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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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4-10-29~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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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넘을 수 있는 건 BTS뿐이었다

    방탄소년단(BTS)을 넘어설 수 있는 건 방탄소년단뿐이었다. BTS의 세 번째 영어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앞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에서 7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자신들의 노래 ‘버터(Butter)’와 바통 터치하며 정상에 등극했다. BTS는 10개월 2주 만에 5곡을 빌보드 1위에 올려놓으며 비틀스와 마이클 잭슨의 기록을 소환할 만큼 팝의 역사를 써 나가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빌보드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메인 차트인 ‘핫 100’에서 BTS의 퍼미션 투 댄스가 1위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9일 발표된 이 곡은 영국의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인 에드 시런이 작업에 참여해 더욱 화제였다. 빌보드 핫 100 차트는 음원 다운로드 및 실물 음반 판매량, 스트리밍 수치,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합산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의 순위를 매긴다. 퍼미션 투 댄스는 발매 이후 일주일 동안 스트리밍 1590만 회, 라디오 청취자 수 110만 명, 음원 다운로드 14만100회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에 신곡을 낸 팝스타 저스틴 비버, 빌리 아일리시 등을 압도하는 기록이다. BTS는 20일 일본에서도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가 수록된 싱글 CD로 오리콘 주간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BTS, 10개월 2주만에 5개곡 빌보드 1위 올려… 마이클 잭슨 이후 최단기록‘버터’ 이어 1위 릴레이 ‘퍼미션 투 댄스’의 정상 등극은 케이팝의 역사는 물론이고 팝의 역사도 새로 쓰고 있다.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한 가수가 기존 1위 곡에 이어 후속 신곡으로 정상을 차지하는 건 이례적이다. 당대 최고의 팝스타만 가능한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기 래퍼 드레이크가 2018년 7월 자신의 곡으로 차트 1위를 이어간 이후 무려 3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신곡을 발표하자마자 곧바로 빌보드 핫100 차트에 1위로 진입하는 이른바 ‘핫샷’도 BTS에게 4곡이 쌓였다. 이는 아리아나 그란데(5곡), 저스틴 비버와 드레이크(각 4곡)에 이어 4번째다. BTS가 5개 곡을 차트 1위에 올려놓은 속도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이후 최단 기록이다. BTS는 ‘다이너마이트’ 이후 10개월 2주 만에 ‘새비지 러브’ 리믹스(피처링 참여), ‘라이프 고스 온’, ‘버터’, ‘퍼미션 투 댄스’를 잇달아 발표해 1위에 올려놓았다. 마이클 잭슨은 1987년부터 1988년 사이 약 9개월 2주 동안 ‘배드(Bad)’ 앨범에서 발표한 다섯 곡을 빌보드 정상에 올려놓았다. 역대 최단 기록을 가진 가수는 1964년 6개월 동안 다섯 곡으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영국의 밴드 ‘비틀스’다. 퍼미션 투 댄스에 1위를 넘겨준 버터는 여전히 높은 판매량을 올리며 7위를 기록했다. BTS의 빌보드 차트 장악에 대해 외신들은 BTS가 첫 번째 영어 곡인 다이너마이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팝 시장 공략에 나선 이후 단기간에 확고한 글로벌 팬덤을 구축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BTS는 20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버터의 바통을 이어받아 1위를 차지한 퍼미션 투 댄스, 두 곡 모두 1위로 차트 데뷔라니”라며 기쁨을 표했다. 유튜브와 BTS는 23일부터 유튜브의 쇼트폼 서비스인 ‘유튜브 쇼츠’를 통해 ‘#PermissiontoDance’ 챌린지도 선보일 예정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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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레리나 박세은 “가장 빛나는 ‘에투알’될 것”

    “무용수로서 제 이력서는 끝을 찍어 더 올라갈 곳이 없어요.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아직 보여줄 춤이 더 많은 걸요.” ‘파리의 별’ 박세은(32)이 금의환향했다.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단(BOP)에서 6월 10일(현지 시간) 동양인 최초로 최고 등급 무용수인 ‘에투알(etoile·별)’로 지명된 그는 19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투알 중에서도 가장 빛나고 큰 에투알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BOP의 비시즌 기간을 맞아 15일 귀국한 그는 프랑스에서 백신 접종 후 자가 격리를 면제 받아 이날 첫 공식 행사를 가졌다. 박세은은 “승급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들떠 있는 상태”라며 “동료, 친구들의 축하 메시지에 아직도 답장을 다 못 했다. 응원해주시는 국내, 해외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춤을 추겠다”고 말했다. 한국 가족과 친구들의 축하도 의미가 깊지만 옆에서 10년간 그를 지켜본 발레단 동료들이 보낸 박수는 유독 묵직했단다. 그는 “동료들이 제 승급을 진심으로 기뻐했던 건 실력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어려서부터 배운 러시아 ‘바가노바’식 발레를 내려놓고, 바닥에서부터 프랑스식 발레를 새롭게 익혀 정상에 오른 노력에 대한 박수였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에투알은 제게 10년의 기다림, 간절함을 의미한다”고 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박세은은 2011년 BOP 입단 순간을 떠올렸다. 당시 그의 춤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둘로 나뉘었다. 순혈주의의 벽과도 싸워야 했다. “제 춤을 본 이들은 감정 표현 없이 기술만 뛰어나다거나 프랑스인 무용수들보다 큰 무용수가 될 것이라는 의견으로 갈렸어요. 또 현재 여성 에투알 10명 중 8명이 BOP 발레학교 출신일 정도로 보이지 않는 벽도 있죠. 부정적 평을 딛고 발레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프랑스 관객마저 결국 제 춤을 인정한다고 느꼈을 때 행복했어요.” 박세은의 새 시즌은 9월 24일 프랑스어로 ‘행진’을 뜻하는 ‘데필레(defile)’에서 시작한다. 약 250명의 무용수가 15분 동안 관객 앞에서 가장 화려한 퍼레이드를 펼치는 BOP의 공식 전통 행사다. 박세은은 왕관을 쓴 채 행진한다. 뒤이어 ‘에튜드’ 개막 공연도 펼친다. 그는 “새롭게 에투알이 된 저를 소개하는 의미가 있는 자리다. 세계적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첫 데필레 지휘를 맡아 더 특별한 행진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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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이 기억하는 산재의 고통… 소외된 외침 들려주고 싶었다”

    산업 재해로 뜯기고 잘려 나간 노동자들의 육신. 그 육신으로 빚어진 ‘괴물B’의 몸 구석구석엔 차마 세상에 외치지 못한 노동 현장의 상처들이 담겨 있다. 여러 노동자의 몸 조각들로 만들어진 그는 사고 당시 몸의 각 부위가 기억하는 고통이 되살아날 때마다 끔찍하게 괴로워한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이 존재는 과연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까. 고전 프랑켄슈타인이나 공상과학물을 떠올리게 할 만큼 뼈아픈 이 줄거리는 손원정 연출가(47)의 신작 연극 ‘괴물B’의 이야기다. 20대 배달 노동자 ‘연아’와 만나 고통의 흔적을 좇기 시작하는 괴물B는 산업화 이후 폐기된 노동자의 육신에 대해 말한다. 극작가 한현주의 희곡에 배우 이영주, 오대석, 정선철, 이은정 등이 출연한다. 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서 만난 손 연출가는 “산업 재해는 통계 속 숫자나 기사로만 접할 뿐이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이들도 잠깐 슬퍼하다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며 “그간 소외된 목소리를 꼭 무대화하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국내 연극계에서는 노동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 잇따라 공연됐다. 그는 “파손된 몸의 조각으로 하나의 기이한 존재를 탄생시켰다는 희곡이 매력적”이라면서도 “한 작가가 노동문제를 예리하게 읽어낸 데 비해 저는 비교적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 육체노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이 이야기를 과연 잘 펼쳐낼 수 있을지 두려움도 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결국 이에 대한 고민은 여느 연극처럼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인간 존재론적 질문으로 귀결됐다. “무겁고 답답할 수 있는 주제지만,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고 우리 삶의 한 단면을 건강하게 풀어내고 싶다”고 했다. 희곡에서 주인공 괴물B와 교감하는 20대 여성 연아는 당초 공장 노동자로 설정돼 있었다. 극을 다듬는 과정을 거쳐 이번 극에서는 배달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직업이 바뀌었다. 손 연출가는 “삶과 더 밀착한 모습으로 그리고 싶었다. 팬데믹 기간 중 배달 아르바이트에 뛰어들기 시작한 저희 극단 단원이 늘어나 여러 조언을 얻었다”고 했다. 손 연출가는 상상력 넘치는 이 대본에 관객이 쉽게 공감할 방법을 찾느라 고심 중이다. “괴물B의 의상은 깔끔해야 할 것만 같아요. 온몸이 쓰레기, 누더기 같을수록 겉옷만큼은 깨끗하게 입고 싶지 않을까요? 몸짓은 어떨까요. 어딘가 어색하고 틀어져 있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묘한 뒤틀림이 필요해요. 일상에서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산재 피해자처럼 말이죠. 뺀질뺀질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희생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요.” 연극계에서 드라마투르크, 번역가, 연출가로 20년 넘게 활동한 그는 지난해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를 비롯해 ‘맨 끝 줄 소년’ ‘애들러와 깁’ 등을 연출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딸이자 베스트셀러 ‘아몬드’를 집필한 손원평 작가의 언니이기도 하다. 그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을 공부하면서 제 길은 자연스레 연극으로 이어졌다”며 “제게 연극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듣는 작업”이라고 답했다. 손 연출가는 이번 작품의 줄거리를 접하고 ‘좀비’를 떠올린 이도 많다고 했다. “좀비는 어딘가 숨어 있거나 특수한 상황에서만 나타나잖아요. 그런데 괴물B는 그렇지 않아요. 평범한 일상 공간에서도 잠재적 괴물B, C, D 같은 희생자는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으니까요.” 23일부터 8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알과핵 소극장, 3만 원, 14세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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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발레 무대, 한국인 이름 건 피날레… 심장이 쿵쾅”

    한국 발레의 별이 러시아의 백야를 빛낸다. 세계 정상급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29·사진)이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18일(현지 시간) 그의 이름을 딴 단독 무대에 오른다. 이 극장 최대 축제로 꼽히는 ‘백야의 별들’에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게 됐다. 그는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 이름을 걸고 역사적 극장에서 공연한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아 심장이 매일 쿵쾅댄다”며 기뻐했다. 이어 “체력적, 정신적으로 집중해 한국 무용수로서 이름을 빛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창립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무용수 이름을 내건 단독 공연은 흔치 않다. 그는 2년 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기회를 잡았다. ‘마린스키의 얼굴’로 최고 스타 반열에 오른 그에게 올해 입단 10주년을 맞아 단독 무대가 마련된 것. 김기민은 “캐릭터마다 완벽히 다른 스타일의 춤을 선보이는 게 목표”라며 “비록 제가 러시아 관객 앞에 서지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잊지 않고 땀 흘리겠다”고 강조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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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TBC 예능 김요한 등 5명-모델 한혜진 잇단 확진

    운동선수 박태환 모태범 등 JTBC ‘뭉쳐야 찬다2’의 출연자 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 중인 모델 겸 방송인 한혜진도 확진되는 등 방송가에 방역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선 인기 출연자들이 여러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하는 특성상 추가 확진자 혹은 자가 격리자가 발생하면 촬영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JTBC 등에 따르면 예능 프로 ‘뭉쳐야 찬다2’ 출연진 5명이 확진됐다. 배구선수 출신 방송인 김요한이 15일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10일 그와 함께 녹화 출연한 박태환 모태범 윤동식 이형택이 확진됐다. 제작진은 “다른 출연진도 검사 후 자가 격리에 들어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촬영은 전면 중단된 상태로 앞으로 주의를 기울이며 방송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김성주 정형돈 등 유명 MC들도 출연 중이라 추가 감염 우려가 제기된다. 김요한과 함께 iHQ ‘리더의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혜진도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구라 박명수는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 중이다. 한혜진의 확진으로 그가 출연 중인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제작진에도 비상이 걸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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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백야 빛낼 ‘마린스키의 별’ 김기민 “韓 무용수로서 이름 빛낼 것”

    한국 발레의 별이 러시아의 백야를 빛낸다. 세계 정상급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29·사진)이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18일(현지시간) 그의 이름을 딴 단독 무대에 오른다. 이 극장 최대 축제로 꼽히는 ‘백야의 별들’에서 그의 공연이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게 됐다. 김기민은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 이름을 걸고 역사적인 극장에서 공연한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아 심장이 매일 쿵쾅댄다”며 기뻐했다. 이어 “지난해 팬데믹으로 전 세계 공연장이 멈췄고 올해도 많은 무용수, 예술인들이 고통 받았다. 2주에 한 번씩 유전자증폭검사(PCR)를 받는 과정에서 공연 전날이나 당일에도 접촉자가 생기거나 환자가 발생하면 캐스팅이 바뀌는 것도 일상”이라고 했다. “소중한 무대인만큼 체력적, 정신적으로 집중해 한국 무용수로서 이름을 빛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창립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무용수 이름을 내건 단독 공연은 흔치 않다. 하루에 진행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본인이 직접 꾸며야하는데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기에 실력은 기본. 넓은 극장 좌석을 모두 채울 수 있는 티켓 파워까지 겸비한 무용수만이 이 무대에 설 수 있다. 그는 2년 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무대의 기회를 잡았다. ‘마린스키의 얼굴’로 최고 스타 반열에 오른 그는 2011년 동양인 최초로 이 발레단에 퍼스트 솔리스트로 입단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다시 한 번 찾아온 단독 무대를 앞둔 그는 “러시아는 지난해 팬데믹을 겪은 뒤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발레 공연을 재개했다. 상황에 따라 객석 수용인원을 25%, 50%, 75%로 조정하면서 공연을 진행해왔고 덕분에 여러 무대에 꾸준히 오르며 체력, 정신력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기민은 이번 공연에서 극장의 여러 파트너들과 함께 작품을 꾸민다. 독무를 포함해 총 5개의 단편 작품을 준비했다. 공연 1막에서 김기민은 발레계 아카데미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2016년 수상할 당시 선보인 발레 ‘라 바야데르’ 2막을 펼친다. 2막에서는 차이콥스키 파드되와 신영준의 안무작 ‘새드니스’의 독무를 춘다. 이어 마린스키 최고의 발레리나 빅토리야 테료시키나와 호흡을 맞추는 프랑스 현대 발레 ‘르 팍(Le Parc)’도 선보인다. 3막에서는 김기민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랑의 전설’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고전 발레부터 맨발로 춤추는 현대 발레까지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제 춤을 꼽았어요. 한 가지 배역만 3시간씩 연기하는 발레와 달리 5개 배역을 한 번에 맡는 건 언제나 큰 도전이죠.” 여러 작품에 동시에 임하는 그는 “제 춤을 본 관객이 제가 출연했던 다른 작품을 떠올리게 해선 절대 안 된다. 그 지점을 가장 경계한다”는 평소 지론을 강조했다. 이어 “작품마다 맞는 춤의 스타일이 있다. 이번에는 5개 작품이 갖는 뚜렷한 특징을 표현하면서 김기민만이 가진 색을 함께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 발레 공부에 몰두한 그는 틈 날 때마다 ‘기본’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단다. 오래된 사진, 비디오, 문헌을 찾아보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러시아에는 발레 관련 자료가 정말 무궁무진해서 공부하기 좋다. 춤이 여러 무용수를 거치고 시간이 흐르면서 원형은 자연스럽게 변질된다. 결국 가장 기초로 돌아가 어떻게 안무된 작품인지, 작품엔 어떤 철학이 담겼는지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부단한 노력으로 세계 정상을 유지하는 그는 개성이 뚜렷한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같은 춤을 추더라도 더 눈길이 가는, 모든 춤에서 김기민의 향이 짙게 묻어나는 춤을 추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제는 제 춤의 개성을 숨기기보다 더 강하게 끌어내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어요.” 한국인으로서 10년 째 러시아 무대를 빛내고 있는 그의 정신적 동력 중 하나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다. 올 초 팬데믹으로 국내 관객과 만날 기회가 무산된 아쉬움은 지금도 여전하다. “러시아를 비롯해 해외 각국 관객들이 제게 많은 관심을 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저는 러시아에서 춤추는 한국인 무용수입니다. 한국인이라는 걸 평생 잊지 않고 춤춰왔어요. 제 노력이 관객에게 전달된다면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도 커지지 않을까요?”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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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요한·한혜진·박태환·이형택 등 줄줄이 확진…방송가 빨간불

    운동선수 박태환 모태범 등 JTBC ‘뭉쳐야 찬다2’의 출연자 5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 중인 모델 한혜진도 확진되는 등 방송가에 방역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선 인기 출연자들이 여러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하는 특성상 추가 확진자 혹은 자가 격리자가 발생하면 촬영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JTBC 등에 따르면 예능 프로 ‘뭉쳐야 찬다2’ 출연진 5명이 확진됐다. 배구선수 출신 방송인 김요한이 15일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10일 그와 함께 녹화 출연한 박태환 모태범 윤동식 이형택이 확진됐다. 제작진은 “다른 출연진도 검사 후 자가 격리에 들어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촬영은 전면 중단된 상태로 앞으로 주의를 기울이며 방송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김성주 정형돈 등 유명 MC들도 출연 중이라 추가 감염 우려가 제기된다. 김요한과 함께 iHQ ‘리더의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델 겸 방송인 한혜진도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구라 박명수는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 중이다. 한혜진의 확진으로 그가 출연 중인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제작진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녹화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보컬그룹 ‘노을’의 멤버 이상곤도 15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11일 연극 ‘러브이즈타이밍’에서 함께 공연한 상대 배우가 확진돼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상태였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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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음-흥-사랑이 고픈자여 다 비틀쥬스에게 오라” 150분 판타지 쇼

    웃음, 흥, 사랑이 고픈 자를 위한 150분의 판타지 쇼다. 개막을 두 차례 미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베일이 걷히고 나니 우려는 말끔히 지워졌다. 화려한 무대기술, 소품과 함께 배우들이 순간순간 빚어내는 합은 쇼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다. 6일 개막해 다음 달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비틀쥬스’는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보였다. 미국 토니상 8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빼어난 무대연출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미국 이외 해외 라이선스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은 컬트영화의 고전이 된 팀 버턴 감독의 원작을 각색했다. 추락 사고로 죽은 한 신혼부부의 집에 낯선 이들이 이사를 온다. 사망 후 유령이 된 부부는 98억 년 동안 이승과 저승을 떠돌던 ‘선배 유령’ 비틀쥬스와 합심해 이들을 쫓아내기 위한 계략을 꾸민다. 환상적이면서도 기괴한 분위기는 자칫 단조로울 법한 평면적 서사를 풍요롭게 만든다. 극중 유령 비틀쥬스의 존재는 압도적이다. ‘지니의 원맨쇼’라고 불리는 디즈니 뮤지컬 ‘알라딘’ 속 램프의 요정 지니 캐릭터와 비견된다. 그의 손짓, 대사, 발놀림으로 극은 매 순간 요동친다. MC처럼 내레이터 역할도 겸한다. 노련미를 요하는 이 배역은 배우 정성화, 유준상이 맡아 익살스럽게 소화한다. 주역 배우, 앙상블의 합도 상당하다.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며 무대를 뛰노는 이들의 모습에서 피나는 연습량이 느껴진다. 극을 관통하는 코드는 ‘B급 블랙 코미디’. 비틀쥬스는 “난 VIP석과 R석 사이에 낀 시야제한석 같은 존재야” “코로나 검사 그만하고 싶어” 등 현 상황을 빗댄 풍자적 대사를 이어간다. 관객 정서에 맞도록 원작 대본을 세밀히 다듬었다. 영화였다면 컴퓨터그래픽으로 덧칠했을 법한 온갖 괴물들은 다양한 소품으로 유쾌하게 구현했다. 화려한 볼거리로 뒤덮인 작품이라 음악에 대한 언급은 잊히기 십상이다. 하지만 호주 출신 작곡가 겸 작사가 에디 퍼펙트의 음악은 무대연출 못지않게 다채롭다. 팝, 발라드, 라틴, 힙합, 록, 가스펠 등 여러 장르로 표현한 매력적인 넘버들은 감칠맛을 더한다. 특정 넘버를 대표곡으로 부각하려고 굳이 애쓰지 않았다. 연기 안에 자연스레 녹아든 선율은 막이 내려진 후에도 여운을 남긴다. 좀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작품에는 흥과 웃음이 넘쳐나지만 묘한 슬픔과 상실감도 느껴진다. 극중 비틀쥬스가 징징대며 연신 호소하는 외로움은 인간 본연의 고독감을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한 번 더 객석을 향해 외친다.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라고.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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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 만나는 객석 플레이 없애… 아동공연 방역 ‘고삐’

    팬데믹으로 지난해부터 공연계가 침체된 상황에서 어린이 뮤지컬, 아동극 분야는 유독 더 힘든 보릿고개를 보내야 했다. 통상 부모, 자녀가 공연을 함께 관람하는데 학부모들이 공연장으로 쉽사리 발걸음하지 못했다. 제작사들은 올해 상반기부터 공연계가 차츰 정상화하면서 여름방학을 맞아 잇달아 공연을 열었다. 하지만 잠시 숨통이 트이려던 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되자 다시 가슴을 졸이고 있다. 배우, 관객 간의 교감과 상호작용이 핵심이지만 배우들의 동선은 최소화하고 공연 시간도 조금씩 줄이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 애쓰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10일 개막한 매직드로잉 체험극 ‘두들팝’은 관객과 대면 접촉 가능성이 있는 장면은 모두 다 뺐다. 제작사인 브러쉬씨어터의 이길준 대표는 “어린이 공연은 관객 참여가 핵심이지만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 객석 사이를 배우가 오가는 동선도 없애니 공연 시간도 5분가량 줄었다”고 했다. 9월 5일까지 공연하는 이 작품은 가로 4m, 세로 2.1m의 거대한 그림판 위에 펼쳐지는 융복합 미디어 드로잉쇼다. 2018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 후 세계 각지서 초청받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낙서와 그리기에서 비롯되는 상상력을 모티브로 주인공의 모험을 표현한다. 서울 마포구 신한카드 FAN(판)스퀘어 라이브홀에서 1일 막을 올린 신작 뮤지컬 ‘장수탕 선녀님’도 상황은 비슷하다. 제작사 할리퀸크리에이션즈의 김민호 브랜드마케팅팀장은 “작품 속 인형이나 거품을 만드는 버블머신도 객석이 아니라 철저히 무대 안에서만 구현하도록 일부 이동 장면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아동문학계 노벨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동네 목욕탕에 간 주인공이 냉탕에서 만난 할머니 선녀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다. 공연을 마친 후 커튼콜 때 배우가 객석으로 내려가 관객과 만나는 ‘객석 플레이’도 모두 없앴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15일 개막하는 CJ ENM의 가족 뮤지컬 ‘신비아파트 시즌4: 비명동산의 초대장’이 그렇다. 동명의 원작 애니메이션을 각색한 이 공연은 팬데믹 전까지 평균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17일 시작하는 2021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는 당초 국내 공연 9편은 오프라인으로만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게 계획을 변경했다. 해외 공연 3편은 예정대로 온라인으로만 볼 수 있다. 어린이 공연은 다른 공연에 비해 공연일에 임박해 취소표가 급증하는 어려움도 안고 있다. 민지혜 CJ ENM 공연전시사업팀장은 “4단계 거리 두기가 발표되자 지난 주말에만 대거 취소표가 발생했다. 방역 지침은 물론 아동 관객의 컨디션에 따라 예매와 취소가 급박하게 결정된다. 모든 게 불확실해 그저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관객을 맞을 뿐이다”라고 했다. 수많은 어린이 공연이 사라졌지만, 작품별 마니아층은 보다 공고해졌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길준 대표는 “다른 외부활동에 비해 공연 관람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가진 분들이 생겨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작품의 경우 교육 목적으로 여러 차례 관람하는 관객이 늘었다. ‘어려운 시국에 공연해줘 정말 고맙다’는 응원을 받으며 팬데믹을 버텨내는 근육을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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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뛰어야 사는 남자… 국내 1세대 탭댄서 김길태 단장

    한국 탭댄스의 중심지는 어쩌다 보니 서울 마포구 상수동이 됐다. 정부 부처에서 홍보영상을 만드는 PD로 일하던 김길태 탭꾼탭댄스컴퍼니 단장(51)은 1997년 미국 여행길에서 우연히 탭댄스를 접했고, 2002년 어쩌다 이 동네에 연습실을 차렸다. ‘한국 1세대 탭댄서’인 그의 현란한 발놀림을 배우기 위해 수십 명이 이곳을 찾았고, 지금껏 상수동 일대는 한국 탭댄스 성지로 통한다. 올해 3회를 맞는 ‘서울 탭댄스 페스티벌’도 당연히 이 동네를 중심으로 마포문화재단과 함께 진행한다. 올해는 팬데믹으로 대면 공연 대신 온라인 공연으로 전면 전환했다. 1회 축제부터 예술감독을 맡았던 김 단장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객 앞에서 춤을 출 수 없어 아쉽다”면서도 “사실 탭댄스는 영상으로 보여줄 때 그 진가가 확 드러난다. 춤의 매력을 알리는 데 온라인 축제는 역설적으로 최고의 기회”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 축제는 1부 ‘탭댄스클럽 스윙 46’(13, 14일·사진), 2부 ‘블랙댄스버라이어티’(20, 21일)를 주제로 마포문화재단 유튜브, 네이버TV를 통해 방송된다. 내로라하는 전국 탭댄서들의 무대는 물론이고 브레이크댄스, 스트리트댄스 등 여러 장르를 선보인다. 아카펠라 그룹 ‘나린’과 합동공연도 한다. 1부에서 13개 팀, 2부에선 6개 팀이 참여한다. 흔히 탭댄스를 떠올리면 특수 제작한 신발을 신고 “탁” “타닥타닥” 말발굽 소리를 내는 발놀림만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탭댄스는 발소리로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음악을 넘어 온몸을 쓰는 춤”이라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탭’보다 ‘댄스’에 더 방점을 둔 장르라는 취지다. 그래서 올해 축제에서도 관계가 없어 보이는 여러 장르의 춤이 함께 구성됐다. “어떤 장르나 음악과도 잘 어울리는 게 탭댄스”라는 그의 자신감도 있었다. “지금은 장르가 세분화돼 완전히 다른 춤 같아도 사실 브레이크, 힙합, 스트리트댄스는 탭댄스와 같은 뿌리를 가진 춤입니다. 마이클 잭슨도 훌륭한 탭댄서인 걸 아셨나요? 그의 문 워크도 탭댄스 동작에서 출발했거든요.” 1997년 직장에 사표를 내고 몇 개월간 미국 여행을 다녀오겠다던 그는 돌연 귀국 후 “춤꾼이 되겠다”고 선언해 지인들을 놀라게 했다. 물론 그의 형이 김길용 와이즈발레단 단장인 걸 보면 집안에 춤꾼 DNA는 흐르고 있었다. 그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내가 프로 댄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이 딱 내 인생 같다. 서서히 탭에 스며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탭댄서는 약 150명. 그중 70%는 김 단장의 제자다. 그 제자들이 다시 제자를 길러내면서 한국 탭댄스 안에는 그의 DNA가 자연스레 심어졌다. 그는 “가끔 공연을 볼 때 나만 갖고 있던 특정 발동작 같은 사소한 춤 버릇이 다른 탭댄서의 동작에 묻어난 걸 보면 신기하다”며 웃었다. 김 단장은 ‘한국은 탭댄스 불모지’라는 말이 더는 맞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탭댄스는 본산인 미국에서도 소수의 장르다. 축제에 출연하는 국내 정상급 댄서들은 인원은 적어도 수준은 세계적인 댄서와 견줄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마음, 발길 가는 대로 춤만 추며 살았다. 축제를 통해 후배들이 신나게 뛰어놀 판을 만들겠다”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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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식 웃기던 유튜브 가상 캐릭터, 직접 만나볼까?

    “이게 ‘매드몬스터’ 팬덤 굿즈인가요?” “‘한사랑 산악회’ 아저씨들이 들고 다니던 빨간색 약수터 바가지 이거 맞죠?”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영상에서 웃기려고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진짜’가 돼 나타났다. 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백화점에서 열리는 팝업 스토어 ‘샌박 편의점’을 찾은 방문객들은 “이게 다 진짜 맞느냐”는 반응을 쏟아냈다. 이 팝업 스토어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가 450팀의 소속 크리에이터 가운데 100여 개 팀의 세계관을 활용해 꾸민 공간. 명칭은 ‘편의점’이지만 판매 목적보다는 유튜브에서 봤던 콘텐츠 소재와 소품을 실물로 접할 수 있게 만든 오프라인 전시에 가깝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에서 가상으로 만들어낸 것을 현실에서 재탄생시킨 ‘믹스버스(Mixverse)’ 굿즈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가상의 세계관(Universe)과 현실을 섞는다(Mix)는 단어를 합친 신조어로,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수단이자 마케팅의 일환이다. 팬들은 “즐겨봤던 콘텐츠를 새롭게 즐길 수 있어 기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엔 하루 2000명, 평일엔 1300명이 ‘편의점’을 다녀갔다. 단연 최고 인기는 유튜브 채널 ‘빵송국’ ‘피식대학’의 주인공들. 개그맨 이창호가 맡은 캐릭터 ‘이호창’은 콘텐츠에서 시가 총액 500조 원의 코스피 1위 기업 ‘김갑생할머니김’의 미래전략실 본부장이다. 말도 안 되는 설정으로 웃음을 자아내던 이야기는 이 공간에서 ‘김갑생할머니김’이라는 실제 식품으로 재탄생했다. 직장인 이성민 씨(34)는 “혼자 낄낄대며 시청하던 콘텐츠 속 세계관이 진짜 먹을 수 있는 김으로 나타나 신기하다. 친구들 것까지 김 여러 세트를 구매했다”고 했다. 글로벌 아이돌이라 자칭하는 2인조 그룹 ‘매드몬스터’의 모자와 가방을 비롯해 피식대학의 인기 콘텐츠 ‘한사랑 산악회’의 등산용품 세트, ‘B대면 데이트’ 속 사랑꾼 ‘최준’의 얼굴이 새겨진 머그잔, 부채 등 소품도 방문객에게 소소한 웃음을 안기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민지 브랜드마케팅팀 선임매니저는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콘텐츠에서 강조하고 싶은 소재를 꼽았다. 마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가상의 해리포터 지팡이를 팔 듯 온라인상에서 밈으로 떠돌던 이야기를 현실로 가져오는 게 목표”라고 했다. ‘믹스버스’를 활용한 굿즈는 수익 창출보다는 팬덤과 소통하고 팬덤의 충성도를 높이는 수단에 가깝다. 샌드박스네트워크의 경우 채널의 전체 수익 가운데 굿즈 판매액의 비중은 15∼20% 수준. 다이아TV 소속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최근 간편식 제품을 선보였다. 비빔국수 만들기 영상이 조회수 1500만 회를 넘길 만큼 인기를 끌자 “우리도 먹을 수 있게 제품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이에 식품회사와 몇 년간의 연구 끝에 밀키트를 내놓은 것. 구독자 82만 명인 유튜브 채널 ‘냥이아빠’는 굿즈의 수익금을 비영리법인에 기부하며 팬덤 충성도를 높였다. 과거 유튜버의 팬덤 굿즈는 크리에이터의 실제 얼굴이 들어간 티셔츠, 에코백 등 기념품 수준에 가까웠다. 앞으로는 세계관을 확장하는 콘텐츠의 일환으로 굿즈의 생산과 소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야기가 먼저 만들어지고 제품이 나중에 나오는 신개념 PPL과 같다.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팬들이 마치 보물찾기하듯 콘텐츠와 굿즈를 즐기는 현상은 큰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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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외식-콘서트 막히자… 20대, 뮤지컬 공연장 몰렸다

    뮤지컬 시장에서 20대 관객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10년 이전에는 뮤지컬의 연령별 관객 비중에서 20대가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1년 처음으로 30대가 20대를 넘어선 후 10년 동안 국내 뮤지컬 시장의 주류 관객층은 30, 40대로 굳어져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20대 관객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품과 캐스팅에 따라 소소한 차이는 있지만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20대의 뮤지컬 소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제작사 관계자들은 “로비에만 나가 봐도 젊은 관객층이 확 늘어난 게 느껴진다”며 놀라는 분위기다. 최근 20대 관객층에게 가장 각광받고 있는 작품 중 하나는 신시컴퍼니의 뮤지컬 ‘시카고’다. 국내 최대 공연 티켓 예매처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해 시카고 서울 공연의 연령대별 관객 비중은 7일 기준 20대 57.6%, 30대 22.6%, 40대 8.8% 순으로 조사됐다. 동일 작품의 바로 직전 시즌인 2018년에는 20대 33%, 30대 31.7%, 40대 22%였다. 이번 공연에서 20대의 비중이 무려 24.6%포인트 증가하며 절반을 훌쩍 넘었다. 올 상반기 다른 대극장 뮤지컬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위키드’의 경우 직전 시즌인 2016년 20대 관객은 38%에서 올해 50.1%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30대 관객은 31.9%에서 29.3%로 소폭 줄었다. ‘팬텀’ 역시 20대 관객 비중이 2018년 28.6%에서 42.9%로 늘었다. ‘드라큘라’(44.1%), ‘레드북’(53.2%) 역시 20대 예매자의 비율이 전 세대 중 가장 높다. 전 연령대로부터 고르게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맨 오브 라만차’ 역시 20대의 비중이 소폭 증가했다. 중소형 극장 공연을 포괄한 뮤지컬 장르 전체 예매자를 놓고 봐도 20대 관객층의 증가는 두드러진다. 인터파크가 2016년과 2021년 상반기(1월 1일∼6월 30일) 뮤지컬 예매자의 연령대 분포를 분석한 결과 20대는 24%에서 33.5%로 증가했다. 30대는 같은 기간 49.0%에서 35.4%로 줄었다. 40대는 20.8%에서 21.4%로 다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기간 중 ‘셧다운’ 없이 지속된 공연 관람이 20대에게 새로운 놀이 문화로 떠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노민지 클립서비스 PR전략팀장은 “팬데믹 이전에 여행, 외식, 콘서트 등 외부 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20대가 이런 활동들이 막히자 대체재로 공연을 택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가격대보다 심리적 만족을 우선시하는 ‘가심비’ 선호 소비 패턴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대극장 공연의 VIP 티켓의 경우 최고 14만∼15만 원에 달해 20대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20대의 소비 기준은 급변하고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20대 관객층은 자신의 취향과 맞기만 한다면 다른 세대에 비해 문화 소비에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최근 뮤지컬 ‘위키드’로 생애 첫 뮤지컬 관람을 했던 고윤성 씨(26)는 “공연을 보기로 결정하고 나면 가격은 크게 중요치 않다. 어떤 작품으로 얼마나 만족감을 얻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제작사의 온라인 마케팅 다변화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시카고’에 출연한 배우 최재림의 극 중 복화술 영상은 조회수 100만 회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온라인 ‘밈’이 돼 화제였다. 백현지 신시컴퍼니 홍보담당자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해당 프레스콜 영상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이 활발한 20대 사이에서 극 중 장면과 작품이 널리 알려진 계기”라고 답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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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홀로 감상시대… 공연도 신문처럼 구독해서 본다

    공연업계에서 구독 경제의 싹이 움트고 있다. 아직은 영화, 드라마 등 다른 콘텐츠 산업에 비해 규모가 미약하지만 팬데믹으로 공연장을 찾는 대신에 다양한 방식으로 공연을 즐기려는 팬들이 늘고 있다. 이에 공연계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오디오, 텍스트 등 여러 형태로 구독 경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OTT 플랫폼 ‘레드컬튼’은 국내 첫 ‘공연 전문 OTT’를 표방하고 나섰다. 극장 상영작, 소극장 공연, 낭독극 등을 월 9900원에 무제한 감상할 수 있다. 한 배역을 여러 배우가 연기하는 작품의 경우 각각의 배우가 출연하는 회차의 영상을 제공한다. 연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공연 티켓북 애플리케이션 ‘PL@Y’의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연극 ‘그날이 오면’ ‘의자 고치는 여인’ 등 총 23편의 작품이 올라와 있다. 이상진 레드컬튼 대표는 “서비스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1000명 이상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면 정식으로 론칭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기작이 아니더라도 숨어 있는 명작을 발굴하는 창구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아트센터는 국내 공공극장 중 처음으로 OTT에 공연 콘텐츠 배급을 시작했다. 왓챠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구독자는 올해 2월 경기아트센터에서 공연한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을 다룬 창작 뮤지컬 ‘유월’을 감상할 수 있다. 8월 공연 예정인 창작 뮤지컬 ‘금악’도 해당 OTT에서 서비스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금지된 악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임선미 경기아트센터 홍보팀장은 “무대에 오프라인 공연을 올리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콘텐츠 전달 범위를 넓히는 도전이 필요했다. OTT 플랫폼에서도 차별화한 콘텐츠를 필요로 하기에 우수한 공연 콘텐츠에 관심이 크다”고 했다. 공연계에 구독 서비스가 전무했던 건 아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비대면 공연이 이어지면서 공연예술인들이 소규모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하며 오디오, 텍스트 등으로 구독 실험을 해왔다. 극작가 동인 ‘괄호’는 자신들이 쓴 희곡을 오디오 드라마 형태로 제작해 웹에 공개하는 프로젝트 ‘듣는 희곡: 괄호에 귀대면’을 지난해부터 선보여 왔다. 5회 듣는 희곡 서비스를 받는 비용은 5만 원. 구독자는 150여 명이다. 희곡 메일링 서비스 ‘계간(季刊) 괄호’도 이들이 시작한 구독 실험이다. 서울 대학로의 연극인들이 모여 연극 부흥과 예술 대중화를 위해 만든 ‘플롯 레터’는 매주 2회 1400명에게 공연·전시 분야 소식을 무료로 전한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국내 공연 시장에서 구독 실험은 실효성에 의문이 따른다. 마니아 고객 확보는 기본이고 꾸준히 대상을 확장할 만한 매력 요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병성 공연평론가는 “미국의 ‘브로드웨이HD’, 유럽연합(EU)의 ‘오페라비전’ 같은 공연 OTT 서비스는 수십만 원짜리 공연 티켓을 사는 대신 집에서 싼 가격에 공연을 볼 수 있는 큰 이점이 있다”며 “고정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해 배급하고, 일반인까지 매력을 느낄 만한 요인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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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야제 ‘굿판’ 등 50여편 연극-공연, 밀양을 달군다

    국내 대표적인 연극·공연예술도시로 꼽히는 경남 밀양시에서 제21회 밀양공연예술축제가 펼쳐진다. 23일부터 8월 7일까지 밀양아리나(옛 밀양연극촌)와 밀양아트센터극장 일대에서 우수작품전, 차세대 연출가전, 주목할 만한 신진 연출가전, 대학극전, 가족극전 등 총 50여 편의 연극과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총 71개 단체가 105회 공연을 앞둔 대규모 축제다. 개막에 앞서 22일 전야제 공연으로 악단광칠의 ‘인생 꽃 같네’가 무대를 장식한다. 국악기와 전통소리로 빚은 밴드 음악으로 현대적 굿판을 벌일 예정이다. 개막작으로는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툇마루가 있는 집’이 선정됐다. 주인공이 오래전 세상을 떠난 형의 기일을 맞아 어릴 적부터 청년기까지 살던 옛집을 찾아 과거와 마주하는 이야기를 전한다. 한국 현대사의 상흔을 짚고, 과거와의 화해를 모색한다. 우수작품전에서는 국내 대표 연출가들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박근형의 ‘코스모스: 여명의 하코다테’를 비롯해 김낙형의 ‘붉은 매미’, 이성열의 ‘서교동에서 죽다’ 등이 공연된다. 아울러 서지혜의 ‘아일랜드’, 김태수의 ‘세자매’, 최용훈의 ‘믿을지 모르겠지만’, 최원석의 ‘불멸의 여자’도 무대에 오른다. 가족극전에서는 극단 더베프의 ‘괴물 연을 그리다’, 극단 필통의 ‘끝나지 않은 전쟁’, 허둥극단의 코미디 연극 ‘바라바라’ 등이 공연된다. ‘괴물 연을 그리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 공연이다. 폐막작으로는 극단 하땅세의 윤시중 연출이 맡은 ‘시간을 칠하는 사람들’이 공연된다. 축제의 상징적 공간인 밀양 성벽극장에서 공연하는 작품은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인 옛 전남도청을 배경으로 도청 건물의 벽을 하얗게 칠해야만 하는 아버지와 이를 형형색색으로 칠하는 아들을 통해 비극 속 평범한 개인의 삶을 조명한다. 폐막 주제 공연에선 전훈 연출가의 ‘시라노’도 만날 수 있다. 올해 ‘윤대성희곡상’을 받은 두 편의 작품 ‘17번’과 ‘두껍아 두껍아’를 비롯해 윤대성 극작가의 대표작 ‘출발’과 ‘신화 1900’을 재해석한 작품도 공연할 예정이다. 축제 총예술감독을 맡은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20년 이상 우수작을 발굴하며 실험과 파격을 선보인 축제의 전통을 올해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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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미디 설 자리 없다고? 세상 곳곳에 스며든 것 웃음은 늘 필요하잖아~

    코미디 프로그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개그계 ‘호(好)시절’. 방송사마다 공채 개그맨을 뽑고, 이들이 내뱉은 콩트 속 대사는 금세 전 국민의 유행어가 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코미디는 ‘리얼 버라이어티’나 ‘예능’에 밀려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누군가는 “개그계의 암흑기”라며 좌절하고 혹자는 “코미디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며 한탄했다. 심형래 최양락 김형곤과 함께 ‘개그 4대 천왕’이라 불리며 숱한 유행어를 만들어낸 임하룡(69)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콩트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졌다고 해서 코미디가 없어진 게 아니죠. 예능에서도 웃기고, 연기하면서도 웃기고, 요새는 유튜브에서 더 잘 웃기고…. 세상 곳곳에 코미디가 스며든 거지. 웃음은 늘 필요하잖아요?” 평생 웃음을 좇으며 살아온 임하룡이 세상 이곳저곳에 스며든 웃음의 귀재들을 찾기 위해 나섰다. 그는 콘텐츠 제작·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케이스타즈플랫폼이 주관하는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 오디션 ‘제1회 황금마우스’의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코미디언은 물론이고 성인이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대국민 오디션이다. 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임하룡은 “짜여진 연기만 잘하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직접 대본을 쓰고 자체 연출 및 편집도 하는 다재다능한 후배도 많고, 개그맨보다 웃긴 일반인은 더 많다. 개그맨이 살기가 나날이 더 어려워진다”며 웃었다. 이어 “신인 등용문 역할을 하던 프로그램이 사라져 조금은 허탈해도 방송 코미디 프로그램 체제에서 능력을 뽐낼 수 없던 이들이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점은 기쁘다”고 했다. ‘황금마우스’는 개그맨 박준형이 MC 겸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배우 김정태, 개그콘서트 작가 장종원, 구독자 120만 명을 보유한 개그 유튜브 채널 ‘낄낄상회’의 장윤석 임종혁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4월 초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상 예선, 본선을 통해 선발된 15개 팀은 결선(6일∼8월 8일)을 거쳐 8월 15일 최종 6개 팀이 선발돼 상금을 받는다. ‘황금마우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 결선 전 과정을 방송한다. 빨간 양말을 신은 채 밟던 ‘다이아몬드 스텝’, “이 나이에 내가 하리?” “일주일만 젊었어도” “쑥스럽구만” 등 유행어를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킨 임하룡. 그가 ‘봉숭아 학당’ 선생님을 맡았을 때는 주역 이창훈 오재미를 비롯해 신예 김용만 유재석 남희석이 활약한 전성기로 평가된다. 그는 “개그를 평생 해왔지만 태생적 한계를 가진 어려운 장르”라고 했다. “이 사람이 오늘 부른 노래를 내일 다른 사람이 불러도 사람들은 재밌어해요. 그런데 이미 결말을 알아 버린 개그를 다른 사람이 한다면 과연 볼까요? 늘 새로운 걸 찾는 게 개그맨의 숙명이죠.”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는 “분야는 달라도 웃음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여느 개그맨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뮤지컬 ‘요셉’에 출연했고 영화 드라마로 활동 폭을 넓혔다. 2005년 출연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도 거머쥐었다. 그는 “개그맨이 다른 일을 하면 옛날엔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어디서든 웃기는 역할은 자신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제가 걸어간 길이 아주 틀리진 않은 것 같아요. 문세윤 박희진 안선영 등 조언을 구했던 많은 후배들이 여러 분야에서 제 몫을 하니까요.” 그는 지금도 새로운 것에 도전 중이다. 어렸을 적 화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살려 꾸준히 전시회를 연다. “요즘 개그맨 후배 하준수는 캐리커처로도 사람을 웃기는데 그게 정말 부럽다”고 했다. 그의 그림에서도 재치와 웃음은 빠지지 않는 포인트다. “이왕 태어났는데 즐겁게 살다 가야죠. 한번 가면 다시 오겠어요? 즐겁게 살다 가야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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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에게 가장 큰 칭찬은 관객의 눈물”

    통통 튀면서도 풍성한 선율이 귀를 즐겁게 한다. 섬세하게 변주되는 서사 위에 21세기 말에나 나타날 법한 로봇들의 잔망스러운 연기가 더해지니 작품은 대학로 ‘신(新)고전’으로 거듭났다. 올해 네 번째 시즌을 맞아 6월 22일 막을 올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국, 일본에 이어 중국 진출도 앞두고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 대표 창작 뮤지컬’이라는 타이틀로 불린다. 원작이 없는 이 순수 창작물을 참신한 소재와 음악으로 무장시킨 이들이 궁금해진다. 주인공은 극작과 작사를 맡은 박천휴(38) 그리고 극작과 작곡을 맡은 미국 출신의 윌 애런슨(40). 대학로에서 ‘윌&휴 콤비’로 불린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이야기를, 미국 뉴욕에서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을 만든 비결을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현재 뉴욕에 머물며 창작에 몰두하는 두 사람은 “5년 전 한국에서 시작한 ‘어쩌면 해피엔딩’ 첫 공연 날 객석 2층 구석에 앉아 마음을 졸이다가 관객이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서로 쳐다보며 안도한 때가 떠오른다”며 “저희에게 가장 큰 칭찬은 여전히 관객의 눈물”이라고 답했다. 대학로에서 진행 중인 공연을 점검하면서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을 앞둔 라이선스 공연, 미국 공연 그리고 신작 ‘일 테노레(il tenore)’도 챙기느라 꽤 바쁘게 팬데믹 기간을 나고 있다. 둘이 처음 만나 콤비로 거듭난 건 뉴욕대에서다. 한국에서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박천휴는 가요 작사가로 활동하다가 돌연 미술을 공부하러 뉴욕행을 택했다. 하버드대와 독일에서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던 애런슨은 “이야기를 하는 듯한” 뮤지컬 음악 장르에 빠져 뉴욕을 찾았다. 고전을 좋아했던 둘은 금세 의기투합했다. 첫 산물은 영화 원작의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였다. 애런슨은 “작품의 서정적 음악이 한국에서 호평을 받고 나니 원작이 없는 작품도 욕심이 생겼다. 우리의 감정과 가치관을 가장 솔직하고 꾸밈없이 드러낸 게 ‘어쩌면 해피엔딩’”이라고 밝혔다. 브릿팝 밴드 ‘블러’의 데이먼 알반의 솔로 데뷔곡 ‘에브리데이 로봇’에서 두 사람은 작품 모티브를 얻었다. ‘인간 모습을 한 로봇의 사랑’을 떠올리며 극을 썼다. 박천휴는 “작품을 쓸 때 주변 인간관계서 이별, 죽음 같은 상실을 겪었다. 상실할지 모르는 아픔을 알면서도 결국 마음을 여는 행위가 사랑이란 걸 깨달았다”고 했다. 작품의 로봇들 역시 서로를 잃을지 모르는 위험을 알고도 마음을 열어 사랑의 감정을 싹틔운다. 웬만한 한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한국에 애정이 많은 애런슨은 “원룸, 작은 아파트가 많은 서울의 ‘은둔형 외톨이’를 생각하며 헬퍼봇을 떠올렸다”고 했다. “작은 공간에 누군가를 들이고 마음을 나누는 게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타지에서도 이들의 대학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여전하다. 두 사람은 “흥행작을 몇십 년씩 ‘오픈런’으로 지속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는 아쉽지만 매년 수많은 창작 뮤지컬이 쏟아지는 한국이 놀랍다. 앞으로 우리도 공감에 초점을 맞춘 좋은 작품을 또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9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 4만4000∼6만6000원, 14세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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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아르 버전 셰익스피어 작품 연기 설레요”

    앤서니 홉킨스, 톰 히들스턴, 레이프 파인스, 로저 무어….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공통점은? 모두 영국왕립연극학교(RADA)에서 연기를 갈고닦았다. “입학 후 선배 톰 히들스턴, 레이프 파인스의 연기를 보고 전율했다”는 남윤호(본명 유대식·37)는 2017년 한국인 최초로 RADA에 합격해 당시 큰 화제였다. 그 후로 4년. 누군가의 기억 속엔 연극 ‘에쿠우스’의 주인공 ‘알렌’으로, 다른 누군가에겐 배우인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아들로 남아 있던 남윤호가 연극 ‘코리올라누스’로 돌아왔다.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비극으로 알려진 이 작품에서 그는 주인공 코리올라누스를 연기한다. 다음 달 공연을 앞두고 24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배신, 음모, 복수 코드를 비롯해 정치극의 요소가 가득한 작품이다. 잿빛 무대에서 ‘누아르 버전’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연기할 생각에 설렌다”고 했다. 이어 “예전 같으면 저를 보는 시선을 신경 쓰느라 부담이 심했을 것이다. 지금은 배우 남윤호를 무대에 어떻게 제대로 세울지 고민한다”고 답했다. 연극 코리올라누스는 실존 인물을 토대로 셰익스피어가 극화한 작품이다. 로마 영웅이었던 장군 코리올라누스는 호민관의 반대로 집정관에 추대되지 못하고 쫓겨난다. 이후 적과 힘을 합쳐 자신을 내친 조국과 싸우다 파멸로 치닫는다. 셰익스피어 대가로 불리는 양정웅 연출가가 작품을 맡았다. 남 배우는 제작진과 상의해 영국에서부터 길러온 머리와 수염을 유지하며 분장에 활용하기로 했다. 군인다움, 남성성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는 “장발 코리올라누스는 아마도 세계 최초일 것”이라며 웃었다. 적국의 장군 ‘오피디어스’ 역할의 김도완 배우와는 2012년 함께 데뷔하며 숱하게 호흡을 맞춘 각별한 사이. 극에서 둘은 적에서 동지가 되는 애증관계다. 남 배우는 “격투 장면도 있지만, 극에서는 두 인물이 몸보다는 말로 대적하는 ‘말의 액션’을 주목해 달라”고 했다. 2017년 한창 대학로에서 활약하던 그는 영국으로 떠난 뒤 2020년 연극 ‘언베리드(Unburied)’로 두 번째 데뷔를 맞았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는 그는 팬데믹으로 한국행을 택했다. 귀국 후 달라진 점 하나. 그는 연습실에서 무조건 검은색 옷만 고집한다. “영국에서 한 스승이 ‘옷에 색이나 무늬가 있으면 온전한 너를 볼 수 없다’고 했어요. 장점이든 단점이든 제 진짜 모습을 잘 드러내야 연기도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서지만 결코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연극을 대하는 태도다. 데뷔 후 늘 ‘지독하다’는 소릴 듣고 자란 그다. “대선배, 명배우를 보면 저보다 훨씬 지독하게 몰두해요. 그토록 지독한 배우(아버지)가 저희 집에도 계시거든요. 하하.” 7월 3∼1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4만·6만 원. 16세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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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작 뮤지컬 또 개막연기… 문제는 완성도?

    올해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뮤지컬 ‘비틀쥬스’가 최근 개막일을 두 번이나 연기했다. 당초 이달 18일 공연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 연기한 끝에 다음 달 6일 첫 막을 올린다. CJ ENM은 “국내 초연작을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하는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발생한다. 이에 대비해 준비 기간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된 연기 사유는 장면 전환에 쓰는 자동화 장치 오류다. 다음 달 6일 개막 예정이던 국내 창작 초연 뮤지컬 ‘박열’도 14일로 개막일을 한 차례 미뤘다.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는 “완성도 높은 무대를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3월에는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의 제작사 쇼노트가 예매된 일부 객석 표를 취소했다. 무대 구조 변경 및 배우 동선상 일부 좌석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쇼노트는 사과했지만 “공연 당일 취소를 통보받았다”며 항의하는 관객도 있었다. 여러 작품이 개막일을 미루거나 공연 진행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연계의 무리한 제작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외 라이선스 작품의 경우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해 준비 과정에서부터 큰 차질을 빚게 된 점도 있다. 하지만 짧은 리허설 일정, 공연장 대관 기간에 끼워 맞춰 작품을 급하게 올리는 관행은 문제로 지적된다. 공연계 제작환경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연의 기술적 측면에 초점을 두고 조명, 음향, 무대 전환, 특수효과 등을 점검하는 전 과정인 ‘테크 리허설’ 기간을 짧게 두는 건 고질적인 문제다. 2, 3일 밤샘 작업을 거쳐 이를 급하게 마치는 공연도 많다. 해외 라이선스 작품은 통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충분한 기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작사는 공연 기간은 최대한 길게 확보하면서 대관료 부담은 줄이기 위해 실제 무대에서 합을 맞추는 과정은 최대한 짧게 잡는다. 장경진 공연칼럼니스트는 “이런 관행이 효율성은 좋을지 몰라도 안전성, 정교함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기술적 문제를 보완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프리뷰’ 기간을 둔다. 공연을 정식 오픈하지 않는 대신 저렴한 가격에 관객에게 티켓을 제공한다. 짧게는 1∼2주, 길게는 6개월까지 이어진다. 반면 국내에선 프리뷰 기간이 2, 3일 정도로 짧고 할인티켓을 판매하는 데 그친다. 이 때문에 개막 후 작품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이 계속되는 경우가 잦다. ‘공연 기간이 끝날 때쯤 봐야 완성도가 높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리허설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관행을 구조적으로 점검하고 개막 후 발생할 문제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짧은 공연 기간, 대관료 부담, 영세한 공연계 사정이 얽혀 국내에서는 프리뷰 기간을 운영하기 쉽지 않기에 위험할 정도로 빠듯하게 진행하는 제작 방식은 국내 공연업계의 고질적 문제가 됐다”며 “공연장이 함께 장기 공연을 기획하는 방식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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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돌 맞은 서울변방연극제 “팬데믹 시대, 잠시 돌아보세요”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제20회 서울변방연극제’가 30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신촌문화발전소 등 4곳에서 펼쳐진다. 이 연극제는 변방의 관점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올해 주제는 ‘리컬렉션(RECOLLECTION·기억)’. 총 9개 팀이 참여해 기억에 대한 다채로운 연극 실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개막작은 ‘재주는 곰이 부리고’(30일∼다음 달 3일)로 선정됐다. 서커스에 출연하는 동물의 파업과 안식을 다룬 작품이다. 현대미술작가 장지아의 ‘커넥션스’(30일∼다음 달 10일)는 연극제 참여 극단 구성원들이 모여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다. 서로 인사하는 행위를 통해 신체적 거리감을 표현한다. ‘혐오연극’(다음 달 9∼10일)은 다양한 양태의 사회적 혐오를 다뤘다. 이 밖에 퀴어 연극이 대중 장르로 자리매김한 2030년대 국내 연극계를 가상의 배경으로 하는 ‘2032 엔젤스 인 아메리카’(다음 달 1∼2일), 2016년 일본에서 발생한 사가미하라 장애인 시설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요정의 문제’(다음 달 3, 4일)도 공연된다. ‘재난일기_어느 연극제작자의 죽음’(다음 달 6, 7일)은 배우 홍사빈이 직접 겪은 비극의 기록을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활용해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퍼포먼스다. 이경성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은 “팬데믹은 멈춤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이번 연극제를 통해 관객들이 주관적으로 현재를 돌아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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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들이 찾아보는 광고 만드는 ‘광고계 봉준호’

    요새 광고업계에서는 “광고 건너뛰기 버튼 좀 없어지면 좋겠다”는 푸념이 종종 나온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광고가 뜨면 약 5초만 기다렸다가 재빨리 넘기는 시청자들이 많아서다. 온라인 광고를 만드는 이들에게 시청자들의 광고 체류 시간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런 가운데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 보는 광고를 만드는 제작사가 있다. ‘광고계의 봉준호’로 통하는 신우석 감독(39·사진)이 세운 ‘돌고래유괴단’이다. 이 회사 광고만 따로 검색해 보는 팬덤이 생길 정도. B급 유머가 넘치는 광고에서는 유명 스타들도 여지없이 ‘무너지는’ 장면이 연출된다. 유쾌한 서사에 녹아든 스타들의 모습에 시청자는 쉴 새 없이 웃게 된다.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광고에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게 신 감독의 지론이다. 최근 각종 방송 출연 섭외를 마다하고 제작에만 몰두하고 있는 그를 만나러 서울 강남구 돌고래유괴단 사무실로 찾아갔다. 신 감독은 “광고주가 원하는 메시지만 담아 주야장천 얘기하면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 그동안 해보지 않은 웃음을 매일 시도한다”고 강조했다. 게임, 카메라, 의류, 쇼핑몰 등 여러 업종의 광고를 연출한 그는 지난달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공익광고를 제작했다. 광고주는 청와대. 그는 “난생처음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아 신기했다. 환경 광고라 얘기할 게 많겠다는 생각에 작업에 들어갔다”고 했다. 시나리오 수정은 안 된다는 그의 요청도 ‘쿨 하게’ 받아들여졌다고. 이 광고를 본 시청자들은 “B급인 척하는 S급 광고사”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돌고래유괴단에 광고 제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중 제작으로 이어지는 건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광고주가 거액을 제시해도 ‘시나리오와 연출 재량권을 보장받지 못하면 절대 맡지 않는다’는 그의 철칙 때문이다. 신 감독의 광고가 각광을 받는 요인은 반전과 코미디다.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을 조금 넘는 길이의 유튜브 광고에서 그의 시나리오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메인 모델인 배우 이병헌이 갑자기 총에 맞아 죽어버린다. 카메라 광고에서 배우 김선호는 바닷가에서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을 회상하다가 어촌 주민들에게 둘러싸인다. 축구선수 안정환은 한 광고에서 여러 번 죽기도 했다. 지난해 선보인 게임 그랑사가 광고에서는 신구 조여정 유아인 등 유명 배우 10여 명이 초등학생으로 등장해 화제가 됐다.() 신 감독은 “완벽한 만큼 무너뜨릴 여지가 많은 유재석, 김연아 씨가 광고모델로 탐이 난다”며 웃었다. 웃음에만 치중하면 본래 목적이 흐려질 수 있지 않으냐는 우려에 대해선 기우라고 잘라 말했다. “대부분 광고는 그냥 잊혀져요. 웃음이 유일하게 오래 남는다고 믿습니다.” 매년 ‘공개처형’이라는 제목으로 내는 돌고래유괴단의 공개채용 공고도 인터넷 밈으로 돌 정도로 화제다. ‘광고주 자제분’ 혹은 ‘FIFA(축구게임) 고수’ 등의 우대조건이 붙었다. 그는 “2007년 6명으로 시작한 회사 직원이 현재 20명 정도다. 낄낄대며 재미난 얘기를 풀어놓다 보면 웃긴 발상이 나온다. 팀워크와 유대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장·단편 영화와 드라마도 준비 중인 그는 “내 것이라는 만족감이 드는 작품 하나만 만들면 몇 살이든 미련 없이 은퇴할 것이다. 단, 축구 ‘덕후’로서 나이키 광고는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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