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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우주인이 지구에서 400km 상공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마라톤을 완주했다. 영국 우주비행사 팀 피크 소령(44)은 4만여 명이 참가한 올해 런던 마라톤 대회에 정식으로 등록하고 25일(현지 시간) 열린 레이스에 참가했다.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 몸이 떠오르지 않도록 트레드밀(러닝머신)에 줄을 묶어 몸을 고정한 상태에서 달리기를 한 것이다. 완주 기록은 3시간 35분 21초로 2007년 우주에서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했던 미국 여성 우주인 수니타 윌리엄스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윌리엄스는 당시 4시간 23분 46초의 기록을 세웠다. 피크의 우주 레이스는 아이패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구상에 중계됐다. 영국 BBC방송이 중계 화면을 간간이 내보냈고, 런던 마라톤 주최 측은 공식 시간을 체크하며 그의 기록을 공인했다. 트레드밀에 달린 모니터에는 같은 시간에 진행된 런던 마라톤 코스가 펼쳐졌고, 피크의 동료들은 그의 땀이 떠다니지 않도록 옆에서 닦아줬다. 피크는 런던 마라톤을 완주한 뒤 화상으로 연결된 유럽우주국(ESA)에 “환상적인 아침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SA는 “우주정거장에서 달리는 건 지상에서 뛰는 것보다 더 힘들다. 무게 10∼20kg짜리 등짐을 메고 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에 기를 쓰고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당장 미국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럽 내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영국의 이익보다는 미국 국익을 앞세운 논리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영국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기자회견을 갖고 “영국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솔직히 미국 국익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영국이 EU에 잔류해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영국이 EU에 남아 있을 때가 최고 상태이며 세계가 직면한 여러 위협은 미국과 영국이 함께 협력해 대처해야 한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강조했다. 23일 BBC방송 인터뷰에서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최대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 EU보다 앞서서 미국과 협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외교정책자문인 제이크 설리번도 24일 영국 일간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를 통해 영국의 EU 잔류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CNN머니 분석에 따르면 미국 기업과 제휴사의 유럽 전체 매출 중 30%가 영국에서 나온다. 특히 런던에 기반을 둔 월가 대형 금융기관들은 다른 EU 국가들의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인데 영국이 EU에서 나와 버리면 이런 특혜를 누리기 어렵게 된다. CNN머니는 “런던에 기반을 둔 금융기관은 나머지 EU 국가들의 금융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영국에서 영업하는 것은 일종의 ‘금융여권’을 받는 것”이라며 영국이 월가은행들의 유럽 전진기지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렉시트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미 금융기관은 골드만삭스라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매출액 338억 달러(약 38조8000억 원)의 28%가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 나왔다. EU 출범 후 대부분의 유럽지사를 런던으로 옮겼고 중동지사도 런던에 두고 있는 형편이다. 영국이 EU에서 빠지면 테러 대책에도 문제가 생긴다. 미국은 EU 국가를 핵심 축으로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치르고 있는데 브렉시트가 되면 미국의 IS 격퇴를 위한 유럽 전선이 EU와 영국으로 분할돼 어려움을 겪게 된다. 브렉시트 우려로 급락하던 영국 파운드화는 오바마 대통령 발언에 힘입어 25일 5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마이클 휴슨 CMC마켓 이코노미스트는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의 개입은 브렉시트 잔류파에 힘을 실어주면서 파운드화 가치의 드라마틱한 반전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내 EU 탈퇴를 지지하는 진영에선 오바마 대통령의 브렉시트 반대 발언을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브렉시트 운동을 주도하는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22일 주간지 ‘더 선’ 기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것은 EU가 미국의 이익과 철저히 부합하기 때문”이라며 “그의 주장은 자기모순적이고 비논리적이다”라고 비판했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겁 없는 한국 청년들의 ‘글로벌 챌린지’는 유럽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랑스 전통의 수제 초콜릿과 마카롱을 파는 가게를 창업해 파리 시로부터 ‘음식의 장인’ 칭호를 받은 안현수 조혜진 씨, 구글 날씨 정보에 따라 우산이 자동으로 펴지는 ‘스마트 우산’ 조각품을 디자인한 김희은 씨, 프랑스에서 최초의 웹툰 플랫폼 개설에 나선 김형래 씨…. 이들은 좁은 국내를 떠나 유럽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었다. 동아일보는 창간 96주년을 맞아 ‘청년드림 글로벌 챌린지’ 현장 시리즈를 통해 꿈을 개척하는 한국 청년들을 소개한다. 》 프랑스 파리가 유럽에서 스타트업 기업의 새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계 입양인 출신 첫 장관이었던 플뢰르 펠르랭 전 중소기업디지털경제부 장관이 4년 전 시작했던 창업 활성화 지원 정책인 ‘프렌치 테크(French Tech)’가 스타트업 열풍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현지 취업이 어려울 경우 창업으로 활로를 뚫는 한국인 유학생도 늘고 있다.○ 창업 인큐베이터에서 샘솟는 아이디어 20일 찾은 파리2구에 있는 창업 인큐베이터 공간 ‘뉘마’의 1층 카페.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젊은이들이 노트북 앞에 붙어 앉아 사업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있었다. ‘파리의 디지털 허브’로 불리는 이 6층짜리 건물에는 회의실과 작업 공간이 있어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김희은 씨(36·여)는 프랑스의 창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창업에 성공한 경우다. 프랑스로 유학 와 파리에 있는 산업디자인학교 '스트라트'(Strate)에서 인터렉션 디자인 마스터를 졸업하고 프랑스 통신기업 오랑주와 르노자동차 디자인팀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디자인 회사를 창업한 김 씨는 알베르틴 뫼니에(오랑주연구소), 쥘리앵 레베스크(아르데코 교수)와 같은 유명 디지털 아티스트와 컴퓨터프로그램 개발자 등 10여 명과 함께 인터넷 기반 예술 작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가 요즘 디지털 아티스트와 함께 개발 중인 제품에는 날씨에 따라 변화하는 ‘우산 조각품’이 있다. 우산 조각품은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될 경우 비가 내리기 3시간 전에 우산이 자동으로 펴지도록 만든 작품이다. 예를 들어 사무실 입구에 설치된 조각품에 우산이 펼쳐져 있다면 우산을 들고 외출하라는 뜻이다. 그는 사무실 비치용뿐 아니라 도심 광장이나 건물 앞 대형 조각품으로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가 디자인 한 ‘속기록 프린터’도 상상력이 넘친다. 강아지 모양의 인형이 회의실에서 말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아듣고 실시간으로 출력해 낸다. 김 씨는 자신이 디자인한 아이디어 상품을 실제로 만들어 볼 때는 파리 교외 이브리 지역에 있는 '르루아 메를랑'(Leroy Merlin)에서 운영하는 '테크숍 아틀리에'를 찾는다. ‘테크숍’ 아틀리에는 창업자들을 위해 개설된 공간으로, 워터젯, 레이저젯 절삭기는 물론이고 3차원(3D) 정보를 넣으면 플라스틱, 나무, 금속 재료까지 깎아 실물로 만들어 내는 CNC밀링머신 등 150여 개의 최첨단 기계를 갖추고 있다. 김 씨는 “한 달에 50유로(약 6만4500원)로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창업 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식의 나라에서 인정받은 한국인 제과점 여고 동창생인 안현수 조혜진 씨는 지난해 7월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에 초콜릿과 마카롱 케이크 가게인 ‘일레네’를 창업했다. 일레네는 올해 초 파리 시가 지난해 창업한 수제 전통식품점을 대상으로 선정한 명품 가게 8곳 중 한 곳으로 뽑혀 ‘음식의 장인(artisans alimentaires)’ 칭호를 얻었다. 또 TV 채널 ‘파리 프르미에르’ 프로그램에 소개돼 음식 비평가들로부터 ‘트레 봉(매우 좋음)’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미식(美食)의 나라’ 프랑스의 전통과 자존심이 담긴 초콜릿과 마카롱 케이크를 동양에서 온 미혼 여성들이 만들어 인정받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외국에서 온 요리사가 김치나 한과를 만들어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파리의 국립제빵제과학교(INBP)로 유학 간 두 사람은 10여 년간 유명 초콜릿, 파티시에 장인 밑에서 일했다. 지난해 의기투합해 가게를 차린 후 프랑스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들어 내는 수제 초콜릿과 매실청, 유자, 쑥 등 자연 재료가 들어간 마카롱으로 현지인 입맛을 사로잡았다. 초콜릿과 마카롱이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 이젠 현지인들이 줄을 서서 선물용 초콜릿을 사 가는 명소가 됐다.○ 프랑스 웹툰의 94%는 한국 웹툰 파리 도핀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형래 씨(23)는 취미 삼아 한국 웹툰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경험을 살려 만화 관련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프랑스 인기 만화 ‘탱탱의 모험’을 출판하는 카스테르만사의 편집장인 디디에 보르그 씨가 올 1월에 프랑스에서 유료 사이트로 공식 오픈한 ‘델리툰’의 창설 멤버로 합류한 것이다. 델리툰은 지난해 12월 한국의 다우기술과 프랑스 북부 릴의 벤처 창업 기금에서 투자를 받았다. 아직도 종이 만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랑스에서 웹툰은 생소한 장르다. 그래서 델리툰에서 서비스하는 웹툰의 94%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다. 나머지 6%는 프랑스 작가들의 웹툰이다. 김 씨는 델리툰에서 한국 측 투자자와 소통하고 한국의 좋은 웹툰 콘텐츠를 선정해 번역하는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올 초 한국을 방문해 보르그 대표와 함께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를 만나기도 했다. 페논 대사는 자신을 ‘만화광’이라고 소개하며 “한국과 프랑스가 웹툰을 통해 소통할 수 있어 무척 기대된다”며 김 씨를 격려했다고 한다. 프랑스도 높은 청년 실업률로 고민이 많다. 젊은이 4명 중 한 명꼴로 실업자다. 그러나 취직이 안 된다고 해서 ‘헬 프랑스’라는 자조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프랑스 젊은이들 사이에선 요즘 스타트업 붐이 일고 있다. “실패해도 재미있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경영 분야 최고 그랑제콜인 HEC의 최근 졸업생 중 4분의 1은 자신의 회사를 창업했다고 한다. 10년 전 창업을 선택한 졸업생이 10명 중 1명이었던 데 비하면 크게 늘었다.○ 한-프랑스 정부, 창업 상호 지원 합의 프랑스 정부는 공공투자은행 BPI프랑스와 함께 해외 스타트업 인재 유치를 지원하는 ‘프렌치 테크 티켓’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국 벤처기업의 프랑스 내 창업, 프랑스 벤처기업의 한국 내 창업을 상호 지원하는 교류 사업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5개의 한국 창업 기업이 프랑스로 초청돼 2만5000유로(약 3225만 원)의 보조금과 사무 공간, 컨설팅을 지원받는다. 프랑스에서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달 19일 파리 오페라 가에 있는 KOTRA 사무실에서 재프랑스 한인무역인협회(옥타) 도움으로 창업을 꿈꾸는 차세대 청년들의 모임이 열렸다. 지난해 11월 파리에서 열린 월드옥타 유럽경제인대회에서 발족한 차세대 모임에는 패션 경영 요리 디자인 무역 사진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청년 16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차세대스쿨에 참가해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회사 설립 절차, 세제 혜택, 유럽시장 동향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프랑스에서 ‘모바일 문화 전시’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김은혜 씨(33·그래픽 디자이너)는 “창업과 관련한 각종 서류 작성 절차와 세금 문제가 복잡해 선배 기업인들의 조언을 듣고 있다”며 “유럽 23개국 기업인들이 모였던 ‘월드옥타 유럽경제인대회’에서 만난 네트워크가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한 창업 구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경영을 전공하는 윤지현 씨(24)는 “요즘 유럽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현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프랑스에서 살아남은 한인 기업인들의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창업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해외 창업의 꿈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의 우주인이 지구에서 400km 상공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마라톤을 완주했다. 영국 우주비행사 팀 피크 소령(44)은 4만여 명이 참가한 올해 런던마라톤 대회에 정식으로 등록하고 25일(현지 시간) 열린 레이스에 참가했다.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 몸이 떠오르지 않도록 러닝머신에 줄을 묶어 몸을 고정한 상태에서 달리기를 한 것이다. 완주 기록은 3시간 35분 21초로 2007년 우주에서 보스턴마라톤에 참여했던 미국 여성 우주인 수니타 윌리엄스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윌리엄스는 당시 4시간 23분 46초의 기록으로 우주에서 보스턴마라톤을 완주했다. 피크의 우주레이스는 아이패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구상에 중계됐다. 영국 BBC방송이 중계 화면을 간간이 내보냈고, 런던마라톤 주최 측은 공식 시간을 체크하며 그의 기록을 공인했다. 러닝머신에 달린 모니터에는 같은 시간에 진행된 런던마라톤 코스가 펼쳐졌고, 피크의 동료들은 그의 땀이 떠다니지 않도록 옆에서 닦아줬다. 피크는 런던마라톤을 완주한 뒤 화상으로 연결된 유럽우주국(ESA)에 “환상적인 아침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럽우주국은 “우주정거장에서 달리는 건 지상에서 뛰는 것보다 더 힘들다. 무게 10~20㎏짜리 등짐을 메고 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대기업이 줄줄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정보기술(IT) 금융 에너지 등 업종을 불문하고 지구촌의 감원 칼바람이 거세다. 저유가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 불씨가 좀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기업들은 당장 하기 쉬운 ‘감원 카드’를 잇따라 꺼내 들었다. 가장 쉬운 구조조정이 인력 감축이라는 점에서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확산되고 있다. 고정비용부터 줄여 일단 위기를 넘기고 신성장 산업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세계 최대 비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미국 인텔은 지난해 1100명을 감원한 데 이어 최근 전체 인력의 11%인 1만2000명을 추가로 줄여 연 7억5000만 달러(약 8550억 원)의 인건비를 절감한다. 이번 감원은 2005∼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최대다.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성장산업에 투자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도 지난해 말 1300여 명을 감원하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중국 미디어텍 등이 저가를 무기로 약진하면서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4년 이상 매출 하락세를 보인 IBM도 대형 컴퓨터 분야에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IT 시장의 판도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스마트기기,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면서 컴퓨터 제조 회사들도 몸집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컨설팅 기업 가트너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전 세계 개인용컴퓨터(PC) 출하량은 6분기 연속 하락해 지난해와 비교할 때 9.6% 줄어든 6480만 대에 그쳤다. 출하량 6500만 대 이하는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 도시바는 지난해 회계 부정 사건이 터진 뒤 가전사업과 의료기기 부문을 매각하기로 했다. 도시바 인력은 의료기기 부문 매각에 따라 내년 3월 말까지 3만4000명이 줄어든다. 또 매년 400∼600명 채용하던 신입 사원을 내년에는 뽑지 않기로 했다. 실적 부진으로 대만 기업 폭스콘에 주력 사업을 매각한 샤프는 4만9000여 명의 그룹 인원 가운데 일본 내 인력 3500명을 포함해 10%를 감축했다. 금융권의 구조조정 한파도 거세다. 영국 HSBC홀딩스는 올해 임금 동결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신규 채용도 없다고 선언했다. 영국 바클레이스는 지난해 가을부터 신규 채용을 중단했다. 일부 은행은 직원들을 폴란드나 인도 등 비용이 적게 드는 국가로 재배치하고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말 직원 1만5000명을 해고하고 해외 10개국 지점을 폐쇄키로 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2000명을 감원하고 글로벌시장 사업 부문의 규모를 30% 축소한다. 또 부동산 등 자산도 정리할 방침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목표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유럽·아시아 부문을 인수했던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도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최대 1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에 근무하는 노무라증권 직원 6명 가운데 1명을 자르는 셈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미 지난해 말 채권사업부 직원의 25%인 1200명을 잘랐다. 최근 18개 주요 석유 생산국의 산유량 동결 합의 무산으로 글로벌 경제가 또다시 ‘저유가의 공포’에 휩싸이자 에너지회사들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52억 달러(약 6조 원)의 손실을 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내년까지 직원 7000명을 감원하고 BP 로열더치셸 엑손모빌 셰브런 등 4대 메이저 석유 기업은 올해만 직원 1만 명을 줄이는 비상 플랜을 세웠다. 북해의 석유와 가스 산업에서만 2년 안에 7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적인 에너지 및 철도차량 제작 업체인 프랑스 알스톰사는 대규모 적자로 파산 위기에 처했다가 지난해 전력 에너지 사업 부문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 106억 달러에 매각했다. GE는 알스톰 에너지 사업 부문 근로자 3만5000명 중 6500명을 감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글로벌 기업들의 인력 감축이 언제 그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데 있다. 실적이 호전돼야 대규모 다운사이징을 멈출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 실적이 개선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CNN머니는 “인텔이 PC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인텔이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성장동력에서 성과를 내야 감원 바람이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EU에서는 부실 채권을 회수하는 데 평균 2, 3년이 걸려 지점 폐쇄와 인적 구조조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뉴욕=부형권 / 도쿄=서영아 특파원/ 파리=전승훈 특파원}
유럽연합(EU)이 최근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인 구글을 상대로 반(反)독점 위반 조사를 확대하면서 ‘안티 아메리카’(반미·反美)를 내건 ‘보호무역주의’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럽 각국이 느려터진 인터넷 환경이나 위험을 회피하는 기업 문화는 혁신하지 않고 오로지 미국 IT기업 규제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EU 반독점위원회가 이달 20일 구글이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대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연매출의 10%에 해당하는 최대 74억5000만 달러(약 8조4535억 원)의 벌금을 매기면서 이런 논란에 불을 지폈다. EU가 반독점법을 빌미로 미국 기업들을 옥죄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들어서다. 2004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PC 운영체제 ‘윈도’에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미디어 플레이어’를 끼워 팔아 경쟁사 진입을 막았다며 EU는 4억9700만 유로(약 6397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당시 MS 윈도의 시장점유율은 90%를 웃돌았다. MS는 EU와 10년 넘게 분쟁을 벌인 끝에 총 25억 달러(약 2조8367억 원)의 벌금을 냈다. EU는 또 지난해 6월 아마존의 전자책 판매 사업과 관련해 반독점 위반 혐의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여기다 애플도 지난해 ‘애플뮤직’ 출시에 맞춰 음반사들이 스웨덴 스톡홀름에 기반을 둔 ‘스포티파이’에 음원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EU의 반독점법 위반 칼날은 미국 IT 대기업만 겨냥한 게 아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공룡 IT기업뿐 아니라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와츠앱 등 메시지 앱,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차량 공유업체 ‘우버’ 등 스타트업 기업까지도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EU의 미국 기업 반독점 조사는 소비자 피해보다는 EU 내 경쟁 IT기업의 고소로 이뤄지고 있어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 예상된다. 올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EU 측 제재가 EU 회원국 IT기업을 돕기 위한 상업적 목적으로 보인다”며 “유럽은 미국 기업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장애물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U에 따르면 전체 유럽 디지털 시장에서 미국 기반 서비스가 54%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구글의 검색엔진 점유율은 90% 이상으로 미국 본토(60%)보다 훨씬 높다. EU가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결론 내린 데 대해 유럽과 미국이 농산물, 항공기에 이어 ‘미래의 원유’로 불리는 인터넷을 놓고 ‘3차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 마이클 모리츠는 22일자 신문에서 “EU의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는 새로운 ‘마녀사냥’”이라며 “EU가 미국의 IT 산업에서 밀리고 있다면 EU의 결점부터 먼저 심도 있게 조사하라”고 비판했다. 그는 상위 20개 EU 대학의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전공자 박사학위 취득률을 조사하거나 지난 100년간 유럽 출신이 받은 노벨상 수상자 수를 조사해 볼 것을 권했다. 또 EU 회원국들의 고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과학교육 수준을 중국 싱가포르 인도 미국 등과 비교해 보라고 지적했다. 현재 EU에서 국경을 넘어 온라인 구매를 하는 비율은 15%밖에 되지 않아 미국의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강자가 나타나기 힘든 구조다. EU집행위원회는 5억 인구를 가진 유럽의 디지털 시장을 통합하면 28개 EU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이 4150억 유로(약 502조 원) 증가하고 일자리 380만 개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EU는 또 지식재산권, 세제, 개인사생활 보호정책을 정비해 유럽 IT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디지털 혁명에서 미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EU는 당장 자체 경쟁력 강화에 신경을 써야 할 판이다. 다음 달부터 모든 회원국의 디지털 관련 제도를 하나로 통일하는 ‘디지털 단일 시장’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규모가 미국과 비슷한 EU가 디지털 시장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28개국으로 ‘파편화’된 점을 꼽았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사진)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과거 영국의 식민지이던 케냐 혈통이어서 반영(反英) 감정을 갖고 있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존슨 시장은 22일 일간지 ‘더선’ 기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취임 직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있던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흉상을 영국대사관에 반납했다”며 “케냐 흑인의 혈통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이 처칠 전 총리가 열렬히 옹호하던 대영제국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징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존슨 시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브렉시트에 반대하자 문제의 글을 실었다. 전날 영국을 찾은 오바마 대통령은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영국이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려면 EU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존슨 시장의 주장에 대해 22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처칠 총리의 흉상은 백악관 2층 내 집무실 출입문 바로 바깥에 있으며 매일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처칠 전 총리의 외손자인 니컬러스 솜스 보수당 의원은 “존슨의 끔찍한 글은 완전히 틀렸다. 멍청하고, 매우 모욕적”이라고 비난했다. 노동당 그림자 내각의 존 맥도널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보리스의 발언은 토리당(보수당) 인종 차별의 또 다른 사례”라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버지는 케냐 출신으로 미국 하와이 유학 도중 오바마의 백인 어머니를 만나 결혼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과거 영국의 식민지이던 케냐 혈통이어서 반영(反英) 감정을 갖고 있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존슨 시장은 22일 일간지 ‘더선’ 기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취임 직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있던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흉상을 영국대사관에 반납했다”며 “케냐 흑인의 혈통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이 처칠 전 총리가 열렬히 옹호하던 대영제국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징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존슨 시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브렉시트에 반대하자 문제의 글을 실었다. 전날 영국을 찾은 오바마 대통령은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영국이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려면 EU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존슨 시장의 주장에 대해 22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처칠 총리의 흉상은 백악관 2층 내 집무실 출입문 바로 바깥에 있으며 매일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처칠 전 총리의 외손자인 니컬러스 솜스 보수당 의원은 “존슨의 끔찍한 글은 완전히 틀렸다. 멍청하고, 매우 모욕적”이라고 비난했다. 노동당 그림자 내각의 존 맥도널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보리스의 발언은 토리당(보수당) 인종 차별의 또 다른 사례”라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버지는 케냐 출신으로 미국 하와이 유학 도중 오바마의 백인 어머니를 만나 결혼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디젤 자동차의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해 파문을 일으킨 독일의 폴크스바겐이 미국 법무부와 소비자 손해배상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의 이번 합의가 국내 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안(案)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다만 미국 정부처럼 배상을 강하게 요구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20일(현지 시간) 독일 일간 디벨트는 폴크스바겐이 피해를 본 미국 소비자에게 1인당 5000달러(약 565만 원)씩 배상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이 21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 전달될 것이라고 전했다. 폴크스바겐이 미국 소비자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모두 30억 달러(약 3조39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배상 방법으로 폴크스바겐이 미국에서 판매된 문제 차량 가운데 2000cc급 차량 최대 50만 대를 되사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환매 대상 차량은 제타 세단과 골프 콤팩트, 아우디 A3로, 3000cc급 엔진의 아우디, 포르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은 제외된다. 한국 정부는 폴크스바겐의 국내 소비자 배상 문제에 대해 “소비자 개개인이 민사소송을 통해 직접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내리는 과징금 외에는 다른 처벌 조항이 없어 국내 소비자에 대한 배상을 강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미국과 캐나다 피해자에게 1000달러 상당의 상품권과 바우처를 보상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한국과 유럽을 포함한 나머지 지역 고객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국내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차량 소유주 4300여 명은 이미 한국과 미국 양국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저감장치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가 동일하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 보상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미국에서 소비자 보상안이 최종 결정되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실제보다 배출가스 양이 적게 표시되도록 눈속임하는 소프트웨어 장치를 디젤차에 설치했다가 작년 9월 미국에서 최초로 적발됐다. 미 법무부는 당시 60만 대에 장착된 불법 소프트웨어가 배출가스 통제체계를 왜곡한 바람에 배출가스가 과다 발생했다면서 청정공기법 위반 혐의로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최대 900억 달러(102조 원)에 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이번 미국에서의 합의와 관련한 국내 소비자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본사와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환경부로부터 리콜 계획서 승인을 아직 못 받은 상태여서 리콜부터 진행하는 게 우선순위”라며 “리콜 승인을 받은 후에 국내 소비자 배상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달 환경부에 일부 내용을 보완한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차량 수리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소프트웨어 개발 일정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중순경 리콜 계획서를 다시 제출할 방침이다.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임현석 기자 /파리=전승훈 특파원}
영국의 ‘최고령 군주’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21일 90번째 생일을 맞는다. 20일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왕실은 춥고 변덕스러운 날씨를 피해 6월에 공식 생일 행사를 갖는다. 왕실의 독특한 관행에 따른 것이다. 그 대신 여왕은 ‘진짜 생일’인 21일엔 주말 거주지인 윈저 성에서 가족들과 만찬을 가지며 조촐하게 보내기로 했다. 만찬에는 TV 리얼리티 요리경연 프로그램 우승자가 구운 케이크가 식탁에 오른다. 여왕은 22일 유럽을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오찬을 함께한다. 여왕의 생일을 기념하는 열병식 등 공식 행사는 6월 10∼12일 사흘간 진행된다. 버킹엄 궁 앞 거리인 ‘더 몰’에서 1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는 대규모 야외 파티 ‘후원자의 점심’은 가장 중요한 행사다. 이 기간에 세인트폴 성당에서 감사예배가, 버킹엄 궁 앞 광장에서 공식 축하 행사가 열린다. 영국 우정공사는 21일 4대에 걸친 왕실 가족이 함께 찍은 구순(九旬) 생일 기념우표를 발행한다. 기념우표에는 여왕과 아들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세손, 증손자 조지 왕자(3) 등 3명의 영국 왕위 계승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포함됐다. 왕실 기념우표에 처음 등장한 조지 왕자는 어른들과 키 높이를 맞추기 위해 발판에 올라선 채 밝게 웃는 귀여운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여왕의 90번째 생일을 앞두고 민영방송 ITV는 지난달 말 부활절 연휴에 ‘90세가 된 우리의 여왕’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20일 BBC 인터뷰에서 “여왕의 임무 수행과 타인에 대한 관용과 배려는 ‘좋은 군주’로서 따르고 싶은 최고의 모범”이라며 “성장 과정에서 여왕에게 보호받고, 그분의 삶을 지켜보면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1952년 2월 부친인 조지 6세가 세상을 뜨자 25세의 나이로 왕위를 이어받은 여왕은 지난해 9월 9일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 기간(1837∼1901년)인 63년 7개월을 넘어서며 영국 최장 재위 군주로 기록됐다. 여왕은 주 1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의 독대를 포함해 요즘도 연간 393가지 임무를 수행한다. 여왕에 대한 여론의 호감도는 최근 70%까지 올라가 1981년 이후 최고치다. 여왕을 30년 동안 경호했던 리처드 그리핀은 20일 영국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왕은 평소 평범한 차림으로 대중 사이에서 돌아다니길 즐긴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의 ‘최고령 군주’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21일 90번째 생일을 맞는다. 20일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왕실은 춥고 변덕스러운 날씨를 피해 6월에 공식 생일행사를 갖는다. 왕실의 독특한 관행에 따른 것이다. 대신 여왕은 ‘진짜 생일’인 21일엔 주말 거주지인 윈저성에서 가족들과 만찬을 가지며 조촐하게 보내기로 했다. 만찬에는 TV리얼리티 요리경연 프로그램 우승자가 구운 케이크가 식탁에 오른다. 여왕은 22일 유럽을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오찬을 함께 한다. 여왕의 생일을 기념하는 열병식 등 공식행사는 6월 10~12일 사흘간 진행된다. 버킹엄궁 앞 거리인 ‘더 몰’에서 1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는 대규모 야외파티 ‘후원자의 점심’은 가장 중요한 행사다. 이 기간 중 세인트폴 성당에서 감사예배가, 버킹엄궁 앞 광장에서 공식 축하 행사가 열린다. 영국 우정공사 21일 4대에 걸친 왕실 가족이 함께 찍은 구순((九旬) 생일기념 우표를 발행한다. 기념우표에는 여왕과 아들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세손, 증손자 조지 왕자 등 3명의 영국 왕위 계승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포함됐다. 왕실 기념우표에 첫 등장한 조지 왕자(3)는 어른들과 키 높이를 맞추기 위해 발판에 올라선 채 밝게 웃는 귀여운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여왕의 90번째 생일을 앞두고 민영방송 ITV는 지난달 말 부활절 연휴에 ‘90세가 된 우리의 여왕’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20일 BBC 인터뷰에서 “여왕의 임무 수행과 타인에 대한 관용과 배려는 ‘좋은 군주’로서 따르고 싶은 최고의 모범”이라며 “성장 과정에서 여왕으로부터 보호받고, 그 분의 삶을 지켜보면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1952년 2월 부친인 조지 6세가 세상을 뜨자 25세의 나이로 왕위를 이어받은 여왕은 지난해 9월 9일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1837~1901)의 통치 기간인 63년 7개월을 넘어서며 영국 최장 재위 군주로 기록됐다. 여왕은 주 1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독대를 포함해 요즘도 연간 393가지의 임무를 수행한다. 여왕에 대한 여론의 호감도는 최근 70%까지 올라가 1981년 이후 최고치다. 여왕을 30년 동안 경호했던 리차드 그리핀은 20일 영국 ‘더 타임스’ 인터뷰에서 “여왕은 평소 평범한 차림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돌아다니길 즐긴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17일 이집트를 공식 방문해 1조 원대 프랑스제 무기판매 계약을 맺었다. 중동을 순방 중인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오후 80개 회사, 650명의 기업인이 포함된 대규모 외교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도착했다. 양국 정상은 경제와 군사안보, 에너지, 관광 등 30여 건의 협력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양국이 수개월 간의 협상 끝에 10억 달러(약 1조1480억 원) 이상의 전투기와 군함 등 무기거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이집트 정부가 엘시시 대통령 취임 22개월간 최대의 업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수에즈 운하 확장공사 준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9개월 만에 다시 이집트를 공식 방문해 “강력하고 특별한 유대관계”를 선언했다. 이집트는 지난해 2월 프랑스로부터 56억 유로(약 6조4300억 원) 규모의 최신예 전투기 라팔 24대를 구입하기로 계약했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프랑스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판매하려다 포기했던 12억 유로(약 1조5800억 원) 상당의 미스트랄급 최첨단 상륙함 2척을 이집트가 사들이기도 했다. 엘시시 정권은 이집트 국민이 최초로 선출한 이슬람계 무하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2013년 군부가 무력으로 축출하고 들어선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다. 이처럼 이집트의 인권문제 등으로 껄끄러운 서유럽국가와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엘시시는 프랑스와의 친분과 경제협력을 특별히 강조해왔다. 그러나 올랑드 대통령은 17일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집트의 인권문제와 시위진압 시 공권력 행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올랑드는 자신이 엘시시와의 회담에서 “올해 초 카이로에서 이집트 민중봉기 5주년 기념시위에 참여했다가 고문당한 시신으로 길거리에서 발견된 이탈리아 유학생 줄리오 레제니의 피살사건과 지난 2013년 9월 이집트의 교도소 안에서 폭행을 당해 숨진 프랑스 청년 에릭 랑의 인권문제를 거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엘시시 대통령은 “레제니 사건이 이집트 경찰에 의한 것이란 의혹은 이집트를 아랍세계와 유럽 우방국으로부터 이간시키려는 ‘악한 세력들’의 음모”라고 주장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유럽 난민 위기의 최전선인 그리스 레스보스 섬을 방문해 12명의 시리아 난민을 데리고 바티칸으로 돌아왔다. 바티칸에 따르면 이들 시리아 난민 세 가족 12명은 모두 무슬림으로 유럽연합(EU)과 터키가 난민 송환 협정을 맺기 이전에 난민캠프에 도착한 사람들이다. 이 중 6명은 어린이다. 시리아 난민 누르 에사(30·여)는 “악천후 속에서도 레스보스로 향하는 배에 올랐는데, 추방되지 않고 이탈리아로 가게 됐다”며 기뻐했다. 이들은 로마에 머물면서 가톨릭 자선단체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 이번 조치는 교황청과 그리스 및 이탈리아 정부 사이의 사전 협약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가 밝혔다. 앞서 교황은 16일 바르톨로뮤 1세 동방 정교회 총대주교, 예로니모 아테네 대교구장과 함께 레스보스 섬의 모리아 난민캠프를 찾았다. 교황은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결코 희망을 잃지 말라”고 격려했다. 난민들은 교황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고, 일부는 교황의 발 앞에 엎드려 “자유”를 외치며 교황에게 도움을 청했다. 난민들과 점심을 함께한 교황은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난민들을 위해 바다에 화환을 던지며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교황은 바티칸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난민 어린이들이 선물로 준 그림 두 장을 기자들에게 보여줬다. 한 장은 아이가 바다에 빠져 죽는 모습을, 다른 한 장은 바다에 빠진 난민을 보며 태양이 울고 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었다. 교황은 “이 어린이들 마음속에 이런 장면이 있다. 태양이 울 수 있다면 우리도 (난민을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성명에서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의 말기에 봉착했던 비인간적인 상황과 유사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난민들이 떠나온 지역의 내전과 종교탄압, 인신매매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긴급구호 활동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과 5분간 면담했다. 샌더스는 면담 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탐욕이 아닌 도덕에 기반을 둔 경제의 필요성에 대해 교황과 논의했다”며 “아내와 함께 교황과 시간을 가진 것은 큰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샌더스는 19일 경선을 치르는 뉴욕 주를 비롯해 펜실베이니아, 캘리포니아 주 등 대의원 수가 많이 걸려 있는 지역에 가톨릭과 히스패닉계 유권자가 많아 교황과의 만남이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6·25전쟁 직후 부산의 독일적십자병원에서 수간호사로 일했던 106세 독일인 수녀 할머니의 생존이 확인됐다. 주독 한국대사관은 14일(현지 시간) 수소문 끝에 브레멘 외곽 올덴부르크 시에 거주하는 샤를로테 코흐 수녀 간호사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코흐 수녀는 44세였던 1954년 서독 정부의 대(對)한국 의료지원 목적에 따라 부산 독일적십자병원에 파견돼 2년 동안 간호사로 일하며 수술을 도왔다. 주독 한국대사관은 지난해 8월부터 한독 양국의 우호 증진을 위한 대(對)독일 보훈사업 대상자를 찾기 위해 당시 의료진의 생존 확인 작업을 벌여왔다. 코흐 수녀는 1954∼1959년 운영된 독일적십자병원 의료진 중 생존이 확인된 첫 사례다. 이경수 주독 대사는 “보훈 근거가 정식으로 마련되기 전까지 해당 의료진에 감사의 뜻을 표하는 것으로 양국의 친선 관계를 돈독히 하고 추후 보훈사업을 펼치기 위해 생존 확인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20일 베를린에서 430km 떨어진 올덴부르크 수녀요양원에서 열리는 코흐 수녀의 106세 생일축하연에 참석한다. 코흐 할머니는 지난달 자신을 찾은 한국대사관 측에 눈물을 흘리면서 “부산에 더 머물고 싶었으나 귀환하라는 요구가 있어서 일찍 독일로 돌아왔다”며 “한국인들은 친절하고 정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1954년 5월 부산여고 자리에 250병상 규모로 개원한 독일적십자병원은 1959년 3월 폐원 때까지 독일에서 의사, 간호사, 약사 등 117명의 의료진이 파견됐다. 이 병원은 매년 간호실습생 20명을 교육했고, 그들 대부분이 폐원 이후 파독 간호사로 활약함으로써 파독 간호사의 뿌리 역할도 했다. 이 대사는 독일 ‘의사잡지’에 보낸 편지에서 “독일 의료진은 한국의 현대의학 기술 발전에 중요한 기반을 마련해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월 독일 바이에른 주 통근열차 충돌 사고는 철도 신호 제어 담당자가 휴대전화 게임에 정신이 팔린 탓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영국 BBC방송은 독일 수사 당국이 39세의 신호제어 담당자를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검찰은 “피의자가 철도 서비스 규정을 위반하고 사고 당일(2월 9일) 근무 중 휴대전화를 켰으며 온라인 게임에 접속해 사고 직전까지 장시간 게임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바이에른 주 바트아이블링 인근의 단선 곡선 구간을 달리던 통근열차 두 대가 정면으로 충돌해 기관사 4명과 승객 7명이 숨지고 85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대부분 출근 중이던 24∼59세였다. 이 사고는 독일의 ‘안전 신화’에 금이 가게 한 대표적인 사고로 꼽혔다. 검찰은 “피의자는 진술에서 사고 당시 휴대전화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인정했다”며 “그가 게임에 정신이 팔려 주의가 분산돼 사고 열차들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으며 이후 긴급 호출에도 잘못된 조합의 무선 기호를 보낸 것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지난 2월 독일 바이에른 주 통근열차 충돌 사고는 철도 신호제어 담당자가 휴대전화 게임에 정신이 팔린 탓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영국 BBC방송은 독일 수사당국이 39세의 신호제어 담당자를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검찰은 “피의자가 철도서비스 규정을 위반하고 사고 당일(2월 9일) 근무 중 휴대전화를 켰으며 온라인 컴퓨터 게임에 접속해 사고 직전까지 장시간 동안 게임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독일 바이에른 주 바트 아이블링 인근의 단선 곡선 구간을 달리던 통근열차 두 대가 정면으로 충돌해 기관사 4명과 승객 7명이 숨지고 85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대부분 출근 중이던 24~59세였다. 사고는 독일의 ‘안전 신화’에 금이 가게 한 대표적 사건으로 꼽혔다. 검찰은 “피의자는 진술에서 사고 당시 휴대전화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인정했다”며 “그가 게임에 정신이 팔려 주의가 분산돼 사고 열차들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으며 이후 긴급 호출에도 잘못된 조합의 무선 기호를 보낸 것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사고 원인이 될 만한 열차나 신호시스템의 기술적인 결함이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한국의 독립운동은 우리만의 역사가 아니라 24개국을 무대로 제국주의에 저항했던 세계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침략과 전쟁 없이 공존하고 평화를 이루자는 독립운동 정신은 현대에도 계승해야 합니다.”(윤주경 독립기념관장)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제7대학(디드로대)에서 열린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 ‘한국 독립운동과 프랑스’ 국제학술대회에 매헌 윤봉길 의사(1908∼1932)의 장손녀인 윤주경 독립기념관장, 프랑스 파리위원부 위원장 김규식 선생(1881∼1950)의 손녀 김수옥 여사 등 독립운동가 후손 5명이 참석했다. “1919년 중국 상하이 프랑스 조계(租界·개항도시의 외국인 거주지)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임정) 수립을 전후해 대(對)유럽 외교 활동의 중심지는 파리였습니다. 할아버지인 김규식 선생이 1919년 파리강화회의서 독립청원서를 제출해 전 세계에 한국 독립을 알리는 등 활발한 독립외교 활동을 펼쳤습니다.”(김수옥 여사) 독립기념관과 국민대, 파리7대학이 공동 주최한 이날 학술대회에는 파리에서 임정의 외교선전 활동을 전개했던 서영해 선생(1901∼?)의 손녀 스테퍼니 왕 여사, 상하이에서 독립운동을 한 김의한 정정화 선생의 손녀 김선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도 참석했다. 임정 외교부장으로서 프랑스를 상대로 임정의 연합국 승인을 위한 독립 외교를 벌였던 조소앙 선생(1887∼1958)의 손녀인 김상용 국민대 교수는 “김구 신익희 김규식 조소앙 선생 등 임정 독립운동가들은 광복 직후 국민대 설립을 위한 기성회에 참여해 교육을 통한 건국 사업에 나서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이어 파리 제1구청에서 열리는 ‘자유 한국, 평화를 꿈꾸다’ 전시회를 둘러보고 김규식 선생이 1919년 파리 샤토됭 가(街) 38에 설치했던 파리위원부 건물을 방문했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로랑 키스피 교수(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는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이 프랑스에서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1921년 ‘한국친우회’를 결성하고 한국 독립운동의 정당성을 지지했던 루이 마랭 등 프랑스 지식인들의 역할도 컸다”며 “프랑스는 자유와 평화를 원하는 한국인의 정당한 요구에 공감했고 한국의 독립운동을 적극 지원했다”고 말했다. 윤 관장은 “할아버지인 윤봉길 의사는 나라 없던 시절 이웃과 나라를 위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행동으로 옮긴 청년이었다”며 “요즘 낙담한 젊은이들이 자신과 국가 발전을 위해 고민할 때 윤 의사를 멘토(스승)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아이슬란드에서 ‘해적당’의 돌풍이 거세다. 조세회피 자료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 이후 탈세 의혹이 제기된 총리가 사임했지만 유권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올가을 조기 총선에서 해적당이 집권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해적당은 43%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독립당과 함께 연정을 이끌고 있는 진보당의 지지율은 7.9%에 그쳤다. 해적당은 인터넷 파일 공유를 막는 저작권법과 특허권의 철폐, 온라인 직접민주주의, 정치적 투명성과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세계 69개국에서 청년을 중심으로 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2006년 세계 최초로 창당된 스웨덴 해적당은 2009년 유럽의회에 2명의 의원을 당선시켰고, 독일 해적당도 2011년 지방 주의회 선거에서 당원 45명을 의회에 진출시켰다. 아이슬란드 해적당이 올해 조기 총선에서 집권한다면 역사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골과 뼈’로 된 깃발을 내건 아이슬란드 해적당의 돌풍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해적당 지지자인 오마르 하프스타인손 씨(62·전기기술자)는 “기존 정당들은 이러한 부패 구조의 일부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새로운 해적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해적당 원내대표인 비르기타 욘스도티르 의원(49)은 “해적당은 인터넷 저작권법 개혁을 넘어 정치 시스템 전체를 변화시키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의 극우정당 돌풍과 달리 ‘해적당’은 특정 좌우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최고 의사결정은 모든 당원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분산돼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 토론을 통해 이뤄진다. 해적당에는 당수도 없고, 지도부도 없으며 매년 의원총회를 주재하는 의장만 뽑는다. 그러나 해적당은 마약 합법화, 주 35시간 근무제 등 이색 공약으로 눈길을 끌지만 정당 조직이나 자금력이 부족해 집권에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멈춰! 그건 쓰레기야.” 1979년 프랑스 카날플뤼스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대가족(La Grande Famille)’에 출연한 음식비평가의 한마디에 스튜디오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는 제작진이 음식 재료로 슈퍼마켓에서 사온 소시지와 햄을 사회자에게 집어던지며 “수치스러운 음식!”이라고 일갈했다. 요리사이자 음식평론가, 작가로 유명했던 장피에르 코프가 TV에서 스타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29일 78세의 나이로 타계한 코프는 현대식 정크푸드와 싸우며 프랑스 미식(美食)의 전통을 지켜온 투사로 프랑스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머리와 둥근 테 안경이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수많은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직설적인 화법으로 ‘나쁜 음식’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그에게 공격을 당한 요리사와 레스토랑, 식품회사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출판사들은 그를 반겼다. 거의 반세기 동안 그가 출간해 온 책이 100만 부나 넘게 팔렸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먹는 것은 이제 그만!’ ‘값싼 가격으로 맛보는 요리의 즐거움’ ‘코프의 일생’ 등은 그의 타계 소식에 다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1938년 프랑스 동부 뤼네빌에서 태어난 코프는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아버지를 전장에서 여의고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는 어머니에게 요리를 배우며 프랑스 전통 식습관이 몸에 뱄다고 회고했다. 파리에서 출판사, 기업 홍보실, 문방구 관리자, 연극배우, TV 진행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갖던 그는 1976년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그는 1979년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과들루프에서 열린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4개국 정상회의의 음식 서비스를 총괄하면서 ‘프랑스 음식’의 자존심을 꺾지 않아 외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당시 AP통신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햄버거를 주문했는데 코프가 “여기는 프랑스 식당이며, 프랑스 음식만 서비스된다”고 거절했다는 것. 카터 대통령 일행은 곧바로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가버렸고, 이 사진은 다음 날 모든 미국 신문 1면에 실렸다. 이후 코프는 “미국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한 요리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의 대표작인 ‘값싼 가격으로 맛보는 요리의 즐거움’은 총 34만 부나 팔렸다. 그는 이 책에서 하루에 9유로 이하의 재료로 가족들의 식사를 만들어내는 조리법을 소개했다. 그의 지론은 “요리는 기쁨”이라는 것이다. 즐거움은 단순함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 요리는 절대 스트레스가 돼선 안 되며, 복잡하거나, 비싼 재료를 이용한 레시피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요리란 절대 깜짝 놀라게 하거나, 칭찬을 받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요리를 하고 빵을 만드는 것은 검소함과 겸손함을 배우는 위대한 학교다”라고 강조한다. 그의 책 ‘쓰레기를 먹는 것은 이제 그만!’(사진)에서 “인공적으로 염색하고, 향료가 첨가되고, 분쇄하거나 두껍게 만든 것을 먹지 말라”고 조언한다. 제철음식, 신토불이(身土不二) 음식 재료를 강조하는 것은 우리와 똑같다. 그는 “군것질보다는 늘 제대로 된 ‘한 끼의 식사’를 하려고 노력하라”는 말을 ‘먹는 즐거움’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소개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조세 회피를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 후폭풍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 4일 사상 최대 조세회피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의 공개로 부친 이안 캐머런(2010년 9월 사망)이 조세회피처인 바하마에 투자펀드를 두고 탈세한 정황이 드러나 자신에게도 조세회피 의혹이 일자 4차례에 걸쳐 성명을 내며 이를 전면 부인해왔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는 사흘이 지난 7일에야 아버지의 역외 신탁회사 지분 보유 사실을 뒤늦게 인정해 궁지에 몰렸다. 야당과 시위대는 캐머런 총리가 그동안 조세 포탈 기업과 개인들을 계속 비난해 왔다는 점에서 총리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9일 영국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 앞에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캐머런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BBC가 전했다. 분노한 시위대는 ‘캐머런 OUT’이란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충돌했고, 인터넷에서는 캐머런 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에 10만 명이 넘게 서명했다고 영국 일간 ‘미러’가 보도했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대표는 “돈을 어딘가 세금을 내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은 사실상 우리 사회에 필요한 서비스에서 돈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당 출신인 켄 리빙스턴 전 런던시장은 “당장 물러나야 할 뿐만 아니라 캐머런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 같은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캐머런 총리는 10일에는 2009년 총리 취임 이후 6년간 자신의 모든 금융기록이 담긴 재정보고서도 전격 공개했다. 캐머런 총리는 11일에는 자신의 부친의 사례를 포함해 ‘파나마 페이퍼스’와 관련된 탈세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영국 국세청과 국가범죄수사국이 참여하는 합동조사팀(TF) 구성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는 자신의 금융기록을 공개했다가 오히려 상속세를 회피한 논란에 휘말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0일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2010년 숨진 부친으로부터 상속세 면제 한도액인 30만 파운드를 물려받은데 이어 모친으로부터도 2011년 5월과 7월 각각 10만 파운드씩 20만 파운드(약 3억2500만 원)를 송금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에선 소유자가 사망하기 7년에 증여할 경우 최대 32만5000 파운드까지 상속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모친이 2년만 더 살아있게 되면 송금액의 40%에 해당하는 8만 파운드를 면제받으려는 ‘꼼수’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6~7일에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캐머런 총리의 국정 운영지지도는 36%에 그쳤다. 2013년 7월 이래 3년 만에 최저치다. 6월 23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캐머런 총리의 국정운영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