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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곧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여기며 전쟁이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입대한 영국인들. 함께 온 친구들이 얼마 되지 않아 눈앞에서 참혹하게 숨지자 큰 충격을 받는다. 갑자기 시작되는 폭격, 알 수 없는 곳에서 날아오는 총알에 이들은 점점 이성을 잃어간다. 1차 세계대전을 세 편의 고전 모르가나, 아가멤논, 맥베스로 재해석했다. 작품 ‘모르가나’는 아서 왕 전설의 마법과 환영 속에서 병사들의 공포를 비춘다. ‘아가멤논’은 스스로 가정을 무너트리는 비극을 그렸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참호에서 극중극으로 재구성했다. 세 작품은 따로 봐도 무방하게 각각 독립적으로 그렸지만 서로 이어져 있다.공연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벙커로 들어가는 것처럼 만들었다. 100여 석의 객석은 무대와 바로 맞닿아 관객도 벙커에서 병사들과 함께 숨쉬는 것 같다. 이들이 느끼는 공포와 절망, 분노가 온몸으로 전해져 온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인간의 욕망과 감정을 날 것 그대로 뿜어내 극강의 몰입도를 자아낸다.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됐다. 국내에서는 2016년 초연됐고 2018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각 작품은 인터미션 없이 75분간 진행된다. 솔저1은 이석준 최재웅 박훈, 솔저2는 이동하 박정복 신성민, 솔저3은 문태유 김바다 김시유가 각각 맡았다. 솔저4는 정연 이진희 정운선이 연기한다. 3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16세 이상 관람가능. 전석 5만5000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신한카드(사장 박창훈)는 소비 일정에 맞춰 최대 2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신한카드 디스카운트 플랜’과 ‘신한카드 디스카운트 플랜 플러스’를 선보였다.디스카운트 플랜은 시간대별 ‘타임 플랜’을 통해 오전 7시∼오후 3시 음식점·카페, 오후 6시∼10시 편의점·배달앱에서 10%를 할인해준다. 쇼핑·이동·생활 영역의 ‘데일리 플랜’은 마트, 온라인 쇼핑, 잡화 업종에서 10%를, 주유, 카쉐어링, 택시, 해외, 병원·약국, 미용실, 온라인 서점 등에서 5% 할인을 제공한다.매달 1일 첫 할인 거래는 2배 할인율을 적용하는 ‘플랜 데이’ 서비스도 제공한다(해외 제외). 또한 관리비, 도시가스, 통신료 등 고정비 10% 할인과 디지털 구독·멤버십 20% 할인을 받을 수 있으며, 영화 예매 5,000원 할인 및 차량 정비, 놀이공원 할인도 가능하다. 월 통합 할인 한도는 전월 실적에 따라 2만 3,000원에서 최대 6만 원까지며 연회비는 1만 5,000원이다.‘디스카운트 플랜 플러스’는 혜택이 더 많다. 데일리 플랜에 아울렛과 주차 할인이 추가됐고, 스포츠센터·골프장 할인과 리워드 캐시백이 더해졌다. 연 1회 마트 3만 원 캐시백과 호텔 발렛·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도 가능하다. 월 통합 한도 내에서 최대 10만 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으며 연회비는 5만 원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고등학생 시완과 중학생 주혁은 서로에게 영어와 농구를 가르쳐주다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까워진다. 할 일은 꼭 하고 계획대로 사는 시완, 마음 가는대로 일단 지르는 주혁. 너무나 다른 둘은 서로를 통해 각기 다른 세상을 알게 된다. 터키를 함께 여행하자고 약속도 한다. 30대가 된 두 사람. 주혁은 혼자 터키로 떠나 시완을 생각한다. 시완은 주혁을 떠올리며 작은 콘서트를 연다.2013년 초연된 작품으로 청춘의 한 자락을 잔잔하게 그렸다. 시완 역은 김다흰, 주혁 역은 전석호가 맡았다. 둘은 다시 만나지 못하지만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지닌 한 계속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배우들이 터키를 여행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과 무대 위 연기가 교차된다. 카세트 테이프, 가요 ‘왼손잡이’, ‘그대와 함께’ 등이 옛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둘은 각자의 공간에서 관객을 향해서만 이야기한다. 내면을 솔직히 털어놓기에 둘과 그 관계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김다흰은 직접 기타를 치고 노래 부르며 섬세하게 극을 이끈다. 전석호는 다소 거친 듯 하지만 감성이 충만한 주혁과 썩 잘 어울린다. 2월 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14세 이상 관람 가능. 3만∼6만 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탈리아 컨템포러리 브랜드 파라점퍼스가 새 캠페인 ‘The Coldest Season(더 콜디스트 시즌)’을 선보였다. 노르웨이 북부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순간을 담았다. 파라점퍼스는 “자연과의 균형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담았다. 2025년 가을 겨울 컬렉션은 자연 속에서도 편안하고 품격 있게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이다”라고 밝혔다.촉감이 부드럽고 포근한 실루엣을 갖춘 피아 재킷은 보온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파라점퍼스는 “이번 컬렉션의 대표 제품인 히든 윈드 시리즈는 견고하고 실용성 있는 디자인으로 일상 생활에서는 물론이고 야외 활동을 할 때도 두루 착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워드B 필드재킷은 100% 오리솜털 충전재를 사용해 보온성을 높였다. 스페셜 에디션 시리즈는 가죽과 시어링 소재를 결합해 따뜻하게 입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색을 다채롭게 사용한 폴라 푸퍼스 시리즈, 클래식한 타탄 체크를 넣은 영 재킷과 아마크 재킷, 북유럽의 차가운 겨울빛을 담은 웜업 시리즈가 있다. 파라점퍼스는 “거칠면서도 고요한 겨울에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식을 담았다”고 밝혔다. 파라점퍼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시모 로세티는 극한의 환경에서 근무하는 알래스카 항공 구조대와의 만남에서 영감을 받아 제품을 탄생시켰다. 재킷 이름인 Gobi(고비), Kodiak(코디액), Danali(다날리)는 항공구조대의 유명한 미션명에서 따왔다. 그는 “끊임없이 탐구하고 한계를 시험하며 그 너머를 보는 모든 여정은 우리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사고와 공간을 만들어 시야를 넓혀준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목적지를 찾아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여정을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파라점퍼스는 “타협하지 않는 품질 및 기능성,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는 디자인은 우리가 추구하는 첫 번째 가치”라고 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삼성증권의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 고객 수가 6000명이 넘었다. 이는 업계에서 처음이다.삼성증권은 예탁자산 30억 원 이상인 고객 수가 6일 기준 6223명으로 집계돼 2024년 말에 비해 58.2%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 고액자산가의 자산 규모도 크게 늘었다. 삼성증권은 “개인 고객 자산이 2024년 말에 비해 70% 가까이 증가해 약 135조 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30, 40대 고액자산가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금융자산을 30억 원 이상 보유한 30대의 수는 2024년 말보다 77% 증가했다. 40대는 79.8% 늘어 전체 연령대에서 증가폭이 가장 컸다.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동향을 분석한 결과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늘고 반도체와 로봇에 많이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이 30억 원 이상 고액자산가의 포트폴리오(지분성 제외)를 분석한 결과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말 32%에서 6일 기준으로 44%로 증가했다. 지난해 고액자산가의 국내 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상장지수펀드(ETF) 제외)은 삼성전자, 삼성전자우, 현대모비스 순이었다. 삼성증권은 반도체 업황이 강력하게 회복되고 로봇 산업이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자산 30억 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2026년 주식 시황 전망 및 투자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2026년 투자의 핵심 키워드로 ‘K.O.R.E.A.’를 뽑았다. 이는 △한국 주식(K-stock) 선호 △한국 및 코스닥 시장의 성과 상회(Outperform) △주식 자산으로의 리밸런싱(Rebalancing) △상장지수펀드(ETF) 활용 △AI 주도 시장의 앞 글자를 각각 딴 것이다.삼성증권은 “예탁자산 30억 원 이상 고객이 5000명을 넘어선 지 약 3개월 만에 6000명을 돌파했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고객에게 맞춤형 투자 방법을 계속 제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아모레퍼시픽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6∼9일(현지 시간)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피부 노화 원인을 분석해 개개인에게 맞는 해법을 제시하는 ‘스킨사이트’를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협업한 ‘AI 피부 분석 및 케어 솔루션’ 및 메이크온 브랜드의 피부 관리 제품도 선보였다. 스킨사이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과 공동 개발한 전자 피부 플랫폼으로, 피부 노화 원인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개인별로 적합한 해법을 제시한다. 피부에 센서 패치를 붙여 여러 노화 요인을 측정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피부 관리 방법을 제공한다. 다양한 환경에서 피부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베네치안 엑스포 혁신상 쇼케이스에서 소개했다.아모레퍼시픽은 삼성전자 ‘AI 뷰티 미러’에 AI 기반 피부 분석 기술을 탑재해 선보였다. 이 기술은 카메라 기반의 광학 진단 기술을 활용해 피부의 모공 홍반 색소 주름 상태를 분석하고 45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피부관리법을 알려준다. 분석 결과는 3770개 마이크로 레드 발광다이오드(LED)를 탑재한 메이크온의 ‘온페이스 LED 마스크’, 피부 상태를 분석해 관리법을 알려주는 ‘스킨 라이트 테라피 3S’와 연계돼 곧바로 피부 개선법을 제안한다.아모레퍼시픽은 “온페이스 LED 마스크는 피부 탄력을 높이고 피부색을 환하게 만들어준다. 스킨 라이트 테라피 3S는 매일 3분 정도 사용하면 피부 속 수분량을 개선해 주고 모공을 축소시키는 등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피부 특성 맞춰 마스크팩 입욕제 제작아모레퍼시픽은 CES에서 다양한 기술을 선보여 왔다. CES 2020에서는 ‘3D 프린팅 마스크팩 제조 기술’을 공개했다. 사람마다 얼굴 크기와 이목구비 위치, 피부 특성이 각각 다른데 기존 마스크팩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점에 착안해 만든 기술이다.아모레퍼시픽이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얼굴 이미지를 촬영해 눈 코 입 위치와 이마 볼 턱 등의 면적을 측정해 2D 마스크 도안을 디자인한다. 이를 바탕으로 피부 상태에 적합한 기능성 성분을 포함한 하이드로겔을 선택하고 고속 3D 프린터가 맞춤형 마스크팩을 실시간으로 제조한다.CES 2021에서는 ‘립 팩토리 바이 컬러 테일러’를 공개했다. AI를 활용해 피부색에 맞는 입술 화장품 색상을 추천하고 현장에서 바로 제품을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2000여 가지 색상의 제품을 실시간으로 제작할 수 있다. ‘포뮬라리티 토너 패드 메이커’ 장비는 CES 2021 헬스&웰니스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이 장비는 여러 효능 성분이 담긴 앰플을 활용해 즉석에서 피부에 맞는 토너를 만들고 화장솜에 흡수시켜 피부에 적합한 온도로 조절해 제공한다. 얼굴 부위별로 각각 다른 피부 상태에 맞춰 관리할 수 있고 사용할 때마다 즉석에서 토너를 만들어줘 위생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뇌파로 감정을 분석해 적합한 향과 색의 입욕제를 즉석에서 로봇이 만들어주는 ‘마인드링크드 배스봇’은 CES 2022에서 소개했다. 8개의 센서가 달린 헤드셋을 착용하면 뇌파를 측정하고 해당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에게 맞는 향과 색을 찾아준다. 이를 바탕으로 로봇이 현장에서 1분 만에 맞춤형 입욕제를 만든다. ‘마이스킨 리커버리 플랫폼’은 매일의 피부 상태를 측정하고 관리법을 제공해 피부 개선 효과를 점검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휴대전화 카메라와 조명 거울을 통해 피부 표면 변화를 진단하고 소형 센서로 피부 속 수분과 탄력을 측정한다. AI가 피부 측정 데이터와 화장품 처방을 분석해 피부 개선법을 지속적으로 알려준다. 얼굴 특성 반영한 화장품 화장법 제안CES 2023에서 선보인 ‘톤워크’는 AI와 로봇팔에 기반한 맞춤형 화장품 제조 시스템이다. 얼굴 색상을 측정한 뒤 로봇팔을 활용해 파운데이션과 쿠션, 립 제품을 만든다. 안면인식 기술과 색채학 연구를 활용해 개인에게 맞는 색상을 알려준다. ‘코스메칩’은 효능 성분이 들어있는 액티브칩을 꽂아 맞춤형 화장품을 만드는 기기다. 소량의 물과 효능 성분을 균일하게 조합한다. 바뀌는 피부 상태에 따라 필요한 화장품을 바로 만들 수 있다. 기기 하나로 입술 진단과 관리, 화장이 모두 가능한 ‘립큐어빔’은 CES 2024에서 공개했다. 정밀 센서가 내장돼 입술에 기기를 대면 곧바로 입술 수분 상태를 진단한다.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솔대 모양의 화장품 도포 장치에서 개인에게 맞는 가시광선이 방출돼 입술을 관리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생성형 AI로 적합한 화장법을 찾아주고 맞춤형 가상 체험을 제공하는 음성 챗봇 기반 기술 ‘워너-뷰티 AI’를 선보였다. 사진을 통해 피부색과 얼굴 비율 및 형태를 분석한 뒤 메이크업 전문가의 비법을 학습한 데이터로 화장법을 추천해 가상으로 화장을 해볼 수 있다. 음성 챗봇과 대화하며 상담받을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자체 개발한 이미지 진단 기술을 비롯해 KAIST와 공동 개발한 이미지 생성 AI 기술을 적용했다.주효정 아모레퍼시픽 글로벌 e커머스 디비전 상무는 “CES에서 선보인 기술과 제품을 바탕으로 전 세계 고객에게 통합적인 뷰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1929년 미국 시카고. 갱단이 살인하는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조, 제리는 갱단에게 쫓긴다. 색소폰 연주자 조, 베이시스트 제리는 살기 위해 여장을 하고 여성 밴드에 들어간다. 밴드는 마이애미로 향하고 조는 순수한 보컬리스트 슈가에게 반한다.마이애미까지 쫓아온 갱단을 피해 도망쳐야 하지만 조가 슈가에 대한 사랑으로 머뭇거리면서 상황은 꼬여간다. 여장한 제리에게 나이 많은 억만장자 오스굿 필딩이 반해 버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코미디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1959년)를 뮤지컬로 만들었다. 국내 초연이다. 쇼뮤지컬로 화려한 춤과 연주를 시시각각 선보인다. 아슬아슬한 상황이 거듭되는 가운데 배우들은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이끈다. 조와 제리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빠르게 변신하며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슈가 역은 솔라 양서윤 유연정이 맡았다. 조와 그가 여장한 조세핀은 엄기준 이홍기 남우현 정택운이 연기한다. 제리와 그가 여장한 다프네 역에는 김법래 김형묵 송원근이 발탁됐다.여성 밴드 리더인 스위트수 역은 김나희 류비가 맡았다. 오스굿 필딩은 김봉환 조남희가 연기한다. 2월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대극장. 8세 이상 관람 가능. 8만∼16만 원.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삶과 죽음은 인간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를 기이하면서도 발랄하게 그리거나 묵직하고 강렬하게 담아낸 작품이 있다. 인생이란 여정에서 마음을 나눈 이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완전히 다른 빛깔을 지닌 네 작품들을 만나보자.》>>뮤지컬 비틀쥬스, 악동 유령이 벌이는 기이하고 유쾌한 혼란100억 년간 이승과 저승 사이에 낀 비틀쥬스는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다. 외로움에 몸부림쳐도 어쩔 수 없다. 저승법에 따르면 산 사람이 비틀쥬스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 그를 볼 수 있다. 비틀쥬스는 유령을 볼 수 있는 소녀 리디아, 동시에 사망한 부부 바바라와 아담을 만나자 이들을 이용해 사람들이 자신을 보게 만들려 하는데….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1988년)를 뮤지컬로 만들었다. 201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국내 공연은 2021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기괴하면서도 엉뚱 발랄한 인물들이 자아내는 통통 튀는 이야기가 만화 같은 무대와 딱 맞는 톱니바퀴처럼 어우러진다. 악동 유령 비틀쥬스의 혼란스러운 정서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노래와 춤, 갑자기 튀어나오는 기이한 존재들,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거칠 것 없어 보이지만 마음 깊은 곳에 상처를 지닌 비틀쥬스, 겁 없고 당차지만 세상을 떠난 엄마만 생각하며 집을 떠나지 않으려는 리디아, 겁 많고 소심하지만 다정한 바바라와 아담을 통해 외로움, 삶과 죽음, 사랑을 그려낸다. 비틀쥬스의 과감하고 짓궂은 계략으로 인해 정신없이 펼쳐지는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웃음이 터진다. 그러다 따뜻함이 밀려온다. 비틀쥬스가 수시로 랩처럼 쏟아내는 욕설 같은 막말도 우리말 운율을 살려 감칠맛(?) 나게 뽑았다. 뛰어난 기량을 지닌 배우들은 각 인물을 맞춤으로 연기해 빈 틈 없는 무대를 선사한다.비틀쥬스는 정성화 정원영 김준수가 연기한다. 리디아 역은 홍나현 장민제가 맡았다. 바바라 역에는 박혜미 나하나, 아담 역에는 이율 정욱진이 발탁됐다. 리디아의 아빠 찰스는 김용수 김대령, 리디아의 자기계발 멘토 델리아는 전수미 윤공주가 연기한다. 3월 22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서울 LG시그니처홀. 14세 이상 관람 가능. 9만∼18만 원.>>연극 터키 블루스, 음악과 여행으로 추억하는 우정고등학생 시완과 중학생 주혁은 서로에게 영어와 농구를 가르쳐주다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까워진다. 할 일은 꼭 하고 계획대로 사는 시완, 마음 가는대로 일단 지르는 주혁. 너무나 다른 둘은 서로를 통해 각기 다른 세상을 알게 된다. 터키를 함께 여행하자고 약속도 한다.30대가 된 두 사람. 주혁은 혼자 터키로 떠나 시완을 생각한다. 시완은 주혁을 떠올리며 작은 콘서트를 연다.2013년 초연된 작품으로 청춘의 한 자락을 잔잔하게 그렸다. 시완 역은 김다흰, 주혁 역은 전석호가 맡았다. 둘은 다시 만나지 못하지만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지닌 한 계속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배우들이 터키를 여행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과 무대 위 연기가 교차된다. 카세트 테이프, 가요 ‘왼손잡이’, ‘그대와 함께’ 등이 옛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둘은 각자의 공간에서 관객을 향해서만 이야기한다. 내면을 솔직히 털어놓기에 둘과 그 관계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김다흰은 직접 기타를 치고 노래 부르며 섬세하게 극을 이끈다. 전석호는 다소 거친 듯 하지만 감성이 충만한 주혁과 썩 잘 어울린다.2월 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14세 이상 관람 가능. 3만∼6만 원. >>연극 벙커 트릴로지, 참호에서 폭발하는 전쟁의 참상제1차 세계대전. 곧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여기며 전쟁이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입대한 영국인들. 함께 온 친구들이 얼마 되지 않아 눈앞에서 참혹하게 숨지자 큰 충격을 받는다. 갑자기 시작되는 폭격, 알 수 없는 곳에서 날아오는 총알에 이들은 점점 이성을 잃어간다.1차 세계대전을 세 편의 고전 모르가나, 아가멤논, 맥베스로 재해석했다. 작품 ‘모르가나’는 아서 왕 전설의 마법과 환영 속에서 병사들의 공포를 비춘다. ‘아가멤논’은 스스로 가정을 무너트리는 비극을 그렸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참호에서 극중극으로 재구성했다. 세 작품은 따로 봐도 무방하게 각각 독립적으로 그렸지만 서로 이어져 있다.공연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벙커로 들어가는 것처럼 만들었다. 100여 석의 객석은 무대와 바로 맞닿아 관객도 벙커에서 병사들과 함께 숨쉬는 것 같다. 이들이 느끼는 공포와 절망, 분노가 온몸으로 전해져 온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인간의 욕망과 감정을 날 것 그대로 뿜어내 극강의 몰입도를 자아낸다.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됐다. 국내에서는 2016년 초연됐고 2018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각 작품은 인터미션 없이 75분간 진행된다.솔저1은 이석준 최재웅 박훈, 솔저2는 이동하 박정복 신성민, 솔저3은 문태유 김바다 김시유가 각각 맡았다. 솔저4는 정연 이진희 정운선이 연기한다.3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16세 이상 관람가능. 전석 5만5000원. >> 뮤지컬 슈가, 살기 위해 ‘여자’가 된 이들의 좌충우돌1929년 미국 시카고. 갱단이 살인하는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조, 제리는 갱단에게 쫓긴다. 색소폰 연주자 조, 베이시스트 제리는 살기 위해 여장을 하고 여성 밴드에 들어간다. 밴드는 마이애미로 향하고 조는 순수한 보컬리스트 슈가에게 반한다.마이애미까지 쫓아온 갱단을 피해 도망쳐야 하지만 조가 슈가에 대한 사랑으로 머뭇거리면서 상황은 꼬여간다. 여장한 제리에게 나이 많은 억만장자 오스굿 필딩이 반해 버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코미디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1959년)를 뮤지컬로 만들었다. 국내 초연이다. 쇼뮤지컬로 화려한 춤과 연주를 시시각각 선보인다. 아슬아슬한 상황이 거듭되는 가운데 배우들은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이끈다. 조와 제리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빠르게 변신하며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슈가 역은 솔라 양서윤 유연정이 맡았다. 조와 그가 여장한 조세핀은 엄기준 이홍기 남우현 정택운이 연기한다. 제리와 그가 여장한 다프네 역에는 김법래 김형묵 송원근이 발탁됐다.여성 밴드 리더인 스위트수 역은 김나희 류비가 맡았다. 오스굿 필딩은 김봉환 조남희가 연기한다. 2월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대극장. 8세 이상 관람 가능. 8만∼16만 원.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삶과 죽음은 인간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를 기이하면서도 발랄하게 그리거나 묵직하고 강렬하게 담아낸 작품이 있다. 인생이란 여정에서 마음을 나눈 이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완전히 다른 빛깔을 지닌 네 작품을 만나보자. ●뮤지컬 ‘비틀쥬스’악동 유령이 벌이는 기괴하고 유쾌한 소동 100억 년간 이승과 저승 사이에 낀 비틀쥬스는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다. 외로움에 몸부림쳐도 어쩔 수 없다. 저승법에 따르면 산 사람이 비틀쥬스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 그를 볼 수 있다. 비틀쥬스는 유령을 볼 수 있는 소녀 리디아, 동시에 사망한 부부 바바라와 아담을 만나자 이들을 이용해 사람들이 자신을 보게 만들려 하는데….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1988년)를 뮤지컬로 만들었다. 201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국내 공연은 2021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기괴하면서도 엉뚱 발랄한 인물들이 자아내는 통통 튀는 이야기가 만화 같은 무대와 딱 맞는 톱니바퀴처럼 어우러진다. 악동 유령 비틀쥬스의 혼란스러운 정서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노래와 춤, 갑자기 튀어나오는 기이한 존재들,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거칠 것 없어 보이지만 마음 깊은 곳에 상처를 지닌 비틀쥬스, 겁 없고 당차지만 세상을 떠난 엄마만 생각하며 집을 떠나지 않으려는 리디아, 겁 많고 소심하지만 다정한 바바라와 아담을 통해 외로움, 삶과 죽음, 사랑을 그려낸다. 비틀쥬스의 과감하고 짓궂은 계략으로 인해 정신없이 펼쳐지는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웃음이 터진다. 그러다 따뜻함이 밀려온다. 비틀쥬스가 수시로 랩처럼 쏟아내는 욕설 같은 막말도 우리말 운율을 살려 감칠맛(?) 나게 뽑았다. 뛰어난 기량을 지닌 배우들은 각 인물을 맞춤으로 연기해 빈 틈 없는 무대를 선사한다.비틀쥬스는 정성화 정원영 김준수가 연기한다. 리디아 역은 홍나현 장민제가 맡았다. 바바라 역에는 박혜미 나하나, 아담 역에는 이율 정욱진이 발탁됐다. 리디아의 아빠 찰스는 김용수 김대령, 리디아의 자기계발 멘토 델리아는 전수미 윤공주가 연기한다. 3월 22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서울 LG시그니처홀. 14세 이상 관람 가능. ●연극 ‘벙커 트릴로지’참호에서 폭발하는 전쟁의 참상제1차 세계대전. 곧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여기며 전쟁이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입대한 영국인들. 함께 온 친구들이 얼마 되지 않아 눈앞에서 참혹하게 숨지자 큰 충격을 받는다. 갑자기 시작되는 폭격, 알 수 없는 곳에서 날아오는 총알에 이들은 점점 이성을 잃어간다. 1차 세계대전을 세 편의 고전 모르가나, 아가멤논, 맥베스로 재해석했다. 작품 ‘모르가나’는 아서 왕 전설의 마법과 환영 속에서 병사들의 공포를 비춘다. ‘아가멤논’은 스스로 가정을 무너트리는 비극을 그렸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참호에서 극중극으로 재구성했다. 세 작품은 따로 봐도 무방하게 각각 독립적으로 그렸지만 서로 이어져 있다.공연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벙커로 들어가는 것처럼 만들었다. 100여 석의 객석은 무대와 바로 맞닿아 관객도 벙커에서 병사들과 함께 숨쉬는 것 같다. 이들이 느끼는 공포와 절망, 분노가 온 몸으로 전해져 온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인간의 욕망과 감정을 날 것 그대로 뿜어내 극강의 몰입도를 자아낸다.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됐다. 국내에서는 2016년 초연됐고 2018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각 작품은 인터미션 없이 75분간 진행된다. 솔저1은 이석준 최재웅 박훈, 솔저2는 이동하 박정복 신성민, 솔저3은 문태유 김바다 김시유가 각각 맡았다. 솔저4는 정연 이진희 정운선이 연기한다. 3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16세 이상 관람가능. ●연극 ‘터키 블루스’음악과 여행으로 추억하는 우정 고등학생 시완과 중학생 주혁은 서로에게 영어와 농구를 가르쳐주다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까워진다. 할 일은 꼭 하고 계획대로 사는 시완, 마음 가는대로 일단 지르는 주혁. 너무나 다른 둘은 서로를 통해 각기 다른 세상을 알게 된다. 터키를 함께 여행하자고 약속도 한다. 30대가 된 두 사람. 주혁은 혼자 터키로 떠나 시완을 생각한다. 시완은 주혁을 떠올리며 작은 콘서트를 연다.2013년 초연된 작품으로 청춘의 한 자락을 잔잔하게 그렸다. 시완 역은 김다흰, 주혁 역은 전석호가 맡았다. 둘은 다시 만나지 못하지만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지닌 한 계속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배우들이 터키를 여행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과 무대 위 연기가 교차된다. 카세트 테이프, 가요 ‘왼손잡이’, ‘그대와 함께’ 등이 옛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둘은 각자의 공간에서 관객을 향해서만 이야기한다. 내면을 솔직히 털어놓기에 둘과 그 관계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김다흰은 직접 기타를 치고 노래 부르며 섬세하게 극을 이끈다. 전석호는 다소 거친 듯 하지만 감성이 충만한 주혁과 썩 잘 어울린다. 2월 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14세 이상 관람 가능. ●뮤지컬 ‘슈가’살기 위해 ‘여자’가 된 이들의 좌충우돌1929년 미국 시카고. 갱단이 살인하는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조, 제리는 갱단에게 쫓긴다. 색소폰 연주자 조, 베이시스트 제리는 살기 위해 여장을 하고 여성 밴드에 들어간다. 밴드는 마이애미로 향하고 조는 순수한 보컬리스트 슈가에게 반한다.마이애미까지 쫓아온 갱단을 피해 도망쳐야 하지만 조가 슈가에 대한 사랑으로 머뭇거리면서 상황은 꼬여간다. 여장한 제리에게 나이 많은 억만장자 오스굿 필딩이 반해 버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코미디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1959년)를 뮤지컬로 만들었다. 국내 초연이다. 쇼뮤지컬로 화려한 춤과 연주를 시시각각 선보인다. 아슬아슬한 상황이 거듭되는 가운데 배우들은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이끈다. 조와 제리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빠르게 변신하며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슈가 역은 솔라 양서윤 유연정이 맡았다. 조와 그가 여장한 조세핀은 엄기준 이홍기 남우현 정택운이 연기한다. 제리와 그가 여장한 다프네 역에는 김법래 김형묵 송원근이 발탁됐다.여성 밴드 리더인 스위트수 역은 김나희 류비가 맡았다. 오스굿 필딩은 김봉환 조남희가 연기한다. 2월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대극장. 8세 이상 관람 가능.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 원작 소설얀 마텔폭풍우로 배가 침몰해 227일간 망망대해를 떠돌며 보트에서 호랑이와 사투를 벌이는 인도 소년 파이. 포효하며 달려드는 호랑이는 야생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배우들은 인형(퍼핏)으로 만든 호랑이를 실감나게 구현한다.현재 공연계에서 최고 화제작으로 꼽히는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다. 가족을 잃고 거대한 두려움이 덮치지만 믿음을 갖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파이를 통해 삶을 묵직하게 성찰한다. 황홀함과 먹먹함도 선사한다. 2002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리안 감독이 만든 동명 영화(2013년)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소설을 쓴 캐나다 작가 얀 마텔(63)을 최근 e메일 인터뷰했다. 연극을 봤다는 작가는 “신기하고 낯선 경험이었다”고 했다.● “경이롭고 놀라운 무대”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는 2019년 영국에서 처음 선보였다. 국내 초연(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선 배우 박정민 박강현이 파이 역을 맡았다. 얀 마텔은 소설이 영화, 연극으로 변주된 데 대해 놀라워했다.“작고 검은 글자로 된 책이라는 물건이 가진 힘과 경이로움이 전면에 드러나는 무대였어요. 영화도 마찬가지였고요. 책은 독자가 읽기 시작하면 숨겨져 있던 마법이 비로소 드러나잖아요. 연극와 영화는 완전히 다른 세계예요. 연극을 보며 ‘내가 정말 이걸 썼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이 한국(국내 출간 책 제목은 ‘파이 이야기’)을 비롯해 50개국에 출간된 데 이어 영화, 연극으로도 제작돼 여전히 큰 호응을 받는 이유는 뭘까.“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놀랍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호랑이와 홀로 구명보트에 남겨져 표류한 소년이라는 은유가 울림을 준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조난자입니다. 저는 책에 사인해 드릴 때 종종 ‘멕시코 해안에 도달하시길’이라고 씁니다. 멕시코 해안은 파이가 마침내 도착한 곳이죠. 어떤 깨달음이나 구원에 이르길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삶이라는 태평양을 건너 의미라는 해안에 닿고 싶어하는 존재니까요.”연극에선 호랑이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같은 인형을 조종하는 배우들이 무대에 그대로 드러난다. 첨단 기술이 각광받는 시대에 아날로그적 연출이 재조명받고 있다.“저는 아날로그를 사랑합니다. 기술을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본질적인 건 우리가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 우리는 진정한 자신과 연결됩니다. 인공지능(AI)이 발전해도 개성은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는 건 기다림을 배우는 것”그는 3월 말 새 장편소설 ‘Son of Nobody(선 오브 노바디)’를 출간한다. 국내에는 올 하반기(7~12월)에 나올 예정이다. 트로이 전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이 전쟁에 참전한 병사 이야기와 현대 캐나다인 학자 이야기가 교차된다.“호메로스의 ‘일리아드’가 깊이 와닿았습니다. 트로이 전쟁은 본질적으로는 포위전이었습니다. 그리스군은 트로이 성벽 앞에서 무려 10년을 기다렸죠. 오랜 기다림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방향도, 행동할 방법도 알려주지 않아요. 권태로움과 좌절감이 깊어지죠. 기이한 생각과 분노를 키워 극단적인 폭력이 터져 나오게 만들고요. 영화 ‘기생충’도 이를 잘 보여줍니다. 현대의 삶도 마찬가지예요. 사는 법을 배운다는 건 기다리는 법을 배우는 거니까요. 우리는 모두 트로이 성벽 앞에서 살고 있습니다.”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 시선에서 트로이 전쟁을 그린 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평범한 인간의 운명에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미데아 출신 병사 프소아스는 염소를 치고 치즈를 만들며 그저 살아가려는 인물입니다. 우리는 아가멤논 왕보다는 대부분 프소아스에 가깝습니다.”그는 현대를 사는 우리 역시 각자의 트로이 전쟁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삶은 본질적으로 승리에 관한 게 아닙니다. 인생에는 진정한 승리가 없어요. 좋은 성적을 받거나 승진할 수는 있겠죠. 상을 받거나 복권에 당첨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시간은 결국 모든 것을 삼키고 죽음은 모든 걸 앗아갑니다. ‘이긴다’는 건 뭘까요? 연합군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지만 수천만 명이 죽었습니다. 대부분의 전쟁 그리고 대부분의 삶은 트로이 전쟁이나 6·25전쟁처럼 진정한 승자가 없는 교착 상태입니다. 삶은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살아가는 것, 모든 것이 어두워지기 전 잠시 햇살을 붙잡는 일입니다.”● 여러 나라에서 성장 경험이 상상력 밑거름 그는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기발하면서도 몽환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많이 썼다. 동물도 자주 등장한다. 신비로우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믿음, 삶과 죽음, 진실과 허구에 대해 찬찬히 생각하게 된다.“어릴 때부터 책 읽기와 공상하기를 좋아했습니다. 상상했던 걸 책을 통해 풀어낼 수 있게 된 건 행운이죠. 예술은 도피가 아니라 현실에 뿌리내린 꿈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은 현실이면서도 강력한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동물에게서 우리 자신을 보게 됩니다. 동물은 상대적으로 인간보다 덜 냉소적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저 같은 이야기꾼에게 매혹적입니다.”그의 작품에는 다양한 문화와 종교, 인종이 등장한다. 여러 나라에서 성장한 경험이 반영된 것이다.“외교관인 아버지 덕분에 코스타리카 멕시코 프랑스 등에서 자랐습니다. 다른 언어와 문화를 접하며 사는 건 마음을 활짝 열어 줘요. 돌이켜보면 당시 경험은 숨막힐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부모님은 호기심 많고 갖가지 새로운 걸 시도하는 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따뜻하게 키워 주셨습니다. 아버지는 2년 전 돌아가셨고 85세인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습니다. 두 분이 몹시 그립습니다.”그의 소설은 작품마다 또렷한 색깔을 뿜어낸다. 다채로운 이야기의 씨앗은 어디에서 얻을까. “작가는 진공청소기와 같아요. 빨아들인 건 대부분 쓸모없지만 가끔 귀중한 게 들어오기도 해요. 그러면 작품이 시작됩니다. 영감은 운, 갈망, 집요함, 열린 마음에서 오더라고요.” ● “네 아이 학교 보낸 후 집필”그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다양한 문학 작품에 대해 쓴 편지와 해당 책을 당시 캐나다 총리였던 스티븐 하퍼에게 보냈다. 2007년 3월 캐나다 예술위원회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하퍼 총리가 행사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서류만 보다가 떠난 모습에 충격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총리 보좌관이 쓴 형식적인 답장 7통만 받았을 뿐 총리가 직접 쓴 편지는 결국 받지 못했다.그는 당시 쓴 편지를 모아 에세이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를 냈다. 편지엔 문학 작품에 대한 사유와 예리함, 위트가 담겼다. 답 없는 편지를 하염없이 쓰다 시무룩해질 때도 있지만 끈질기게 이어간 편지에 웃음이 쿡쿡 나온다. 그의 게릴라(?) 같은 시도는 큰 화제가 됐고 캐나다를 넘어 세계 각국 독자들을 비롯해 작가들이 총리에게 보낼 책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유쾌한 발상과 집요함은 어디서 비롯됐을까.“총리가 답하지 않는다면 저는 계속 쓰겠다고 다짐했어요. 그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니까요. 민주주의는 대화예요. 총리가 4년간 한 번도 직접 답하지 않은 건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한편으론 편지를 쓰면서 책을 발견하고, 이미 읽은 책을 재발견하는 즐거움도 컸습니다. 지금 다시 문학 편지를 쓴다면 정치인이든 기업가든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내고 싶어요. 하지만 그들은 읽지도, 답하지도 않을 겁니다. 지금 우리는 심각한 존재론적 난청에 시달리고 있어요.”그는 아내, 네 아이와 캐나다 새스커툰에서 살고 있다.“첫째는 16세, 막내는 10세에요. 10대 네 아이와 사는 건 러시아 소설책 네 권과 함께 사는 것과 비슷해요. 줄거리는 복잡하고 인물들은 계속 성장하죠. 즉,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아이들이 학교에 갔을 때뿐이란 걸 의미합니다. 일주일에 딱 5일이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 뒷마당에 있는 작은 작업실로 갑니다. 트레드밀이 있는 책상에서 걸으며 글을 써요. 행복한 시간이죠.”현재 새로운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The Forgiven and the Forgotten(더 포기븐 앤드 더 포가튼)’이라는 작품인데요, 52장(1년의 주 수이자 카드 한 벌의 수이기도 하죠)으로 구성됐고 순서에 상관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한 작품에만 집중해요. ‘선 오브 노바디’를 작업하던 중 편집자의 답을 기다리며 멕시코에서 일주일간 혼자 지낼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머니에 대해 생각하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거예요. 쉬지 않고 써서 초고를 6주일 만에 완성했어요! 이런 경험은 처음이에요. 마치 뮤즈가 미친 듯이 받아쓰게 한 느낌이었어요.”그는 문학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문학은 고통으로 가득 찬 삶 속에서 고통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해 줍니다. 그리고 이를 견딜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얀 마텔캐나다 작가로 1963년 스페인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 코스타리카, 멕시코 등에서 자랐다. 캐나다 트렌트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1993년 소설집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로 데뷔한 후 장편소설 ‘셀프’, ‘파이 이야기’, ‘20세기의 셔츠’,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썼다. 2002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파이 이야기’는 50개국에 출간됐다. 에세이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도 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서강대(총장 심종혁)가 서울 소재 대학 중 취업률 1위에 올랐다.9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서강대 취업률은 73.1%로 서울 소재 4년제 종합대학 가운데 가장 높았다. 유지취업률(4차)도 91%로 1위였다. 이로써 3년 연속 유지취업률 1위를 기록했다. 유지취업률은 대학 졸업자가 취업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도 취업 상태인지를 보여준다. 서강대는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직원들이 학생 개개인을 대상으로 직접 멘토링하며 진로를 탐색한다. 동문 선배들의 취업 준비 과정을 담은 특강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진로 교과목과 여러 비교과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진로와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성욱 서강대 취업지원팀장은 “학생들이 가급적 빠른 시기에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찾아 해당 분야에 대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진로·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팀장은 취업에 대한 정보를 담은 ‘취업의 뼈대’ 시리즈 저자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는 뮤지컬 배우 김소향(46)은 2001년 데뷔 후 10년 동안 무명으로 지냈다. “이대론 안 되겠다”는 위기감에 미국으로 가 뉴욕필름아카데미에서 1년간 연기를 공부한 뒤 현지에서 오디션을 봤다. 탈락 탈락 또 탈락…. 150번이 넘었다. 계속 시도했다. 작은 역할을 하다 2017년 ‘시스터 액트’의 인터내셔널 투어에서 주연급인 막내 수녀 메리 로버트 역을 맡을 수 있었다. 귀국한 후에는 ‘마리 퀴리’, ‘프리다’, ‘마리 앙투아네트’ 등에서 주연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현재 공연 중인 ‘에비타’는 그의 성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에바 페론을 연기하는 그는 2006년 이 작품이 국내 초연됐을 때 후안 페론의 정부(情婦) 역을 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까스로 합격했지만 비자 문제로 캐스팅이 취소된 적도 있다. 돈도 없고 말도 낯선 곳에서 겪은 설움과 고달픔을 얘기하자면 2박 3일로는 부족하다”며 웃었다. 문이 열릴 때까지 계속 두드린 이유는 뭘까.“연기가 진짜 좋아요. 무대가 아니면 제가 어떻게 에비타, 퀴리 부인, 프리다 칼로가 돼 보겠어요. 제 안의 감정, 생각을 폭발시키거나 애절하게 풀어내는 건 정말 매력적이에요.”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오랜 시간 애쓴 끝에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은 그 동력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애정을 꼽는다. 마음이 이끌려 계속 하다 보니 그런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숱한 시도 자체가 즐거워” 40만 권 넘게 판매된 베스트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2021년)는 7년 넘게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책을 내 온 심경보 곰출판 대표(53) 덕에 국내 독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대기업에 다니다 2014년 1인 출판사를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장으로서 고민도 깊어졌다. 그는 “1인 출판사는 달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와 같아 자전거 페달을 밟듯이 멈추지 않고 책을 냈다. 돈은 최대한 안 쓰고 버텼다”고 했다.‘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미국 과학 전문 기자 룰루 밀러가 쓴 첫 책으로, 어류 전문 분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1851∼1931)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에세이, 전기, 스릴러, 르포, 인터뷰 등 여러 장르가 혼합된 독특한 형식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본보를 비롯해 여러 언론사와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심 대표는 “합리적인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과학이 재밌다. 과학책을 자주 살펴보다 발견한 행운”이라며 웃었다. 그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잭팟을 터뜨리기까지 무수한 시도가 있었다.땀으로 맺은 열매, 선물처럼 선사 지난해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퍼스트 솔리스트(수석무용수 바로 아래 등급)로 입단한 스타 발레리노 전민철(22)은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 춤을 췄다. 어린 시절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까지 올랐지만 떨어졌다. 2017년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 현장을 취재한 기자는 ‘소년 전민철’의 야무진 포부를 들었다.“저도 빌리처럼 부모님이 반대했지만 무용을 시작했어요. 발레를 하고 싶은 빌리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아요. 기회를 꼭 잡고 싶어요.” 소년은 한동안 발레를 접으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끝내 날아올랐다. 집념을 갖고 걸어간 이들 덕분에 우리는 빼어난 무대를 만나고 흥미로운 책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타인의 관심보다 자신의 마음을 따를 때 자갈길도 기꺼이 걸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좋아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으니까. 빌리의 노래처럼. “뜨거워진 내 마음, 더 이상 숨길 수 없죠, 내 마음. 저 새들처럼 날아오르는 짜릿한 느낌.”손효림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aryssong@donga.com}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쓸개 파열로 장기들이 괴사돼 의사는 “사흘 정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장례 준비를 했다. 진통제도 소용없는 극심한 통증이 덮쳤다. 6개월 가까이 투병한 끝에 기적적으로 병원문을 열고 나왔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친구들과 달리는 트럭 뒤칸에 몰래 올라타는 장난을 치다 나뭇가지에 세게 부딪쳐 오른쪽 눈을 잃을 뻔했다. 1971년 등단한 후 시집을 출간해주는 출판사가 없어 아버지에게 빌린 돈으로 시집을 내는 ‘자비 출판’을 했다. 시집을 산 첫 독자는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반짇고리에 있는 조그만 주머니에서 시집값 700원을 꺼내 손사래 치는 아들의 손에 꼭 쥐어줬다. ‘풀꽃 시인’으로 불리는 나태주 시인(81)의 이야기다. 갖가지 고비를 넘기고 무명 시인으로 오랜 시간을 보낸 그의 삶을 담은 에세이 ‘너를 아끼며 살아라’(더블북)는 지난해 6월 출간된 후 6개월 만에 5만 권 넘게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나 시인을 2일 전화로 인터뷰하고 더블북 출판사 김현종 하인숙 대표를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공동 대표인 김 대표(55)와 하 대표(54)는 부부다.나 시인은 “인터뷰, 강연 등에서 한 말과 잡지에 연재한 글을 하나하나 모아준 편집자의 정성이 고맙다. 함께 만든 책이어서 더 특별하다”고 했다. 유명 시인인 그이기에 책이 사랑받는 건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200권 넘게 낸 그의 책이 모두 베스트셀러가 된 건 아니다. 또 시집에 비해 산문집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너를 아끼며 살아라’는 출간되자마자 큰 호응을 얻었고, 연말과 새해에는 판매량이 2~3배 뛰었다. 책에는 나 시인의 말과 연결되는 그의 시도 실었다. 필사 열풍을 반영해 필사할 수 있는 페이지도 넣었다. 나 시인이 인상주의 화가를 좋아하는 점을 반영해 클로드 모네의 풍경화들도 큼직하게 배치해 감상하는 즐거움을 더했다. 나 시인과 출판사가 정교하게 기획해 만든 책이 독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나 시인은 “여러 요소를 결합해 독자가 원하는 걸 담으려 했다. ‘너를 아끼며 살아라’는 나를 잘 아는 편집자, 독자와 함께 만든 책”이라고 했다. 독자들은 “나를 사랑하며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내면이 단단해지는 느낌이다”라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고 일하느라 자신을 챙기지 못한 40~60대 여성들이 책을 읽으며 위로받았다는 반응도 많다.나 시인은 죽음의 문턱까지 경험한 일이 삶에 대한 태도를 크게 바꿨다고 했다. “가망이 없다며 생이 3일 정도 남았다는 의사의 말을 듣자 너무 살고 싶었어요. 그 때가 62세였어요. 간절한 마음이 저를 다시 일으켜 준 것 같아요. 지금은 몸이 아플 때면 ‘살아 있으니 아픈 거야. 아프니까 나는 또 살 수 있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눈 떠 세수하는 것,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것 등 일상의 순간순간이 기적이라고 느껴져요.”그는 결핍이 살아오는데 동력이 됐다고 말한다. “짝사랑하는 여학생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 시를 썼어요. 초등학교 교사가 돼 같은 학교 여선생님에게 마음을 고백했다가 혹독하게 거절당한 후 쓴 시가 1971년 신춘문예에 당선됐고요. 돌아보니 거절당하는 것이 때론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상황이 나빠질 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되뇐다. 바닥에 떨어지면 거기서부터 딛고 일어나려는 마음이기도 하다. 하 대표는 “흘러간 선생님의 말이 아까웠다. 시는 물론이고 에세이도 잘 쓰셔서 이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했다.책 제목은 시 ‘너를 아껴라’에서 가져왔다. ‘네가 가진 것을 아껴라/해와 달이 하나이듯이/세상에 너는 너 하나/…(중략)…너의 결점과 너의 장점/너의 좌절과 너의 승리/너의 뜨거움과 그리움/너의 깨끗함을 아껴라.’ 하 대표는 밥 먹을 때, 운동할 때는 물론 잠들기 전까지도 제목을 고민했다. 제목에 ‘풀꽃’, ‘인생’이 들어간 나 시인의 책이 있어 두 단어는 제외했다. “그 즈음 지인이 ‘너는 왜 항상 일이 먼저고 너를 아끼는 시간을 뒤로 미루니. 아이들을 챙기거나 청소를 할 때도 너를 먼저 생각해’라고 말하더라고요. 울컥했어요. 제가 맏이로 태어났는데요, 지금까지 누구도 이런 말을 해 준 적이 없었거든요. 시 ‘너를 아껴라’가 눈에 들어왔어요. 다정한 위로의 말을 생각하다 ‘너를 아끼며 살아라’가 떠올랐죠. 선생님께 여쭤보니 단박에 ‘좋다’고 하셨습니다. 제목이 한 번에 통과된 건 처음이었어요.(웃음)”더블북은 나 시인과 함께 새로운 유형의 책을 여러 권 선보였다. 한서형 아로마테라피스트와 함께 향기 시집 ‘너의 초록으로, 다시’(2022년)를 냈다. 시 ‘풀꽃’과 함께 그려진 그림을 퍼즐로 맞춰보는 퍼즐 시집 ‘풀꽃 아이’(2025년)도 있다. 나 시인의 시 40편을 접한 인공지능(AI)의 답변을 담은 ‘나태주 시 AI에게 묻습니다’(2025년)도 출간했다.기발한 아이디어는 대부분 나 시인이 냈다.“헤겔은 ‘시각과 청각이 아니면 예술이 되지 못한다’고 했어요. 시각은 미술, 청각은 음악인데 촉각이나 후각으로 책을 낼 수 없을까 고민했죠. 그러다 향기 시집을 떠올렸어요. 여러 출판사에 제안했지만 다들 난색을 표하더라고요. 더블북의 두 대표님들은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나 시인이 웹툰 작가들과 협업해 시와 이야기를 엮은 웹툰 시집(‘오래 보고 싶었다’(2023년) ‘별을 사랑하여’(2024년), ‘행복아, 어서와’(2025년))도 출간했다. “중학교에 강연갔을 때 학생들이 ‘왜 만화책은 없어요?’라고 물었어요. 생각해 보니 삼국지도 만화책이 있는데 시는 왜 만화로 나온 게 없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만화 시집을 만들어줄게’라고 약속했습니다.”김 대표는 실력 있는 웹툰 작가들을 찾아나섰고, 웹툰 시집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나 시인은 한 해에 책을 여러 권 내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작가마다 스타일은 제각각입니다. 저는 시인이 독자에게 봉사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러 시도를 하는 건 독자에게 필요한 게 뭔지 찾아서 전하고 싶기 때문이에요.”나 시인은 두 대표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면 실현하려고 지독하게 애쓰는 헝그리 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나 시인에게서 많을 걸 배운다고 했다.“선생님은 실험 정신이 엄청 강하세요. 덕분에 기존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어 재밌어요. ‘논에서 멍 때리는 카페’를 보고 ‘논멍’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며 바로 시에 쓰시는 등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데도 적극적이시고요.”(하 대표)“선생님은 사인하실 때 독자 이름은 물론 시도 써주시기에 시간이 꽤 걸려요. 독자 한 명이 선물용으로 10권에 각각 다른 이름으로 사인해달라고 해도 모두 해 주세요. 독자들에게 정성을 쏟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책 한 권도 절대 허투루 만들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김 대표)나 시인은 “지금 10박스 분량의 시집에 사인하고 있다”고 했다.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6학년 학생들에게 졸업 선물로 나 시인의 시집을 주고 싶다며 책을 10박스 보내 사인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이틀 꼬박 사인하고 있어요. 적어도 나흘은 걸릴 것 같아요. 만만찮은 작업이지만 아이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죠. 체력이 좋진 않지만 걷는 걸 좋아해서 자주 걷습니다. 평생 차 없이 살다보니 자연스레 많이 걷게 돼요. 강연을 다니며 독자들에게서 에너지도 얻고요.” 나 시인은 책을 한가득 든 채 버스, 기차를 타고 전국을 누빈다. 다른 사람이 짐을 들어준다고 해도 정중히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면 자꾸 더 바라고 기대게 돼요. 인생은 고달픈 거예요. 버텨야 합니다. 나이 들어도 혼자서 해야 자생력이 생겨요.”나 시인은 올해 노래 시집을 낼 예정이다.“제 시로 작곡가가 곡을 만들고 가수가 노래했어요. QR코드를 통해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독자들이 원하는 걸 연구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책을 계속 내고 싶습니다.” ■‘너를 아끼며 살아라’(더블북·2025년)는….나태주 시인이 인터뷰, 강연 등에서 한 말을 모은 에세이다. 시인이 걸어온 길과 여러 고비, 이를 통해 깨달은 바를 담았다. 각각의 주제와 연결되는 그의 시도 실었다.젊은 시절 시인은 가난한 집안 형편, 작은 키, 별로인 얼굴에 불만이 많아 운명을 원망했다.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면 죽을 것 같아 ‘살기 위해’ 시인이 되고 싶어했다. 15세 때 간절하게 꿈꿨던 소망이 오늘날까지 그가 시를 쓰며 살게 한 것이다. 시인으로 일찍 인정받지 못하고 오랜 무명 기간을 보냈기에 지금도 시를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중학생 때 오른쪽 눈을 잃을 뻔한 사고를 겪었고 62세 때 쓸개 파열로 살 가망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기어이 회복했다. 오랜 병원 생활을 하며 잠 못 이루던 밤, 창 너머를 바라보던 그는 눈 깜빡 하는 사이 가로등이 모두 켜진 것을 보게 됐다. 그는 인생에도 기적처럼 불이 다시 켜지는 순간이 온다는 걸 깨닫는다. 자신의 회복을 기원하는 많은 이들의 간절한 마음도 느꼈다. 그렇게 시 ‘멀리서 빈다’가 탄생했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는 시구로 유명하다. 행복을 느끼려면 연습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젊었을 때 그는 불행하다고 느꼈다. 불행한 게 아니라 그렇게 느낀 것이다. 나이 든 지금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시처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행복은 쉼 없이 연습하고 학습하고 깨달아야 비로소 자기 것이 된다고 말한다. 시인은 서울 시내에서 길을 잃으면 서울역을 찾아 돌아와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하염없이 걷다보면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살다가 길을 잃었을 때는 자기 안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말한다. 그게 시작이라고.담백한 문장을 통해 힘든 순간을 견뎌내고 스스로를 다독이도록 응원한다. 솔직하게 털어놓은 그의 아픔과 서러움은, 삶은 고단하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나아가면 된다는 위로를 건넨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중소기업 영업부 K부장은 직원들에게 “실적이 떨어지면 정리해고 대상이 될지 몰라”라고 자주 말했다. 인사팀과의 친분을 암시하며 “슬슬 누굴 내보낼지 고민이더라”는 말도 흘렸다. 직원들은 두려움에 시달리며 경쟁적으로 일했다. K부장은 부드러운 태도로 직원들을 대했지만 작은 실수라도 하면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며 불안감을 부추겼다. 직원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병가를 냈고 신입 사원들은 얼마 못 가 퇴사했다.이는 실제 사례로 K부장은 공포가 최고의 동기 부여임을 확신하고 이를 활용해 성과를 냈다. 타인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종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다크 심리학(Dark Psychology)은 인간 내면의 어두운 부분을 탐구해 타인의 감정을 조작하거나 설득하는 기술을 융합한 것으로, 심리학계의 정식 용어는 아니다. 어센딩 출판사에서 출간한 ‘다크 심리학’은 타인의 심리를 조종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분석하고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담았다. ‘다크 심리학’은 올해 7월 출간한 후 3개월 만에 10만 권 넘게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저자로 표기된 ‘다크사이드 프로젝트’에는 박용남 씨(46)와 주원 씨(35), 또 다른 한 명이 참여했다. 손힘찬 어센딩 출판사 대표(30)를 3일 전화 인터뷰했다. 손 대표는 30만 권 넘게 판매된 에세이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2018년)를 비롯해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2021년)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손 대표는 “글을 쓰면서 출판사 마케터로 일하다 지난해 어센딩 출판사를 설립했다. 어센딩에서 낸 다섯 번째 책이 ‘다크 심리학’인데 이렇게 호응이 뜨거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책의 시작은 박 작가의 소셜 미디어였다. 박 작가가 다크 심리학과 관련된 내용을 올리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손 대표는 박 작가와 ‘어른의 기분관리법: 심리학편’(2025년)을 함께 집필하며 인연을 맺었다. 대학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박 작가는 심리상담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초에 다크 심리학을 알게 됐는데요, 미국에서 사용하는 용어라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다크 심리학에 열광하는지 의아했어요. 그래서 책으로 출간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죠.”다크 심리학은 2002년 심리학자 델로이 파울러스, 케비 윌리엄스가 ‘다크 트라이어드’(Dark Triad)라는 용어를 논문에 처음 사용하면서 나왔다. 다크 트라이어드는 인간 심리의 어두운 부분 중에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즘의 세 가지 성향이 모인 집합이다. 모두 ‘자기중심적 사고를 추구하고 타인을 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 작가가 글을 쓰면 마케터로 일한 주 작가가 이를 가독성 높게 정리했다. “국내에는 다크 심리학을 다룬 책이나 자료가 없어서 참고할 게 없었어요.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았죠. 저자들은 원고를 계속 주고받으며 써 나갔어요. 담당 편집자는 20년간 편집 업무를 했는데도 ‘작업 난도가 너무 높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출판사 직원은 손 대표를 포함해 4명으로, 다같이 책 만들기에 매달렸다. “내용이 다소 어둡고 ‘음지스러워서’ 목차를 구성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독자의 흥미를 끄는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크 심리학을 이해하고 분별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책에서는 감정 교란, 고립화, 피해자 프레임 설정 등 타인의 심리를 조종하는 유형들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대처법을 말한다. 가령 상대방이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감정을 교란시키고 시간을 끌어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하면 이를 역으로 이용하라고 한다. 일단 협상을 할 때 대화를 빨리 끝내야 한다. 혼란을 야기하려는 상대방이 불쾌하게 여길 정도로 차분하게 행동해야 한다. 평소 5분 안에 답했다면 한참 동안 연락하지 않다가 24시간 뒤에 ‘이건 다음 회의에서 다뤄요’라고 짧은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방은 궁금해 하고 초조해진다고 설명한다. 책은 소장욕을 자극하기 위해 양장본으로 만들었다. 검은색 바탕에 은박으로 제목과 저자만 표기했다. 두꺼운 종이를 사용해 책장을 넘길 때 빳빳한 촉감이 느껴지고 빨리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책은 읽는 재미도 있지만 장식의 기능도 있어요. 고급스럽게 만들면 가격에 상관없이 구매하더라고요. ‘다크 심리학’은 서점에서 살펴보다 사는 독자들이 상당수예요. 실제로 오프라인 서점에서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남성 독자의 비중이 높은 것도 눈에 띈다. “독자 중 남성의 비율이 60% 정도 됩니다. 20대부터 40대가 많고요. 교보문고에 따르면 책이 출간된 초반에 구매자 중 2030 남성의 비중이 60%나 됐어요.”마케팅은 쉽지 않았다. 저자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책을 알렸다. 출판사 차원에선 책을 소개하는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유료 광고를 요청했지만 절반 이상이 거절했다고 한다. “책을 다루는 유튜버들은 고전이나 검증된 저자의 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다크 심리학’은 내용을 비롯해 여러 모로 비주류에 속해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최명기 원장님은 다크 심리학에 대해 ‘세속 심리학’이라고 하셨는데 이게 딱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저희 채널과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정중하게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죠. 한편으론 저희가 요청하기 전에 ‘다크 심리학’을 소개해주신 유튜버도 있었어요. 이런 엇갈린 반응을 보면서 책 판매는 ‘모 아니면 도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지금은 책 자체의 힘으로 계속 빠르게 판매되고 있다. 손 대표는 인기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크 트라이어드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드라마 ‘친애하는 X‘를 비롯해 여러 작품에 사이코패스 등이 자주 등장하니까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요. 가스라이팅에 대한 기사도 많이 나오니까 더 알고 싶어하고요. 실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에서 이기고 올라가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볼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욕구도 큰 것 같습니다.”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모두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다. 영국 심리학자 케빈 더튼이 2012년 영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이코패스가 많은 직업 1위는 최고경영자(CEO)였다. 2위는 변호사, 3위는 연예인 4위는 영업사원이었다. 이어 외과의사, 기자, 경찰관, 성직자, 요리사, 공무원 순이었다. 많은 사이코패스가 다양한 영역에서 성공한 사람으로 대접받으며 조용히 권력을 쥐고 타인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세상에는 ‘정상인의 껍데기’를 쓰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이코패스가 있고, 반대로 냉혹한 기질을 활용해 오히려 사회적 선(善)을 이루는 사이코패스도 있다고 말한다. ‘다크 심리학’은 출판사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 준 ‘효자책’이 됐다. “이번 책도 안 되면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출판일을 좋아해서 계속 하겠지만 지금처럼 전업으로 하긴 힘들었을 거예요. ‘다크 심리학’이 어센딩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히트 친 책이 되지 않도록 해야죠.(웃음)” ‘다크 심리학’ 후속책인 ‘다크 심리학2’도 다음달에 낼 예정이다. “‘다크 심리학’이 입문서 역할을 했다면 두 번째 책에서는 권력과 범죄 심리학을 중심으로 다뤄요. 시리즈로 책을 계속 낼지는 모르겠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다크 심리학’(어센딩·2025년)은…. 인간 내면의 어두운 부분을 탐구해 타인의 감정을 조작하거나 설득하는 기술을 융합한 다크 심리학을 소개하고, 이런 기질을 가진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방법을 알려준다. 심리상담가 박용남 씨와 마케터 주원 씨 등 3명이 ‘다크사이드 프로젝트’를 결성해 함께 썼다. 다크 심리학은 심리학계의 정식 용어는 아니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스트, 타인의 감정과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자기애가 지나쳐 타인을 심리적으로 통제하려는 나르시시스트를 어둠의 3요소로 꼽는다. 이런 세 성향이 결합된 게 ‘다크 트라이어드’(Dark Triad)다.이들이 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마키아벨리스트는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사이코패스는 사회적 위장 능력, 철저한 감정 통제로 다양한 영역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저자들은 타인을 심리적으로 조종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짚으며 대처법을 제시한다. 거짓 소문과 정보 왜곡으로 자신을 고립시킬 경우 정보와 감정을 분리해야 한다. 지금 느끼는 두려움과 배신감이 사실에서 비롯된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면 감정에 휩쓸리는 걸 늦출 수 있다. 모두가 자신에게 등을 돌린 게 맞는지도 의심해 봐야 한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시도하거나 작은 호의를 표현해 보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호의를 베풀어 원하는 걸 얻어내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끊임없는 호의를 베푼다면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순간’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피해자 행세를 하며 이런 저런 요구를 한다면 세 가지를 생각해 보면 된다. △상대의 고통은 내가 해결해 줄 문제가 아니며 △내가 준 적 없는 빚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고 △거절은 공격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권리다. 피로하면 판단을 남에게 맡기고 작은 호의도 과대평가하게 된다. 복종적으로 변하기도 쉽다. 악의적인 사람은 이를 너무나 잘 안다. 그러므로 지쳐 있을 때 상대가 요구하면 즉시 판단하지 말고 하루 정도 판단을 유보하고, 그게 어렵다면 단 5분이라도 시간을 두는 게 좋다. 미성년자와 여성들을 감금한 뒤 자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믿게 만든 미국 유명 가수 알 켈리, 투자금을 재빨리 두 배로 돌려주며 투자자에게 투자 선구안이 있다며 인정 욕구를 자극해 다단계 금융사기를 친 찰스 폰지 등 여러 인물도 소개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야망을 위해 거침없이 남자를 이용하는 팜므파탈, 가슴에 불꽃을 품은 과학자, 고통을 붓으로 찍어내는 화가…. 너무나 다른 색채를 지닌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연기한다. 폭발하는 고음은 물론 애절하게 속삭이고, 마침내 무너지며 절규하는 넘버까지 매끄럽게 소화한다. 배우 김소향(45)이다.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서 그를 4일 만났다. 그는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내년 1월 11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에비타’에서 에바 페론(1919∼1952)을 연기하고 있다. 김소현, 유리아 배우와 번갈아가며 무대에 선다. 그는 “에비타 역을 맡은 셋 중 가장 눈물이 많다. 제작진이 (병으로 쇠약해진 에비타가 타는) 휠체어에 저를 위해 손수건을 따로 달아줬다”며 웃었다. ‘에비타’는 1978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첫 선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2006년 초연됐고 2011년 두 번째 공연 후 이번이 세 번째 무대다. 시골에서 가난한 사생아로 태어났지만 남자를 이용해 원하는 바를 이루고 끝내 아르헨티나의 영부인이 된 에바 페론의 삶을 강렬하게 그렸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면모를 입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정점에 올랐지만 암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기에 감정의 진폭도 크다. 해설자 역을 하는 가상의 인물 ‘체’(마이클 리, 한지상, 민우혁, 김성식)가 함께 하지만 에바 페론이 사실상 단독으로 무대를 이끈다. 노래로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이어서 노래의 힘이 크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을 만든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했다. 후안 페론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에바 페론이 부른 유명곡 ‘Don’t Cry for Me Argentina’는 뜨겁고 절절하다. “화내거나 울려고 하지 않아도 노래를 부르면 자연스레 감정이 나와요. 불협음이 많고 한 음 한 음마다 에비타의 삶과 감정을 압축적으로 담아 난도가 높아요. 등에서 땀이 날 정도라니까요. 그래도 ‘10년 동안 ‘에비타’ 계속 할래?’라고 물으면 곧바로 ‘네!’라고 할 정도로 좋아요.(웃음)”그는 에바 페론을 연기하는 게 꿈 같다고 했다.“2006년 국내 초연 때 후안 페론의 정부 역을 했어요. 그랬던 제가 에비타로 무대에 서다니 너무 벅차요. 무시당하던 사생아에서 영부인이 된 에비타의 삶은 앙상블로 시작해 주연을 맡게 된 저와 비슷하게 느껴져요. 뭔가에 꽂히면 아무리 말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주마처럼 달려가는 것도요. 최고의 자리에 가려 했던 에비타의 심정이 너무나 이해돼요. 팜므파탈의 면모는 제 능력 밖이지만요.(웃음)” 그는 국민대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던 2001년 뮤지컬 ‘가스펠’의 소냐 역으로 데뷔했다. 여러 작품에서 커버 역을 하다 2011년 미국으로 건너 가 뉴욕필름아카데미에서 연기 공부를 했다. 미국에서 ‘왕과 나’, ‘올리버’, ‘미스 사이공’의 앙상블 겸 조연을 했다. 한국에서 ‘보이첵’, ‘마타하리’의 주연을 맡은 뒤 다시 미국으로 갔다. 2017년 ‘시스터 액트’의 인터내셔널 투어에서 막내 수녀 메리 로버트를 연기한 후 완전히 귀국해 ‘마리 퀴리’, ‘프리다’, ‘마리 앙투아네트’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 힘든 시간이 많았다. “커버 역을 오래 하며 조바심이 나고 지치기도 했어요.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미국에 갔지만 언어도 낯설고 돈도 없는 이방인으로 사는 게 만만치 않았어요. 현지 오디션에서 150번 넘게 떨어졌어요. 아휴, 말이 150번이지 얼마나 진이 빠졌는지 몰라요. 오디션을 통과했는데 비자 문제로 무대에 못 선 적도 있고요. 설움을 얘기하자면 2박 3일로는 부족해요.(웃음)”그의 이름 앞에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표현이 자연스레 붙는다. 그는 에바 페론을 비롯해 마리 퀴리, 프리다 칼로, 마리 앙투아네트 등 실존 인물을 그린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 “여성의 성장을 그린 작품이 좋아요. 완성된 캐릭터보다 변화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표현하는 게 즐겁거든요. 어떤 고난이 있었고 그 끝에는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 보여주는 건 짜릿해요.” 실존 인물은 좀 더 예민하게 분석하고 표현한다. “공감가게 연기하되 일방적으로 미화시키진 않아요. 왜곡하면 안 되니까요. 판단은 관객에게 맡깁니다. ‘에비타’에서도 야망을 이루려는 에비타의 노력을 인정해요. 그 방법엔 동의하기 어렵지만요. 에비타에 대해선 성녀와 악녀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지만 둘 다 아니라고 봐요. 인간은 양면적인 존재잖아요. 에비타의 빛과 그림자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려 해요.”그는 스스로를 ‘노력파’라고 했다.“지금도 부족한 게 많아요. 에비타 연기를 위해 보컬 코칭을 받았어요. 모자란 부분을 계속 채워나가는 게 인생의 숙제예요.”마음먹은 게 있으면 성에 찰 때까지 해야 직성이 풀린다. “하나에 꽂히면 끝을 봐야 해요. 미국에서 무대에 서려고 애쓴 것도 유학만 해선 안 되고 ‘무 하나를 자르고’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그는 몰입도 높은 연기 비결로 경험을 꼽았다.“여행, 연애 등 직접 해보고 느낀 게 도움이 돼요. 낯선 곳에서 기차를 놓쳐 발을 동동 구르고, 소매치기를 당해 현지 경찰서를 찾아가는 등 예상치 못한 일이 닥치고 그걸 수습하는 과정 모두가 자산이 되거든요.”그는 한 해에 3, 4작품에 출연한다. 어떻게 이렇게 쉼 없이 달릴 수 있을까. “제 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작품 사이사이 쉬는 기간이 꽤 있어요.(웃음) 올해도 3, 4월엔 쉬었어요. 시간 날 때면 테니스를 하고 강아지 ‘왕자’랑 산책을 다녀요. 공상하는 걸 좋아해서 카페에서 노트에 낙서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요.”글을 쓰고 연출하는 상상도 한다. “콘서트를 위해 모놀로그를 쓰면서 글쓰기에 매력을 느꼈어요. 여성이 주인공인 1인극이나 2인극을 써보고 싶어요.” 이젠 스스로를 조금은 풀어주려고 한다.“2년 전만해도 공연 전에 요가, 물구나무 서기, 객석 뛰어다니며 몸 풀기 등 루틴에 엄청 집착했어요. 안 지키면 큰일난다고 여겼죠. 그런데 배우는 좀 더 자유로운 영혼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후배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몸을 풀어요.” 지독할 정도로 성실한 그의 노력은 무대에서 고스란히 피어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김소향은 쉽게 가라앉을 배우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넘치는 평가에 참 감사해요.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어떤 역을 맡아도 다른 이와 비슷하지 않게 저만의 세계를 만들어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연말이 다가오면서 모임도 늘어난다. 반가운 이들을 만날 때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진다. 자연스럽고 환한 피부로 가꿔주는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향기로운 차와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매끄럽고 투명하게설화수는 12월 신제품 ‘퍼펙팅 베일 프라이머’와 ‘퍼펙팅 틴티드 크림’을 선보였다. 퍼펙팅 베일 프라이머는 모공과 피부결을 다듬어 맑고 투명한 피부색을 만들어준다. 스킨케어 성분 비중이 85.36%로, 통기성 메이크업 기술을 사용해 얇게 밀착된다. 메이크업 지속력도 높다. 질감이 가벼워 부드럽게 발리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퍼펙팅 틴티드 크림은 피부색과 결을 정리하고, 결점을 보정해 준다. 아이보리, 베이지, 샌드, 앰버, 진저까지 총 5가지 색으로 구성돼 자신의 피부색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크림 제형은 밀착력이 좋고 피부에 부드럽게 발린다. 잡티를 감춰주며 끈적이거나 칙칙해지지 않게 오랜 시간 깨끗한 광채를 유지한다. 스킨케어 성분 비중이 78.83%로,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고 눈가 주름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설화수는 “두 제품을 함께 사용할 경우 보다 매끄럽고 투명하게 피부를 연출할 수 있다. 메이크업 효과도 더 오래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에스트라는 ‘2025 홀리데이 한정판’ 기획세트를 선보였다. 이이오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해 피부장벽을 지켜주는 ‘캡슐 요정’을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기획세트는 ‘아토베리어365 크림 대용량(150mL)’과 ‘아토베리어365 크림&미스트 듀오’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했다. 일본, 베트남, 태국, 미국 등에서도 선보이며 국가별로 디자인과 구성을 다르게 했다. 아토베리어365 크림은 2018년 출시 후 누적 판매량 900만 개를 넘었다. 고밀도 세라마이드 캡슐이 손상된 피부 장벽을 강화한다. 보습 효과도 좋다. 에스트라는 “아토베리어365 크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올리브영 어워즈 크림 부문 1위를 수상했다”고 밝혔다. 남성 스킨케어 브랜드 ‘오딧세이’는 붉은 말의 해인 2026을 맞아 신년 에디션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오딧세이 로맨틱 라인’과 ‘블랙 라인’이다. 오딧세이는 “붉은 말이 지닌 열정, 도전,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담아 2026년 새 출발을 준비하는 남성들에게 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오딧세이 로맨틱 라인은 그린티와 캐모마일 워터 성분을 담아 거칠어진 피부를 진정시킨다. 피부 장벽도 강화해준다. 오딧세이 블랙 라인은 주름과 피부색을 개선해준다.다채로운 차의 풍미 오설록은 연말을 맞아 ‘시그니처 밀크티 컬렉션’을 선보였다. 말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데다 호지차의 인기가 높아지는 현상을 반영해 밀크티 4종 세트를 만들었다. 이한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한 이 컬렉션은 2026년 붉은 말의 해를 앞두고 제주의 밤하늘과 차밭을 주제로 서정적인 분위기로 디자인했다. △제주 말차 밀크티 △제주 호지차 밀크티 △얼그레이 밀크티 △제주 말차 오트 블렌드까지 총 4종과 전동차선으로 구성했다. 오설록은 “오설록 밀크티는 우유 없이 물만으로도 간편하게 만들어 깊고 진한 차의 풍미와 은은한 단맛, 부드러운 질감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1월 선보인 제주 말차 오트 블렌드는 우유 대신 오트·아몬드·콩 등 식물성 원료를 배합한 제품이다. 유제품을 섭취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호지차를 활용한 제주 호지차 밀크티는 고소한 풍미를 지닌 데다 말차 밀크티에 비해 카페인 함량이 낮다. 지난해 내놓은 제주 말차 밀크티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얼그레이 밀크티 역시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오설록 공식 직영몰에서는 이달 한 달간 여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최대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구매 금액대별로 홀리데이 트라이얼 키트 및 파티팩 등 사은품을 준다. 22일까지 매주 월·수·금요일 진행되는 특가 프로모션에서는 최대 4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54종 기획 상품 선보여 아모레퍼시픽 공식 온라인 플랫폼 아모레몰은 이달 23일까지 대규모 쇼핑 축제 ‘2025 윈터 아모레 세일 페스타(이하 아세페)’를 연다.이번 아세페에서는 ‘끝없는 혜택을 찾아라’를 주제로 54종의 특별 기획 상품, 1990년대 인기를 끈 ‘월리를 찾아라’와 협업한 굿즈를 선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은 “어드벤트 캘린더, 우프 무드등, 빅 타포린 백, 뽀모도로 시계, 포스트카드 등으로 구성된 이번 컬렉션은 월리의 주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찾는 재미’와 함께 한정 수량으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소개 미션을 통해 포인트를 받는 ‘프리퀀시 이벤트’, 매일 아모레몰을 방문한 고객에게 최대 1000포인트를 주는 ‘뷰티템 틀린그림 찾기’를 진행한다. 구매 건당 기회가 주어지는 경품 행사에서는 모두투어 1000만 원 여행상품권 응모권을 준다. 우리동네 GS와 함께하는 ‘릴레이 브랜드데이’에서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구매 고객에게 호빵 쿠폰을 준다.김경연 아모레퍼시픽 e커머스 디비전 부사장은 “연간 2회만 진행하는 아모레몰의 최대 행사 아세페는 매회 고객에게 새로운 굿즈와 볼거리,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아세페에서의 특별한 쇼핑을 통해 따뜻한 연말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연말은 공연계의 대목이다. 보고 싶은 작품을 즐기며 한 해를 마감하는 시간은 뜻 깊다. 취향에 맞춰 골라 볼 수 있게 성찬이 마련됐다. 이제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라이프 오브 파이놀라운 황홀함, 먹먹한 여운 속 묵직한 성찰 인도에서 캐나다로 가던 배가 폭풍우로 침몰해 227일간 태평양을 떠돌다 홀로 발견된 소년 파이. 사고 조사를 위해 찾아온 보험사 담당자에게 파이는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벵골 호랑이와 구명 보트에 남게 됐다는 이야기를 한다.2002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겼다. 국내 초연이다. 2019년 영국 셰필드에서 처음 선보였고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올랐다. 소설이나 리안 감독의 동명 영화(2013년)를 본 이라면 동물들과 폭풍우, 광활한 바다와 신비로운 생명체 등을 어떻게 무대에 구현했을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막이 오르면 이 모든 궁금증은 단숨에 날아간다. 바다에서 휘몰아치는 폭풍우, 배에서의 아비규환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무대는 구출된 파이가 입원한 병원에서 호랑이와 사투를 벌이는 보트, 시끌벅적한 시장 등으로 순식간에 전환된다. 역동적인 연출에,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가 몰입감을 높인다. 호랑이와 얼룩말, 오랑우탄 등을 인형(퍼핏)으로 정교하게 연출한 무대는 압권이다. 호랑이가 포효하며 달려드는가 하면 고기를 거칠게 뜯는 야생의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된다. 귀를 쫑긋거리는 얼룩말, 두 팔을 벌린 채 뛰어다니는 오랑우탄, 끈질기게 공격하는 하이에나까지, 정밀하게 만든 퍼핏과 숙련된 기술로 이들의 움직임을 실감나게 구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가늠하기 어려운 두려움과 상실 속에서도 믿음을 갖고 살아내려는 몸부림은 생명과 삶을 묵직하게 성찰하게 한다. 놀라운 황홀함과 가슴 먹먹한 여운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는다. 파이 역은 박정민 박강현이 맡았다. 아버지는 서현철 황만익, 엄마·간호사·오렌지주스는 주아 송인성이 연기한다. 오카모토·선장 역에는 진상현 정호준, 루루 첸 역에는 임민영 김지혜가 발탁됐다. 제작사는 장르를 연극이나 뮤지컬이 아닌 ‘라이브 온 스테이지’라고 설명했다. 내년 3월 2일까지.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 8세 이상 관람 가능. 6만∼16만 원. 뮤지컬 물랑루즈!화려함의 극치에서 피어난 순수한 사랑프랑스 파리의 유명 클럽 물랑루즈. 미국에서 온 무명 작곡가 크리스티안과 물랑루즈의 스타 사틴은 사랑에 빠진다. 물랑루즈 단장인 지들러는 재정난이 심해지자 사틴을 통해 거부 몬로스 공작의 후원을 받아낸다. 사틴은 크리스티안과 몰래 사랑을 나누며 몬로스를 유혹하는 위태로운 곡예를 이어가고, 자유로운 예술가 로트렉은 크리스티안과 함께 물랑루즈에서 선보일 공연을 만드는데….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겨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했다. 국내에는 2022년 처음 선보인 뒤 이번이 두 번째 무대다.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화려함에 압도된다. 강렬한 붉은색으로 꾸며진 무대, 그 양옆을 각각 차지한 풍차와 거대한 코끼리상. 극장 계단도 붉은 커튼과 조명으로 꾸몄다. 사랑에 모든 걸 던지는 크리스티안, 그를 사랑하지만 물랑루즈를 위해 희생하는 사틴은 아슬아슬하다. 예술을 향한 계산 없는 열정과 현실적인 힘을 발휘하는 자본과의 대립도 비춘다. 캉캉춤 등 화려한 댄스와 각종 기예가 쏟아지고, 탄탄한 실력을 지닌 배우들이 시원스레 때론 감미롭게 부르는 노래와 매끄러운 연기에 눈과 귀가 즐겁다. 크리스티안 역은 홍광호 이석훈 차윤해가 맡았다. 사틴은 김지우 정선아가 연기한다. 지들러 역에는 이정열 이상준이, 몬로스 공작 역에는 박민성 이창용이 발탁됐다. 지현준 최호중이 로트렉을 연기한다. 공연 시작 10분 전부터 클럽 분위기를 느끼는 쇼가 진행되기에 여유 있게 입장하길 권한다. 내년 2월 22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14세 이상 관람 가능. 9만∼18만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꿈을 향해 나아간 맑고 따스한 여정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에 착륙했을 때 사령선을 홀로 지킨 우주비행사가 있었다. 마이클 콜린스. 달까지 갔지만 정작 달에는 발을 내딛지 못하고 달의 뒤편으로 갔던 그가 죽음을 앞두고 삶을 되짚어 본다.인간의 첫 달 착륙이라는 역사를 썼지만 그에게 돌아온 영광은 없었다. 우주, 그리고 달을 사랑해 묵묵히 임무를 수행한 그의 고독하고 충만한 여정을 그렸다. 창작 1인극으로, 유준상 정문성 고훈정 고상호가 번갈아가며 무대에 선다. 늘 그 자리를 지키는 달을 사랑했던 공군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 우주비행사로 지원해 고된 훈련을 견디고 맨 몸으로 정글에서 생존하는 법을 익힌다. 달을 향한 여정은 험난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로 동료를 잃고도 훈련을 이어가야 했다. 동료가 앉았던 그 자리는 자신의 것이 될 수도 있었다. 아름답지만 냉혹한 우주에서 한없이 미약하지만 의지를 꺾지 않는 인간이란 존재를 비춘다. 구토가 나오는 훈련 과정, 마침내 우주에서 푸른 지구를 바라본 벅찬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 단 한 명의 배우가 무대를 꽉 채운다. 훈련장, 광대한 우주, 달의 뒤편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영상도 몰입도를 높인다. 삶의 의미는 다른 이가 아니라 스스로 채워가는 것임을 다정하게 전한다. 단단하고 깊이 있는 수작이 탄생했다. 김한솔이 극본과 대사를 썼다. 강소연이 작곡하고 김지호가 연출했다. 내년 2월 8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8세 이상 관람 가능. 5만∼7만 원. 뮤지컬 렌트열정으로 폭발하는 청춘의 에너지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사는 젊은 예술가들의 자유롭고 뜨거운 삶을 그렸다. 크리스마스 이브, 전기가 끊긴 집에서 마크와 로저는 간신히 추위를 견딘다. 불을 빌리러 온 미미는 로저와 사랑에 빠진다.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은 콜린은 엔젤의 도움을 받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공연을 하기 하루 전날 대동맥 박리로 요절한 조나단 라슨이 자전적 이야기를 극본과 노래에 담았다. 마약, 동성애, 에이즈 등 청춘들의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담았다. 1996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 첫 선을 보였고, 올해가 10번째 공연이다. 유명한 ‘Seasons of Love’를 비롯해 ‘Rent’, ‘I’ll cover you’ 등 R&B, 발라드, 록, 탱고, 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미래는 걱정하지 않고 오직 현재에 집중하는 청춘의 들끓는 에너지와 감정선이 음악과 강렬하게 결합한다. 배우들이 뿜어내는 열기는 객석까지 달군다. 로저는 이해준 유현석 유태양이 연기한다. 미미 역에는 김수하 솔지, 마크 역에는 진태화 양희준이 발탁됐다. 콜린은 장지후 황건하, 엔젤은 조권 황순종이 연기한다.내년 2월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 14세 이상 관람 가능. 7만∼15만 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가수 겸 배우 이호원과 김진환이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을 아이스쇼로 만든 작품의 주연을 맡았다. ‘나혼자만 레벨업 온 아이스’는 이달 24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다.뮤지컬, 서커스, 피겨스케이팅 등을 녹인 이 작품에는 피겨스케이팅 국가 대표 이시형, 전 국가대표 김예림을 비롯해 그룹 트리플에스 김채연, 뮤지컬 배우 최우혁 등이 출연한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마수들을 사냥하는 헌터 가운데 최약체인 성진우가 혼자만 레벨을 올릴 수 있게 돼 최강의 자리에 오르는 이야기로, 웹소설과 웹툰이 국내외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게임으로도 제작돼 역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도 제작 중이다. 서울 구로구 제니스스포츠클럽아이스링크에서 지난달 21일 이호원과 김진환을 만났다. 이날 둘은 스케이트를 타며 검을 휘두르는 동작을 반복해서 연습하고 있었다.이호원은 이번 작품을 위해 스케이트를 배웠다. “작품을 맡은 우진하 연출가님이 ‘네게 딱 맞는 작품’이라고 추천하셔서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에서 주연을 했는데 당시 우 연출가님이 연출하셨거든요. 제가 삼형제 중 둘째예요. 형과 동생에게 이 작품을 해야 할지 물어보니 ‘무조건 해야 한다. 너무너무 재밌는 작품이다’라며 적극 추천하더라고요. 형과 동생이 ‘빙상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하다’며 기대하고 있습니다.(웃음)” 이호원은 아이스쇼는 처음 해보는 장르여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빙상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며 연기하고 액션까지 하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싶었어요. 액션에 자신이 있었는데 빙상에서 해 보니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그래도 연습하면서 표현력이 풍부해지는 걸 느끼고 있어요.” 김진환은 “‘나혼자만 레벨업’ 웹툰과 애니메이션 팬이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인의 권유로 2년 전부터 취미로 아이스하키를 즐기고 있다. “아이스하키는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는데다 손맛도 있어서 푹 빠졌어요. 그런데 빙판 위에서 노래 부르며 연기와 액션을 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더라고요. 찬 공기를 들이마시며 노래하는 건 처음이거든요. 저도 성진우처럼 ‘레벨업’ 중이에요.(웃음)”연습 과정은 혹독하다. 넘어지는 건 다반사다. 김진환은 “넘어지더라도 최대한 작게 다치고 덜 아픈 방법을 연구하게 됐다”고 했다.“공연 중에 넘어지고 대사를 까먹는 꿈을 자주 꿔요. 많이 긴장되지만 그만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김진환)둘은 수시로 성진우 캐릭터에 대해 논의한다. “성진우는 마냥 애 같진 않아요. 초반엔 감정적으로 반응했지만 점점 차분해지고 진중해지죠. 성장하면서 강해집니다. 이런 변화를 넓은 빙상에서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연기를 고민하고 있어요.”(이호원)이들은 다양한 볼거리를 작품의 강점으로 꼽았다.“서커스처럼 화려하고 볼거리가 진짜 많아요. 스케이트를 타면서 해야 돋보이는 액션도 가득합니다. 저만 잘하면 진짜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이호원)“스케이트를 타면 일반 무대보다 훨씬 속도감 있게 액션 연기를 하게 돼요. 동작도 더 역동적이고요. 와이어를 이용해 10m 정도 올라가서 액션 연기를 하면 장면도 있습니다.”(김진환) 이들은 함께 출연하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과 서로 조언을 해주고 있다. “어릴 때 축구와 태권도를 좋아해서 운동선수가 되려고 했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해요. 운동 선수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과 같이 작품을 하게 돼 즐거워요.”(이호원)음악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지난달 27일 작품과 곡을 소개하는 행사가 열렸다. ‘일어나’, ‘혼돈의 문’, ‘심장이 뛴다’, ‘빛과 그림자’ 등을 공개했다. 기존 뮤지컬 넘버보다는 K팝 같은 느낌이 강하다. “성진우의 명대사가 ‘일어나’예요. 그림자 군주가 된 성진우가 그림자 군단에게 명령을 내릴 때 부르는 곡이어서 그 무게감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배우들이 일사분란하게 스케이트를 타며 웅장한 장면을 만들어냅니다.”(이호원)“최약체에서 세계 정상으로 성장하는 성진우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 불렀습니다. 화려한 액션과 웅장한 군무까지 두루 갖춰 잔치 같은 공연이 될 겁니다.”(김진환)이강현 음악감독은 “영화, 애니메이션처럼 접근해 종합선물세트 같은 곡들을 선사하고 싶었다. 스케이팅 속도에 맞춰 다양한 템포의 음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호원과 김진환은 “기존에 보지 못한 공연으로, 볼거리가 많고 완성도도 높다. 눈과 귀가 즐겁고 짜릿할 것”이라고 했다. 제작사인 라이브아레나는 2022년부터 미디어아트 아이스쇼 ‘G-SHOW’, 뮤지컬 아이스쇼 ‘더 루나’ 등 아이스쇼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송동일 라이브아레나 대표는 “웹툰에서 45화까지를 아이스쇼로 만들었다. 이번 공연이 성공해 ‘나혼자만 레벨업 온 아이스’를 시리즈로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어를 구사하는 김진환은 일본 공연도 꿈꾼다. 그는 “일본 빙상장에서 일본어로 연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호원도 “한국은 물론 해외 무대에서도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8만8000∼16만8000원.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연말은 공연계의 대목이다. 보고 싶은 작품을 즐기며 한 해를 마감하는 시간은 뜻 깊다. 취향에 맞춰 골라 볼 수 있게 성찬이 마련됐다. 이제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라이프 오브 파이’놀라운 황홀함, 먹먹한 여운 속 묵직한 성찰인도에서 캐나다로 가던 배가 폭풍우로 침몰해 227일간 태평양을 떠돌다 홀로 발견된 소년 파이. 사고 조사를 위해 찾아온 보험사 담당자에게 파이는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벵골 호랑이와 구명 보트에 남게 됐다는 이야기를 한다.2002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겼다. 국내 초연이다. 2019년 영국 셰필드에서 처음 선보였고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올랐다. 소설이나 리안 감독의 동명 영화(2013년)를 본 이라면 동물들과 폭풍우, 광활한 바다와 신비로운 생명체 등을 어떻게 무대에 구현했을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막이 오르면 이 모든 궁금증은 단숨에 날아간다. 바다에서 휘몰아치는 폭풍우, 배에서의 아비규환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무대는 구출된 파이가 입원한 병원에서 호랑이와 사투를 벌이는 보트, 시끌벅적한 시장 등으로 순식간에 전환된다. 역동적인 연출에,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가 몰입감을 높인다. 호랑이와 얼룩말, 오랑우탄 등을 인형(퍼핏)으로 정교하게 연출한 무대는 압권이다. 호랑이가 포효하며 달려드는가 하면 고기를 거칠게 뜯는 야생의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된다. 귀를 쫑긋거리는 얼룩말, 두 팔을 벌린 채 뛰어다니는 오랑우탄, 끈질기게 공격하는 하이에나까지, 정밀하게 만든 퍼핏과 숙련된 기술로 이들의 움직임을 실감나게 구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가늠하기 어려운 두려움과 상실 속에서도 믿음을 갖고 살아내려는 몸부림은 생명과 삶을 묵직하게 성찰하게 한다. 놀라운 황홀함과 가슴 먹먹한 여운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는다. 파이 역은 박정민 박강현이 맡았다. 아버지는 서현철 황만익, 엄마·간호사·오렌지주스는 주아 송인성이 연기한다. 오카모토·선장 역에는 진상현 정호준, 루루 첸 역에는 임민영 김지혜가 발탁됐다. 제작사는 장르를 연극이나 뮤지컬이 아닌 ‘라이브 온 스테이지’라고 설명했다. 내년 3월 2일까지.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 8세 이상 관람 가능. ●뮤지컬 ‘물랑루즈!’화려함의 극치에서 피어난 순수한 사랑프랑스 파리의 유명 클럽 물랑루즈. 미국에서 온 무명 작곡가 크리스티안과 물랑루즈의 스타 사틴은 사랑에 빠진다. 물랑루즈 단장인 지들러는 재정난이 심해지자 사틴을 통해 거부 몬로스 공작의 후원을 받아낸다. 사틴은 크리스티안과 몰래 사랑을 나누며 몬로스를 유혹하는 위태로운 곡예를 이어가고, 자유로운 예술가 로트렉은 크리스티안과 함께 물랑루즈에서 선보일 공연을 만드는데….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겨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했다. 국내에는 2022년 처음 선보인 뒤 이번이 두 번째 무대다.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화려함에 압도된다. 강렬한 붉은색으로 꾸며진 무대, 그 양옆을 각각 차지한 풍차와 거대한 코끼리상. 극장 계단도 붉은 커튼과 조명으로 꾸몄다. 사랑에 모든 걸 던지는 크리스티안, 그를 사랑하지만 물랑루즈를 위해 희생하는 사틴은 아슬아슬하다. 예술을 향한 계산 없는 열정과 현실적인 힘을 발휘하는 자본과의 대립도 비춘다. 캉캉춤 등 화려한 댄스와 각종 기예가 쏟아지고, 탄탄한 실력을 지닌 배우들이 시원스레 때론 감미롭게 부르는 노래와 매끄러운 연기에 눈과 귀가 즐겁다.크리스티안 역은 홍광호 이석훈 차윤해가 맡았다. 사틴은 김지우 정선아가 연기한다. 지들러 역에는 이정열 이상준이, 몬로스 공작 역에는 박민성 이창용이 발탁됐다. 지현준 최호중이 로트렉을 연기한다. 공연 시작 10분 전부터 클럽 분위기를 느끼는 쇼가 진행되기에 여유 있게 입장하길 권한다. 내년 2월 22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14세 이상 관람 가능.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꿈을 향해 나아간 맑고 따스한 여정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에 착륙했을 때 사령선을 홀로 지킨 우주비행사가 있었다. 마이클 콜린스. 달까지 갔지만 정작 달에는 발을 내딛지 못하고 달의 뒤편으로 갔던 그가 죽음을 앞두고 삶을 되짚어 본다.인간의 첫 달 착륙이라는 역사를 썼지만 그에게 돌아온 영광은 없었다. 우주, 그리고 달을 사랑해 묵묵히 임무를 수행한 그의 고독하고 충만한 여정을 그렸다. 창작 1인극으로, 유준상 정문성 고훈정 고상호가 번갈아가며 무대에 선다. 늘 그 자리를 지키는 달을 사랑했던 공군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 우주비행사로 지원해 고된 훈련을 견디고 맨 몸으로 정글에서 생존하는 법을 익힌다. 달을 향한 여정은 험난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로 동료를 잃고도 훈련을 이어가야 했다. 동료가 앉았던 그 자리는 자신의 것이 될 수도 있었다. 아름답지만 냉혹한 우주에서 한없이 미약하지만 의지를 꺾지 않는 인간이란 존재를 비춘다. 구토가 나오는 훈련 과정, 마침내 우주에서 푸른 지구를 바라본 벅찬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 단 한 명의 배우가 무대를 꽉 채운다. 훈련장, 광대한 우주, 달의 뒤편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영상도 몰입도를 높인다. 삶의 의미는 다른 이가 아니라 스스로 채워가는 것임을 다정하게 전한다. 단단하고 깊이 있는 수작이 탄생했다. 김한솔이 극본과 대사를 썼다. 강소연이 작곡하고 김지호가 연출했다. 내년 2월 8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8세 이상 관람 가능. ●뮤지컬 ‘렌트’열정으로 폭발하는 청춘의 에너지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사는 젊은 예술가들의 자유롭고 뜨거운 삶을 그렸다. 크리스마스 이브, 전기가 끊긴 집에서 마크와 로저는 간신히 추위를 견딘다. 불을 빌리러 온 미미는 로저와 사랑에 빠진다.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은 콜린은 엔젤의 도움을 받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공연을 하기 하루 전날 대동맥 박리로 요절한 조나단 라슨이 자전적 이야기를 극본과 노래에 담았다.마약, 동성애, 에이즈 등 청춘들의 현실을 날 것 그대로 그렸다. 1996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 첫 선을 보였고, 올해가 10번째 공연이다. 유명한 ‘Seasons of Love’를 비롯해 ‘Rent’, ‘I’ll cover you’ 등 R&B, 발라드, 록, 탱고, 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미래는 걱정하지 않고 오직 현재에 집중하는 청춘의 들끓는 에너지와 감정선이 음악과 강렬하게 결합한다. 배우들이 뿜어내는 열기는 객석까지 달군다. 로저는 이해준 유현석 유태양이 연기한다. 미미 역에는 김수하 솔지, 마크 역에는 진태화 양희준이 발탁됐다. 콜린은 장지후 황건하, 엔젤은 조권 황순종이 연기한다.내년 2월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 14세 이상 관람 가능.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야망을 위해 거침없이 남자를 이용하는 팜므파탈, 가슴에 불꽃을 품은 과학자, 고통을 붓으로 찍어내는 화가…. 너무나 다른 색채를 지닌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연기한다. 폭발하는 고음은 물론 애절하게 속삭이고, 마침내 무너지며 절규하는 넘버까지 매끄럽게 소화한다. 배우 김소향(45)이다.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서 그를 4일 만났다. 그는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내년 1월 11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에비타’에서 에바 페론(1919~1952)을 연기하고 있다. 김소현, 유리아 배우와 번갈아가며 무대에 선다. 그는 “에비타 역을 맡은 셋 중 가장 눈물이 많다. 제작진이 (병으로 쇠약해진 에비타가 타는) 휠체어에 저를 위해 손수건을 따로 달아줬다”며 웃었다.‘에비타’는 1978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첫 선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2006년 초연됐고 2011년 두 번째 공연 후 이번이 세 번째 무대다. 시골에서 가난한 사생아로 태어났지만 남자를 이용해 원하는 바를 이루고 끝내 아르헨티나의 영부인이 된 에바 페론의 삶을 강렬하게 그렸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면모를 입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정점에 올랐지만 암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기에 감정의 진폭도 크다. 해설자 역을 하는 가상의 인물 ‘체’(마이클 리, 한지상, 민우혁, 김성식)가 함께 하지만 에바 페론이 사실상 단독으로 무대를 이끈다. 노래로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이어서 노래의 힘이 크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을 만든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했다. 후안 페론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에바 페론이 부른 유명곡 ‘Don‘t Cry for Me Argentina’는 뜨겁고 절절하다. “화내거나 울려고 하지 않아도 노래를 부르면 자연스레 감정이 나와요. 불협음이 많고 한 음 한 음마다 에비타의 삶과 감정을 압축적으로 담아 난도가 높아요. 등에서 땀이 날 정도라니까요. 그래도 ‘10년 동안 ‘에비타’ 계속 할래?‘라고 물으면 곧바로 ‘네!’라고 할 정도로 좋아요.(웃음)”그는 에바 페론을 연기하는 게 꿈 같다고 했다.“2006년 국내 초연 때 후안 페론의 정부 역을 했어요. 그랬던 제가 에비타로 무대에 서다니 너무 벅차요. 무시당하던 사생아에서 영부인이 된 에비타의 삶은 앙상블로 시작해 주연을 맡게 된 저와 비슷하게 느껴져요. 뭔가에 꽂히면 아무리 말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주마처럼 달려가는 것도요. 최고의 자리에 가려 했던 에비타의 심정이 너무나 이해돼요. 팜므파탈의 면모는 제 능력 밖이지만요.(웃음)” 그는 국민대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던 2001년 뮤지컬 ‘가스펠’의 소냐 역으로 데뷔했다. 여러 작품에서 커버 역을 하다 2011년 미국으로 건너 가 뉴욕필름아카데미에서 연기 공부를 했다. 미국에서 ‘왕과 나’, ‘올리버’, ‘미스 사이공’의 앙상블 겸 조연을 했다. 한국에서 ‘보이첵’, ‘마타하리’의 주연을 맡은 뒤 다시 미국으로 갔다. 2017년 ‘시스터 액트’의 인터내셔널 투어에서 막내 수녀 메리 로버트를 연기한 후 완전히 귀국해 ‘마리 퀴리’, ‘프리다’, ‘마리 앙투아네트’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 힘든 시간이 많았다. “커버 역을 오래 하며 조바심이 나고 지치기도 했어요.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미국에 갔지만 언어도 낯설고 돈도 없는 이방인으로 사는 게 만만치 않았어요. 현지 오디션에서 150번 넘게 떨어졌어요. 아휴, 말이 150번이지 얼마나 진이 빠졌는지 몰라요. 오디션을 통과했는데 비자 문제로 무대에 못 선 적도 있고요. 설움을 얘기하자면 2박 3일로는 부족해요.(웃음)”그의 이름 앞에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표현이 자연스레 붙는다. 그는 에바 페론을 비롯해 마리 퀴리, 프리다 칼로, 마리 앙투아네트 등 실존 인물을 그린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 “여성의 성장을 그린 작품이 좋아요. 완성된 캐릭터보다 변화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표현하는 게 즐겁거든요. 어떤 고난이 있었고 그 끝에는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 보여주는 건 짜릿해요.” 실존 인물은 좀 더 예민하게 분석하고 표현한다. “공감가게 연기하되 일방적으로 미화시키진 않아요. 왜곡하면 안 되니까요. 판단은 관객에게 맡깁니다. ‘에비타’에서도 야망을 이루려는 에비타의 노력을 인정해요. 그 방법엔 동의하기 어렵지만요. 에비타에 대해선 성녀와 악녀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지만 둘 다 아니라고 봐요. 인간은 양면적인 존재잖아요. 에비타의 빛과 그림자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려 해요.”그는 스스로를 ‘노력파’라고 했다.“지금도 부족한 게 많아요. 에비타 연기를 위해 보컬 코칭을 받았어요. 모자란 부분을 계속 채워나가는 게 인생의 숙제예요.”마음먹은 게 있으면 성에 찰 때까지 해야 직성이 풀린다. “하나에 꽂히면 끝을 봐야 해요. 미국에서 무대에 서려고 애쓴 것도 유학만 해선 안 되고 ‘무 하나를 자르고’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그는 몰입도 높은 연기 비결로 경험을 꼽았다.“여행, 연애 등 직접 해보고 느낀 게 도움이 돼요. 낯선 곳에서 기차를 놓쳐 발을 동동 구르고, 소매치기를 당해 현지 경찰서를 찾아가는 등 예상치 못한 일이 닥치고 그걸 수습하는 과정 모두가 자산이 되거든요.”그는 한 해에 3, 4작품에 출연한다. 어떻게 이렇게 쉼 없이 달릴 수 있을까. “제 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작품 사이사이 쉬는 기간이 꽤 있어요.(웃음) 올해도 3, 4월엔 쉬었어요. 시간 날 때면 테니스를 하고 강아지 ‘왕자’랑 산책을 다녀요. 공상하는 걸 좋아해서 카페에서 노트에 낙서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요.”글을 쓰고 연출하는 상상도 한다. “콘서트를 위해 모놀로그를 쓰면서 글쓰기에 매력을 느꼈어요. 여성이 주인공인 1인극이나 2인극을 써보고 싶어요.” 이젠 스스로를 조금은 풀어주려고 한다.“2년 전만해도 공연 전에 요가, 물구나무 서기, 객석 뛰어다니며 몸 풀기 등 루틴에 엄청 집착했어요. 안 지키면 큰일난다고 여겼죠. 그런데 배우는 좀 더 자유로운 영혼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후배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몸을 풀어요.” 지독할 정도로 성실한 그의 노력은 무대에서 고스란히 피어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김소향은 쉽게 가라앉을 배우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넘치는 평가에 참 감사해요.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어떤 역을 맡아도 다른 이와 비슷하지 않게 저만의 세계를 만들어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