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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표면 알갱이 하나하나를 4K 초고화질(UHD)로 실시간 들여다볼 수 있는 날이 올까.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이를 현실화할 우주 레이저 광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미국 주도로 한국도 참여하고 있는 유인 달 탐사계획 ‘아르테미스’에 활용된다. 2025년 인류가 다시 한 번 달을 밟는 모습을 생생히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NASA에 따르면 NASA는 ‘오리온 아르테미스II 광통신시스템(O2O)’을 개발하고 있다. 오리온은 달 탐사에 쓰일 유인 우주선이다. NASA는 레이저 광통신 시스템을 오리온에 탑재해 아르테미스 임무 전반을 생중계한다는 구상이다. ● 우주통신, 무선전파에서 레이저 광통신으로 진화 현재 우주통신은 무선 전파를 이용한다.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이 전파를 쏘고 이를 지상 기지국의 안테나가 송신하는 식이다. 전파는 향하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그 밀도가 줄어든다. 거리가 멀어지면 전파 세기가 크게 감소하는 것이다. 심우주 탐사 때는 사용이 힘든 통신법이다. 또 전 세계에서 우주 개발 붐이 일면서 우주를 떠도는 위성이 늘고 있다. 남아있는 주파수 대역 소실로 통신 장애도 예상된다. 우주 레이저 광통신은 레이저로 지상과 우주선이나 인공위성 등 우주 물체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초고속 통신이다. 기존 통신 방식보다 이론적으로 100배 빠르다. 화성에서 지도 데이터를 보내는 데 전파로 9주 걸린다면 레이저로는 9일이면 전송을 마칠 수 있다. 임명신 서울대 천문우주연구센터장은 “레이저는 기존 통신보다 많은 신호와 정보를 동시에 보낼 수 있다”며 “진동수가 높아 거기에 담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선이나 위성의 통신장비 크기와 무게를 줄여 더 많은 과학 장비를 탑재하거나 동력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레이저 광통신은 전파 통신 대비 좁은 빔 폭을 사용해 간섭을 최소화하고 통신링크를 가로챌 수 있는 영역을 감소시켜 보안성도 높다.● 달에서 지구로 초당 260Gb 데이터 전송… 대기 영향 최소화가 숙제 NASA는 최근 연달아 우주 레이저 광통신 실현 가능성을 입증했다. 2021년 12월 지구 궤도 및 심우주 임무에 레이저 통신 기술을 시연했다. LCRD란 시스템을 쏘아 올려 고도 3만6000km 정지궤도에서 우주 레이저 통신 기술을 검증했다. 지난해엔 ‘TBIRD’란 시스템을 큐브위성에 탑재해 쏘아올렸다. TBIRD는 레이저 통신기술로 1.4TB(테라바이트·terabyte) 다운로드에 성공했다. 아직 과제는 남아있다. 우주 레이저 광통신 실현을 위해 대기의 영향을 줄여야 한다. 레이저는 대기에 산란이 된다. 가령 구름이 있는 경우 레이저가 여기에 영향을 받아 데이터 오류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NASA 계획대로면 우주 레이저 광통신은 2024년으로 예정된 달 유인궤도 비행계획인 ‘아르테미스II’에서 먼저 시연된다. 시연을 거친 후 최종 유인 달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III’에 쓰일 예정이다. 아르테미스II는 초당 최대 260Mb(메가비트)의 속도로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는 시험을 한다. 전 세계 인터넷 평균 속도는 초당 5∼7Mb, 한국도 초당 25Mb 수준이다. NASA는 “아르테미스II는 유인 우주선과 지구 간 우주 레이저 광통신을 시연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죽었다 살아난 이른바 ‘임사체험’을 겪었던 사람들의 증언에 공통점이 있다. 밝은 빛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미국 과학자들이 이런 임사체험과 관련된 뇌 신호를 포착했다. 죽음에 다다를수록 특정 뇌 신호가 강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모 보르지긴 미국 미시간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죽음에 임박한 사람들의 특정 뇌 신호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1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임사체험은 죽음에 임박해 겪는 경험을 뜻한다. 영적 존재를 만나거나 몸이 붕 뜨는 등의 경험을 했다는 증언이 있다. 과학자들은 뇌 활동을 분석해 임사체험의 근원을 알아내려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보르지긴 교수팀은 2013년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임사체험 관련 특정 뇌 신호를 포착한 바 있다. 심장이 멈춘 후 뇌파가 완전 소멸하기 20∼30초 전에 뇌에서 아주 강한 감마파가 포착됐다. 뇌파엔 감마파를 포함해 델타파와 세타파 등의 종류가 있다. 감마파는 의식 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심정지로 병원에서 숨진 4명의 환자가 남긴 심박수와 뇌전도(EEG) 뇌파 자료를 분석했다. 이들은 모두 자극에 반응이 없는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의학적 치료가 불가능해 가족이 생명 유지 장치 제거에 동의한 상태였다. 분석에 따르면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하자 심박수가 늘어나며 뇌의 감마파 활동이 급증했다. 심장 상태가 악화되자 오히려 뇌 활동이 늘어나는 현상이 포착된 것이다. 한 환자의 경우 감마파가 약 300배 증가했다. 감마파는 뇌 뒷부분의 후두엽과 두정엽, 측두엽 간 연결 부위인 ‘의식의 신경상관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감마파가 발생하는 뇌 부위까지 특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르지긴 교수는 “이 부위가 활성화됐다는 것은 환자가 무언가를 보고 들을 수 있으며 감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죽어가는 뇌가 여전히 활동적일 수 있다는 것으로 심정지 동안 뇌의 역할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두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분석 대상이 된 4명의 환자 중 2명의 환자에게서 뇌 활동이 급증하는 현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감마파 활동이 포착된 환자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보르지긴 교수는 “연구에서 관찰된 현상을 임사체험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죽음을 맞는 인간의 비밀스러운 의식을 이해하는 새로운 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2020년 5월 지구에서 약 1만2000광년(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 약 9조4600억 km) 떨어진 우주에서 특이 현상이 포착됐다. 단 열흘 사이에 약 100배 밝아진 별이 관측된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흥분했다. 수명이 다한 별이 행성을 집어삼키는 모습이 처음 포착된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키샬레이 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카블리 천체물리학 및 우주연구소 연구원 팀은 “처음으로 별이 행성을 삼키는 것을 관측했다”며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4일 발표했다. 약 3년간 여러 관측자료를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별은 가스와 먼지구름 같은 성간물질이 서로 중력에 의해 끌어당겨지고 뭉쳐지며 만들어진다. 별 탄생이 끝나면 내부 핵융합을 시작한다. 별은 핵융합 작용으로 점점 커져 적색거성이 된다. 원래 크기보다 약 100만 배 부풀어 오른다. 적색거성은 행성 등 주변의 모든 물질을 집어삼킨다. 약 50억 년 후 태양 역시 현재 크기보다 훨씬 큰 적색거성이 돼 지구까지 먹어 치울 것이란 게 과학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 분석은 추론에 머물러 왔다. 적색거성이 행성을 집어삼키는 모습이 실제 관측된 적이 없어서다. 연구팀은 2020년 5월 별의 폭발을 처음 관측했다. 우리 은하에 속하는 독수리자리 근처에서 이런 폭발이 발생했는데, 당시 과학자들은 폭발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원인을 밝히기 위해 관측자료 수집에 나섰다. 우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팔로마 천문대의 광역천체 관측장비인 ‘ZTF’를 활용했다. ZTF는 광시야 카메라로 이틀마다 전체 밤하늘을 이미지화할 수 있다. 폭발하는 별과 같이 빠르게 변하는 빛을 포착한다. 분석에 따르면 폭발로 10일 만에 약 100배 밝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드 연구원은 “인생에서 본 그 어떤 별의 폭발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어 미국 하와이주에 있는 케크 천문대 관측자료를 분석했다. 케크 천문대는 별빛을 분광학적으로 분석한다. 분광학 분석으로 별의 화학적 구성을 알 수 있다. 분석 결과 추운 온도에서만 나타난다는 특이 분자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확인된 분자들은 매우 차가운 별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며 “별이 밝아지면 보통 더 뜨거워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아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팔로마 천문대 관측자료도 활용했다. 적외선카메라 관측자료를 살폈더니 실제 매우 차가운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차가운 에너지가 별이 다른 행성과 결합하며 나온 가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연구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적외선 우주망원경 ‘네오와이즈’ 관측자료에서 결론을 얻었다. 폭발이 일어난 후 별이 방출하는 총에너지양을 추정했다. 그 결과 매우 적은 양의 에너지가 방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양이 적다는 것은 별과 충돌하는 행성의 질량이 매우 작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충돌하는 행성의 질량이 별보다 약 1000배 작았다”며 “목성 질량이 태양 질량의 약 1000분의 1이라는 것에 힌트를 얻었다. 별이 행성을 집어삼키는 과정이었다”고 결론지었다. 드 연구원은 “지구의 미래를 미리 봤다”며 “태양이 지구를 삼킨다면 태양이 가스를 분출하면서 갑자기 밝아진 후 원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일론 머스크가 만든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 출신 삼형제가 모여 설립한 스타트업 ‘아르고 스페이스’가 물을 동력으로 쓰는 우주선을 개발해 우주 운송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내년 말 지구 저궤도 운송 시험을 거쳐 2025년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아르고 스페이스는 10년 뒤 달의 물을 활용해 지구와 달을 왕복하는 수력 우주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2021년 설립된 아르고 스페이스는 지난달 중순 200만 달러(약 26억 원) 규모의 프리시드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고 공개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로버트 칼라일 최고경영자(CEO)와 라이언 칼라일 최고기술책임자(CTO), 커비 칼라일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설립자다. 모두 스페이스X 출신인 형제들로 영업과 연구개발 등 각각 다른 부서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3명을 포함해 전 직원이 5명으로 아직은 소규모 스타트업이다. 회사 규모와 달리 이들이 품고 있는 우주 개발 계획은 장대하다. 물을 추진제로 쓰는 우주선을 개발한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물을 증기로 만든 뒤 증기에 고주파 에너지와 같은 형태의 전기력을 가해 뜨거운 플라스마로 변환하고 플라스마를 통해 추진력을 내는 원리다. 커비 칼라일 COO는 “물은 장기간 보관이 쉽다”며 “우주선 부품을 손상시키는 영향도 없다”고 말했다. 우주 발사체나 우주선의 엔진 추진제는 액체 산소나 메탄, 수소 등이 일반적으로 쓰인다. 이 추진제들은 영하 수백 도 수준의 극저온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극저온 환경은 유지가 힘들뿐더러 엔진 부품에도 손상을 미친다는 게 아르고 스페이스의 설명이다. 라이언 칼라일 CTO는 “스페이스X의 우주 발사체 ‘팰컨9’이나 ‘스타십’ 개발에 참여하며 얻은 경험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선에는 ‘아르고노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스 신화 속 아르고호의 영웅을 뜻하는 단어에서 따왔다. 아르고 스페이스는 아르고노트로 우주 내 운송 시장을 노린다. 우주 발사체로 지구 궤도에 올려진 물체를 원하는 위치까지 옮겨주는 ‘라스트 마일’ 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도 2000km 이하 지구 저궤도에 위치한 위성을 고도 약 3만6000km의 정지궤도나 지구와 달 사이 공간을 뜻하는 ‘시스루너’ 공간으로 배달해 주는 식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우주 쓰레기 제거에도 아르고노트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르고노트 연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물탱크도 지구 궤도에 쏘아올릴 계획이다. 최종적으론 달에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되는 물을 지구와 달을 왕복하는 우주선 연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로버트 칼라일 CEO는 “물은 장기 임무가 될 심우주 탐사 프로젝트에 유용한 추진제”라며 “달의 물을 활용하면 우주에서 저렴하게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고 스페이스 외에도 여러 기업이 우주 라스트 마일 시장을 노리고 있다. 미국 우주 개발 스타트업 ‘모멘투스’는 발사체에서 나온 위성이 원하는 궤도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는 ‘비고라이드’라는 궤도 셔틀을 개발 중이다. 미국 우주 스타트업 ‘벤추리 애스트로랩’은 달에서의 교통과 물류를 담당하는 라스트 마일 로버를 개발하고 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대중음악 속 보컬 비중이 1940년대에 비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반주 소리가 커졌다는 의미다. 카이 자이덴부르크 독일 올덴부르크대 의료물리 및 음향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자사 익스프레스 레터스’에 지난달 26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에 올랐던 대중음악을 분석했다. 1946∼2020년 매년 1∼4위를 차지한 300곡을 꼽아 음악 속 보컬 대비 반주의 소리 크기 비율을 분석했다. 보컬은 음악 속 사람의 목소리를 분석했고 반주는 보컬 외의 소리로 기타나 베이스, 피아노 등의 악기가 내는 소리를 포함시켰다. 분석에 따르면 1946년엔 보컬 소리가 반주 소리보다 약 5dB(데시벨) 더 컸다. 이후엔 지속적 하향 추세를 보이며 보컬 소리와 반주 소리 차이는 1975년 약 1dB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구팀은 “리드싱어가 점점 조용해져 왔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1dB로 감소한 보컬 대비 반주 비율은 2020년까지 쭉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악기 음향을 증폭하는 기술 등 음악 관련 기술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경향은 음악 장르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트리 음악에서 보컬 소리가 가장 컸고, 다음으로 랩과 팝 순으로 나타났다. 록 음악은 비율 차이가 거의 없었고, 메탈은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가장 작았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코발트와 희토류, 텅스텐 등 핵심 광물이 국가 운명을 가를 겁니다.” 지난달 26일 대전 유성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본원에서 만난 조성준 지질연 광물본부장(사진)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핵심 광물은 에너지 전환과 산업 고도화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로 신산업 성장에 따라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부 국가에 매장이 집중돼 있는 핵심 광물은 현지 비상사태나 자국 수요 우선 충당 등 상황 발생 시 수급 차질을 겪을 것이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핵심 광물은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거나 정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공급이 불안정해지는 금속을 뜻한다. 리튬이나 코발트, 니켈, 흑연, 희토류, 텅스텐, 백금족 등이 꼽힌다. 주로 청정에너지 산업에서 수요가 높은 광물들이다. 전 세계 국가들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터빈, 전기차, 이차전지 등에 쓰이는 원료가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1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핵심 광물 수요는 2040년에 2020년 대비 약 40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한국이 이런 핵심 광물들에 대한 공급망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 본부장은 “탄소중립 시대에 들어서며 지금껏 한 번도 주역이었던 적이 없는 광물들이 주인공이 됐다”며 “또 핵심 광물은 대부분 희소금속으로 다른 광물의 부산물로 생산돼 광물 생산 구조가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광물 원료 중간 가공 처리시설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조 본부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내에서부터 공급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본부장은 “국내 핵심 광물 확보를 우선순위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리튬 외에 니켈, 코발트, 망간이 국내에 고함량으로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천 상류의 퇴적물들을 분석한 결과 강원 인제·양양·춘천과 충남 천안에서는 니켈이, 강원 화천·평창·정선·영월과 경북 문경, 전북 무주 등에서는 코발트가 많이 발견됐다. 첨단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 역시 2011년 충북 충주와 강원 홍천에서 50년 동안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양을 갖고 있는 광맥이 발견됐다. 조 본부장 연구팀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핵심 광물 자원량 예측 및 활용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외 핵심 광물을 확보해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조 본부장은 “국가의 운명이 달린 일”이라며 “기술혁 신을 통해 이르면 2030년부터 국내외에서 핵심 광물 발굴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지구 표면의 75%를 덮고 있는 물은 어디서 왔을까.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기원을 놓고 과학계에선 지구가 만들어질 당시에도 물이 존재했는지에 대해 오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지배적 이론은 지구가 형성될 당시 태양계 내부가 너무 뜨거워 물이 응축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구 역시도 물이 없었지만 응축되지 않은 물이 지구로 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과학자들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에드워드 영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지구화학과 교수와 힐케 슐리흐팅 지구행성우주과학과 교수, 아나트 샤하르 미국 카네기과학연구소 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지구 형성 초기 대기에 풍부했던 수소와 마그마가 상호 작용해 물이 만들어졌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3일 발표했다. 물이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지구 자체적으로 형성됐다는 것이다. 지구는 미행성들의 충돌과 결합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미행성은 우주의 가스와 먼지, 티끌들이 뭉쳐진 작은 덩어리를 뜻한다. 미행성들의 계속된 충돌로 열과 방사성 원소가 쌓였고, 거대한 용암 바다인 마그마를 형성했다. 마그마가 점점 식으며 무거운 물질이 가라앉고 금속으로 된 핵과 맨틀, 지각 등을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지구 표면에는 물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엄청난 열기 때문에 물처럼 휘발성이 높은 분자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초기 태양계에서 얼음이 형성될 수 있었던 지역의 경계는 ‘서리선’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소행성대에 위치해 있다. 이 서리선 너머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며 물이 유입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최근 잇따라 발견된 외계행성이다. 수백만 년밖에 안 된 초기 행성이 수소 분자로 된 대기에 둘러싸여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최근 발견된 외계행성을 통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사실을 기반으로 새로운 지구 형성 및 진화 수리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지구 형성 초기 25개 화합물이 18가지 서로 다른 반응을 가정해 지구 형성 초기의 모습을 분석한다. 연구팀은 “모델을 활용해 대기 중 수소 분자와 마그마 사이의 물질 교환을 중점적으로 탐구했다”고 밝혔다. 이 분석에 따르면 지구 형성 초기 마그마와 대기가 긴밀한 상호작용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중 풍부했던 엄청난 양의 수소가 마그마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수소는 금속 핵과 맨틀로 이동했다. 이어 맨틀에서 산화 반응이 일어났다. 산화 반응은 어떤 물질이 산소와 화합하는 것을 뜻한다. 즉, 수소(H)와 산소(O)가 만나 물(H2O)이 다량으로 생성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은 지구가 진화해온 여러 가능성을 설명하는 것 중 하나”라며 “아기 지구는 마그마와 대기 간의 상호 작용으로 자체적으로 물을 만들어 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최근 늘고 있는 외계행성 연구로 근시일 내에 지구 물의 기원 비밀을 풀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샤하르 연구원은 “점점 더 성능이 강력해지는 망원경으로 천문학자들은 외계행성 대기의 구성을 이전보다 더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생명체만 생성할 수 있는 대기 중 신호 등도 발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제작한 ‘인류 최강’ 우주발사체 ‘스타십’이 달과 화성에 대한 본격적인 탐사를 앞두고 있다. 과학자들은 스타십이 새로운 천체물리학과 우주행성학 연구를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한다. 스타십에 실을 수 있는 탑재 중량이 역대 최대인 만큼 망원경 등 전례 없는 규모의 과학 연구 장비를 우주로 쏘아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역대 최강 우주발사체 스타십은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차세대 우주발사체다. ‘슈퍼헤비’라고 이름 붙은 지름 9m에 길이 68m인 1단, 2단이자 우주선인 ‘스타십’으로 구성된다. 1단과 2단을 합친 총길이는 120m다. 1960년대 달 착륙에 사용했던 새턴5 로켓 111m보다 9m가 더 길며 미국 뉴욕시 자유의 여신상(93.5m)보다 크다. 큰 크기답게 역대 발사체 중 추력도 가장 세다. 추력은 발사체를 밀어 올리는 힘을 뜻한다. 1단에 스페이스X 차세대 엔진 ‘랩터 엔진’ 33개가 장착된 스타십은 1700만 파운드(약 7700t)의 힘을 낸다. 보잉747 항공기 63대가 내는 추력과 같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신형 우주발사체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은 880만 파운드(약 4000t), 스페이스X의 또 다른 우주 발사체 ‘팰컨헤비’는 500만 파운드(약 2230t) 정도다. 탑재 중량 역시 최고다. 스타십은 고도 200km의 지구 저궤도에 150t의 탑재체를 쏘아 올릴 수 있다. 동일한 고도 기준 새턴5는 118t, SLS는 약 95t이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1.9t이다. ● 유일 화성행 유인 우주발사체… 새 임무 창출 과학자들은 역대 최강 우주발사체가 가지고 돌아올 연구 결과에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큰 발사체에 많은 과학 연구 장비를 실을 수 있어서다. 가령 2021년 12월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은 금빛의 육각형 거울 18개를 벌집 형태로 이어 붙여 만든 거울이 달려 있다. 이 거울은 지름이 6.5m에 달한다. JWST를 발사한 우주발사체의 폭은 4.6m였는데 거울 지름보다 발사체의 폭이 좁아 거울을 접은 형태로 발사해야 했다. 스타십은 지름이 최대 8m인 물체도 실을 수 있다. JWST의 거울을 접지 않은 상태에서 발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거울을 접은 상태로 발사하고, 우주로 올라갔을 때 거울을 펴는 설계만 빼도 개발 과정이 훨씬 수월해진다. 넉넉한 탑재 중량으로 과학 연구 장비의 무게 범위에 여유가 생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료를 장비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특히 스타십은 우주비행사를 화성에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로켓이다. 80∼120명의 사람을 태울 수 있다. 화성 유인 탐사 등 새로운 유형의 과학 임무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화성 생명체 흔적이나 표면 아래 얼음을 찾는 로봇 등을 보내는 데도 활용될 예정이다.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스타십으로 인류의 화성 이주를 실현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타냐 해리슨 미국 아우터스페이스연구소 행성과학자는 “스타십은 화성에서 할 수 있는 일의 가능성을 완전히 새롭게 열어준다”고 말했다. ● 저렴한 가격으로 우주 연구 접근성 확대 과학자들이 무엇보다 기대하는 것은 우주 연구 접근성 확대다. 저렴한 발사 비용으로 과학 연구 장비 등을 정기적으로 우주로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LS는 1년에 한 번 발사하는 데 약 41억 달러(약 5조4038억 원)가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머스크 CEO는 스타십 한 번 발사에 100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까지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십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원인은 발사체를 재사용할 수 있어서다. 1단부 재활용 등 일부 재활용만 가능했던 다른 우주발사체와 달리 스타십은 우주발사체 전체를 재사용한다. 우주선 스타십과 슈퍼헤비 모두 역추진 방식으로 지구로 돌아온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을 위해 초대형 우주발사대 ‘메카질라’도 구축했다. 메카질라는 스타십을 신속하게 발사하기 위한 우주발사대다. 지구로 귀환하는 스타십을 다시 잡아 슈퍼헤비에 조립한 뒤 그대로 쏘아 올린다. 머스크 CEO는 현재 한 달 이상 걸리는 우주발사체 정비와 재활용을 한 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공언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스타십은 하루 3회까지 발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 발사는 화물이나 승객이 없는 시험 발사다. 재활용 시스템도 가동되지 않는다. 실제 운용을 위한 검증들이 아직 남았다. 스페이스X는 2025년경 연간 100회가량 스타십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이다. 같은 해 NASA의 유인 우주 달 탐사계획 ‘아르테미스’에도 활용된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미국이 탐내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저마늄-68(GE-68)’을 국내에서 생산 중입니다. 이미 지난해 첫 수출을 이뤄냈으며 올해 안에 2억5000만 원 이상의 추가 수출을 기대 중입니다.” 7일 전북 정읍 소재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 만난 박정훈 원자력연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 책임연구원의 표정에서 자신감이 내비쳤다. 한국은 지난해 6월 저마늄-68을 미국 의료기기회사 ‘샌더스메디컬’에 수출하며 첫 미국 수출길을 열었다. 2019년 첫 생산에 성공하며 그간 미국과 독일, 러시아 등 소수 국가들이 독점하고 있던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시장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뒤 수출까지 이어졌다. 박 책임연구원은 “생산기술이 없는 국가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는 ‘부르는 게 값’인 시장”이라며 “전략 무기화할 수 있는 국가전략기술”이라고 말했다. 이날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선 저마늄-68 생산이 한창이었다. 생산은 ‘나선형 양성자 가속기(사이클로트론)’에서 이뤄진다. 사이클로트론은 양성자를 가속시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입자가속기다. 먼저 양이온과 전자 2개로 구성된 수소 음이온을 자기장과 전기장을 사용해 나선형 궤적으로 가속한다. 이후 탄소 포일을 통과시켜 전자를 제거해 양성자를 인출한다. 이렇게 가속된 양성자를 특정 물질의 원자핵에 충돌시키면 방사성동위원소가 생산된다. 원자력연 사이클로트론은 국내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대형 연구시설 3개 중 하나다. 부피로 따지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6대가량, 면적으론 115㎡다. 1.5V 건전지 2000만 개에 해당하는 최대 30Mev(메가전자볼트)의 에너지로 입자를 가속할 수 있다. 2013년 구축된 뒤 운영 안정화와 성능 향상 기간을 거쳐 2019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박 책임연구원은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개선하고 정상화하는 과정이었다”며 “외산에 기대어 온 부품들의 국산화를 이루는 기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량생산 체제에 들어간 저마늄-68은 신경내분비종양 및 전립샘 암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 원료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 방사선 영상장비의 정확도를 유지하기 위한 ‘교정선원’ 용도로 활용된다. 교정선원은 방사선의 정확도를 교정하는 방사선 원료를 의미한다. 저마늄-68은 반감기가 약 270일로 비교적 길어 장기간 운반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박 책임연구원은 “저마늄-68 외에 ‘지르코늄-89(Zr-89)’ 생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르코늄-89는 반감기가 3.3일로 몇 시간에 불과한 다른 동위원소보다 몸속에 오래 머물러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의료용 동위원소로 주목받는다. 몸속 감염 세포 위치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처럼 실시간으로 추적해 치료에 필요한 영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르코늄-89는 남아공원자력공사(NECSA)에 3개월마다 수출 중이다. 이러한 국산화 노력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등으로 시설 자체를 수출하는 방안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 책임연구원은 “사이클로트론 시설 자체도 ‘턴키’(설계 시공 일괄입찰 방식) 방식으로 수출이 가능하다”며 “수출이 되면 국내 장비 기업들은 물론 유지보수 기업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오랫동안 보관하며 뽑아 쓸 수 있는 ‘밀킹 시스템’ 등의 개발도 진행 중이라며, 생산 허가 등의 과정을 거쳐 상품화하면 한 해 10억 원 이상의 판매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사이클로트론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자판기처럼 버튼만 누르면 특정 방사성동위원소가 생산되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박 책임연구원은 “입자를 가속한 후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려면 정제 등의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까지 모두 자동화하려는 것”이라며 “사이클로트론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방사선을 방출하는 동위원소 중 암 치료나 진단 등 의료용으로 쓰이는 동위원소.정읍=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2월 튀르키예 대지진이 발생하며 터키 북서부 땅덩이가 남서쪽으로, 남동부 땅은 북동쪽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지각판 경계면을 따라 단층이 수평으로 이동하는 ‘좌수향 변위’의 영향으로 땅이 최대 6.6m가량 이동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송석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지질재해연구본부장 연구팀은 이 같은 분석을 담은 ‘KIGAM 국외지진 연구현황’을 13일 발간했다. 이번 분석은 원격탐사 기법을 도입했다. 약 4m의 공간 해상도를 가진 유럽우주국(ESA)의 위성 ‘센티널-1’과 ‘센티널-2’의 관측 자료를 활용해 지진으로 인한 지표 변형을 분석한 것이다. 2월 튀르키예 지진은 규모 7.8을 기록했다. 튀르키예는 아나톨리안판에 위치한다. 북쪽의 북아나톨리안 단층이 유라시아판과, 남동쪽의 동아나톨리안 단층이 아라비아판과 맞닿아 있다. 두 단층을 따라 큰 지진이 발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분석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470km에 이르는 지표파열이 발생했다. 지표파열은 지진의 단층 운동으로 단층이 지표면에 드러나는 현상이다. 통상 규모 6.0 이상의 강력한 지진에서 나타난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이 지표파열로 동아나톨리안 단층 남부 지역에선 최대 3.8m, 북부에선 최대 5.7m가량 수평으로 땅이 이동했다. 연구팀은 “이 분석은 해외 연구팀의 연구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연구팀은 지진으로 문경과 강릉의 지하수 수위가 각각 약 7cm, 3cm 상승했다는 점 등도 밝혔다. 송 본부장은 “지질재해 연구 분야에서 확대되고 있는 원격탐사 기술을 활용한 사례로 재해를 줄이기 위한 핵심 기술로 기대된다”고 밝혔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영화 ‘인셉션’에선 주인공이 타인의 꿈 속에 들어가 가짜 기억을 심고 실제 겪은 일처럼 느끼게 만든다. 국내 연구팀이 이런 일을 현실화할 기반 기술을 개발했다. 향후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로 잃은 기억을 복구시킬 미래 기술로 기대된다. 현정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특정 신경세포의 활성을 제어해 감정과 행동을 조작하는 ‘캘라이트’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뇌 안의 기억을 찾아 시각화하는 것은 뇌 과학 분야에서 중요한 화두로 캘라이트 기술도 그중 하나다. 캘라이트 기술은 특정 행동 시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를 나타낸다. 신경세포 활성화로 세포 내 칼슘 농도가 높아지면 이를 캘라이트란 단백질이 표지(label)하는 방식이다. 빛을 이용해 표지된 신경세포를 자극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 기존에 알 수 없었던 특정 행동과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고리를 정확히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캘라이트 기술을 개발해 2017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연구팀은 “활성화된 신경세포에 대한 반응성을 높이고 반응 범위를 좁혔다”며 “특정 행동에 관여하는 신경세포들을 기존 대비 더 높은 시공간해상도, 더 높은 효율로 표지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험 쥐 연구에서 캘라이트 기술로 뇌 질환 치료 가능성을 입증했다. 기존 기술로는 신경세포 표지와 활성조절 효율이 낮아 불가능했던 치료다. 연구팀이 뇌전증을 앓고 있는 쥐에게 캘라이트 기술을 적용했더니 발작 증상과 이상 뇌 신호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신경과적인 뇌 질환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실험동물로 증명했다”며 “캘라이트 기술로 특정 기억뿐 아니라 사회성 같은 고등 인지기능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에 쓰이려면 비침습적 시스템을 구현해야 하는 게 과제다. 연구팀은 “자기장이나 X선 등을 이용하면 가까운 시기에 실용화와 임상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이달 4일 정부는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 개발을 국가전략기술 프로젝트 후보로 선정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170조 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자해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의 밑작업이다. 차세대 이차전지 중 전고체 전지는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리튬이온 전지와 달리 화재 위험이 없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는다. 지난해 10월 판교에서 발생한 데이터센터 화재, 심심찮게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 등 원인이 리튬이온전지였다. 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전고체 전지를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전해질 소재나 전극 등 다양한 연구 성과들이 국내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전고체 전지는 전지 양극과 음극 간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를 쓴다. 리튬이온 전지는 전해질이 액체다. 고온에서 반응을 일으키면 가스로 변해 폭발할 수 있다. 고체는 이런 위험이 낮다. 리튬이온 전지는 전지 여러 개를 직렬로 연결해야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다.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고체 전지는 전지 하나에 고체 전해질을 층층이 연결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다. 분리막 소재도 필요 없어 얇고 유연한 형태도 구현할 수 있다. 전고체 전지 개념은 1980년대 처음 제시됐으나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액체 전해질처럼 전도도가 높은 소재를 발견하지 못해 활용에 필요한 충분한 출력을 내지 못했다. 현재 소재 후보군으로 황화물과 산화물, 고분자 등이 발굴되며 활발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전해질 소재 외에도 전극 등 분야 전반에서 연구가 진행되며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김범준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승우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팀과 함께 전기차 주행거리를 최대 800km까지 늘릴 수 있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고체 전지를 개발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지난해 1월 공개된 바 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기업들도 각자 기술 로드맵에 따라 연구 성과들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혁신적인 연구 성과에도 전고체 전지 상용화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진단했다. 하윤철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실험실 수준의 연구를 넘어 대량생산 공정에서도 성능을 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전고체 전지를 전기자동차에 활용하기 위해선 고체 전해질을 30∼40층가량 쌓아야 하나 아직까지 이 정도 규모로 연구가 시도된 적이 없다. 김범준 KAIST 교수 역시 “전고체 전지 공정 집적화 등 아직 난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이온 전도도와 성능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 역시 과제”라고 말했다. 대량생산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리튬이온 전지가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진입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틈새 시장에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를 들어 기온이 높아 리튬이온 전지를 쓸 수 없는 사막 등지에서 전기차용 전고체 전지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 책임 연구원은 “틈새 시장 공략 후 지금의 리튬이온 전지 시장의 1%만 전고체 전지가 점유한다고 해도 그것도 매우 큰 시장”이라며 “점차 가격경쟁력을 갖추며 리튬이온 전지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리서치기관 ‘이멀전 리처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고체 전지 시장은 2021년 약 6억 달러(약 7881억 원)에서 매년 36.3%씩 성장해 2030년 약 101억 달러(약 13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지난해 11월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 ‘마이크로퀸’은 단백질 ‘TMBIM’을 겨냥한 난소암과 유방암 치료 신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퀸은 후보 약물을 암 세포에 적용해 96시간 만에 암세포를 100% 없애는 결과를 얻었다.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에서도 종양 부피가 4일 만에 91% 감소했다. 마이크로퀸의 연구는 세포 내부 환경 조절 단백질 TMBIM을 암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스위치’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이 연구 결과가 우주 공간에서 얻어낸 성과라는 점이 학계를 놀라게 했다. 우주가 의학은 물론 인류의 미래를 바꿀 획기적 발견을 연구하는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주공간 미세중력 환경, 의학 연구에 용이 마이크로퀸의 실험은 지구 상공 약 350km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이뤄졌다. 지구에서 실험하는 것과 비교해 결과물 도출에 시간을 약 8년 앞당겼다는 게 마이크로퀸의 분석이다. TMBIM은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아 온 단백질이다. 그동안 관련 연구들이 이어졌지만 신규 파이프라인 발굴 같은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유는 ‘결정화’에 어려움을 겪어서다. 결정화는 단백질 분자구조를 구조화하고 정렬된 격자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단백질의 3차원(3D)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 신약 개발에 필수 과정이다. 지구에서는 중력에 따른 밀도 차이로 불균일한 결정이 생긴다. 반면 중력이 ‘0’에 가까운 ‘미세중력’ 환경의 우주 공간에서는 고른 결정을 얻을 수 있다. 단백질 분석 전문가인 이영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할 수 있는 우주가 신약 개발에 유리한 곳으로 평가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마이크로퀸도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해 ISS에서 TMBIM를 결정화하고 3D 구조를 분석했다.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TMBIM을 표적으로 하는 후보 약물들을 발굴했다. 암 외에도 퇴행성 뇌질환 파킨슨병을 치료하거나 인플루엔자(독감)를 완벽히 예방하는 형태의 약물 후보들도 찾아냈다. 스콧 로빈슨 마이크로퀸 최고경영자(CEO)는 “단백질 TMBIM의 신약 관련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우주 환경은 줄기세포 배양에도 유리하다. 줄기세포 배양은 인간의 세포나 조직, 장기를 재생시켜 기능을 회복하도록 하는 재생의학의 근간이다. 하지만 줄기세포 100만 개당 100개가량만 원하는 세포나 장기로 만들 수 있는 기술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과학자들은 균일한 결정을 얻을 수 있는 우주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려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 우주공간서 답 찾으려는 기업들 대거 등장 지난달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ISS로 발사된 미국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드래건’에는 스위스와 이스라엘이 합께 설립한 우주 스타트업 ‘스페이스파마’의 미니 실험장치가 실렸다. 가로, 세로, 높이 각 60cm 정도 크기인 미니 실험장치엔 사람 피부가 실려 항노화 의약품, 뇌 질환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사람 피부는 스위스 생명과학기업 ‘커티스 AG’의 의뢰를 받아 우주로 보내졌다. 커티스 AG는 우주 환경이 사람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실험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지구로 전송된다. 요시 야민 스페이스파마 CEO는 “우주 의학이란 새로운 산업을 개척했다”며 “작년에 이미 7개의 우주 의학 실험을 수행했고 실험이 더 늘고 있어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에서만 그려지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일 제약사 머크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신규 약물 전달 기법을,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당뇨병 치료제를 우주에서 개발하는 등 세계 선도 제약사들의 우주의학 연구도 한창이다. 국내에선 보령이 우주 의학 연구에 최근 뛰어들었다. 민간 우주정거장을 짓고 있는 미국 우주기업인 액시엄스페이스와 5월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우주 의학 연구를 포함한 우주 사업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우주 방사선 치료제를, 스페이스린텍은 우주 의학 연구를 통한 뇌 질환 진단과 치료 기술을 개발 중이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누리호 3차 발사 준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1, 2차 발사와 달리 실용 위성을 싣는 3차 발사는 누리호 성능을 검증하는 새로운 도전입니다.” 지난달 23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조립동. 5월 10일 이후로 예정된 3차 발사에 활용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1∼2단 연결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방향 제어, 노즐 장치 등 기능 점검은 이미 마무리됐고 3단은 누리호에 실릴 위성이 도착한 뒤 연결될 예정이다. 이 같은 조립 장면이 한눈에 보이는 사무실에서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을 만났다. 고 본부장은 담담하지만 굳은 의지가 담긴 표정으로 누리호 3차 발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누리호 3차 발사일은 이달 중순 열리는 발사관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 “실용 위성 8기 실리는 3차 발사가 진짜” 누리호는 1.9t의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km의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독자개발 3단형 우주 발사체다. 개발 당시 목표 탑재 중량은 1.5t이었지만 엔진 성능이 기대 이상으로 나오며 탑재 중량을 높였다. 2021년 10월 첫 발사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지난해 6월 2차 발사가 성공하며 한국은 우주발사체 발사국을 의미하는 ‘스페이스클럽’에 11번째, 무게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 발사 역량을 갖춘 7번째 국가로 올라섰다. 이번 3차 발사는 누리호가 실제 쓰일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리는 진정한 검증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차 발사 때는 위성 모사체만, 2차 발사 때는 실용 위성이 아닌 성능검증 위성이 실렸다. 3차 발사 때는 지상관측 임무를 수행하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지구 근처 플라스마 현상을 관측할 한국천문연구원의 군집위성 ‘도요샛’, 국내 기업인 져스텍과 루미르, 카이로스페이스의 큐브 위성 등 위성 8개가 실린다. 모두 실제 활용될 위성들이다. 고 본부장은 “1, 2차 발사 준비 과정에서는 시험(test)이란 용어를 붙였다면 이번엔 실제 발사를 의미하는 키워드(launch readiness)로 변경했다”며 “사실상 첫 실전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항우연 연구팀은 발사체에서 위성을 목표 궤도에 정확히 내보내는 ‘위성 사출’에 집중하고 있다. 큐브 위성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게 20초마다 순차적으로 사출하는 게 관건이다. 성능검증 위성에서 큐브 위성을 내보냈던 2차 발사 때와 달리 누리호에서 직접 사출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고 본부장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작업이기 때문에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위성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지상 팔라우에서 신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정확한 시간에 위성을 사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3차 발사는 저녁 무렵에 쏘는 이른바 ‘황혼 발사’가 될 예정이다. 1차 오후 5시, 2차 오후 4시에 발사한 것과 달리 이번 발사는 오후 6시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태양빛을 항상 받아야 하는 소형영상레이더(SAR)가 달린 차세대 소형위성 2호의 목표 궤도가 달라서다. 기존에는 목표 고도가 700km, 이번엔 500∼550km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참여로 새로운 전환점 이번 3차 발사는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첫 도전 과제다. 이 사업은 2027년까지 누리호를 4차례 반복 발사해 누리호의 발사 신뢰성을 높이는 걸 목표로 한다. 누리호 개발을 이끈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는 올 6월 임무가 종료된다. 고 본부장은 고도화사업단장도 맡고 있다. 이번 발사는 고도화 사업을 통해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참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우주 기술을 이전하고 세계 선도 기업으로 성장시킨 사례를 벤치마킹해 한국형 스페이스X를 육성한다는 취지를 담은 첫걸음인 셈이다. 고 본부장은 “4∼6호기는 기업 주도로 제작한다”며 “이 부분 역시 새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이 기간 동안 누리호 설계와 시험, 발사 운영 등 발사체 개발 전주기 기술을 이전한다. 항우연이 쌓아 올린 기술과 노하우를 이전해 우주산업 육성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 본부장은 “이번 3차 발사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며 “부담감도 고도화되고 있지만 좋은 결과가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고흥=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지난달 28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카이낙). 건물 내 13m²(약 4평) 남짓한 사무실에 모인 연구원들은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2호기의 제어망 모식도를 띄워 놓은 컴퓨터 화면을 보며 원전 사이버보안 모의실험을 진행 중이었다. 컴퓨터 화면 뒤로는 한쪽 벽면을 꽉 채운 네트워크 서버 불빛이 반짝거렸다. 이정호 카이낙 사이버보안실장은 “원전 내부망을 살펴보며 사이버보안상 취약한 지점들을 찾아내는 작업”이라며 “원전은 문제가 생기면 위험이 큰 만큼 사이버 공격들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보급률이 높고 디지털 인프라가 발달한 한국은 해커의 입장에서는 사이버 공격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꼽힌다. 드러내 보이기에 좋은 테스트베드다. 사이버 공격은 네트워크상에서 악의적으로 국가나 기업에 손상을 입히는 것을 의미한다. 유선이나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한 공격, USB 메모리 등 외부 매체를 이용한 공격 등 형태도 다양하다. 카이낙에 따르면 국내 원전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2018년부터 2022년 8월까지 918건 발생했다. 원전 홈페이지나 e메일 시스템 등 업무지원 시스템이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 이 실장은 “카이낙은 원전 운영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는 안전, 보안, 방재 시스템을 규제한다”며 “다행히 아직 이 시스템들에 대한 국내 공격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안전 및 보안과 관련한 공격이 없었던 이유는 원전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원전 시스템은 외부와 단절돼 있어 해커가 USB 메모리 등 외부 매체를 갖고 시설에 잠입하거나 시스템을 파괴하는 물리적 공격을 하지 않는 한 피해를 입히기 어렵다. 다만 보안 전문가들은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최근 해외에서 원전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인도 쿠단쿨람 원전이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실장은 “원전 사이버 공격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최근 건설되는 원전은 제어시스템이 호기당 3000여 개에 달해 그만큼 보안에 신경 써야 할 지점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한국은 원전 장비의 약 80%를 외국에서 들여오는 만큼 이 장비들에 대한 사이버보안 검사도 필수다. 이 실장은 “영화 ‘연가시’에서 몸에 침투한 연가시가 숙주인 인간 뇌를 조종해 물에 익사하도록 하듯 장비에 악성코드를 심어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이낙은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원전 건설 때 1번, 건설 후 2년마다 원전 사업자들이 사이버보안 기준을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며 모의훈련 평가와 교육을 각각 1년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다. 이날 모의실험에서는 올해부터 6년간 3992억 원을 투입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개발하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 사업에 적용 가능한 사이버보안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방안도 논의됐다. 이영욱 카이낙 핵안보본부장은 “현재 원전 사이버보안 조치는 모두 사람의 손으로 수행된다”며 “원전 1호기당 규제 인력이 미국은 2.7명인 데 반해 한국은 1.4명가량으로 부족한 상황에 설계 단계부터 효율성을 갖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카이낙은 원안위와 함께 원전 사이버보안 체계 심사 및 검사 기준 개정도 추진 중이다. 2015년 카이낙 사이버보안실 구축 이후 원전 사이버보안 체계 구축 및 이행을 하며 겪었던 경험을 반영한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신재식 원안위 방사선방재국장은 “국제적 수준에서 심사 및 검사 기준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대전=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지난해 9월 인류는 초유의 지구방어 실험을 진행했다. 인류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을 막기 위해 우주선을 부딪쳐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쌍(雙)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DART)’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다트 우주선은 지구 밖 1100만 km의 목표 소행성에 정확히 충돌했다. 충돌 후 약 6개월이 지났다. 영국과 스페인 등 국제 연구팀이 다트 우주선과 소행성의 충돌 여파를 지구 망원경으로 관측하고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현존 최고 성능의 광학망원경인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초거대 망원경(VLT)으로 관측한 첫 연구다.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우주선 충돌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 5편이 공개되는 등 다트 관련 연구 성과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인류의 지구 방어 실험은 성공적이었던 걸로 보인다. ● 소행성 충돌 잔해와 충돌 표면이 알려준 것들 영국 에든버러대와 스페인 라라구나대 공동연구팀은 칠레에 있는 VLT로 다트 소행성 충돌 순간을 관측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에 21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미국 행성과학연구소와 미국 해군사관학교 등이 연구에 참여했다. 칠레에 설치된 VLT는 지름 8.2m의 주경을 갖는 망원경 4개와 지름 1.8m의 보조 망원경 4개로 구성된 최첨단 광학망원경이다.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물체보다 40억 배 더 희미한 물체를 관측할 수 있다. 블랙홀의 질량과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는 모습을 관측할 정도다. 연구팀은 VLT를 활용해 한 달가량 소행성 충돌 잔해를 추적했다. 그 결과 충돌로 방출된 잔해가 소행성 자체보다 푸른빛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돌 잔해가 매우 미세한 입자로 잘게 부서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 입자들에서 나오는 빛들을 분석해 입자의 화학적 구성을 조사했다. 입자들에 물과 공기가 있는지를 집중 분석했다. 연구팀은 “충돌로 방출된 물질들을 분석하면 태양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물과 공기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연구팀은 “소행성엔 많은 양의 얼음이 존재하진 않는다”며 “물의 흔적을 찾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주선 충돌 후 유출된 우주선 연료의 흔적도 찾지 못했다. 연료 탱크에 남아 있는 연료의 양이 적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소행성 접근 때까지 우주선이 상당히 효율적으로 연료를 소비했다고 분석했다. ● 소행성 무게 줄어들고 공전 주기도 바뀌었다 영국과 핀란드, 스웨덴, 미국 등의 과학자로 구성된 또 다른 연구팀도 같은 날 다트 관련 연구 성과를 내놨다. 이 연구팀은 VLT를 활용해 우주선 충돌이 소행성의 표면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소행성의 방향에 따라 편광이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했다. 편광은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을 뜻한다. 이를 추적하면 소행성 표면 구조와 구성을 알아낼 수 있다. 분석에 따르면 충돌 후 소행성 표면이 더 밝은 빛을 띠게 됐다. 충돌로 외부 표면의 물질이 깎여 나가면서 더 밝은 색을 가진 내부의 물질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충돌로 소행성의 무게가 1000t가량 줄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노던애리조나대 연구팀은 소행성 질량 중 0.3∼0.5%가 밖으로 분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3월 2일 공개했다. 소행성의 공전 주기가 약 33분 단축됐다는 분석, 우주선 본체가 소행성 표면에 솟아오른 두 개의 바위 사이에 충돌해 폭이 40∼60m 사이의 분화구를 만들었다는 분석 등도 나왔다. 과학자들은 추가 연구 결과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28개국 100여 개 기관의 과학자들이 분석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희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이 분석에 참여하고 있다. 캐럴린 언스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 행성과학과 교수는 이달 13일 미국 텍사스에서 개최된 제54회 달 및 행성과학 회의에서 “다트 프로젝트는 큰 성공을 거뒀다”며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보물 창고와도 같다”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1827년 사망한 ‘음악의 성자’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이 많다. 매독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설과 납 중독, 수종(水腫) 등 여러 추정이 제기됐다. 독일 연구팀이 베토벤이 죽기 몇 달 전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됐었다는 새로운 분석을 내놨다. 요하네스 크라우제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 고고학과 교수 연구팀은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분석해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증거를 찾았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22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사람의 머리카락엔 DNA 정보가 담겨 있다. DNA를 분석하면 유전병력이나 과거 앓았을 병들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DNA 분석 기법의 발달로 소량의 모발로도 이런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베토벤의 머리카락이 현재까지 전해지는 것은 당시 유럽의 관습 덕분이다.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간직하는 문화가 있었다. 연구팀은 먼저 이렇게 전해진 머리카락이 진짜 베토벤의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데 착수했다. 현대 베토벤 가문 사람들의 유전 정보를 토대로 한 분석에서 베토벤의 머리카락으로 확인되는 다섯 가닥을 추려냈다. 이 머리카락들을 분석한 결과 베토벤이 목숨을 잃기 몇 달 전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됐었다는 증거를 찾았다.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가 간 질환을 유발했을 것”이라며 “베토벤이 술을 많이 마셨다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바이러스 감염이 베토벤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베토벤이 간 질환에 걸리기 쉬운 유전 요소들도 다수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베토벤의 머리카락은 2005년에도 베토벤 사망 원인을 밝히는 데 활용된 바 있다. 당시 미국 아르곤연구소는 머리카락을 분석해 베토벤이 정상인의 100배에 해당하는 납에 중독돼 있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납은 중추신경계 이상과 정신 착란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연구팀의 분석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오고 갔다. 베토벤이 강에서 민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을 즐겼는데 당시 산업혁명이 시작되며 중금속에 오염된 물고기가 많았을 것이라는 주장, 포도주를 납 병에 넣어두고 마셨던 당시 문화 때문이라는 의견, 간 질환 치료 때문에 의사 처방을 받았는데 이 처방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 등이 제기됐다. 크라우제 교수팀은 이런 추측들의 전제부터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미국 연구팀의 분석에 사용된 시료의 DNA를 분석해 본 결과 베토벤의 머리카락이 아닌 신원미상 여성의 머리카락을 분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베토벤은 청각장애와 만성 복통을 겪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연구팀은 유전자에선 관련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연구팀은 현대 베토벤 가문 사람들의 유전 정보와 비교해 볼 때 베토벤의 부계 조상 중 혼외 자식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프랑스 연구팀이 약 4만8500년 동안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 언 상태로 있던 바이러스가 되살아났다는 분석을 내놨다. 번식력이 살아있는 일명 ‘좀비 바이러스’가 깨어났다는 것이다. 영구동토층은 지층의 온도가 연중 섭씨 0도 이하인 토양층을 일컫는다. 지구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는 현상이 가속화되며 여기에 묻혀 있던 수많은 미지의 바이러스가 깨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에 따르면 장미셸 클라베리 바이러스학과 교수 연구팀은 시베리아 전역의 7개 지역 영구동토층에서 약 4만8500년 전 호수 밑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바이러스를 포함해 인류가 처음 보는 바이러스 13종을 발견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바이러스’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단세포 동물인 ‘아메바’를 미끼로 삼아 바이러스를 찾아냈다. 아메바 배양액에 영구동토층 시료를 넣고 아메바의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13종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토양과 강 등 여러 지형의 시료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 예를 들어 약 4만8500년 전의 바이러스는 동시베리아 사하(옛 야쿠츠)의 한 호수 16m 아래 영구동토층에서 발견했다. 크기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약 10배 크기인 1㎛(마이크로미터·1㎛는 100만 분의 1m)로 나타났다. 매머드 털에선 약 2만2700년 전 판도라바이러스 계열의 바이러스도 발견됐다. 모두 새롭게 발견한 바이러스들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바이러스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전염성이 있었다”며 “고대 바이러스가 깨어나면 인류 공중 보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구동토층 전체 면적은 북반구 육지의 5분의 1을 덮고 있다. 영구동토층은 그간 유용한 과학 시료 역할을 해왔다. 빛이 침투하지 않는 무산소 환경을 조성해 동물 사체 등의 시료를 얻을 수 있는 일종의 ‘타임캡슐’ 역할이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북극 지역의 기온이 올라가며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다. 북극 지역은 지구 나머지 지역보다 약 4배 더 뜨거워지고 있다. 연구팀은 영구동토층 분석 범위를 확대할 때마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존 바이러스의 유전체와 전혀 다른 유전체를 지닌 바이러스의 발견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학계에 따르면 하수구에 서식하는 바이러스의 95% 이상은 기존 바이러스 유전체 데이터와 일치하지 않는다. 모든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특히 영구동토층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라 바이러스가 지상으로 노출돼도 인류에게 당장 위협이 되기는 어렵다. 다만 연구팀은 인류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미지의 바이러스가 늘어나는 추세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구동토층이 지구온난화로 녹고 있으며 자원 채굴과 연구 목적으로 개발이 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연구팀은 “위험은 결국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영구동토층이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구 동토층은 현재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대 연구팀은 2019년 당초 예상보다 70년이나 빠르게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의 2배가 매장돼 있다. 이산화탄소보다 28배 온실효과가 높은 기체인 메탄도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국민 모두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를 만들겠습니다.” 이태식 제21대 과총 회장은 1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과총 운영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달 3일 제21대 과총 회장에 취임한 그는 “학회가 국민, 지역과 소통하는 기회를 넓히겠다”며 “미중 기술패권주의로 상징되는 과학기술 시대에 국민들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공감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7월 서울 강남 한복판서 과학기술축제 연다1966년 출범한 과총은 400여 개의 이공계 학회를 비롯해 공공단체, 기업 등 730여 과학기술 기관단체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500만 명 과학기술인을 대표하는 단체다. 전국 13개 광역권 지역연합회와 세계 19개국 재외한인과학자협회와도 연결돼 과학기술계 초거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부터 3년 임기를 시작한 이 회장은 과학기술 전문가로 꼽힌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연구개발위원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등을 지냈고 국제우주탐사연구원 원장, 경기 과총 및 과총 13개 지역연합회협의회 회장, 한양대 명예교수로 재직했다. 이 회장은 국민들에게 과학기술의 중요성과 과총에 대한 인식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7월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펼쳐지는 ‘과학기술축제’를 준비 중이다. 이 회장은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거리가 대략 4.1km인데 그 사이 골목이 143개 정도가 있다”며 “이 골목들에 한국공학한림원, 발명진흥센터, 과총 등 여러 과학기술계 단체와 과기 벤처기업 등이 몰려 있는데 이들을 모아 국민들이 참여하는 과학기술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축제는 올 7월 개최되는 제1회 세계한인과학기술자대회와 연계할 계획이다. 이 대회는 국내외 한인과학기술자와 차세대 한인과학기술자 간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과학기술 성장 모델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자리다. 해외 과학기술자 350명을 포함해 약 3000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국민 모두가 아는 과총을 만드는 데 두 행사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를 통해 강남을 ‘테크노밸리’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그는 “과총이 산학연을 잇는 교량 역할을 하며 과학기술이 창업과 벤처를 잇고 산업정책이 이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과학기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400여 개 과학기술 학회장 모두 만나겠다이 회장은 과총을 구성하는 학회의 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노력할 예정이다. 그는 “학회는 과총을 지키는 대들보이자 과기계의 주역”이라며 “과총이 학회 발전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400여 개의 학회 회장들을 모두 만나겠다”고 말했다. 학회가 자체 발전 계획을 제출하면 과총은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학회를 도울 계획이다. 학회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한다. 이 회장은 “학회는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이라며 “이들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령 각 학회에서 매달 분야별 동향 리포트를 발행하면 국가적 과학기술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 회장은 과학기술 분야 국제협력 활성화에 학회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정부의 단순한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을 뛰어넘어 중저개발국가부터 선진국과도 협력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질 예정이다. 6·25전쟁 때 16개 참전국들과 과총이 업무협약(MOU)을 맺고, 학회의 기술들을 이전하는 협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과학기술 싱크탱크 맡을 것이 회장은 학회의 전문성에 기반한 과학기술계 싱크탱크 역할을 과총이 맡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총의 핵심 자산인 거대한 회원 네트워크가 그동안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회원단체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국가 정책에 기여하는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과 나라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과총의 공적 자문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과총이 다양한 과학기술 이슈에 대한 해소책을 마련하고, 과총의 많은 사업이 국가정책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지난달 23일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회사 지리자동차는 2025년까지 위성 72기를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리는 내용을 담은 ‘갤럭시 스마트 드라이빙’ 계획을 발표했다. 우주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해 차량이 cm 단위의 정밀한 위치 파악 성능을 갖추도록 하고 고정밀 지도를 이용해 차량의 완전 자율주행을 실현할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 역시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스타링크’와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자동차 업체들의 위성 활용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리차는 1986년 창업한 민영 회사다. 상하이차 등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성장한 국영 자동차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리차는 2021년 기준 완성차 업체 중 판매순위 2위에 올라 있다. 지리차는 2010년 스웨덴 자동차 브랜드 볼보, 2017년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를 인수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2018년에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지분 9.7%, 2022년에는 르노코리아자동차 지분 32.02%도 인수했다. 이처럼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지리차가 내놓은 ‘갤럭시 스마트 드라이빙’ 계획에는 향후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는 동시에 위성 기술을 통한 새로운 혁신을 꾀하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 지리차는 갤럭시 스마트 드라이빙 계획을 발표하기에 앞서 2018년 위성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부서인 ‘지스페이스’라는 우주사업부를 설립했다. 완전 자율주행 실현을 위해선 차량이 전송받는 위성 이미지를 토대로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야 한다. 위성 이미지 전송엔 빠른 통신 속도가 필수적이다. 지리차는 위성이 이미지 촬영뿐만 아니라 통신 속도도 높여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리차는 “이번 계획으로 지리차의 최신 기술 발전을 보여줄 뿐 아니라 탑승자에게 더 안전하고 스마트한 전기차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리차는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완전 자율주행 실현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수명이 최대 20%까지 늘어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리튬 이온전지의 충전 전압을 높여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해야 하는데 충전 전압의 ‘안전 상한선’을 넘으면 전지 수명 단축,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해 폭발로 이어진다. 지리차는 위성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빠른 데이터 분석으로 열 폭주 현상을 예방하고 충전 전압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까지 위성 72기를 쏘는 것은 1차 계획이며 지리차는 168개 위성을 추가로 쏴 총 240개의 위성을 궤도에 올릴 계획이다. 지리차 외에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위성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컨소시엄 형태로 미국의 위성 내비게이션 개발 스타트업 ‘소나스페이스시스템’에 2021년 800만 달러(약 105억 원)를 투자했다. 위성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완전 자율주행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BMW 등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 역시 위성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KT와 전략적 협약을 맺고 위성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