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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 대학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됐다. 가톨릭대 취·창업처는 이 역할 수행에 적극적이다. 학생들의 역량을 개발하고 적성에 맞는 분야로 진출하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취업·창업과 관련된 주요 정보들을 제공한다. 진로 선택, 취업 전략, 기업 실무, 창업·브랜딩 등 다양한 수업을 개설해 운영한다. 취업 진로 상담사가 개인별 맞춤 상담을 한다. 취·창업처의 주요 프로그램은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첫째, 진로 탐색 및 설계 프로그램은 진로와 관련된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한다. ‘나를 찾는 학기 페스티벌’과 ‘진로 취업 페스티벌’, 동문 멘토링 등이 진행된다. 둘째, 경력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강좌를 운영한다. 4차 산업혁명과 빅데이터, 사무 자동화(OA) 실무, 포토샵, 일러스트 등 전문 교육과정이 준비돼 있다. 셋째, 실전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기업 분석 등의 특강을 진행하고 ‘취업 박람회’, ‘커리어 업 페스티벌’ 등을 연다. 이 가운데 취업 박람회는 가톨릭대 동문이 후배들을 위해 직접 취업 상담을 진행하는 점에서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나를 찾는 커리어 페스티벌’은 2022년부터 매년 운영되고 있는데, 기업 인사 담당자가 상담을 진행한다. 올해는 9월에 열렸으며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게임즈 등 22개 기업이 참여했다. 10월에는 경기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이틀 동안 산학연 협력사업인 ‘부천시-LINC3.0 대학 연합 RISE UP 커리어 페스티벌 2024’가 진행됐다. 가톨릭대는 채용 지원 부스, 평생교육원 체험 부스 등 30여 개 부스를 운영했다. 채용 지원 부스에서는 무료 취업 컨설팅을 진행했다. 취업 지원·채용관에서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시관광협회 고용지원센터, 커리어넷, 중공업 및 첨단산업, 식음료 기업, 공공기관 등 7개의 부스가 운영됐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기업에 대한 취업 정보는 물론이고 자기소개서 첨삭 지도 등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김종일 가톨릭대 취·창업처장(사진)은 “학생들의 취업과 창업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앞으로 동문 멘토링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학생들이 저학년 시기부터 취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졸업생들의 취업과 이직을 돕는 맞춤형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직무와 관련해 실질적 경험을 쌓을 기회도 마련한다. 김 처장은 “학생들에게 현장 실습, 인턴십 등의 기회를 최대한 제공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을 초청해 재학생과 만나는 시간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이어 “창업 활동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며 “더 많은 학생이 창업에 관심을 갖고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 등 이른바 ‘3고(高)’는 건강 수명을 단축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방치하면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비만, 동맥경화까지 있다면 물리적 수명도 줄어들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질환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을 대사증후군이라고 한다. 남성의 경우 40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대사증후군의 위험에 노출되고, 50대에 최고치에 이른다.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여성호르몬이 적게 나오는 50대 이후부터 대사증후군 위험이 커진다. ● 대사증후군 위험인자김신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하나가 생기면 다른 하나가 생기기도 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복부 비만을 특히 주의할 것을 강조했다. 복부 비만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만성 염증을 유발하면 ‘3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사증후군은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남성은 2∼3배, 여성은 3∼5배 높다. 당뇨병 환자가 말기 신장질환에 걸릴 위험도 5배 가까이 높다. 김 교수는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 복부비만,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 등 6개의 위험인자가 급성심근경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는 해외 연구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 연구 결과 1개의 위험인자만 있어도 급성심근경색 위험이 2배 높았다. 위험인자가 1개씩 추가될 때마다 급성심근경색 위험은 2배씩 높아졌다. 만약 6개 위험인자를 모두 갖고 있다면 급성심근경색 위험이 64배 높아지는 것이다. 뇌중풍(뇌졸중) 위험도를 따졌을 때도 결과는 비슷하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절망할 필요는 없다”며 “위험인자를 1개씩만 줄여도 위험도는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예컨대 6개 위험인자 중에서 담배만 끊어도 급성심근경색에 걸릴 위험이 64배에서 32배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 심근경색 어떻게 대비할까 심혈관계 질환은 혈관에 동맥경화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건강하다면 혈관 벽이 튼튼하고 탄력성이 좋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고혈당 등으로 인해 혈관 벽이 약해지면 LDL(저밀도지방단백질) 콜레스테롤 같은 나쁜 콜레스테롤이 혈관을 뚫고 들어간다. 혈관 내 세포가 손상되며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고지혈증은 더 악화한다. 더 심해지면 협심증이나 급성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전조 증세를 알아 두는 게 좋다. 나승운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가슴 통증이 가장 흔한 증세”라며 “통증의 양상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관상동맥질환일 때의 가슴 통증은 일단 조이고 압박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나 교수는 “혈관이 70% 이상 좁아지면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빨리 걷거나 운동할 때 가슴이 답답하면서 통증이 나타난다. 운동을 하면 더 많은 혈액이 필요한데 즉시 공급되지 않아 통증을 느끼는 것. 따라서 운동을 중단하면 통증이 줄어든다. 왼 팔 쪽으로 통증이 확산할 수도 있다. 반면 오른쪽 팔쪽으로는 통증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상복부나 목 주변까지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나 교수는 “이런 흉통이 느껴지면 곧바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며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간혹 가슴 통증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혈관이 좁아진 게 아니고 수축해서 생긴 협심증이라면 운동할 때만이 아니라 아무 때나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밤이나 새벽에 통증이 심한 경향이 있다. 가슴 통증은 덜한 대신 숨이 차고 속이 쓰리는 환자들도 있다. 당뇨병 노인 환자의 경우 아무런 증세를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 뇌졸중 전조 증세 잘 살펴야뇌졸중의 가장 큰 위험인자도 어김없이 ‘3고’다. 이상헌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심장질환이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의 경우 혈전이 생겨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중년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심장 검사를 하는 것이 뇌졸중을 막는 방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뇌졸중은 전조 증세를 잘 살펴야 한다. 첫째, 안면마비 여부를 판단한다. 거울을 보고 입술이 한쪽으로 돌아갔는지, 입꼬리의 좌우 모습이 다른지를 보면 된다. 둘째, 반신마비 여부를 살핀다. 뇌졸중이라면 주로 한쪽으로만 마비가 나타난다. 왼쪽 팔과 왼쪽 다리, 아니면 오른쪽 팔과 오른쪽 다리가 마비됐다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셋째, 언어장애를 확인한다. 언어를 구사하는 근육이 마비되면서 말이 어눌해질 수 있다. 실어증에 걸린 것처럼 말을 잘 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말을 할 수도 있다.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넷째, 평형장애를 판단한다. 자꾸 몸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중심을 잡지 못한다. 이 밖에도 한쪽 눈이 안 보이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현상이 나타난다. 갑작스러운 두통과 구토, 어지럼증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증세가 나타나면 지체없이 병원에 가야 한다. 4시간 이내에 정맥에 혈전용해제를 투입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동맥에 혈전용해제를 투입할 때도 6시간 전에 처치해야 한다. ● 예방이 건강수명 늘리는 최선 그렇다면 이 모든 질병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 교수가 제시한 방법은 똑같았다. 첫 번째는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 이 교수는 “대사증후군에 걸리지 않도록 몸을 잘 관리해야 한다”며 “금연하고 술은 적게 마셔야 하며 충분히 자고, 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교수도 “급성심근경색과 협심증의 위험인자는 어김없이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이다”라며 “이 세 가지를 관리하면서 금연, 절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90세 이상 장수한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한 미국 보스턴대 연구의 예를 들며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90세까지 장수한 사람의 경우 유전적 원인은 30%인 반면 환경적 원인이 70%에 달했다. 이에 더해 김 교수는 “생활 습관이 좋으면 좋지 않은 유전적 요소가 있어도 발현되지 않는다”며 “반대로 생활 습관이 나쁘면 그 유전적 요소가 발현된다”고 말했다. 생활 습관과 관련해 30년 동안 미국에서 진행된 또 다른 연구가 있다. 살이 찐 당뇨병 전 단계의 사람들을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다. A그룹에는 가짜 약을 주고, B그룹에는 당뇨병 약을 예방 목적으로 줬다. C그룹은 1년 동안 7%의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도록 했다. 1년 후 결과가 흥미로웠다. A그룹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B그룹의 30% 정도는 당뇨 진행이 더뎠다. C그룹은 B그룹보다 20% 더 효과를 봤다. 게다가 장기 연구를 통해 이렇게 만들어진 생활 습관은 30년 후까지 이어진다는 사실도 이후 연구에서 밝혀졌다. 식사와 운동 관리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식단과 관련해서 극단주의를 피할 것을 주문했다. 몸에 좋은 영양소만 먹는다거나 특정 영양소만 피하는 식의 다이어트는 금물이란 것. 전체 열량을 줄이되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식단이 만성 질환을 예방하는 최고의 식단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식사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며 “천천히 먹으면서 음식을 즐겨야 몸 안의 장기에도 부담이 덜 가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운동은 가능하다. 김 교수는 “일부러 조금씩 불편하게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몇 개 층은 걸어 올라간다. 쇼핑을 갈 때는 일부러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걸어간다. 김 교수는 “이런 식으로 2, 3개월만 꾸준히 습관을 바꾸면 최적의 생활 습관이 만들어진다”고 거듭 강조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기둥은 건물의 하중을 지탱한다. 외부의 충격에 맞서 버틴다. 기둥이 부실하면 건물은 무너질 수 있다. 우리 몸에서 기둥의 역할을 하는 것은 척추다. 척추는 20대 때부터 관리해야 한다. 20대 때부터 척추 퇴행성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방치하면 점점 ‘몸의 기둥’이 손상될 수 있다. 물론 척추질환이 있다고 해서 물리적 수명이 당장 짧아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진다. 건강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척추를 중심으로 골격을 튼튼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 허리 디스크 vs 척추관협착증 대표적 퇴행성 척추질환인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와 척추관협착증은 발병 시기나 증세가 다르다. 허리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디스크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활동을 많이 하는 30대와 40대, 50대에 많이 발병한다. 반면 척추 주위의 인대나 뼈가 두꺼워지면서 생기는 척추관협착증은 60대와 70대에 더 많이 생긴다. 허리 디스크가 생기면 통증이 나타난다. 김주한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통증이 엉덩이와 다리로 내려가며, 심하면 다리를 절룩거리거나 허리를 굽히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대소변을 보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초기에 발견했을 때는 6개월 정도 약을 먹으면서 물리치료를 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허리 통증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와 달리 척추관협착증은 통증이 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서서히, 오랜 시간에 걸쳐 병이 악화한다. 증세가 나타나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조금 많이 걸었다 싶으면 다리가 저리거나 화끈거린다. 불편하니 덜 움직이려고 한다. 김 교수는 “안 움직이다 보면 걸으려 할 때 다시 불편감이 느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심각한 정도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육통을 두 척추질환과 혼동할 때도 많다. 김 교수는 “엉덩이에서부터 무릎 위쪽까지만 아프다면 근육통일 가능성이 크다”며 “허리 디스크라면 무릎 아래쪽도 아플 때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근육통은 대체로 3, 4주면 증세가 대부분 사라진다. ● 허리 건강을 위한 생활 원칙70대 이후까지도 튼튼한 골격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40대부터는 척추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김 교수와 양재혁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에게 반드시 지켜야 할 생활 원칙을 물었다. 첫째, 아침에 일어나면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몸의 관절을 부드럽게 만들어야 근력 운동을 해도 갑작스러운 손상을 막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운동선수들도 스트레칭부터 하고 본격적으로 운동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양 교수는 “평소 신전 운동을 자주 해 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반듯하게 선 채로 두 팔을 허리에 대고 상체와 목을 뒤로 젖힌다. 그 상태에서 5초 정도 멈춘 후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이를 반복하면 된다. 서서 하는 게 힘들다면 의자에 앉아 해도 된다. 요령은 같다. 둘째, 유산소 운동을 되도록이면 매일 하는 게 좋다. 이 경우 체중 감소를 목적으로 한다. 아주 빠른 속도로 걷는 게 아니라면 근력 운동은 따로 해야 한다. 만약 걷기를 한다면 운동 시간은 2시간 정도가 좋다. 이렇게 운동한다면 하루 1만 보 정도를 채울 수 있다. 셋째, 근력 운동은 매주 2회 정도 해야 한다. 김 교수는 “중량이 무거운 것을 들려고 할 필요는 없다”며 “주로 허리와 등, 엉덩이 등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양 교수는 “40대와 50대라면 스쾃, 플랭크, 팔굽혀펴기 등 세 동작만 자주 반복해도 충분한 코어 운동이 된다”고 설명했다. 보통은 한 동작을 할 때 3∼5세트를 반복해 주는 게 좋다. 가령 스쾃을 할 경우 20회를 이어 한 뒤 1분을 쉬었다가 다시 하는 식으로 2∼4세트를 추가로 해야 한다. 양 교수는 “중간에 쉬어 주지 않으면 근육에 과부하가 생기기 때문에 휴식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랭크와 팔굽혀펴기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1세트를 한 뒤 이어서 2세트와 3세트까지 하는 게 좋다. 넷째, 같은 자세로 오래 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 관절이 굳고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퇴행을 촉구하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아서 1시간 일했다면 최소한 5∼10분은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게 좋다. ● 고령자와 환자는 운동 어떻게? 아직 척추가 건강하다면 60대까지도 스쾃, 플랭크, 팔굽혀펴기를 자주 하는 게 좋다. 보통은 일주일에 2, 3회는 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60대 이전에 근력을 키워 놓지 않으면 70대 이후에 척추 질환이 생길 때 회복하는 속도도 더딜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고령자들에게 특히 계단 오르기를 추천했다. 양 교수는 “계단을 오를 때는 무릎을 30도 정도만 구부려도 된다”며 “무릎에 부담이 덜 간다”고 설명했다. 이때 시선은 정면의 15∼30도 상단을 향해야 한다. 배를 약간 내미는 기분으로 걸어야 허리가 펴진다. 고령자일수록 속도를 내려 하지 말고 벽에 있는 난간은 반드시 잡는 게 좋다.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면 초기 2, 3주는 쉬는 게 좋다. 만약 통증이 나타나는 정도의 급성기라면 4∼6주는 쉬어야 한다. 양 교수는 “디스크가 파열되지 않고 단순히 튀어 나왔다고 하더라도 적응하고, 자연 치유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근력 운동은 더 오래 쉬어야 한다. 양 교수는 “통증이 80% 이상 줄었을 때 근력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척추관협착증의 경우는 좀 다르다. 허리 디스크는 대체로 급성으로 나타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만성일 때가 많다. 오랫동안 병이 진행됐다는 뜻이다. 이럴 때는 활동을 줄인다고 해서 척추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 오히려 근육이 약해지지 않도록 운동을 계속 해줘야 한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통증이 더 심하고, 그러면 움직이지 않아 증세가 더 악화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양 교수는 “20분씩 나눠서라도 쉬지 않고 운동하면서 부족한 운동량을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 보조기 사용해도 괜찮을까 수술한 뒤 일상생활로 복귀하려면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 암이나 뇌중풍(뇌졸중) 같은 중증 질환만 그런 게 아니다. 척추질환 수술한 뒤에도 마찬가지다. 김동휘 고려대 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척추질환 수술의 경우 1, 2주 정도는 안정을 취하며 단계적으로 재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직후에는 보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제자리에 서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게 가능해지면 걷기 훈련을 한다. 김 교수는 다만 환자가 아닌 사람이 보조기나 복대를 착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보조 도구를 착용하면 정작 써야 할 코어 근육이 움직이지 않게 되고 결국에는 위축돼 버린다”고 말했다. 몸에 힘이 없다며 복대를 착용하는 노인들도 많다. 이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통증이 심할 경우에는 복대를 착용해도 될까. 김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참을 수 있을 정도라면 착용하지 않는 게 낫고, 통증이 너무 심하다면 그때에만 잠시 착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결국 척추질환자나 골절 수술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는 게 코어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통증이 심하다면 통증의 원인부터 찾아내 치료하는 게 옳다. 김 교수는 허리가 굽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방을 등 뒤로 메고 다닐 것을 권했다. 단, 끈을 늘어뜨려 가방이 허리까지 내려오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허리가 앞으로 굽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앉는 자세도 중요하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2022년 기준 82.7세다. 반면 건강수명은 65.8세다. 65.8세까지는 건강하게 살지만 이후 16.9년은 장애를 얻거나 질병이 있는 상태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건강수명이 점점 짧아진다는 점이다. 2020년 건강수명은 66.3세였다. 2년 사이에 0.5세가 줄어든 것. 건강수명을 늘리는 일이 가장 큰 헬스케어 이슈가 됐다. 동아일보와 고려대의료원은 건강수명 연장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공동 진행한다.》치매와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신경 퇴행성 뇌 질환이다. 여기에 우울증까지 겹치면 노년의 삶은 괴롭다. 하지만 중년 때까지만 해도 ‘나의 문제’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틀린 생각이다. 40대부터 뇌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노인이 되고 병에 걸리고 난 후에 대책을 찾으려면 늦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치매와 파킨슨, 미리 주의하자 정상적이라면 뇌에 이상 단백질이 쌓여도 자연스럽게 제거된다. 나이가 들고 뇌 기능이 떨어지면 이상 단백질이 계속 쌓이면서 치매와 파킨슨병을 유발한다. 증세가 서서히 진행되기에 한참 후에야 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권도영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는 뇌의 피질에서부터 이상 단백질이 쌓여 안쪽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초기에는 인지 장애와 기억력 저하 등과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반면 파킨슨병은 뇌 안쪽의 뇌간에서부터 이상 단백질이 쌓여 위쪽으로 범위를 넓히기 때문에 운동 기능이 떨어지는 운동장애가 가장 먼저 나타난다”고 말했다. 평균적인 발병 연령대는 약간 다르다. 치매는 주로 65세 이후에 발병한다. 65세 이후의 10% 정도는 치매로 이어진다. 반면 파킨슨병은 65세 이후에 3, 4% 정도가 발병한다. 파킨슨병은 그보다는 더 젊은, 60세 전후에 더 많이 온다. 40대에 발병할 수도 있다. 어떤 뇌 질환에 걸리든 시간이 지나면 두 질병이 중첩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파킨슨은 몸이 느리고 걸음도 느리다. 손이 떨린다. 치매는 인지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 증세가 한꺼번에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치매 치료제 분야에서 최근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 해외에서 개발된 ‘항체 주사’인데, 아밀로이드와 같은 이상 단백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크다. 이르면 내년 국내에서도 이 치료제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찬녕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기존 약이 치매 진행 속도를 3, 4년 늦췄다면, 새로운 항체 주사는 9, 10년을 늦춰 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매를 완치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2주마다 1회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연간 3500여만 원이 들어가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것도 해결 과제다. ● 뇌의 회복탄력성을 높여야 권 교수는 “잘 관리하면 뇌를 젊게 유지할 수 있다”며 “노화와 충격 등에 잘 견디고 정상 상태로 돌아가는 ‘회복탄력성’을 높이면 된다”라고 말했다. 뇌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면 뇌가 쪼그라들거나 기능이 떨어져도 치매나 파킨슨병이 늦게 발생하거나 증세가 약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뇌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면 우선 금연하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우울감이 생기지 않도록 감정 상태를 관리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신체 활동이다. 권 교수는 높은 강도의 운동을 추천했다. 권 교수는 “산책하는 수준으로 걷는다면 기분 전환이나 다이어트에 좋을 수는 있지만 뇌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엔 역부족이다”며 “숨이 찰 정도의 강도로 빨리 걷거나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무릎 관절이 아프다면 실내 자전거 타기로 대체하거나 벽에 손을 짚으면서 계단을 오르는 것도 좋다. 권 교수는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력 운동을 반드시 병행할 것을 권했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급격하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여러 근력 운동 중에 특히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스쾃이다. 그 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 일단 천장을 보고 눕는다. 무릎을 세운다. 엉덩이, 허리, 등을 최대한 올린다. 10∼30초 유지한 뒤 처음 자세로 돌아간다. 이렇게 5∼10회 시행하면 좋다. 또 다른 동작도 있다. 엎드린 상태로 발을 쭉 뻗는다. 양팔은 가슴 옆에 둔다. 이마는 바닥에 붙인다. 이어 가슴, 어깨, 머리 순서대로 상체만 일으킨다. 10∼30초 유지하고, 5∼10회 시행하는 것은 동일하다.● 두뇌 자극하고 사회적 접촉 늘려야 치매를 예방하거나 초기 인지 장애 단계에서 병을 지연시키려면 뇌를 자극하는 게임을 자주 하는 게 좋다. 화투나 퍼즐 같은 게임이 적합하다. 다만 하루 종일 같은 게임만 하면 뇌에 대한 자극이 줄어들기 때문에 종류를 자주 바꾸는 게 좋다.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즐겨 보는 것은 뇌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권 교수는 “스스로 사고하는 게 아니고 데이터를 입력하기만 하기 때문에 상상하는 등의 뇌 활동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일 산에 오르는 사람과 매일 전화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사람 중 누구의 뇌가 더 건강할까. 권 교수는 “실제 실험 결과 수다를 떠는 사람의 뇌가 더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늘려야 사회적으로 덜 위축되고 불안감이 줄어들면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치매 정책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미비한 점은 여전히 남는다. 이 교수는 “치매 환자마다 증세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치료법도 다 달라야 한다”며 “하지만 아직까지는 치료법이 모두 같다. 환자 맞춤형으로 바꾸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병원이 단지 치매 환자를 수용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케어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년 이후 우울증 조심 노인성 우울증은 여러 가지다. 중년 이전부터 앓고 있던 우울증이 노년기에 재발할 수도 있다. 우울한 경향이 있던 사람에게 적응장애나 기분장애 등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우울증은 치매나 파킨슨병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또 치매 전 단계에서 깜빡깜빡하는 건망증과 더불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세가 우울증이다. 노인 우울증 환자의 40∼50%가 치매 전 단계에서 병원에 온다.정현강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을 앓으면 뇌에서 독성을 유발하는 코르티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신경 퇴행성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우울증 환자가 치매로 악화하지는 않는다. 정 교수는 “의욕 저하, 슬픈 기분, 식욕부진, 불면, 집중력 저하 등의 증세가 동반된 우울증이라면 치매 전 단계인지 정밀 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반대로 치매로 인해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이런 우울증을 2차 우울증이라고 한다. 치매가 생기면 뇌 손상이 되고, 이 때문에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에 이상이 생긴다. 건강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울증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40대 때부터 신경을 쓰자. 뇌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등 뇌 기능 개선을 위한 모든 방법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 하는 게 중요하다. 또 긍정적인 사고를 갖도록 노력하는 게 우울증 예방에 좋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서울성모병원은 2014년 심뇌혈관센터를 열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심뇌혈관 질환자가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병원은 판단했고, 그 결과물이 특화센터이다. 5년 후인 2019년, 서울성모병원은 이 센터를 심뇌혈관병원으로 확대 개편했다. 그사이에 심뇌혈관 질환자들은 더 빠르게 증가했다. 병원의 대응도 그에 맞춰 더 적극적으로 바꿨다. 독립적이고 규모가 큰 병원급으로 조직을 키운 것이다. 서울성모병원이 심뇌혈관 질환을 전문조직으로 운영한 지 올해로 10년째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장(순환기내과 교수)에게 지난 10년 동안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장 교수는 2021년 심뇌혈관병원장에 취임했고, 2년이 지난 작년 9월 두 번째 임기에 들어갔다. ● 내과와 외과의 협진 시스템 구축 심장 질환의 경우 내과적 시술을 할 것이냐, 외과적 수술을 할 것이냐를 놓고 의사들 사이에 의견이 다를 때가 적지 않다. 장 병원장은 “심뇌혈관병원으로 격상한 후로 내과와 외과 의사들 사이의 소통이 활발해져 이런 논란과 갈등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협진이 잘 된다는 뜻인데, 실제 이런 사례는 많다. 얼마 전이다. 80대 초반의 남성 A 씨가 한밤중에 심하게 배가 아파서 근처 병원에 갔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복부대동맥류 파열로 확인됐다. A 씨는 응급차를 타고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A 씨는 관상동맥 석회화 현상도 심했다. 협심증의 가능성이 있었다. 이 경우 무작정 수술했다가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심뇌혈관병원 소속 의사들의 단체 대화방에 A 씨의 상황이 곧바로 공유됐다. 단체 대화방에서 교수들이 치료법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 순환기내과 의사가 먼저 관상동맥조영술(심혈관조영술)을 시행해 협심증 등 심장 이상 여부를 확인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곧바로 혈관외과 교수가 투입돼 복부대동맥류 수술을 이어 갔다. A 씨의 응급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장 병원장은 “내과 진료를 하던 도중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가 있다. 이 경우에도 곧바로 의사들끼리 소통하고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심뇌혈관병원 의사들은 전화나 단체 대화방을 통해 24시간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소통과 토론을 통해 시술할 것인지, 아니면 수술할 것인지, 혹은 외과적 수술과 내과적 시술을 병행할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 타비 시술에 강점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대동맥 판막 협착증 치료법 중 하나인 타비(TAVI·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 시술로도 유명하다. 장 병원장도 현재까지 1100회 이상 타비 시술을 했다. 판막은 심장의 문이다. 심장이 혈액을 펌프질하면 판막이 닫힌다. 나이가 들면서 이 판막이 딱딱하게 굳어 버릴 수 있다.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있는 대동맥 판막 협착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혈액이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흐르지 못한다.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만약 이 정도의 증세가 나타날 정도라면 이미 중증으로 봐야 한다. 신속히 처치하지 않으면 2년 이내에 사망할 우려가 크다. 타비 시술은 가슴을 열지 않고 허벅지의 대퇴동맥을 통해 인공 판막을 집어넣어 손상된 판막을 대체하는 치료법이다. 주로 70세 이상 고령자나 수술 위험성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타비 시술에 있어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강점이 많다. 장 병원장은 특히 다른 질병 보유자나 고령자 등 이른바 고위험자의 타비 시술 성적이 좋은 점을 강조했다. 가령 89세의 B 할아버지 사례가 대표적이다. B 할아버지는 외래 진료를 받았는데 협심증이 심했다. 관상동맥에 3개의 스텐트를 삽입했다. 덕분에 흉통은 사라졌는데 숨찬 증세는 가시지 않았다. 대동맥 판막 협착증이 중증이었던 것. 대퇴동맥으로 인공 판막을 넣어야 하는데, 혈관이 상당히 좁아진 말초동맥 폐쇄증이었다. 장 원장은 좁아진 오른쪽 다리 동맥을 스텐트와 풍선으로 확장한 뒤 인공 판막을 삽입했다. B 할아버지는 신장도 좋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5일에 걸쳐 단계적으로 협심증, 말초동맥 폐쇄증, 대동맥 판막 협착증을 치료했다. 결과는 좋았다. B 할아버지는 곧 일반 병실로 갔다. 장 병원장은 “뇌졸중 고위험 환자인 경우에는 센티넬이란 기구를 사용해 뇌졸중을 예방하면서 판막 시술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최초 기록도 많다. 2022년 장 병원장은 양측 대퇴동맥이 모두 막힌 환자도 타비 시술을 성공했다. 대퇴동맥 대신 겨드랑이 동맥을 통해 타비 판막을 삽입한 것. 이는 국내 처음으로 시도된 시술법이었다. 인공 판막을 넣었는데 다시 좁아지는 환자들이 있다. 이 경우 다시 타비 시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관상동맥과의 높낮이가 맞지 않아 시술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대로 시술했다가는 관상동맥이 막힐 수도 있다. 따라서 관상동맥이 막히지 않게 판막을 삽입해야 하는데, 이를 ‘바실리카 시술’이라고 한다. 2023년 장 병원장은 국내 처음으로 바실리카 시술에 성공했다. 국소마취만으로 타비 시술을 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부분의 병원이 전신마취와 국소마취를 혼용한다. 하지만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의 경우 100% 국소마취를 한다. 또 양쪽 다리의 대퇴동맥을 모두 뚫지 않고 한쪽 혈관만 뚫는다. 덕분에 시술 후 6시간 정도면 걸을 수 있고, 하루 이틀 뒤 퇴원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국내에 들어온 4종류의 판막을 환자에 맞춰 각각 다르게 사용한다. 장 병원장은 “판막의 안전성이 과거 이슈였다면, 지금은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라며 “10년 동안 환자의 데이터를 축적해 놓았기 때문에 환자 맞춤형으로 시술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서울성모병원 심장뇌혈관병원은 타비 제조 기업이 지정한 ‘감독’ 자격도 얻었다. 이는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타비 교육을 원하는 의사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자격이다.● 지방 병원과의 협력 강화 장 병원장은 작은 병의원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해결하는 것도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장 병원장은 협력 병의원을 늘려 나갔다. 그 결과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과 직접 협력하는 병의원은 50여 곳에서 150여 곳으로 3배로 늘었다. 장 병원장은 “심뇌혈관 질환은 시간이 곧 생명이다. 응급 상황이 많다. 지방 병의원에서 해결하지 못하면 즉시 큰 병원으로 환자를 옮겨야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 서울, 경기와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지역환자들에게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 다만 최근에는 전공의가 부족해 교수들만 당직을 서는 상황이라 야간에는 이 시스템을 잠시 중단한 상태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올해 초부터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중증 응급 심뇌혈관 진료협력 네트워크 시범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장 병원장은 “심뇌혈관병원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30분 이내에 진단과 처치를 끝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심뇌혈관병원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심혈관센터 △뇌혈관센터 △대동맥센터 △혈관센터 등 4개의 임상센터로 구성돼 있다. 이와 별도로 하이브리드수술센터도 운영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수술은 혈관 내 치료법인 스텐트 삽입술과 외과적 치료법인 동맥우회술을 병행하면서 장점을 취하는 치료법이다. 심장 수술의 경우 피부 절개를 최소화하고, 수술 후 회복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의 심장·뇌혈관 센터의 주축이 되어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도 맡고 있다. 또 각 병원의 심뇌혈관 질환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020년이었다. 살짝 쉰 목소리가 났다. 동네 의원에 갔더니 약을 처방해 줬다. 꾸준히 약을 먹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쉰 목소리는 개선되지 않았다. 이재원 씨(69)는 그제야 예민해졌다. 그 무렵부터 지인들로부터 목소리가 이상해진 것 같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이 씨는 정확한 병명을 알기 위해 A병원에 갔다. 후두 조직을 떼어내 검사했다. 후두암 판정이 떨어졌다. 이 씨는 의의로 담담했다. 이 씨는 “나이도 60대 중반을 넘겼겠다, ‘내게도 올 게 왔구나’ 생각했었다. 현실을 거부하면 고통스럽기만 하니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A병원 의료진은 후두암 초기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치료도 의외로 복잡하지 않았다. 이 씨는 2021년 3월 A병원에서 레이저 절제술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레이저 절제술은 암 초기일 때 시행한다. 레이저로 암만 잘라낸다. 성대를 절제하지 않기 때문에 성대 기능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목쉼으로부터 후두암 시작 후두암 진단을 받기 전에 나타났던 목쉼 증세가 후두암 때문이었을까. 나중에 이 씨의 성대 부분 절제술을 시행한 권성근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쉰 목소리는 후두암의 가장 흔한 초기 증세다. 뚜렷한 이유도 없는데 몇 주에서 몇 달 동안 쉰 목소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후두암이 더 악화하면 음식을 삼킬 때 통증이 발생하거나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귀가 아플 수도 있고, 더 심해지면 호흡 곤란 증세가 나타난다. 이런 경우라면 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라고 볼 수 있다. 이 씨의 경우 하루에 두세 갑의 담배를 피웠고 술도 자주 마셨다. 이와 관련해 권 교수는 “흡연과 과음은 후두암의 주요 원인이며 두 가지를 같이 하면 후두암 위험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A병원에서의 치료는 레이저 절제술로 끝났다. 이후 암 재발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추적 관찰했다. 수년 동안 추적 관찰한 뒤 암이 발견되지 않으면 완치 판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9개월 만에 암으로 의심되는 혹이 발견된 것. 후두 조직검사를 했는데 ‘고등급 이형성증’ 진단이 나왔다. 쉽게 말하면, 후두암으로 악화하기 직전의 덩어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처음 레이저 절제술을 받았을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그사이에 암이 재발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씨는 A병원 의료진이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자 고민 끝에 서울대병원을 찾아갔다. 이때부터 진료를 담당한 의사가 권 교수였다. ● 항암 방사선 치료 이겨내다 권 교수가 보니 암은 성대 상단부와 주변으로 퍼져 있었다. 암의 크기도 만만찮았다. 일반적으로 성대 표면에만 암이 있다면 1기로 진단한다. 하지만 이 씨는 안으로까지 암세포가 퍼져 있었고, 성대를 움직이는 근육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권 교수는 종합적으로 후두암 3기 진단을 내렸다. 다행히 암이 림프샘이나 원격 장기로 전이되지는 않았다. 권 교수는 치료법을 놓고 고민했다. A병원에서 했던 것처럼 레이저 수술을 먼저 시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암 덩어리가 안쪽 깊숙한 곳에 있어서 불가능해 보였다. 두 번째로 성대 절제 수술을 고려했다. 다만 이 경우 성대의 상당 부분을 잃기 때문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후두가 없어지면 음식물이 식도가 아닌 기도로 들어갈 수도 있다. 이 경우 흡인성 폐렴으로 인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권 교수는 성대를 보존하기 위해 일단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병행하기로 했다. 주말을 빼고 매일 두 치료를 동시에 진행했다. 그렇게 6주 동안 총 30회의 치료를 시행했다. 이 씨도 단단히 마음을 먹고 치료에 임했다.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무엇보다 체력을 키우는 데 신경 썼다. 자꾸 몸이 처지고 음식이 당겼다. 하지만 막상 먹으려고 하면 음식이 넘어가지 않았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킨 뒤 한두 숟가락만 먹고 나올 때도 많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5회 이상 끼니를 먹기도 했다. 덕분에 체중이 크게 빠지지 않았다. 운동에도 신경을 썼다. 매일 1시간 이상 걸었다. 병원 치료가 있는 날에도 1시간 걷기는 실천했다. 전철을 타고 병원에 가던 중 일부러 서너 역 전에 내려서 걸었다. 진료를 마치고 나서도 똑같이 서너 역을 더 걸어가서 전철을 탔다. ● 후두암 재발, 다시 수술 모든 치료가 순조롭게 되어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항암 방사선 치료를 끝내고 9개월 정도가 흘렀다. 암의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추적 검사에서 악성 종양이 다시 확인됐다. 후두암이 재발한 것이다. 이제는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문제는, 수술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였다. 만약 후두를 완전히 들어내면 성대가 없어지면서 발성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호흡하기 위해 목 아랫부분에 따로 숨구멍을 뚫어야 한다.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권 교수는 “실제로 이런 이유로 인해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 씨의 경우 어떻게든 후두를 살려보기로 했다.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절제하는 것. 성대의 일부 기능을 살리고 호흡도 자연스럽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재활 기간이 그만큼 오래 걸리지만 그게 최선의 방법으로 여겨졌다. 2023년 3월, 권 교수는 후두 절제술을 부분적으로 시행했다. 후두에는 7개의 연골이 있다. 그중에서 피열연골은 성대의 문을 여닫는 역할을 한다. 음식이 들어오면 닫히고 숨을 쉴 때 열린다. 원활한 호흡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연골인 것. 권 교수는 이 피열연골만 살리고 주변 부분은 광범위하게 절제했다. 그만큼 암 덩어리가 컸기 때문이다. 수술하는 데 3시간 정도 소요됐다. 현재 마지막 수술 후 1년 7개월이 지난 상태다. 올 8월 검사에서도 재발을 의심할 만한 상황은 없었다. 권 교수는 “1년 이내에 재발할 확률이 가장 높다.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은 많이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재활 치료 이겨내다수술 후 본격적으로 재활 치료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고, 침을 삼키는 것도 불가능했다. 콧속으로는 관이 들어갔다. 이 씨는 “처음에는 이런 모습으로 평생 살아야 하나 걱정됐지만, 그래도 살아보자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재활 치료는 1년 넘게 이어졌다. 매주 1회 병원을 찾아 30분씩 발성 훈련을 했다. 일부러 ‘컥컥’ 소리를 내고 성대에 충격을 줬다. 소리가 발생하려면 성대가 부딪쳐야 하기 때문. 이런 식의 훈련을 통해 성대 주변 근육을 강화해 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제대로 성대가 부딪쳐야 발성이 이뤄진다. 하루에 두세 갑을 피우던 담배는 완전히 끊었다. 평소에도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말을 많이 하면 목 주변 근육이 좋아져 재활 치료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점점 목소리가 나면서 신이 났다. 말을 아무리 많이 해도 피로를 느끼지 않았다. 음식을 입으로 먹기까지는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씨는 가장 먼저 입으로 음식을 먹게 된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설날 때였다. 누군가 새우튀김을 가지고 왔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어 보였다. 조심스럽게 새우튀김을 먹었다. 다행히 부작용은 없었다. 이후 식사를 조금씩 하는 훈련을 했고, 올 7월부터는 ‘공식적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1년 4개월 만에 온전히 입으로 음식을 먹게 된 것이다. 가끔 사레가 들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먹는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여기까지 오는 데 시련이 작지 않았다. 처음 음식을 먹었을 때 혹시나 기도로 들어가지 않았을까 걱정하며 하루 종일 자신을 관찰하기도 했다. 거칠고 쉰 목소리도 완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지금의 목소리에서 더 좋아질 가능성도 아주 낮다. 이 씨는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단다. 이 씨는 “아픈 것도 내 복이고, 병을 이기는 것도 내 복이다. 암이 재발했을 때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목소리만 남을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했고, 힘들더라도 노력하자고 마음먹었다.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권 교수는 “이 씨가 처음에는 삼키는 것도 잘 안 돼 힘들어했다. 하지만 뭐든지 해 보겠다며 적극적이었고, 좌절하지 않고 시도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게 아닐까 싶다. 환자 본인의 투병 의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020년이었다. 살짝 쉰 목소리가 났다. 동네 의원에 갔더니 약을 처방해 줬다. 꾸준히 약을 먹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쉰 목소리는 개선되지 않았다. 이재원 씨(69)는 그제야 예민해졌다. 그 무렵부터 지인들로부터 목소리가 이상해진 것 같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이 씨는 정확한 병명을 알기 위해 A 병원에 갔다. 후두 조직을 떼어내 검사했다. 후두암 판정이 떨어졌다. 이 씨는 의의로 담담했다. 이 씨는 “나이도 60대 중반을 넘겼겠다, 내게도 올 게 왔구나, 생각했었다. 현실을 거부하면 고통스럽기만 하니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A 병원 의료진은 후두암 초기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치료도 의외로 복잡하지 않았다. 이 씨는 2021년 3월 A 병원에서 레이저 절제술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레이저 절제술은 암 초기일 때 시행한다. 레이저로 암만 잘라낸다. 성대를 절제하지 않기 때문에 성대 기능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목쉼으로부터 후두암 시작후두암 진단을 받기 전에 나타났던 목쉼 증세가 후두암 때문이었을까. 나중에 이 씨의 성대 부분 절제술을 시행한 권성근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그렇게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쉰 목소리는 후두암의 가장 흔한 초기 증세다. 뚜렷한 이유도 없는데 몇 주에서 몇 달 동안 쉰 목소리가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후두암이 더 악화하면 음식을 삼킬 때 통증이 발생하거나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귀가 아플 수도 있고, 더 심해지면 호흡 곤란 증세가 나타난다. 이런 경우라면 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라고 볼 수 있다. 이 씨의 경우 하루에 두세 갑의 담배를 피웠고 술도 자주 마셨다. 이와 관련해 권 교수는 “흡연과 과음은 후두암의 주요 원인이며 두 가지를 같이 하면 후두암 위험은 더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A 병원에서의 치료는 레이저 절제술로 끝났다. 이후 암 재발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추적 관찰했다. 수년 동안 추적 관찰한 뒤 암이 발견되지 않으면 완치 판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9개월 만에 암으로 의심되는 혹이 발견된 것. 후두 조직검사를 했는데 ‘고등급 이형성증’ 진단이 나왔다. 쉽게 말하면, 후두암으로 악화하기 직전의 덩어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처음 레이저 절제술을 받았을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그 사이에 암이 재발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씨는 A 병원 의료진이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자 고민 끝에 서울대병원을 찾아갔다. 이때부터 진료를 담당한 의사가 권 교수였다. ● 항암 방사선 치료 이겨내다권 교수가 보니 암은 성대 상단부와 주변으로 퍼져있었다. 암의 크기도 만만찮았다. 일반적으로 성대 표면에만 암이 있다면 1기로 진단한다. 하지만 이 씨는 안으로까지 암 세포가 퍼져 있었고, 성대를 움직이는 근육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권 교수는 종합적으로 후두암 3기 진단을 내렸다. 다행히 암이 림프절로 전이되거나 원격 장기로 전이되지는 않았다. 권 교수는 치료법을 놓고 고민했다. A 병원에서 했던 것처럼 레이저 수술을 먼저 시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암 덩어리가 안쪽 깊숙한 곳에 있어서 불가능해 보였다. 두 번째로 성대 절제 수술을 고려했다. 다만 이 경우 성대의 상당 부분을 잃기 때문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후두가 없어지면 음식물이 식도가 아닌 기도로 들어갈 수도 있다. 이 경우 흡인성 폐렴으로 인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권 교수는 성대를 보존하기 위해 일단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병행하기로 했다. 주말을 빼고 매일 두 치료를 동시에 진행했다. 그렇게 6주 동안 총 30회의 치료를 시행했다. 이 씨도 단단히 마음을 먹고 치료에 임했다.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무엇보다 체력을 키우는 데 신경 썼다. 자꾸 몸이 쳐지고 음식이 당겼다. 하지만 막상 먹으려고 하면 음식이 넘어가지 않았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킨 뒤 한두 숟가락만 먹고 나올 때도 많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5회 이상 끼니를 먹기도 했다. 덕분에 체중이 크게 빠지지 않았다. 운동에도 신경을 썼다. 매일 1시간 이상 걸었다. 병원 치료가 있는 날에도 1시간 걷기는 실천했다. 전철을 타고 병원에 가던 중 일부러 서너 역 전에 내려서 걸었다. 진료를 마치고 나서도 똑같이 서너 역을 더 걸어가서 전철을 탔다. ● 후두암 재발, 다시 수술모든 치료가 순조롭게 되어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항암 방사선 치료를 끝내고 9개월 정도가 흘렀다. 암의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추적 검사에서 악성 종양이 다시 확인됐다. 후두암이 재발한 것이다. 이제는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문제는, 수술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였다. 만약 후두를 완전히 들어내면, 성대가 없어지면서 발성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호흡하기 위해 목 아랫부분에 따로 숨구멍을 뚫어야 한다.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권 교수는 “실제로 이런 이유로 인해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도 있다”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 씨의 경우 어떻게든 후두를 살려보기로 했다.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절제하는 것. 성대의 일부 기능을 살리고 호흡도 자연스럽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재활 기간이 그만큼 오래 걸리지만, 그게 최선의 방법으로 여겨졌다. 2023년 3월, 권 교수는 후두절제술을 부분적으로 시행했다. 후두에는 7개의 연골이 있다. 그중에서 피열연골은 성대의 문을 여닫는 역할을 한다. 음식이 들어오면 닫히고 숨을 쉴 때 열린다. 원활한 호흡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연골인 것. 권 교수는 이 피열연골만 살리고 주변 부분은 광범위하게 절제했다. 그만큼 암 덩어리가 컸기 때문이다. 수술하는 데 3시간 정도 소요됐다. 현재 마지막 수술 후 1년 6개월이 지난 상태다. 올 8월 검사에서도 재발을 의심할 만한 상황은 없었다. 권 교수는 “1년 이내에 재발 확률이 가장 높다.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은 많이 낮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재활 치료 이겨내다수술 후 본격적으로 재활 치료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고, 침을 삼키는 것도 불가능했다. 콧속으로는 관이 들어갔다. 이 씨는 “처음에는 이런 모습으로 평생 살아야 하나 걱정됐지만, 그래도 살아보자며 마음을 다잡았다”라고 말했다. 재활 치료는 1년 넘게 이어졌다. 매주 1회 병원을 찾아 30분씩 발성 훈련을 했다. 일부러 ‘컥컥’ 소리를 내고 성대에 충격을 줬다. 소리가 발생하려면 성대가 부딪쳐야 하기 때문. 이런 식의 훈련을 통해 성대 주변 근육을 강화해 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제대로 성대가 부딪쳐야 발성이 이뤄진다. 하루에 두세 갑을 피우던 담배는 완전히 끊었다. 평소에도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말을 많이 하면 목 주변 근육이 좋아져 재활 치료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점점 목소리가 나면서 신이 났다. 말을 아무리 많이 해도 피로를 느끼지 않았다. 음식을 입으로 먹기까지는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씨는 가장 먼저 입으로 음식을 먹게 된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설날 때였다. 누군가 새우튀김을 가지고 왔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어 보였다. 조심스럽게 새우튀김을 먹었다. 다행히 부작용은 없었다. 이후 식사를 조금씩 하는 훈련을 했고, 올 7월부터는 ‘공식적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1년 5개월 만에 온전히 입으로 음식을 먹게 된 것이다. 가끔 사레가 들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먹는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여기까지 오는 데 시련이 작지 않았다. 처음 음식을 먹었을 때 혹시나 기도로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하며 하루 종일 자신을 관찰하기도 했다. 거칠고 쉰 목소리도 완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지금의 목소리에서 더 개선될 가능성도 아주 낮다. 이 씨는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단다. 이 씨는 “아픈 것도 내 복이고, 병을 이기는 것도 내 복이다. 암이 재발했을 때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목소리만 남을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했고, 힘들더라도 노력하자고 마음먹었다.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권 교수는 “이 씨가 처음에는 삼키는 것도 잘 안 돼 힘들어했다. 하지만 뭐든지 해 보겠다며 적극적이었고, 좌절하지 않고 시도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게 아닐까 싶다. 환자 본인의 투병 의지가 정말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재원씨 후두암 투병일지〉2020년 음성 변화 발생. 쉰 목소리 나옴.2021년 3월 A 병원에서 후두암 진단, 우측 성대 레이저 절제술 시행2021년 12월 A 병원에서 고등급 이형성증(암 전 단계) 진단.2022년3월초 서울대병원 방문, 후두암 3기 진단림프절 전이와 원격 전이는 없음. 항암 방사선 치료 권고2022년 3월 말 ~ 5월 초 항암 방사선 치료 30회 시행2023년 2월 CT 검사 결과 후두암 재발.2023년 3월 부분 후두절제술 시행.이후 삼킴 재활 치료 시작2024년 5월 삼킴 기능 검사 결과 호전 판단. 식사 중 큰 문제 없음.2024년 7월 입으로 식사 가능하기 시작함.2024년 현재 잔여 종양이나 재발 소견 없음.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권정택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교모세포종 강경아 씨뇌종양 중 최악 등급 교모세포종두통 증세로 시작, 8일 만에 수술정교하면서도 광범위하게 종양 제거항암방사선치료-단독 항암치료 “가족 생각하며 투병 의지 높여완치하려면 환자는 의사 신뢰해야떠도는 가짜 치료 정보 속지 말아야”강경아 씨(55)는 2018년 2월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 후 6년 7개월이 흘렀다. 5년을 훌쩍 넘겼으니 사실상 ‘완치’다. 하지만 재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강 씨의 치료를 맡은 권정택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종양에는 완치 개념이 없다”며 “5년이 지난 후에도 재발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뇌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도 요즘 강 씨의 몸 상태는 무척 좋다. 강 씨는 “불편한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이전보다 더 자주 여행을 다닌다. 제2의 삶을 만끽한다. 그런 강 씨도 처음에는 여느 암 환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당수의 환자가 암 판정을 받으면 하늘을 원망한다. 강 씨도 그랬다. 처음엔 죄를 짓고 산 것도 아닌데 왜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곱씹었다. 강 씨는 자신의 병이 혹시나 자식들에게 대물림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다. 권 교수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이 “아이들에게 유전되느냐”였다. 유전 가능성이 없다는 말에 그나마 마음을 놓았다. 부모님께도 자식이 먼저 아픈 불효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너무 죄송스러웠다. 하지만 강 씨는 곧 마음을 추스렸고, 적극적으로 암과 싸웠다. 강 씨의 뇌종양 투병기를 들어봤다. ●뇌종양, 두통과 구토 유발2018년 2월 15일 두통이 시작됐다. 가끔 있는 일로 여기고, 처음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진통제만 사서 먹었다. 그런데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구역질과 구토 증세가 추가됐다. 4일 후 딸의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집을 나섰다. 승용차에서 내리자마자 또다시 구토가 시작됐고, 멈추지 않았다. 얼른 근처에 있는 의원으로 갔다. 의사는 빨리 큰 병원 응급실로 가 보라고 했다. 강 씨는 중앙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뇌 영상 촬영을 시행했다. 뇌종양이었다. 이와 관련해 권 교수는 “구토는 뇌종양의 가장 흔한 증세”라며 “뇌 안의 압력이 커지면서 토하게 되고, 여기에서 더 심하면 의식이 떨어지거나 뇌전증까지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 씨가 구토 단계에서 병원에 신속하게 왔기에 이후 대처를 잘할 수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뇌종양으로 인한 두통이라면 대체로 잠자고 일어났을 때 증세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깨어있을 때는 호흡이 원활하니 뇌로 가는 산소도 넉넉하고 뇌 안의 압력도 적정한 강도로 유지된다. 하지만 잠을 자게 되면 호흡량이 줄면서 뇌 안의 산소가 감소하고, 뇌 안의 압력은 올라간다. 권 교수는 “사실 두통만으로는 뇌종양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5년마다 뇌혈관을 포함한 뇌 검사를 받는 게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교모세포종강 씨의 경우 뇌의 오른쪽 앞부분에 악성종양이 있었다. 암의 크기는 지름이 무려 6㎝에 달했다. 암 덩어리가 큰 것도 문제였지만, 암의 종류가 더 심각한 문제였다. 진단명은 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뇌종양을 심각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누는데, 교모세포종은 최악인 4등급에 속한다. 교모세포종은 뇌 조직 전반에 발생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5년 생존율이 10%를 밑돈다. 그만큼 치명적인 암이다. 하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권 교수는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고, 의료 기술도 좋아지고 있어서 생존율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강 씨의 상황은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었다. 유전자 검사를 해 보니 악성종양이 증식하는 비율의 수치가 너무 높았다.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있는데, 그것마저 강 씨는 작동하지 않았다. 쉽게 말하자면 암이 더 빨리 퍼지고, 약효가 잘 듣지 않는 유형이었다. 권 교수는 “강 씨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았는데, 이런 경우 6개월에서 1년 정도밖에 살지 못할 수도 있다”며 “수술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권 교수는 수술을 선택했다. 권 교수는 “어려운 수술이지만, 수술하지 않을 경우 수명이 6개월도 안 될 거로 생각했다”며 “다행히 광범위하게 암을 절제할 수 있는 부위여서 과감하게 수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속하게 수술 날짜를 잡았다. 4일 후 강 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뇌의 앞쪽 부위를 크게 절제한 뒤 암 덩어리를 들어냈다. 다른 수술과 달리 뇌 수술은 미세한 신경 조직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전신마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별도의 ‘수술 감시장치’를 사용했다. 수술을 진행하면서 환자의 감각이 떨어지는지, 팔다리는 움직이는지 등을 수시로 파악하는 것. 강 씨 수술의 경우 다행히도 이런 상황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모든 수술을 마치는 데는 한나절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권 교수는 “요즘에는 뇌 항법 장치 등 장비들이 더 첨단화하면서 수술 시간도 줄이고 더 안전하게 암을 제거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가족 생각하며 항암치료 이겨내”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치료가 끝난 건 아니었다. 수술하고 한 달이 지난 후 곧바로 항암방사선치료(CCRT)에 돌입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따로따로 하지 않고 한꺼번에 진행하는 방식이다. 권 교수는 “교모세포종의 경우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동시에 하는 것이 표준 치료법이다”고 말했다. 강 씨는 주말 이틀을 빼고 평일에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치료를 받았다. 이런 식의 항암방사선치료는 약 40일 동안 진행됐다. 이제 다 끝났나 싶더니 아니었다. 곧바로 단독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한 달에 5회씩 총 6주기, 그러니까 30회의 단독 항암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강 씨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투병 의지를 다졌다. 그래야 할 이유도 있었다. 강 씨가 수술 후 퇴원한 뒤 집에 갔을 때였다. 딸아이가 교모세포종에 대해 검색하고 나서 울고 있는 것을 봤다. 그때 강 씨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병을 이겨내고 말겠다”고 결심했다.항암치료를 받다 보니 입맛이 뚝 떨어졌다. 헛구역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꾹 참고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많이 먹었다. 보통 암 환자들은 항암치료 중에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 쭉 빠진다. 하지만 강 씨는 오히려 체중이 늘었다.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던 해가 2018년 여름이었다.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하지만 강 씨는 더위에 맞서면서 매일 1시간 반 정도씩 산에 올랐다. 운동도 쉽지는 않았다. 축축 처졌다. 그래도 체력이 닿는 대로 높이 올라갔다. 이렇게 강 씨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견뎌냈다. ●“의사를 신뢰해야”강 씨는 “의료진은 내 생명만 살린 게 아니라 가족의 삶도 찾아줬다”고 말했다. 강 씨는 암 환자의 완치에 절대 필요한 덕목으로 ‘의료진에 대한 믿음’을 꼽았다. 사실 환자들에게 의사들은 소통하기 껄끄러운 대상일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말하는 의사를 믿고 따르기란 쉽지 않다. 그 때문에 또 다른 ‘특효 처방’을 찾는 환자들도 있다. 하지만 강 씨는 절대로 그러지 않았다. 오직 권 교수의 처방만 따랐다. 현실적으로는 많은 암 환자들이 이러지 못한다. 암에 걸린 후 더 많은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 카페와 같은 환자 커뮤니티에 가입한다. 문제는, 이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정보가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강 씨도 인터넷 카페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권 교수의 처방에 어긋나는 방법은 아예 시도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잘했고 강 씨 자신이 잘 투병하고 있으니 다른 조치가 필요 없다는 권 교수의 처방을 믿고 따른 것이다. 강 씨는 다른 암 환자에게도 이 점을 꼭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환자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해 치료 효과가 높다며 특정 상품을 팔려는 사람들이 많이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현혹되기 쉬운데, 그러지 마세요. 의료진을 믿고 따르는 게 옳습니다.”<강경아 씨 교모세포종 투병 일지>2018년 2월 15일 두통 발생. 진통제 효과 없음 이후 구토 증세까지 생김2018년 2월 19일 중앙대병원 응급실 직행. 뇌종양 진단(교모세포종)2018년 2월 23일 뇌종양 제거 수술2018년 3월~5월 항암방사선치료(CCRT) 시행 (주 5일, 총 40회)2018년 5월~10월 단독항암치료 추가 시행 (한달에 5회씩 6주기, 총 30회)2018년 10월 이후 정기적으로 재발 여부 추적 검사 진행2024년 2월 뇌CT 검사에서 종양 재발 소견 없음 확인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강경아 씨(55)는 2018년 2월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 후 6년 7개월이 흘렀다. 5년을 훌쩍 넘겼으니 사실상 ‘완치’다. 하지만 재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강 씨의 치료를 맡은 권정택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종양에는 완치 개념이 없다”며 “5년이 지난 후에도 재발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뇌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도 요즘 강 씨의 몸 상태는 무척 좋다. 강 씨는 “불편한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이전보다 더 자주 여행을 다닌다. 제2의 삶을 만끽한다. 그런 강 씨도 처음에는 여느 암 환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당수의 환자가 암 판정을 받으면 하늘을 원망한다. 강 씨도 그랬다. 처음엔 죄를 짓고 산 것도 아닌데 왜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곱씹었다. 강 씨는 자신의 병이 혹시나 자식들에게 대물림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다. 권 교수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이 “아이들에게 유전되느냐”였다. 유전 가능성이 없다는 말에 그나마 마음을 놓았다. 부모님께도 자식이 먼저 아픈 불효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너무 죄송스러웠다. 하지만 강 씨는 곧 마음을 추슬렀고, 적극적으로 암과 싸웠다. 강 씨의 뇌종양 투병기를 들어봤다.● 뇌종양, 두통과 구토 유발 2018년 2월 15일 두통이 시작됐다. 가끔 있는 일로 여기고, 처음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진통제만 사서 먹었다. 그런데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구역질과 구토 증세가 추가됐다. 4일 후 딸의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집을 나섰다. 승용차에서 내리자마자 또다시 구토가 시작됐고, 멈추지 않았다. 얼른 근처에 있는 의원으로 갔다. 의사는 빨리 큰 병원 응급실로 가 보라고 했다. 강 씨는 중앙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뇌 영상 촬영을 했다. 뇌종양이었다. 이와 관련해 권 교수는 “구토는 뇌종양의 가장 흔한 증세”라며 “뇌 안의 압력이 커지면서 토하게 되고, 여기에서 더 심하면 의식이 떨어지거나 뇌전증까지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 씨가 구토 단계에서 병원에 신속하게 왔기에 이후 대처를 잘할 수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뇌종양으로 인한 두통이라면 대체로 잠자고 일어났을 때 증세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깨어 있을 때는 호흡이 원활하니 뇌로 가는 산소도 넉넉하고 뇌 안의 압력도 적정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잠을 자게 되면 호흡량이 줄면서 뇌 안의 산소가 감소하고, 뇌 안의 압력은 올라간다. 권 교수는 “사실 두통만으로는 뇌종양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5년마다 뇌혈관을 포함한 뇌 검사를 받는 게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 최악의 교모세포종 강 씨의 경우 뇌의 오른쪽 앞부분에 악성종양이 있었다. 암의 크기는 지름이 무려 6cm에 달했다. 암 덩어리가 큰 것도 문제였지만, 암의 종류가 더 심각한 문제였다. 진단명은 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뇌종양을 심각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누는데, 교모세포종은 최악인 4등급에 속한다. 교모세포종은 뇌 조직 전반에 발생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5년 생존율이 10%를 밑돈다. 그만큼 치명적인 암이다. 하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권 교수는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고, 의료 기술도 좋아지고 있어서 생존율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강 씨의 상황은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었다. 유전자 검사를 해 보니 악성종양이 증식하는 비율의 수치가 너무 높았다.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있는데, 그것마저 강 씨는 작동하지 않았다. 쉽게 말하자면 암이 더 빨리 퍼지고, 약효가 잘 듣지 않는 유형이었다. 권 교수는 “강 씨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았는데, 이런 경우 6개월에서 1년 정도밖에 살지 못할 수도 있다”며 “수술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권 교수는 수술을 선택했다. 권 교수는 “어려운 수술이지만, 수술하지 않을 경우 수명이 6개월도 안 될 거로 생각했다”며 “다행히 광범위하게 암을 절제할 수 있는 부위여서 과감하게 수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속하게 수술 날짜를 잡았다. 4일 후 강 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뇌의 앞쪽 부위를 크게 절제한 뒤 암 덩어리를 들어냈다. 다른 수술과 달리 뇌 수술은 미세한 신경 조직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전신 마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별도의 ‘수술 감시장치’를 사용했다. 수술을 진행하면서 환자의 감각이 떨어지는지, 팔다리는 움직이는지 등을 수시로 파악하는 것. 강 씨 수술의 경우 다행히도 위험한 상황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모든 수술을 마치는 데는 한나절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권 교수는 “요즘에는 뇌 항법 장치 등 장비들이 더 첨단화하면서 수술 시간도 줄고 더 안전하게 암을 제거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 “가족 생각하며 항암치료 이겨내”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치료가 끝난 건 아니었다. 수술하고 한 달이 지난 후 곧바로 항암방사선치료(CCRT)에 돌입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따로따로 하지 않고 한꺼번에 진행하는 방식이다. 권 교수는 “교모세포종의 경우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동시에 하는 것이 표준 치료법이다”라고 말했다. 강 씨는 주말 이틀을 빼고 평일에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치료를 받았다. 이런 식의 항암방사선치료는 약 40일 동안 진행됐다. 이제 다 끝났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곧바로 단독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한 달에 5회씩 총 6주기, 그러니까 30회의 단독 항암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강 씨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투병 의지를 다졌다. 그래야 할 이유도 있었다. 강 씨가 수술 후 퇴원한 뒤 집에 갔을 때였다. 딸아이가 교모세포종에 대해 검색하고 나서 울고 있는 것을 봤다. 그때 강 씨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병을 이겨내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항암치료를 받다 보니 입맛이 뚝 떨어졌다. 헛구역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꾹 참고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많이 먹었다. 보통 암 환자들은 항암치료 중에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 쭉 빠진다. 하지만 강 씨는 오히려 체중이 늘었다.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2018년의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강 씨는 더위에 맞서면서 매일 1시간 반 정도씩 산에 올랐다. 운동도 쉽지는 않았다. 축축 처졌다. 그래도 체력이 닿는 대로 높이 올라갔다. 이렇게 강 씨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견뎌냈다. ● “의사를 신뢰해야”강 씨는 “의료진은 내 생명만 살린 게 아니라 가족의 삶도 찾아줬다”고 말했다. 강 씨는 암 환자의 완치에 절대 필요한 덕목으로 ‘의료진에 대한 믿음’을 꼽았다. 사실 환자들에게 의사들은 소통하기 껄끄러운 대상일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말하는 의사를 믿고 따르기란 쉽지 않다. 그 때문에 또 다른 ‘특효 처방’을 찾는 환자들도 있다. 하지만 강 씨는 절대로 그러지 않았다. 오직 권 교수의 처방만 따랐다. 현실적으로는 많은 암 환자들이 이러지 못한다. 암에 걸린 후 더 많은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 카페와 같은 환자 커뮤니티에 가입한다. 문제는, 이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정보가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강 씨도 인터넷 카페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권 교수의 처방에 어긋나는 방법은 아예 시도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잘했고 강 씨 자신이 잘 투병하고 있으니 다른 조치가 필요 없다는 권 교수의 처방을 믿고 따른 것이다. 강 씨는 다른 암 환자에게도 이 점을 꼭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환자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해 치료 효과가 높다며 특정 상품을 팔려는 사람들이 많이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현혹되기 쉬운데, 그러지 마세요. 의료진을 믿고 따르는 게 옳습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서승현 씨(37)는 올해 7월 첫딸을 출산했다. 과정은 험난했다. 일단 나이가 많은 고령 임신인 데다 이미 당뇨병이 있었고, 자궁내막암 진단까지 받았다. 임신한 후로 고혈압, 비만, 갑상샘기능저하증, 자궁경관무력증 등 여러 병이 추가로 생겼다. 전형적인 고위험 산모다. 임신중독증도 나타났다. 임신중독증은 고혈압이 원인이 돼서 나타난다. 초기에는 단순히 혈압만 오르지만 더 진행되면 부종, 두통, 시야장애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때로는 경련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임신중독증이 심하면 태반이나 태아로 혈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태아 성장이 멈추거나 사망하는 치명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서 씨는 역경을 이겨내고 아기를 출산했다. 비록 27주 만에 조산했지만, 아기는 별 탈 없이 잘 자랐다. 12일에는 기다리던 퇴원도 했다. 서 씨의 진료를 담당한 오수영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러 차례 어려움이 닥쳤는데, 그때마다 모두 이겨낸 사례”라고 말했다. ● 자궁내막암과의 싸움 2021년 11월이었다. 주기적으로 그랬던 것처럼 월경이 시작됐다. 다만 월경 기간이 평소보다 길어졌다. 출혈량도 급격하게 늘었다. 서 씨는 “피가 막 쏟아진다고 느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런 증세가 금방 사라질 줄 알았지만 무려 2주 동안 계속됐다. 서 씨는 혹시나 해서 동네 산부인과에 갔다. 조직검사를 받았다. 의사의 표정이 심상찮았다. 소견서를 써주며 상태가 좋지 않으니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서 씨는 암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하지만 크게 겁먹지는 않았다. 빨리 치료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서 씨는 “펑펑 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잖나. 정신 차리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서 씨는 삼성서울병원에 갔다. 예상했던 대로 자궁내막암이었다. 암 크기는 약 1.2cm. 병기는 1기로 진단됐다. 암이 확실하기에 수술을 지체할 수 없었다. 외래 진료를 받고 3일 후에 곧바로 이정원 산부인과 교수가 수술에 돌입했다. 자궁내막에서 암을 긁어내는, 일명 자궁소파술을 시행했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궁을 완전히 들어내는 수술을 하지는 않는다. 임신 가능성을 보고 자궁을 보존하기 위해 암 조직만 긁어내는 수술을 한다. 서 씨 또한 출산 계획이 있어 자궁소파술을 시행했다. 가임기 여성들은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호르몬 요법을 시행한다. 서 씨도 그랬다. 호르몬 요법을 시행하면서 3개월마다 조직검사를 통해 암 추가 발생 여부를 확인했다. 보통은 6개월이 지난 후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으면 일단 치료된 것으로 보고 임신을 허용한다. 하지만 서 씨는 그러지 못했다. 6개월이 지난 후 암이 다시 발견됐다. 아직 완전하게 치료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서 씨는 6개월 전과 똑같은 치료를 반복해서 받아야 했다. 2022년 12월, 조직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모든 게 정상이었다. 의료진은 1차 치료를 종결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치료를 1년 동안 진행해서 좋아지지 않으면 자궁을 절제하는 수술을 검토하게 된다. ● 자연 임신에 성공했지만 서 씨 부부는 아기를 원했다. 자궁을 절제하지 않고 보존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1년의 치료를 견뎌내니 비로소 임신과 출산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당장 아기가 들어서지는 않았다. 서 씨 부부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을까도 생각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2024년 1월 자연 임신이 됐다. 세상이 그렇게 밝아 보일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서 씨는 오 교수의 진료를 받게 됐다. 오 교수에 따르면 서 씨는 고위험 산모에 해당한다. 일단 35세 이후인 데다 초산이다. 자궁내막암 1차 치료를 끝냈지만, 완치까지는 3년 이상의 기간이 남았다. 여전히 암 환자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암에 걸리기 2년 전에는 당뇨병 진단까지 받았다. 임신하고 난 후에는 몸 상태가 더 나빠졌다. 갑상샘기능저하증이 먼저 생겼다. 혈압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체중도 늘어났다. 혈당도 높아졌다. 임신중독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급기야 입원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임신 18주째였던 올해 5월, 서 씨는 처음 입원했다. 자궁경관무력증 진단을 받았다. 자궁경부가 약해져 열리는 병이다. 열린 자궁 입구를 통해 양막이 보이거나 일부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 이 경우 자칫 유산이나 조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 교수는 자궁경부를 봉합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이후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거의 매달 병원에 가야 했다. 6월에도 배에 통증이 나타나서 다시 병원에 가야 했다. 똑같은 병이었다. 7월에도 그랬다. 이런 식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몸 상태는 임신 25주째부터 급격하게 나빠졌다. 수축기 혈압을 기준으로 140mmHg를 넘어서면 고혈압으로 보는데, 서 씨의 혈압은 180mmHg까지 올라갔다. 임신하면 없던 당뇨병도 생긴다. 이를 임신성 당뇨라고 한다. 서 씨의 경우 이 무렵 혈당이 dL당 230mm까지 올랐다. 보통 식전 혈당이 dL당 126mm를 넘으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또 온몸이 부어올랐다. 몸이 부어오르면서 체중은 일주일 사이에 20kg이 늘었다. 살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튀어나오지 않을 정도로 부종이 심했다.● 27주 만에 조산서 씨가 네 번째 입원하고 10일째 되는 날이었다.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오 교수는 조기 진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렇게 됐다. 임신 27주째를 맞아 새벽에 진통이 시작됐다. 서 씨는 자연분만으로 딸을 낳았다. 오 교수는 “혈압과 당뇨 등 여러 합병증이 있어서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면 산모의 회복이 매우 더딜 수 있었는데, 아기의 머리가 아래쪽을 향한 덕분에 자연분만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아기의 체중은 800g이었다. 보통 27주 정도면 체중이 1kg은 돼야 한다. 태아의 발육 상태가 다소 지연된 것. 신생아 중환자실(NICU)에서 아기를 돌보기 시작했다. 아기가 정상적으로 나오면 울음을 터뜨린다. 호흡이 되고 있다는 증거다. 폐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 아기 스스로 호흡하지 못한다. 이 경우 기도삽관이나 산소치료 등 여러 방법으로 호흡을 돕는다. 서 씨 아기의 경우 폐의 기능이 70∼80% 정도 작동했다. 곧바로 산소치료를 시작했다. 아기의 생명력은 강했다. 놀랍게도, 단 하루 만에 다른 장비의 도움 없이 스스로 호흡하기 시작했다. 몸무게도 쑥쑥 늘어 어느덧 2kg에 육박했다. 중환자실을 나와 일반 병실에서 보살핌을 받았다. 우유와 모유를 모두 잘 먹었다. 스스로 젖병을 빠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 교수는 “조산으로 태어났지만, 정상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했다. 서 씨의 아기는 12일, 마침내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 남편의 지지가 정말 중요서 씨는 요즘도 자궁내막암, 당뇨 등 질병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2, 3개월마다 병원을 찾는다. 몸은 많이 건강해졌다. 부종은 거의 다 빠졌다. 체중도 임신 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달라진 점도 있다. 예전에는 운동이라곤 해 본 적이 없었다. 병을 얻고 힘겹게 출산 과정을 겪고 나서 운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요즘에는 매일 30분씩 걷는다. 덕분에 혈당과 혈압도 떨어지고 있다. 오 교수와 서 씨 모두 “과정이 힘들었지만, 결과는 해피 엔딩”이라며 웃었다. 오 교수는 “서 씨의 밝은 성격이 역경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임상에서 많은 고위험 산모를 접하는데, 덜 걱정하고 편안하게 생각하려는 환자일수록 결과가 좋을 때가 많다. 물론 태아에게도 훨씬 좋은 영향을 미친다. 발생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 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서 씨는 “힘들 때 찡그리거나 꽁하고 있으면 몸이 더 아프더라. 일부러 웃고 떠들며, 안 좋은 생각은 하지 않으려 했다. 그랬더니 다 좋아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남편의 역할도 무척 중요하다고 했다. 오 교수는 “고위험 산모들은 모든 고통을 모성애로 견딘다. 그럴 때 남편의 지지가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서승현 씨(37)는 올해 7월 첫딸을 출산했다. 과정은 험난했다. 일단 나이가 많은 고령 임신인 데다 이미 당뇨병이 있었고, 자궁내막암 진단까지 받았다. 임신한 후로 고혈압, 비만, 갑상샘기능저하증, 자궁경관무력증 등 여러 병이 추가로 생겼다. 전형적인 고위험 산모다. 임신중독증도 나타났다. 임신중독증은 고혈압이 원인이 돼서 나타난다. 초기에는 단순히 혈압만 오르지만, 더 진행되면 부종, 두통, 시야장애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때로는 경련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임신중독증이 심하면 태반이나 태아로 혈류가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아 태아 성장이 멈추거나 사망하는 치명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서 씨는 역경을 이겨내고 아기를 출산했다. 비록 27주 만에 조산했지만, 아기는 별 탈 없이 잘 자랐다. 지난 12일에는 기다리던 퇴원도 했다. 서 씨의 진료를 담당한 오수영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러 차례 어려움이 닥쳤는데, 그때마다 모두 이겨낸 사례”라고 말했다. ●자궁내막암과의 싸움2021년 11월이었다. 주기적으로 그랬던 것처럼 월경이 시작됐다. 다만 월경 기간이 평소보다 길어졌다. 출혈량도 급격하게 늘었다. 서 씨는 “피가 막 쏟아진다고 느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런 증세가 금방 사라질 줄 알았지만 무려 2주 동안 계속됐다. 서 씨는 혹시나 해서 동네 산부인과에 갔다. 조직검사를 받았다. 의사의 표정이 심상찮았다. 소견서를 써주며 상태가 좋지 않으니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서 씨는 암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하지만 크게 겁먹지는 않았다. 빨리 치료하면 될 거로 생각했다. 서 씨는 “펑펑 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잖나. 정신 차리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서 씨는 삼성서울병원에 갔다. 예상했던 대로 자궁내막암이었다. 암 크기는 약 1.2㎝. 병기는 1기로 진단됐다. 암이 확실하기에 수술을 지체할 수 없었다. 외래 진료를 받고 3일 후에 곧바로 이정원 산부인과 교수가 수술에 돌입했다. 자궁내막에서 암을 긁어내는, 일명 자궁소파술을 시행했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궁을 완전히 들어내는 수술을 하지는 않는다. 임신 가능성을 보고 자궁을 보존하기 위해 암 조직만 긁어내는 수술을 한다. 서 씨 또한 출산 계획이 있어 자궁소파술을 시행했다. 가임기 여성들은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호르몬 요법을 시행한다. 서 씨도 그랬다. 호르몬 요법을 시행하면서 3개월마다 조직검사를 통해 암 추가 발생 여부를 확인했다. 보통은 6개월이 지난 후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으면 일단 치료된 것으로 보고 임신을 허용한다. 하지만 서 씨는 그러지 못했다. 6개월이 지난 후 암이 다시 발견됐다. 아직 완전하게 치료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서 씨는 6개월 전과 똑같은 치료를 반복해서 받아야 했다. 2022년 12월, 조직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모든 게 정상이었다. 의료진은 1차 치료를 종결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치료를 1년 동안 진행해서 좋아지지 않으면 자궁을 절제하는 수술을 검토하게 된다. ●자연 임신에 성공했지만서 씨 부부는 아기를 원했다. 자궁을 절제하지 않고 보존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1년의 치료를 견뎌내니 비로소 임신과 출산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당장 아기가 들어서지는 않았다. 서 씨 부부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을까도 생각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2024년 1월 자연 임신이 됐다. 세상이 그렇게 밝아 보일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서 씨는 오 교수의 진료를 받게 됐다. 오 교수에 따르면 서 씨는 고위험 산모에 해당한다. 일단 35세 이후인 데다 초산이다. 자궁내막암 1차 치료를 끝냈지만, 완치까지는 3년 이상의 기간이 남았다. 여전히 암 환자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암에 걸리기 2년 전에는 당뇨병 진단까지 받았다. 임신하고 난 후에는 몸 상태가 더 나빠졌다. 갑상샘기능저하증이 먼저 생겼다. 혈압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체중도 늘어났다. 혈당도 높아졌다. 임신중독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급기야 입원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임신 18주째였던 올해 5월, 서 씨는 처음 입원했다. 자궁경관무력증 진단을 받았다. 자궁경부가 약해져 열리는 병이다. 열린 자궁 입구를 통해 양막이 보이거나 일부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 이 경우 자칫 유산이나 조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 교수는 자궁경부를 봉합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이후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거의 매달 병원에 가야 했다. 6월에도 배에 통증이 나타나서 다시 병원에 가야 했다. 똑같은 병이었다. 7월에도 그랬다. 이런 식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몸 상태는 임신 25주째부터 급격하게 나빠졌다. 수축기 혈압을 기준으로 140㎜Hg를 넘어서면 고혈압으로 보는데, 서 씨의 혈압은 180㎜Hg까지 올라갔다. 임신하면 없던 당뇨병도 생긴다. 이를 임신성 당뇨라고 한다. 서 씨의 경우 이 무렵 혈당이 230㎜/dL까지 올랐다. 보통 식전 혈당이 126㎜/dL을 넘으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또 온몸이 부어올랐다. 몸이 부어오르면서 체중은 일주일 사이에 20㎏이 늘었다. 살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튀어나오지 않을 정도로 부종이 심했다.● 27주 만에 조산서 씨가 네 번째 입원하고 10일째 되는 날이었다.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오 교수는 조기 진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렇게 됐다. 임신 27주째를 맞아 새벽에 진통이 시작됐다. 서 씨는 자연분만으로 딸을 낳았다. 오 교수는 “혈압과 당뇨 등 여러 합병증이 있어서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면 산모의 회복이 매우 더딜 수 있었는데, 아기의 머리가 아래쪽을 향한 덕분에 자연분만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아기의 체중은 850g이었다. 보통 27주 정도면 체중이 1㎏은 돼야 한다. 태아의 발육 상태가 다소 지연된 것. 신생아 중환자실(NICU)에서 아기를 돌보기 시작했다. 아기가 정상적으로 나오면 울음을 터뜨린다. 호흡이 되고 있다는 증거다. 폐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 아기 스스로 호흡하지 못한다. 이 경우 기도삽관이나 산소치료 등 여러 방법으로 호흡을 돕는다. 서 씨 아기의 경우 폐의 기능이 70~80% 정도 작동했다. 곧바로 산소치료를 시작했다. 아기의 생명력은 강했다. 놀랍게도, 단 하루 만에 다른 장비의 도움 없이 스스로 호흡하기 시작했다. 몸무게도 쑥쑥 늘어, 어느덧 2㎏에 육박했다. 중환자실을 나와 일반 병실에서 보살핌을 받았다. 우유와 모유를 모두 잘 먹었다. 스스로 젖병을 빠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 교수는 “조산으로 태어났지만, 정상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했다. 서 씨의 아기는 지난 12일, 마침내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남편의 지지가 정말 중요서 씨는 요즘도 자궁내막암, 당뇨 등 질병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2, 3개월마다 병원을 찾는다. 몸은 많이 건강해졌다. 부종은 거의 다 빠졌다. 체중도 임신 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달라진 점도 있다. 예전에는 운동이라곤 해 본 적이 없었다. 병을 얻고 힘겹게 출산 과정을 겪고 나서 운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요즘에는 매일 30분씩 걷는다. 덕분에 혈당과 혈압도 떨어지고 있다. 오 교수와 서 씨 모두 “과정이 힘들었지만, 결과는 해피엔딩”이라며 웃었다. 오 교수는 “서 씨의 밝은 성격이 역경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임상에서 많은 고위험 산모를 접하는데, 덜 걱정하고 편안하게 생각하려는 환자일수록 결과가 좋을 때가 많다. 물론 태아에게도 훨씬 좋은 영향을 미친다. 발생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 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서 씨는 “힘들 때 찡그리거나 꽁하고 있으면 몸이 더 아프더라. 일부러 웃고 떠들며, 안 좋은 생각은 하지 않으려 했다. 그랬더니 다 좋아진 거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남편의 역할도 무척 중요하다고 했다. 오 교수는 “고위험 산모들은 모든 고통을 모성애로 견딘다. 그럴 때 남편의 지지가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위험 출산 서승현 씨의 투병-분만 일지>2019년 당뇨병 진단. 특이 증세는 없었음2021년 11월 월경 기간이 길어지고 출혈량이 극도로 많아짐, 자궁내막암 의심 소견2021년 12월 자궁내막암 확진 및 수술2022년 6월 자궁내막암 추가 발생 및 수술2024년 1월 자연 임신 성공2024년 5~7월 자궁경관무력증, 임신중독증 등으로 4회 입원2024년 7월 27주째에 딸 조산(체중 800g) 이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관리2024년 9월 딸 건강하게 퇴원2024년 현재 서 씨 자궁내막암 재발 징후 보이지 않음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40대 초반 여성 이미현(가명) 씨는 목뼈와 등뼈 주변 통증으로 한동안 고생했다. 처음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주변에 있는 의원을 찾아갔다. 물리치료를 비롯해 이런저런 치료를 꽤 많이 받았다. 치료를 받으면 통증이 사라졌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고, 통증이 다시 도졌다. 이런 식으로 2년 가까이 호전과 악화가 반복됐다. 이 씨는 결국 도종걸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를 찾았다. 도 교수는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부터 했다. 목뼈가 역C자형으로 휘어진 것 말고는 특별히 심각한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 도 교수는 이런 사실을 이 씨에게 알려줬다. 통증이 심하니 당장 모든 약을 끊을 수는 없었다. 다만 의원에서 받았던 그 밖의 치료는 모두 중단했다. 약을 먹으면서 따뜻한 샤워, 명상, 자세 교정 등의 행동요법을 병행했다. 동시에 유산소 운동을 했다. 2개월 정도가 지나자 이 씨에게 변화가 나타났다. 도 교수에게 진료받기 전 통증의 강도가 10점 만점에 8점이었는데, 이 점수가 3점으로 뚝 떨어진 것. 도 교수는 “목뼈 변형만 제대로 고친다면 불필요한 진료를 모두 없애도 통증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인 60%가 갖고 있는 목뼈 변형 척추 맨 윗부분을 목뼈(경추)라고 한다. 목뼈는 전방으로 살짝 튀어나온 게 정상적이다. 완만한 C자 형태다. 도 교수는 “목뼈가 C자형이어야 머리 무게를 효과적으로 분산한다”며 “목뼈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고, 목과 어깨의 움직임도 원활해져 통증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잘못된 생활 습관 등으로 인해 이 목뼈의 모양새가 달라질 수 있다. 처음에는 C자가 펴지면서 일자형이 된다. 이른바 ‘일자목’이다. 여기에서 더 나빠지면 머리가 앞으로 툭 튀어나오는 ‘거북목’이 되거나, 목뼈의 끝부분만 역C자형으로 구부러지는 ‘역C자목’이 된다. 도 교수는 “목뼈 변형 자체가 질병은 아니다”라면서도 “국내 성인의 60% 정도가 이로 인해 큰 불편을 겪는다”고 말했다. 대표적 증세가 목이나 어깻죽지 통증이다. 목뼈가 변형되면 목에 가해지는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서, 목 주변 근육과 인대가 더 긴장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가령 거북목의 경우 머리가 3cm 전방으로 돌출할 때마다 5kg 정도의 무게가 더 가해진다. 그대로 두면 목 통증은 만성화한다. 등과 허리로 통증이 확산할 수 있다. 더 심해지면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이나 어깨를 움직이기 어려운 어깨충돌증후군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도 교수는 “목뼈 변형이 시작됐다면 일단 목뼈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곧바로 자세 교정을 포함해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세 교육하며 서서히 치료 도 교수는 목뼈 변형에 대해 “열심히 살다 보니 40대와 50대에 이르러 받게 된 ‘삶의 훈장’ 같은 것”이라고 했다. 격무에 시달리고, 스트레스에 찌들면서 이 무렵에 환자들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은퇴한 60대 이후로는 환자 발생률이 낮아진다. 다만 거북목의 경우에는 무거운 책가방을 등에 지는 중학생 때 많이 발생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생긴 목뼈 변형이라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통증을 줄이는 약물을 사용하면서 자세 교육을 시행하면 된다. 다만 한두 차례의 치료만으로 좋아질 수는 없다. 짧은 시간에 회복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환자 본인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도 교수는 “물리치료, 약물치료, 근육주사, 신경 차단술 등으로 통증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이런 치료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며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완치’하려면 장기적으로 자세를 교정하고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것. 통증이 나타난다고 해서 무조건 주사부터 맞거나 ‘첨단 치료’를 받을 필요도 없다. 이 경우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증세만 악화시킬 수 있다. 이 씨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도 교수는 “목뼈 변형으로 근육통이 생겼다면 목뼈를 정상으로 되돌려야 치료가 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생활 습관부터 고쳐라 목뼈 변형의 치료법은 예방법과 마찬가지다. 잘못된 자세부터 고쳐야 한다. 우선 목뼈 상태부터 확인하자. 정면을 응시한 상태로 옆모습을 촬영한다. 사진 속 귀의 중앙부와 어깨선을 연결한 직선이 수직을 이루는 게 좋다. 만약 귀 중앙 부위가 앞쪽으로 나와 있다면 거북목일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벽에 등과 엉덩이를 대고 어깨너비로 다리를 벌린다. 정면을 응시한 상태로 머리를 벽에 댄다. 이때 벽에 머리가 닿지 않으면 거북목이라고 봐야 한다. 컴퓨터 작업을 하다 보면 머리를 앞으로 내밀게 된다. 거북목으로 악화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핸들을 꽉 잡고 상체를 내민다면 거북목이 생길 수 있다. 무거운 가방을 메면 머리만 앞으로 튀어나오게 돼 거북목이 생길 확률을 크게 높인다. 고개를 숙여 휴대전화를 보면 일자목이나 역C자목이 되기 쉽다. 하나씩 고쳐야 한다.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모니터를 눈높이로 맞춘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운전석 상단에 뒷머리를 붙인다. 무거운 가방은 앞으로 메거나 중량을 줄인다. 휴대전화를 볼 때는 고개를 숙일 게 아니라 팔을 들어 전화기를 눈앞까지 올려야 한다. 도 교수는 절대 휴대전화를 침실에 갖고 들어가지 말라고 강조했다. 침실에서는 어떤 자세로 휴대전화를 보든 목뼈 변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파 팔걸이 부분에 목을 대고 누워 자거나 그 상태로 TV를 보는 습관도 목뼈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 예방과 치료를 위한 운동 변형된 목뼈를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으려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도 교수와 안현주 물리치료사가 함께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운동법(안내 사진 참고)을 제시했다. 이 운동은 목뼈 변형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좋다. 모든 운동은 통증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시행해야 한다. 모든 동작은 천천히, 정확하게 해야 한다. 호흡은 평상시처럼 자연스럽게 하면 된다. 틈날 때마다 자주 하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민병미 씨(62)는 2022년 10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를 모두 마치고 현재는 항호르몬제를 매일 먹고 있다. 완치까지는 갈 길이 멀다. 민 씨 치료를 맡은 차치환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는 “유방암은 다른 암보다 복잡하다. 수술 후 10년은 지나야 완치 판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8년이란 시간이 남았다. 그러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여전히 ‘암 환자’인 셈이다. 그래도 차 교수와 민 씨 모두 긍정적이다. 지금처럼만 관리하면 충분히 완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차 교수는 “민 씨는 가장 모범적으로 암 투병을 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민 씨의 투병기를 들어봤다.● 스트레스가 암 유발? 2022년 5월이었다. 왼쪽 허벅지에 통증이 나타났다. 민 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 한쪽에 쌓인 짐을 다리로 툭 밀 때 문제가 생겼다. 무릎에서 ‘찡’ 소리가 난 것 같았다. 이후 수시로 무릎이 아팠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으면 좋아졌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팠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해 8월 초, 여름휴가를 해외로 떠났다. 현지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막 내리려는데 다리가 부어올랐다. 통증이 밀려왔다.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다. 패키지 여행이라 돌아오지도 못하고 6박 7일 일정이 끝나기만 기다렸다. 귀국하자마자 정형외과 의원에 갔다. 염증 완화 주사를 맞았다. 증세가 사그라드는 것 같더니 일주일이 지나자 다시 통증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왼쪽 다리만 아팠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른쪽 다리까지 붓고 아팠다. 잘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체중도 부쩍 늘었다.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해졌다. 류머티즘 질환 진단까지 받았는데 왜 병을 고치지 못하는지 화가 났다. 자꾸 씩씩거렸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다. 화내다 보면 눈이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민 씨는 “하루 종일 다리 문제로 신경이 곤두섰다. 평생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때였다”라고 말했다. 8월 말, 샤워하던 도중에 오른쪽 가슴 아래쪽에서 딱딱한 멍울이 만져졌다. 어떤 날에는 멍울이 있는 부위에서 통증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후 한양대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차 교수는 “가슴에서 딱딱한 멍울이 만져지는 건 유방암의 전형적인 신호다. 멍울이 만져진다면 민 씨처럼 지체하지 말고 검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 씨는 “류머티즘 질환으로 받은 스트레스가 유방암이 생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정말 그럴까. 차 교수는 “민 씨처럼 유방암 발병 직전에 극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환자 사례가 꽤 많다”고 했다. 이어 “급격한 체중 증가도 유방암이 생기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폐경 이후 여성에게 급격한 체중 증가는 유방암 발생의 큰 원인에 든다.● 2cm 암 덩어리… 투병 시작 암 덩어리는 다행히 1개뿐이었다. 크기는 약 2cm. 1기와 2기 사이였다. 암 덩어리가 조금 크기는 했지만 피부와 가까운 지점에 있었다. 만약 암이 더 깊은 곳에 생겼다면 처음부터 딱딱한 멍울이 만져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게다가 유방암에는 치료 경과가 좋지 않은 이른바 악성 암이 여럿 있는데, 민 씨는 비교적 치료가 잘 듣는 ‘순한’ 암이었다. 차 교수는 “암에 걸리기는 했지만 그나마 여러 면에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암 덩어리가 있는 부위 4cm 정도를 절제하고 암을 제거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암 전이를 예방하기 위해 겨드랑이를 통해 임파선을 제거하는 수술도 진행했다. 만성 염증이 있는 담낭도 제거했다. 수술에는 총 3시간이 소요됐다. 수술은 잘 끝났다. 암 덩어리가 1개인 데다 완벽하게 제거했기에 항암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차 교수는 항암 치료를 결정했다. 차 교수는 “일단 암 크기가 2cm로 작지 않았고, 재발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나이였기 때문에 항암 치료를 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항암 치료는 2023년 1월부터 시작했다. 민 씨가 류머티즘 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에 항암 치료에 더 신중해야 했다. 항암 치료로 인해 심장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2박 3일 동안 입원해 몸 상태를 살피면서 주사 맞는 방식으로 치료했다. 3주 간격으로 4회 진행했다.● 현재도 암 극복 중 항암 치료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구역질이 나오고 머리가 빠졌다. 입맛은 사라졌다. 너무 입맛이 없어 암 환자라면 먹지 말아야 할 된장이나 고추장 같은 발효식품을 먹었다가 설사하기도 했다. 차 교수는 “암 환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에 취약하다. 발효식품을 먹었다가 장염에 걸릴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옳다”고 했다. 그래도 암과 싸우기 위해 억지로 먹었다. 어떤 때는 하루에 열 끼를 먹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체중이 16kg이나 늘었다. 이번에는 체중을 줄여야 했다. 이를 위해 민 씨는 일에 더 매진했다. 민 씨는 의류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오래 일하면 어지럽고 식은땀이 났지만 일을 관두지 않았다. “집에 있으면 힘들어서 자꾸 눕게 됐습니다. 그러면 운동도 거의 못 했죠.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더 열심히 일한 것이죠.” 차 교수는 “암 환자에게는 운동을 권장하는데,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항암 치료가 끝나자마자 그해 4월 곧바로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다. 입원하지 않고 매일 병원을 방문해 20분씩 받았다. 정해진 방사선량을 초과하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치료한 것. 총 30회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방사선 치료와 동시에 항호르몬 치료도 시작했다. 민 씨의 유방암은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강한 유형이었다. 이 경우 여성호르몬이 암세포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호르몬을 낮춰주는 항호르몬제를 최소한 5년 동안은 먹어야 한다. 항호르몬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류머티즘 질환이 있으면 손가락이 뻣뻣해지고 무릎이 아프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래도 민 씨는 매일 항호르몬제를 먹는다. 삶은 윤택해졌다. 민 씨는 10여 년 전 대한민국예술대전(국전) 서예 부문에서 입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동안 글씨를 쓰지 못했다. 암과 투병하면서 다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단다. 올 4월, 다시 붓을 들었다.● 슬기롭게 암 투병해야 민 씨는 6개월마다 재발 여부를 살피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수술을 받고 5년이 지날 때까지는 6개월마다, 그 후에는 1년마다 병원을 찾게 된다. 재발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차 교수는 “수술 후 10년이 지나 완치를 선언한다고 가정한다면, 그때까지 암이 재발할 확률은 10∼20%”라고 말했다. 이어 “체중을 적절히 유지하고 식단을 관리하며 항호르몬제를 빠지지 않고 복용한다면 재발 확률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재발이다. 민 씨 또한 “재발이 가장 걱정된다.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올 때마다 재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막연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공동체 등의 격려가 두려움을 떨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차 교수는 ‘슬기로운 투병’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환자의 긍정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차 교수는 “민 씨의 경우 주변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들 정도로 유쾌하고 긍정적이다. 암 투병에 큰 도움이 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또 질병에 대해 환자 스스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병에 대해 많이 알수록 의사와 환자의 소통이 수월해집니다. 이 경우 최적의 치료법을 찾을 가능성도 커지죠.” 민 씨는 투병에 필요한 요소로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 의사를 무한 신뢰하는 순간부터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얘기다. 민 씨는 “차 교수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수술이 끝난 후에는 휴일인데도 입원실까지 찾아와 손을 잡아 줬다”며 “이런 배려가 투병 의지를 높여 줬다”고 설명했다. 권위적이지 않은 의사일수록 암 환자와의 소통이 원활해진다는 뜻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안상현(가명·55) 씨는 평소 건강에 자신 있었다. 운동도 자주 했다. 나이 들어 시력이 약간 떨어지기는 했지만 일상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해외여행 중에 눈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해가 떠오르는 찰나 갑자기 풍경이 휘어져 보였다. 귀국하자마자 병원을 찾았다. 곧바로 정밀 검사가 이뤄졌다. 양쪽 눈 모두 황반변성이라는 진단이 떨어졌다. 오른쪽 눈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떨어져 있었다. 왼쪽 눈도 이미 병이 꽤 진행돼 있었다. 안 씨의 치료를 담당한 박규형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안 씨의 오른쪽 눈 시력은 0.1이 되지 않았고, 왼쪽 눈도 0.5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안 씨는 거의 실명 상태다. 박 교수는 “만약 더 일찍 병을 발견했더라면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시력을 지켜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 황반변성 알아두자 안구의 안쪽에 얇고 투명한 막이 있다. 망막이다. 안구 안으로 들어온 빛 정보를 전기 정보로 전환해 뇌로 전달한다. 이 망막의 중심부에 있는 것이 황반이다. 녹황색 색소가 있어 노랗게 보이기 때문에 황반이란 이름이 붙었다. 황반변성은 드루젠이란 노폐물이 황반에 쌓이면서 시작된다. 노폐물 수가 많아지고 덩어리가 커지면서 황반에 밀집된 시세포들이 죽는다. 시세포는 빛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시세포가 죽기 시작하면 시력이 크게 떨어진다. 치료하지 않고 시간이 더 흐르면 황반에 비정상적인 혈관이 새로 생기기 시작한다. 이 혈관이 터져 출혈이 일어나고 흉터가 생긴다.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기기 전 단계를 건성 황반변성, 이후 단계를 습성 황반변성으로 구분한다. 대개는 건성에서 습성으로 악화한다. 습성 황반변성이 진행되면 실명의 위험도 커진다. 황반변성은 녹내장, 당뇨병성 망막증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이다. 황반변성의 경우 시야의 중심부를 보는 ‘중심 시력’이 0.1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주변부만 희미하게 볼 수 있다. 일상생활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되는 것. 황반변성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노화다. 최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황반변성 유병률은 50대가 11%, 60대가 20%, 70대 이상이 31% 정도다.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도 높아진다. 70대의 경우 10명 중 3명 이상이 황반변성 환자다. 박 교수는 “황반변성 환자 증가 속도가 무척 빠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약 2배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40대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박 교수는 “40대 황반변성 환자 유병률은 10년 전 1%였는데, 최근 3.6%로 늘었다”고 했다. 원인이 뭘까. 박 교수는 “심혈관질환처럼 황반변성도 전신질환이다”며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비만, 고혈압, 흡연 등이 모두 황반변성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간혹 청소년이나 20대 혹은 30대에서도 황반변성이 나타난다. 이는 노화와 관계가 없다. 이런 경우 대체로 고도 근시이거나 유전적 문제가 원인이다. ● 초기엔 증세 거의 못 느껴 박 교수는 안 씨와 같은 사례를 황반변성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고 했다. 황반변성에 걸려도 초기 증세가 거의 없어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박 교수는 “한쪽 눈에서 황반변성이 진행되고 있어도 다른 쪽 눈의 시력이 살아있다면 병을 거의 알아채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건성 황반변성일 때는 증세가 거의 나타나지 않아 병을 자각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심지어 초기에는 시력 자체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따로 검사하지 않는 한 병을 발견하기 어렵다. 시력은, 노폐물이 심하게 쌓이면서 망막이 위축되는 말기에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 정도까지 병이 악화하면 시력을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습성 황반변성일 때는 당장 증세가 나타난다. 황반에 비정상적인 혈관이 터져 흉터가 생기면서 황반 자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당연히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 그나마 증세가 약하면 가운데 부분이 찌그러지거나 구부러져 보인다. 여기에서 더 악화하면 중심부가 아예 보지 못할 정도로 까맣게 나타난다. 박 교수는 “이 정도 증세가 나타나면 치료가 어려워지고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며 “증세가 악화하기 전에 병원을 찾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어느 정도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 박 교수는 ‘암슬러 격자 검사’를 권했다. 건성 황반변성 중기 이전에 병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바둑판처럼 생긴 검사지를 눈높이 정도의 냉장고나 벽에 붙인다. 조명은 밝게 한다.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쓴다면 착용한 상태로 검사한다. 약 33cm 정도 거리에서 한쪽 눈을 가리고 검사지의 정중앙을 쳐다본다. 양쪽 눈을 번갈아 검사한다. 바둑판 모양이 직선으로 보인다면 정상이다. 하지만 휘어지고 검게 보이는 부분이 있거나 끊어져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황반변성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게 좋다. 박 교수는 “이 검사는 안과 의사들도 직접 해 볼 정도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니 가급적 자주 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 단계별로 치료법 달라 치료법은 황반변성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건성 황반변성이면 전문의약품은 없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게 주된 치료다. 꾸준한 관리를 통해서 병의 악화를 막는 것. 우선 금연과 선글라스 착용은 필수다. 담배와 자외선이 병의 진행 속도를 당길 수 있다. 이와 함께 베타카로틴, 루테인, 안토시아닌 등 눈에 좋은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지중해 식단도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다만 베타카로틴의 경우 흡연자는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 가지가 더 있다. 고용량의 항산화비타민을 먹는 것이다. 박 교수는 “여러 차례 임상시험 결과 고용량 비타민이 건성 황반변성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시중에서 파는 일반 비타민제와는 다르니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습성 황반변성으로 악화했다면 시력을 보존하기 위한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 우선 혈관의 파열을 막아 흉터가 덜 생기고, 황반이 덜 손상되는 치료를 해야만 한다. 안구에 항체 주사를 놓아 혈관의 활동성을 약화시키는 치료가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보통 발병 첫해에 6회 주사를 맞는다. 매달 혹은 두 달 간격으로 주사를 맞는다. 이후로도 필요하다면 평균 2∼4개월 간격으로 주사를 맞는다. 다만 환자에 따라 주사 횟수와 간격은 달라질 수 있다. 박 교수는 “좀 좋아졌다고 해서 주사를 끊으면 혈관의 활동성이 다시 강해지면서 시력을 잃을 수도 있어 환자에 따라서는 평생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 금연하고 정기 검진 필수 황반변성의 위험 요소를 압축하자면 크게 세 가지다. 첫째가 노화, 둘째가 유전적 요인, 셋째가 환경적 요인이다. 박 교수는 “노화와 유전적 요인은 피할 수 없더라도 환경적 요인만 잘 관리하면 병의 예방과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첫째, 금연해야 한다. 박 교수는 “흡연만으로도 황반변성 발생 확률이 2, 3배 높아진다”며 “따라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둘째,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등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황반에 쌓이는 노폐물을 줄일 수 있다. 더불어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다. 셋째, 건강한 식습관도 필수다. 등 푸른 생선이나 녹황색 채소를 자주 먹는 게 좋다. 박 교수는 추가로 녹차를 추천했다. 박 교수는 “환자들의 식습관을 분석한 적이 있는데, 매주 2회 이상 녹차를 마시는 경우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넷째,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다녀야 한다. 다섯째, 50세가 넘으면 정기적으로 눈 검진을 해야 한다. 박 교수는 “안저검사 하나만 해도 황반변성, 녹내장,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심 소견이 나오면 그 후 매년 검사를 하면서 진행 상태를 살펴야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박 교수는 “황반변성을 노안으로 여기면서 무시하지 말고 적극 대처해야 실명을 막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갑상샘(갑상선)은 목 앞쪽 중앙 부위에 있는 내분비기관이다. 양쪽으로 나비 날개를 펼친 모양새다. 갑상샘 호르몬을 만드는 게 주 역할이다. 갑상샘 호르몬은 체온을 유지하고 신체 대사 균형을 맞추는 일을 한다. 과다하게 분비되면 갑상샘 기능 항진증, 부족하게 분비되면 갑상샘 기능 저하증이 된다. 갑상샘 기능 항진증일 때 나타나는 증세는 다양하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픔이 가시지 않거나,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도 체중이 감소하기도 한다. 더위를 특히 참지 못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기도 한다. 불안하거나 초조할 수도 있고,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기도 한다. 하정훈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샘 기능 항진증의 증세가 너무 다양해 병을 인식하지 못하고 증세를 키우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병을 방치하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신속하게 병을 진단하고 성실하게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김혜정 씨(59)의 투병 사례를 들려줬다. ● 갑자기 체중 쭉쭉 빠져 2021년 초였다. 좀처럼 밤에 잠을 자지 못했다. 신경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졌다. 초조함과 불안 증세도 나타났다. 심장 박동수도 빨라지는 것 같았다. 과격하게 운동하지도 않았고, 일부러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닌데 3개월 사이에 8㎏이 빠졌다. 김 씨는 업무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김 씨는 수십 년째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 무렵은 팀장을 맡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가 컸다. 그래도 정확한 원인을 알고 싶었다. 특히 단기간에 체중이 확 빠진 게 걱정됐다. 그해 4월 김 씨는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 검진을 통해 병의 정체를 알았다. 갑상샘 기능 항진증이었다. 갑상샘 기능 항진증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샘 호르몬 수치를 확인한다. 김 씨의 경우 갑상샘 호르몬이 정상치의 3배를 넘었다. 김 씨는 하 교수를 찾아갔다. 하 교수는 “김 씨에게 나타난 증세들은 갑상샘 기능 항진증으로 생기는 전형적인 것들이다”고 말했다. 가령 심장이 빨리 뛰기 때문에 심박수가 빨라졌다. 대사 작용이 지나치게 활발해지니까 체중도 빠졌다. 동시에 땀이 나거나 예민해지고 불안과 초조감도 느껴야만 했다. 하 교수는 “김 씨는 겪지 않았지만, 위장과 대장 운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지면서 허기를 느낀다거나 설사를 자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호르몬 조절 약물 사용 김 씨는 호르몬 생성을 차단하는 약물을 처방받았다. 하 교수는 “호르몬 상태를 확인하면서 약의 용량을 제대로 조절하는 게 치료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필요량 이상으로 용량을 늘리면 오히려 갑상샘 기능 저하증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드물게는 영구적으로 갑상샘 기능에 손상이 생길 수도 있다. 김 씨의 경우 처음에는 5mg 정도를 투입했다. 약은 이틀마다 투입했다. 2주가 지나자 약효가 나타났다. 하 교수는 “혈액검사에서 호르몬 수치가 확 떨어졌다”고 말했다. 더불어 몸에 나타나던 증세도 조금씩 개선됐다. 쭉쭉 빠지던 체중도 더 이상 빠지지 않았다. 김 씨는 “무엇보다 체력이 다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2개월 정도가 지나자 더 이상 약효가 없는 것 같았다. 하 교수는 용량을 7.5mg으로 늘렸다. 다시 호르몬 수치가 많이 떨어졌다. 다시 용량을 줄였다. 나중에는 2.5mg까지 줄였다. 투입 횟수도 2일에서 3일에 한 번으로 조정했다. 김 씨는 이런 방법으로 2023년 초까지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약물을 처방받았다. 그러다 2월에는 더 이상 약을 투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약물을 끊었다. 이어 10월, 김 씨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사실 이 병은 재발이 비교적 잘 되는 병이다. 이 때문에 평생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다. 김 씨는 자신도 그런 과정을 밟을까 봐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씨는 2년여 만에 약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하 교수는 “보통 1년∼1년 6개월 동안 약물을 쓰면 호르몬 수치가 정상 범위가 되지만 재발을 막기 위해 충분한 기간(2∼3년)에 걸쳐 약을 쓴다”고 말했다. 김 씨의 투병기를 들여다보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하 교수는 “갑상샘 기능 항진증 치료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스트레스”라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 치료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 퇴사 후 못했던 일 도전… 활력 되찾아 갑상샘 기능 항진증 진단을 받고 4개월 후인 2021년 8월, 김 씨는 희망퇴직을 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병을 치료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김 씨는 “나로서는 큰 결단이었다”며 “35년 동안 열심히 일한 나를 위로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후 김 씨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에 열정을 쏟았다. 평소 책 읽기 좋아하고 메모하고 일기 쓰는 습관이 있었던 터라 간호사 생활 35년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책 집필에 도전했다. 1년 6개월 동안 원고를 정리했고, 마침내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열망이 강했는데, 그 꿈도 이뤘다. 2개 대학에서 간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수 있게 됐다. 활기가 조금씩 살아났다. 김 씨는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좋아하는데 잘 하지 못했던 분야, 바로 운동에 도전한 것. 김 씨는 물 공포증 때문에 수영을 전혀 하지 못했었는데 용기를 냈다. 공포를 이겨내니 수영이 즐거워졌다. 어렵다는 접영까지 다 배웠다. 탁구도 잘하고 싶었다. 동네 탁구장에 자주 갔다. 덕분에 동네 친구들이 많아졌다. 작년에는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했다.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매주 두세 번은 자전거를 탔다. 한 번 자전거를 타면 50㎞는 보통이고, 많게는 하루에 100㎞ 이상까지 달렸다. 국내 웬만한 곳은 다 누비고 다녔다. 얼마 전에는 일본 홋카이도까지 가서 9일 동안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김 씨는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 줬기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에 미쳐 봤다”며 “그랬더니 어느새 증세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하 교수도 “여건이 허락한다면 갑상샘 기능 항진증 환자의 경우 당분간이라도 일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게 아주 좋은 치료법이 된다”고 말했다. ● 요오드 섭취, 신중히 해야 김 씨는 단 한 번도 약 복용을 빠뜨린 적이 없다. 하 교수는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의외로 중간에 치료를 관두는 환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보통 2주 정도 약을 먹고 나면 증세가 좋아지는데, 이 상황을 ‘완치’로 지레짐작하고는 약을 끊는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그런 환자들은 대부분 재발해서 다시 병원에 온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어 “치료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병원 진료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며 “혈액검사도 정기적으로 꼭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 씨는 3개월마다 혈액검사를 받았다. 하 교수는 요오드 섭취에 신중할 것을 강조했다. 갑상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요오드가 많이 들어간 다시마 환이나 김과 같은 음식을 과도하게 먹지 말라는 것. 하 교수는 “그랬다가는 갑상샘 호르몬이 제 기능을 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갑상샘 기능 저하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갑상샘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김이나 다시마 환 같은 것을 무조건 먹지 말고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갑상샘 기능 항진증 치료를 끝냈는데 재발할 확률은 낮지 않다. 만약 재발한다면 종전의 증세가 똑같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재발은 약 복용을 중단하고 치료를 끝낼 때부터 3∼6개월 사이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이런 점 때문에 김 씨는 6개월 혹은 1년마다 재발 여부를 확인한다. 완치 판정을 받은 후부터 현재까지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40대 여성 이진아(가명) 씨는 언젠가부터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깨를 많이 써서 그러나 보다 했다. 하지만 어깨 통증은 말끔하게 사라지지 않았다. 얼마 후부터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전에 없던 수면장애가 생긴 것. 숙면하지 못하니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찌뿌드드했다. 그러다 몸 여기저기가 쑤시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팔다리에도 통증이 나타났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통증이 계속되니 병원에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포함해 온갖 검사를 다 했는데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이 씨는 다른 병원, 다른 진료과를 찾아갔지만 그곳에서도 원인은 못 찾았다. 의사들은 이상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심리적 이유에서 통증이 심해지는 것일 수 있다 싶어 정신건강의학과까지 갔다. 하지만 역시 원인은 찾을 수 없었다. 이 씨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한양대병원이다. 최찬범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섬유근통을 의심했다. 실제로 이 씨는 섬유근통 진단을 받았다. 원인을 찾자 치료가 훨씬 수월해졌다. 이 씨는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했고, 증세가 훨씬 나아졌다.● 삭신이 쑤신다는 병 섬유근통은 몸 여러 부위에서 다발적으로 만성통증이 나타나는 병이다. 주로 근육, 관절, 힘줄, 인대 같은 연부(軟部) 조직에서 통증이 나타난다. 류머티스 질환의 일종이다. 다만 섬유근통으로 인해 관절이나 근육, 장기 등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삭신이 쑤신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신체 여러 부위에서 통증이 나타난다. 하지만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혈액검사에서도 정상으로 나온다. 다른 검사를 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 때문에 꾀병이나 건강염려증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섬유근통이 발생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호르몬 분비량 변화, 뇌에서의 통증 유발 물질 증가,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을 비롯해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류머티스 관절염이나 강직성 척추염 또는 루푸스 같은 류머티스 질환이 있을 때도 섬유근통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나라 국민 2∼4%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정확하게 병을 진단하지 못해 실제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이나 청소년 환자도 있지만 여성 환자가 훨씬 많다. 최 교수는 “임상적으로 보면 10명 중 9명 정도가 여성 환자”라고 말했다. 40대와 50대에서 특히 많다. 통증에 이어 수면장애나 피로감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인지능력이 떨어지거나 기억력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신체 증세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증세가 한꺼번에 나타나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우울증 같은 정신과적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 교수는 “실제로 섬유근통 환자 상당수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다”고 했다. ● 통증 양상 잘 살펴야 의학적으로 통증은 몸이 손상됐다는 신호를 보내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어딘가에 부상이 있다면 통증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섬유근통에 걸리면 다친 곳이 전혀 없는데도 이곳저곳에 통증이 나타난다. 신경이 예민해졌거나 이상 감각 현상을 일으키면서 다치지 않았는데도 만성통증을 호소하는 것. 실제로 섬유근통 환자들은 “옷깃만 스쳐도 아프다”는 말을 자주 한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세는 전신통증이다. 운동을 격하게 했거나 다친 적도 없는데 오랜 시간에 걸쳐 통증이 서서히 심해진다. 최 교수는 “이런 통증이 3개월 이상 이어졌을 때 섬유근통을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증은 한 부위에만 머물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환자에 따라서는 여러 부위에서 동시에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통증이 나타나는 곳을 눌렀을 때 더 아프다는 특징이 있다. 이 압통점은 주로 목, 어깨 주변에 많다. 통증 양상은 다양하다. 몸이 뻣뻣한 느낌이 들다가 은근히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다가 깊은 지점까지 아플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아침에 증세가 더 심한 편이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하루 종일 증세가 지속될 수도 있다. 섬유근통은 X레이나 혈액검사, 조직검사 같은 방법으로는 진단하지 못한다. 최 교수는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증세와 신체 검진 데이터 등을 토대로 진단한다”고 말했다. 이 병이 의심될 경우 확진을 위해서 다른 질병이 있는지를 검사한다. 만약 관절과 근육에 문제가 있거나 감염, 면역질환 등이 발견된다면 해당 질병을 치료한다. 이 경우 섬유근통으로 진단하지 않는다.● 수면 품질 개선부터 섬유근통 진단을 받으면 약물로 치료한다. 증세를 완화하는 약물을 쓴다. 일반적으로 통증 조절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해 항우울제나 근이완제 등을 쓴다. 근육 부위 통증이 심하면 진통소염제를 쓰기도 한다. 사실 섬유근통은 심리적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병이기도 하다. 진단만 제대로 받아도 증세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최 교수는 “심각한 병인 줄 알고 있다가 병의 정체를 알면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예민했던 신경이 완화돼 증세가 개선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수면 품질을 개선하는 치료를 한다. 최 교수는 “깊은 잠을 자는 동안 신경에 쌓였던 자극과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이 경우 신경 민감도가 떨어지면서 통증을 덜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깊은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면 수면장애 치료법을 활용한다. 다만 수면제는 가급적 쓰지 않고 항우울제로 대신한다.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을 자주 하도록 처방한다. 단, 근력 운동은 신경 민감도를 높이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 햇볕을 자주 쬐는 것도 처방의 일부다. 비타민D가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생활습관을 실행했는데도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인지행동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시행한다. 환자가 느끼는 상태가 실제 상태와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게 해 주고, 자신이 느끼는 감각이 정상적이지 않음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치료법이다. 이렇게 하면 완치에 이를 수 있을까. 최 교수는 “의학 교과서에 따르면 2년 치료할 때 40% 정도 좋아진다고 돼 있다. 완치 개념이 없는 병”이라고 했다.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란 뜻이다. 최 교수는 “너무 당연하지만 스트레스를 줄이고 충분히 숙면하며 적절히 운동하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이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비법”이라고 말했다. ● 3단계로 자가 진단 최 교수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방법을 활용해 섬유근통 유무를 어느 정도 자가 진단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방법으로 자가 진단을 해 보자. 자가 진단은 3단계로 진행한다. 1단계에서는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와 지점을 살핀다. 몸을 크게 △왼쪽 상체 △오른쪽 상체 △왼쪽 하체 △오른쪽 하체 △중앙부 등 다섯 부위로 나눈다. 이어 세부 지점 19곳 중 눌렀을 때 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지점을 확인한다. 2단계에서는 통증 외 나머지 증세가 심한 정도를 평가한다. △피곤한 정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상쾌한 정도 △인지장애가 나타나는 정도 △두통 여부 △하복부 통증 여부 △우울 증세 여부를 측정해 각각 점수를 매긴다. 3단계에서는 섬유근통 여부를 최종 가늠해 보는 단계다. 1단계에서 5개 부위 중 4개 부위에서 통증이 나타나고, 이런 증세가 3개월 이상 지속됐다면 섬유근통을 의심할 수 있다. 특정 부위에서만 통증이 나타난다면 섬유근통이 아닐 확률이 높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020년 12월, 대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 정윤재 씨(71)는 겁이 났다. 그래도 심각한 질병은 아닐 거라며 놀란 마음을 달랬다. 정 씨는 치루가 재발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0여 년 전에 치루 진단을 받았었다. 치루가 악화해 지금 피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동네 병원에서 치루 수술을 받았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다음 날 오전에 터졌다. 수술이 끝났는데도 항문에서 피가 나왔다. 의사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행했다. 직장 부위에서 혹 같은 것이 보였다. 의사는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정 씨는 인근 A 대학병원으로 달려갔다. ● 치루인 줄 알았는데 암 A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다시 받았다. 우려가 현실이 돼 버렸다. 직장암 2기였다. 림프절 전이도 의심된다고 했다. 전이됐다면 직장암 3기로도 볼 수 있는 상황. 암은 직장 안쪽 3분의 2를 막았다. 추가 검사에서 신장 혹이 발견됐다. 예전부터 물혹 같은 것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 혹이 어느새 커져 있었다. 조직검사를 했는데, 이 혹 또한 암으로 판명 났다. 직장암이 전이된 것이 아니라 신장 자체에서 새로 암이 발생한 것이다. 두 가지 암을 동시에 진단받은 것. 두 암을 동시에 제거해야 했다. 2021년 2월, 정 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 시간만 10시간 가까이 걸렸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직장과 신장의 암은 모두 제거됐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었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미세한 암세포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 경우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될 수도 있다. 의료진은 예방적 항암치료를 시행하기로 했다. 2021년 3월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2주마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다. 항암치료는 총 12회 일정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순탄하게 끝나지는 않았다. 첫 3회까지는 밥맛이 좀 떨어지는 정도의 부작용이 있었지만 견딜 만했다. 동네를 세 바퀴 걷고 집으로 돌아올 정도로 기력도 좋았다. 하지만 4회째 항암치료를 받을 때부터 기력이 크게 떨어졌다. 운동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도 버티는 심정으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8회 치료를 끝낸 후에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의료진과 상의한 끝에 치료를 2주 정도 중단했다. 이후 다시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여전히 몸에 힘이 없고 입맛이 없었다. 제대로 식사하지도 못했다. 이를 악물고 12회 항암치료를 모두 끝냈다.● 간으로 전이, 수술 불가 판정 수술에 항암치료까지 모두 끝냈으니 더 이상 암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되기를 기대했다. 암의 전이와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추적 관찰 검사를 할 때마다 두근거렸다. 약 1년이 지났다. 2023년 3월, 간에서 암 2개가 발견됐다. 직장암이 간으로 전이된 것. 전이된 간암 치료는 쉽지 않아 보였다. 일단 암이 혈관 가까운 쪽에 있어 방사선 치료를 시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간 기능도 아주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섣불리 수술을 시도했다가는 간부전이 올 수도 있었다. 의료진은 일단 항암치료로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다시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이번에도 12회 일정이었다. 부작용은 1차 때보다 더 심했다. 거의 걸을 수조차 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는 것도 힘에 부쳤다. 식사도 거의 하지 못했다. 머리카락이 완전히 빠져 버렸다. 도저히 암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정 씨는 “모든 치료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항암치료는 끝내지 못했지만 수술이 좀 가능해졌을까 싶어 2023년 9월 수술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수술을 앞두고 시행한 검사에서 부적격 판정이 나왔다. 가족들은 충격에 빠졌다.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앞길이 막막했다. 다른 치료법이 없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정 씨의 아들 석일 씨(44)는 “정 안 되면 해외로 가서라도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양성자 치료가 전이된 간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양성자 치료는 삼성서울병원과 국립암센터, 두 곳에서 시행 중이라 했다.● 양성자 치료로 암에서 벗어나 지난해 10월, 정 씨는 기대 반 걱정 반 심정으로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그때 김나리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수술이 어렵거나 항암치료가 어려울 때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정 씨가 딱 그랬다. 암을 눈에 띄게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양성자 치료가 그나마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양성자 치료에 앞서 양성자 빔이 제대로 주입되도록 호흡 훈련을 했다. 이 훈련을 비롯해 준비 작업에 약 1주일이 걸렸다. 치료 예정일이 됐다. 양성자 빔을 월∼금요일 매일 30분씩 맞았다. 이것으로 양성자 치료는 끝났다. 김 교수는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연속적으로 양성자 빔을 쏜 후부터는 경과를 관찰한다”고 설명했다. 정 씨도 그 후 정기적으로 관찰을 하고 있다. 놀랍게도 간에 있던 두 개의 암 중 하나는 흔적만 남았다. 나머지 하나도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 기대 이상의 치료 효과였다. 하지만 암이 다시 커질 수도 있지 않을까. 김 교수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완치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 물론 아직 완치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다. 직장과 신장 상태는 지방 A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은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요즘 정 씨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한 삶을 보내고 있다. 몸이 급속도로 좋아졌다. 다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의사가 먹지 말라고 금지한 음식 외에는 모든 음식을 제대로, 잘 먹는다. 걷기 운동도 재개했다. 산을 좋아해서 산에 자주 간다. 매일 두 시간씩은 걷는다. 정 씨는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라며 웃었다. 투병하는 동안 가족이 힘들었다. 모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그때마다 석일 씨가 많이 노력했다. 석일 씨는 수시로 집에 들러 아버지를 살폈다. 병원에 갈 때도 늘 동행했다. 양성자 암 치료법도 석일 씨가 물색했다. 석일 씨는 “아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아니다. 아들이 나를 살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암세포 다시 자랄 확률 크지 않아” 양성자 암 치료법은 주로 간암이나 폐암, 전이된 간암이나 폐암, 두경부암, 소아암일 때 많이 활용한다. 방사선 치료의 한 종류다. 양성자 빔을 쏘면 암세포를 골라서 파괴한다. 방사선 치료보다 더 정밀하고 적은 횟수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방사선은 닿는 부위가 넓다. 이 때문에 병든 조직뿐 아니라 주변 건강한 장기까지 파괴한다. 반면 양성자는 목표 지점에 정확히 닿기 때문에 주변 장기나 조직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김 교수는 “일반 방사선 치료는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0∼30회는 해야 한다. 반면 양성자 치료는 길어도 10∼15회로 끝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양성자 치료는 매일 이어서 하는 게 원칙이다. 이유가 있다. 종양 세포는 치료해도 다시 자라기 때문에 가급적 자주 억제해 주면 좋다. 하지만 하루에 2회 이상 양성자 빔을 쏠 경우 정상 장기들이 제 기능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매일 1회 시행하되 며칠 동안 이어서 하는 것이다. 양성자 치료 이후 사라지거나 줄어든 암세포가 다시 자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김 교수는 “크지 않다”고 했다. 보통 양성자 치료를 끝내고 5년 정도 지날 때까지 암이 자라지 않을 확률이 80∼90%에 이른다는 것. 다만 다른 부위로 암이 전이될 수는 있기에 정기적으로 관찰할 필요는 있다. 보통은 치료 후 1년 이내는 3개월마다, 그 후로는 6개월마다 정기 검사를 통해 확인한다. 최근 국내 대학병원에도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리는 중입자 치료기가 도입됐다. 중입자 치료기는 치료율이 높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진료비가 수천만 원이라는 단점이 있다. 반면 양성자 치료는 전립샘암과 유방암을 빼고 대부분 암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전립선(전립샘)은 남성에게만 있는 생식기관이다. 정액의 일부 성분을 만든다. 젊을 때는 병을 별로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다가 40대 이후로 접어들면서 여러 질병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것이 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이다. 간혹 전립선암에 걸릴 수도 있다. 배웅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모든 전립선 질환에서 소변 볼 때 어려움을 겪는 배뇨장애가 공통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배뇨장애는 방광이나 요도에 문제가 있을 때도 발생한다. 따라서 배뇨장애만으로 전립선 질환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전립선염과 전립선비대증을 동시에 앓는 환자도 많다. 따라서 증세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배 교수는 “일단 배뇨장애가 나타나면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에 가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 전립선 질환, 알아 두자 50대가 되지 않은 청년과 중년층에서 가장 흔한 전립선 질환은 전립선염이다. 배 교수는 “남성의 절반 정도는 평생에 한 번 이상은 전립선염 증세를 경험한다”고 했다. 전립선염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누기도 하고, 세균성과 비세균성으로 나누기도 한다. 배뇨장애는 똑같이 나타나지만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증세는 약간씩 다르다. 가령 급성 전립선염이라면 열이 나고 오한이 느껴질 때도 있다. 소변이 자주 마려울 수도 있으며 때로는 소변을 참기 어려운 절박뇨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갑자기 소변이 막히는 급성 요폐 증세가 동반될 수도 있다. 전립선염일 때는 대체로 다른 전립선 질환보다 통증을 더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 주로 소변을 볼 때 고환이나 음경 등에 통증이 나타나지만 허리에도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50대 이후로 접어들면서 남성 호르몬 균형이 깨지며 전립선비대증이 늘어난다. 50대 남성의 절반 정도에서 전립선비대증이 발견된다. 이후 환자 비율은 더욱 늘어 60대는 60%, 70대는 70%까지 올라간다. 전립선비대증일 때도 다양한 증세가 나타난다. 일단 소변 줄기가 가늘고 힘이 없어진다. 중간에 소변 줄기가 끊어지기도 한다. 소변이 나올 때까지 한참 시간이 걸리거나 잔뜩 힘을 주어야 소변이 나올 수도 있다. 소변을 보고 나서도 시원하거나 개운한 느낌이 없을 때도 많다. 이 밖에도 소변이 자주 마려울 수도 있고, 갑자기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절박뇨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밤에 잠을 자다가 꼭 소변을 보러 일어난다. 배 교수는 “이런 증세 가운데 빈뇨와 야간뇨가 전립선비대증 초기 때부터 자주 나타나는 증세”라고 설명했다. 전립선암은 최근 고령자에서 특히 증가하는 암이다. 전립선암은 대체로 전립선 바깥쪽에 처음 생길 때가 많다. 따라서 암이 커지기 전에는 요도를 누르지 않아 아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전립선특이항원 검사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게 좋다. ●“만성전립선염, 골반 통증 나타날 수도” 전립선염이든 전립선비대증이든 일단 증세를 봐야 한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그 증세를 해결하기 위한 약물(알파차단제)을 우선 쓴다. 다만 질병에 따라 치료 우선 순위는 달라진다. 전립선염일 때는 세균성 여부를 따진다. 세균성 전립선염이라면 항생제 치료를 한다. 치료 기간은 다소 길어질 수 있다. 방광이나 다른 장기에 비해 전립선에 항생제가 침투하기 어렵기 때문. 보통은 2주에서 길게는 한 달 이상 항생제를 써야 할 수도 있다. 세균과 관계없는 염증이 오래 지속된 만성 전립선염의 경우 골반에 통증이 나타나기 쉽다. 이를 만성골반통증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치료가 쉽지 않다. 보통은 8주 이상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 근육 이완제나 물리치료, 통증 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전립선에 직접 저강도 체외충격파를 줘 항염증 효과를 얻어 치유하는 방법도 쓰이고 있다. 배 교수는 “전립선염은 증세가 다양해서 때로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중간에 관두지 않고 끈기를 갖고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립선비대증일 때는 약물 치료를 하면서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효과가 없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소변이 막히는 증세가 반복되거나 요로감염과 방광결석, 콩팥 기능 저하 같은 합병증이 나타난다면 신속하게 수술해야 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수술이 약물 치료보다는 효과가 좋다. 재발 확률도 낮다. 다만 약물 치료를 할지, 수술할지는 의사와 상의한 후 결정하는 게 좋다. 배 교수는 “간혹 특정 방법이 좋다며 고집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환자 상태에 따라 방법을 정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 의자에 오래 앉는 습관 피해야 전립선 질환은 원칙적으로 완치가 되지 않는 병이다. 노화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기에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배 교수는 “10년 전에 치료했던 전립선염이 최근 스트레스를 받아 신경을 많이 쓰면서 재발한 환자도 많다”며 “재발과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느긋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평소 생활 습관부터 개선하는 게 좋다. 우선 의자에 오래 앉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전립선과 주변이 자극받아 염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30분∼1시간 정도 앉아 있었다면 일어나서 몸을 풀어 주는 게 좋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게 좋다. 자전거를 오래 타면 회음부 주변이 안장에 눌려 뻐근할 때가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자전거 타기가 전립선 건강에 해로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배 교수는 “일시적으로 회음부 신경이 눌려 나타나는 현상일 뿐, 전립선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다. 자전거 타기는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자전거 타기가 좋은 것은 아니다. 급성 세균성 전립선염 환자는 전립선에 가해지는 자극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 때문에 딱딱한 안장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쿠션을 안장 위에 얹어 자전거를 타도록 한다. 가급적 치료 기간에는 자전거를 타지 않는 게 더 좋은 방법이다. 밤에 자기 전에 5∼10분 동안 온수로 좌욕을 하는 것도 전립선 질환 예방과 재발 방지에 도움을 준다. 하반신 좌욕을 해 주면 골반 주변 근육과 신경을 이완시켜 준다. 만성적으로 골반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 특히 좌욕이 좋다. 카페인이나 술같이 배뇨 증세를 악화시키는 것은 먹지 않는 게 좋다.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해서는 안 돼” 홈쇼핑 채널에서 가장 많이 판매하는 건강기능식품에 드는 것이 전립선 관련 제품이다. 이런 건강기능식품이 실제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될까. 배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식품이란 뜻이다. 그 자체로 치료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건강기능식품이 질병을 직접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건강기능식품 성분의 치료 효과를 연구한 논문이 여럿 있는데, 대부분 치료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 교수는 “기능성을 인정받은 이런 식품은 전립선 질병 조짐이 있거나 불편감이 느껴지는 아주 초기 상황에서 약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일단 질병 진단을 받은 후에는 약을 먹어야지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의사와 상담한 후에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병행 복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전립선 건강과 관련해 식약처 승인을 받은 건강기능식품은 현재 4종류뿐이다. 가장 먼저 승인받은 제품은 소팔메토 열매 추출물 같은 복합물이다. 이어 최근 3년 동안 사군자 추출 분말, 홍삼 오일, 녹용 당귀를 비롯한 복합추출물이 추가로 승인 받았다. 하지만 모든 회사 제품이 건강기능식품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니기에 구매할 때는 승인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게 좋다. 이 밖에 토마토나 콩 등을 원료로 한 식품이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토마토의 라이코펜 성분이 항산화, 항염증 작용을 해서 전립선 질환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 콩에 든 이소플라본이 남성 갱년기와 전립선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배 교수는 “의학적인 근거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서구화된 식사와 육식이 원인 중 하나이므로 채소 섭취를 늘리면 어느 정도 예방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고 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배에 있는 혈관 중에서 가장 큰 것이 복부대동맥이다. 이 동맥을 통해 배와 골반, 다리로 혈액이 공급된다. 건강한 상태라면 복부대동맥 굵기는 2∼2.5cm다. 하지만 혈관 벽이 약해지면 점점 굵어지다가 나중에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수 있다. 복부대동맥류다. 일반적으로는 정상 굵기에서 50% 이상 늘었거나 3cm 이상으로 커지면 복부대동맥류로 진단한다. 복부대동맥류 크기가 작다면 당장은 아무 증세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혹 같은 것이 만져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복부대동맥류가 파열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심지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응급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박정성 씨(52)는 복부대동맥류 환자였다. 박 씨 또한 대부분 환자가 그랬듯 아무런 증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복부대동맥류가 파열된 후 병을 발견했다. 여러 차례 시술과 수술을 거듭해야 했다. ●“시작은 작은 혹” 지방에서 파견 업무를 하던 2019년의 어느 날이었다. 왼쪽 아랫배에서 아주 작은 혹이 느껴졌다. 살짝 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기도 했다. 다만 통증이 없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곧 괜찮아지겠거니 하고는 잊었다. 혹이 만져질 정도로 커졌다. 그 후로도 혹은 점점 자랐다. 대략 3cm는 될 것 같았다. 이후로 통증이 나타났다. 약국에 갔다. 약사는 약을 주면서 병원에 갈 것을 권했다. 하지만 어느 진료과에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시 시간만 흘려보냈다. 3개월 정도 지나면서부터는 혹 부위 통증이 심해졌다. 바늘로 연신 찔러대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응급 차량을 불러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복부대동맥류 같다고 했다. 그 의사는 박 씨를 수술이나 시술이 가능한 인근 A병원으로 보냈다. A병원에서 정밀 검사한 결과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복부대동맥류는 이미 터져 있었다. 의사는 “왜 이제야 왔느냐. 수술이 힘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박 씨는 그제야 지난 3개월 새 병을 키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터진 복부대동맥류는 막아야 한다. 터진 부위를 봉합하고 약해진 다른 혈관 부위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복강경 시술을 하기로 했다. 2019년 10월 시술이 이뤄졌다. 몇 시간이 걸렸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당시 의사가 “시술이 잘됐다”고 말했다는 정도만 박 씨 기억에 남아 있다.●“시술 후 감염 못 잡아” 시술이나 수술을 하면 몸 안에 체액이 쌓인다. 이 체액을 그대로 두면 감염이 되거나 염증이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체액을 일부러라도 몸 밖으로 빼내야 한다. 이를 위해 가느다란 호스인 배액관(排液管)을 몸에 부착한다. 배액관을 통해 빠져나온 체액은 몸 밖에 단 주머니에 담긴다. 박 씨도 그랬다. 체액이 담긴 주머니를 주렁주렁 달았지만 그래도 시술이 잘됐다니 다행이라 여기며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며칠 만에 박 씨는 중환자실을 거쳐 일반 병실로 옮겼다. 다만 몸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게다가 몸에서 체액이 그만 나올 때도 됐는데 주머니는 항상 가득 찼다. 의사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결국 일주일 만에 다시 배를 열고 수술을 진행했다. 박 씨는 “당시 어떤 문제가 생긴 건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료 기록을 확인해 보니 덩어리진 혈액이 고여 있고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자칫 대형 감염으로 악화할 수 있어 부득이하게 개복(開腹) 수술을 한 것이다. 위기를 넘겼나 싶었는데 그해 11월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수술 부위에 혈액이 고였고 감염이 발생했다. A병원 의료진은 박 씨 배를 열고 두 번째 수술을 했지만 감염은 잡히지 않았다. A병원 의료진은 서울아산병원으로 박 씨를 보냈다. 나중에 박 씨 재수술을 맡은 권준교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감염을 막지 못하면 완치는 둘째치고 환자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그 때문에 대형 병원으로 보낸 것 같다”고 추정했다. 박 씨는 체액 주머니를 달고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갔다. 입원한 뒤 12일 동안 집중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하는 감염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감염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 비로소 복부대동맥류 투병도 끝났다고 여겼다.●“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수술” 이후 박 씨는 매년 복부대동맥 검사를 받았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지난해 8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됐다. 복부대동맥류 크기를 재 보니 종전 77mm에서 87mm로, 무려 10mm가 굵어져 있던 것. 권 교수는 “커지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당장 수술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했다. 권 교수는 “일종의 시술 합병증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씨가 A병원에서 받은 시술은 주로 70세 이후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많이 시행한다는 것. 시술 위험성은 크지 않지만, 10∼20년 후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박 씨의 경우 3년여 만에 재수술 위기를 맞은 셈이다. 권 교수는 “시술받은 환자의 10% 정도에서 복부대동맥류가 다시 커진다. 매달 한 명 정도는 재수술 환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수술이다 보니 수술 부위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가슴에서부터 골반 치골까지 다 열어야 했다. 심장에 무리가 갈 수도 있는 상황. 권 교수는 심장내과와 다학제 협진을 통해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지 살폈다. 무방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10월, 박 씨가 수술대에 올랐다. 권 교수는 A병원 의료진이 시술 당시 삽입한 스텐트를 제거하고 봉합한 대동맥 일부도 절개한 뒤 인조혈관을 삽입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수술 후 한동안 통증이 무척 심했다. 퇴원을 앞두고도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몸도 퉁퉁 부었다. 박 씨처럼 수술 후 이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권 교수는 “환자마다 통증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다. 수술 부작용이나 후유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얼마 후 이런 통증은 거의 사라졌다.● 이제 건강관리에 신경 쓴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났다. 이제 재발 가능성은 없을까. 권 교수는 “복부대동맥류가 다시 커지거나 터질 확률은 거의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시술과 달리 수술은 영구적으로 상태를 보존할 수 있다는 것. 이런 권 교수의 확신이 박 씨는 반갑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과거 시술을 받고 감염 문제로 고생하다 결국에는 재발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재발하기까지 3년이 걸렸으니, 이번에도 3년은 지나 봐야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복부대동맥류 투병 과정에서 박 씨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고 했다. 무엇보다 건강관리에 신경을 쓴단다. 박 씨는 스무 살 때 협심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도 딱히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에는 혈관이 막혀 스텐트 시술을 받아야 했다. 그러고 난 후에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처방받은 약을 먹지 않았고, 이후 추적 검사를 받지도 않았다. 돌이켜 보면 이후 32년 동안 심근경색이 발병하지 않은 것만도 감사해야 할 정도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이가 들면서 간 건강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간 수치가 정상 범위를 크게 넘어섰다. 이제는 간 독성을 유발하는 음식을 일일이 가려 먹는다. 간 수치를 떨어뜨리는 약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 먹는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이럴 때 권 교수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 권 교수는 박 씨에게 적절한 운동을 반드시 병행할 것을 권했다. 박 씨는 평생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원래 운동을 싫어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건강을 잃지 않기 위해 싫더라도 운동을 반드시 합니다.” 박 씨는 “전문가인 의사가 보기에 그게 꼭 필요하다면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그는 경남 거창에 살고 있다. 주변에 야트막한 산이 많다. 매일 산을 찾아 2시간씩 걷는다.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화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박 씨는 “병에 맞서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야 더 병을 키우지 않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0대 후반 남성 이명훈(가명) 씨는 새벽 조깅을 즐긴다. 언젠가부터 숨이 조금 차는 느낌이 들더니, 이윽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앓고 있던 알레르기 비염이 원인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따로 조치하지는 않았다. 기침이 더 심해졌다. 게다가 기침할 때 약간 쌕쌕거리는 느낌도 들었다. 이 씨는 강노을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를 찾았다. 강 교수는 천식을 의심했다. 폐 기능 검사와 기관지 확장제 반응 검사 등을 시행했다. 그 결과 천식으로 진단됐다. 이 사실도 모르고 이 씨는 오랫동안 비염 치료만 했던 것이다. 이 씨는 천식 흡입제를 처방받아 사용했고 얼마 후 기침 증세가 거의 사라졌다. 강 교수는 “이 씨처럼 만성기침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로 치료하다가 증세를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만성기침에 대해 알아두자 의학적으로 기침 그 자체는 질병이 아니다. 외부에서 해로운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폐와 기관지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몸이 반응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침을 통해 이물질을 배출하는 것. 강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기침이 1, 2주 이어진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침을 급성기침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질병과 무관하다. 질병으로 구분할 수 있는 기침은 8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기침이다. 외부 자극이나 이물질이 침투하지 않았는데도, 혹은 기침이 발생할 요인이 없는데도 기침이 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성인 100명 중 3∼10명 비율로 만성기침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성기침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비염이 원인이 된 만성기침(상기도기침증후군)이 있는가 하면 위식도역류질환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폐질환이 있을 때, 혹은 흡연을 오래 했을 때도 만성기침이 나온다. 백일해같이 어렸을 때 앓았던 호흡기 감염증 후유증으로 드물게 만성기침을 얻기도 한다. 아주 드물게는 약물 부작용으로도 만성기침이 생길 수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기침도 있다. 이를 비특이적 만성기침이라고 한다. 이런 환자는 대부분 ‘기침 과민성’이 높다. 목과 기관지에 있는 기침과 관련된 신경이 과도하게 예민한 상태라는 뜻이다. 이 경우 △온도 변화 △자세 변화 △음식 섭취 △향수 △먼지 △말하기 같은 사소한 자극만 받아도 기침 충동을 느끼고, 실제로 기침을 많이 하게 된다.● 원인에 맞춰 정확한 치료 필요 60세 여성 박정순(가명) 씨는 기침이 심해 요실금 증세까지 생겼다. 기침 때문에 밤에 잠에서 깰 때도 많았다. 박 씨는 비염 증세도 없고 흡연도 하지 않았다. 천식 검사도 했지만 음성이었다. 그런데 왜 기침을 심하게 하는 걸까. 강 교수는 기침이 나는 상황에 주목했다. 교회 지하에서 성가대 일을 할 때마다 기침이 나왔다. 지하철역에 들어갈 때도 기침했다. 이처럼 지하에 들어갈 일이 있을 때는 하루 종일 기침을 해 댔다. 일단 기침을 하면 발작적으로 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비특이적 만성기침으로 진단했다. 특정 상황에서 기침 과민성이 높아지는 유형으로 판단했다. 비특이적 만성기침일 때는 ‘기침 센서’가 뇌로 보내는 신호를 차단하는 약물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 마약성 진통제(성분명 코데인)나 우울증 계열 약물을 쓴다. 박 씨 또한 이 약물을 썼고, 그 결과 증세가 좋아졌다. 강 교수는 “약물을 장기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효과가 나타나면 중단했다가 만성기침이 재발하면 다시 쓴다”고 했다. 40대 남성 강정훈(가명) 씨도 만성기침 때문에 강 교수를 찾았다. 강 씨는 주로 밤에 기침이 심했다. 숨이 차기도 했고, 쌕쌕거리는 느낌도 들었다. 강 교수는 강 씨에 대해서도 천식을 의심했고, 관련 검사를 진행한 결과 천식 양성 판정이 나왔다. 강 교수는 천식 흡입제를 처방했다. 이 약물은 직접 폐로 전달돼 부작용을 줄이면서 증세를 완화해 준다. 실제로 강 씨 또한 흡입제를 사용한 뒤 1주일 만에 기침 증세가 크게 줄어들었다. 강 교수는 “일반적으로 천식 약물을 쓰면 3주째 정도부터 약효가 나타나며 4주 차 정도가 되면 뚜렷하게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증세가 좋아졌다고 해서 무조건 약물을 끊으면 천식 증세가 악화할 수 있으니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약물을 잘못 쓴다면 기침은 사라지지 않는다. 50대 남성 김정현(가명) 씨가 그런 사례다. 김 씨는 동네 의원에서 천식 진단을 받았다. 이후 오랫동안 흡입제를 처방받아 썼다. 그런데 기침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목에 이물감도 느껴졌다. 강 교수가 김 씨를 진단한 결과는 달랐다. 김 씨는 비특이적 만성기침에 더 가까웠다. 그러니까 기침이 멎지 않았으며 이물감 같은 증세는 흡입제 부작용이었던 것이다. 강 교수는 흡입제를 끊게 하고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했다. 김 씨는 기침이 잦아들었고 다른 부작용도 사라졌다. ● 천식과는 어떻게 다른가 천식에 의한 기침인지, 비특이적 만성기침인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다. 다만 기침의 양상을 세심하게 관찰하면 일반인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 천식에 의한 기침이라면 숨이 차고 쌕쌕거리는 느낌이 강하게 나타난다. 다만 숨 차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다른 점을 더 살펴야 한다. 주로 환절기나 야간에 기침이 더 심해진다는 점을 알아두자. 감기에 걸린 후 천식 기침이 생겨날 수 있다. 만약 감기가 다 나았는데도 한 달 이상 기침이 지속된다면 천식 기침이 시작됐다고 의심해야 한다. 천식 환자는 기도 점막이 취약하다. 감기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기도 염증이 더 증가하고 예민해진다. 이 경우 천식 흡입제를 빨리 써야 기침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위식도역류질환이 원인이라면 만성기침과 함께 속쓰림 증세가 나타난다. 좀 심할 경우 식도가 타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비염이 원인이라면 코에 알레르기 증세가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비특이적 만성기침은 가장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일단 시간적, 계절적 관련성이 없다. 하루 종일 기침이 나올 수도 있고, 며칠 동안 기침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기침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목이 간질간질하다가 기침이 시작된다. 발작적으로 기침이 나올 때가 많다. 한번 기침이 시작되면 잘 멈추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한 시간 넘게 기침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침이 심해지면 갈비뼈에 금이 가기도 한다. 일반 동네 의원에서는 천식 여부를 정밀하게 진단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증세만 가지고 흡입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강 교수는 “일주일 정도 흡입제를 처방받아 써 본 다음에도 효과가 없다면 상급 병원으로 가서 정밀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민감한 목, 이렇게 관리하자 만성기침은 원인에 따라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하지만 생활 습관을 교정해야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 교수는 강조했다. 일단 기침 과민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첫째, 기침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인식해야 한다. 강 교수는 “폐질환 때문에 가래가 있는 기침이 아니라면 억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더라도 헛기침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둘째, 입술을 오므리고 숨을 쉰다. 이와 함께 복식호흡을 하는 것도 과민성을 막는 방법이다. 평소에 자주 물을 마셔 주는 것도 좋다. 셋째, 외부의 민감한 자극 자체를 피하려고 해야 한다. 흡연은 물론이고 간접흡연도 피하는 게 좋다. 멘톨처럼 목에 화끈한 느낌이 들면서 건조하게 하는 것은 먹지 않도록 한다. 다만 단 성분이 있는 사탕은 기침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먹어도 무방하다. 평소 이같이 노력해도 목이 가려우면서 기침 충동이 생길 수 있다. 이때도 기침을 하지 않으려는 2차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기침이 나올 것 같으면 팔로 입을 막는다. 그 상태에서 침을 삼키거나 물을 마신다. 숨을 5∼10초 동안 참는다. 다음에는 최소한 30초 동안 코로 천천히 숨을 쉬도록 한다. 기침하지 않을 거라 믿으면서 팔에서 입을 떼고 코로 부드럽게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호흡한다. 만약 기침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남아 있다면 이 과정을 2회 이상 반복하면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