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원

사지원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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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편견을 허물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4g1@donga.com

취재분야

2024-10-23~2024-11-22
문학/출판38%
문화 일반17%
역사13%
음악10%
인사일반7%
지방뉴스3%
기업3%
정치일반3%
정당3%
미술3%
  • “절친들 조금만 기다려”…오아시스, 내년 10월 한국 온다

    1990년대를 풍미한 영국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Oasis)가 1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22일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코리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내년 10월 2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오아시스 역시 이날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민국 우리의 새로운 절친들. 조금만 기다려”라며 내한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1991년 결성된 오아시스는 정규 앨범 7장이 모두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오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린 영국의 록 밴드다.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리브 포에버’(Live Forever) 등 히트곡을 다수 발매했다. 전세계 음반 판매량은 9000만 장에 이른다. 이들은 2009년 노엘·리암 갤러거 형제의 불화로 해체하고 활동을 중단했으나 올 8월 공식 SNS에 “긴 기다림은 끝났다(The great wait is over)”라는 메시지를 올리면서 재결합을 발표했다. 이후 영국과 아일랜드 투어 예매에 158개국 1000만여 명이 몰리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앞서 20일 오아시스는 SNS에 ‘말이 씨가 된다’는 메시지가 적혀있는 전광판 사진을 올려 내한 공연을 암시한 바 있다. 오아시스는 2006년 첫 내한 공연을 연 뒤 한국 팬에 대한 강한 애정을 표현해 왔다. 2009년 단독공연과 페스티벌 공연으로 한국을 두 번 찾았고, 투어에서 잘 선보이지 않던 ‘리브 포에버’를 특별히 연주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 티켓은 이달 29일 낮 12시부터 공식 예매처인 인터파크에서 구매할 수 있다. 앞서 28일에는 팬클럽 선예매가 진행된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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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척돔서, 잠실체육관서… K밴드, 연말콘서트 ‘접수’ 나선다

    올해 가요계는 ‘밴드 붐’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밴드들이 사랑을 받았다. 과거에는 마니아들만의 음악이라고 여겨졌던 밴드 음악이 대중화되면서 아이돌 음악, 트로트가 주를 이루던 K팝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밴드들은 여름과 가을 크고 작은 페스티벌에 등장해 관객들을 즐겁게 한 데 이어 연말에는 풍성한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뜨겁고 감미롭게 우리의 귀를 녹일 ‘K밴드’들의 연말 공연들을 소개한다.음원차트 역주행을 일으키며 밴드 열풍을 이끈 데이식스는 다음 달 20, 21일 이틀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단독 콘서트 ‘2024 데이식스 스페셜 콘서트 더 프레젠트(The Present)’를 연다. 콘서트를 한 달 앞둔 이달 19, 20일 열린 티켓 예매에서 2회 공연분의 3만8000여 석이 매진됐다. 국내 밴드가 고척돔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고척돔에선 방탄소년단(BTS)과 NCT127, 임영웅처럼 팬덤이 많은 가수들이 주로 공연을 펼쳐 왔다는 점을 볼 때, 데이식스의 고척돔 입성은 매우 상징적이다. JYP 관계자는 “국내 밴드 최초로 고척돔에 서는 만큼 그에 맞는 스케일로 무대를 준비 중”이라며 “연말에 많은 관객들이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청춘을 응원하는 사운드인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물론 ‘예뻤어’, ‘해피(Happy)’ 등 데이식스의 다양한 히트곡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밴드 붐의 시초 격인 넬도 다음 달 20∼22일 사흘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크리스마스 인 넬스룸 2024’를 연다. 넬스룸은 넬이 2003년부터 해마다 개최해 온 대표 연말 콘서트 브랜드로, 넬의 여러 공연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뛰어난 영상미와 완성도 높은 구성은 물론 공연장을 가득 채운 향기 등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공연으로 유명하다. 소속사 스페이스 보헤미안 관계자는 “사용되는 발광다이오드(LED)의 수 등 무대 규모 측면에서 역대 최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올해로 데뷔 27주년을 맞은 자우림도 다음 달 27∼29일 사흘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 ‘미드나잇 익스프레스(MIDNIGHT EXPRESS)’를 연다. 자우림 공식 인스타그램은 “2024년과 2025년을 잇는 자우림의 특급 열차가 다시 출발한다”며 “한 해의 기쁨과 슬픔, 절망과 희망을 담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공연”이라고 이번 연말 공연을 소개했다. 페스티벌계의 황제로 불리는 밴드 데이브레이크도 다음 달 새 미니 앨범 ‘세미콜론(SEMICOLON)’을 발매한 후 같은 이름의 콘서트를 개최한다. 다음 달 28, 29일 이틀간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진행되는 콘서트는 데이브레이크가 미스틱스토리로 이적한 뒤 처음 가지는 콘서트라 팬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미니앨범에는 ‘세미콜론’과 ‘올드&와이즈(Old&Wise)’, ‘리듬, 이 밤은’, ‘영원하라’ 등 데이브레이크의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4곡이 담겨 있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드러낸 인디 밴드들도 연말 공연에 가세하고 있다. 2022년 엠넷의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에 출연해 3위를 차지한 유다빈밴드는 다음 달 30, 31일 서울 명화라이브홀에서 단독 콘서트 ‘우리는 밤―오늘은 잠에 들 거예요’를 연다. 벌써 5번 연속 단독 콘서트 매진이다. 지난해 강변가요제 대상을 탄 밴드 ‘엔분의일’도 다음 달 14일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2024 엔분의일’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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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암동 새 교사는 강인한 석조 건축… 민족 독립의지 표상”

    “직원과 학생들은 송현동 구교사에서 고별식을 하고 교기(校旗)와 ‘보성전문학교’라는 간판을 앞세우고 열을 지어 신교사로 향했다.” 1934년 9월 29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지금으로부터 90년 전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이 안암동에 지어진 새 교사(현 고려대 본관)로 이전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당시 인촌 김성수 선생(1891∼1955)은 세계인에게 내세울 우리 민족의 민립대학을 세우겠다는 포부로 1932년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했다. 건축가 박동진(1899∼1981)에게 의뢰해 1934년 안암동 신교사(현 고려대 본관)를 준공했다. “1934년 고려대의 안암동 시대 개막은 1920년대 좌절됐던 민립대학 설립의 꿈이 인촌 선생에 의해 다시 빛을 보게 된 역사적 사건입니다.” 19일 전화로 만난 한용진 고려대 근대교육연구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근대교육연구소는 최근 고려대의 안암동 이전 90주년을 기념해 ‘안암 90주년: 1920∼30년대의 보성전문학교’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보성전문학교는 1905년 대한제국의 황실 예산을 담당한 내장원경(內藏院卿)을 맡았던 이용익이 세운 황립 학교에서 시작됐다. 이후 이용익이 일제의 탄압을 피해 러시아로 망명해 사망한 뒤 이용익의 손주 이종호를 거쳐 3·1운동 민족대표였던 천도교 교주 손병희에게 학교가 넘어갔다. 이후 구미 각국의 대학을 둘러보며 민립대학 구상을 다듬던 인촌이 1932년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했고, 안암동 일대에 새 캠퍼스를 마련했다. 고려대 캠퍼스 건물 중 가장 먼저 지어진 본관은 당시 흔하던 일제의 목조 건축과 달리 화강암이 사용됐다. 한 소장은 “건축가 박동진의 말처럼 일본 목조 건축의 유약성과 대비되는 화강암의 강인한 면모를 생각하면, 이는 민족 독립의 굳건한 의지를 표상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미국 듀크대의 배치와 건축 양식이 본관 건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고려대 본관은 1937년 준공된 옛 중앙도서관과 함께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1년 사적으로도 지정됐다. 1938년 본관과 정문 사이에 트랙 필드 400m와 3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탠드를 갖춘 대운동장도 만들어졌다. 이는 1936년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딴 베를린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을 모델로 한 것으로, 동양 최대 규모였다. 한 소장은 “대운동장이 존재함으로써 대학이 단지 지성뿐 아니라 야성을 겸비할 수 있었다”며 “오늘날 고려대 캠퍼스의 근원이 되는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단순 복고(復古)가 아니라 창신(創新)을 위한 원동력”이라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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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박물관 어린이관 새 단장… “문화유산 체험형 콘텐츠로”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이 ‘알기(+), 덜기(― ÷) 잇기(×), 문화유산 속 마음’을 주제로 일부 공간을 새롭게 단장해 19일 재개관한다. 올해 8월 전시 개편을 위해 휴관한 지 약 석 달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약 377㎡(약 114평) 규모로 조성된 전시 공간은 어린이들이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갖가지 체험형 콘텐츠로 채워졌다. 대표적으로 ‘요리조리, 마음 들여다보기’ 코너를 통해 의례를 표현한 풍속화인 ‘평생도(平生圖)’와 흙으로 만들어진 인형인 ‘토우(土偶)’ 등 우리 문화유산을 여러 각도에서 엿볼 수 있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마음’ 코너에서는 스스로의 마음을 문화유산의 색과 모양을 활용해 표현해 볼 수 있다. 인터랙티브 공간으로 조성된 ‘마음의 숲’은 풍성한 숲에 숨어 있는 문화유산을 찾으면 ‘마음’ 캐릭터들과 함께 춤을 출 수 있도록 꾸며졌다. 마음 캐릭터들은 어린이박물관에 방문한 어린이 약 1000명이 ‘행복’ ‘분노’ ‘슬픔’ ‘공포’ ‘놀람’ ‘부끄러움’ 등 6가지 감정에 어울린다고 응답한 색을 활용해 개발됐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재홍 관장은 “‘문화유산’을 ‘마음’이라는 추상적 주제와 연결해 어린이의 정서 발달을 돕는 융합적 체험 전시”라며 “전시 관람을 통해 언어와 비언어적 소통 능력 모두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린이박물관은 관람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5번에 걸쳐 예약제로 운영된다. 회당 정원은 260명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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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와 가볼만한 이곳…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새단장 후 재개관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이 ‘알기(+), 덜기(- ÷) 잇기(×), 문화유산 속 마음’을 주제로 일부 공간을 새롭게 단장해 19일 재개관한다. 올해 8월 전시 개편을 위해 휴관한 지 약 3달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약 377㎡(약 114평) 규모로 조성된 전시 공간은 어린이들이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로 채워졌다. 대표적으로 ‘요리조리, 마음 들여다보기’ 코너를 통해 의례를 표현한 풍속화인 ‘평생도(平生圖)’와 흙으로 만들어진 인형인 ‘토우(土偶)’ 등 우리 문화유산을 여러 각도에서 엿볼 수 있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마음’ 코너에서는 스스로의 마음을 문화유산의 색과 모양을 활용해 표현해볼 수 있다. 인터랙티브 공간으로 조성된 ‘마음의 숲’은 풍성한 숲에 숨어있는 문화유산을 찾으면 ‘마음’ 캐릭터들과 함께 춤을 출 수 있도록 꾸며졌다. 마음 캐릭터들은 어린이박물관에 방문한 어린이 약 1000명이 ‘행복’, ‘분노’, ‘슬픔’, ‘공포’, ‘놀람’, ‘부끄러움’ 등 6가지 감정에 어울린다고 응답한 색을 활용해 개발됐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재홍 관장은 “‘문화유산’을 ‘마음’이라는 추상적 주제와 연결해 어린이의 정서 발달을 돕는 융합적 체험 전시”라며 “전시 관람을 통해 언어와 비언어적 소통 능력 모두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린이박물관은 관람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5번에 걸쳐 예약제로 운영된다. 회당 정원은 260명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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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귀여운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치열해

    참새목에 속하는 ‘천인조’는 ‘긴꼬리단풍조’의 둥지에 기생해 자란다. 남의 둥지 안에 알을 낳아 부화시키는 ‘탁란’을 하는 종이기 때문이다. 이 두 종의 성체는 전혀 다르지만, 새끼 때만큼은 입이 닮았다. 새끼 천인조가 부모 긴꼬리단풍조를 속여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입이 같은 무늬로 진화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모방 전략’을 쓰는 아기 새를 보면 안쓰러우면서도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신간은 어린 동물들의 특성과 성장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무척추동물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해양 생물학자다. 그는 “모든 종의 어린 구성원은 우리 지구가 펼치는 드라마에 왕성하고 활발하게 참여하는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아메리카 대왕 오징어’로 알려진 훔볼트오징어의 알 덩어리를 기적적으로 발견한 경험을 한 이후 어린 동물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책에 따르면 어린 생명체는 성체와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진 독립적 개체다. 단지 성체가 되지 못한 미성숙한 동물이 아니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아기 캥거루에게는 어미의 육아낭을 찾아 올라갈 수 있는 강한 팔다리가 있다. 랑구르 원숭이는 태어날 때는 어미의 주의를 끄는 오렌지색이지만, 자란 뒤에는 천적의 눈에 덜 띄도록 흑백의 모습을 갖춘다. 작디작지만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도 능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강인함도 있다. 청개구리 알 무리는 포식자의 위협이 느껴지면 보다 일찍 부화해 ‘도망’치고, 얼룩상어 배아는 굶주린 포식자를 감지하면 얼어붙은 듯 정지한 채 숨을 참는다. “새끼 한 마리 한 마리는 세상이라는 천을 뚫고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작은 바늘과 같다.” 저자는 존재하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 동물들의 치열함에 경탄을 아끼지 않는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알 또는 태아에서 성체가 되기까지 온갖 위협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시절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다가온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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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마법같이 찾아온 기회…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가난한 두 가족이 집 한 채를 나눠서 살고 있었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한 할머니가 이 집에 들러 도움을 받고는 호박 하나씩을 두 가족에게 선물했습니다. 이것은 ‘마법 호박’이라면서, 다만 마법이 일어나게 하려면 슬기롭게 잘 이용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지요. 한 가족은 ‘과감히’ 호박을 갈라 속은 먹고, 씨는 밭에 뿌렸습니다. 다른 한 가족은 호박을 깨끗이 씻은 뒤 ‘소중히’ 간직했지요. 호박이 마법을 부리기를 손꼽아 기다리면서요. 두 가족은 마법 호박이란 ‘기회’를 같이 잡게 됐지만 대응법은 이렇게 아주 달랐습니다. 한참이 흐른 뒤 할머니는 이들 가족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두 가족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옛날, 옛날에∼’란 말이 서두에 붙을 것만 같은, 익숙한 전래 동화 진행 방식이 정겹습니다. 그렇기에 이국적인 그림체지만 친근하고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승자와 패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반전’이 있는 것도 책이 주는 미덕이자 매력입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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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희진, 하이브에 약 260억 풋옵션 행사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에 대한 풋옵션을 하이브에 행사했으며, 그 규모가 약 260억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가요계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이달 초 하이브에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민 전 대표가 맺은 주주간 계약에 따르면 풋옵션 행사 시 그는 어도어의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값에서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율의 75%만큼의 액수를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다. 민 전 대표는 지난해 어도어 감사보고서 기준 전체 어도어 주식의 18%인 57만 3160주를 보유하고 있다. 민 전 대표가 이달 초 풋옵션을 행사해 풋옵션 산정 기준 연도는 2022, 2023년이다. 어도어는 2022년 영업손실 40억 원, 2023년 영업이익 335억 원을 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민 전 대표는 약 260억 원을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신모 어도어 전 부대표와 김모 전 이사도 같은 날 하이브에 풋옵션 행사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 전 대표가 풋옵션 행사를 통해 실제로 거액을 손에 쥐려면 법정 다툼을 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는 7월 민 전 대표에게 신뢰 훼손 등을 이유로 풋옵션의 근거인 주주 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민 전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앞서 뉴진스는 13일 “시정 요구 사항이 14일 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소속사 어도어에 내용 증명을 보냈다. 어도어는 14일 “내용 증명을 수령해 검토 중”이라며 “지혜롭게 해결해 아티스트와 지속적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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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게시판에 ‘한동훈-가족’명의 尹비방글… 친윤-친한 갈등 재점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부인, 장인 등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온 것과 관련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계파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친윤 진영은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당무감사를 요구했고, 친한 진영은 “불법적인 글도 아닌데 당무감사 요건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잇따른 선고(15일, 25일)를 앞두고 한목소리로 ‘이 대표 때리기’에 나섰던 친윤-친한계가 다시 대립하고 나선 것이다. 당내에선 “친윤계가 그간 쌓였던 앙금에 공세에 나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논란은 당원의 성씨만 표시되는 익명 당원 게시판에 전산 오류가 발생해 작성자 이름까지 노출되면서 불거졌다. 경찰이 해당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하고 당에서도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 고발을 예고하면서 당내 사안이 수사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 친윤 “많은 당원 걱정, 의문점 빨리 해소해야” 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많은 당원이 걱정하고 있다. 의문점에 대해 빨리 해소하는 게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서범수 사무총장에게) 조사에 착수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권성동 의원도 “당원들의 당무감사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며 “한 대표에 대해서 욕설이 있었다면 당 지도부가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처했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한씨 성을 가진 당원이 4·10총선 이후 “건희는 개 목줄 채워서 가둬 놔야 돼” “보수 정권 역사상 이런 미친 영부인이 있었나” “(대통령은) 범죄 마누라 살리려고 당과 당원을 팔아먹었다” 등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을 여럿 올렸다. 이후 한 유튜버가 해당 당원의 이름이 ‘한동훈’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어 한 대표의 부인과 모친, 장인, 장모 등과 이름이 같은 당원들이 윤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주장과 사설, 기사 등을 꾸준히 올려 온 사실도 공개했다. 앞서 한 대표 측은 한 대표가 작성한 글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당 홈페이지에서 실명 인증을 받지 않아 글을 쓸 권한이 없다고 주변에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친윤 진영에서 한 대표 가족 명의의 글 작성자도 실제 누구인지 확인하자고 요구하고 나선 것.● 친한 “韓 가족과 이름 같으면 확인해야 하나” 일단 친한계 등 당 지도부는 당무감사에 미온적인 태도다. 서 사무총장은 이날 당무감사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원 게시판은 익명성이 보장돼 있다. 한 대표 가족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신원을 확인하는 게 적절하냐”고 반문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공지에서 “정당법 제24조 등에 따라 범죄에 의한 영장, 재판상 요구, 선거관리위원회 확인이 아니면 정당 당원의 신상을 열람, 공개하거나 누설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당 지도부가 최초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를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수사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주 의원은 “비방 글을 올린 ‘한동훈’은 한동훈 대표와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계속 비방용 방송을 한 유튜버에 대해서는 내일까지 시정하지 않을 경우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이날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앞서 한 대표 이름의 글 작성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당내에선 “이 대표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이렇게 다투는 게 맞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 가족을 찾겠다면 대통령 욕한 사람과 한 대표를 욕한 사람을 다 찾아야 한다”며 “그 사람들을 찾아 들어가다 보면 용산 쪽 사람이 나온다거나 하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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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사람들 뼛조각서 당시 흔적 찾아내… 파묘는 내 운명”

    2007년 한 대학교의 ‘역사서 강독’ 강의. 담당 교수가 고구려 을지문덕이 수나라 군사 30만 명을 섬멸한 살수대첩을 한창 설명할 때 한 사학과 2학년생은 의문이 생겼다. ‘전장에서 숨진 수십만 군사들의 시체로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고구려 풍토병에 감염된 병사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옮기지는 않았을까?’ 학생이 질병 관련 당대 기록이 남아있는지 묻자, 교수는 “관련 기록은 없지만 연구해 보면 재미있겠다”고 답했다. 학생은 고고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고인골(古人骨·오래된 사람 뼈)이나 동식물의 유체에 남은 DNA를 분석하는 ‘생물 고고학자’가 되겠다고 그때 결심했다. 묘를 파는 ‘파묘’가 인생의 일부가 돼버린 홍종하 경희대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40) 얘기다. “사방에 뼈들이 좀 많죠?” 지난달 경희대 유라시아 생물유존체 분석센터에서 만난 홍 교수의 연구실. 한쪽에는 100개가 넘는 ‘뼈 단지’들이 쌓여 있었다. 분석 중인 고인골과 동물 뼈들이 방 안 가득했다. 분석을 위해 뼈를 절단하는 무시무시한(?) 전동 드릴도 눈에 띄었다. 생각보다 방 안에서 퀴퀴한 냄새는 나지 않았으며, 습기가 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곳곳에 놓인 제습제들이 눈에 띄었다.고인골 DNA는 식생활과 건강, 질병 상태 등 옛 조상들의 생활상을 복원할 수 있는 핵심 자료이다. 역사 기록이나 유물로는 얻을 수 없는 생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연구 분야다. 홍 교수는 “문헌이나 유물 연구에서 발견하지 못한 역사의 ‘미싱 링크’를 찾아 복원하는 게 생물 고고학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고인골 분석은 다른 동물의 뼈에 비해 분석이 훨씬 까다롭다. 연구자들의 DNA와 고인골 DNA가 뒤섞여 잘못된 분석 결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홍 교수는 “인골은 오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발굴 현장에서 접근 인원을 최소화해야 한다. 발굴하면 뼈의 기초 분석을 통해 생전 키나 몸무게와 같은 신체 조건을 추정하고, 보다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식단과 출신지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때론 유골뿐 아니라 인체 장기가 보존된 ‘미라’가 국내에서 발견돼 이를 연구하기도 한다. 홍 교수는 2014년 10월 경북 청도군의 고성 이씨 문중묘 이장 과정에서 발견된 이징(1580∼1642)이라는 남성의 미라를 국립대구박물관과 함께 연구했다. 무덤 주인의 키는 조선 시대 일반 남성보다 큰 165.1cm로 측정됐고, 영양 상태도 좋았다. 다만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헬리코박터균과 폐 기생충에 감염됐음이 확인됐다. 홍 교수는 “골격, 영양 상태 등으로 미루어 양반인 이징으로 추정됐고, 기생충 검출 등을 보면 가재, 민물고기 등을 잘 익히지 않고 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사 결과 수백 년 전 죽은 사람의 질병과 식습관까지 밝혀낼 수 있는 셈이다. 파묘를 하고, 유골을 만지는 게 좀 꺼림직하지 않냐고 묻자 그는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연구 직후에도 뼈가 들어간 해장국이나 사골국도 잘 먹는다고. 올해 관객 1000만을 넘긴 영화 ‘파묘’를 봤냐고 하자, 아직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런 그에게도 신경 쓰이는 부분은 있었다. “주요 학술지에 논문을 실으려면 독특한 질병에 걸렸던 분의 미라나 유골이 발견되기를 바랄 수 있습니다. 다만 그분들이 과거에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고인에 대한 존중을 늘 잊지 않고 연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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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게시판에 ‘한동훈-가족’ 명의 尹비방글…친윤-친한 갈등 재점화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부인, 장인 등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온 것과 관련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계파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친윤 진영은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당무감사를 요구했고, 친한 진영은 “불법적인 글도 아닌데 당무감사 요건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잇따른 선고(15일, 25일)를 앞두고 한목소리로 ‘이 대표 때리기’에 나섰던 친윤-친한계가 다시 대립하고 나선 것이다. 당내에선 “친윤계가 그간 쌓였던 앙금에 공세에 나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이번 논란은 당원의 성 씨만 표시되는 익명 당원 게시판에 전산 오류가 발생해 작성자 이름까지 노출되면서 불거졌다. 경찰이 해당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하고 당에서도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 고발을 예고하면서 당내 사안이 수사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친윤 “많은 당원 걱정, 의문점 빨리 해소해야”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많은 당원이 걱정하고 있다. 의문점에 대해 빨리 해소하는 게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서범수 사무총장에게) 조사에 착수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권성동 의원도 “당원들의 당무감사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며 “한 대표에 대해서 욕설이 있었다면 당 지도부가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처했겠느냐”고 했다.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한 씨 성을 가진 당원이 4·10총선 이후 “건희는 개 목줄 채워서 가둬 놔야 돼” “보수 정권 역사상 이런 미친 영부인이 있었나” “(대통령은) 범죄 마누라 살릴려고 당과 당원을 팔아먹었다” 등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을 여럿 올렸다. 이후 한 유튜버가 해당 당원의 이름이 ‘한동훈’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어 한 대표의 부인과 모친, 장인, 장모 등과 이름의 같은 당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주장과 사설, 기사 등을 꾸준히 올려온 사실도 공개했다. 앞서 한 대표 측은 한 대표가 작성한 글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당 홈페이지에서 실명 인증을 받지 않아 글을 쓸 권한이 없다고 주변에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친윤 진영에서 한 대표 가족 명의의 글 작성자도 실제 누구인지 확인하자고 요구하고 나선 것.● 친한 “韓가족과 이름 같으면 확인해야 하나”일단 친한계 등 당 지도부는 당무감사에 미온적인 태도다. 서 사무총장은 이날 당무감사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원게시판은 익명성이 보장돼 있다. 한 대표 가족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신원을 확인하는 게 적절하냐”고 반문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공지에서 “정당법 제24조 등에 따라 범죄에 의한 영장, 재판상 요구, 선거관리위원회 확인이 아니면 정당 당원의 신상을 열람, 공개하거나 누설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이날 당 지도부가 최초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를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수사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주 의원은 “비방 글을 올린 ‘한동훈’은 한동훈 대표와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계속 비방용 방송을 한 유튜버에 대해서는 내일까지 시정하지 않을 경우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이날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앞서 한 대표 이름의 글 작성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당내에선 “이 대표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이렇게 다투는 게 맞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 가족을 찾겠다면 대통령 욕한 사람과 한 대표를 욕한 사람을 다 찾아야 한다”며 “그 사람들을 찾아 들어가다 보면 용산 쪽 사람 등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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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마니아어 공부는 현실도피 같았죠”

    “제게 루마니아어 공부는 비참한 현실로부터의 도피와 같은 것이었죠.” 지난달 에세이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북하우스)를 펴낸 일본 소설가 사이토 뎃초(32·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일본 지바현에서 태어난 그는 루마니아는커녕 한 번도 해외로 나간 적이 없다. 하지만 말 그대로 ‘방구석’에서 루마니아어를 독학으로 익혀 2019년부터 루마니아어로 쓴 단편소설 30여 편을 문예지에 발표했다.신간 에세이는 ‘루마니아어로 글을 쓰는 일본 소설가’가 된 그의 독특한 인생 경로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그는 본인의 에세이가 한국어로 출판된 것에 대해 “내 책이 다른 사람에 의해 번역돼 다른 나라에서 출판된 것은 처음이라 감동”이라고 했다. 그는 2015년 일본의 메이지대 일본문학과를 졸업했지만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다. 앞서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했다. 좌절에 빠져 졸업 후 그는 집에 틀어박혔고,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됐다. 암담하던 그의 일상을 바꿔놓은 것은 루마니아 영화 ‘경찰, 형용사’(2009년). 보고 또 봤고 자연스레 루마니아어에도 흥미가 생겼다. “싫어하는 것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루마니아어를 공부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학교에서 하는 공부를 싫어할 뿐,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는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루마니아어 교재를 몇 권 사서 읽었지만 부족했다. 그래서 페이스북 프로필에 ‘나는 루마니아를 좋아하는 일본인’이라고 적은 뒤 무턱대고 루마니아인 3000여 명에게 친구 신청을 보냈다. “이렇게 ‘루마니아 메타버스’를 만들면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이 루마니아어로 채워져요.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야미’ 등 루마니아인 절친과의 인연도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소설가 데뷔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졌다. 루마니아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지 약 4년 만인 2019년 인터넷 문예지 ‘리터노티카(LiterNautica)’의 편집장 미하일 빅투스로부터 투고 제안을 받은 것. 그의 첫 단편소설 ‘평범한 일본인(Un japones ordinar)’은 아빠, 남편으로서는 존경할 만한 인물이 어떤 측면에서는 무시무시한 인종차별적 심리를 드러낸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그는 소설가 한강의 작품도 여럿 읽었단다.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기쁘다는 그는 한강의 ‘희랍어 시간’에 가장 큰 애착을 느낀다고 했다. “한강의 작품은 고대 그리스어라는 미지의 언어를 배우며 주인공이 변해 가는 걸 그리고 있는데, 제가 루마니아어를 배운 경험과 통하는 게 있습니다.” 그는 히키코모리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루마니아 철학자 시오랑은 ‘고독이 가르쳐주는 것은 당신이 혼자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외로움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분명 자신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때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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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학으로 루마니아어 익혀 소설까지 펴낸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

    “제게 루마니아어 공부는 비참한 현실로부터의 도피와 같은 것이었죠.” 지난달 에세이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북하우스)를 펴낸 일본 소설가 사이토 뎃초(32‧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일본 지바현에서 태어난 그는 루마니아는커녕 한 번도 해외로 나간 적이 없다. 하지만 말 그대로 ‘방구석’에서 루마니아어를 독학으로 익혀 2019년부터 루마니아어로 쓴 단편소설 30여 편을 문예지에 발표했다. 신간 에세이는 ‘루마니아어로 글을 쓰는 일본 소설가’가 된 그의 독특한 인생 경로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그는 본인의 에세이가 한국어로 출판된 것에 대해 “내 책이 다른 사람에 의해 번역돼 다른 나라에서 출판된 것은 처음이라 감동”이라고 했다. 그는 2015년 일본의 메이지대 일본문학과를 졸업했지만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다. 앞서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했다. 좌절에 빠져 졸업 후 그는 집에 틀어박혔고,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됐다. 암담하던 그의 일상을 바꿔놓은 것은 루마니아 영화 ‘경찰, 형용사’(2009년). 보고 또 봤고 자연스레 루마니아어에도 흥미가 생겼다. “싫어하는 것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루마니아어를 공부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학교에서 하는 공부를 싫어할 뿐,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는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루마니아어 교재를 몇 권 사서 읽었지만 부족했다. 그래서 페이스북 프로필에 ‘나는 루마니아를 좋아하는 일본인’이라고 적은 뒤 무턱대고 루마니아인 3000여 명에게 친구 신청을 보냈다. “이렇게 ‘루마니아 메타버스’를 만들면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이 루마니아어로 채워져요.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야미’ 등 루마니아인 절친과의 인연도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소설가 데뷔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졌다. 루마니아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지 약 4년 만인 2019년 인터넷 문예지 ‘리터노티카(LiterNautica)’의 편집장 미하일 빅투스로부터 투고 제안을 받은 것. 그의 첫 단편소설 ‘평범한 일본인(Un japones ordinar)’은 아빠, 남편으로서는 존경할 만한 인물이 어떤 측면에서는 무시무시한 인종차별적 심리를 드러낸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그는 소설가 한강의 작품도 여럿 읽었단다.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기쁘다는 그는 한강의 ‘희랍어 시간’에 가장 큰 애착을 느낀다고 했다. “한강의 작품은 고대 그리스어라는 미지의 언어를 배우며 주인공이 변해 가는 걸 그리고 있는데, 제가 루마니아어를 배운 경험과 통하는 게 있습니다.” 그는 루마니어를 익히면서 외국어 공부가 자신의 내면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나와 전혀 다른 문화권의 언어를 배우면 그 과정에서 자신이 변하는 감각을 맛보게 된다”고 했다. “예전에는 낯을 가리고 내성적이었는데, 루마니아어를 배운 지금은 오히려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즐겁다고 느낍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데는 그런 막강한 힘이 깃들어 있거든요.” 그는 최근 루마니아어에 이어 몰타어, 룩셈부르크어도 공부하는 중이란다. 그는 히키코모리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루마니아 철학자 시오랑은 ‘고독이 가르쳐주는 것은 당신이 혼자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외로움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분명 자신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때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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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왕실 행사 기록 담은 ‘별감방일기’ 번역본 발간

    국립중앙도서관은 조선 후기 왕실 행사의 방식 등을 기록한 업무일지인 ‘별감방일기(別監房日記)’의 한글 번역본(사진)을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2005년부터 도서관 소장 유일본 가운데 연구 가치가 높은 자료를 한국고문헌국역총서로 내고 있는 사업의 일환으로, 이번 책이 16집이다. 별감방일기는 별감(궁중 행사 지원 및 호위 등을 맡은 관직) 등이 소속된 액정서(掖庭署) 운영에 관한 업무일지로, 1864∼1890년 940건의 기사를 수록하고 있다. 액정서는 조선시대 임금의 명령을 전달하고 왕이 쓰는 필기구, 대궐 안 열쇠, 궁궐 설비 등을 관리하던 조직이다. 1392년(태조 1년) 설치돼 1894년(고종 31년) 폐지됐다. 별감방일기를 통해 고종 시대 왕실 행사의 진행 시기와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액정서 관리들은 왕과 왕족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호위하거나 보좌했다. 이들은 철종(재위 1849∼1863)의 장례, 경복궁 중건, 명성왕후 책봉 등 왕실의 주요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 후에는 국왕 등으로부터 하사품을 받기도 했다. 또 경복궁을 중건할 때는 원납전(願納錢)을 냈는데, 별감들이 중인 신분임에도 일정 수준의 경제력을 갖췄음을 짐작할 수 있다. 중앙도서관은 “별감들에 대한 하사품을 누가 얼마나, 어떤 종류로 수여했는지를 연구하면 당시 왕실의 권력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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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팬이 더 많은 日 도미오카 “한국어 공부중”

    “아이(愛·‘사랑’을 뜻하는 일본어 단어)와 아이가 마주친 건 기분 탓이 아니었겠지. 마음과 마음이 스쳐 지나간 걸 알았으면 좋았을걸.” 1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일본 가수 도미오카 아이(22)가 국내 최대 규모의 J팝 축제 ‘원더리벳 2024’에서 자작곡 ‘Good bye-bye(굿 바이바이)’의 첫 소절을 한국어로 개사해 부르자 객석에서 함성이 터졌다. 갈색 야구 점퍼 차림에 붉은 기타를 든 도미오카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서정적인 멜로디를 돋보이게 했다. 관객들은 호응을 유도하는 그의 목소리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날 그는 ‘I wanna’를 비롯해 ‘Missing you’ 등 7곡을 연달아 열창했다.8∼10일 사흘간 열린 ‘원더리벳 2024’에는 일본 대표 걸그룹 AKB48과 모던 록밴드 스미카, 한국 인디밴드 실리카겔 등 양국 가수 40개 팀이 무대에 올라 관객 2만5000명을 끌어모았다. 첫날에는 스미카가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출연했고, 둘째 날에는 일본 힙합 듀오 크리피 너츠와 싱어송라이터 미레이가 나왔다. 그동안 일본 가수들의 단독 내한 공연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처럼 많은 일본 가수들이 한꺼번에 무대에 선 페스티벌은 처음이다. 최근 몇 년 새 국내에서 일고 있는 ‘J팝 열풍’에 따른 것이다. 원더리벳 관계자는 “최근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J팝 인기로 인해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과 충성도 높은 기존 J팝 팬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한 도미오카는 2022년 데뷔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곡 ‘굿 바이바이’가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주목받은 뒤 보이그룹 엔하이픈의 선우와 한국 걸밴드 QWER이 커버 곡을 불렀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진행된 도미오카의 ‘깜짝 버스킹’에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린 데 이어 올 9월 한국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그는 공연 직후 동아일보와 만나 “내 노래는 완전 J팝 스타일인 데다 영어도 많아 한국에서 인기가 있을 줄 몰랐는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 줘서 너무 놀랍고 기쁘다”며 “앞으로 많은 한국 가수들과 협업하는 등 활발히 한국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2주에 한 번씩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일본 걸그룹 사쿠라자카46의 무대도 객석을 한껏 달궜다. 회색 정장 차림으로 ‘OVERTURE’, ‘승인욕구’ 등 10곡을 부르자 관객들이 노래 박자에 맞춰 ‘어이!’를 연달아 외쳤다. 공연장을 찾은 사쿠라자카46의 팬인 임모 씨(30)는 “일본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아이돌들을 국내에서 한꺼번에 만나 볼 수 있어 꿈만 같다”고 했다. 한국 걸밴드 QWER이 ‘고민중독’, ‘내 이름 맑음’ 등 히트곡 8곡을 부른 데 이어 ‘베텔기우스’로 유명한 남성 싱어송라이터 유리(유우리)가 헤드라이너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고양=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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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8월에 태어난 미국 아이들은 왜 ADHD에 취약할까

    아동의 생년월일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율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일까. 이 책 저자들은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9월 1일 학기가 시작되는 미국에서 8월에 태어난 초등학생들과 전년도 9월에 태어난 초등학생들의 ADHD 진단 및 치료 비율을 비교한 것. 그 결과 8월생의 ADHD 진단 및 치료 비율이 전년도 9월생에 비해 약 34% 높았다. 이는 8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전년도 9월 1일에 태어난 아이보다 364일이 어린데도 같은 학년으로 묶인 데 따른 효과로 분석됐다. 초등학생 때는 약 1년의 차이가 무시할 수 없는 발달 수준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어서다. 그런데도 이들은 같은 나이로 묶여 동일한 수준의 학업 성취를 요구받는다. 발달 수준에 못 미치는 아이들을 진단하는 의사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동저자 2명은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보건정책학 교수로, 의학 박사학위 외에도 경제학과 통계학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의학계의 괴짜 경제학자’로 불리는 이들은 의료현장에서 눈여겨보지 않지만 의미 있는 여러 현상에 주목한다. 특히 경제학에서 자주 활용되는 ‘자연실험’(연구자의 인위적 개입 없이 실험설계와 유사한 상황이 우연히 발생한 것)을 통해 대규모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 중에는 ‘대통령들은 업무 수행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남들보다 빨리 늙을까?’ 같은 엉뚱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연구도 있다. 물론 가장 정확한 연구방법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대통령을 평범한 사람으로 만든 뒤, 대통령직을 수행했을 때의 수명과 비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저자들은 17개국의 데이터를 활용해 대통령 또는 총리에 당선된 사람들과 낙선한 2위 후보들의 기대 수명을 비교했다. 그 결과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들의 기대 수명이 낙선자들에 비해 2.7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데이터에 의해 시행되는 의료 행위에도 수많은 우연이 작용한다. 예를 들어 생년월일에 맞춰 연례 건강검진을 받는 2∼5세 유아들 가운데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의 독감 발병 확률이 가을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높다. 독감 예방주사를 보통 가을에 접종하기 때문이다. 즉,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은 생일쯤 이뤄지는 연례 건강검진 외에 접종만을 위해 다시 가을에 병원을 찾는 빈도가 낮다. 이에 비해 가을에 태어난 아이들은 건강검진 때 독감 예방접종도 맞을 수 있어 독감 발병 확률이 더 낮은 것. 이처럼 우연은 삶의 여러 흐름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우연에 몸을 맡기라는 식의 허무한 결론을 맺지 않는다. 무의식적인 편견과 우연이 어떻게 의사와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메시지다. 예를 들어 2021년 미국 텍사스에 한파가 몰아쳤을 때 국가보험 청구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정전이 48시간 이상 지속되면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기준치보다 9.3배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전에 대응해 무리하게 발전기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높아진 것. 일견 쓸모없어 보이는 호기심이 유의미한 사실을 발견해 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풍부한 데이터와 그래프를 기반으로 쉽게 설명한 점도 몰입도를 높인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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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기 문명의 뿌리 ‘히타이트’, 고대 인류의 흔적 엿보다

    “케메트(고대 이집트)의 백성이 하티(히타이트)로 도망치거나 하티의 백성이 케메트로 도망친다면 그들을 돌려보낼 것이다. 그러나 그 백성들은 엄한 벌을 받지 않을 것이다.” 기원전 1258년경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2세와 히타이트 왕 하투실리 2세가 체결한 ‘카데시 평화조약’ 명문이다. 앞서 기원전 1274년 고대 오리엔트 세계의 패권을 놓고 히타이트와 이집트는 카데시(현 시리아 지역)에서 맞붙었다. 두 강대국은 16년에 걸쳐 전쟁을 벌였지만 결국 승부를 짓지 못하고 세계 최초의 성문 평화협정인 ‘카데시 조약’을 맺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조약 명문은 가로 13.8cm, 세로 17.6cm 크기의 점토판에 쐐기문자로 새겨져 있다. 전쟁 재발 방지나 포로 교환을 위한 인도주의 조치까지 적시돼 현대의 국제법 조문을 보는 듯하다. 6일 찾은 국립김해박물관의 ‘튀르키예 특별전―히타이트’ 전시에선 카데시 조약을 다룬 동영상이 흥미를 끌었다. 이번 전시에선 히타이트의 수도 하투샤(현 지명 보아즈칼레)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 212점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히타이트를 단독으로 조명한 전시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경남 김해시와 튀르키예 초룸시가 지난달 자매도시 관계를 맺은 것을 계기로 열렸다. 유물 중에는 히타이트의 수준 높은 청동 제련 기술을 보여주는 정교한 청동갑옷 비늘과 날이 아직도 살아 있는 날카로운 청동톱 등이 단독 진열돼 눈길을 사로잡았다. 히타이트는 철기 문명을 발명했지만 무기와 검, 창 등 주요 기물에는 청동기를 주로 사용했다.이 밖에 ‘황소 모양 잔’은 부리부리한 눈과 쫑긋 솟은 귀, 선명하게 뚫린 콧구멍 등 섬세하게 조각한 황소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신에게 술을 바치는 의식을 치를 때 사용된 이 잔은 황소를 신성시한 히타이트의 종교관을 보여준다. 전시 유물 중에는 황소뿐 아니라 염소, 여신 등 다양한 형태의 신을 표현한 토기들이 많다. 히타이트인들은 스스로를 ‘하티 땅의 1000명의 신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부를 정도로 여러 신을 섬겼다. 특이한 건 자신들이 점령한 주변국들의 신상(神像)을 자국으로 가져와 신전에 모셨다는 것. 점령국에 자신들의 종교를 강요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신도 자유롭게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개방적인 종교관과 더불어 주변국들과 활발한 외교 관계를 맺어 오랜 기간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지배층이 사용한 쐐기문자와 전 계층이 사용한 상형문자로 구성된 히타이트의 언어 체계도 흥미롭다. 왕이 고위 관리에게 땅을 하사하는 토지 기부 문서, 하투샤의 왕이 하르삼나라는 도시의 왕에게 동맹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 등이 기록된 쐐기 점토판이 전시 중이다. 히타이트인들은 모국어 외에도 쐐기문자로 8개 이상의 다양한 언어를 기록했다. 하투샤 유적 나산테페의 2번째 방에 있는 길이 4m, 높이 2m의 대형 상형문자 석조물을 김해박물관 직원들이 직접 뜬 탁본도 볼 수 있다. 탁본을 뜨는 데만 꼬박 1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히타이트 제국의 마지막 왕 수필룰리우마 2세가 신의 축복으로 새로운 땅을 정복했으며, 여러 장소에서 신들에게 제물을 바쳤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내년 2월 2일까지. 무료.김해=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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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푸드 근간 ‘장 담그기’ 유네스코 유산 된다

    콩을 발효시켜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먹는 한국의 ‘장(醬)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등재가 최종 확정되면 장 담그기는 한국의 23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된다. 5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에 대해 등재를 권고했다. 평가기구의 등재 권고가 최종 단계에서 뒤집힌 적은 거의 없다. 평가기구는 “된장, 간장, 고추장 같은 발효 장류는 한국 식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식품”이라며 “집집마다 다른 장류는 각 가정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 등재 여부는 다음 달 2∼7일(현지 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리는 19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한민족의 장 담그기 연원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신문왕(재위 681∼692년) 때 왕비를 맞으면서 보내는 폐백 품목에 ‘장’과 ‘시(䜻·장의 일종)’가 포함돼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 시대에는 왕실에서 장을 보관하는 창고인 장고(醬庫)를 관리하는 상궁(장고마마)을 따로 둘 정도로 장을 중시했다. 한국의 장 만들기는 콩 재배, 메주 만들기, 장 만들기와 가르기, 숙성, 발효의 과정을 아우른다. 메주를 띄운 후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한 해 전 사용하고 남은 씨간장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한국의 전통 방식은 중국, 일본과 구별된다. 우리나라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년)을 시작으로 2022년 등재된 ‘한국의 탈춤’까지 총 22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 중이다. 북한의 ‘조선 옷차림 풍습’도 이번 평가기구 심사에서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았다. 북한은 ‘아리랑’(2014년) 등 총 4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 중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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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라이어 케리를 ‘크리스마스 여왕’으로 만들어준 성탄송, 발매 30년

    팝스타 머라이어 케리(54)를 ‘크리스마스의 여왕’으로 만들어 준 히트곡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올해 발매 30주년을 맞는다. 2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케리는 성탄절에 앞서 6일부터 순회공연에 나선다. 그는 1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지금이야!!!(It’s Time!!!)”라고 올리며 이미 성탄절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이번 순회공연에서는 케리가 1994년 발표한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 등 주로 성탄절과 관련된 노래들이 무대에 오를 예정.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는 매년 성탄 시즌마다 꾸준히 사랑받는 곡이다. 발매 25년 만인 2019년 빌보드 메인 싱글 순위 ‘핫100’에서 정상에 오르며 ‘역주행’ 인기를 뽐냈고, ‘핫100 차트’에서 65주간 머물렀다. R&B나 록 등 모든 장르를 통틀어 최장기간 싱글 차트에 머문 기록이기도 하다. 노래가 담긴 앨범 ‘메리 크리스마스’의 판매량은 1800만 장에 달한다. 곡이 2003년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 삽입돼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에게도 익숙해졌다. 케리는 30년 전에 발표한 이 노래가 꾸준히 사랑받는 것에 대해 “7월부터 내 노래를 듣는다는 팬도 있는데 너무나 감사할 뿐”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성탄 공연을 하고 싶다”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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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런 버핏이 가장 신뢰… ‘투자의 바이블’을 만난다[책의 향기]

    “찰리는 어떤 거래든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평가할 수 있다. 그는 문제가 될 만한 약점을 60초 만에 모두 포착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자신의 동업자 찰리 멍거를 이렇게 설명했다. 멍거는 버핏이 평생에 걸쳐 가장 신뢰한 사업 파트너다. 멍거는 35세이던 1959년 지역 사교모임에서 버핏을 처음 만나 깊이 교감했고, 52세가 된 1976년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에 합류했다. 1978년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에 취임한 뒤 버핏과 함께 ‘가치 투자’ 전도사가 된 그는 지난해 11월 100세 생일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신간은 1986∼2007년 멍거가 한 강연 11개와 청중과의 질의응답 등을 묶은 것으로, 그가 세상에 남긴 유일한 책이다. 2005년 미국에서 초판이 출간된 뒤 여러 차례 개정판이 나오며 ‘투자의 바이블’로 읽혔다. 그동안 오역을 우려한 저자의 요청으로 중국어판을 제외하고 다른 번역본 출간이 막혀 있었지만, 올해 국내에서 처음 번역 출간됐다. 한국어판은 멍거가 별세 직전까지 자신의 견해를 덧붙인 마지막 개정판이다. 멍거의 탁월한 투자 실적은 돈벼락을 맞는 마법의 공식에 의한 게 아니었다. 기업 재무정보를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기업 생태계를 포괄적으로 분석한 뒤 신중한 판단을 내렸다. 멍거는 이런 투자 검토에 사용하는 도구를 ‘복수 사고 모형’이라고 불렀다. 멍거는 자신이 코카콜라를 2조 달러 가치의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200만 달러를 투자받은 상황을 가정한 뒤 사업 전략을 설명한다. 매력적인 상표명을 정하는 문제, 특허, 경영자의 역량, 가격 통제권 등 모든 것을 고려하는 데서 치밀한 분석이 돋보인다. 멍거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파악한 사람이었다. 1996년 강연에서 한 청중이 “하이테크 종목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자질이 없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에게 주식 시장은 이길 확률이 굉장히 낮지만 이기면 엄청난 배당을 받는 게임이었다. “여러분은 평생에 걸쳐 이길 수 있는 판을 수천 개씩 찾아낼 만큼 똑똑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몇 번의 드문 판이 열렸을 때 정말 크게 가야 합니다.” 그의 이런 투자 철학은 신중하게 매매하는 가치 투자로 이어졌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위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1986년 막내아들 필립 멍거의 고교 졸업식 강연에서 ‘불행을 보장하는 확실한 처방’ 몇 가지를 제시했다. “맡은 일은 수행하지 말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돼라”, “역경이 닥쳤을 때 엎드린 채 그대로 있어라” 등이 그것. 횡령이나 약물중독으로 인한 비참한 최후를 들려주면서 청년들이 올바른 길로 나아갈 것을 강조한 것이다. 99세까지 현역으로 가치 투자를 몸소 실천한 투자 귀재의 인생관과 투자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교과서 같은 책이다. 주식에 비트코인까지 ‘투자 광풍’이 몰아친 요즘 자신의 투자관을 점검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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