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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이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가진 일본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내년 1월 1일 한국에 돌아가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인들과, 한국 사회 지도자들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반 총장의 임기는 12월 31일 끝난다. 임기가 끝난 바로 다음 날 귀국 의사를 밝힌 것은 대권 도전 의사를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 총장은 또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국민의 분노와 불만을 보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명예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한국은 지금까지 많은 위기에 직면해 왔다”며 “국민은 그 회복력과 민주적 성숙, 연대, 현명함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이 서둘러 귀국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리며 대선 구도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반 총장은 또 그동안 추진해왔던 북한 방문에 대해 “현실적이지 않다”며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반 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출동경호’ 임무를 부여받은 일본 자위대의 남수단 평화유지활동(PKO)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반 총장은 일본 특파원들에게 남수단 PKO에 참가한 일본 자위대와 관련해 “보다 큰 공헌을 하려는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이 자위대에 부여한 출동경호 임무는 해외파병 자위대의 무기 사용 가능성을 넓히는 조치로, 일본의 군국주의 행보의 첫걸음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어 부적절한 언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 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표명한 것에 대해선 “유엔과 협조하면서 국제적인 지도력을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잘 나가는 듯 보였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외교 행보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많은 공을 들여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잇달아 아베 총리에게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17일 뉴욕에서 해외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와 90분 동안 만났다. 아베 총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회담이 끝난 뒤 "트럼프는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트럼프는 나흘 뒤인 21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취임 후 TPP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이 이탈하면 TPP는 좌초하게 되고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발 빠른 정상외교에 점수를 줬던 일본 야당들은 "트럼프는 왜 만난 거냐"며 비아냥거렸다. 제1야당인 민진당의 오오구시 히로시(大串博志) 정조회장은 22일 "아베 총리의 외교상의 실책"이라며 "이렇게 된 상황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비판했다. 20일 페루 리마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장에서 가진 러일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겐 복병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베 총리는 다음 달 예정된 푸틴 대통령의 방일 때 대대적인 경제협력을 약속해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 중인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협상에 속도를 낼 참이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돌연 러시아가 실효지배하는 쿠릴 4개섬에서 양국간 '공동경제활동'을 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하루 뒤에는 "쿠릴 4개섬은 러시아 주권이 있는 영토"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협상 가능성을 시사해 왔던 태도에서 180도 태도를 바꾼 것이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섬 반환 문제에 대해 "종전 후 70년이 되도록 해결하지 못한 만큼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고 말해 협상이 순조롭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태도 선회 이유로 트럼프 당선을 꼽았다. 트럼프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뜻을 밝히면서 푸틴 대통령으로선 굳이 일본과 협상하지 않더라도 국제적인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22일 오전 5시 59분쯤 일본 후쿠시마(福島) 현 앞바다 동북쪽 60km 지점, 깊이 25km 진원에서 리히터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해 지진해일(쓰나미) 경보가 내려졌다. 인근 지역은 물론 도쿄(東京)에서도 수초간 강한 흔들림이 관측됐다. 이날 오후 11시 현재 지진 관련 지역에서 부상자 17명이 발생했다고 요미우리신문 온라인판이 보도했다. 해당 지역 주민 수천 명이 피난했으며 간토(關東) 지방에서만 학교 260여 곳이 임시 휴교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사망자 1만5873명) 당시 큰 피해를 본 후쿠시마 제2원전 3호기가 일시 정지했다가 재가동됐고, 도호쿠(東北) 신칸센과 항공편도 일시적으로 발이 묶였다. 이날 한반도도 한때 긴장했으나 영향은 없었다. 기상청은 “일본 동쪽에서 발생한 지진은 한반도와 거리가 멀어 지진해일이나 진동과 같은 직접적인 피해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지진파가 관측됐으나 진동은 리히터 규모로 환산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시민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앞서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국내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라는 분석들이 나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일본 지진이 한반도 지질 구조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글들이 온라인에서 퍼져 나갔다. 이에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일반적으로 지진이 지질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광범위한 만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이번 지진은 규모가 6.9∼7.4 정도로 분석되는데 이는 동일본 대지진과 비교하면 에너지가 1000분의 1가량으로 적어 영향을 준다고 해도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지진이 발생한 단층의 길이는 남북 400km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했는데, 이번 지진의 발생 지점이 정확히 그 단층 위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후쿠시마 지진 역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이어진 지진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 연구원은 “동일본 대지진은 지각이 수축하며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압축된 응력(땅에 작용하는 힘)이 팽창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응력이 쌓일 가능성이 낮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임현석 기자 / 대전=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20일(현지 시간)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고 자유무역주의를 지키겠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파기,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한 사실상의 ‘반(反)트럼프 선언’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상들은 페루 리마에서 ‘질적 성장과 인간개발’을 주제로 열린 제24차 정상회의 폐막 공동선언문에서 “세계화와 이와 관련된 통합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증가하고 보호무역주의 대두라는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자국 통화가치) 평가절하 경쟁을 자제하고 경쟁적 목적으로 환율을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을 약화시키고 국제 경제의 진전과 회복을 늦추는 보호무역과 무역의 왜곡적인 조치를 제거하겠다는 약속을 재천명한다”고 강조했다. APEC 정상들은 다자무역 체제 발전과 관련해 중국이 수년간 공들여온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 이슈에 대한 공동 연구와 요약보고서를 승인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폐기 위기에 처한 미국 주도의 TPP 대신 중국 중심의 FTAAP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APEC 기간 내내 “미국이 TPP에서 빠지면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끌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대회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상반된 태도가 화제가 됐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유럽 등에서의 세력 확장을 기대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내내 뻣뻣했고 트럼프가 환율 조작국 지정 카드로 압박하고 있는 시 주석은 부드러운 자세로 남중국해 인근 국가들을 대했다. 푸틴 대통령은 20일 오바마 대통령과 시리아 내전 및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면서 “수년간 계속된 공동의 노력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는 태도를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는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해서도 “러시아 주권이 있는 영토”라고 일축했다. 반면 보호무역 정책을 선언한 트럼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시 주석은 국제무대에서 필리핀과 베트남 등 제3국을 상대로 유화 공세를 펼치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시 주석은 이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만나 필리핀 어민들의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인근 해역 조업을 약속하며 “남중국해가 협력의 상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2012년 중국이 실효 점유에 들어간 스카버러 암초에 대해 필리핀은 전통적으로 계속해 왔던 이곳에서의 조업을 보장받는 대신 사실상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카이로=조동주 /도쿄=서영아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후 해외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17일 미국 뉴욕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회담을 갖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東京) 하네다(羽田) 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취재진에게 "다른 나라 정상들보다 먼저 (트럼프 당선인과) 회담할 수 있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은 트럼프 당선인이 시간을 내기 쉽지 않아 점심식사를 겸한 회담이 될 것 같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타워에서 이뤄지는 회담에는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치권은 '개인적인 신뢰관계 구축'을 회담 목표로 삼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미국으로 출발하며 "일미동맹은 상호 신뢰가 있어야 피가 통한다. 트럼프 당선인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트럼프 당선인과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극히 좋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와의 신뢰 구축에 자신감을 보이는 데는 자신의 노력으로 트럼프와의 관계가 진척됐다는 점이 작용한 듯하다. 슈칸분슌(週刊文春) 최근호는 아베 총리가 9월 뉴욕을 방문했을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뿐만 아니라 트럼프캠프 고문인 윌버 로스 저팬소사이어티 회장과 극비 회동을 했다. 당시 회동은 아베 총리가 개인 인맥으로 뚫어 성사된 것이라고 한다. 당시 로스 회장은 "오늘 자리에 못 나가 미안하다"는 트럼프의 메시지를 들고 나왔다. 이 때까지만 해도 클린턴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어서 이 회동에 대해 함구령이 내려졌다고 잡지는 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0일 오전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트럼프와 통화한 뒤 주변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최초의 전화 회담 때)보다 붙임성이 좋았다. 마음이 잘 맞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남중국해는 문제는 심각하지만 (그곳은 미국에서) 너무 멀고 분위기가 너무 적대적이며 무엇보다 중국이 이미 (인공 섬) 건설을 해 버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공화당 내 경선에 출마하기 전인 지난해 3월 경선 후보 자격으로 한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간 첨예한 이슈였던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행정부가 항행의 자유를 외치며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미국이 이 문제에서 발을 빼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빠져나오면 일본이나 다른 국가가 이것에 대해 다루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우크라이나와 한반도를 예로 들면서 미국이 해외 분쟁 비용을 과도하게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질문자가 “미국이 물러나 중국이나 러시아가 주변국을 위협하면 어찌할 것이냐”라고 묻자 “그들이 스스로 지킬 것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중국과의 싸움에서 이겨 왔다. 왜 미국이 방어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트럼프의 당시 이 발언은 재차 주목받고 있다. 국제 질서에 대한 트럼프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다음 날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미국 선거에서 승자는 중국’이라는 기획기사에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추진해 온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패배한 것은 중국의 ‘지정학적인 승리’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 직후 일약 ‘핵심(核心)’ 칭호를 얻으며 1인 지배 체제를 강화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트럼프 당선인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과 미국 관계에서 협력만이 유일하게 옳은 선택이란 점은 여러 사실들이 증명해 준다”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미국이 발을 뺀 아시아 공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기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오바마 정권의 유산이기도 한 미일 동맹의 중요성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필요성을 설득할 방침이지만 일본 내에서는 “이 기회에 자주국방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미국을 제외한 TPP를 일본 주도로 실현하자”라는 ‘자력갱생론’도 쏟아지고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8월 미국이 2025년까지 중국과 전쟁을 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면서 그 촉발 요인으로 △센카쿠 열도에서의 중일 충돌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타국 위압 △북한이 급변 사태를 맞았을 때 △중국의 대만 공격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해공(海空) 충돌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트럼프는 지난해 3월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현재의 미일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유사시 미국만 일본을 돕도록 돼 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일 간 우발적인 충돌이 미국의 전면 개입을 부르는 상황이 될 때 트럼프가 정말 일본을 방위하기 위해 피를 흘릴지 의심이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 이후 공약에 대해 선별적으로 말을 바꾸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아직까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는 대선 전에 중국을 방어하기 위한 군사력은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나타난 초기 인식이 정책으로 현실화돼 대중국 방위의 임무를 일본에 맡기고 후퇴할 조짐을 보인다면 그 힘의 공백을 틈타 중국과 일본이 지역 패권을 놓고 갈등을 일으킬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미국 대선을 전후해 중국과 일본은 동중국해에서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단행했다. 13일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중국 동해함대는 최근 육군 및 공군과 함께 동중국해에서 입체적인 연합 상륙작전 훈련을 벌였다. 훈련에는 2만 t급 상륙함 이멍산(沂蒙山)함도 처음으로 참가해 육해공 3군의 지휘부 역할을 했다. 미사일까지 동원한 훈련은 실전을 방불케 했으며 중국군은 1박 2일의 공방 끝에 상륙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은 방어 훈련에 나섰다. 일본 자위대와 해상보안청, 경찰은 11일 가고시마(鹿兒島) 현 아마미(奄美) 군도에 있는 무인도 에니야바나레(江仁屋離) 섬에서 무장 어민 상륙 저지 작전을 비공개로 펼쳤다. 무기를 소지한 어민들이 섬을 불법 점거한 상황을 가정해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헬기와 해양순시선 등을 투입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팽창을 방조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트럼프가 아시아에서 섣불리 발을 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TPP에 이어 한미일 군사동맹에도 비즈니스 시각으로 접근해 문제를 풀려고 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역학구도가 어떻게 급변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미국의 파워 공백을 틈타 중국과 일본이 힘의 경쟁에 나설 경우 군사 강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은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액션플랜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어떤 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유세 과정에서 제기한 주일미군의 주둔경비 증액 주장에 대해 난색을 보였다. 14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참의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주일미군은 일본만 방어하는 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고 있고 이는 미국의 여러 권익을 지키는 것과도 연결된다”며 “(방위비는) 미일 간에 적절히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일미군이 수행하는 역할로 미국과 일본 모두 이익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현재 일본의 주일미군 주둔비 분담 수준이 적정하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아베 총리는 또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과 관련해 이날 “비핵 3원칙은 우리나라의 국시(國是)로 앞으로도 견지해 나갈 것”이라며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미국이 일본을 방위할 재정적 여유는 없다”며 일본이 주일미군 주둔비 부담액을 늘리지 않으면 주일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어, 예상외로 경합이네.”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가 한창이던 9일 오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관저를 찾은 중의원 의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판세가 도널드 트럼프로 기울자 그는 외교담당 보좌관에게 바로 미국 출장을 지시하고 트럼프 진영에 트럼프와의 통화를 신청했다. 아베는 대선전이 한창이던 9월에만 해도 뉴욕에서 힐러리 클린턴만 따로 만나는 등 노골적으로 클린턴 당선을 전제로 움직였다. 트럼프 당선인과의 발 빠른 통화는 물론이고 아베 총리의 즉석 제안으로 17일 뉴욕 회담이 확정되자 외무성에서는 “아베 총리와 트럼프 간에 주파수가 잘 맞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 주간지는 “트럼프 당선이 일본에는 기회”라며 “아베-트럼프는 1980년대 ‘론-야스’처럼 좋은 사이가 될 수 있다”는 성급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1980년대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일본 총리는 미일관계에 ‘밀월’이란 표현이 붙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의 분열상에 지구촌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이변에 대처하는 일본 사회의 일치단결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일본 사회 대부분이 클린턴 당선을 예상했던 터라 충격파는 더욱 컸다. 하지만 일본의 강점은 일말의 가능성에 대한 대처를 반드시 해둔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외무성이 만약에 대비해 트럼프 진영과의 네트워크를 갖춰놓은 덕에 아베-트럼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 학자와 언론까지 일본의 국익을 위해 똘똘 뭉친다. 학계와 재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일경제연구회 2016’이 11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에게 향후 미일 간 경제 협력의 포인트를 담은 제언을 전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연구회는 미국에서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대비해 9월 외무성 산하에 설립됐지만 오랜 논의를 거친 듯 대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양국 간 경제협력 방향을 제시했다. 일본의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미국의 새 정권에 줄 제언을 준비하고 있다. 안전보장의 축을 아시아로 옮기는 리밸런싱(rebalancing·재균형) 정책을 이어갈 것을 촉구하고 미일동맹 역할이나 연대의 방식, 대(對)중국 정책을 구체적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제2의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라고도 불리는 이 제언은 미일 간 정재계 요인들의 연례 국제회의인 ‘후지산회의’ 멤버들이 맡았다. 6월 초 도쿄에서 열린 후지산회의에는 미국에서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 80여 명이 왔다. 일본 측에서는 기업과 싱크탱크 관계자는 물론이고 전직 외상과 방위상이 거의 모두 참석했다. 아베 총리도 리셉션에 나왔다. 미 대선을 앞두고 향후 미일 관계를 위해 미리 각계각층이 지혜를 모아온 것이다. 선거 다음 날인 10일 산케이신문은 1면에 “이 기회에 자주국방을 해야 한다. 평화헌법 같은 것을 논할 목가(牧歌)적인 시대는 갔다”고 주장하는 편집국장 칼럼을 실었다. 며칠 뒤에는 아사히신문에 “일본도 자체 나침반을 가져야 한다”는 인터뷰가 실렸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선 미국 없이 일본이 주도하면 된다는 주장도 나오는 판국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만에 하나 동아시아에서 발을 뺌으로써 힘의 공백이 생긴다면 일본은 동북아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설 것이다. 중국 또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 게 분명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은 숨 가쁘게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한국에선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답답할 따름이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은 끝까지 집착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7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뉴욕 회담에서 TPP의 중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라고 13일 요미우리신문 등이 보도했다. 동북아 통상 질서에서 미국이 빠지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중국에 경제 주도권을 고스란히 넘길 수 없다는 아베 총리의 다급함이 깔려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의회 비준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지만 아베 총리는 이를 번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TPP가 아시아태평양의 번영에 필요하고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적극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산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켜 아베노믹스를 더 밀어붙이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해온 중국에 통상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선 TPP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일본 중의원은 10일 TPP 승인안을 연립 여당에 의해 강행 처리해 참의원으로 넘겼다. 야당은 “TPP 심의를 진행할 전제 조건이 사라졌다”며 정부를 비판하지만 총리관저에선 “일본이 승인해두지 않으면 미국의 이탈이나 재논의를 용인한다는 잘못된 메시지가 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일각에서는 현재 ‘참가국 국내총생산(GDP)의 85%를 점하는 6개국 이상의 비준’으로 돼 있는 TPP 발효 조건을 고쳐 일본이 중심이 돼 미국 없이도 TPP를 회생시키자는 주장도 나온다. 멕시코 페루 등 다른 참가국 사이에서도 미국을 제외하고 TPP를 조기에 발효시키거나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협정을 제안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한국과 일본이 14일 일본 도쿄에서 직접적인 군사정보 공유를 위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가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14일 도쿄에서 열리는 3차 실무협의에서 협정문에 가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이날 실무협의에는 1, 2차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외교부 동북아1과장과 국방부 동북아과장, 일본의 외무성 북동아과장과 방위성 조사과장 등 외교 안보 분야 과장급 인사들이 참석한다. 한일 양국은 1, 2차 실무협의를 통해 협정문 초안을 만들었으며 3차 실무협의에서 가서명이 이뤄지면 정부는 법제처 심사를 거쳐 차관회의에 상정하게 된다. 이어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통해 GSOMIA가 체결된다. 한일 양국은 당초 GSOMIA를 연내 체결할 계획이었지만 협상이 속도를 냄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 맺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GSOMIA는 양국 간 군사정보의 전달, 사용, 저장, 보호 등의 방법에 관한 협정으로 체결되면 양국 간 군사 정보를 직접 공유할 수 있어 실질적인 군사협력을 위한 기반이 만들어진다. 한일 양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6월 GSOMIA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국내에서 밀실 협상 논란이 불거져 막판에 무산됐다. 이에 따라 양국은 2014년 말 체결된 한미일 3국 정보공유 약정에 따라 미국을 매개로 간접적으로 군사 정보를 공유해 왔지만 원활한 군사협력을 위해서는 GSOMIA 체결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거사 반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9일 한일 GSOMI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공동 발의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치 아래 보호무역주의와 함께 대외적 개입을 줄이는 고립주의 성향의 외교정책 기조를 밝혀 온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글로벌 정치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리더십 변화는 자유무역과 민주주의 확산,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세계평화 유지 등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질서를 크게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 온 아시아 중시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트럼프가 이끌 미국호(號),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 “한국 정부는 안팎의 모든 채널을 동원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네트워크 강화에 힘써야 한다. 새 행정부 출범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이 한미동맹의 미래를 좌우할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대행 겸 선임연구원(69)은 미국 대선 다음 날인 9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트럼프가 한미동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미국의 이익에 반(反)한다면 주한미군 철수를 감행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속내를 100% 알기 어렵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본인도 어떻게 동맹관계를 설정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락 석좌는 그러나 트럼프 시대 한미관계의 또 다른 쟁점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이슈에 대해서는 “비즈니스맨 출신인 트럼프의 제1원칙이 ‘협상을 통한 더 나은 결과물 산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실제로 한미 양국은 2017년 방위비 분담금 이슈를 재협상해야 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도 딱 맞아떨어진다. 아마 지금보다는 분담금을 더 늘리려 할 것이다. 실제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도 대선 기간에 동맹들의 방위비 분담 증액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에 대해서는 “최대 외교 현안 가운데 하나지만 역시 취임 후에나 본격적으로 구체화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트럼프는 이 문제와 관련해 대선 과정에서 적극적인 군사·외교적 개입과 김정은과의 대화를 통한 극적인 ‘그랜드 바겐세일’을 노릴 가능성도 내비쳐 왔다. 워싱턴의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실에서 만난 폴락 석좌는 트럼프 당선인이 아시아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는 원고를 다듬고 있었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아시아 전문가이자 여야를 넘나들며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지한파(知韓派)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아시아재균형 정책)’을 공론화하기 이전인 2006년 자신의 저서 ‘한국, 동아시아의 중심축 국가(Korea-The East Asian Pivot)’를 통해 ‘pivot’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당선인이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재균형 정책’을 이어갈 것인가. “오바마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었던 트럼프 당선인이 이 정책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됐어도 이름은 바꾸었을 것이다. 다만 아시아는 미국에 가장 중요한 단일 지역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도 이곳에서 미국의 힘을 더 발휘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큰 틀에서 ‘아시아 중시’ 정책은 이어질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는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일단 ‘고립주의’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아시아를 중시하면서도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 아닌가. “‘미국 우선주의’는 외교 구상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국내 정치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미국인들에게 ‘당신들에게 더 신경을 쓰겠다’는 메시지를 ‘미국 우선주의’라는 구호에 담아낸 것이다. 눈여겨봐야할 것은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라는 사실이다. 원칙을 정해 놓고 모든 이슈를 그 틀에서 해석하기보다는 협상과 거래(deal)를 통해 순간순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것이다. 정권 인수 기간에 아시아가 미국에 주는 전략적·지정학적 가치를 지금보다 더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런 가치는 트럼프가 중시하는 돈 문제로도 직결된다. 아시아에서의 ‘고립주의’는 트럼프에게 손해 보는 장사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남중국해 이슈, 북핵 해법을 놓고 미중 관계가 좋지 않았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미중 관계는 어떨 것인가. “미국의 힘은 정체되거나 줄어들었지만 중국은 굴기(굴起)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수직상승하는 추세였기 때문에 글로벌 패권을 놓고 파열음은 불가피했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을 지나치게 적대시해 왔다. ‘중국이 미국 일자리를 빼앗아 우리를 강간하고 있다’고 말했고, 논란의 소지에도 중국을 명백한 환율 조작국으로 규정했다. 관건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어떻게 나올지에 달려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처럼 ‘신형 대국(大國) 관계’를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밀어붙인다면 집권 초반 마찰은 불 보듯 뻔하다. 평생 사업을 하며 경쟁해 온 트럼프가 초반부터 기 싸움에 밀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조너선 폴락 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대행 겸 선임연구원△ 미시간대 정치학 박사, 하버드대 박사후연구원△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대행 겸 선임연구원△ 저서 ‘한국, 동아시아의 중심축 국가’ ‘출구가 없다-북한과 핵무기, 국제 안보’ 등● [美-日 석학에게 듣는다]구보 후미아키 도쿄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가장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의 동맹을 국가의 기본으로 생각하는 일본이다. 일본은 트럼프의 당선에서 어떤 위기를 느끼고 기회를 찾아내고 있을까. 10일 일본 내 미국 연구 일인자로 꼽히는 구보 후미아키(久保文明·60) 도쿄대 교수에게 들어봤다. ―아베 신조 총리의 행보가 예상보다 빠르다. “잘하는 일이다. 트럼프의 유세 과정에서 언동을 보면 무지에 기초한 것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벌써부터 이 기회에 자주국방을 하자는 말이 나오는데…. “미일 동맹 강화를 위해 애써 왔던 일본으로서는 트럼프 정권 탄생은 충격이다. 정면에서 동맹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이 민주적 프로세스로 당선됐다. ‘미국에 의존할 수만은 없다. 일본은 일본대로 국토를 지키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다만 개헌을 한다고 해도 중국 한국이 우려하는 것처럼 일본이 과거의 제국주의 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평화 외교나 방위 위주의 방침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자신의 주장을 실행에 옮기면 세계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아직은 어떤 판단도 성급하다. 우선 어떤 인물이 관료나 측근이 되느냐, 특히 국방장관, 국무장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을 누가 맡느냐를 봐야 한다. 그의 주변에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 존 볼턴 전 유엔대사,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트럼프와 달리 국제주의자이고 매파다. 이런 사람들이 외교 안보를 맡게 된다면 한국이나 일본도 한숨 돌릴 수 있다. 가령 깅리치 같은 사람은 미일 동맹,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가 이들에게 정책 운용을 전적으로 맡길 것인가도 관건이다. 일일이 끼어들어 자기 생각을 실현하려 한다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유업(遺業)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트럼프 집권으로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TPP가 무산되면 아시아 재균형 정책도 힘이 빠지는 것 아닌가. “TPP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중핵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TPP 없이도 정치, 외교 안보에만 한정된 아시아 재균형은 성립 가능하다. 물론 함께할 경우 더욱 강력하다. TPP에는 중국 주도의 국제통상 질서는 곤란하다는 안전보장상의 함의가 들어 있다.” ―자국 제일주의, 고립주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은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는데…. “경제 문제가 크다. 일자리가 줄고 격차 문제가 더해지고 계층이 고정화되고. 여기에 불법이민 문제가 기폭제가 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의 경우도 같았다. 이 과정에서 엘리트가 국가의 장래를 결정할 힘이 약해진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 글로벌리즘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사실 세계화는 강자의 이론이고 엘리트의 이론이다. 현실에서는 하나의 정책에 의해 돈을 더 버는 사람, 피해 보는 사람이 엇갈린다. 루저(loser)가 되는 사람의 불안과 분노, 여기에 대한 배려와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중국은 트럼프 당선을 은근히 반기는 것 같다. “트럼프의 언행을 보면 중국에 대한 비판은 통상정책에 한정돼 있다. 중국 입장에선 통상에서 조금만 양보하면 남중국해 패권 확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할 것이다. 지금 일본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실시했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트럼프 정권이 중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는 일본이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인데, 볼턴이나 깅리치가 전면에 나서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밖에서 보자면 한국이 중국에 대해 너무 기대를 하거나 낙관적 이미지를 갖는 것 같아 위험해 보인다. 중국과의 경제 교류는 미국도 일본도 하고 있지만 과도한 의존은 안 한다. 한국과 중국의 안전보장의 기조는 전혀 다르다.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한국에 생산적이고 국익에 부합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도 상황을 보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속이기 쉬울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국제 정세하에서 행동할 찬스라고 오판할 수도 있다. 그래서 더더욱 한미일 협력 태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보 후미아키 도쿄대 교수△ 도쿄대 법학 박사△ 쓰쿠바대 교수, 게이오대 교수△ 미국학회 회장, 일본국제포럼 정책위원△ 저서: ‘미국에게 동맹이란 무엇인가’ ‘미국 정치를 지탱하는 것―정치적 인프라스트럭처 연구’ 등 다수.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 밖 승리를 거두자 일본과 유럽에서는 당혹해하는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대선 기간 트럼프로부터 ‘훌륭한 지도자’라는 칭찬을 받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축하 전문에서 “양국 관계가 위기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함께 협력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날 축하 전문을 통해 “나는 중미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당선인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며 협력의 뜻을 나타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사설에서 “트럼프의 승리는 ‘정치 조반’(造反·문화대혁명 시기 기존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이자 미국의 문화대혁명”이라고 평가했다. 교도통신은 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총리 보좌관을 다음 주 중 미국으로 보내 트럼프캠프 주요 관계자들과 아베 총리의 방미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 손잡고 세계가 직면한 여러 과제에 함께 대응하고 싶다”고 밝혔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EU와 미국의 유대관계는 어떤 정치적 변화보다도 깊다”면서 “우리는 (미국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성명에서 미국의 신정부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선 기간 트럼프의 인종·여성 차별적 발언을 비판했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축하 성명을 내고 “프랑스는 미국 새 행정부와 국제 문제에 대해 방심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화하겠다”고 밝혔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서영아 / 파리=동정민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방일을 계기로 대대적인 경제협력 강화에 나선다. 아베 총리는 11일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현재 인도가 추진 중인 고속철도 6개 구간 전부에 신칸센 방식을 채용해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일 보도했다. 인도는 이미 뭄바이∼아마다바드 구간의 고속철도에 신칸센을 도입하기로 일본과 합의한 상태다. 여기에 현재 검토 중인 콜카타, 델리, 하이데라바드, 첸나이, 벵갈루루 등을 중심으로 한 6개 고속철 노선에도 신칸센 도입을 요청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인도 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에 대한 대가로 일본 기업이 인도 기업과 합작해 현지에 차량 공장을 신설하고 인도로의 기술 이전과 고용 확대 등을 해줄 것을 내걸고 있다. 일본 정부는 ‘신칸센 수출’을 아베노믹스의 주요 과제로 삼고 추진 중이지만 지난해 인도네시아 입찰에서 중국에 밀려 충격을 받았다. 이에 아베 총리는 지난해 인도 방문 당시 뭄바이∼아마다바드 505km 구간 공사비 150억 달러 중 120억 달러를 차관 형태로 빌려주는 조건을 내걸어 수출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여기서 나아가 인도의 전 노선을 수주해 철도 강국의 면모를 과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베 총리는 인도의 철도 기술자 4000명을 훈련하고 일본 기업을 동원해 10년 동안 3만 명의 기술자를 육성한다는 제안도 내놓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도요타, 스즈키, 다이킨공업 등 일본 기업은 현지에 직업훈련학교를 세우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원칙적으로 합의한 원자력협정 서명식도 가질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6일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앞으로 인도에 원전 관련 자재, 기기, 기술을 수출할 수 있게 된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한국에서 3월 1일이 국경일이란 것을 아는 일본인은 많지 않습니다. …태극기를 들고 총구 앞에 선 17세 여학생을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방아쇠를 당긴 건 우리 할아버지나 아버지였을지도 모른다는 것을….”(전시회 취지문에서) 일제강점기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시화전이 2일부터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열리고 있다. ‘침략에 저항한 불굴의 조선 여성들’이란 제목의 이 시화전은 내년 1월 29일까지 계속된다.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진 김상옥 의사의 어머니 김점순, 15세 여학생으로 독립운동에 참가해 옥고를 치른 김귀남, 14세 때 독립운동 지도자라는 이유로 체포돼 감옥에 갇힌 김나열 등 한국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 30명의 생애가 시화로 소개됐다. 시인으로도 활동하는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이 시를 썼고, 이무성 한국화가가 그림을 그렸다. 전시 공간인 고려박물관()은 도쿄의 코리아타운 신오쿠보(新大久保)에 자리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한류 덕에 번성했다가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로 얼어붙은 코리아타운에는 아직도 썰렁한 바람이 분다. 40평 남짓한 박물관 안에서는 60, 70대 여성 자원봉사자 10여 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관람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학교에서 숙제로 내준 리포트를 쓰기 위해 박물관을 찾은 중학생 2명이 한일 교류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자, 하라다 교코(原田京子·75) 이사장이 책을 펴 놓고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은퇴 전에 중학교 사회과 교사로 오랜 기간 재직했다. 하라다 이사장은 기자에게 “일본 학교에선 조선 침략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라며 “이렇게라도 찾아오는 학생들을 보면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친이 조선의 수풍댐 건설에 깊이 관여한 관료였다는 걸 뒤늦게 알고 한국에 대한 부채 의식을 갖게 됐다고 한다. 2001년 정년퇴직 뒤 한국의 장애인 보육원에서 2년간 숙식하며 봉사 활동을 했다. “항일 독립운동은 우리 일본인의 조부모, 부모가 관여한 역사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는 게 거의 없고 알려지지도 않은 게 많아 놀라울 따름입니다.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야죠.” 고려박물관은 외부의 도움 없이 시민의 힘만으로 운영된다. 1990년 한 재일동포 여성이 ‘한일 교류사의 박물관을 만들자’는 신문 투고를 한 것을 계기로 10여 년간의 모금운동 끝에 2001년 문을 열었다. 자원봉사자 100여 명의 헌신적인 활동과 연회비 5000엔을 내는 회원 750여 명의 지원으로 근근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회원들의 고령화와 재정 압박으로 명맥 유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입장료(400엔)를 내는 관람객이 하루 10명을 넘어야 겨우 적자를 면하는데 그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번에 처음 전시회 준비에 참가했다는 도다 미쓰코(戶田光子·68) 씨는 2년 전 거리에 만연하는 헤이트 스피치를 보고 안 되겠다 싶어 동참을 결정했다. 그는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이 중국 등 해외에서도 활동했다는 걸 처음 알았다”라며 “여학생들이 많다는 것도 놀라웠다”라고 말했다. 전직 주택 수리 업자인 오기하라 미도리(荻原みどり·68) 씨는 전공을 살려 못을 박고 설치하는 등의 일을 도맡고 있다. 그는 “조선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사극에 푹 빠져 있다”라며 “일본인들이 양국 역사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점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빚어진 국정 공백이 주변국 정부의 우려와 함께 외교안보 일정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일(현지 시간)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보도를 봐서 알고 있지만 내가 언급할 내용은 아니다.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것 자체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얼마나 한미동맹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최순실 사태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게 한미동맹에 유익하다는 것으로 미국이 이번 사태가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에선 박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던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일 보도했다. 중국이 답을 안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정부도 그동안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가 최순실 사태로 인해 차질을 빚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이날 공석인 대통령비서실장대행 자격으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날짜가 정해지면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개혁정책으로 인기를 끌어 온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사진) 일본 도쿄 도지사가 설립한 정치인 양성소 ‘희망의 주쿠(塾)’ 개강식이 관심을 모으면서 신당 창당설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개강식에는 일본 전역의 응모자 4800여 명 중 서류 심사를 통과한 2900여 명이 참석했다. 고이케 지사는 개원식에서 “멋진 정치를 만들기 위해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비평가가 아니라 플레이어로 참가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내년 도의회 의원 선거를 겨냥해 정치 신인들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일본 정계는 이 학원이 ‘고이케 신당’의 전초 기지가 될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특히 7월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그를 내치고 다른 후보를 추천한 자민당이 난처해졌다. 고이케 지사는 2012년 자민당 총재 경선 때 아베 신조 총리의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지방창생담당상을 지지해 비주류로 밀려났다.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도쿄 도지사에 당선됐다. 희망의 주쿠는 내년 3월까지 5차례 강좌를 열어 전문가 강연과 정책 토론 등을 하기로 했다. 수강자 중 40%가 여성이다. 고이케 지사는 당선된 뒤 과감한 개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본인 급여를 절반으로 줄였고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기장 등 시설물 계획도 재검토하고 있다. 최근 일본 언론이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의 업무 수행 지지율은 최고 90%대에 이른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김일성 장군'이란 이름으로 일제시대 옛 만주 지역에서 항일독립운동을 이끈 인물의 일본 육사생도 시절 기록이 발견됐다고 산케이신문이 30일 보도했다. 그간 초대 김일성 장군에 대해서는 본명이 김현충으로 일본 육사 출신이라는 설이 있었으나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신문은 최근 도쿄(東京)에 사는 육사 관계자의 자손의 집에서 발견된 '육군중앙유년학교 본과 제8기 졸업생도 인명표(1909년)'에서 '조선학생 김현충(金顯忠) 22세'라고 명기된 기록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발견된 2년 후 육군사관학교 제23기 생도졸업인명에는 '기병(騎兵)' 명단 맨 끝에 '조선학생 김현충'이 기재돼 있다. 당시 일본 육사의 교육시스템은 2년 과정인 유년학교를 마치면 육사로 진학해 2년 후 졸업과 함께 견습사관이 되고 수개월 후 소위로 임관하는 코스였다. 육사 졸업인명기록에는 다른 학생들이 모두 부대 배속을 받은 것에 비해 김현충은 배속처가 기재돼 있지 않다. 이는 재학 중인 1910년 한일합방 후 그가 육사 졸업 후 육군에 남지 않고 독립운동을 위해 조선으로 돌아간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는 육사 시절 이름을 김광서로, 만주에서는 김경천 등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시대 항간에 유명했던 '말 탄 김일성 장군'은 기병 출신인 그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초대 김일성'에 대해서는 매우 신사적인 인물로 일본어와 중국어를 구사하고 옛 만주에서 청년들에게 군사 기술을 가르쳤다는 갖가지 전설이 남아 있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1912년 4월 생으로 초대 김일성과 나이가 많이 차이 난다. 전후 소련의 지원을 등에 업고 평양에 입성한 젊은 김일성 주석이 시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흰 수염에 말 탄 김일성 장군'을 기대했던 북한 시민들이 실망하며 '가짜'라고 개탄했다는 얘기들이 전해진다. 이상철 류코쿠(龍谷)대 교수는 이 자료에 대해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투쟁 경력을 국가 정통성의 근거로 내세우지만 자료는 김일성 주석 이외의 김일성이 실재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며 "북한 역사의 허위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스타일을 흉내 냄으로써 권위를 얻으려 하지만 그 할아버지의 활약상을 근본부터 뒤집는 얘기가 된다"고 지적했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히로히토(裕仁·1901∼1989) 일왕의 막냇동생이자 아키히토(明仁) 현 일왕의 작은아버지인 미카사노미야 다카히토(三笠宮崇仁·사진) 친왕이 27일 오전 입원 중이던 도쿄 시내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100세. 1915년 다이쇼(大正·1879∼1926) 일왕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43년에 육군 장교로 중국 난징(南京)에 부임했으며 전시 일본군 최고지휘부인 대본영에서 참모로도 활동했다. 전쟁의 참혹함을 목격한 그는 이후 평화의 소중함을 일관되게 호소해 왔다. 저서에서 “지금도 양심의 가책이 되는 것은 당시 전쟁의 죄악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전시 일본군의 잔학 행위를 보고 장교들에게 “약탈·폭행을 하면서 무슨 ‘황군(皇軍)’인가. 일반 민중을 괴롭히면서 ‘성전(聖戰)’은 또 뭐냐”며 반성을 촉구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전후 도쿄대 문학부에 들어가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1955년부터 도쿄여대, 아오야마(靑山)학원대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는 1998년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전쟁 중 육군 장교로 난징에 주둔한 적이 있다. 일본군의 폭행을 직접 보고 지금도 부끄럽고 마음에 걸린다”며 “중국인들에게 사죄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저출산·고령화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에서 7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세 이하 어린이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총무성이 26일 공표한 지난해 인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7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612만 명(전체의 12.8%)으로 14세 이하 어린이 인구(1588만 명·12.6%)를 넘어섰다. 14세 이하 인구가 75세 이상 인구보다 적게 조사된 것은 1920년 인구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일본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75세 이상 인구는 1985년에는 417만 명이었으나 30년 간 3.4배로 늘었다. 그 사이 14세 이하는 40% 줄었다. 14세 이하 인구 비중 12.6%는 역시 저출산·고령화로 고민하는 이탈리아(13.7%), 독일(12.9%)보다 낮아 세계 최저수준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도 26.6%(3346만5000명)로 사상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이는 이탈리아(22.4%) 독일(21.2%) 프랑스(19.1%) 등을 웃도는 수준이다. 외국인을 포함한 일본의 총인구도 2015년 10월 현재 1억 2709만 4745명으로 파악돼 5년 전 조사보다 약 96만 명 줄었다. 총인구 감소는 1920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일본 인구가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돌아섰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일본 총무성은 인구 상위 20개국 중 5년간 인구가 줄어든 국가는 일본(10위)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1인가구가 전체 5344만 가구의 3분의 1을 넘어서면서 가정의 형태도 크게 변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가구는 남성은 25~29세, 여성은 80~84세 구간에서 가장 많았다. 저출산 원인의 하나인 미혼율은 상승 추세가 꺾였다. 전체 미혼율은 27.3%로 5년 전에 비해 0.2%포인트 낮아졌고 이중 30대 남성 미혼율 38.9%는 전후 처음으로 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의 고용환경 개선이 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중국인이 51만1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과 조선(일본거주한반도 출신자 가운데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 37만7000명으로 뒤를 이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6일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중국이 군사 거점화를 진행하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법의 지배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남중국해를 포함한 역내 해상 안보에서 일본이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해달라”고 말하자, 아베 총리는 “남중국해 분쟁은 지역 전체의 평화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필리핀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법의 지배에 기초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우리는 늘 일본 편에 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남중국해 문제를) 말할 때가 아니지만 때가 되면 여러분 편에 서겠다고 확실하게 말해 둔다. 국제중재재판소 판결이 나온 가운데 일본과 필리핀은 비슷한 상황이다. 안심하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자인 필리핀이 중국 쪽으로 기우는 것을 막기 위해 공을 들여 왔다.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 발언은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때와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일본의 우려를 의식한 듯 아베 총리에게 “지난주 중국 방문은 경제에 관한 것이지 안보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필리핀의 해안경비대에 대형 순시선 2척을 제공하고 해상자위대의 T-90 훈련기를 대여하며 민다나오 섬 농업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경제와 안보 협력을 위해 필리핀에 제공하는 차관 규모는 210억 엔(약 2268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미국과 필리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일본이 필리핀 측을 제대로 설득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기자회견 후 추가로 정상회담을 한 두 정상은 특히 남중국해 문제와 미일 동맹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회담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는 미국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당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6월 말 취임 이후 노골적인 반미친중(反美親中) 태도로 미국과 일본의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스스로 ‘친일파’라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일본 방문을 전후해서도 미국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24일 필리핀에서 한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미국과의 동맹에 변화는 없다”고 했지만 26일 일본 기업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도쿄 강연에서는 딴소리를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필리핀에 있는 외국 군대는 2년 내에 나갔으면 좋겠다”며 미군 철수를 거듭 요구했다. 또 미군과의 방위협력 협정에 대해서도 “합의를 다시 할 필요가 있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의 마약 대책을 설명하고 이를 ‘인권 침해’라고 비판한 미국에 대해 “그런 나라의 지원은 필요 없다. 줄에 매달린 개 같은 취급”이라며 “앞으로는 독립된 외교정책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열린 주일 필리핀인들과의 간담회에서는 타갈로그어를 섞은 영어로 미국과 유럽을 지칭하면서 “이 바보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특유의 ‘거친 입’을 다시 드러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런 언행의 근저에는 미국 의존에서 탈피해 다원 외교에 의한 ‘자립 국가를 지향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해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을 양팔 저울에 올려놓은 전략가”라는 평가와 “만나는 상대에게만 좋은 얼굴을 하는 실리주의자”라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