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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아리랑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치며 화제를 모았던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민유라(23)-겜린 알렉산더(25) 조가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 둘은 해체 여부 및 후원금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겜린은 1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민유라의 결정으로 3년간의 팀 활동을 마무리하게 됐다.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도 한국을 대표해 출전하고 싶었는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태어난 겜린은 지난해 7월 법무부의 특별귀화 심사를 통과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겜린의 해체 선언 직후 민유라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팀 해체가 아니라 훈련을 중단한 상태라는 것이다. 민유라는 “겜린이 나태해져서 코치들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겜린이 열심히 하지 않기에 내가 ‘이렇게 느리게 훈련하면 꼴찌를 할 것이다. 그럴 바에는 스케이트를 타지 말자’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겜린이 준비가 될 때까지 연습을 중단하자고 부모님과 함께 결정했다. 아직 (겜린이) 변화가 없어서 며칠간 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유라는 겜린의 불성실한 태도를 비난하며 훈련 중단을 결정했고, 겜린은 이를 해체 통보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19일 겜린은 민유라의 주장을 다시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에티켓을 저버린 민유라와 그의 부모님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다. 민유라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며 그것을 증명할 근거도 있다. 나는 훈련 태도와 관련해 어떠한 지적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유라의 소속사 관계자는 “해체 여부는 부모님들과의 상의도 필요하다. 아직 둘의 미래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민유라와 겜린은 논란이 된 인스타그램의 글을 삭제한 상태다. 하지만 남녀 선수의 호흡이 중요한 아이스댄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신뢰가 무너진 두 선수가 재결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유라와 겜린은 후원금을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훈련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은 온라인 모금 사이트를 통해 12만 달러(약 1억3600만 원)가 넘는 후원금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도 사비로 각각 500달러씩 총 1000달러(약 113만 원)를 후원해 화제가 됐다. 민유라는 “후원금은 모금을 시작한 겜린의 부모님이 가지고 있다.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에 겜린은 “모금액은 양쪽 가족의 합의에 따라 배분됐다”고 반박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가 이적에 필요한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 위해 이탈리아 토리노에 있는 세리에A 유벤투스의 안방구장 알리안츠 스타디움을 방문하자 수백 명의 유벤투스 팬이 몰려들었다. 호날두의 유니폼과 호날두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을 든 팬들은 “호날두! 우리에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가져다 줘!”라고 외쳤다. 33세에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호날두는 당당하게 각오를 밝혔다. “내 나이가 되면 선수 경력이 사실상 끝났다고 생각하는 선수들과 나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메디컬 테스트를 완료한 호날두는 17일 곧바로 유벤투스 입단 기자회견을 가졌다. 호날두는 2009년부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레알 마드리드(레알)에서 뛰면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만 4번을 차지했다. 축구계 최고 권위의 상인 발롱도르를 5번 수상한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조국 포르투갈이 탈락한 뒤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적료는 1억1200만 유로(약 1478억 원)다. 호날두는 “많은 선수가 중국, 카타르로 향하는 연령대에 이런 엄청난 클럽에 합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최근 30대 유럽 축구 선수들이 유럽보다 수준이 낮지만 거액의 연봉과 이적료를 제시하는 중국과 중동 클럽으로 이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호날두의 이적료로 2억 유로(약 2638억 원)를 제시한 중국 구단도 있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유벤투스에 휴가를 즐기러 온 것이 아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세리에A 등 모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리그 최강자로 통하는 유벤투스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1996년이 마지막이다. 호날두는 철저한 몸 관리를 통해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신체 나이가 23세로 측정되는 그는 10년 넘게 팀 훈련 이외에 하루에 3, 4시간, 일주일에 최소 5번씩 민첩성, 지구력, 스피드 등을 기르는 웨이트 트레이닝 스케줄을 꾸준히 지켜왔다. 호날두는 “나는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겠다. 그리고 팀을 옮겨서도 여전히 내가 세계 최고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호날두의 이적은 공격수들의 연쇄 이동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에 따르면 호날두를 떠나보낸 레알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벨기에를 3위로 이끈 에덴 아자르(27·첼시)의 영입을 노리고 있다. 드리블 능력이 탁월한 아자르는 월드컵에서 3골 2도움을 기록했다. 최근 아자르는 “그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변화의 시기가 온 것 같다”면서 이적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아자르가 레알로 이적할 경우 첼시는 유벤투스에서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31)을 데려올 가능성이 크다. 이과인은 호날두의 합류로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이과인은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다. 그는 유벤투스에서 뛴 지난 2시즌 동안 105경기에 출전해 55골을 터뜨렸다. 영국 일간 미러는 “첼시는 이과인 영입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기 위해 기존 공격수인 알바로 모라타, 올리비에 지루를 다른 팀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재형 기자}
라커룸 곳곳에 샴페인이 뿌려졌고, 선수들은 윗옷을 벗고 프랑스 국가와 응원가를 불렀다. 결승전에서 프랑스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린 미드필더 폴 포그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방송으로 라커룸 상황을 중계하며 흥겨워했다. 그는 “내가 미쳤냐고요? 오늘 같은 날은 미쳐야 해요. 내가 골을 넣었고 우리가 우승을 했어요”라고 외쳤다. 수비수 뱅자맹 파바르는 “파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우리는 앞으로 4년간 지금의 기분으로 나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끝난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에서 크로아티아를 4-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 ‘영건’들이 장기 집권 체제를 마련했다. 화려한 개인기와 높은 점유율을 자랑했던 ‘아트 사커’ 프랑스는 점유율을 포기한 대신 역습을 강조한 ‘네오 아트 사커’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3800만 달러(약 431억 원)의 우승 상금도 받았다. 결승전에서 프랑스는 점유율 39% 대 61%, 슈팅 수 8 대 15로 모두 크로아티아에 밀렸다. 하지만 두터운 수비 후 역습으로 승리했다. 프랑스가 체력 소모가 심한 압박 수비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역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젊은 선수들의 기동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균 연령 26.1세인 이번 프랑스 대표팀은 1998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평균 연령 27.5세)보다 어리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속도와 실용적인 공수 전환을 강조한 프랑스 황금세대의 새 왕조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프랑스가 상대적으로 적은 공격 기회에서 다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20년 전 프랑스의 허리를 책임지며 결승전에서 2골을 넣은 지네딘 지단처럼 ‘사령관’ 역할을 수행한 앙투안 그리에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승전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된 그리에즈만은 전반 18분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으로 크로아티아의 자책골을 이끌었고, 전반 38분에는 페널티킥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그리에즈만은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 당시 지단처럼 페널티킥에서 파넨카킥(상대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는 킥)을 시도할까 고민도 했었다”고 말했다. “‘지단 세대’에 이어 ‘그리에즈만 세대’가 탄생했다”는 평가에 대해서 그는 “우리는 단결된 힘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프랑스 역사에 남게 됐다. 서로 다른 뿌리를 가졌지만 같은 유니폼을 입고 모두 함께 전력을 쏟아내는 것이 프랑스 축구의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대표팀은 23명 중 17명이 이민자 가정의 아들이다. 그리에즈만의 아버지는 독일, 어머니는 포르투갈 출신이다. 프랑스의 네 번째 골을 터뜨린 킬리안 음바페는 19세 207일에 골을 넣어 ‘축구 황제’ 펠레가 1958년 월드컵 결승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2골을 터뜨린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 결승에서 골을 넣은 10대 선수가 됐다. 빠른 발이 특기인 그는 결승전에서도 시속 31.28km로 프랑스 선수 중 가장 빨리 달렸다. 펠레는 트위터를 통해 “음바페가 월드컵 결승에서 골을 넣은 두 번째 10대 선수가 된 것을 환영한다. 음바페가 계속 나와 같은 기록을 세우면 나도 축구화 먼지를 다시 털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벨기에와의 4강전에서 고의 경기 지연으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생애 첫 월드컵에서 4골을 폭발시킨 음바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그는 “나도 펠레처럼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싶다. 이번 월드컵이 그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1991년 크로아티아 자다르에서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던 6세 꼬마 루카 모드리치(33)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악몽 같은 현실과 마주했다. 당시는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분리 독립을 선언한 크로아티아의 독립 전쟁이 시작된 때였다. “할아버지는 어디에 계시죠?” 부모님이 일터에 나갔을 때마다 자신을 돌봐주던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자 모드리치는 굵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에게 이렇게 물었다. 할아버지를 포함해 크로아티아인 6명은 크로아티아의 독립을 저지하던 세르비아 반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 할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모드리치는 가족과 함께 살던 집까지 불에 타 부모님과 함께 피란처로 사용되던 호텔을 전전하는 생활을 해야 했다. 호텔 주위에서 수류탄이 터지고, 총알이 빗발쳤다. 전기는 끊겼고 급수도 중단됐다. 하지만 축구는 모드리치가 불우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는 호텔 근처 주차장 등에서 쉴 새 없이 공을 찼다. 당시 모드리치가 머물렀던 한 호텔의 직원은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전쟁 속에서도 꼬마(모드리치)는 꿋꿋이 드리블 연습을 했다. 호텔 직원들 모두 아이의 담대함에 경악했다. 폭탄이 터져서 깨진 창문보다 꼬마가 축구 연습을 하다가 깨뜨린 창문이 더 많았다”고 회상했다. 전쟁의 아픔은 모드리치를 ‘발칸 전사’로 성장시켰다. 모드리치는 “크로아티아 사람이 만들어 내는 기적과 성공을 이해하려면 당신은 전쟁의 상처에 대해 알아야 한다. 전쟁을 겪으며 우리는 더 강해졌다. 우리는 쉽게 부서지지 않는 존재다”라고 말한다. 강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무장한 모드리치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세계 최고 중원 사령관’으로 거듭났다. 미드필더 모드리치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크로아티아의 사상 첫 월드컵 결승행을 이끌었다. 크로아티아가 치른 6경기 중 3경기에서 모드리치는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모드리치는 월드컵에 출전한 모든 선수 중 가장 많은 거리(63km)를 뛰었다. 강인한 투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월드컵 최고 선수는 모드리치다. 현대 축구에서 미드필더에게 요구되는 상대의 압박을 벗어나는 능력, 시야, 창의성 등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모드리치의 체구는 유럽 선수치고는 작은 편(172cm, 66kg)에 속한다. 어린 시절에는 체구가 작아 지역 유소년 팀 입단에 실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종’인 그는 끊임없는 훈련과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한계를 극복했다. 모드리치는 “축구는 힘과 사이즈(건장한 체격)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에서 뛰던 모드리치가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 입단했을 때 크로아티아 언론은 모드리치가 몸싸움이 치열한 EPL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모드리치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체격이 작아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은 유소년 때부터 수차례 들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오기가 생겼고 나는 언제나 주위의 편견을 이겨냈다.” 모드리치는 토트넘에서 당당히 주전을 꿰찼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59경기에 출전해 17골을 터뜨렸다. 이때의 활약을 바탕으로 그는 2012년 8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했다. 토트넘에서 모드리치를 지도했던 해리 레드냅 감독은 “모드리치같이 성실한 선수를 지도하는 것은 모든 감독의 꿈이다. 훈련장에 들어선 모드리치는 자신에게 공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가정한 두 가지 상황에서 수비를 제칠 개인기와 패스를 몸이 녹초가 될 때까지 연습했다”고 말했다. 상체 골격이 작아 국내 팬들로부터 ‘모드리치 공주’로 불리기도 하는 그이지만 하체 근육은 탄탄하다. 모드리치는 “튼튼한 허벅지 등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 단단한 하체로 공을 키핑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내게서 쉽게 볼을 빼앗을 수 없다”고 말했다. 크로아티아군에서 항공 기술자로 일하고 있는 모드리치의 아버지는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모드리치를 축구학교에 보내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크로아티아의 주장인 모드리치가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자국의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끈다면 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 크로아티아의 레전드(1998년 월드컵 득점왕) 다보르 슈케르는 “모드리치는 그라운드와 라커룸에서 정신적 지주로 팀을 훌륭히 이끌고 있다. 내게도 발롱도르 투표권이 있다면 모드리치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발롱도르는 축구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해외 베팅사이트에서 모드리치의 발롱도르 수상 확률은 월드컵 전만 해도 5위권이었지만 크로아티아가 결승에 오르면서 호날두에 이어 2위까지 뛰어올랐다. 모드리치는 “지금은 개인상 수상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우선 크로아티아가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루카 모드리치는…△국적: 크로아티아 △생년월일: 1985년 9월 9일△러시아 월드컵 기록: 2골, 1도움 △러시아 월드컵 뛴 거리: 63km(전체 1위)△A매치 경력: 112경기 14골△주요 클럽 경력: 토트넘(2008∼2012년·159경기 17골), 레알 마드리드(2012년∼·257경기 13골)△취미: 자녀들과 하루 종일 놀아주기(스스로 가정적인 ‘패밀리맨’이라고 밝혀), 대표팀 동료의 소속팀 경기 시청(크로아티아의 주장을 맡고 있음)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4강전까지 모두 마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161골이 터졌다. 선수들은 자국의 승리를 이끌기 위해 발과 머리 등 온몸으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신체 부위별로 최고의 득점력을 보여준 선수들을 살펴봤다. 오른발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선수는 잉글랜드 공격수 해리 케인이다. 총 6골을 터뜨려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케인은 오른발로 4골을 넣었다. 그는 페널티킥으로만 3골을 넣어 페널티킥 득점 부문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왼발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선수는 개최국 러시아의 ‘왼발의 마법사’ 데니스 체리셰프다. 체리셰프는 왼발로만 4골을 넣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70위에 불과한 러시아는 체리셰프의 골 결정력을 앞세워 8강까지 올랐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러시아는 이번 대회 최고 이변의 팀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헤딩슛으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공격수가 아니다. 세트피스 등에서 큰 키(194cm)를 이용해 압도적 제공권을 보인 콜롬비아 수비수 예리 미나가 3골로 1위에 올랐다. 유럽 프로축구 5대 리그 중 가장 득점력이 뛰어났던 리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다. EPL 소속 선수들은 총 43골을 합작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38골)가 2위를 차지했다. 클럽별 득점에서는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이 가장 많은 골을 터뜨렸다. 케인(6골), 손흥민(2골) 등이 활약한 토트넘의 선수들은 12골을 폭발시켰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골), 루카 모드리치(2골) 등이 소속된 레알 마드리드(레알)는 11골로 FC바르셀로나, 파리 생제르맹과 공동 2위를 기록했다. 대륙별 득점 양상도 흥미롭다. 유럽 국가들이 경기당 평균 1.52골을 넣어 가장 공격력이 활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남미 국가들은 경기당 평균 1.38골로 남미 대륙에서 월드컵이 열린 4년 전 브라질 월드컵(경기당 평균 1.47골) 때보다 득점력이 떨어졌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박강수 인턴기자 성균관대 철학과 4학년}
1991년 크로아티아 자다르에서 축구 선수의 꿈을 키우던 6살 꼬마 루카 모드리치(33)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악몽 같은 현실과 마주했다. 당시는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분리 독립을 선언한 크로아티아의 독립 전쟁이 시작된 때였다. “할아버지는 어디에 계시죠?” 부모님이 일터에 나갔을 때마다 자신을 돌봐주던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자 모드리치는 굵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에게 이렇게 물었다. 할아버지를 포함해 크로아티아인 5명은 크로아티아의 독립을 저지하던 세르비아 반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 할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모드리치는 가족과 함께 살던 집까지 불에 타 부모님과 함께 피난소로 사용되던 호텔을 전전하는 생활을 해야 했다. 호텔 주위에서 수류탄이 터지고, 총알이 빗발쳤다. 전기는 끊겼고 급수도 중단됐다. 하지만 축구는 모드리치가 불우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는 호텔 근처 주차장 등에서 끊임없이 공을 찼다. 당시 모드리치가 머물렀던 한 호텔의 직원은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뷰에서 “창문이 깨지고 폭탄이 터져도 꼬마(모드리치)는 꿋꿋이 드리블 연습을 했다. 호텔 직원들 모두 아이의 담대함에 경악했다”고 회상했다. 전쟁의 아픔은 모드리치를 ‘발칸 전사’로 성장시켰다. 모드리치는 “크로아티아 사람이 만들어내는 기적과 성공을 이해하려면 당신은 전쟁의 상처에 대해 알아야 한다. 전쟁을 겪으며 우리는 더 강해졌다. 우리는 쉽게 부서지지 않는 존재다”고 말한다. 강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무장한 모드리치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세계 최고 중원 사령관’으로 거듭났다. 미드필더 모드리치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크로아티아의 사상 첫 월드컵 결승행을 이끌었다. 크로아티아가 치른 6경기 중 3경기에서 모드리치는 경기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모드리치는 월드컵에 출전한 모든 선수 중 가장 많은 거리(63km)를 뛰었다. 강인한 투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월드컵 최고 선수는 모드리치다. 현대축구에서 미드필더에게 요구되는 상대의 압박을 벗어나는 능력, 시야, 창의성 등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모드리치의 체구는 유럽 선수치고는 작은 편(172cm, 66kg)에 속한다. 어린 시절에는 체구가 작아 지역 유소년 팀 입단에 실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종’인 그는 끊임없는 훈련과 마인드컨트롤을 통해 한계를 극복했다. 모드리치는 “축구는 힘과 사이즈(건장한 체격)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에서 뛰던 모드리치가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 입단했을 때 크로아티아 언론은 모드리치가 몸싸움이 치열한 EPL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모드리치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체격이 작아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은 유소년 때부터 수차례 들었던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오기가 생겼고 나는 언제나 주의의 편견을 이겨냈다.” 모드리치는 토트넘에서 당당히 주전을 꿰찼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59경기에 출전해 17골을 터뜨렸다. 이 때의 활약을 바탕으로 그는 2012년 8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했다. 토트넘에서 모드리치를 지도했던 해리 레드냅 감독은 “모드리치같이 성실한 선수를 지도하는 것은 모든 감독의 꿈이다. 훈련장에 들어선 모드리치는 자신에게 공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가정한 두 가지 상황에서 수비를 벗겨낼 개인기와 패스를 몸이 녹초가 될 때까지 연습했다”고 말했다. 상체 골격이 작아 국내 팬들로부터 ‘모드리치 공주’로 불리기도 하는 그이지만 하체 근육은 탄탄하다. 모드리치는 “튼튼한 허벅지 등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다. 단단한 하체로 공을 키핑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내게서 쉽게 볼을 빼앗을 수 없다”고 말했다. 크로아티아군에서 항공 기술자로 일하고 있는 모드리치의 아버지는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모드리치를 축구 학교에 보내는 등 전폭적 지원을 한 인물이다. 크로아티아의 주장인 모드리치가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자국의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끈다면 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 크로아티아의 레전드 다보르 슈케르는 “모드리치는 그라운드와 라커룸에서 정신적 지주로서 팀을 훌륭히 이끌고 있다. 내게도 발롱도르 투표권이 있다면 모드리치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발롱도르는 축구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해외 베팅사이트에서 모드리치의 발롱도르 수상 확률은 월드컵 전만해도 5위권이었지만 크로아티아가 결승에 오르면서 호날두에 이어 2위까지 뛰어올랐다. 모드리치는 “지금은 개인상 수상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우선 크로아티아가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도록 전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 루카 모드리치는… △국적 : 크로아티아△생년월일 : 1985년 9월 9일△러시아 월드컵 기록 : 2골 1도움 △러시아 월드컵 뛴 거리 : 63km(전체 1위)△A매치 경력 : 112경기 14골△주요 클럽 경력 토트넘(2008~2012·159경기 17골) 레알 마드리드(2012~·257경기 13골)△취미자녀들과 하루종일 놀아주기(스스로 가정적인 ‘패밀리 맨’이라고 밝혀) 대표팀 동료의 소속팀 경기 시청(크로아티아의 주장을 맡고 있음)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크로아티아에서는 모든 사람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수 있게 만드는 신성한 종목이 축구였다. 1998년에 출발점을 만들었고, 이번 월드컵은 두 번째 도약이 될 것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발칸의 창’으로 불리며 크로아티아의 돌풍을 이끌었던 공격수 다보르 슈케르(50). 당시 6골로 득점왕에 오른 그는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크로아티아를 4강에 올려놨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한 후 전쟁과 실업 사태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던 크로아티아에 슈케르는 희망을 주는 존재였다. 당시 크로아티아 방송은 “기분이 좋지 않을 땐 우리 축구팀의 활약상을 다시 한 번 보는 게 특효약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하루 종일 슈케르의 골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4강전에서 수비수 릴리앙 튀랑이 2골을 터뜨린 프랑스에 1-2로 덜미가 잡혔다. 선제골을 넣고도 팀의 역전패를 막지 못한 슈케르는 굵은 눈물을 흘렸다. 러시아 월드컵에 크로아티아 축구협회장으로 참가한 슈케르는 이번 4강전이 끝난 뒤에는 환하게 웃었다. 크로아티아가 잉글랜드를 꺾고 사상 첫 결승행에 성공했기 때문. 20년이 흐르는 동안 머리가 하얗게 센 그는 경기 후 라커룸을 찾아가 선수들을 끌어안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슈케르는 “지금의 대표팀은 1998년의 대표팀처럼 개인 역량과 체력적 준비가 완벽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제 슈케르의 후배들이 프랑스를 상대로 설욕전에 나선다. 크로아티아는 15일 밤 12시에 열리는 대회 결승에서 프랑스와 20년 만에 ‘월드컵 리턴 매치’를 치른다. 프랑스 사령탑은 슈케르에게 아픔을 안겼던 동갑내기 디디에 데샹 감독(50)이다. 데샹은 1998년 월드컵에서 프랑스 대표팀의 주장으로 활약했다. 크로아티아와의 4강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던 그는 강력한 태클과 압박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봉쇄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그는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프랑스의 레전드 지네딘 지단(46)은 “선수로서의 마음가짐과 자세는 주장인 데샹에게 배웠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주장으로서 동료들에게 침착함을 강조했던 데샹 감독은 크로아티아와의 결승전에서 제자들이 방심하지 않는 경기를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포르투갈에 패한 경험이 있다. 데샹 감독은 “결승에서 누구와 붙더라도 자신감은 있다. 하지만 2년 전의 아픈 경험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미국 ESPN이 자체 분석 시스템인 ‘사커파워 인덱스’로 계산한 결과 프랑스의 승리 확률은 59%, 크로아티아는 41%였다. 이 시스템은 A매치 성적, 평점 등을 종합해 확률을 계산한다. 역대 전적에서도 프랑스가 3승 2무로 우위에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프랑스가 7위, 크로아티아가 20위. 체력전에서 앞서 있는 팀도 프랑스다. 프랑스는 크로아티아보다 하루 먼저 4강전을 마쳐 휴식을 가졌다. 또한 크로아티아는 3경기 연속 연장 승부를 펼쳐 체력이 고갈된 상태다. 크로아티아의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은 선수들이 설욕에 신경 쓴 나머지 조직력이 흐트러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는 “나도 1998년 월드컵 4강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던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 결승전에서는) 우리의 플레이를 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배중 기자}
“프랑스는 수비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펼쳤다. 우리는 그들의 약점을 찾지 못했다.” 벨기에의 에이스 에덴 아자르는 11일 프랑스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전에서 0-1로 패한 뒤 이렇게 말했다. 화려한 패스와 높은 점유율이 특징인 ‘아트 사커’를 버리고 수비를 강조한 ‘실리 축구’를 펼친 프랑스를 공략하기가 어려웠다는 얘기다. 아자르는 “골을 넣기 위해서는 마법이 필요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수시로 변하는 전형과 포지션 변화에 따라 플레이 위치를 변경해가며 맞부딪친 선수들 간의 대결로 박진감이 넘쳤다. “전술적으로 벨기에를 놀라게 할 준비가 됐다”고 했던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사령탑 간의 전술 싸움에서 승리했다. 양 팀 모두 경기 상황에 따라 전형이 바뀌는 ‘하이브리드 전형’을 들고나왔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과거에는 하나의 전형으로 경기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공수에 모두 능한 멀티플레이어가 늘어나면서 포지션의 경계를 허문 전술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벨기에는 스리백(수비수 3명)을 가동한 3-5-2 전형으로 출발했다.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미드필더 나세르 샤들리의 위치에 따라 전형이 바뀌었다. 공격 시에는 샤들리가 전진해 기본 전형을 유지했고, 아자르가 최전방과 중앙, 측면을 오가며 수비를 교란했다. 반면에 수비 시에는 앙투안 그리에즈만 등 프랑스의 발 빠른 측면 공격을 막고 중앙 수비수(3명)를 돕기 위해 샤들리가 후방으로 내려와 포백(수비수 4명)을 구성했다. 이때의 전형은 4-4-2다. 샤들리의 히트맵(주로 뛴 구역)을 보면 그가 측면을 활발히 오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는 벨기에의 변화에 맞춤형 전술로 맞불을 놨다.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블레즈 마튀디를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파격을 통해 샤들리의 오버래핑을 막았다. 프랑스는 4-2-3-1 전형을 선발로 내세웠다. 통상 이 전형에서 측면 미드필더는 공격 임무를 수행하지만 마튀디는 중앙선 근처에 머물며 상대의 돌파를 막는 데 집중했다. 9623m를 뛴 마튀디는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킬리안 음바페(뛴 거리 8975m)보다 많은 활동량을 보이며 공격 차단에 주력했다. 프랑스는 최전방 원톱 올리비에 지루도 중앙선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다. 벨기에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는 “상대 공격수가 우리 골문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던 것은 처음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마튀디가 수비적으로 내려앉으면서 부족해진 공격진 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그리에즈만이 메웠다. 그리에즈만은 최전방으로 올라와 지루와 투톱(4-4-2 전형)을 구성하거나 왼쪽 측면으로 이동해 음바페, 지루와 스리톱(4-3-3 전형)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샤들리가 공격에 가담했다가 미처 수비로 복귀하지 못한 빈 공간을 집중 공략했다. 점유율 40%-60%, 패스 횟수 342-629로 밀린 프랑스지만 슈팅 수에서는 19-9로 앞섰다. 그리에즈만을 중심으로 한 역습이 효과적이었다는 얘기다. 전술적으로 벨기에를 압도한 프랑스는 세트피스로 승리를 낚았다. 프랑스는 후반 6분 수비수 사뮈엘 움티티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변칙 라인업과 침착함 속에 골까지 만들어낸 수비진이 프랑스에 승리를 안겼다”고 평가했다. 프랑스는 2006년 독일 월드컵(준우승) 이후 12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프랑스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26.1세.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뛸 수 있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이번에 우승할 경우 장기 집권 체제를 마련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 ‘킹’ 티에리 앙리와 함께 주장으로서 프랑스의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끈 데샹 감독은 이번에 선수와 지도자로 월드컵 정상에 선 세 번째 축구인 타이틀을 노린다. 지금까지 프란츠 베켄바워(독일)와 마리우 자갈루(브라질)만이 달성한 기록이다. 반면에 벨기에 대표팀 코치로 활동 중인 앙리는 벨기에의 패배로 아쉬움을 삼켰다. 데샹 감독은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 이어 또다시 팀을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올려놨다. 2016 유로에서는 포르투갈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데샹 감독은 “2년 전 결승전에서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통해 프랑스에 우승을 안기겠다”고 말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김재형 기자}
“해리 케인(25·잉글랜드)이 토트넘의 유망주였을 때를 기억한다. ‘연습 벌레’였던 그는 빠르게 성장 중이었다. 지금 케인의 위상은 그때와 다르다.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가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가 됐다.” 크로아티아의 ‘사령관’인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33)는 잉글랜드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전(12일 오전 3시·한국 시간)을 앞두고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케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모드리치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토트넘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172cm, 66kg으로 체구는 작지만 훈련을 통해 터득한 볼 키핑 능력과 개인기로 상대의 압박을 벗어난다. 또한 넓은 시야에서 나오는 창조적 패스가 장점이다. 과거 모드리치를 토트넘에서 지도했던 해리 레드냅 감독은 “훈련장에 들어선 모드리치는 ‘괴물’이었다. 자신에게 공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가정한 두 가지 상황에서 수비를 벗겨낼 개인기와 패스를 몸이 녹초가 될 때까지 연습했다”고 회상했다. 독종 모드리치가 눈여겨본 또 다른 독종이 케인이다. 2009년부터 토트넘 1군 소속이 된 케인은 모드리치가 토트넘에서 뛸 때만 해도 미래가 촉망되는 공격수에 불과했다. 붙박이 주전이었던 모드리치와 달리 케인은 임대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케인은 모드리치처럼 철저한 몸 관리와 훈련을 통해 세계적 공격수로 거듭났다. 토트넘 동료인 대니 로즈는 “케인은 남들보다 30분 먼저 헬스장에 도착해 땀을 흘린다. 승부욕도 강해 연습 경기에서 지면 불같이 화를 낸 뒤 홀로 운동장에 남아 문전 앞 슈팅, 페널티킥, 프리킥을 만족할 때까지 연습한다”고 말했다. 모드리치가 2012년 8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뒤 케인은 토트넘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케인은 2014∼2015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매 시즌 EPL 20골 이상을 기록했다. 모드리치와 케인은 나란히 자국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다.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의 대결은 팀의 구심점인 둘의 활약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양 팀의 핵심 무기로 크로아티아는 모드리치를 중심으로 한 막강한 미드필드진을, 잉글랜드는 케인을 중심으로 한 공격 루트를 꼽았다. 모드리치는 크로아티아가 치른 5경기 중 3경기에서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특히 러시아와의 8강전에서는 112개의 패스(성공률 83%)를 시도하며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에게는 4강전이 명예 회복의 무대이기도 하다. 모드리치는 과거 자신이 뛰었던 크로아티아 축구클럽 최고경영자가 선수 이적에 따른 사례금을 갈취하는 등 비리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진술을 한 것이 알려져 자국 팬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케인은 이번 월드컵에서 6골을 터뜨려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 중 절반인 3골이 페널티킥 골이기 때문에 득점왕 레이스에서 행운이 따랐다는 평가가 있다. ‘민망한 득점 선두’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다. 케인은 페널티킥 외에도 자신이 다양한 방식으로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수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또한 케인은 1978년 이후 단 한 명이 달성한 ‘7골 이상’ 득점왕에 도전한다. 1978년 이후 월드컵에서 7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브라질의 호나우두(2002년 한일 월드컵·8골)가 유일하다. 케인은 “1966년 월드컵(잉글랜드 우승) 때처럼 모든 국민이 월드컵 우승을 원하고 있다. 아직은 집에 갈 때가 아니다”고 각오를 밝혔다. 둘 중 팀을 우승으로 이끈 선수는 축구계 최고 권위를 가진 발롱도르 수상도 노려볼 수 있다. 지난 시즌 EPL 개인 득점 2위를 기록한 케인은 월드컵 우승과 득점왕을 동시에 거머쥐면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2017∼20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모드리치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린다면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모드리치의 대표팀 동료인 데얀 로브렌은 “모드리치가 스페인이나 독일 선수였다면 벌써 발롱도르를 탔을 것이다. 그는 현 시점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티에리 앙리가 훈련장을 잘못 찾아갔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면 행복할 것 같다.”(프랑스 대표팀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 “우리는 ‘전설(앙리)’과 함께 프랑스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가르침이 팀을 더 성장시킬 것이다.”(벨기에 대표팀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 후보인 프랑스와 벨기에의 4강전(11일 오전 3시)이 묘한 운명에 처한 티에리 앙리(41·사진)를 둘러싸고 달아오르고 있다. 앙리(A매치 123경기 51골)는 프랑스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레전드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벨기에 대표팀 코치로 참가했고, 팀을 결승에 올려놓기 위해 고국 프랑스를 꺾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벨기에는 프랑스 선수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앙리가 결정적 조언 등을 통해 승리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는 반면에 프랑스는 앙리를 결승 진출의 걸림돌로 꼽고 있다. 빠른 발과 탁월한 골 결정력으로 ‘제2의 앙리’로 떠오른 킬리안 음바페(프랑스)는 “앙리는 내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인물이다. 그가 상대팀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이상한 감정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4강전을 앞둔 벨기에의 훈련장에서 모든 언론의 눈은 앙리에게 쏠려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기자들이 앙리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지만 앙리는 경기 전망과 고국과 맞붙게 된 소감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앙리는 자신의 발언이 선수들에게 심리적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4강전은 ‘티에리 앙리 쇼’가 아니다. 나는 감독을 돕기 위해 이 자리에 있을 뿐이다”는 말만 남겼다. 벨기에가 4강까지 승승장구한 데는 앙리의 역할이 컸다. 훈련장에서부터 그는 현역 선수들 못지않은 열정을 보여줬다. 100m를 11초대에 뛰는 스피드는 여전해 현역 선수들과의 전력 질주 대결에서 가장 빠른 모습을 보였다. 공 뺏기 훈련을 할 때도 탁월한 발재간을 가진 그는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 가디언은 “코치가 베스트11 선수만큼 치열하게 훈련한다. 언뜻 보면 혹독한 다이어트에 돌입한 사람 같다”고 묘사했다. 2016년부터 벨기에 코치로 활동 중인 앙리는 공격수 루카쿠와 에덴 아자르를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앙리와 함께 경기 영상을 보며 상대 문전에서의 움직임과 수비 뒤 공간 침투 방식을 배운 루카쿠는 4골, 아자르는 2골을 터뜨리고 있다. 루카쿠는 “앙리는 우리에게 어려운 주문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것을 성공시킬 때마다 성장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앙리는 벨기에의 공격 세트피스 전술도 담당하고 있다. 벨기에축구협회는 결승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앙리와의 계약 연장을 고려 중이다. 벨기에축구협회 관계자는 앙리의 존재 자체가 선수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선수들은 2년 전 숙소에서 앙리와 상견례를 가졌을 때부터 눈빛이 달라졌다. 유소년 시절 앙리의 포스터를 방에 붙여 놓고 프로의 꿈을 키운 선수도 있다. 선수들이 세계 최고 선수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하면서 팀의 정신력과 경기력이 모두 좋아졌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4강 진출을 다투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 ‘짠물 수비’ 스웨덴의 맞대결은 양 팀 감독의 두뇌 싸움이 더욱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잉글랜드와 스웨덴은 7일 오후 11시 사마라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8강전을 치른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우승 이후 52년 만에 정상 등극을 노리는 잉글랜드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48)은 ‘융합형 사령탑’으로 불린다. 축구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 종목의 기술 등을 팀 전술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미국 NBC에 따르면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와 미국프로농구(NBA)를 참고해 세트피스 전술을 완성했다. NBC는 “2016년 잉글랜드 사령탑에 오른 사우스게이트는 2017, 2018년 NFL 결승전인 슈퍼볼을 참관했다. 또한 NFL과 NBA 팀을 방문해 선수들의 유기적 움직임과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는 공간 창출 능력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노력은 잉글랜드의 세트피스 능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코너킥, 프리킥 등에서 선수들이 미리 약속된 움직임 등을 통해 상대 수비수를 떼어내고 득점을 성공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9골 중 페널티킥 3골을 제외한 6골 중 4골을 세트피스로 뽑아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팀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라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잉글랜드의 선전 속에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경기 때 와이셔츠 위에 조끼를 입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영국에서 사우스게이트가 입는 조끼의 주문량이 35%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조끼에는 ‘커밍홈(Coming Home)’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우승 트로피와 함께 귀국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현역 시절이었던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수비수로 뛰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반면 한국에 F조 조별리그에서 뼈아픈 첫 패배를 안긴 스웨덴의 얀네 안데르손 감독(56)은 국가대표 경력이 없다. 그는 현역에서 은퇴한 뒤 2011년 스웨덴 프로축구 노르셰핑의 사령탑이 됐다. ‘학구파’로 통하는 그는 상대 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약체로 분류됐던 노르셰핑을 2015년 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2016년 스웨덴 대표팀 사령탑 부임 후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 축구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스웨덴은 한국전부터 팀 전술에 큰 변화가 없다. 두 명의 최전방 공격수를 둔 4-4-2 전형으로 나선 뒤 안정적 수비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역습을 노린다. 안데르손 감독은 “상대 팀의 경기 영상 1000개 이상을 본 뒤 약점 등이 드러나는 주요 장면을 20∼30분짜리 영상으로 편집해 선수들에게 알려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 전력 분석관을 비밀리에 파견해 훈련을 염탐하는 등 정보전에도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안데르손의 치열한 준비와 전략 수립 덕분에 스웨덴은 톱스타가 없어도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데르손 감독은 선수들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자신감을 끌어올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잉글랜드와 스웨덴의 주장은 결전을 앞두고 승리를 다짐했다. 6골로 득점 선두인 잉글랜드의 공격수 해리 케인(25)은 “지금까지의 내 성적에 만족할 수 없다. 스웨덴전에서 많은 골을 넣고 싶다”고 말했다. 스웨덴 수비의 리더로 한국전에서 결승골까지 넣은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33)는 “우리 팀이 유지해온 플레이 방식과 장점을 살려 잉글랜드를 꺾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스웨덴은 그란크비스트를 중심으로 한 탄탄한 수비와 함께 창조적 패스 능력을 갖춘 미드필더 에밀 포르스베리(27)를 중심으로 한 역습으로 잉글랜드 골망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러시아 월드컵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태극전사들이 일제히 이번 주말 재개되는 K리그를 통해 국내 팬들 앞에 나선다. 호화 멤버인 전북은 월드컵에서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과시하며 끈질긴 투혼을 보인 이재성과 이용, 김신욱이 7일 인천과의 전주 안방경기에 출전한다. K리그1 선두 전북 최강희 감독은 “이제는 K리그에서 월드컵 이상의 재미와 감동적 축구를 팬들에게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인천에는 월드컵에서 적극적 전방 압박과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준 공격수 문선민이 있다. 월드컵에서 동고동락했던 이들이지만 K리그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문선민은 “월드컵에서 골은 못 넣고 발에 땀 나도록 뛰기만 한 것이 아쉽다. K리그에서는 골 결정력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8일 K리그1 FC서울과 홈경기를 치르는 대구의 안방 대구스타디움 골대 뒤편 좌석(300석)은 1주일 전에 매진됐다. 대구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2002년 팀 창단 후 처음 있는 일이다”고 전했다. 이는 대구 골키퍼 조현우 효과 때문이다.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한국 골문을 단단히 지키며 국내외에 신드롬까지 일으킨 조현우의 모습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려는 팬들이 적극적으로 예매에 나섰다. 조현우는 “K리그에서도 월드컵에서처럼 멋진 선방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오반석(제주) 김민우 홍철(이상 상주) 윤영선(성남) 주세종(아산) 등도 국내 무대에 복귀한다.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전에서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근육) 부상을 당한 박주호(울산)는 결장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대한축구협회가 신태용 감독(사진)을 포함한 감독 후보들 간의 경쟁 체제를 통해 차기 대표팀 사령탑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은 5일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1차 회의를 통해 신 감독을 차기 감독 후보에 포함시킨 뒤 그동안 추적 관찰해온 10명 이하의 감독 후보와 경쟁을 붙여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조별리그 1승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신 감독은 한국의 월드컵 종료와 함께 계약이 만료된 상태다. 김 위원장은 “16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성공한 월드컵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신 감독이) 독일을 꺾은 공도 있고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 준비 과정과 리더십 등을 평가해 다음 월드컵을 이끌 능력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신 감독의 실험과 도전정신이 너무 폄하되는 것 같다. 유망 선수 발굴 등으로 선수 운용의 폭을 넓혔다는 점은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는 외국인 감독 등 감독 후보군을 선정해 놓은 상태다. 김 위원장은 “지난 몇 개월간 감독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 철학에 맞는 감독들의 경기를 보는 동시에 경력과 동향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협회와의 접촉설이 돌았던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브라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감독 선정 기준은 월드컵이라는 대회 수준에 맞고,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의 격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월드컵 예선을 통과한 경험이나 세계적 리그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김 위원장은 과거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거론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결과(한국을 맡기 전에 거둔 업적)가 없었다. 결과 없는 감독은 선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력과 함께 중요한 것은 한국의 축구 철학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이날 한국 축구가 추구해야 할 철학을 정립했다. 김 위원장은 “월드컵이 끝나고 대표팀 선수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선수들은 ‘감독이 바뀌어도 같은 철학으로 팀이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위원회가 제시한 철학은 △전진 패스 등 능동적 공격 전개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전방 압박 △강력한 역습 △강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것 등이다. 협회가 이날 발표한 것은 앞으로 대표팀이 추구하려는 팀 컬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들을 고려할 때 신 감독은 애매한 위치에 있다. 평소 능동적이고 공격적 축구를 선호해 왔지만 월드컵에서는 수비적 운영을 했고 16강 진출 실패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위원회는 감독 후보군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할 계획이지만 신 감독은 인터뷰 없이 월드컵 경기 내용 등을 통해 평가할 계획이다. 신 감독은 계속해서 대표팀을 맡고 싶다는 뜻을 협회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신 감독은 위원회가 제시한 철학에 부합하는 인물인가’라는 질문에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력은 많이 하셨다. 더 깊은 부분은 아직 평가를 진행하지 않아 답하기 힘들다”고 했다. 위원회는 2차 회의에서 신 감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3차 회의에서 감독 후보군의 인터뷰를 종합해 차기 감독 우선 협상 순위를 정한다. 김 위원장은 “9월 A매치 기간에는 차기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감독의 임기는 4년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적 명장의 경우 높은 연봉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들여 (감독을) 영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많이 투자할 생각이라고 보면 된다. 일단은 비용(연봉 등)을 고려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후보를 만나 한국 축구가 왜 매력적인지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신혼집이 포항에 있어요. KTX 포항역에서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팬들이 반겨 주시더라고요. 그때 느꼈습니다.” 세계적인 골키퍼로 거듭난 조현우(27·대구FC)는 집에 가서야 인기를 실감했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귀국 당시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환호가 쏟아졌지만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은 “길을 지날 때마다 많은 사람이 알아봐 주시는데, 적응이 안 된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너무 행복하다. 저를 알아주시니 설레기도 한다”고 했다. 4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만난 그의 인생은 바뀌어 있었다. 8일 그는 프로축구 K리그에 나선다. 소속팀 대구는 대구스타디움에서 서울과 맞붙는다. 조현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골대 뒤편 좌석(300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조현우의 하얀 피부를 보고 중국 화장품업체에서 구단 측에 모델 섭외를 시도하기도 했다. 대구 관계자는 “(조현우가) 선크림은 무엇을 쓰는지, 경기 중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모히칸 헤어스타일’(수탉처럼 가운데만 남긴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제품을 쓰는지에 대한 문의가 왔다”고 전했다. 그는 “와이프가 이 헤어스타일을 좋아했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계속 유지했는데, 대구 팬들과 어린 친구들이 따라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너무도 뜻깊게 생각했다. 은퇴할 때까지 이 헤어스타일을 고집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아내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생애 처음 나선 월드컵. 무섭고 힘들 때 그는 아내를 찾았다고 했다. “이제 꿈을 펼칠 시간이야. 지금 솔직히 많이 무섭고 긴장되고, 평생 꿈꿔온 순간인 만큼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야. 지금이라도 무섭다고 말하고 싶지만, 오늘 이 순간까지만 생각할 거야.” 월드컵 기간에 그가 아내에게 썼던 손편지의 이 문구가 화제가 됐었다. 그는 경기 전날 잠들기 전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다가 문득 떠올라서 호텔 방 안에 있던 종이에 이 내용을 썼다고 했다. “내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와이프뿐이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손편지를 쓴 뒤 사진을 찍어 간직했다. 그가 손편지를 쓴 다음 날. 신태용 감독은 경기장으로 출발하면서 “선발은 현우다”고 말했다. 꿈은 현실이 됐다. 그는 경기장으로 출발하면서 찍어두었던 편지 사진을 아내에게 전송했다. 이 편지를 받은 부인 이희영 씨는 무척 놀랐다고 했다. 남편이 이 정도로 부담을 갖는 건 처음 봤다고 했다. 그는 “힘들고 아플 때 변함없이 저를 사랑하고 힘을 주었다. 저에게는 너무 큰 존재이기에 저도 항상 표현을 많이 한다”고 했다. 월드컵 기간 동안 아내가 악플에 시달렸던 것을 두고 “힘든 부분도 있었는데 꿋꿋이 이겨내서 고맙다”고도 덧붙였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심리 전문가를 데려가지 않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를 생각하며 힘든 순간을 이겨 낸 때문인지 그는 “나는 멘털코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월드컵이 끝난 뒤 그의 병역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는 프로 2년 차였던 2014년에 양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한쪽이 좋지 않자 다른 쪽도 나빠진 탓이다. 일부에서는 그가 현역 입영 대상이 아닌 신체검사 4급을 받을 수 있다는 말도 돌았다. 하지만 그는 무릎 수술과 병역 문제는 별개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컨디션도 좋아서 4급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대구 관계자는 “조현우는 신체검사 때 2급이었고 현역(상주 상무)에 갈 수 있는 상태”라고 했다. 손흥민과 함께 아시아경기에 와일드카드로 합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아시아경기 대표팀 감독인 김학범 감독과 따로 이야기하거나 이와 관련해 연락 받은 건 없다고 했다. 그는 “28세에 상무에 간다는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래서 결혼도 일찍 했다”며 “아시아경기에 가지 않아도 저는 상무에서 잘해서 온 국민에게 잊혀지지 않겠다”고 했다. “만약에 좋은 기회가 생기면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상무에 다녀와서도 기회가 되면 또 꿈을 꿔온 큰 무대에 설 수 있을 거다. 일단은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김학범 감독님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표팀의 ‘넘버 3’였던 그가 장신 선수가 많은 스웨덴을 상대로 선발로 나선 데는 공중볼에 강했기 때문이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활동범위도 넓다. 하지만 큰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마른 체형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즉시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감’을 더욱 갖추고 싶다고 말했다. “김병지 선수를 좋아하는데 그의 자신감을 배우고 싶었다. 크로스 상황에서 더욱 자신 있게 플레이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별명 ‘달구벌 데헤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비드 데헤아를 빗댄 것이다. 데헤아는 대구 구단이 페이스북에 올린 조현우 인터뷰에 ‘좋아요’를 눌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현우는 “데헤아를 좋아해서 같이 경기할 것을 기대했는데, 만나지는 못했지만 저를 알고 ‘좋아요’를 눌러줘서 영광스럽다”고 했다. 8강이 모두 가려진 4일까지도 조현우는 이번 월드컵 세이브 횟수 5위(13회)를 기록 중이다.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선방은 “스웨덴전 전반에 일대일 상황에서 허벅지로 막은 것”을 꼽았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나가고 있었다고 했다. 잠을 줄여가면서 경기를 분석하고 치열하게 훈련한 땀의 결과다. 하지만 외국 기자들이 최고의 선방을 물었을 땐 다른 대답을 했다고 했다. 외국 기자들이 그에게 “독일전이 최고의 선방 아니었나?”고 했을 때 그는 “아니다”며 “한국의 K리그에서 정말 많은 선방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K리거로서의 자부심 넘치는 한마디였다. 다시 K리그 출전을 앞둔 그는 “K리그에서는 스피드와 돌파력을 지닌 인천의 문선민이 두렵다”면서 “꼭 손흥민과 맞붙어 보고 싶다. 손흥민도 은퇴 전에 한 번은 오겠다고 했는데 경기가 성사되면 어린 친구들도 좋아하고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8강 진입에 실패한 국가들이 사령탑 교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2-3으로 역전패한 일본은 독일의 전설적 공격수 출신으로 2016년까지 미국 대표팀 감독을 지낸 위르겐 클린스만의 영입을 노리고 있다. 일본 스포츠닛폰은 4일 “일본축구협회가 차기 사령탑 후보인 클린스만과 물밑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일 기술위원회를 거쳐 사령탑 내정 절차를 밟게 된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목표로 연봉 200만 유로(약 26억 원)를 받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한국과의 조별리그 경기(3-2 독일 승)에서 2골을 터뜨렸다. 은퇴 후에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 감독으로 3위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미국 사령탑으로 16강에 올라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개최국 러시아와 승부차기 끝에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한 ‘무적함대’ 스페인도 사령탑 교체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스페인은 대회 직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사령탑으로 선임된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경질하고, 대표팀 선수 출신 페르난도 이에로를 감독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조별리그를 1승 2무로 힘겹게 통과했고, 러시아전에서도 공격력이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페인 일간 아스는 “현역 시절 스타플레이어였던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와 FC바르셀로나 감독이었던 루이스 엔리케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16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이 브라질 출신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을 영입하려 한다는 브라질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브라질 언론 글로부이스포르치는 4일 “한국과 이집트가 스콜라리 감독과 접촉 중이다”라고 보도했다. 스콜라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협회 관계자는 “스콜라리 감독 접촉설은 사실무근이다. 신태용 감독에 대한 평가 작업이 먼저다”라고 밝혔다. 협회는 5일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를 열어 신 감독과의 계약 연장, 계약 기간 종료에 따른 결별 중 하나를 선택할 예정이다. 협회 고위관계자는 “신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적극적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감독을 모실 예정이다”라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운명의 한 방이었다. 스페인의 승부차기 다섯 번째 키커 이아고 아스파스가 페널티 마크 앞에 섰다. 스페인이 떨어지고 러시아가 8강에 올라가느냐가 걸려 있는 순간. 러시아 수문장 이고리 아킨페예프는 크게 숨을 쉰 뒤 아스파스를 노려봤다. 아스파스가 킥을 날린 순간 185cm의 아킨페예프가 개구리처럼 양팔과 양다리를 뻗으며 옆으로 몸을 날렸다. 구석으로 날아갈 줄 알았던 공은 뜻밖에 가운데로 향했다. 이미 골대 왼쪽으로 몸을 날렸던 아킨페예프의 팔은 이 공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공은 뒤로 길게 뻗은 아킨페예프의 왼발 끝에 걸렸다. 연발 권총에 총알 한 발을 넣고 번갈아 서로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잔인한 게임 ‘러시안 룰렛’에 빗대어 ‘11m 러시안 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의 이날 승자는 러시아였다. 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개최국 러시아는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해 8강에 올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전에서 이근호의 평범한 중거리 슛을 놓쳐 ‘기름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아킨페예프는 러시아의 영웅으로 거듭났다. 4시간 뒤에는 덴마크와 크로아티아가 1-1로 비긴 뒤 잔인한 승부에 돌입했다. 승부차기에서는 ‘거미손’ 골키퍼들의 혈전이 이어졌다. 크로아티아의 다니옐 수바시치는 승부차기 5개 중 3개를, 덴마크의 카스페르 슈마이켈은 5개 중 2개를 막아내는 신들린 ‘선방쇼’를 보여줬다. 크로아티아가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양 팀 골키퍼를 합쳐 5개의 승부차기 세이브는 역대 월드컵 사상 한 경기 승부차기 최다 세이브 기록이다. 2016∼2017 프랑스리그 ‘올해의 골키퍼’에 선정됐던 수바시치는 3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역대 월드컵 한 경기 최다 세이브 개인 공동 1위에 올랐다. 이날 경기에서 슈마이켈은 지고도 경기 최우수선수(MOM)를 차지했다. 연장 후반 11분 크로아티아 간판스타 루카 모드리치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것을 비롯해 경기 내내 눈부신 선방을 보여준 슈마이켈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골키퍼였던 아버지 페테르 슈마이켈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 못지않은 선방쇼를 펼쳤다.○ 11m 거리에서 벌어지는 심리 싸움 이론상으로는 승부차기에서 키커가 골키퍼보다 유리하다. 키커와 골대까지의 거리는 11m. 성인 남자 선수의 슈팅 평균 속도는 시속 90∼100km. 이 속도로 공을 차면 골라인 통과 시간은 0.4∼0.5초인 반면에 골키퍼의 반응 속도는 0.6초다. 이론상으로라면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론 다르다. 영국 BBC에 따르면 승부차기가 시작된 1982년 스페인 대회부터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의 승부차기 횟수는 총 240회. 키커들은 이 중 170회를 넣어 성공률은 70.8%였다. 2일 열린 16강전 2경기의 승부차기 성공률은 63.2%에 불과했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는 심리적인 데서 온다. 덴마크 골키퍼 슈마이켈은 상대가 킥을 하기 전에 몸을 이리저리 흔들거나 크게 소리를 지르는 등 키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려 했다. 노르웨이의 스포츠심리학자인 가이르 요르데 박사는 승부차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심리적 스트레스(40%), 슈팅 기술(10%), 본경기에 따른 피로(7%) 순으로 분석했다. 통상 키커들은 심리적 압박 때문에 첫 번째와 마지막 다섯 번째 순서를 기피한다고 한다. 공격수 출신인 김도훈 울산 감독은 “골키퍼는 승부차기를 막지 못해도 ‘밑져야 본전’이지만 키커는 그렇지 않다. 무조건 넣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은 “키커는 골키퍼의 동작을 무시하고 공을 어디로 보낼 것인지에만 집중해야 한다. 키커의 눈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골키퍼를 오래 바라볼수록 불안감이 높아져 킥 정확도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최고의 승부차기 코스와 슈퍼 세이브 비법 덴마크의 두 번째 키커 시몬 케르는 교과서적인 승부차기를 보여줬다. 그는 골대 오른쪽 상단에 꽂히는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키퍼가 몸을 던져도 막을 수 없는 위치로 공을 보낸 것이다. 크로스바와 골포스트에서 각각 50cm 안쪽 지점으로 향하는 공은 골키퍼가 거의 막을 수 없다. 반면에 최악의 코스는 골문 중앙 하단부로 향하는 킥이다. 스포츠 통계업체 OPTA는 “역대 월드컵에서 중앙 하단부로 향한 킥의 성공률은 58%에 불과했다. OPTA는 “만약 가운데로 공을 찰 생각이라면 낮은 코스보다는 골키퍼 머리 위로 향하는 강력한 킥을 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선수들도 가장 확률 높은 슈팅 코스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경기에서 최적의 코스로 공을 보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2년 한일 월드컵 멤버인 김병지(골키퍼)는 “실제로 골대 위쪽 구석을 보고 승부차기를 하는 공격수는 드물다. 조금만 방향이 빗나가거나 힘 조절에 실패하면 골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득점을 위해 땅볼이나 골키퍼 어깨 높이로 공을 보내게 된다”고 말했다. 승부차기를 골키퍼가 성공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비법은 없을까.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키커의 발 모양은 공의 방향이다. 차기 직전 지면에서 킥을 지탱하는 쪽의 발끝은 80% 정도 공이 나갈 방향을 가리킨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스페인전에 나선 키커 9명은 디딤발 끝의 방향과 슈팅 방향이 일치했다. 골키퍼들은 다양한 동작과 발언으로 승부차기의 주도권을 가져오기도 한다. 김병지는 “상대가 킥을 하기 전에 제스처를 통해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타이밍보다 골키퍼가 늦게 골문 앞으로 걸어가거나, 키커에게 볼을 건네며 ‘너 오른쪽으로 많이 차잖아’라는 식으로 심리전을 시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16강 이후로는 더 이상 무승부가 없는 토너먼트 경기가 계속되면서 승부차기는 치명적인 변수로 계속 작동할 수밖에 없다.정윤철 trigger@donga.com·김배중·강홍구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최고 흥행카드로 꼽혔던 ‘메호(메시와 호날두) 대전’이 무산됐다. 세계 축구 최대 라이벌 리오넬 메시(31·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는 1일 월드컵 16강전에서 나란히 팀의 패배를 막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아르헨티나는 카잔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16강전에서 메시가 2도움을 기록했지만 3-4로 패했다. 같은 날 포르투갈은 소치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호날두가 무득점에 그친 가운데 1-2로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준 아르헨티나는 전반 41분 앙헬 디마리아의 그림 같은 중거리슛으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후반 3분 메시의 왼발 슛이 가브리엘 메르카도의 발에 맞고 굴절돼 들어가면서 2-1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후반 12분 뱅자맹 파바르의 빨랫줄 같은 발리슛과 킬리안 음바페의 연속골 등 3골을 더 내주며 무너졌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추가시간에 메시가 올린 정교한 크로스를 세르히오 아궤로가 헤딩골로 연결시키며 3-4로 추격했으나 거기까지였다. 포르투갈은 전반 7분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가 올린 크로스를 에딘손 카바니가 헤딩으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내줬다. 포르투갈의 페프는 후반 10분 헤딩 동점골을 넣어 35세 124일로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최고령 포르투갈 선수가 되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우루과이는 후반 17분 카바니의 추가골로 승리를 확정했다.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이 이겼다면 8강에서 메시와 호날두의 사상 첫 월드컵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었다. 하지만 둘 모두 상대의 집중 견제를 뚫지 못하며 동반 탈락했다. 두 선수의 나이를 고려할 때 다시 월드컵 출전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축구전문매체 골닷컴은 “역대 최고 선수(GOAT·Greatest of all time) 등극을 노리던 메시와 호날두의 경쟁도 작별을 고했다”며 이들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1·아르헨티나)는 엉덩이에 손을 올린 채 한참 동안 그라운드에 서 있었다. 대회 기간 동안 갈색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그의 얼굴은 경직돼 있었다. 또다시 꿈이 좌절된 그는 고통스러운 듯 이따금씩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메시는 1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득점포가 침묵하면서 아르헨티나의 3-4 패배를 막지 못했다. 4시간 뒤. 카잔에서 1530km 떨어진 러시아 소치에서는 또 다른 스타가 패배의 아픔을 맛봤다. 포르투갈이 1-2로 지고 있던 후반 추가시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는 성난 눈을 부라리며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포르투갈 선수가 페널티박스 인근에서 쓰러졌지만 주심이 우루과이에 반칙을 주지 않았기 때문. 거친 항의로 경고를 받은 호날두는 경고 누적으로 포르투갈이 8강에 올라도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호날두는 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포르투갈이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16강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세계 최고의 선수를 놓고 경쟁하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스타 메시(FC 바르셀로나)와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둘은 이번에도 소속팀에서의 성공을 국가대표팀에서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메시와 호날두는 월드컵과의 지독한 악연을 이어갔다. 메시는 성인 무대에서는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했다. 그는 메이저 대회 준우승만 4차례(2014 브라질 월드컵, 2007·2015·2016 코파아메리카)에 그쳤다. 2016 코파아메리카에서 준우승한 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가 대통령과 팬들의 만류로 복귀한 그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메이저 트로피에 도전했으나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호날두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지만 이후 세 번의 월드컵에서는 모두 8강 진입에 실패했다. 발롱도르 5회 수상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클럽에서는 모든 영광을 누린 이들이지만 월드컵 트로피를 얻지 못해 ‘역대 최고의 선수(GOAT)’ 반열에는 오르기 힘들어졌다. AP통신은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펠레(브라질)는 고국에 보물(월드컵 트로피)을 안기며 전설이 됐다. 팬들이 마라도나와 펠레를 인정하는 것은 소속팀 경력이 아닌 월드컵에서의 활약 때문이다. 메시와 호날두는 클럽에서는 최고의 선수로 기억될지 모르지만 국가대표팀에서는 영광을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메시와 호날두는 월드컵에 대한 극심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둘은 ‘토너먼트 징크스’에 발목을 잡혔다. 메시는 월드컵 토너먼트(16강 이후 경기) 8경기에서 23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4골을 뽑아낸 호날두지만 토너먼트에서는 6경기에서 25차례 슈팅을 하고도 골 망을 흔들지 못했다. 서른 살이 넘은 둘의 나이를 고려할 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둘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카타르 월드컵이 열릴 때 메시는 35세, 호날두는 37세가 된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메시와 호날두 모두 토너먼트가 시작된 16강부터 체력적으로 지친 모습을 보였다. 클럽 팀에서는 1, 2년 정도 좋은 신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4년 뒤 월드컵에서는 최상의 모습을 보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에서 쓸쓸히 퇴장한 메시와 호날두가 대표팀에서 은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팀 동료들은 두 선수가 대표팀에 남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프랑스와의 경기 후 메시는 대표팀 은퇴 여부 등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팀 동료인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메시가 대표팀에 계속 남아있고자 열망하기를 희망한다”면서 “메시가 축구를 그만뒀을 때 그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메시는 계속 축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날두는 대표팀 은퇴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스페인 일간 마르카에 따르면 호날두는 “아직 미래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포르투갈에는 젊고 좋은 선수가 많다. 우리는 언제나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페르난두 산투스 포르투갈 감독은 호날두가 대표팀에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날두는 아직 축구를 통해 기여해야 할 것이 많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발전을 돕기 위해 대표팀에 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제발 골이길 빌고 또 빌었다. 공이 너무 정확히 내 발 앞으로 와서 한 번 잡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잡고 때렸는데 그사이 노이어(골키퍼)가 튀어 나오더라. 들어가서 다행이다.” 한국의 선제골을 넣은 김영권(사진)은 그 짧은 순간 수없이 속으로 빌었다고 했다. 골을 넣었지만 선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고 한국 선수들이 격렬하게 항의하는 가운데 비디오판독(VAR)이 진행됐다. 결국 골로 인정이 됐다. 선제골을 넣은 그는 수없이 많은 육탄 수비로도 화제를 모았다. “수비수뿐만 아니라 공격수들까지 다 같이 수비에 가담해줬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공격진이 있는 앞에서부터 쉽게 공이 들어오면 쉽게 골을 먹을 수 있었다. 앞에 있던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뛰어줘서 무실점이 된 것 같다. 거의 매일 미팅을 했다. 독일 선수들 움직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유기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한때 그는 ‘악플’의 대명사처럼 불리기도 했다. 경기 중 관중 소리 때문에 선수들 간 소통이 잘 안 됐다는 식으로 말했다가 팬들의 집단 비난을 받았다. 그는 “과거에는 악플이 많이 달렸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는 말에 “아직 댓글을 보진 못했다. 응원을 열심히 해주신 것 같다. 한국에서도 늦게까지 응원을 해주셨고, 선수들도 그런 응원을 받고 매니저를 통해 소식을 듣는다”고 전했다. 그는 악플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런 계기가 없었다면 오늘처럼 골도 넣고 이런 상황이 안 나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발전할 수 있도록 된 것 같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한축구협회가 정한 구호인 ‘필사즉생 필생즉사’를 계속 떠올렸다고 했다.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는 유명한 문구다. 그는 “운동하는 순간순간 그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다. 그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이헌재 uni@donga.com / 카잔=정윤철 기자}
독일의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는 경기가 끝난 뒤 유니폼을 그라운드에 집어 던졌다. 믿을 수 없는 패배에 화가 난 모습이었다. 잠시 뒤 그는 뚜벅뚜벅 한국의 골키퍼 조현우(27·대구)에게 걸어갔다. 그러고는 악수를 청하며 포옹을 했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 노이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맹활약한 조현우였다. 한국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독일을 2-0으로 꺾고 ‘카잔의 기적’을 이뤄낸 것은 골문을 든든히 지킨 ‘달구벌 데헤아’ 조현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26개의 슈팅을 퍼부었지만 조현우는 온몸을 던지는 ‘선방쇼’를 펼쳤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조현우를 한국-독일전의 맨 오브 더 매치(MOM·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골을 넣은 김영권, 손흥민이 아니었다. 사실상 후반 추가 시간에 나온 한국의 ‘극장골’은 그의 선방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후반 2분 골대 바로 앞에서 독일의 레온 고레츠카가 홀로 점프해 날린 헤딩슛을 막아낸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조현우에게) 절을 해도 마땅할 정도의 완벽한 선방이었다”고 감탄했다. 조현우는 “크로스 타이밍과 공격수의 움직임 모두 분석한 그대로였기 때문에 몸이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그때 골을 내줬다면 독일을 꺾을 수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한국이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조현우의 활약만큼은 눈부셨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대표팀의 ‘넘버3 골키퍼’로 평가받던 그는 1차전(스웨덴)에 선발로 나선 이후 연일 ‘선방쇼’를 이어가며 명실상부하게 한국의 대표 수문장으로 거듭났다. 조현우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집계한 선방 횟수 순위(28일 오전 기준)에서 총 13개의 선방으로 노이어(11개)를 제치고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현우의 스타 등극은 그의 철저한 상대팀 분석과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현우는 “코칭스태프와 함께 독일 선수들의 슈팅에 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슈팅 각도와 크로스를 올리는 지점까지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런 조현우가 꼽은 이번 대회를 통틀어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두 번의 페널티킥 실점 장면. 조현우는 “상대 국가의 8년 치 페널티킥 자료를 모두 분석했다. 키커가 과거에 페널티킥을 찬 방향을 알고 있어서 그쪽으로 몸을 날렸는데…. 그들(키커)이 조금 더 영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젠 유럽의 빅 클럽들이 그를 노린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를 만큼 조현우의 위상은 높아졌다. 호주 ABC방송은 ‘독일은 무적의 골키퍼 조현우를 뚫어내지 못했다’고 보도했고, 스페인 언론 아스는 ‘조현우가 펼친 환상적인 월드컵 활약으로 차기 행선지가 유럽이 될 수도 있다’며 유럽행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쳤다. 영국 BBC는 조현우에게 평점 8.85점을 매기며 독일 노이어(2.59점)는 물론이고 골을 터뜨린 손흥민(8.75점), 김영권(8.37점)보다 높은 평점을 부여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아직 군 복무를 하지 않은 그는 “(입대를) 개의치 않는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이지만 각종 댓글 등에선 “넌 괜찮다지만 우린 너를 보낼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28일 조현우의 에이전트(이카루스) 관계자에 따르면 몇몇 보도와는 달리 아직 직접적으로 조현우의 영입을 위해 접촉해온 유럽의 빅 클럽은 없다. 동물적 반사 신경과 모히칸 헤어스타일(수탉처럼 가운데만 남긴 헤어스타일)이 스페인 대표팀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28)를 닮아 ‘달구벌 데헤아’로 불리는 조현우는 월드컵을 통해 ‘대헤아(대한민국+데헤아)로 거듭났다. 조현우는 “개인적으로 데헤아를 좋아하기 때문에 애칭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헤어스타일은 데헤아를 따라한 것이 아니다. 아내가 내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추천한 것이다”며 웃었다. 대회 이후 그를 향한 국내의 뜨거운 반응은 아직 실감이 안 가는 모양이다. 조현우는 “인기 실감하나?”라는 질문에 “인기는 잘 모르고 아내가 밖에 나가면 자신도 알아본다고 했다. 저는 K리그 선수이고 아직 시즌도 끝나지 않아 귀국 이후 팀(대구FC) 훈련 복귀 일정을 언제 할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족은 생애 첫 월드컵에 나선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됐다. 상대의 수많은 크로스를 펀칭으로 막아낸 그의 오른팔에는 아내 이희영 씨(29)의 얼굴 문신이 있다. 그는 러시아에서 아내와 딸 하린 양(9개월)에게 이렇게 편지를 남겼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월드컵에 내가 왔고, 이제 꿈을 펼칠 시간이야. 멋진 남편이자 아빠가 될게.” 조현우는 “독일전에서 우리가 보여준 모습이 축구를 시작하는 어린 친구들의 미래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투혼을 발휘해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카잔=정윤철 trigger@donga.com / 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