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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선 중요한 의결이 진행됐다. K2 전차의 심장 ‘파워팩(엔진+변속기)’ 중 변속기의 국산화가 완료된 사실을 확인하는 한편 이를 2026년부터 양산될 전차에 적용한다는 최종 결정을 내린 것. K2 전차는 2022년 폴란드로 처음 수출되는 등 방산 수출 효자 무기다. 이날 의결로 K방산 수출의 ‘퀀텀 점프’를 위한 숙원 과제 하나가 해결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워팩 엔진은 2014년 국산화됐지만 변속기는 독일 제품을 써왔다. 이 때문에 K2 전차를 수출할 때는 물론 해외에 전시할 때도 독일 정부의 수출 승인을 받아야 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변속기 국산화로 K2 전차의 국산화율은 기존 84.3%에서 90%로 높아질 전망이다. 변속기 국산화 관련 실무를 담당한 권창모 방사청 전차사업팀장은 “전차 단가의 10%를 차지하는 변속기 국산화로 전차 가격이 더 저렴해지면서 K2의 수출 경쟁력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무기 핵심 부품 및 첨단기술의 국산화는 K방산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이뤄야 할 필수 과제다. 핵심 부품을 국산화해야 요동치는 국제 정세 등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진다. 안정적 공급이 이뤄지면 방산시장에서 ‘적기 납품’을 통한 신뢰가 확보된다. 값비싼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돼 가격 경쟁력도 확보된다. K무기가 세계 시장에서 꾸준히 각광받는 ‘방산의 페라리’로 도약할 수 있는 핵심 열쇠 중 하나가 국산화라는 의미다. 특히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가 출범한다. 미국 안보와 직결된 주요 방산 부품에 대한 보호무역주의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핵심 부품·기술의 국산화는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 전투기 ‘심장’ 첨단 항공엔진 국산화 착수한국이 방산 수출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은 ‘국방 첨단 과학 기술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첨단 항공 엔진이다. 첨단 항공 엔진을 독자 개발한 나라는 아직까지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우크라이나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올해 7월 양산에 들어간 KF-21은 국산 초음속 전투기이지만 생산 단가의 20∼3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 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제품을 쓴다. 전투기의 ‘심장’ 격인 엔진을 독자 개발하지 못해서다.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엔진을 단 KF-21의 수출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정부가 자국 F-16 최신 개량형인 F-16V의 수출 확대를 같은 급 전투기인 KF-21이 막는다고 보고 수출 승인 거부 등의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항공엔진 독자 개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KF-21에 탑재될 엔진을 GE와 제휴해 면허생산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9년 이후 1만 대가 넘는 항공엔진 조립 생산 등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항공 엔진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방사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산업체와 함께 2030년대 중후반까진 KF-21 개량형에 적용 가능한 1만5000lbf(파운드포스)급 터보팬 엔진 개발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가 전 세계로 확대될 가능성을 대비해 정부 차원에서 역량을 결집해 개발 완료 시기를 1, 2년이라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기 핵심 ‘국방반도체’ 해외 의존도 99%국방반도체는 사실상 모든 무기에 적용되는 반도체를 말한다. 일반 반도체에 비해 극한의 온도 등 가혹한 환경에서도 높은 신뢰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강력한 보안도 필수다. 특히 미래전장이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지능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AI 유무인 복합 체계의 두뇌 역할을 할 고성능 국방반도체 확보는 더욱 시급해졌다. 하지만 국산 국방반도체 시장은 아직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 방사청에 따르면 레이더, 유도무기 등 54개 주요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국방반도체를 조사한 결과 98.9% 이상이 미국 등 해외에서 설계·제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기술 패권이 격화되는 등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글로벌 국방반도체 공급망 상황은 언제든 불안해질 수 있다. 이에 국방반도체 국산화는 K방산 수출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로 손꼽힌다. 정부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는 만큼 국방반도체 국산화를 서두르고 있다. 앞서 9월 방사청은 국방반도체의 기술력 및 자립도 강화를 전담할 ‘국방반도체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출범 약 2개월이 지난 현재 사업단은 민관군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K무기체계 범용 국방 반도체 칩 개발’ 등의 구체적인 과제도 수립했다. 사업단은 우주항공용을 비롯해 AI 기반의 미래 전장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온디바이스(기기 내장) AI 국방반도체 등 다양한 무기에 적용될 첨단 국방반도체 개발을 이끈다는 방침이다.● ‘게임체인저’ 자폭 드론 엔진 국산화 시급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현대전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자폭 드론도 부품 국산화가 시급하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된 국산 자폭 드론은 다음 달부터 드론작전사령부 등에 실전 배치된다. 국산 자폭 드론이 실전 배치되는 건 처음이다. 군 당국은 자폭 드론의 파괴력과 효용성이 입증된 만큼 북한에 맞서 이를 포탄에 준하는 수준으로 비축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전장에서 자폭 드론의 파괴력을 실감한 세계 각국도 자폭 드론 확보 경쟁에 나선 모양새다. 자폭 드론이 K방산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군은 우선 기본적인 자폭 임무를 수행하는 드론을 배치한 뒤 보다 향상된 장거리 비행 능력이나 표적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춘 자폭 드론을 순차적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다만 우리 군에 초도 납품되는 국산 자폭 드론 30여 대 시스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엔진은 독일산이다. 미래 수출 효자가 된다 해도 독일 정부의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한계가 있다는 것.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국방 드론 및 관련 부품 전문 방산업체를 선정한 뒤 보호 육성하는 방식으로 자폭 드론을 K무기의 우선순위로 올려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군 소유의 서울 노원구 태릉체력단련장(태릉CC)에서 골프를 친 지난달 12일은 대북 상황이 악화돼 합동참모본부 장군 등에게 골프 자제 지침이 내려간 날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군 장성들은 안보 상황이 엄중하다며 골프 라운딩을 줄줄이 취소하며 대기 태세를 갖췄는데 국군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이 골프를 친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11일 밤 북한 외무성이 중대성명을 내고 우리 측이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주장하며 “모든 공격력 사용을 준비 상태에 두고 있다”고 위협하자 국방부는 즉시 골프 운동 자제 지침을 전파했다. 자제 기간은 주말인 지난달 12일과 13일이었다. 현 안보 상황과 관련해 국방부 고위 공무원, 합참 장군단 등은 골프를 자제하라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지난달 12일에만 태릉CC에는 10건 안팎의 취소 신청이 이어졌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장군들은 북한 도발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작전 지휘를 해야 해 골프를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등 일각에서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이 갑작스럽게 잡히는 바람에 장군들이 마지못해 취소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지만 군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골프 논란에 대해 “영관급 이하 장교들에게는 당시 골프 자제 지침이 내려가지 않았는데 이는 작전 지휘를 직접 하는 필수 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대북 작전을 직접 지휘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라며 “모든 상황을 대통령과 연관시키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0월부터 군 소유의 태릉체력단련장(태릉CC)에서 세 차례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달 6일 당선이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골프 외교’를 위해 8년 만에 골프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고 설명했는데 당선 전부터 골프를 쳤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국민 사과 이틀 뒤 골프를 즐겼다고 한다”며 “트럼프 대비 골프는 급조해 낸 변명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과 이달 2, 9일 등 토요일에 3차례 태릉CC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13일 동아일보에 “윤 대통령이 최근 태릉CC에서 골프를 친 것은 맞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비공식, 비공개 일정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경호처 김성훈 차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 당선인하고 골프 치는 게 필요하면 4시간씩 필드에 나가는 게 아니라 연습장을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민주당 신영대 의원의 질의에 “(군 연습장이 아닌 일반) 연습장에 가게 되면 그곳에 있는 일반 국민들이 제한을 받는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이 골프를 친 날은 휴일이긴 하지만 북한 도발은 물론이고 국정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며 민심이 이탈하던 시기였다. 북한은 지난달 11일 우리 정부가 무인기를 평양시 상공에 침투시켰다며 “모든 공격력 사용을 준비 상태에 두고 있다”고 위협했고 그날 밤부터 다음 날인 12일 오전까지 오물풍선 도발을 벌였다. 또 이달 2일은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 육성 녹음파일이 공개된 지 이틀 뒤였고, 9일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이틀 뒤였다. 지난달 12일과 이달 2일은 트럼프 당선 전이어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골프 외교 준비를 위해 골프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는 10일 대통령실 설명과 배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8월 여름 휴가 때도 골프를 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시나 윤 대통령의 사과는 말뿐이었다”며 “그날은 윤 대통령 부부를 규탄하는 집회 시위가 도심 곳곳에서 열린 날이다. ‘나이스 샷’이란 소리는 듣고 싶고, 국민의 엄중한 목소리는 듣기 싫었던 것이냐”고 몰아세웠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0월부터 군 소유의 태릉체력단련장(태릉CC)에서 세 차례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달 6일 당선이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골프 외교’를 위해 8년 만에 골프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고 설명했는데 당선 전부터 골프를 쳤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국민 사과 이틀 뒤 골프를 즐겼다고 한다”며 “트럼프 대비 골프는 급조해 낸 변명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과 이달 2, 9일 등 토요일에 3차례 태릉CC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13일 동아일보에 “윤 대통령이 최근 태릉CC에서 골프를 친 것은 맞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비공식, 비공개 일정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경호처 김성훈 차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 당선인하고 골프 치는 게 필요하면 4시간씩 필드에 나가는 게 아니라 연습장을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민주당 신영대 의원의 질의에 “(군 연습장이 아닌 일반) 연습장에 가게 되면 그곳에 있는 일반 국민들이 제한을 받는다”고 해명했다.윤 대통령이 골프를 친 날은 휴일이긴 하지만 북한 도발은 물론이고 국정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며 민심이 이탈하던 시기였다. 북한은 지난달 11일 우리 정부가 무인기를 평양시 상공에 침투시켰다며 “모든 공격력 사용을 준비 상태에 두고 있다”고 위협했고 그날 밤부터 다음 날인 12일 오전까지 오물풍선 도발을 벌였다. 또 이달 2일은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 육성 녹음파일이 공개된 지 이틀 뒤였고, 9일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이틀 뒤였다.지난달 12일과 이달 2일은 트럼프 당선 전이어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골프 외교 준비를 위해 골프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는 10일 대통령실 설명과 배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8월 여름 휴가 때도 골프를 쳤던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대해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시나 윤 대통령의 사과는 말뿐이었다”며 “그날은 윤 대통령 부부를 규탄하는 집회 시위가 도심 곳곳에서 열린 날이다. ‘나이스 샷’이란 소리는 듣고 싶고, 국민의 엄중한 목소리는 듣기 싫었던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시키는 대로 회견 한 번 하고, 긴장 풀고 국정 놓고 골프 치는 불감의 오만을 반드시 꺾겠다”고 했다.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트럼프와의 골프를 위해 라운딩했다는 새빨간 거짓말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차라리 대통령은 매일 골프 치고 영부인은 대내 활동을 금지해야 사고 안 친다”고 비꼬았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장성 3인 중 경력과 직책이 불분명해 미스터리한 인물로 분류됐던 신금철 북한군 소장이 북한군 총참모부(우리 군으로 치면 합동참모본부)에서 군사 작전의 실질적 운영을 책임지는 고위 실무자인 작전처장이라는 사실을 정보당국이 최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작전의 계획 및 실행을 총괄하는 인물인 만큼 러시아 전장에서 습득한 현대전의 최신 전술 등을 북한군에 전파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국 안보에 큰 위협이 될 핵심 인물이 파병된 것이다. 1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개한 북한군 파병 장성 3인 중 신금철 소장에 대한 정보를 정보당국이 분석한 결과 작전처장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에 입국한 장성 3인이 김영복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리창호 정찰총국장, 신금철 인민군 소장이라고 밝히면서도 신 소장의 경력이나 소속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보를 언급하지 않았다. 김영복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은 우리로 치면 합참 차장이다. 리창호 정찰총국장은 대남 공작 기관 최고 수장이다. 북한군 내에서 최고위급에 해당하는 인물들인 것. 이들의 직책 등으로 볼 때 이들의 파병은 군사적 의미보다는 북러 협력을 혈맹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상징적·외교적 의미가 더 강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두 사람은 북한군의 교전이 본격화되면 북한으로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신금철 작전처장의 파병은 군사적 의미가 강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가 군사 작전의 세부 계획 수립, 부대 배치, 훈련 계획, 전술 개발 등의 군사 활동을 조율하고 군사 작전 관련 지시를 받아 작전을 실행하는 등 작전의 실무적 운영을 총괄하는 작전처장인 만큼 단순한 상징적 의미를 넘어선다는 것. 작전처장의 파병 자체가 러시아에서 드론 운용, 포격 전술, 전자전 기술 등 다양한 현대전 전술을 전수 받아 북한군에 전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운태 원광대 석좌교수(전 육군 참모차장·예비역 중장)는 “신금철이 작전처장이라면 이는 실제 전투력을 운용하는 사람 중 북한군과 북한 정권으로부터 가장 신임받는 사람으로 봐야 한다”며 “파병된 북한군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내 특정 지역을 맡아 작전을 할 경우 부대를 실질적으로 운용하며 실제 작전의 핵심 역할을 맡을 책임자로 작전 수행의 브레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 소장이 작전처장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향후 러시아 전장에서의 현대 전술과 작전 경험이 북한 정규군에 고스란히 전수되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군이 전력을 대폭 강화하면서 한국의 안보 위협도 크게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도 8일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전쟁에서 습득한 현대전 경험을 100만 명 이상의 북한군에 적용할 경우 대한민국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총참모부 작전처장의 파병은 한반도 안보 지형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인 만큼 북한군 장성들의 러시아 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최근 북한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에 대한 맞대응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등을 검토해 온 우리 정부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런 만큼 우리가 무기를 지원하면 조기 종전에 나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기조에 역행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단 우려가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6일 “살상무기든 방어무기든 무기 지원 논의가 더 힘들어진 건 사실”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원 중인 미국에 155mm 포탄 50만 발을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우회 지원한 바 있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에도 5만 발 이상을 추가로 미국에 보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당장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이 축소하는데 우리만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는 게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조만간 방한할 예정인 우크라이나 특사단은 대공 방어 시스템과 155mm 포탄 등 ‘무기 요청 리스트’를 우리 정부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이런 요청을 앞두고 우리 정부의 딜레마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어온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수차례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지원이 과도하며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입장은 직접 밝힌 적이 없지만 전쟁 조기 종식 입장을 굳힐 경우 한국이 무기 지원에 나서면 전쟁 장기화를 부추긴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군 관계자는 “트럼프는 우리 정부가 포탄을 미국에 대여해준 것도 바이든 행정부를 도운 것으로 간주해 마뜩잖아 할 것”이라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미국 대선 이후 7차 핵실험 도발에 나선다면 소형 전술핵탄두 ‘화산-31’(사진) 성능을 입증하기 위한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군이 5일 밝혔다.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이 한국 전역을 겨냥한 대부분의 신형 미사일에 화산-31을 탑재 가능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핵실험으로 핵탄두 소형화·표준화 검증까지 마치면 기습 핵타격 위협은 비약적으로 증대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이날 북한은 미국 대선 투표 개시 6시간여 전 초대형방사포(KN-25) 추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동해상으로 쐈다. 지름이 600mm에 달하는 초대형방사포는 유사시 한국의 전쟁 지휘부와 주한미군 기지, 미 증원전력의 통로(항구, 공항) 등에 다량의 전술핵무기를 퍼부을 수 있다. 특히 북한은 이번에 황해북도 사리원 일대에서 미사일을 날렸다. 통상 평양 북쪽에서 쏘던 전례와 달리 이례적으로 아래 지역으로 이동식발사대(TEL)를 끌고 와 기습 발사한 것. 군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한국 전역에 기습 핵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위협”이라고 했다.● “화산-31로 핵탄두 소형화 검증 우선 시도할 듯”이날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이 7차 핵실험 시 “소형화 실험이 우선순위”라며 화산-31 실험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다. 지름이 500mm로 추정되는 화산-31은 지난해 3월 북한이 처음 공개했다. 당시엔 우리 군 당국 등이 내부적으로 북한의 실제 기술력이 과장됐을 것으로 평가했지만 최근에는 어떤 미사일에 탑재해도 될 만큼 화산-31이 소형화·표준화됐다고 공식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대형방사포를 비롯해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화살 계열의 전략순항미사일, 핵어뢰 등 최소 7종의 대남 핵타격 무기에 건전지를 갈아 끼우듯이 장착할 수 있다는 것. 그런 만큼 북한이 이젠 핵실험으로 그 능력을 최종 검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핵무기 소형화는 어느 나라에나 고급 기술이다. 터뜨려봐야 안다”면서도 “이번에 600mm (초대형방사포)로 한반도 전역을 위협했으니 거기에 실을 핵탄두 폭발 시험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화산-31 탑재가 가능하다는) 자신들 말에 힘을 실으려면 이것(화산-31)을 터뜨릴 필요성과 개연성이 있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 핵실험장이 있는) 풍계리 3번 갱도는 항상 준비된 상태”라며 “결심만 하면 며칠 내 할 수 있는 정도”라고 전했다. 앞서 9월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미 대선 이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군은 또 러시아로 대규모 파병한 사실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북한이 그간 준비해 온 다양한 도발 계획을 실행에 옮겨 긴장 극대화를 노릴 것으로 봤다. 합참 관계자는 “극초음속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상당히 준비돼 있다”고 전했다. 북한 도발에 맞서 우리 군은 조만간 무력시위에 나선다. 북한 지휘부와 핵·미사일 기지를 궤멸시킬 수 있는 현무 계열의 지대지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비롯해 다양한 타격무기를 동원한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美 대선 투표 6시간여 전 ‘발사 단추’ 눌러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 30분경 사리원 일대 TEL에서 여러 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초대형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은 약 400km를 날아가 동해상에 낙하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31일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화성-19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이번엔 닷새 만에 한국을 겨냥한 미사일까지 날린 것. 지난달 31일 화성-19형 신형 ICBM 발사에 이어 단거리탄도미사일까지 쏴 미 대선 직전 핵 위협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군 관계자는 “사리원으로 TEL을 이동시켜 미사일을 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날 미사일 발사 직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한미일 공중 연합훈련을 겨냥해 “우리의 핵 무력 강화 노선의 정당성, 절박성을 입증해주는 완벽한 증명 사례”라고 주장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이 지난달 15일 TNT 폭약으로 폭파했던 경의선 및 동해선에 대형 구덩이를 파는 한편 옹벽을 세우고 흙으로 야트막한 산(성토지)까지 만들었다. 경의선 및 동해선의 남북 연결 도로 터와 폭파 전 제거한 철로(도로 바로 옆 위치) 터에 통상 전차가 진격해 오는 것을 막는 용도로 쓰이는 흙산과 구덩이를 만든 것. 우리 군은 이를 “남북 단절 조치를 마무리했다는 보여주기식 쇼”라고 평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4일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도로와 철로가 있던 자리에 폭파 이후 매일 병력 300∼400명과 굴착기, 불도저 등의 중장비를 투입해 콘크리트 대전차구(구덩이)를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며 “이 작업은 2일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날 합참이 공개한 대전차구 공사 마무리 현장 사진을 보면 폭파된 동해선 도로와 철로 터엔 좌우 길이 160m, 폭 10m, 깊이 5m의 콘크리트 대전차구가 설치돼 있는 모습이다. 북한군은 대전차 구덩이 북쪽에는 흙을 쌓아 좌우 길이 180m, 높이 5m, 폭 50m의 낮은 산을 만들고 나무도 심었다. 대전차구와 이 흙산 사이에는 콘크리트 옹벽을 세워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했다. 북한군은 경의선 자리에도 좌우 길이 120m, 폭 10m, 깊이 3m의 대전차구를 만들었다. 경의선 대전차구 북쪽에는 동해선보다 높은 11m 높이의 흙산(폭 45m)을 만들었다. 흙산 위엔 동해선과 마찬가지로 나무를 심었고, 흙산 앞에는 콘크리트 옹벽도 설치했다. 특히 동해선의 경우 대전차구 등의 공사가 거의 끝나가던 1일, 북한군이 흙산 위에 인공기를 꽂고 사진을 촬영한 뒤 인공기를 철수하는 모습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다. 통상 휴전선 일대에 판 대전차구는 상대가 전차를 몰고 진격해 오려 할 때 전차가 빠져 기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함정 역할을 한다. 먼저 남침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대전차구를 만든 건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북한은 언제라도 짧은 시간 내에 성토지(흙산)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대전차구를 메운 뒤 남침 루트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전차구는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며 “인공기를 꽂은 건 남북 단절 및 차단 조치를 완료했으며 그 지역이 자기네 땅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평가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도로·철로를 차단하고 흙산을 쌓은 한편 옹벽과 대전차구 등 각종 구조물까지 설치한 것을 두고 러시아로의 대규모 파병 등으로 내부 동요가 심각해져 탈북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그 루트를 사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지난달 15일 TNT 폭약으로 폭파했던 경의선 및 동해선에 대형 구덩이를 파는 한편 옹벽을 세우고 흙으로 야트막한 산(성토지)까지 만들었다. 경의선 및 동해선의 남북 연결 도로 터와 폭파 전 제거한 철로(도로 바로 옆 위치) 터에 통상 전차가 진격해 오는 것을 막는 용도로 쓰이는 흙산과 구덩이를 만든 것. 우리 군은 이를 “남북 단절 조치를 마무리했다는 보여주기식 쇼”라고 평가했다.합동참모본부는 4일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도로와 철로가 있던 자리에 폭파 이후 매일 병력 300~400명과 굴착기, 불도저 등의 중장비를 투입해 콘크리트 대전차구(구덩이)를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며 “이 작업은 2일 마무리됐다”고 밝혔다.이날 합참이 공개한 대전차구 공사 마무리 현장 사진을 보면 폭파된 동해선 도로와 철로 터엔 좌우 길이 160m, 폭 10m, 깊이 5m의 콘크리트 대전차 구덩이가 설치돼 있는 모습이다. 북한군은 대전차 구덩이 북쪽에는 흙을 쌓아 좌우 길이 180m 높이 5m, 폭 50m의 낮은 산을 만들고 나무도 심었다. 대전차구와 이 흙산 사이에는 콘크리트 옹벽을 세워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했다.북한군은 경의선 자리에도 좌우 길이 120m, 폭 10m, 깊이 3m의 대전차구를 만들었다. 경의선 대전차구 북쪽에는 동해선보다 높은 11m 높이의 흙산(폭 45m)을 만들었다. 흙산 위엔 동해선과 마찬가지로 나무를 심었고, 흙산 앞에는 콘크리트 옹벽도 설치했다.특히 동해선의 경우 대전차구 등의 공사가 거의 끝나가던 1일, 북한군이 흙산 위에 인공기를 꽂고 사진을 촬영한 뒤 인공기를 철수하는 모습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다.통상 휴전선 일대에 판 대전차구는 상대가 전차를 몰고 진격해 오려 할 때 전차가 빠져 기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함정 역할을 한다. 먼저 남침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대전차구를 만든 건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북한은 언제라도 짧은 시간 내에 성토지(흙산)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대전차구를 메운 뒤 남침 루트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전차구는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며 “인공기를 꽂은 건 남북 단절 및 차단 조치를 완료했으며 그 지역이 자기네 땅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평가했다.군 안팎에선 북한이 도로·철로를 차단하고 흙산을 쌓은 한편 옹벽과 대전차구 등 각종 구조물까지 설치한 것을 두고 러시아로의 대규모 파병 등으로 내부 동요가 심각해져 탈북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그 루트를 사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군 8000여 명이 러시아 본토 격전지인 쿠르스크주에 이미 배치됐고, 수일 내 전투에 투입될 수 있다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 회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선 “점점 더 많은 러시아인을 우크라이나에서 자신이 만든 ‘고기 분쇄기(meat grinder)’에 던져넣고 있다”면서 “러시아 군사들이 매일 1200명씩 죽어가는데 (여기에) 대신 북한 병사를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북한군이 전투에 지원하거나 참여하면 합법적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탄약과 차량 등 핵심 지원을 할 것이며, 며칠 안에 추가 안보 지원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등 파트너와 함께 위험한 긴장 고조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지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미국에 ‘대여 및 수출’ 방식으로 이미 155mm 포탄 60만 개를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한 바 있는데 또 한국에 포탄 대여 등 무기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금까지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 규모에 대해선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포탄은 1000만 발에 가까운 수백만 발”이라며 “미사일은 1000여 발 정도 지원됐다”고 밝혔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포병·무인기(드론)·참호 공략 훈련 등을 하고 있다”고 콕 집어 강조했다. 이를 전선 투입이 임박했다는 징후로 보는 동시에 전투에서 북한군이 담당할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시사한 것.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이 이번 파병을 통해 드론 기술이나 관련 운용 능력 등을 크게 향상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최근에도 평양에서 드론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번 파병을 통해 북한이 당장 얻을 가장 큰 성과는 드론 운용에 대한 실전 노하우 습득일 수 있다”고 했다.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무기로 꼽힌다. 북한은 앞서 8월 신형 자폭 드론을 공개했는데, 당시 십자 날개가 달린 러시아 자폭 드론 ‘랜싯’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워싱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제6차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의’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북한 비핵화’ 표현을 두고 한미 외교·국방 수장들 간 온도차가 드러났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각각 언급했다. 반면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블링컨 장관은 전날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비핵화’ 표현이 빠졌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 정책은 지금처럼 유지된다. 그것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만 했다. 통상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보다는 북한에 대해 완전한 핵포기에 대한 의무나 부담을 덜 지우는 표현으로 인식된다. 앞서 2021년 열린 제5차 2+2회의에서 블링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미는 이번 2+2회의 이후 채택된 공동성명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문구를 담았다. 전날 열린 한미 국방 최고위 연례 협의체인 SCM의 공동성명에선 지난해와 달리 ‘북한 비핵화’ 표현이 빠져 논란이 일었다. 우리 국방부는 “한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미 국방부 입장이 반영돼 이 표현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되면서 미 정부 안팎에선 최근 북한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핵군축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날 2+2 공동 기자회견 이후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 취재진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를 표현한 것”이라며 “북한이냐 한반도냐는 전혀 차이가 없다”고 했다.워싱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달 31일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화성-19형’이란 새 이름을 부여하면서 1일 ICBM의 “최종 완결판”이라고 주장했다. 핵으로 미국 본토 어디든 때릴 수 있는 ‘미사일의 끝판왕’이라고 주장한 것. 화성-19형은 앞서 4년 전 공개해 ‘괴물 ICBM’으로 불린 액체추진 화성-17형을 포함해 북한이 보유한 ICBM 중 가장 크다. 군 관계자는 “더 무거운 핵탄두나 여러 발의 핵탄두를 미 본토 전역에 날려보내는 ‘핵 최종 병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군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화성-19형은 최대 3발의 탄두를 싣고 미 본토 주요 도시에 동시 핵타격을 가하는 게 목표일 것”이라고 했다.● “탄두중량, 화성-18형보다 2배 늘어난 듯”북한이 신형 ICBM을 공개한 것은 지난해 2월 열병식에서 첫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형이 등장한 후 1년 8개월 만이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그로부터 불과 1년 3개월 만에 더 강력하고 거대한 화성-19형을 완성해 시험발사까지 성공한 것이다. 북한은 과거 화성-17형, 화성-18형 모두 열병식에서 외형을 처음 공개한 후 시험발사하는 수순을 밟았지만 화성-19형은 사전 공개도 없이 바로 시험발사에 나섰다. 그렇게 정점고도(7687km)는 지난해 7월 화성-18형의 최고 기록(6648km)보다 1000km나 더 높게 찍었다. 비행시간도 역대 최장(약 86분)을 기록했다. 화성-19형은 1, 2단 추진체를 확장해 화성-18형보다 덩치를 키운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군 소식통은 “화성-18형의 탄두중량은 약 1.2t으로 추정되는데, 화성-19형은 최소 2t 이상을 목표로 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화성-19형의 탄두 탑재부는 화성-18형보다 좀 더 뭉툭해졌다. 여러 발의 핵탄두를 싣기 위해 내부 공간을 넓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과 워싱턴 등 미 주요 도시를 동시에 핵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ICBM의 유력한 증거란 것이다. 다만 탑재부 형태 등만으로 다탄두 ICBM이라고 확정짓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운용 중인 미니트맨3 등 다탄두 ICBM은 탑재부가 뾰족한 유선형이다. 군 당국자는 “탄두 탑재부의 크기와 형태를 바꿔가며 최적의 다탄두 장착 시스템을 갖춰가는 과정일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야르스’급 ICBM이 최종 목표 북한 관영매체가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번 신형 ICBM은 11축(양쪽 바퀴 11개씩 총 22개) 이동식발사대(TEL)에서 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9월에 공개한 신형 12축 TEL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11축으로 확인된 것. 11축 TEL은 ‘괴물 ICBM’ 화성-17형의 발사대로 사용된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 사용된 TEL이 “길이 25m의 기존 11축 TEL보다는 길어 보인다”고 했다. 화성-19형의 ‘롤 모델’이 러시아의 야르스급 다탄두 ICBM이란 관측도 많다. 북한은 러시아가 야르스 ICBM 발사 훈련을 한 지 이틀 만에 화성-19형을 쐈다. 야르스는 최대 10기의 핵탄두를 싣고 음속의 20배 이상으로 1만2000km까지 날아간다. 다만 북한은 아직 ICBM의 최종 문턱인 재진입 기술은 입증하진 못했다. 그런 만큼 러시아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조만간 정상각도로 발사해 능력을 증명하려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장관급)은 1일(현지 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영도 아래 반드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승리의 날까지 언제나 러시아 동지들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워싱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제6차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의’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북한 비핵화’ 표현을 두고 한미 외교·국방 수장들 간 온도차가 드러났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각각 언급했다. 반면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 대신 블링컨 장관은 전날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비핵화’ 표현이 빠졌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 정책은 지금껏 처럼 유지된다. 그것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만 했다. 통상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보단 북한에 대해 완전한 핵포기에 대한 의무나 부담을 덜 지우는 표현으로 인식된다. 앞서 2021년 열린 제5차 2+2 회의에서 블링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미는 이번 2+2회의 이후 채택된 공동성명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문구를 담았다.전날 열린 한미 국방 최고위 연례 협의체인 SCM의 공동성명에선 지난해와 달리 ’북한 비핵화’ 표현이 빠져 논란이 일었다. 우리 국방부는 “한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미 국방부 입장이 반영돼 이 표현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 핵능력이 고도화되면서 미 정부 안팎에선 최근 북한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핵군축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다만 이날 2+2 공동 기자회견 이후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 취재진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를 표현한 것”이라며 “북한이냐 한반도냐는 전혀 차이가 없다”고 했다. 워싱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북한군 8000여 명이 러시아 본토 격전지인 쿠르스크주에 이미 배치됐고, 수일 내 전투에 투입될 수 있다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31일(현지시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선 “점점 더 많은 러시아인을 우크라이나에서 자신이 만든 ‘고기 분쇄기’(meat grinder)에 던져넣고 있다”면서 “러시아 군사들이 매일 1200명씩 죽어가는데 (여기에) 대신 북한 병사를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이드 오스킨 미 국방장관도 “북한군이 전투에 지원하거나 참여하면 합법적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러시아가 북한 용병을 사용하는 건) 러시아의 힘이 약해졌고, 많은 문제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오스틴 장관은 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탄약과 차량 등 핵심 지원을 할 것이며, 며칠 안에 추가 안보 지원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등 파트너와 함께 위험한 긴장 고조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지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미국에 ‘대여’ 방식으로 이미 155mm 포탄 50만 발을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한 바 있는데 또 한국에 포탄 대여 등 무기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북한이 지금까지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 규모에 대해선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포탄은 1000만 발에 가까운 수백만 발”이라며 “미사일은 1000여 발 정도 지원됐다”고 밝혔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포병·무인기(드론)·참호 공략 훈련 등을 하고 있다”고 콕 집어 강조했다. 이를 전선 투입이 임박했다는 징후로 보는 동시에 전투에서 북한군이 담당할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시사한 것.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이 이번 파병을 통해 드론 기술이나 관련 운용 능력 등을 크게 향상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최근에도 평양에서 드론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번 파병을 통해 북한이 당장 얻을 가장 큰 성과는 드론 운용에 대한 실전 노하우 습득일 수 있다”고 했다.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무기로 꼽힌다. 북한은 앞서 8월 신형 자폭 드론을 공개했는데, 당시 십자 날개가 달린 러시아 자폭 드론 ‘란쳇’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한 국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이란 정부가 제공한 ‘샤헤드’ 드론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북한 기술진이 드론 관련 공장에서 일하며 기술을 습득할 것이라고도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워싱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린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비핵화’란 단어가 빠졌다. 한미 국방 최고위 연례 협의체인 SCM 공동성명에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비핵화’ 표현이 있었지만 올해 9년 만에 사라진 것. 논란이 일자 우리 국방부는 “한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다만 북한 핵능력이 고도화되면서 최근 미국 내에서 북한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핵군축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이런 기류가 미 국방부 입장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 정부도 비핵화의 중요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도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구 넣고 빼다가 신경 쓰지 못했다” 한미는 북한이 1년에 두 차례 핵실험(4, 5차)을 감행한 2016년부터 SCM 성명에 ‘비핵화’를 기본 문구로 포함시켜 왔다. 앞서 성명들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 “북한의 비핵화와 도발 중단만이 북한 정권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 등으로 들어갔던 것.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여러 차례 주장한 지난해에도 SCM 성명에는 “북한 정권이 비핵화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공조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문구가 있었다. SCM 공동성명은 한미동맹의 향후 1년간 방향성을 축약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이번 공동성명에서 ‘비핵화’ 표현이 사라진 것을 두고 정부 소식통은 “한미동맹에서 비핵화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한미 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이견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다만 “비핵화가 기본 중 기본인 만큼 공동성명의 다른 문구들을 넣고 빼는 과정에서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은 있다”고도 했다. 한미가 힘을 주고 비핵화 문구를 덜어낸 게 아니라 의도치 않은 실수 등으로 빠졌을 순 있다는 의미다. 이 소식통은 또 “미국의 북한에 대한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며 미 측이 비핵화 문구를 빼자는 요구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외교 소식통은 “SCM 성명에 비핵화 문구가 빠진 건 한미 간 이견이라기보단 양 국방 당국이 북한의 최근 핵 능력 고도화와 그 위협 수준, 위협 대응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선 앞 美 양당 정강 정책서 비핵화 목표 빠져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비핵화’ 표현이 빠진 상황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북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단계까지 왔다는 일부 미 정부 안팎의 회의론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것. 북한도 최근 이런 미국의 기류를 이용하듯 자신들이 이미 다량의 핵을 보유한 ‘핵보유국’임을 분명히 밝히며 차기 출범하는 미 행정부와는 이 지위를 전제로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등 핵 담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7일 “핵 강국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북핵 억제, 북핵 위기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라 우리 정부가 공동성명에 비핵화 포함을 밀어붙이기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미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은 4년 만에 새로 채택한 정강 정책에 모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목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올해 SCM 공동성명엔 비핵화 대신 “(한미) 양측은 (중략)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시키고 지연시키는 노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를 두고도 북한의 핵 고도화가 거스를 수 없는 수준까지 온 만큼 보다 현실적인 목표인 핵 완성 ‘지연’에 초점을 두기 시작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은 “실수로 뺀 게 아니라면 실현 가능성이 낮아진 비핵화란 문구를 수사 수준에서 담기보다 핵 개발 지연 등 한미 국방채널이 실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북핵 현실론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고도 했다.워싱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이 미국 대선을 닷새 앞둔 3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강행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괴물 ICBM’인 액체연료 ‘화성-17형’보다도 더 크고 강력한 신형 고체연료 ICBM일 수 있다고 군은 보고 있다. 또는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개량형을 쏴 미 본토 전역 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ICBM 발사 5시간 만에 이례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사실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비핵화’ 표현이 9년 만에 빠졌다.군에 따르면 31일 오전 7시 10분경 평양 일대에서 ICBM 1발이 발사됐다. 역대 최대 고도(7000km 이상)와 최장 비행시간(1시간 26분)을 기록했다. 정상 각도로 쐈다면 1만6000km가량 날아가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군 당국자는 “탄두 중량을 늘려 고중량 핵탄두나 다탄두 관련 테스트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워싱턴과 뉴욕 등 미 본토 주요 도시를 핵으로 동시에 때릴 수 있는 다탄두 ICBM은 북한 핵 고도화의 ‘종착점’이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러시아가 새 전략핵 훈련의 일환으로 야르스 다탄두 ICBM을 발사한 지 이틀 뒤 이뤄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군 파병으로 ‘혈맹’이 된 북-러가 전략핵을 보유한 ‘핵동맹’임을 한미에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한미 SCM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거의 완성 단계”라고 평가했다.北 ICBM, 고도-비행시간 역대 최고… 美 전역 다탄두 타격 위협[北 ICBM 도발]덩치 키운 신형 고체연료 ICBM… 정상각도땐 사거리 1만6000㎞軍 “12축 이동발사대 이용한듯”金국방 “대기권 재진입 거의 완성”… 美대선 전후 정상각도 발사 우려북한이 31일 평양 일대에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앞서 과시한 세계 최대급 ‘괴물 ICBM’ 화성-17형(액체연료 추진 ICBM)은 물론이고 이후 발사한 고체연료 추진 ICBM인 ‘화성-18형’까지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군 당국은 더 무거운 핵탄두를 싣고, 가장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신형 고체연료 추진 ICBM이거나 화성-18형 개량형인 것으로 보고 있다. 추진체 강화 등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한 ICBM으로 미 본토 전역 여러 도시를 동시 핵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관련 테스트를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괴물 ICBM’ 능가하는 역대 최대 ICBM군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쏜 ICBM의 정점고도는 7000km 이상, 비행시간은 약 1시간 26분(86분)이다. 지난해 7월 발사한 화성-18형(정점고도 6648km, 비행시간 약 74분)을 훌쩍 뛰어넘어 역대 최대 고도·최장 비행시간을 기록한 것.군 관계자는 “신형 고체추진 ICBM을 12축 신형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축(양쪽 바퀴 12개씩 총 24개) TEL의 제작 공장을 시찰하는 장면을 공개했다.앞서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북한이 처음 공개한 화성-17형의 길이는 약 24m로, 세계 최대급 ‘괴물 ICBM’으로 평가됐다. 당시 화성-17형의 TEL은 11축이었는데 이날 발사된 ICBM의 TEL은 이보다 1축이 더 길 수 있다는 것. 초장축 TEL에서 ‘초거대 ICBM’을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번 ICBM의 길이가 최대 30m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화성-17형 등 액체추진 ICBM은 사전 연료 주입 과정에서 위성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 ICBM은 고체추진으로 추정된다. 고체추진 ICBM은 발사 명령 즉시 기습 발사할 수 있다. 군 당국이 전날 ICBM 발사대가 배치됐지만 거치대에 미사일을 올리지 않은 상태라고 평가한 지 하루 만에 쏜 것도 이를 보여준다. 군 당국자는 “미 본토 전역을 겨냥해 더 크고 강력한 기습 펀치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美 주요 도시 동시 핵타격용 다탄두가 최종 목표북한이 ICBM을 정상각도로 쐈다면 최대 사거리가 1만6000km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포함되고도 남는 거리다. 화성-18형보다 탄두 중량을 늘려 파괴력을 키운 개량형을 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미 본토 대부분을 때릴 수 있는 화성-17·18형을 이미 개발한 점에서 신형 ICBM으로 다탄두 성능 테스트를 했을 개연성도 있다”고 했다.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다탄두 ICBM용 후추진체(PBV) 장착 관련 테스트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PBV는 각각의 탄두를 서로 다른 표적으로 정밀 유도하는 다탄두 ICBM의 핵심 장치다. PBV 무게만 1.5t이고, 탄두까지 포함해 최대 3t에 달하는 탑재물을 미 본토까지 날리려면 더 크고 강력한 ICBM이 필요하다. 앞서 북한은 6월에 3개의 개별 표적을 동시에 타격하는 다탄두 시험에 처음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ICBM용 다탄두는 김 위원장이 2021년 당 대회에서 2026년까지 완수를 지시한 5대 과제 중 하나다. 다만 이번에도 북한은 ICBM을 정상각도(30∼45도)가 아닌 고각으로 발사해 실제 미 본토를 타격할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실증하지 못했다는 게 군의 평가다.하지만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거의 완성 단계”라고 평가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대규모 파병 대가로 러시아에 재진입 기술을 최우선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고도 했다. 5일 미 대선을 전후해 국면을 뒤흔들 ‘다음 카드’로 북한이 ICBM 정상각도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한미 양국 군은 이날 서해와 중부 내륙 공역에서 총 110여 대의 공중전력이 참가한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특히 합참은 북한의 TEL을 모사한 표적을 F-15K 전투기가 폭격하는 사진도 함께 공개해 북한의 ICBM 도발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워싱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KBS와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방한할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포(artillery) 전력, 방공시스템을 요청을 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에 무기 지원을 공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artillery는 포 전력을 통칭하는 것으로 포와 포탄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미국 등을 통해 우리 정부에 전쟁에서 대규모로 소진되고 있는 대표적인 포 전력인 155mm 포탄 지원을 비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1일 KBS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155mm 포탄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는 질문에 “현재까지 우리는 한국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했다고 생각한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우리 측에 직접 포탄 지원을 요청하는 대신 미국 등 국제사회를 통해 우회적으로 포탄 지원 등을 요청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북한군이 1만 명 이상 파병된 것을 계기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이 매우 엄중해진 점을 거론하며 “북한이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싸우기 위해 온 군대라는 공식 지위를 얻은 후 우리는 구체적인 (무기 지원) 요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군이 격전지 투입과 참전이 본격화되면 한국에 앞으로는 포탄 등의 무기 지원 요청을 직접적이고 더 구체적으로 할 것임을 시사했다. 조만간 북한군의 실제 전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곧 방한할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이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그는 “(구체적인 무기 요청서 제출은) 우리 대표가 한국을 방문할 때 이루어질 예정”이라며 “(우리 대표단은) 무기 지원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이 어떤 답변을 줄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정말로 도움을 받기를 희망한다”면서 포탄 등이 포함되는 포(artillery) 전력, 방공시스템 등을 지원 요청 최우선 순위로 언급했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가장 필요로 하는 무기에 대해선 “방어, 특히 방공 시스템”이라면서 “우리는 러시아에 대항하는 완전한 방공망을 구축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가 요청할 것이라고 밝힌 포 전력의 경우엔 지난해 미국에 우리 정부가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이미 50만 발이 우회 지원됐고, 최근에도 우리 정부가 이 포탄 7만~8만 발을 미국에 빌려주며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우회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젤렌스키는 최근 북한군이 이미 격전지에 투입된 것은 물론 격전 끝에 다수가 전사했다는 둥 각종 미확인 소문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선 “교전이 시작된 것은 아니며 북한군은 아직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군이 파병으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선 “북한이 러시아 내 드론 공장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파병엔) 탄도학, 드론, 방공망, 전장에서 전투 전술을 가르치는 군사 훈련이 포함된다”고 했다. 북한군이 파병을 계기로 군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한 것. 특히 현대전에서 고비용 전차나 미사일 레이더 시스템 등을 무력화하는 데 있어 대활약하는 저비용 자폭 드론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이 기술을 한국에 활용활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군이 파병으로 전투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곧 한국 안보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미 대선을 닷새 앞둔 3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강행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괴물 ICBM’인 액체연료 ‘화성-17형’보다도 더 크고 강력한 신형 고체연료 ICBM일 수 있다고 군은 보고 있다. 또는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개량형을 쏴 미 본토 전역 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ICBM 발사 5시간 만에 이례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사실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핵무력 강화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비핵화’ 표현이 9년 만에 빠졌다.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0분경 평양 일대에서 ICBM 1발이 발사됐다. 역대 최대 고도(7000km 이상)와 최장 비행시간(1시간 26분)을 기록했다. 정상각도로 쐈다면 1만6000km 가량 날아가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군 당국자는 “탄두 중량을 늘려 고중량 핵탄두나 다탄두 관련 테스트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워싱턴과 뉴욕 등 미 본토 주요 도시를 핵으로 동시에 때릴수 있는 다탄두 ICBM은 북한 핵고도화의 ‘종착점’이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러시아가 새 전략핵 훈련 일환으로 야르스 다탄두 ICBM을 발사한지 이틀 뒤 이뤄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군 파병으로 ‘혈맹’이 된 북-러가 전략핵을 보유한 ‘핵동맹’임을 한미에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한미 SCM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거의 완성 단계”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31일 평양 일대에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앞서 과시한 세계 최대급 ‘괴물 ICBM’ 화성-17형(액체연료 추진 ICBM)은 물론, 이후 발사한 고체연료 추진 ICBM인 ‘화성-18형’까지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군 당국은 더 무거운 핵탄두를 싣고, 가장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신형 고체연료 추진 ICBM이거나 화성-18형 개량형인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추진체 강화 등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한 ICBM으로 미 본토 전역 여러 도시를 동시 핵타격할수 있는 다탄두 관련 테스트를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괴물 ICBM’ 능가하는 역대 최대 ICBM군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쏜 ICBM의 정점고도는 7000km 이상, 비행시간은 약 1시간 26분(86분)이다. 지난해 7월 발사한 화성-18형(정점고도 6518km, 비행시간 약 74분)을 훌쩍 뛰어넘어 역대 최대 고도·최장 비행시간을 기록한 것.군 관계자는 “신형 고체추진 ICBM을 12축 신형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축(양쪽 바퀴 12개씩 총 24개) TEL의 제작 공장을 시찰하는 장면을 공개했다.앞서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북한이 처음 공개한 화성-17형의 길이는 약 24m로, 세계 최대급 ‘괴물 ICBM’으로 평가됐다. 당시 화성-17형의 TEL은 11축이었는데 이날 발사된 ICBM의 TEL은 이보다 1축이 더 길 수 있다는 것. 초장축 TEL에서 ‘초거대 ICBM’을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번 ICBM의 길이가 최대 30m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화성-17형 등 액체추진 ICBM은 사전 연료 주입 과정에서 위성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 ICBM은 고체추진으로 추정된다. 고체추진 ICBM은 발사 명령 즉시 기습 발사할 수 있다. 군 당국이 전날 ICBM 발사대가 배치됐지만 거치대에 미사일을 올리지 않은 상태라고 평가한 지 하루 만에 쏜 것도 이를 보여준다. 군 당국자는 “미 본토 전역을 겨냥해 더 크고 강력한 기습 펀치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美 주요 도시 동시 핵타격용 다탄두가 최종 목표북한이 ICBM을 정상각도로 쐈다면 최대 사거리가 1만6000km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포함되고도 남는 거리다. 화성-18형보다 탄두 중량을 늘려 파괴력을 키운 개량형을 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미 본토 대부분을 때릴수 있는 화성-17·18형을 이미 개발한 점에서 신형 ICBM으로 다탄두 성능 테스트를 했을 개연성도 있다”고 했다.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다탄두 ICBM용 후추진체(PBV) 장착 관련 테스트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PBV는 각각의 탄두를 서로 다른 표적으로 정밀 유도하는 다탄두 ICBM의 핵심 장치다. PBV 무게만 1.5t이고, 탄두까지 포함해 최대 3t에 달하는 탑재물을 미 본토까지 날리려면 더 크고 강력한 ICBM이 필요하다. 앞서 북한은 6월에 3개의 개별 표적을 동시에 타격하는 다탄두 시험에 처음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ICBM용 다탄두는 김 위원장이 2021년 당 대회에서 2026년까지 완수를 지시한 5대 과제중 하나다. 다만 이번에도 북한은 ICBM을 정상각도(30∼45도)가 아닌 고각으로 발사해 실제 미 본토를 타격할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실증하지 못했다는게 군의 평가다.하지만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30일(현지 시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거의 완성 단계라고 평가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대규모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에 재진입 기술을 최우선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다음달 5일 미 대선을 전후해 국면을 뒤흔들 ‘다음 카드’로 북한이 ICBM 정상각도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한미 양국 군은 이날 서해와 중부 내륙 공역에서 총 110여 대의 공중전력이 참가한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특히 합참은 북한의 TEL을 모사한 표적을 F-15K 전투기가 폭격하는 사진도 함께 공개해 북한의 ICBM 도발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워싱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30일(현지 시간)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비핵화’란 단어가 빠졌다. 한미 국방 최고의 연례 협의체인 SCM 공동성명에 2016년 이후 지난했까지 9년간 ‘비핵화’ 표현이 있었지만 이번에 사라진 것. 논란이 일자 우리 국방부는 “한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다만 북한 핵능력이 고도화되면서 최근 미국 내에서 북한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핵군축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이런 기류가 미 국방부 입장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 정부도 비핵화의 중요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도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구 넣고 빼다가 신경쓰지 못했다”한미는 북한이 1년에 두 차례 핵실험(4, 5차)을 감행한 2016년부터 SCM 성명에 ‘비핵화’를 기본 문구로 포함시켜왔다. 앞서 성명들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할 경우” 등으로 들어갔던 것.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여러차 례 주장한 지난해에도 SCM 성명에는 “북한정권이 비핵화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공조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문구가 있었다. SCM 공동성명은 한미동맹의 향후 1년간 방향성을 축약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이번 공동성명에서 ‘비핵화’ 표현이 사라진 것을 두고 정부 소식통은 “한미동맹에서 비핵화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한미 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이견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다만 “비핵화가 기본 중 기본인 만큼 공동성명의 다른 문구들을 넣고 빼는 과정에서 미처 신경쓰지 못한 부분은 있다”고도 했다. 한미가 힘을 주고 비핵화 문구를 덜어낸 게 아니라 의도치 않은 실수 등으로 빠졌을 순 있다는 의미다. 이 소식통은 또 “미국의 북한에 대한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며 미측이 비핵화 문구를 뺴자는 요구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외교 소식통은 “SCM 성명에 비핵화 문구가 빠진 건 한미 간 이견이라기 보단 양 국방당국이 북한의 최근 핵능력 고도화와 그 위협 수준, 위협 대응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선 앞 美 양당 정강정책서 비핵화 목표 빠져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비핵화’ 표현이 빠진 상황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북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단계까지 왔다는 일부 미 정부 안팎의 회의론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것. 북한도 최근 이런 미국의 기류를 이용하듯 자신들이 이미 다량의 핵을 보유한 ‘핵보유국’임을 분명히 밝히며 차기 출범하는 미 행정부와는 이 지위를 전제로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등 핵 담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7일 “핵 강국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미국이 북핵 억제, 북핵 위기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라 우리 정부가 공동성명에 비핵화 포함을 밀어붙이기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은 4년 만에 새로 채택한 정강 정책에 모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목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올해 SCM 공동성명엔 비핵화 대신 “(한미) 양측은 (중략)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시키고 지연시키는 노력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를 두고도 북한의 핵 고도화가 거스를 수 없는 수준까지 온 만큼 보다 현실적인 목표인 핵 완성 ‘지연’에 초점을 두기 시작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은 “실수로 뺀 게 아니라면 실현 가능성이 낮아진 비핵화란 문구를 수사 수준에서 담기보다 핵개발 지연 등 한미 국방 채널이 실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북핵 현실론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고도 했다. 워싱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펜타곤(미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연 뒤 “양측은 향후 한미 연합연습에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 SCM은 양국 국방장관 간 연례 회의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핵미사일 고도화로 우리 안보에 대한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 대목이 눈길을 끄는 건 그간 한미가 통상 3월 8월에 실시되는 북한의 전면 남침 상황을 가정한 연합연습 때 북한이 핵을 실제로 사용하는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그동안 한 번도 적용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SCM 공동성명엔 “향후 연합연습 시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문구가 담겼었다. 1년 만에 ‘논의해 나간다’에서 ‘결정했다’로 크게 진전된 것이다.● “한미 작계에 북핵 대응 반영 본격화” 한미 연합연습 시나리오는 북한의 기습 남침 상황을 가정한 한미 연합군의 전시 작전계획을 바탕으로 만든다. 연합연습 시나리오는 전시 작전계획의 일부인 셈이다. 한미가 이 시나리오에 북한의 핵 사용을 반영한다는 건 향후 전시 작전계획에도 북한의 대남 기습 핵공격 상황과 이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가 최초로 반영된다는 의미다. 6·25전쟁 이후 줄곧 북한이 전차를 몰고 남침하는 등의 재래식 공격 상황을 가정해 실행되던 작전계획이 북한의 핵 고도화에 따라 핵공격을 가정하는 것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핵공격 상황과 대응을 한미 작전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한미의 노력이 이번 SCM을 계기로 본격화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을 주장하며 한국에 대한 핵 타격 위협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한미의 대규모 훈련 시나리오에는 정작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상황이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까지 북한의 핵무기 사용 임박 상황까지만 시나리오에 반영됐다. 시나리오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개최 등을 계기로 열린 도상 핵우산운용연습(TTX)에선 양국 군 당국자들이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가정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긴 했지만 이는 소규모 인원이 테이블에 앉아 의견을 나누는 수준이었다. 한미가 사실상 작전계획과 다름없는 연합연습 시나리오에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처음 포함하기로 결정한 건 북한의 핵 위협이 고도화됐고, 실제 사용도 코앞까지 왔다는 평가가 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대규모 파병 대가로 핵무기 최종 완성을 위한 기술을 북한에 이전해 줄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연합연습 시나리오에 핵 사용 상황을 포함하는 것을 더 미뤄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리스크 대비 주한미군-방위비 문구 명시 한미는 공동성명에 “오스틴 장관은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을 지속 유지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강조했다”는 내용과 한미가 이달 초 합의한 제12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 협정과 관련해 “양측은 협정이 타결됐음을 환영하고 이것이 한미연합방위태세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방위비 협정을 파기할 것에 대비해 공동성명으로 한미가 이를 다시 한 번 못 박아 놓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번 성명엔 “양측은 북방한계선(NLL)이 지난 70년간 군사력을 분리하고 군사적 긴장을 예방하는 효과적 수단임에 주목했고 북한이 이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표현이 포함된 건 2017년 이후 처음이라고 국방부는 전했다. 북한의 NLL 무력화에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워싱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