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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골목길, 생과 삶의 갈림길에서 ‘조명가게’를 만나십시오.” 20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아시아태평양 지역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선 루크 강 월트디즈니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다음 달 4일 공개되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를 일본, 중국, 홍콩,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언론사 관계자 500여 명 앞에서 자랑스럽게 강조한 것이다. 디즈니가 아시아 지역 콘텐츠 쇼케이스를 대규모로 연 것은 2022년 이후 2년 만이다. 콘텐츠 업계에선 그동안 넷플릭스에 밀렸던 디즈니가 반격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디즈니의 관심이 특히 두드러졌다. 강 사장은 “‘카지노’와 ‘무빙’은 높은 시청 시간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화려한 수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며 “높은 품질을 고집하는 디즈니의 ‘선택과 집중’ 전략 덕분에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강 사장에 이어 등장한 데이나 월든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부분 공동 회장도 “‘무빙’은 우리의 길잡이이자 영감이 돼 주는 작품 중 하나다. 대담하면서도 탁월한 작품”이라고 치켜세웠다. 한국에 대한 디즈니의 관심은 행사 규모에서부터 드러났다. 국내서만 100여 개 매체를 초청했고 김수현, 주지훈, 김혜수, 박보영 등 디즈니 드라마에 참여한 정상급 배우도 다수 초대했다. 20, 21일 이틀 동안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앞 컨벤션센터에선 언론 간담회뿐 아니라 ‘스타의 밤’처럼 일반 팬들을 위한 행사도 대규모로 마련했다. 디즈니는 ‘무빙’, ‘킬러들의 쇼핑몰’ 등 한국 콘텐츠를 소개하는 포토존도 별도로 만들었다. 지난해 8월 공개된 ‘무빙’의 각본을 쓴 강풀 작가의 신작 ‘조명가게’는 적극적인 홍보 포인트 중 하나였다. 이달 27일 개봉하는 영화 ‘모아나2’ 등 주요 신작 옆에 ‘조명가게’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주지훈의 얼굴이 담긴 간판을 세웠다. 이 외에도 ‘트리거’(액션), ‘파인’(범죄), ‘하이퍼나이프’(메디컬), ‘나인 퍼즐’(스릴러)처럼 다채로운 한국 작품을 소개했다. 일본 콘텐츠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20일 강 사장이 디즈니 산하 케이블 채널 FX가 제작한 드라마 ‘쇼군’에 대해 “큰 히트를 기록했다”고 강조하자 일본 취재진 사이에서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기도 했다. ‘쇼군’은 올 9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상인 에미상에서 단일 작품으로 역대 최다인 18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 디즈니가 투자했지만 출연진과 대사가 일본인·일본어라는 점에서 일본 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선 글로벌 자본이 일본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콘텐츠 투자가 높아졌듯 ‘쇼군’ 이후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일본 투자를 늘려 가고 있다”며 “제작비가 치솟고 신선도가 떨어진 한국 콘텐츠 업계도 경각심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싱가포르=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아리아인 혈통이 아닌 공무원은 퇴직 처분한다.” 1933년 나치 독일에서 제정된 ‘직업공무원제의 재건을 위한 법’ 제3조 제1항이다. 나치 독일이 순수 독일혈통으로 인정한 아리아인을 빼곤 독일에선 공무원으로 일할 수 없다고 법 조항에 단단히 명시한 것이다. 당시 나치는 인종주의를 내세웠다. 특히 구속력이 있는 법으로 유대인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려 했다. 여기에 발 벗고 나선 것이 법률가들이다. 법률가들은 인종은 민족의 자연적 토대라는 철학적 토대를 만들었다. 여기에 법은 민족국가에 대한 질서이므로 인종과 법이 연결되는 건 당연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인종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건 문제가 없다는 논리가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나치 독일에선 다양한 인종주의적 법률이 만들어졌다. ‘제국시민법’은 독일혈통 또는 독일계와 혈연이 있는 국민만이 제국 시민이라고 명시했다. ‘독일혈통 및 독일명예 수호를 위한 법’은 유대인과 독일인 간 결혼을 금지했다. 평범한 독일인들도 법에 따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유대인을 차별하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윤리학·정치철학 교수인 저자가 나치 독일의 법을 분석한 사회과학서다. 나치의 법률가들이 아돌프 히틀러(1889∼1945)를 위해 법을 뜯어고친 과정을 들여다본 것. 저자는 “나치 법률가들은 민주주의 규범의 전복과 제도 파괴에 팔 걷고 나섰다”고 지적한다. 주목할 건 나치 독일의 사법제도가 ‘합법성’의 외피를 두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히틀러에게 절대권력을 부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나치 독일의 ‘수권법’은 바이마르공화국 헌법 제48조에 기반했다. 극우와 극좌가 난무하던 당시 바이마르공화국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통령에게 거대한 권력을 부여한 제48조가 이후 히틀러가 집권한 뒤 독재를 펼치는 데 토대가 된 것. 나치 법률가들은 바이마르공화국에서 여러 차례 있었던 대통령의 긴급명령과 히틀러의 독재엔 법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논리도 펼쳤다. 사실 학술서에 가까운 책이라 쉽게 읽히진 않는다. 하지만 꼼꼼한 분석을 통해 법이 정치에 굴복하면 국가가 어떻게 파탄 나는지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책을 읽고 나면 “법대로 해”라고 외치는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행복한 가정은 미리 맛보는 천국이다”배우 정은표는 에세이 ‘완벽한 하루를 꿈꾸는 허술한 우리’(오늘산책)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문구를 이렇게 소개한다. 아내와 함께 세 아이를 키우며 얻은 행복을 표현한 것. 정은표는 “저는 지금 천국에 살고 있다. 여러분은 천국에 살고 있냐”고 독자에게 묻는다.각종 드라마에서 감초로 활약하는 정은표와 그의 부인 김하얀 씨가 함께 쓴 에세이다. 신간엔 따뜻한 가족 이야기가 가득하다. 매일 아침 아내의 부은 발을 주무르는 아빠, 누군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면 우당탕 달려 나오는 아이들처럼 깔깔거리며 매일 웃고 떠는 일상이 녹아 있다. 특별할 것 없지만 누구나 바라는 행복이 가득한 모습을 보다보면 질투까지 난다.“밤 12시쯤 촬영이 끝났다. 차를 달려 집에 도착한 후 아내가 깰까 봐 조심조심 들어가는데 아내가 달려 나오며 나를 꽉 안아준다. 눈물을 그렁그렁 흘리면서 수고했다고,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시즌1에서 ‘성기훈’(이정재)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직 돈을 벌기 위해 게임에 참가하는 어리숙한 캐릭터였어요. 반면 시즌2에선 복수하기 위해 다시 게임의 주최자들을 찾고 게임 속으로 뛰어드는 인물로 변하죠.” 황동혁 감독(53)은 올 8월 1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오징어게임’ 시즌2 기자간담회에서 시즌1, 2의 가장 큰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훈이 ‘프런트맨’(이병헌)과 치열한 대결을 벌이는 과정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 황 감독은 “인기 있던 모든 캐릭터를 제가 죽여버려서 이제 새로 그들을 대체할 좋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며 “게임을 지속할 것인가, 그만두고 나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투표가 시즌2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형태로 활용된다”고 했다. “투표를 이용해 ○와 ×로 나뉘는 그룹들을 보여주면서 현재 각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편 가르기, 선 긋기를 부각하려 했어요. 나와 남을 구별하고 옳은 것과 그릇된 것으로 서로를 규정짓고 서로를 공격하는 갈등에 대해서도 묘사해 보려 했습니다.” 이날 간담회는 다음 달 26일 공개되는 시즌2 공개 약 4개월 전에 진행됐다. 시즌2 프리뷰 영상을 기자들에게 공개했지만 간담회 내용은 엠바고(보도유예)가 해제되는 13일 이후 소개할 수 있었다. 황 감독과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김지연 퍼스트맨 스튜디오 대표는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배우들도 자기가 탈락한 이후의 대본은 모른 채로 찍었다. 끝까지 대본을 아는 배우가 몇 명 없다”고 했다. 시즌2는 해외 팬들이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다고 한다. 황 감독은 “한국에서 탄생한 이야기지만 똑같이 작품을 사랑해 준 전 세계의 팬들이 있기 때문에 직관적인 요소를 넣어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으로 만들려고 신경 썼다”며 “어릴 때 한 번쯤은 다 해봤던 한국의 고유한 게임도 있지만 전 세계에서 하는 게임도 시즌2에 있다”고 설명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청춘아, 그래도 돼” 조용필의 위대한 위로이 길에 힘이 겨워도또 안된다고 말해도이제는 믿어 믿어봐자신을 믿어 믿어봐차오르는 숨을 쏟아내도떠밀려서 가진 않았지내 어깨 위를 누른 삶의 무게그 또한 나의 선택이었어》“74세 가수의 신곡이라고요? ‘레전드’네요.” “스무 살 재수생인데 수능 아침에 듣고 가려 합니다.” 지난달 22일 유튜브에 공개된 가왕 조용필(74)의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들이다. 뮤직비디오는 12일 기준 조회 수 110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6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특히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노래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이가 많다. “본인이 실패했다고 착각하는 친구에게 노래를 들려주면서 자신을 믿어보라고 했다”, “아이를 사산한 지 3개월 됐는데 노래를 듣다 울어버렸다”는 반응이다. 특히 20, 30대 호응이 더욱 뜨겁다. 한 취업준비생은 “불확실한 미래에 흔들렸는데,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고 간다”고 했다. 자신을 20대 후반이라고 밝힌 다른 팬은 “직장의 부당한 괴롭힘에 버티다 못해 퇴사했는데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난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1990년생이라 소개한 팬은 “삶이 힘들어 곡을 듣는데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스무 번째 앨범 ‘20’을 공개한 뒤 ‘조용필 신드롬’이 불고 있다. ‘20’은 그가 2013년 ‘헬로’ 이후 11년 만에 낸 정규 음반. 앞서 64세에 ‘바운스’를 내놓았을 때처럼 ‘가요계 대선배’ 같지 않은 도전적 행보로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가요계에선 “조용필이 새로운 음악을 내놓으며 이제 ‘가왕’에서 ‘가황’을 노리고 있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신보에 20, 30대가 끌리는 건 젊은 음악으로 가득 채웠기 때문. 특히 새로 공개된 곡은 팝, 전자댄스음악(EDM)을 녹인 신나는 멜로디가 특징이다. 예를 들어 곡 ‘타이밍’은 경쾌한 리듬이 두드러진다. “사랑에는 타이밍/인생에는 타이밍/중요한 건 타이밍” 하고 반복되는 소절 덕에 따라 부르기 쉽다. 신보에 트로트는 없고, 록(‘그래도 돼’), 일렉트로닉(‘타이밍’), 발라드(‘왜’)처럼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장르로 가득 채웠고, 젊은 세대도 호응하고 있다. 청춘을 응원하는 가사도 젊은 팬이 끌리는 요소다. 특히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이제는 믿어 믿어봐/자신을 믿어 믿어봐”라는 가사에서 드러나듯 타인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과거엔 사랑과 설렘을 표현한 ‘단발머리’(1980년), 애절함과 그리움을 녹인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1990년)를 불렀던 조용필이 어른으로서 시대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빛났다는 평가다. 신보에 해외 음악가가 다수 참여한 것도 음악이 젊어지는 데 한몫했다. 예를 들어 ‘그래도 돼’ 프로듀싱은 마르틴 한센, 콘래드 슈얼, 미첼 루이스 등 외국 프로듀서가 맡았다. 또 아이유 노래들의 가사를 지은 것으로 유명한 작사가 김이나에게 ‘찰나’ 등 4곡의 노랫말을 맡기는 등 대중과 호흡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조용필은 옛 음악뿐 아니라 최신 해외 음악을 즐겨 들으며 시대와 호흡한다”며 “신보에 한국 아이돌 곡에 참여하는 음악가들이 만든 곡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달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시작해 부산, 대구로 이어지는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는 기존 팬에 새로 유입된 젊은 팬이 함께하는 화합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예매 중인 콘서트 기대 댓글엔 “50대 엄마랑 80대 할머니 모시고 3대가 함께 가기로 했다”, “우리 엄마의 아이돌. 엄마 모시고 같이 간다”는 반응이 달리고 있다. 소속사 YPC 관계자는 “이미 서울 공연은 매진에 가까울 정도로 외곽 좌석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며 “(조용필) 선생님이 전 객석을 다니면서 음향이 제대로 들리는지 일일이 확인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74세 가수의 신곡이라고요? ‘레전드’네요.”“스무 살 재수생인데 수능 아침에 듣고 가려 합니다.” 지난달 22일 유튜브에 공개된 가왕 조용필(74)의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들이다. 뮤직비디오는 12일 기준 조회 수 110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6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특히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노래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이가 많다. “본인이 실패했다고 착각하는 친구에게 노래를 들려주면서 자신을 믿어보라고 했다”, “아이를 사산한 지 3개월 됐는데 노래를 듣다 울어버렸다”는 반응이다. 특히 20, 30대 호응이 더욱 뜨겁다. 한 취업준비생은 “불확실한 미래에 흔들렸는데,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고 간다”고 했다. 자신을 20대 후반이라고 밝힌 다른 팬은 “직장의 부당한 괴롭힘에 버티다 못해 퇴사했는데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난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1990년생이라 소개한 팬는 “삶이 힘들어 곡을 듣는데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스무 번째 앨범 ‘20’을 공개된 뒤 ‘조용필 신드롬’이 불고 있다. ‘20’은 그가 2013년 ‘헬로’ 이후 11년 만에 낸 정규 음반. 앞서 64세에 때 ‘바운스’를 내놓았을 때처럼 ‘가요계 대선배’ 같지 않은 도전적 행보로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가요계에선 “조용필이 새로운 음악을 내놓으며 이제 ‘가왕’에서 ‘가황’을 노리고 있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신보에 20, 30대가 끌리는 건 젊은 음악을 가득 채웠기 때문. 특히 새로 공개된 곡은 팝, EDM(전자댄스뮤직)을 녹인 신나는 멜로디가 특징이다. 예를 들어 곡 ‘타이밍’은 경쾌한 리듬이 두드러진다. “사랑에는 타이밍/인생에는 타이밍/중요한 건 타이밍”하고 반복되는 소절 덕에 따라 부르기 쉽다. 신보에 트로트는 없고, 록(‘그래도 돼’), 일렉트로닉(‘타이밍’), 발라드(‘왜’)처럼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장르를 가득 채웠고, 젊은 세대도 호응하고 있다. 청춘을 응원하는 가사도 젊은 팬이 끌리는 요소다. 특히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이제는 믿어 믿어봐/자신을 믿어 믿어봐”라는 가사에서 드러나듯 타인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과거엔 사랑과 설렘을 표현한 ‘단발머리’(1980년), 애절함과 그리움을 녹인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1990년)를 불렀던 조용필이 어른으로서 시대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빛났다는 평가다. 신보에 해외 음악가가 다수 참여한 것도 음악이 젊어지는 데 한몫했다. 예를 들어 ‘그래도 돼’ 프로듀싱은 마틴 한센, 콘라드 스웰, 미첼 루이스 등 외국 프로듀서가 맡았다. 또 아이유의 가사를 지은 것으로 유명한 작사가 김이나에게 ‘찰나’ 등 4곡의 노랫말을 맡기는 등 대중과 호흡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조용필은 옛 음악뿐 아니라 최신 해외 음악을 즐겨 들으며 시대와 호흡한다”며 “신보에 한국 아이돌 곡에 참여하는 음악가들이 만든 곡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달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시작해 부산, 대구로 이어지는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는 기존 팬에 새로 유입된 젊은 팬이 함께하는 화합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예매 중인 콘서트 기대 댓글엔 “50대 엄마랑 80대 할머니 모시고 3대가 함께 가기로 했다”, “우리 엄마의 아이돌. 엄마 모시고 같이 간다”는 반응이 달리고 있다. 소속사 YPC 관계자는 “이미 서울 공연은 매진에 가까울 정도로 외곽 좌석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며 “(조용필) 선생님이 전 객석을 다니면서 음향이 제대로 들리는지 일일이 확인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돌격!” 고대 로마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모의 해전 ‘나우마키아’. 루시우스(폴 메스컬)의 지시에 맞춰 검투사 수십 명이 절도 있게 노를 젓는다. 검투사들의 얼굴엔 어떤 두려움도 없다. 검투사들의 배는 곧 로마 군단의 배에 강하게 충돌한다. 불이 나고 연기가 가득하다. 검투사들은 망설이지 않고 로마 배로 뛰어 들어간다. 커다란 검으로 냉정하게 로마 군인들의 목을 자르고 심장을 꿰뚫는다.》로마 군인들은 겁에 질려 콜로세움을 가득 채운 물 아래로 뛰어든다. 곧 상어가 다가와 온몸을 갈가리 찢는다. 로마 시민들은 자신들의 군인들이 죽는데도 오히려 환호한다. 전쟁에 빠져 로마를 구렁텅이로 몰고 간 ‘쌍둥이 황제’처럼 잔혹하게 소리친다. “죽여라! 죽여라!” 로마 검투사의 운명을 그린 영화 ‘글래디에이터’(2000년)가 24년 만에 돌아온다. 13일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하는 영화 ‘글래디에이터2’로. 전작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고대 로마를 웅장하게 표현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5관왕에 오른 명작. 전 세계에서 4억6058만 달러(약 6429억 원)를 벌어들인 전작을 만든 거장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87)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신작은 전편의 주인공이었던 최고의 검투사 막시무스(러셀 크로)가 콜로세움에서 죽음을 맞이한 뒤 20여 년이 흐른 후가 배경이다. 막시무스와 공주 루실라(코니 닐슨) 사이의 혼외자인 루시우스가 어릴 적 생존을 위해 로마를 떠났다가 다시 검투사로 로마에 입성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신작이 방점을 둔 건 ‘물’이다. 전작이 로마 콜로세움의 단단한 땅에서 벌어지는 결투를 실감 나게 그렸다면 신작은 물을 다양하게 활용한 연출이 돋보인다. 예를 들어 신작은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 장군이 이끄는 로마 군단이 북아프리카의 해안 도시 누마디아를 침공하는 첫 장면을 해전으로 웅장하게 표현한다. 수백 척의 로마 함대가 지중해를 가득 채우고, 각종 무기를 이용해 해안 성벽을 부수는 장면 덕에 아이맥스 등 특별관에서 영화를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영화 중반부 ‘살라미스 해전’을 모티브로 한 대규모 모의 해전도 볼거리다. 스콧 감독은 콜로세움을 실물 크기의 60% 축소판 세트로 지었다. 물을 채우고 상어를 푼 뒤 옛 로마의 수전극(水戰劇)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제작비 3억1000만 달러(약 4325억 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액션 장면에 공을 들였다. 스콧 감독은 지난달 25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엔터테인먼트가 목적인 영화지만 로마의 건축, 의상, 생활 양식까지 세세하게 조사해 역사적 정확성을 추구했다”며 “그 시대 로마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준비했다”고 했다.다만 서사는 아쉽다. 루시우스가 아내를 잃고 로마에 복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후반부엔 아버지가 사랑한 로마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148분에 달하는 상영 시간이 길다고 의식해서일까. 검투사들을 부리는 야심가 마크리누스(덴절 워싱턴)가 영화 후반부 로마의 권력을 잡기 위해 벌이는 계략은 다소 성급하게 압축한 듯하다. 전작이 황제 콤모두스(호아킨 피닉스)의 폭정 열연으로 주목받았지만, 신작의 쌍둥이 황제 게타(조지프 퀸), 카라칼라(프레드 헤킨저)의 연기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15세 이상 관람가였던 전작과 달리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점도 흥행엔 걸림돌이다. “속편은 위험한 작업이다. 다들 1편보다 별로일 것이라 생각한다”는 스콧 감독의 말처럼 관객의 기대가 높은 ‘속편의 저주’가 흥행을 저해할 수도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소설가 한강(54·사진)이 다음 달 10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 문학상 시상식에서 우리말 소개를 들으며 무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강의 작품을 스웨덴어로 옮긴 박옥경 번역가는 최근 스웨덴 한림원 측으로부터 노벨 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를 소개하는 연설의 마지막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박 번역가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을 남편인 안데르스 칼손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교수와 함께 스웨덴어로 번역했다. 노벨 문학상 시상식은 주로 스웨덴어로 진행된다. 다만 수상자를 무대로 맞아들이는 마지막 문장은 작가의 모국어로 발음한다. 예를 들면 “친애하는 ‘한강’ 작가님 나와 주세요”라고 부르는 식이다. 한강은 시상식 사흘 전인 다음 달 7일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수상자 공식 강연을 한국어로 진행할 예정이다. 강연 내용은 영어, 스웨덴어로 번역돼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박 번역가는 남편과 함께 한강의 강연을 스웨덴어로 번역하는 일도 맡았다. 통상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시상식 전 공식 강연을 통해 소감을 밝힌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가 미국 가수 빙 크로스비(1903∼1977)의 곡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재해석해 발표한다. 1942년 발표된 기존 곡에 뷔의 목소리를 입힌 듀엣 형태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뷔와 크로스비의 목소리가 함께 담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다음 달 6일 오후 2시(한국 시간) 전 세계 동시 공개한다고 7일 밝혔다. 빅히트뮤직은 “뷔와 크로스비라는 두 아이콘이 시대를 초월한 협업을 했다”며 “크로스비의 듀엣곡은 1977년 데이비드 보위와의 협업 이후 47년 만에 세상에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1942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홀리데이 인’의 삽입곡으로 유명하다. 같은 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았다. 이후 테일러 스위프트 등 수많은 팝 스타들이 불렀다. 빅히트뮤직은 “뷔는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캐럴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일부를 자신만의 느낌으로 해석했다”고 했다. 이번 작업은 크로스비를 향한 뷔의 오랜 존경심에서 시작됐다. 뷔는 2022년 크로스비의 ‘이츠 빈 어 롱, 롱 타임’을 부른 영상을 올리는 등 그동안 크로스비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크로스비 공식 채널은 당시 “뷔는 훌륭한 ‘재즈 크루너’(부드럽고 친밀한 스타일로 부르는 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Produced by S.M. Lee’ 신생 엔터테인먼트 회사 ‘A2O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25일부터 유튜브에 올리고 있는 영상들 후반부에 붙어 있는 문장이다. 이 영상들엔 10대들이 아이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담겼다. 누가 올린 것인지, 아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하지만 ‘S.M. Lee’란 단어를 보면 가요계 관계자들은 자연스레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72)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미 영상들엔 “이 전 총괄이 칼을 갈고 준비한 것 같다”는 댓글도 달리고 있다. 이러자 이수만 전 총괄이 앨범 제작을 통해 가요계에 복귀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가 직접 프로듀싱에 나선 것은 지난해 3월 SM 인수전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이다. 특히 영상에는 특히 이른바 ‘루키즈’로 명명된 음악 꿈나무들이 여럿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 전 총괄은 영상에서 ‘잘파 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잘파 세대’(Z세대+알파 세대)를 겨냥한 아이돌을 만든다는 점을 암시한 것. 그가 지난해 3월 “K팝은 K팝을 넘어 세계와 함께하는 글로벌 뮤직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진출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 전 총괄은 지난해 2월 하이브에 보유 SM 주식을 매각하면서 ‘3년간 국내 프로듀싱 금지’에 합의했다고 알려졌다. 이 전 총괄 측은 A2O를 통한 신인 데뷔가 이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에 본사, 미국·일본·중국에 각각 지사를 두고 국내가 아닌 해외 진출에 방점을 뒀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 관련해 하이브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가 미국 가수 빙 크로스비(1903∼1977)의 곡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재해석해 발표한다. 1942년 발표된 기존 곡에 뷔의 목소리를 입힌 듀엣 형태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뷔와 크로스비의 목소리가 함께 담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6일 오후 2시(한국 시간) 전 세계 동시 공개한다고 7일 밝혔다. 빅히트뮤직은 “뷔와 크로스비라는 두 아이콘이 시대를 초월한 협업을 했다”며 “크로스비의 듀엣곡은 1977년 데이비드 보위와의 협업 이후 47년 만에 세상에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1942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홀리데이 인’의 삽입곡으로 유명하다. 같은 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았다. 이후 테일러 스위프트 등 수많은 팝 스타들이 불렀다. 빅히트뮤직은 “뷔는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캐럴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일부를 자신만의 느낌으로 해석했다”고 했다. 이번 작업은 크로스비를 향한 뷔의 오랜 존경심에서 시작됐다. 뷔는 2022년 크로스비의 ‘이츠 빈 어 롱, 롱 타임’을 부른 영상을 올리는 등 그동안 크로스비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크로스비 공식 채널은 당시 “뷔는 훌륭한 ‘재즈 크루너’(부드럽고 친밀한 스타일로 부르는 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한국 문화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뻐요.”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27)가 4일(현지 시간) 공개된 미국 잡지 ‘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아파트(APT.)’의 세계적인 인기에 대해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가 지난달 18일 공개 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8위로 진입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자 뿌듯함을 드러낸 것. 로제는 “사람들이 점점 더 한국 문화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팬들의 반응을 이제는 완전히 즐기고 있다”고 했다. 로제는 앨범 제작의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로제가 고른 몇 가지 듀엣곡 후보 가운데 ‘아파트’를 선정한 것이 마스였다고. 로제는 “다들 ‘(마스가) 그 노래는 안 부를 것이다. 보내지 말라’는 반응이었지만 저는 이 노래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며 “‘아파트’의 뜻을 묻는 마스에게 한국 ‘술게임’이라고 말해주자 ‘멋지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음 달 6일에는 정규 1집 ‘로지’가 공개된다. 새 곡들은 ‘아파트’와는 다른 결의 노래들이라고 한다. 로제는 “취약하고 혼란스럽기 마련인 20대에 관한 앨범”이라며 “삶에 있어 쉽지 않은 시기인 20대를 노래하고 싶었다”고 했다. 로제는 악플로 인한 고통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밤늦게까지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글을 찾아보는 나쁜 습관이 있다. 이는 내 머릿속에 기억될 악성 댓글로 가득한 토끼굴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취약하고 중독돼 있는지, 사랑과 이해를 받고 싶은 갈망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댓글들은 나를 무너뜨린다”고 고백했다. 로제는 새 앨범에 악플과 관련된 노래도 수록했다. 로제는 집과 작업실 사이를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며 앨범을 완성했다. 그는 “정오에 일어나 오후 2시에 작업실에 도착한 뒤 오후 7∼10시까지 곡을 쓰고 저녁을 먹고 잠을 자는 게 전부였다. 제 취미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내 결정에 따라 앨범을 만들 수 있어 만족감이 크다”며 “앨범을 듣는 이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길 바란다”고 했다. ‘아파트’는 5일 공개된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서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는 2억7000만 뷰를 돌파해 3억 회 달성을 앞두고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한국 문화는 가장 흥미로운 문화 중 하나입니다. 한국 문화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기쁜 일입니다.”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는 4일(현지 시간) 공개된 미국 잡지 ‘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APT.)’가 지난달 18일 공개 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8위로 입성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자 뿌듯함을 드러낸 것. 로제는 “사람들이 점점 더 한국 문화에 관해 배워 나가기 시작했다”며 “곡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이제는 완전히 즐기고 있다”고 했다.로제는 인터뷰에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뒷이야기를 쏟아냈다. 예를 들어 마스는 노래를 작업할 당시 ‘아파트’가 술자리 게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에 흥미를 보였다고 한다. 로제가 정한 몇 가지 듀엣곡 후보 가운데 ‘아파트’를 선정한 것도 마스였다.로제는 “마스가 ‘아파트’를 부를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주변에서 내가 유일했다”며 “다들 ‘그 노래는 안 부를 것이다, 보내지 말라’는 반응이었다. 저는 이 노래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로제는 또 “‘아파트’의 뜻을 묻는 마스에게 한국 술 게임이라고 말해주자 ‘멋지다’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했다.다음달 6일 공개되는 솔로 정규 1집 ‘로지’에 대한 내용도 공개됐다. 특히 새 앨범에 담긴 곡들은 신나는 리듬이 가득한 ‘아파트’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고 한다. 로제는 “‘로지’는 취약하고 혼란스럽기 마련인 20대에 관한 앨범”이라며 “삶에 있어 쉽지 않은 시기인 20대를 노래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내가 평범한 여자 친구 혹은 소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했다.앨범에는 자신이 겪은 ‘악플’에 관한 경험도 담겼다고 한다. 로제는 인터넷에서 악플을 찾아보는 버릇이 있는 자기 버릇에서 영감을 얻었다. 로제는 “내가 (온라인) 세상에 얼마나 취약하고 중독돼 있는지, 사랑과 이해를 받고 싶은 갈망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나쁜) 댓글들은 나를 무너뜨린다”고 했다.로제는 집과 작업실 사이를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며 앨범을 완성했다고 한다. 지난해 블랙핑크 동료인 리사에게 앨범을 들려줬을 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로제는 “정오에 일어나 오후 2시에 작업실에 도착한 뒤 오후 7∼10시까지 곡을 쓰고 저녁을 먹고 잠을 자는 게 전부였다. 제 취미는 일”이라며 “무엇보다 자신의 결정에 따라 앨범을 만들 수 있어 만족감이 크다. 앨범을 듣는 이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길 바란다”고 했다. 로제는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더 솔직하고 열린 모습을 보여줄 준비가 됐다”고 했다.‘아파트’는 5일(현지 시간) 공개된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서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도 2억7000만 뷰를 찍었고, 3억 회 달성을 앞두고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성소수자 영화를 소개하는 올해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7~13일 일주일 동안 열린다. 올해 14회를 맞은 영화제에선 30개국 영화 104편이 상영되는 등 국내외 다양한 작품을 폭넓게 만나볼 수 있다. 국내 경쟁작을 소개하는 ‘코리아 프라이드 섹션’ 부문에서는 ‘인류학입문’, ‘끓네’ 등 8편을 처음 공개한다. ‘해피투게더’, ‘패왕별희’ 를 소개하는 홍콩 영화 특별전도 개최한다. 개막작인 레이 영 감독의 ‘모두 다 잘될 거야’는 홍콩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다. 성 소수자 정체성은 물론 가족, 노년 문제까지 다뤘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장편 퀴어 영화 작품상 ‘테디상’을 받았다. 김승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동성결혼 문제를 정확하고 섬세하게 다룬 영화”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미리 주는 거야. 나중에 대학 가서 꼭 봉사해야 해.” 작은엄마 연경(김희애)은 고등학생 조카에게 ‘가짜’ 봉사활동 증명서를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공헌단체에서 증명서를 위조한 뒤 조카에게 생색낸 것이다. 물론 조카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연경이 아프리카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비웃을 정도로 오만하다. 지난달 16일 개봉한 영화 ‘보통의 가족’은 한국 사회의 위선을 파고든 작품이다. 특히 자녀의 ‘입시’ 문제에선 범법 행위도 저지르는 한국 부모의 왜곡된 모습에 대한 환멸이 가득하다. 겉으로 보기엔 등장인물들은 모범적이다. 영화에서 연경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아침이면 남편과 아들의 밥을 차린다. 늦은 밤엔 방에 딸린 작은 베란다에서 업무를 처리할 정도로 성실하다. 하지만 연경도 자녀 문제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진다. 고등학생 아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다는 선생의 말을 듣자마자 남편이자 의사인 재규(장동건)에게 전화를 건다. 아들을 남편이 다니는 대학병원 봉사활동에 넣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 ‘공정 논란’을 불러온 특정 사건들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특히 영화 중반부 아들이 노숙자를 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연경의 위선은 극에 달한다. 아들의 범행을 덮으려고 하는 것이다. 연경은 “우리 아이가 그랬을 리 없다”며 현실을 부정한다. 허진호 감독은 올 9월 제작발표회에서 “우리 사회가 가진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들어갔다”며 “교육 문제, 빈부 문제, 상류층의 책임감 같은 문제를 담았다”고 했다.이에 비해 네덜란드 소설가 헤르만 코흐가 2009년 출간한 원작 장편소설 ‘더 디너’(민음사)는 등장인물들의 위선을 ‘입양아’ 문제로 담았다. 특히 소설에서 유력한 수상 후보이자 정치인인 형 세르게는 입양아를 키우고 있다. 자신이 낳은 두 아이가 있지만, 따로 아프리카에서 아이를 입양한 것이다. 하지만 세르게의 동생 파울은 “입양은 세르게한테 와인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장식품”이라며 “세르게는 더 자주 가족사진을 찍었다. 이미지 관리를 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유색 인종에 대한 왜곡된 시선, 친자식과 입양아에 대한 차별을 교묘하게 녹인 것이다. 영화가 한국 특유의 가족 간 호칭에 집중해 긴장감을 살린 점도 특징이다. 동서 간인 지수(수현)와 연경 사이에 나이 문제를 집어넣어 신경전을 극화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 연경은 지수에게 ‘저기요’라는 호칭을 쓴다.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지만, 관계상으론 손위인 지수를 차마 형님이라고 부를 수 없어서다. 이에 비해 소설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인물들이 위선적 행동을 벌이는 모습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예를 들어 세르게는 레스토랑 여직원들에게 추파를 던진다. 식당 주인이 자신을 위해 테이블을 빼놓을 만큼 지위가 높다는 사실에 취해 선을 넘는다. 식사 때마다 자신이 마셔 본 와인에 대해 강연을 늘어놓을 정도로 잘난 척하기도 한다. 영화가 주연 4명의 내면을 돌아가며 따라가지만, 소설은 파울의 시선에서만 진행된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그 덕에 소설에선 “망각은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가 큰 법”이란 문장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냉소적인 태도가 강렬히 느껴진다. 자식을 향한 뒤틀린 욕망을 갖거나 고고한 척 살아가지만 본인의 이익 앞에선 한없이 나약한 인간은 어디든 있다. 그래서일까. 소설은 전 세계에서 1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또 한국 외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에서도 영화화됐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미리 주는 거야. 나중에 대학 가서 꼭 봉사해야 해.”작은 엄마 연경(김희애)은 고등학생 조카에게 ‘가짜’ 봉사활동 증명서를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사회공헌단체에서 증명서를 위조한 뒤 조카에게 생색낸 것이다.물론 조카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연경이 아프리카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비웃을 정도로 오만하다. 하지만 조카는 증명서를 대학 입시 때 활용하기 위해 연경에게 해맑게 웃으며 답한다. “감사합니다!”● “아빠 병원에서 봉사활동”…한국 ‘입시 비리’ 저격한 영화지난달 16일 개봉한 영화 ‘보통의 가족’은 한국 사회의 위선을 파고든 작품이다. 특히 자녀의 ‘입시’ 문제에선 범법행위도 저지르는 한국 부모의 왜곡된 모습에 대한 환멸이 가득하다.겉으로 보기엔 등장인물들은 모범적이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연경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사회공헌단체에서 일하며 아프리카로 봉사활동도 다닌다. 아침이면 남편과 아들의 밥을 차린다. 늦은 밤엔 방에 딸린 작은 베란다에서 업무를 처리할 정도로 성실하다.하지만 연경도 자녀 문제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진다. 고등학생 아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다는 선생 말을 듣자마자 남편이자 의사인 재규(장동건)에게 전화를 건다. 아들을 남편이 다니는 대학병원 봉사활동에 넣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망설이는 남편을 향해 아들이 대학엔 가야 하지 않겠냐며 밀어붙인다. 결국 아들이 엄마의 요구를 거절하지만, 입시에 목메는 한국 부모들의 모습처럼 느껴진다.특히 영화 중반부 아들이 노숙자를 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연경의 위선은 극에 달한다. 아들의 범행을 덮으려고 하는 것이다. 연경은 “우리 아이가 그랬을 리 없다”며 현실을 부정한다.물론 영화는 누구나 처할법한 딜레마를 다뤘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 ‘공정 논란’을 불러온 특정 사건들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메가폰을 잡은 허진호 감독은 올 9월 제작발표회에서 “우리 사회가 가진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들어갔다”며 “교육 문제, 빈부 문제, 상류층의 책임감 같은 문제를 담았다”고 했다. 허 감독은 “우리가 가진 신념, 도덕, 윤리가 어느 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인간의 양면성은 예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주제”라고도 했다.● “입양아는 장식품”…유럽 ‘입양’ 문제 다룬 소설이에 비해 네덜란드 소설가 헤르만 코흐가 2009년 출간한 원작 장편소설 ‘더 디너’(민음사)는 등장인물들의 위선을 ‘입양아’ 문제로 담았다. 유럽 내에서 논란이 진행 중인 입양 문제를 앞세워 유색 인종에 대한 왜곡된 시선, 친자식과 입양아에 대한 차별을 교묘하게 녹인 것이다. 예를 들어 소설에서 유력한 수상 유력 후보이자 정치인인 형 ‘세르게’는 입양아를 키우고 있다. 자신이 낳은 두 아이가 있지만, 따로 아프리카에서 아이를 입양한 것이다. 하지만 세르게의 동생 ‘파울’은 입양 부모들에 대해 이렇게 비관적으로 서술한다.“물품 보관소나 동물보호센터에서 데려온 고양이 같은 것을 상상하면 된다. 만약 그 고양이가 소파 가죽을 물어뜯거나 집 안 곳곳에 오줌을 질질 흘리고 다니면 다시 돌려보내면 그만인 것이다.”또 파울은 세르게를 의심한다. 세르게가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입양아를 키우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부르키나파소에서 데려온 새카만 아이를 친자식들과 차별 없이 사랑한 것은 훗날 세르게한테 커다란 명예를 안겨줬다. 기본적으로 입양은 세르게한테 와인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장식품이었다. 세르게 로만, 아프리카 출신의 아이를 입양한 정치가.”사실 파울의 의심은 어느 정도 합리적인 면도 있다. 세르게는 남들 시선을 위해 살아가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세르게는 더 자주 가족사진을 찍었다. 이미지 관리를 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형님에게 “저기요”…가족 호칭 블랙 유머로 소화한 영화영화가 한국 특유의 가족 간 호칭에 집중해 긴장감을 살린 점도 특징이다. 동서 간인 지수(수현)와 연경 사이에 나이 문제를 집어넣어 신경전을 극화시킨 것이다.예를 들어 연경은 지수에게 ‘저기요’라는 호칭을 쓴다.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지만, 관계상으론 손위인 지수를 차마 형님이라 부를 수 없어서다. 연경은 또박또박 존댓말을 쓰면서도 지수를 무시하기도 하다.물론 연경이 젊고 아름다운 지수에게 열등감을 지닌 것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남편과 함께 지수의 출신 집안이 보잘것없다는 점을 공격하는 뒷말하는 연경의 모습을 보다 보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다만 위선을 위트로 녹여낸 건 영화의 장점이다. 연경이 지수를 유치할 정도로 비꼬는 장면을 보다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한다. 배우 김희애는 지난달 7일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평소 허당이다. 연경은 직설적이고 이기적인 것 같지만 좋은 일을 할 땐 적극적으로 나서는 캐릭터”라고 했다.물론 지수도 만만치 않다. 연경을 향해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면서 신경전을 벌인다. 자신의 젊음을 한껏 뽐내며 연경에 맞선다. 수현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수의 캐릭터는 뜬금없는 면이 있다. (해맑은) 반려견처럼 보인다”고 했다.● “와인 메뉴판은 권력”…고급 식당 배경 주목한 소설이에 비해 소설은 고급 식당이란 배경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에 초점을 맞췄다.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등 코스가 이어지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위선적 행동을 벌이는 모습을 흥미롭게 그려내는 것이다.예를 들어 세르게는 레스토랑 여직원들을 추파를 던진다. 식당 주인이 자신을 위해 테이블을 빼놓을 만큼 지위가 높다는 사실에 취해 선을 넘는 것이다. “(세르게는) 이미 화는 다 풀려 버렸다는 듯 슬그머니 다정한 표정을 지었다. 봄눈 녹듯이 순식간에 말이다. 그럼 그렇지. 세르게가 방금 전까지 우리의 화젯거리였던 스칼렛 요한슨의 닮은 꼴을 놓칠 리가 있겠는가. 그는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며 자비로운 은총을 기다리는 ‘쭉쭉 빵빵한 몸매’의 여종업원을 쳐다봤다.”또 세르게는 고급 와인에 대해 아는 체를 늘어놓으며 자신의 세를 과시한다.“그는 레스토랑에서 와인 메뉴판을 제일 먼저 집어 들더니 알렌테호에서 생산된 포르투갈 와인의 ‘토질’에 대해 아는 체를 했다. 그건 일종의 권력 쟁취나 다름없었다. 그날부터 항상 와인 메뉴판은 당연하다는 듯이 세르게 앞에 놓였다.”“세르게의 취미 생활 다음 단계는 창고를 와인 저장고로 개조하는 일이었다. 창고에 와인 병을 보관할 수 있는 선반들을 설치했다. 그는 그걸 ‘와인의 숙성’이라고 불렀다. 식사 때마다 자신이 마셔 본 와인에 대해 강연을 늘어놓았다.”● “망각은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가 큰 법”…냉소적 시선 돋보여영화가 주연 4명의 내면을 돌아가며 따라가지만, 소설은 파울의 시선에서만 진행된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그 덕에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냉소적인 태도가 강렬히 느껴진다.자녀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파울은 이렇게 자문한다. “어쩌면 어둠이 더 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더 쉽게 진실을 털어놓을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다음에는? ‘진실’을 알고 난 다음에는 대체 어쩔 것인가?”또 파울은 이 문제를 덮자고 결심한 뒤엔 이렇게 속삭인다. 비밀을 저편에 묻은 뒤 모른 채 현실을 찾아가는 우리 인간에 대한 통찰이 보인다.“세상일이란 게 늘 그렇듯이 그 사건에 대한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한테서 멀어질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우리가 잊어버려야 할 것은 바로 그 비밀이었다. 둘이서만 알고 있는 비밀. 망각은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가 큰 법이다.”자식을 향한 부모의 뒤틀린 욕망, 고고한 척 살아가지만 제 이익 앞에선 한없이 나약한 인간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든 있다. 그래서일까. 소설은 전 세계에서 1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또 한국 외에도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에서 영화화됐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온몸이 피범벅인 사람들이 병원 응급실로 실려 온다. 어떤 이는 한쪽 다리가 잘렸다. 다른 이는 화상을 입어 얼굴이 녹아내렸다. 동네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 포탄에 맞아 실려 온 아이, 미사일을 맞아 무너진 건물에 깔려 숨을 쉬지 못하는 갓난아기…. 부모들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뜬 아이를 안고 절규한다. 시신을 치우다 지친 의사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한다. “계속 찍어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 아이의 눈과 우는 의사들을 보여 주세요.” 6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에서 AP통신 취재진이 20일 동안 촬영한 기록 중 뉴스에 보도되지 않은 영상까지 폭넓게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전쟁은 폭발이 아니라 침묵으로 시작한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카메라는 전쟁이 임박한 마리우폴 시내를 건조하게 비춘다. 외곽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사람들은 혼비백산한다. 한 여성은 취재진을 붙잡고 “어디로 도망가야 하냐”고 묻는다. 거칠게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 헐떡이는 취재진의 숨소리가 급작스럽게 돌아가는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마리우폴은 점점 폐허로 변해 간다. 거리엔 군인들이 오가고 이곳저곳에서 전투기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병원엔 다치거나 죽은 아이들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러시아는 민간인은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냐”고 울부짖는다. “전쟁은 엑스레이처럼 인간의 내면을 다 보여준다”는 말처럼 사람들은 살기 위해 남의 가게를 턴다. 취재진은 취재 윤리를 두고 끊임없이 고민한다. 전쟁 초반 사람들은 “왜 내 모습을 찍냐”, “기레기”라며 취재를 거부한다. 돕지는 못할망정 카메라만 들고 다닌다며 못마땅해하는 우크라이나 군인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카메라를 반긴다. 8일째부터 봉쇄된 마리우폴에서 인터넷이 끊겨 참상을 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돕는 일과 카메라로 찍는 일 중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된다”던 취재진이 끝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은 이유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폭격 장면이나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반격처럼 군사적 줄다리기는 거의 담지 않았다. 그 대신 폭격을 받고 울부짖고 괴로워하며 공포에 떠는 평범한 사람들을 앵글에 담으며 전쟁의 잔인함을 응시한 점이 인상적이다. 전쟁이 시작된 지 2년이 넘어섰고, 최근 북한군까지 참전한 만큼 영화는 생각할 거리를 여럿 던진다. 취재진은 자신들을 뒤쫓는 러시아군을 피해 취재한 사진과 영상이 담긴 저장장치를 탐폰 생리대 속에 숨겨 나와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취재진은 전쟁의 참상을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보도상인 퓰리처상 공공보도 부문을 수상했다.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상 등 전 세계 영화제에서 33개의 상을 휩쓸었다. 취재진은 아카데미 수상 소감에서 “이 트로피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거나 공격하지 않은 역사와 맞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온몸이 피범벅인 사람들이 병원 응급실로 실려 온다. 어떤 이는 한쪽 다리가 잘렸다. 다른 이는 화상을 입어 얼굴이 녹아내렸다. 동네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 포탄에 맞아 실려 온 아이, 미사일을 맞아 무너진 건물에 깔려 숨을 쉬지 못하는 갓난아기…. 부모들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뜬 아이를 안고 절규한다. 시체를 치우다 지친 의사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한다. “계속 찍어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 아이의 눈과 우는 의사들을 보여주세요.” 6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에서 AP통신 취재진이 20일 동안 촬영한 기록 중 뉴스에 보도되지 않은 영상까지 폭넓게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전쟁은 폭발이 아니라 침묵으로 시작한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카메라는 전쟁이 임박한 마리우폴 시내를 건조하게 비춘다. 외곽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사람들은 혼비백산한다. 한 여성은 취재진을 붙잡고 “어디로 도망가야 하냐”고 묻는다. 거칠게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 헐떡이는 취재진의 숨소리가 급작스럽게 돌아가는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마리우폴은 점점 폐허로 변해간다. 거리엔 군인들이 오가고 이곳저곳에서 전투기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병원엔 다치거나 죽은 아이들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러시아는 민간인은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냐”고 울부짖는다. “전쟁은 엑스레이처럼 인간의 내면을 다 보여준다”는 말처럼 사람들은 살기 위해 남의 가게를 턴다. 취재진은 취재 윤리를 두고 끊임없이 고민한다. 전쟁 초반 사람들은 “왜 내 모습을 찍냐”, “기레기”며 취재를 거부한다. 돕지는 못할망정 카메라만 들고 다닌다며 못마땅해하는 우크라이나 군인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카메라를 반긴다. 8일째부터 봉쇄된 마리우폴에서 인터넷이 끊겨 참상을 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돕는 일과 카메라로 찍는 일 중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된다”던 취재진이 끝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은 이유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폭격 장면이나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반격처럼 군사적 줄다리기는 거의 담지 않았다. 대신 폭격을 받고 울부짖고 괴로워하며 공포에 떠난 평범한 사람들을 앵글에 담으며 전쟁의 잔인함을 응시한 점이 인상적이다. 전쟁이 시작된 지 2년이 넘어섰고, 최근 북한군까지 참전한 만큼 영화는 생각할 거리를 여럿 던진다. 취재진은 자신들을 뒤쫓는 러시아군을 피해 취재한 사진과 영상이 담긴 저장장치를 탐폰 생리대 속에 숨겨 나와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취재진은 전쟁의 참상을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보도상인 퓰리처상 공공보도부문을 수상했다.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상 등 전 세계 영화제에서 33개의 상을 휩쓸었다. 취재진은 아카데미 수상 소감에서 “이 트로피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거나 공격하지 않은 역사와 맞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살면서 남이 아끼는 물건을 부수고 싶었던 적이 있는가. 혹은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싶단 충동을 느끼거나, 누군가의 물건을 훔치고 싶었던 적은 있는가. 만약 살면서 이런 충동을 겪은 적이 있었다면 당신은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범죄자라는 말은 아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반(反)사회적 인격장애를 앓고 있지만, 이 성향은 범죄로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 두려움, 죄책감, 연민을 남들보다 덜 느끼지만 제어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심리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정신건강 컨설턴트인 저자는 자전 소설인 신간에서 자신을 소시오패스로 소개한다. 연구에 따르면 20명 중 1명이 소시오패스 성향을 지니는 만큼 흔한 성향이라는 것이다. “내 이름은 패트릭 갸그니, 소시오패스”라는 도발적인 첫 문장을 시작으로 소시오패스에 대한 편견을 산산이 부순다. 저자는 어릴 적부터 소시오패스 성향이 엿보였다. 초등학생 때 옷장에 숨겨둔 비밀 상자에는 온갖 훔친 물건이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을 약 올리는 친구의 머리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연필로 찍어버린 적도 있었다. 상급생들이 화장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아무 이유 없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쾌락과 해방감을 느꼈다. “매사에 무감각한 나는 어떤 일까지 저지를 수 있을까?” 하지만 저자는 큰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다. 엄마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만큼은 모든 걸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얘기하라”며 저자에게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려줬기 때문이다. 남편 역시 한없이 저자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믿어줬다. 저자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깨달았다. 누구든 모자란 부분은 있고, 보살핌과 사랑이 이를 채워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순수한 사랑은 행복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고난과 절망 속에서 탄생한 행복은 거칠고 낯설지만 색다르다.” 자신의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가며 소시오패스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도전하는 입담이 인상적이다. 다만 ‘평범한 사람’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키우고 늙어갈 미래를 꿈꾸고 싶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좀 상투적이라 아쉽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6)이 약 7년 만에 내놓은 신곡 ‘파워’로 실시간 음원 순위를 휩쓸었다.지난달 31일 발매된 지드래곤의 디지털 싱글 ‘파워’는 공개와 동시에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인 멜론, 지니, 벅스, 바이브 등에서 실시간 음원 순위 1위에 올랐다. 유튜브에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공개 직후 동시 시청자 수 10만 명을 돌파했고, 공개 1시간 만에 조회 수 150만 회를 넘겼다. 지드래곤은 인스타그램 실시간 방송에서 ‘파워’를 공개하며 신곡 가사에 맞춰 다양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신곡은 지드래곤이 2017년 6월 미니 음반 ‘권지용’ 이후 7년 4개월 만에 내놓은 곡이다. 중독성 강한 비트에 강렬한 랩을 더한 힙합 장르. 지드래곤이 세계적인 작곡가인 토미 브라운, 테론 토마스, 스티븐 프랭크스와 공동으로 작곡했다. 작사는 지드래곤이 맡았다. 직설적이면서도 중의적 가사가 돋보인다. “아이 돈트 기브 어(I don‘t give a) 쉬-잇 웃다 끝 ‘돈’ 기부 ‘억’ 씨-익 / 권력오남용 묻고 관용 천재 지병 불가항력” 등이 다양한 해석으로 읽힌다.지드래곤은 한 방송에 출연해 “저에게 힘은 음악”이라며 “7년의 공백기 동안 미디어의 힘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꼈다. 미디어의 힘에 대한 풍자와 다양한 힘을 잘 융화하자는 여러 가지 뜻을 담았다”고 작곡 배경을 밝혔다. 지난해 마약 투약 의혹 등으로 유튜브에서 비난받았던 경험 등을 녹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지드래곤은 지난해 12월 마약 투약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으나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났다. 이후 마약 퇴치를 위한 사회 공헌 재단을 내년에 설립하고 새 앨범으로 복귀한다고 밝혔다.지드래곤은 당시 소속사인 갤럭시코퍼레이션을 통해 공개한 자필 편지에서 “이번 사태로 한 해 평균 마약 사범이 2만 명에 달하고 청소년 마약류 사범이 증가한 사실, 이들 중 치료받는 사람이 500명도 안 된다는 가슴 아픈 사실을 알게 됐다”고 썼다. 이어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과 잘못된 길인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마약 퇴치와 근절에 적극 나서겠다”며 “약한 존재가 겪는 억울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단을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 첫 기부는 VIP(빅뱅 팬덤)의 이름으로 하겠다고 했다.당시 조성해 갤럭시코퍼레이션 이사는 “경찰은 수사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의혹 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수사하는 것이 필요했다는 것이 지드래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