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해외에서는 한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무인기(드론) 배송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상업용 드론 배송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섬 지역의 의료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드론으로 의약품 등을 배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 관계의 특수성이나 좁은 국토 면적 때문에 드론 관련 규제를 무조건 풀 수는 없지만 국내 드론 사업이 더욱 고도화된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월마트는 2021년 아칸소주 점포 한 곳에서 시작한 드론 배송 서비스를 텍사스, 플로리다 등 6개 주로 확대했다. 앞으로 배송 규모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마트는 향후 배송 규모 확대 등을 통해 연간 100만 개가 넘는 물건 꾸러미를 30분 안에 배송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은 이달부터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에서 최신형 배송 드론인 ‘MK30’을 띄우기 시작했다. MK30은 기존 드론에 비해 크기가 작고, 소음을 크게 일으키지 않는 게 주된 특징이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비행을 할 수 있고 배달 거리도 기존 모델보다 2배 더 늘어났다. 2030년까지 연간 5억 건의 드론 배송을 하겠다는 것이 아마존의 목표다. 일본 역시 드론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일본 드론 회사 소라이나는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2022년 4월부터 나가사키현 후쿠에섬에서 드론을 이용해 의약품 배송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면 검사와 비대면 검사를 병행할 수 있는 이동식 의원 ‘모바일 카’도 함께 운영한다. 후쿠에섬 주민들은 직접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진료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처방받은 약도 전달받을 수 있다. 중국도 드론 배송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배달 플랫폼 메이퇀은 2021년 초 처음으로 드론 활용 배송을 시작해 지난해 말 선전, 상하이 등 11개 구역에 25개 배송 노선을 개설했다. 메이퇀의 드론 배송 시스템 상용화로 만리장성 한가운데에서도 5분 안에 음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우천 등 다양한 기상 상황 속에서도 비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박석종 한국드론산업협회장은 “한국은 안보적으로 특수한 상황인 데다 국토 면적이 좁아서 해외처럼 비행금지구역 규제를 무조건 완화시킬 순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국내 드론 기업들이 드론의 고도화와 정밀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해당 분야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 등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소설희(경제부) 이축복(산업2부) 이청아(국제부)이채완(사회부) 한종호(산업1부) 기자}
지난달 25일 너비 125cm의 무인기(드론)가 제주 본섬에서 주문한 음식을 싣고 부속섬인 비양도로 빠르게 날아왔다. 비양도에서 2km 떨어진(직선거리 기준)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드론 배송센터를 떠난 지 4분 만이었다. 드론 안에는 공공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먹깨비’를 통해 주문한 떡볶이가 담겨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제주 시내에서 직접 떡볶이를 산 뒤 배를 타고 들어오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올해부터 시작된 드론 배송 서비스 덕분에 조리 시간과 배송 시간을 포함해 약 45분 만에 따뜻한 상태로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었다.● 뱃길로 15분, 드론으론 4분 만에 배달 제주도는 올 2월 국토교통부 ‘2024 드론 실증도시 구축 사업’에 선정돼 비양도를 시작으로 가파도, 마라도에 드론으로 음식, 휴대전화 등 생활필수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양도의 경우 매주 수∼금요일 중 선박이 다니지 않는 물류취약시간(오후 4∼8시) 사이에 앱 등을 통해 드론 배송을 이용할 수 있다. 배편으로 한림항에서 비양도까지 걸리는 소요 시간은 15분 정도이지만, 드론은 4분여 만에 도착해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특히 현재 비양도로 가는 배편은 오후 4시 이후에는 운영되고 있지 않은데, 드론 배송을 이용하면 배가 다니지 않는 시간에도 생활필수품 등을 배송받을 수 있다. 비양도 주민들 역시 드론 배송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비양도에서 나고 자란 김순선 씨(95)는 “얼마 전 마을 잔치 때 떡을 시켜 먹었는데 떡이 식지 않고 배달돼 놀랐다”며 “(드론이) 음식을 싣고 오는 것을 난생처음 봤는데 신기했다”고 말했다. 비양도 주민 고창숙 씨(85)는 “그간 비양도에 손주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이 많이 없었는데, 명절 때 손주들이 오면 치킨이나 피자 등을 드론 배송으로 시켜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민들뿐만 아니라 비양도에 놀러 온 관광객들도 드론 배송을 이용하고 있다. 비양도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부영희 씨(66)는 “아들이 비양도에서 민박집을 운영 중인데, 낚시하러 오는 손님들이 드론 배송으로 치킨 등을 꽤 시켜 먹는다”고 전했다. 비양도에서 한림항으로 역배송도 가능하다. 비양도 주민들은 드론을 통해 당일 채취한 문어와 뿔소라 등을 판매 목적으로 역배송하기도 한다. 아직은 하루에 4건 정도만 배달을 진행하고 있지만, 제주도는 향후 배달을 점차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2030년 배송 드론 시장 2.5배로 커진다 국토부는 올 3월 드론 실증도시 구축 사업에 14개 지자체를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K-드론 배송 서비스’를 실시했다. K-드론 배송은 국토부 드론 배송 가이드라인에 따라 각 지자체가 배송 거점과 배달점, 비행로, 배달앱 등을 구축하고, 배송업체는 드론 비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종합적인 안전 관리 체계가 적용된 형태의 드론 배송 시스템이다. 14개 지자체에서는 섬 지역 32개와 공원 지역 17개, 항만 지역 1개에서 드론 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는 제주도를 비롯해 경남 통영, 전북 남원 등의 지역에서 드론 배송이 진행되고 있다. 향후 국토부는 드론 배송 물품 등을 다양화하고 배송 지역을 확대해 섬이나 오지 거주민들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드론 배송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의 ‘2023 드론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은 2022년 약 274억 달러(약 38조4500억 원)에서 2030년엔 약 516억 달러 이상의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중에서도 ‘배송’을 목적으로 드론을 활용하는 시장의 규모는 2023년 20억 달러에서 2030년엔 2.5배 수준인 55억5000만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드론 안전성 평가 기준 더욱 세밀해져야” 이처럼 드론 배송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드론 기체 추락 등 안전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달 경기 김포시 야산에서 군대가 운용하던 드론이 떨어지며 화재가 발생했다. 9월에는 자율 비행을 하던 드론이 갑자기 전신주로 추락하며 화재를 일으켜 800만 원가량의 재산 피해가 생겼다. 특히 드론이 추락하면 인명 사고가 발생하거나 화재 등을 일으키며 재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커 일각에선 드론 상용화에 대해 우려가 적지 않다. 드론이 작동하며 일으키는 소음과 먼지 등도 해결돼야 할 문제 중 하나다. 김영권 한국무인기안전협회 이사는 “최근 드론 배송 등이 상용화되며 드론 크기도 커지고, 대도시 상공을 비행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안전에 대한 불안이 큰 만큼 드론의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더욱 세밀하게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드론 활용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제주지방항공청과 협력해 드론 조종사 준수 사항 홍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뿐만 아니라 드론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 등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합동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소설희(경제부) 이축복(산업2부) 이청아(국제부)이채완(사회부) 한종호(산업1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54)가 “2021년 6월 18일 함성득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를 통해 김건희 여사를 처음 만났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은 대선 출마 선언 이후인 2021년 7월 윤 대통령과 명 씨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당시 국민의힘 대표)과 함께 처음으로 만났다고 설명해 왔는데, 이보다 앞선 시점에 김 여사를 먼저 만났다고 진술한 것이다. 검찰은 명 씨와 김 여사의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추가로 확보하고, 여론조사 업체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明 “尹보다 먼저 김 여사와 만나” 1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명 씨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인 2021년 6월 11일경 함 교수로부터 “주호영 의원이 당 대표 선거 낙선 후 해단식에서 ‘명태균이 나를 돕지 않아 떨어졌다’고 하더라. 그래서 당신이 누군지 궁금해 전화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명 씨는 이후 함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대선 전망을 이야기하다가 “윤 후보를 만나보자”는 말이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 교수는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주민으로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명 씨는 함 교수의 소개로 2021년 6월 18일 아크로비스타 지하의 한 식당에서 김 여사를 만나 점심을 먹으면서 대선 관련 얘기를 2시간가량 나눴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식당은 김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업체인 코바나컨텐츠와 같은 층에 있고 윤 대통령 부부가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한다. 명 씨 측 김소연 변호사는 “대통령께서는 그날 일정이 있어서 못 나오는 상황이었다고 (명 씨가)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수감 중)도 명 씨를 윤 대통령 부부에게 2021년 6월 초 소개했다고 본보에 밝힌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김 여사와 같은 선산 김씨다.이에 대해 함 교수는 “주 의원 해단식에 간 적이 없고, 명 씨와 함께 김 여사랑 식사한 적도 없다”며 “2021년 6월 중순경 김 전 의원, 조은희 당시 서초구청장, 명 씨와 만난 자리에서 둘이 명 씨를 강하게 추천해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드린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조은희 의원은 “서울시장 경선 당시 찾아온 김 전 의원과 명 씨를 함 교수에게 소개한 것은 맞지만, 명 씨를 강하게 추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명 씨는 또 이튿날인 6월 19일 코바나컨텐츠를 방문한 뒤 자택으로 이동해 김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 씨 등 김 여사 가족과 식사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는 본보 인터뷰에서도 “식사가 끝나고 최 씨가 내게 전화번호를 물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8일 “명 씨가 2021년 7월 당시 국민의힘 고위당직자(이 대표)와 함께 서초동 집에 찾아와 처음 만났다”고 설명한 바 있지만, 김 여사가 명 씨를 언제 만났는지는 밝히지 않아 왔다. 대통령실은 이달 1일 명 씨가 김 여사와 최 씨를 함께 만났다는 보도가 나오자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 본인은 (6월에) 만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김 여사와의 만남 시점은 설명하지 않은 것 같다”며 “검찰 수사로 규명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檢, 明-金 텔레그램 추가 확보 명 씨의 휴대전화 등에서 사진 2만여 장을 확보한 검찰은 김 여사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캡처 사진 5장 안팎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 시기는 지난해 11월에서 올 1월 초 사이로 김 여사가 명 씨에게 “(김 전 의원은) 단수를 주면 나 역시 좋다. 다만 경선이 원칙”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던 올 2월보다 앞선 시점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여사가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명 씨와 연락을 이어갔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15일 서울에 있는 여론조사업체 PNR(피플네트웍스리서치)을 압수수색했다. PNR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전후해 미래한국연구소와 함께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의원과 명 씨의 공천거래 수사에 집중해온 검찰이 불법 여론조사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창원=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창원=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54·사진)가 홍남표 창원시장과 3자 회동을 하고, 창원시 공무원들로부터 대외비 보고를 받는 등 창원 국가산업단지 유치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의 실체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명 씨가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원한 대가로 김건희 여사를 통해 창원 국가산단 선정에 개입하게 됐는지 여부 등 추가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볼 방침이다.● 明, 김영선 전 의원-창원시장과 3자 회동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 씨로부터 “창원 국가산단 기획과 관련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제안으로 홍 시장과 함께 셋이서 만난 적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명 씨는 검찰에 “창원시 공무원들에게 화물들을 드론에 실어 낙동강 위로 부산 신항까지 나르는 물류 혁신을 기획해줬다”며 “홍 시장이 ‘아이디어는 너무 좋지만 창원시 공무원이 이런 것을 할 능력이 안 된다’며 외주를 주자고 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는 또 창원시 공무원들로부터 ‘대외비 자료’들을 보고받았다는 사실 자체도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의 ‘창원산단 등 국정개입의혹 조사본부’는 이달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명 씨가 창원산단 선정 발표를 5개월여 앞두고 있던 2022년 10∼11월 무렵 대외비 문건을 보고받았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간인인 명 씨가 창원 국가산단 선정 과정에 초기부터 개입한 결과 대외비 보고까지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3월 15일 대통령실이 창원 등 국가산단 후보지 15곳을 발표하기 이전에 관련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명 씨가 공무원으로부터 창원 산단 후보지 정보와 선정 결과 등을 사전에 입수했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明 “대외비 자료 봤지만 바로 폐기” 다만 명 씨는 검찰 조사에서 “결과적으로 내 제안이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았다”며 영향력 행사 의혹은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명 씨는 대외비 문서 보고 의혹에 대해서도 “대외비 자료는 내가 최초 제안자니까 공무원들이 보여준 것”이라며 “자료를 보고 바로 폐기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창원 국가산단 선정이 김 여사와 관련됐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강혜경 씨가 명 씨와 2022년 11월 23일 나눈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강 씨에게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면서 “윤석열 사진을 위로 올려서 그 크기로 ‘국가산단이 필요합니다’ 넣어야 한다”며 “이건 부탁하는 거거든, 사모(김 여사)한테”라고 말한다. 민주당은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가 당일 현지에 온 실사단이 아니라 김 여사에게 보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명 씨가 지난 대선 당시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검찰 서면조사 대책회의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명 씨가 2021년 12월경 국민의힘 소속 고령군수 예비후보자로 출마한 배모 씨를 대통령 부부 자택이었던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데려갔는데, 만남이 불발되자 명 씨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사건 대책회의를 하느라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는 것. 당시는 서울중앙지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한 서면조사를 진행한 시점이었다. 검찰은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극비로 진행된 회의를 명 씨가 알았던 셈이다. 이 같은 제보는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에도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은 “검찰이 변죽만 울리지 말고 김건희 여사를 수사하라”고 촉구했다.창원=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창원=송유근 기자 big@donga.com}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54)가 검찰 조사에서 “김건희 여사로부터 2021년 9월경 돈봉투를 받았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돈봉투의 대가성 등을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는 가운데 명 씨는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했던 2022년 5월 9일 김 여사와도 통화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明, ‘금일봉 받았다’ 자랑”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명 씨는 검찰 조사에서 “2021년 9월경 김 여사에게 돈봉투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는 이날 본보와 만나 “(김 여사가) 우리 막내딸이 이쁘다고 옷이나 사 입히라고 준 것”이라며 “(여사가 준 돈을) 막내딸한테 시집갈 때 주려고 했는데 (그 봉투를 생활고로 뜯어야 하는) 내 마음이 어땠겠느냐”라고 말했다. 명 씨가 돈봉투를 받았다고 진술한 2021년 9월 무렵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 후보 경선에 막 뛰어든 시점이자, 명 씨가 대통령 부부의 자택이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드나들며 정치적 조언을 했다고 주장하는 시기다.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미래한국연구소는 윤 대통령이 포함된 대선 여론조사를 같은 해 4월에 시작해 8월까지 공표 조사와 미공표 조사를 각각 18차례, 3차례 진행한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 부부가 당시 여론조사를 비롯해 명 씨의 각종 활동을 인지한 상태에서 김 여사가 돈봉투를 건넨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셈이다. 미래한국연구소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명 씨가 김 여사로부터 500만 원의 돈봉투를 받은 뒤 주변에 ‘내가 금일봉을 받았다’고 자랑했다”고 밝혔다. 명 씨는 감격하며 봉투째 보관하다가 지난해 봉투를 열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담당자였던 강혜경 씨도 검찰 조사에서 “명 씨로부터 ‘김 여사에게서 돈봉투를 받아왔다’는 말을 2022년 6월경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강 씨는 대선 기간 미래한국연구소가 윤 대통령을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 81회의 비용 3억7000만 원을 받기 위해 명 씨가 서울로 갔는데,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도 이 같은 진술을 종합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여사가 명 씨의 경선 기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라면 윤 대통령 부부가 명 씨가 제공한 여론조사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명 씨 차량을 운전했던 김모 씨를 상대로 명 씨가 김 여사와 만난 시점 등도 물어봤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明, “5월 9일 김 여사와도 통화” 진술 명 씨는 윤 대통령과 통화한 2022년 5월 9일 김 여사와도 통화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는 “김 여사가 몸이 너무 안 좋다고 해서 별다른 얘기를 하지 못했다. 취임 전날 안부 전화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명 씨의 그날 통화녹취록에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했는데”라고 한 윤 대통령의 음성이 담겨 있다. 검찰은 윤 대통령 부부와 명 씨의 통화기록은 확인했지만 통화녹음 파일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명 씨가 파일을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등에 따로 빼돌렸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수사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명 씨가 공공기관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과시하는 내용의 녹취 파일을 추가로 공개했다. 녹취에 따르면 명 씨는 지난해 6월 13일 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경남테크노파크 원장으로 A 씨를 박완수 경남도지사에게 추천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A 씨가 실제 경남테크노파크 원장 공모에서는 탈락했다고 설명했다. 박 지사 측은 “A 씨는 최종 2명의 후보자에도 들지 못했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창원=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창원=최원영 기자 o0@donga.com}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명태균 씨(54)가 김건희 여사에게서 돈봉투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 씨의 휴대전화에서 ‘코바나컨텐츠’라고 적힌 돈봉투 사진도 입수했다. 코바나컨텐츠는 김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 업체다. 검찰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 담당자인 강혜경 씨로부터 “명 씨가 김 여사에게 500만 원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 씨는 검찰 조사에서 구체적인 금액은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일종의 교통비를 받은 것이다. (금액이) 많다고 느껴졌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김 여사가 건넨 돈이 명 씨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대한 대가인지 등을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명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대통령 후보와 친밀한 관계를 주장하고 과시하며 공천받고 싶어 하는 사업가들에게 거액을 받았다”며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를 정면으로 훼손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명 씨가 김 전 의원으로부터 7620만 원을, 2022년 6월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 2명으로부터 2억4000만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적용했다.檢 “明, 尹부부와 친분 과시… 국회의원 같은 지위서 정치 활동”정치자금법 위반 영장 적시明측 “‘김영선 경선’ 이준석 문자 받고尹에 부탁한다는 메시지 보내” 주장明 “尹과 통화, 경천동지할 내용” 언급검찰은 구속영장에서 “피의자(명 씨)가 국민의힘 대표, 대통령 후보 부부 등 정치인들과의 친분 관계를 과시했다”며 “일반인이 정당의 공천 과정에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인 이득까지 취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국회의원과 같은 지위에서 정치 활동까지 하며 정치 권력과 금권을 결합시켰다”며 “구속까지 할 필요가 없는 가벼운 사안이라 본다면 주권자인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檢 “明, 공공연히 증거인멸 말해”검찰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총 16회에 걸쳐 김영선을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강혜경을 통하여 김영선으로부터 7620만 원을 기부받았다”며 명 씨가 돈을 받은 과정과 액수도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김 전 의원이 강 씨 계좌로 돈을 이체하면 강 씨가 이를 인출해 현금으로 명 씨에게 전달한 과정도 담겼다.명 씨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높다는 점도 적시됐다. 검찰은 “수사망이 좁혀 오자 ‘휴대전화를 아버지 산소에 묻었다’라거나 ‘다 불태우러 간다’고 말하는 등 증거를 인멸할 것임을 공공연히 말했다”며 “언론을 통해 국민을 농락하거나 검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넣고 다른 의혹은 담지 않았다.● 明 측 “이준석 문자 받고 尹과 통화” 주장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전날인 2022년 5월 9일 명 씨와 통화를 한 전후 상황도 상당 부분 드러나고 있다. 명 씨의 변호를 맡은 김소연 변호사가 12일 “이준석(당시 국민의힘 대표)이 먼저 명 씨에게 ‘윤이 김영선 경선하라고 한다던데’라는 취지의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연락을 받은 명 씨가 윤 대통령에게 “우리 김영선 의원을 잘 부탁한다”는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차례 보낸 끝에 오전 10시경 통화가 성사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그건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하는 윤 대통령의 음성이 담겼다.이어 명 씨가 오전 10시 20분경 강 씨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데?”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됐고, 비슷한 시점에 명 씨는 이 전 대표에게 “윤석열 대통령 전화가 왔다. 김영선을 전략 공천 주겠다고 말씀하셨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明, 주변에 “경천동지할 내용 있어”검찰은 명 씨로부터 “윤 대통령과의 통화는 2분가량 진행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는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 이제 갖고 있는 녹음파일은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명 씨가 지난해 7월경 윤 대통령과의 통화 녹음파일을 휴대용저장장치(USB) 등에서 다시 열어 본 기록을 명 씨가 쓰던 PC 포렌식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검찰은 명 씨를 상대로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무슨 얘기를 더 나눴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명 씨는 최근에도 주변에 “(민주당이 공개한) 대통령과의 통화는 80%에 달하는 중간 내용이 잘려 있다. 거기에 경천동지할 내용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대통령에 대해서는 말씀할 것이 없어서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창원=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핵심 인물 명태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명 씨가) 대통령 후보와 치밀한 관계를 주장 과시하며 공천 받고 싶어하는 사업가들에게 거액을 받았다”며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를 정면으로 훼손한 사안”이라고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檢, 명 씨 두고 “스스로 국회의원과 같은 지위에서 정치활동”12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A4용지 8장 분량의 명 씨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김영선 전 국회의원과 2022년 6월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 2명으로부터 각각 1억2000만 원 씩 2억4000만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가 담겼다.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피의자가 국민의힘 당대표, 대통령 후보 부부 등 정치인들과의 친분 관계를 과시하며, 4선 국회의원이던 김영선을 내세워 지방선거 예비후보들로부터 2억4000만원을 교부 받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검찰은 명 씨의 혐의에 대해서는 “일반인이 정당의 공천 과정에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인 이득까지 취한 사건으로, 헌법이 규정하는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를 정면으로 훼손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검찰은 명 씨라는 인물 자체에 대해서는 “범행과정에서 스스로 국회의원과 같은 지위에서 정치활동까지 하며 정치권력과 금권을 결합시킴으로써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를 왜곡했다”고 적시했다.검찰은 김 전 의원의 세비 절반 상납 의혹에 대해서는 “피의자(명 씨)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총 16회에 걸쳐 김영선으로부터 7620만 원을 받았다”며 “(명 씨가) 자신 덕분에 김 전 의원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됐고, 향후 선거에서도 전략공천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김 전 의원으로부터 세비 7600만 원을 교부받은 것”이라고 적시했다. 검찰은 명 씨에 대해 “이후 대통령이 당선되자 대통령 부부 및 측근들과의 친분을 더 과시했다”고도 적시했다.● “명태균, 국민 농락하고 범행 부인”검찰은 명 씨의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로는 ‘범죄혐의의 소명’ ‘범죄의 중대성’ 등을 들었다. 검찰은 “압수수색 등 물적 강제수사, 관련자 소환조사, 임의제출 등을 통해 확보한 증거에 따르면 본건 혐의 사실은 충분히 소명된다”고 밝혔다. 이어 명 씨의 증거인멸 우려와 도망 가능성 역시 강조하며 “피의자가 수사망이 좁혀오자 은닉한 휴대전화를 불태우겠다고 하는 등, 이미 증거를 인멸했고 남은 증거를 추가 인멸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또 “피의자(명 씨)가 중형에 대한 두려움과 사건 관계인의 회유 등으로 도망할 우려가 농후하고, 일시적으로 도주, 잠적할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검찰은 이어 “(명 씨가) 언론을 통해 국민을 농락하거나 검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피의자의 죄책에 상응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구속영장을 발부해달라”고 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검찰이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54)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64)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11일 명 씨와 김 전 의원, 2022년 6월 지방선거에 대구시의원과 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로 각각 출마했던 이모 씨와 배모 씨 등 4명에 대해 공천을 대가로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4일 오후 2시 창원지법에서 열린다. 김 전 의원과 명 씨는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세비(歲費·의원 보수) 9000여만 원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명 씨는 2022년 대선 당시 본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81차례의 여론조사 비용 중 일부를 이 씨와 배 씨에게서 받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씨와 배 씨는 2억2700여만 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지만 공천을 받지는 못했고, 일부를 돌려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씨로부터 “공천을 대가로 돈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 씨와 김 전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명태균-김영선 영장 청구尹 “김영선이를 해줘라” 말한 날 문자… 明, 국힘엔 “尹 전략공천 주겠다 말씀”檢, 明이 쓰던 PC 포렌식으로 확보… 金여사와 텔레그램 메시지도 복원검찰은 명 씨가 2022년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영선 의원 공천을 부탁한다”는 취지로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명 씨와의 통화에서 “김영선이를 (공천을)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날로, 명 씨가 윤 대통령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실과 그 내용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明, “우리 김영선 의원을 잘 부탁한다”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최근 명 씨가 지역사무실에서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포렌식을 통해 2022년 5월 9일 윤 대통령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보했다. 당시 명 씨는 “우리 김영선 의원을 잘 부탁한다”, “김영선 의원을 꼭 좀 부탁한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차례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윤 대통령의 취임 전날이고, 다음 날 국민의힘은 경남 창원 의창 보궐선거에 김 전 의원을 공천했다.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5월 9일 통화 녹취록에는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하는 윤 대통령의 음성이 담겼다. 이에 명 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명 씨는 본보 인터뷰에서도 “김영선 의원이 공천됐다는 사실을 9일에 알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명 씨가 5월 9일 당일 카카오톡으로 수차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부탁한 끝에 윤 대통령과의 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날 명 씨가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통령 전화가 왔다. 김영선을 전략 공천 주겠다고 말씀하셨다”라고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하는 등 사실관계를 다각도로 확인 중이라고 한다. 검찰은 9일 명 씨를 조사할 때 해당 카카오톡을 제시하며 메시지를 보낸 경위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檢, ‘김 여사 텔레그램’도 확보검찰은 명 씨의 문자메시지와 텔레그램 메시지 등도 상당수 복원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2월 김 여사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도 확보하고 대화를 나눈 경위 등을 명 씨에게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는 올 2월, 김 여사에게 9차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당시 명 씨는 “김영선이 지역구를 김해로 옮겨 경선하면 이길 방법이 없다”며 단수공천을 요구했는데, 김 여사는 “단수는 나 역시 좋지”라면서도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하고 지금은 김 전 의원이 약체 후보를 만나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후 명 씨는 올 2월 29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의 이른바 ‘칠불사 회동’에서 김 전 의원이 개혁신당 비례대표 앞 순번을 받는 조건으로 김 여사의 메시지를 폭로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명 씨 측은 “일반 국민이 열심히 일할 국회의원 후보를 추천하는 건 대통령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녹취 추가 공개 민주당은 명 씨가 2020년 3월 총선 출마 희망자에게 자신의 ‘방해 조사’ 등 여론조작 수법을 설명하는 녹취 파일을 11일 공개했다. 녹취에서 명 씨는 “자동응답조사(ARS)를 돌리면 상대편 지지자가 누군지 쫙 뽑아져 나온다”며 “그다음에 진짜 (당 공식 여론조사가) 돌아가는 날, 우리도 조사하면 안 되나”라고 말했다. 이어 “상대 지지자한테 전화하지? 그럼 그 사람은 (공식) 전화 받았다고 하겠지. 자기가 전화 받았다고 (착각하는데 공식) 전화를 받나”라고 말했다. ARS로 지지 성향을 파악한 후 공식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맞춰 자체 여론조사 전화를 걸면 이를 받은 상대 지지자가 공식 조사에 응한 것으로 착각하고, 공식 조사에는 답을 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명 씨가 조작 의혹이 드러날 경우를 대비해 ‘알리바이’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명 씨는 녹취에서 “왜 전화하느냐(라고 물어보면) ‘우리가 여론조사를 하는데 언론사에서 자체 조사 안 되는가’, ‘당에서 그날 조사한 거였나. 우린 당원이 아니기 때문에 조사한 거 모른다’(고 하면 된다)”며 “‘대한항공 비행기 뜬다고 아시아나 비행기 뜨면 안 되는가’(라고 답변하면 된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방해 조사를 했다면 선거 조작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1년여간 ‘사건 핑퐁’ 논란을 빚던 감사원 간부 뇌물 의혹 사건에 대해 최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에 배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보완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방침이다.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이 사건을 직접 보완 수사하기로 결정하고 기존 형사5부에서 반부패수사1부로 재배당했다. 반부패수사1부는 전국 최대 규모의 특별수사 부서로, 이른바 ‘대장동 의혹’의 공소 유지를 맡고 있으며 현재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 등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검사를 보강하는 등 수사팀 인력도 재정비한 것으로 전해졌다.이 사건은 감사원 3급 간부인 김모 씨가 2020년 국토·해양감사국에서 근무할 당시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감사를 진행하면서 자신이 감사를 담당한 기업으로부터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5억8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애초 수사를 담당한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검찰에 김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해달라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고 있고, 나머지 고위공직자에 대해선 수사권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검찰은 올 1월 추가 증거와 법리 검토 등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공수처로 돌려보냈다. 그러자 공수처는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발하면서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공수처법에는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고 있지 않는 이를 수사한 경우 지체없이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 사건을 송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반면,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이후 검찰과 공수처는 서로 기싸움을 펼치며 의견을 좁히지 못했고, 핵심 피의자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던 이 사건은 1년여간 방치됐다. 결국 검찰이 이 사건을 직접 보완 수사하기로 공수처와 합의하면서 수사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것과 관련해 서울고검이 재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서울고검이 서울중앙지검의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8일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사건 항고에 대한 의견서와 수사기록 등을 서울고검에 송부했다. 고발인인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항고이유서를 검토한 결과 항고의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기록을 서울고검에 넘긴 것이다. 최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참으로 부끄럽고 무치한 일”이라며 검찰에 항고장을 제출한 바 있다.서울고검은 조만간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하고 재수사가 필요한지 살펴볼 예정이다. 검토 결과 재수사가 필요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 최 전 의원의 항고를 기각하게 된다. 반대로 무혐의 처분이 부적절했다고 판단된다면 재기수사 명령이나 공소 제기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재기수사 명령이 내려지면 서울중앙지검이 재수사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서울고검의 재검토 과정을 직접 지휘할 예정이다.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면서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함”이라고 공문에 적시했고, 현재까지 복원되지 않은 상태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올 7월 구두로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했지만 무산됐고, 심 총장은 복원에 나서지 않았다. 다만 항고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서울고검이 관할하는 만큼 총장의 수사지휘가 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서울고검이 항고를 기각하면 재항고가 가능하다. 재항고 사건은 대검이 다시 검토를 하게 된다. 하지만 총장의 수사지휘권 복원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의 판단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검도 재항고를 기각하면 김 여사의 무혐의 처분이 확정된다. 다만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된다면 김 여사에 대한 재수사는 특검이 맡게 된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가 9일도 검찰에 출석해 이틀 연속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명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9일 명 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2시간가량 조사했다. 검찰은 명 씨를 상대로 2022년 대선 당시 불법 여론조사 실시 의혹,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2022년 6월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3명의 공천을 대가로 여론조사 비용 2억5900만 원을 받은 의혹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영선 전 의원이 개혁신당 비례대표 앞 순번을 받는 조건으로 김 여사로부터 받은 메시지들을 폭로하려 했다는 이른바 ‘칠불사 회동’ 등에 대한 사실관계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명 씨가 2022년 대선 기간 사용했던 휴대전화 등 휴대전화 3대를 폐기한 경위도 조사했다고 한다. 검찰은 9월 명 씨 자택 압수수색 당시 명 씨가 지인 명의의 선불 휴대전화를 쓰고 있었던 이유, 명 씨가 강혜경 씨에게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쓰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버리라고 지시한 이유 등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는 9일 밤 조사가 끝내고 청사를 나오면서 “저는 그냥 대통령과 여사의 주변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라며 “좋은 사람이 있으면 누구나 추천할 수 있고 대통령 부부(와)도 사적인 대화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한 자신의 각종 발언에 대해서는 “강혜경 씨에게 격려 차원에서 너스레 떨며 얘기한 것을 사실화해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창원=최원영 기자 o0@donga.com}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한 적절성을 검토한다.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8일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사건 항고에 대한 의견서와 수사기록 등을 서울고검에 송부했다. 고발인인 최강욱 전 의원이 제출한 항고이유서를 검토한 결과 항고의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기록을 넘긴 것이다. 최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참으로 부끄럽고 무치한 일”이라며 항고장을 제출한 바 있다. 서울고검은 조만간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하고 재수사가 필요한지 살펴볼 예정이다.법조계에서는 중앙지검 단계에서 박탈돼있던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고검 단계에서 되살아난 만큼 논란을 불식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달 21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자리에서 항고가 이뤄져 서울고검으로 넘어가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은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한 뒤로 되살아나지 않고 있었다. 이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로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이 내려졌는데 그간 정치권 등에서는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 지검장이 지휘한 무혐의 처분은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었다. 다만 앞선 수사 과정을 고려하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부활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의 기존 판단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은 지난달 17일 김 여사에게 주가조작 공모, 방조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수사팀은 “김 여사가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그들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 관리를 위탁하거나 주식매매 주문을 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려워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이성윤 전 중앙지검장이 이끌던 수사팀과 김 여사 소환 문제를 두고 용산과의 갈등설이 불거졌던 송경호 전 중앙지검장 산하 수사팀 역시 비슷한 문제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김건희 특검법은) 사법작용이 아니라 정치선동이다. 이런 걸 가지고 특검을 한다는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인권유린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 “2년 넘도록 수백 명의 수사인력을 투입하고, 별건의 별건 수사를 수도 없이 이어 가면서도 기소하지 못했지 않았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가 사실상의 특검을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면서 특검 제도 자체도 부정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사랑하는 아내지만 제 신분이 변호사면 아내를 디펜드(방어) 해줘야 한다. 그러나 제가 검찰총장이나 대통령으로 있다고 하면 그건 할 수 없다”며 “이건 아내에 대한 사랑과 변호 차원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대통령 부인 등 가족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선 “국회가 추천하면 당연히 임명할 것이다. 국회 일이니깐 제가 왈가왈부하는 게 맞지 않다”며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을 하느냐 마느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또 국민의힘 내부에서 일정한 방향을 잡아서 후보 추천을 하면 그중 한 사람을 임명하겠다”고 했다.● 尹 “특검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냐’는 질문에 “특검 문제에 대해서는 오늘 길게 얘기를 하겠다”며 작심한 듯 반대 이유를 열거했다. 먼저 특검 제도부터 부정했다.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특검을 하니 마니를 국회가 결정해서, 국회가 특검을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면서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 정부 시절 옷로비 특검, (한국조폐공사) 파업 유도 특검이 최초였던 것 같은데 그때도 위헌 논란이 많았다. 이 자체가 기본적으로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특검으로 다시 수사해야 한다는 점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 때 불법이라던 별건 수사를 수도 없이 이어가면서 정말 어마무시하게 많은 사람들을 조사했다”며 “김건희의 기소할 만한 혐의가 나올 때까지 수사를 했다. 그런데 기소를 못 했지 않았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야권이 주장하는 특검 수사 항목에 대해선 “소문이고 자기네들이 만들어낸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이치모터스 사건 등) 일부는 기소도 됐는데 다시 수사하라고 하면 제 아내만 조사하는 게 아니다. (기소된) 사람들을 재수사해야 하는데 한번 털고 간 것은 사실상의 일사부재리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판결이 난 혐의자들뿐 아니라 기소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일사부재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 고발 1년 8개월 만에 김 여사 서면조사 윤 대통령이 이 같은 입장을 내놓자 법조계에선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와 처분을 미루다가 논란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은 2020년 4월 고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가 맡은 수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고, 같은 해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함께 특별수사를 맡는 반부패수사2부로 재배당됐다. 당시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지만, 2021년 3월까지는 윤 대통령이 총장이었던 만큼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고발 후 1년 8개월이 지난 2021년 12월 서면조사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 취임 후엔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검찰은 2022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을 구속 기소하면서 김 여사는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고발 4년 3개월 만인 올 7월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조사했다. 도이치모터스 의혹과 관련해선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부실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 문헌상 ‘정부 조직’이나 ‘정부의 기능’에 관련된 결정권은 국회가 가지는데 특검 역시 정부 조직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위헌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아주 잘못됐다”고 말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8일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54)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검찰은 검사 4명을 추가로 파견해 사실상 특별수사팀 규모로 수사팀을 보강했다.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호경)는 8일 오전 10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명 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올 2월 창원지검 수사과가 명 씨를 조사한 지 9개월 만이다. 지난해 12월 경남선거관리위원회가 명 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자 창원지검은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배당했다가 올 9월에야 형사4부로 재배당하고 명 씨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명 씨가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매달 세비(歲費·의원 보수) 절반을 받는 방식으로 9000여만 원을 수수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김 전 의원 공천을 요청한 대가로 받은 돈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2022년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 2명이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에 각각 1억200만 원을 준 경위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명 씨가 윤 대통령에 대한 ‘맞춤형 여론조사’를 실시한 배경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 씨는 ‘어린 딸이 충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며 8일 비공개로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 변호를 맡은 김소연 변호사는 “명 씨 본인의 주장을 듣고 정리하고 있다”며 “(명 씨 관련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강혜경 씨가 상대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많이 해 명 씨가 수세에 몰려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변론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5일 대검은 이지형 부산지검 2차장검사와 인훈 울산지검 형사5부장, 서울동부지검 및 부산지검 서부지청 소속 검사 등 4명을 수사팀에 추가로 파견했다. 이 차장검사는 2017년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돼 윤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형사4부 검사 4명과 기존 파견 검사 2명을 포함해 총 10명의 검사가 투입되면서 ‘특별수사팀’ 규모로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일자 검찰은 지난달 중순 대검과 부산지검에서 ‘공안통’ 검사 2명을 수사팀에 파견한 바 있다.창원=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8일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54)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검찰은 검사 4명을 추가로 파견해 사실상 특별수사팀 규모로 수사팀을 보강했다.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호경)는 8일 오전 10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명 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올 2월 창원지검 수사과가 명 씨를 조사한 지 9개월 만이다. 지난해 12월 경남선거관리위원회가 명 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자 창원지검은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배당했다가 올 9월에야 형사4부로 재배당하고 명 씨를 압수수색했다.검찰은 명 씨가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매달 세비(歲費·의원 보수) 절반을 받는 방식으로 9000여만 원을 수수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김 전 의원 공천을 요청한 대가로 받은 돈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2022년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 2명이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에 각각 1억200만 원을 준 경위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명 씨가 윤 대통령에 대한 ‘맞춤형 여론조사’를 실시한 배경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명 씨는 ‘어린 딸이 충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며 8일 비공개로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 변호를 맡은 김소연 변호사는 “명 씨 본인의 주장을 듣고 정리하고 있다”며 “(명 씨 관련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강혜경 씨가 상대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많이 해 명 씨가 수세에 몰려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변론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5일 대검은 이지형 부산지검 2차장검사와 인훈 울산지검 형사5부장, 서울동부지검 및 부산지검 서부지청 소속 검사 등 4명을 수사팀에 추가로 파견했다. 이 차장검사는 2017년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돼 윤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형사4부 검사 4명과 기존 파견 검사 2명을 포함해 총 10명의 검사가 투입되면서 ‘특별수사팀’ 규모로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일자 검찰은 지난달 중순 대검과 부산지검에서 ‘공안통’ 검사 2명을 수사팀에 파견한 바 있다.창원=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창원지검 수사팀에 차장검사 1명과 부장검사 1명, 평검사 2명 등 4명의 검사를 추가 보강한 것으로 5일 파악됐다. 수사팀 검사만 총 10명으로 늘어나는 등 사실상 ‘특별수사팀’이 꾸려지면서 검찰이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이날 이지형 부산지검 2차장검사와 인훈 울산지검 형사5부장검사, 서울동부지검과 부산지검 서부지청 소속 검사 등 4명의 검사를 창원지검 수사팀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수사가 미진하다는 논란 등이 불거지자 기존 4명(1명 휴직 제외)의 검사가 있는 창원지검 수사팀(형사4부)에 공안통 검사 2명을 창원지검에 파견한 바 있다. 여기에 검사 4명이 더 추가되면서 관련 수사에 검사 10명을 투입한 것. 사실상 특별수사팀 규모에 준한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역시 전날 “이 정도 사건이면 특별수사팀을 꾸리거나 최소한 인원이라도 대폭 보강해 수사를 신속히 진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수사팀을 증원한 검찰은 장모 전 창원시의원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장 전 의원은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당시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인물로, 명 씨와도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장 전 의원을 상대로 당시 김 전 의원의 캠프 구성과 관계자들의 역할,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계자인 명태균 씨가 맡았던 역할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사건 핵심인물인 명태균 씨에게도 빠른 시일 내에 출석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중 명 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창원=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법’의 국회 통과를 다시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특검법이 실제 시행된다면 역대 최대 규모의 특검이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부터 △디올백 수수 의혹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의혹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등 김 여사를 둘러싸고 제기된 14개 의혹을 수사 범위로 규정했다. 특검법은 4명의 특검보와 파견 검사 30명, 파견 공무원 60명과 특별수사관 60명 등 매머드급 수사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파견 검사 20명, 파견 공무원 40명, 특별수사관 40명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국정농단 특검’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특검이 임명되면 20일간 특검보 임명과 검사 파견 등 준비에 들어간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은 수사를 중단하고 관련 수사기록 전체를 특검으로 넘겨야 한다. 특검 준비 기간에도 신속한 증거 수집 등을 위한 수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특검 수사는 출범 후 90일까지 가능하다. 90일 이내에 수사를 끝내기 어렵다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한 후 30일 연장할 수 있다. 그래도 시간이 더 필요하면 30일 더 연장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엔 대통령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장 150일간 수사할 수 있는 셈이다. 민주당이 함께 추진 중인 상설특검은 출범 가능성을 두고 법조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상설특검은 별도로 특검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는 만큼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하지만 상설특검법엔 대통령이 상설특검을 임명하지 않았을 때 이를 제재하거나 대안을 규정한 조항이 없다. 윤 대통령이 상설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출범 자체가 불가능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특검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3일 이내에 1명을 임명해야 한다는 상설특검법 조항을 근거로 “대통령이 3일 이내에 꼭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정 시한이 있더라도 강제성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예산안 통과 시한은 매년 12월 2일이지만 국회가 늑장처리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것과 비슷하게 윤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으면 상설특검 출범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자신보다 스물여섯 살 어린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와인병으로 머리를 때려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코스닥 상장 중견 건설사 회장 A 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2부(부장검사 박윤희)는 지난달 30일 A 씨를 특수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 씨는 올 5월 말 자신의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아내의 머리를 와인병으로 가격하는 등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부인은 당시 폭행으로 갈비뼈 4개가 골절되고 치아 일부가 손상됐다. 60대인 A 씨는 어린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아내의 외도 증거를 찾겠다며 아내의 동의 없이 아내의 노트북을 몰래 훔쳐가 사설 업체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한 혐의(전자기록 등 내용 탐지)도 받는다. 아내는 폭행을 당한 뒤 집에서 도망쳐 나와 A 씨를 경찰에 신고하고 살인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작은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자동차의 미래’로 불리는 자율주행차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곳이기도 하다. 알파벳(구글 모기업) 자회사 웨이모는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와 애리조나주 피닉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완전무인 자율주행택시(로보택시) 서비스를 차례로 개시했다. 웨이모 측은 “한 주당 10만 회 이상의 유료 로보택시 운행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개중 운행이 많은 곳이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은 웨이모·크루즈 등으로 대표되는 빅테크의 투자는 물론 협력업체·스타트업과의 협력 등 고유의 자율주행 생태계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 지역에서는 매년 업계 관계자들이 총출동하는 포럼이 열린다. 올 8월에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 자율주행차 기술 엑스포 캘리포니아’가 이틀에 걸쳐 열리며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인공지능(AI) 기술, 센서 융합 테스트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해당 포럼에 참여했던 자율주행 라이다(LiDAR) 센서를 개발하는 한 회사의 관계자는 “일부 자율주행차에서 깜빡이가 불필요할 정도로 빈번하게 켜지는 이유 등을 웨이모 관계자들과 논의했었다”며 “직진 구간에서 앞차가 차선 변경 등을 이유로 멈춘 경우 주정차로 인식하는지 등 실전에 적용되는 기술에 대해 구체적 논의가 오갔는데, 이런 자유로운 토론이 기술 발전을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교통당국(DMV) 역시 무개입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자율주행 생태계를 지원하고 있다. DMV는 매년 12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운영된 자율주행 상용 차량의 수, 주행거리, 사고 횟수 등을 담은 자율주행 해제 보고서(Disengagemeny Report)를 발간한다. 기업이 조사·제공한 데이터를 별도 가공 없이 원본 그대로 공개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 업계의 기술 연구 추이 분석을 가능케 하고 당국의 자율주행 정책 및 전략도 유추할 수 있다. DMV 관계자는 “당국은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위해 진지한(serious)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한국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고령·고위험 운전자’에 대해서도 선제적 조치를 내놓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70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5년마다 면허를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담당 의사나 가족이 고령자의 건강이나 주행 능력에 우려를 표할 경우 운전면허 재심사 후 의료 평가에 따라 추가 주행 능력 평가를 진행한다. 또 거주지 인근에서만 운전이 가능한 ‘제한 면허 제도’를 시행해 고령자 교통사고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앞서 5월 정부가 신체적 질환 등으로 정규 운전면허 유지가 어려운 운전자가 제한된 운전 시간·거리 등 특정 조건하에서만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부 면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인 이동권 침해’ 등의 비판이 거세지자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선회한 바 있다.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샌프란시스코=송유근 기자 big@donga.com}
“너무 짜증나요. 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법원이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 6개월 부착이랑 면허정지 중 선택하라는데…. 이 넓은 도시를 차 없이 돌아다닐 수 없잖아요.” 지난달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IID·Ignition Interlock Device)를 설치하는 대표적인 업체 ‘라이프세이퍼(LifeSafer)’에서는 음주운전 차량을 상대로 IID 설치가 한창이었다. 10월 초 음주운전에 적발돼 이곳에 IID를 설치하려고 왔다는 크리스 씨는 “설치가 끝이 아니고 운영 비용도 내야 한다더라. 하루에 3달러라는데 앞으로 6개월간 교통위반이 없어야만 장치를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550달러(약 75만 원)는 족히 더 나가게 생겼다. 그뿐인가? 자동차 보험료도 대폭 올랐다”고 말했다. IID 하나를 설치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설치비는 100달러(약 14만 원)였다. 업체 측은 크리스 씨에게 “법원에 증빙 서류를 내야 하는 것 잊지 말고, 두 달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방문해 장치 검사를 받으라”며 “장치를 혹시라도 제거한 흔적이 발견되면 고발당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크리스 씨는 “내 평생 딱 한 번 적발된 건데 금전적, 정신적으로 피해가 너무 커 다시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1986년 IID 선제 도입한 미 캘리포니아IID는 음주운전율을 획기적으로 줄일 ‘원천 기술’로 불린다. 장치의 음주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차 시동 버튼을 눌러도 엔진에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기자가 시험해 보니 차량에 부착된 음주측정기 전원을 먼저 켜고 ‘Blow’(불라)라는 안내가 나타나면, 4초간 길고 강하게 숨을 불어넣고 기계에 ‘Passed’(통과) 표시가 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제서야 시동이 걸린다. 이게 끝이 아니다. 미국에서 작동하는 IID는 운전 중 수시로 음주 측정을 요구한다. IID에서 평균적으로 20, 30분마다 음주 측정 신호음이 울리면 운전자는 6분 내 음주 측정에 응해야 한다. 설치소 측은 “‘시동 중 재검사’는 시동을 켠 채로 음주를 하거나 운전 중 음주를 하는 것 등을 예방하는 목적”이라며 “응답 시간 6분은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울 시간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캘리포니아주는 1986년 ‘운전자 안전법’을 제정해 전 세계에서 IID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2019년 1월부터 음주운전 초범에게도 IID 설치를 의무화하기도 했다. ● 재범률 70%↓…‘음주운전 천국’ 오명 벗다 캘리포니아가 처음부터 음주운전을 강하게 제재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음주운전 천국’ 쪽에 가까웠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북서쪽에 위치한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 내파밸리 등에서 음주운전이 잦았다. 고급 와인 투어를 즐길 수 있는 관광지이기도 한 내파밸리는 샌프란시스코 도심으로부터 50∼60km 거리에 있는데, 차량 없이는 방문이 어려워 와인 투어를 즐기고 음주운전을 감행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미국의 광활한 대지 특성상 음주 단속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캘리포니아 교통당국(DMV)이 착안한 대안이 “술을 마시면 차에 시동이 안 걸리게 원천 차단하자”는 것이었다. DMV 관계자는 본보 인터뷰에서 “IID는 현재까지 나온 대책 중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며 “적지 않은 설치 비용과 불편 탓에 애초에 음주운전을 꺼리게 하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가 발생한다”고 말했다.IID의 효과는 충분히 입증됐다. 캘리포니아주는 음주운전 재범률이 70% 감소했다는 통계 보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등 미국 36개 주에 도입돼 2006∼2018년 음주운전 사망자 수를 19% 줄였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현재 기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비접촉 방식으로도 운전자의 알코올 섭취를 감지하는 센서 기술 등이 더욱 광범위하게 적용될 경우 미국에서 매년 약 9400명의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5년 이내에 두 번 이상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재범자들은 지난달부터 ‘결격 기간’만큼의 기간 동안 IID가 설치된 차량만 운전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음주운전 2회로 인해 면허가 취소되는 2년의 결격 기간 이후 2년 동안은 IID 조건부 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IID 조건부 면허는 개정법 시행 2년이 지나는 2026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발급된다.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샌프란시스코=송유근 기자 bi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