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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재계에선 인사철을 맞아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포함한 칼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에도 경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트럼프 스톰’을 비롯해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돼 바짝 허리띠를 졸라매고 대비하는 분위기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12월 초 정기 인사가 예정된 SK는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임원 수를 10∼20% 줄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인사가 난 SK지오센트릭은 임원 수를 14.3% 줄였다. 한 SK 관계자는 “임원뿐만 아니라 실무진 단계의 팀장 직책 수도 최소화하라는 방침이 내려진 상태”라고 말했다. 수펙스 측은 “현재까지 얼마나 줄일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SK는 또 지난해 말 최창원 수펙스 의장 선임 후 올해 계열사 전반의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며 조직을 효율화하는 데 집중했다. 올 초 219개에 육박했던 계열사는 합병, 매각 등을 통해 연말까지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삼성그룹 사장단 및 임원 인사는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에서 대규모 인사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임원 수는 줄여 나가는 분위기이고 DS부문은 특히 올 들어 계속해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다른 부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도 최근 사과문을 통해 “위기의 모든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정기 임원 인사를 낸 LG그룹도 지난해 대비 신규 임원 및 승진자가 줄었다. 지난해 총 139명이 승진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18명(13%) 줄어든 121명 승진에 그쳤다. LG전자는 임원 승진자가 49명에서 42명으로 줄었고, 특히 업황 위기를 겪는 LG에너지솔루션은 24명에서 14명으로 줄었다. LG그룹 관계자는 “조직을 ‘슬림화’해서 의사결정 효율을 높이고 앞으로 다가오는 불확실성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내수 부진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도 ‘칼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30일 정기 인사에서 임원 수를 약 10%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내 트레이더스본부와 판매본부를 영업본부로 통·폐합하는 등 조직을 효율화하는 과정에서 임원 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 등 일부 계열사에서 조직을 개편하면서 스태프 조직의 부사장 직제가 사라지는 등 임원 자리가 소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특히 최근 2년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신규 임원 승진자 수가 대폭 줄었다. 2023년 정기 임원 인사 때는 신규 임원 수가 44명이었는데 올해 2월 단행한 2024년 인사 때는 19명, 18일 발표한 2025 정기 임원 인사 때는 21명이었다. 곧 인사를 앞둔 롯데그룹의 일부 계열사는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실적 부진 계열사인 롯데면세점과 롯데케미칼은 앞서 6, 7월 연이어 비상경영을 선언했고, 롯데지주와 화학부문 계열사 임원들은 이번 달부터 급여를 일부 반납하기로 했다. 희망퇴직과 대대적인 조직개편 바람도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LG그룹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6월 생산직에 이어 이달부터 사무직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사무직 희망퇴직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LG헬로비전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았다. KT, 엔씨소프트, G마켓, SSG닷컴 등도 희망퇴직을 시행한 상태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극심한 경기 둔화 탓에 파산한 국내 법인 수가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버텼던 기업들이 수년째 정체된 일감과 치솟는 인건비, 고금리 속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내수 버팀목인 중견 중소 기업들은 “이대로 가다간 내년에도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처리된 법인 파산 선고(인용) 건수는 1380건으로 전년 동기(1081건) 대비 27.7% 늘었다.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연간 처리 건수(1302건)를 이미 넘어섰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매주 접수되는 법인 파산 사건 수도 2, 3년 전과 비교하면 1.5∼2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본보가 대한상공회의소에 의뢰해 올해 6∼10월 사이 파산 공고가 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도·소매업이 39.6%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제조업(22.2%), 정보통신업(11.5%), 건설업(9.5%) 순이었다.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내수 기업과 중견 수출 기업들이 특히 타격을 입었다. 한 중견 반도체 장비기업 사장은 “범용, 구형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약하고, 중국 수출도 만만치 않아 보릿고개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마저 공장 문을 닫거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최근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가동 45년 만에 폐쇄했고, SK그룹은 올해 사업 매각을 포함한 재정비에 나섰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시기부터 정부 금융 지원으로 버텼던 기업들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정부가 경기를 낙관해 기업 지원책에 소극적인데, 지금이라도 내수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2%, 내년에는 2.0%로 기존 전망치에서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 하향 조정하며 “강력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인건비는 오르는데 중국산 저가 공세, 공장 버틸 재간이 없어”[벼랑 끝의 기업들]경기 평택시 제조업체 단지 르포年매출 1000억 넘던 전자기기 공장… 5년째 손실 내다 결국 지난달 파산장비-부품사 3년째 수주 끊긴 곳도… 남은 기업도 “올해만 견디자는 심정”18일 경기 평택시 서탄면에 있는 전자기기 제조사 디엘티 공장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마당엔 TV, 모니터, 스피커가 널부러진 채 방치돼 있었다. 회사 대표 제품인 초고화질(UHD) 대형 TV는 포장지마저 뜯겨 액정이 크게 손상된 상태였고 빗물이 고여 있었다. 디엘티는 한때 매출이 1000억 원 넘는 회사였다. 가성비 좋은 액정표시장치(LCD) TV로 빠르게 성장했다. 직원 수도 2016년 60명에서 2017년 124명으로 두 배가 되며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대표 혁신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019년부터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 매출은 70억 원으로 쪼그라들어 결국 지난달 파산했다. TV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는 오르는데 중국 기업은 물량 공세를 펼쳐 중소 TV 기업들이 버틸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잘 돌아가던 공장 문을 폐쇄한 곳은 디엘티뿐이 아니었다. 기계, 소부장 업체들이 몰려 있는 평택시 일대 곳곳에 문 닫은 공장이 눈에 띄었다. 올 들어 수출이 기록적인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그 온기는 사실상 없었다. 고금리와 높은 인건비로 인한 자금난,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로 첨단 반도체나 자동차 수출의 낙수효과가 제조 현장으로 확산되지 못한 것이다. 디엘티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금형 사출 전문기업 우성테크도 최근 파산해 기업 청산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20일 인부들이 25t 트럭과 지게차를 이용해 공장 설비 시설들을 나르고 있었다. 한 인부는 “사출기를 다른 업체에 매각하려고 싣고 있다”고 했다. 우성테크 인근 제조업체 사장인 김모 씨는 “금형 사출은 한때 한국 제조업을 떠받치는 기반 산업이었지만 이제 중국과의 경쟁과 높은 인건비 때문에 미래 성장성이 전혀 없는 영역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인 반도체, 배터리 분야 분위기도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익률은 높지만 물량은 범용 제품에 비해 적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제품에 국한해서만 인공지능(AI)발 수혜가 집중된 탓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소재나 장비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중소 반도체 장비업체 티아이이엘(TIEL)은 급격한 실적 악화로 올 7월 파산했다. 2020년 전기차용 반도체 제조 장비 등 틈새시장을 공략해 2022년 매출 170억 원까지 냈었던 곳이다. 티아이이엘 사정을 아는 한 장비업체 사장은 “주로 레거시(구형) 장비를 중국에 수출해 매출을 일으켰는데 대중 규제와 중국 현지 기업들의 자립 탓에 상황이 급격히 어려워졌다”며 “국내 장비, 부품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은 똑같다. 3년간 수주가 끊긴 곳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배터리 부품업체 사장은 “어떻게든 올해만 살아남자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데 내년에 좋아질지 의문이어서 막막하다”고 말했다.고금리로 인한 대출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평택 현장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지금처럼 근로자 임금이 높고 해고가 힘든 고용 시스템 아래에선 더 이상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미래는 없다고 본다”며 “고용 시장을 대폭 유연화시키거나 인건비를 기업 상황에 맞춰 현실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지나친 고용 경직성과 새로운 산업 육성을 가로막는 규제 탓에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며 “산업 구조 전환에 따른 일부 도산은 불가피하다고 할지라도 잠재력 있는 기업마저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고심해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도 “성장 가능성이 있으나 일시적 유동성 때문에 문제를 겪는 기업들을 위한 기술 기반 보증 및 대출 등 지원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평택·화성=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화학이 고윤주 전 제주특별자치도 국제관계대사(56·사진)를 최고지속가능전략책임자(CSSO) 전무로 영입했다. 고 전무는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외교부에서 북미 외교를 맡은 바 있어 다가오는 2기 정부에 대한 대응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이 18일 공시한 분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달 고 전무를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다. 고 전무가 선임된 CSSO는 LG화학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및 대관 업무를 전문으로 다루는 직책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인 고 전무는 1995년 29회 외무고시에 합격했고 이후 외교부 자유무역협정상품과장, 국가안보실 선임행정관, 주미국 대사관 차석 겸 정무공사 등을 지냈다. 트럼프 1기 시절인 2019년에 외교부 북미국장을 맡았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전자가 인도 시장에서 3분기 누적(1∼9월) 기준으로 매출 3조 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현지 ‘프리미엄 국민 가전’으로 자리매김한 브랜드 위상과 생산부터 판매, 사후 서비스까지 인도 시장 특성에 맞춘 현지화 전략이 주효한 덕분이다. 내년 예상되는 인도 증권시장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17일 LG전자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는 올 들어 3분기까지 총 3조733억 원의 매출액을 인도에서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15.7% 성장했다. 같은 기간 LG전자 전체 매출은 9.1% 늘었는데 인도 시장에서 2배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나타낸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특히 가전 사업이 성장을 이끌었다”며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가전은 현지에서 고급 이미지로 입소문을 타며 프리미엄 국민 브랜드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인도에 1997년 진출한 LG전자는 기술력과 현지화를 결합한 전략으로 인도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인도 내 뎅기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 초음파로 모기를 쫓아주는 에어컨을 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인도 에어컨 시장에서 점유율 31%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전력 수급이 불안정한 인도 환경을 고려해 전력이 끊겨도 7시간 냉기를 유지하는 냉장고도 선보였다. 전망도 밝다. 인도는 인구수 세계 1위,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인 경제 대국이다. 지난해(2023년 4월∼2024년 3월) 경제성장률은 8.2%였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이지만 지난해 인도 내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보급률은 각각 8%, 17%, 38% 수준에 불과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구형 가전이 주로 팔렸는데 앞으로 소득 수준이 올라가며 LG전자와 같은 고가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미국의 대중 규제가 갈수록 거세지며 인도는 중국을 대체하는 시장으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2019년 110억 달러(약 15조4000억 원) 규모이던 인도 가전제품 시장은 2025년 210억 달러로 2배 가까이로 성장할 전망이다. LG전자는 기업간거래(B2B) 시장도 시야에 넣고 있다. 특히 냉난방부터 공기 질 전반을 관리하는 공조(空調) 부문과 전자 칠판 등 ‘에듀테크’(교육기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전자는 또 지난해 말 시스템에어컨 유지보수 전문 자회사 하이엠솔루텍의 인도 법인을 새로 설립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판매, 생산, 연구개발(R&D), 유지보수를 아우르는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를 마련하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인도 사업이 탄력을 받으며 LG전자가 현재 인도 증시에서 추진하는 IPO도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LG전자는 내년 IPO를 통해 2조 원 안팎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 주가가 결국 4만 원대로 떨어졌다. 2020년 6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시가총액 300조 원도 무너졌다. SK하이닉스 주가도 이날 5.41% 급락했고, 대만 TSMC 주가는 2.64% 떨어졌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트럼프 스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내년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무력화시키고,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얽히고설킨 반도체 공급망에 대혼란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트럼프 당선 후…삼성 13%-하이닉스 12% 급락 14일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1.4% 떨어진 4만9900원에 마감했다. 지난주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된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며 7일(5만7500원) 대비 13.2% 하락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3분기(7∼9월) 실적 부진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지연으로 줄곧 약세를 보여 왔지만 이달 들어 급격한 하락폭은 ‘트럼프 스톰’ 불확실성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 주가도 7일 대비 12.4% 하락했다. 한 반도체 대기업 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하고 수출을 통제하면 글로벌 반도체와 테크 시장 전반에 연쇄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수출 의존도가 큰 만큼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트럼프 스톰 영향권에 든 상태다. 13일(현지 시간) 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0% 하락하며 마감했다. 7일 5,333.99에 장을 마친 것과 비교하면 13일 5,006.29로 6.1% 급락한 것이다. 필라델피아 지수는 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대표 반도체 기업들을 묶어 산출한 지표로 브로드컴, AMD, 퀄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으로 구성됐다. 대만 TSMC나 미국 퀄컴, 마이크론도 최근 5거래일 동안 각각 5.09%, 11.07%, 11.19% 내렸다.● 반도체 공급망 혼란 확산반도체 업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미국이 반도체 공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미국발 관세 인상 여파가 전 세계에 미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반도체의 80%가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동아일보가 유엔 무역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대만과 말레이시아로 각각 31.4%, 16.1%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 12.3%, 한국 9.3% 순이었다.수치만 봤을 때 관세 부과 시 대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국과 중국이 전(前) 공정을 맡아 대만에 공급하는 구조라 모두가 영향권에 든다. 중국에서 보내는 메모리 반도체는 대부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대만과 말레이시아는 파운드리 및 패키징(조립) 등 후공정 전문으로 반도체 최종 제품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아 제조국에서 생산된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물리면 미국 엔비디아 칩 가격이 오르고 구글, 메타, 아마존 등 현지 빅테크 기업들의 부담도 크게 가중된다. 테크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모바일, 컴퓨터 등 전자기기 시장도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 옴 글로벌데이터 수석 애널리스트는 테크 전문지 버딕트에 “포괄적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글로벌 전반의 칩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했다.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터진 공급망 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미국이 자국 내 일본 반도체를 견제하기 위해 내놓았던 가격 규제는 IBM, HP 등 주요 컴퓨터 제조사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1991년 가격 규제 조항이 삭제됐지만 5년 동안 일본 반도체가 한국과 대만에 밀리는 계기가 됐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반도체 제조 공급망은 하루아침에 바꾸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세나 수출 규제는 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 노사가 10개월 만에 5.1% 임금 인상안을 담은 임금협약에 잠정 합의했다. 그간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올해 7월 창사 이래 첫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노사 갈등이 불거졌지만 합의에 이른 것이다. 14일 삼성전자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2023년·2024년 임금협약의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2023년과 2024년 임금교섭을 병합하여 새로 진행한 2024년 1월 16일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삼성전자 노사는 조합원이 조합 총회(교육)에 참여하는 시간을 유급으로 보장하고, 자사 제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를 전직원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 외 임금인상 5.1%, 장기근속 휴가 확대 등은 2024년 3월 발표한 기존안을 반영하기로 했다. 또 잠정합의안에는 경쟁력 제고 및 협력적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노사간의 상호 존중과 노력, 노사 공동의 사회공헌활동(CSR)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전삼노는 21일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삼성전자는 “이번 임금협약 타결을 노사 화합의 계기로 삼아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삼노는 “단체교섭 및 곧 다가올 2025년 임금교섭에서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현대제철이 경북 포항 2공장을 셧다운하기로 했다. 중국발 저가 공세와 내수 경기 둔화에 따른 부담이 겹친 탓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포항 2공장 ‘셧다운’을 결정하고 이날 임직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알렸다. 현대제철 노사는 조만간 노사협의회를 열고 해당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에 문을 닫기로 한 포항2공장은 원료→제선→제강→압연으로 이뤄지는 철강 생산 공정 중 제강과 압연 생산시설이다. 해당 공장에 근무하던 직원들은 회사와 협의를 거쳐 다른 라인으로 전환 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강 라인의 쇳물 연간 생산량은 100만 t이고, 압연 라인은 70만 t으로 현대제철 전체 생산량의 약 3.5%를 차지한다. 포항2공장에서는 건축 구조물에 들어가는 형강 제품을 많이 생산했는데 건설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중국발 공급 과잉도 부담이 됐다. 현대제철은 그간 설비 보수로 공장을 일부 멈추며 공장 가동률을 낮춰 대응해 왔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은 올해 7월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밀어내기로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추가 제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내수를 중심으로 실적이 악화하는 추세다. 13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내수기업 매출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던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인 비금융 법인 814개사의 상반기 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는데, 수출기업을 빼면 같은 기간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이 많이 줄어든 내수기업 업종은 도·소매업(―6.5%),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5.5%) 등이다. 한경협은 “수출기업 실적도 매출 1위인 삼성전자를 빼면 증가율이 대폭 줄어드는 등 ‘착시 효과’가 상당하다”고 분석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는 올 10월까지 김치냉장고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배추 시세가 급등해 김장 수요가 줄었는데도 판매가 늘어 의미가 크다”며 “김장철이 아닌 2·3분기(4∼9월)에도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는 김치냉장고가 김장 김치 외에도 육류, 과일, 야채 등 다양한 식재료를 맞춤 보관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며 인기를 끈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김치냉장고는 24개의 보관 모드를 지원하는 ‘식재료 맞춤 보관’ 기능이 지원된다. 식재료를 최적의 상태로 신선하게 보관해 매일 요리 하지 않는 집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아삭한 김치 맛을 구현하는 ‘메탈쿨링’, 온도 편차를 최소화하는 ‘초미세정온’ 등 김치 맛을 최적화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올 9월 출시된 ‘비스포크 AI 김치플러스’에는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됐다. ‘AI 정온 모드’, ‘냄새 케어 김치통’ 등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기술이 새롭게 적용됐다. AI가 냉장고 사용 패턴을 분석해 효율적으로 온도를 제어하고, 김치 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관리해 쾌적한 상태로 만드는 기능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전자는 최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과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가 만나 전략적 협업에 대해 논의했다고 12일 밝혔다(사진). 두 회사는 급변하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춰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텐스토렌트는 캐나다 AI 칩 설계 전문 기업으로 ‘반도체 전설’로 불리는 켈러 CEO가 경영하고 있다.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켈러 CEO는 애플 아이폰 칩과 AMD의 PC용 프로세서 ‘라이젠’ 등 고성능 반도체 설계를 주도한 바 있다. LG전자는 회사의 AI 방향성인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 구현을 위해 텐스토렌트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AI 가전 등 온디바이스AI(기기에 탑재된 AI)와 스마트홈, 모빌리티 등 미래 사업에서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텐스토렌트를 포함한 글로벌 업체들과 협력해 AI 경쟁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조 사장은 “텐스토렌트가 보유한 AI 역량 등 기술력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고객을 이해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감지능을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집권에 앞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보조금 구체 합의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삼성전자, 인텔, 마이크론 등 주요 칩스법 지원 대상 기업들과 세부 조건 합의에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앞으로 두 달이 아직 (협상을) 진행 중인 20개 이상의 회사에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만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 등 일부 회사는 협상을 마무리했고 곧 최종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미 상무부는 현재 2022년 제정한 칩스법을 근거로 390억 달러(약 54조 원) 규모로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390억 달러 보조금 중 90% 이상을 배정했으나 대부분 최종 계약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다. 각 기업별로는 삼성전자 64억 달러, TSMC 66억 달러, 인텔 115억 달러, 마이크론 61억 달러, SK하이닉스 4억5000만 달러 등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을 믿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앞으로 집권할 트럼프 당선인이 칩스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칩스법에 대해 “정말 나쁘다”며 직접 보조금보다 관세를 도입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게 자국 반도체 산업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반도체 업계와 미 정계는 트럼프 정부가 이미 국회를 통과한 칩스법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보조금 지원이 지연된다거나 기업들에 더 많은 조건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업계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내 조선·항공업계는 전통 화석 연료를 중시하는 ‘트럼프발 에너지 전환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우주 산업의 경우 ‘폭발적 확장’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7일 조선업계와 삼정 KPMG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대표되는 조 바이든 정부와는 정반대의 에너지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석유와 석탄, 가스 등 화석 연료 중심으로 회귀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사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LNG와 LPG 운반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조선사들에 유리한 환경이다. 컨테이너와 벌크선은 중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지만,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와 LPG 운반선은 한국 조선사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기준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선박과 LPG 선박 중 각각 55%, 46%를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하면서 수주량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당선 뒤 통화에서 한국과 미국의 해군 함정 관련 MRO(유지·보수·정비) 협력 의지를 밝힌 점도 조선업계의 호재로 꼽힌다. 트럼프발 에너지 정책 전환과 MRO 협력에 따른 조선업 수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선사 주가도 크게 올랐다. 이날 종가 기준 한화오션은 전날보다 21.76% 올랐으며,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6.03%, 9.17% 올랐다. 항공업계도 화석연료 사용 확대에 따른 유가 안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석유를 시추해라)’이라는 말로 석유 및 가스 산업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원유 및 천연가스 등에 대한 규제를 폐지하겠다고도 밝혀 왔다. 석유 시추를 통해 유가를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고, 고용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셰일가스 및 석유 생산이 확대되면 국제 유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유가 하락은 항공업계에 큰 호재다. 유류비가 항공기 운영비의 30∼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떨어져 항공운임이 낮아지면 여객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이나 물류 업계는 유류비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유가 하락은 각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적극 도왔던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영향으로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고 상업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과학 정책에서는 ‘트럼프 월드’가 아닌 ‘머스크 월드’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따라 머스크가 집중하는 유인 화성 탐사를 비롯해 미국 주도 우주 산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지난달 1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지지자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 우주인을 화성에 착륙시킬 것”이라며 “준비하세요, 일론 (머스크)”을 외치기도 했다. 또 “당선될 경우 임기가 끝나기 전 화성에 도착할 것”이라는 언급을 하기도 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화성 탐사를 전폭 지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스페이스X는 2030년 내 유인 화성 탐사를 목표로 거대 발사체 ‘스타십’의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너무 낙관적인 목표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글로벌 민간 우주 시장이 확대될 경우 한국 우주 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는 머스크가 운영하는 미국 최대 민간 우주 업체 스페이스X 공급망에 속한 기업도 있다. 하지만 미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당선인이 해외 우주 기업과의 협력이나 부품 수입에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디스플레이가 6월 생산직에 이어 11월 사무직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사무직 희망퇴직은 2019년 이후 5년 만에 받는 것이다. 6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7일부터 2주일 동안 희망퇴직 접수를 한다. 근속 5년 이상, 만 40세 이상 또는 책임급 이상 직원이 대상이다. 희망 퇴직자에게는 기본급 30개월 치 분량의 퇴직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을 지급한다. LG디스플레이는 이와 함께 조직 통폐합, 임원 비율 감축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말 인사를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으로 유휴 인력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고부가 사업 및 인력 효율화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수준을 넘어섰고 앞으로 노동 시장과 AI를 이용한 해킹, 슈퍼 인텔리전스(지성)가 (우리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AI 딥러닝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는 4일 ‘삼성 AI 포럼 2024’ 기조연설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전하며 “AI 안전을 위해 정책 입안자들은 물론 대중들도 AI의 현재 상태와 미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8회를 맞는 삼성 AI 포럼은 AI 및 컴퓨터 공학 분야 석학, 전문가들을 불러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연구 방향을 모색하는 기술 교류의 장이다. 4, 5일 이틀 연속 열린 올해 포럼에선 국내외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여 ‘AI와 반도체 기술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벤지오 교수는 AI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AI가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사전에 안전한 AI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AI의 행동과 목표를 인간과 일치시키고 앞으로 국가·기업 간 AI 경쟁에 더 많은 조정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도 개회사에서 앞으로 어떻게 AI를 더 책임감 있게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AI가 놀라운 속도로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있고 더욱 강력해지며 갈수록 책임감 있는 사용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포럼 둘째 날에는 ‘모두의 일상생활을 위한 디바이스 AI’를 주제로 다뤘다. 스마트폰, 가전 등 AI를 통해 고도화되는 기기 기술을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키노트 발표를 맡은 이언 호록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지식 그래프를 적용한 개인화 AI 서비스 기술’을 주제로 발표했다. 지식 그래프란 사람이 지식을 기억하고 회상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데이터를 저장·처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그는 “지식 그래프를 활용하면 AI가 더 정확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어 최근 딥러닝, 생성형 AI와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포럼을 바탕으로 반도체 및 디바이스 분야의 AI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모바일, TV, 가전에 이르기까지 각 제품 특성에 맞는 AI 기술을 모든 제품군에 적용하고 개인화된 AI 경험을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PIM(하나의 칩에 메모리, 프로세서를 집적한 반도체)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 집중해 미래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멕시코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인생은 좋고(Life’s good), 살 만합니다.” 최근 멕시코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민자 리티네 씨의 이야기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교사였던 그는 자국의 정치 사회적 불안이 극심한 환경 때문에 교육자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멕시코로 이민을 갔다. 현재는 편의점에서 근무하며 새로운 꿈을 찾고 있다. 그는 “우리는 무엇이든 꿈꾸는 걸 이루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살아야 한다”고 했다. 리티네 씨의 이야기는 지난달 26일 유튜브에 게시돼 현재 조회 수 4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전쟁 국가를 제외한 도시별 살인율에서 지난해 기준 1위가 멕시코 셀라야일 정도로 멕시코는 치안이 불안하다. 그런 상황에서 희망을 잃지 말자고 제안하는 이야기가 멕시코 사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스토리를 발굴한 곳은 다름 아닌 LG전자다. 리티네 씨 이야기뿐 아니라 미국에서 불법 이민자로 쫓겨났다가 바비큐(BBQ) 체인으로 재기한 3인방을 다룬 영상 등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요즘 멕시코 뉴스는 주로 마약, 폭력 등 부정적인 보도가 많다”며 “사회 곳곳에서 감동과 희망을 실천하는 ‘이름 없는 영웅들’을 조명하며 LG전자의 핵심 메시지인 ‘라이프스 굿(Life’s Good)’을 알릴 수 있다고 보고 멕시코 방송사에 협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멕시코 최대 규모 방송사 밀레니오 텔레비지온과 접촉했다. 양사는 협업해 ‘좋은 뉴스도 뉴스다(Good news are news)’라는 이름의 방송 코너를 만들었고, 올 3∼10월 총 6편을 만들어 방송에 내보냈다. 방송 시청률을 역산하고 온라인 영상 조회 수를 더해 계산하면 누적 시청 수가 3억4000만 회에 달한다. 멕시코 국민들의 반응도 좋다. “오히려 외국인을 통해 멕시코를 다시 보게 됐다”, “많은 사람들의 모범이 되는 당신께 신의 축복을 기원한다”, “행복한 모습, 성취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 등의 긍정적인 댓글이 줄을 이었다. ‘좋은 뉴스도 뉴스다’ 캠페인은 인터넷 뉴스, 신문 등 다른 매체들도 다루며 입소문을 타고 재생산되고 있다. LG전자는 우선 밀레니오와 올해까지 4편의 영상을 추가 제작해 방송할 예정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메모리 시장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공장 라인을 조정하고 포트폴리오 수정에 나섰다. 범용 반도체의 부진, 인공지능(AI) 등 첨단 부문에 대한 시장 수요 확대라는 반도체 시장 급변에 따라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범용 D램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4의 생산 비중을 기존 40%에서 연내 20%까지 줄일 방침이다. 그 대신 좀 더 고성능인 DDR5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또 최첨단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량을 내년에 지금의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범용 라인을 축소하고 HBM 확대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범용 메모리는 PC,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수요 침체 장기화와 중국 업체들의 도전에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현재 DDR4 8Gb(1G×8 PC용) 가격은 7월 말 대비 23.5% 떨어졌다. 낸드 128Gb(16G×8 메모리카드·USB용) 가격 역시 두 달 새 39.2% 급락한 상태다. 이처럼 범용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D램에서는 DDR5 및 HBM에, 낸드에서는 기업용 낸드인 eSSD(엔터프라이즈 SSD)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eSSD는 AI 서버에 활용되는 기업용 프리미엄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하반기(7∼12월) 양산이 예상되는 6세대 HBM인 ‘HBM4’ 개발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특히 SK하이닉스에 내준 주도권을 뺏기 위해 6세대 제품에 사활을 걸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부회장)은 3분기(7∼9월) 실적발표 바로 다음 날인 1일부터 임원들과 ‘릴레이 토론’에 나섰다. HBM 이후 크게 흔들리는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고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찾기 위해 집중 논의에 들어간 것이다. 전 부회장이 5월 취임 후 임원들과 연쇄 토론회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 사업부와 먼저 토론을 진행했고 이번 주 시스템LSI,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부문별 임원들과 순차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 반도체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아 임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2027년 전후로 차세대 챗GPT 등장에 따른 인공지능(AI) 시장의 대확장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현재 진행 중인 ‘운영개선’(Operation Improvement)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일 경기 이천 SKMS 연구소에서 열린 ‘2024 CEO 세미나’ 폐회식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최 회장은 “운영개선은 단순 비용 효율화를 뜻하는 게 아니고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재무제표에 나오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업가 정신’ ‘이해 관계자와의 소통’을 중시해야 한다”고 했다. AI 사업 방향도 제시했다. △반도체 설계 및 패키징 등 AI 칩 경쟁력 강화 △고객 기반 AI 수요 창출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한 에너지 솔루션 사업 가속화 등이다. 최 회장은 “SK가 보유한 기술력 및 그룹 계열사 간 또는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가장 싸고 우수한 AI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그룹 AI 사업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SK그룹은 지난달 31일부터 2박 3일간 연초부터 추진한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최적화) 등 성과를 점검하고 후속 과제를 집중 논의하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진행했다. 최 회장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계열사 CEO 등 최고경영진 30여 명이 참석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도 불린다. 기존의 정보기술(IT) 서비스와 달리 AI가 활용되면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량이 많게는 10배로도 늘어나 전력망 확충 및 증설이 각 국가, 기업들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AI발 전력난을 풀 해결사로 ‘미니 원전’이라 불리는 소형모듈원자로(SMR)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기 수요는 올해 25GW(기가와트)에서 2030년 80GW로 3배 이상으로 뛸 전망이다. 이는 현재 미국 전체 전력 수요의 3∼4%에서 11∼12%로 늘어나는 수준이다. 유럽도 같은 기간 10GW에서 35GW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AI는 이전보다 훨씬 복잡한 연산이 요구되기 때문에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구글에서 한 번 검색 시 평균 0.3Wh(와트시)의 전력이 사용된다면 챗GPT 등 생성형 AI를 쓰면 10배인 2.9Wh가 필요하다고 한다. 문제는 미국,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갑작스럽게 늘어나며 이를 뒷받침할 공급 인프라가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드는 시간은 보통 2∼3년가량이다. 맥킨지는 “버지니아,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 피닉스 등 주요 데이터센터 허브에서 새로운 전력을 확보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전력 발전보다는 송전망 구축과 관련 인력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9년만 해도 미국에서 송전 설비를 설치하는 데 평균 4∼6개월이 걸린 반면 지난해에는 이보다 4배가량 늘어난 18∼24개월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도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프라 확대가 시급하지만 송전망 설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도권 전력 초과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동해안 및 호남에서 발전한 전력을 끌어와야 하지만 주민 반대 및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로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다. 탈탄소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도 난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빅테크들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0으로 줄이겠다는 ‘넷제로’를 선언했지만 목표 달성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낮은 발전 효율과 AI로 인해 급증하는 전력 수요 때문에 오히려 화석연료 의존도가 커졌다. 7월 구글이 공개한 연례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이 발생시킨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대비 48% 증가했다. 구글은 “2030년까지 넷제로 달성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이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어려움에 최근 SMR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탄소 감축이라는 넷제로 목표도 달성하면서 수요지 근처에 직접 짓기 용이해 송전망 이슈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원전 1기가 1∼1.5GW 규모라면 SMR은 300MW(메가와트) 이하다. 날씨에 따라 발전 기복이 심한 재생에너지보다 효율이 높다는 평가도 받는다. 구글은 지난달 미국 SMR 스타트업인 카이로스파워와 총 500MW 규모의 전력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2030년 첫 번째 SMR을 가동하고 2035년까지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아마존도 최근 SMR 개발을 위한 협약 3건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본격적인 상용화에 이르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SMR의 안전성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여전히 구축 비용이 비싸다”고 전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GS칼텍스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 본사와 전남 여수공장에서 ‘언록 더 퓨처(Unlock the Future·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제2회 ‘딥 트랜스포메이션 데이(DT Day)’를 개최했다고 31일 밝혔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등 임직원들이 참여해 지속가능한 성장 및 업계 최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서로의 경험 및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다. 사업 체질과 수익성을 개선하는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BX),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탈탄소 신사업을 본격화하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등으로 구성됐다. 각 영역에서 총 20여 개 부스를 꾸렸다. 특히 DX와 관련해서는 챗GPT 등 생성형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을 높인 사례가 소개됐고, GX에서는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저탄소 신사업 과제들이 논의됐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이노텍이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광물인 ‘중(重)희토류’ 없이도 세계 최고 수준의 자력을 갖춘 ‘고성능 친환경 마그넷(자석)’ 개발에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마그넷은 스마트폰 액추에이터(모듈 조절장치), 차량 모터, 오디오 스피커 등 구동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제품에 탑재되는 필수 부품이다. 자석의 밀고 당기는 힘으로 동력을 제공하는 원리다. 지금까지 마그넷 핵심 원료로 테르븀(Tb), 디스프로슘(Dy) 같은 중희토류가 사용돼 왔다. 이는 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광물이다. LG이노텍은 2021년 중희토류 사용량을 60% 줄인 마그넷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엔 전혀 사용하지 않는 마그넷을 개발했다. 한국재료연구원과 협력해 중희토류를 대체할 수 있는 특수물질을 업계 최초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LG이노텍은 이번 개발 성공으로 중희토류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져 마그넷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비용도 기존 대비 6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희토류는 채굴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상당해 중희토류 없는 마그넷 개발이 친환경적으로도 의미가 깊다고 소개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오픈AI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및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와 손잡고 자체 인공지능(AI) 칩 개발에 나섰다. 설계부터 제조까지 자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도 협력을 모색했지만 스스로는 설계에 집중하고 제조는 위탁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는 브로드컴과 함께 칩을 개발 중이다. 설계가 완료되면 생산은 TSMC에 맡기는 구조다. 오픈AI는 이를 위해 구글의 칩 개발팀에 속해 있던 이들을 영입해 20명 규모의 칩 담당 조직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자체 생산 칩 외에도 엔비디아 칩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를 통해 엔비디아 경쟁사인 AMD 칩도 추가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오픈AI와 브로드컴은 AI 개발 및 고도화에 쓰는 엔비디아 칩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협력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의 첨단 AI 가속기 가격은 대당 6000만 원이 훌쩍 넘는데 최소 수백 대에서 수천 대는 있어야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하나를 꾸리려면 많게는 수조, 수십조 원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글로벌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오픈AI의 자체 칩은 추론에 특화된 제품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AI 학습용 칩의 수요가 많지만 점차 AI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나면서 향후에는 AI 추론용 칩 수요가 학습용 칩 수요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오픈AI뿐만 아니라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을 개발 생산해 비용 효율을 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은 직접 설계한 텐서프로세서유닛(TPU)이라는 전용 칩을 활용해 AI를 개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구글 설계를 기반으로 TSMC가 생산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구글도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쓰지만 모든 영역에서 GPU가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딥러닝 등 특화된 분야에서는 TPU를 활용해 더 높은 개발 효율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애플도 올 7월 AI 관련 논문에서 자사 AI 시스템 개발에 구글의 TPU를 활용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페이스북으로 유명한 메타도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차세대 AI 칩 ‘MTIA’를 4월 출시했다. 오픈AI가 직접 칩 생산까지 주도하고자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던 계획은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정통한 소식통을 통해 오픈AI가 파운드리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시간으로 인해 해당 프로젝트를 현재 포기했다고 전했다. 대신 칩 설계 노력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오픈AI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과 협력해 칩 제조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위한 자본 조달 방안을 검토해 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협력도 모색한 바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올 3월 한국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AI 반도체를 함께 만들기를 희망한다”며 “최근 6개월 사이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하며 (AI 칩에서) 협력하고 싶은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