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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배경을 놓고 여야는 서로 “네 탓”이라며 공방을 계속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무리하게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을 연계시켜 개혁안 처리가 불발됐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이 새정치연합의 ‘몽니 부리기’로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부칙으로라도 명기하지 않으면 공무원연금 개혁을 처리할 수 없다는 야당 주장은 개혁 의지를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새누리당은 공무원 단체가 합의문 초안에서 제시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과 이와 관련한 보험료율 조정’이라는 부분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여기에 ‘(소득대체율) 50%’를 들고 나온 새정치연합의 의도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새정치연합은 청와대를 정조준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공무원연금개혁특위 대책회의에서 “청와대 말 한마디에 여야가 함께했던 약속이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며 “청와대에 동조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야당 무시, 국회 무시, 의회 민주주의 무시로 정치도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개혁특위 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 계파 싸움과 새누리당의 내분을 감추려는 정치적 계산을 100만 공무원과 국민의 이익과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허위 뻥튀기 자료로 국민을 속이고 청와대의 오판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여야 지도부가 비판 여론 속에서도 처리를 약속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6일 끝내 무산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날 본회의 상정 예정이었던 법안들을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연계함에 따라 청년 일자리 창출 등에 직결된 주요한 민생법안 처리도 줄줄이 무산됐다. 여야 대표가 나흘 전에 합의 서명한 공무원연금 개혁안마저 처리하지 못하면서 정치력 실종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국민연금 관련 표현 방식을 놓고 격돌했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50% 인상’ ‘재정절감분의 20%를 공적연금 강화에 사용’한다는 내용을 사회적 기구 관련 국회 규칙에 명기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새누리당 유승민,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다시 협상을 벌여 국회 규칙의 부칙에 붙이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 절충안을 추인하지 않았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되자 새정치연합은 연말정산 추가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등 나머지 법안 처리도 모두 거부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일 (여야 대표 간) 합의된 사항 이상의 다른 것은 더 받아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국민들 앞에서 보증한 내용을 오로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뒤집었다”고 비난했다. 이날 본회의가 파행되면서 새정치연합은 11일부터 한 달간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고, 새누리당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원포인트 국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개혁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여야가 합의했던 ‘4월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장기간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2월 17일 신영철 전 대법관의 퇴임으로 대법관 공백 사태가 빚어진 지 78일 만이다.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는 158명이 참석해 찬성 151표, 반대 6표, 무효 1표로 가결됐다. 야당 의원들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 의장은 “대법관의 공백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사법부의 정상적인 운영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임명동의안 표결 처리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파괴한 역사적 죄악”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손해가 가장 큰 사람은 젊은 공무원과 젊은 국민, 그리고 미래의 한국인들이다.”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 합의에 대해 한 누리꾼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미래 세대에 떠넘겼다”며 정치권을 맹비난하고 있다. 정작 청년 일자리와 직결되는 법안들의 처리는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줄줄이 늦어지고 있다. 총선, 대선을 앞두고 표와 직결되는 노·장년층에 매달리는 ‘표(票)퓰리즘’이 빚어낸 폐단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세대 전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6일 열리는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는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경제 활성화 법안 9개 가운데 크라우드펀딩법안(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안) 등 3개만 처리될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정부 여당이 대표적인 ‘청년 일자리 창출법’으로 규정하고 4월 국회에서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이번에도 처리 목록에서 빠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그동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2020년까지 청년 일자리를 무려 35만 개나 창출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야당의 반대를 넘어설 만큼의 정치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3만9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예상되는 의료법 개정안과 1만7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기대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 처리도 6월 임시국회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청년 일자리가 살길”이라고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입법 과정에서는 나 몰라라 한 것이다.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도 마찬가지다. 여야는 연금액을 결정하는 지급률을 20년에 걸쳐 0.2%포인트 낮추도록 했다. 나중에 연금을 받게 될 젊은 공무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다. 한국납세자연맹은 “큰 기득권을 누리는 기수급자들을 거의 건드리지 않는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통합에 실패했고, 기대보다 낮은 수준으로 개혁이 이뤄진 것에 대해서도 청년층은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트위터에는 “공무원은 역시 철밥그릇” “국민 알기를 얼마나 우습게 아는지 알 것 같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율을 지금보다 20%가량 높여야 한다. 젊은 세대가 그 짐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시간적(세대 간) 형평성 고려 좀 해 달라” “표심 때문에 나온 타결이다”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30년 정도 지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합의안인데 젊은 세대가 져야 할 부담에 대해서 이슈화가 덜 되는 게 문제”라며 “젊은 세대도 본인들 문제에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6일 본회의에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해 표결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의장은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에서 ‘4월 임시국회가 끝난 뒤 별도의 원 포인트 국회라도 열어 표결 처리하겠다’는 합의를 가져오지 않는 한 6일 표결을 하도록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건 절차적 민주주의”라며 “야당의 반대 의사가 확고하다면 여당 의원들을 설득해야지 ‘무조건 상정해선 안 된다’는 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말고 놔두자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 “대법관 결원으로 국민이 겪는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내 판단으로는 (법적인 청문 절차는) 끝났다. 더이상 미루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표결을 위한) 본회의 날짜를 1주일 뒤에라도 (야당이) 정한다면 문제가 다를 수 있다”며 여지를 뒀지만 야당은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원 포인트 국회를 여는 데 부정적이다. 6일 임명동의안이 상정될 경우 야당은 표결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장택동 will71@donga.com·한상준 기자}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 당사자는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한다. 일반인이라면 인지상정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의혹의 당사자가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교한 해명이 필요하다. 정치인의 말에는 막중한 정치적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터진 뒤 언론 보도의 흐름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메모 내용대로 실세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줬는지 여부다. 다른 하나는 관련자들의 해명이 사실이냐다. 후자와 관련해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이 전 총리의 경우 성 회장과 친한 사이였는지, 2012년 4월 4일 성 회장과 충남 부여의 선거사무실에서 독대했는지에 대한 해명이 문제가 됐다. 이 전 총리는 “의원 1년을 같이 한 것 외에는 특별한 인연이 없다”, “(선거사무실에서) 단독으로 특정 의원을 만나고 그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총리와 성 회장은 충청권 출신이고 의정 생활도 같이 한 만큼 “개인적으로 친분이 깊다. 선거사무실에서 독대했는지 여부는 확인해 보겠다” 정도로 설명했다면 논란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문재인 대표도 성 회장의 2007년 특별사면과 관련한 질문에 처음부터 “사면은 법무부의 업무”라고 해명하는 바람에 일을 키웠다. 헌법에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만에 하나 법무부가 사면을 전담했다고 한들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봐야 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안타까운 일이다’ 정도로 답했다면 어땠을까.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두고 해명 관련 논란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어떤 게 정말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가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데는 도청을 사주했다는 것보다 거짓말을 한 게 더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 전 총리나 문 대표 같은 노련한 정치인들이 왜 축소 지향적 해명으로 논란을 자초하는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를 두고 한 중진 의원은 “여론을 먹고 사는 정치인은 자기 보호 본능이 유독 강하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여론’이라는 게 단순하지가 않다.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발언을 여론은 순순히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 복잡하게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진실’이다. 임기응변이 아니라 진실이 바탕이 된 해명은 호소력을 갖게 되고 당사자에게 힘이 될 수 있다. 진실로 호소하더라도 용인받지 못할 만한 사안이라면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낫다.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여야가 2일 우여곡절 끝에 공무원연금 개혁에 합의했지만 당초 청와대와 여당이 목표로 제시했던 ‘구조개혁’에는 실패했다.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함으로써 모수(母數)개혁을 뛰어넘어 국가 백년대계를 세우겠다는 구상이 무너진 것이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이 발의한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은 구조개혁을 목표로 재직 중인 공무원과 신규 채용 공무원 연금 구조를 둘로 나눴다. 재직자는 현행 7%인 기여율(월급에서 연금으로 떼는 보험료 비율)을 10%로 올리고 지급률은 현행 1.9%에서 1.25%로 낮추는 반면에 신규 공무원에게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여율 4.5%, 지급률 1.0%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대로 개혁이 이뤄지면 현재 재직 중인 공무원들에 대한 연금 지급이 모두 끝나고 신규 공무원들만 연금을 받게 되는 시점에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통합된다. 여권은 구조개혁이 이뤄지면 더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할 필요가 없게 되고, 공무원과 일반 국민 간 갈등도 사라진다는 점을 장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 사회적대타협기구에 참여한 공무원단체 측은 “공무원연금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올 국민연금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구조개혁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야당이 이에 동조하면서 구조개혁 달성이라는 목표도 실종됐다. 결국 여야가 합의한 개혁안은 재직자와 신규 공무원을 분리하지 않고 기여율은 9%로, 지급률은 1.7%로 낮추는 모수개혁 방식으로 정리됐다. 모수개혁 방식은 현행 공무원연금제도의 틀은 유지하면서 주요 수치만 조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가 재정이 어려워지면 또다시 공무원연금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와 사회적 갈등이 일어날 불씨가 남게 됐다. 지금까지 이뤄진 3차례의 공무원연금 개혁도 모두 모수개혁 방식이다. 먼저 1995년 개혁은 기여율을 3.6%에서 4.9%로 올리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제를 도입했다. 2000년 개혁은 기여율을 5.525%로 올리고, 연금 산정 기준을 최종 소득에서 ‘퇴직 전 3년 평균’으로 바꿨다. 2009년에는 퇴직 전 3년 평균이던 연금 산정 기준 보수를 ‘전 재직 기간 평균’으로 낮췄다. 지급률을 2.1%에서 1.9%로 낮추고, 기여율은 5.525%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인상했다. 다만 이번 개혁안에는 처음으로 소득 재분배 기능을 포함시켜 구조개혁적 요소를 일부 반영함으로써 ‘구조개혁적 모수개혁’이 됐다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설명했다. 지급률 1.7% 가운데 1%에 대해서는 공무원 개인 본인의 소득과 전체 공무원 평균 소득을 각 50% 반영해 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 지급률에 해당하는 1%를 분리해 소득 재분배를 적용함으로써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이 높아진다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분석했다. 나머지 지급률 0.7%에 대해서는 소득 비례 방식으로 산정해 지급한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꺼릴 게 없다면 자리를 내려놓고 깨끗이 수사를 받아라.”(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 “혐의가 나온다면 당장이라도 그만둘 용의가 있다. 저도 인간인데 (성완종) 리스트에 있는 이름 석 자 갖고 경거망동할 수는 없다.”(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2차 특별사면에 깊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있다.”(새정치연합 전정희 의원) “말이 안 된다. 제보를 한 사람을 알려 달라.”(이병기 실장) 1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성완종 리스트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3월 취임 후 처음으로 운영위에 업무보고차 출석한 이병기 실장은 야당 의원들로부터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이 실장은 “진위를 떠나 이름이 오르내려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검찰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받아쳤다. 새정치연합 이찬열 의원이 “수사를 받기 전에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려가라”고 압박하자 이 실장은 “전혀 돈을 받은 바 없는 사람이 왜 내려가겠느냐”고 맞받았다. 사퇴 요구가 이어지자 “비서실장이라고 검찰에서 조사를 못 받는 건 아니다. 전직 대통령도 검찰이 조사한 적 있고, 현직 대통령의 아들도, 형님도 조사한 적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성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알고 지낸 지 한 30년 된 사이인데 나한테 조언을 부탁한 적은 있지만 금전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014년 3월 이후 140여 차례 통화한 것에 대해선 “지난해 6월 성 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받기 직전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집중적으로 전화를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실장은 “대통령이 ‘이름이 났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 정도로 물었고 ‘전혀 금전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성 회장 특사를 문제 삼았다. 유의동 의원은 “현 정부에서 특정인에 대한 사면 요청이 있다면 비서실장이 모를 수 있느냐”고 묻자 이 실장은 “전체적으로 (대통령비서실장인) 내가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성 회장 특사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특사 경위를 모른다고 한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청와대가 4·29 재·보궐선거 직전 박근혜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공개한 것도 논란이 됐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의원이 “선거 직전 대통령 건강에 대해 상세히 브리핑한 것은 혹세무민(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인다는 의미) 아니냐”고 따지자 이 실장은 “대통령의 건강과 선거가 직접 관련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4·29 재·보궐선거의 주연은 각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들과 여야의 당 대표였지만 ‘주연급 조연’ 역할을 한 유력 정치인도 적잖았다. 재·보선 성적표에 따라 이들의 희비가 엇갈렸고 향후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오세훈·김문수 ‘맑음’, 이정현은 ‘흐림’ 새누리당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이번 재·보선의 수혜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사퇴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등장을 불러왔다는 ‘원죄론(原罪論)’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여당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서울 관악을 공동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오신환 의원 지원 유세에 집중했다. 오 전 시장과 오 의원은 2006년 서울시장과 서울시의원으로 인연을 맺었다. 오 전 시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인사들이 현장에 많이 다녀갔고 선대본부장을 맡다 보니 접촉면이 넓어져 소통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최근 옛 소장파 전·현직 의원들의 모임에 참석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전 지사는 경기 성남 중원에서 신상진 의원의 공동 선대본부장을 맡아 지역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운동권 후배인 신 의원의 당선을 도왔다. 김 전 지사는 “1980년대에 성남에서 활동했고 경기도지사도 지내 아는 사람이 많은데 열심히 노력한 보람이 있다”며 기뻐했다. 그는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개혁’ 이미지를 높인 데 이어 이번 재·보선 승리로 차기 대선후보군의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이정현 최고위원의 표정은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광주 서을 선거를 책임지고 정승 후보의 유세에 앞장섰지만 정 후보는 11.1%의 낮은 득표율에 그쳤다. 이 최고위원은 유세 도중 “광주 시민들이 이정현을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안철수 ‘반사이익’ 기대, 박지원 ‘호남 맹주’ 흔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당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재·보선의 반사이익을 얻었다. 새정치연합이 4곳에서 모두 패하며 문재인 대표의 지도력에 의구심이 커졌고 “정권 교체의 대안이 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주목받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이번 선거전에서 전력투구하며 ‘선당후사(先黨後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노(비노무현) 세력의 한 축인 김한길 전 대표도 대안을 모색하며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호남의 맹주 격으로 동교동계와 함께 선거를 지원했지만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을 참패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광주 서을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이 ‘호남정치 복원’을 기치로 세력화를 공언한 만큼 호남 지분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박 전 원내대표의 당내 입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박 전 원내대표의 ‘당권-대권 분리론’이 결과적으로 들어맞았다”며 “박 전 원내대표가 친노(친노무현) 지도부의 ‘호남 홀대론’을 들고 나올 경우 힘이 쏠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
29일 실시된 재·보궐선거에서 승패를 가른 결정적 변수는 ‘야권 분열’이었다. 야권 후보가 분열된 3곳의 선거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모두 졌다. 선거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성완종 리스트’는 선거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번 재·보선은 지난해 말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소속 의원 3명의 의원직이 박탈되면서 시작됐다. 올 3월 인천 서-강화을에서 새누리당 안덕수 전 의원이 의원직을 잃으면서 재·보선 선거구는 총 4곳으로 늘었다. 통진당 의원들이 당선됐던 지역구 3곳은 전통적으로 야권의 세력이 강한 곳. 광주는 명실상부한 야권의 ‘성지(聖地)’로 일컬어졌고 서울 관악을에서도 1988년 이후 현 여당 성향 의원이 당선되지 않았다. 경기 성남 중원은 옛 통진당의 핵심 세력인 경기동부연합의 근거지다. 모든 조건은 야당에 유리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에서 천정배 정동영 전 의원이 탈당한 뒤 출마했고 성남 중원에서 통진당 의원 출신 김미희 후보가 출마하면서 ‘야권 분열’이 현실화됐다. 선거 구도가 근본적으로 흔들린 것이다.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절대로 놓칠 수 없었던 광주 서을에서 천정배 의원이 당선된 것은 야권 분열의 파괴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결과다. 당의 안방 격인 광주를 사수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문재인 대표는 4월 한 달 동안 7차례나 광주를 방문했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공천 과정에서 동교동계와 친노계가 갈등하면서 돌아서기 시작한 광주 민심은 끝내 새정치연합을 외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노(반노무현)’ 정서까지 더해졌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4선 중진 정치인인 천 의원이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낮은 자세로 선거운동을 한 것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광주시의원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천정배의 정치 인생을 우리 손으로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심리가 매우 강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의 인물 경쟁력도 천 후보에게 뒤졌다는 평가다. 서울 관악을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이 승리한 결정적 원인도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와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로 야권 표가 갈렸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당내 후보 경선 과정에서 패배한 김철수 양지병원장에게 비례대표 자리를 약속하며 끌어들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김희철 전 의원의 도움을 끝내 받지 못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여권 실세 8명의 이름과 금액을 적은 메모를 남기면서 촉발된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이번 선거는 크게 출렁였다. 재·보선을 불과 20일 앞두고 사건이 불거지자 여당 내에서는 “이번 선거는 물 건너갔다”는 탄식이 나왔다. 야당은 이 사건 이후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29일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투표로 박근혜 정권의 경제 실패, 인사 실패, 부정부패까지 ‘3패’를 심판해 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파괴력은 미미했다. 새누리당을 넘어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야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라는 호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여권이 2007년 말 성 회장의 특별사면 문제를 놓고 공세를 펼치는 것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사건 초반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성역 없는 수사’와 ‘정치개혁’을 주문하며 선제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이 28일 와병 중에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것도 새누리당 지지층 결집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총선과 달리 재·보선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데다 낮은 투표율 때문에 조직 표가 당락을 가른다는 ‘재·보선의 철칙’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여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재·보선은 철저히 지역 선거라서 중앙 정치의 이슈로 승부가 갈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새줌마(새누리당+아줌마)’를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하며 선거구별 숙원사업 해결을 약속한 새누리당의 ‘지역일꾼론’ 전략도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장택동 will71@donga.com ·한상준 기자}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성완종 리스트’ 사건 관련 메시지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진정성 없는 대독(代讀)사과”라며 맹비난했다.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 “적절했다”라고 평가했지만 일각에서는 “미흡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경기 성남 중원에서 선거 유세지원 도중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은 대통령 말씀이 유감”이라며 맞불을 놓았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유감을 표시할 게 아니라 분명하게 사과해야 한다”며 “자신(박 대통령)과 연관된 엄청난 비리 사건인데도 공정한 수사를 보장하는 아무런 조치를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성 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데 대해 문 대표는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직접 정쟁을 부추기고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대단히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차기 정권의 대통령을 배려한 퇴임 대통령의 사면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게 이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나”라고 덧붙였다. 문 대표는 또 “박근혜 정권은 국민의 비판을 받는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늘 물 타기로 국면을 바꿔나갔다”며 “국민들은 박 대통령을 뽑을 때 신뢰 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내 탓은 하나도 안 하고 남 탓만 했다”고 꼬집었고 주승용 최고위원은 병풍(兵風) 사건에 빗대 “세간에서는 대통령의 와병 메시지에 대해 ‘신병(病)풍’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언급은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말씀”이라며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해서 새로운 정치개혁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도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대통령 자신이 몸통”이라는 문 대표의 발언에는 “재·보궐선거에서 4 대 0으로 패할 것이 두려워서 조금 정신을 잃은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당연히 맞는 말씀하셨다”면서도 ‘내용과 형식 측면에서 모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만 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재·보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특사 문제를 언급해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줬다”고 분석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배혜림 기자}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이 27일 공세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내건 ‘부패 정권 심판론’을 “적반하장”이라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여 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은 6500만 원을 수수했다고 첫 공판에서 구속됐고 당원권을 정지시켰다”며 “그런데 새정치연합 한명숙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2심 (유죄) 판결이 났는데도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정치연합이) 부정부패로 우리를 비판할 자격이 있나”라고 따졌다. 박대출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받았다는 1억 원짜리 시계 두 개만 해도 새정치연합의 적반하장은 국민이 보기에 민망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자신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자신과 무관한 일인 양 위선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또 여당이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2차 특별사면 논란을 제기한 것에 대해 “도둑이 도리어 ‘도둑 잡아라’ 외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완구 총리의 사퇴를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임을 수용하면서 아무런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측근들의 비리에 대해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 줄 것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이 총리 사표 수리로)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정치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가 읽혀진다”고 주장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
“최북단 접경지역인 강화에서 국방을 제일로 하는 안보정당 (안상수) 후보가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신동근 후보는 강화의 아들이고, 저는 강화의 사위다. 아들과 사위가 손잡고 강화 발전을 책임지겠다.”(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4·29 재·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27일 여야 대표는 접전 지역으로 꼽히는 인천 서-강화을을 나란히 공략했다. 김 대표는 이날 강화 곳곳을 누비는 ‘올인(다걸기)’ 전략을, 문 대표는 광주 서을, 인천 서-강화을, 서울 관악을을 순회하는 총력전을 폈다.○ ‘인천 집중’ 김무성 vs ‘광주-인천-서울’ 문재인 김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인천 서-강화을 일대를 훑었다. 이곳은 2000년 이후 현 여권 후보들이 내리 당선됐던 곳인 만큼 김 대표로선 양보할 수 없는 곳.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직격탄을 맞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예정에 없던 1박을 하기로 한 김 대표는 “강화와 인천 검단은 새누리당 후보를 꼭 당선시켜야 할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광주에서 조영택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유세에 나섰다. 이달 들어 광주에서 1박 2일 일정을 소화한 게 벌써 네 번째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정배 후보의 지지율이 생각보다 높아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오후에는 인천 서-강화을을 찾았다. 그는 “(잔여 임기인) 1년만 신 후보에게 맡겨 달라”며 “신 후보에게 예산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직책을 맡겨 강화가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호소했다.○ 여야 모두 “투표함 열어봐야 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경기 성남 중원은 우세, 인천 서-강화을과 서울 관악을은 박빙, 광주 서을은 열세로 보고 있다. 인천과 서울은 선거 초반 여당 후보가 다소 앞섰지만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불거지면서 야당 후보가 맹추격하는 양상이어서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인천 서-강화을에서는 보수층이 얼마나 집결할지, 서울 관악을은 야권 표가 얼마나 갈릴지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인천과 서울) 두 곳의 현장 분위기를 보면 성완종 리스트의 파급 효과가 점차 옅어지고 있는 추세여서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서울 관악을, 광주 서을에서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광주 서을은 문 대표가 집중적으로 방문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고, 서울 관악을에선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여당 후보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서울, 광주는 물론 인천도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서 승리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막판까지 접전 양상을 보이겠지만 4곳 중 2곳 이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장택동 기자}
24일 4·29 재·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되면서 여야의 선거전도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대부분의 후보는 이날 사전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선거구 4곳의 평균투표율은 2.61%로 지난해 7·30 재·보선 사전투표 첫날 평균투표율 3.13%보다 낮았다. 여야는 이번 주말이 승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총력전에 돌입했다. 당초 이번 재·보선은 통합진보당 해산에 따라 빈 곳의 의원을 다시 뽑는 ‘초미니 선거’로 출발하면서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거물급 야당 인사들이 탈당해 야권의 내전(內戰) 양상을 띠기 시작했고, ‘성완종 리스트’ 사건 이후엔 정권심판론까지 제기되면서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김무성, 수도권에 ‘다걸기’ 새누리당은 전날에 이어 서울 관악을에서 총력 유세를 펼쳤다.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는 유세차량을 타고 골목골목을 다니며 오신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고, 퇴근시간대에는 신림역에서 ‘불개미 유세’라는 이름으로 젊은 유권자들을 만났다. 김 대표는 이날 “지난 27년 동안 관악구를 맡은 (야당) 국회의원이 뭘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개미처럼 구멍구멍을 다 찾아다니면서 인사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거리에서 만난 주민들에게는 “바로 사전투표를 하러 가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선거전 초반 야권 후보가 난립해 새누리당이 조심스럽게 승리 가능성을 점치던 관악을은 ‘성완종 리스트’가 터지면서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말에도 김 대표는 수도권에 전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25일에는 경기 성남시 중원구를 방문해 유세차량을 타고 지역을 샅샅이 훑은 뒤 26일 다시 관악을로 돌아와 표심 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 문재인, 탈당파와 ‘한판 승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전날에 이어 관악을을 방문했다. 오전 신대방역에서 정태호 후보와 함께 출근길 주민들에게 인사를 한 뒤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진행했고, 저녁에는 신림역에서 유세를 펼쳤다. 낮에는 경기 성남시 중원구 구석구석을 훑는 ‘골목 뚜벅이 유세’를 했다. 문 대표는 “무소속으로는 박근혜 정부를 심판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을 이길 제1야당에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표는 26, 27일 광주 서을을 다시 찾는다. 20, 21일에 이어 닷새 만에 다시 광주에서 1박 2일 유세에 나서는 것이다. 광주 서을과 서울 관악을은 ‘야당의 텃밭’이지만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천정배 정동영 전 의원이 각각 출마하면서 판세가 요동치고 있는 곳이다. 새정치연합은 특히 광주 서을에서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게 다소 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 선거구에 출마했던 옛 통진당 측 후보의 사퇴도 막판 변수다. 새정치연합은 옛 통진당 후보 지지층이 정동영 천정배 후보 측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차단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3일 ‘호남 총리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이날 4·29 재·보궐선거 광주 서을 지원 유세에서 “박근혜 대통령께 말씀드린다”며 “이완구 국무총리가 경질되면 전라도 사람을 한번 총리를 시켜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기자들과 만나 ‘호남 총리’ 발언에 대해 “그건 내 진심이야”라고 강조했다. ‘호남 총리’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남미 순방에서 귀국한 이후 본격화할 총리 인선 논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부에선 국민 통합을 위해 호남 총리를 발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 25일엔 이번 재·보선의 사전 투표가 실시된다. 투표소는 선거를 실시하는 모든 읍면동에 1곳씩 총 72곳에 설치된다.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공무원증 또는 관공서나 공공기관이 발행한 사진이 붙어 있는 신분증을 가지고 가야 투표를 할 수 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지금까지 쌓아 온 노력이 한 번에 무너졌다.”(새누리당) “‘성완종 파문’ 이후 ‘정권 심판론’이 생각보다 먹히지 않고 있다.”(새정치민주연합) 4·29 재·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둔 22일 여야 모두 ‘성완종 리스트’ 후폭풍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부동층이 등을 돌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기대한 상승세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보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선거 초반에만 해도 인천 서-강화을과 경기 성남 중원에서 무난히 이기고, 서울 관악을도 야권 후보가 여럿이 나오면서 어부지리 승리를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에 여당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민심이 나빠졌고 선거 지역 어디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새누리당은 내부적으로 성남 중원은 우세, 인천 서-강화을은 접전으로 예상했다. 관악을은 야권 지지율이 오르면서 막판 접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김무성 대표는 이날 인천 강화와 성남 중원 등 ‘텃밭 사수’에 주력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완구 총리가 20일 사퇴하면서 여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더이상 악화되지 않는다면 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관악을과 인천 서-강화을은 박빙, 광주 서을과 경기 성남 중원은 추격 구도”라며 “이 총리의 사퇴로 중도층의 표심이 우리 쪽으로 이동하면서 후보 다수가 상승세”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고민도 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호재라고 봤지만 당내 여론조사 결과 여전히 승기를 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가속화할 경우 여권 지지층이 결집한다면 지지층 대결장이 될 재·보선에선 야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배혜림 beh@donga.com·장택동 기자}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이었던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 문제가 정리되면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국정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싸울 것은 싸우되 본연의 할 일도 하라는 얘기다. 4월 국회에는 공무원연금 개혁,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준동의안, 경제활성화 법안 등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 총리 거취가 정리된 만큼 야당도 민생법안 등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고 여당은 압박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21일 주례회동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에 전·현직 대통령비서실장을 출석시키는 문제 등을 놓고 맞서다 결론을 못 냈다.○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불투명 정부와 여당은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법안만큼은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5월 6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하기로 수차례 합의했던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고 야당에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도 공무원연금 개혁법안은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약속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돌발변수가 크게 생겼지만 이미 합의된 것들의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에 참여한 여야와 정부, 공무원 노조 측은 보험료를 현행보다 더 걷는 데에는 대체적으로 합의했지만 연금을 덜 받는 것에는 노조 측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실무기구는 22일 회의를 열고 쟁점에 대해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준동의안 처리도 시급하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묻혀 정치권의 관심에서 멀어진 사이에 대법관 공백 사태가 64일째 이어지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카드까지 꺼냈지만 새정치연합은 박 후보자 인준 표결은 거부할 방침이다.○ 야당도 민생법안 처리에 나서야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부터 처리를 추진해 온 30개 경제활성화 법안 중 남아 있는 9개 법안과 연말정산 보완대책 관련 입법을 4월 국회에서 매듭지을 방침이다. 하지만 여야 간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3월 17일 ‘청와대 3자 회동’에서 경제활성화 법안 중 대표 격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 “보건·의료를 제외하면 처리할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러나 보건·의료를 제외하는 것에 여야 간 이견이 있고,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는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사퇴 문제 때문에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기재위는 이날 KIC의 투자 적정성 여부와 예산 집행 투명성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연말정산 보완대책과 관련해 여야 원내대표는 7일 주례회동에서 소득세법 개정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성완종 파문’에 묻혀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기재위는 22일 조세소위를 열고 소득세법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누리과정 재원 마련을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도 시급하다. 그러나 야당은 성완종 리스트 관련 공세의 고삐를 다잡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른바 ‘친박비리 게이트’ 결의문을 발표하고 △박 대통령의 사과 △리스트 인사들에 대한 출국 금지 △국회 운영위 소집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회를 볼모로 대여 투쟁에 매달릴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장택동 will71@donga.com·민동용 기자}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3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2월 17일 총리에 취임한 지 62일 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총리가 고심 끝에 이날 오후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한 것으로 안다”면서 “박 대통령이 27일 귀국한 뒤 사의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총리실도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총리실의 사의 표명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박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는 총리직을 수행하지만 21일 이 총리가 주재할 예정이던 국무회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신 주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2013년 4월 4일 당시 충남 부여-청양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이 총리의 선거 사무실에서 3000만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총리는 이런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두 사람이 선거 사무실에서 만난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왔고, 거짓말 논란이 확산되면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박 대통령은 16일 출국 직전 김 대표와의 긴급 단독 회동 자리에서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해 “(순방에서) 돌아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시한부 총리’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내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국 수습을 위해 이 총리의 조기 자진 사퇴가 바람직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도 이 같은 기류에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총리도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장택동 will71@donga.com·배혜림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20일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을 이달 안에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야당에 협조를 요청했다. 정 의장은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대표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하루 더 열고 4월 임시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고 정 의장 측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 처리를 하도록 정 의장이 최대한 설득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직권상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달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국회는 7일 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지만 야당이 청문회 추가 개최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공판기록 추가 열람을 요구하며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정 의장의 제안에 대해 “청문경과보고서 채택과 표결 처리를 전제로 청문회를 하루 더 여는 것은 곤란하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 국정 공백이 없어야 한다. 그때까지 1주일만 참아 달라.” 4·29 재·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19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을 방문한 김무성 대표가 상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와 관련해 한 발언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4·19혁명 55주년 기념식에서 이 총리를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할 말도 없고 악수만 했다”고 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3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 탓에 여권 내에서조차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이 총리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27일 박 대통령 귀국 때까지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단기 재임 총리 중 한 명으로 기록되는 불명예를 안을 수도 있다.○ 악수만 나눈 이완구 총리-김무성 대표 이 총리는 박 대통령이 16일 중남미 순방에 나선 이후 첫 외부 일정으로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총리는 기념사에서 “부정과 불의에 맞서 꽃다운 목숨을 바친 민주영령들에게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안 계시지만 국정이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 국정을 챙기겠다”며 총리직 수행에 대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이 총리의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져가고 있다. 김 대표는 “1주일만 참아 달라”는 미묘한 말도 했다. ‘이 총리가 1주일짜리 시한부 총리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김 대표는 “아니다. 대통령이 ‘와서 결정하겠다’고 했으니까 (기다려 달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문재인 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행사가 열리기 전 따로 묘지를 참배했다. 문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를 염두에 둔 듯 방명록에 ‘4·19 정신 되살려 민주주의와 부패 척결 해내겠습니다’라고 썼다. 김성수 대변인은 “부패 의혹과 거짓말로 만신창이가 된 총리가 4·19 정신을 이어받자고 한 것은 웃지 못할 희극”이라고 비난했다.○ 이 총리, ‘단임 총리’ 대열에 합류할 수도 정치권에서는 2월 17일 취임한 이 총리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어 재임 기간이 채 3개월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1987년 개헌 이후 재임 기간이 가장 짧은 총리는 노재봉 전 총리로 120일이다. 총리 자리가 대권 주자급 정치인들에게 득(得)보다는 실(失)이 된 사례가 많았다. 이명박 정부의 정운찬 전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취임 11개월 만에 물러났고, 노무현 정부 ‘실세 총리’였던 이해찬 의원도 2006년 ‘3·1절 골프 파동’으로 사퇴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강신명 경찰청장은 17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메모를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사망한 다음날인 10일에 보고받았지만 청와대에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강 청장을 상대로 “정권 핵심 인사가 명단에 들어 있는 메모를 청장에게 다음날 보고하는 것이 정상이냐. 경찰이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강 청장은 “경찰의 수사체계가 보통 본청에 수사상황을 보고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창일 의원은 “(성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 날 차를 타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집 앞에 내려 문을 몇 십 번 두드렸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하자 강 청장은 “김 전 실장 자택 주변의 CCTV 31개를 다 확인했는데 변사자(성 회장)는 전혀 나타난 게 없다”고 말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