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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경북경찰청이 소집한 수사심의위원회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청구가 경찰에 접수됐다. 대법원이 수사심의위 명단을 공개하라는 확정 판결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자 처음으로 정보공개 청구가 접수된 것이다. 해병대 이용민 중령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경호 변호사는 20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무혐의(불송치)로 권고한 경북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명단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했다. 정보공개 청구 대상은 올 7월 6일 경북청이 소집한 수사심의위에 참여했던 위원들의 명단과 소속, 직책이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라며 “수사심의위원 명단은 공익적 차원에서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채 상병의 직속 상관이었던 이 중령은 “(폭우 실종자) 수색 종료를 건의했지만 임 전 사단장이 묵살했다”고 주장해 왔다. 경찰은 이 중령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임 전 사단장에 대해선 수사심의위 의견과 같이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수사심의위는 외부 위원들이 참여해 수사에 대한 적정성과 적법성 등을 검토하는 기구로, 경찰과 검찰이 모두 운영 중이다. 고소인이나 고발인 등 사건 관계인이 수사기관 처분에 이의가 있을 때 신청할 수 있지만 경찰과 검찰 모두 논의 과정과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 변호사는 정보공개 청구의 근거로 14일 내려진 대법원 판결을 들었다. 당시 대법원은 강원경찰청을 상대로 제기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강원청이 수사한 한 사건의 고소인은 수사심의위원 명단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강원청은 “업무의 공정한 수행 등 지장을 초래하고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후 고소인은 행정소송에 나섰고 1, 2심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명단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심의 절차의 투명성 등 공익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보인다”는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 등 다른 수사심의위 명단도 공개하라는 압박이 거세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부산에서 180억 원대 전세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에게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2022년 이른바 ‘빌라왕 사태’를 시작으로 전세 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후 나온 대법원의 첫 확정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0일 사기 및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모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최 씨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자기 자본 없이 전세보증금으로 주택을 사들이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건물 9채를 사들인 후 229명의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 180억 원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씨가 임대하던 건물은 전세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경우 건물이 임대차 보증금을 전액 담보할 수 없는 소위 ‘깡통 건물’이었다. 최 씨는 새 임차인으로부터 임대차 보증금을 받아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반환해 주는 ‘돌려막기’로 임대 사업을 운영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 1심은 최 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인 징역 13년보다도 높은 형량이었다. 선고 당시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박주영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이 제출한 탄원서를 10쪽에 걸쳐 판결문에 인용하면서 “여러분은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마십시오”라며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피해자를 만든 것이지, 여러분이 결코 무언가 부족해서 이런 피해를 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최 씨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최 씨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5년을 그대로 확정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경북경찰청이 소집한 수사심의위원회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청구가 경찰에 접수됐다. 대법원이 수사심의위 명단을 공개하라는 확정 판결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자 처음으로 정보공개 청구가 접수된 것이다.해병대 이용민 중령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경호 변호사는 20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무혐의(불송치)로 권고한 경북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명단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접수했다. 정보공개 청구 대상은 올 7월 6일 경북청이 소집한 수사심의위에 참여했던 위원들의 명단과 소속, 직책이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라며 “수사심의위원 명단은 공익적 차원에서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밝혔다.채 상병의 직속상관이었던 이 중령은 “(폭우 실종자) 수색 종료를 건의했지만 임 전 사단장이 묵살했다”고 주장해왔다. 경찰은 이 중령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임 전 사단장에 대해선 수사심의위 의견과 같이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수사심의위는 외부 위원들이 참여해 수사에 대한 적정성과 적법성 등을 검토하는 기구로, 경찰과 검찰이 모두 운영 중이다. 고소인이나 고발인 등 사건 관계인이 수사기관 처분에 이의가 있을 때 신청할 수 있지만 경찰과 검찰과 모두 논의 과정과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김 변호사는 정보공개 청구의 근거로 14일 내려진 대법원 판결을 들었다. 당시 대법원은 강원경찰청을 상대로 제기된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고소인인 A 씨는 수사심의위원 명단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강원청은 “업무의 공정한 수행 등 지장을 초래하고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후 A 씨는 행정소송에 나섰고 1, 2심 모두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명단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심의 절차의 투명성 등 공익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보인다”는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 등 다른 수사심의위 명단도 공개하라는 압박이 거세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수사의 적정성이나 기소 여부 등을 권고하는 수사심의위원회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에서 열린 수사심의위의 명단을 경찰과 검찰이 비공개한 것과 관련해서도 공개하라는 압박이 커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法 “공익적 차원에서 공개 필요”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 씨가 강원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이달 14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하급심 판결에 문제가 없는 경우 대법원이 추가적인 본안 심리 없이 바로 기각하는 제도다. A 씨는 자신의 고소 사건과 관련해 강원경찰청이 소집한 수사심의위의 명단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경찰 수사심의위는 외부 위원들이 참여해 수사에 대한 적정성과 적법성 등을 검토하는 기구다. 수사심의위 규정에 따르면 고발인 등 사건 관계인이 경찰 처분에 이의를 제기해 신청할 수 있지만, 논의 과정과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다. 강원경찰청이 “업무의 공정한 수행 등 지장을 초래하고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리자 A 씨는 행정소송에 나섰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명단이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A 씨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도 “명단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심의 절차의 투명성 등 공익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보인다”며 “심의 과정에서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까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보이므로, 심의위 명단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이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채 상병-디올백 명단도 공개 압박 커질 듯 대법원이 수사심의위 명단 공개 여부를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채 상병 사건과 김 여사 사건을 논의했던 경찰과 검찰의 수사심의위의 명단도 공개하라는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대법원 판례로 인정되진 않지만, 대법원 판단은 하급심에도 적용되는 만큼 향후 유사한 방식의 행정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올 7월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경북경찰청도 수사심의위를 소집했다. 당시 수사심의위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불송치(무혐의) 의견을 냈고 경찰도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야당은 수사심의위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경찰 측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업무 수행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해 왔다. 검찰 수사심의위도 야권을 중심으로 “정권에 따라 위원들의 정치적 성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로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심의위는 학자 등 약 250명으로 구성된 풀(Pool)에서 15명을 뽑아 구성된다. 로또 추첨기 같은 기구에 수사심의위원장이 손을 넣어 고유번호가 적힌 공 15개를 무작위로 뽑는 방식이다. 올 9월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한 검찰 수사심의위도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시 수사심의위는 김 여사에 대해 만장일치로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고,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건넨 최재영 씨의 요구로 수집된 수사심의위는 최 씨에 대한 기소를 권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둘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고, 최 씨 사건은 수사심의위 기소 권고를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은 첫 사례가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여사 고발인 등이 행정소송을 낸다면 검찰 수사심의위도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수사심의위는 기소 여부까지 논의하는 만큼 법원이 경찰 수사심의위와는 다르게 판단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수사의 적정성이나 기소 여부 등을 권고하는 수사심의위원회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에 따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 등에서 열린 수사심의위 명단도 공개하라는 압박이 커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고소인 A 씨가 강원경찰청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이달 14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하급심 판결에 문제가 없는 경우 대법원이 추가적인 본안 심리 없이 바로 기각하는 제도다.A 씨는 2022년 4월 강원경찰청이 맡은 자신의 고소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 결과서와 위원 명단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수사심의위는 외부 위원들이 참여해 경찰 수사에 대한 적정성과 적법성 등을 검토하는 기구로 고발인 등 사건 관계인이 경찰 처분에 이의를 제기해 신청할 수 있다. 강원경찰청이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 등 지장을 초래하고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리자 A 씨는 행정소송에 나섰다.1, 2심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수사심의위 명단이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경찰이 정보공개를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2심 재판부 또한 “명단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심의절차의 투명성 등 공익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보이고 이는 외부위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며 “명단이 심의결과서 등 다른 정보들과 함께 공개되더라도 심의과정에서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까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보이므로, 심의위 명단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이번 판결은 수사심의위 명단 공개에 대한 첫 대법원 판결로 알려졌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판례로 인정되진 않지만 대법원 판단이 하급심에 작용하는 만큼 향후 유사한 방식의 명단 공개 요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 7월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경북경찰청이 수사심의위를 열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 없음’ 처분한 가운데, 수사심의위 명단 공개를 놓고 논란이 일었지만 경찰 측은 공정한 업무 수행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명단 공개를 거부해왔다. 또 9월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 의견을 내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또한 명단과 회의록 등 모든 과정이 비공개였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내년부터 법원장을 임명할 때 전국 사법부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한 뒤 법관인사위원회가 심사해 대법원장이 임명하기로 했다. 지법 부장판사만 임명됐던 지방법원장엔 고법 부장판사도 임명된다. 법조계에선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핵심 정책이었던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 거란 분석이 나온다.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8일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법관의 의사를 반영하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으로 여러 문제와 부작용이 지적되는 등 논란이 계속돼 왔다”며 “이에 새로운 법원장 보임 절차를 마련했다”고 밝혔다.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내년부터 법원장은 각 법원 법관뿐 아니라 모든 사법부 구성원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는다. 이어 법관인사위원회가 능력과 자질을 심의해 후보를 추리면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임명한다. 행정처 관계자는 “지금까진 각 법원 소속 판사들만 법원장 추천 및 투표에 참여했다면, 앞으로는 전국 법원 구성원들이 소속 상관없이 후보를 추천하고 법률상 기구인 법관인사위원회의 절차에 따르게 된다”며 “추천제 자체가 없어진 건 아니지만 인기투표 가능성 등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일부 지법은 고법 부장판사가 법원장으로 임명된다. 현재는 법관 인사 이원화 정책에 따라 지법 부장판사만 지방법원장으로 보임됐는데, 일부 지법은 고법 부장판사에서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가정법원 등에 고법 부장판사가 법원장으로 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김 전 대법원장이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사법행정을 구현한다는 취지로 2019년 도입했다. 각 법원별로 법관들이 투표를 통해 1∼3명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기투표로 전락해 재판 지연 해소 독려와 같은 적극적인 행정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갔지만, 추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달 30일 법원 내부망에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철회할 만한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그래서 그 사건 어떻게 됐더라?” 할 때 정작 결말을 모르는 경우가 있지 않으셨나요? 사건은 ‘수사기관의 수사나 당사자의 소 제기’로 시작되지만, 결국 ‘법원의 판결’로서 끝이 납니다. 사건의 시작과 끝 사이, 법정에선 치열한 사실관계와 법리 다툼이 벌어지고 이 내용이 판결문에 기록됩니다. 법정의 가장 앞자리, 1열에서 사건의 디테일과 결말을 전해드립니다.“증인, 증인은 본인이 가진 지식을 바탕으로 ‘이 자료’를 만들 수 없나요?”“세세하게는 불가능합니다.”“머리가 좋으면 외울 수 있지 않나요?”“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자료라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실례지만 증인, IQ가 몇이나 되시죠?”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증인신문 현장입니다. 여기서 질문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 김모 씨 측 변호인. 답변자는 증인으로 출석한 13년 차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직원입니다.이날 양측은 유출이 의심되는 자료가 ‘기억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에 대해 다퉜습니다. 재판 내내 “보편적인 지식에 의존해 복원한 자료”라 주장하는 피고인 김 씨. 그는 어쩌다 이 법정에 서게 됐을까요?저희가 확인한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이 본 상황은 이랬습니다. ●중국으로 간 엔지니어의 큰 그림20년 넘게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던 김 씨. 2015년 7월 그는 삼성전자에서 나와 이듬해 7월 중국으로 향합니다. 중국 허페이시의 반도체 제조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서 D램 개발을 총괄하게 된 겁니다. 이른바 ‘허페이 프로젝트’를 계획한 김 씨의 다음 스텝은 ‘인재 영입’이었습니다. 전 직장이었던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8대 공정을 담당했던 엔지니어들이 그 대상이었죠.당시 중국에 있던 김 씨가 삼성전자의 기술을 손에 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삼성전자에는 D램을 생산할 때 거치는 618개 단계의 공정 순서와 각 공정별 주요 조건들을 정리한 ‘PRP 자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를 본 한 삼성전자 직원이 있었습니다. 이 직원은 무단으로 자료 내용을 노트에 옮겼고, 그 노트를 찢어 사업장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찢어진 노트를 촬영한 사진본을 김 씨에게 전송했죠.김 씨는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된 정보임을 알고도, 이 사진본을 이용해 CXMT의 ‘8대 공정별 정리’라는 파일을 만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한 삼성전자 직원이 D램 공정 세부정보가 담긴 모니터 화면을 무단으로 촬영하면, 이를 건네받는 식으로 삼성전자의 기술을 취득해왔습니다.그리고 CXMT에서 퇴사한 지 약 2년이 흐른 2022년 9월. 김 씨는 이 모든 자료를 백업 매체에 업로드했습니다. 당시 김 씨는 한 중국 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반도체 장비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는데요. 검찰은 김 씨가 해당 프로젝트에 이 자료들이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업로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배타적 기술 VS 일반적 기술검찰은 이 사건 기술 유출로 인해 중국 CXMT가 급성장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CXMT는 현재 중국 유일의 D램 생산업체입니다. 그간 D램 개발에 나서지 못했던 중국 기업이 삼성전자의 정보를 취득해 기술 장벽을 뛰어넘었다고 보는 것이죠.삼성전자 측은 D램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4년간 1조 6000억 원 이상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검찰은 “D램 공정을 구현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PRP 자료’를 취득할 경우 삼성전자가 그간 쌓아온 개발 성과를 단숨에 취득 가능하다”며 “취득한 자가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는 중국 회사라면 그 여파는 더욱 심각하다”고 설명합니다.지난기일 출석한 증인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이날 증인으로는 삼성전자 반도체 팀에서 약 30년간 근무한 A 씨가 출석했는데요. A 씨는 “PRP를 확보하면 D램 개발의 50%가 완성된 것”이라며 본인 판단으로는 삼성전자의 PRP 자료가 CXMT의 것과 98.5% 일치한다고 했습니다.이에 대해 김 씨는 회사마다 PRP 자료에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로 반박합니다. 김 씨 측은 “CXMT의 ‘8대 공정별 정리’ 자료는 20년 이상 관련 분야에서 근무한 사람이라면 모두 알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분야 전문가라면 삼성전자의 원본을 보지 않더라도 작성할 수 있는 수준의 자료라는 뜻이죠. ●“나는 단순 공장직 엔지니어”김 씨의 입장에서 본 이 사건은 검찰 측 시각과 사뭇 다릅니다. 김 씨는 “나는 공소장에 적힌 범죄행위를 기획할 만한 핵심인력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합니다. 그는 이런 주장을 구체화하기 위해 2010년대 한·중 반도체 업계 사정을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총 3차례 진행됐다는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됩니다.‘2010년대 3차 치킨게임이 끝난 뒤 전 세계 반도체 기술자들의 대이동이 있었다.’‘당시 중국은 정부 주도하에 반도체 기업을 설립하고 밀려난 해외 기술진들을 대거 흡수하는 등 D램 반도체 시장을 키워갔다.’김 씨에 따르면 ‘3차 치킨게임’ 이후 한국 기업들 또한 구조조정에 나섰고, 삼성전자는 2015년 이를 단행했다고 합니다. 당시 김 씨는 사내 감사를 거친 후 퇴직 권고를 받았는데요. 이에 대해 그는 “나는 가장 보편화된 기술 분야의 인력이라 사실상 해고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그렇게 실업자로 산 지 1년. 그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지인의 소개로 김 씨는 2016년 중국 CXMT에 입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김 씨는 기술유출에 민감해하던 삼성전자 측에 2018년 자진해 자신의 전직을 알렸지만, 돌아온 답은 ‘당신은 일반 기술자가 아니냐’ ‘실력도 능력도 없으니 일해도 된다’ 였다고 하죠.즉, 자신은 자타공인 D램 기술 자료를 빼돌릴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당시 전 세계 기술자들의 대이동 기류에 맞춰 중국으로 간 것일 뿐이고, 중국 또한 그즈음부터 D램 개발에 힘써왔다는 주장이지요.중국으로 간 삼성전자 엔지니어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재판부는 해당 자료들이 산업기술이나 영업비밀로 볼 수 있는지 등을 따질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 기술유출 사건 재판은 다음달 12일 이어집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2년간 집행을 유예한다.”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311호 법정. 약 20분간 선고문을 읽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한성진 부장판사가 잠시 숨을 들이켜곤 마지막 주문을 읊었다. 재판 시작부터 일어선 채 선고 내용을 듣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선고가 끝난 뒤 한동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100여 명이 가득 찬 방청석이 술렁였지만, 이 대표는 말없이 판사석만 바라보다 법정을 떠났다. 이날 오후 2시 38분 시작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는 22분 만에 이렇게 끝났다. 2022년 9월 8일 재판에 넘겨진 지 26개월 만이다.● “김문기 골프-백현동 발언 모두 허위·고의”재판부는 검찰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적용한 이 대표의 발언 3개 중 2개를 유죄로 인정했다. 먼저 대장동 사업 실무를 맡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개발사업1처장과 이 대표가 호주·뉴질랜드 출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국민의힘이 공개하며 “골프를 같이 칠 정도로 아는 사이였다”고 주장하자,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가 2021년 방송에서 “단체사진 중 일부를 떼 내 조작했다”고 한 부분이 유죄로 판단됐다. 이 대표 발언은 ‘골프를 같이 친 적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해외 출장에서 함께 골프 친 사실은 인정되니 허위라는 게 선고 취지다. 재판부는 “김문기는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핵심 실무책임자였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피고인의 대응에 관여하고 관련 수사를 받아 왔다”며 “기억을 환기할 기회나 시간은 충분했다고 보이는 점을 종합하면 고의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 대표와 함께 골프를 친 사람이 김 전 처장과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뿐이라는 점도 근거가 됐다. 다만 “성남시장 재직 시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에 대해선 이 표현만으로는 모든 관계를 부정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같은 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한 발언 역시 허위라고 봤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성남시의 의사와 무관하게 용도지역 변경을 강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검토했다고 볼 수 없다”며 협박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당시 이 대표가 백현동 의혹에 대해 적극 대응하던 상황이었던 만큼 고의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게 선고된 형량은 공직선거법 양형기준에서 ‘가중처벌’ 영역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범행은 모두 피고인을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해명이라는 명목을 빌려 이뤄졌고, 방송을 매체로 이용해 그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며 “범행 내용도 모두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 죄책과 범정(犯情)이 상당히 무겁다”고 지적했다. ● 1심만 799일… 2·3심은 속도 낼 듯피고인이 1명이고 쟁점도 간단한 이 사건은 1심만 799일이나 걸렸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이 임기를 채우는 것을 막기 위해 1심은 6개월, 2·3심은 각각 3개월 내에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증인만 50명이 넘은 데다가 이 대표의 불참과 재판부 변경 등이 이어지며 재판이 지연된 탓이다. 지난해 9∼10월 이 대표가 국정감사와 단식으로 불참하면서 재판이 3차례 연속 미뤄졌다. 올 초엔 이 대표에 대한 피습 사건이 벌어져 한동안 중단됐고, 3월엔 총선 유세를 이유로 이 대표가 불참했다. 사건을 16개월 동안 심리한 재판장 강규태 부장판사가 올해 초 갑자기 사표를 내고 법관 인사가 맞물리면서 두 달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다만 2·3심은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통상 항소심부터는 새로운 쟁점이 없는 이상 증인을 추가로 부르지 않고, 하급심 기록과 항소·상고 이유를 중심으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선거 재판 경험이 많은 한 부장판사는 “모든 증인을 불러 신문해야 하는 1심과 달리 2심부터는 1심 판결문과 항소 이유 등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만큼 속도감 있는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며 “차기 대선 이전에 최종 확정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당 법률위원장인 박균택 의원은 “이 대표가 골프를 쳤다 안 쳤다 이야기한 적이 없다. 골프 친 사진이 조작됐다고 한 것”이라며 “이 전 대표가 하지도 않은 말을 왜곡해서 기소했고 법원은 그 부분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 없이 유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1심 재판장을 맡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한성진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30기)는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이 사건은 원래 강규태 전 부장판사(53·30기)가 재판장으로 심리했지만, 올 초 갑작스레 사표를 내면서 한 부장판사가 2월부터 맡았다. 서울 출신으로 명덕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한 한 부장판사는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군 법무관을 거쳐 2004년 창원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영장전담판사, 서울고법 형사부 판사 등을 역임하며 형사재판 경험을 쌓아 왔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2011년 가입해 현재도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연구회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진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내부에선 사법행정 업무를 맡지 않고 재판에만 매진한 ‘정통 법관’이란 평가를 받는다. 한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 법조인은 “조용하고 신중한 성격의 법관으로 기록을 꼼꼼히 보는 편”이라며 “법 이론에도 해박해 재판 실무에 능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한 부장판사는 올 2월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부에 있을 때 김우정 대종상영화제 총감독의 정의당 홍보비 허위 청구 사건을 맡아 1심 무죄를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전 무소속 의원(60·사진)이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됐지만 재판이 4년 넘게 이어지면서 윤 전 의원은 의원 임기를 이미 마무리한 상태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보조금관리법 및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 8개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검찰이 2020년 9월 기소한 지 4년 2개월 만이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은 임기 중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지만 재판이 계속 지연되면서 윤 전 의원은 4년 임기를 모두 채웠다. 이 사건은 1심만 2년 5개월이 걸렸다. 공판준비기일만 6차례 열렸고 정식 재판은 11개월 만인 2021년 8월에야 시작됐다. 윤 전 의원이 “수사 기록 열람에 시간이 걸린다”며 연기를 요청한 데다 2020년 11월 담당 부장판사가 사망하면서 지연된 것이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횡령액 1718만 원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2심 재판부는 횡령액을 7957만 원으로 늘리고 기부금법과 보조금법 위반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하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누구보다 철저하게 돈을 관리하고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하는 걸 알면서 횡령 범죄를 저질렀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정의연은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국고보조금 반납 등을 곧바로 실행할 것”이라면서도 “실체적 진실에 이르지 못한 부분에는 유감”이라고 밝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사진)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적·물적 손해를 발생시켰음에도 무책임하게 도주한 데에서 나아가 매니저 등에게 자신을 대신해 허위로 자수하게 했다”며 “초동수사에 혼선을 초래하고 경찰 수사력도 상당히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주 직후 소속사 직원들에게 전화해 사고 처리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범행을 대신 수습해 주기만을 종용했다. 또 모텔로 도주한 뒤 입실 전 맥주를 구매하는 등 전반적인 태도를 비춰 보면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을 가졌는지 의문”이라며 “폐쇄회로(CC)TV에 의해 음주로 비틀거리는 게 보이는데도 범행을 부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점, 피해자에게 60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 내내 두 손을 모은 채로 아래쪽을 응시하던 김 씨는 판결이 선고되자 고개를 숙인 채 한숨을 내쉬었다. 팬 30여 명이 앉아 있던 방청석에선 탄식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사건을 은폐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와 본부장 전모 씨에게는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김 씨 대신 허위 자수한 매니저 장모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올해 5월 서울 강남구에서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도로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나고, 장 씨를 대신 자수시킨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 씨는 사고 열흘 만에 범행을 시인했고, 경찰은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고 시점의 음주 수치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항소 계획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만 답한 뒤 법정을 떠났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헌법재판소 측이 국회가 헌재 재판관을 선출하지 않아 ‘6인 재판관 체제’가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헌재가 일하지 말라는 것인가”라며 국회를 비판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서 김형두 재판관은 “지난달 재판관 3명이 퇴임하고 거의 한 달째 재판관 전체가 모여서 하는 결정을 못 하고 있다”며 “국회가 재판관 후임 추천을 하지 않아서인데, 국회의 뜻은 헌재가 일하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국회 내부에서 논쟁하는 사정이 있다면 헌재나 방통위 같은 국가기관들은 역할을 하지 말고 그냥 기다리는 게 옳으냐”고 했다. 소추위원으로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국회가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최민희 방통위원을 임명했다면 지금 벌어지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국회는 지난달 퇴임한 이종석 전 헌재 소장과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의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고 있다. 국회 몫 3인의 추천권 배분을 놓고 여야가 다투면서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은 것. 이에 헌재는 재판관 7명을 채워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도록 한 헌재법 23조 1항의 효력을 정지하고 ‘6인 체제’로 각종 사건을 심리 중이다. 이날 변론기일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국회는 방통위원 3명을 추천해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데, 왜 추천하지 않는가”라고 정 위원장에게 물었다. 국회 측 변호인이 “여야 협의 과정에서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답하자 문 권한대행은 “합의가 안 되면 국회는 아무 결정을 하지 않는 것인가”라며 “방통위원 5명을 구성해야 하는데 2명 체제하에 의결한 것이 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국회는 왜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대법원이 이혼 및 재산 분할 소송의 당사자인 70대 남성이 항소심 과정에서 숨진 사실을 모른 채 확정 판결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의 아들은 아버지의 시신을 냉동고에 14개월간 보관하고 사망 사실을 숨긴 채 아버지 대신 소송을 진행해 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70대 A 씨는 2021년 6월 별거 중이던 재혼 배우자에게 이혼 및 재산 분할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9월 항소심 도중 숨졌다. 그러자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의붓어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이어 갔다. 이후 재판부가 항소를 기각하자 의붓어머니 측이 불복해 상고했지만 올해 4월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고 원심이 확정됐다. 법원이 죽은 사람에게 2심, 3심 판결을 내린 셈이다. 대법원은 11일 “당사자의 출석 의무가 없는 사건은 소송대리인이 선임돼 있다면 법원이 별도로 당사자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현행 가사소송법에 따르면 변호사가 선임되면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재판은 가능하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전국 법원 홈페이지에 장애가 발생해 접속이 2시간 동안 중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이 시도된 것으로 보고 공격을 차단하는 한편으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7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21분경부터 약 2시간 동안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등 각급 법원 홈페이지 접속에 장애가 생겼다. 이용자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이란 문구만 나오며 접속이 되지 않았다. 법원 홈페이지는 주로 소송 당사자들이나 변호사들이 사건 진행 상황, 판례 등을 검색할 때 이용한다. 조사 결과 외부에서 들어온 디도스 공격 때문에 접속에 장애가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디도스 공격은 웹사이트나 온라인 서비스에 대량 트래픽을 발생시켜 서비스를 마비시키는 사이버 공격 방식이다. 법원행정처는 디도스 공격을 차단하면서 홈페이지를 정상화시켰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이번과 같이 큰 규모의 디도스 공격은 금년엔 처음이고, 근래에도 많지는 않았다”며 “국가정보원, 국가수사본부 등 기관과 긴밀히 공조하며 대응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판 등 사법 기능의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홈페이지와 인터넷 등기소, 전자소송 홈페이지 등은 정상적으로 접속됐기 때문이다. 법원 내부망 또한 인터넷과 차단돼 있어 디도스 공격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법원 홈페이지가 마비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수원·부산회생법원 개원을 앞두고 진행한 데이터 이관 작업 여파로 법원 전산망 전체가 마비돼 재판 차질이 속출했다. 법원행정처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법부 전산망에 악성코드를 심어 1만8000명의 개인정보를 빼내간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기도 했다. 5일엔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환경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국민의힘 홈페이지도 디도스 공격을 받은 바 있다. 관계당국은 이 공격을 러시아 또는 친러시아 해커 그룹인 3개 그룹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주체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검찰이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기소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는 내년 1월 8일 내려진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 심리로 열린 송 전 대표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이 사건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종 결정권자였으므로 가장 큰 형사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혐의에 대해 징역 6년, 정당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5월 민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들에게 300만 원짜리 돈봉투 20개 등 총 6650만 원을 살포하는 데 관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송 전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관련자들의 앞선 판결문이나 법정 진술을 보면 사전 협의나 지시가 없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검찰의 표적수사이자 사냥몰이식 수사”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이달 중 ‘1차 수수’ 혐의를 받고 있지만 조사에 불응한 의원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2차 수수’ 혐의를 받는 의원 10명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검찰이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기소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는 내년 1월 8일 내려진다.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 심리로 열린 송 전 대표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이 사건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종 결정권자였으므로 가장 큰 형사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혐의에 대해 징역 6년, 정당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5월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들에게 300만 원짜리 돈봉투 20개 등 총 6650만 원을 살포하는 데 관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송 전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관련자들의 앞선 판결문이나 법정 진술을 보면 사전 협의나 지시가 없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검찰의 표적수사이자 사냥몰이식 수사”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이달 중 ‘1차 수수’ 혐의를 받고 있지만 조사에 불응한 의원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2차 수수’ 혐의를 받는 의원 10명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측이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제출한 ‘구글 타임라인’ 감정 결과와 신빙성을 두고 김 부원장 측과 검찰이 법정에서 충돌했다. 구글 타임라인은 스마트폰의 위치정보시스템(GPS) 등을 통해 실시간 위치 기록을 온라인에 저장하는 서비스다.4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심리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감정기일에서 검찰은 “감정 결과가 모두 추론에 불과해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구글 타임라인’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일부 발견되는 오표시를 근거로 ‘구글 타임라인’ 정보 전체의 정확성을 부인할 순 없다”고 반박했다.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4월~8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남욱 변호사로부터 대선 자금 명목으로 8억 여 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김 전 부원장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일시와 장소로 지목된 2021년 5월 3일 경기 성남시 유원홀딩스 사무실에 간 적이 없다”며 자신의 동선이 나타난 구글 타임라인을 증거로 내놓은 바 있다. 해당 타임라인에는 김 전 부원장이 오후 5시경 경기 성남시의 사무실에서 퇴근해 서울 서초구 자택에 도착했다고 기록돼있다.이날 쟁점이 된 것은 원래 위치와 떨어진 곳을 기록하는 ‘위치 데이터의 오류 가능성’이었다. 감정결과에 따르면 해당 위치 데이터는 수정·삭제가 불가능하며, 사용자가 가지 않은 곳을 표시하진 않는다. 다만 일부 거리상의 오류가 발생한다. 실제 2021년 5월 3일에 위치 데이터상 오류가 1.95km 발생한 바 있으며, 경기 성남시 김 전 부원장의 사무실과 유원홀딩스 사이의 직선 거리는 1.6km 정도다.재판에 참석한 감정인 서모 씨는 “제가 지금 서울 서초구에 있는데 경기 일산으로 위치가 찍히진 않는 것처럼 단기간에 이동하지 못할 높은 오차를 보이진 않는다”며 “일부 논문상 3km 이상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이 실제 오차 반경 이내에 있는 장소를 간 것인지, 가지 않았는지를 판정할 수 있는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며 구글 타임라인이 무죄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김 전 부원장 측은 “특정 장소에 점이 다수 찍혀있다면 오차 범위 내에서 위치 데이터가 수집됐다고 볼 수 있다”며 검찰의 입장을 반박했다. 이날 재판이 종료된 후 김 전 부원장측 신알찬 변호사는 “타임라인의 증거능력은 과거 최순실 특검, 버닝썬 사건 등 크고 작은 수많은 사건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됐고 검사 스스로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김용의 구글 타임라인 감정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관성을 결여한 것으로 매우 부당하다”고 말했다.양측의 의견을 청취한 재판부는 이달 28일 변론을 종결하고 결심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경우 선고는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 이뤄질 전망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논란이 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비자금을 재산 분할 근거로 삼은 것은 위헌이라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민단체 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는 1일 “노태우 일가가 그동안 진실을 감춰 오다 이제 와 비자금을 되찾으려 하고 이를 인정해준 최근 재판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환수위는 “노태우 일가의 숨겨둔 범죄 수익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과 같은 맥락에서 국고로 환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관장이 개인 재산이라 주장하는 것은 노태우 비자금으로, 이는 (헌법이 규정한) ‘공공복리’에 부적합한 재산”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에서 정한 대로 개인 재산권에 대한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불법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재판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은 올 5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선고 직후 불거졌다. 당시 재판부는 SK㈜ 주식을 비롯한 모든 재산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공동 재산으로 보고 재산 분할액을 1조3808억 원으로 늘렸는데,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이른바 ‘선경 300억 원’ 메모를 결정적 증거로 삼았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면서도 “사전 심사 단계에서 청구서를 수정하거나 자료 보충 등의 과정이 이뤄지면 심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서울대 졸업생들이 동문 여성 등 60여 명의 사진을 무단으로 합성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의 주범에게 법원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박준석)는 3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모 씨(40)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과 같은 형량이다. 검찰이 징역 6년을 구형했던 공범 강모 씨(31)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작한 허위 음란물은 그 자체로 혐오감이 들 뿐만 아니라 그를 두고 나눈 대화도 경악스러울 정도”라며 “피해자들은 이미 심각한 피해를 입은 데다 그 피해는 회복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같은 학교 동료로서 선의와 호의로 피고인들을 대했음에도 사냥감을 선택하듯 피해자를 선택해 장기간에 걸쳐 성적으로 조롱하며 인격을 말살시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피해자 상당수가 사회적 인간관계가 파괴되었고 남성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무너져 혼인관계가 파탄 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시험 강박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에 따른 ‘심신 미약’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대화 내용을 보면 정신적 문제가 없으며 범죄라는 사실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며 “피고인들을 엄중히 처벌함으로써 익명성에 숨어서 법과 도덕을 중대하게 무시한 결과가 어떠한 것인지 인식시키고 경종을 울리는 것이 사법부의 책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이날 선고 재판 내내 얼굴을 감싸 쥐거나 덜덜 떨며 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각각 서울대 인문대와 로스쿨을 졸업한 박 씨와 강 씨는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동문 12명 등 여성 61명의 얼굴이 담긴 허위 영상물 2000여 개를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의 주범 박모 씨(40)가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박준석)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제작·배포등)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씨에게 검찰 구형과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했으며, 공범 강모 씨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씨의 행위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하면서 “피고인이 제작한 허위음란물은 그 자체로 혐오감이 들 뿐만 아니라 그를 두고 나눈 대화도 경악스러울 정도”라며 “피고인이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 반성은 너무 늦었고, 피해자들은 이미 심각한 피해를 입은 데다 그 피해는 회복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같은 학교 동료로서 선의와 호의로 피고인들을 대했음에도 사냥감을 선택하듯 피해자를 선택해 졸업사진, 결혼사진, 만삭사진, 가족사진 등을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성적으로 조롱하며 인격을 말살시켜 비난가능성이 크다”며 “피해자 상당수가 사회적 인간관계가 파괴되었고 남성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무너져 혼인관계가 파탄나기도 했다”고 말했다.박 씨는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이 또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시험으로 인한 강박증, ADHD 등 때문에 범행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의 대화 내용을 보면 정신적 문제가 없으며 범죄라는 사실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며 “정신병적 증세가 아닌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여성에 대한 열등감과 증오심으로 텔레그램이 보장하는 익명성 등 분위기에 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날 박 씨는 재판 내내 얼굴을 감싸쥐거나 덜덜 떨며 우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선량한 구성원들로서는 이런 범죄를 당하지 않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지 않는 것 정도 외에는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며 “그렇다면 피고인들을 엄중히 처벌함으로써 익명성에 숨어서 법과 도덕을 중대하게 무시한 결과가 어떠한 것인지 인식시키고 경종을 울리는 것이 사법부의 책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생인 박씨와 서울대 로스쿨 졸업생인 강씨는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대 동문 12명을 포함, 여성 총 61명의 얼굴이 담긴 허위 영상물 2000여개를 텔레그램으로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가 강씨에게 피해자들의 사진을 합성해달라고 보내면 강씨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주로 1~3일 간격으로 꾸준히 허위 영상물을 유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