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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3일 “국회는 정상화되지 않더라도 국회에서 할 일을 할 것”이라며 사실상 부분 국회 복귀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당과의 합의 없이 24일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시정연설을 강행하려 하자 ‘선별적 복귀’라는 새로운 수를 둔 것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 정권의 폭정과 일방통행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 검증 △북한 어선 귀순 △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태 등 세 가지에 관해서는 국회에서 따지겠다고 밝혔다. 북한 선박 사건의 경우 청와대의 조직적 은폐 의혹 등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동시에 국방위원회, 정보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운영위원회 등 5개 상임위에서 진상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의 책임을 묻고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당은 그동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들의 철회와 사과, 경제청문회 개최를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내걸어왔다. 나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 정상화와는 별개의 문제다. 국가 안보와 안전 문제에 대해 선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당 관계자는 “우선은 ‘특정 이슈’에 대해서만 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야 협상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청와대가 경제라인을 전격적으로 교체하자 더 이상 국회 밖에 있으면 손해라는 판단에 따라 사실상 단계적인 복귀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은 “정쟁을 유발하기 위한 또 다른 국회 파행 시도”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이 진정성 없는 성명 발표로 정쟁을 일삼고 어깃장만 놓으려 하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라며 “국회 정상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당 내부에선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원내 관계자는 “6월 임시국회가 열렸기 때문에 한국당이 상임위에 들어오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추경과 민생법안을 배제한 채 일부 상임위 의사일정만 합의할 수도 없어 딜레마”라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부분 복귀도 분명 한국당 나름의 의사표시이고 양보의 뜻일 것”이라며 민주당에 성의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한국당이 24일 시정연설을 위한 국회 본회의에는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개문발차한 6월 국회는 당분간 ‘반쪽 정상화’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24일 본회의 개최에 대해 “국회 운영 관행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또 다른 파행 시도”라고 비판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간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24일 오후에 본회의를 열어 추경 시정연설을 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과 공조해 한국당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각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추경과 민생법안 처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당의 ‘완전한’ 국회 복귀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홍정수 hong@donga.com·박효목 기자}
자유한국당이 23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구멍 난 군사경계! 청와대 은폐조작! 문(文) 정권 규탄대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을 군 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이날 국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책임자들에게 군사상 거짓 통보나 명령, 보고를 처벌하는 군 형법 14조, 38조, 39조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고소와 국정조사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즉각 법률 검토를 해서 고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신문 과정에 대해서도 “대공 혐의점이 있는, 군사기밀을 정찰한 선원 두 명을 북한으로 돌려보내 줬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눈치를 보면서 쾌속 귀성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정박한 최초 사진을 찍은 시민을 언급하며 “나라를 구한 분이다. 그 어민을 찾아서 포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교안 대표는 외교안보라인 전원 교체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국군 통수권자로서 안보를 망가뜨린 문 대통령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진정으로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이날 일반 국민과 당원을 포함해 총 5000여 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1주기 추도식이 23일 충남 부여군 외산면 가덕리 김해 김씨 가족묘원에서 열렸다. 지난해 향년 92세로 타계한 JP는 국립묘지 대신 2015년 먼저 세상을 뜬 부인 박영옥 씨가 묻힌 이곳에 함께 잠들었다. 이날 추도식은 JP의 기록물 등을 관리해온 재단법인 운정재단이 주관해 이뤄졌다.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낸 이태섭 운정재단 이사장은 이날 개식사에서 “정당의 총재이자 대표로서 인내와 타협의 정치에 앞장섰던 JP 정신을 기억해 과거가 아닌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현 헌정회장은 “정치가 국민과 멀어지고 있는 오늘, 국권을 위해 도전했던 결연성과 대화합을 위해 포기하는 유연성을 보여준 거인의 경륜을 절실하게 되돌아보는 나날”이라며 “한일 국교 정상화로 한국 외교 세계화의 지평을 넓힌 점도 큰 업적”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과거의 교훈을 받기보다 과거를 무조건 허물려고 하는 지금의 현실 정치를 보면서 김 전 총리를 생각한다”며 “나라가 어려운 고비일 때마다 화합으로 이끌어주셨던 넉넉한 큰어른이었다”고 추모했다. JP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이었던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김 전 총리는 여야가 정권을 평화적으로 주고받는 버팀목이 되어 민주화의 초석을 다졌다”며 “김 전 총리는 ‘정치는 허업(虛業)’이라 하셨지만 역사는 김 전 총리를 각별하게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김 전 총리의 장남 진 씨, 장녀 예리 씨와 심대평 전 국민중심당 대표, 한국당 정우택 이은권 의원과 지역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앞서 예리 씨는 19일 JP의 장서 7000여 권과 의정활동 기록물을 국회도서관에 기증했다. 여권에서는 박정현 부여군수가 참석했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조화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불참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자유한국당이 23일 “국회는 정상화되지 않더라도 국회에서 할 일을 할 것”이라며 사실상 부분 국회 복귀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당과의 합의 없이 24일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시정연설을 강행하려 하자 ‘선별적 복귀’라는 새로운 수를 둔 것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 정권의 폭정과 일방통행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 검증 △북한 어선 귀순 △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태 등 세 가지에 관해서는 국회에서 따지겠다고 밝혔다. 북한 선박 사건의 경우 청와대의 조직적 은폐 의혹 등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동시에 국방위원회, 정보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운영위원회 등 5개 관련 상임위에서 진상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북한 선박에 관련된 상임위는 ‘원포인트’로라도 즉시 열어서 진상 규명해나갈 수 있도록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의 책임을 묻고 대책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당은 그동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지정 법안들의 철회와 사과, 경제청문회 개최를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내걸어왔다. 하지만 여야 협상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데다 청와대가 경제라인을 전격적으로 교체하자 더 이상 국회 밖에 있으면 손해라는 판단에 따라 이날 부분 복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우선은 ‘특정 이슈’에 대해서만 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은 “정쟁을 유발하기 위한 또 다른 국회 파행 시도”라고 비판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 관행상 야당 입맛에만 맞는 상임위만 열린 적은 없다”며 “완전한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원내 관계자는 “6월 임시국회가 열렸기 때문에 한국당이 상임위에 들어오는 것을 막지는 못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추경과 민생법안을 배제한 채 일부 상임위 의사일정만 합의할 수도 없어 딜레마”라고 했다. 한국당이 24일 시정연설을 위한 국회 본회의에는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개문발차한 6월 국회는 당분간 ‘반쪽 정상화’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24일 본회의 개최에 대해 “국회 운영 관행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또 다른 파행 시도”라고 비판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간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24일 오후에 본회의를 열어 추경 시정연설을 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과 공조해 한국당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각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추경과 민생법안 처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당의 ‘완전한’ 국회 복귀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5422만 원. 국회 사무처가 이달 5일 개원 71주년 체육대회에 쓴 돈이다. 원래대로라면 이보다 좀 더 적었을 것이다. 지난달 31일 예정됐던 행사였는데 전날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로 미뤄져 치러졌기 때문이다. 행사 진행을 맡은 용역업체와 계약한 금액은 원래 1919만 원이었다. 일정을 미루면서 위약금 조로 1129만 원이 추가됐고, 결국 행사 진행 계약 금액은 3048만 원으로 늘었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실이 국회 사무처에서 제출받은 자료다. 사무처는 당시 “당초 준비했던 응원전과 명랑운동회를 취소하는 등 차분하게 체육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진행을 맡은 용역업체는 행사일 오전부터 신나는 음악을 깔고 ‘행사 멘트’를 날리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당초 사무처에서는 행사를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닷새를 미뤄 진행했다. 국회 관계자는 “업체 측에 비용을 미리 지불했는데, 행사 직전에 갑자기 취소하면 계약금을 거의 돌려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인 데다 국회가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니 마냥 미룰 수도 없어 불가피하게 정한 날짜라고 덧붙였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에 대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였다지만 체육대회를 연 것을 반드시 나쁘게만 봐야 하느냐는 말도 있다. “어느 조직이나 봄철 단합대회는 하지 않느냐”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본질적인 문제는 이런 결정 곳곳에서 드러난 국회의 공감능력 부족이 아닐까 싶다. 고민 끝에 행사를 닷새 미뤘다고는 하지만 헝가리 참사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시점이었다. 여전히 허블레아니호는 물속에 잠겨 있었다. 다뉴브강 곳곳에서 실종자들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졌다. 이를 의식했는지 유인태 사무총장은 “피해자들을 위로한다”며 묵념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식순에서는 BTS 댄스 따라잡기처럼 문제의 소지가 큰 항목만 빠졌을 뿐이었다. 총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오히려 1시간 늘었다. ‘격려’라는 의도 역시 조직 구성원들의 공감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 체육대회 공문은 국회를 한바탕 뒤흔든 ‘패스트트랙 정국’ 직후인 5월 첫 주에 내려왔다. 2016년 이후 열리지 않던 체육대회를, 3년 만에 조직 단합이란 명분으로 추진했다. 3주간 일과시간 이후 열린 예선전 때문에 직원들은 체육복을 갈아입고 사무실과 운동장을 오갔다. 한 직원은 “‘난장판 국회’에 지치고, 대형 참사까지 일어나서 마음이 무거운데 체육대회로 누구를 격려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국회 파행으로 국민들 보는 눈들이 따가운데, 체육대회를 강행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좋든 싫든 ‘민의의 전당’으로 불린다. 뭐를 하든 국민 마음부터 헤아려 보는 게 순서인 듯하다. 홍정수 정치부 기자 hong@donga.com}
검찰이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을 18일 불구속 기소하자 야권은 “이제 시작”이라며 비판을 쏟아냈지만 여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손 의원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를 강하게 주장해 온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손 의원이 떨친 위세가 어디를 의지해, 누구를 믿고 자행된 일인지는 삼척동자도 안다”고 했다. 손 의원이 가깝다고 주장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까지 사실상 거론한 것이다. 또 1월 20일 손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을 할 때 홍영표 당시 원내대표가 동행한 점을 언급하며 “지금까지 손 의원을 비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탈당 기자회견에 호위무사를 자처한 홍 전 원내대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공적 권한을 사적 권리로 치환했던 욕망의 화신이 맞이한 인과응보”라며 “더 이상 의인인 척 위장하지 말고 약속한 대로 국회의원 탈을 벗어라”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여당은 겉으로는 “손 의원이 더 이상 민주당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입장을 내기엔 부적절하다”면서도 불똥이 튈까봐 조심스러운 눈치다. 당 관계자는 “손 의원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면 몰라도 검찰에서 기소를 결정했으니 재판까지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가 손 의원의 탈당을 끝까지 만류했었다면 이 시점에서 한국당에 커다란 정쟁의 빌미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했다.홍정수 hong@donga.com·강성휘 기자}
검찰이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을 18일 불구속 기소하자 야권은 “이제 시작”이라며 비판을 쏟아냈지만 여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손 의원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를 강하게 주장해 온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손 의원이 떨친 위세가 어디를 의지해, 누구를 믿고 자행된 일인지는 삼척동자도 안다”고 했다. 손 의원이 가깝다고 주장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까지 사실상 거론한 것이다. 또 1월 20일 손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을 할 때 홍영표 당시 원내대표가 동행한 점을 언급하며 “지금까지 손 의원을 비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탈당 기자회견에 호위무사를 자처한 홍 전 원내대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공적 권한을 사적 권리로 치환했던 욕망의 화신이 맞이한 인과응보”라며 “더 이상 의인인 척 위장하지 말고 약속한 대로 국회의원 탈은 벗어라”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여당은 겉으로는 “손 의원이 더 이상 민주당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입장을 내기엔 부적절하다”면서도 불똥이 튈까봐 조심스러운 눈치다. 당 관계자는 “손 의원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면 몰라도 검찰에서 기소를 결정했으니 재판까지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가 손 의원의 탈당을 끝까지 만류했었다면 이 시점에서 한국당에게 커다란 정쟁의 빌미를 제공했을 것”이라며 했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강성휘기자 yolo@donga.com}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를 이끈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자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수사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고 부당한 외압에도 흔들림 없이 원칙을 지킴으로써 검찰 내부는 물론 국민적 신망도 얻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내부에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윤 후보자가 적폐청산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과정에서 ‘제어가 안 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은 적 있다”며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를 자기 식대로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윤 후보자는 국정원의 댓글 수사와 관련해 외압 의혹 폭로로 스타 검사가 된 인물”이라며 “야권 인사들을 향한 강압적인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자신이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 줬다”고 혹평했다. 바른미래당도 “검찰의 독립이 아닌 종속을 선언한 것”이라며 “‘선(先) 적폐청산 후(後) 협치’의 의지와 오만, 불통을 가장 잘 받들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18일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윤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보내면 국회는 20일 안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과 검찰 개혁 방안, 60억 원대에 이르는 재산과 친인척 비리 문제 등이 주요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윤 후보자의 장모가 수십억 원대 사기를 저질렀지만 윤 후보자가 이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검찰총장 임명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파격 인사’를 감행한 문 대통령이 여야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윤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정수 hong@donga.com·박성진 기자}
국회법상 의무적으로 국회를 열어야 할 6월이 절반가량 지났지만 여야의 국회 정상화 협상은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은 ‘선 경제청문회, 후 추가경정예산 심사’ 주장을 고수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시간 끌기용 조건”이라고 일축하면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이르면 17일부터 6월 국회 소집에 착수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은 17일 일제히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향후 대응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추경 심사에 앞서 경제청문회를 통해 경제 위기의 원인을 짚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경제 정책에 자신이 있다는 정부 여당 아니었나. 왜 이토록 경제청문회를 못 받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했다. 한국당은 경제 위기를 ‘분석하고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도를 설명하지만, 민주당은 청문회 요청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한국당의 총선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이 논평을 통해 “그들의 주장에는 정작 경제는 온데간데없고 정쟁만 보인다”고 한 것도 이런 판단의 연장선상이다. 국회가 정상화되면 기획재정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에서 경제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데 경제청문회를 선결 조건으로 내거는 것 자체가 총선 전략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뜬금없고 갑갑한 노릇”이라며 “추경을 무작정 반대하고 막아서는 행위야말로 경제 위기의 또 다른 한 축”이라고 반박했다. 양당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국회 정상화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해온 바른미래당은 17일 오후 6월 국회 단독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국회에서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봐선 (협상이) 깨졌다. 중재자 역할도 이것으로 끝”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 결단을 내릴 상황이다. 국회 문을 열겠다는 의지가 있는 다른 당 의원들과 함께 단독 소집 요구서를 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바른미래당의 단독 소집 요구에 응할지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당이 추경 심사를 총괄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황영철 의원)을 맡고 있어 여야 4당이 국회 소집을 강행해도 추경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더는 한국당을 기다리지 말자는 당내 기류가 강하지만 바른미래당을 앞세워 국회 문만 열고 한국당과의 협상 여지는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홍정수 기자}
친박(친박근혜) 4선인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하고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와 함께 친박 신당 ‘신공화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홍 의원은 15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와 함께 당당하게 청와대로 입성할 날이 머지않았다”며 “이 순간부터 애국당 조 대표와 함께 그 일에 매진하겠다. 신공화당이 이르면 주중 창당되면 한국당에 탈당계를 내겠다”고 했다. 조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1호 당원으로 모시고 다음 총선을 치르겠다”고 했다. 홍 의원은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 모든 정치 행보를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한 적이 없다”, “박 전 대통령이 누군가를 만난다면 저를 맨 먼저 만나겠다고 하셨다”고 했다. 그는 2016년 탄핵 정국 당시 자결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박 전 대통령이 “무슨 소리냐.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이 어려운 탄핵 정국을 이겨낸다면 태극기 승리 찬가의 날이 올 것이라 말했다”고도 했다. 한국당이 총선 룰 마련에 나선 가운데 친박 신당 창당이 본격화하자 정치권은 그 파괴력을 놓고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내에선 “과거 ‘친박연대’와 같은 파괴력을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동시에 “탄핵 반대라는 선명성으로 보수 세력을 결집할 경우 친박 신당이 꽤 많은 비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관석 jks@donga.com·홍정수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이장 통장에게 지급되는 기본수당을 내년부터 현행 월 20만 원 이내에서 30만 원 이내로 10만 원 인상하겠다고 13일 밝혔다. 2004년 이후 16년 만의 인상이다. 이·통장 처우 개선을 위한 수당 인상의 필요성은 여야 모두 제기해 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여당이 이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을 두고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당정은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지방자치단체 의견과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액을 정했다”고 밝혔다. 기본수당 인상은 내년 1월부터 전국에서 시행된다. 전국 이장은 3만7000여 명, 통장은 5만8000여 명으로 대상은 모두 9만5000여 명에 이른다. 이에 따른 추가 예산(연 1142억 원)의 재원은 지자체가 부담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행안부 훈령인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조만간 개정할 예정이다. 이·통장 기본수당은 2003년까지 월 10만 원이었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20만 원으로 인상됐다. 이·통장 수당 인상에 대해선 한국당도 찬성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까지 이에 대해 미온적이던 정부와 여당이 총선을 3개월 앞둔 내년 1월부터 수당을 인상하기로 하자 “총선용 생색내기”라고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총선용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대응 계획을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우리 당은 이·통장 수당을 인상해 처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왔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오던 정부 여당이 야당에 협의나 보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결정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홍정수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이장·통장에게 지급되는 기본수당을 내년부터 현행 월 20만 원 이내에서 30만 원 이내로 10만 원가량 인상하겠다고 13일 밝혔다. 2004년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올린 이후 16년 만의 인상이다. 이·통장 처우 개선을 위한 수당 인상 필요성은 여야 모두에서 제기돼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여당이 이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을 두고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당정은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당정은 지방자치단체 의견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이·통장 기본수당을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본수당 인상은 내년 1월부터 전국에서 시행된다. 전국 이장은 3만7088명, 통장은 5만8110명이다. 이에 따른 추가 예산(연 1142억 원)의 재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예정이다. 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위원장인 김두관 의원은 “행정안전부 예산편성지침으로 결정해 지방정부에서 자체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정은 또 “지자체 조례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되는 이·통장 임무와 자격, 임명 등의 사항을 법령 근거를 마련해 구체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이·통장의 사기를 진작하고, 주민 서비스 향상에도 기여하겠다”고 했다. 이·통장 수당 인상에 대해선 자유한국당도 찬성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까지 이에 대해 미온적이던 정부와 여당이 총선 3개월을 앞둔 내년 1월부터 수당을 인상하기로 하자 “총선용 생색내기”라고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총선용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대응 계획을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우리 당은 이·통장 수당을 인상해 처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왔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오던 정부여당이 야당에 협의나 보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결정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협상이 7분 능선을 넘었지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연장을 두고 마지막 진통을 겪고 있다. 여야는 12일 물밑 협상을 이어갔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협상이 일부 진전되고 있으나 최종 타결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안들의 처리 방향에 대해서는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우선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 등이 합의문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며 “‘추가경정예산안도 6월 중 처리하되 재해 추경을 우선 처리한다’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막판 변수로 떠오른 것은 특위 연장 조건 및 한국당의 ‘경제 청문회’ 요구다. 한국당은 정개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교체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상대로 한 경제 상황 점검 국회 청문회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회에 제출한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 처리도 미뤄지고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경과보고서 1차 송부시한은 23일이다. 이 기한을 넘기면 대통령이 10일 이내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그래도 안 보내면 바로 임명할 수 있다. 박성진 psjin@donga.com·홍정수 기자}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사진)이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정당 해산 청구 청원에 대해 “내년 4월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질책”이라며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전반에 대한 비판이지만 석 달째 공전 중인 국회 파행의 책임이 사실상 한국당에 있다며 내년 총선에서 심판을 촉구한 것이다. 한국당은 “청와대가 선거운동에 나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강 수석은 11일 청와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청원 답변에서 “(해산 청원은)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제기된 한국당 해산 청원에는 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후 가장 많은 183만여 명, 민주당 해산 청원에는 33만여 명이 참여했다. 강 수석은 “판례에선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가 있어야 해산 대상 정당이 된다”고 말했다. 정당 해산 청구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강 수석은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0건이고,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48일째 심사조차 못하고 있다”고 했다. 패스트트랙 철회를 주장하며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지 않고 있는 한국당에 파행의 책임을 돌린 것이다. 특히 강 수석은 “청원처럼 해산청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걸까요”라고 반문하며 “헌법정신을 지키는 주체는 국민이며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고 했다. 사실상 ‘표심을 통해 정치권을 심판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그는 “문재인 청와대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켜 버리자”라고 했던 한국당 김무성 의원에 대한 내란죄 처벌 청원에 대한 답변에선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막말 파동은 국민의 정치 불신을 키울 뿐”이라며 “국회와 정당 차원의 제도적인 뒷받침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했다. 강 수석의 답변은 최근 야당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청와대 기조의 연장선상이다. 통상 민감한 청원에 대한 답변은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센터장이 맡아 왔지만 이번 답변은 정무수석이 직접 나섰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나서더니 정무수석까지 나서 야당을 궤멸시켜야 할 대상으로 언급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평소 청와대의 오만함을 다시 한 번 보는 것 같다”며 “청와대는 청원 답변에서도 ‘유체이탈’이 현란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회가 어려울수록 여야 간 물밑 접촉을 주도해야 할 정무수석이 직접 정쟁의 한복판에 나서면 정치는 누가 하란 말이냐”라며 답답해했다 한국당 내에선 강 수석의 발언이 선거중립 의무를 명시한 선거법 9조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한국당은 당 차원의 법적 조치에는 신중한 반응이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를 선거에서 심판해 달라”고 하자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은 선관위에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상당하다”고 지적했지만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홍정수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0일 확대 고위당정청협의회를 열고 국회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북유럽 순방을 떠나며 “추가경정예산이 안 돼 답답하다”고 토로하자마자 당정청이 일제히 나선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오늘 초월회(국회의장 및 5당 대표 모임)도 참석하지 않고, 대통령과의 회동도 무산시키고 무슨 명목으로 민생을 말하고 거리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라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답답한 마음에 호소드린다. 국회를 열 것이냐 말 것이냐가 정치의 가장 중요한 의제처럼 돼 있는 나라가 지구상에 대한민국 말고 또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당정청은 늦어도 7월 중 추경이 집행되려면 이번 주 초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일단 국회 단독 소집보다는 야당과의 국회 정상화 협상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당정청협의회에서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번 주 금요일(14일)에는 추경 시정연설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으나 이인영 원내대표가 “조심스럽다”며 사실상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를 여당 단독으로 소집해도 현실적으로 추경의 본회의 처리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추경 주무 상임위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황영철 의원)이 한국당 소속이라는 점도 단독 소집을 주저하게 만든다. 한국당의 태도는 완강하다. 한 관계자는 “국회 협상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고 문구 조정에 들어갔다는 민주당의 반응은 완전히 일방적인 것”이라며 “민주당의 협상 태도를 보면 국회 정상화를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소집됐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불참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한국당을 제외한 4당 대표들은 이날 초월회 회동에서 ‘정치 실종’을 성토하며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했다. 문 의장은 현 상황을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이라고 표현한 뒤 “6월 현재 20대 국회의 법안 가결률이 23.3%다. 19대 국회가 34.2%로 최악의 국회라고 했는데 또 최악이라는 기록을 깰까 봐 아주 불안하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황 대표의 불참에 대해 “국회를 그렇게 무시하고 배제하면서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국회를 해산하든지, 한국당이 정 국회에 못 오겠다고 하면 법을 지키는 차원에서라도 다음 주부터는 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제1야당의 참여도 중요하지만, 법을 뛰어넘는 특별대우로 국회를 공전시키는 것은 다수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홍정수·박성진 기자}
자유한국당은 “결국 추경(추가경정예산) 내놓으라는 이야기 하려고 청와대가 경제 위기를 인정한 모양”이라며 정부 여당을 압박했다. 황교안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세계가 사상 유례 없는 고용 풍년 상황인데 우리만 마이너스 성장에 고용 절벽”이라며 “청와대가 (경기 하방 위험성을 거론하며) 세계 경제를 이유로 댄 것부터가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했다. 황 대표는 “얼마 전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가 성공적이라고 했고 경제부총리는 하반기에는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라며 “대통령, 경제부총리의 이야기와 경제수석의 말,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라고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청와대가) 더 이상 낙관론이 먹히지 않자 이제는 ‘경제가 안 좋다는 사실은 인정하되 그 책임을 누군가에게 씌우자’는 전략으로 수정한 것”이라며 “대외 여건 탓, 야당 탓, 추경 탓이다. 절대로 이 정부의 정책 실패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문 대통령이 해외순방길에 오르며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에 추경안 통과를 압박한 것에 대해서도 “번지수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회 정상화를 반대하는 것은 국회의장이 아닌 한국당과 황교안 대표”라며 “그분들에게 전화해 설사 거절을 당했더라도 국민은 대통령 노력에 열광적인 박수를, 한국당에는 비판을 보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홍정수 hong@donga.com·박효목 기자}
여야가 7일에도 국회 정상화를 위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이번 주말을 넘길 경우 단독 국회 소집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을 뺀 6월 임시국회 소집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국회 파행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날도 국회 정상화를 위한 선결 조건인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처리 방안을 놓고 협의를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울 강서구 넥센중앙연구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관련 민주당의) 100% 사과와 100% 철회를 요구하는 건 우리에게 백지투항하라는 격”이라며 “과도한 국회 정상화 가이드라인이 철회돼야 협상의 실질적 진척과 타결이 있으니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민주당이 검토했던 다음 주 국회 단독 개원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이 반대하고 있고, 한국당의 협조 없이는 추가경정예산안과 민생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단독 국회 소집은) 최후의 방법이고 그런 일이 오지 않길 바란다”며 “그 전에 협상이 타결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5월에 이어 6월 국회 역시 열리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한국당은 사실상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것에 더해 경제 실정 청문회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빚더미·일자리 조작 추경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 실정 청문회”라며 청문회 개최를 촉구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홍정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김원봉 발언’을 두고 7일 여야는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내며 충돌했다. 청와대는 “정파와 이념을 뛰어넘어 통합으로 가자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보수 야당은 “자유민주주의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망언”으로 규정하면서 정치권이 다시 한 번 이념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국군 창설의 뿌리 또는 한미동맹의 토대라고 규정했다”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 “논리적 비약”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백범일지에서 보더라도 김구 선생이 임시정부에 모두 함께하는 대동단결을 주창했고 여기에 김원봉 선생이 호응했다”며 “독립 과정에 있었던 김원봉 선생의 역할에 대해 통합의 사례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무엇이 진정한 통합이냐에 대한 철학의 차이가 이런 문제(논쟁)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 총리는 이날 총리실 간부회의에서 “(보수의 통합은) 현 상태를 유지하자는 소위 ‘고인 물 통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총리실 관계자가 전했다. 보수 진영이 생각하는 통합의 범위가 ‘고인 물’처럼 좁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에 대해 “의도적으로 도발적인 이슈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빨갱이’ 등 색깔론을 “청산해야 할 친일 잔재”라고 밝힌 3·1절 기념사와 ‘독재자의 후예’를 언급한 5·18민주화운동 기념사 등 문 대통령이 주요 행사 때마다 과거사에 대해 논쟁적인 발언을 이어가는 것이 ‘주류 교체를 위한 역사 다시 쓰기’ 행보의 일환 아니냐는 것. 실제로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펴낸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도 “독립운동가들이 사회주의 계열이라는 이유로 아직 묻혀 있는 역사가 많다. 광복 이후 친일 청산이 제대로 안 됐던 게 지금까지 내려왔다”며 “친일 청산, 역사 교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반드시 해내야 할 역사적 운명”이라고 했다. 그러나 야당은 “사회 통합으로 위장한 분열의 언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6·25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현충일 추념식) 자리에서 언급하지 말아야 할 것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결국 내 편 네 편 갈라치는 정치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사회 통합을 말하려다 오히려 이념 갈등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게 탄핵 대상 아니고 뭐냐? 우선 입 달린 의원 한 명이라도 이렇게 외쳐야 한다.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적어 막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차 전 의원을 당에서 영구히 축출해 공당으로서의 위엄을 세우라”고 비판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여야 위원들도 충돌했다. 김원봉 서훈 추서가 현실화하기 위해선 정무위에 제출된 상훈법 개정안이 먼저 통과돼야 한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대통령 추념사는 ‘임기 내에 김원봉에게 건국훈장을 주라’고 가이드라인을 준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에 “국회가 열리는 대로 상훈법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이날 문 대통령을 다음 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곽 의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관련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수사권고 대상이 됐지만 4일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문병기 weappon@donga.com·박효목·홍정수 기자}
“예전 사람들만 데리고 간다면 ‘가마솥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죽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 보수 우파의 원로 중 한 명인 소설가 이문열 씨(71·사진)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향해 7일 “이 시점에 맞는 보수 세력만의 변혁과 개혁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8일 경기 이천시에 있는 이 작가의 사숙(私塾) 부악문원을 직접 방문한다. 이 씨는 황 대표와의 만남을 앞두고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수 세력이 이전에 (탄핵)당한 그 체제 그대로 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당내에 죽어야 할 사람들이 더 죽었어야 하는데 너무 안 죽었다. 잔인하지 않게, 폼 있게 죽어 주면 좋겠는데 쉽지 않다”고 말한 뒤 “황 대표가 당내 입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해서 (대표로 취임해) 들어갔으니, 숙정(肅正·부정을 엄하게 바로잡음)론도 쉽게 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의 외연 확장론에 대해선 “정치적으로 성공이 담보되지도 않는 중도 확장을 무작정 권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황 대표 입장에서는 변혁 같은 것을 하고 있는 것 같던데 지금 이 시점에 맞는 보수 세력만의 변혁과 개혁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이번 만남은 최근 각계 원로들의 조언을 구하고 있는 황 대표가 이천을 지역구로 둔 한국당 송석준 의원을 통해 요청해 성사됐다. 이 씨는 당초 이날 저녁을 제안했지만 황 대표의 일정상 8일 오전 8시에 ‘차 한 잔’을 마시는 자리로 결정됐다고 한다. 그는 바른미래당 등과의 ‘보수 통합론’에 대해선 “집 나갔다고 다 들어와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잘못한 게 확신범인데 나간 사람들 중에는 확신범들이 있다”며 무조건적인 보수 통합론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지내기도 한 이 씨는 최근까지도 보수 정치권에 꾸준히 쓴소리를 해왔다. 그는 “일흔을 넘은 내 나이가 새 직책을 맡기에도, 훈수를 두기에도 애매한 나이”라며 “그래도 20년 가까이 (보수정당의) 파트너 노릇을 했으니, 지금처럼 가끔 정치인들이 놀러 오면 살아 있는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으며 듣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황 대표는 이날 민생행보 ‘희망·공감―국민 속으로’의 첫 일정으로 경기 성남시의 청년·여성들을 찾았다. 지난달 24일 ‘민생투쟁 대장정 시즌1’을 마치고 취임 100일 반환점을 돈 후 당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시작한 시즌2에 해당한다. 황 대표는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청년 창업가들을 만나 과거 자신의 경험을 수시로 꺼내며 소통과 공감대 형성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흩어진 창업 지원책들을 연계했으면 좋겠다는 지적에는 “박근혜 정부의 큰 정책 방향 중 하나가 ‘벽 허물기’였다”며 “국가가 주도해 만드는 대규모 벤처스타트업 혁신센터를 당의 정책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여성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는 “보다 세밀한 여성기업용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남녀가 평등하게 기회를 갖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런 부분을 검토해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4일부터 18개 부처 장관들을 순차적으로 만나는 ‘릴레이 오찬’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당정 협의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총선을 위한 정략적 만남”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나 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이 대표가 말해 온 ‘당 중심 국정운영’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장관들은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복지부와 교육부는 미세먼지 추경이 늦어져 노인시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공기정화기 설치가 차질을 빚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5일 외교·통일·국방부, 7일 농림축산식품·환경·국토교통·해양수산부, 25일 법무·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만날 예정이다. 한국당은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달 29일 한국당이 강원도 산불피해 대책 회의를 열었을 때 참석을 요청한 6개 부처 차관들이 전부 불참했던 전례가 있어 이 회동이 한국당을 더욱 자극한 측면이 있다. 전희경 대변인은 “집권 여당이 정부 각 부처를 줄 세우기 하고 있다. 이러니 독재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