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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모친, 부인, 장인 등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온 것과 관련해 경찰이 22일 고발인을 불러 조사한다.2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한 대표 가족 이름을 사용한 성명불상의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이용자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19일 고발됐다고 밝혔다.동아일보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당원 게시판에 쓰인 한 대표 가족의 이름은 한 대표의 아내, 장인, 장모, 모친, 딸 등 5명의 것이다.고발인은 이들의 이름으로 올 3월 15일부터 최근까지 각각 104개, 134개, 367개, 155개, 152개 등 총 900여 개의 게시글이 작성됐다고 주장했다.고발장에 따르면, 한 대표 모친의 이름으로는 “공적 마인드 최고의 정치인 한동훈이다. 지 마누라 지키는 독선불통 윤석열과 범죄비호꾼”, “한동훈이 우파 정신 이어받을 사람이다. 저 좌파부부는 보수정권 재창출에 관심이 없다” 등의 글이 게시됐다.한 대표의 장모 이름으로는 “영장 기각이 한동훈 책임? 뭔 X 같은 소리?”, “당 대표가 소신을 갖고 지도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정점식 정책의장은 물러나야” 등의 글이 작성됐다.한 대표의 아내와 장인 등의 이름으로는 주로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언론사의 사설과 기사의 제목 등을 그대로 가져온 게시글이 작성됐다.8월 18일에는 한 대표 이름으로 “건희는 개목줄 채워서 가둬놔야 돼”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이 게시글들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국민의힘 익명 게시판은 ‘책임당원’만 휴대전화 인증을 거친 뒤 이용할 수 있다.고발장에 따르면, 한 대표 가족 이름의 글들은 특정 날짜의 한 시간대에 몰려 불과 1, 2분 간격으로 여러 건이 올라오기도 했다.고발장을 낸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는 기자에게 “처음 고발할 때는 단순히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을 두고 누군가가 당정 분열을 일으키는 것 같아 애꿎은 피해를 보는 것이 싫다는 마음이었다”라면서도 “그런데 국민의힘 측에서 당무감사 등의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더라”라고 했다.이어 “게시글이 달린 시점이 총선 패배 직후라는 점에서 한 대표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적인 움직임이 포착돼 누군가에 의한 ‘당심 조작 사건’이라고 보고 추가 고발을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경찰 관계자는 “현재 서버 보전을 신청한 후 관련 수사를 이어나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 측은 “한 대표는 홈페이지에서 본인 인증을 받은 적이 없어 글을 쓸 자격이 없다”고 했다. 대표의 가족에 대해선 “맞다, 아니다를 설명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연세대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의 효력을 정지한 서울서부지법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세대는 “즉시 항고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자체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는 걸 두고 수험생 등의 반발이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전보성)는 20일 연세대의 가처분 이의신청을 기각하며 15일 내린 가처분 인용 결정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채무자(연세대)의 기존 주장 및 소명자료와 이의신청을 통해 추가로 제출한 주장과 소명자료까지 살펴도 여전히 채권자(수험생)의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밝혔다. 논술전형 합격자 발표 등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연세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낸 수험생들의 권리 보호가 우선이라고 거듭 밝힌 것이다. 연세대 측은 즉시 항고하겠다고 했다. 재시험이나 해당 문항 전원 만점 처리, 논술전형 인원 정시 이월 등 가능한 대안이 모두 추가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수시 합격자를 발표하는 다음 달 13일 전까지 본안 판결을 받아보겠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선 “사실상 무대책으로 버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시험 치른 지 한 달이 넘어가는데도 제대로 된 대책이 안 나온다”, “아이들 미래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법원 결정이 나오자 연세대에 “수험생 피해 최소화를 위해 미등록 충원 합격 통보 마감 시한인 다음 달 26일까지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또 재판부에도 “조속한 판단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다음 달 26일까지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을 경우 대안은 정시 이월과 해당 문항 전원 만점 처리 정도만 남게 된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연세대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와 한국대학교수연대 교수노조는 이날 “연세대는 빠른 시일 내 논술 재시험을 실시하길 요구한다”며 “이번 주까지 재시험을 결정하지 않으면 다음 주부터 감사원 감사 요청, 연세대 총장 및 입학처장 사퇴를 요구하는 학부모 서명운동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최근 경찰이 현금 압수물을 횡령하는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매년 공무원의 금품 비리가 수십 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은 경찰청, 대검찰청 등 수사를 담당하는 사정기관 5곳에서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사정기관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관련 징계 및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19일 동아일보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 부처별 징계부가금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총 418건의 징계부가금이 부과됐다. ‘징계부가금’이란 공무원이 횡령이나 뇌물 수수 등 금품 비리를 저질렀을 때 얻은 이익의 최대 5배를 일종의 벌금으로 내게 하는 제도다. 최근 5년간 부과 건수는 2019년 106건, 2020년 72건, 2021년 74건, 2022년 92건, 2023년 74건으로 총 418건이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25건(53.8%)은 경찰청, 대검찰청, 해양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등 사정기관 5곳이었다. 경찰청 97건, 해경 64건, 국세청 22건, 대검과 관세청이 각각 21건이었다. 주로 횡령, 뇌물 수수, 금품 공여 등이 많았다. 경기 남부경찰청은 최근 뇌물 수수 혐의로 하남경찰서 소속 50대 경감을 올 2월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이 경감은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지역 개발사업가들에게 수사 정보 등을 알려주는 대가로 90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국세청 소속 한 7급 공무원은 지난해 횡령 혐의로 1억5800만 원을 부과받았다. 2022년엔 세무사에게서 4000만 원 상당의 금품 및 26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국세청 직원이 파면됐다. 해양경찰청은 지난해 6월 30만 원 상당의 금품을 공여한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경찰관 조모 씨를 금품 공여 혐의로 징계했다. 금품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의 경우 징계 수위가 낮아 ‘솜방망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5년간 225건의 사정기관 금품 비위 중 중징계(파면이나 해임)가 내려진 건 37건(16.4%)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금품 비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징계 및 처벌 등을 제대로 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직자 행동강령 운영지침’상 금품 수수의 경우 100만 원을 기준으로 고의성, 과실 등을 판단해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 등을 내린다. 비위의 정도와 과실의 중대 여부는 해당 기관의 장이 결정한다. 구조상 ‘제 식구 감싸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공무원 금품 비리는 단순히 뇌물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건 관련 비공개 정보 제공, 수사 편의 제공 등으로 진화하는 추세”라며 “금액이 소액이라도 환수 조치 및 경징계에 그치지 않고 처벌을 강화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 의원은 “경찰청, 국세청 등 법질서 확립에 앞장서야 할 사정기관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민의 혈세를 빼돌리는 공직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만취한 채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낸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다혜 씨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운전) 혐의로 19일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다혜 씨의 도로교통법상 주차위반, 신호위반 등에 대해서는 통고 처분이 내려질 예정이다. 다혜 씨는 지난달 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면허 취소 기준을 넘어선 혈중 알코올 농도 0.149%의 만취 상태로 자신의 캐스퍼 승용차를 몰다가 차선을 바꾸던 중 뒤따라오던 택시와 충돌했다. 다친 택시 기사는 목 부위의 가벼운 통증을 호소했지만 다혜 씨와 합의서를 작성한 뒤 상해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다혜 씨는 사고 당일 이태원에서 5분 넘게 주차를 해선 안 되는 ‘황색 점선’ 구역에 7시간가량 주차하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다혜 씨는 경찰에 출석하며 공개한 사과문에서 “해서는 안 될 큰 잘못을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반성하며 살겠다”고 밝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중국 업체들이 저희 상품을 도용해서 쿠팡에 그대로 팔고 있어요.” 경기 포천시에서 15년 넘게 생활용품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는 황세미 씨(37)는 18일 이렇게 하소연했다. 황 씨는 지난해 1월 16일 자신이 고안한 새로운 디자인의 화장품 정리대와 휴지 걸이 등을 만들어 판매하기 위해 상표를 출원했다. 황 씨는 이 상품들을 중국 공장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주문했는데, 상표권 심사가 지연돼 약 1년 5개월 만인 올 6월 19일에야 상표가 등록됐다. 그사이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의 OEM 공장이 황 씨의 주문 제품과 똑같은 물건들을 대량으로 만들어 중국 업체들에 팔아넘겼고, 이 업체들은 황 씨가 만든 브랜드 로고를 카피해 똑같이 생긴 복제품을 온라인에서 팔기 시작했다. 황 씨는 “지금도 온라인에 우리 상품을 카피한 중국 제품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라며 “대기업과 달리 영세 사업자들은 여건상 새 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상표 등록을 미리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상표 심사하는 사이 中복제품 나와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우리나라 업체 상표를 도용한 복제품들이 활개를 치는 가운데 특허청의 더딘 상표권 심사 처리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표 등록이 늦어지면 중국산 복제품들로부터 우리 업체를 보호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상표 등록은 사업자가 자신의 상품을 출원해 타인의 상품과 구분하는 일종의 ‘특허권’이다. 상표권이 등록돼야 복제품 등으로 이를 침해당했을 때 상대방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경기 군포시에서 침구류 업체를 운영하는 박모 씨(40)가 2022년 10월 14일 신청한 상표는 약 1년 7개월 만인 올 5월 28일에 등록됐다. 박 씨는 “상표권이 나오기 전에는 쿠팡이나 지마켓 같은 오픈마켓에 제품 등록도 못 했다”며 “상표 심사가 늦어져 입은 손해가 1억 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영상 제작 중소기업의 김모 대표(41)는 “상표권 등록 과정에서 경쟁 업체가 이의 신청을 걸어 결국 3년이 지나고 나서야 상표가 등록됐다”라며 “일부 업체는 상대방의 상표권 등록을 늦추기 위해 이의 신청 제도를 악용한다”고 말했다.● 처리 기간 4.7→13.1개월로 늘어실제 특허청의 상표심사 처리 기간은 2015년 평균 4.7개월에서 올해 9월 기준 13.1개월로 9년 새 3배가량으로 늘었다. 특허청이 지난달 16일 공개한 ‘상표심사처리기간 지연의 경제적 피해액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 새 상표 심사 처리 지연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약 10조 원으로 추산됐다. 여기에는 중국산 복제품 출시로 인한 우리 업체들의 피해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허청은 이로 인해 5만4812개의 일자리 손실도 입었다고 분석했다. 특허청 피해 사례 조사를 보면 한 기업 대표는 “회사 상표를 내건 상품을 시장에 안정적으로 팔아야 매출, 이익도 꾸준히 나는데 지금은 상표 심사 처리 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경우 사업을 안정시키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른 기업 대표는 “상표 심사 처리가 늦어지는 탓에 제품에 상표 표기도 못 하고, 조기 출시 및 연계 상품 판매도 무산됐다”고 밝혔다.특허청은 인력 부족 탓에 상표 심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상표 심사관이 1인당 처리하는 건수는 2020년 1473건에서 지난해 2059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처리 건수는 9월 기준 1839건으로 연말까지 2000건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선 인력 확충 등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흥 와이즈업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상표와 브랜드 환경이 이전과 다르게 급변하고 중요성이 커지는데 특허청 심사 인력 규모는 그대로고 고령화됐다”며 “심사 인력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심사 처리 속도를 줄이기 위해 관련 규칙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김상윤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학과 수료}
경찰이 2025학년도 연세대 수리 논술 시험의 문제지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한 인물 중 한 명을 특정했다. 18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문제지 촬영 사진이 올라온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를 압수수색한 결과물을 분석해 게시자 한 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정된 해당 게시자에게 문제지 사진을 입수한 경로와 게시 목적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해당 게시자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18일 정례 간담회에서 “(연세대 수리 논술) 시험을 봤는지 여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이번에 특정된 게시자는 앞서 연세대가 논술 문제를 온라인에 게시한 혐의로 고발한 2명과 별개의 인물이다. 연세대는 사진 속 문제지와 답안지 필기 내용 등을 바탕으로 유출자 2명의 신원을 좁혔던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또 다른 게시자들에 대해서도 계속 신원을 추적 중이다. 경찰은 대입 수시 전형 일정과 별개로 게시자 전원을 특정한 후 수사 절차에 따라 추후 피의자 조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들에게는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게시자가 누군지 철저히 확인한 후 일정 조율을 통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은 고사장 시험 감독관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필요한 부분을 확인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앞서 15일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부장판사 전보성)는 문제가 유출된 논술 시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수험생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에 이날 이의신청을 하고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간 연세대는 본안 판결이 수시전형 기간에 안 나오면 논술전형으로 안 뽑고 인원을 정시모집으로 이월할 것으로 알려졌다.또 연세대는 문제 유출 논란 이후 제기된 가처분 신청 심문 과정에서 “가처분 신청을 한 수험생들은 채점 결과 합격하기 어려운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지를 미리 나눠준 실수는 있었지만 문제를 제기한 수험생들이 어차피 합격권이 아니어서 불이익을 받은 게 없다는 취지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가처분 인용 결정문에 따르면 연세대는 법원에 “설령 논술시험이 무효라고 해도 채권자(가처분 신청을 한 수험생) 중 문제가 된 고사장과 같은 건축공학과 지원자는 없으며, 채권자들은 채점 결과 합격하기 어려운 낮은 점수를 받아 불이익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재판부는 논술전형의 경우 논술시험만으로 당락이 결정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해당 시험은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아 시험으로서의 의의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또 “미리 문제지 정보가 전달된 범위와 규모를 전혀 가늠할 수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한 수험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대통령경호처가 신원조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법령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신원조사는 국가정보원, 경찰, 국방부만 할 수 있었다. 신원조사 범위에는 기본 인적사항 외에 대상 인물에 대한 세간의 평가, 주변 지인 및 인간관계, 정당이나 시민단체 가입 여부 등 내밀한 사생활도 포함된다. 일각에서는 주로 대통령의 측근이 수장을 맡아 권력기관으로 통하는 경호처가 신원조사까지 가능하게 되면 권한이 비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호처에 신원조사 권한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지난달 말 ‘보안업무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지금까지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 경찰청장에게만 부여됐던 신원조사 권한을 경호처장에게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원조사를 할 수 있는 주체에 경호처를 새로 넣은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 통과가 필요 없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신원조사란, 기밀을 취급하는 공무원이나 기관의 직원으로 임용될 사람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신뢰성 등을 조사하는 제도다. 가까운 인물, 평소 인품 및 소행, 정당 및 사회단체 가입 여부나 연관성, 국가기밀 누설 및 범죄 이력 등을 세세하게 조사한다. 기관이 직접 조사 대상의 주변인과 접촉해 평소 어떤 사람이었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재 통상 3급 이상 고위공무원에 대해선 국정원이, 경호처 직원 등 4급 이하 공무원은 경찰이 신원조사를 담당한다. 군인 인사는 국방부가 한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경호처가 자기 직원들을 직접 신원조사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국정원 측은 “대통령 밀착 경호를 수행하는 특성과 중요성을 고려해 철저한 신원 확인이 필수이며 고도의 보안 유지도 필요하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경호처 관계자는 “경호처 내부 직원에 대해서만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정보 수집 방법이 정해진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보기관 아닌데… 남용 우려” 일각에서는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밀착 수행하는 경호처가 신원조사까지 하게 되면 권한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사에 있어서 타 기관이 견제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임 김용현 경호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였고, 현재는 국방부 장관을 맡고 있다. 2022년 11월에는 경호 작전 과정에서 경호처가 군과 경찰을 지휘할 수 있도록 대통령경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현재는 국정원과 경찰이 신원조사를 하기 때문에 경호처 인사에 대해 암암리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만, 경호처가 자체 조사를 하게 될 경우 인맥이나 학연 지연 등에 따른 인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원조사에 별문제가 없는데 경호처가 굳이 권한을 가지려는 이유가 의문’ ‘외부 견제장치를 유지해야 한다’ 등 일각의 반응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보안업무규정에는 기관이 수집한 신상정보 자료를 언제, 어떻게 폐기해야 한다는 내용도 없다. 경호처가 수집한 개인정보들이 얼마나 오래 보관될지, 어떻게 쓰일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경찰, 국정원, 국방부만으로도 공직자 검증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기관도 아닌 경호처가 개인정보를 뒤지기 시작하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경찰은 내부 전산망에 형사처벌 입건 기록이 있고 법무부는 전과 조회가 가능한데 자체 데이터와 전문성이 없는 경호처가 이런 역할을 왜 맡는지 의문”이라며 “경호처가 본연의 업무를 벗어난 행위를 하는 등의 남용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대통령경호처가 직원들의 생일기념 선물용으로 상품권 4590만 원어치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기관, 준정부기관은 방만 경영,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기획재정부의 지침에 따라 현금성 상품권 구입이 금지돼있다. 전문가들은 형평성을 고려해 대통령경호처를 비롯한 정부 부처, 대통령실 등에도 지침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30일 동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경호처는 올해 3월 13일 ‘2024년 격려용 상품권 구매’라는 공고명으로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 입찰 공고를 올렸다. 사업 금액은 4590만 원, 구매 대상 물품은 단가 1만 원어치 상품권 4590매다. 입찰은 3월 15일에 시작돼 19일에 마감됐고 최저가인 4039만2000원을 써낸 한 업체가 최종 선정됐다.대통령경호처가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해당 상품권은 도서문화상품권으로 직원들에게 생일 축하 기념으로 지급되고 있다. 대통령경호처 측은 답변 자료에서 “(기재부의) ‘예산 및 기금운영 집행지침’을 준용하여 지급하고 있다”며 “세부적인 내역은 경호·보안 목적상 제출하기 어려움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기재부는 2014년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의 일환으로 ‘방만경영 정상화계획 운용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관이 소속 임직원에게 상품권, 선불카드 등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 물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 올해 6월 개정된 ‘공공기관의 혁신에 대한 지침’도 “공공기관은 창립기념일, 체육대회, 근로자의 날 등 각종 기념일에 고가의 기념품 또는 현금성 물품(상품권, 선불카드 등)을 지급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한다.문제는 대통령경호처를 비롯한 정부 부처에는 이런 지침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아니라 정부조직법의 적용을 받는 ‘부처’이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2024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정부 부처가 기관장 명의로 직원들에게 생일 축하용 상품권, 케익 등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이에 대해선 ‘형평에 어긋난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들은 세금 낭비를 줄이고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해 직원에게 줄 상품권도 못 사는데, 정작 그 상위 기관들인 정부 부처는 마음대로 상품권을 구입해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지침이 대통령실, 정부 부처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주창범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직 공무원이라면 보편타당하게 공평한 보수를 받아야 한다. 공무원들에게 현금성 물품이 아닌 표창장을 주는 것도 그런 이유”라며 “상품권의 경우도 공공기관은 못 하게 하면서 그 위 부처들은 마음대로 구입,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모든 국가직 공무원에게 일률적으로 지침이 적용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은 국민을 위한 효율성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준정부기관 성격을 갖는다. 그런 기관에 현금성 물품을 지급하면 안된다는 방향의 지침을 기재부가 제시했다면, 정부 부처와 대통령실도 알아서 그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강기훈 대통령실 선임행정관(45)이 사건 당시 면허취소 수준을 넘는 혈중알코올농도 0.121% 상태로 서울 도심을 5km가량 운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 행정관은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지목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리를 요구한 인물이다.30일 동아일보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서부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강 행정관은 올해 6월 7일 오후 9시 50분경 술을 마시고 운전을 시작해 5km를 운전했다. 경찰은 강 행정관이 서울 용산구 일대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을 시작해 서빙고역을 경유한 뒤 한남동까지 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21%였다. 면허취소(0.08% 이상) 기준을 훨씬 넘는다. 경찰 등에 따르면 당시 강 행정관의 차량을 뒤따르던 다른 운전자가 “앞차가 이상하게 움직인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출동한 경찰이 한남동 아이파크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차를 몰고 가던 강 행정관을 붙잡았다. 당시 강 행정관은 경찰의 음주 측정을 두 차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요청에야 측정에 응한 그는 면허정지 수치가 나오자 불복해 채혈을 요구했으나, 병원 채혈 결과 더 높은 면허취소 수치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사건 이후 대통령실은 40여 일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언론 보도가 난 뒤에야 그를 직무에서 배제해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그때까지는 대통령실 출근도 정상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강 행정관은 인사처로부터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고, 최근 법원에서 벌금 800만 원 약식명령을 받았다.양형위원회의 교통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통상 혈중알코올농도가 0.08~0.20%인 경우에는 500만 원에서 최대 800만 원의 벌금형 또는 8개월에서 최대 1년 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징역형은 동종 전과가 있는 경우, 과거에도 3회 이상 음주운전에 적발된 적이 있는 등의 경우에 선고된다. 벌금 800만 원이 선고된 것은 서울 도심에서 5km라는 긴 거리를 달려 사고 위험이 있었다는 점,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았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1980년생으로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강 행정관은 2019년 우파 성향인 자유의새벽당 창당을 주도한 뒤 초대 공동대표를 지냈다.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캠프 외곽에서 청년 자문 그룹으로 활동했다. 2022년 7월 26일에는 윤 대통령과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이 주고받은 ‘체리 따봉’ 메시지에 이름이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이달 21일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김 여사 문제를 거론하며 강 행정관 등 대통령실 참모진 8명을 정리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강 행정관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용산구 회사(대통령실)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는 길에 적발됐다. 술을 마시고 대통령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면허도 따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음주 운전이) 적발된 현장 인근 아파트로 이사 갔다”며 “사건 현장을 지켜보면서 늘 반성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겠다”고 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어르신들이 말 걸어서 불편합니다. 헬스장 못 다니겠어요.” 이달 18일 서울 강동구의 한 헬스장에 ‘고령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운동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이후 헬스장 측은 ‘젊은 분들에게 인사, 대화, 선물, 부탁, 칭찬 등 하지 마세요’라는 공지문을 붙였다. 28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서울 영등포구 소재의 한 헬스장 관리자는 “2년 전부터 현재 신규 회원 중에서 7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선 ‘저희 센터 이용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안내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회원이 운동 중 다쳐서 보험 처리한 10건 중 8건이 나이 많으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노시니어존, 갈 곳 줄어드는 노인들최근 고령층의 출입을 거부하는 ‘노실버존(No Silver Zone)’이 헬스장 등 스포츠 시설이나 카페 등을 위주로 늘어나고 있다. 어린아이의 출입을 거부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처럼 안전사고 혹은 시설 내 분위기를 이유로 노인 출입을 거부하거나, 일부에서는 ‘보호자 동의서’를 받은 뒤에야 입장을 허락한다. 6월엔 대구에 있는 한 4성급 호텔 헬스장이 안전 사고 우려를 이유로 만 76세 이상 노약자는 헬스클럽 등록과 이용을 금지하자 논란이 일었다. 이달 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노시니어존 60세 이상 어르신 출입 제한’이라고 써 붙인 한 카페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확산되면서 찬반 논란이 커졌다. 논란이 일자 이 카페는 일부 노인 고객이 다른 젊은 고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는 사건이 몇 차례 벌어지자 ‘노시니어존’을 선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고령층과 젊은이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77세 홍모 씨는 “고령층은 카페도 가지 말란 소리냐. 노인혐오가 커질까 봐 우려된다”며 “지금 젊은이들도 나중에는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박오순 씨(62)는 “소비자로서 돈을 내면 커피를 사 마실 권리가 있다. 노인들이 자신의 부모라고 생각하면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라고 했다. 반면 인천에 사는 직장인 김성훈 씨(29) “나이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게에 앉아있으면 트렌디하지 않은 곳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젊은 사람들 입소문을 타고 싶은 업주 입장도 고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 씨(24)는 “헬스장, 카페나 음식점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노인들을 자주 봤다”며 “젊은이들이 꺼리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권위 “고령자 차별 말라”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8일 ‘스포츠시설의 65세 이상 회원 가입 제한은 차별’이라며 입장문을 냈다. 인권위에 따르면 68세 진정인은 올 1월경 5년째 일일권을 이용해 다니던 서울 강남의 한 스포츠클럽에 1년 회원권을 구매하려고 했으나 65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인권위는 해당 스포츠클럽 사장에게 ‘고령자의 체육시설 참여가 배제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스포츠클럽 측은 “고령 회원들의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 등 때문에 가입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스포츠 시설에서의 안전사고 발생률이 반드시 나이에 비례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러한 이용 제한이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상업시설 등에서 노인 배제를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오범조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년층은 경제적, 정신적으로 위축되는 시기”라며 “노시니어존처럼 눈에 띄는 차별 요소는 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사회적 비용 부담도 덩달아 커진다”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천종현 한국외대 영미문학번역학과 졸업조승연 인턴기자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졸업}
“48년 동안 창신동을 지키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어려운 건 처음입니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차경남 씨(65)는 텅 빈 봉제공장 내부를 허탈한 듯 바라봤다. 그는 40여 평의 이 공장을 세를 주며 운영해 왔지만, 현재는 직원은커녕 각종 봉제 장비도 사라진 상태였다. 차 씨는 “더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올해 2월에 공장을 매물로 내놨는데 아직도 안 나갔다. 청바지 공장도 운영 중인데 그곳도 걱정”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60여 년간 서울 종로구와 중구 일대를 중심으로 이어져 온 국내 봉제업이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1960년대 섬유산업 호황으로 봉제공장이 몰린 창신동(사진) 일대엔 ‘드르륵’ 하는 미싱(재봉틀)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창신동 골목은 매일 아침 옷을 주문하러 온 동대문시장 상인들로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와 중국 ‘인스턴트 패션’ 기업 쉬인을 통해 값싼 옷들이 국내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봉제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일대에서 숙녀복 공장을 운영하는 박만본 씨(55)는 “중국산 저가 의류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오후 창신동 봉제골목 거리 곳곳에는 ‘40평 임대’라고 붙인 안내문과 불 꺼진 봉제업체들만 가득했다. 통상 가을과 겨울 옷을 만드는 10월은 업계 성수기로 알려져 있지만 봉제골목에선 더 이상 활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제2의 앙드레 김과 우영미 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배출할 패션 학원들도 최근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창신동 일대의 패션 학원 5곳은 폐업해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한 건물 관리인은 “패션 학원에서 배우면 취업이 돼야 하는데 안 되니까 올해 2월에 폐업하고 나갔다”고 했다. 정재우 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국내 봉제업이 죽으면 후방인 섬유 산업과 전방의 패션 디자인 산업도 다 같이 무너지게 된다”며 “업계를 되살릴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봉제 50년… 다들 경비-청소일 떠나”中저가의류, 봉제업 직격탄‘알테쉬’ 2만~3만원대 의류 공세… 봉제업체들 못견디고 11% 폐업“이제 일 배우려는 젊은이 없어”… 서울 종사자 3년새 1만명 줄어이날 창신동 봉제골목에는 30m마다 불 꺼진 공장들이 2, 3곳씩 있었다. 아예 공장 간판이 떨어져 나가 공장이었는지 모를 낙후된 곳도 많았다. 먼지 등으로 희뿌예진 유리창 안 옷들이 쓰레기더미와 함께 쌓인 채 방치된 공간들도 부지기수였다. ‘공장 문의’ ‘점포 임대’ ‘객공팀 구함’ 등의 종이가 붙은 채 철문이 굳게 닫힌 곳들이 거리 곳곳에 가득했다.● 서울 봉제업 종사자 수 3년 새 1만 명 줄어동아일보가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울 봉제의복 제조업 분야의 종사자 수는 2020년 7만875명에서 지난해 6만266명으로 1만 명 넘게 급감했다. 같은 기간 사업체 수도 1만5571개에서 1만3769개로 줄어들었다. 3년 새 11.6% 업체가 사라진 셈이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사업체와 종사자 수가 모두 감소한 것은 서울이 유일한데 통계청에선 그 주된 원인을 봉제업체 감소로 꼽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서울시 전체 종사자 수에 영향을 줄 정도로 여성용 겉옷 제조업과 셔츠·블라우스 제조업 등의 사업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창신동뿐만 아니라 중구 신당동과 성동구 왕십리 일대 봉제거리도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13년째 신당동에서 옷 샘플을 만드는 하모 씨(66)는 23일 기자와 만나 “열여덟 살 때부터 50년 가까이 봉제업을 했는데 이제는 이 일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없다”며 “이곳에 있던 200여 봉제업체 중 상당수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경비원이나 청소 일을 하러 떠났다”고 말했다. 왕십리에서 15년 넘게 봉제공장을 운영한 주종녀 씨(59)도 “월급 줄 돈이 없어 전 직원 6명 중 3명을 올봄부터 차례로 내보냈다”며 “10년 넘도록 함께 근무한 가족 같은 사람을 내보내 애가 탄다”고 했다. 주 씨는 내년 봄까지만 버티다 폐업하기로 했다.● ‘알테쉬’ 중국 이커머스 습격에 ‘직격탄’ 최근 국내 봉제업체들이 급격한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은 이른바 ‘알테쉬’(알리·테무·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를 통해 들어오는 값싼 의류에 시장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코트 등 여성용 겉옷을 2만∼3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지만 봉제업체에서 납품하는 코트는 소매시장에서 최소 10만 원을 주고 사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8월 발표한 ‘2024년 유통물류 통계집’에 따르면 2014년 1조6000억 원이던 해외 직구 규모는 지난해 6조7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해외 직구 가운데 의류·패션 분야가 3조 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발 해외 직구 열풍은 오프라인 의존도가 90% 이상에 달하는 국내 봉제업계에 치명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패션산업협회가 실시한 ‘2023년 봉제업체 실태 조사’에 따르면 봉제업체의 유통 비중은 재래시장이 38.9%, 소비자 직접 판매가 21.1%, 브랜드 업체 납품 11.7% 등인 반면 인터넷 쇼핑몰은 7.1%에 그친다. 젊은 봉제사들도 장기간 침체와 열악한 처우를 견디지 못해 업계를 떠나고 있다. ‘2023년 봉제업체 실태 조사’에 따르면 봉제사들은 대부분 12시간 넘게 일하지만 월평균 임금은 약 240만 원에 그쳤다. 강희명 한양여대 니트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현재 봉제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력은 70대가 가장 많다”며 “국가 자격증을 만드는 등 패션에 관심 있는 젊은 친구들이 유입될 수 있는 제도와 근로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정미경 인턴기자 경희대 경제학과 졸업}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할 때면 학교, 학원에서 못 느꼈던 즐거움을 느껴요.” 고려인 4세 최 알렉산더 군(14)은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축구 경기를 마치고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기자에게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뒤 초등학교 1학년이던 2017년 고려인 3세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여전히 국적은 러시아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그러나 최 군이 경기장에 서기까지는 한국 정착 과정에서의 숱한 고비들,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지던 집단 따돌림, 학교 폭력을 넘어서야 했다. 최 군은 한국에 입국한 뒤 충북 청주시 율량동에 아버지, 어머니, 누나 등 가족들과 정착했다. 그는 중학교에 올라온 이후 외국인이라는 소문이 학교에 퍼진 뒤 일명 ‘왕따’를 당했다. 올해 3월에는 길을 걷다 선배 2명과 동급생 1명에게 주먹으로 얻어 맞았다. 최 군은 입술과 얼굴이 엉망이 돼 전치 4주 진단이 나와 치료비만 1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최 군의 어머니는 아들 병간호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최 군은 이후 집단 괴롭힘을 피해 올해 9월 전학을 가야 했다. 최 군은 학폭 등 어려움을 겪을수록 축구에 매달렸다. 축구를 통해 친구를 만들고 자신감도 회복했다. 그는 “축구를 잘해서 유명한 선수가 되면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며 “롤모델은 손흥민”이라고 말했다. 대회를 앞둔 합숙 기간에는 오후 11시 늦은 시간까지 연습에 몰두했다. 그 결과 최 군은 이달 10∼12일 국제구호단체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주최한 결연아동 축구대회 ‘호프(hope·희망)컵’에 한국 대표로 출전했다. 기아대책이 2년마다 우리나라에서 여는 호프컵은 전 세계 결연 아동을 한국으로 초청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최 군은 이날 경기에서 잘 싸웠지만 졌다. 하지만 밝은 표정으로 “같은 팀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하이파이브 할 때 기분이 가장 좋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다른 팀 선수들을 보며 멋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최 군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진짜 축구 선수처럼 생활해 보니 너무 재밌었다. 열심히 축구를 연습해 멋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정미경 인턴기자 경희대 경제학과 졸업}
“아이를 위해 길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심정지 상태에 빠진 생후 22개월 아기를 태운 구급차가 다리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자 차량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길을 튼 경찰의 행동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덕분에 아기는 제시간에 병원에 도착해 건강을 회복했다. 22일 서울 용산경찰서 보광파출소 소속 유현동 순경(28)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29일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날 서울 용산경찰서 보광파출소에는 “22개월 아이가 고열과 발작으로 의식이 없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출동한 경찰, 소방은 아기와 아버지를 구급차에, 어머니는 경찰차에 태워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반포대교 북단 초입에서 아기는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설상가상으로 다리 위는 오토바이 접촉 사고 탓에 정체가 극심했다. 마침 다리 위에서 사고 현장을 정리하던 유 순경은 ‘심정지 코드’ 무전을 받았다. 유 순경은 즉시 동료 경찰과 함께 구급차가 있는 지점까지 400여 m를 달려왔다. 유 순경은 양팔을 좌우로 벌리는 수신호를 하며 차도 위를 뛰어다니면서 길을 텄다. 유 순경은 “호루라기를 불고 뛰면서 필사적으로 길을 텄다”고 말했다. 덕분에 구급차는 제시간에 병원에 도착했고 아기는 건강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올해 2월 사회적 대화가 재개된 이후 노사정이 내놓은 첫 합의에 따라 공무원 노동조합 전임자가 월급을 받으면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한도가 결정됐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공무원근무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가 22일 전원회의를 열고 공무원 근무시간 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타임오프는 노조 활동을 유급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공무원의 노조 활동은 2006년 합법화됐고, 2022년 통과된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타임오프 한도를 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노사정 대화가 중단되면서 논의가 지연됐는데 올 6월 발족한 근면위가 4개월가량 논의를 거쳐 최종안에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 노조는 조합원 규모에 따라 8개 구간으로 나눠 타임오프가 적용된다. 조합원 299명 이하 노조는 연 최대 1000시간, 조합원 1만5000명 이상은 연 최대 2만8000시간 등이다. 조경호 근면위 위원장은 “가장 많은 300∼1299명 구간의 경우 1, 2명의 전임자가 활동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임자 1명이 주 40시간씩 1년간 노조 활동을 할 경우 2000시간가량이 된다. 파트타임으로 여러 명이 한도를 나눠 쓸 순 있지만 사용자가 정해진 전임자 인원의 2배를 넘을 수는 없게 했다. 이번에 정해진 타임아웃 한도는 정확하게 비교하긴 어렵지만 민간 기업의 절반가량으로 보인다. 민간 기업의 경우 조합원 규모별로 10개 구간으로 나눠 연 최대 2000시간(99명 이하)∼연 최대 3만6000시간(1만5000명 이상)이 부여되고 있다. 논의 과정에서 정부는 민간의 30%, 노조는 90% 수준을 주장하며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위원장은 “한도가 너무 많으면 국민 입장에서 거부감이 있고, 너무 적으면 공무원 노사관계를 망가뜨릴 수 있어 적정선에서 결정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노조가 한도를 모두 쓸 경우 정부 예산 200억 원대 중반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복원 이후 상호 논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첫 노사의 합의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미래 세대 일자리를 위한 사회적 대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사노위는 정년 연장을 포함한 고령자 계속고용, 근로시간 유연화, 이중 구조 개선 등에 대한 노사정 대화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한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은 이날 의결에 반발해 경사노위를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온전한 타임오프를 보장하라”며 합의 내용에 반발하다가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아 3명이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대학생 박모 씨(22)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서 자세교정기를 1만5000원에 구입했다. 박 씨는 물건을 배송 받은 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국 직구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 같은 제품을 검색해 봤다. 그 결과 같은 모양의 제품이 불과 1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알리,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가운데 쿠팡, 11번가, G마켓 등 일부 국내 쇼핑몰에서는 알리, 테무에서 파는 동일한 제품들이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한국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라 높은 가격에도 믿고 구매했는데 실상은 싸구려 중국 쇼핑몰 제품이 도착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유통 구조를 악용한 투자 창업 사기도 등장하고 있다.● “中쇼핑몰에서 사다 되팔면 큰돈” 사기 범죄도 21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지난달 24일 온라인 홈쇼핑 창업지원 서비스 업체 대표 김모 씨를 사기 혐의로 붙잡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알리, 테무 같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사다가 쿠팡, 11번가 등 한국 사이트에서 팔면 큰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수익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투자자 80여 명을 끌어모았다. 김 씨가 예로 든 제품은 마우스, 난방텐트 등 요즘 대부분 온라인으로 많이 구입하는 것들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투자자들에게 “내가 당신들 이름으로 쇼핑몰을 개설해서 돈을 벌게 해줄 테니 이름을 나한테 빌려주고 돈을 투자하라”는 취지로 권유했다. 1인당 원금은 물론이고 1년에 600만 원의 수익까지 보장하겠다는 달콤한 말에 속은 투자자들은 총 40억 원을 김 씨에게 투자했다. 김 씨 측은 경찰 조사에서 “수익이 생각했던 것보다 발생하지 않은 것이지 사기 사업은 아니다”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투자금을 수취한 부분에 대해 사기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김 씨는 투자자들 이름으로 사업자를 여러 개 낸 뒤 쿠팡,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11번가 등에 입점해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그는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물품을 알리, 테무 등 중국 쇼핑몰에서 주문해 그대로 구매자에게 배송했고 중간에서 가격 차액을 챙겼다. 하지만 판매가 저조했고, 설상가상으로 상표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 결국 수익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은 김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국산인 줄 알았는데… 소비자도 피해이 같은 판매 행태는 일반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믿고 구매한 제품이 사실은 질이 떨어지는 중국 쇼핑몰 제품이기 때문이다. 대학생 임모 씨(22)는 “최근 쿠팡에서 7000원가량을 주고 구매한 노트북 거치대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2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알았다”며 “3배가 넘는 돈을 주고 샀지만 품질이 너무 조악해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중국산 제품에 국내 제조사 이름을 넣어 비싸게 파는 소위 ‘택갈이’(상표를 바꿔 붙인다는 뜻) 피해도 늘고 있다. 특히 의류는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국산이 비싸다. 이를 악용해 일부 국내 온라인 판매업자는 중국에서 수입한 의류를 마치 한국에서 생산한 것처럼 태그를 교체해 팔고 있다.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이 중국 사이트에서는 한국 사이트보다 약 반값에 팔리는 것을 본 뒤에야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소비자원에 신고하기도 한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8월 접수된 의류 관련 상담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8% 늘었다. 이 중 상당수는 원산지나 제조국을 한국으로 속여 표시한 경우였다.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직구 사이트 이용이 늘면서 이를 악용한 ‘피싱 사기’도 늘고 있다. 올해 4월엔 물류회사 DHL을 사칭해 ‘국제특송 배송알림’ 형태의 피싱 이메일이 배포됐다. 마치 중국에서 한국으로 제품이 오는 과정을 알려주는 듯한 이메일 본문에는 클릭을 유도하는 부분이 있고, 이를 클릭하면 가짜 사이트에서 결제를 유도하는 식이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 관련 사기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파는 통신판매사업자는 2019년 8만7147명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에는 21만2211명(약 2.5배)이었다. 앞선 쇼핑몰 사기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 대리를 맡은 홍푸른 디센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피의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광고했다”며 “수많은 피해자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이태원에서 음주 운전 사고를 낸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가 사고 13일 만인 18일 경찰에 출석했다. 문 씨는 이날 오후 1시 40분경 서울 용산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변호인과 함께 흰색 승용차를 타고 온 문 씨는 취재진에 “죄송합니다. 성실히 조사 받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경찰서로 들어갔다. 문 씨는 이후 별도의 사과문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는 “해서는 안 될 큰 잘못을 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반성하며 살겠다”고 했다. 이어 “(택시) 기사님이 신고해 주신 덕분에 제가 운전을 멈추고 더 큰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며 “사고 후 저의 사죄를 받아주신 것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4시간가량 진행된 조사 뒤 문 씨는 오후 5시 55분경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그는 취재진에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차에 올라탔다. 문 씨는 앞서 이달 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면허 취소 기준을 훌쩍 넘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49%의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뒤따라 오던 택시와 충돌했다. 다친 택시 기사는 문 씨의 사과 손편지를 받고 합의서를 작성한 뒤 상해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문 씨는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는 제외하고 음주 운전 혐의만 적용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이태원에서 음주 운전 사고를 낸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가 사고 13일만인 18일 경찰에 출석했다. 문 씨는 사과문에서 “저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택시) 기사님과 가족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문 씨는 이날 오후 1시 40분경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했다. 변호인과 함께 흰색 승용차를 타고 온 문 씨는 검은 정장을 차림으로 차에서 내려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문 씨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죄송합니다. 성실히 조사 받겠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현장의 누군가 “음주운전은 살인이다”고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문 씨는 경찰서로 들어간 뒤 별도의 사과문을 언론에 공개했다.그는 “모든 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 해서는 안 될 큰 잘못을 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반성하며 살겠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택시) 기사님이 신고해 주신 덕분에 제가 운전을 멈추고 더 큰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라며 “사고 후 저의 사죄를 받아주신 것도 감사하다”고 말했다.앞서 이달 5일 문 씨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뒤따라오던 택시와 충돌했다. 택시 기사는 경상을 입었으나 문 씨 측으로부터 사과 손편지를 받고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씨는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고 음주운전 한 것을 꾸짖으셨다. 다시는 걱정하시지 않도록 자신을 성찰하며 살겠다”라고 덧붙였다.택시기사가 문 씨와의 합의를 이유로 상해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문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는 빼고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만 적용 받게 된다.문 전 대통령과 문 씨 소유의 차량 2대에 내려졌던 11차례의 압류 조치는 모두 해제된 것으로 파악됐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은평구 ‘일본도 살인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범인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며 현행 신상정보 공개 기준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14일 유족 측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남언호 법률사무소 빈센트 변호사는 가해자 백모 씨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남 변호사는 현재 일본도 살인 사건과 서울 중랑구 ‘흡연장 살인 사건’을 함께 맡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일면식도 없던 피해자를 갑자기 무차별 살해한 사건이지만 전자는 가해자 신상이 비공개됐고, 후자는 공개됐다.남 변호사는 “두 사건은 범죄사실이 유사하지만 신상정보공개 결과가 너무나도 달랐다”고 지적했다.남 변호사는 지난해 5월 발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계기로 1월부터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신상공개법)이 시행됐지만 기존의 모호한 요건을 그대로 차용했다고 지적했다.남 변호사는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제4조에 의하면 ‘범행 수단의 잔인성’, ‘피해의 중대성’, ‘증거의 존재 여부’ 등을 요건으로 열거하고 있다”라며 “여전히 우리는 얼마나 범행수단이 잔인해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중대한 피해인 것인지, 충분한 증거의 뜻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했다.이어 “유사한 사건이라도 어느 수사기관에서 검토하느냐에 따라 공개 여부가 달라질 소지가 있어 자의적인 법집행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상정보 공개를 구속영장 발부처럼 일원화된 기준과 절차 속에 진행하도록 제도를 바꿀 것을 주장했다.남 변호사는 가해자 백 씨에 대한 엄벌도 촉구했다.그는 “계속 발생하는 ‘망상에 의한 이상동기 살인범죄’의 엄벌 필요성과 법정최고형인 사형 선고 및 집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형이 선고되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수에 대한 집행이 이뤄진 후 26년간 단 한 번도 사형이 집행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남 변호사는 “반성할 줄 모르는 극악한 살인범죄에 상응하는 법적 정의 실현은 사형밖에 없으며,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도 부합함이 명백하다”며 대통령실, 국회, 법무부장관에 사형 선고와 집행을 촉구했다.일본도 살인 사건은 7월 29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 부근에서 담배를 피우던 주민을 일본도로 살해한 사건이다. 앞서 피고인 백모 씨(37)는 구속됐지만 정신질환이 의심되고 유족에 대한 2차 가해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신상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됐다.이에 유족 측은 지난달 9일 검찰에 백 씨의 신상공개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내고 기자회견을 하는 등 강력히 항의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입장문에는 일본도 살인 사건과 흡연장 살인 사건에 대한 유족들의 엄벌 탄원서도 첨부됐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노벨상 소식 이후 사흘간 1분도 안 쉬고 계속 인쇄기를 돌리는 중입니다.” 13일 오후 3시경 경기 파주시 천광인쇄사 입구에는 이제 막 인쇄된 소설가 한강(54)의 책이 높이 150cm 넘게 쌓여 있었다. 안에서는 쉴 새 없이 인쇄기가 돌아가는 가운데 주말도 반납하고 출근한 직원 20명이 ‘작별하지 않는다’의 표지를 찍어내느라 바빴다. 두 대의 인쇄기는 사흘간 24시간 ‘풀가동’ 중이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 신드롬’이 계속되고 있다. 한강의 저서 중 양장본이나 초판본, 친필 사인본은 정가의 수십 배 가격에 중고 거래됐다. 연세대 등 한강의 모교는 축하 메시지를 냈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독서, 글쓰기 열풍이 불었다.● 인쇄소는 사흘간 풀가동 ‘즐거운 비명’ 한강 저서 품귀 현상에 인쇄소들은 비상이 걸렸다. 기자가 찾아간 천광인쇄사는 이날 하루 동안 한강의 책 2만5000부를 찍었다. 인쇄소 관계자는 “이번 주 찍은 한강 책만 7만 부가 넘는다”고 했다. 한때 종이 공급이 인쇄 물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인쇄소 관계자는 “오전 7시 출근해 오후 11시 퇴근하고 있다”면서도 “몸은 힘들지만 한국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사실에 다들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문고와 예스24에 따르면 한강 작가의 책들은 10일 오후 8시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 후 13일 오후 2시까지 사흘간 약 53만 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책은 ‘소년이 온다’(창비) ‘채식주의자’(창비)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순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한강의 모교 연세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강 수상은) 연세대의 자랑이며 보람인 동시에 한국을 넘어 전 인류가 공유하는 긍지와 성취”라고 밝혔다. 이어 “윤동주 이래 지금까지 이어진 연세 문학인의 감수성인 동시에 140년 가까이 이어온 연세 교육의 지표”라고 축하했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안연진 씨(20)는 “(한강의 수상이) 후배로서 열심히 공부할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연세대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배모 씨(22)는 “문학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의 모교인 서울 강남구 풍문고도 교문에 ‘노벨 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풍문고의 자랑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시민들 독서 열풍, 중고 거래선 ‘노벨상 프리미엄’ 시민들 사이에서도 독서, 글쓰기 열풍이 불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책마당’에서는 한강의 책이 진열된 곳에 시민들이 길게 줄 섰다. 자녀를 ‘글쓰기 학원’에 보내야겠다는 부모들이 늘며 교육계도 들썩였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김모 씨(38)는 “아이에게 글쓰기를 꼭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부터 글쓰기 학원을 보내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논술학원들도 ‘한강처럼 글 쓰는 법’ 등의 문구를 내걸며 홍보에 나섰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소년이 온다’를 30만 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원가(1만3000원)의 20배를 넘는 가격이다. ‘소년이 온다’ 저자 서명본은 40만 원에 사겠다는 글도 있었다. ‘작별하지 않는다’ 초판 1쇄를 20만 원에 구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한강의 부친 한승원 작가(86)가 살고 있는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에선 이날 주민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한강의 수상을 축하하는 마을 잔치가 벌어졌다. 주민들은 한 작가에게 참석을 요청했지만 한 작가는 고마운 마음만 표현하며 참석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한 작가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노벨 문학상을 받은 딸을 둔 아버지 역할이 너무 어렵다”며 “딸에게 (주민들이) 마을 잔치를 열려고 한다는 소식을 알리자 ‘잔치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 왔다”고 전했다. 이에 한 작가가 딸에게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잔치를 개최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못 하게 하느냐”고 답변했다고 한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장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중 시험지가 일찍 배부돼 문제 일부가 유출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연세대 측은 “논술시험의 공정성을 훼손시킬 만한 행위는 파악되지 않았다”면서도 “위원회를 구성해 입시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필요하면 경찰 등 사법당국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수험생 사이에선 시험 문제 유출이 확인될 경우 공정성에 문제가 생긴 것인 만큼 재시험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논술 시험지가 유출됐다면 1885년 연세대 개교 이후 초유의 사태가 된다.●감독관 실수로 시험지 사전 배포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선 202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전형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 9시부터는 인문·사회 계열 논술시험이, 오후 2시부터는 자연계열 논술시험이 치러졌다. 261명을 선발하는 자연계열 논술시험에는 수험생 9667명이 응시했다.그런데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이 논술시험 시간을 오후 1시부터로 착각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감독관은 낮 12시 55분경 논술 시험지를 고사장에 있던 수험생 31명에게 배부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감독관이 착오가 생긴 것을 알아차리고 15분가량 지난 오후 1시 10분경 회수를 완료했다”고 전했다.하지만 일부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후 논술시험 관련 글이 올라왔다. 한 커뮤니티에는 오후 1시~1시 반 “1번(문제) 아까 말한 도형 맞나”, “유출됐다는 게 정사각형에 직사각형 4개인가” 등 시험 관련 게시물이 올라왔다. 실제로 1번 문제는 확률 문제인데 문제 하단에 정사각형 8개로 구성된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다.한 글쓴이는 “휴대전화 수거 전 시험지를 나눠주는 바람에 1번 문제가 사진으로 온라인에 유출됐다”고 했다. 하지만 연세대 측은 13일 밤 입장문을 내고 “시험 시작 전 문제가 유출됐다고 하면서 올라온 사진은 시험 종료 후 문제지를 불법 촬영한 파일이 공유된 것”이라며 “시험 시작 전 공유된 것처럼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유통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이날 자연계열 논술 시험에선 4-2문항에서 수학 기호 ‘b’가 ‘a’로 잘못 표기된 사실이 시험 중 발견되기도 했다. 연세대 입학처는 시험 종료 30분 전 이 사실을 공지하고 수험생 전원에게 시험 시간을 20분 연장해 줬다.●연세대 “경찰에 수사 의뢰 검토”연세대 입학처는 시험지를 사전 배포한 고사장 감독관 2명을 13일 대면 조사했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두 감독관은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끄고 가방에 넣은 후 고사장 뒤에 둔 상태에서 시험지가 교부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감독관이 시험 시작을 선언하기 전 시험지 회수도 이뤄졌다”고 했다.연세대 측은 이날 밤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문제지 배부부터 문제지 회수 시까지 모든 문제지는 연습지에 의해 가려진 상태여서 학생들은 문제를 볼 수 없었다”며 “다만 문제지 수거 후 시험지 배부·회수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얼핏 본 도형에 대한 인상을 묘사한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고 추정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개된 여러 정보가 서로 무관한데도 마치 하나의 사건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합되고 확대되고 있다”며 “도형이 있다는 인상을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파악할 수 없으므로 공정성을 해치는 정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연세대 측은 또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추가 조사를 하고 필요하다면 경찰 등 사법당국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자연계열 논술 시험을 치렀다는 한 학생은 “A3 한 장 앞뒤에 6문제가 나와 있었다. 문제가 된 고사장에서 문제를 사전에 봤다면 시험지 회수 후에도 1시간 가까이 미리 풀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공정성 문제가 큰 만큼 재시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입시업계 “재시험 또는 납득할 해명을”연세대 측은 관리감독 소홀을 인정하고 “송구하다”고 사과했으며 휴대전화 소지 및 문제 유출 불가는 이미 수험생에게 공지된 사항인 만큼 이를 어겼거나 문제 유출로 이득을 본 사람이 있다면 0점 처리, 입학 취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다만 “현재로선 재시험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시험지가 수험생에게 사전에 전달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문제”라며 “어떤 문제인지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올라왔다면 명백한 문제 유출로 봐야 하며 재시험이 불가피하다. 아니라면 대학 측에서 납득할 만한 해명을 빠르게 내놔야 한다”고 했다.교육부는 일단 연세대의 향후 조치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각 대학은 공정한 입학전형 운영 의무가 있다. 학교에서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지도감독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