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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이대로 못 살겠다’ 아우성인데, 국정농단 권력놀음에 취한 저들은 ‘이대로 영원히’를 외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9일 오후 6시 반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촛불혁명으로 불의한 권력을 끌어내린 저력 있는 민주시민”이라며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행동하는 양심으로, 김건희 왕국을 끝장내자”라고 덧붙였다.이 자리는 민주당 주도의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2차 집회였다.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까지 야5당이 함께 했다. 이날 오후 서울 도심에선 대규모 반(反) 윤석열 대통령 집회가 잇달아 열렸다. 앞서 오후 4시 세종대로 일대에선 민주노총 등이 참여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가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를 열고 윤 대통령 퇴진 요구를 본격화했다. 소수 야당인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외치고 있지만, 제1야당인 민주당은 아직 그와 같은 구호를 공식적으로 꺼내들진 않았다. 하지만 ‘탄핵’ ‘하야’ ‘임기단축’ 등 꽃놀이패를 들고 사실상 ‘정권 퇴진 운동’을 개시했다는 시각이 많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겪은 지 불과 7년, 국민들은 지지에서든, 우려에서든 “이러다가 또 탄핵 국면이 올 수 있다”라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이철희는 6일 펴낸 책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메디치)에서 “그가 하는 꼴을 보자니 탄핵만이 답인 듯 싶다”라고 운을 뗐다. 4월 총선 결과나 여론조사 지지율이 ‘바뀌라’라고 명령해도 ‘쇠귀에 경 읽기’ 하는 듯한 윤 대통령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자니 걸리는 게 적지 않단다. 무엇보다 아직 딱 부러지는 사유가 없고, 탄핵을 통해 얻게 될 결과도 마뜩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민심은 진퇴양난이다. 딜레마에 빠져있다. 탄핵으로 나아가기도 부담스럽고, 탄핵을 접고 물러서기도 마땅찮다. (중략)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할 순 없으니 국민으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이 전 수석은 ‘합리적인 정치 논객’으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탄핵의 정치학’이란 부제가 붙은 그의 책은 이런 딜레마 상황에 대한 차분한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 이 전 수석이 책 전반에서 강조하는 것은 ‘탄핵 제도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절차이자 현상’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탄핵할 사유가 되느냐”, “탄핵할 만큼 그 사유가 무겁느냐”로만 접근한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대통령의 운명을 가른 사례들을 보면 탄핵 사유의 경중보다는 대중적 요구나 의회의 구도와 같은 정치적 맥락이 더 중요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 “탄핵 제도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탄핵을 시도하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아래와 같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만 규정돼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65조 ①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이 전 수석은 “탄핵 사유가 얼마나 헌법에 규정된 사유에 근접하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와 더불어 얼마나 대중적 신뢰를 얻고 있느냐는 정치적 평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탄핵심판을 하는 헌법재판소는 법 위반 정도의 중대성을 따지게 된다. 이 전 수석은 여기서 탄핵 제도의 정치적 속성을 길어낸다.“그 ‘중대성’을 확증하는 정량적 기준이 사실상 없다 보니, 정성적인 측면, 예컨대 국민의 안정적·초당적 지지 여부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했으므로 그를 부정하는 결정은 마땅히 국민의 뜻을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꼭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탄핵은 정치적 동기에서 추진된다는 게 이 전 수석의 지적이다. 다만 국민의 지지나 저항과 같은 집단적인 정치적 이성이 발휘되며 그 시도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이 전 수석은 여기서 ‘실패한 탄핵’과 ‘성공한 탄핵’을 결정짓는 다음의 체크리스트를 끌어낸다. 탄핵의 시발점이 되는 스캔들, 의회의 당파적 배열, 여당 또는 집권 연합의 분파적 배열, 대통령 리더십, 대중여론 등에 관한 것이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당파적 탄핵이 실패로 귀결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와 ‘촛불 혁명’으로 명명되며 결국 헌재의 파면 결정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를 대입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탄핵의 성패는 대중의 동의 획득에 달렸다”이 전 수석은 “탄핵이 최고의 화풀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라며 현재의 정치 상황을 개탄한다. “공직자가 중대한 잘못을 저질러 그 자리에 계속 두기 어려울 때 동원될 수 있는 장치로 고안된 것이 탄핵”인데 “지금은 적대적인 인물이나 미운 사람을 제거하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탄핵 제도가 되레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현실을 말한다. 그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분립의 작동 원리를 흔들며 대통령은 ‘전횡의 유혹’을, 국회는 ‘탄핵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전 수석은 우선 “대통령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꼭 필요한 규범이 제도적 자제”라는 점을 짚었다.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 시도에 맞닥뜨린 출발점도 “두 대통령은 자제하지 않고 국회와 대립함으로써 탄핵 시도를 불러오기 좋은 지형을 조성하는 우”를 범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국회도 탄핵권을 남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수석은 “탄핵 정치는 찬반의 진영 대결을 낳게 되고, 사회의 중요한 균열과 어젠다를 외면하게 만들고, 정서적 양극화를 낳는다”면서 “민주적 정당성을 부정할 만큼의 명백하고 직접적인 위법행위가 있을 때만 탄핵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렇다면 ‘(대통령을) 그 자리에 계속 두기 어렵다’라는 판단은 결국 어디에 근거해야 하는 것인가. 이 전 수석은 ‘국민의 의사’(‘민심의 파도’, ‘대중적 호응’, ‘사회적 저항’ ‘국민 신임’ 등으로 표현)라고 짚었다. 그는 “노무현 탄핵은 야당 연합에 의해 추동됐지만 광장의 지원을 받지 못해 당파적 연대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또 “박근혜 탄핵에선 광장의 주도 하에 폭넓은 탄핵 연합이 구성된 반면 반탄핵 연합은 미미했다”라고 했다. 특히 2024년 11월 현재의 ‘탄핵 딜레마’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는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 전 수석은 “탄핵은 정당들로 구성된 의회의 권한이기 때문에 탄핵의 정당성은 초당파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 초당파성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가 여당 또는 그 일부의 지지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때는 탄핵을 계기로 달라진 국회의 지형 변화(2016, 2017년 당시 김무성, 유승민 의원의 새누리당 탈당 및 바른정당 창당)가 박근혜 탄핵의 정당성, 대중성을 확인해주는 지표였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탄핵 때에는 볼 수 없었던 여권의 분열이 있었다는 점이다. “탄핵이 정치적 과정이기 때문에 선거나 정치 지형 변화 등을 통해 확인되는 국민 의사는 탄핵 과정(국회 내 탄핵소추안 발의~헌재의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탄핵의 성패는 탄핵 프레임이 대중의 동의를 획득하는지에 달려 있는데, 박근혜 탄핵은 당파적 갈등을 넘어서는 대중적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결국 한국의 두 차례 탄핵에서 헌재도 국민 의사를 신중하게 살펴 결론을 내렸다. “‘당파적 탄핵’은 기각하고, ‘대중적 탄핵’은 인용”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어떻게 흐를지 알 수 없는 앞으로의 정치적 국면에서 이 전 수석의 통찰은 떠올려 볼 대목이다. ● “탄핵은 만능도 아니고, 전가의 보도도 아니다”이 전 수석은 노무현, 박근혜 탄핵 사례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모순적 사실을 확인시켰다고 했다. 하나는 탄핵이란 헌법적 처방을 통해 대통령제의 병폐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만큼 한국 민주주의가 공고해졌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탄핵이란 극단적 조치가 권력투쟁 수단으로 동원될 만큼 대통령도, 국회도 권력을 절제할 줄 모른다는 점이다. “대통령 견제 수단으로서 탄핵은 만능도 아니고, 전가의 보도도 아니다. 탄핵 제도는 아주 예외적인 비행이나 범죄에만 조심스레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일 뿐이다.”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탄핵소추권의 남용, 탄핵의 일상화가 새로운 정치 현상이 됐다고 이 전 수석은 진단하다. 하지만 ‘탄핵 정치’는 사회를 더 양극화시키고, 황폐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그는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 독이듯, 의회의 탄핵권 남용도 독”이라고 결론 짓는다.이 전 수석은 그럼에도 당부한다. 탄핵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탄핵의 빌미는 대통령이 제공한다!’ 또 ‘대통령 권력이 제일 세다!’ 따라서 대통령이 절제하고 인내해야 한다. 그것이 의회의 탄핵권 남용을 제어하는 가장 강력한 방안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하는 물리학자’ ‘철학하는 과학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에게는 수식어가 많다. 다양한 인문·교양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들이 더 잘 아는 과학자다. 그래서 5월 28일 만나자마자 정체성이 무엇인지 물었다. “21년 차 교수죠. 오랫동안 물리를 연구했고요. 이제는 과학을 알린다고 해야 하나. 강연할 때 작가로 소개하는 곳도 있어요. 정체성을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든 사람이 된 건데, 또 언제부턴가는 꼭 규정해야 하나 생각도 해요. 규정하는 순간 제약을 받을 수 있잖아요.” ‘선’을 넘으면 한 영역에만 머물 때 보지 못했던 게 보인다는 과학자. 하지만 두 시간의 인터뷰를 하는 동안 김 교수는 미래 예측을 비롯해 ‘명쾌한 결론’을 기대하면 “과학을 오해하지 말라”면서 지독히도 신중했다. “객관적 근거 없이는 판단을 유보하는 태도”가 과학자로서 그가 지키는 ‘선’이고, 대중에게 전하려는 ‘과학적 사고’의 본질이었다. 》‘종의 기원’의 찰스 다윈, ‘코스모스’의 칼 세이건, ‘시간의 역사’의 스티븐 호킹.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적인 과학자는 대중서를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했다. 최근 과학자들은 대개 실험실을 무대로 논문으로만 말한다.―동료 집단에서 연구실 밖 활동에 대한 논쟁도 있을 듯한데…. “언론이나 방송에 많이 나오는 과학자들에 대해선 두 가지 시선이 공존해요. 어떤 분들은 잘하는 일이라고 칭찬해 주시고, 또 제 앞에서는 아니지만 뒤에서 ‘저런 시간에 연구를 할 것이지’, ‘저게 교수냐’ 얘기를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왜 ‘훌륭한 과학자’보다 ‘잘 알려진 과학자’의 길을 걷기로 했나요.“물리 같은 기초과학은 정부 주도로 다질 수밖에 없어요. 한국에는 기초과학에 기부하는 독지가도 잘 없고, 기업들도 거의 나서지 않거든요. 결국 세금이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고, 국민들이 반대하면 길이 보이지 않는 구조예요. 물리연구소를 세운다거나 우주 탐사를 위한 발사체를 개발하려는데 국회의 예산안 심의에서 ‘도대체 이 지원을 왜 하느냐?’고 하면 방어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기초과학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과학기술이 우리가 알아야 할 이 시대의 중요한 교양이라는 생각도 깔려 있고요.” ‘훔볼트상’을 수상한 양자물리 권위자 김명식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ICL) 교수는 기초과학 인재 풀을 넓히려면 “김 교수 같은 스타 과학자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 쏠림, 이공계 기피가 심각한 상황에서 ‘기초과학이 재밌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는 취지다. ―기초과학을 쉽게 알리는 활동이 인재 수급에 도움이 될까요.“지금 인공지능(AI)을 공부한다고 하면 누구도 말리지 않을 거예요. 다들 미래가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건 중요하죠. 문제는 그러면 너무 늦다는 거예요. 10년, 20년 뒤에야 인력이 배출되는 건데, 일단 지원을 해서 일정 규모의 사람들이 들어오도록 하는 접근이 필요해요.”―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전면 폐지 방침은 효과가 있을까요? “예타가 시간을 다투는 연구조차 발목을 잡을 때가 있어서 이 절차를 개선하자는 게 과학자들의 목소리였어요. 그렇다고 아예 없애버리는 건 아니잖아요. 과속 방지턱이 너무 높아 차가 망가질 정도니까 고치자고 한 건데…. 예타를 없애면 ‘정치과학자’들이 날뛴다거나 걱정했던 문제가 터질 수 있어요. 더군다나 예타는 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예요. 다수의 과학자와는 상관이 없어요. R&D 예산이 줄어 현장에 돈이 없다는 게 문제인데 엉뚱한 해법이죠.”―왜 전공자도 아닌 일반인이 과학을 알아야 하나요.“과학은 ‘방법’이에요. 객관적이고, 재현 가능한, 물질적 증거에만 기반해 결론을 내리는 태도를 말하죠. 그래서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말했는지’가 아니라 ‘증거가 무엇인지’예요. 아인슈타인이 말해도 증거가 없으면 소용 없어요.”―그런 ‘과학자의 시선’에서 볼 때 현재 한국 사회는 어떠한가요.“물질적 증거에 입각해 행동한다는 것은, 누가 무슨 말을 할 때 ‘어디서 들었어?’ ‘직접 본 거야?’ 의심을 해본다는 뜻이에요. 쉽게 공감하지 않고요. 이러니까 사람들이 과학자를 싫어하지. (웃음) 충분한 데이터나 증거가 있을 때까지 결론을 유보하는 거죠. 그런데 요즘은 ‘우리 편’이 하는 얘기는 믿고, ‘우리 편’이 아니면 안 믿잖아요.”―사회 현상에도 과학적 태도를 적용할 수 있나요? 일례로 참사가 났을 때 그 원인과 책임을 과학적으로 따지는 게 쉽지 않은데….“사실 많은 결정은 정치가 내리는 거예요. 과학의 역할은 그 정치적 합의를 위한 객관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고요. 데이터는 ‘불확정성’이 커서 그 자체로 결론을 말해주지 않아요. 과학자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을 개발할 수는 있어도 사용에 대해서 결정을 내릴 수 없어요. 사회가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당할 것인지는 정치의 문제예요.”―과학자나 전문가가 내놓는 증거들이 다르기도 해요.“과학자의 영역은 예를 들어 ‘원전이 90% 확률로 안전하고, 10% 확률로 안전하지 않다’면 거짓 없이 그대로 얘기하는 거예요. 자신이 좌파라고 해서 ‘완전히 위험하다’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고, 그 반대도 안 되고요.”―현안에 직접 참전하는 과학자들도 있는데….“그때는 과학자로서보다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운동을 하는 거예요. 저도 물리학자지 원전은 잘 모르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원전에 찬성이나 반대 입장을 강하게 말한다면 그건 운동이죠. 그러니 ‘저 사람은 물리학자고, 이 문제는 과학 문제니까 저 사람이 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라고 섣불리 믿으면 안 돼요. 그건 과학을 오해하는 거예요.” 3월 엔비디아의 개발자 행사는 팝스타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AI발(發) 산업혁명이 시작됐다”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연설을 들으러 1만여 명이 몰려들었다. ―황 CEO, 오픈AI 샘 올트먼 CEO 등의 발언 파워가 엄청난데 어떻게 보나요.“‘셀럽’이죠. 사람들은 영웅을 좋아하니까…. 그들의 말을 잘 들으면 돈이 보이니까 당연하죠. 그들의 말에 수천억, 수조 원의 돈이 움직이잖아요. 성공한 기업가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인류의 미래에 대한 말을 하면 턱도 없는 소리라고 생각해요. 산업혁명과 같은 평가는 시간이 흐른 뒤에나 할 수 있어요. 또 과학기술의 미래를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같은 소수의 미국 중심 사기업이 결정하게 놔둬서도 안 되고요,”―강연에서 ‘미래는 예측 가능하지 않다’고 설파하는데…. “너무 강력하게 의견을 펴는 과학자들, 특히 미래에 대한 문제에 확신하는 사람은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아요. AI의 미래? 아무도 몰라요. 과학자들도 몰라요. 관련 기업들은 하자고 하겠죠. 하지만 미래에 대해 확신에 차 예측하는 사람은 그런 미래가 펼쳐졌을 때 이익을 볼 사람들이에요. 과학기술의 미래는 역사상 한 번도 제대로 예측된 적이 없어요.”―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고, 무엇을 해야 하나요.“하려는 말은 미래를 정확히 내다보는 게 어려우니 예측에 너무 많은 자원을 쏟지 말라는 거예요. 변하지 않는 것부터 먼저 챙기고, 어떤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해요. 다음에 올 바이러스를 예측해 미리 백신을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그렇다면 어떤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안정적으로 백신을 수급할 수 있는 망과 프로토콜을 갖추는 게 더 필요한 거죠.”김 교수는 ‘변하지 않는 것’의 예시를 들며 “300쪽짜리 책을 읽고, 한 장으로 요약하며 얻는 지식과 역량”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지금 인터뷰 녹음에 활용하는 네이버 ‘클로바노트’도 순식간에 요약할 텐데요.“기능 자체는 기계가 해줄 수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요약을 하려는 게 아니고, 이 과정을 통해 인간으로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역량을 얻는 것이거든요. 인생에서 숱한 결정을 기계가 해줄 수는 없겠죠. 일정한 기능이나 능력을 기계가 더 가져가는 건 맞아요. 하지만 그 기능만을 하는 존재가 인간은 아니예요.”―‘한 우물형’ 스페셜리스트가 각광받기도 하는데, 왜 선을 넘어야 하나요.“우리는 어릴 때 모두 과학자였어요. 저도 새가 하늘을 나는 게 궁금했던 사람인데, 지금은 새의 움직임(물리)을 연구하는 건 되지만 새의 날개(생물)를 연구하면 안 되는 것처럼 여겨져요. 그런데 선이라는 게 편의상 그어놓은 것이잖아요. 제가 선을 넘는 이유는 원래 선은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거예요. 자꾸 왔다 갔다 하면 거기 길이 생겨요.” 물리학자 김상욱(54)물리학자 김상욱(54)△KAIST 물리학 학사, 석사, 박사△2001~2003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방문연구원△2004~2018년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2018년~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방송 ‘알쓸신잡’ ‘알쓸범잡’ 등 출연△저서 ‘떨림과 울림’(2018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2023년) 등 홍수영 국제부장 gaea@donga.com}
2021년 11월 6일. 미국 공화당 프레드 업턴 하원의원(71)의 사무실에 음성메시지가 쏟아졌다. “빌어먹을 배신자. 당신이 죽으면 좋겠어. 가족까지 모두.”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업턴은 전날 밤 하원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야심작인 ‘인프라법’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 13명 중 1명이었다. 투표 직후 같은 당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50)은 X(옛 트위터)에 ‘반역자(traitor)’라며 동료 13명의 사무실 전화번호를 올렸다. ‘좌표찍기’였다. 그린은 음모론과 막말을 일삼아 ‘하이힐 신은 트럼프’라 불리는 인물이다.정치폭력에 의회 떠나는 정치인들 업턴은 그해 하원이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선동한 혐의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쳤을 때도 찬성했다. 그때 이미 신변 위협으로 자택 밖에 동작 감지 카메라를 설치했고, 일정을 대중에게 공지하는 일을 중단했다. 사무실에는 누군가 침입하면 보좌진과 함께 탈출할 수 있도록 추가 출구도 마련했다. 하지만 위협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업턴은 결국 그린의 좌표찍기 5개월 뒤 여정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업턴이 불출마 회견을 하던 2022년 4월 5일. 그의 옆에는 동갑내기 민주당 하원의원 데비 딩겔이 함께했다. 딩겔은 직후 성명을 냈다. “모든 문제에서 합의하진 못했어도 우리는 항상 저열한 수사나 표현 없이도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었다.” 업턴은 ‘구식 정치인’이었다. 의회 성경공부 모임에서 쌓은 우정으로 민주당 의원들을 공략했다. 필요한 의제다 싶으면 수십 차례 얼굴을 맞대 초당적 법안을 만들고, 전국을 함께 다니며 지지를 모았다. 의회에서 36년. 업턴의 은퇴는 계기가 무엇이든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라는 틀로만 보면 놓치는 게 있다. 어떤 이가 정치를 떠나는가의 문제 말이다.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장이던 마이크 갤러거(40)도 지난달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상원 진출이 확실시되던 공화당 차세대 주자였다. 올 2월 공화당은 하원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매운맛’을 보여주자며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안 표결을 밀어붙였다. 갤러거는 반대표를 던졌다. 장관을 정치적 이유로 탄핵한 전례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이 전후로 살해 위협과 심야 ‘스와팅(swatting)’에 시달렸다. 911에 허위 신고해 ‘먹잇감’의 집 앞에 무장경찰을 출동시키는 신종 정치폭력이다. 갤러거에게는 두 살, 네 살 난 딸이 있다. 좌표찍기, 신상털기, 문자폭탄은 정치를 바꾼다. 일회성 소동이 아니다. 정치인과 그의 가족을 겁에 질리게 해 소신과 다른 표결을 하게 하고, 다시 출마할 마음을 접게 한다. 정치인이면 그런 위협쯤은 견뎌야 한다고 할 수 있다.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묻겠다. 당신이라면 가족에 대한 모욕과 신변 위협을 감수하며 정치를 하겠는가. 건전한 상식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 정치판에 오지도, 머물지도 못하게 하는 게 정치폭력이다.22대 국회, 어떤 토양 만들 것인가 좌표를 찍은 ‘그린’은 남았고, 좌표가 찍힌 ‘업턴’은 떠났다. 말 그대로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했다. 그만큼 주목을 끌어 정치자금을 모으고, 지도부 입성이나 재선을 노리는 ‘빌런’은 늘었다. 미 의회만의 모습일까. 30일 개원한 22대 국회, 강성 팬덤을 등에 업은 의원들이 대거 입성했고, 거야 민주당은 아직 ‘국회의장 후보 경선 사태’ 여파에 휩싸여 있다. 4년 뒤 우리는 ‘업턴’을 또 얼마나 떠나보낼 것인가. 4년간 세금으로 키워 낸 인물을 지키는 것도, 진짜 ‘국민 인재’를 모셔 오는 것도 지금부터 만들 정치문화에 달렸다. 홍수영 국제부장 gaea@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북한에 대한 핵 공격과 선제 타격을 주장했다고 미 NBC 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이클 슈미트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켈리 전 비서실장 등과의 인터뷰를 담은 책 ‘도널드 트럼프 대 미국’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NBC는 전했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의 켈리 전 비서실장 2017년 7월부터 2019년 1월까지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다. NBC가 입수한 발췌본에는 “(북한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보다 켈리 전 비서실장을 더 두렵게 한 것은 닫힌 오벌오피스(미 대통령 집무실) 문 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끊임없이 전쟁을 원한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용감하게도 북한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논의했으며 만약 그가 그런 조치를 취하면 행정부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비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 선제공격 발언은 2017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치솟는 가운데 나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유엔 총회 연설에서 “동맹국에 대한 도발이 계속되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켈리 전 비서실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리 소행으로 지목되는 것을 막기 힘들 것”이라고 반대한 뒤 미군 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충돌로 인한 예상결과를 보고하게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예상 사상자 수에 대한 논의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켈리 전 비서실장이 경제적 후폭풍을 지적하자 한동안 북한 선제공격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고 슈미트 기자는 책에서 언급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다시 켈리 전 비서실장에게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을 통한 전쟁 가능성을 주장했으나 “선제 타격을 위해선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켈리 전 비서실장의 지적에 짜증을 냈다고 슈미트 기자는 책에서 주장했다. 이에 앞서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반도에 있는 주한미군 가족 등 미국인의 전원 철수를 지시했다 철회했다. 책에는 켈리 전 비서실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세일즈맨임을 증명할 수 있다‘고 설득해 핵 충돌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켈리 전 비서실장은 2020년 2월 한 강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노력은 별 효과가 없었다”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동안 우리를 갖고 노는 것 이외에는 어떤 것도 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외교를 비판하기도 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3월 당선 직후부터 전문성과 실력을 최우선으로 삼는 ‘능력주의 인선’을 표방해 왔다. 윤석열 정부 2년 차를 앞두고 1기 중앙행정기관의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출신을 살펴보니 관료 출신의 부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29일 정부조직법상 중앙행정기관(대통령실, 국무총리실, 18개 부, 4개 처, 18개 청, 6개 위원회)의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103명 중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96명의 출신을 분석한 결과 정부 부처 관료 출신이 전체의 절반인 48명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 행정부에 속한 직업 공무원인 검찰, 경찰, 군인 등까지 포함하면 범(汎)관료 출신은 64명(66.7%)에 이른다. 정책 결정 권한을 갖는 장관급 이상으로 가면 윤 대통령의 ‘관료 사랑’은 더욱 뚜렷해진다. 장관급 이상 29명 중 순수 관료 출신을 비롯해 행정부나 역대 청와대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인사는 72.4%인 21명으로 집계됐다. 정치인 출신 장관 5명 모두 기획재정부, 외교부, 검찰 등의 경험이 있고, 학계 출신 8명 중 4명도 부처나 청와대에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 1기 인사에서는 장관급 이상 32명 중 관료 경력을 가진 인사가 43.8%인 14명이었다. 그 대신 시민사회단체나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의 대표성을 가지고 고위 공직에 진출한 인사가 34.3%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민사회단체 출신이나 86그룹이 채웠던 자리에 윤 대통령은 범관료 출신을 기용한 셈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정치가 관료를 누른 시대였다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다시 ‘엘리트 관료’가 부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무총리-대통령비서실장 등尹정부는 기재부 출신 전성시대서울대 교수-정부 경력자도 선호“집권 2년차 인사, 다양성 고려를”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운동권 카르텔의 나눠 먹기가 아니라 최고의 인재들을 등용해 실력 있는 정부를 꾸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차를 앞둔 현재 ‘능력주의’를 통해 신(新)파워엘리트로 부상한 세력은 관료 출신이다. 특히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전면에 배치된 기획재정부의 전성시대라 부를 만하다. 이는 동아일보가 정부조직법상 중앙행정기관의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103명 중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96명을 분석한 결과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등은 제외했다. ○ 윤석열 정부 파워엘리트는 기재부윤석열 정부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96명 가운데 정부 부처 관료 출신은 전체의 절반인 4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학계 18명(18.8%), 정치인 9명(9.4%), 검찰 7명(7.3%), 군인 6명(6.2%) 등의 순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107명 가운데 관료 출신 52명(48.6%), 학계 17명(15.9%), 정치인 10명(9.3%), 시민사회단체 9명(8.4%), 군인 5명(4.7%) 등으로 집계됐다. 기재부 출신은 윤석열 정부에선 12명, 문재인 정부에선 9명이었다. 숫자로만 보면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면면을 들여다보면 전·현 정부 간 인선 철학이 뚜렷하게 갈린다. 윤 대통령의 인선에는 기재부 출신 관료에 대한 신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등 기재부 출신을 요직에 기용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등 경제부처에만 기재부 출신을 썼다. 기재부 산하 국세청, 조달청, 관세청, 통계청 수장 인선에서도 전·현 권력은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통상 내부 출신이 수장에 오르는 국세청을 제외한 3개 청에 대해 윤 대통령은 모두 기재부 출신 관료를 발탁했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은 관세청장에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김영문 전 청장)을, 통계청장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황수경 전 청장)을 기용했다. 조달청장에만 기재부 출신 관료를 임명했다. 학계 출신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윤 대통령이 기용한 학자 18명 중 8명이 현직 서울대 교수였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반도체공동연구소), 안상훈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사회복지학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약학대) 등이 있다. ○ 시민사회단체·86그룹→관료로 권력 이동정부의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장관급 이상으로 좁혀 보니 ‘권력 이동’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 장관급 이상 29명 중 순수 관료 출신을 비롯해 행정부나 역대 청와대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인사는 72.4%인 21명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 1기 인사에서 43.8%가 범(汎)관료 출신인 데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대신 문재인 정부에서는 시민사회단체나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 출신 장관급 이상이 34.3%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은 순수 관료 출신이 아니라도 정부 경력이 있는 인사를 선호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기재부), 박진 외교부 장관(외교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상 검찰) 등 정치인 출신 장관 5명 모두가 그렇다. 학계 출신 8명 중 4명도 정부에서 활동한 경험을 가진 학자들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산업자원부 과장 출신인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중앙행정기관 이외 주요 자리에 검찰 출신이 기용된 데 이어 고위 공직자 중 관료 출신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비판도 나온다. 박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인사에 다양성이 없는 능력주의는 결과적으로 편중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집권 2년 차에는 인사에서 국민 전체의 시각을 반영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매년 평균 3555억 원꼴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은 내년 상반기까지 각 부처를 통해 ‘눈먼 돈’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28일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며 2016∼2022년 7년 동안 각종 시민단체와 협회, 재단, 연맹, 복지시설 등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한 정부 보조금은 총 31조4665억 원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인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뒤 하루 만에 1차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대통령실은 전(前) 정부에서 민간단체 보조금이 빠르게 늘어난 사실에 주목했다. 박근혜 정부 4년 차인 2016년 3조5571억 원이던 보조금이 문재인 정부 4년 차인 2021년 5조3347억 원으로 늘며 처음으로 5조 원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행정안전부는 민간 협력 명목으로 기존 조직 외에 지역혁신정책관이라는 새로운 직제까지 만들어 민간단체 지원에 나섰고, 올해에만 34억 원을 ‘우회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보조금을 부정 수급하거나 부당하게 사용한 사례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이관섭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7년간 지원 규모가 30조 원이 넘는데도 2016년 이후 전 부처에서 적발한 문제 사업이 153건, 환수 금액이 34억 원이라는 것은 보조금 사업이 전혀 관리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 전체의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문제 사업에 대해서는 2024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대수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세월호 보조금’ 받아 건강식품 구입… 청년지원금으로 정치집회 민간단체 보조금 실태 7년간 31조 지원에도 관리 부실부정사용 회수액은 34억 그쳐野 시도지사 지역 보조금 지원 급증 #. 세월호 피해자를 지원하는 4·16재단은 해양수산부에 보조금을 신청할 당시 사업계획으로 써냈던 활동 평가 워크숍을 개최하지 않았다. 또 보조금으로 건강보조식품을 샀고, 사전 승인 없이 주말과 심야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다가 적발됐다. #. 독립운동가 단체인 운암 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는 2020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친일파 파묘 퍼포먼스’를 했다. 당초 국가보훈처로부터 ‘현충원 탐방 및 역사해설사 프로그램’ 운영 명목으로 25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으나 취지와 다른 행사를 한 것이다. 이는 28일 대통령실이 발표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문제사업’으로 지적된 사례들이다. 이 외에도 정부 보조금을 허위 정산이나 회계 조작 등으로 부정 수급하거나 사업 목적과는 다르게 사용해 적발된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광역자치단체 5년 보조금은 67조 규모정부는 2016년 이후 전 부처에서 문제 사업 153건을 적발해 총 34억 원을 환수했다. 그러나 7년 동안 10만여 건의 사업에 총 31조4665억 원을 지원한 것을 감안하면 적발 건수가 ‘새 발의 피’라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대통령실 조사 결과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보조금 규모는 매년 평균 3555억 원꼴로 급증해 2022년 현재 5조4446억 원 규모다. 지원단체 수도 박근혜 정부 4년 차인 2016년 2만2881개에서 문재인 정부 4년 차인 2021년 2만7215개로, 4334개 늘었다. 여기에는 지방자치단체나 시도교육청, 공공기관 등의 보조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확보한 17개 광역시도 민간 보조사업 현황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 동안 민간단체 보조금은 67조2842억 원으로 추산됐다. 2021년 기준 5년 동안 30% 이상 늘어난 지역은 7개에 이른다. △대전(당시 허태정 시장) 110.9% △인천(〃 박남춘 시장) 50.9% △충남(〃 양승조 지사) 37.5% △전남(〃 김영록 지사) 34.8% △경기(〃 이재명 지사) 32.4% △강원(〃 최문순 지사) 31.8% △서울(〃 박원순 시장) 30.7% 등이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있는 지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가보조금을 받는 민간단체의 불투명한 회계를 문제 삼으며 ‘이권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썼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진보 성향 단체들이 조직을 유지, 확대하는 수단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활용하고, 해당 단체는 이를 통해 정권의 지지 세력으로 활동했다는 윤 대통령의 인식을 반영한 표현이다. ○ 행안부 내 조직 만들어 ‘우회 지원’ 논란도대통령실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보조금 규모가 빠르게 늘었지만 그에 비해 제대로 된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점도 문제로 꼽고 있다. 여기에 민간단체 지원을 늘리기 위해 부처 내 새 조직까지 만들며 기존 관리 시스템을 ‘우회’한 것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역혁신정책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신설된 사회혁신추진단을 확대한 조직이다. 기존 2개 과에 지역공동체과, 지구촌새마을과가 추가되면서 2019년 1월 국(局)으로 승격됐다. 이 가운데 지역공동체과는 세월호 피해 지역인 경기 안산시 주민들을 돕는 ‘지역공동체 기반 조성 사업’ 등을 시행했고, 지구촌새마을과는 사회적경제 기업을 지원하는 ‘사회적경제 민·관 협업체계 구축사업’ 등을 주관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민간단체로 등록돼 있지 않은 단체더라도, 새롭게 공모를 통해 관련 사업을 발굴하겠다는 취지였다”며 “(기존 민간단체 지원 조직인) 민간협력과에선 수행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혁신정책관의 지원 사업은 민간협력과와 달리 별도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 매년 공모를 거쳐 사업을 선정하고, 이후에 정산하는 형태라 관리감독이 느슨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북한의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해 남하한 것과 관련해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준다”면서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탓’만 한다며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전날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투와 관련해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주고, 더 강도 높은 대비태세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시켜 준 그런 사건”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2017년부터 전혀 UAV(무인항공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훈련,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은 아주 전무했다”면서 “북한의 선의와 군사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 국민들께서 잘 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평화’를 앞세워 북한과의 대화나 9·19남북군사합의에만 기대어 우리 군의 대응 전력 확보나 자체 훈련을 소홀히 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도 가세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남북군사합의를 문제 삼았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9·19군사합의가 무인기를 포함한 북한의 각종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태세에 어떤 악영향을 주었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반발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북한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해 100여 발의 기관총을 쐈음에도 실패한 군의 통수권자는 바로 윤 대통령”이라며 “대한민국 하늘을 유린당하게 만들어 놓고도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 채 ‘문재인 탓’만 할 거라면 차라리 군통수권을 내려 놓으라”고 성토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이 떠오른다”고도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 정부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안보 무능’을 노출했다”며 “북한 무인기가 서울까지 들어와 우리 영공을 활보한 7시간 동안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소집하지 않고 감추기에만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비례성 원칙에 따라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라’고 단호한 지시를 내렸다”면서 “확전을 각오한 상황 관리로 그만큼 엄중하다고 보고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NSC를 열지 않은 것에 대해선 “전쟁 중에 토론하라고 하는 격”이라며 반박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조합에 이어 국가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의 불투명한 회계에도 칼을 뽑아들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인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보조금 관리 체계의 재정비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지난 몇 년간 민간단체에 대한 국가보조금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정부 관리는 미흡했고 그간 회계 사용처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민간단체가) 공적인 목표가 아닌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보조금을 취하는 행태가 있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혈세를 쓰는 것에 성역은 있을 수 없다”면서 “현재의 국가보조금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 세금이 제대로 투명하게 쓰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익 목적의 보조금 사업의 회계 부정, 목적 외 사용 등 불법적인 집행이나 낭비 요소가 있는지 그 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해 달라” “방만하고 낭비성 사업이 있다면 과감하게 정비하고, 보조금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시민단체에 대한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을 지시하면서 ‘이권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썼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조직을 유지, 확대하는 수단으로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활용해 왔던 관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해당 단체는 이를 통해 정권의 지지 세력으로 활동하며 ‘이권 카르텔’을 형성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오랜 인식이다. 여기에 2020년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유용과 회계 부정 의혹도 고려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28일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이뤄진 민간단체 국가보조금 지원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 정부 시절 전 부처에서 시민단체, 재단, 기념사업회 등 비영리단체에 지급된 국가보조금은 매년 1조 원에 이를 만큼 크게 늘었고, 보조금 부정 취득 및 회계 부정 등의 사례도 다수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24일 국회를 통과한 2023년 예산에 대해선 “새 정부의 첫 예산이 대폭 수정돼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국회에서 법인세 인하, 반도체 지원 법안이 수정된 것에 대해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산층과 국민 전체를 위한 제도들인데 왜곡이 되고 예산이 너무 많이 축소돼 참 걱정이 앞선다”며 보완책 강구를 지시했다. 민주당은 “정부와 반대 입장을 가진 시민단체를 길들이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민주당 이동주 원내민생부대표는 “법에 근거해 예산 지원을 받고 목적에 따라 보조금을 집행한 뒤 정산 보고를 하는 현행 제도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윤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를 주관한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의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말소하고 올해 공익활동 보조금도 전액 환수하기로 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조합에 이어 국가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의 불투명한 회계에도 칼을 뽑아들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여진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보조금 관리 체계의 재정비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지난 몇 년 간 민간단체에 대한 국가보조금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정부 관리는 미흡했고 그간 회계 사용처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민간단체가) 공적인 목표가 아닌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보조금을 취하는 행태가 있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혈세를 쓰는 것에 성역은 있을 수 없다”면서 “현재의 국가보조금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 세금이 제대로 투명하게 쓰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익 목적의 보조금 사업의 회계 부정, 목적 외 사용 등 불법적인 집행이나 낭비 요소가 있는지 그 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해 달라”, “방만하고 낭비성 사업이 있다면 과감하게 정비하고, 보조금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에 대한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을 지시하면서 ‘이권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썼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조직을 유지, 확대하는 수단으로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활용해왔던 관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해당 단체는 이를 통해 정권의 지지 세력으로 활동하며 ‘이권 카르텔’을 형성했다는 게 대선 과정에서부터 이어지는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유용과 회계 부정 의혹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28일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이뤄진 민간단체에 대한 국가보조금 지원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 정부 시절 전 부처에서 시민단체, 재단, 기념사업회 등 비영리단체에 지급된 국가보조금은 매년 1조 원에 이를 만큼 크게 늘었고, 보조금 부정 취득 및 회계 부정 등의 사례도 다수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24일 국회를 통과한 2023년 예산에 대해선 “새 정부의 첫 예산이 대폭 수정돼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국회에서 법인세 인하, 반도체 지원 법안이 수정된 것에 대해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산층과 국민 전체를 위한 제도들인데 왜곡이 되고 예산이 너무 많이 축소돼 참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보완책을 강구하고 분골쇄신하라”라고 지시했다. 민주당은 “시민단체 길들이기”라며 반발했다. 민주당 이동주 원내민생부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에 근거해 예산 지원을 받고 목적에 따라 보조금을 집행한 뒤 정산 보고를 하는 현행 제도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며 “정부와 반대 입장을 가진 시민단체를 길들이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노조 부패도 공직·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될 3대 부패의 하나”라며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노동·교육·연금개혁 등 ‘3대 개혁’에서 노동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가운데 노동조합의 회계 부정 등 각종 비리 의혹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부의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제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개혁을 가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노동개혁”이라면서 노조의 투명한 회계를 끌어내기 위해 제도를 개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외환위기 이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은 회계 투명성 강화를 통해서 우리 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면서 “노동운동, 노조활동도 투명한 회계 위에서만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최근 노조의 회계 부정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입법에 나서며 정부의 노동개혁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노조부패 척결” ‘노동개혁’ 최우선 과제 거듭 강조… “국민과 논의하고 공론화” 주문“헌법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 삭제하려는 세력 존재”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 국정 운영의 핵심 과제로 제시한 노동·교육·연금개혁 등 ‘3대 개혁’ 가운데 노동개혁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노동개혁에 대해선 최근 화물연대 파업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의 지지를 모아내 속도를 내기 좋은 여건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주무 부처를 중심으로 필요한 개혁의 내용들을 잘 선별하고, 국민들과 논의하고 공론화시켜야 한다”면서 “사회적인 대합의하에 개혁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러한 취지로 풀이된다. ○ 노동개혁 최우선 과제로 거듭 강조윤 대통령은 정부의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 앞서 “이제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개혁을 가동시켜야 한다”며 “2023년은 개혁 추진의 원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국정 운영의 방향을 설명하면서 이례적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내세웠던 ‘적폐 청산’이란 표현을 썼다. 가장 우선적인 개혁 과제로는 노동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에서의 이중구조 개선, 합리적 보상체계, 노노(勞勞) 간 착취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것이야말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노사관계에서) 비효율적 분쟁을 줄이고 그 비용을 노동자 복지에 쓰기 위해 노사 법치주의가 확실하게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의 불법 행위, 정치 파업에는 타협하지 않음으로써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2023년에 제도 개혁을 통해서 반드시 이뤄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노동개혁을 우선 주문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견제받지 못한 조직은 부패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노동개혁을 통해 척결할 첫 번째 대상으로 ‘노조 부패’를 꼽은 것이다.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노동개혁과 관련해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등에 따른 노동시장 격차를 줄이기 위해 ‘포괄적 개혁 논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 등을 통해 논의한 뒤 내년 하반기 개선안을 만들 계획이다. 동일 가치 노동을 하면 동일 임금을 받는다는 원칙 아래 파견제도도 고치기로 했다. 근로시간 개편안은 내년 상반기에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주 단위로 적용되는 연장근로 시간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연장근로 단위 기간을 월 이상으로 할 경우 11시간 휴식권을 주기로 했다. ○ 尹 “헌법서 ‘자유’ 지우려는 세력 존재”정부의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 자리에는 정부 관계자 외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여기에서 마무리 발언을 통해 ‘규제’에 대한 철학도 펼쳤다. 윤 대통령은 “소위 규제, 레귤레이션(regulation)이라고 하는 건 굉장히 부정적으로 많이 쓰이는데, 못 하게 하는 것이 레귤레이션이 아니다”라며 “법학에서 본래의 의미는 정부의 관여, 거번먼트 인게이지먼트(government engagement)”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켓(시장)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GDP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시장이 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 체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가 관여하고 개입해야 하는 기본적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레귤레이션을 못 하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 있게 잘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더 크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통합위원회의 추진전략 및 성과보고회에서 통합의 기제로서 헌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금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규모의 의견을 가진 세력들도 존재하고, (한국은) 안정적인 통합이 참 어려운 그런 국가”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노조 부패도 공직·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될 3대 부패의 하나”라며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노동·교육·연금개혁 등 ‘3대 개혁’에서 노동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가운데 노동조합의 회계 부정 등 각종 비리 의혹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부의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제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개혁을 가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노동개혁”이라면서 노조의 투명한 회계를 끌어내기 위해 제도를 개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외환위기 이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은 회계 투명성 강화를 통해서 우리 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면서 “노동운동, 노조활동도 투명한 회계 위에서만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최근 노조의 회계 부정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입법에 나서며 정부의 노동개혁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척결할 3대부패로 ‘노조’ 첫 순서 거론 윤 대통령은 내년 국정 운영의 핵심 과제로 제시한 노동·교육·연금개혁 등 ‘3대 개혁’ 가운데 노동개혁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노동개혁에 대해선 최근 화물연대 파업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의 지지를 모아내 속도를 내기 좋은 여건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주무 부처를 중심으로 필요한 개혁의 내용들을 잘 선별하고, 국민들과 논의하고 공론화를 시켜야 한다”면서 “사회적인 대합의 하에 개혁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러한 취지로 풀이된다. ● 尹 “성장과 발전 가로막는 적폐 청산해야”윤 대통령은 정부의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 앞서 “이제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 개선을 하기 위한 개혁을 가동시켜야 한다”며“2023년은 개혁 추진의 원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국정 운영의 방향을 설명하면서 이례적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내세웠던 ‘적폐 청산’이란 표현을 썼다. 가장 우선적인 개혁과제로는 노동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에서의 이중구조 개선, 합리적 보상체계, 노노(勞勞) 간 착취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것이야말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3대 개혁, 특히 노동 개혁을 우선 주문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견제받지 못한 조직은 부패하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청산할 첫 번째 대상으로 ‘노조 부패’를 꼽은 것. 윤 대통령은 특히 “(노사관계에서) 비효율적 분쟁을 줄이고 그 비용을 노동자 복지에 쓰기 위해 노사 법치주의가 확실하게 정립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조의 불법 행위, 정치 파업에는 타협하지 않음으로써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2023년에 제도 개혁을 통해서 반드시 이뤄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노동개혁과 관련해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등에 따른 노동시장 격차를 줄이기 위해 ‘포괄적 개혁 논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 등을 통해 논의한 뒤 내년 하반기 개선안을 만들 계획이다. 동일가치 노동을 하면 동일임금을 받는다는 원칙 아래 파견 제도도 고치기로 했다. 근로시간 개편안은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주 단위로 적용되는 연장근로 시간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년 단위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연장근로 단위 기간을 월 이상으로 할 경우 11시간 휴식권을 주기로 했다. ● 尹정부 노동개혁 추진에 힘 싣는 與여당은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 진영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공부모임 ‘국민공감’은 이날 노동개혁을 주제로 두 번째 모임을 열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해 의원 40명이 참석한 모임에는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강연자로 나섰다. 김 위원장은 “노동개혁 하나만 (완수)하면 1인당 국민소득이 10% 올라간다”며 “노동개혁을 친(親)자본, 반(反)노동이라고 표현하는데 오히려 제도적 소외계층을 끌어올리는 게 노동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비공개 강연에서 역대 정부에서 노동개혁을 추진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을 전하며 노사 간 긴밀한 대화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을 전해졌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8시간 추가연장근로 유지와 중대재해처벌법 대비책 등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건의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대통령의 노동개혁 의지를 잘 들었다. 고용부터 잘돼야 대한민국 경제 안정도 훨씬 더 잘되고 경제 발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개혁은 정책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노사정 모두 힘을 합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수영기자 gaea@donga.com세종=박희창기자 ramblas@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그 대신 21일부터 한 달 동안 진행하는 부처 업무보고를 ‘대국민 보고’ 방식으로 진행하는 등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대국민 소통을 시도하겠다는 게 대통령실의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년 기자회견 개최 여부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여러 가지 대국민 소통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 실무자들은 통상적으로 신년 기자회견 추진 방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현재 실제 진행을 위한 추가 논의는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표면적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하기에는 내년 1월 설 연휴(1월 21∼24일)까지 일정이 촉박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은 2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내년 1월 중순까지 18개 부와 4개 처, 4개 위원회, 국세청 등 일부 청에 대한 업무보고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년 1월 15∼20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2023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국민과 만나 직접 소통하는 자리가 국정 운영 동력 확보나 지지율 견인에 더 효과가 있다는 내부 판단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패널 100명이 참석한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이어 이번 부처 업무보고를 정책 수요자인 국민들을 참석시켜 ‘대국민 보고’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년 기자회견과 관련해선 국민 소통 형식에 있어서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슈나 관심이 흩어지는 기자회견으로 국정 방향을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부처 업무보고 등 대국민 소통을 하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11월 MBC와의 갈등을 계기로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중단한 데 이어 기자들이 각종 현안을 두고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는 신년 기자회견까지 하지 않는 데 무게를 두면서 현 정부의 ‘소통 강화’ 기조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역대 대통령들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상 한 해의 국정 목표를 제시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인 2014년 1월 6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인 2018년 1월 10일 각각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1월 신년 기자회견을 했지만, 취임한 뒤에는 참모들만 참석한 가운데 신년 국정연설을 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교육·연금개혁 등 이른바 ‘3대 개혁 과제’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일에는 청년 200여 명을 만나 “3대 개혁 중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것은 노동개혁”이라며 “힘을 보태 달라”고 말했다. 개혁 추진에는 각종 기득권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개혁 요구가 높은 젊은층을 공략해 동력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여당은 18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강화 방침을 수면 위로 꺼낸 직후 노조 재정을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입법 조치에 나섰다.○ ‘미래 세대’와 ‘이권 카르텔’ 대비한 尹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3대 개혁을 주제로 청년층과 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국정 운영 관련 의견을 개진해온 청년들에게 올해가 가기 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윤 대통령 뜻에 따라 마련됐다”고 전했다.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청년본부장 출신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과 청년보좌역, 국민의힘 시도당 청년위원장 및 소속 지방의원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도전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미래 세대가 이권 카르텔에 의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공정한 기회를 갖지 못해 결국 우리 사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3대 개혁은 결국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혁에 저항하는 기득권을 ‘이권 카르텔’이라고 규정하며 미래 세대의 호응을 이끌어 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유연성 △공정성 △안전 △안정성 등 노동개혁의 4대 원칙을 설명한 뒤 청년들에게 지지를 당부했다. 또 “제 임기 내에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바꿀 수는 없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혁 과제들이 후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한 뒤 나머지는 여러분들이 잘 이어받아 더 발전시키고 완성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이사장 등 청년들은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을 지지하는 내용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청년들의 연대’ 결의문을 발표했다.○ 與 “민노총, 조합비 ‘깜깜이 회계’ 공개하라”국민의힘은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제기된 방향에 따라 주요 노동조합의 재정 운용을 좀 더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입법적 뒷받침에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1987년 민주화 이래 우리나라 노조는 조직적 성장을 거듭하며 주요한 사회·정치세력이 됐다”며 “하지만 노조의 재정 투명성 문제는 사실상 외부 감사의 눈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 영역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을 겨냥해 “사측에는 투명한 회계 운영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장부는, 더구나 국가 예산이 투입된 회계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또 “민노총 연간 조합비는 17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거액의 돈이 외부 감사의 눈길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기업의 노조는 매년 회계자료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하고, 노조의 회계담당자와 감사담당자를 분리해야 한다. 하 의원은 “현재는 노조 회계업무자나 노조 지도부의 지인이 감사를 맡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깜깜이 셀프 감사가 아닌 투명한 공정 감사 제도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노총은 즉각 반발했다. 민노총은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노조의 자주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노동개악 시도를 앞두고 노동계의 반발·저항이 뻔한 상황에서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대신 21일부터 한 달 동안 진행하는 부처 업무보고를 ‘대국민 보고’ 방식으로 진행하는 등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대국민 소통을 시도하겠다는 게 대통령실의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년 기자회견 개최 여부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여러 가지 대국민 소통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 실무자들은 통상적으로 신년 기자회견 추진 방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현재 실제 진행을 위한 추가 논의는 중단된 상태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표면적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하기에는 내년 1월 설 연휴(20~24일)까지 일정이 촉박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은 2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다음 달 중순까지 18개 부와 4개 처, 4개 위원회, 국세청 등 일부 청에 대한 업무보고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년 1월 15∼20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2023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국민들과 만나 직접 소통하는 자리가 국정 운영 동력 확보나 지지율 견인에 보다 효과가 있다는 내부 판단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패널 100명이 참석한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이어 이번 부처 업무보고를 정책 수요자인 국민들을 참석시켜 ‘대국민 보고’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년 기자회견 관련해선 이와 같은 시기나 국민 소통 형식에 있어서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슈나 관심이 흩어지는 기자회견으로 국정 방향을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부처 업무보고 등 대국민 소통하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11월 MBC와의 갈등을 계기로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중단한 데 이어 기자들이 각종 현안을 두고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는 신년 기자회견까지 하지 않는 데 무게를 두면서 현 정부의 ‘소통 강화’ 기조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역대 대통령들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상 한 해의 국정 목표를 제시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인 2014년 1월 6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인 2018년 1월 10일 각각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1월 신년 기자회견을 했지만, 취임한 뒤에는 참모들만 참석한 가운데 신년 국정연설을 했다.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대통령실은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 리허설 영상을 무단으로 활용해 생방송 영상과 비교하는 내용의 ‘돌발영상’을 내보낸 YTN에 대해 “악의적 편집”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2시간 30분이 넘는 행사에서 당연히 사전 기술적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대통령과 장관이 국민께 소상하게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를 폄훼하기 위해 YTN은 테스트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해 마치 사전에 기획된 행사인 양 편집했다”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 부대변인은 또 “돌발영상 사태에 지휘·책임이 있는 분들은 스스로 언론인의 윤리에 부합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면서 사실상 책임자의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 앞서 YTN은 16일 돌발영상을 통해 사용 권한이 없는 국정과제 점검회의 리허설 영상을 방송했다가 삭제했다. 당시 리허설에서 국민패널이 질문을 미리 연습하고, 대통령 대역이 예상 답변을 말해보는 장면 등을 실제 생방송 장면과 교차 편집해 보여줬다. YTN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시청자와 대통령실 등에 혼선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내부 영상 활용 시스템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날 뉴스에서 앵커가 같은 내용으로 공식 사과를 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16일 동창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 가능한 고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이다. 한미는 북한이 고체엔진을 사용해 신형 MRBM을 발사했을 가능성을 분석 중이다. 18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오전 11시 13분경부터 낮 12시 5분경까지 동창리 일대에서 발사된 MRBM 2발은 모두 고각(高角)으로 발사돼 500km 가까이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 MRBM이 비행할 수 있는 1000∼3000km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주일 미군기지 타격이 가능한 거리다. 한미 당국은 이번에 MRBM이 발사된 위치가 최근 고출력 고체엔진 시험이 이뤄졌던 동창리 일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통상 MRBM급 이상 탄도미사일의 경우 액체연료를 사용해 왔다. 이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은 “김정은 정권은 심각한 식량 부족으로 추위와 굶주림에 신음하는 주민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며 개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초 1기 내각에 대한 인적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각의 시점과 대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개각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수습, 내년 3월 초 열릴 예정인 국민의힘 전당대회 등 복잡한 정치적 변수와 맞물려 있다. 이 때문에 개각이 중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번 주부터 한 달간 진행되는 2023년 정부 업무보고가 교체 대상자를 걸러내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정치적 변수 맞물려 ‘중폭 개각’ 가능성18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장차관을 대상으로 벌여온 복무평가를 최근 마쳤다. 국무총리실 주도의 부처 업무평가와 별개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진행한 평가다. 장관의 조직 운영 실태 등까지 두루 살핀 결과 18개 부처 장관의 ‘성적표’가 적나라하게 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실시한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의 장차관 및 부처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1기 내각에서 우선적인 교체 대상자를 거를 것으로 보인다. 복무평가에서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업무평가에서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각각 하위권에 속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인 출신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내년 3월 초로 가닥이 잡힌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맞물려 개각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특히 최근 당 대표 후보로 ‘원희룡 차출설’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원 장관이 화물연대 파업 대응에 역할을 한 데다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신년 개각의 최대 관심사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질 압박을 받아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교체 여부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선(先)진상규명’을 강조했다. 그런 만큼 경찰 수사 등 진상규명 절차가 마무리된 뒤 결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개각이 신년 초에서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첫 개각은 여러 정치적인 변수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시점이나 대상 예측이 어렵다”면서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이 정부와 여당 전반에서 최적의 시너지를 낼 타이밍을 고심할 것”이라고 전했다. ○ ‘대국민 보고’ 형식 부처 업무보고 시작윤 대통령은 2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2023년 부처 업무보고를 진행한다. 18개 부, 4개 처, 4개 위원회가 대상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18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연말에도 각 부처 업무보고가 돼서 1월 중순쯤 다 끝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업무보고를 통해 ‘3대 개혁과제’의 구체적인 방향을 밝힐 예정이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2023년도는 3대 개혁, 즉 노동·교육·연금개혁의 원년으로 삼아 각 부처가 개혁 정부의 추진력을 확보할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2년 차 업무보고는 2, 3개 유관 부처를 묶어 진행한다. 취임 직후 첫 업무보고는 장관만 참석하는 ‘일대일 압박면접’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장차관과 실국장, 실무급 과장뿐만 아니라 민간 전문가, 일반 국민 등도 참석하는 ‘대국민 보고’ 형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처음으로 대국민 소통의 자리가 된 17일 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 방식과 내용에 흡족해했다”고 전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윤석열 대통령 명의의 정부 연말 선물로 국산이 아닌 수입 농산물 가공식품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신 나간 행태”라며 맹공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지역 주민으로부터 ‘대통령이 정신 나간 것이 아니냐. 대통령으로부터 연말 선물을 받았는데 뜯어보니 내용물이 모두 외국 수입산이었다. 일부러 농민 열 받게 하려고 선물 보낸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썼다. 이어 “볶음땅콩·호박씨는 100% 중국산, 호두·아몬드·건자두·피스타치오는 100% 미국산이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이 국민들께 연말 선물로 ‘외국산 원재료’를 사용한 농산물 및 견과류 가공품을 보낸 정신 나간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적었다. 행정안전부는 18일 자료를 내고 “올해 선물세트 5종을 소년·소녀가장 환경미화원 등 8만9306명에게 전달 중”이라며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직업 재활을 지원하고자 관련 시설에서 만들어진 견과류 세트(2276명 대상)를 선택했는데 원재료에 수입산이 포함됐다”고 해명했다. 또 “앞으로 제품의 원산지 확인 등을 더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배려하겠다”고 했다. 행안부는 1981년부터 매년 연말 현장 근로자에게 대통령 명의의 선물을 지급해 왔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앞서 16일 동창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 가능한 고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 고체엔진을 사용해 신형 MRBM을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도 분석 중이다. 일각에선 이번 북한의 도발이 일본 정부가 16일 안보문서 개정을 통해 유사시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지 등에 대한 선제공격을 가능케 한 데 대한 반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13분경부터 12시 5분경까지 북한이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MRBM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모두 고각(高角)으로 발사돼 500㎞가까이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MRBM이 비행할 수 있는 1000~3000㎞는 한반도 전역은 물론이고 오키나와 등 일본 전역의 주일미군기지 타격이 가능한 거리다. 한미 당국은 이번에 MRBM이 발사된 위치가 동창리 일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사흘 전인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고출력 로켓엔진의 첫 지상분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의 미사일 종착지로 평가되는 ‘고체연료 ICBM’ 개발의 중간 단계로 ‘고체연료 MRBM’을 시험한 것 아니냐는 것. 북한은 통상 MRBM급 이상 탄도미사일의 경우 액체연료 추진체계를 사용해왔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이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역내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에 따르면 NSC 참석자들은 최근 북한의 무력사용 위협과 고체연료 추진기관 시험 등에 주목하면서 “김정은 정권은 심각한 식량 부족으로 추위와 굶주림에 신음하는 주민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대를 이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도발을 지속하는 행태는 북한 정권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노동·연금·교육개혁 등 ‘3대 개혁과제’에 대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라며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취임 직후 밝힌 3대 개혁과제에 대한 이행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국민패널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생중계된 이날 회의는 예정 시간(100분)을 훌쩍 넘겨 156분 동안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에 대해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에 수십 년간 지속할 수 있는 ‘연금개혁의 완성판’이 나오도록 시동을 걸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3월 장기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10월에 국민연금 제도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관련해 “노동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노동 문제가 정쟁과 정치적 문제로 흘러버리면 정치도 망하고 경제도 망하게 된다”며 “국민 모두가, 또 노사가 서로 서로 힘을 합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개혁에 대해선 “미래세대가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한 차원”이라며 ‘국가경쟁력의 발원이자 요체’로서 고등교육의 자율성을 약속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금 고금리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에 수요 규제를 조금 더 빠른 속도로 풀어나가서 시장이 안정을 찾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어 “일단 대출 규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려 한다”면서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들도 주택담보대출을 쓸 수 있도록 추진하려 한다”라고 강조했다.尹 “임기말 연금개혁 완성판 나오게 지금부터 시동 걸어야” 연금-노동-교육 개혁 로드맵 “노동개혁 못하고 정쟁 흐르면 정치도 경제도 망해 4류 전락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제안, 지방 균형발전에 훨씬 도움될 것”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생중계된 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총 156분 가운데 한 시간을 할애해 ‘3대 개혁과제’로 불리는 연금·노동·교육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3대 개혁은 우리나라를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한 필수 (사항)이고,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면서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해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각 부처 장관들이 연금·노동·교육에 관한 설명에 나섰다. 과제별로 개혁 시기를 짚었지만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내놓지 못했다.○ 尹 “연금개혁 완성판 나오게 이제 시동”윤 대통령은 이날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30대 청년의 질문에 “과거 정부에서 연금 얘기를 꺼내면 표가 떨어진다, 여야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안 됐고 지난 정부 때는 아예 얘기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에는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할 수 있는 연금개혁의 완성판이 나오도록 지금부터 시동을 걸어야 된다”고 밝혔다. 이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혁안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방식은 안 통한다.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전문가,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적극 소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의 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보험료율(현 9%) 인상의 필요성도 밝혔다. 정부는 내년 3월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 결과 발표를 토대로 국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 10월 정부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 尹 “노동개혁 못 이루면 3류, 4류로 전락”윤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관련해 “이뤄내지 못하면, 그리고 노동 문제가 정쟁과 정치적 문제로 흘러버리면, 정치도 경제도 망한다”라고 말했다. 노동 수요에 따른 유연성 확보를 강조하며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국제시장에서 3류, 4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매일 자고 일어나 쟁의하면 (노사) 양쪽 다 손실이 크다”며 ‘노사 법치주의’ 확립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12일 전문가 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권고문을 내놓은 노동개혁 부문은 추진 로드맵이 제시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내년 상반기(1∼6월)에 임금체계와 근로시간 개편 등 노동개혁 과제 입법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하반기(7∼12월)에는 원·하청 및 파견 등 국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나설 계획이다. 이날 국민 패널로 참석한 식자재마트 운영 사업주가 “30인 미만 기업 종사자는 주 52시간에 8시간을 추가 근무할 수 있는 일몰이 이달 폐지된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지금 국회에서 아직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야당을 설득해 연내에 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했다.○ 이주호 “지방대가 지역 혁신 허브 돼야”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의 대학 관리·감독 권한을 지방정부에 대폭 넘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광역시도와 지방대가 협력해 지역 발전을 이끌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지방대가 지역 혁신의 허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각 대학이 보다 자율적으로 예산을 운영하고, 특성화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 출마를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분리해서 선출하는 것보다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면 지방 균형발전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정파가 달라 갈등을 빚는 일이 많은데,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