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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방위산업 확대 흐름에 맞춰 프랑스와 독일,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방산 예비군’까지 만들면서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인력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지난 10여 년간 10%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풀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K방산 성장을 위한 인재 확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방위사업청(DGA)은 은퇴한 방산업계 종사자들로 구성된 ‘방위산업 예비군(Defense Industrial Reserve)’을 만들었다. 교육과 생산, 기술 개발 등 인력이 부족한 방산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방산 예비군은 숙련된 기술과 경험을 방산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전수하고 무기 생산력을 높이는 일에 투입된다. 최근 프랑스 장갑차 제조사 KNDS와 일부 조선업체가 방산 예비군을 도입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방산 예비군 약 3000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독일 방산기업들은 자동차 회사에서 방산 인력을 찾고 있다.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유럽 자동차 회사 근로자 가운데 방산 제품 관련 경험과 기술을 가진 근로자를 영입하는 것이다. 방공 센서를 만드는 독일 헨솔트사는 올해 약 700명을 채용할 예정인데 이 가운데 자동차 산업 출신을 상당수 뽑을 예정이다. 군용 파워트레인 전문 업체인 독일 렌크는 올해 초 메르세데스벤츠에서 25년 넘게 근무한 임원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4월 “고품질 제품을 빠르게 만드는 능력을 갖춘 자동차 업체 직원들은 방산업계를 위한 기술을 갖추고 있는 맞춤형 인력”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국방부(DOD)는 올해 초 방산 육성 전략을 발표하면서 방산업계 인력 확중을 특히 강조했다. DOD는 “산업 우위 확보를 위해 향후 3∼5년간 방산 생태계 강화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며 “숙력된 방산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인력 전문성 강화에 투자하고 채용을 늘리며, 인재 창구를 넓히는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 방산업계는 고급 인력 부족과 낮은 임금으로 인한 잦은 이직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체 인력은 2015년 3만1439명에서 지난해 3만4938명으로 약 3500명 늘었다. 방산업체 총매출이 2015년 약 14조 원에서 지난해 약 127조 원으로 9배 오르는 사이 인력은 10%밖에 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방산 인력이 크게 늘지 않은 이유로 낮은 임금을 꼽는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K방산이 그간 내수에만 집중해 임금이 높지 않았다. 연봉과 급여 등이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산업의 3분의 2도 채 안 되다 보니 이직이 자주 발생한다”며 “K방산이 인기를 끌면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들이 오랜 기간 방산업계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급 연구 인력 부족 현상은 더 심각하다. 방사청에 따르면 국내 항공 엔진 연구 개발 종사자는 약 800명으로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2020년부터 대학 및 고등학교 취업 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방산 인력 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방산업계에서는 “석박사 이상 고급 인력 양성보다는, 방산 취업 인력을 양적으로 늘리는 데만 집중했다”는 말이 나온다. 강 의원은 “글로벌 방산업계와 경쟁하려면 전문 인력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국방부, 방사청 등은 방산 분야 맞춤형 고급 인재, 연구개발 인력 등이 지속 공급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K2 전차 1000대를 사기로 한 폴란드 정부가 2차 계약과 관련해 전차 구입 비용 대부분을 차관으로 지원해 달라고 한국 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런 전례가 없고 수출금융 한도도 넉넉지 않아 계약금의 80% 미만으로 차관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K2 전차 180대를 구매한 1차 계약에선 계약금의 80%를 차관으로 지원했지만 2차에선 이보다 낮은 비율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금융 지원을 놓고 K방산 수입국과 생기는 갈등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 번 수출하면 수조 원이 오가는 방산 특성상 수출국의 금융 지원 없이 수입국이 온전히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방산 수출 전용 정책금융이나 원조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 역시 방산 전용 금융 지원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산 수출만을 위한 정책금융 만들어야”20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는 방산 수출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 신용등급과 별개로 수출금융을 지원해준다. 특히 금융 지원을 할 수 없는 OECD 신용등급 기준 최하위인 7등급 국가(62개국)에도 프랑스는 자국 방산을 수출할 때 금융 지원을 해준다. 미국은 원조를 포함한 해외군사재정지원(FMF) 제도를 운용 중이다. 이를 통해 이집트에 연간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콜롬비아와 베트남에 연간 최대 1억 달러 수준을 지원한다. 무기 구매의 80%를 러시아산으로 충당했던 베트남은 2022년부터 미국과 무기 거래 협상을 시작했다. 반면 한국은 방산 수출을 위한 별도 정책금융 지원이 없다. 수출금융을 담당하는 한국수출입은행이 자본금의 40% 한도로 방산을 포함한 모든 수출에 대해 금융 지원을 할 뿐이다. 하지만 금융 지원 한도가 이미 폴란드 1차 계약 때 바닥났고 정부가 뒤늦게 수은법을 개정해 2조 원을 수혈했지만 폴란드 전체 물량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산 계약액의 최대 100%를 지원하는 등 지원 한도를 늘리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호성 국립창원대 첨단방위공학대학원 교수도 “방산 수출은 정부의 외교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수입국 상황에 맞는 정부의 후방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개발부터 전력화까지 5년 이내로”무기 개발부터 실제 군대에서 사용하는 전력화까지 통상 15년 넘게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는 것도 방산업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전력화까지 걸리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정작 전력화 이후엔 해외 방산업체가 더 나은 성능의 무기로 시장을 선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과 독일은 각각 2015년과 2018년에 15∼20년 걸리던 무기 전력화 기간을 5년 이내로 단축하는 별도 법을 만들었다. 방산업계는 수출 가능성이 큰 무기를 한국군이 실전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출 대상 무기의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호주 수출에 성공한 궤도형 장갑차 ‘레드백’은 수출 직전에 벌인 육군 11사단의 시험 운용이 수출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K방산 수출 효자 상품인 LIG넥스원의 천궁-Ⅱ 역시 한국군의 실전 배치 덕을 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수출 사례가 없는 레드백이 당시 경쟁 모델인 독일 장갑차 링크스(Lynx)를 이긴 건 육군의 시험 운용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엔진과 같은 추진체, 드론, 무인화, 인공지능(AI) 등의 첨단 무기 개발 분야에서의 전문화·계열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산 전문화·계열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국산 무기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무기 개발과 양산을 특정 업체가 주도적으로 하게끔 맡겼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전문화·계열화를 폐지했다. 최근 방산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 간 출혈경쟁을 줄이고 해외 기업과의 무한경쟁에 나서기 위해선 전문화·계열화를 통해 규모를 키우는 게 유리하다고 말한다. 채우석 방위산업학회장은 “전문화·계열화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다”며 “전문화·계열화로 방산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되,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보완하는 제도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113조 원 대 12조6000억 원.’ 2022년 기준 한국 방위산업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올린 전체 매출액 차이다. 20일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2022년 등록된 방산업체 수는 84개로 이 중 대기업은 19개, 중견기업 19개, 중소기업 46개다. 전체 매출 규모는 대기업이 약 113조 원, 중견기업은 11조 원, 중소기업은 1조6000억 원이다. 중견·중소기업이 기업 수로는 전체 방산기업의 77.4%를 차지하고 있지만 매출 규모는 약 10%에 불과한 셈이다. 기업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매출액 순이익률’은 대기업 5.85%, 중견기업 4.96%, 중소기업 4.07%였다.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중견·중소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부진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방산 성과가 대기업에 편중된 이유에 대해 △국내 중견·중소 업체의 부품 배제 관행 △원가 절감 압박 △국산화와 연구개발 투자 부진 등을 꼽는다. 무기 납기일을 맞추려고 검증된 해외 부품을 주로 쓰다 보니 국내 부품 기업 발전이 더뎌진다는 것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원가 절감을 한다는 이유로 하청업체 납품 단가를 후려치는 일도 여전하다”며 “중소기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기술 및 부품 연구개발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은 K방산 제품에 각종 부품을 공급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중견·중소기업이 지금보다 더 튼튼해지면 전체 K방산 수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이 나온다. 충남 천안에 있는 중소 방산업체인 연합정밀은 군수용 통신 장비와 커넥터, 케이블 등을 공급하는 회사다. 1980년 창사 이래 각종 무기에 들어가는 부품 3154종을 국산화했다. 해외에서 비싸게 들여왔던 부품 값을 아낀 덕분에 국방 예산을 약 1조 원 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합정밀 외에 기타 방산 중소기업은 방산 대기업에 종속돼 영업이익률이 2% 안팎에 불과한 상황이다. 김덕수 연합정밀 대표는 “원가 절감 압박, 대기업과의 상생 부족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 방산 기업들이 많다”며 “K방산의 성과가 대기업에 집중되고 중소기업들에는 고루 퍼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산 선진국들은 수십 년 전부터 방산 클러스터를 조성해서 촘촘한 방산 생태계를 꾸려가고 있다”며 “국내 방산 업체들끼리 협력할 유인을 많이 만들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천안=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세계 주요 국가들이 군비 지출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방위산업 기업들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영국 파아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방위산업을 조망하면서 ‘디펜스 인더스트리(defense industry·방위산업)’ 대신 한국어 ‘K방산’을 그대로 풀어 쓴 ‘K-Bangsa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FT는 19일(현지 시간) “전 세계 군비 재무장 분위기 속에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주요 방산 기업 주가가 올해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세계 방산 주식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연초 대비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3배, 현대로템은 140%, 일본의 IHI와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등의 주가가 각각 200%, 180%, 10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미국이 해군과 조선업 부흥을 추진하면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한국과 일본 조선업체 주가도 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방산 기업의 성장은 미국의 우방국에 대한 국방 분담금 확대 압박과 그에 따른 각국의 군비 지출 증가 덕분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FT는 JP모건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미국의 고립주의 정책으로 인해 세계 각국은 국방비 지출과 무기 구입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가격 경쟁력과 빠른 생산능력을 갖춘 아시아 방산 기업들에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한국은 지난해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 반열에 들어섰다”며 “2027년 세계 4위 무기 수출국이 되겠다는 목표가 ‘K-Bangsan’으로 알려진 한국 방위 산업에 많은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한국이 핀란드를 포함해 유럽 국가들의 안보에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주한 핀란드대사관에서 만난 안티 니에멜라 주한 핀란드 공관 차석(부대사·사진)은 “유럽은 오랜 기간 무기 생산능력을 등한시했다”며 “그래서 유럽 내 무기 생산 기반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질 좋은 무기를 만드는 우수한 생산 능력을 가진 한국으로부터 무기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990년대 유럽은 재래식 무기 감축 분위기 속에 무기를 줄였고 군비도 삭감했다. 그러면서 무기 생산 인프라도 점점 줄어들었다. 2010년대 이후 러시아와 갈등이 커지면서 무기 도입 확대에 나섰지만 제대로 공급받을 수 없었다. 특히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무기 부족 현상은 더 심각해졌다. 결국 핀란드를 비롯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은 재래식 무기 생산 능력을 갖춘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니에멜라 부대사는 “한국 무기는 가격이 합리적이고 품질도 뛰어나다”며 “특히 방산 기업들은 계약을 잘 지키고 무기를 제때 공급하는 능력도 갖췄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생산 시설을 갖추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유럽이 방위 능력을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한국과 협력을 더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9월 핀란드 국방장관 등이 한국을 방문해 ‘떠오르는 민군 겸용 기술’을 주제로 포럼을 열기도 했다. 한국과 핀란드가 가진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방산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니에멜라 부대사는 “한국은 K9에 강점이 있고, 핀란드는 우주위성(SAR)의 최강국”이라며 “이를 합쳐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낸다면 서로의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이 유럽의 방위 능력을 높여줄 동반자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며 “유럽과 함께 방산 공급망을 만드는 것이 K방산 성장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니에멜라 부대사는 “핀란드는 러시아를 옆에 끼고 있으며 1300km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국가에서 최고의 무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핀란드는 러시아의 위협에,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상시 노출돼 있다는 유사함이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한국과 핀란드가 상호 신뢰를 높이면서 방산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무기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니에멜라 부대사는 “핀란드는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K9 자주포 성능이 좋아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른 무기들을 추가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이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을 찾아 방산 역량 강화와 해외 시장 진출 확대 등을 주문했다. 1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김 회장은 14일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은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인공지능(AI) 및 무인화 기술이 핵심이 되는 미래 방위사업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미래 전장 환경에 맞춘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며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방명록에 “자주국방을 넘어 자유세계 수호 위한 글로벌 전초기지로 나아갑시다”라고 적었다. 김 회장이 핵심 방산 기지로서 역할을 강조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방산 수출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의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군의 현대화, 방산 투자 확대 등의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 방위 산업 확대로 이어져 대미 방산 수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한화그룹 회장인 김 회장은 최근 자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까지 맡았다. 김 회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미국통(通)’으로 꼽힌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을 받았고 앞서 2006년 출범한 한미교류협회 초대 의장을 맡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미국 내 대외 협력 창구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국과 방산 협력 강화를 위해 아프가니스탄 참전 장교 출신의 한인 2세 제이슨 박 전 미국 버지니아주 보훈국방부 부장관을 대외협력 시니어 디렉터로 채용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참모들이 “미국의 쇠락한 해양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국 등 동맹국의 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과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협력을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4월 공동 집필한 ‘국가 해양 전략을 위한 의회 지침’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 다툼 등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하면 동맹국이나 협력 파트너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해상 운송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공해를 점점 더 장악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해양 패권을 중국에 내주지 않기 위해 조선·해운 분야에서 동맹국들의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는 애기다. 이렇게 하면 동맹국들과 조선업 공급망을 만들어 미국 조선업 재건에 드는 비용과 시간 등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동맹국과 조선 협력을 강조한 인사를 외교 안보 핵심 자리에 배치한 것도 한미 조선 협력 강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해군이 9월과 11월 연달아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한국 기업인 한화오션에 맡긴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왈츠 의원은 지난달 28일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개최한 대담에서 “중국의 해양굴기에 대응하려면 한국과 일본이 의미 있는 방식으로 미국과 조선 산업에서 협력하게 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1960년대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국가였다. 하지만 이후 투자 감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미국의 빈자리는 한국 일본 중국이 메웠다. 미국은 현재 연간 5척 미만의 선박을 수주하고 있지만, 중국은 그보다 300∼400배 많은 연간 1700척 이상의 선박을 수주하고 있다. 한국의 선박 수주량은 2022년 기준 734척, 일본은 587척이다. 중국이 연간 절반 이상의 선박을 쓸어가고 있는 반면, 미국의 선박 수주 점유율은 0.2%가 채 안 된다. 조선업 인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미국은 15만 명 정도가 선박 생산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중국은 3배 가까이 많은 60만 명이 조선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한때 400개가 넘던 미국 내 조선소는 현재 20개 수준으로 줄었다. 미 조선업의 붕괴는 미 해군에도 큰 타격을 줬다. 미국 의회가 8월 발표한 ‘중국 해군 현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은 278척의 함정을, 중국은 400척의 함정을 보유하게 된다. 2030년에는 함정 보유 대수가 미국 294척, 중국 425척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국들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은 빠르게 고품질 선박을 만들어 내는 역량이 뛰어나다. 우수한 생산 및 정비 능력을 갖춘 인력도 많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국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맺으면서 미 군함 정비 자격까지 획득한 상태다. 다만 일본도 미국과의 조선 협력을 노리고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산업연구원이 4월 한국과 일본의 조선업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생산과 설계 등 종합적인 면에서 한국은 88.9점으로 일본(83.1점)보다 더 높았다. 그러나 선박의 수리·개조·정비를 포함하는 애프터마켓(AM)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 점수는 지난해 동률을 기록했지만 2020년 이후 한국이 일본을 넘어선 적이 한 번도 없다. 일본은 보유 선박 수가 한국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선박이 많다 보니 이를 정비하는 능력도 발달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요코스카시에 미 해군 기지가 있고, 섬나라라는 특징 때문에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도 안정적인 선박 정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한국이 미국 조선업 발전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다방면으로 보여줘야 미국과의 조선 협력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K방산의 최대 장점은 양산 체제를 갖추고 있으면서 납기일까지 정확히 맞춘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K방산은 수출 이후의 후속 시장(애프터마켓)까지 공략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4월 HD현대중공업은 페루로부터 중남미 방산 수출 사상 최대인 6406억 원 규모의 함정 사업을 따냈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붙었다. 현지 시마(SIMA) 조선소와 협력해 함정 4척을 공동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알짜를 뺏긴 수주’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큰 그림을 그린 수주’라고 분석했다. 이번 계약으로 HD현대중공업은 페루 정부 및 해군과 향후 15년간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앞으로 페루 해군이 발주할 예정인 호위함 5척, 원해경비함 3척, 상륙함 2척 등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도 확보했다. 앞서 2016년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호위함 2척 건조 사업을 따냈다. 이후 2021년 초계함 2척, 2022년 원해경비함 6척의 추가 수주까지 얻었다. 또 호위함 2척에 대한 유지·보수·정비(MRO) 사업도 수주했다.박동선 전 해군 미래혁신연구단장은 “한 번의 방산 수출이 후속 사업과 추가 수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라며 “방산은 한번 수출하면 장기간 관계가 맺어지는 ‘록인(LOCK-IN) 효과’가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한 덕분에 초기 수출 이상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고 말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필리핀의 경우 첫 수출 규모보다 최대 5배, 페루는 최대 10배까지도 추가 함정 수주가 이뤄질 것”이라며 “여기에 MRO까지 따내면 수익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방산 기업들이 애프터마켓에 주목하는 건 초기 수출 금액보다 더 큰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FA-50 등 한국형 전투기를 태국, 필리핀, 이라크에 수출하면서 항공기 MRO 사업까지 따냈다. 전투기의 수명 주기는 30∼40년인데 항공기 수출 수익보다 후속 시장에서 얻는 수익이 2∼5배는 많다는 게 KAI의 설명이다. 잘 키운 방산 수출 하나가 ‘캐시카우’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이 때문에 방산업계는 ‘무기 생산-후속 지원-추가 수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폴란드의 민영 방산업체 WB의 존 베이슨 고문은 “현지에 생산 시설이 마련되면 그곳을 중심으로 방산 수출 거점(HUB)이 형성된다”며 “이곳을 중심으로 무기 수입국과 협력해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노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0여 년간 K방산 수출이 늘면서 동남아, 중동, 유럽 등을 중심으로 15개국의 방산 수출 거점이 마련됐다”며 “지역 맞춤형 무기를 개발하거나 공동 마케팅 등을 통해 추가 수출을 도모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애프터마켓 공략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요 방산 구매국들은 무기 구매에 대한 반대급부로 기술 이전이나 교육 지원 등을 요구하는 것이 추세다. 정부가 방산 수출을 할 때 공적개발원조(ODA) 차원에서 교육 및 기술 연구개발 과정을 지원해 준다면 방산 수출 기회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방산은 단순한 교역을 넘어 복잡한 국가 간 외교 및 안보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방산 교역 공급망을 꾸려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호주가 원하는 사양을 정확히 제공했고, 호주에 생산기지를 만든 것이 핵심이었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주한 호주대사관에서 만난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대사(사진)는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이 호주의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로 선정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022년 처음 시제품이 개발된 레드백은 한국군이 사용한 무기가 아니며, 수출 실적도 없는 제품이었다. 그런데도 미국과 영국, 독일 등 방산 강국을 따돌리고 129대 약 2조 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로빈슨 대사는 “레드백은 호주의 국방 전략에 명시된 군사 작전에 가장 적합한 성능과 기능을 갖췄다”며 “특히 호주에 생산기지를 만들어 호주 기업들과 협력하겠다는 전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수입국의 요구에 맞는 사양과 기술을 제공하는 ‘맞춤형 전략’과 현지에 생산시설을 제공해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추구하는 ‘현지화 전략’이 수출 성공의 핵심이었다는 의미다. 무기 수입국들은 무기 구매의 반대급부로 ‘생산 현지화’를 요구하는 추세다. 고용을 창출하고, 무기 관련 기술 등을 이전받고 싶어서다. 수출국 입장에서는 단기적 측면에서 손해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추가 수출 기회가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측 요구를 받아들여 8월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15만 ㎡(약 4만5000평) 규모의 생산공장(H-ACE)을 완공했다. 이곳에서 호주가 주문한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차, 그리고 레드백까지 양산할 예정이다. 로빈슨 대사는 “무기를 수출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한국과 호주가 장기적인 방산 협력 체계를 만들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며 “이번 한-호주 합작으로 앞으로 제3국에 레드백을 수출하는 것까지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호주 정부는 한국에 인공지능(AI), 사이버, 극초음속 미사일 등 8개 분야의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오커스(AUKUS) 필러(pillar·기둥) 2’ 참여를 타진했다. 오커스는 호주와 영국 미국이 구축한 안보 협력체인데 이를 기술안보협력으로 확대해 한국을 참여시키겠다는 의도다. 로빈슨 대사는 “미, 영, 호주의 기술 공유 협력체인 오커스 필러 2에 한국을 초대한 건 K방산의 역량을 인정한 것”이라며 “향후 차세대 무기를 함께 개발하고 다양한 방산 협력을 도모할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K9 자주포 엔진 국산화로 향후 5년 동안 1조2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국군의 날을 나흘 앞둔 9월 27일 경남 창원 STX엔진 공장에서 만난 이상수 대표는 “이번 성과로 국산화 자부심을 넘어 수출 확대를 통한 실익까지 거둘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K방산 최대 수출품인 K9은 그동안 독일 엔진을 사용해 수출 때마다 독일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정부와 STX엔진은 사업 추진 3년 만에 부품 500여 개를 국산으로 바꿔냈다. 이를 통해 5000명가량의 신규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K방산은 수출 증가와 국내 방산시장 확대라는 2개의 성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 수출 중심 전략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방위산업은 기타 제조업 대비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제조업의 꽃’이라 불리는 자동차의 경우 대당 부품이 3만여 개다. K2 전차의 경우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군비 증강을 공언한 것도 K방산 수출 전략에 청신호다. 실제로 미 해군은 12일 3만1000t급 급유함 정비를 한국 기업에 맡기기로 했다. 앞서 8월에 이어 두 번째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이번 미 군함 정비 수주는 미국 진출의 신호탄”이라며 “K방산이 전략산업으로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K방산 올 수출액, 조선업 맞먹어… 4대 수출국땐 7만명 고용〈2〉 ‘신성장 엔진’ K방산방산, 자동화 체계 도입 쉽지않아… 비용당 경제파급효과 제조업 능가加해군사령관 잠수함 제조 HD 찾아… 반짝특수 넘어 제2반도체 되려면AI-무인화 등 미래기술 주력해야12일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 통계를 보면 지난해 방산 수출액은 140억 달러로 수출액 규모 11위였던 바이오헬스 산업(134억 달러)을 앞질렀다. 2020년까지 30억 달러 수준이었던 방산 수출액은 2022년 173억 달러로 치솟았고 2년 연속 100억 달러를 넘겼다. 올해 정부가 예상하는 수출액 200억 달러를 달성하면 지난해 기준 수출액 8위였던 조선업(220억 달러)에 근접하게 된다. 방산이 ‘신(新)성장엔진’이 되는 셈이다.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이 2019년 작성한 ‘방위사업실태조사’에 따르면 방산은 10억 원을 투입하면 유관 산업에 21억 원의 경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제조업의 경우 20억 원이다.고용 부문에서도 방산의 경우 10억 원을 투입하면 6명의 고용 창출이 발생한다. 일반 제조업은 5.8명으로 조사됐다. 유 센터장은 “방산은 구매자 수요에 맞춰 생산하기 때문에 자동화 체계를 도입하기 쉽지 않다”며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아 단위 비용당 경제 파급효과가 더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한국이 세계 4대 방산 수출 국가가 되면 고용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도약의 경제적 효과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방산 4대 수출국 도약 시 매출은 2021년 15조9000억 원에서 29조7000억 원으로 86.8%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고용은 3만3000명에서 6만9000명으로 109.1% 증가한다.한국 기업들도 방산 전략산업화에 힘을 싣고 있다. K2 전차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30t급 차륜형 장갑차(N-WAV)를 자체 개발했다. 세계 방산 시장에서 30t 이상 장갑차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장갑차 레드백을 호주에 수출해 3조 원을 벌어들였다. LIG넥스원은 미국 수출 가능성이 큰 비궁 수상정 발사대를 자체 개발했다. HD현대중공업은 60조 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3300t급 잠수함 성능을 개량했다. 12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찾은 앵거스 톱시 캐나다 해군사령관은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도 적기에 잠수함을 인도할 수 있는 능력이 인상 깊다”고 말했다.정부도 뒷받침하기 시작했다. 방산업계가 정부 정책 중 가장 주목하는 건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 전략산업만 누려 왔던 세제 혜택이 올해 처음 방산에 적용됐다는 것이다. 군사위성 기술, 유무인 복합체계 기술 등이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되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은 앞으로 투자세액공제를 받는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산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정부도 인정하고 전략산업화하겠다는 첫 번째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전문가들은 K방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반짝 특수를 넘어 반도체·자동차와 같이 꾸준한 수출 실적을 거두기 위해선 결국 무인화,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무기 개발과 핵심 부품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만기 KAIST 방산수출전문가과정(DEDP) 교수는 “미국에 무기 완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거쳐야 할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며 “하지만 그 중간의 무기 부품 시장은 국내 방산 업체가 충분히 접근할 수 있고 그 규모도 매년 수십조 원에 이른다”고 했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창원=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소총도 못 만들던 나라가 전차와 잠수함, 초음속 전투기까지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1971년 한국 최초 방위사업인 ‘번개사업’ 이후 불과 50여 년 만에 K방산은 수출 글로벌 톱4를 목표로 할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다음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K방산의 도전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1971년 11월 9일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방위산업 추진 현황을 보고받은 뒤 “예비군 20개 사단을 무장시킬 무기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소총과 박격포, 수류탄 등을 직접 만들라는 것이었다. ‘번개사업’의 시작이었다. 군 관계자들은 미군에서 흘러나온 각종 공구와 장비를 모았다. 도면이 없어 총을 분해해 도면을 직접 그려 나가는 역설계를 했다. 그 결과 1971년 12월 16일 당시 청와대 대접견실에 M1 소총과 카빈 소총, 60mm 박격포 등이 깔렸다. 우리 손으로 만든 최초의 국산 무기들이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자주국방과 무기 및 장비 국산화, 방산 육성 등을 지시했다. 한국군 전력 증강 8개년 계획으로 알려진 ‘율곡사업’이다. 한국은 M16 소총을 비롯해 군용차량, 무전기, 고속정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율곡사업은 199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K1 전차와 K55 자주포, 현무, 다연장로켓 등 정밀 무기를 개발했고 기존 무기를 개량하는 등 질적 성장이 이뤄진 시기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오늘날 한국 방산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K9 자주포와 K1A1 전차, KT-1 훈련기 등의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 KT-1 개발에 참여했던 손환익 한국항공우주산업 수석연구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는 도전의 시기였다”며 “국산 무기를 만들 역량이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증명해 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방산 수출 시대가 열렸다. 초음속 전투기 FA-50과 휴대용 대공무기 신궁 등이 이때 개발됐다. 국산 헬기 수리온과 수출 최대 효자로 꼽히는 전차 흑표(K2)도 뒤를 이었다. 자주국방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2000년대 말 연간 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를 수출했고, 2022년에는 100억 달러를 넘겼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은 “K방산은 한동안 방산비리라는 오명에 휩싸여 고전했다”며 “방산 관계자들이 ‘제대로 개발하지 않으면 오명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노력한 결과 200억 달러 수출 시대도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손님은 신’, ‘오모테나시(환대)’ 등의 인식을 앞세워 고객들을 응대해 온 일본 항공업계가 단단히 뿔이 났다. 고객의 무리한 요구와 괴롭힘을 뜻하는 ‘카스하라(カスハラ)’, 즉 일본판 ‘고객 갑질’ 때문이다.카스하라는 영어 단어 고객(Customer)과 괴롭힘(harassment)의 일본식 발음을 합쳐 만든 신조어다. 카스하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거나 직장을 그만두는 직원이 늘면서, 최근 일본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올해 6월 일본의 대표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은 공동으로 ‘카스하라에 대한 방침’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카스하라에 대한 정의와 사례 등을 밝히면서 이에 적극 대응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성명에서 양 사는 카스하라 대표 사례를 9가지로 구분했다. △욕설, 모욕, 비방 △직원이 위협을 느낀 모든 말과 행동 △과도하고 불합리한 요구 △폭행 △일을 방해하는 행위(반복 민원 및 통화 등) △일터 무단 진입 △직원을 속이는 행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도를 넘는 직원 또는 회사 비방 △성희롱이다. 과거엔 이런 카스하라를 개개인의 영역에서 해결하도록 했다면, 이제는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거나 법적 조치까지 취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일본 양대 항공사의 움직임에 공항도 동참했다. 지난달 28일 일본 나리타 공항은 일본 공항 최초로 ‘나리타 공항의 고객 갑질에 대한 기본방침’을 발표했다. “카스하라 발생 시 의연하게 대처한다”라는 문구를 넣어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본 관공서 등에서는 직원 명찰에 이름을 쓰지 않고 성이나 닉네임을 쓰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상징하던 명찰이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해 괴롭힘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늘어서다. 2021년 전(全)일본교통운수산업 노동조합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6.7%가 “최근 2년 내 승객의 괴롭힘으로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교통업계 직원 2명 중 1명은 고객 갑질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셈이다. 한국공항공사와 국내 항공사 등도 ‘고객 응대 매뉴얼’ 등을 통해 고객 갑질에 대응하고 있다. 고객 갑질 대응 지침이나 피해 직원에 대한 대책이 일본보다 더 구체적이다. 그러나 공항과 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 대부분은 이런 매뉴얼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도가 지나치거나 규정에 어긋나는 요구를 계속하면 공항 서비스 이용을 제한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잘 모른다. 이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여전히 고객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강해 갑질에 매뉴얼대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월 일본 아키타현의 한 버스회사가 지역 신문에 ‘그 불만, 너무 지나치지 않나요?’라는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직원이 20여 명에 불과한 회사가 이런 광고를 실은 이유는 ‘차비를 안 내고 호통치는 손님’, ‘운전자를 해고하라는 요구’ 등으로 직원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이 회사의 임원진은 직원들을 지켜야 회사가 영속함은 물론이고, 그래야 안전한 교통서비스도 계속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크고 작은 카스하라는 항공을 비롯해 모든 교통수단에서 결국엔 승객인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겠다.변종국 산업1부 기자 bjk@donga.com}
‘미군 현대화’를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한국에 ‘군함 협력’을 요청하면서 한국 방산 기업의 대미 수출 기회가 커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에 방위비 지출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것도 한국 방산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방산 전문가들은 미국과 ‘국방협력 강화’, 유럽과는 ‘메이드 인 나토(Made in NATO)’ 전략을 통해 기회 요소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공약집에서 핵심 국방정책으로 ‘무력해진 미국 군대 재건’을 내세웠다. 특히 지난해 7월 대선 공약집(어젠다 47)에서 “미국 무기고는 텅 비었다”며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미군에 기록적인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가성비와 적기 납품 능력을 갖춘 한국 방산 기업에는 1000조 원 넘는 미 방산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 직후인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긴밀한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나토 회원국들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모든 나토 회원국이 적어도 국내총생산(GDP)의 3%를 방위비로 지출해야 한다. (현재의) 2%는 세기의 도둑질”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자주국방 기조가 강해지면 무기 구매가 늘어날 수 있다. K방산 성장에 대한 걸림돌도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인권 침해국으로 지정해 무기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이런 통제를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중동 시장에서 한국과 미국 방산의 경쟁 격화로 이어질 수 있다.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은 “나토 회원국 현지에 무기 생산 체계를 구축해 K방산의 유럽 수출을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한다”며 “향후 2, 3년이 K방산을 한 단계 성장시킬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韓 조선업 등 한미 방산 공급망 협업 기회… 현지화로 ‘영토’ 넓혀야〈1〉 트럼프發 글로벌 방산 공급망 재편미군, 전차-포-로켓 투자 등한시K9 자주포 등 수입 우선순위… 나토 회원국도 무기 구매 가능성“AI 접목 첨단 무기체계 개발하고, 현지 생산체계 구축해야 지속성장”최근 미국 육군이 추진하는 대규모 자주포 현대화 사업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품이 후보군에 들어갔다. 이달부터 미 육군 주도의 실증 테스트가 경남 창원 사업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방산업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계약을 따내면 세계 최대 방산 수출국인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이달 초 창원을 찾은 월터 샤프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K9 자주포 등) 무기체계가 미군에 필요한 전력이다. 전력화가 된다면 한미 방산협력을 통해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무기가 이미 미국에 진출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 K방산 수출 확대 기회도널드 트럼프 캠프가 미국 대선 다음 날인 6일(현지 시간) 내놓은 정책 방향 중 하나는 ‘힘을 통한 평화’였다. 7월 발표된 미 공화당의 대선 공약집엔 첨단 기술 및 무기 확보를 통한 미군의 현대화,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요구 강화,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이 기술돼 있다.국내 방산 업계는 미군이 첨단 무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과 투자를 등한시했던 전차나 포, 로켓 등 재래식 무기를 대거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 예로 미국은 자주포 개량에 실패해 해외에서 자주포를 사오는 사업을 추진 중인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탄약운반차 K10을 눈여겨보고 있다. 또 미국은 국산 유도무기 체계 최초로 미 국방부가 주관하는 해외비교시험(FCT)을 통과한 LIG넥스원의 세계 유일 유도 로켓 ‘비궁’도 수입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미국은 첨단 무기 강국이지만 재래식 무기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미국으로 수출하면 세계적인 방산 제품이란 인증이 되는 것이고, 수출에 날개를 달게 된다”고 말했다.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에 방위비 지출을 늘리라고 주장해 왔다.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의 압박에 자주 국방에 나설 경우 유럽보다는 한국 등에서 무기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1990년 유럽의 나토와 소련(현 러시아)이 주도했던 바르샤바조약기구는 재래식 무기를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을 체결했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재래식 무기 사용을 점차 줄였고, 거기에 맞춰 재래식 무기 생산 인프라가 축소됐다. K방산이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기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현지 생산과 연구개발(R&D)에 승부수 던져야”다만 트럼프 재집권으로 기회를 잡은 곳은 한국 방산 기업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앞으로 기존 첨단 무기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에도 힘을 쏟을 것이고, 유럽 역시 무기 생산 시설 확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전문가들은 트럼프 재집권으로 온 기회를 살리기 위해선 R&D 강화와 현지화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만기 KAIST 경영대 교수는 “결국 K방산의 지속가능성은 R&D 역량에 달려 있다”며 “재래식 무기를 넘어 인공지능(AI), 무인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무기체계를 개발해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채 회장은 “유럽이 역내에서 무기를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있기에 한국 방산 기업들이 유럽 현지에 생산 체계를 구축해 ‘유럽에서 만든 무기’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그래야 유럽의 방위비 확대에 따른 추가 무기 수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2008년 러시아와 중국이 군사적으로 부상한 이후 한국 방산 수출이 세계에서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 무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08년 0.5%로 튀르키예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벨라루스 등에 이어 세계 19위였다. 하지만 지난해엔 점유율 2.1%를 기록하며 세계 10위로 올라섰다. 점유율이 4.2배로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한국보다 점유율이 높게 뛴 국가는 한 곳도 없다. 1년 단위 점유율은 연도별 등락이 있지만 5년 단위로 보면 한국 무기의 세계 시장 평균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2004∼2008년 0.6% 수준이던 한국의 점유율은 2009∼2013년 0.9%, 2014∼2018년 1.7%, 2019∼2023년 2.0%로 높아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러시아와 중국이 부상하며 군사력을 끌어올렸고, 주변국들은 무기 도입을 늘리기 시작했다. 특히 즉시 실전에 배치할 수 있는 무기 공급 능력을 가진 한국에 주목했다.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은 무기 생산에서 가성비와 품질, 생산력이라는 3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SIPRI에 따르면 한국이 1972년 첫 방산 수출 이후 지난해까지 직접 무기를 공급한 나라는 총 35개국이다. 2008년 16개국에서 2배로 늘어난 것이다. 한국 무기를 도입한 국가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중국·러시아에 인접한 국가들이었다. 이른바 ‘K방산 벨트’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런 추세를 이어가 2027년 세계 4대 방산 대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한국의 방산 수출액은 140억 달러(약 19조5000억 원)로 한국의 10대 수출 품목 중 하나인 바이오산업(133억 달러)을 제쳤다. 올해 200억 달러 수출 목표를 달성하면 국내 10대 수출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미국 조선업이 많이 퇴조했는데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중요하다.”(도널트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적극 참여하려고 한다.”(윤석열 대통령) 트럼프 당선인이 7일 윤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조선업’을 콕 집어 강조한 건 전임 조 바이든 정부와는 전혀 다른 ‘트럼프 2기’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미국 중심의 대외·산업·통상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것. 특히 미국에 ‘조선업’은 군사적으로 중국 해군력 견제의 핵심이다. 중국의 ‘해양굴기’를 저지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동시에 조선업은 미 자국 산업에서 국내 고용 창출 등을 위해 한국의 협력이 가장 시급한 분야 중 하나다. 정부 소식통은 “결국 첫 통화에서부터 트럼프 당선인이 가려운 곳을 가감 없이 언급한 것”이라며 “윤석열-바이든 정부가 공유해온 ‘가치 중심’ 한미 동맹 기조의 대전환이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했다.● 트럼프 “한국 군함 세계 최고 수준, 협력 필요”미 대통령 당선인이 첫 통화에서 특정 산업 분야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도 1기 땐 2016년 박근혜,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주로 한미 동맹 및 북한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한국의 군함 및 선박 건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 및 보수, 정비 등의 분야뿐 아니라 민간 선박 분야에서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군함, 민간 선박을 두루 언급하면서 구체적인 협력 분야까지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는 생산 및 MRO(유지·보수·정비) 위기에 봉착한 미 해군과 미 조선업계 전반에 대한 절박한 인식이 반영돼 있다는 게 우리 정부 안팎의 평가다. 미국은 1960년대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국가였지만 이후 인건비 상승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 일본의 조선굴기는 미국 조선업의 쇠퇴를 앞당겼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 해군이 큰 타격을 받았다. 반대로 중국은 ‘해양굴기’를 선언하며 군함을 대량 생산해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조선 강국인 한국을 주시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빠르게 고품질 선박을 만들어 내고, 우수한 MRO 전문 인력도 보유하고 있다. 민간 조선업 역량 강화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과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고용 창출”을 강조해왔는데 조선업은 고용 효과가 큰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다. 그런 만큼 미국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 한국에 손을 내민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 한국에 기술 등을 요구할 경우 양국 간 마찰이 불가피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5월 유세 당시 “한국은 미국의 조선(shipping) 산업과 컴퓨터 산업을 가져갔고, 다른 많은 산업을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언급한 ‘슈퍼 관세’에 대해 “만약 중국에 60%에 달하는 슈퍼 관세를 붙이면 중국은 국제시장에서 덤핑하게 될 텐데 그런 간접적인 효과가 더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 경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尹 이달 중순 중남미 순방 때 회동 추진할 수도 정부는 우선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 간 조기 회동을 서두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윤 대통령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회동이 첫 순서”라며 “이어 미국 백악관과 주요 참모진 인선 이후 정책 협의 순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인 이달 중순 윤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때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을 추진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개인적 유대관계를 중시한다. 검사를 좋아하지 않고 동맹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다. 어떻게 우정을 다져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미 상하원 의원들로부터) ‘케미(호흡)가 맞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별문제 없이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 측 가운데 친분이 있는 인사로 빌 해거티 상원의원,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등을 언급했다. 정부 소식통은 “직관을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하루빨리 서로 편하게 ‘my friend(내 친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인간적 유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조현동 주미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확정 직후 대사관 참사관 2명과 함께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내 조선·항공업계는 전통 화석 연료를 중시하는 ‘트럼프발 에너지 전환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우주 산업의 경우 ‘폭발적 확장’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7일 조선업계와 삼정 KPMG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대표되는 조 바이든 정부와는 정반대의 에너지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석유와 석탄, 가스 등 화석 연료 중심으로 회귀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사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LNG와 LPG 운반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조선사들에 유리한 환경이다. 컨테이너와 벌크선은 중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지만,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와 LPG 운반선은 한국 조선사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기준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선박과 LPG 선박 중 각각 55%, 46%를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하면서 수주량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당선 뒤 통화에서 한국과 미국의 해군 함정 관련 MRO(유지·보수·정비) 협력 의지를 밝힌 점도 조선업계의 호재로 꼽힌다. 트럼프발 에너지 정책 전환과 MRO 협력에 따른 조선업 수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선사 주가도 크게 올랐다. 이날 종가 기준 한화오션은 전날보다 21.76% 올랐으며,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6.03%, 9.17% 올랐다. 항공업계도 화석연료 사용 확대에 따른 유가 안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석유를 시추해라)’이라는 말로 석유 및 가스 산업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원유 및 천연가스 등에 대한 규제를 폐지하겠다고도 밝혀 왔다. 석유 시추를 통해 유가를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고, 고용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셰일가스 및 석유 생산이 확대되면 국제 유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유가 하락은 항공업계에 큰 호재다. 유류비가 항공기 운영비의 30∼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떨어져 항공운임이 낮아지면 여객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이나 물류 업계는 유류비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유가 하락은 각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적극 도왔던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영향으로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고 상업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과학 정책에서는 ‘트럼프 월드’가 아닌 ‘머스크 월드’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따라 머스크가 집중하는 유인 화성 탐사를 비롯해 미국 주도 우주 산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지난달 1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지지자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 우주인을 화성에 착륙시킬 것”이라며 “준비하세요, 일론 (머스크)”을 외치기도 했다. 또 “당선될 경우 임기가 끝나기 전 화성에 도착할 것”이라는 언급을 하기도 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화성 탐사를 전폭 지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스페이스X는 2030년 내 유인 화성 탐사를 목표로 거대 발사체 ‘스타십’의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너무 낙관적인 목표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글로벌 민간 우주 시장이 확대될 경우 한국 우주 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는 머스크가 운영하는 미국 최대 민간 우주 업체 스페이스X 공급망에 속한 기업도 있다. 하지만 미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당선인이 해외 우주 기업과의 협력이나 부품 수입에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미국 조선업이 많이 퇴조했는데 한국과의 도움과 협력이 중요하다.” (도널트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적극 참여하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트럼프 당선인이 7일 윤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조선업’을 콕 집어 강조한 건 전임 조 바이든 정부와는 전혀 다른 ‘트럼프 2기’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미국 중심의 대외·산업·통상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것. 특히 미국에 ‘조선업’은 군사적으로 중국 해군력 견제의 핵심이다. 중국의 ‘해양굴기’를 저지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동시에 조선업은 미 자국 산업에서 국내 고용 창출 등을 위해 한국의 협력이 가장 시급한 분야 중 하나다. 정부 소식통은 “결국 첫 통화에서부터 트럼프 당선인이 가려운 곳을 가감 없이 언급한 것”이라며 “윤석열-바이든 정부가 공유해온 ‘가치 중심’ 한미 동맹 기조의 대전환이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했다.● 트럼프 “한국 군함 세계 최고 수준, 협력 필요”미 대통령 당선인이 첫 통화에서 특정 산업 분야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도 1기 땐 2016년 박근혜,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주로 한미 동맹 및 북한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한국의 군함 및 선박 건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 및 보수, 정비 등의 분야 뿐 아니라 민간 선박 분야에서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군함, 민간 선박을 두루 언급하면서 구체적인 협력 분야까지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는 생산 및 MRO(유지·보수·정비) 위기에 봉착한 미 해군과 미 조선업계 전반에 대한 절박한 인식이 반영돼 있다는 게 우리 정부 안팎의 평가다. 미국은 1960년대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국가였지만 이후 인건비 상승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 일본의 조선 굴기는 미국 조선업의 쇠퇴를 앞당겼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 해군이 큰 타격을 받았다. 반대로 중국은 ‘해양굴기’를 선언하며 군함을 대량 생산해냈다.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조선 강국인 한국을 주시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빠르게 고품질 선박을 만들어 내고, 우수한 MRO 전문 인력도 보유하고 있다.민간 조선업 역량 강화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과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고용 창출”을 강조해왔는데 조선업은 고용 효과가 큰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다. 그런 만큼 미국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 한국에 손을 내민 것이다.다만 이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 한국에 기술 등을 요구할 경우 양국 간 마찰이 불가피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5월 유세 당시 “한국은 미국의 조선(shipping) 산업과 컴퓨터 산업을 가져갔고, 다른 많은 산업을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언급한 ‘슈퍼 관세’에 대해 “만약 중국에 60%에 달하는 슈퍼 관세를 붙이면 중국은 국제시장에서 덤핑하게 될 텐데 그런 간접적인 효과가 더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 경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尹 이달 중순 중남미 순방 때 회동 추진할 수도정부는 우선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 간 조기 회동을 서두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윤 대통령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회동이 첫 순서”라며 “이어 미국 백악관과 주요 참모진 인선 이후 정책 협의 순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인 이달 중순 윤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때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 추진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개인적 유대관계를 중시한다. 검사를 좋아하고 않고 동맹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다. 어떻게 우정을 다져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미 상·하원 의원들로부터) ‘케미(호흡)가 맞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별문제 없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 측 가운데 친분이 있는 인사로 빌 해거티 상원의원,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등을 언급했다.정부 소식통은 “직관을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하루 빨리 서로 편하게 ‘my friend(내 친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인간적 유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이런 가운데 조현동 주미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확정 직후 대사관 참사관 2명과 함께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한 승객들이 확보한 마일리지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두 회사는 마일리지를 항공권 구매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지만 비항공권 분야 마일리지 사용 비율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대한항공의 전체 마일리지 사용 중 마트와 쇼핑몰, 호텔 등에서 사용한 비율은 5.3%였다. 이 비율은 2021년 7.6%, 2022년 5.9%, 지난해 7.9%로 올해가 최근 4년 가운데 가장 낮았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좌석을 구하기 어려워 마일리지를 제때 쓸 수 없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호텔, 여행상품, 기내 면세품, 서점, 쇼핑몰 등으로 사용처를 늘려 왔다. 그러나 고객들 사이에서는 “마일리지로 상품을 사는 것이 현금, 카드로 사는 것보다 더 손해”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임박해 쇼핑몰 등에 들어가면 품절인 경우가 많다” “어렵게 모은 마일리지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 못 받는 것 같다” 등의 불만이 제기됐다. 마일리지 좌석이 부족하다는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곽 의원실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9월 기준 전체 여객 수송 실적 대비 마일리지 좌석 수송 비율은 10.9%다. 지난해 11.8%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6%, 12.5%였다. 대한항공 측은 “성수기와 비수기 상관없이 월평균 10% 이상으로 마일리지 좌석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 현황, 노선별 마일리지 좌석 수 등은 영업기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마일리지 현황 및 좌석 수 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곽 의원은 “애써 모은 마일리지가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항공사는 최선을 다하고, 국토부도 관리 감독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항공사 합병으로 마일리지 사용이 더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큰 만큼 보다 투명한 마일리지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한화가 ‘제1회 한미동맹대상’을 받았다고 30일 밝혔다.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공동 제정한 한미동맹대상은 한미동맹과 국가안보 강화에 기여한 개인 또는 기업의 공로를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올해 처음 만들어졌다. 한화는 한미동맹재단이 창립된 2017년부터 재단과 전우회를 후원했고, 주한미군장병의 한국 방문 행사, 군인 자녀 장학금 수여 등 양국 우호 증진 활동을 펼쳤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6년 6월 한미 협력 관계를 민간 영역으로 확대하자는 취지로 출범한 한미교류협회 초대 의장을 맡았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에쓰오일(S-OIL)은 차세대 친환경 항공유인 지속가능항공유(SAF) 시대를 열고 인천공항-도쿄 하네다 공항을 정기 운항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SAF를 주 1회 공급하고 있다.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상용운항 정기노선 여객기에 국내 생산 SAF를 공급하는 것은 에쓰오일이 처음이다. 8월 30일 에쓰오일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한항공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서 SAF 상용운항 첫 취항식을 개최했다. 에쓰오일은 정부의 항공 분야 탄소배출 감소와 친환경 에너지 산업 발전을 위한 SAF 확산 전략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에쓰오일은 전 세계적 탈탄소 흐름에 부응하고 자원순환 경제 구축에 기여하는 청정에너지 공급자로서 변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국내 최초 국제노선 여객기에 SAF를 공급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았고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최우선으로 해 차세대 친환경 SAF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계속 증가할 SAF를 안정적으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SAF 전용 생산시설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9월에는 티웨이항공과 국내 생산 SAF 공급 및 공동 마케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에쓰오일은 SAF의 생산과 국제인증, 공급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국내 정유사 중 앞선 행보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월 국내 최초로 바이오 원료(폐식용유, 팜 잔사유 등)를 정제설비에서 시범 처리했으며 4월부터 국내 최초로 지속가능항공유 국제인증(ISCC CORSIA)을 획득하며 본격적인 탄소 저감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