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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4∼6월) 30세 미만의 청년층과 ‘경제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 일자리가 각각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내수 업황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60대 이상의 일자리는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 증가 폭을 웃돌며 ‘일자리의 고령층 쏠림’이 더욱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2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는 2083만9000개로, 1년 전보다 25만4000개 늘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이었던 2020년 2분기(21만1000개)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연령별로 보면 30세 미만의 일자리가 13만4000개 줄어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7년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40대도 5만6000개 줄어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폭 감소했다. 반면 고령층인 60대 이상 일자리는 26만1000개 늘어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 증가 폭을 웃돌았다. 50대와 30대의 일자리도 각각 12만4000개, 5만9000개 늘었다. 산업별로 보면 건설 경기 부진 등으로 인해 건설업 일자리가 1년 전보다 3만1000개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건설업과 관련된 부동산업 일자리(―8000개)도 크게 줄었다. 내수 시장과 밀접한 도소매업 일자리는 1년 전보다 5000개 증가하는 데 그쳐 전 분기(1만5000개)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다. 60대 이상의 경우 보건·사회복지(10만8000개) 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공공 부문 일자리로 분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30세 미만의 경우 운수·창고업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40대는 건설업 부진의 직격탄을 맞으며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해외에서는 한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무인기(드론) 배송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상업용 드론 배송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섬 지역의 의료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드론으로 의약품 등을 배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 관계의 특수성이나 좁은 국토 면적 때문에 드론 관련 규제를 무조건 풀 수는 없지만 국내 드론 사업이 더욱 고도화된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월마트는 2021년 아칸소주 점포 한 곳에서 시작한 드론 배송 서비스를 텍사스, 플로리다 등 6개 주로 확대했다. 앞으로 배송 규모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마트는 향후 배송 규모 확대 등을 통해 연간 100만 개가 넘는 물건 꾸러미를 30분 안에 배송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은 이달부터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에서 최신형 배송 드론인 ‘MK30’을 띄우기 시작했다. MK30은 기존 드론에 비해 크기가 작고, 소음을 크게 일으키지 않는 게 주된 특징이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비행을 할 수 있고 배달 거리도 기존 모델보다 2배 더 늘어났다. 2030년까지 연간 5억 건의 드론 배송을 하겠다는 것이 아마존의 목표다. 일본 역시 드론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일본 드론 회사 소라이나는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2022년 4월부터 나가사키현 후쿠에섬에서 드론을 이용해 의약품 배송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면 검사와 비대면 검사를 병행할 수 있는 이동식 의원 ‘모바일 카’도 함께 운영한다. 후쿠에섬 주민들은 직접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진료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처방받은 약도 전달받을 수 있다. 중국도 드론 배송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배달 플랫폼 메이퇀은 2021년 초 처음으로 드론 활용 배송을 시작해 지난해 말 선전, 상하이 등 11개 구역에 25개 배송 노선을 개설했다. 메이퇀의 드론 배송 시스템 상용화로 만리장성 한가운데에서도 5분 안에 음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우천 등 다양한 기상 상황 속에서도 비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박석종 한국드론산업협회장은 “한국은 안보적으로 특수한 상황인 데다 국토 면적이 좁아서 해외처럼 비행금지구역 규제를 무조건 완화시킬 순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국내 드론 기업들이 드론의 고도화와 정밀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해당 분야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 등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소설희(경제부) 이축복(산업2부) 이청아(국제부)이채완(사회부) 한종호(산업1부) 기자}
지난달 25일 너비 125cm의 무인기(드론)가 제주 본섬에서 주문한 음식을 싣고 부속섬인 비양도로 빠르게 날아왔다. 비양도에서 2km 떨어진(직선거리 기준)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드론 배송센터를 떠난 지 4분 만이었다. 드론 안에는 공공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먹깨비’를 통해 주문한 떡볶이가 담겨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제주 시내에서 직접 떡볶이를 산 뒤 배를 타고 들어오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올해부터 시작된 드론 배송 서비스 덕분에 조리 시간과 배송 시간을 포함해 약 45분 만에 따뜻한 상태로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었다.● 뱃길로 15분, 드론으론 4분 만에 배달 제주도는 올 2월 국토교통부 ‘2024 드론 실증도시 구축 사업’에 선정돼 비양도를 시작으로 가파도, 마라도에 드론으로 음식, 휴대전화 등 생활필수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양도의 경우 매주 수∼금요일 중 선박이 다니지 않는 물류취약시간(오후 4∼8시) 사이에 앱 등을 통해 드론 배송을 이용할 수 있다. 배편으로 한림항에서 비양도까지 걸리는 소요 시간은 15분 정도이지만, 드론은 4분여 만에 도착해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특히 현재 비양도로 가는 배편은 오후 4시 이후에는 운영되고 있지 않은데, 드론 배송을 이용하면 배가 다니지 않는 시간에도 생활필수품 등을 배송받을 수 있다. 비양도 주민들 역시 드론 배송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비양도에서 나고 자란 김순선 씨(95)는 “얼마 전 마을 잔치 때 떡을 시켜 먹었는데 떡이 식지 않고 배달돼 놀랐다”며 “(드론이) 음식을 싣고 오는 것을 난생처음 봤는데 신기했다”고 말했다. 비양도 주민 고창숙 씨(85)는 “그간 비양도에 손주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이 많이 없었는데, 명절 때 손주들이 오면 치킨이나 피자 등을 드론 배송으로 시켜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민들뿐만 아니라 비양도에 놀러 온 관광객들도 드론 배송을 이용하고 있다. 비양도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부영희 씨(66)는 “아들이 비양도에서 민박집을 운영 중인데, 낚시하러 오는 손님들이 드론 배송으로 치킨 등을 꽤 시켜 먹는다”고 전했다. 비양도에서 한림항으로 역배송도 가능하다. 비양도 주민들은 드론을 통해 당일 채취한 문어와 뿔소라 등을 판매 목적으로 역배송하기도 한다. 아직은 하루에 4건 정도만 배달을 진행하고 있지만, 제주도는 향후 배달을 점차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2030년 배송 드론 시장 2.5배로 커진다 국토부는 올 3월 드론 실증도시 구축 사업에 14개 지자체를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K-드론 배송 서비스’를 실시했다. K-드론 배송은 국토부 드론 배송 가이드라인에 따라 각 지자체가 배송 거점과 배달점, 비행로, 배달앱 등을 구축하고, 배송업체는 드론 비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종합적인 안전 관리 체계가 적용된 형태의 드론 배송 시스템이다. 14개 지자체에서는 섬 지역 32개와 공원 지역 17개, 항만 지역 1개에서 드론 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는 제주도를 비롯해 경남 통영, 전북 남원 등의 지역에서 드론 배송이 진행되고 있다. 향후 국토부는 드론 배송 물품 등을 다양화하고 배송 지역을 확대해 섬이나 오지 거주민들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드론 배송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의 ‘2023 드론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은 2022년 약 274억 달러(약 38조4500억 원)에서 2030년엔 약 516억 달러 이상의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중에서도 ‘배송’을 목적으로 드론을 활용하는 시장의 규모는 2023년 20억 달러에서 2030년엔 2.5배 수준인 55억5000만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드론 안전성 평가 기준 더욱 세밀해져야” 이처럼 드론 배송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드론 기체 추락 등 안전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달 경기 김포시 야산에서 군대가 운용하던 드론이 떨어지며 화재가 발생했다. 9월에는 자율 비행을 하던 드론이 갑자기 전신주로 추락하며 화재를 일으켜 800만 원가량의 재산 피해가 생겼다. 특히 드론이 추락하면 인명 사고가 발생하거나 화재 등을 일으키며 재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커 일각에선 드론 상용화에 대해 우려가 적지 않다. 드론이 작동하며 일으키는 소음과 먼지 등도 해결돼야 할 문제 중 하나다. 김영권 한국무인기안전협회 이사는 “최근 드론 배송 등이 상용화되며 드론 크기도 커지고, 대도시 상공을 비행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안전에 대한 불안이 큰 만큼 드론의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더욱 세밀하게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드론 활용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제주지방항공청과 협력해 드론 조종사 준수 사항 홍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뿐만 아니라 드론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 등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합동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소설희(경제부) 이축복(산업2부) 이청아(국제부)이채완(사회부) 한종호(산업1부) 기자}
미성년 자녀를 키우면서 일도 하는 ‘워킹맘’ 비율이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 출산, 육아 등으로 일터를 떠난 경력 보유 여성의 비율은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120만 명을 웃돌았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기혼 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올 4월 기준으로 15∼54세 기혼 여성 중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취업자(워킹맘)는 266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18세 미만의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 여성의 고용률은 62.4%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자녀 수가 적고 자녀의 나이가 많은 여성들의 고용률이 높았다. 자녀가 1명인 경우 고용률은 63.4%였고, 2명과 3명 이상일 때는 각각 62.0%, 57.6%였다. 연령별로는 13∼17세 자녀를 둔 여성의 고용률이 69.2%에 달했고, 자녀 나이가 적을수록 고용률이 낮아져 7∼12세는 64.3%, 6세 이하는 55.6%를 보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육아휴직이나 돌봄 제도 등의 개선과 함께 여성의 지속적인 경제활동에 대한 인식 등이 좋아지며 이들의 고용률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워킹맘이 증가하면서 일을 그만둔 경력 보유 여성도 줄었다. 15∼54세 기혼 여성 중 일을 그만둔 경력 보유 여성의 비율은 15.9%였다. 지난해보다 1.1%포인트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다시 썼다. 그러나 일을 그만둔 경력 보유 여성 수 자체는 121만5000명에 달했다. 경력이 끊긴 이유를 보면 육아(41.1%)가 가장 많았고, 결혼(24.9%), 임신·출산(24.4%) 등의 순이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일을 그만두는 경력 보유 여성을 줄이기 위해 육아휴직 등 육아 친화적인 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자녀 돌봄이 남녀 간에 평등하게 이뤄져 여성의 사회 경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사회 인식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15일 제주 제주시 오등동에 위치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소 안에 자리한 하우스에는 대표적인 아열대 과일 중 하나인 새빨간 용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용과는 보통 고온건조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국내 날씨가 점점 따뜻해져 연구소에서 시범 재배를 하고 있었다. 또 다른 아열대 과일인 파파야, 올리브 등도 하우스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국가 연구기관인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기후변화에 맞춰 아열대 작물 재배 기술을 개발하며 농가에 재배 기법 등을 전수하고 있었다. 한현희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관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국토의 11% 정도는 이미 아열대 기후권”이라며 “최악의 경우 2050년에는 면적의 55%가량이 아열대 기후권에 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미 아열대 과수의 재배면적은 5년 전보다 80% 넘게 늘었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열대 과수의 재배면적은 약 221ha였다. 2018년(약 117ha)과 비교하면 88.9% 증가한 규모다. 아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 역시 지난해 기준 707가구로, 5년 전(426가구)보다 66% 늘었다. 기후변화에 따라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는 만큼 연구소에서는 강수량, 평균 기온 등을 바탕으로 키위 등 14개 작물의 미래 재배 적지가 2100년까지 어떻게 변할지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특히 제주의 대표 농산물인 감귤은 재배 한계선이 제주에서 남해안과 강원 해안 지역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는 벌써 감귤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4일 방문한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제주남원농협 거점산지유통센터(APC)에서는 올여름 이어진 역대급 열대야로 인해 노란 감귤 대신 녹색빛을 띤 감귤이 컨베이어 벨트 위로 움직이고 있었다. 현정호 제주남원농협 유통사업소 과장은 “올여름 극심한 열대야 때문에 일교차가 충분히 벌어지지 않으며 감귤이 노랗게 착색되지 못하고 녹색을 띠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제주의 열대야일은 74일로, 연간 열대야일 기준으로 역대 1위였다. 긴 열대야로 조생 품종의 감귤 출하가 예년보다 늦어지며 18일 현재 노지 감귤 10개의 소매가격은 4007원까지 뛰었다. 전년보다는 14.3%, 평년과 비교하면 30.3% 높은 수준이다. 다만 가격은 점차 안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부터 제주도에서 착색률과 무관하게 당도만 맞으면 감귤을 출하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해 올해 노지 감귤의 출하량은 40만8000t으로 전년(39만8000t)보다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제주=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15일 제주 제주시 오등동에 위치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소 안에 자리한 하우스에는 대표적인 아열대 과일 중 하나인 새빨간 용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용과는 보통 고온건조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국내 날씨가 점점 따뜻해져 연구소에서 시범 재배를 하고 있었다. 또 다른 아열대 과일인 파파야, 올리브 등도 하우스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국가 연구기관인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기후변화에 맞춰 아열대 작물 재배 기술을 개발하며 농가에 재배 기법 등을 전수하고 있었다.한현희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관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국토의 11% 정도는 이미 아열대 기후권”이라며 “최악의 경우 2050년에는 면적의 55%가량이 아열대 기후권에 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미 아열대 과수의 재배면적은 5년 전보다 80% 넘게 늘었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열대 과수의 재배면적은 약 221ha였다. 2018년(약 117ha)과 비교하면 88.9% 증가한 규모다. 아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 역시 지난해 기준 707가구로, 5년 전(426가구)보다 66% 늘었다.기후변화에 따라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는 만큼 연구소에서는 강수량, 평균 기온 등을 바탕으로 키위 등 14개 작물의 미래 재배 적지가 2100년까지 어떻게 변할지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특히 제주의 대표 농산물인 감귤은 재배 한계선이 제주에서 남해안과 강원 해안 지역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기후변화는 벌써 감귤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4일 방문한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제주남원농협 거점산지유통센터(APC)에서는 올여름 이어진 역대급 열대야로 인해 노란 감귤 대신 녹색빛을 띤 감귤이 컨베이어 벨트 위로 움직이고 있었다. 현정호 제주남원농협 유통사업소 과장은 “올여름 극심한 열대야 때문에 일교차가 충분히 벌어지지 않으며 감귤이 노랗게 착색되지 못하고 녹색을 띠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제주의 열대야 일은 74일로, 연간 열대야 일 기준으로 역대 1위였다.긴 열대야로 조생 품종의 감귤 출하가 예년보다 늦어지며 18일 현재 노지 감귤 10개의 소매가격은 4007원까지 뛰었다. 전년보다는 14.3%, 평년과 비교하면 30.3% 높은 수준이다. 다만 가격은 점차 안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부터 제주도에서 착색률과 무관하게 당도만 맞으면 감귤을 출하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해 올해 노지 감귤의 출하량은 40만8000t으로 전년(39만8000t)보다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제주=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이 2년 전보다 늘어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 절반 가까이는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미혼 남녀 모두 결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결혼 자금 부족’을 꼽았다. 12일 통계청에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에 대해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 조사 대상의 52.5%로 집계됐다. 2014년(5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2년 전보다 2.5%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올 5월 전국의 만 13세 이상 남녀 3만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남성에서 더 높았다. 남성의 경우 58.3%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은 46.8%로 절반에 못 미쳤다. 특히 미혼 여성은 4명 중 1명(26.0%)만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나이가 많을수록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비중이 높아졌는데, 60세 이상에선 72.3%가 결혼을 반드시 하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반면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중은 44.8%였다.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이들의 비중은 미혼 여성에서 컸다. 61.9%로 미혼 남성보다 14.1%포인트 높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N포세대’라는 말이 있듯 청년층의 경우 자산이나 거주, 취업 등으로 결혼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장년층도 청년들의 어려운 현실을 보며 과거처럼 결혼을 꼭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결혼 자금이 부족해서’가 31.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출산과 양육이 부담돼서’(15.4%), ‘고용 상태가 불안정해서’(12.9%) 등의 순이었다. 미혼 여성의 경우 2년 전엔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23.3%로 1위였지만, 이번에는 결혼 자금 부족이 25.0%로 가장 많았다.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답한 비중은 19.1%로 줄었다. 결혼 비용이나 절차 등을 포함한 결혼식 문화가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중은 76.9%로, 2년 전보다 3.8%포인트 상승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중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이 비중은 37.2%로 2년 전보다 2.5%포인트 늘었다. 이 비중은 2012년(22.4%) 이후 계속 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저출생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주거 지원’(33.4%)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취업 지원’(20.8%)이 뒤를 이었다.한편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처음으로 뒷걸음질 쳤다. 올해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답한 비중은 28.9%로 2년 전보다 4.4%포인트 감소했다. 사회가 안전하다고 답한 비중은 2014년(9.5%) 이후 2년 주기로 이뤄진 조사에서 매번 상승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직전 조사 때보다 감소했다. ‘안전하지 않다’고 답한 이들은 4명 중 1명(25.6%)이었다. 사회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는 범죄(17.9%)가 꼽혔다. 실업, 경제 위기 등을 의미하는 경제적 위험(16.5%)과 국가 안보(16.2%)도 주요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대부분 퇴비로 쓰이던 소똥이 앞으론 발전소 연료로 쓰인다. 정부는 2030년까지 가축분(소똥)을 활용해 매년 자동차 110만 대분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했다.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서울 종로구 농협카드 본사에서 환경부, 농협경제지주, 한국남부발전과 함께 ‘가축분 고체연료 활용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현재 가축분뇨 중 우분(소똥)은 대부분 퇴비화되는데,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녹조 등을 유발한다. 이러한 가축분뇨를 화석연료 대신 쓸 수 있는 고체연료로 전환한다는 것이다.이들 기관은 2030년까지 우분으로 만든 고체연료를 하루 4000t씩 발전에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고체연료 품질 개선과 생산시설 확충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목표가 달성되면 연간 160만t의 온실가스를 덜 배출할 수 있을 전망인데, 이는 자동차 110만 대가 내뿜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수준이다. 농식품부 박범수 차관은 “고체연료 사용은 대형 산업시설의 고체연료 사용 첫 사례로서 산업계에 고체연료 본격 활용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협약기관 등과 함께 고체연료 품질 개선 등을 추진하여 고체연료가 안정적으로 산업계에서 이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밝힌 대로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부진한 국내 민간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7일 ‘중장기 민간소비 증가세 둔화의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 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실장은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할 시 반도체 등 국내 수출 중심 기업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며 “기업의 수익 감소는 자연스레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결국 민간소비 위축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이미 국내 민간소비의 추세적 증가율이 잠재성장률 하락세와 높아진 물가 등으로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최근 민간소비의 추세적 증가율을 1%대 중반일 것으로 추정하며 1%대 중반을 상회하는 민간소비 증가세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도 구조적 요인에 큰 변화가 없다면 잠재성장률 하락과 함께 민간소비 증가율도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봤다. 다만 내년에는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1%대 후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중장기적으로 민간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구조 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준형 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은 “연구개발과 교육을 통해 생산기술 개발과 확산을 촉진해야 한다”며 “경제 전반의 유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자원 배분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1.3%에 그치며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오름 폭을 보였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10% 이상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하지만 배추와 무를 비롯한 채소류 물가는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라 ‘김장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 2021년 1월(0.9%) 이후 가장 낮은 상승 폭으로,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4월(2.9%) 3% 아래로 내려온 뒤 5개월간 2%대를 유지하다 9월부턴 2%를 밑돌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이 10.9% 떨어졌다. 지난해 7월(―25.9%)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석유류가 끌어내린 전체 물가 상승률은 0.46%포인트였다. 석유류 가격이 떨어지면서 공업제품 가격 역시 1년 전보다 0.3% 하락해 3년 8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폭염이 오랜 기간 지속된 탓에 배추, 무를 비롯한 채소류는 여전히 높은 가격을 이어갔다. 전체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2%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밑돌았지만 채소류는 전년보다 15.6% 뛰며 2022년 10월(22.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무가 52.1% 오르며 가장 많이 올랐고, 배추(51.5%) 열무(49.4%) 상추(49.3%) 등이 뒤를 이었다. 김장 채소 위주로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배추, 무는 9월 중순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생육이 부진해 10월 중순까지 가격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과일 가격도 오름세를 보였다. 폭염으로 인해 작황이 부진했던 귤은 1년 전보다 22.0% 올랐고 토마토 가격도 21.3% 상승했다. 다만 올 초 금(金)사과로 불리며 가격이 치솟았던 사과는 가격이 전년보다 20% 하락했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는 2.9% 오르며 전체 물가를 0.96%포인트 끌어올렸다. 정부는 김장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김장 재료 수급 안정 대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가격이 크게 오른 배추(2만4000t)·무(9100t)의 계약 재배 물량을 시장에 빠르게 공급하고, 고추·마늘·양파 등 양념 채소(2000t) 공급도 확대한다. 또 다음 달 4일까지 배추·무(최대 40%), 대파·마늘·천일염·젓갈(최대 50%) 등 김장 재료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 물가 상승률은 올 연말까지 2% 안팎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초중반, 근원물가 상승률이 1%대 후반으로 둔화했다”며 “물가 안정의 기반이 견고해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근원물가가 2% 부근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금융투자소득세가 백지화되면 연간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인하하기로 했던 증권거래세는 예정대로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잇따른 감세 정책이 세수 부진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세수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금투세 폐지로 연평균 1조4505억 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25년 시행하기로 했던 제도이기 때문에 원래 걷었던 세금이 덜 걷히는 건 아니다”라며 “다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그 정도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됐는데 그 부분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로 걷을 수 있는 세금 1조4505억 원이 줄어드는 것이다.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대폭 낮추기로 한 증권거래세는 금투세가 폐지돼도 예정대로 세율이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초 금투세 시행이 유예되면서 증권거래세율도 점진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는데, 내년엔 유가증권 0%(농어촌특별세 0.15% 제외), 코스닥 0.15%로 추가 인하가 예정돼 있다. 증권거래세 세율 인하로 내년 세금은 올해보다 1조5000억 원가량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관훈토론회에서 “여러 시장 상황을 봤을 때 거래세는 스케줄대로 인하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2년 연속 ‘세수 펑크’에 직면한 상황에서 금투세 폐지와 함께 증권거래세 인하를 동시에 진행하며 세수 감소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금투세 폐지와 증권거래세 인하를 동시에 진행하며 세수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세수 확충을 위해 새로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내놓은 올해 세법 개정안 분석 보고서에서 “정책 일관성 저하 등의 부작용을 감안해서 증권거래세 및 대주주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선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내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가 올해 3분기(7∼9월)까지 2년 반째 줄며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를 나타냈다. 서비스업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서비스업생산지수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인 가운데 최근 모든 지역의 백화점, 대형소매점 등에서 재화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등 내수 부진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7(2020년=100)로 작년 같은 분기보다 1.9%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4∼6월·―0.2%)에 꺾이기 시작한 이후 10개 분기째 감소하고 있다. 이는 1995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장기간 기록이다. 품목별로 보면 승용차, 가전제품 등 고가상품인 내구재가 지난해 2분기를 제외하고 2022년 1분기(1∼3월·―2.4%)부터 올 3분기(―0.4%)까지 매 분기 줄었다. 특히 승용차는 올 2분기(―13.2%)에 소비가 크게 준 데 이어 3분기(―1.4%)에도 감소 흐름이 지속됐다.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액지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7% 줄었다. 엔데믹 이후 여행과 외식 수요 등이 늘면서 증가세를 보였던 서비스 소비도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에 그치며 2021년 1분기(0.7%) 이후 14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내수 부진은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올 3분기 서울 부산 등 전국 8개 광역권·시도의 백화점 판매액지수는 전 지역에서 2개 분기 연속 1년 전보다 모두 감소했다. 특히 경남(―8.2%), 광주(―7.1%) 등에서 크게 감소했는데, 모든 시도의 백화점 판매액이 2개 분기 연속 줄어든 건 201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올 3분기 대형소매점 판매액 역시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 인천을 제외한 15곳에서 감소했다. 내수뿐 아니라 수출 역시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한국 수출액이 최대 61조7000억 원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수출은 4.6% 증가하면서 13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지만, 전년 대비 상승 폭은 둔화했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올 들어 9월까지 국세가 1년 전보다 11조 원 넘게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저조했던 기업 실적으로 법인세수가 부진을 이어간 데다 증권거래세수도 줄어든 영향이 컸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9월 국세 수입은 255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조3000억 원(4.3%) 줄어든 규모다. 1년간 걷으려고 목표로 잡은 전체 세금 중 실제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69.5%였다. 최근 5년 평균 진도율보다 8.8%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업 실적 저조로 납부가 줄어든 법인세는 9월까지 54조5000억 원 걷혀 전년보다 17조4000억 원(24.2%) 감소했다. 세율이 줄어든 증권거래세도 1년 전보다 1조 원 줄어든 3조9000억 원 걷히는 데 그쳤다. 9월 한 달간 국세 수입은 23조1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조9000억 원 줄었다. 특히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로 부가가치세 환급 규모가 커지면서 9월 부가가치세 세수는 전년보다 1조4000억 원 급감했다. 추석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등도 부가세 감소에 영향을 줬다. 2년째 세수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가세는 그나마 전년보다 더 걷히고 있는 세목 중 하나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65세 넘어서도 생계를 책임지며 일하는 노인들의 절반 가까이는 한 달에 버는 돈이 100만 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하거나 일자리를 찾는 고령층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많은데도 노인들의 근로조건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본보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4∼6월)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가운데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비율은 46.7%였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65세 이상 근로자 중 절반 가까이는 일해서 받는 돈이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된다는 뜻이다. 서울회생법원이 판단한 올해 1인 가구 최저 생계비는 약 133만 원이다.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 원은 넘지만 200만 원에는 못 미치는 가구의 비율도 21.5%였다. ‘200만 원 이상 300만 원 미만’ 가구와 ‘300만 원 이상’ 가구는 각각 19.1%, 12.8%였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올 5월부터 40%를 넘고 있다. 고령층 10명 중 4명은 취업했거나 일자리를 얻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고령층 경제활동 참가율은 2022년에 37.3%로 이미 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고령층 고용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 주는 임금 체계 개선과 정년 연장 등의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서울에 사는 이모 씨(69)는 매일 오전 9시 반부터 낮 12시 반까지 어린이집에서 일한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고 장난감 정리 같은 소소한 일을 돕는다. 주 15시간 근무에 그가 받는 돈은 60만 원 남짓. 이 씨는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빠듯해 일을 시작했다”며 “많지 않은 돈이지만 이 나이에 다른 일 할 곳을 찾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년을 넘겨서도 생계를 책임지며 일하는 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가운데 임시직으로 일하는 이들의 비율도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며 일하는 고령층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년 연장을 비롯한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계 책임지며 일하는 노인 절반 이상은 임시직30일 본보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4∼6월)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중 54.0%는 임시직이었다. 가구의 생계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데도 단기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는 셈이다. 가구주가 일용근로자인 경우(14.0%)까지 합치면 68%에 이른다. 상용근로자는 32.0%였다. 업종별로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사업 종사자가 32.9%로 가장 많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사업에 노인 일자리가 비교적 많이 분포돼 있어 해당 업종의 종사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11.1%),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10.5%) 순이었다. 고령층의 근로 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한국의 노인 빈곤율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황이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66세 이상 고령층 소득 빈곤율은 40.4%로, 회원국 평균치인 14.2%보다 3배로 높은 수준이었다. 일본(20.2%)과 미국(22.8%)의 경우도 한국의 절반에 불과했다.● “고령층 일자리 위해 정년 연장 등 논의할 때” 고령층 취업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월평균 399만6000명으로 청년층인 15∼29세(376만4000명)보다 23만 명 넘게 많았다. 올 2분기에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65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가 청년층을 뛰어넘었는데, 그 차이가 더욱 벌어진 셈이다. 게다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고령층 취업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은 전체 가구에서 고령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2년 24.1%에서 2052년엔 50.6%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60대는 줄어드는 노동 인구를 대체하는 생산가능인구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시점이 됐다”며 “정부도 공공 부문의 정년 연장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층이 일자리에서 경쟁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는 제도도 함께 뒷받침돼야 노년층도 근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온라인 소비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나면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의 취업자 수가 4만 명 넘게 감소한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택배 등에서 늘어나는 취업자 증가 폭은 1만 명에 못 미쳤다.한국개발연구원(KDI)이 29일 발표한 ‘온라인 소비 확대가 물가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소비에서 온라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나면 이후 1년간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의 평균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만2000명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숙박·음식점업에서 2만3000명, 도소매업에서 1만9000명 줄었다. 분석 기간은 2011년 1분기(1∼3월)부터 올 2분기(4∼6월)까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특수 상황과 내수 경기의 영향은 통제했다. 반면 운수·창고업에서는 취업자 수가 8000명 늘었다. 그러나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에서의 고용 감소 폭보다는 증가 폭이 훨씬 적었다. 이들 3개를 제외한 다른 업종에서는 온라인 소비 증가가 고용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연구를 진행한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면 오프라인 구매 활동과 외식 소비 등이 감소하기 때문에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의 일자리는 줄고 택배·물류 수요는 늘어나 운수·창고업 일자리는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전반적으로 온라인 소비 비중에 추세를 웃도는 충격이 발생할 경우 고용을 축소시키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온라인 소비가 확대되면 물가는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 화장품, 가전, 음식료품 등 9개 상품의 2017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의 물가 수준을 분석한 결과 온라인 소비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나면 9개 상품의 물가 상승률은 0.07%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2017∼2024년 전체 소비자 물가 역시 1.1%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경제·사회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7년 온라인 쇼핑 상품 거래액은 전체 소매판매액의 14% 수준이었으나 올 2분기엔 27%로 비중이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김 총괄은 “온라인 소비 확대가 전체 고용에 상당 기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단기간 내에 종사자들의 업종 간 이동이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며 재교육 강화 등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원활한 업종 전환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자 정부가 ‘외환 방파제’를 허물고 청약통장 가입자들이 낸 돈까지 끌어와 빈 곳간을 메우기로 했다. 지방정부에 나눠 주는 돈 역시 삭감하고 예정된 사업에 돈을 쓰지 않는 불용(不用)으로 지출도 줄인다. 나랏빚을 늘리는 대신 ‘기금 돌려막기’로 부족분을 채우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성장률이 2개 분기 쇼크를 보인 상황에서 정부가 ‘꼼수 대책’에만 의존하며 스스로 경기 대응 여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2024년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 방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올해 세금이 예상보다 29조6000억 원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는데 이에 따른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우선 각종 기금 및 특별회계에서 최대 16조 원을 끌어다 쓰기로 했다. 이 중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끌어다 쓰는 돈이 4조∼6조 원으로 가장 많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수 결손을 메우는 데 “외평기금 활용은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는데 한 달여 만에 이를 뒤집었다. 외평기금은 환율 급등락 시기에 달러나 원화를 사고팔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마련된 일종의 ‘국가 비상금’이다. 환율을 안정시키는 외환 방파제 역할을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이런 목적과 달리 세수 결손을 메우는 데도 쓰이고 있다. 외평기금과 달리 올해 처음 끌어다 쓰는 주택도시기금 역시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등에 쓰여야 하는 돈으로, 주택청약 저축액 등으로 조성된다. 주택도시기금에서도 최대 3조 원이 동원된다. 정부는 또 최대 9조 원 규모의 예산은 당초 편성 계획과 달리 지출하지 않기로 했다. 연말까지 경기 둔화에 대응할 재정 실탄이 부족해진 셈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회계적으로 국채 발행을 안 하는 것일 뿐, 기금 돌려막기가 정부 재무 상태를 더 좋게 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지금은 재정이 충분히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세수펑크에 2년째 기금 ‘영끌’… 서민 위한 주택기금도 끌어쓴다[세수펑크에 ‘기금 돌려막기’]정부, 세수 낙관론 펴며 감세 남발… 결손 커지자 ‘국가 비상금’ 빼내주거안정-환율방어 기금까지 동원… 지방교부금, 명확한 설명없이 삭감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금이 정부 예상보다 크게 덜 걷히면서 정부는 나랏빚이 늘어나는 국채 발행 대신 ‘기금 돌려막기’에 나섰다. 주요 대기업이 법인세를 한 푼도 못 낼 만큼 심각한 경기 상황에도 정부가 낙관론을 유지하면서 올해도 국가 비상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세 기조를 이어가면서 특정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기금까지 끌어다 쓰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수 낙관하던 정부, 국가 비상금 ‘영끌’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올해 세수 부족 대응책을 보고한 뒤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정부 내 가용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 채무를 늘리는 것은 미래 세대 부담이 되고 대외 신인도를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가 채무가 내년에 처음으로 12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는 국채 발행 대신 세수 부족분의 절반이 넘는 금액인 최대 16조 원을 기금에서 끌어와 쓰기로 했다. 정부의 공식 자금 조달 창구인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여윳돈이 4조 원밖에 되지 않아 정부는 나머지 12조 원을 다른 기금을 우회해 충당할 계획이다. 공자기금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 주기로 약속한 돈을 주지 않고, 주택청약 저축액 등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에서는 돈을 빌려오는 식이다.여기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야 할 돈도 당초 계획보다 6조5000억 원 줄이기로 했다.결국 정부의 낙관적인 경기 전망이 세수 과다 추계로 이어졌고, 2년 연속 기금 돌려막기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지난해 정부가 고수한 ‘상저하고’(하반기 경기 반등) 전망과 달리 기업 경기가 내내 부진하면서 올해 법인세는 정부 예상치보다 14조5000억 원 부족할 것이 확실시됐다.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작년 실적에 따라 올 3월 내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잇따른 ‘감세 카드’를 꺼내며 세입 기반을 더 약화시켰다. 기재부는 ‘한시적’이라던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을 3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이에 유류세가 포함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예상보다 4조1000억 원 부족하게 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성장세를 낙관하다 보니 세수에 자꾸 오류가 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로만 감세 정책을 펼쳐 왔다”고 말했다.● 재원 대책은 고무줄 잣대… 신뢰 갉아먹는 정부세수 부족 대응책들이 전적으로 정부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진다. 정부의 올해 세수 부족 대응책 역시 국회 논의를 거치지 않아도 시행할 수 있다. 기재부 장관 등이 위원장으로 있는 각 기금의 운용위원회 의결을 받아 기금 운용 계획만 바꾸면 된다.지방정부와 교육청에 주는 교부세와 교부금 역시 세수가 덜 들어온 만큼 삭감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고무줄 잣대다. 교부세 및 교부금은 내국세의 20%가량을 배분받도록 법에 정해져 있는데 이때 정부가 처음 예산을 짤 때 잡았던 ‘본예산’이 기준인지, ‘세수 재추계 결과’를 기준으로 삼아도 되는지는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정부는 세수 부족분과 연동해 삭감해야 하는 교부세 및 교부금 9조7000억 원 중 6조5000억 원만 깎는다고 밝혔다. ‘지자체의 재정 여건을 고려한다’는 이유만 밝힐 뿐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 지난해에도 교부세 및 교부금을 23조 원 삭감하기로 했다가 지자체의 반발에 18조 원으로 규모를 변경한 바 있다.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금은 기금의 목적이 있는데 그 재원을 돌려서 다른 데 전용한다는 건 기금의 존재 이유를 부인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세입 세출 계획을 다시 짜지 않고 여윳돈을 찾아 전용하는 건 향후 정부 신뢰도에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금이 정부 예상보다 크게 덜 걷히면서 정부는 나랏빚이 늘어나는 국채 발행 대신 ‘기금 돌려막기’에 나섰다. 주요 대기업이 법인세를 한 푼도 못 낼 만큼 심각한 경기 상황에도 정부가 낙관론을 유지하면서 올해도 국가 비상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세 기조를 이어가면서 특정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기금까지 끌어다 쓰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수 낙관하던 정부, 국가 비상금 ‘영끌’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올해 세수 부족 대응책을 보고한 뒤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정부 내 가용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 채무를 늘리는 것은 미래 세대 부담이 되고 대외 신인도를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가 채무가 내년에 처음으로 12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는 국채 발행 대신 세수 부족분의 절반이 넘는 금액인 최대 16조 원을 기금에서 끌어와 쓰기로 했다. 정부의 공식 자금 조달 창구인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여윳돈이 4조 원밖에 되지 않아 정부는 나머지 12조 원을 다른 기금을 우회해 충당할 계획이다. 공자기금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 주기로 약속한 돈을 주지 않고, 주택청약 저축액 등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에서는 돈을 빌려오는 식이다. 여기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야 할 돈도 당초 계획보다 6조5000억 원 줄이기로 했다.결국 정부의 낙관적인 경기 전망이 세수 과다 추계로 이어졌고, 2년 연속 기금 돌려막기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지난해 정부가 고수한 ‘상저하고(하반기 경기 반등)’ 전망과 달리 기업 경기가 내내 부진하면서 올해 법인세는 정부 예상치보다 14조5000억 원 부족할 것이 확실시됐다.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작년 실적에 따라 올 3월 내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잇따른 ‘감세 카드’를 꺼내며 세입 기반을 더 약화시켰다. 기재부는 ‘한시적’이라던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을 3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이에 유류세가 포함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예상보다 4조1000억 원 부족하게 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성장세를 낙관하다 보니 세수에 자꾸 오류가 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로만 감세 정책을 펼쳐왔다”고 말했다.● 재원 대책은 고무줄 잣대…신뢰 갉아먹는 정부세수 부족 대응책들이 전적으로 정부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진다. 정부의 올해 세수 부족 대응책 역시 국회 논의를 거치지 않아도 시행할 수 있다. 기재부 장관 등이 위원장으로 있는 각 기금의 운용위원회 의결을 받아 기금 운용 계획만 바꾸면 된다.지방정부와 교육청에 주는 교부세와 교부금 역시 세수가 덜 들어온 만큼 삭감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고무줄 잣대다. 교부세 및 교부금은 내국세의 20%가량을 배분받도록 법에 정해져 있는데 이때 정부가 처음 예산을 짤 때 잡았던 ‘본예산’이 기준인지, ‘세수 재추계 결과’를 기준으로 삼아도 되는지는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정부는 세수 부족분과 연동해 삭감해야 하는 교부세 및 교부금 9조7000억 원 중 6조5000억 원만 깎는다고 밝혔다. ‘지자체의 재정 여건을 고려한다’는 이유만 밝힐 뿐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 지난해에도 교부세 및 교부금을 23조 원 삭감하기로 했다가 지자체의 반발에 18조 원으로 규모를 변경한 바 있다.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금은 기금의 목적이 있는데 그 재원을 돌려서 다른 데 전용한다는 건 기금의 존재 이유를 부인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세입 세출 계획을 다시 짜지 않고 여윳돈을 찾아 전용하는 건 향후 정부 신뢰도에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최근 20여 년간 20대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이 20∼60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공채가 사라지는 등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며 저소득·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청년이 많아진 영향이다. 반면 60대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3배로 뛰어 20대 평균 임금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도 늘었지만 청년들은 그 과실에서 소외되다시피 한 셈이다. 이미 저성장이 굳어지는 추세라 이대로라면 지금의 청년층은 일자리 경쟁에서 계속 뒤처지고 ‘부(富)의 사다리’를 올라타지 못하는 ‘잃어버린 세대’가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23일 동아일보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통해 2001∼2023년 연령별 임금 자료를 전수 분석한 결과 20대 근로자가 받는 평균 임금은 2001년 104만1000원에서 지난해 230만3000원으로 121.2% 올랐다. 본격적으로 사회에 첫발을 딛는 때인 20대 후반(25∼29세)으로 좁히더라도 117만1000원에서 257만6000원으로 올라 임금이 오른 정도(120%)가 비슷했다. 물가 상승률을 걷어내면 20대의 실질임금은 51.5%만 올랐다.20대의 임금 상승률은 주요 경제활동인구인 20∼60대 근로자 가운데 가장 낮다. 임금 상승률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높아졌는데, 특히 60대는 205.5%로 3배 넘게 뛰었다. 그 결과 2001년만 해도 20대보다 26만 원가량 적었던 60대 평균 임금은 오히려 지난해에는 20대보다 7만 원 넘게 많았다.이 같은 현상은 고소득에 안정적인 직장으로 꼽히는 대기업의 취업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2019년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LG그룹과 SK그룹 등이 잇따라 공개 채용 제도를 폐지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신규 채용 연령대를 공개하고 있는 15대 대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57.5% 수준이었던 20대 신규 채용 비율은 지난해 50.8%까지 낮아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들은 소득이 정체돼 있다시피 해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해지고 있다”며 “청년들이 인적자본을 쌓을 시기를 놓치면 일자리 경쟁에서 계속 뒤처지고 평생 소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20대 임금상승률, 전 연령대서 꼴찌… 월급도 60대에 추월당해[‘富의 사다리’ 잃어버린 청년세대]韓, 대졸 청년비율 70% ‘OECD 1위’… 졸업부터 첫 취업까지 11.5개월좋은 일자리 부족, 취업준비 길어져… 저임금 전전하다 구직 포기하기도“청년들 경기악화에 가장 먼저 타격”올 초 1년간 다닌 중소 광고대행사를 그만둔 이모 씨(28)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두 달째 그냥 쉬고 있다. 공채가 집중되고 있는 시기지만 상반기(1∼6월)에 지원한 회사에서 모두 떨어진 탓에 지금은 한 걸음 물러나 ‘취업을 준비 중’이다. 20대인 이 씨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 퇴사다. 적은 월급에 근무환경이 열악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계속해 이직했다. 이 씨는 “직전 회사에서는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월급을 받고 일주일 내내 야근을 했다. 심지어는 휴가도 못 쓰게 해 퇴사를 결심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도 그는 “괜찮은 회사 가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다면 참고 다녀 볼걸 후회도 된다”고 했다. 20대 임금 상승률이 20∼60대 중 꼴찌로 나타난 건 이 씨처럼 원하는 직장에 가지 못해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젊은층이 많아진 결과다. 길어지는 취업 준비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구직을 아예 포기한 청년들은 정부의 고민거리로까지 떠올랐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있는데 20대가 제때 커리어를 쌓지 못하면 사회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취업시장서 소외된 20대… 60대에 월급 추월당해23일 동아일보가 2001∼2023년 연령별 임금자료를 전수 분석해보니 2023년 20대 근로자가 받는 월 급여는 평균 230만3000원으로, 20∼60대 가운데 가장 적었다. 특히 60대의 경우 2001년에는 평균 77만8000원을 받아 20대(104만1000원)보다 적었는데, 지난해에는 237만7000원으로 20대보다도 7만 원 넘게 더 받았다. 60대 근로자 임금이 20대를 앞지른 건 최저임금이 급등한 2018년, 2019년 이후 지난해가 역대 세 번째다. 2018년과 2019년에는 60대 임금이 각각 4000원, 9000원 더 많아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작년엔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60대는 양질의 일자리에 대거 취업한 반면 20대 고용은 나빠진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2년간 60대의 임금 상승률이 205.5%로 가장 높았고 이어 50대(178.1%), 40대(147.1%), 30대(139.3%), 20대(121.2%) 순이었다. 10대 임금은 이 기간 60만2000원에서 84만7000원으로 40.7% 올랐는데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질임금은 오히려 ―29.1% 뒷걸음질했다. 중소기업 제약회사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박모 씨(28)는 “4000만 원이 안 되는 지금 연봉으로는 결혼하고 집 사고 아이를 낳는 미래가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며 “대기업 직장인이 아니면 평범한 삶을 살기도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퇴근 후에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취업 준비 기간만 약 1년 ‘역대 최장’20대가 취업 시장에서 밀려나며 임금에서도 페널티를 받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소득에 근무 환경이 좋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결과로, 이 때문에 청년들이 취업 준비에 보내는 시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15∼29세 청년들은 졸업부터 첫 취업까지 역대 가장 긴 11.5개월을 쓰고 있었다. ‘역대 최장 취준생’ 시대가 열린 셈이다. 2018년부터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2년 전 포기한 유모 씨(30)는 대기업과 공기업이라면 직군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신입 공채에 지원서를 쓰고 있다. 최근 1년 반 동안 지원한 곳만 약 110곳인데 취업 준비 6년째인 올해도 여전히 백수다. 유 씨는 “수료 상태인 대학 졸업을 더 미루기 어려워서 대학원에 가기로 했다”며 “중간에라도 취업에 성공하면 대학원은 굳이 졸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청년들의 취업이 유난히 힘든 건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대학을 졸업한 청년 비율(69.7%)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였지만 이 중 16.9%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 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많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구직을 하지 않는 청년 ‘니트족’ 비중 역시 관련 통계가 있는 OECD 13개국 중 3위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부터 다른 연령대는 모두 취업자가 느는 반면 청년층은 고용이 오히려 가라앉고 있다.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영향에 더해 청년들이 경기 악화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다음 달부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L당 40원 넘게 오른다. 기름에 붙는 유류세 인하 조치가 올해 말까지 두 달 추가 연장됐지만 인하 폭은 줄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23일 발표한 유류세 탄력세율 운용 방안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 폭은 15%로 줄어든다. 유류세 인하 폭이 5%포인트 축소되면서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L당 656원에서 698원으로 42원 오른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지 않도록 일부 환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까지는 20%가 유지된다. 경유 역시 인하 폭이 30%에서 23%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경유에 붙는 세금도 L당 407원에서 448원으로 41원 오른다. 액화석유가스(LPG) 부탄도 인하 폭이 기존 30%에서 23%로 축소돼 L당 14원 오른 156원이 부과된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축소하면서 세수는 더 늘어나게 됐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세수 재추계에서 올해 유류세가 포함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당초 정부 예상보다 4조1000억 원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이는 유류세 인하 폭이 현행대로 유지되는 상황을 전제로 산출한 전망치였다. 인하 폭이 축소되긴 했지만 유류세 인하 조치가 12번째 연장을 이어가면서 유류세 인하는 3년 넘게 이어지게 됐다. 2021년 11월 처음 도입된 유류세 인하 조치는 2022년 7월에는 인하 폭을 37%까지 확대했다가 지난해부터는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만 25%로 축소했다. 올 7월부터 이달 말까지는 휘발유와 경유의 인하 폭이 각각 20%, 30%였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