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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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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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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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짓 목소리 표정… 소름돋는 연기

    “경숙 아버지. 우데 그리 갑니까.” “아부지, 우리도 델고 가면 안 됩니까.” 5년 만에 돌아온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6·25전쟁이 일어나자 가족을 버리고 혼자 피란길을 떠나는 경숙 아버지와 남겨진 경숙이 가족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경숙 아버지는 여느 아버지들과는 사뭇 다르다. 가장이란 이름에 짓눌린 무게감, 가족에게 헌신하는 책임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전쟁이 일어났는데도 집이 전 재산이란 이유로 아내와 어린 딸에게 집을 지키라 하고, 자신만 혼자 피란길을 나서는 ‘철없는 아버지’다. 헌데 희한하게 밉지 않고, 뭔가 짠하다. 경숙 아버지의 비상식적인 ‘기행’에는 근현대사의 아픔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힘은 극단 ‘골목길’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다. 경숙이 역의 주인영과 경숙 아버지 역의 김영필, 경숙 어머니 역의 고수희 권지숙, 불륜녀 자야 역의 황영희 강말금, 꺽꺽이 삼촌 역의 김상규 등 한 명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모든 배우들의 연기 내공이 상당하다. 굳이 베스트를 꼽자면 경숙 아버지 역의 김영필, 경숙이 역의 주인영이다. ‘버릴 게 없는 연기’가 무엇인지 두 배우는 공연 내내 몸짓, 목소리, 표정으로 말한다. 2006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4개 부문(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신인연기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올해의 예술상 등을 휩쓴 저력이 재공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다음 달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12길 수현재씨어터. 2만5000∼4만 원. 02-766-650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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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무대 ‘명품 조연’의 반란

    “주연이야, 조연이야?” 배우라면 누구나 주연을 꿈꾸지만 최근 뮤지컬 업계에서 명품 연기로 주연 못잖은 존재감을 보인 조연 배우들이 적지 않다. 명품 조연 3명에게 ‘주연 같은 조연’의 얘기를 들어봤다. 뮤지컬 ‘드림걸즈’의 주인공은 ‘더 드림스’의 전현직 멤버 에피 화이트, 디나 존스. 하지만 관객 반응을 쉼 없이 이끌어 내는 인물은 따로 있다. 한때 잘나가다 망가진 가수 ‘지미’ 역의 최민철이 주인공급 조연이다. 허세 가득한 표정과 100숟갈의 버터를 단숨에 삼킨 듯한 느끼한 목소리가 일품이다. 최민철은 16일 “이 바닥에선 지미처럼 잘나갔지만 망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배우라면 지미라는 캐릭터에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작품에선 황후 암살범이나 중세시대 인물을 연기했죠. 우리가 실제로 만날 수 없는 캐릭터예요. 하지만 지미는 늘 우리 곁에 있는 듯한 사람이죠. 그래서인지, 연기할 때 더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어요. 특히 주연이란 마음으로 연기하는 것도 비결이죠.” 뮤지컬 ‘로빈훗’에서 최고의 존재감을 뽑으라면 단연 존 왕 역의 배우 서영주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인절미처럼 차진 대사 처리가 돋보인다는 평. 위엄 있는 왕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나약하고 떼만 쓰는 존의 내면을 실감나게 드러냈다. 자신의 형을 몰아낸 반역자에게 아첨해 ‘허수아비’ 왕이 된 그가 늘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얄밉다기보단 안타까울 정도다. 서영주는 “처음에 대본을 받고 존의 대사가 너무 가벼워 관객들이 ‘또라이’라고 느끼면 어쩌나 고민이 컸다”며 웃었다. 존 왕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은 계기는 ‘땅콩회항’ 사건. “왕용범 연출이 존 왕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닮은꼴이라고 하더군요. 갑이 별생각 없이 한 행동이 을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요. 덕분에 캐릭터 분석이 쉬워져 맘 편히 연기할 수 있었죠.”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라카지’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에서 동성애 나이트클럽 ‘라카지오폴’을 운영하는 중년 남자 동성애 커플 조지와 앨빈이 주연인 뮤지컬이다. 앨빈의 하녀 인 자코브 역의 김호영의 연기가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두루 얻었다. 특히 장면 전환 때마다 출연해 관객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수다스럽고 주책 맞은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냈다. 김호영은 직접 자코브의 대사를 쓰고 각색도 했다. 그는 자코브 역을 제안받기 전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서 주연을 맡고 있었다. “다들 주연급이 왜 조연을 하냐며 말렸지요. 대본을 읽었는데 자코브의 대사가 입에 착착 감기더라고요. 비중이 작으면 어때요.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인데.”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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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피난길 떠나는 ‘경숙 아버지’, 밉지 않고 짠한 이유는…

    “경숙 아버지. 우데 그리 갑니까.” “아부지, 우리도 델고 가면 안됩니까” 5년 만에 돌아온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6·25전쟁이 일어나자 가족을 버리고 혼자 피난길을 떠나는 경숙 아버지와 남겨진 경숙이 가족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경숙 아버지는 여느 아버지들과는 사뭇 다르다. 가장이란 이름에 짓눌린 무게감, 가족에게 헌신하는 책임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전쟁이 일어났는데도 피난은커녕 집이 전 재산이란 이유로 아내와 어린 딸에게 집을 지키라 하고, 자신만 혼자 피난길을 나서는 ‘철없는 아버지’다. 헌데 희한하게 밉지 않고, 뭔가 짠하다. 경숙 아버지의 비상식적인 ‘기행’에는 근현대사의 아픔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힘은 극단 ‘골목길’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다. 경숙이 역의 주인영과 경숙 아버지 역의 김영필, 경숙 어머니 역의 고수희·권지숙, 불륜녀 자야 역의 황영희·강말금, 꺾꺽이 삼촌 역의 김상규 등 한명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모든 배우들의 연기 내공이 상당하다. 굳이 베스트를 꼽자면 경숙 아베 역의 김영필, 경숙이 역의 주인영이다. ‘버릴 게 없는 연기’가 무엇인지 두 배우는 공연 내내 몸짓, 목소리, 표정으로 말한다. 2006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4개 부문(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신인연기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선정 올해의 연극, 올해의 예술상 등을 휩쓴 저력이 재공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다음달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12길 수현재씨어터. 2만 5000~4만 원, 02-766-650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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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연인 듯, 주연 아닌, 주연 같은 ‘명품 조연 3인’의 이야기

    “주연이야, 조연이야?” 배우라면 누구나 주연을 꿈꾸지만 최근 뮤지컬 업계에서 명품 연기로 주연 못잖은 존재감을 보인 조연 배우들이 적지 않다. 명품 조연 3명에게 ‘주연 같은 조연’의 얘기를 들어봤다. 뮤지컬 ‘드림걸즈’의 주인공은 ‘더 드림즈’의 전·현직 멤버 에피 화이트, 디나 존스. 하지만 관객 반응을 쉼없이 이끌어 내는 인물은 따로 있다. 한 때 잘나가다 망가진 가수 ‘지미’ 역의 최민철이 주인공급 조연이다. 허세 가득한 표정과 100숟갈의 버터를 단숨에 들이켠 듯한 느끼한 목소리가 일품이다. 최민철은 16일 “이 바닥에선 지미처럼 잘나갔지만 망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배우라면 지미라는 캐릭터에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작품에선 황후 암살범이나 중세시대 인물을 연기했죠. 우리가 실제로 만날 수 없는 캐릭터예요. 하지만 지미는 늘 우리 곁에 있는 듯한 사람이죠. 그래서인지, 연기할 때 더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어요. 특히 주연이란 마음으로 연기하는 것도 비결이죠.” 뮤지컬 ‘로빈훗’에서 최고의 존재감을 뽑으라면 단연 존 왕 역의 배우 서영주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인절미처럼 찰진 대사 처리가 돋보인다는 평. 위엄 있는 왕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나약하고 떼만 쓰는 존의 내면을 실감나게 드러냈다. 자신의 형을 몰아낸 반역자에게 아첨해 ‘허수아비’ 왕이 된 그가 늘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얄밉다기보단 안타까울 정도다. 서영주는 “처음에 대본을 받고 존의 대사가 너무 가벼워 관객들이 ‘또라이’라고 느끼면 어쩌나 고민이 컸다”며 웃었다. 존 왕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은 계기는 ‘땅콩회항’ 사건. “왕용범 연출이 존 왕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닮은꼴이라고 하더군요. 갑이 별 생각 없이 한 행동이 을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요. 덕분에 캐릭터 분석이 쉬워져 맘 편히 연기할 수 있었죠.”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라카지’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에서 동성애 나이트클럽 ‘라카지오폴’을 운영하는 중년 남자 동성애 커플 조지와 앨빈이 주연인 뮤지컬이다. 앨빈의 하녀 인 자코브 역의 김호영의 연기가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두루 얻었다. 특히 장면 전환 때마다 출연해 관객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수다스럽고 주책 맞은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냈다. 김호영은 직접 자코브의 대사를 쓰고 각색도 했다. 그는 자코브 역을 제안받기 전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서 주연을 맡고 있었다. “다들 주연급이 왜 조연을 하냐며 말렸지요. 대본을 읽었는데 자코브의 대사가 입에 착착 감기더라고요. 비중이 작으면 어때요.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인데.”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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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소리와 브레히트 ‘놀라운 만남’, 객석 600개 무대로 ‘놀라운 실험’

    국립창극단이 또 한 번 파격 변신을 꾀한다. 국립창극단은 지난해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통해 창단 52년 만에 처음으로 ‘19금 창극’과 ‘한 달 장기 공연’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올해는 첫 작품으로 서양 희곡을 선택했다. 서사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코카서스의 백묵원’에 한국의 판소리를 입혀 ‘동서양의 문화 융합’을 만든다. ‘코카서스…’의 연출은 2008년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한국 연극계에서 화제를 모은 재일교포 3세 연출가 정의신(58)이 맡았다. 6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연극과 오페라는 연출해 봤지만, 창극은 첫 도전”이라며 “한국인의 한과 슬픔이 농축된 판소리를 좋아해 온 터라 창극 연출만큼은 오랫동안 욕심을 내왔다. 내게 내재된 한국인 유전자(DNA)가 이 작품에서 활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정통 가무극인 ‘창극’에 서양 희곡을 끌어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 감독은 “독일 작가의 희곡이 한국 전통 판소리와 만났을 때 어떤 효과가 날지 실험하고 싶었다”며 “‘코카서스…’는 중국 원나라의 고전 ‘석필이야기’를 번안한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 정서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카서스…’는 쉽게 말해 ‘낳은 정’ vs ‘기른 정’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영주 부인 나텔라는 전쟁 통에 아들을 버리고 도망쳤지만, 아들이 유산을 받게 되자 다시 그를 찾으려 한다. 반면 하녀 그루셰는 버려진 아들을 거둬 제 자식처럼 키웠다. 이 두 여인 간의 양육권 재판 과정이 극의 중심 내용이다. “생모와 양모가 가슴 절절한 판소리로 벌이는 대결을 통해 관객은 전쟁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진정한 모성애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정 감독은 원작의 결말을 살짝 비틀었다고 했다. 재판관이 나텔라와 그루셰에게 원 안에 서 있는 아이의 양손을 각각 잡아당기게 한다. 재판관은 순간 아이의 손을 놓아버린 그루셰에게 양육권을 부여한다. 솔로몬과 같은 판결이지만 창극 ‘코카서스…’에선 재판 이후 또다시 폭격과 총성이 울려 퍼진다. 각색된 결말에 대한 힌트를 달라 하자 그는 미안한 듯 웃으며 “이전 작품에서도 전쟁에서 비롯된 인간의 불안을 때론 슬프게, 때론 휴머니즘으로 그렸다”며 “희극과 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여서 관객 입장에선 비극일 수도, 희극일 수도 있는 열린 결말”이라고 말했다. 정의신은 이번 창극의 무대 설치와 캐스팅도 파격적으로 선택했다. 그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객석 1500석을 비워두고 그 대신 무대 위에 600개의 객석과 세트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객석을 아예 비우는 이유는 뭘까. “관객과 배우, 무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예요. 관객들이 배우들의 생생한 움직임을 더 바라봐 줬으면 좋겠거든요.” 주역은 창극단의 인턴 단원들의 몫으로 넘어갔다. 하녀 그루셰 역은 창극단에 들어온 지 8개월 된 인턴 단원 조유아(28)가 맡게 됐다. 정 감독은 “오디션을 볼 때 과거 경력은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이 작품의 역할에 가장 잘 맞는 배우들을 선택하는 거죠. 조유아 씨는 그야말로 하녀 그루셰와 같은 시골 소녀의 이미지가 있었어요.” ‘코카서스…’의 판소리는 김성국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가 새로 만들었다. 21∼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 2만∼7만 원, 02-2280-4114∼6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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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양 희곡 ‘코카서스의 백묵원’과 한국 판소리가 만나면?

    국립창극단이 또 한번 파격 변신을 꾀한다. 국립창극단은 지난해 ‘변강쇠 점찍고 옹녀’를 통해 창단 52년 만에 처음으로 ‘19금 창극’과 ‘한달 장기 공연’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올해는 첫 작품으로 서양 희곡을 선택했다. 서사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코카서스의 백묵원’에 한국의 판소리를 입혀 ‘동·서양의 문화 융합’을 만든다. ‘코카서스…’의 연출은 2008년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한국 연극계에서 화제를 모은 재일교포 3세 연출가 정의신(58)이 맡았다. 6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연극과 오페라는 연출해봤지만, 창극은 첫 도전”이라며 “한국인의 한과 슬픔이 농축된 판소리를 좋아해온 터라 창극 연출만큼은 오랫동안 욕심을 내왔다. 내게 내재된 한국인 유전자(DNA)가 이 작품에서 활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정통 가무극인 ‘창극’에 서양 희곡을 끌어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 감독은 “독일 작가의 희곡이 한국 전통 판소리와 만났을 때 어떤 효과가 날지 실험하고 싶었다”며 “‘코카서스…’는 중국 원나라의 고전 ‘석필이야기’를 번안한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 정서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카서스…’는 쉽게 말해 ‘낳은 정’ VS ‘기른 정’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영주 부인 나텔라는 전쟁 통에 아들을 버리고 도망쳤지만, 아들이 유산을 받게 되자 다시 그를 찾으려는 한다. 반면 하녀 그루셰는 버려진 아들을 거둬 제 자식처럼 키웠다. 이 두 여인 간의 양육권 재판 과정이 극의 중심 내용이다. “생모와 양모가 가슴 절절한 판소리로 벌이는 대결을 통해 관객은 전쟁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진정한 모성애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정 감독은 원작의 결말을 살짝 비틀었다고 했다. 재판관이 나텔라와 그루셰에게 원 안에 서 있는 아이의 양손을 각각 잡아당기게 한다. 재판관은 순간 아이의 손을 놓아버린 그루셰에게 양육권을 부여한다. 솔로몬과 같은 판결이지만 창극 ‘코카서스…’에선 재판 이후 또다시 폭격과 총성이 울려 퍼진다. 각색된 결말에 대한 힌트를 달라 하자 그는 미안한 듯 웃으며 “이전 작품에서도 전쟁에서 비롯된 인간의 불안을 때론 슬프게, 때론 휴머니즘으로 그렸다”며 “희극과 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여서 관객 입장에선 비극일 수도, 희극일 수도 있는 열린 결말”이라고 말했다. 정의신은 이번 창극의 무대 설치와 캐스팅도 파격적으로 선택했다. 그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객석 1500석을 비워두고 대신 무대 위에 600개의 객석과 세트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객석을 아예 비우는 이유는 뭘까. “관객과 배우, 무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예요. 관객들이 배우들의 생생한 움직임을 더 바라봐줬으면 좋겠거든요.” 주역은 창극단의 인턴 단원들의 몫으로 넘어갔다. 하녀 그루셰 역은 창극단에 들어온 지 8개월 된 인턴단원 조유아(28)가 맡게 됐다. 정 감독은 “오디션을 볼 때 과거 경력은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이 작품의 역할에 가장 잘 맞는 배우들을 선택하는 거죠. 조유아 씨는 그야말로 하녀 그루셰와 같은 시골 소녀의 이미지가 있었어요.” ‘코카서스…’의 판소리는 김성국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가 새로 만들었다. 21~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 2만~7만 원, 02-2280-4114~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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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골 관객’ 특별히 모십니다

    ‘○○ 씨. 귀를 여시고, 있는 소리 없는 소리 잘 담아가셨나요?^^ 지킬 10주년은 제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연입니다. 대극장은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만족할 만한 공연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중략) 류 지킬 드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 역의 배우 류정한이 팬에게 보낸 손편지 내용이다. 이 작품의 주연 배우들은 한 주에 적어도 두 번은 손편지로 팬들과 소통한다. 요즘 공연계에서는 배우마다 형성된 팬덤(팬 집단과 그 문화)과 작품을 여러 차례 관람하는 ‘마니아 관객’ 관리를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가 한창이다.○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손편지의 묘미 ‘지킬…’의 손편지는 객석 2층 입구에 비치된 파란 우체통을 통해 시작된다. 관객들이 여기에 팬레터를 넣으면 해당 배우나 스태프에게 전달된다. 제작사인 블루스퀘어 관계자는 “매 공연마다 적게는 50통, 많게는 100여 통의 팬레터가 쏟아진다”며 “배우들이 팬들의 편지를 읽고 나서 몇 명을 선정한 뒤 직접 손으로 답장을 쓴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일주일에 평균 6∼10통의 답장을 쓴다. 이 중 일부는 사본을 만들어 공연장 내 게시판에 전시하고 있다. 손편지 쓰기에는 조승우 류정한 등 평소 언론 노출이 많지 않은 톱스타들도 기꺼이 동참한다. 가장 많은 답장을 쓰는 배우 중 한 명인 루시 역의 리사는 “멀리 지방에서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나 뮤지컬 배우 지망생 등의 편지에선 간절함이 느껴져 그런 분들 위주로 선정해 답장을 쓴다”며 “요즘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팬들과 소통할 수 있지만 손편지를 주고받는 묘미가 특별하다”고 했다.○ 공연 최다 관람자에게 최고 등급석 무료 제공 원스 제작사인 신시컴퍼니는 지난해 12월에 4회 이상 ‘원스’를 관람한 관객 30여 명을 초청해 ‘원스 미니 콘서트’를 1월 24일에 열었다. 1시간가량 무료로 진행된 콘서트에선 출연 배우들이 나와 원스 뮤지컬 넘버뿐 아니라 팝송, 가요도 ‘서비스’로 열창했다. 콘서트 후에는 관객과 기념사진 촬영,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2월에는 관객들의 사연을 받은 뒤 추첨으로 3명을 선정해 관객의 회사로 직접 찾아가 공연을 벌였다. 3월 행사는 더욱 화끈하다. 2월 한 달간 원스 공연을 최다 관람한 관객을 선정해 3월 1일부터 22일까지 R석(최고등급)인 1층 B구역 1번 자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일명 ‘너의 자리(Your Seat)’로 불리는 이벤트인데 당첨자는 12만 원짜리 이 좌석을 총 26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제값을 주고 볼 경우 티켓 값만 312만 원인 셈. 지난달 이벤트 당첨 주인공은 한 달 동안 ‘원스’를 21번이나 관람한 30대 여성 관객이다. 최근 막을 내린 연극 ‘해롤드 & 모드’에서 해롤드 역의 배우 강하늘도 누적 관객 1만 명이 넘어선 것을 기념해 지난달 4일 오후 3시 공연 종료 후 관객 전원에게 사비를 들여 커피와 떡볶이, 어묵 등 간식을 직접 나눠줬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국내에서 뮤지컬 등이 여전히 고급 장르로 인식되고 있어 마치 백화점이 고객 관리하는 듯한 마케팅을 한다”며 “공연 산업이 대중화된 영국 웨스트앤드나 미국 브로드웨이에선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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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족하셨나요?” 뮤지컬 배우가 팬들에게 손 편지까지…

    “○○씨. 귀를 여시고 있는 소리, 없는 소리 잘 담아가셨나요?^^ 지킬 10주년은 제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연입니다. 대극장은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만족할만한 공연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중략) 류 지킬 드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 역의 배우 류정한이 팬에게 보낸 손 편지 내용이다. 이 작품의 주연 배우들은 한 주 적어도 두 번 손 편지로 팬들과 소통한다. 요즘 공연계에서는 배우마다 형성된 팬덤(fandom·팬 집단과 그 문화)과 작품을 여러 차례 관람하는 ‘마니아 관객’ 관리를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가 한창이다.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손 편지의 묘미 ‘지킬…’의 손 편지는 객석 2층 입구에 비치된 파란 우체통을 통해 시작된다. 관객들이 여기에 팬레터를 넣으면 해당 배우나 스태프에게 전달된다. 제작사인 블루스퀘어 관계자는 “매 공연마다 적게는 50통, 많게는 100여 통의 팬레터가 쏟아진다”며 “배우들이 팬들의 편지를 읽고 나서 몇 명을 선정한 뒤 직접 손으로 답장을 쓴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일주일에 평균 6~10통의 답장을 쓴다. 이중 일부 편지들은 사본을 만들어 공연장 내 게시판에 전시 중이다. 손편지 쓰기에는 조승우 류정한 등 평소 언론 노출이 많지 않은 톱스타들도 기꺼이 동참한다. 가장 많은 답장을 쓰는 배우 중 한명인 루시 역의 리사는 “멀리 지방에서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나 뮤지컬 배우 지망생 등의 편지에선 간절함이 느껴져 그런 분들 위주로 선정해 답장을 쓴다”며 “요즘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팬들과 소통할 수 있지만 손편지를 주고받는 묘미가 특별하다”고 했다.●공연 최다 관람자에게 최고 등급석 무료 제공 원스 제작사인 신시컴퍼니는 지난해 12월에 4회 이상 ‘원스’를 관람한 관객 30여명을 초청해 ‘원스 미니 콘서트’를 1월 중순에 열었다. 1시간 가량 무료로 진행된 콘서트에선 출연 배우들이 나와 원스 뮤지컬 넘버 뿐 아니라 팝송, 가요도 ‘서비스’로 열창했다. 콘서트 후에는 관객과 기념사진 촬영, 간담회 등이 진행됐다. 2월에는 관객들의 사연을 받은 뒤 추첨으로 3명을 선정, 관객의 회사로 직접 찾아가 공연을 벌였다. 3월 행사는 더욱 화끈하다. 2월 한 달간 원스 공연을 최다 관람한 관객을 선정해 3월 1일부터 22일까지 R석(최고등급)인 1층 B구역 1번 자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일명 ‘너의 자리(Your Seat)’로 불리는 이벤트인데 당첨자는 12만원짜리 이 좌석을 총 26회 무료 로 이용할 수 있다. 제값을 주고 볼 경우 티켓 값만 312만원인 셈. 지난달 이벤트 당첨 주인공은 한 달 동안 ‘원스’를 21번이나 관람한 30대 여성 관객이다. 최근 막을 내린 연극 ‘해롤드 앤 모드’에서 해롤드 역의 배우 강하늘도 누적 관객 1만 명이 넘어선 것을 기념해 지난달 4일 오후 3시 공연 종료 후 관객 전원에게 사비로 커피와 떡볶이, 어묵 등 간식을 직접 나눠줬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국내에서 뮤지컬 등이 여전히 고급 장르로 인식되고 있어 마치 백화점이 고객 관리하는 듯한 마케팅을 한다”며 “공연 산업이 대중화된 영국 웨스트앤드나 미국 브로드웨이에선 찾아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김정은기자 kimje@donga.com}

    • 201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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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지연 “한달새 10kg 늘렸더니 좀 우울해요”

    《 여배우에게 몸무게는 예민한 부분이다. 1kg이라도 줄여서 어떻게든 무대에서 좀 더 예쁘게 보이고자 때론 굶기도 하고, 별의별 운동을 다 섭렵한다. 특히 뮤지컬 무대에서 같은 역할을 두고 다른 여배우와 더블 캐스팅 될 때엔 아닌 척하지만, 은근슬쩍 외모와 몸매 다듬기에 더 열중하는 게 사실. 연기 못지않게 보이는 부분도 중요한 것이 배우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니까. 그런 여배우들 사이에서 요즘 경쟁하듯 몸무게를 늘리고 있는 작품이 있다. 뮤지컬 ‘드림걸즈’가 바로 그것. 뮤지컬 ‘드림걸즈’에서 3인조 여자그룹 ‘더 드림즈’의 메인 보컬 에피 화이트 역을 맡은 배우 차지연(33·사진)은 최근 한 달 새 몸무게를 10kg 이상 늘렸다. 트리플 캐스팅 된 박혜나, 최현선도 만만찮게 몸무게를 늘렸다는 후문이다. 》드림걸즈 연습이 한창이던 지난달 차지연을 만났다. 그는 “몸무게를 갑자기 10kg이나 늘리다 보니 몸도 아프고 생활이 힘들어지기도 한다”며 “여자로서, 아니 여배우로서는 늘어난 무게가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우울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외형상 보기에 덜 아름다울지는 몰라도 드림걸즈 무대에 섰을 때 관객들이 배우 차지연이 아닌 에피 그 자체로 받아들이실 것”이라며 웃었다. “모든 역할에 있어 외모는 관객이 눈으로 배우를 마주하는 부분이잖아요. 조금이라도 더 그 역할에 맞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2009년 초연 때도 에피 역을 맡아 15kg 이상 찌웠어요. 그땐 스물일곱 살이라 금방 다시 뺐지만, 지금은….” 차지연은 자신의 모습과 에피가 많이 닮아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그는 “에피는 때론 투덜거리는 말투와 커다란 체구로 인해 자기주장이 강하고 과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겁도 많고 내면의 두려움이 많은 여성”이라며 “저 또한 사람들이 강해 보인다고 많이 오해하시는데, 알고 보면 겁도 많고 자신감도 없는 편이다. 에피의 모습에서 인간 차지연의 모습을 자주 만난다”고 했다. 극 중 에피와 더 드림즈의 멤버들은 가수 지미의 백코러스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실제로 차지연 역시 뮤지컬 무대에서 주연급으로 부상하던 2011년, MBC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이 ‘빈잔’을 부를 때 코러스로 무대에 등장해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다. 당시 카리스마 있는 무대 모습으로 ‘여자 임재범’이란 애칭도 얻었다. “에피랑 저랑 우연한 기회에 유명 가수의 코러스를 담당하며 존재감을 알린 것도 비슷한 것 같아요.” 차지연은 뮤지컬 배우가 되기 전 오랜 시간 가수를 꿈꿨다. 그는 “가수가 되기 위해 서울에 올라온 뒤 8년 동안 사기도 많이 당했고, 외모에 대한 지적으로 상처도 숱하게 받았다”며 “그래서인지 에피가 외모를 이유로 디나에게 메인 보컬 자리를 빼앗기는 장면에선 예전 속상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렇게 눈물이 많이 난다”며 웃었다. 드림걸즈 초연 무대에서 에피 역을 맡았던 그는 “6년 전 제가 놓쳤던 에피의 이야기를 이번 무대에서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며 “초연과 달리 이번 공연에선 에피가 제작자 커티스와의 사이에서 낳아 홀로 키운 딸 매직이 등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피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숨소리 하나하나 관객이 에피의 마음을 들으실 수 있도록 연기하고 노래하고 싶어요.” ‘드림걸즈’는 5월 25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관람료는 6만∼14만 원, 1588-5212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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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 현대에 비춰보면 끼리끼리 해먹는 ‘욕망의 화신’

    공연 개막 전 ‘B급 코드’ 뮤직비디오 한 편으로 화제를 모은 뮤지컬 작품이 있다. 27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개막한 뮤지컬 ‘난쟁이들’이다. 작품 속 캐릭터 왕자 1·2·3이 한 번 들으면 귀에 꽂혀 계속 중얼거리게 만드는 후크송 멜로디에 허세 가득한 목소리로 “끼리끼리 끼리끼리 만나/사람들은 끼리끼리 만나”라고 툭툭 내뱉는데 희한하게 웃긴다. 작품 제목은 ‘난쟁이들’인데 왜 ‘왕자들’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했을까. 27일 무대에 오른 ‘난쟁이들’을 보자 궁금증은 단칼에 해결됐다. 제작진이 개막 전부터 전하고 싶었던 건 왕자들이 아니라 ‘끼리끼리 만나’라는 가사의 메시지, 그 자체였다. “옛날 옛날에…”로 시작해 “왕자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 속 ‘백설공주’ ‘난쟁이’ ‘신데렐라’ ‘인어공주’ ‘이웃나라 왕자들’ 등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그런데 이들에게선 우리가 알던 착하고 참한 성격 대신 욕망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자화상이 엿보인다. 파격적인 캐릭터 비틀기다. 백설공주는 라이터 대신 촛불을 사용하는 애연가이고, 겉만 번지르르한 왕자들에게 질려 밤일 잘하는 남자를 오매불망 찾는다. 신데렐라는 한때 “평범녀에 불과했지만, 남자 잘 만나 팔자 고친 계집애”로 통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에 실패해 이혼녀가 됐고, 인생 재역전을 위해 또 다른 왕자를 꿈꾼다. 왕자를 위해 희생했지만, 결국 버림받아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는 순애보의 아이콘이 아니라 ‘실속 없는 바보 같은 인간’일 뿐이다. 난쟁이 찰리 역시 마녀의 마법 덕에 9등신 미남이 됐지만 왕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주를 만나는 데 번번이 실패한다. 왜? 사람들은 끼리끼리 만나니까…. ‘난쟁이들’의 무대는 작지만 알차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책 모양의 스크린을 통해 비치는 각종 영상은 작은 무대의 단점을 가려주고 극의 재미를 배가한다. 가끔 난쟁이 아버지가 영상 스크린에 등장해 무대의 난쟁이한테 “절대 결혼해서 가장이 되지 마라”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디즈니 만화에서 자주 본 공주들의 드레스, 난쟁이들의 복장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대사는 재치 있고, 노래는 귀에 쏙 들어온다. 다음 달 26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5만5000원, 1666-8662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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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미엄 리포트]‘문화가 있는 날’ 특별할 것 없는 날

    동아일보가 ‘문화가 있는 날’ 시행 1주년을 맞아 지난달 24일부터 나흘간 국공립 공연장 및 민간 공연기획사 관계자와 평론가, 교수 등 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약 7명(67.4%)은 “현 정부가 끝나는 3년 뒤에는 없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문화가 있는 날 1년간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10점 만점에 평균 5.8점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해 미술관, 공연장, 박물관 등의 관람료를 할인 혹은 무료로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응답자들은 가장 큰 문제로 인센티브 부족으로 인한 민간 공연 단체의 참여 저조(30.2%)를 꼽았다. 참여 단체들은 여전히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공립 단체 및 시설에 집중된 상태다. 2월 기준으로 1475개 참여 단체 중 민간 단체의 수는 588개로 39.9%였다. 응답자들은 △홍보 미흡(16.3%)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로 고정돼 탄력적이지 못한 운영(15.1%) △양질의 콘텐츠 부족(12.8%) △서울 등 수도권 중심의 운영으로 인한 지방 참여 저조(10.5%) △할인 효과 미미(8.1%)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유 중의 하나는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적 격차’를 줄이는 것이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위주로 운영된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작품에 대한 40∼50% 수준의 할인도 소셜커머스 등 다양한 형태의 기존 할인에 비해 별반 차이가 없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공연 제작사 대표 A 씨는 “매달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 리스트만 봐도 이 정책의 생명이 어디까지인지 감이 온다”며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공연이나 전시가 아니라 문화가 있는 날을 그저 유지하기 위해 끼워 넣은 프로그램이 다수”라고 지적했다.김정은 kimje@donga.com·김지영 기자}

    •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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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미엄 리포트]문화계는…“지원도 없는데 무조건 할인 큰부담”

    ‘지킬 앤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공연, ‘로빈훗’, ‘팬텀’, ‘라카지’. 공연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가 2월 한 달간 집계한 뮤지컬 티켓 예매 순위 1∼5위를 차지한 작품들이다. 이 가운데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는 작품은? 단 한 편도 없다. ‘문화가 있는 날’ 설문조사에서 문화예술계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인센티브 부족으로 인한 민간 공연 단체의 ‘참여 저조’(30.2%)다. 문화가 있는 날의 취지가 민간단체의 자율적 참여이긴 하지만 아무런 혜택이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할인해줘야 하는 현실이 민간단체들에는 부담이 된다는 것. 실제로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한 평가도 10점 만점에 평균 5.81점이었지만 국립단체를 제외한 응답자들이 대부분 5점 이하의 ‘짠’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민간 공연단체 대표들 사이에선 아무런 지원책도 없는 문화가 있는 날에 ‘호구’처럼 계속 동참해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민간단체의 참여 부족은 ‘양질의 콘텐츠 부족’(12.8%)이라는 또 다른 문제점으로 이어진다.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 입장에서는 볼만한 작품이 없는 셈이다. 양질의 콘텐츠 부족 문제는 민간 단체뿐만 아니라 국립 단체의 공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국공립 단체도 ‘알아서 관객이 찾아오는’ 인기 공연보다 비인기 공연을 문화가 있는 날 운영 프로그램으로 선호한다. 문화가 있는 날인 지난달 2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NT Live 프랑켄슈타인’은 유료관객 점유율 98%를 기록할 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문화가 있는 날 참여 작품이 아니었다. 국립극장에서 볼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 참여 작품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어린이 오페라 ‘부니부니 음악탐험대’였다. 할인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8.1%)도 적지 않았다. ‘부니부니…’는 문화가 있는 날에 맞춰 티켓 가격을 60% 할인했지만 이미 소셜커머스에서는 63% 할인된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이날 뮤지컬 ‘원스’를 보기 위해 서울 예술의전당을 찾은 김은진 씨(21)는 “뮤지컬의 경우 카드사 할인이나 조기예매를 통해 30∼40% 할인된 가격으로 공연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위주의 운영에도 불만이 컸다(10.5%). 국립 공연 단체 중 국립오페라단, 국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창극단, 국립국악원(서울)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문화가 있는 날 기획으로 지방에서 공연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대부분 서울에서 자체 무료 공연을 기획하거나 티켓 가격 할인 형태로 문화가 있는 날에 동참했다. 유일하게 국립발레단이 지난해 11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찾아가는 발레이야기’ 공연을 한 차례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행사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3년 후에도 문화가 있는 날이 유지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7.4%는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로는 ‘알맹이 없는 전시행정’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 위주의 정책’ ‘새 정부가 이전 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지 않으려 하기 때문’ 등이 많았다. 하지만 문화가 있는 날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6.7%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 공연기획자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과 같은 문화가 있는 날의 방식에는 문제가 있지만 문화 저변을 넓히려는 문화 정책은 필요한 만큼 중간 점검을 통해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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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미엄 리포트]“英 ‘키즈위크’ 교통-숙박도 할인… 레미제라블 같은 흥행작도 참여”

    세계 공연의 메카인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매년 8월의 한 주에 ‘키즈 위크(Kids Week)’ 행사가 열린다. 부모와 같이 온 자녀는 무료여서 이 기간엔 아이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는 사람이 많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키즈 위크에는 공연 티켓뿐 아니라 숙박 및 교통편 할인도 동시에 이뤄진다”며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같은 인기 흥행작도 볼 수 있어 미래 관객인 아이들이 좋은 공연을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는 “고궁 무료입장 같은 하나 마나 한 할인 혜택보다 진짜 좋은 공연을 싸게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영국은 매년 여름 로열오페라하우스 등 각 공연장이 기업의 후원으로 100파운드(약 17만 원)하는 공연을 5파운드(약 8500원)에 볼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제작사인 EMK 엄홍현 대표는 “수요일은 평소에도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적어 민간단체들이 공연을 꺼린다”며 “국공립 기관, 민간단체, 대학로 등 각각의 성격에 맞게 문화가 있는 날을 운영하면 참여도가 높을 것 같다”고 했다. 한 국립예술단체 관계자는 “문화융성위원회는 꾸려졌지만 정작 문화가 있는 날을 진행할 ‘손발’이 없다”며 “참여작 홍보를 포함해 이를 전담할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문화가 있는 날 사업 업체 선정 과정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는데 예산이 턱없이 적어 놀랐다”며 “정부가 적절한 예산을 투입해야 민간단체의 적극적 참여와 양질의 콘텐츠 개발 등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이 보고 싶은 공연으로 확대되고, 할인율도 높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복 씨(57·경기 오산시)는 “비싼 뮤지컬을 싸게 볼 수 있어 좋다. 한 달에 한 번은 부족하고 두 번 이상 운영되면 좋겠다”고 했다. 오영임 씨(67·서울 서초구)는 “미국 뉴욕 모마 현대미술관의 경우 성인 기준 입장료가 25달러(약 2만7500원)이지만 금요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는 무료입장이라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굳이 시간을 내서 보러 가고 싶지 않은 공연으로 물량 공세를 할 것이 아니라 돈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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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재현 “경숙부녀에게서 나와 내 딸 모습이…”

    설 연휴, 드라마가 아닌 실제 일상의 ‘아버지’ 모습으로 TV에 등장한 배우가 있다. SBS ‘아빠를 부탁해’에서 20대 딸과 함께 출연한 배우 조재현(50)이다. 아버지 조재현은 딸에게 무심하기 짝이 없는 ‘무언(無言)’의 중년 남성 그 자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자이자 연극 제작사 ‘수현재 컴퍼니’와 ‘수현재 씨어터’를 설립한 조재현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조재현이 다음 달 수현재씨어터 개관 1주년을 맞아 올리는 작품이 공교롭게도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다. 이 작품은 2006년 초연 당시 호평받으며 그해 동아연극상 4개 부문(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신인연기상)을 휩쓸었다. 2009년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만난 조재현은 “2006년 초연을 보고 너무 좋아 박근형 연출을 찾아가 ‘출연시켜 달라’고 제안해 2007년 재공연 때 아버지로 출연했다”며 “배우 인생에서 가슴에 남는 공연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경숙이…’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숙이…’는 6·25전쟁이 일어나자 가족을 버리고 혼자 피란길에 나선 경숙 아버지와 세상에서 제일 싫지만 또 그만큼 아버지가 그리운 경숙이의 애증을 유쾌하게 그린 연극이다. “경숙이가 대학 졸업할 때 노숙자처럼 떠돌던 경숙 아버지가 신발을 사들고 졸업식장에 와요. ‘새 출발을 하니 새 신발을 신어’라는 말만 남기고 훌쩍 떠나죠. 경숙이가 ‘아버지, 등 좀 그만 보이고 가셔’라고 한마디 해요. 그 장면이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아서….” ‘아빠를 부탁해’ 촬영 당시 조재현은 딸의 고백에 눈물을 흘렸다. 딸이 “어릴 때 바쁘게 지낸 아빠와의 추억이 없다”며 감춰 왔던 속내를 털어놨을 때다. 조재현은 “무뚝뚝하고 속내 표현 서투른 아버지 역을 맡고 싶었다”며 웃었다. ‘아빠를 부탁해’가 화제를 끌면서 그가 소유한 대학로의 수현재씨어터 건물이 350억 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인터넷에 떠돌았다. 그는 “350억 원은 잘못 알려진 것이고 나는 그저 대학로에서 연극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수현재컴퍼니는 지난해 총 6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배우 김성령의 연극 데뷔작 ‘미스 프랑스’는 평균 객석 점유율 80%, 배우 공효진의 연극 데뷔작 ‘리타’는 97%에 달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경숙이…’는 다음 달 6일부터 4월 26일까지 공연된다. 2만5000원∼4만 원, 02-766-650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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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하나의 배우, 무대]총 7발 중 6발은 감쪽같은 ‘눈속임’

    “뭐야, 진짜 화살을 쏜 거야? 눈 깜짝할 사이 화살이 명중했네.” 12세기 영국의 셔우드 숲을 배경으로 의적이 된 로빈훗이 반역 세력에 맞서 왕세자 필립을 수호하는 영웅담을 그린 뮤지컬 ‘로빈훗’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주인공 로빈훗이 활과 석궁을 이용해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히는 ‘화살 신’이다. 특히 로빈훗이 쏜 두 발의 화살이 포로의 머리 위를 스치고 나무에 정확히 꽂히는 아찔한 장면에서는 매번 객석에서 ‘진짜 화살을 쏜 것 맞느냐’는 대화가 오간다. 주인공 로빈훗 역할을 맡은 세 명의 배우(유준상 엄기준 이건명)는 2시간 30분 러닝타임 내내 총 7발의 화살을 쏜다. 이 중 실제 화살을 쏘는 건 2막 후반부에서 로빈훗이 자신이 묻힐 묘지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무대 뒤편으로 쏘는 장면이 유일하다. 나머지 6발은 모두 그럴싸한 ‘눈속임’에 의해 만들어진다. 화살 신의 비밀은 줄과 질소다. 이 작품의 특수효과를 총괄하는 이유원 기술감독은 “실제로 로빈훗의 활이나 석궁에는 화살이 달려 있지 않고 긴 줄이 매달려 있다”며 “배우가 팽팽하게 늘어난 줄을 쏘는 시늉을 하며 당기면 줄이 사라져 객석에서 볼 때는 발사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거의 동시에 반대편 나무에 꽂힌 화살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무 안에는 80cm 정도의 화살이 공기유압장치와 함께 내장돼 있다. 무대감독이 큐 사인을 주면 기술팀이 공기유압장치의 질소 유입 버튼을 누른다. 이때 유입된 질소의 압력에 의해 실린더 안에 있던 화살이 구멍을 통해 나무 밖으로 나오게 된다. 반대로 질소 차단 버튼을 누르면 화살은 실린더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손수 수작업이 불가피한 장면도 있다. 로빈훗이 반역자 길버트의 부대원을 포로로 붙잡아 나무에 묶은 뒤 두 발의 화살을 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감독은 “이 장면만큼은 1, 2초 사이에 번갈아 두 발의 화살이 쏘아져야 하는 만큼, 스태프가 나무 안에 들어가 무대감독 큐 사인에 맞춰 화살을 손으로 밀어낸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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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3월의 눈’을 만들어가야죠”

    ‘꽃할배’와 ‘꽃할매’가 만났다. 원로 배우 신구 씨(79)와 ‘꽃할매’ 손숙 씨(71)가 국립극단의 봄 레퍼토리 연극 ‘3월의 눈’ 무대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3월의 눈은 국립극단 원로 배우 고 장민호 씨(1924∼2012)와 백성희 씨(90)를 위해 2011년 쓰인 헌정 연극이다. 오래 묵은 한옥을 배경으로 아내를 하늘로 보낸 남편 장오, 죽은 뒤에도 남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내 이순의 하루를 담백하게 그렸다. 배우들의 감정과 움직임은 과하지 않고 담담하다. 그 기름기 없는 연기가 공연 내내 관객에게 처연함과 뭉클함을 전하며 눈물을 쏙 빼놓는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최근 서울 용산구 청파로 국립극단에서 신 씨와 손 씨를 만났다. 두 사람 모두 2011년 장민호 백성희 씨가 주연을 맡은 ‘3월의 눈’ 초연을 봤다. 손 씨는 “초연을 관람한 뒤, 연출을 맡은 손진책 감독에게 ‘백 선생님이 더이상 이순 역을 맡지 못하면 내가 맡고 싶다’고 얘기했다”며 “백 선생님의 역할을 잇고 싶다는 욕심과 후배로서의 의무감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곁에 있던 신 씨는 “올해가 4번째 공연인데, ‘꽃보다 할배’(tvN 예능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한 박근형도 이전에 장오 역을 한 적이 있다. 내심 ‘언젠가 나도 불러주겠지’ 기대를 했었다. 특히 손숙과 함께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손 씨는 손 감독에게 이순 역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함께 출연하고 싶은 배우도 ‘콕 찍어’ 부탁했다. “그때 꼭 신구 씨랑 하고 싶다고 했지.” 손 씨가 신 씨와 함께 하고 싶다고 밝힌 이유는 뭘까. “50년 넘게 배우 생활 하면서 난 신구 씨처럼 사람 놀라게 하는 배우를 본 적이 없어. 이번에도 첫 대본 리딩을 2월 6일에 하고 3일 뒤 첫 연습 때 대본을 통으로 다 외워 온 거야. 남들 다 대본 보면서 하는데 말이지.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 성실함은 정말 따라올 사람이 없어.” 신 씨는 “3일 만에 대사를 다 외워온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며 웃었다. 15일부터 시작된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 촬영 때문에 10일간 연습실을 떠나 있어야 했기 때문. 신 씨는 “한동안 연습에 동참할 수 없는지라 미안한 마음이고, 이를 보충하고자 대본이라도 먼저 외운 것”이라고 말했다. 손 감독은 두 노(老)배우에게 ‘연기하지 않는 연기를 보여 달라’고 주문한다고 했다. “신구 씨는 그냥 서 계셔도 그런 느낌이 나와.”(손숙) “에이 무슨. 이 작품이 요구하는 장오의 내공이 배우의 몸에 들어와야 가만히 있어도 발산이 될 수 있는데, 매우 어려운 연기지.”(신구) 50년 넘게 무대에 서 온 베테랑 배우들이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이 치열했다. 두 배우는 “초연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신구, 손숙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3월의 눈을 조금씩 만들어가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한국 나이로 올해 여든인 신 씨는 인터뷰 전 3시간가량 홀로 맹연습을 했다. 손 씨는 16일까지 약 보름간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어머니’를 공연하면서 3월의 눈 연습을 병행했다. 두 노배우는 “우리가 롱런할 수 있었던 건 체력이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 씨는 “40년 전부터 일주일에 5일은 하루 2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고 있다”며 “연기의 기본인 체력을 관리한다는 건 배우로서 책임감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씨도 “연극을 1년에 꾸준히 4편 정도 하는데 지난해엔 지방 12곳을 돌며 공연했다”며 “아침에 매일 라디오 방송도 하고 있고, 내겐 삶이 곧 운동”이라고 말했다. 3월의 눈은 다음 달 13일부터 2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1만∼5만 원. 1688-596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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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빈훗이 화살 쏘는 장면 감쪽같지요?…무대 위 특수효과의 세계

    “뭐야, 진짜 화살을 쏜 거야? 눈 깜짝할 사이 화살이 명중했네.” 12세기 영국의 셔우드 숲을 배경으로 의적이 된 로빈훗이 반역 세력에 맞서 왕세자 필립을 수호하는 영웅담을 그린 뮤지컬 ‘로빈훗’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주인공 로빈훗이 활과 석궁을 이용해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히는 ‘화살 씬’이다. 특히 로빈훗이 쏜 두발의 화살이 포로의 머리 위를 스치고 나무에 정확히 꽂히는 아찔한 장면은 매번 객석에서 ‘진짜 화살을 쏜 것 맞느냐’는 대화가 오간다. 주인공 로빈훗 역할을 맡은 세 명의 배우(유준상 엄기준 이건명)는 2시간 30분 러닝 타임 내내 총 7발의 화살을 쏜다. 이 중 실제 화살을 쏘는 건 2막 후반부에서 로빈훗이 자신이 묻힐 묘지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무대 뒤편으로 쏘는 장면이 유일하다. 나머지 6발은 모두 그럴싸한 ‘눈속임’에 의해 만들어진다. 화살 씬의 비밀은 줄과 질소다. 이 작품의 특수효과를 총괄하는 이유원 기술감독은 “실제로 로빈훗의 활이나 석궁에는 화살이 달려있지 않고 긴 줄이 매달려 있다”며 “팽팽하게 늘어난 줄을 배우가 쏘는 시늉을 하며 당기면 줄이 사라져 객석에서 볼 때는 발사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거의 동시에 반대편 나무에 꽂힌 화살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무 안에는 80cm 정도의 화살이 공기유압장치와 함께 내장돼 있다. 무대 감독이 큐 사인을 주면 기술팀이 공기유압장치의 질소유입 버튼을 누른다. 이때 유입된 질소가 압력을 이용해 실린더 안에 있던 화살이 구멍을 통해 나무 밖으로 나오게 된다. 반대로 질소 차단 버튼을 누르면 화살은 실린더 안으로 다시 들어온다. 손수 수작업이 불가피한 장면도 있다. 로빈훗이 반역자 길버트의 부대원을 포로로 붙잡아 나무에 묶은 뒤 두발의 화살을 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감독은 “이 장면만큼은 1, 2초 사이에 번갈아 두발의 화살이 쏘아져야 하는 만큼, 스태프가 나무 안에 들어가 무대 감독 큐 사인에 맞춰 화살을 손으로 밀어낸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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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파리 발레 사로잡은 ‘한국의 백조’

    발레리나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백조를 춰 본 발레리나와 그렇지 않은 발레리나. 세계 최정상인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발레리나인 박세은 씨(26)가 마침내 ‘백조’로 거듭났다. 코르 드 발레(군무)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한 지 불과 2년 6개월 만에 간판 레퍼토리인 ‘백조의 호수’ 주역을 거머쥔 것. 22일 프랑스 파리 자택에서 전화를 받은 박 씨는 밝은 목소리로 “‘백조’를 추는 건 발레리나들의 꿈”이라며 “아직도 세계 최정상인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백조의 호수’의 주역을 맡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부터 ‘백조의 호수’ 본격 연습에 들어간다”며 “남자 주인공인 지크프리트 왕자 역은 스타 발레리노인 프랑수아 알뤼가 맡았다”고 전했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이번 ‘백조의 호수’에서 박 씨는 4월 9일 무대에 오른다. ‘백조의 호수’는 주역 발레리나가 가냘픈 백조 오데트와 도발적인 흑조 오딜을 오가는 1인 2역을 소화해야 한다. 연기력과 테크닉, 그리고 체력의 3박자를 고루 갖추지 않고는 소화하기 힘들어 주역 발레리나 사이에서도 백조의 호수는 선망의 대상이다. 박 씨는 “지난해 말 발레단 승급 시험에서 ‘백조의 호수’의 흑조와 ‘라 바야데르’의 니키야를 연기 했는데 스스로도 잘 췄다고 느꼈다”며 “그때 예술 감독인 뱅자맹 밀피에도 만족해했는데 결국 두 작품에 모두 주역으로 뽑아 줬다”고 말했다. ‘백조의 호수’뿐 아니라 그는 다음 달 15일 러시아의 간판 무용단인 마린스키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공연에도 파리 오페라단을 대표해 초청 주역 발레리나로 무대에 오른다. 그는 “마린스키 발레단과는 1년에 한 번씩 에투알(수석무용수)들이 번갈아 가며 게스트 주역으로 오르는데 아직 쉬제(솔리스트) 등급인 내게 대표 주역을 맡겼다”며 “밀피에 감독이 ‘너를 믿는다’고 해 감격했다”고 말했다. 344년 역사의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동양인 에투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박 씨는 2012년 ‘코르 드 발레’로 입단해 6개월 만에 코리페(군무 리더)로, 1년 만에 쉬제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입단 2년 만에 로맨틱 발레 ‘라 수르스(La source·샘물)’의 주역 나일라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영국 로열발레단, 미국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와 함께 세계 3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한국인 발레리나가 주역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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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튀튀와 토슈즈를 벗다

    유니버설발레단(UBC) 단원들의 올해 첫 공연은 발레 의상인 튀튀와 토슈즈를 벗은 작품이다. 다음 달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로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모던 발레 ‘멀티플리시티’가 바로 그것이다. 몸으로 음악을 연주한다는 찬사를 받아온 스페인 출신의 안무가 나초 두아토의 작품으로 바흐의 음악을 무용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지난해 UBC 창단 30주년 기념공연으로 소개돼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바흐 역을 맡은 남자 주연 무용수는 바로크 시대 정장에 회색 가발까지 갖추고 나선다. 무대 배경이 되는 철골 구조물은 오선지가 되고, 바흐의 지휘에 따라 무용수들이 악기와 음표로 변신한다. 바흐의 음악세계와 삶이 무용을 통해 그려진다. 나초 두아토는 이 작품으로 ‘현대 발레의 천재안무가’란 수식어와 함께 2000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안무상을 받았다. 공연 직전 무대에 문훈숙 UBC 단장이 올라 관객에게 모던 발레에 대한 설명과 멀티플리시티 작품 감상법을 해설할 예정이다. 관람료는 3만∼10만 원, 070-7124-1737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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