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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전현직 여성 장관들이 프랑스 정치권에 만연한 성폭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재무장관 출신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플뢰르 펠르랭 전 문화장관 등 전현직 여성 장관 17명은 15일 시사주간 르 주르날 뒤 디망슈에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며 정치권의 모든 성차별적인 언행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간지에 자신들이 겪었던 성폭력 경험을 털어놓았다. 89세의 모니크 펠티에 전 법무장관은 37년 전 상원의원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지금까지 이에 대해 입 다물고 있었던 자신이 부끄럽다고 밝혔다. 전현직 여성 장관들은 정치권에 있으면서 “저 여자는 큰 가슴을 제외한 다른 부위는 어떻게 생겼을까?” “입고 있는 치마가 너무 긴데 잘라야 하는 것 아니야?” 등의 성희롱 발언을 숱하게 들었다고 증언했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펠르랭 전 장관은 2014년 장관으로 지명된 후 기자회견에서 한 남성 기자로부터 “예뻐서 장관이 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성명은 정부 및 정치권 고위 인사들의 성추문이 잇달아 터지면서 나왔다. 드니 보팽 전 하원 부의장은 유럽생태녹색당 소속 여성 정치인 4명에게 음담패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신체를 더듬는 등 강제 추행을 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이 문제로 9일 사임했으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미셸 사팽 재무장관은 지난해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여기자의 속옷 끈을 만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자의 속옷이 우연히 드러난 것을 보고 “이게 뭐냐”면서 끈을 잡아당겼다는 것이다. 사팽 장관은 당시 여기자의 등에 손을 올려놓았을 뿐이라고 반박하면서도 기자에게는 사과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여기자 40명은 일간 리베라시옹 1면에 ‘내 몸에 손대지 마’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프랑스 남성 정치인들의 반복되는 성차별적 언행을 폭로한 바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여기자들에게는 ‘한잔하며 회의하자’거나 ‘토요일 밤 저녁 같이 먹자’며 그 대가로 정보를 주겠다는 제안이 쏟아진다”고 폭로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의 전현직 여성 장관들이 프랑스 정치권에 만연한 성폭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재무부 장관 출신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플뢰르 펠르랭 전 문화부 장관 등 전현직 여성 장관 17명은 15일 시사주간 르 주르날 뒤 디망슈에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며 정치권의 모든 성차별적인 언행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간지에 자신들이 겪었던 성폭력 경험을 털어놓았다. 89세의 모니크 펠르티에 전 법무장관은 37년 전 상원의원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지금까지 이에 대해 입 다물고 있었던 자신이 부끄럽다고 밝혔다. 전현직 여성장관들은 정치권에 있으면서 “저 여자는 큰 가슴을 제외한 다른 부위는 어떻게 생겼을까?” “입고 있는 치마가 너무 긴데 잘라야 하는 것 아니야?” 등의 성희롱 발언을 숱하게 들었다고 증언했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펠르랭 전 장관은 지난 2014년 장관으로 지명된 후 기자회견에서 한 남성 기자로부터 “예뻐서 장관이 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성명은 정부 및 정치권 고위 인사들의 성 추문이 잇달아 터지면서 나왔다. 드니 보팽 전 하원 부의장은 유럽생태녹색당 소속 여성 정치인 4명에게 음담패설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신체를 더듬는 등 강제 추행을 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이 문제로 9일 사임했으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미셸 사팽 재무장관은 지난 해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여기자의 속옷 끈을 만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자의 속옷이 우연히 드러난 것을 보고 “이게 뭐냐”면서 끈을 잡아당겼다는 것이다. 사팽 장관은 당시 여기자의 등에 손을 올려놓았을 뿐이라고 반박하면서도 기자에게는 사과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여기자 40명은 일간 리베라시옹 1면에 ‘내 몸에 손 대지마’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프랑스 남성 정치인들의 반복되는 성차별적 언행을 폭로한 바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여기자들에게는 ‘한 잔 하며 회의하자’거나 ‘토요일 밤 저녁 같이 먹자’며 그 대가로 정보를 주겠다는 제안이 쏟아진다”고 폭로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당신들은 너무도 특별했던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 내 인생의 사랑, 그리고 내 아들의 어머니였던 사람을. 하지만 당신들은 결코 내 증오를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Vous n‘aurez pas ma haine).” 지난해 11월 13일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극장에서 벌어진 테러로 아내를 잃은 프랑스 저널리스트 앙투안 레리(34)가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는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그의 메시지는 계속 이어져 지난달 ‘당신은 내 증오를 가져가지 못할 것’(사진)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간됐다. 아내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담은 이 책은 발간 직후부터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프랑스 독자들의 눈물을 쏟게 만들고 있다. 이 책은 18개 언어로 번역됐다. 그는 운명의 그날 밤부터 12주간의 가슴을 찌르는 고통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아내 엘렌은 “삶과 음악을 사랑한 여자”였다. 아내가 미국의 록그룹 ‘이글스 오브 데스 메탈’ 콘서트를 보기 위해 바타클랑 극장에 갔던 날 밤, 남편은 17개월짜리 아들과 함께 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프랑스 라디오 ‘프랑스 앵포’에서 문화평론가로 일했던 레리는 TV뉴스의 검은 자막을 통해 테러 소식을 접했을 때의 공포를 회상한다. 그는 수백 번 아내와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는 묵묵부답이었다. 수없이 병원을 찾아 헤매던 남편은 결국 영안실에서 아내의 시신을 발견했다. “11월 16일. 파리 경찰청 검시소에서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키스하러 갔다. 그녀는 매일 아침 깨어날 때 모습처럼 여전히 아름다웠다. 나는 울었다.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과 함께 더 머무르고 싶다고. 한 시간이라도 더, 단 하루라도, 아니 평생토록…. 그러나 나는 그녀를 떠나보내야 했다.” 그는 요즘도 22개월 된 아들 멜빌과 함께 장미꽃이나 백합을 들고 파리 몽마르트르 묘지에 묻힌 아내를 찾는다. 앙투안 레리의 이 책은 테러 직후 프랑스 사회가 복수와 분노로 가득 차 있을 때 삶에 대한 신중한 성찰에서 나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의 문체는 문학적이면서도 지성적이고, 감각적이다. “내가 만일 분노와 증오에 내 감정의 문을 여는 순간, 내게서 아내의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 분노와 증오는 유혹적이다. 내 안에서 점점 자라나 결국 내 온몸을 차지할 것이다. 나는 처음엔 슬픔에 깊이 빠져들고 싶었다. 그러나 만일 내 아들과의 일상이 없었다면, 나는 슬픔에 휩싸여 지독히 외로웠을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그는 아들과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았다. 아들을 탁아소에 맡기러 갈 때면 주변의 엄마들이 많이 찾아와 위로해 주기도 하고, 집에서 만들어 온 음식물을 그릇에 담아 건네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아들이 성장하는 기쁨과 상실의 슬픔을 모두 받아들이길 원한다. 삶이란 빛과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늘은 늘 그리 어둡지 않고, 빛은 늘 그렇게 밝지 않다. 우리는 영원히 희미한 여명 속의 삶을 산다. 이것이 인간적 삶이다.” 레리는 슬픔을 딛고 방송에서 문화평론가 일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 다짐한다. “우리는 결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삶 안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야만적인 테러에 대한 반응은 문화적이어야 한다. 공포를 이해하고 이겨 내기 위해서도 문화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나는 다시 영화와 문학과 음악을 이야기하고 싶다. 문화가 우리 세상을 구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국제축구연맹(FIFA) 사무총장에 사상 최초로 비(非)백인 여성이 지명됐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13일(현지 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엔개발계획(UNDP) 세네갈 상주대표인 파트마 사모라 씨(54·사진)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남성 지배적 조직인 FIFA에 축구와 무관한, 그것도 백인이 아닌 여성이 임명된 것은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오랫동안 유엔의 아프리카 프로그램에서 활동해 온 사모라 씨가 중책을 맡은 것은 각종 부패로 얼룩진 FIFA 조직을 일신하기 위한 것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우리 조직을 회복하고 재구축하기 위해선 신선한 시각을 불어넣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특파원으로 출장을 준비할 때마다 제일 어려운 것은 섭외다. 유럽에선 최소 2, 3주 전에 취재 요청을 해야 관료나 전문가들과 약속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취재는 늘 시간과의 싸움이다. 마냥 느긋하게 답변을 기다릴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달 초 다녀온 스웨덴 말뫼 출장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뜨거운 이슈가 된 상황에서 우리보다 먼저 중공업 구조조정을 경험한 선진국 현장을 찾아가는 기획을 준비했다. 2002년 울산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판 비극적인 대형 크레인이 놓여 있던 말뫼 조선소는 지금 어떤 모습일지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말뫼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아픔을 딛고 청정에너지와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1994년부터 2013년까지 19년 동안 말뫼 시장을 지낸 일마르 레팔루 전 시장(72)의 강력한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출장을 떠나기 전 이곳저곳 관계 기관에 섭외를 부탁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다행히 구글을 검색해 레팔루 전 시장의 이메일을 찾을 수 있었다. 취재를 위해 만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는데 바로 다음 날 연락이 왔다. 그는 ‘터닝토르소’ 건물 1층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가 재임 당시 ‘말뫼의 눈물’로 불린 대형 크레인 대신에 말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선정했던 건물이다. 레팔루 전 시장은 북유럽 최고 높이 건물인 터닝토르소의 54층 스카이라운지로 기자를 안내했다. 말뫼의 항구와 옛 조선소 부지, 크레인이 놓여 있던 곳, 바다 건너 덴마크 코펜하겐을 연결하는 외레순 대교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레팔루 전 시장은 노트북을 켜고 1986년 말뫼 조선소가 문을 닫으며 도시 인구의 10%인 2만8000여 명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던 당시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그는 경쟁력을 잃고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해 온 조선업의 문을 닫고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신(新)산업’을 찾아냈던 기업과 노조 간 ‘끝장 토론’의 힘겨웠던 과정을 차근차근 들려줬다. 그는 이어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자신의 볼보 승용차에 기자를 태워 손수 운전하며 옛 조선소 터에 세워진 친환경 주택단지와 바이오 산업단지 곳곳을 안내했다. 레팔루 전 시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한다”며 “복지연금보다는 대규모 친환경 인프라 투자로 노동자들을 흡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가장 큰 업적으로 최첨단 기술대학 유치를 꼽았다. 현재 말뫼에는 전 세계 179개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살고 있다. 벤처기업들도 몰려왔다. 말뫼는 퇴직한 연금 노동자들의 쇠락한 도시에서, 자유롭고 세련된 코스모폴리탄 젊은이들의 도시로 이미지가 크게 바뀌었다. 레팔루 전 시장은 10∼20년 후 이 도시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는 반드시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레팔루 전 시장은 퇴임 후에도 코펜하겐-말뫼 항만운영기구 이사장과 유엔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자문역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바쁜 삶에도 불구하고 불쑥 찾아온 외국 기자를 위해 도시 곳곳을 직접 설명해주는 그로부터 뿌듯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둡고 희망이 없던 도시를 21세기 친환경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키운 그를 수많은 말뫼 시민은 아직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한국에도 자신이 재임 중 변화시킨 도시 곳곳을 걸으며 친근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전직 시장이 있을까. 말뫼의 변화가, 그리고 이를 이끈 전직 시장이 무척 부러워 보인 출장이었다.전승훈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일본 도쿄 긴자(銀座)의 ‘나카긴(中銀) 캡슐타워 빌딩’. 1972년 일본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140개의 캡슐로 이뤄진 건물이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했지만 2000년대 들어 노후화되면서 재건축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다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그런데 이 건물의 캡슐 하나가 2014년부터 ‘초인기 숙박시설’로 탈바꿈했다. 캡슐 소유주가 숙박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를 통해 이 방을 빌려주겠다고 등록하자 신청자가 몰린 것이다. 숙박료는 하루 1만 엔(약 10만4700원), 가동률 60%만 돼도 연 수입이 216만 엔이다. 기존 임대료 수입(연간 72만 엔)의 3배에 이른다. 숙박공유 서비스가 ‘숨어 있던 경제’(노후 건물)를 실물 경제(인기 숙소)로 바꿔 놓은 셈이다.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가 다양한 아류와 변종을 만들어내며 세계경제 지형까지 바꿔 놓고 있다.○ ‘소유의 종말, 접근권 시대’의 흐름을 탄 공유경제 미국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000년 발표한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소유가 아닌 접근이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무형의 자원을 가진 개인과 그것이 필요한 개인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결해 주는 공유경제는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지난달 기자가 이용했던 뉴욕 우버 택시의 기사 무함마드 앨퍼트 씨는 “지난해 말까지 옐로캡을 몰았는데 그때보다 근무는 더 편하면서 수입은 늘었다”며 만족해했다. 우버는 평상시 가격은 옐로캡보다 저렴하지만 비 오는 금요일 밤, 크리스마스, 연말연시처럼 수요가 급증할 땐 요금이 평소의 8∼10배까지 오른다. 그러면 우버 기사들이 차를 몰고 나와 많은 수요를 충족시킨다. 그만큼 수요와 공급의 원칙, 가격 기능에 충실하다. 자기 소유 차 한 대만 있으면 충분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영국의 대표적인 공유경제 플랫폼인 ‘저스트파크’는 사적 공간을 공적인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서비스다. 약 15만 개의 주차공간이 등록돼 주차난을 해결하는 데 큰 몫을 한다. 저스트파크에 따르면 런던 번화가에서 개인이 주택 내 주차공간을 대여해 벌어들인 수익은 연평균 3000파운드(약 485만 원)에 이른다. ‘해슬닷컴(hassle.com)’은 청소 전문업체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청소 전문가를 요청하면 원하는 최적의 청소부를 찾아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경쟁사인 독일 업체가 지난해 7월 3200만 파운드(약 536억 원)에 인수했다. 3D프린터용 설계도를 공유하는 ‘셰이프웨이(Shapeway)’도 주목받는 공유경제 모델이다. ○ 선진국 대기업·정부, 공유경제에 적극 동참 프랑스 파리 시는 2007년 무인자전거 대여 시스템 ‘벨리브(Velib)’, 2011년 전기자동차 공유 시스템 ‘오토리브(Autolib)’를 도입해 친환경 교통혁명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았다. 파리 시는 올여름부터 전기오토바이 대여 시스템도 운영한다. 프랑스인들은 장거리 여행에는 카풀 중개서비스 앱인 ‘블라블라카(BlaBlaCar)’를 많이 이용한다. 2006년에 설립된 블라블라카는 운전자가 출발지와 도착지를 올리면 일정이 맞는 이들이 비용을 내고 동승한다. 지난해 9월 미국의 3개 벤처캐피털 회사로부터 1억8000만 유로(약 2303억 원)를 조달하면서 몸값이 15억 달러(약 1조7685억 원)로 뛰었다. 카풀 고객들은 여성 전용, 애완견 동승 등 원하는 옵션을 설정할 수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는 일본은 숙박 수요를 민박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무턱대고 새로 숙박시설을 지었다가는 반짝 특수가 사라진 뒤 파리만 날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국민 12%가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공유경제 강국이다. 특히 생활밀착형 공유경제 플랫폼이 큰 인기다. ‘라일라(Leila)’는 전동드릴, 마사지 기계, 보드게임, 외발자전거, 등산용 배낭 등을 공유하는 ‘나눠 쓰는 가게’다. 가장 큰 자동차 공유 기업을 운영하는 곳은 철도청이다. 전체 카셰어링 시장의 31%를 차지한다. BMW와 폴스크바겐도 카셰어링 서비스를 하고 있다. ○ 기업만 살찌운다는 지적도 공유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자 유럽 각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공유경제 사업 모델에 대한 복잡한 규제를 풀고 지원을 늘리는 작업에 나섰다. 영국은 40년 만에 숙박 공유기업을 위해 법을 개정하고 런던을 공유경제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새로운 지원법도 마련했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플랫폼만 살찌운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는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플랫폼의 기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우버 기사는 직원이 아니라 우버와 계약한 ‘독립사업자’이다. 미국 공화당은 “우버 같은 공유경제가 집 안에 잠자고 있던 자원과 서비스를 깨워 경기를 부양하고 관련 요금을 낮춘다”고 옹호하지만 민주당은 “우버 기사 같은 노동자는 고용 안정성이 없는 반면 플랫폼 기업(우버)의 기업가치만 커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일부 우버 기사들은 집단소송을 통해 “우버 본사가 요금 방식 등 주요 내용을 모두 결정한다. 우리를 직원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 파리=전승훈 / 뉴욕=부형권 특파원}
국제축구연맹(FIFA) 사무총장에 사상 최초로 비(非)백인 여성이 지명됐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13일(현지 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엔개발계획(UNDP) 세네갈 상주대표인 파트마 사모라(54)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남성지배적인 조직인 FIFA에 축구와 무관한 여성, 그것도 비백인이 임명된 것은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사모라는 자격심사를 거쳐 6월부터 공식적으로 사무총장 업무를 시작한다. 전임 제롬 발케 사무총장은 지난 1일 부패 혐의로 해임됐다. 사모라는 지난 21년간 나이지리아 소재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도주의적 위기 업무를 맡아왔다. 사모라는 “FIFA 사무총장직을 맡게 돼 영광이다. FIFA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요한 개혁 과정에 나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은 “우리는 다양성을 포용하고 성평등을 이뤄낼 시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사모라가 유엔기구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FIFA 사무총장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날 “FIFA의 위기가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알린다. FIFA는 다시 태어났다”고 선언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한반도 통일 비용이 최소 1조 달러(약 1170조 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4일(현지 시간) ‘통일이 된다면 남북한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반도 통일비용은 보수적으로 추산하더라도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남한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통일 비용은 주로 복지 부문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사회보장 시스템은 2500만 명의 북한 주민을 부양하기 위해 큰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는 수만 명의 수감자를 비롯해 북한 주민들의 대부분 가혹하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영양공급 부족에 시달려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한반도 통일을 통해 남측이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낮은 출산율로 2017년부터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이 통일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젊은 노동력을 수혈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통일 이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인 북한군이 해체되면서 비록 교육이나 기술수준은 낮아도 1700만 명의 북한 노동인구가 남한의 3600만 명과 합쳐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의 출산율이 남한의 두 배에 이른다는 점도 인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여기에 전자회로 등 핵심부품에 쓰이는 희토류 등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남측에는 ‘횡재’(windfall)가 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북한에 매장된 지하자원의 가치는 남측의 20배인 약 10조 달러로 추산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북한 경제규모가 한국의 약 4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박근혜 대통령도 북한과의 통일은 ‘대박’(bonanza)이라고 호소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일제강점기인 1910~1945년 동안 한국의 공업 중심지는 북한이었으며, 북한의 철도 노선도 남한보다 훨씬 길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분단 후 70년이 지난 현재 북한의 철도는 낡았고, 포장도로가 전체에 3%에 불과하는 등 끔찍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제 강점기 당시 평양은 개신교 신앙의 중심지로서 김일성의 부모도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고 소개했다. 현재 북한에는 4개의 교회(개신교 2개, 가톨릭 1개, 러시아 정교회 1개)만 전시용으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통일이 되면 “또 다른 전시용 건물인 높이 314m의 평양 류경호텔이 한국의 새로운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수년 내에 남한에 높이 500m가 넘는 고층타워 두 개가 완공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높이 314m의 평양 류경호텔이 인천 송도 ‘동북아무역센터’(305m)를 제치고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기 때문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사회당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맞서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면서 정쟁이 격화되고 있다. 친(親)기업적인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시위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앞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사진)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추진한 노동개혁이 의회 반대에 부닥치자 10일 헌법상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의회 표결 없이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소속된 야당인 우파 공화당은 12일 “올랑드 대통령의 끔찍했던 5년 임기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표결은 이날 오후(한국 시간 13일 새벽)에 진행된다. 내각 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전체 의원 575명 중 과반인 288명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의회 다수당인 집권 사회당과 녹색당에서 대량의 반대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 불신임안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사회당 정부가 노동 시간을 늘리고 해고를 쉽게 하는 방향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프랑스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2013년부터 실업률이 계속 10% 이상 고공행진하고 있으며 청년실업률은 24%로 4명 중 1명꼴로 일자리가 없다. 하지만 해고는 어려워 현재 프랑스 신규 고용의 무려 80%가 3개월 이하 임시 계약직으로 채워진다. 이 때문에 올랑드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가 테러보다 프랑스 미래에 더 위협적”이라고 말해 왔다. 노동개혁 없이는 고(高)실업 저(低)성장으로 대표되는 ‘프랑스 병(病)’을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동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는 올랑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개정안은 사회당의 상징이었던 ‘주 35시간 노동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법정 근로시간은 여전히 35시간이지만 노사가 협의를 통해 주당 46시간으로 늘릴 수 있게 하고 필요할 경우 최대 60시간을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추가 근무 수당도 종전에는 25% 더 얹어줘야 했지만 앞으로는 10% 이상만 주도록 바꿨다. 까다롭던 노동자 해고 요건도 크게 완화했다. 현재는 정규직을 해고하려면 장기간 법정공방을 벌여야 하지만 앞으로는 △기업 수주 감소 △새로운 경쟁·기술 변화 직면 △영업이익 감소 등의 사유로도 해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정부가 노동법 개정안을 의회 표결 없이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여당인 사회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 5월에도 상점의 일요일 영업 제한을 완화하는 법안을 긴급명령권 발동을 통해 통과시켰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12일 “사회당이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점점 화해하기 힘든 두 편으로 갈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사회당 정부의 노동법개정안 강행 처리에 맞서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면서 정쟁이 격화되고 있다. 친(親)기업적인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시위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앞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추진한 노동개혁이 의회 반대에 부딪히자 10일 헌법상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의회 표결 없이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소속된 야당인 우파 공화당은 12일 “올랑드 대통령의 끔찍했던 5년 임기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표결은 이날 오후(한국시간 13일 새벽)에 진행된다. 내각 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전체 의원 575명 중 과반인 288명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의회 다수당인 집권 사회당과 녹색당에서 대량의 반대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 불신임안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사회당 정부가 노동 시간을 늘리고 해고를 쉽게 하는 방향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프랑스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2013년부터 실업률이 계속 10% 이상 고공행진하고 있으며 청년실업률은 24%로 4명 중 1명꼴로 일자리가 없다. 하지만 해고는 어려워 현재 프랑스 신규 고용의 무려 80%가 3개월 이하 임시 계약직으로 채워진다. 이 때문에 올랑드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가 테러보다 프랑스 미래에 더 위협적”이라고 말해왔다. 노동개혁 없이는 고(高)실업 저(低)성장으로 대표되는 ‘프랑스 병(病)’을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동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는 올랑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개정안은 사회당의 상징이었던 ‘주 35시간 노동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법정 근로시간은 여전히 35시간이지만 노사가 협의를 통해 주당 46시간으로 늘릴 수 있게 하고 필요할 경우 최대 60시간을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추가 근무수당도 종전에는 25% 더 얹어줘야 했지만 앞으로는 10% 이상만 주도록 바꿨다. 까다롭던 노동자 해고 요건도 크게 완화했다. 현재는 정규직을 해고하려면 장기간 법정공방을 벌여야 하지만 앞으로는 △기업 수주 감소 △새로운 경쟁·기술 변화 직면 △영업이익 감소 등의 사유로도 해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201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장 티롤 툴루즈대(TSE) 교수는 노동법 개정안이 발표된 3월 일간 르몽드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의 약자들에게 임시계약직이 아닌 안정된 일자리 접근 기회를 확대해주는 진일보한 개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노동법 개정안을 의회 표결 없이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여당인 사회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 5월에도 상점의 일요일 영업 제한을 완화하는 법안을 긴급명령권 발동을 통해 통과시켰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12일 “사회당이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점점 화해하기 힘든 두 편으로 갈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당의 일부 의원들은 올랑드 대통령의 내년 대선 출마를 봉쇄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한편 이날 의회 밖에서는 노동법 처리에 반발하는 수백 명의 학생과 노조 단체들이 올랑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7개 노동단체는 17일과 19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3월부터 노동법 개정을 반대하며 밤샘 시위를 벌여온 시위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노동자 권리가 19세기로 돌아갔다”고 비난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최근 자신에 대한 코미디언의 풍자시(詩)를 게재해온 독일 최대 미디어 그룹의 대표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일 변호사 랄프 회커는 9일 기자회견을 열어 “독일 악셀 스프링거 그룹의 마티아스 되프너 회장이 에르도안이 수간(獸姦)을 했다고 비방하는 풍자시를 매체에 게재하는 것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왔다”며 “쾰른 지방법원에 이를 금지하는 법원 명령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되프너 회장은 최근 독일 주간지 ‘벨트 암 존타크’에 게재한 공개서한에 “독일에는 모든 의견과 예술, 풍자의 자유를 지지하는 전통이 있다”며 “코미디언 얀 뵈머만의 풍자시는 값으로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며 이 시를 읽고 나는 크게 웃었다”고 썼다. 악셀 스프링거는 유럽 최대 미디어 그룹으로 독일 최대 발행 부수(250만 부)를 자랑하는 대중지 ‘빌트’도 여기서 발행한다. 독일 코미디언인 얀 뵈머만은 3월 말 독일 공영방송 NDR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와 비판 언론, 쿠르드족 반군 등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독재자라고 비판하며 문제의 풍자시를 낭송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3월 초 터키 최대 일간지 ‘자만’에 대해 법정관리 결정을 내리는 등 언론 탄압에 나서 ‘21세기 술탄’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터키 정부는 방송 직후 앙카라 주재 독일대사를 소환해 항의하고 독일 정부에 뵈머만을 기소하라고 요청했다. 이후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뵈머만의 외국 원수 모독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허용해 독일 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독일에서는 메르켈 총리가 유럽연합(EU)의 난민 처리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터키 정부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란의 한 공기업이 한국의 컨소시엄과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지 불과 닷새 만에 다른 이란 회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 도로도시개발부 산하 공기업인 CDTIC의 알리 누르자드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 시간) 이란 통신사 타스님뉴스에 “한국 컨소시엄과 맺은 MOU에 따르면 그들은 넉 달 안에 이 MOU가 실행될 수 있도록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이란 하탐안비아 건설과 계약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행해야 할 의무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친(親)정부 성향의 민간 통신사인 타스님뉴스는 하탐안비아 건설이 이란 체제 수호를 위해 창설된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IRGC) 소유라고 설명했다. 도로도시개발부 차관보 출신인 누르자드 CEO가 언급한 사업은 수도 테헤란과 이란 북부 마잔다란 주를 연결하는 ‘테헤란∼쇼말 고속도로’(총연장 121km) 가운데 제3공구 사업이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3일 총연장 47km인 제3공구 사업의 터널과 교량, 도로를 설계 및 시공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공사 금액은 15억 달러(약 1조7500억 원)에 달한다. 누르자드 CEO의 발언은 사업을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일 수 있지만 계약을 대체할 회사를 특정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달 초 이란 방문을 계기로 경제 분야 59건을 포함해 총 66건의 MOU를 체결하고 30개 프로젝트에서 371억 달러(약 43조 원) 규모의 성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건설은 현대로템과 이란에서 공동으로 추진했던 2건의 철도공사 수주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지 못했다고 9일 밝혔다. 해당 공사는 17억 달러(약 1조9720억 원) 규모의 차바하르∼자헤단 철도 공사와 6억 달러(약 6960억 원) 규모의 미아네∼타브리즈 철도 공사다. 이 두 사업은 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 때 MOU를 맺는 사업으로 소개된 바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발주처인 이란교통인프라공사와 MOU를 체결하기 직전에 일부 세부 내용에 대한 이견이 생겨 대통령 순방 기간 내에 MOU를 맺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이란 발주처가 공사를 추진하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조만간 재협의를 거쳐 MOU를 맺을 계획이라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조은아 기자}
기독교 전통이 강한 서구 유럽의 대도시에서 최초의 무슬림 시장이 나왔다. 5일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에서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노동당 후보 사디크 칸(45)이 득표율 57%로 잭 골드스미스 보수당 후보(41)를 제치고 런던 시장에 당선됐다. 칸 신임 시장은 7일 런던 서더크 대성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런던 시민들이 두려움 대신 희망을, 분열이 아닌 통합을 선택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서구 언론은 ‘유럽의 오바마’ ‘정치적 랜드마크’라며 칸의 당선 소식을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난민과 테러 사태 이후 인종과 종교 갈등 및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세력이 유럽 전역을 휩쓰는 상황에서 런던이 다문화와 톨레랑스(관용)의 얼굴을 보여준 역사적 선거”라고 평가했다. 이번 런던 시장 선거는 ‘흙수저’ 칸과 ‘금수저’ 골드스미스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칸 시장은 버스 기사인 아버지와 재봉사인 어머니의 8남매 중 다섯째다. 반면 골드스미스는 독일계 유대계 재벌 가문 출신으로 물려받은 유산만 12억 파운드(약 2조 원)에 이른다. 재혼한 부인도 금융 명문가인 로스차일드 가문의 후손이다. 칸 시장은 청소년 시절부터 신문배달을 하고 여름철에는 공사장에서 일했다. 북런던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다가 정계에 입문했다. 2008년 노동당 고든 브라운 총리 시절 교통부 차관에 임명되면서 주목받았다. 영국 내각에 진출한 첫 무슬림이었다. 칸 시장은 취임 연설에서 “공영주택 단지에서 자란 내가 오늘 여기 있을 수 있는 비결은 이 도시가 우리 가족과 내게 베푼 기회와 도움 덕분”이라며 “도시가 내게 준 기회를 모든 시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선거공약으로 지하철 기차 버스 요금을 4년간 동결하고 서민들도 도심 외곽이 아닌 시내에서 살 수 있도록 저렴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다. 칸의 당선을 놓고 유럽에서는 ‘이슬람의 유럽 점령’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BBC에 따르면 런던시민 8명 중 1명은 무슬림이고 백인은 45%밖에 안 된다. 골드스미스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칸과 이슬람 극단주의를 연결하려는 전술을 썼다. 칸 시장은 8일 일간 옵서버 기고문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이 지역공동체를 분열시키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의 전술에 나올 법한 술수를 썼다”고 맹비난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도 이날 칸의 당선에 대해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공포증)’에 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는 트위터에 “파키스탄 버스 기사의 아들이자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의 수호자가 런던 시장이 됐다”며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 안 이달고 파리 시장 등 세계의 유력 정치인들도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는 트위터에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칸 시장은 미국 방문을 금지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 사무실에서 몇 주 동안 창밖으로 크레인이 해체되는 모습을 지켜봤죠.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더 이상 ‘과거의 화려했던 유산’에만 매달려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곧 깨달았습니다.” 이달 2일(현지 시간) 스웨덴 말뫼 중앙역 앞 옛 코쿰스 조선소 부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말뫼 상공회의소. 이곳에서 만난 스테판 뮈클레르 말뫼 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은 사무실 유리창 밖을 가리키며 “저곳이 ‘말뫼의 눈물’이 서 있던 곳”이라고 말했다. 뮈클레르 회장은 “스웨덴은 1938년 기업과 노동자 간 ‘살트셰바덴 협약’ 이후 위기가 닥칠 때마다 노사 간 토론으로 해결책을 찾는 전통을 지켜왔다”며 “위기에 닥친 업종의 구조조정은 기업인과 노조가 직접 나서야지 정치인에게 맡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인은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정부 보조금으로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공장을 살리려는 ‘단기 처방’에만 매달리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조선업은 이제 대형 벌크선 제작은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노동집약적 산업은 생산비가 조금 더 싼 곳으로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는 “조선업의 중심은 유럽에서 일본, 한국으로 이동했다가 지금은 중국인데 다음에는 인도나 베트남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대신 한국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 건조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뮈클레르 회장은 “한국은 여전히 최신 기술을 갖춘 조선 강국”이라며 “구조조정에선 단순한 인원 감축보다는 새로운 비전을 마련하는 일이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의 공장인 아시아는 여전히 조선과 해운업의 최대 시장입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새로운 북극항로 개발도 조선업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죠. 북극해와 같은 극지를 오가는 차세대 선박을 개발하는 것은 한국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말뫼=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02년 세계 최대의 조선소 크레인을 울산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아야 했던 스웨덴 남부 항구도시 말뫼. 한국 조선업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했던 스웨덴 조선업의 구조조정에 얽힌 사연을 현장 취재했다. 말뫼는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청정에너지와 바이오, 정보기술(IT) 등 지식기반 산업도시로 재탄생했다. 이 도시가 어떻게 ‘말뫼의 눈물’이라는 아픔을 딛고 ‘내일의 에코시티’로 재탄생하게 됐는지 그 비결을 말뫼 현장에서 알아봤다. 》 조선소 자리가 바이오 메카로… “미련 버렸더니 살길 보여” “정말 슬픈 날이었습니다. 바다 건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도 보였던 조선소 크레인이 한국으로 팔려 간 날이었죠. 내가 일했고 내 아들과 손자까지 일할 곳이라고 믿었는데…. ‘말뫼의 영혼’이 팔려 간 듯했습니다.”(헨리크 맛손 씨·67) 이달 2일(현지 시간) 스웨덴 남부 항구도시 말뫼에서 만난 시민들은 아직도 2002년 9월 25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수십 년간 말뫼의 랜드마크였던 138m 높이의 코쿰스 조선소 크레인이 한국의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약 1160원)에 팔린 날이었다. 언론에서 ‘말뫼의 눈물’로 불린 이 크레인은 이후 울산에서 붉은색 페인트칠로 다시 태어나 한국의 조선업을 세계 1위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로부터 14년 후. 한국 조선업이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 밀려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말뫼를 찾았다. 코펜하겐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바다 위에 놓인 외레순 대교를 건너 불과 30분 만에 도착한 말뫼는 대형 조선소가 있었던 도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쾌적하고 밝은 분위기를 풍겼다. 크레인이 놓여 있던 선박 건조장은 호화 요트가 정박해 있는 마리나로 변했다. 옛 조선소 터에는 의학, 바이오, 정보기술(IT) 분야 첨단기술 기업들의 유럽 본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말뫼는 1986년 코쿰스 조선소가 문을 닫은 후 실업률이 22%까지 치솟았다. 1990∼95년 조선소에서 해고당한 실업자는 모두 2만8000여 명. 거리는 실업자로 넘쳐났고 범죄가 들끓었다. 스테판 뮈클레르 말뫼 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자와 만나 “당시 크레인을 팔지 말고 역사박물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1994년부터 2013년까지 19년 동안 말뫼 시장을 지냈던 일마르 레팔루 전 시장(72)은 단호했다. 레팔루 전 시장은 “가슴 아팠지만 내가 직접 매각을 결정했다”며 “쓰지 않는 크레인을 보존하는 비용만 연 500만 크로나(약 7억1700만 원)가 들어가는 데다 ‘뉴 말뫼’에 적합한 심벌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크레인’에서 ‘터닝 토르소’로 바뀐 랜드마크 말뫼 시는 1986년 조선소가 문을 닫은 후 ‘사브-스카니아’사의 상용자동차 조립 공장을 유치했지만 이 회사도 미국 GM에 팔리면서 1990년에 문을 닫아야 했다. 이후 말뫼 시민들은 기업인, 노조, 주지사, 시장, 대학교수 등이 참여한 위원회를 만들어 ‘10∼20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도시의 장기적인 산업은 무엇일까’를 놓고 ‘끝장 토론’을 벌였다. 결론은 20세기형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손떼고 신재생에너지, IT, 바이오 같은 첨단산업을 신(新)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레팔루 전 시장은 중앙정부에서 2억5000만 크로나(약 359억 원)를 지원받아 2002년 조선소 터를 매입해 100% 자체 생산한 청정 에너지로 운영되는 친환경 뉴타운을 개발했다. 2005년에는 건물 몸통이 꽈배기처럼 90도 비틀리는 54층(190m) 높이의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가 말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들어섰다. 2000년엔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과 바다를 건너 연결된 길이 7.8km의 외레순 대교가 개통됐다. 이 다리 덕분에 말뫼는 코펜하겐과 광역 지하철 생활권이 됐다. 다리가 놓이자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말뫼에 거주하면서 코펜하겐으로 출퇴근하려는 덴마크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조선소가 문을 닫고 23만 명까지 줄었던 말뫼의 인구는 현재 34만여 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말뫼와 코펜하겐 중심으로 형성된 식품산업단지인 ‘외레순 클러스터’는 양국 국내총생산(GDP)의 11%가 나오는 젖줄로 발전했다. 세계적인 바이오·제약 산업 클러스터인 ‘메디콘 밸리’도 이곳에 자리 잡았다. 식품과 바이오산업이 발달한 코펜하겐과 이어지는 외레순 대교가 개통되고 말뫼 안팎에 국제적인 수준의 연구력을 갖춘 대학들이 문을 열면서 말뫼에서도 식품과 바이오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코쿰스 조선소 본사가 있던 빨간 벽돌 건물은 500여 개의 IT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해 있는 ‘미디어 에볼루션 시티’로 변신했다. 조선소 터에는 말뫼 대학과 세계해사대학(WMU)이 들어섰다.○ 스웨덴, 기업에 정부 보조 철폐 “말뫼가 1974년 세계 최대 크레인을 도입한 후 12년 만에 조선소가 문을 닫았습니다. 조선업의 떠오르는 강자였던 한국도 2002년 ‘말뫼의 눈물’을 매입해 간 뒤 14년 만에 조선업이 위기에 봉착한 것은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스웨덴 기업혁신부의 라르스 에리크 프레드릭손 공공기업 투자디렉터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스웨덴의 조선업 위기가 ‘닮은꼴’이라고 분석했다. 코쿰스 조선소가 문을 닫기까지 스웨덴 정부가 10여 년에 걸쳐 340억 크로나(약 4조8773억 원)라는 엄청난 자금을 지원했으나 결국 조선업을 살리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는 “위기에 빠진 기업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생명을 잠깐 연장시키는 것일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당시 교훈을 계기로 스웨덴 정부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에 절대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말뫼=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기독교 전통이 강한 서구 유럽의 대도시에서 최초의 무슬림 출신 시장이 나왔다. 5일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에서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노동당 후보 사디크 칸(45)이 득표율 57%로 잭 골드스미스(41) 보수당 후보를 제치고 런던시장에 당선됐다. 칸 신임 시장은 7일 런던 서더크 대성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런던 시민들이 두려움 대신 희망을, 분열이 아닌 통합을 선택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서구 언론은 ‘유럽의 오바마’ ‘정치적 랜드 마크’라며 칸의 당선 소식을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난민과 테러 사태 이후 인종과 종교 갈등 및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세력이 유럽 전역을 휩쓰는 상황에서 런던이 다문화와 톨레랑스(관용)의 얼굴을 보여준 역사적 선거”라고 평가했다. 이번 런던시장 선거는 ‘흙수저’ 칸과 ‘금수저’ 골드스미스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칸 시장은 버스기사인 아버지와 재봉사인 어머니의 8남매 중 다섯째다. 반면 골드스미스는 독일계 유대계 재벌 가문 출신으로 물려받은 유산만 12억 파운드(약 2조원)에 이른다. 재혼한 부인도 금융 명문가인 로스차일드 가문의 후손이다. 칸 시장은 청소년 시절부터 신문 배달을 하고 여름철에는 공사장에서 일했다. 북런던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다가 정계에 입문했다. 2008년 노동당 고든 브라운 총리 시절 교통부 차관에 임명되면서 주목받았다. 영국 내각에 진출한 첫 무슬림이었다. 칸 시장은 취임 연설에서 “공영주택 단지에서 자란 내가 오늘 여기 있을 수 있는 비결은 이 도시가 우리 가족과 내게 베푼 기회와 도움 덕분”이라며 “도시가 내게 준 기회를 모든 시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선거공약으로 지하철 기차 버스요금을 4년간 동결하고 서민들도 도심 외곽이 아닌 시내에서 살 수 있도록 저렴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다. 칸의 당선을 놓고 유럽에서는 ‘이슬람의 유럽 점령’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BBC에 따르면 런던시민 8명 중 1명은 무슬림이고 백인은 45%밖에 안 된다. 골드스미스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칸과 이슬람 극단주의를 연결하려는 전술을 썼다. 칸 시장은 8일 일간 옵서버 기고문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이 지역공동체를 분열시키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의 전술에 나올 법한 술수를 썼다”고 맹비난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도 이날 칸의 당선에 대해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공포증)에 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 안 이달고 파리시장 등 세계의 유력 정치인들은 잇달아 당선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영국 노동당 소속의 이민자 가정 출신 정치인인 데이비드 라미 의원은 “영국에서 흑인이나 아시아계 총리가 탄생한다면 그건 칸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를 빌트 전 스웨덴 총리는 트위터에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칸 시장은 미국 방문을 금지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서 거액의 뒷돈을 받고 실험 결과를 조작해 ‘연구 윤리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는 서울대 수의학과 조모 교수(57)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국립독성과학원장 등을 지내 독성학 관련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던 조 교수는 검찰이 올해 1월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이후 구속영장이 청구된 첫 피의자가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6일 옥시 측에 유리한 허위 실험 결과서를 검찰에 제출하고 뒷돈을 받은 혐의(증거위조, 수뢰 후 부정처사)로 조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4일 조 교수의 대학 연구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그를 긴급 체포해 조사해 왔다. 조 교수는 옥시 측의 주문대로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연구보고서를 작성하고 뒷돈을 받은 혐의다. 조 교수는 옥시가 제조한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독성 실험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옥시가 조 교수 측에 연구용역비로 지급한 2억5000만 원 중 일부 자금의 용처를 인건비와 기자재 명목으로 적고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포착했다. 조 교수는 개인 계좌로 1000여만 원을 별도 자문료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 교수의 구속 여부는 7일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검찰은 앞서 소환한 신현우 전 옥시 대표이사(68)도 다음 주 초 재소환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덕종 씨와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6일(현지 시간) 옥시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를 찾아 라케시 카푸어 최고경영자(CEO)와 면담했다. 면담에는 카푸어 CEO와 현지 대외협력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면담 후 최 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카푸어 CEO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깊은 유감’(profoundly regret)이라고 말했다”며 “결국 영국 본사 CEO가 한국에 직접 와서 피해자들 앞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는 우리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판에 글을 올려 “어떤 분들은 세계적 회사의 CEO와의 만남 자체가 성과라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며 “옥시가 두려워하는 것은 화난 소비자와 국민의 불매운동”이라고 밝혔다. 이어 “옥시의 태도는 한국에서 시작한 불매운동이 전 세계로 번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제스처일 뿐이다. 국경을 넘어 세계로 옥시 불매운동이 확산되도록 하는 게 그들을 피해자 앞에 세우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 등은 형사사건 전문 영국 변호사와 만나 레킷벤키저 이사진을 영국 검찰에 고발하는 사안에 대해 협의한다. 앞서 카푸어 CEO는 5일 주주총회장에서 주주들에게 “대단히 유감스럽고, 개인적으로 매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영국 BBC방송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현지 언론들이 6일 일제히 보도했다. 카푸어 CEO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레킷벤키저가 안전수칙을 변경했다”며 “피해자에 대해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주주총회장 밖에서는 살균제 피해자 가족인 김 씨 등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현지 언론들은 카푸어 CEO의 사과와 함께 한국에서 온 피해자의 시위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BBC는 “레킷벤키저의 CEO가 치명적인 살균제에 대해 한국에 사과하다”라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를 게재했다. FT는 “이번 주 한국에서 항의 시위가 일어나고 불매운동이 벌어진 이후 옥시 CEO의 첫 공식적인 발언”이라며 서울의 시위 참가자들이 레킷벤키저 제품을 짓밟는 사진도 함께 실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파리=전승훈 특파원}
옥시의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RB)의 최고경영자(CEO)가 주주총회장에서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라케시 카푸어 레킷벤키저 CEO는 5일(현지 시간) 주주총회장에서 주주들에게 “대단히 유감스럽고, 개인적으로 매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영국 BBC 방송과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현지 언론들이 6일 일제히 보도했다. 카푸어 CEO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레킷벤키저가 안전수칙을 변경했다”며 “피해자에 대해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주주총회장 밖에서는 살균제 피해자 가족인 김종덕 씨와 최예용 환경보건시민단체 소장 등이 직접 항의 시위를 벌였다. 카푸어는 이들에 대해 “사람들이 우리에게 이 문제가 잘 보이도록 밖에서 시위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다”고 언급했다. 현지 언론들은 카푸어 CEO의 사과와 함께 한국에서 날아온 피해자 등의 시위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BBC는 “레킷벤키저 최고경영자(CEO)가 치명적인 살균제에 대해 한국에 사과하다”라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를 게재했다. FT는 “이번 주 한국에서 항의시위가 일어나고 불매운동이 일어난 이후 옥시 CEO의 첫 공식적인 발언”이라고 의미를 전하면서 한국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사에는 지난달 말 서울에서 있었던 시위 참가자들이 레킷벤키저 제품을 짓밟는 사진도 함께 실렸다. 텔레그래프 역시 카푸어 CEO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에 대해 “개인적인 사과(a personal apology)를 발표했다”며 케킷벤키저의 주요 신흥시장인 한국에서 반발이 커지면서 롯데마트가 옥시 제품을 진열대에서 치웠다고 전했다. 진보 성향 매체 가디언은 카푸어 CEO가 고액 보수 문제로 주총에서 비판받은 사실도 덧붙였다. 주총 시즌을 맞이한 영국 기업들이 임원진 보수 문제로 주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면서 카푸어 CEO의 사례를 거론한 것이다. 가디언은 “레킷벤키저가 한국에서 100명 정도의 목숨을 앗아간 살균제 스캔들에도 빠져 있다”며 “카푸어 CEO는 회사가 실수를 했다고 재차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고 전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현대 무용가 안은미와 한국 문학 번역가 부부인 노미숙 씨와 알랭 제느티오 교수 그리고 파리 시립 영화기관 ‘포롬 데지마주’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교관클럽에서 ‘2015 한불문화상’을 받았다. 올해 16회를 맞은 한불문화상은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예술을 알리고 양국의 문화 교류에 크게 이바지한 개인이나 단체에 주는 상이다. 안무가이자 현대무용가인 안은미는 2013년 프랑스에 처음 소개된 뒤 3년 동안 해마다 프랑스 전국 순회공연을 하면서 한국의 현대무용을 알려왔다. 지난해 ‘파리 가을축제’에 초청된 그녀는 파리에서 10회 공연으로 1만1000명의 관객을 모으기도 했다. 콜레주드프랑스 한국학연구소 한국학 도서전담자 노 씨와 로렌대 교수인 제느티오 번역가 부부는 1999년부터 고은, 이성복 등 한국 대표 시인의 작품을 번역 소개해온 점을 인정받아 수상했다. 포롬 데지마주는 2015년 한-프랑스 상호 교류의 해 기념사업으로 한국 영화 축제를 열어 한국 영화 80여 편을 프랑스에 소개함으로써 한국 영화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줬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에 이스라엘이 개발한 ‘지붕 위의 노크(Knock on the roof)’ 전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CNN이 26일 보도했다. ‘지붕 위의 노크’는 공습 목표물의 바로 위쪽에서 미사일을 공중 폭발시킨 뒤 이에 놀라 사람들이 대피하면 본격적으로 공습을 단행하는 것이다. 곧바로 타격하지 않는 것은 민간인 살상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상대로 한 공습에서 이 전술을 사용해 왔다. 미군이 ‘지붕 위의 노크’ 전술을 사용 중인 사실은 26일 미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드러났다. IS 격퇴전을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의 부사령관인 미 공군 피터 거스틴 소장은 공습 작전 성과를 보고하면서 이 전술 덕분에 민간인 살상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군이 이달 5일 이라크 모술에서 벌인 IS 재정총책 은신처 공습 작전이다. 당시 미군은 감시 자산을 총동원해 총책이 해당 건물을 드나들고 그 안에 현금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여성들과 아이들이 가끔 머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미군은 건물 지붕 위 상공에서 헬 파이어 미사일을 공중 폭발시켰다. 커다란 폭발음에 놀란 민간인들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자 미군은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건물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미군은 이 건물에 현금 1억5000만 달러(약 1725억 원)가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거스틴 소장은 “이스라엘군에게 배운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 ‘지붕 위의 노크’ 전술을 다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거스틴 소장은 국제연합군이 지난 1년간 IS 재정 거점 공습작전을 20회 실시해 8억 달러(약 9200억 원)어치의 현금을 없앴다고 밝혔다. 이는 미 재무부가 파악하고 있는 IS의 지난해 예산 20억 달러의 40%에 해당한다. 그동안 IS는 서방국 출신의 대원들에게 평균 600∼800달러, 시리아와 이라크 출신 대원에게 400달러씩 월급을 지불해 왔으나 서방의 자금원 차단 작전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월급을 절반으로 줄였다. 돈줄이 마르면서 IS에 가담하는 외국인 수도 최근 1년 사이 최대 90%나 감소했다고 거스틴 소장은 밝혔다. 1년 전만 해도 IS에 합류하는 외국인 대원이 최대 월 2000명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10분의 1 수준인 200명 이하로 줄었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IS 대원이 전성기의 3만1500명에서 현재 2만5000명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IS 인원 규모를 파악하기 시작한 2014년 이래 가장 작은 규모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