹스 스토리(Mannequin‘s story)’, 배민순의 ‘히어로’, 박나리의 ‘샤이닝 스타’, 김나연의 ‘틈으로 스며들다’, 신승원의 ‘아르모니아’, 김경림의 ‘디어’, 이영철의 ‘죽음과 소녀’가 무대에 오른다. 올해부터 국립발레단 발레 마스터로 활약 중인 이영철 전 수석무용수는 당초 지난해 마지막 무대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번 작품 ‘죽음과 소녀’로 현역 은퇴 무대를 대신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비 내리던 날, 포장마차 앞에서.” “당신을 기다리며 앓은 시간의 이름을 난 청춘이라고 지었어.” “창문 열고 청소하다 바람이 좋아 누워버렸어.” 일기장에 써있을 법한 ‘세기말 감성’의 글이 아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싸이월드 게시물 제목도 아니다. 요즘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즐겨 듣는 유튜브 선곡 모음(플레이리스트) 제목들이다. 말랑말랑한 감성을 표현한 이 플레이리스트는 음악에 어울리는 제목과 상황을 적고, 간단한 이미지나 영상을 곁들인다. 이는 ‘벅스뮤직’ ‘멜론’ ‘지니’ 등 기존 음원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선곡 모음과 성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유튜브에서는 분위기에 맞는 이미지나 영상을 추가해 몰입을 돕는다. 구독자들은 댓글로 곡에 대한 감상을 나눈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 ‘소통하는 음악’으로 진화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콘텐츠에 MZ세대 음악 팬들이 몰리고 있다. 구독자 65만 명의 유튜브 채널 ‘essential;’에는 영상 한 편당 벅스뮤직 음악 PD들이 선곡한 10곡이 담긴다. 인기 콘텐츠는 조회수 500만 회를 넘겼다. 2019년 6월 첫 콘텐츠를 올린 후 2년 만에 급성장했다. 이가영 벅스 뮤직PD서비스 총괄은 “자사 플랫폼에서 운영하던 추천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놀랐다.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23일에는 국내 가요에 특화한 새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내놓았다. ‘음악 덕후’를 자처하는 개인들이 운영하는 채널에도 구독자들이 몰리고 있다. 구독자 80만 명의 ‘때껄룩Take a look’은 개성 넘치는 선곡과 제목들로 차별화했다. ‘지독한 짝사랑 경험 적고 가기’ ‘엄마의 연애시절 다이어리를 훔쳐보았다’ 등의 제목을 붙이는 식이다. 인기 콘텐츠는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겼다. 유튜브에는 ‘네고막을책임져도될까’ 등 다양한 플레이리스트 채널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이들의 강점은 구독자들의 일상 경험에 다가가 소통하는 한편 제작자의 내밀한 취향을 엿볼 수 있다는 것. 한 구독자는 “유명인, 전문가가 뽑은 선곡보다 나와 취향이 비슷한 제작자가 고른 음악이 더 와닿는다. 댓글로 다른 이들과 소통해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음악과 무관한 기업들도 관련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제일기획의 유튜브 채널 ‘채널일’은 “광고사에서 만든 광고 없는 플레이리스트”를 표방하며 ‘KozyPop’ 채널과 협업한 영상을 만들었다. 일할 때 듣는 소위 노동요가 주제다. 최안나 제일기획 프로는 “채널 구독자의 80% 이상이 18∼34세로 집계돼 대학생, 취준생, 직장인에게 최적화한 콘텐츠를 기획했다. ‘소개팅 망하고 집에 돌아올 때’ 등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 조사 업체 오픈서베이의 ‘콘텐츠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지난해 이용률이 가장 높은 음악 콘텐츠 플랫폼은 유튜브(25.1%)였다. 이가영 총괄은 “보면서 소통하는 방식으로 음악 감상의 행태가 바뀌고 있다”고 했다. 단, 음원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유튜브 채널들의 저작권 위반은 꾸준히 지적되는 문제다. 법무법인 미션의 장건 변호사는 “저작권자 동의 없이 음원 콘텐츠를 제작하는 건 광고 수익을 받지 않더라도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다. 저작물 사용의 허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현대화한 국악이 뮤지컬과 만나 MZ세대를 공연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공연장을 찾는 젊은 세대에게 국악은 더 이상 고루한 장르가 아니라, 한번 느껴보고 싶은 ‘힙한’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의 선풍적 인기와 국악 장단이 어우러진 창작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이 이런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공연 제작자, 작곡가들도 국악기를 활용한 ‘국악 퓨전’으로 다양한 음악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중구 정동극장의 뮤지컬 ‘판’은 최근 10∼30대 관객층으로부터 인기가 뜨겁다.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아 지난달 27일 개막한 작품은 19세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소설을 읽어주고 돈을 벌던 직업인 ‘전기수’가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풍자, 해학, 흥을 담고 있는 극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국악기 활용이 돋보이는 넘버들. 한 10대 관객은 “국악 퍼커션(타악기 연주)이 대박이다. 인형극과 판소리가 잘 섞여 있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20대 관객도 “국악, 판소리, 마당극 등 전통적 소재와 뮤지컬 장르가 너무나 잘 어우러져 놀랐다”고 평가했다. 정동극장의 박진완 홍보마케팅팀장은 “정동극장엔 중장년 관객도 많이 찾는 편인데 국악과 결합한 공연에 MZ세대 관객이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보여 놀랐다”며 “청소년층의 증가도 눈에 띈다. 전체 관람객의 15% 수준을 넘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18일 개막하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뮤지컬 ‘금악’에선 국악을 활용한 음악적 실험도 엿볼 수 있다. 국악을 기반으로 하는 단체가 뮤지컬에 뛰어든 건 드문 일이다. 신라시대부터 비밀스럽게 전해진 금지된 악보 ‘금악’을 둘러싼 이야기로 판타지 사극 뮤지컬을 표방했다. ‘국악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원일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재즈드러머인 한웅원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한 감독은 “‘시나위’는 국악을 기반으로 하지만 어떤 소리와도 어울릴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국악기에 전자음악, 앰비언트 음악(편안한 환경 음악)까지 결합해 국악이 국악으로 들리지 않는 실험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악을 축으로 레게, 힙합, 록, 스윙재즈 등을 결합한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로 큰 인기를 얻은 이정연 작곡가는 “국악과 결합한 작업에 대해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국악적 색채가 대중음악에 합쳐졌을 때 엄청난 흥이 나오는 걸 깨달았다. ‘국악도 얼마든지 세련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밝혔다. 다음 달 17일 첫 공연을 앞둔 뮤지컬 ‘조선 삼총사’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 예술단들이 합작한 이 작품에서는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인 한진섭 연출가와 이미경 극작가, 장소영 음악감독이 뭉쳤다. 1811년에 일어난 ‘홍경래의 난’을 배경으로 평화를 꿈꾸던 세 친구 김선달, 홍경래, 조진수의 이야기를 그렸다. 티켓을 조기에 예매한 30대 이하 관객층의 비중이 전체의 73%에 달할 정도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뜨겁다. 장 감독은 “이번 작품에선 특히 국악기와 서양악기 사이 비중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팽팽한 음악적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장면에 따라 굿거리장단, 재즈, 행진곡 등을 교차시켰다”고 했다. 이어 그는 “최근 국악을 활용한 선구자적 시도가 많아졌다. 우리 정서를 국악을 통해 풀어내는 데 대해 젊은 세대가 점차 친숙함과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현대화한 국악이 뮤지컬과 만나 MZ세대를 공연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공연장을 찾는 젊은 세대에게 국악은 더 이상 고루한 장르가 아니라, 한 번 느껴보고 싶은 ‘힙한’ 장르로 떠오르는 것. 특히 지난해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의 선풍적 인기와 국악 장단이 어우러진 창작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이 이같은 변화를 이끌었다. 공연 제작자, 작곡가들도 국악기를 활용한 ‘국악 퓨전’으로 다양한 음악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정동극장의 뮤지컬 ‘판’은 최근 10~30대 관객층으로부터 인기가 뜨겁다.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지난달 27일 개막한 작품은 19세기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소설을 읽어주고 돈을 벌던 직업인 ‘전기수’가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풍자, 해학, 흥을 담고 있는 극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국악기 활용이 돋보이는 음악들. 한 10대 관객은 “국악 퍼커션(타악기 연주)이 대박이다. 인형극과 판소리가 잘 섞여 있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한 20대 관객도 “국악, 판소리, 마당극 등 전통적 소재와 뮤지컬 장르가 이렇게 잘 어우러질 수 있어 놀랐다”는 평을 남겼다. 정동극장의 박진완 홍보마케팅팀장은 “정동극장엔 중장년 관객도 많이 찾는 편인데 국악과 결합한 공연에 MZ세대 관객이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보여 놀랐다”며 “청소년층의 증가도 눈에 띈다. 전체 관람객의 15% 수준을 넘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음달 17일 첫 공연을 앞둔 뮤지컬 ‘조선 삼총사’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 예술단들이 합작한 작품은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인 한진섭 연출가와 이미경 극작가, 장소영 음악감독이 뭉쳤다. 1811년에 일어난 ‘홍경래의 난’을 배경으로 평화를 꿈꾸던 세 친구 김선달, 홍경래, 조진수의 이야기를 그렸다. 14일 기준 티켓을 예매한 30대 이하 관객층의 비중이 전체의 약 73%에 달할 정도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뜨겁다. 장 감독은 “이번 작품에선 특히 국악기와 서양악기 사이 비중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팽팽한 음악적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장면에 따라 굿거리장단, 재즈, 행진곡 등을 교차시켰다”고 했다. 이어 그는 “최근 국악을 활용한 선구자적 시도가 많아졌다. 우리 정서를 국악을 통해 풀어내는 데 대해 젊은 세대가 점차 친숙함과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8일 개막하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뮤지컬 ‘금악’에선 국악을 활용한 음악적 실험도 엿볼 수 있다. 국악을 기반으로 하는 단체가 뮤지컬에 뛰어든 건 드문 일이다. 신라시대부터 비밀스럽게 전해진 금지된 악보 ‘금악’을 둘러싼 이야기로 판타지 사극 뮤지컬을 표방했다. ‘국악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원일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재즈드러머인 한웅원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한 감독은 “‘시나위’는 국악을 기반으로 하지만 어떤 소리와도 어울릴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국악기에 전자음악, 앰비언스 음악까지 결합해 국악이 국악으로 들리지 않는 실험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답했다. 앞서 국악을 축으로 레게, 힙합, 록, 스윙재즈 등을 결합한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로 큰 인기를 얻은 이정연 작곡가는 “국악과 결합한 작업을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국악적 색체가 대중 음악이 합쳐졌을 때 엄청난 흥이 나오는 걸 깨달았다. ‘국악도 얼마든지 세련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답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그날 딸의 일기는 다른 때보다 조금 길었다. 엄마에게 “오늘 집에 내려간다”고 전화했는데 좀체 못 알아듣는 눈치. 통화가 끝나고 또 전화가 걸려온다. “온다는 게 오늘이니?” 그날 딸이 남긴 일기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역시 엄마가 이상하다.” 평범했던 가정에 ‘치매’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처음엔 아버지도, 딸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이는 치매 당사자. 자신이 이상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내가 노망이 났다! 짐만 되고 죽어야지”를 반복하며 울부짖었다. 어머니의 치매로 좋든 싫든 삶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가족. 딸은 상황을 부정하고 회피하기보다 차라리 ‘웃픈’ 상황들을 영상일기로 남겨보기로 했다. 몇 년이 흐르고 맞은 2017년 새해. 평소 자학 개그를 좋아하던 어머니는 딸에게 “올해는 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라는 새해인사를 덕담(?)처럼 건넸다. 딸이 찍은 영상일기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돼 2018년 상영됐다. 책은 딸이 아버지와 함께 치매 환자인 어머니를 돌보며 기록한 유쾌한 간병기다. 저자는 2007년 자신의 유방암 투병기를 셀프 다큐멘터리로 기록한 프리랜서 영상감독. 영상에 담지 못한 순간과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며 그가 느낀 감정을 담담히 글로 풀어냈다. 평소 식칼 한 번 잡지 않은 90대의 아버지가 아내를 위해 가정주부로 변신한 모습과 부모의 시시콜콜한 말싸움이 정겹게 그려진다. 저자는 한발 물러선 시각에서 이를 관조한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멀리에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에 공감하다가도 “치매는 엄마를 서서히 변모시켜 감으로써 긴 이별을 준비하게 해주는 ‘신의 친절’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머니는 이후 병세가 심해져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저자는 감정의 과잉에 빠지지 않고 담담히 가족애를 말한다. 자신들도 서로를 늘 아껴온 가족이었음을…. 중증 치매인 어머니는 지금도 딸이 병실을 찾으면 그의 이름을 크게 부른단다. “나오코!”김기윤 기자 pep@donga.com}
20여 명의 배우가 광장 위를 말없이 걷는다. 이들은 320벌의 옷을 끊임없이 갈아입고 걸어 다니며, 320여 명의 모습을 몸으로 표현한다. 새벽부터 밤까지, 그리고 사계절이 지나도록 또 걷는다. 여전히 말은 없다. 광장을 스치는 바람 소리, 무대 음향만 가득할 뿐. 정적 속에서 약 120분 동안 펼쳐지는 이 정체불명의 퍼포먼스는 김아라 연출가(65)의 비언어 총체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그는 우리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싶은 걸까. 한국 연극계에서 이름 자체가 곧 장르인 김 연출가를 10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만났다. 산과 들판으로 둘러싸인 문화비축기지 내 T2 야외무대는 작품에서 배우들이 거닐 광장이자 무대가 될 곳이다. 그는 “‘청소년 자살률 1위’. 이 말 하나로 한국의 불투명한 미래가 다 설명된다”며 “이 같은 암울한 결과를 낳은 사회의 대립, 갈등, 불안, 외로움 등을 말없이 걷는 사람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의 동명 원작 희곡을 각색한 이 작품을 김 연출가가 공연한 건 이번이 세 번째. 하지만 모두 제각각이라 할 만큼 매번 새 작품에 가깝다. 1993년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개관 당시 50명의 관객 앞에서 한 번, 2019년 서강대 메리홀에서 또 한 번 무대를 열었다. 그는 “의상만 320벌이 나오는 원작 텍스트를 보면, 실험이 아닌 이상 도전하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선 언젠가 이 작품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 때문에 “천장과 사방이 뚫린 이번 야외무대는 작품 구현에 최적”이라며 흡족해했다. 작품에는 20대부터 80대 원로배우, 무용수 등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권성덕 정동환 정혜승 정재진 등 원로 배우를 비롯해 무용가 박호빈, 성악가 권로, 비디오아티스트 박진영 등이 나온다. 특별출연자로 박정자 김명곤 남명렬도 참여한다. 그는 “모시기 힘든 분들도 실험적 작품에 흔쾌히 출연하기로 했다. 연극계에서 제가 꽤 잘 살아온 모양”이라며 웃었다. 정동환은 극에서 노숙인의 겉모습을 하고 광장에 멈춰 걸어가는 이들을 관찰한다. 김 연출가는 “직접 언급하진 않는데 사실 그의 정체는 땅에 내려온 천사다. 고립된 상태에서 그는 자신을 성찰하고, 사람들을 관찰하고 인간에게 연민과 그리움을 느끼는 역할”이라고 했다. 이어 “본능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한 배우들에게 지나가는 찰나를 그저 진솔하게 연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아마도 가장 어려운 연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6년 데뷔 후 동아연극상, 백상예술대상을 휩쓴 그는 당시 ‘김아라’라는 이름이 실험과 파격을 의미할 정도로 독창적 연출세계를 구현해 왔다. 1997년 경기 안성시에 야외극장을 설립해 ‘복합장르음악극’을 완성했고 해외 연극계와 교류하며 ‘침묵극’ 장르도 선보였다. 극단 무천의 대표이자 ‘혜화동 1번지’의 창립 멤버다. 그는 “관객 절반은 좋아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늘 제 작품을 싫어했을 정도로 평이 갈렸다. 지금도 ‘작품이 좋으면 관객은 온다’는 신념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 35년간 연극판을 지킨 비결로 그는 자신의 충동을 꼽았다. “두려움 없이 새로움과 이상향에 계속 도전하게 만들었던 제 예술적 충동을 사랑해요.” 14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 T2, 전석 5만 원, 14세 이상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형? 오빠? 아니, 그 ‘언니’가 돌아왔다. 끼와 흥이 넘치는 언니의 이름은 ‘헤드윅’. 자신의 헤어진 반쪽을 찾아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며 노래하는 이 트랜스젠더 로커는 2005년 국내 첫 공연 이후 13번째 시즌 동안 한국 무대를 찾았다. 무려 2300여 회 공연에서 지금껏 63만 명의 관객을 홀렸다. 뮤지컬 ‘헤드윅’을 거쳐 간 여러 헤드윅 배역 중 초연부터 작품을 이끌어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린 1등 공신으로 ‘오드윅’ 오만석(46)이 꼽힌다. 원작의 대본을 쓰고 직접 연출과 주연까지 맡았던 존 캐머런 미첼과 가장 눈빛이 닮은 배우로 평가받는다. 오만석의 공연 영상을 접한 미첼이 “나보다 목소리도 좋고 더 예쁘다. 꼭 만나고 싶다”며 2007년 한국을 방문했을 정도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3일 만난 오만석은 “하루 한 끼에 김밥 한 줄을 먹는데 살이 안 빠져요. 힐 신고 드레스까지 입었더니 더 욕심나고…”라며 혹독한 다이어트 고민부터 털어놨다. 이어 “5kg을 감량해 현재 71kg인데 앞자리를 ‘6’으로 만들고 싶다”며 웃었다. 2시간 이상 무대를 이끌어가는 헤드윅은 에너지 소모가 엄청난 작품으로 유명하다. 주변에선 “힘쓰려면 이제 좀 먹으라”며 그를 나무라지만 “더 예뻐 보이고 싶다”는 오만석의 욕심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뮤지컬 역사상 가장 발칙한 주인공이 되려면 그만한 희생이 따르는 법. 올해 공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으로 제약이 생겼다. 그는 공연 중 객석에 ‘난입’하려다가도 “방역수칙 때문에 안 된다”며 뒷걸음질치고, 자신의 메이크업 자국이 묻은 휴지를 객석에 건네려다가도 “이것도 안 된다”며 도로 가져간다. 팔만 격하게 흔드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관객에게 주문하기도 한다. “환호성이 없는 헤드윅은 상상한 적이 없었다”는 그는 “이전보다 작품에 거리를 두고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제약으로 생긴 여백을 오만석은 자기 색으로 꽉꽉 채웠다. 의상팀에 부탁해 옷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붙은 듯한 소품도 달았다. 노래 가사도 고치고, 대사도 바꿨다.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원더월(Wonderwall)’도 감상할 수 있다. “헤드윅이 사랑했던 연인 ‘토미’를 떠올리니 현실과 상상 사이의 벽을 뜻하는 ‘원더월’이란 노래가 떠올랐어요. ‘짙은 어둠 속을 지난 새벽’ ‘내 어지러운 절벽’이란 가사를 직접 쓰고 ‘∼벽’ 라임도 넣었는데, 눈치 빠른 분은 금방 알아차리겠죠?” 방송, 영화, 예능을 종횡무진하며 얼굴을 알린 그에게 2005년 헤드윅 첫 공연은 잊을 수 없다. 그는 “객석 등받이도 없는 200석 규모의 열악한 소극장이었다. 성소수자 얘기를 관객이 좋아할지 몰라 반신반의한 채 일단 무대에 섰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오만석은 “헤드윅은 출연 제의를 받는 순간부터 극한의 두려움이 몰려와 도망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라면서도 “‘공연 보고 치유 받았다’는 말을 듣고 나면 그제야 안심이 된다. 두려움은 제가 다 가져가겠다”고 답했다. 이번 시즌에는 그와 함께 전설을 써내려간 ‘조드윅’ 조승우를 비롯해 이규형 고은성 렌이 헤드윅을 연기한다. 그는 “승우는 저보다 더 잘하는 스마트한 배우다. 처음 합류한 은성이가 ‘오드윅’을 정말 많이 봤다고 해서 여러 연기 포인트를 짚어줬다”고 했다. 공연을 위해 머리도 탈색하고 예열도 마친 그는 이미 헤드윅 그 자체였다. 연습실에서부터 힐도 여간해선 벗지 않기로 유명하다. “무대 의상인 블랙 원피스가 원래 제 옷처럼 편하고, 너무 예쁘더라고요. 무대에서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헤드윅’이자 ‘오만석’으로 보이고 싶어요.” 10월 31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4만4000∼11만 원, 16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형? 오빠? 아니, 그 ‘언니’가 돌아왔다. 끼와 흥이 넘치는 언니의 이름은 ‘헤드윅’. 자신의 헤어진 반쪽을 찾아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며 노래하는 이 트렌스젠더 로커는 2005년 국내 첫 공연 이후 13번째 시즌동안 한국 무대를 찾았다. 무려 2300여 회 공연에서 지금껏 63만 명의 관객을 홀렸다. 뮤지컬 ‘헤드윅’을 거쳐 간 여러 헤드윅 배역 중 초연부터 작품을 이끌어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린 1등 공신으로 ‘오드윅’ 오만석(46)이 꼽힌다. 원작 대본을 쓰고 직접 연출과 주연까지 맡았던 존 캐머런 미첼과 가장 눈빛이 닮은 배우로 평가받는다. 오만석의 공연 영상을 접한 미첼이 “나보다 목소리도 좋고 더 예쁘다. 꼭 만나고 싶다”며 2007년 한국을 방문했을 정도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3일 만난 오만석은 “하루 한 끼에 김밥 한 줄을 먹는데 살이 안 빠져요. 힐 신고 드레스까지 입었더니 더 욕심나고…”라며 혹독한 다이어트 고민부터 털어놨다. 이어 “5kg을 감량해 현재 71kg인데 앞자리를 ‘6’으로 만들고 싶다”며 웃었다. 2시간 이상 무대를 이끌어가는 헤드윅은 에너지 소모가 엄청난 작품으로 유명하다. 주변에선 “힘쓰려면 이제 좀 먹으라”며 그를 나무라지만 “더 예뻐 보이고 싶다”는 오만석의 욕심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뮤지컬 역사상 가장 발칙한 주인공이 되려면 그만한 희생이 따르는 법. 올해 공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으로 제약이 생겼다. 공연 중 객석에 ‘난입’하려다가도 “방역수칙 때문에 안 된다”며 뒷걸음질 치고, 그의 메이크업 자국이 묻은 휴지도 객석에 건네려다 “이것도 안 된다”며 도로 가져간다. 팔만 격하게 흔드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관객에게 주문하기도 한다. “환호성이 없는 헤드윅은 상상한 적이 없었다”는 그는 “이전보다 작품에 거리를 두고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제약으로 생긴 여백을 오만석은 자기 색으로 꽉꽉 채웠다. 의상팀에 부탁해 옷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붙은 듯한 소품도 달았다. 노래 가사도 고치고, 대사도 바꿨다.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원더월(Wonderwall)’도 감상할 수 있다. “헤드윅이 사랑했던 연인 ‘토미’를 떠올리니 현실과 상상 사이의 벽을 뜻하는 ‘원더월’이란 노래가 떠올랐어요. ‘짙은 어둠 속을 지난 새벽’ ‘내 어지러운 절벽’이란 가사를 직접 쓰고 ‘벽’ 라임도 넣었는데 눈치 빠른 분은 금방 알아차리겠죠?” 방송, 영화, 예능을 종횡무진하며 얼굴을 알린 그에게 2005년 헤드윅 첫 공연은 잊을 수 없다. 그는 “객석 등받이도 없는 200석 규모의 열악한 소극장이었다. 성소수자 얘기를 관객이 좋아할지 몰라 반신반의한 채 일단 무대에 섰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오만석은 “헤드윅은 출연 제의를 받는 순간부터 극한의 두려움이 몰려와 도망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라면서도 “‘공연 보고 치유 받았다’는 말을 듣고 나면 그제야 안심이 된다. 두려움은 제가 다 가져가겠다”고 답했다. 이번 시즌에는 그와 함께 전설을 써내려간 ‘조드윅’ 조승우를 비롯해 이규형 고은성 렌이 헤드윅을 연기한다. 그는 “승우는 저보다 더 잘하는 스마트한 배우다. 처음 합류한 은성이가 ‘오드윅’을 정말 많이 봤다고 해서 여러 연기 포인트를 짚어줬다”고 했다. 공연을 위해 머리도 탈색하고 예열도 마친 그는 이미 헤드윅 그 자체였다. 연습실에서부터 힐도 좀체 벗지 않기로 유명하다. “무대의상인 블랙 원피스가 원래 제 옷처럼 편하고, 너무 예쁘더라고요. 무대서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헤드윅’이자 ‘오만석’으로 보이고 싶어요.” 10월 31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4만4000원~11만 원, 16세 관람가.김기윤기자 pep@donga.com}
팬데믹 여파로 연극무대가 사라져간다. 누군가는 “요즘도 연극하느냐”고 묻지만 다른 누군가는 지금도 끈질기게 연극을 말하고 있다. 동시대의 여러 작품을 기록함으로써 ‘한국 연극의 증언자’가 돼야 한다는 소명감 때문이다. 최근까지 연극에 대해 꾸준히 논하며 잡지로서 명맥을 이어오는 전문지는 ‘한국연극’ ‘연극평론’, 웹진 ‘연극in’이다. 이 3개 매체 필진들은 많은 극단이 문을 닫았지만 지금껏 중단된 적이 없는 연극무대를 기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연극협회가 발간하는 월간지 ‘한국연극’은 1976년 1월 창간해 45년의 역사를 가진 전문지다. 올 8월 541호를 내놓았으며 매달 약 3만 부를 발행한다. 작품 리뷰는 물론이고 배우, 제작진 인터뷰를 주로 다룬다. 한국연극협회가 전국 16개 시도지회 회원들로 구성된 만큼 연극계 현안에 대한 굵직한 질문도 던진다. 김혜정 한국연극 기자는 “서울에 비해 지방 연극계는 최근 더 큰 어려움에 처했다. 힘든 상황일수록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지역 중소 극단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발행하는 계간지 ‘연극평론’은 현직 연극평론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하는 연극 비평 전문지다. 한국 연극의 흐름을 조망하고 해외 연극 이론도 소개한다. 1970년 첫 호를 발간했지만 1980년 중단됐다. 2000년 복간돼 올봄 100호, 여름에 101호를 내놓았다. 김옥란 평론가는 “수익이 남는 글은 아니지만 힘든 상황에서도 평론가로서 느끼는 희열과 소명의식이 펜을 잡게 만든다”고 했다. 편집주간을 맡은 임혜경 평론가는 “팬데믹을 겪으며 노동 문제를 다루는 극이 늘었다. 앞으로 연극계와 현실 속 노동에 대해서도 논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연극in’은 서울문화재단이 격주로 발행하는 연극 전문 웹진이다. 현업 작가, 연출가들이 주요 필진이다. 최근 200호를 발간했다. 리뷰를 비롯해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 창구를 표방하는 젊은 매체다. 예준미 연극in 에디터는 “연극을 관람하고 리뷰를 작성할 필자를 찾기 어려울 만큼 객석이 줄었고 예매도 쉽지 않다”며 “특히 연극 리뷰는 단순히 작품 소개를 넘어 대리경험까지 가능케 하는 더없이 소중한 콘텐츠가 됐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뮤지컬 업계가 라이브 커머스로 손을 뻗고 있다. 배우들이 영상에 출연해 공연을 소개하거나 작품에 임하는 개인적 소회, 경험도 털어놓는다. 일반 관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무대 뒤편의 배우 대기실, 분장실, 소품실을 보여주고 제작진을 소개하는 ‘백 스테이지’ 영상도 인기다. 공연의 이런저런 면모를 보여주는 라이브 커머스 콘텐츠의 목적은 결국 티켓 판매. 팬들은 영상 중간에 등장하는 ‘타임세일’을 기다렸다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구매한다. 실제로 방송을 마친 다음 날이면 주요 예매 사이트에서 해당 작품의 전날 판매량이 순위권에 오를 정도로 판매 성과도 쏠쏠한 편이다. 뮤지컬 업계의 새로운 판촉 시도가 아주 새로운 일은 아니다. 2009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처음 홈쇼핑에서 티켓을 팔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오래 지속되진 않았다. 10년이 흐른 뒤 2019년 뮤지컬 ‘시라노’가 홈쇼핑과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티켓과 굿즈를 판매하자 공연계에서는 라이브 커머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후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29일 오후 뮤지컬 ‘비틀쥬스’는 인터파크TV 채널을 통해 라이브 커머스 쇼 ‘오늘도 전석매진’을 선보였다. 작품에서 리디아 역할을 맡은 홍나현 배우가 직접 MC를 맡아 무대 이곳저곳을 오갔다. 주역 배우인 정성화 유리아 이창용 김용수 전수미 등의 인터뷰도 담았으며, 제작진도 소개했다. 극의 매력 포인트인 무대 세트와 다양한 인형도 소개하며 쇼를 진행했다. 라이브 커머스 쇼는 ‘라이브’를 표방하지만, 백 스테이지 콘텐츠에 한해 녹화 송출하고 있다. 공연을 앞두고 급박한 상황을 무리하게 촬영하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 쇼를 기획한 CJ ENM 관계자는 “백 스테이지 풍경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잠재적 관객이 극을 보다 친근하고 재밌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답했다. 앞서 뮤지컬 ‘드라큘라’ ‘시카고’ ‘팬텀’ ‘그레이트 코멧’ 등 대극장 뮤지컬도 유튜브 채널 플레이DB와 인터파크TV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며 호응을 얻었다. 마니아 관객층이 두터운 김준수 배우가 ‘드라큘라’ 편에 출연하자 팬들은 “어제 관람했는데 인터뷰를 보니 재관람 욕구가 치솟는다”는 반응을 남겼다. 인터파크TV에서 공연 라이브 커머스를 총괄하는 김선경 콘텐츠팀장은 “팬데믹으로 공연계가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6월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자 반응이 좋았다. 작품별, 출연자별 편차는 큰 편이지만 동시 접속자 수가 평균 1만5000여 명에 달하고 다음 날 전석 매진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아직은 초창기라 보완할 점도 많지만 극장을 찾지 못하는 분들이 공연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팬층이 결집하는 라이브 커머스 콘텐츠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다른 매체보다 티켓 구매를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라이브 커머스는 할인판매를 통해 공연 관람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마니아층에게 재관람을 유도하는 보완적 마케팅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공연업계가 라이브 커머스로 손을 뻗고 있다. 배우들이 직접 영상에 출연해 공연을 소개하거나 작품에 임하는 개인적 소회, 경험도 털어놓는다. 일반 관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무대 뒤편의 배우 대기실, 분장실, 소품실을 보여주고 제작진을 소개하는 ‘백 스테이지’ 영상도 인기다. 공연의 이런 저런 면모를 보여주는 라이브 커머스 콘텐츠의 목적은 결국 티켓 판매. 팬들은 영상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타임세일’ 순간을 기다렸다가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구매하고 실시간 반응도 남긴다. 실제로 방송을 마친 다음날이면 주요 티켓 예매 사이트서 해당 작품이 순위권에 오를 정도로 티켓 판매로 이어지는 성과도 쏠쏠한 편이다. 2009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처음으로 홈쇼핑에서 티켓 판매를 시작할 당시 큰 화제였으나, 홈쇼핑에선 다른 작품 판매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전문가들은 마니아층과 잠재 수요가 큰 라이브 커머스의 확장성을 높게 전망하고 있다. 29일 오후 뮤지컬 ‘비틀쥬스’는 인터파크TV 채널을 통해 라이브 커머스 쇼 ‘오늘도 전석매진’을 진행한다. 쇼의 길이는 약 50분. 작품에서 ‘리디아’ 역할을 맡은 홍나현 배우가 직접 일일 MC를 맡아 무대 이곳저곳을 오간다. 작품의 주역 배우인 정성화 유리아 이창용 김용수 전수미 등의 인터뷰도 담겼으며, 함께 작품을 만드는 스태프도 소개한다. 비틀쥬스의 또 다른 주역은 화려한 무대 세트와 다양한 퍼펫(인형). 홍 배우는 무대 세트를 비롯해 극 중 등장하는 스켈레톤 퍼펫 등도 직접 소개하며 쇼를 이어갔다. 라이브 커머스 쇼가 ‘라이브’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백스테이지 콘텐츠의 경우는 녹화 송출을 원칙으로 한다. 공연을 앞두고 무리하게 촬영을 진행하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쇼를 기획한 CJ ENM 관계자는 “공연에 직접 출연하는 배우가 백 스테이지 풍경을 보여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줌으로써 잠재적 관객이 극을 보다 친근하고 재밌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앞서 뮤지컬 ‘드라큘라’ ‘시카고’ ‘팬텀’ ‘그레이트 코멧’ 등 대극장 뮤지컬도 유튜브 채널 ‘플레이DB’와 인터파크TV 등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마니아 관객층이 가장 두터운 김준수 배우가 ‘드라큘라’ 편에 출연하자 팬들은 “어제 관람했는데 백스테이지와 배우 인터뷰 영상을 보고 재관람 욕구가 생겼다”는 반응을 남겼다. 인터파크TV에서 공연 라이브 커머스를 총괄하는 김선경 팀장은 “팬데믹으로 공연계가 한창 힘들 때 시작한 라이브 커머스 쇼의 성과가 좋았다. 제작사들도 콘텐츠를 키워 침체된 공연계를 살려보자고 의기투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별, 출연자별 편차는 큰 편이지만 동시접속자수가 평균 1만5000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다음날 전석 매진으로도 이어진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공연계서는 2019년부터 라이브 방송을 통한 판매 시도가 실험적으로 진행돼왔다. 뮤지컬 ‘시라노’는 홈쇼핑 채널인 CJ 오쇼핑이나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배우를 전화 인터뷰하거나 극장 로비에서 쇼도 진행됐다. 공연 티켓과 특별 MD상품도 함께 판매하는 ‘24시간 라이브 중계’도 있었다. 김 팀장은 “아직 초창기라 보완할 점도 많지만 팬데믹 시기에 극장을 찾지 못하는 관객에게도 라이브 커머스 쇼는 매력적 콘텐츠”라고 덧붙였다.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팬층이 결집하는 라이브 커머스 콘텐츠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다른 매체보다 확장 가능성이 크다. 할인판매를 통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마니아층에게 재관람을 유도하는 보완적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팬데믹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공연계가 침체된 시기. 한국 뮤지컬이 한한령(限韓令)을 뚫고 중국 시장으로 조심스레 발을 뻗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공연장에 한국 뮤지컬이 진출하는 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다만 중국은 방역 지침을 대폭 완화해 띄어 앉기 없이 공연장의 전 객석을 가동하고 있어 매력적인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별 방역 지침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중국 내 공연장에서 관객의 마스크 착용은 필수가 아니다. 환호성도 허용된다. 국내 공연 제작사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뮤지컬 ‘더 데빌’은 1800석 규모의 대극장인 중국 상하이 그랜드시어터에서 올해 5월 관객과 만났다. 전석 매진이었다. 6월부터 베이징, 닝보, 쑤저우 등 10개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갔다. 현지에서 손꼽히는 뮤지컬 스타 류링페이(劉令飛), 자판(賈凡) 등이 출연했다.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중국 정부 지침상 ‘데빌(악마)’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어 ‘락 파우스트’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우주대스타’ 역시 중국 상하이 뮤지컬 전용 극장에서 종영 기한을 정해놓지 않고 공연하는 오픈런 형태로 현지 관객과 만나고 있다. 박정아 작곡가와 한지안 작가가 의기투합해 마흔 살의 무명 싱어송라이터 ‘노바’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가족 뮤지컬 ‘공룡이 살아있다’ 시리즈를 기획한 제작사 컬처홀릭도 올해 1월 중국 공연에 이어 8월 말에는 한중 동시 공연을 계획 중이다. 이 밖에도 ‘미아 파밀리아’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더 픽션’도 현지에서 공연했다. 공연업계가 중국 시장을 주목하는 건 방역 지침과 더불어 현지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수십 명대 수준. 이에 따라 공연장 풍경은 팬데믹 이전과 흡사하다. ‘더 데빌’의 김영조 알앤디웍스 PD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선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이 마스크 없이 환호성도 지를 수 있는 상황이라 놀랐다. 해외서 관객층을 확장할 수 있어 희망적이다”고 말했다. ‘우주대스타’를 지원한 CJ문화재단의 김명호 과장은 “중국 공연장에선 무대에 올릴 콘텐츠가 부족해 정서와 이야기에 공감하기 쉬운 한국 뮤지컬이 각광받는다”며 “라이선스비 외에 현지 티켓 판매량에 비례해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제작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물론 코로나19와 한한령으로 제작진, 배우의 왕래가 쉽진 않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라이선스를 사들여 중국 배우, 제작진이 직접 극을 현지화해 만든 공연이 주를 이룬다. 김 과장은 “한한령이 문서화되거나 실체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현지 기획사도 분위기를 살피는 상황이라 아직은 오리지널 공연보다는 라이선스 공연을 선호한다”고 했다.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을 지낸 이유리 서울예술단 이사장은 “중국 시장은 아직 개척 단계지만 성장 가능성이 매우 커 팬데믹 기간은 물론 이후로도 한국 뮤지컬의 주요 확장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새 단장을 마친 서울 중구 국립극장이 올 시즌(9월 1일∼2022년 6월 30일) 풍성한 라인업으로 관객과 만난다. 명창 안숙선부터 밴드 이날치의 음악감독 장영규, 연출가 겸 안무가 정영두, 극작가 배삼식, 뮤지션 정재일, 현대무용가 차진엽 등이 꾸민 무대가 가득하다. 국립극장은 최근 ‘2021∼2022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10개월에 걸쳐 신작 22편, 레퍼토리 10편, 상설공연 15편, 공동 주최 9편 등 총 56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국립극장 3개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을 비롯해 8개 국공립, 민간 단체가 참여한다. 4년에 걸친 리모델링 끝에 재개관하는 해오름극장에선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 시리즈Ⅰ ‘천년의 노래, 리버스(REBIRTH)’가 9월 1일 첫 무대를 연다. 극장의 건축음향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국립합창단과 명창 안숙선이 협연한다.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의 작품과 60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어우러진 ‘황홀경’(2022년 6월 15일)도 기대작이다. 국립창극단도 매력적인 신작들을 예고했다. 9월 15∼21일 해오름극장에서 ‘흥보展(전)’을 초연한다. 김명곤이 연출을 맡았으며, 안숙선 명창이 작창, 최정화가 시노그래피를 책임진다. 셰익스피어 비극을 풀어낸 ‘리어왕’(2022년 3월 17∼27일)은 정영두가 연출을 맡으며, 극작 배삼식, 작창 한승석, 작곡 정재일 등 각 분야 스타 제작진이 총출동한다. 젊은 소리꾼의 참맛을 보여준 ‘절창’ 시리즈는 이번에 두 번째 시즌을 맞아 ‘절창Ⅱ’(2022년 6월 25, 26일)를 선보인다. 민은경, 이소연 두 소리꾼이 출연한다. 국립무용단은 손인영 예술감독의 첫 안무작 ‘다섯 오’(9월 2∼5일)로 포문을 연다. 동양의 전통 사상인 음양오행을 통해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신작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11월 11∼13일) 역시 손 예술감독이 안무를 맡았고, 밴드 이날치의 리더 장영규가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았다. 현대적 창작 춤을 표현한 ‘더블빌Ⅰ,Ⅱ’(2022년 4월 21∼24일)도 주목할 만한 무대다. 현대무용단 고블린파티, 스타 현대무용가 차진엽 등과 협업한다. 영국 내셔널시어터의 실황 영상을 상영해 인기를 끌었던 ‘NT Live’는 올 시즌 ‘엔톡 라이브 플러스(NTOK Live+)’로 확장한다.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극장의 무대를 국립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해외 초청작으로는 독일 연출가 주자네 케네디의 ‘울트라월드’(11월 25∼27일)가 해오름극장에서 국내 관객과 만난다. 지난 시즌 팬데믹으로 연기된 티아구 호드리게스 연출의 ‘소프루(Sopro·2022년 6월 17∼19일)’도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고 김현식의 ‘사랑했어요’ ‘비처럼 음악처럼’을 밴드 플라워가 부른다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가요계는 록 발라드의 전성기였다. 음반차트 제패는 기본이며 콘서트마다 떼창 풍경을 연출했고 열성적 팬덤을 탄생시켰다. 스타도 많았다. 얀, 야다, 김경호, 엠씨더맥스, 버즈…. 그중에는 플라워의 보컬 고유진(45)도 있었다. ‘Endless’ ‘걸음이 느린 아이’ ‘애정표현’이 대표곡이다. “노래를 기다리는 팬들이 있어 매년 앨범을 안 낼 수가 없었다”는 그가 이번에는 가객(歌客) 김현식의 노래를 들고 뮤지컬 ‘사랑했어요’ 무대에 선다. 22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서 만난 고유진은 “김현식 선배의 거친 느낌을 따라하려 해도 한계가 있지만, 분위기는 비슷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가수의 삶을 다룬 작품인 만큼 제 이야기라 생각하고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작품은 김현식의 명곡으로 구성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유명 싱어송라이터인 이준혁의 엇갈린 사랑과 음악 이야기로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2019년 초연했으며 올해 이야기를 대폭 가다듬었다. 가장 큰 변화는 주인공 배역을 ‘현재 이준혁’과 ‘과거 이준혁’으로 나눈 것. 현재 이준혁은 조장혁 정세훈 성기윤이, 과거 이준혁은 고유진과 함께 홍경인 김용진이 맡는다. 절친한 동생 기철 역엔 세븐 강승식(빅톤) 박정혁 선율(업텐션)이 출연한다. 고유진은 김현식의 노래를 본인 색채로 재해석하는 기쁨과 부담감을 동시에 안고 있다. 그는 “원곡을 떠올리고 오시는 관객이 많아 어떻게 좋은 느낌으로 노래를 전할지 고민한다”면서도 “숨은 명곡을 발견한 건 생각지 못했던 기쁨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준혁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사랑했던 이도 있었고, 음악에 미친 듯 빠져 지낼 때도 있었죠. 젊은 시절의 저도, 그리고 김현식 선배도 이준혁처럼 밝고 솔직하고 열정적이었을 겁니다.” 대중에게 ‘배우’보다 ‘플라워’의 이미지가 여전히 강한 그는 2012년 ‘모차르트 오페라 락’으로 뮤지컬의 문을 두드렸다. “아무것도 몰랐고 욕도 많이 먹었다”지만 “동료들과 동고동락하는 느낌이 좋았다”고 했다. 첫 무대에 서기 전까진 긴장했어도 관객 앞에 서니 떨림은 사라졌다. 수천 명 관중 앞에서 매년 콘서트를 해왔기 때문일까. 그는 지금도 무대가 더 편하다. 당시 함께 출연한 배우 신성우는 “네 에너지가 정말 좋다”며 칭찬했다고. 이후 ‘최후진술’ ‘투모로우 모닝’ 등 대학로 무대에 꾸준히 올랐다. 창작 뮤지컬 ‘6시 퇴근’은 가장 오랜 기간 출연한 작품이다. 고유진은 “자신감이 붙었어도 늘 무대 위 연기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고 했다. 뮤지컬 배우로서 그의 무기는 강력한 성량과 폭발적 고음. 한창 목을 많이 쓸 때도 음역대, 컨디션을 철저히 관리한다. “쉴 땐 말도 잘 안 한다”며 웃었다. ‘기복이 없는 배우’라는 평을 듣는 이유다. 1999년 데뷔해 20년 넘게 활동한 그는 케이팝의 세계적인 흥행을 기뻐했다. “여러 장르가 공존하는 다양성까지 확보하면 한국 가요계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짱짱한’ 목소리로 실력이 건재한 가수, 배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8월 14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8만∼14만 원, 8세 이상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번 휴가엔 ‘득근’하러 갑니다.” 휴가철 늘어지게 쉬며 놀고먹기엔 좀이 쑤시는 신인류가 등장한 걸까? 휴가 중에 운동도 살짝 곁들이던 이들과도 뭔가 다르다. MZ세대에겐 휴가를 바쳐 운동에 매진하는 ‘스포츠케이션(Sportscation)’이 익숙하다. 득근(得筋·근육을 얻는다는 뜻의 은어)을 휴가의 목표로 삼는 이들도 있다. 스포츠케이션은 스포츠(sports)와 휴가(vacation)를 합친 신조어로, 방점은 ‘휴가’보다 ‘스포츠’에 찍힌다. 휴가지, 숙소, 일정, 예산도 모두 즐기려는 스포츠에 따라 결정된다. 휴가 동반자 역시 같은 운동을 즐기는 동료가 된다.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종목은 골프, 헬스, 서핑, 자전거, 테니스 등 다양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홀로 또는 소수 인원이 즐기는 종목이 많다. 해외여행에 제약이 생기고, 여럿이 함께하는 활동을 피하게 되면서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 팬데믹으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스포츠케이션 붐을 키우고 있다. 직장인 권수정 씨(33)는 올여름 제주도에서 3박 4일 골프 휴가를 계획 중이다. 온라인으로 골프투어 상품을 예약해 이틀간 골프장을 이용하며 남은 시간엔 숙소에 머물거나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정을 잡았다. 권 씨는 “골프장을 먼저 정하고 난 뒤에 연계된 숙소, 인근 식당, 여행 동선이 결정됐다. 코로나 이후 골프를 시작한 지인들과 휴가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친구들과 7월 말 전북 고창으로 휴가를 갈 예정인 김학영 씨(28)는 “요즘은 휴가 때 운동을 하고 덤으로 여행도 해보자는 분위기”라며 “마침 고창에 가본 적이 없어 골프를 마치고 시간이 되면 둘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행 중 동선을 최소화하고 보다 저렴하게 골프를 즐기려는 이들을 위해 스크린골프 시설을 갖춘 ‘스크린골프 펜션’도 인기다. 서핑도 스포츠케이션 인기 종목이다. 서핑보드만 있으면 혼자서도 하루 종일 즐길 수 있기 때문. 제주도로 서핑 휴가를 다녀온 이성민 씨(34)는 “나흘 동안 오전부터 저녁까지 서핑을 즐겼다. 제주도엔 다른 유명 관광지도 많지만 파도가 좋은 해변만 찾아 이곳저곳 다녔다”고 했다. 운동을 할 수만 있다면 휴가는 굳이 멀리 떠날 필요가 없는 개념이 됐다. 서울시내 5성급 호텔은 헬스와 휴가를 동시에 즐기려는 이들에겐 최적의 장소다. 손원일 씨(37) 부부는 올여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손 씨는 “고급 호텔에는 평소 보지 못한 비싼 운동기구가 많고, 수영도 할 수 있다. 휴가 중에도 건강 관리는 필수”라고 털어놨다. 도심 강변이나 교외에서 즐길 수 있는 자전거 라이딩, 테니스도 수요가 많다. 골프와 서핑을 즐기는 MZ세대의 비율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년 이하 골프 입문자 중 20대부터 40대 인구 비율은 지난해 6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서핑 휴가지로 꼽히는 강원 양양의 경우 2018년 50대 이상 관광객이 주를 이뤘던 데 반해 지난해에는 20, 30대 관광객의 비율이 67.5%로 나타났다. ‘프립’ ‘마이리얼트립’ ‘카카오골프’를 비롯한 온라인 여행, 액티비티 플랫폼에서도 골프와 서핑이 주요 스포츠케이션 상품군이다. 충북에서 스크린골프펜션을 운영하는 한 운영자는 “여행상품을 통해 펜션을 찾는 20, 30대의 예약 문의가 지난해 말부터 폭발적”이라고 했다. 스포츠케이션의 인기는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권 씨는 “코로나 이전 운동과 휴가는 별개였다. 앞으로는 시간을 헛되게 쓰지 않았다는 심리적 보상감과 건강관리를 동시에 하기 위해 스포츠케이션만 즐길 생각”이라고 했다. 김 씨는 “해외여행을 못 가니 의도치 않게 잉여자금이 생겼다. 평소에 즐기기 힘든 스포츠와 건강에 투자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60·사진)이 국내 TV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출연한다. CJ ENM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8월 6일 tvN ‘월간 커넥트’에 출연한다고 21일 밝혔다. 월간 커넥트는 온라인으로 세계적인 지식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이번 방송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화상으로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인간적이고 솔직한 면모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정치인, 남편, 아버지로서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할 수 있었던 배경,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대중과 밀접하게 소통하는 과정과 비결을 전한다. 또 대통령 퇴임 후 펴낸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의 출간 뒷이야기를 비롯해 케이팝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등 한류 문화에 관한 이야기도 나눌 예정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것은 공연인가, 명상인가. 무대 위에 오른 3명의 퍼포머는 마치 수양을 하듯 시종일관 차분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품을 지그시 바라보다 정성스레 어루만지며, 책 속의 한 구절을 도인처럼 읽기도 한다. 무대 한가운데 향도 피워놓고 이따금 싱잉볼도 연주한다. 관객들은 무대 위에 설치된 30석 규모의 객석에 앉아 ‘앰비언트 사운드(편안한 환경 음악)’를 감상하고 명상한다. 퍼포머 3인은 말한다.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가셔서 부디 편히 주무셨으면 좋겠다고. 23, 24일 서울 중구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열리는 ‘새로운 명상법: Tradirapy’는 명상과 공연의 중간쯤에 있는 독특한 무대를 구현한다. 공연명은 전통(Tradition)과 치료(Therapy)를 합친 말. 관객이 뭔가 보고 듣고 채우는 여느 공연과 달리 비워내는 데 초점을 뒀기에 ‘공(空)연’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을 꾸민 이들은 해금 연주자 나무령(본명 김남령·30), 앰비언트 사운드 작가 윤숙영(27), 비주얼 디자이너 카야(본명 김지영·30) 3인이다. 19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만난 이들은 “물, 빛, 공기 등 자연에서 얻은 여러 느낌을 시각화, 청각화했다. 관객들이 평온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앰비언트 뮤직을 활용한 공연은 흔치 않다. 편안한 소리를 음악으로 즐기려는 이들은 주로 유튜브, 사운드 클라우드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찾는다. 나무령은 “듣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은 매체들에 우린 항상 노출돼 있다”며 “공연장에서라도 마음을 비워내길 바란다. 쓰레기통을 탈탈 털어 비우는 느낌보다는 분리수거하듯 마음을 정리하는 느낌에 가깝다”고 했다. 카야는 “명상이 ‘멍 때리기’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저희는 우리 자신에게 집중할 시공간을 제공한다”고 했다. 참신한 무대를 반기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이들의 공연은 실험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카야는 “저희 공연이 지루하진 않을지 불안감과 싸운다”고 했다. 게다가 관객이 체험할 흥미 요소를 더하고 싶어도 팬데믹으로 무대 위 모든 걸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이들이 6월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통해 실험한 ‘온라인 음감회’에서의 반응은 예상보다 긍정적이었다고. 윤숙영은 “평소 제 음악을 누가, 어디서, 어떻게 듣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관객들이 저희 음악을 진지하게 듣는 모습을 지켜보니 울컥하면서 자부심도 생겼다”고 털어놨다. 전공 분야는 달라도 “서로의 색을 ‘레이어드’하듯 더한다”는 이들은 앞으로도 현대인에게 “치유의 예술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세 사람은 “이번 공연에서 개운함을 얻어가기 바란다”고 했다. 전석 2만5000원, 16세 이상.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국내 TV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출연한다. CJ ENM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8월 6일 tvN ‘월간 커넥트’에 출연한다고 21일 밝혔다. 월간 커넥트는 온라인으로 세계적인 지식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이번 방송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화상으로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인간적이고 솔직한 면모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정치인, 남편, 아버지로서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할 수 있었던 배경,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대중과 밀접하게 소통하는 과정과 비결을 전한다. 또 대통령 퇴임 후 펴낸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의 출간 뒷이야기를 비롯해 케이팝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등 한류 문화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눌 예정이다. 앞서 이 프로그램에는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 등이 출연한 바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