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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문제 해결을 위한 2000억 원 규모의 ‘기업 밸류업 펀드’ 투자가 2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한국거래소는 기업 밸류업 펀드의 하위 펀드 설정을 완료해 21일부터 기업 밸류업 투자를 개시한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4일 거래소와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 한국금융투자협회, 코스콤 등 증권 유관기관 5개 사는 총 2000억 원 규모의 기업 밸류업 펀드를 조성했다. 해당 펀드는 민간 연기금 투자풀을 활용한 재간접 펀드로 증권 유관 기관이 1000억 원을 출자하고, 나머지 1000억 원은 민간에서 매칭해 조성했다. 주요 투자 대상에는 밸류업 지수 상장지수펀드(ETF)와 지수 구성 종목, 지수 미편입 밸류업 공시 종목 등이 포함된다. 또 증권 유관 기관은 올해 안에 3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다. 2차 조성으로 기업 밸류업 펀드는 총 5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거래소는 “이번 펀드 추가 조성은 밸류업 관련 투자 문화 확산 및 증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증권 유관 기관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탄력을 얻을 수 있도록 향후에도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지속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대선 이후 연일 치솟는 환율에 정부가 뒤늦게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결국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는 데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으로 인해 1400원대 고환율이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증시 역시 보합세에 그치며 의미 있는 반등을 거두지 못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오전 긴급 거시경제 간담회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우에는 적극적 시장 안정 조치를 적기에 신속히 시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이렇듯 외환시장에 대해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은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치솟았던 4월 이후 7개월 만이다. 하지만 이날도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5원 내린 1405.1원(오후 3시 반 기준)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정부의 엄포에도 환율이 3일 연속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을 넘기면서 정부가 국내 외환시장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게 아니냐는 비판도 새어 나온다. 시장에서는 미국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휩쓰는 ‘레드 스위프(red sweep)’가 현실화되면서 달러화가 더 강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고 풀이한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최고 106.78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다. 고환율 여파로 환손실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증시 부진도 이어졌다. 코스피는 전일보다 0.07% 오른 2,418.86에 거래를 마쳤으나 외국인은 2000억 원 넘게 팔면서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 갔다. 8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는 약 17조 원에 달한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1.17% 하락한 681.56으로 장을 마쳤다. 2023년 1월 5일 이후 1년 10여 개월 만의 최저치다. 여기에 시가총액 1위인 대표주 삼성전자의 주가가 4년 5개월 만에 4만 원대로 내려오면서 국내 증시 투자자들의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연중 최고가(8만8800원) 대비 44%나 빠졌다. 투자자들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나 미 대선 종료에 따른 불확실성 제거, 당국의 외환시장 구두개입 등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전혀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며 “백약이 무효한 상태”라는 비관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달 내에 강한 반등을 보이지 못한다면 국내 증시가 장기 부진에 빠질 수도 있다”라고 했다. 한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로 인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기존 3.2%에서 3.0%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며 결국 ‘4만 전자’가 현실화됐다. 5일 연속 내리던 삼성전자 주가가 결국 5만 원선도 내준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종가 기준 4만 원대에 거래된 건 약 4년 5개월 만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700원(1.38%) 내린 4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2% 넘게 올랐지만 장 막판에 힘을 잃으면서 5만 원대 밑으로 미끄러졌다. 삼성전자가 종가 기준 4만 원대로 내려앉은 것은 2020년 6월 15일(4만9900원)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7일 5만7500원에 마감한 뒤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올 들어 하락률은 36.43%로, 연중 최고가인 8만8800원과 비교하면 44%나 내려앉았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12일 연속 삼성전자를 내다팔면서 하락세를 주도했다. 이날 하루 외국인 투자자는 약 4760억 원을 팔아치웠고, 최근 12거래일 동안 순매도 규모는 3조1750억 원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인의 재집권 성공에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하락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돌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마땅한 반등 모멘텀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킹달러’(미국 달러화 초강세) 귀환에 국내 물가도 비상이 걸렸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다시 오르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황이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앞두고 한국 경제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신3고(高)’ 위기에 놓이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고민이 더 깊어지게 됐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10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37.61(2020년 100)로 전월보다 2.2% 올랐다. 8월(―3.5%)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뒤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던 수입물가지수가 10월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상승 폭도 4월(3.8%)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특히 광산품(4.4%), 석탄·석유제품(4.1%), 1차 금속제품(2.9%) 등이 크게 뛰었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으로 원유 등 광산품 중심으로 수입 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61.0원으로 전월(1334.8원)보다 약 2.0% 올랐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 유가는 9월 배럴당 73.52달러에서 지난달 74.94달러로 1.9% 상승했다. 트럼프 재집권의 영향으로 최근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어 앞으로 수입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13일 장중 1410원을 돌파하기도 했으며 전일보다 3.1원 오른 1406.6원(오후 3시 반 기준)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통상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물가 상승 압박은 갈수록 커질 수 있다. 최근 안정세로 돌아선 물가가 다시 자극을 받으면서 고금리 기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뜩이나 외환시장이 불안해진 상황에 물가마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 한은의 금리 인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운 공약들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우려가 높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 예측되는 점도 한은에는 부담이다. 한은은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에 나설 예정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안정은 통화정책의 1순위 고려 요소인 만큼 한은의 통화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증시, 가상자산, 달러 등에 글로벌 자금이 몰리며 ‘트럼프 랠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증시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코스피는 3개월 만에 2,500 선을 내줬다. 원-달러 환율도 2년 만에 1400원을 넘어섰다. 12일 코스피는 전날 대비 1.94% 내린 2,482.57에 거래를 마감했다. 3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로 아시아 증시가 대폭락했던 8월 5일(2,441.55) ‘블랙 먼데이’ 이후 석 달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코스닥도 2.51% 내리면서 700 선을 위협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뉴욕 3대 증시는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새 역사를 써가고 있다. 반면 한국 증시는 외국인들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나 홀로 하락세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경제원구원은 미국발 관세전쟁의 막이 오를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1.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달러 강세와 외국인 투자금 이탈 등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도 전일 대비 8.8원 오른 1403.5원(오후 3시 반 기준)에 거래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집권으로 인한 수출 둔화 우려 등으로 국내 증시가 벌써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1∼6월)까지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관세폭탄-침체 우려에 짓눌린 韓증시… 투자자, 해외-코인으로韓 증시, 트럼프 랠리 속 하락세트럼프 관세에 수출 불안감 커져국내 상장사들 실적 부진도 한몫업계 “증시 반등 당분간 어려울 것”글로벌 자산시장에 ‘트럼프 랠리’가 한창인 가운데 국내 증시만 나 홀로 하락세를 걷고 있다. 수출 둔화와 내수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들과 기관들의 매도세가 멈추지 않은 결과다. 개인 투자자들도 미국 증시 등으로 이탈하고 있어 한국 증시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새어 나온다.● 트럼프 당선 확정 후 코스피 3.7% 빠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후 국내 증시는 3.7%(5일과 12일 종가 비교 기준) 빠졌다. 코스닥도 5.5% 하락했다. 미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됐음에도 오히려 뒷걸음친 것이다. 독일(2.1%), 프랑스(0.3%) 등 유럽 국가를 비롯해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우는 ‘고관세’의 최대 피해국으로 예상되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0%)도 상승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뉴욕 3대 증시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4.9%), 나스닥지수(4.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3.8%)가 급등세를 보인 가운데, 미국의 최대 우방국 중 하나인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2.3%)도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소외 현상을 두고 트럼프의 당선 이후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진 것이 증시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에 최대 60%, 나머지 국가에 10∼2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 같은 관세로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올해 연간 수출액 전망치(6900억 달러)의 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여기에 상장사들의 실적 부진도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지금까지 165개 상장사가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상장사 3곳 중 1곳은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10% 이상 밑도는 ‘어닝 쇼크’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대규모 감세 등의 영향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커진 것도 국내 경제에는 타격이다.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를 주저할 수밖에 없고, 결국 고금리로 인한 국내 내수 회복이 더뎌지면서 국내 증시가 탈출구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수출과 내수 모두 타격을 받게 됐고 환율 불안이란 변수마저 새롭게 등장했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가와 기관 투자가 모두 국내 증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미 증시·가상자산 시장으로 자금 유출 ‘우려’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7일 기준 사상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증시와 달리 250만 원 이상의 양도소득에 대해 22%의 세금을 부과하는데도, 지수 상승에 힘입어 개인 투자자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직장인 변모 씨(42)는 “양도소득세를 내더라도 미국 증시의 수익률이 한국 증시에 투자했을 때보다 훨씬 높다”라면서 “배당소득이나 환율 상승까지 감안하면 수익이 더 늘어난다”고 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이동도 늘어나는 추세다. 직장인 조모 씨(37)는 “최근 가상자산 가격 급등으로 금융 자산이 30% 넘게 늘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앞으로도 가상자산 친화 정책을 다수 펼 것으로 예상돼 보유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증권업계에서는 증시 반등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과 국내 경제성장률 장기 부진으로 국내 증시가 한 단계 내려간 수준에서 장기간 지지부진할 수 있다”고 했다.다만 최근 주가는 이미 국내 경기 부진 등이 선반영된 상태로,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조기 반등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증권업계가 무리한 관행으로 지적받은 이른바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자정 방안을 마련했다. 금융투자협회는 12일 “2022년 하반기 자금시장 경색 상황에서 업계의 채권형 신탁·일임 업무처리 관련 잘못된 운용 관행으로 발생한 시장 혼란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랩·신탁은 증권사가 고객과 일대일 계약을 맺고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상품이다. 2022년 국내 9개 증권사들은 고객과 약속한 만기보다 더 긴 자산을 편입해 운용하다 결국 고객의 환매 요청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새 고객의 투자금을 기존 고객에게 지급하는 돌려막기까지 저질러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금투협은 ‘채권형 투자일임 및 특정금전신탁 리스크관리 지침’을 제정해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지침에는 채권형 랩 상품 등에서 90일 초과 만기불일치 발생 시 투자자 동의 의무화, 편입자산 시가평가 의무화, 시장 급변 시 투자자 통지 및 자산 재조정 이행, 듀레이션(채권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의 가중평균만기)·거래가격 등 상시 감시체계 구축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서유석 금투협회 회장은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그간 증권업계에 지속됐던 불합리한 점들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업계 전체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고객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가치가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반면 미국 증시는 높은 수익률을 보이면서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이 보유한 미 주식 금액은 7일 기준 1013억6571만 달러(약 141조8613억 원)로 집계됐다. 2019년 말 기준 84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8배 이상 규모로 늘어난 뒤 올해 말 1000억 달러마저 뛰어넘은 것이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종목은 테슬라(166억 달러)였다. 엔비디아(137억 달러), 애플(46억 달러) 등 빅테크 기업들이 뒤를 이었다. 대형 기술주와 나스닥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TQQQ)’, 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따라가는 ‘디렉시온 세미컨덕터스 불 3X’ 등 고위험 상품들도 각각 상위 5, 6위에 올랐다. 국내 증시와 달리 미국 증시는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높은 수익률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를 떠나 해외에 투자하는 ‘주식 이민’ 현상이 심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8월 초 ‘블랙먼데이’(글로벌 증시 동반 급락) 이후 미국 S&P500지수는 12.1% 상승한 반면 코스피는 7.8% 하락했다. 낙폭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러시아(―19.8%), 튀르키예(―17.1%)에 이어 가장 컸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내수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고(高)환율’과 ‘고(高)관세’라는 겹악재를 마주하게 됐다. 1400원대 원-달러 환율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되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로 인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도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대 20%인 보편 관세마저 현실화되면 그나마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던 수출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1400원대 환율 뉴노멀 되나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04.5원까지 치솟았다. 전날보다 4.9원 오른 1401.1원에 출발했던 환율은 이후 상승 폭을 줄여 1396.6원으로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마쳤다. 환율은 미국 대선이 치러진 5일 이후 연일 오르며(원화 가치 하락) 이틀 만에 18원 올랐다. 환율이 1400원대를 보인 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이 고강도 긴축에 나섰던 2022년 등 세 번뿐이다. 시장에선 환율이 145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한 공약들이 강달러를 부추기면서 내년 취임 초반 전까지는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50원까지는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약대로 관세 정책이 실현되면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강달러 현상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트럼프 재집권이 가져올 강달러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환율이 수입 물가를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은 조사국이 더 면밀히 살펴보고 수정 전망에 반영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은 원유 등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환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 한은의 기준금리 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말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번(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금리를 인하하면 더 높은 금리를 좇는 외국인 투자 자금의 이탈 등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더 자극할 수 있다.● “수출 감소→내수 부진 악순환 빠질 수도”미국발 ‘관세 폭탄’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을 비롯해 동맹국 제품에도 보편 관세를 10∼20% 부과하겠다고 밝혀 왔다.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보편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대미 수출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에도 한국의 수출은 수출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첫해인 2017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전년(233억 달러) 대비 20% 이상 감소한 179억 달러로 줄었고, 2019년에는 114억 달러로 급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해온 정책 기조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하고 선제적이고 빈틈없이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고환율과 고관세로 수출이 줄면 내수 부진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을 위한 제품 생산 감소는 결국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의 강력한 대중(對中) 제재로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제조업 생산 기지로서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지였던 중국이 흔들릴 경우 한국이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연구원은 “미중 전략 경쟁은 리스크인 동시에 다양한 업종에서 중국 역할을 대체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 ‘시대적·구조적 기회 요인’이라고 지적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외식사업가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 주가가 상장 첫날 장중 90% 가까이 오르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로써 백 대표는 단숨에 4000억 원대 주식 자산가가 됐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공모가(3만4000원)보다 51.18% 오른 5만1400원에 마감했다. 4만6350원에서 출발한 더본코리아는 이날 장중 한때 공모가 대비 약 89.7% 치솟은 6만45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적정 주가로 제시한 4만5000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로써 더본코리아의 시가총액은 상장 첫날 약 7436억 원까지 뛰어올랐다. 백 대표가 1994년 설립한 더본코리아는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홍콩반점, 빽다방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 25개를 운영하고 있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주식 879만2850주(60.78%)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이날 종가 기준 백 대표의 주식 가치는 약 4520억 원에 이른다. 더본코리아의 성공적인 상장이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59개 종목 중 상장 첫날 공모가를 하회한 종목은 14개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부터 상장된 7개 기업은 연이어 공모가를 밑돌았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외식사업가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 주가가 상장 첫날 장중 90% 가까이 오르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로써 백 대표는 단숨에 4000억 원대 주식 자산가가 됐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공모가(3만4000원)보다 51.18%오른 5만1400원에 마감했다. 4만6350원에서 출발한 더본코리아는 이날 장중 한때 공모가 대비 약 89.7% 치솟은 6만45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적정 주가로 제시한 4만5000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로써 더본코리아의 시가총액은 상장 첫날 약 7436억 원까지 뛰어올랐다. 백 대표가 1994년 설립한 더본코리아는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홍콩반점, 빽다방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 25개를 운영하고 있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주식 879만2850주(60.78%)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이날 종가 기준 백 대표의 주식 가치는 약 4520억 원에 이른다.더본코리아의 성공적인 상장이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59개 종목 중 상장 첫날 공모가를 하회한 종목은 14개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부터 상장된 7개 기업은 연이어 공모가를 밑돌았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내년 1월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500만 주식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8월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대표가 ‘금투세 유예’ 가능성을 처음 꺼낸 이후 민주당 내에선 시행과 유예, 폐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3개월가량 이어졌다. 결국 이 대표가 최근 이어 온 ‘우클릭’ 행보의 일환으로 폐지를 선택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금투세 면제 한도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리는 등 여러 제도를 고민했지만, 그걸로는 현재 증시가 가진 구조적 위험성과 취약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금투세 시행에 대한 당의 입장을 번복한 데 대해 “원칙과 가치를 저버렸다고 하는 개혁 진보 진영의 비난을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 대신 야권이 오랜 과제로 주장해 온 ‘상법개정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약속하면서 금투세 폐지에 따른 후폭풍 수습에 나섰다. 이 대표는 “정기국회 안에 ‘알맹이 빼먹기’를 허용하는 상법의 주주 충실의무 조항부터 개선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상법개정안의 경우 재계 반발이 거세 처리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민주당이 (금투세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했고, 추경호 원내대표는 “11월 본회의에서 금투세 폐지를 처리하도록 즉시 협상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양당이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만큼, 정부가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토대로 수정안 마련에 돌입해 늦어도 12월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이재명, ‘금투세 폐지’ 우클릭… 지지층 반발엔 “상법개정안 처리”금투세 완화-유예-폐지 오락가락… “표심 잡으려 폐지 최종선택” 분석조국당 등 “표만 바라본 결정” 반발… 李 “상법 개정 등 증시 선전화 총력”野내부 “상법 개정 쉽지는 않을 것”“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반대가 극심하다.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폐지하는 게 맞다.”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관계자는 4일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해야 한다”는 야권 내 금투세 시행론에도 결국 대선 표심을 감안해 폐지를 최종 선택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달 중 공직선거법,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이 대표가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안정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시선 분산을 시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李 금투세 완화, 유예, 폐지 오락가락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가 금투세 도입 시기를 2025년으로 연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폐지 방침을 언급한 데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총선 과정에서 재차 폐지를 공약하면서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의 폐지 공세 속에 3개월가량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왔다. 올해 8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대표는 금투세 유예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즉각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을 필두로 ‘더좋은미래’ 등 당내 주요 의원 모임과 친노·친문 진영에서도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금투세 면제 한도를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리고 시행 시점을 늦추는 ‘유예 후 보완 입법’ 입장으로 선회했다. 당 대표 취임 후에도 ‘금투세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이 대표는 쉽게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올해 9월에는 당내 의원들이 유예론과 시행론으로 각각 팀을 나눠 찬반 토론회까지 열었지만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그러는 사이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 나서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당내에서 폐지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특히 윤 대통령 퇴진 공세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 대표가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해 실용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 내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 관계자는 “이번에 유예하면 차기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금투세 논쟁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며 “유예할 바에 폐지하는 게 나은 선택”이라고 했다.● 금투세 대신 ‘상법 개정안’으로 지지층 달래기 이 대표가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민주당의 전통적인 개혁·진보 성향 지지자를 비롯해 군소 야당과 시민사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금투세 폐지는 눈앞의 표만 바라본 결정”이라며 이 대표를 향해 “‘프레지덴셜하다’(대통령답다)는 말에서 깨어나라”고 직격했다. 진보당도 “재벌의 지배구조 해결 없이 금투세를 폐지하겠다는 건 책임정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그 대신 ‘상법 개정안’ 처리를 약속하면서 야권 반발 달래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증시가 국민의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원칙과 가치를 저버렸다고 하는 개혁·진보 진영의 비판, 비난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상법,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상법 개정은 재계에서 ‘악법’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금투세 폐지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내 지도부 의원은 “기업 입장에선 금투세 시행보다 상법 개정이 더 큰 위험 요소일 것”이라며 “여당과 재계 반대가 만만치 않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의 금투세 폐지 방침에 국내 증시는 반등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6.61포인트(1.83%) 오른 2588.97에 마감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약 4년간의 줄다리기 끝에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됨에 따라 4일 코스피가 1.83%, 코스닥이 3.43% 상승하는 등 국내 증시가 반색했다. 증시의 불안 요소로 꼽혀온 금투세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억눌렸던 투자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투세 폐지로 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며 결국 기업 실적이 뒷받침해 줘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그간 금투세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오락가락 행보가 향후 한국 정부의 규제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4일 더불어민주당이 금투세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면서 2020년 12월 국회가 금투세 도입 법안을 통과시킨 뒤 이어졌던 긴 논쟁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금투세는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 등 금융 상품에 투자해서 일정 금액(주식 기준 연 50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투자자를 대상으로 양도소득에 20%(3억 원 초과분은 25%)의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투세에 관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며 “금투세 도입 시 국내 투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해당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내년 제도 시행을 앞두고 대규모 주식 및 채권 매도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지수 한국투자증권 GWM컨설팅부 세무사는 “금투세 제도 시행을 앞두고 주식이나 채권을 대거 매도하려고 했던 자산가들이 당분간 자산을 보유하겠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며 “증시 하락이나 채권 가격 하락은 막은 셈”이라고 했다. 안형진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대표도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과 함께 장기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금투세 폐지에 따른 증시 상승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투세 폐지와 국내 증시 경쟁력 강화는 별개 이슈라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금투세가 폐지된다고 해서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진다거나,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투세는 증시에 큰 영향이 없는 정치적 논란”이라며 “금투세 관련 파장이 크지도 않고, 길게 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금투세 도입이 무산될 경우 도리어 정부의 자본시장 규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금투세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미국 대선이나 금리 인하 여부 등으로 인해 연말까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금투세보다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일 것”이라며 “중국의 경기 회복이나 국내 기업들의 수출 회복 등 대내외적인 움직임에 주목해야 하는 시기”라고 조언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반대가 극심하다.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폐지하는 게 맞다.”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관계자는 4일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배경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해야 한다”는 야권 내 금투세 시행론에도 결국 대선 행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폐지를 최종 선택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달 중 공직선거법,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이 대표가 당 차원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에 나서는 한편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안정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시선 분산을 시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李 금투세 완화, 유예, 폐지 오락가락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가 금투세 도입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윤 대통령이 올 초 폐지 방침을 언급한 데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총선 과정에서 재차 폐지를 공약하면서 재차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의 폐지 공세 속에 3개월 가량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왔다. 올해 8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대표는 금투세 유예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즉각 당 내 반발에 부딪혔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을 필두로 ‘더좋은미래’ 등 당내 주요 의원 모임과 친노‧친문 진영에서도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면서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금투세 면제 한도를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리고 시행 시점을 늦추는 ‘유예 후 보완 입법’ 입장으로 선회했다. 당 대표 취임 후에도 이어진 ‘금투세 후폭풍’은 이 대표는 쉽게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올해 9월에는 당내 의원들이 유예론과 시행론으로 각각 팀을 나눠 찬반 토론회까지 열었지만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그러는 사이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 나서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당내에서 폐지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특히 윤 대통령 퇴진 공세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 대표가 보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 내 의견이 확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 관계자는 “이번에 유예하면 차기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금투세 논쟁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며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유예할 바에 폐지하는 게 나은 선택이었다”고 했다. 이 대표의 금투세 폐지 방침에 국내 증시는 반등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6.61포인트(1.83%) 오른 2588.97에 마감했다. 2540대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이 대표의 발표 내용이 알려진 오전 9시 40분경부터 급등했다.● 금투세 대신 ‘상법개정안’으로 지지층 달래기이 대표가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민주당의 전통적인 개혁·진보 성향 지지자들을 비롯해 다른 군소야당과 시민사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금투세 폐지는 눈앞의 표만 바라본 결정”이라며 이 대표를 향해 “‘프레지덴셜하다’(대통령스럽다)는 말에서 깨어나라”고 직격했다. 진보당도 “재벌의 지배구조 해결 없이 금투세를 폐지하겠다는 건 책임정치가 아니다”라고 했다.이 대표는 대신 ‘상법개정안’ 처리를 약속하면서 야권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증시가 국민의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원칙과 가치를 져버렸다고 하는 개혁·진보 진영의 비판, 비난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노력을 앞으로도 하겠다”고 했다.다만 상법 개정은 재계에서 ‘악법’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금투세 폐지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내 지도부 의원은 “기업 입장에선 금투세 시행보다 상법개정이 더 큰 리스크일 것”이라며 “여당과 재계 반대가 만만치 않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 자산 투자) 바람이 거세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약 6개월 만에 7만2000달러(약 1억 원)를 넘어 사상 최고가에 근접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은 30일 오후 2시 40분경 7만2472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7만2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4월 8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새벽에는 7만3187달러까지 치솟아 3월 13일 찍은 역대 최고가(7만3800달러)에 근접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는 1억216만 원까지 올라 4월 이후 약 6개월 만에 1억 원을 돌파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가상자산 규제 완화를 약속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의 당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의 11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이달에만 약 36억 달러(약 4조9820억 원)가 순유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후보의 전폭적 지지자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띄우는 가상자산 도지코인도 이틀 만에 무려 24% 넘게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도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제도 마련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대조적인 입장”이라며 “투자자들은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11월 말까지 비트코인이 8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베팅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전담 운영하고 있는 ‘새출발기금’이 제도 개선 이후 신청자 수가 30% 가까이 증가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출발기금은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원활한 재기지원을 위해 2022년 10월 출범한 채무 조정 프로그램이다. 캠코는 최근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새출발기금의 지원 규모 및 대상 확대 등을 비롯한 시스템 정비를 거쳐 지난달 12일부터 제도 개선 사항을 본격 적용했다. 앞서 7월 3일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통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경영 부담 완화 △성장 촉진 지원 △재기지원 등 맞춤형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발맞춰 캠코는 2020년 4월부터 올 6월까지 사업을 영위한 이들에게 2026년 12월까지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 조정 신청이 가능하도록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취업과 재창업 연계를 강화했다. 제도 개선 이후 새출발기금 신청자 수는 전보다 일평균 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새출발기금 신청 채무자는 올 9월까지 8만7408명, 신청 채무액은 14조919억 원이다. 이 중 매입형 채무 조정을 통해 2만6164명(채무액 2조2571억 원)이 약정을 체결해 평균 원금 70%를 감면받았고 중개형 채무 조정을 통해서는 2만6488명(채무액 1조5610억 원)이 채무 조정을 확정해 평균 약 4.7%포인트의 이자 감면 혜택을 받았다. 새출발기금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채무 조정을 신청하면 채무자가 보유한 협약금융회사의 대출에 대해 신청 익일부터 추심이 중단된다. 90일 이상 연체가 발생한 부실차주의 신용, 보증 채권은 ‘매입형 채무 조정’을 통해 연체 이자를 전면 감면받고 상환 능력, 경제활동 가능 기간, 분할상환 기간 등을 고려해 순부채의 60∼80%를 감면받을 수 있다. 특히 기초수급자와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저소득 고령자 등 상환 능력이 부족한 취약계층은 순부채의 최대 9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감면 후 잔여 채무에 대해서는 차주의 자금 사정을 고려해 최장 10년간 분할 상환하도록 지원한다. 새출발기금 채무 조정은 온라인 통합 플랫폼(새출발기금.kr)과 오프라인 현장 창구(전국 캠코 19개 사무소,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50개 등 총 69개)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새출발기금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권남주 캠코 사장은 “캠코는 정부의 종합대책에 발맞춰 더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새출발기금을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들의 조속한 재기와 새로운 도약을 도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올 3분기(7∼9월) 미래에셋생명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업계 최고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생명은 그룹 비전을 바탕으로 글로벌 투자와 연금 비즈니스를 핵심 역량으로 삼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미래에셋생명의 원리금비보장형 퇴직연금(DC형·확정기여형, IRP·개인형퇴직연금) 1년 수익률은 DC형이 15.1%, IPR형이 14.9%였다. DC형은 증권, 은행, 보험사를 포함한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적립금 500억 원 이상의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중 1위, IRP형은 보험업권 1위의 수익률이다. 2023년도 회계연도 말 기준 미래에셋생명의 연금자산 약 16조 원 가운데 6조 원이 퇴직연금 자산에 해당한다. 미래에셋생명은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형)에서 적립금 중 약 15.4%를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체 업권 평균(6.7%)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미래에셋생명은 향후 이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DC형과 IRP형 합산 적립금의 경우 전년보다 약 18.5%가 증가해 생보업권 내 성장률 2위에 올랐다. 미래에셋생명은 상품 라인업 다양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원리금보장형 보험에서 해외펀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투자 상품을 제공해 고객들에게 최적의 분산 투자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이달 기준 미래에셋생명이 제공하고 있는 실적배당형 상품은 455개에 이른다. 우수한 수익률을 거둔 데는 ‘글로벌MVP펀드’ 시리즈의 역할이 컸다고 미래에셋생명은 설명했다. 해당 펀드는 미래에셋생명이 퇴직연금 사업자 최초로 출시한 일임형 자산배분 펀드 시리즈다. 글로벌 시장변화에 따른 분기별 리밸런싱(재조정)을 자산운용 전문가가 장기적 관점에서 운용해 고객의 안정적인 연금수익과 위험관리를 동시에 추구한다. 특히 MVP펀드 포트폴리오는 분기마다 자산배분위원회를 통해 재조정되기 때문에 고객이 포트폴리오를 따로 조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10년간 뛰어난 수익률을 올린 총 3조6000억 원 규모의 MVP변액펀드와 같은 포트폴리오 구성을 공유하고 있어 더욱 체계적 관리가 가능하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달 말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에 따라 퇴직연금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미국 대표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등 시장 수요를 반영해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내년에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이 목표”라고 밝혔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 자산 투자) 바람이 거세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약 6개월 만에 7만2000달러(약 1억 원)를 넘어 사상 최고가에 근접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은 30일 오후 2시 40분경 7만2472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7만2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4월 8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새벽에는 7만3187달러까지 치솟아 3월 13일 찍은 역대 최고가(7만3800달러)에 근접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는 1억216만 원까지 올라 4월 이후 약 6개월 만에 1억 원을 돌파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가상자산 규제 완화를 약속해 온 트럼프 후보의 당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의 11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이달에만 약 36억 달러(4조9820억 원) 순유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후보의 전폭적 지지자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띄우는 가상자산 도지코인도 이틀 만에 무려 24% 넘게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도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제도 마련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대조적인 입장”이라며 “투자자들은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11월 말까지 비트코인이 8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베팅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일본 집권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 참패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강달러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일본 엔화 가치가 약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이 다시 160엔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등 ‘슈퍼 엔저’ 재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2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후 2시 기준 달러당 152.94엔에 거래됐다. 이날 엔화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엔화 가치가 소폭 올랐지만, 전날에는 엔-달러 환율이 153.88엔까지 상승해 엔화 가치가 7월 31일(153.89엔) 이후 약 3개월 만에 가장 약세를 보였다. 7월 초 달러당 162엔까지 치솟았던 엔화는 같은 달 31일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140엔대로 떨어져 강세로 돌아서는 듯했다. 하지만 이달 1일 이시바 총리 취임 이후 다시 달러당 150엔대로 반등하면서 ‘엔저 현상’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특히 27일 이시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취임 한 달 만에 이시바 총리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경제 정책을 비롯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워졌고,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가 참패하면서 엔화 추가 약세가 이어질 개연성이 커졌다”며 “이시바 총리가 조기 퇴진하게 될 경우 일본은행의 긴축 기조 전환 속도도 더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 등의 영향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는 것도 엔화 가치를 억누르는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트럼프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감세와 관세 인상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는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시장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경제지표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도 달러화 가치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행의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전까지는 대외 변수, 특히 미국 대선 결과가 엔화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7월 최고가였던 달러당 162엔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엔저 현상이 과거처럼 장기화되진 않을 것이라 내다봤지만, 엔화 가치 하락 자체가 한국 경제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는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한국은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품목들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엔의 동조화로 원화 가치도 하락 시) 환차손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하지만 내년에 미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일본은 올해보다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아지면서 엔 약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국제 금값이 ‘역사적 고점’을 연일 경신하며 끝없이 오르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와 미국 대선, 지정학적 긴장 등이 전통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내년에도 ‘골드 랠리’가 지속되면서 온스당 30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금 올 들어 33% 상승… 은도 40%↑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금 1kg 현물의 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77% 오른 12만9190원에 마감했다. 순금 한 돈(3.75g)의 가격은 50만 원을 넘어섰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25일 종가 기준 온스당 2754.60달러까지 올랐다. 지난달 온스당 26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이달 27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 선물 가격은 올 들어 약 33% 치솟았다.금값이 상승 랠리를 이어가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 상품들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유일 금 현물 ETF인 ‘ACE KRX금현물’ 순자산총액은 25일 기준 4659억 원으로 지난해 말(1095억 원)보다 무려 325.4% 증가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47.81%에 달한다. 금 선물과 연동한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골드선물(H)’ 등은 올 들어 각각 26.33%, 26.14% 올랐다. 은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COMEX에서 12월 인도분 은 가격은 25일 온스당 33.78달러까지 올라 연초 이후 40% 넘게 상승했다. 은은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재로 쓰이면서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 내년에도 ‘골드 랠리’… 3000달러 돌파 가능성시장에서는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시작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이 금에 대한 수요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한다. 통상 유동성이 풀리면 화폐가치는 떨어지는 데 반해 실물자산인 금은 가치를 보존할 수 있어 투자 수요가 증가한다. 특히 신흥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연기금 등이 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할 자산으로 금을 선택해 꾸준히 금괴를 사 모으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금 소비의 23.6%를 중앙은행이 차지해 2022년(22.8%) 이후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다음 달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또한 금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는 기업 법인세 감면, 관세 인상 등이 실제로 시행되면 재정 악화 가능성이 커져 국채 발행이 늘고, 그 결과 채권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국채 대신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금 가격 상승 사이클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매우 빠른 상승 사이클이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에는 온스당 3000달러를 넘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순 리스크 관리를 넘어, 미 국채와 달러화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품고 금을 장기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보유하려는 수요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국내 수출 부진과 미국 경제의 강세로 인한 강달러 효과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환율이 145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상 밖의 환율 급등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환율이 금리 결정에 새로운 변수가 됐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27일 한은에 따르면 25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62% 높은 1388.7원(오후 3시 30분 기준)까지 올랐다. 7월 3일(1390.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달 초와 대비해서는 6.19%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다. 한은의 ‘주요국 통화의 대미 환율(41개국)’에 따르면 원화 가치 하락률은 이달 들어 일본의 엔화(―6.25%) 외에 가장 컸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외로 탄탄하게 유지되면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9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빅컷(기준금리 5.0%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때까지만 해도 환율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7월 초 1390원대였던 환율은 9월 말 13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고용 지표 강세 등으로 미국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자 달러화는 강세로 전환했다. 여기에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까지 동반하면서 주요 6개국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8월 초 이후 약 3개월 만에 104 선을 뚫었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당선 시 수혜가 예상되는 자산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대규모 국채 발행,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 등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한국의 수출 부진도 환율 급등에 기름을 부었다. 올해 국내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이 3분기(7∼9월) 들어 전 분기 대비 0.4% 감소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 가능성이 커졌다. 코스피에서도 이달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이 약 3조2600억 원을 순매도하는 등 자금 유출이 지속됐다. 외환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율의 상승 추세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지난 전고점(1400원)을 넘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진옥희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 당선 시 환율이 최대 145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이 미 대선 이후 금리를 인하할 경우 환율 상승세가 조금 꺾일 것”이라고 했다. 급등세를 보이는 환율은 한국은행 통화 정책의 주요 변수로도 떠올랐다. 이 총재는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율이 11월 금리 결정에 고려 요인으로 포함될 것”이라며 “미국 대선이 끝나고 달러 강세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언제까지 지속될지 판단해 보겠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