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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수장이 모두 교체된다. 대법관 2명과 헌재 재판관 2명도 차례로 교체되면서 ‘진보벨트’를 구축했던 사법부에도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과 유남석 헌재 소장의 후임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누구를 임명하느냐에 따라 사법부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재 재판관 등 최고법관의 임기는 모두 6년이다. ○ 김명수 대법원장 내년 9월 퇴임2017년 9월 취임한 김 대법원장은 내년 9월 임기를 마친다. 후임 대법원장은 윤 대통령이 지명한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는 만큼 어떤 인물이 대법원장이 되느냐에 따라 향후 대법원 구성이 좌우된다.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우리법연구회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등 진보 색채가 강한 대법관 5명을 임명 제청했다. 대법관 교체도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은 내년 7월 임기를 마칠 예정이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중 지난달 취임한 오석준 대법관을 제외한 13명은 모두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 5년 동안에는 오경미 대법관을 제외한 13명이 교체된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7월 퇴임하는 두 대법관 후임 인사는 김 대법원장이 퇴임 전 마지막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기회”라면서도 “오석준 대법관 때처럼 윤 대통령의 의중을 고려해 임명 제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법원장 교체 후 김 대법원장이 추진해온 법원장 후보 추천제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등 ‘김명수표 개혁’이 계속 존속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김 대법원장은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로 저하된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여러 개혁안을 내세웠지만 법원 안팎의 반발과 논란이 여전한 상황이다. 한 재경 지법 부장판사는 “보수 성향의 대법원장이 임명될 경우 김 대법원장이 도입한 제도들에 대한 재평가가 공론화될 것”이라며 “특히 법원 내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폐지 내지는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헌재, 내년 재판관 9명 중 3명 교체헌재는 내년 11월 유 소장의 퇴임과 이선애(3월) 이석태(4월) 재판관 퇴임을 앞두고 있다. 재판관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하는데 유 소장의 후임은 윤 대통령이, 이선애·이석태 재판관의 후임은 김 대법원장이 각각 지명한다. 소장을 포함한 헌재 재판관 9명 모두가 윤석열 정부 5년 내 교체될 예정이다. 헌재 재판관이 순차적으로 교체되면서 헌재 재판관 이념 성향 지형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는 진보 6명, 보수 1명, 중도 2명으로 진보색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헌재 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표결에서 한두 표 차이로 결론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보수나 진보 성향 재판관 1, 2명만 바뀌어도 선고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헌재가 내년 재판관 및 소장 교체를 앞두고 심리 중인 주요 사건 결정을 서두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헌재는 올해 사형제와 국가보안법, ‘검수완박’ 권한쟁의 사건 등에 대한 공개변론을 잇달아 열며 심리에 속도를 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공군 내 성폭력 피해자인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당시 부실수사 책임론이 제기돼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된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사진)이 준장 계급을 당분간 유지하게 됐다. 2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강동혁)는 전 실장이 제기한 징계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본안인 징계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이 나온 날부터 30일이 지날 때까지 전 실장을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한 국방부 처분의 효력을 잠정 중단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 실장은 28일 준장 계급을 유지한 채 전역하게 됐다. 재판부는 “본안 소송 판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신청인이 손상된 지위와 명예,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채 전역하면 사후 지위를 회복하는 게 불가능하고 금전 배상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기도 쉽지 않다”며 “효력을 정지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민주화 이후 첫 장성 강등 처분에 불복해 지난달 28일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다음 날 효력정지도 신청했다. 전 실장은 16일 심문기일에 출석해 “얼마 남지 않은 군생활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공군 내 성폭력 피해자인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당시 부실수사 책임론이 제기돼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된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준장 계급을 당분간 유지하게 됐다. 2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강동혁)는 전 실장이 제기한 징계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본안인 징계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이 나온 날부터 30일이 지날 때까지 전 실장을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한 국방부 처분의 효력을 잠정 중단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 실장은 28일 준장 계급을 유지한 채 전역하게 됐다. 재판부는 “본안 소송 판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신청인이 손상된 지위와 명예,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채 전역하면 사후 지위를 회복하는 게 불가능하고 금전 배상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기도 쉽지 않다”며 “효력을 정지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민주화 이후 첫 장성 강등 처분에 불복해 지난달 28일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다음 날 효력정지도 신청했다. 전 실장은 16일 심문기일에 출석해 “얼마 남지 않은 군생활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 중사 사망사건을 수사해온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올 9월 전 실장을 면담 강요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상태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전 실장에 대한 1심이 진행 중이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에서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현행 집회시위법(집시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2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집시법 11조 중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에서 옥외 집회 시위를 금지한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위헌 결정으로 즉각 효력을 상실할 경우 법적 공백이 우려된다며 2024년 5월 31일까지 관련 조항을 개정하도록 했다. 해당 조항은 1962년 집시법 제정 당시부터 있었던 것이다. 헌재는 대통령 관저 인근이라는 이유로 집회를 일괄 금지하는 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봤다. 헌재는 “대통령 관저 인근은 가장 효과적으로 의견이 전달될 수 있는 장소”라며 “막연히 폭력적·불법적이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가정을 근거로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리는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건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결정은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라는 취지는 아니다. 헌재는 “어떤 집회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것인지에 관해선 입법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 A 씨는 2017년 8월 청와대로부터 약 68m 떨어진 분수대 앞에서 집회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집시법 11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이번 결정으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집시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위헌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개정안은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사저 반경 100m 내에서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번 결정이 현직 대통령 관저에 대한 것이어서 곧바로 현직 대통령 집무실이나 전직 대통령 사저에 적용하긴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대한변호사협회 등록심사위원회(등심위)가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신청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협은 이날 오후 등심위를 개최하고 권 전 대법관의 등록 여부에 대해 심의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등심위 위원 간 격론이 있었지만 과반이 권 전 대법관의 경우 변호사 등록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공무원 재직 기간 중 위법행위로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해 퇴직한 자’는 대한변협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등심위원들이 권 전 대법관은 이 같은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2020년 9월 퇴임한 권 전 대법관은 퇴임 2년이 지난 올 9월 26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대한변협은 신청을 접수한 뒤 상임이사회 심의를 거쳐 자진 철회를 요구하기로 하고 두 차례 공문을 보냈다. 대한변협은 공문에서 권 전 대법관이 대법관 재직 시절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8차례 만나고 퇴직 이후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사실 등을 언급하며 변호사 등록 자진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권 전 대법관이 침묵으로 일관하자 대한변협은 지난달 28일 권 전 대법관을 등심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등심위는 현직 판·검사, 변호사, 교수 등 외부 인사 9명으로 구성된 기구로 변호사법상 결격사유 여부를 심리해 등록 여부를 판단한다. 이날 권 전 대법관 측 대리인이 등심위에 참석해 대장동 개발사업 연루 의혹 등 권 전 대법관 관련 논란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 측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는 동안 대장동 사업이 아닌 김 씨가 준비하던 법률전문지 인수와 관련된 자문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오혁기자 hyuk@donga.com}
법원이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벌여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열차 운행을 5분 이상 지연시키는 시위를 할 경우 회당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에는 ‘역사 내 엘리베이터 설치’를 주문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혜영 서울중앙지법 상임조정위원은 19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같은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전장연에 열차 출입문 개폐를 방해하는 방식 등으로 열차 운행을 5분 이상 지연시키는 시위를 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회당 500만 원을 서울교통공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서울교통공사에는 2024년까지 서울지역 275개 지하철 역사 중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추가 설치하라고 했다. 강제조정은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한 조정이 어려울 때 법원이 직권으로 내리는 결정이다. 2주 내 양측에서 결정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하지 않으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2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원이 주문한 엘리베이터 추가 설치는 원래 예정된 것”이라며 “다만 조정안대로라면 5분 이내 지연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이의 제기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내부 논의를 거쳐 (이의 제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의 제안에 따라 전장연은 국회 예산 처리 전까지 시위를 중단한 상태다. 서울시는 전장연이 시위를 재개하고 피해가 커지면 즉시 수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최근 “남성 직원들만 숙직 근무를 하도록 하는 건 불리한 대우”라며 남성 근로자가 제기한 진정을 기각했다. 이를 두고 2030 남성 사이에선 “남성만 숙직을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2030 여성들은 “여성도 숙직을 할 수 있지만 그럴 만한 환경이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숙직 방식 개편과 환경 정비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권위 “남성만 숙직하는 건 차별 아냐”20일 인권위에 따르면 NH농협은행 통합IT센터에 근무하는 한 남성 직원은 지난해 8월 “여성 직원에겐 주말 및 공휴일 일직을 하도록 하고, 남성에게만 야간 숙직을 전담하게 한 것은 불리한 대우다. 시정을 권고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을 냈다. 그러나 인권위는 15일 “숙직이 (여성이 하는) 휴일 일직보다 6시간 정도 길지만 중간에 5시간 휴식을 취할 수 있고 4시간의 보상 휴가도 주어진다. 숙직과 일직의 업무가 크게 다르지 않고 대부분 내근이어서 (숙직이) 특별히 더 고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또 “여성에게 일률적으로 숙직 근무를 부과한다면 매우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평등에 불과하다”며 “여성들은 폭력 등의 위험 상황에 취약할 수 있고, 여성들이 야간에 갖는 공포와 불안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인권위는 “여성들이 숙직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성별 구분 없이 당직근무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이에 NH농협은행 측은 “당직 근무를 어떻게 할지 노사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성 역차별” vs “환경 개선 먼저”진정인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결정문을 게시하며 “결론을 정해놓고 짜맞추기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누리꾼들도 “고된 업무가 아니고 내근인데 왜 남성만 하라는 것이냐” 등의 댓글을 달며 인권위를 비판했다. 실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선 여전히 남성만 숙직을 하는 곳이 많다. 동아일보가 광역자치단체 17곳과 정부 부처 및 유관기관 11곳 등 28곳을 조사한 결과 16곳은 남성이 숙직 근무를 전담했고, 8곳은 남녀가 하고 있었다. 4곳은 숙직을 폐지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숙직 방식이나 성별 분배에 대한 정부 내 통일된 기준은 없으며 각 기관이 자체 기준에 따라 운영하면 된다. 숙직 방식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남성만 숙직을 하는 서울의 한 구청 남성 공무원 황모 씨(30)는 “야간 근무 환경이 위험해 남성만 하는 거라면 일직과 숙직 수당이 같은 이유가 뭔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성들 사이에선 “근무 환경이 정비된다면 우리도 숙직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 이모 씨(23·여)는 “남녀가 분리되지 않는 숙직실 등의 문제부터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숙직 제도 개편과 환경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숙직을 여성과 분담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숙직 시 남녀 누구든 위험한 상황 등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회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성이 숙직 근무하는 데 무리가 없다면 숙직을 하되 사내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최근 “남성 직원들만 숙직 근무를 하도록 하는 건 불리한 대우”라며 남성 근로자가 제기한 진정을 기각했다. 이를 두고 2030 남성 사이에선 “남성만 숙직을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2030 여성들은 “여성도 숙직을 할 수 있지만 그럴 만한 환경이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숙직 방식 개편과 환경 정비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권위 “남성만 숙직하는 건 차별 아냐” 20일 인권위에 따르면 NH농협은행 통합IT센터에 근무하는 한 남성 직원은 지난해 8월 “여성 직원에겐 주말 및 공휴일 일직을 하도록 하고, 남성에게만 야간 숙직을 전담하게 한 것은 불리한 대우다. 시정을 권고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을 냈다. 그러나 인권위는 15일 “숙직이 (여성이 하는) 휴일 일직보다 6시간 정도 길지만 중간에 5시간 휴식을 취할 수 있고 4시간의 보상 휴가도 주어진다. 숙직과 일직의 업무가 크게 다르지 않고 대부분 내근이어서 (숙직이) 특별히 더 고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또 “여성에게 일률적으로 숙직 근무를 부과한다면 매우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평등에 불과하다”며 “여성들은 폭력 등의 위험 상황에 취약할 수 있고, 여성들이 야간에 갖는 공포와 불안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인권위는 “여성들이 숙직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성별 구분 없이 당직근무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이에 NH농협은행 측은 “당직 근무를 어떻게 할지 노사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성 역차별” VS “환경 개선 먼저”진정인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결정문을 게시하며 “결론을 정해놓고 짜맞추기 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누리꾼들도 “고된 업무가 아니고 내근인데 왜 남성만 하라는 것이냐” 등의 댓글을 달며 인권위를 비판했다. 실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선 여전히 남성만 숙직을 하는 곳이 많다. 동아일보가 광역자치단체 17곳과 정부 부처 및 유관기관 11곳 등 28곳을 조사한 결과 16곳은 남성이 숙직 근무를 전담했고, 8곳은 남녀가 같이 하고 있었다. 4곳은 숙직을 폐지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숙직 방식이나 성별 분배에 대한 정부 내 통일된 기준은 없으며 각 기관이 자체 기준에 따라 운영하면 된다. 숙직 방식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남성만 숙직을 하는 서울의 한 구청 남성 공무원 황모 씨(30)는 “야간 근무 환경이 위험해 남성만 하는 거라면 일직과 숙직 수당이 같은 이유가 뭔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성들 사이에선 “근무 환경이 정비된다면 우리도 숙직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 이모 씨(23·여)는 “남녀가 분리되지 않는 숙직실 등의 문제부터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숙직 제도 개편과 환경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숙직을 여성과 분담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숙직 시 남녀 누구든 위험한 상황 등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회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성이 숙직 근무하는 데 무리가 없다면 숙직을 하되 사내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기욱기자 71wook@donga.com권오혁기자 hyuk@donga.com세종=박희창기자 ramblas@donga.com}
세입자가 임대차법에 따라 계약 갱신을 요구한 후 바뀐 집주인이 실거주를 원하면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20년 계약갱신요구권이 생긴 후 관련 내용으로 처음 나온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집주인 A 씨가 세입자 B 씨를 상대로 낸 주택인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B 씨는 임대차 계약 만료 6개월 전인 2020년 10월 집주인 C 씨에게 임대차 계약 갱신을 요구했으나 C 씨는 아파트를 이미 A 씨에게 매도했고 A 씨가 거주하기로 해 갱신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새 집주인 A 씨는 같은 해 11월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B 씨에게 통보했으나 B 씨가 퇴거를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 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B 씨가 계약 갱신을 요구할 당시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아 A 씨가 임대인 지위에 있지 않았다. C 씨는 실제 거주할 예정이 아니었으므로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면서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집주인(임대인)이 실거주할 경우에 한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을 문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후라도 법정 기간 내라면 임대인은 계약갱신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임대차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가능 기간인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기존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지난해 10월 문 닫은 태평백화점의 운영사 경유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스포츠센터 직원들을 해고한 조치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훈)는 경유산업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악화로 폐업을 결정하고 직원을 해고한 태평백화점 측의 조치에 잘못이 없다는 취지다. 경유산업은 1992년부터 서울 이수역 인근에서 태평백화점과 스포츠센터를 운영했으나 경영 악화로 지난해 2월 스포츠센터에서 강습 및 관리 업무를 맡고 있던 직원 10명에게 해고 예보 통지서를 보냈다. 이에 직원들은 같은 해 3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고, 지노위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에 해당하나 해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경유산업 측은 재심 청구까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경영상 해고의 요건을 충족한 만큼 (해고가) 유효하다”며 경유산업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경유산업은 2020년 당기순이익이 2019년보다 67% 줄어드는 등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고 향후 백화점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측할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며 “직원들을 해고한 것은 회사 전체의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따른 해고 조치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2018년부터 인력을 감축한 점, 2020년 2월부터는 대표이사 등 임직원의 임금을 삭감한 점, 같은 해 수영장과 헬스장을 휴장하고 무급휴직을 시행하는 점 등 해고를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 점도 인정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내년 1월 임명될 새 법원장 후보를 추천한 전국 지방법원 12곳 중 10곳에서 현직 수석부장판사가 최종 후보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한 수석부장판사들이 대거 최종후보 명단에 오른 걸 두고, 민주적 절차로 법원장 후보를 추천한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 10곳, 수석부장이 법원장 후보로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지방법원 21곳 중 임기가 남은 곳을 제외하고 내년 1월 법원장이 새로 임명되는 곳은 14곳이다. 14개 법원 모두 법원장 후보추천제가 시행되는데 이 중 후보 수 미달로 투표가 이뤄지지 않은 울산지법과 제주지법을 제외한 12곳이 법원장 후보를 대법원에 추천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서울가정법원 등 10곳에선 현직 수석부장판사가 최종 후보 2∼4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김정중 민사2수석부장판사(사법연수원 26기)와 반정우 부장판사(연수원 23기)가 후보로 추천됐다. 서울남부지법원장 후보로는 황정수 수석부장판사(연수원 28기)와 임해지 부장판사(연수원 28기), 정계선 부장판사(연수원 27기)가 이름을 올렸다. 황 수석부장판사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담당했다.○ “수석부장이 다른 후보보다 유리”법원장 후보추천제는 2019년 처음 도입됐는데 도입 당시부터 “법원 사무 분담과 근무평정 등을 담당하며 판사들과 수시로 소통하는 수석부장판사들이 법원장이 되기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후보로 추천되려면 해당 법원 소속 판사 3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최종후보가 되기 위한 전자투표 역시 해당 법원 소속 판사 1인 1표로 진행되는데 아무래도 수석부장의 인지도가 높다 보니 추천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수석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임명하기 때문에 결국 김 대법원장이 지방법원장을 임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직과 관계없이 기수 등을 토대로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임명했던 과거보다 오히려 더 자의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수석부장판사가 쉽게 법원장으로 가는 건 당초 민주적 절차로 판사들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한다는 후보추천제의 취지와는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5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수석부장판사가 사실상 법원장 후보로 직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회의에선 ‘대법원장이 수석부장판사를 임명하는 구조와 수석부장판사가 다른 후보에 비해 투표에서 유리해 제도가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한다’는 안건이 상정됐지만 찬성 43명, 반대 44명, 기권 6명으로 아슬아슬하게 부결됐다. 대법원은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법원장 인선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었으나 자문위 구성 단계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자문위는 법원행정처장과 전국법원장회의 추천 판사 2명,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 판사 3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대표회의 측은 “자문위 참여 판사에 대한 투표가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됐다”며 추천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장 후보추천제에 반대하는 이들과 후보 개인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이 투표에 불참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대한변호사협회의 차기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전이 본격화된 가운데 후보 중 한 명인 안병희 변호사(60·군법무관 7회)가 “공보물 사전 검열을 중단하라”며 대한변협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 변호사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가처분 신청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협 선관위의 선거 인쇄물 사전검열과 선거운동 방해를 더는 묵과할 수 없어 오늘 선관위에 선거 인쇄물 발송을 촉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한다”며 “공정해야 할 선관위가 노골적으로 현 집행부의 편을 드는 비정상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선관위가 안 변호사 측이 선거 공보물에 담은 현행 변협 집행부의 협회 관련 사건 ‘셀프 수임’ 등 내용에 대해 삭제를 요구하자 기존 내용대로 공보물을 발송해달라는 취지다. 안 변호사와 함께 입후보한 김영훈 변호사(58·사법연수원 27기), 박종흔 변호사(56·연수원 31기)는 현재 변협 부협회장이다. 이날 세 후보의 정책토론회에서도 공보물 논란이 화두에 올랐다. 김 변호사는 “선관위에서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부분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흑색선전을 막기 위한 선관위의 지시”라고 지적했다. 이에 안 변호사는 “흑색선전한 사실이 없고 선관위로부터도 (해당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는 지적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맞섰다. 세 후보는 변호사 직역 수호와 민간 법률플랫폼 규제에 대해선 한 목소리를 냈다. 박 변호사는 “중개형 사설 플랫폼을 척결하고 (공공플랫폼인) ‘나의 변호사’ 활성화를 위한 홍보 프로그램으로 변호사에게 홍보와 사건 수임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도 “사설플랫폼이 변호사 장악을 하는 것을 막는 게 시대적 책무”라고 했다. 다만 민간플랫폼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에 대해선 입장 차를 보였다. 박 변호사는 “중개업체가 의뢰인과 변호사를 연결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로톡 외 다른 플랫폼도 징계대상”이라고 지적한 반면 안 변호사는 “징계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징계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제52대 대한변협 협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3일 사전 투표, 16일 본투표가 진행된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국내 유일 법정 변호사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의 차기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전이 본격화된 가운데 후보 중 한 명인 안병희 변호사(60·군법무관 7회)가 “공보물 사전 검열을 중단하라”며 대한변협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했다. 안 변호사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가처분 신청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협 선관위의 선거 인쇄물 사전검열과 선거운동 방해를 더는 묵과할 수 없어 오늘 선관위에 선거 인쇄물 발송을 촉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한다”면서 “대한변협 선관위는 선거 인쇄물 사전검열과 업무방해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안 변호사 측이 선거 공보물에 현행 변협 집행부의 회무 독점 등 내용을 다룬데 대해 선관위가 삭제를 요구하자 기존 내용대로 공보물을 발송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다. 변협 회장 후보들은 선거 공보물 파일을 선관위에 보내고 선관위는 이를 출력해 3차례에 걸쳐 유권자인 변호사들에게 발송한다. 안 변호사 측은 현행 대한변협 집행부가 협회 관련 사건을 직접 수임하고, 서울지방변호사회 집행부가 회비로 사익을 추구한다고 주장하며 이 같은 내용을 공보물에 담았다. 이에 선관위는 해당 내용에 대해 “변호사 단체의 명예와 품위를 손상시킨다고 판단된다”며 삭제를 요청했다. 안 변호사는 이날 “이러한 선관위의 행태는 선거에 개입하는 행위이며 명백히 안병희 후보의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공정해야 할 선관위가 노골적으로 현 집행부의 편을 드는 비정상의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변협 회장 선거에는 안 변호사 외에 김영훈 변호사(58·사법연수원 27기), 박종흔 변호사(56·연수원 31기)가 출사표를 내면서 3파전으로 이뤄진다. 김 변호사와 박 변호사는 현재 대한변협 부협회장을 맡고 있다. 제52대 대한변협 협회장 선거는 2023년 1월 13일 사전 투표, 16일 본투표가 진행된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법원이 유튜브 채널 ‘시민언론 더탐사’ 대표 강진구 씨에게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접근 금지를 명령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원중 부장판사는 전날 강 씨에게 “한 장관에 대한 스토킹 범죄를 중단하라”며 서면 경고하고 내년 2월 9일까지 한 장관 주거지 반경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했다. 이는 경찰이 검찰을 통해 청구한 잠정조치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검찰은 스토킹 범죄 재발 우려가 있는 경우 직권 또는 경찰 신청에 따라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 재판부는 강 씨가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한 장관 자택 앞으로 찾아가 유튜브 생중계를 한 것을 두고 “피해자와 그 가족의 주거 안정과 평온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면 강 씨의 행위는 취재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 관점에서 스토킹 행위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청구한 잠정조치 중 한 장관 운전기사에 대한 접근 금지와 통신장비를 이용한 연락 금지 부분은 기각했다. 또 강 씨 등이 8, 9월 3차례 한 장관의 공무 차량을 미행한 행위 등에 대해선 스토킹 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추진위)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벌이던 시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전보성)는 9일 현대건설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추진위를 상대로 낸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추진위는 정 회장 자택 반경 100m 이내에서 마이크와 확성기 등을 사용해 연설 구호 음원재생 등의 방법으로 정 회장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 등을 못 하게 됐다. 자택 반경 250m 이내에 정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등이 담긴 현수막과 유인물을 부착, 게시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재판부는 “개인이나 단체의 표현 행위가 아무 제한 없이 허용되는 건 아니다”라며 “휴식권, 사생활의 자유 또는 평온이 고도로 보장될 필요가 있는 개인 주거지 부근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건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추진위가 정 회장 자택 인근에 설치한 현수막에 대해선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 표현을 사용해 비방하는 것으로 정 회장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기 충분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추진위 관계자들은 지난달 12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정 회장 자택 앞에서 GTX-C 노선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왔다. 경기 양주와 수원을 잇는 GTX-C 노선 일부 구간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해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노선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현대건설 측은 “지하 60m 이상 대심도 공사이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추진위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택 100m 밖에서 시위를 계속 진행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개인 주거지 주변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집회 및 시위 문화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권순일 전 대법관과 같이 논란이 많은 법조인들의 변호사 등록 개업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실효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입법적으로 보완이 돼야 한다. 소위 ‘권순일 방지법’을 입법 제안하기 위해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이종엽 대한변협 회장(59·사법연수원 18기)은 7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 회관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권 전 대법관(63·연수원 14기)의 변호사 등록 신청에 대해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대한변협은 대장동 개발사업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권 전 대법관이 9월 말 변호사 등록을 신청하자 2차례 공문을 통해 자진 철회를 촉구했다. 이 회장은 남은 임기 내에 대한변협의 변호사 등록 거부 권한을 확대하는 ‘권순일 방지법’의 입법 발의가 되도록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취임 이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변호사들을 대표해 중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 왔다.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직후에는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 출범도 주도했다. 이 회장은 임기 중 변호사업계의 직면과제인 변호사 과잉 수급과 유사법조직역에 의한 직역침해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왔다. 영어 능통자로 알려진 이 회장은 9월 32차 아시아변호사협회회장회의(POLA), 11월 35차 로아시아(LAWASIA) 총회 등에 연달아 참석하며 국제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2년 임기 만료를 앞둔 이 회장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와 법조계를 향한 제언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임기 2년간의 소회는…. “법조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법조마저 정치권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취지로 목소리를 높였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변호사 수급 과잉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정책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단체가 많아 쉽지 않았다. 법조인 양성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매년 1700명 넘는 신규 변호사가 나온다. 적정 규모는 어느 정도로 보나. “우리나라 인구나 법률시장 규모 등을 감안할 때 1200명 정도가 적절하다. 우리와 사법체계가 가장 비슷한 일본도 연간 1500명만 뽑는다. 과잉 공급의 피해로 재야 법조인들이 지나치게 상업화로 치닫는 분위기가 있다. 수익성 자체만을 목표로 삼는다는 얘기다. 일부 사기업과 민간 법률 플랫폼이 그런 분위기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 그로 인해 법률서비스가 부실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 매우 우려스럽다.”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법률시장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는가. “국내 법률시장이 국제화될 필요가 있다. 각종 국제회의만 가 봐도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로 머물러 있다고 느낀다. 국내에서 안 되면 해외로 활동영역을 넓혀야 하는데 최대 걸림돌이 언어다. 영어 공용화가 오래된 싱가포르만 해도 사람들이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해 속도 자체를 따라잡기 어렵다. 글로벌 허브를 지향하는 지자체 한 곳이라도 영어방송을 만드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한 법조계의 우려가 크다. “재판 지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판사들도 사명감을 가지고 야근을 하기보단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을 중시하면서 무조건 일에만 매달리지는 않는다. 또 ‘법원장 후보추천제’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시니어 판사들이 후배들에게 신속한 재판을 요구하거나 멘토 역할을 하기보단 본인의 인기 관리를 하는 데 치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사건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는 재판을 하면 된다. 판사 1명이 증거 채택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는 기존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그게 바로 미국식 증거개시 제도(디스커버리)다. 1심 결과에 승복해 항소나 상고가 줄어들면 사건도 줄어들고 하급심에 인력을 재배치할 여력도 생겨 자연스레 재판 지연도 해결될 것이다.”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신청에 변협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2차례 자진 철회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다. 등록심사위원회에서 자동등록 기한(3개월)인 26일 전에 가부 결정을 할 걸로 안다. 등심위는 독립적 기구여서 변협에서도 관여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한변협이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법에 명시하는 소위 ‘권순일 방지법’을 입법하기 위해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임기 내내 국회와 소통해 왔다. 지금 정치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2년간 협회장으로 국회의원들을 만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분위기다. 전문가 의견보다는 지지층 여론이나 진영논리에 따라 편 가르기 식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검수완박’ 법안 개정이다. 무슨 작전하듯이 시한을 정해놓고 입법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형사사법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당사자가 되는 사람들부터 불만이 생기고 그게 쌓여 여론이 되는 것이다.” ―편 가르기 식 정치에 대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여야가 타협과 협상을 모르고 국민 전체가 아닌 지지층만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 선거에서 이긴 쪽이 다 가져가는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된 구조 대신 권력을 분산하는 구조로 나아갈 때가 됐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건 이원집정부제(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결합한 제도)라고 본다.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길 바란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국제거래와 해외투자가 빈번한 글로벌 기업들에게 국제중재는 해외기업과의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소송이 아닌 중재를 거치면 문제 해결을 위한 비용과 시간도 줄이면서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제3자에게서 합리적인 판단도 받을 수 있고, 중재의 진행 중에 조정 등의 절차를 통해 당사자들이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낼 여지도 크기 때문이다. 포스코에너지와 미국 연료전지업체 퓨얼셀에너지(FCE) 간의 1조 원대 연료전지사업 분쟁이 대표적 사례다. 2007년부터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 사업을 공동 진행했던 두 업체 간의 법적 분쟁은 2019년 본격화됐다. FCE가 먼저 포스코에너지를 상대로 라이선스 계약 해지 및 2억 달러(약 260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중재를 신청하자 넉 달 뒤 포스코에너지도 FCE를 상대로 8억 달러(약 1조50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반(反)신청으로 맞섰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국제중재팀은 포스코에너지의 법률대리인으로 두 업체의 중재에 참여했다. 사건을 이끈 김세연 변호사(54·사법연수원 23기) 등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중재 절차가 시작된 지 1년여 되는 시점에 합의를 통한 분쟁 해결을 시도했다. 포스코에너지와 FCE 측이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합의 조건을 찾아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국재중재센터(SIAC)의 국제조정 절차를 거쳐 합의를 이끌어냈다. 김 변호사는 “기업들이 국제중재를 할 때도 3, 4년 걸려 판정을 받기보다는 빨리 분쟁을 매듭짓고 새로운 사업에 집중하길 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고객의 이해관계에 맞게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고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밝혔다.국내외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중재 ‘드림팀’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1990년대 후반부터 국제중재 분야를 선도적으로 개척해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손꼽히는 국제중재 전문가 윤병철 변호사(60·사법연수원 16기)를 필두로 60여 명의 변호사들이 팀을 구성하고 있다. 김앤장은 풍부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국제중재팀 내에도 건설, M&A, 에너지, 조선, 보험 등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주요 이슈별·산업군별 담당팀을 나누어 각종 국제중재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M&A, 합작법인(JV) 분야에서의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로 김앤장도 해당 분야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중재 해결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축적된 기업 자문 데이터를 통해 전문화된 산업을 이해하고 중재 과정에 접목시킨다는 점이 김앤장의 강점”이라며 “국제중재팀뿐 아니라 로펌 내 전직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 등 시니어 변호사들도 국제중재 사건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김앤장 국제중재팀의 경쟁력은 풍부한 인력 풀에 기반하고 있다. 팀장인 윤 변호사는 창립 때부터 팀을 이끌며 한국 로펌의 국제중재 수준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 이사를 지냈고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윤 변호사와 김 변호사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 손꼽히는 국제중재 전문가로 평가받는 오동석 변호사(53·연수원 25기), 임병우 변호사(51·연수원 28기), 이철원 변호사(49·연수원 28기) 임수현 변호사(47·연수원 31기), 이형근 변호사(47·연수원 34기) 등 한국 변호사와 조엘 리차드슨, 매튜 크리스텐슨, 변섭준, 조은아 외국변호사 등이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해외 기업들이 먼저 찾는 ‘아시아 톱’ 김앤장 국제중재 분야에서 김앤장의 성과는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김앤장은 글로벌 법률미디어 ‘체임버스앤드파트너스’가 발행하는 법률시장 평가지 ‘체임버스 글로벌 2022’에서 국제중재 분야 글로벌 톱30에 한국 로펌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또 윤병철 변호사가 2021년에, 김세연 변호사가 2022년에 톰슨로이터 계열 아시아지역 법률전문지인 ALB(Asian Legal Business)의 ALB 분쟁해결 아시아 변호사 톱50에 연이어 등재되는 등 개별 변호사들의 역량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여러 국가의 법과 산업 체계를 다루는 국제중재의 특성상 외국변호사, 전문가그룹과의 협업을 통한 유기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앤장의 경우 국내 최대 로펌으로 한국기업의 업무처리 방식과 조직 문화를 잘 아는 국내 변호사들과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외국변호사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팀워크가 국제중재에서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김 변호사는 “국제 분쟁에 대응하려면 단순한 언어 번역이 아닌 ‘문화 번역’이 필요하다”며 “상대방이 왜 저런 행동을 취하고 우린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따져보고 다시 (제3국의) 중재판정부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명할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번 찾은 고객이 영원한 고객으로” 글로벌 무대서 중재-자문 능력 인정김앤장 법률사무소 이러한 김앤장의 경쟁력은 국내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이 김앤장을 찾는 이유기도 하다. 김앤장은 외국 터빈 제작사가 방글라데시 전력청에 납품한 터빈의 상업 운전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국내 보험사에 수리비 상당의 조립 보험금을 청구한 국제중재 사건에서 외국 터빈 제작사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해 최근 승소 판정을 받았다. 해외에서 이뤄진 공사와 관련된 국제 사건에서 해외 로펌이 아닌 국내 로펌이 중재 업무를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례로 꼽힌다. 김앤장은 한국에 선례가 많지 않은 조립보험 관련 사례임에도 기술 전문가, 사실관계 증인 등의 신문 등을 통해 하자담보 기간 중 발생한 사고의 원인이 외국 터빈 제작사의 귀책사유에 있지 않다는 점과 보험약관에 따라 담보되는 위험임을 인정받아 최종 승소했다. 윤 변호사는 “당시 중재인들도 처음에 왜 한국 로펌이 대리인을 맡게 되었느냐면서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국제중재 프로세스의 해외 수출이자 아·태 지역 내 국제중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국제중재는 국제 교류가 빈번한 스포츠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는 김앤장의 스포츠 중재가 주목을 받았다. 당시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한국 선수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으로 실격하자 한국 선수단은 판정에 불복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대한체육회는 김앤장에 도움을 청했고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위원장 목영준)와 국제중재팀이 곧바로 중재 준비에 들어갔다. 김앤장은 6개 각도에서 촬영된 경기 영상을 철저히 분석해 ‘판정이 현저하게 자의적인 경우 판정을 뒤집을 수 있다’는 논리로 중재 신청서 작성까지 마쳤다. 폐막식 당일까지 CAS 제소 여부를 고심했던 대한체육회와 김앤장은 오심 논란 이후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점 등을 고려해 제소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김앤장의 중재 지원은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져 수임료를 일절 받지 않았다. 기업들 국제중재 경험 쌓이며 분쟁 전 사전 자문 수요 증가 국제중재 업무가 글로벌 경기나 국제 정세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김앤장 국제중재팀도 국제분쟁 트렌드에 대한 파악과 대비에 주력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올해는 세계적으로 중재사건 발생이 주춤했던 한 해”라면서 “국제중재를 여러 번 경험한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효율성과 전문성에 대한 고객들의 기준치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앤장에 따르면 중재 신청이 접수되는 건수는 줄었지만 중재 신청 여부를 고민하는 단계에서 조언을 구하는 요청은 늘어나는 추세다. 세부 분야로는 해외 건설 및 에너지 분야가 내년에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건설 분쟁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임병우 변호사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기업들도 모두 고통을 받으면서 규모가 작은 분쟁은 아예 법원이나 중재를 안 거치고 규모가 크고 피할 수 없는 분쟁만 중재로 가는 추세여서 더욱 사안이 복잡해지고 전문성과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며 “분쟁이 다각화되면서 기업들이 분쟁 회피를 위한 사전 자문을 구하고 여러 리스크를 다 검토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는 데 있어 로펌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최대 강점인 전문성과 효율성을 내년에도 계속 강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윤 변호사는 “김앤장이 1973년부터 50년간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한번 찾은 고객이 다시 찾아왔기 때문”이라며 “고객에게 가치를 부여해주는 전문성과 조직 내 풍부한 인적 자원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효율성이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변리사들에게 특허침해 소송에서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이른바 ‘변리사 공동소송대리제’를 놓고 법조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허침해 소송에서 변리사를 변호사와 함께 공동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한 변리사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변리사회 등은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지적재산권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받기 위해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변호사업계는 합리적 이유 없이 변리사의 소송 대리 범위를 넓히면 소송비용 상승 등으로 국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 특허전문 변호사는 “전문성 없는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인정은 민사소송법 체계에도 완전히 어긋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소송비용 증가로 귀결되어 궁극적으로는 의뢰인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도 5월 국회에 제출한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통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다양한 법적 쟁점에 관한 고도의 법률지식이 요구되는 민사소송 등에서는 변호사 소송대리의 원칙이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협도 5월과 9월 두 차례 국회 심포지엄을 통해 변리사 소송대리의 문제점과 특허분쟁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 회장은 9월 심포지엄 인사말에서 “현재 시급하게 논의돼야 할 것은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아니라 국민들을 고비용과 절차 중복 및 지연에 시달리게 하고 있는 현재의 특허분쟁 제도”라고 강조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추진위) 주민들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벌이던 시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전보성)는 9일 현대건설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추진위를 상대로 낸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추진위는 정 회장 자택 반경 100m 이내에서 마이크와 확성기 등을 사용해 연설 구호 음원재생 등의 방법으로 정 회장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 등을 못하게 됐다. 자택 반경 250m 이내에 정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등이 담긴 현수막과 유인물의 부착·게시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재판부는 “개인이나 단체의 표현 행위가 아무 제한 없이 허용되는 건 아니다”라며 “휴식권, 사생활의 자유 또는 평온이 고도로 보장될 필요가 있는 개인 주거지 부근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건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추진위가 정 회장 자택 인근에 설치한 현수막에 대해선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 표현을 사용해 비방하는 것으로 정 회장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기 충분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추진위 관계자들은 지난달 12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정 회장 자택 앞에서 GTX-C 노선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왔다. 경기 양주와 수원을 잇는 GTX-C 노선 일부 구간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해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노선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현대건설 측은 “지하 60m 이상 대심도 공사이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추진위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택 100m 밖에서 시위를 계속 진행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개인 주거지 주변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집회 및 시위 문화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1년 넘게 수사와 재판을 받아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사진)가 최근 불법 대선자금 의혹 사건 재판에 국선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선 유 전 직무대리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변호인을 선임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2일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해 국선 변호인 선정을 결정했다. 담당 변호인으로는 홍명기 변호사(사법연수원 32기)가 지정됐다. 8억여 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직무대리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23일 열릴 예정이다. 지난달 9일 함께 기소된 김 전 부원장과 남욱 변호사 등은 일찌감치 변호인을 선임해 재판을 준비했다. 하지만 유 전 직무대리는 한 달 가까이 변호인을 구하지 못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 상태이거나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빈곤 등의 이유로 사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을 경우 법원이 국선 변호인을 선정한다. 유 전 직무대리는 구속기간 만료로 10월 석방 후 기자들과 만나 “월급을 1000만 원씩 받았는데, 남은 게 3000만 원이고 빚은 7000만 원”이라며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또 대장동 재판을 함께 받고 있는 정민용 씨의 검찰 자술서에는 유 전 직무대리가 2020년경 전처와의 이혼 위자료 문제로 힘들어했다는 증언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직무대리는 불법 대선자금 의혹 관련 검찰 수사도 변호인 없이 받았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유 전 직무대리가 앞서 진행된 대장동 의혹 관련 수사와 재판으로 이미 적지 않은 변호사 비용을 지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10월 대장동 일당이 보유한 800억 원 규모의 자산에 대해 기소 전 추징 보전을 요청했지만,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해선 재산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추징 보전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