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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회복을 위해 경기 부양을 지속해야 한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견해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메르켈 총리는 19일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너무 많은 돈이 풀린 만큼 이제는 정부 지출 축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날 “세계가 경제 회복을 위해 취한 단기 조치를 언제 끝내고 지속적인 재정 강화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논의할 것”이라며 “이런 조치는 유럽, 특히 독일 입장에서는 긴급히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G20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정부 지출을 줄여서는 안 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세계가 막 들어선 경제 회복의 길에서 벗어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 회복을 위해 온 힘을 다한 만큼 이런 기조가 흔들리거나 동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토론토 정상회의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 회복세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고는 그리스 스페인의 국가 부채에서 비롯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수개월간 지속된 끝에 나온 것이다. 최근엔 유럽 최대 경제 규모의 독일마저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수십억 유로에 이르는 정부 지출 삭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같은 조치는 과도한 것으로 경제 회복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를 낳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한에서 G20 일부 국가의 민간 내수 부진과 과도한 수출 의존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는 명백히 독일을 겨냥한 것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독일의 경우는 과도한 국가 부채에 시달리는 그리스 스페인 등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유럽이 세계경제 회복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우리의 강조점이 옳다고 믿는다”며 “유럽은 G20 회의에서 이 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유럽의회가 17일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한 국제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인정하고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국을 지지해줄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럽의회가 북한 결의안을 채택하기는 2006년 6월 대북 인권 결의안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유럽의회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의사당에서 열린 6월 정례 본회의 마지막 날 회의에서 ‘북한 어뢰 CHT-02D가 한국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내용을 담은 ‘한반도 상황에 관한 결의안’을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켰다. 이날 표결은 결의안에 대해 중도우파인 국민당(EPP) 그룹, 자유민주연합(ALDE) 그룹, 보수개혁당(ECR) 그룹과 중도좌파의 사회·민주당(S&D) 그룹 등 유럽의회 내 주요 정파 4개가 모두 지지함에 따라 찬반 수가 파악되는 전자투표를 하지 않고 거수로 이뤄졌다. 또 유럽의회는 결의안에서 “국제합조단 조사 결과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음에 실망감을 표시한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합조단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결의안은 중국에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한 한국 정부의 조치를 지지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결의안은 북한 핵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의 재개를 촉구하는 동시에 EU 집행위에 대해서는 기존의 대북 인도주의 구호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유지하라고 주문했다. 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크리스티안 엘러(독일)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 대표는 “이번 결의안은 EU의 중요한 파트너인 한국과의 결속력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모든 당사국이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 지역의 긴장 해소를 위한 노력을 배가하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프랑스 정부가 16일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정년 연장 계획을 확정했다. 에리크 뵈르트 노동장관은 현재 60세인 퇴직 정년을 2018년까지 62세로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유럽 국가 중에서 프랑스의 퇴직연령이 60세로 가장 빠르다. 프랑스의 정년은 사회당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 65세를 60세로 하향 조정한 이래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 뵈르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적자에 허덕이는 연금시스템을 구하기 위해 정년을 늘려 더 오래 일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연금개혁의 배경을 밝혔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다음 달 각료회의 의결을 거쳐 9월 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지난해 82억 유로를 기록했던 프랑스의 연금재정 적자는 올해에는 경제 위기의 여파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300억 유로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정부는 연금개혁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2050년까지 재정적자 규모가 1000억 유로대로 급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정년 연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출산율 저하 △수명 연장으로 인한 고령화사회의 가속화 등으로 노동인구는 감소하는 반면에 연금지급 비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프랑스 노동단체들은 60세 정년에 손댈 수 없다는 강경한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개혁안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13일 실시된 벨기에 총선에서 북부 플레미시(네덜란드어권) 지역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신 플레미시 연대(NVA)’가 승리했다. NVA는 개표 결과 네덜란드어권의 제1당이 되면서 전체 150석의 연방하원에서 최다인 27석을 확보했다. 지난 총선보다 무려 19석을 늘렸다. 남부 왈로니아(프랑스어권) 지역에서는 사회당(PS)이 제1당이 되면서 연방하원에서 종전보다 6석 증가한 26석을 차지해 제2당의 자리를 확보했다. 왈로니아 자유당(MR)은 18석으로 제3당이 되고 종전 제1당으로 연정을 주도했던 플레미시 기독민주당(CD&V)은 17석을 얻어 제4당으로 추락했다. 플레미시만 놓고 보면 NVA를 비롯해 극우당 플람스벨랑 등 분리 독립을 지지하는 정당의 득표율이 역사상 처음으로 45%에 육박했다. 왈로니아 지역은 선거 결과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일간 ‘르 수아르’는 39세의 바르트 더 베버르 NVA 당수를 지칭하면서 “플레미시 유권자가 자신들의 새 왕을 뽑았다”고 전했다. 벨기에 알베르 국왕은 누가 연정을 주도할지 결정하기 위해 15일부터 각 정당의 당수를 만날 예정이다. NVA가 연방 제1당이 되긴 했지만 연정 구성을 위한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분리 독립에 대한 요구를 완화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벨기에는 네덜란드어권 주민이 650만 명, 프랑스어권 주민이 400만 명이다. 벨기에 정부는 지난 3년간 두 언어권에 좀 더 큰 자율을 주기 위한 협상을 벌여 왔으나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미 플레미시와 왈로니아는 도시개발 환경 농업 고용 에너지 문화 스포츠 정책에서 자율을 누리고 있다. 플레미시는 여기에 사법 보건 사회보장의 자율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왈로니아는 사회보장은 연방 관할 아래에 있기를 원한다. 왈로니아의 실업률은 플레미시의 2배에 이른다. 플레미시 정치인들은 왜 자기들 돈으로 왈로니아 실업자를 먹여 살려야 하냐며 반발하고 있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국제 ‘가사노동협약’의 초안이 한국인 경제학자에 의해 작성됐다. 국제노동기구(ILO) 근로조건국 이상헌 연구조정관(43·사진)은 2일 개막한 제99차 국제노동총회(ILC)의 가사노동자위원회에서 가정부 요리사 정원사 자가용운전자 등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일반노동자와 동등한 수준으로 보호하기 위한 협약안을 기초했다. ILO에 따르면 가사노동자는 우리나라만 약 18만 명, 세계적으로 약 800만 명으로 추산되며 대부분이 여성이다. 이 안은 가사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두 21개에 이르는 협약과 22개 조항의 권고안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테면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때 다른 노동자들과 똑같이 급여와 근로조건, 근로시간, 근로의 내용 등을 명시한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한 것과 노조 결성을 비롯한 단결권을 보장하고 산업재해를 당했을 때 보상 심의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한 것 등이 모두 그의 손끝을 거쳤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영국 잉글랜드 서북부의 휴양지 컴브리아에서 2일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이 발생해 12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가운데 3명은 생명이 위독하다. 택시운전사 데릭 버드 씨(52)는 이날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약 3시간 반 동안 화이트헤이번, 시스케일, 에그리몬트 등 11곳을 돌아다니며 총을 난사했다. 그는 승용차 유리창을 내린 채 행인과 농부 등에게 무차별로 쏘아댔다. 범행 후 승용차를 컴브리아 남부 코클리 벡에 버렸으며, 사건 현장 인근의 숲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조사 초기단계로 범행동기를 밝혀내지 못했다”며 “범인은 정신병력도 없다”고 말했다. 범행동기에 대한 언론의 추정은 엇갈렸다. 일부 언론은 사건 희생자 가운데 그의 쌍둥이 형제와 가족 변호사가 포함된 점을 들어 가족 간 불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또 다른 언론은 범인이 동료 운전사와 다투다 홧김에 총을 쏜 것 같다고 보도했다. 평소 그를 알고 지낸 이웃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웃들은 그가 이혼한 뒤 혼자 조용히 살면서 열심히 택시운전 일을 하고 해외에서 휴가를 즐기는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건이 발생한 컴브리아는 크고 작은 15개의 호수가 몰려 있어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로 불리는 휴양지에 속해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날 직접 나서서 “매우 충격을 받았으며 나라 전체가 슬픔과 끔찍함을 겪었다”고 국민을 위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의회에 출석해 우려를 표명한 뒤 “지방정부를 도와 사건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체코가 28일 총선에서 중도 우파를 선택했다. 총선 개표 결과 중도 좌파인 사민당이 22.1%의 표를 얻어 간발의 차로 제1당을 차지했다. 그러나 중도 우파인 시민민주당이 20.1%를 득표하고 그 연정 상대로 거론되는 ‘TOP 09’와 공공당이 각각 16.7%와 10.9%를 득표해 의석수에서 과반을 확보했다. 세 당은 정원이 200석인 의회에서 118석을 차지했다. 반면 사민당의 잠재적 우군으로 평가되는 공산당은 11.3%를 득표해 좌파 정당들의 의석 합계는 82석에 그쳤다. 바츨라프 클라우스 대통령은 선거 전 제1당 당수에게 정부 구성을 우선 요청하겠다고 밝혔으나 개표 결과 사민당이 공산당을 합해도 과반에 미치지 못하자 제2, 3, 4당의 득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제2당인 시민민주당의 페트르 네차스 당수(45) 에게 연정 구성의 주도권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민당의 이르지 파로우베크 당수(57)도 “체코가 우파 연정을 향하고 있다”며 패배를 시인하고 곧 사임할 뜻을 밝혔다. 체코 유권자들은 유럽 각국이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긴축을 실시하는 상황에서 책임감 있는 재정운영을 약속한 중도 우파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민당의 파로우베크 당수는 선거 유세전에서 “성급하게 예산절감 조치를 할 경우 다른 형태의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며 복지 예산을 오히려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반면 시민민주당의 네차스 당수는 체코 경제가 지금은 튼튼하지만 재정적자를 통제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말해 지출 축소를 예고했었다. 체코는 지난해 3월 사민당과 공산당이 시민민주당 주도의 연정에 대한 불신임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킨 이후 지금까지 과도 중립내각이 통치했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이 연이어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췄다. 지난달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이어 피치도 28일 스페인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이날 스페인의 낮은 경제성장 전망을 반영해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춘다고 밝혔다. 피치는 “스페인이 재정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긴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중장기 성장률이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은 실업률이 20%에 이르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적자에 직면해 있다. 스페인 의회는 전날 국내총생산(GDP) 대비 11.2%까지 치솟은 재정적자 비율을 2012년까지 유럽연합(EU)의 안정성장 협약기준인 3% 이내로 낮춘다는 내용의 고강도 재정긴축안을 표결에 부쳐 1표 차로 간신히 통과시켰다. 이날 뉴욕증시는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여파로 주요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22.36포인트(1.19%) 하락한 10,136.63에 장을 마감했다. 스페인의 신용등급 강등은 유럽 증시 폐장 이후 발표돼 유럽 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유로화는 큰 타격을 받았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재정위기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는 유럽 국가가 속속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탈리아가 25일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에 이어 강도 높은 예산 절감안을 내놓으며 긴축 대열에 동참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내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간에 걸쳐 240억 유로의 예산을 삭감하는 안을 승인했다. 공공부문 임금도 3년간 전면 동결하고 각료 및 고위 공무원의 경우에는 임금을 10%까지 줄이기로 했다. 스톡옵션과 민간기업 보너스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잔니 레타 이탈리아 총리보좌관은 “이탈리아가 그리스처럼 되지 않으려면 매우 무겁고 힘든 희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3%에 이른 재정적자를 2012년 2.7%까지 줄인다는 목표 아래 취해졌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과 노조는 정부의 조치에 반발하며 파업 가능성을 밝혔다. 스페인은 12일 공공부문 임금 5% 삭감, 공공투자 60억 유로 동결 등을 골자로 하는 150억 유로 규모의 재정긴축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재정적자를 지난해 GDP의 11.2%에서 올해 9.3%로 줄이고 내년도에는 6%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포르투갈 정부도 고위직 공무원의 임금을 5% 삭감하고 부가가치세를 1% 인상하며 공공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하는 등의 긴축정책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재정적자를 GDP의 9.4%에서 올해 7.3%까지 줄이고 2013년까지 2.8%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영국도 25일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1차적으로 62억5000만 파운드의 예산을 감축하는 내용의 긴축안을 공개했다. 유럽발 금융위기의 근원지인 그리스는 이미 △공무원 보너스 및 복지수당 삭감 △민간부문 정리해고 요건 완화 △부가가치세 인상 및 유류세·주류세·담뱃세 인상 등을 단행했고,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연금개혁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독일과 프랑스는 아직 긴축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러나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최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일요판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 6, 7일 열리는 연정회의에서 실업수당 축소 등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사회적 금기로 여겨진 근로자 정년 60세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놓고 각계가 뜨거운 논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긴축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그리스 노조는 의회에서 연금개혁안이 통과될 경우 즉각 행동에 나설 태세다. 스페인 노조는 다음 달 8일 항의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프랑스에서도 정년 연장에 반발하는 시위가 다음 주로 예정돼 있다. 긴축 움직임이 겨우 회복세를 보이는 경기를 다시 후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재정적자 규모를 축소해야 하지만 과도해선 안 된다”면서 “2012∼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GDP 3%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목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나친 긴축재정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을 지적했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최근 출범한 영국 보수당-자유민주당 연립정부가 24일 기록적인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선거 공약대로 60억 파운드(약 10조5600억원)의 예산을 줄일 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 기업혁신개발부 예산이 9억 파운드로 가장 많이 깎이는 등 고든 브라운 노동당 전 정권이 경기 진작 차원에서 크게 늘려놓은 각종 지원금 등이 대폭 줄었다. 새 연립정부는 이 밖에 각 부의 자문 및 광고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고 각 부 산하의 특별 독립법인을 없애거나 통합하는 방법으로 5억1300만 파운드를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보건, 국방, 국제개발부의 예산은 현재대로 유지한다. 연정은 비대해진 정부의 몸집을 줄이기 위해 신규채용을 중지하고 퇴직으로 생긴 빈자리는 채우지 않는 방법으로 향후 수년 동안 30만∼70만 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없앤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흥청망청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공무원의 1등급 여행기 좌석 이용 예산을 1억 파운드 삭감하는 등 공무원들이 여객기, 호텔을 이용할 때 받는 특전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연정은 이와 별도로 세수 확충 계획도 마련했다. 은행들에 특별세를 부과해 80억 파운드의 세금을 더 걷고 소비세도 현재의 17.5%에서 20%까지 올릴 계획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예산 삭감에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빈곤계층을 보호하려고 노력했다”며 삭감 대상이 주로 부처 예산에 집중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취임 후 첫 각료회의에서 각료들의 임금을 향후 5년간 동결해 예산 절감 의지를 보이는 상징적인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총선 전만 해도 60억 파운드의 삭감 계획에 반대했던 자민당의 닉 클레그 부총리는 최근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전에는 유로존의 경제 상황이 얼마나 악화될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며 “유로존의 급격한 경제악화로 영국이 예상보다 빨리 재정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21일 발표된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9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1561억 파운드로 국내총생산(GDP)의 1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지난 몇 년간의 경제위기에서 세수는 줄어들고 은행부문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 등으로 지출은 많이 늘어 재정이 크게 악화됐다. 데이비드 로 재무장관은 연정의 예산 삭감을 “영국이 긴축 시대에 직면했다”는 말로 요약했다. 영국 정부는 25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할 연례 의회연설을 통해 향후 1년간의 구체적인 입법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이 계획에는 예산 법안만이 아니라 자민당이 줄곧 요구해온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법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21일 프랑스 지방(레지옹) 선거 결선투표에서 사회당 유럽녹색당 공산당 등 좌파 연합이 압승했다.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을 이끄는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내각총사퇴를 시사했다. 임기 6년의 지방의회와 지사를 뽑는 이날 선거 결과 좌파는 본토 22개 지방 가운데 우파의 아성으로 통하는 알자스를 제외하고 모두 21곳을 차지했다. 조르주 프레슈 현 주지사가 선거 직전 사회당에서 축출되긴 했지만 그가 다시 당선된 랑그도크루시용 지방도 크게 좌파로 분류된다. 지난 26년간 우파가 장악했던 코르시카 지방도 이번 선거에서 좌파연합에 넘어갔다. 해외령 4곳 중 과들루프는 좌파연합이, 기안과 레위니옹은 UMP가 차지했다. 득표율로는 좌파연합이 53.8%, 중도우파 UMP는 35.5%, 극우파 국민전선(FN)은 9.5%를 얻었다. 피용 총리는 이날 저녁 전국에 중계된 TV 연설에서 “우리는 유권자를 설득하지 못했다”며 “이런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논의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클로드 귀에앙 대통령비서실장은 “어떤 경우에도 대대적인 내각 개편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일부 조정은 필요한 만큼 중폭 정도의 개각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밝혀 내각 개편의 폭과 시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프랑스 역대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야당을 이겨 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결과가 이례적이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또 이번 선거로 지방 의회와 정부의 권력교체가 이뤄진 것도 아니다. 이미 사회당은 2004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본토 22개 지방 중 20개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번에 코르시카 한 곳을 추가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마지막 대규모 선거여서 현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띤 것으로 국민에게 받아들여졌다. 세계 경제위기 속에 프랑스 경제가 크게 위축된 데다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깊어진 것이 집권당의 패배를 불러온 요인으로 분석됐다. 개인적 지지도에서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로 임기후반 개혁 작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재선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유럽에서 프랑스와 영국은 학교 급식제도를 발전시켜온 대표적 나라다. 두 나라 모두 유료급식이 원칙이며 무료 혹은 무료에 가까운 급식은 예외적인 경우다. 독일은 최근까지만 해도 오전 수업만 하는 나라여서 급식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프랑스 교육의 아버지 쥘 페리는 1881년 최초로 무료 의무교육 제도를 도입했으나 급식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점심시간에 교실 문을 닫고 아이들은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오는 학교를 상정했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학교가 집에서 멀다는 이유로, 도시에서는 부모가 모두 직장에 나가 밥을 챙겨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급식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로부터 부모가 누군가 자기 대신 점심을 마련해주는 대가로 돈을 대는 유료급식 제도가 등장했다. 이렇게 무료교육과 유료급식은 제도적 짝이 됐다. 파리의 경우 초등학교 급식은 구(mairie)별로 하나씩 있는 ‘케스 데제콜(Caisse des Ecoles)’이란 곳에서 관리한다. 케스 데제콜은 구내 전체 급식비 중 시 지원금을 뺀 금액을 급식 희망학생 수로 나눠 1인당 평균비용을 계산하고 소득에 따라 어느 가정에는 평균 이상으로, 어느 가정에는 평균 이하로 분담금을 책정해 전체 수지를 맞춘다. 최저 등급 가정이 내는 급식비는 한 끼에 0.15∼0.20유로로 거의 무료에 가깝다. 가구당 평균으로 치면 한 끼에 3.66유로를 낸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파리의 한 공립초등학교에 다니던 우리 아이는 지난해 평균에 가까운 등급을 받아 두 달에 한 번씩 약 100유로(약 16만 원)를 냈다. 방학기간 두 달을 빼면 1년에 500유로(약 80만 원) 정도를 낸 것이다. 최고 등급은 한 끼에 약 4.5유로로 1년에 약 750유로(약 120만 원)를 낸다는 계산이 나온다. 프랑스는 학비가 없고 교과서 등 교재도 무료로 제공하며 학기 초에 200∼300유로씩 학용품 살 돈까지 대주는 나라지만 급식비만큼은 예외다. 급식은 무료교육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사실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적 영역에 속한다. 프랑스에서 점심시간은 교사의 책임영역 밖이다. 학생은 점심시간에 모두 교실 밖으로 나가야 한다. 교사의 책임 아래 교실에서 전 학생이 급식을 하는 모습은 프랑스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학생들은 학교 식당에서 급식을 받아먹을 수도 있고 집에서 점심을 먹고 올 수도 있다. 지금도 적지 않은 학생이 점심시간에 자기 집으로 가 밥을 먹고 다닌다. 급식을 안 하는 학생이 초등학생 2명 중 1명, 중고교생 3명 중 1명꼴이다. 급식은 선택사항이다. 의무사항이 아닌 것은 소득수준에 따라 돈을 내고 제공받아야 한다는 것이 프랑스 법 정신이다. 프랑스나 영국에서 무료나 무료에 가까운 급식이 나온 것은 가난한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사회 문제가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시대에 따라 비중이 때로는 컸고 때로는 작았지만 무료급식의 영역은 늘 유료급식의 예외였다. 영국의 경우 현재 약 15%의 학생이 무료급식을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 최저등급은 수입이 최저생계비 수준인 사람들에게나 적용된다. 무료급식의 전면화는 전통적인 복지국가인 프랑스나 영국에도 없는 일이다. 이들 나라가 안한다고 한국이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무료교육의 이념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돈을 써야 할 곳이 수두룩한데 최우선순위를 무료급식에 둬야 할 것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
허리케인과 맞먹는 위력의 폭풍우가 지난달 27일과 28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서유럽 국가들을 강타해 최소한 62명이 숨졌다. 수백만 가구가 전력이 끊기는 등 피해를 봤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1일 폭풍우가 강타한 프랑스 서부 해안지방을 방문해 300만 유로(약 47억 원)를 긴급구호자금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공식적으로 ‘국가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피해지역의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신시아’로 이름 붙여진 폭풍우는 이날 프랑스와 스페인 서부 해안에 상륙해 이동하면서 포르투갈에서 독일까지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시속 150km의 강풍이 불고 8m의 파도가 밀어닥친 프랑스 서부 비스케이 만 해안지대의 피해가 심했다. 프랑스에서의 사망자는 51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대부분은 방데와 샤랑트마리팀 지방 주민으로 갑자기 불어난 물에 익사했다. 독일에서는 흑림지대의 오토바이 운전자, 베르그하임 마을의 조깅하던 여성, 프랑크푸르트 서쪽 숲에서 길을 걷던 남성이 갑자기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졌다. 스페인에서는 51세와 41세의 남성이 차를 타고가다 차가 나무에 깔리면서 숨졌고 82세 여성은 무너진 벽에 압사했다. 포르투갈에서는 10세 소년이 둑이 무너지면서 사망했다. 벨기에에서도 60대 남성이 나무에 깔려 숨졌다. 프랑스에서는 강풍으로 브르타뉴 지방에서 마시프상트랄 고지대까지 500km에 걸쳐 100만 가구 이상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지난달 28일 밤 현재 여전히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해 암흑 속에 밤을 보낸 사람이 5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EDF 측은 모든 지역에서 전력 공급이 정상화되는 데는 며칠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파리 샤를드골 공항 등은 이날 저녁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낮 동안 활주로에 물이 차 항공기 100여 편의 이착륙이 금지됐다. 라디오 방송 ‘유럽 1’은 파리 에펠탑 상공에서 시속 175km의 바람이 관측됐다고 전했다. 유럽에서는 1999년 최고 시속 200km의 강풍이 몰아닥쳐 92명의 사망자를 낸 바 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유럽 항공편이 혼란에 휩싸였다. 독일에서는 국적항공사 루프트한자의 하루 파업 여진이 23일에도 계속되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관제사 노조가 이날부터 5일간 파업에 돌입해 항공편이 대거 취소됐다. 영국에서는 브리티시에어(BA) 승무원 노조가 22일 새로운 파업안을 가결시켜 언제라도 파업에 들어갈 준비를 갖췄다. 프랑스에서는 관제사를 대표하는 5개 노조가 23일 파업에 돌입했다. 프랑스 관제당국(DGAC)은 이날 파리 샤를드골 공항발 항공편 25%, 파리 오를리 공항발 항공편의 50%를 취소했다. 또 포, 비아리츠, 그르노블, 라로셸, 샹베리 등의 지방공항은 폐쇄했다. 프랑스 국적항공사인 에어프랑스는 국내선과 유럽 노선을 위주로 항공편이 취소됐으며 국제선은 정상적으로 운행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관제사 노조는 정부가 2012년을 목표로 독일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과 함께 각국 관제업무를 통합하는 공동관제국을 창설하면서 자국의 관제국을 해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 최대 규모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의 조종사 파업은 당초 나흘로 예정돼 있었으나 22일 하루로 끝났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노동법원은 “노사 양측의 합의에 따라 파업은 3월 9일 이후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22일 독일에서는 하루 1800편의 루프트한자 항공편 중 800편이 취소되면서 승객 약 1만 명의 발이 묶이는 혼란이 빚어졌다. 22일 밤 12시를 기해 파업 중단이 선언됐지만 루프트한자 화물기와 저가항공 자회사 저먼윙스의 파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루프트한자 여객기의 경우 조종사들이 업무에 복귀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운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루프트한자 조종사들은 회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일부 인원을 계열사인 오스트리아 항공(AUA)이나 루프트한자 이탈리아 등으로 이동 배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휴가기간 파업에 돌입하려다 법원의 제지로 파업을 연기한 BA 승무원 노조가 22일 다시 파업안을 가결시켰다. 그러나 언제 파업을 시작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노조는 파업을 결정하면 28일 안에 파업에 들어가야 한다. 지난해 기록적인 적자를 기록한 BA는 경쟁사에 비해 보수가 많은 자사 승무원의 근로조건을 조정할 계획이다. 노조는 회사 측이 임금을 동결하고 비행기 편당 탑승 승무원의 수를 줄이기로 하자 이에 반대하고 있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감독상은 로만 폴란스키 터키 영화 ‘벌꿀(Honey)’이 20일 제60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금곰상을 수상했다. 감독상은 33년 전 미국에서 13세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스위스에 가택연금된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돌아갔다. 세미흐 카플라노을루 감독의 ‘벌꿀’은 생계를 위해 꿀을 채집하는 아버지가 실종되자 말을 하지 않게 된 6세 소년이 숲 속으로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다뤘다. 터키 영화로는 1964년 이후 46년 만의 금곰상이다. 폴란스키 감독은 전 영국 총리(피어스 브로스넌)가 회고록을 쓰기 위해 전문 작가(이언 맥그리거)를 고용한다는 내용의 ‘대리 작가(The ghost writer)’로 상을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러시아 알렉세이 포포그렙스키 감독의 ‘올여름을 나는 이렇게 끝냈다’에 출연해 한 북극 기지에서 서로 다투는 노소(老少) 연구자를 맡은 그리고리 도브리긴과 세르게이 푸스케팔리스가 공동 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은 일본 와카마쓰 고지(若松孝二) 감독의 ‘캐터필러’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불구로 돌아온 남편의 학대를 견디며 살아가는 아내 역을 맡은 데라지마 시노부에게 돌아갔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그리스 지원 방안을 공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들은 15일 회의를 열고 그리스 지원 방안은 공개하지 않은 채 그리스 측에 재정적자 감축을 취한 추가 조치만 요구했다. 그리스는 유로존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3월 점검 때 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면 추가적인 긴축 조처를 마련한다는 데 그리스 정부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유럽연합(EU) 정상들은 그리스가 지급 불능에 빠질 경우 지원을 약속했다”며 “그러나 지원에 앞서 그리스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선 시장 일각에서 관측해온 그리스 지원 세부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2.7%에 달한 재정적자를 올해 8.7%로 낮추는 데 이어 2012년까지 EU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에서 규정하는 3% 이하로 축소한다는 목표 아래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EU 통계당국은 파생금융상품인 통화스와프 거래를 통해 정부부채를 감췄다는 의혹에 대해 이달 말까지 해명할 것을 그리스 정부에 요구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그리스 정부가 EU의 감시를 피해 부채를 늘리며 재정위기를 키우는 과정에 골드만삭스와의 JP모건체이스 등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스 정부는 유로존에 편입된 직후인 2001년 골드만삭스와 통화스와프 거래를 통해 10억 달러를 조달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날 브뤼셀에서 기자들에게 “NYT가 제기된 파생상품 거래는 그 당시엔 합법적이었고 그리스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도 있었던 관행이었다”며 “나중에 그런 거래가 불법화됐고 그때부터 그리스는 그런 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프랑스다운 것’이 무엇인지 묻는 국가정체성 토론이 용두사미로 끝나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참석하에 각료세미나로 지난 3개월간 국가정체성 토론의 대미를 장식하려 했으나 총리 주관으로 상징적인 조치를 발표하는 것으로 행사를 대폭 축소했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8일 국가정체성에 대한 각료세미나를 시작하면서 앞으로 학교에 국기를 게양하고 학생들은 1년에 최소한 한 차례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고 교실에 프랑스혁명 당시 인권선언문을 붙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도 프랑스 국기를 달지 않은 학교가 거의 없고 많은 학생이 이런저런 계기로 프랑스 국가를 한 번씩은 부르고 있어 이번 조치가 실질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언론들은 국내의 비판 여론과 낮은 호응도 등을 감안해 토론을 조용히 마무리 지으려는 정부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용 총리는 애초 국가정체성의 화두를 던지고 토론회에 발동을 건 사르코지 대통령의 침묵과 관련해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4월경 자신의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체성 토론회를 주관한 에리크 베송 이민부 장관은 1일 라디오방송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토론회가 건설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토론회가 스위스의 이슬람 사원첨탑 건설 금지 같은 외부적 사건에 의해 오염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8일 총리 주관 각료세미나에서 베송 장관은 몇몇 동료 각료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알제리계인 파델라 아마라 주택담당 부장관은 “베송 장관은 프랑스에서 이민이 기여한 공로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뤼노 르 메르 농업부 장관은 “국가정체성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국민통합이란 관점에서 국민을 분열시킨 토론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해 베송 장관과 설전을 벌였다. 프랑스 야당은 그동안 국가정체성 토론에 대해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한편 높은 실업률 등 당면한 어려움을 회피하려는 정략이라고 비난해 왔으며 유럽 최대 규모인 프랑스 내 이슬람 사회는 토론회가 프랑스의 반이슬람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또다시 광우병 거짓말이 시작됐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소위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일부 단체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제수역사무국(OIE) 홈페이지에 ‘다우너 소와 같은 보행 불능의 소는 광우병(BSE) 고위험군으로 간주된다’고 적혀 있다”며 “다우너 소를 광우병 위험 소로 간주하는 것은 국제적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여기서 그들이 ‘고위험’으로 번역한 부분은 ‘at higher risk’란 말인데 ‘higher’는 절대적으로 높다는 뜻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무엇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지를 알려면 OIE의 수역규정을 뒤져봐야 한다. OIE의 수역규정은 광우병 검사와 관련해 소를 4가지로 분류한다. 광우병 의심 증상을 보이는 30개월 이상 소, 걸을 수 없거나 긴급 도축된 30개월 이상 소, 자연사한 30개월 이상 된 소, 정상적으로 도축된 36개월 이상 소 등이다. 이렇게 4가지로 나눈 데는 실제적인 이유가 있다. 광우병 검사에서 광우병 가능성이 높은 소를 표본(sample)으로 택할 때 더 많은 가중치를 주기 위한 것이다. 수역규정에 따르면 네 번째 유형의 정상적인 소는 0.1의 표본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세 번째 유형의 자연사한 소는 0.2, 둘째 유형의 다우너 소는 0.4의 표본가치를 지닌다. 이에 반해 첫 번째 유형의 광우병 의심 소는 260의 표본가치를 지닌다. 즉, 첫 번째 유형의 광우병 의심 소가 광우병 소로 나타날 가능성이 두 번째 유형의 다우너 소에 비해 무려 650배가 높다고 본 것이다. 물론 다우너 소가 정상 소에 비해, 혹은 자연사한 소에 비해 4배 혹은 2배 정도 높은 위험 가중치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다우너 소와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 간 차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2003년 북미지역에서 2마리의 광우병 소가 발견된 이후 즉각 도축된 다우너 소를 식용으로 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것은 광우병과 관련해서 자국 국민들과 국제사회로부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일 뿐이지 과학적으로 ‘다우너 소=광우병 소’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광우병 소가 발생하기 전에도 미국에는 많은 다우너 소가 있었다. 지금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다우너 소가 주저앉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OIE의 수역규정에서 보듯 다우너 소와 광우병 의심 소 사이에는 650배라는 넘을 수 없는 간격이 존재하는 것이다.송평인 파리특파원 pisong@donga.com}
‘금융시스템 개혁과 중국의 부상.’ 2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5일간 일정으로 개막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화두다. 올해 다보스포럼에는 세계 정재계의 주요 인물 2500명 이상이 참여해 ‘더 나은 세계: 다시 생각하고 다시 구상하고 다시 세우자’는 주제로 경제위기를 겪고 난 이후의 좀 더 건전하고 좀 더 분권화된 세계 경제에 대해 논의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밝힌 강력한 금융개혁 구상은 월가 등 금융권에 큰 파장을 던졌다. 은행의 크기와 활동에 제약을 가하려는 그의 구상에 대해 은행가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많은 의견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부상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중국에서는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참석한다. 중국은 지난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다보스포럼에 보내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이라고 지목하고 새 국제 경제 질서를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리 부총리 역시 금융시스템 개혁에 관해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다보스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은 개막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해 40회를 맞는 다보스포럼은 축하 대신 반성의 분위기 속에서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경기가 좋던 시절 다보스는 세계 정재계 거물들의 화려한 파티와 거침없는 씀씀이로 이름이 높았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실업률이 급증하고 경제회복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열리는 올해 다보스의 분위기는 전과 다르다. 슈바프 회장은 새로운 위기를 피하기 위해 과거의 금융지배구조 모델이 변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은행가들의 보너스 문제가 다보스포럼에서 다뤄질 것”이라며 “일부 은행가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총리 등 국가정상급 30명 이상이 참석할 예정인 이번 포럼에서는 도덕적 자본주의를 외치며 국가 중심의 금융개혁을 주장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개막 연설을 한다. AP통신은 참석하는 주요 정치인으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다음에 이명박 대통령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으로 28일 특별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 밖에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등도 참석한다. 눈에 띄는 국가정상급 참석자는 과거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다.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참석한다. 그러나 그는 유엔 아이티 대사로 경제문제보다 아이티 지원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의료개혁 과제 및 높은 실업률과 싸우는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미국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할 예정이다. 문화인물로는 영화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 씨가 참석한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한국 재계 별들도 다보스에 ‘총총’ 기업총수 출국 잇따라▼기업 총수 등 재계 지도자들도 27일(현지 시간)부터 닷새 동안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례 회의에 참석하러 속속 출국했다. 이번 다보스포럼에 처음 참석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6일 장남 김동관 ㈜한화 차장과 함께 출국해 눈길을 끌었다. 한화그룹 측은 “경영수업의 일환으로 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번 포럼 기간에 세계 각국의 경제 리더들과 교류를 통해 향후 세계 경제의 흐름과 기업의 미래 성장에 대한 견해를 나눌 계획이다. 포럼 참석 후에는 곧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태양광, 2차전지, 자동차용 특수플라스틱업체들을 직접 찾아 그룹 사업 현황을 챙길 계획이다. 이 밖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등도 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로 떠났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28일 다보스에서 ‘한국의 밤’ 행사를 주관할 예정이다.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영국 사회학자이자 상원의원인 앤서니 기든스 경을 19일 영국 웨스트민스터 상원건물 입구에서 만났다. 상원의원은 방문자를 입구까지 직접 내려와 맞는 관행이 있다. 하원 건물은 커튼 카펫 의자 등 내부의 주조색이 소박한 녹색인 데 비해 상원 건물은 적색이라 느낌이 아주 달랐다. 안에는 티룸도 있고 펍(pub)도 있다. 작은 마을 같다. 기든스 경과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책 ‘기후변화의 정치학’ 얘기를 했다. 기든스 경과 티룸에서 마주 앉았다.》“너무 춥다고? 온난화는 현실이다, 강력하고 피할수 없는” ―북반구에서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그런데도 지금 지구온난화를 확신하는가. 과학적 진실이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과 다를 때 어떻게 지구온난화의 위기가 실재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나. “웨더(weather)와 클라이밋(climate)을 구별해야 한다. 웨더가 그날그날의 날씨를 의미한다면 클라이밋은 일정 기간 날씨의 평균을 의미한다. 또 웨더가 지구상의 어떤 특정 지역의 기후를 의미한다면 클라이밋은 전 지구에 걸친 기후를 의미한다. 최근 영국은 추웠지만 이웃나라 아일랜드는 예년보다 훨씬 따뜻했다. 지구온난화는 웨더가 아니라 클라이밋에 관련된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또 하나의 특징은 단순히 덥다, 춥다가 아니라 극단적인 기후 패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호주는 오랜 기간 가뭄에 시달리고 영국은 예전보다 훨씬 빈번한 홍수에 시달린다. 최근 아이티 지진은 지구온난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크다. 그건 자연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강력할 것이고 게다가 아무도 피해 갈 수 없다.” ―‘2012’란 영화를 본 적이 있나. 지구 종말에 관한 영화다. 우리는 오늘날 지구 종말을 주제로 다룬 소설 영화 만화에 둘러싸여 있다. 지구온난화도 이런 유행 중 하나가 아닌가. “그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어쨌든 일반인은 이런 종류의 지구 종말 얘기와 기후변화를 거의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픽션과 현실을 구별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기후변화는 세계 각국의 과학자 100여 명이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를 통해 과학적 발견에 기초해서 내린 결론이다. 물론 미래 위험을 100% 장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시한다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2012’ 대신 괜찮은 영화를 하나 소개하고 싶다. 지난해 영국 여성감독 프래니 암스트롱이 만든 ‘에이지 오브 스튜피드(Age of Stupid)’라는 영화다. 기후변화를 다룬 이 영화로 영국에서는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해보다 10% 줄이기 위한 10 대 10 캠페인이 시작됐다.” ―지난해 펴낸 저서 ‘기후변화의 정치학’에서 기후변화는 좌·우파의 문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기후변화 정책은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기후변화 정책은 미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와 사회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나라인 미국을 보자. 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기후변화 이슈에서 일부 공화당의 지지를 받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가 목격한 것은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의 정치적 양극화다. 그 결과는 글로벌한 차원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바마는 덴마크 코펜하겐 회의에 참석했지만 내놓을 제안이 없었다. 좌우 대립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가능한 곳에서 어떻게든 ‘정치적 대타협(political concordat)’을 이뤄내야 한다. 기후변화 정책은 정권의 부침과 상관없이 살아남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정권 교체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목표에 천착하는 ‘공무 영역(civil service)’을 확보해야 한다.” ―환경운동과 기후변화 정책은 어떤 관련이 있는가. “환경운동은 기후변화를 정치적 의제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지만 그 자체는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이 가진 극단적인 탈집권화, 제로 성장 사회, 비폭력 같은 신조는 현실 정치와 부합하지 않는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같은 구호는 지키려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구온난화와 싸우는 것과는 상관없다. 환경운동가들은 ‘지구를 구하자’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기후변화 정치는 지구를 구하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 지구 자체는 우리가 무엇을 해도 살아남는다. 문제는 거기에 사는 사람이다.” ―원자력 발전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원자력은 신뢰할 만하고 경쟁력이 있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원자력은 핵 확산, 테러리즘과도 관련돼 있기 때문에 복잡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계 주요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맞추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국제적인 핵 관리의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원자력 발전을 대규모로 확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원자력과 핵무기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북한과 이란이 원자력으로 핵무기를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핵 확산과 관련해서 중동은 특히 위험한 곳이다.”▼“향후 20년 저탄소 녹색혁명 시대깵 일자리도 많이 생길 것”▼ ―기술 발전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기술의 발전은 ‘저탄소 경제(low carbon economy)’를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재생에너지 기술을 중심으로 해서 저탄소 경제로 가기 위한 더 큰 산업혁명의 시작단계에 있다. 최근 20년간 정보기술(IT)이 세계 경제를 이끌었듯이 앞으로 20년은 새로운 환경기술이 세계를 이끌 것이다. 재생에너지 기술 없이 저탄소 경제로 이행할 수 없다. 중국과 인도는 지금 새로운 발전모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국가가 단순히 옛 서방 선진국의 길을 따른다면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오늘날 중국과 인도의 리더십이 서서히 인정받고 있다. 이들 국가가 새로운 발전모델을 찾는 데 기술 혁신은 아주 중요하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개념 대신에 ‘녹색 성장’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나는 녹색성장을 저탄소 경제로 가기 위한 출발이라고 보며 그 개념에 매우 호의적이다. 한국이 광범위한 지속가능한 투자에 힘을 기울이기로 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 이행 과정을 통해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사람들이 이제는 기후변화 정책을 비용이 더 드는 골치 아픈 문제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 분야에서 더 많은 진전을 이루는 나라일수록 글로벌화된 저탄소 경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제3의 길’의 이론가로 유명하다. ‘기후변화의 정치학’은 기후변화에 관한 제3의 길을 모색하는 것인가. “아니다. 기후변화의 정치학은 좌파, 우파의 구별을 넘어선 문제를 다룬 것이다. 제3의 길은 글로벌 시대에 대응해 전통 좌파와는 다른 중도 좌파의 새로운 전략을 모색한 것이다.” ―당신의 부지런함과 끈기에 늘 놀란다. 70세가 넘도록 책을 2년에 한 권, 어떨 때는 한 해에 한 권 펴내고 있다. (기자가 나이를 확인하기 위해 ‘72세가 맞느냐’고 물으니 ‘완전히 틀렸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자가 놀라 ‘그럼 몇 살이냐’고 물으니까 ‘29세’라고 했다. 기자가 폭소를 터뜨리자 그가 ‘어쨌든 질문을 계속하고 보자’고 말했다.) 어떻게 그 나이에도 계속 그렇게 일할 수 있나. “내가 좋아하는 모토 중 하나는 윌리엄 베버리지의 것이다. 그는 영국 복지국가 건설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유명한 ‘베버리지 보고서’의 저자다. 그가 80세가 됐을 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전히 급진적이 되기에 충분할 만큼 젊고 여전히 누군가가 산을 옮길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게 나의 모토이고 우리가 따라야 할 아주 좋은 모토라고 생각한다.”런던=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앤서니 기든스는…1998년 ‘제3의 길’ 주창 좌파의 중도화 이끌어앤서니 기든스 경(72)은 세계적 명성을 지닌 영국 사회학자. 1987년 케임브리지대 교수, 1997 런던정경대(LSE) 학장 등을 지냈으며 2003년 이후 LSE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초기에는 사회학 연구에 집중했으나 1990년대 이후 모더니즘이 사회 및 개인에게 미친 구체적 결과를 탐구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998년 그가 제시한 ‘제3의 길’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등에게 영향을 미쳐 좌파의 중도화를 이끌었다. 2004년 영국 노동당 소속의 1대 종신 상원의원이 됐다. 지난해에는 환경 문제를 다룬 ‘기후변화의 정치학’을 펴내 또다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주요 저서로 ‘사회학’ ‘자본주의와 현대사회이론’ ‘모더니즘과 자아정체성’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