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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미술 전문 매체 아트넷 뉴스가 내년 아시아에서 주목해야 할 미술관 전시 7개를 꼽았다. 그중 하나로 호암미술관에서 열리는 김윤신 개인전이 선정됐다.24일(현지 시간) 아트넷 뉴스는 아시아의 주요 작가 회고전, 판타지와 기억 저항을 키워드로 한 기획전, 실험적인 설치 작업 등으로 구성된 주요 미술관 전시 7선을 공개했다.먼저 호암미술관의 ‘김윤신 개인전’(2026년 3월 17일~6월 28일)은 91세를 맞는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의 70년, 남북한 파리 아르헨티나를 거쳐 이뤄지는 작업 궤적을 한국의 전쟁 이후 조각사의 맥락에서 재조명한다.일본 가나자와 이시카와현립미술관은 ‘카모이 레이: 서거 40주년’ 회고전을 연다. 일본 화가인 카모이 레이(1928~1985)는 우울하고 극적인 인물화를 통해 인간 존재와 자아를 성찰한 작가라고 설명한다. 이 전시는 카모이의 작업 약 90점을 선보인다.홍콩 M+ 미술관의 기획전 ‘신화, 괴물, 망가’는 일본 에도시대 판화인 우키요에부터 인도네시아의 그림자극, 아시아의 초현실주의, 전쟁 이후 일본의 망가(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엮어 19세기 이후 아시아 시각문화에서 ‘판타지’의 계보를 추적한다.중국 베이징 UCCA 현대미술관은 독일 기반 설치 미술가 카스텐 횔러 개인전을 연다. 미술관 전체를 설치 작품과 커미션 작품을 통해 ‘의심의 실험실’로 만들어 관람객이 시간, 공간, 사회적 관계에 대해 갖는 감각을 교란하는 전시를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올해 제25회를 맞는 시드니 비엔날레는 샤르자 아트 파운데이션의 후르 알 카시미가 예술 감독을 맡아, 미국의 문학가 토니 모리슨의 ‘재기억’(rememory)을 주제로 열린다. 기억과 망각 사이의 공간을 탐구하며, 여러 갈래로 나눠진 사람들의 집단 기억을 지워진 역사를 회복하는 정치적 도구로 제시한다. 시드니의 화이트 베이 발전소,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 등 전역 기관이 참여하며 호주와 해외 작가, 특히 선주민과 디아스포라 작가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싱가포르 내셔널갤러리의 ‘Fear No Power: Women Imagining Otherwise’전은 동남아시아 출신 여성 작가 5명(니르말라 더트, 이멜다 카히페 엔다야 등)의 작업을 통해 탈식민, 개발주의, 냉전 속에서 실천한 조용하고도 지속적인 저항, 대안적 존재 방식을 조명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교육자나 커뮤니티 운영자로 활동하면서 여성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고정 관념을 거부하고 새로운 실천을 했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밖에 시드니 화이트 갤러리의 기획전 ‘더 훌리건스’ 등이 주목할 전시로 꼽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흰 눈이 두껍게 쌓인 오두막이 굽이굽이 펼쳐진 어느 시골 마을. 멀리 하늘에선 오렌지색 노을이 보입니다. 회색이 감도는 흰 눈과 차가운 겨울밤을 떠올리게 하는 푸른색을 제외하면, 이 그림에서 빛나는 건 석양과 여성들의 주홍빛 얼굴뿐입니다. 반짝이는 전구로 가득한 트리와 선명하고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그래픽이 행인의 시선을 잡아끄는 요즘 크리스마스 풍경을 생각하면, 프랑스 화가 폴 고갱(1848∼1903)이 그린 이 ‘크리스마스 밤’은 낯설 만큼 고요하게 느껴집니다. 이날 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걸까요?수수께끼로 가득한 밤 이 그림은 고갱이 세상을 떠난 뒤 그가 살던 타히티의 작업실에서 발견됐습니다. 고갱이 프랑스 서북부 브르타뉴 지역의 마을인 퐁타벤에 머물 때인 1894년 그리기 시작해 1902∼1903년 완성된 유화입니다. 고갱의 서명이 그림 오른편 조각상 아래 단에 보입니다. 먼저 나란히 걸어가는 소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 그림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그린 것이라면, 두 마리 소는 그를 축복하러 가고 있는 것이겠죠. 후대 사람들은 이 작품의 제목을 ‘크리스마스 밤(황소들의 축복)’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들은 브르타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닌,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 보고 그린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이렇게 시대와 지역이 뒤죽박죽 섞인 대목을 여럿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선 들판에 펼쳐진 오두막과 첨탑은 퐁타벤의 풍경이 맞습니다. 그런데 여자들이 쓰고 있는 모자는 퐁타벤에서 약 20km 떨어진 르풀뒤라는 지역 사람들이 쓰던 것입니다. 물론 둘 다 브르타뉴 지역이니 둘을 섞어도 크게 이상하진 않죠. 그러나 여기에 이집트 벽화의 소가 등장하며 시대는 수천 년 전, 거리는 수천 km까지 벌어집니다. 게다가 오른쪽 아기 예수가 태어나는 장면을 묘사한 줄 알았던 돌 조각은 고갱이 갖고 있던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어느 서원 사진에서 가져온 모습입니다. 그러니 힌두교나 불교적인 내용을 담은 조각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크리스마스의 이미지 고갱이 왜 이렇게 시대와 지역, 심지어 종교까지 마음대로 거리를 벌렸는지 알기 위해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다른 그림을 살펴봤습니다. 우선 현대인이 흔히 생각하는 크리스마스 이미지는 대부분 상업 광고나 일러스트가 미디어를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됐습니다. 20세기 미국에서 사랑받았던 일러스트레이터 노먼 로크웰(1894∼1978)의 그림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니 산타, 루돌프,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따뜻하고 정겨운 풍경의 역사는 100년이 채 넘지 않은 셈입니다. 이런 것을 제외하면 수백 년 동안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생, 동방박사의 경배, 수태고지 같은 종교적인 내용을 충실하게 표현한 게 다수였습니다. 조토의 ‘탄생’(1303∼1305년)이나 보티첼리의 ‘신비한 탄생’(1500∼1501년), 뒤러의 ‘동방박사의 경배’(1504년) 같은 작품들이죠. 물론 이들은 교회가 의뢰한 것입니다. 그 속에서 마리아와 예수 등 인물을 좀 더 인간적으로 그리거나, 예수가 태어난 마구간을 초호화로, 또 성인들의 옷도 화려하게 장식적으로 그리거나 하는 차이는 있습니다. 그러나 19세기 이전의 크리스마스를 표현하는 그림이란 성경의 내용을 신자들에게 설명하고 알리기 위한 목적의 설교적인 것들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19세기 이전의 크리스마스 그림, 그리고 화려함과 따뜻함으로 무장해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현대의 크리스마스 장식. 그 사이에 고갱의 ‘크리스마스 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자기만의 신비로움 고갱이 그림을 그리던 시기 뛰어난 화가들은 수백 년의 전통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표현을 찾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그러니 고갱이 엉뚱한 이미지를 가져와 섞은 것은 천사들이 내려와 축복하고 동방박사가 경배하며, 마구간에서 마리아와 요셉이 예수를 보고 기뻐하는 ‘전형적인’ 크리스마스를 벗어나기 위한 도전이었습니다. 고갱은 이 ‘챌린지’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을까요? 서로 관련 없는 형태들을 가져와 크기와 선, 배치를 조정하며 만들어내는 ‘고유의 리듬’을 고갱은 무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집트 벽화 속 소들의 머리 선, 르풀뒤 마을 여자들 모자의 선, 그리고 퐁타벤 마을 오두막의 동그랗게 솟은 처마 아래 윤곽선이 음악처럼 그림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처음엔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사실은 그림의 4분의 1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어두운 푸른색의 부조가 무게감을 더합니다. 그리고 노을, 여자들의 얼굴, 눈이 녹은 길의 오렌지빛은 좌우로 펼쳐지며 수평선의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브르타뉴에서 타히티로 캔버스를 가져가며 고갱이 이 낯선 그림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결국 어릴 때부터 당연하게 배웠던 것에서 벗어나 수천 년 전 과거 현재, 수만 리 떨어진 곳과 여기 사이에서 모색하는 ‘자기만의 신비로움’입니다. 2025년의 크리스마스이브를 시끌벅적하게 보냈다면, 오늘 아침은 고갱의 고요한 ‘크리스마스 밤’으로 마음속 깊은 곳 신비로운 세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을 하시면 e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국립극단의 ‘안트로폴리스 I―프롤로그, 디오니소스’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의 ‘젤리피쉬’가 제62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받았다.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명화)는 15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최종 심사를 진행하고 수상작이 없는 대상을 제외하고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등 9개 부문 수상작과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본심에는 역대 가장 많은 심사위원 추천작 34편이 올랐다. 김명화 위원장은 “팬데믹 이후로 등장한 사회 이슈를 다루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한 작품들이 메시지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 무대를 보는 재미는 물론 대사를 듣는 문학적인 재미도 더해졌다”며 “여기에 정극 중심의 작품이 함께 나타나 균형감을 이룬 한 해였다”고 총평했다.작품상과 연출상(윤한솔), 무대예술상(백지영)을 함께 받은 ‘안트로폴리스 I’은 테베 왕가의 건국과 탄생 과정을 소개하는 ‘프롤로그’와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인간들을 벌하고 파멸을 안기는 이야기 ‘디오니소스’로 구성됐다. 고대 그리스 고전을 인간의 관점으로 풀어낸 독일 원작의 현대적 각색에 더해 한국의 연출가가 한국의 사회적 상황을 촌철살인의 이미지로 담아낸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또 “스케일이 큰 작품인데 여러 포커스를 활용해 여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박진감이 넘쳤다”, “백지영 분장디자이너는 신화와 현대를 부드럽게 공존시켰다”는 평이 나왔다. 또 다른 작품상 수상작인 ‘젤리피쉬’는 영국 작가 벤 웨더릴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다운증후군이 있는 27세 여성 ‘켈리’가 사랑과 관계, 자립을 통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냈다. “관객들이 강요받기보다 객석에서 자연스럽게 동화되었던 수작으로, 공존과 인간의 선함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작품이며 연출과 배우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작품”이란 평을 받았다. 공연제작센터의 ‘그리고 바다를 오르다’는 희곡상(권영준)과 연기상(박현미)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오랜만에 발견한 시극으로 정제된 언어로 사회의 아픔을 잘 반영했다”며 “나이 든 부부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끼는 절절한 비극과 인간의 존엄을 일깨웠다”고 평했다. 연기에 대해서도 “시극의 고양된 언어와 에너지를 상투적이지 않게 보여 줬다”고 호평했다. 또 다른 연기상 수상자 이종무 배우(‘굿피플’)는 “사건의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연기 포인트가 과하지 않으며 지식인의 속물적인 근성과 양심의 복잡한 양면을 잘 소화”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신인 연출상은 스토리 포레스트의 ‘아르카디아’(김연민 연출)에 돌아갔다. 톰 스토파드 원작의 과학 철학이 섞인 어려운 텍스트를 잘 소화하고 아르코 소극장 공간 전체를 활용해 객석과 무대를 허문 점이 돋보였다. “카오스 이론에 기반해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연극 속에 관객이 있다는 연극의 기본 철학을 연출로 잘 소화해 냈다”는 평도 나왔다. 이 작품에 출연해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인생의 아름다움과 유한함을 탐구하는 발렌타인 역을 맡은 권일 배우는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 또 다른 유인촌신인연기상 수상자는 두산아트센터 ‘마른 여자들’의 정제이 배우다. “신인이지만 늘 연기 변신을 기대하게 하는 인물”, “이번에도 주연은 아니나 거식증에 걸린 인물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개념연극상은 ‘아나그노시스 사포’를 만든 창작집단 푸른수염과 안정민 연출이 받았다. 주로 연극을 무대에 본격적으로 올리기 전 이뤄졌던 ‘낭독극’을 ‘낭송극’으로 이름을 바꾸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평가다. 특별상에는 배우 색자가 선정됐다. 퀴어 배우인 색자는 ‘DRAG X 남장신사’, ‘곡비’,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 등의 작품에서 “편견과 온갖 위험을 통과하며 배우와 연기에 대한 해묵은 정의를 무너뜨리는” 연기를 선보여 왔다. “배우가 자신을 올곧이 내어 놓을 때 연극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보여 주었다”는 심사평이 나왔다. 수상은 못 했지만 극단 돌파구의 ‘아이들’, 극단 백수광부의 ‘다 내 아이들’, 어처구니 프로젝트의 ‘벚꽃동산’, 무브먼트 당당의 ‘모스크바 밀사 선택’이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언급됐다. 시상식은 내년 1월 26일 열릴 예정이다.“현실 말고 연극에서, 비극을 느껴보시길”‘안트로폴리스…’로 연출상 윤한솔 씨“세상에 비극이 없으면 좋겠지만, 비극을 목격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극은 비교적 안전하게 그 비극을 목격하게끔 하는 장이 돼줄 수 있어요.” 국립극단 연극 ‘안트로폴리스 I ―프롤로그, 디오니소스’로 제62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윤한솔 연출가(53·사진)는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연출한 ‘안트로폴리스…’는 “거친 듯 박진감 넘치는 촌철살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 작품상까지 받아 3관왕을 차지한 작품. 윤 연출가는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오랫동안 함께 고생한 작품이기에 더욱 고마운 상”이라며 “관객이 연극을 보는 동안엔 안온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건과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트로폴리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건국 과정과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에 도전하는 자들을 벌하고 파멸에 이르게 하는 과정을 그렸다. 공연 초반 화려하고 우스꽝스럽던 분위기는 점차 고통과 광기로 추락한다. 윤 연출가는 “구원이나 용서를 전제하지 않은 ‘진짜 비극’이 오늘날 필요하다고 봤다”며 “나쁜 놈이 벌 받지 못해서 생기는 게 비극이라면, 그 비극을 무대에서 오롯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대형 스크린과 실시간 영상 등을 활용한 실험적 연출도 심사위원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초점을 한 군데로 모으기보다는 여러 곳으로 분산시킴으로써 관객이 연극을 여러 각도로 바라보게끔 했다. 윤 연출가는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관객마다 집중하는 부분과 받아들이는 방식이 전부 다르다”라며 “연극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야기가 벌어지는 방식과 태도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2008년 ‘나는 기쁘다’로 연극 연출을 시작한 윤 연출가는 ‘활화산’, ‘엑스트라연대기’ 등 사회적 메시지가 강렬한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현재는 극단 ‘그린피그’ 상임연출가다. 등장인물과 무대 미술 등에 곁들이는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B급’ 정서는 그의 무기로 꼽힌다.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언정 작품이 감각적으로 다가가길 바라요. 그렇지 않으면 설교일 뿐이죠.”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립극단의 ‘안트로폴리스 I ―프롤로그, 디오니소스’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의 ‘젤리피쉬’가 제62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명화)는 15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최종 심사를 진행하고 수상작이 없는 대상을 제외하고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등 9개 부문 수상작과 수상자를 선정했다.올해 본심에는 역대 가장 많은 심사위원 추천작 34편이 올랐다. 김명화 위원장은 “팬데믹을 이후로 등장한 사회 이슈를 다루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한 작품들이 메시지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 무대를 보는 재미는 물론 대사를 듣는 문학적인 재미도 더해졌다”며 “여기에 정극 중심의 작품이 함께 나타나 균형감을 이룬 한 해였다”고 총평했다.작품상과 연출상(윤한솔), 무대 예술상(백지영)을 함께 받은 ‘안트로폴리스 I’은 테베 왕가의 건국과 탄생 과정을 소개하는 ‘프롤로그’와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인간들을 벌하고 파멸을 안기는 이야기 ‘디오니소스’로 구성됐다. 고대 그리스 고전을 인간의 관점으로 풀어낸 독일 원작의 현대적 각색에 더해 한국의 연출가가 한국의 사회적 상황을 촌철살인의 이미지로 담아낸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또 “스케일이 큰 작품인데 여러 포커스를 활용해 여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박진감이 넘쳤다”, “백지영 분장디자이너는 신화와 현대를 부드럽게 공존시켰다”는 평이 나왔다.또 다른 작품상 수상작인 ‘젤리피쉬’는 영국 작가 벤 웨더릴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다운증후군이 있는 27세 여성 ‘켈리’가 사랑과 관계, 자립을 통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냈다. “관객들이 강요받기보다 객석에서 자연스럽게 동화되었던 수작으로, 공존과 인간의 선함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작품이며 연출과 배우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작품”이란 평을 받았다. 공연제작센터의 ‘그리고 바다를 오르다’는 희곡상(권영준)과 연기상(박현미)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오랜만에 발견한 시극으로 정제된 언어로 사회의 아픔을 잘 반영했다”며 “나이 든 부부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끼는 절절한 비극과 인간의 존엄을 일깨웠다”고 평했다. 연기에 대해서도 “시극의 고양된 언어와 에너지를 상투적이지 않게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또 다른 연기상 수상자 이종무 배우(굿피플)은 “사건의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연기 포인트가 과하지 않으며 지식인의 속물적인 근성과 양심의 복잡한 양면을 잘 소화”해 수상자로 선정됐다.신인 연출상은 스토리 포레스트의 ‘아르카디아’(김연민 연출)에 돌아갔다. 톰 스토파드 원작의 과학 철학이 섞인 어려운 텍스트를 잘 소화하고 아르코 소극장 공간 전체를 활용해 객석과 무대를 허문 점이 돋보였다. “카오스 이론에 기반해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연극 속에 관객이 있다는 연극의 기본 철학을 연출로 잘 소화해 냈다”는 평도 나왔다. 이 작품에 출연해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인생의 아름다움과 유한함을 탐구하는 발렌타인 역을 맡은 권일 배우는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또 다른 유인촌신인연기상 수상자는 두산아트센터 ‘마른 여자들’의 정제이 배우다. “신인이지만 늘 연기 변신을 기대하게 하는 인물”, “이번에도 주연은 아니나 거식증에 걸린 인물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새개념연극상은 ‘아나그노시스 사포’를 만든 창작집단 푸른수염과 안정민 연출이 받았다. 주로 연극을 무대에 본격적으로 올리기 전 이뤄졌던 ‘낭독극’을 ‘낭송극’으로 이름을 바꾸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평가다.특별상에는 배우 색자가 선정됐다. 퀴어 배우인 색자는 ‘DRAG X 남장신사’, ‘곡비’,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등의 작품에서 “편견과 온갖 위험을 통과하며 배우와 연기에 대한 해묵은 정의를 무너뜨리는” 연기를 선보여왔다. “배우가 자신을 올곧이 내어놓을 때 연극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는 심사평이 나왔다.수상은 못했지만 극단 돌파구의 ‘아이들’, 극단 백수광부의 ‘다 내 아이들’, 어처구니 프로젝트의 ‘벚꽃동산’, 무브먼트 당당의 ‘모스크바 밀사 선택’이 주목할만한 작품으로 언급됐다. 시상식은 내년 1월 26일 열릴 예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관훈클럽은 제73대 총무로 이하원 조선일보 외교안보 에디터를 22일 선출했다. 이 신임 총무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조선일보에 입사, 워싱턴·도쿄특파원, 논설위원, TV조선 정치부장·메인뉴스 앵커 등을 지냈다. 임기는 내년 1월 11일부터 1년. 관훈클럽은 이날 제73대 임원진 중 감사로 김희준 YTN 해설위원, 김선걸 매일경제신문 논설실장을 선출했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에 임진택 전 경기아트센터 이사장(75·사진)을, 신임 이사장엔 강헌 전 경기문화재단(63·사진) 대표를 임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극 연출자이자 판소리 명창인 임 신임 원장은 1998년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강 신임 이사장은 대중음악 평론가로 활동했으며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 등으로 일했다. 임기는 각 3년.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한국연극평론가협회(회장 이화원)가 22일 ‘올해의 연극 베스트3’로 ‘삼매경’, ‘걸리버 여행기: 줌 인 아웃’, ‘묵티’를 선정했다고 밝혔다.국립극단의 ‘삼매경’(이철희 연출)은 함세덕 원작 ‘동승’의 확장성을 연극적 언어로 증폭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극단 하땅세의 ‘걸리버 여행기: 줌 인 아웃’(윤시중 연출)은 전통적 서사 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관찰의 거리 규모 시점을 핵심 장치로 인간을 탐구하는 실험성이 돋보였다. 극단 동의 ‘묵티’(강량원 연출)은 시적인 대사와 절제된 신체 연기가 앙상블을 이루어 호평받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한 달을 살더라도 ‘윤석화’답게, 담대하고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요.”(2023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연극 ‘신의 아그네스’, 뮤지컬 ‘명성황후’ 등에 출연하며 한국 공연계 스타로 활약한 배우 윤석화 씨(사진)가 19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고인은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그는 2022년 뇌종양 판정을 받은 뒤 줄곧 투병해 왔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세이던 1975년 민중극단 연극 ‘꿀맛’으로 데뷔했다. 원래 교사나 현모양처를 꿈꿨으나 개성 있는 음색 덕에 CM(광고방송)송을 부르며 주목 받았다. 대중에게 친숙한 “열두 시에 만나요…”(아이스크림)와 “하늘에서 별을 따다…”(탄산음료)가 고인의 목소리다. 고인이 스타로 발돋움한 작품은 ‘신의 아그네스’였다. 1983년 직접 번역하고 주역을 맡은 이 작품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그를 연극계 간판 배우로 만들었다. 실험극장 초연 당시 최장기 공연(532회)과 최다 관객 동원(10만 명) 등을 기록했다. 그는 연극 ‘덕혜옹주’(1995년), ‘햄릿’(2016년) 등에서 활약하며 배우 손숙, 박정자와 국내 연극계를 이끄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역시 국내 초창기부터 ‘신데렐라’(1976년), ‘명성황후’(1996년) 등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2012년엔 제작자로 변신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원더풀 타운’을 무대에 올렸다. 1994년 자신의 이름(石花)에서 착안한 잡지사 ‘돌꽃컴퍼니’를 설립했으며, 1999년 음악전문지 월간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2022년 10월 런던 출장 중 쓰러진 고인은 악성 뇌종양이 발견돼 당시 2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고인의 마지막 무대는 2023년 배우 손숙의 데뷔 60주년 연극 ‘토카타’에 5분가량 섰던 우정 출연이었다. 1984년 동아일보 여성동아대상을 비롯해 동아연극상 연기상과 백상예술대상, 한국연극배우협회 올해의 배우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2005년 어린이날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남편 김석기 씨와 아들 수민 씨, 딸 수화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 02-2227-7500사지원 기자 4g1@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메디치 가문이 좋아했던 그림을 그린 보티첼리와 라파엘로. 이들의 그림은 윤곽선이 뚜렷하고 정돈된 게 특징이다. 인물 얼굴도 결점 하나 없이 도자기 인형처럼 반짝인다. 라파엘로의 마리아나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떠올려 보면 확실하고 분명한 표현이 더 잘 드러난다.그런데 스페인에서 활동했던 화가 엘 그레코(1541∼1614)의 그림 속 인물은 붓 터치가 지나간 자국이 훤히 보인다. 비단결처럼 깨끗하게 반짝여야 할 성인의 옷은 폭풍우에 휩싸인 듯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채 하늘을 쳐다보는 남성이 느끼는 격정적인 감정. 이 그림의 모든 요소가 말해주고 있다.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의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전시된 이 작품은 ‘참회하는 성 베드로’다. 베드로는 예수가 체포되자 자신도 고문과 처형을 당할 것이 두려워 그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거짓말한다.앞서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베드로에게 ‘닭이 울기 전 너는 나를 세 번 부인할 것’이라고 했다. 베드로가 세 번째로 예수를 모른 척한 뒤 아침 닭이 울었고, 이때 베드로는 예수의 예언을 기억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림은 이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그림의 왼쪽 작은 사람들은 천사와 막달라 마리아다. 막달라 마리아는 천사로부터 예수가 부활했다는 소식을 듣고 베드로에게 전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 베드로는 이후 예수에게 다시 참회하고 사랑을 고백하며 재신임을 받는다. 그 때문에 ‘참회하는 베드로’는 고해성사를 정당화하는 데 자주 사용됐다고 한다.엘 그레코가 활동했던 당시 스페인은 종교개혁을 반대하는 가톨릭 국가였다. 따라서 개신교 지역과 달리 종교화를 많이 그렸고, ‘참회하는 베드로’는 개신교가 반대하는 고해성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미지로 여겨져 여러 번 그려졌다. 엘 그레코가 그린 것으로 확인된 그림만 최소 6점이다.엘 그레코의 본명은 도미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 그는 그리스 사람이었다. 크레타섬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로마에서 그림을 배우고 스페인으로 이주해 활동했다. 엘 그레코는 스페인어로 ‘그리스 사람’이란 뜻이다.그의 작품은 피렌체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아카데미 미술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스페인 밖에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에두아르 마네는 엘 그레코의 그림을 보기 위해 마드리드와 그의 주 활동지였던 톨레도까지 직접 방문했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피카소는 어린 시절 프라도미술관에서 그의 작품 ‘오르가스 백작 매장’(1586년)을 보고 영감을 얻어 청색 시대의 대표작인 ‘카사헤마스의 장례’(1901년)를 그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메디치 가문이 좋아했던 그림을 그린 보티첼리와 라파엘로. 이들의 그림은 윤곽선이 뚜렷하고 정돈된 게 특징이다. 인물 얼굴도 결점 하나 없이 도자기 인형처럼 반짝인다. 라파엘로의 마리아나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떠올려보면, 확실하고 분명한 표현이 더 잘 드러난다.그런데 스페인에서 활동했던 화가 ‘엘 그레코(El Greco·1541~1614)’의 그림 속 인물은 붓 터치가 지나간 자국이 훤히 보인다. 비단결처럼 깨끗하게 반짝여야 할 성인의 옷은 폭풍우에 휩싸인 듯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채 하늘을 쳐다보는 남성이 느끼는 격정적인 감정. 이 그림의 모든 요소가 말해주고 있다.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의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전시된 이 작품은 ‘참회하는 성 베드로’다. 베드로는 예수가 체포되자 자신도 고문과 처형을 당할 것이 두려워 그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거짓말한다.앞서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베드로에게 ‘닭이 울기 전 너는 나를 세 번 부인할 것’이라고 했다. 베드로가 세 번째로 예수를 모른 척한 뒤 아침 닭이 울었고, 이때 베드로는 예수의 예언을 기억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림은 이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그림 왼쪽 작은 사람들은 천사와 막달라 마리아다. 막달라 마리아는 천사로부터 예수가 부활했다는 소식을 듣고 베드로에게 전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 베드로는 이후 예수에게 다시 참회하고 사랑을 고백하며 재신임을 받는다. 때문에 ‘참회하는 베드로’는 고해성사를 정당화하는데 자주 사용됐다고 한다.엘 그레코가 활동했던 당시 스페인은 종교개혁을 반대하는 가톨릭 국가였다. 따라서 개신교 지역과 달리 종교화를 많이 그렸고, ‘참회하는 베드로’는 개신교가 반대하는 고해성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미지로 여겨져 여러 번 그려졌다. 엘 그레코가 그린 것으로 확인된 그림만 최소 6점이다.엘 그레코의 본명은 도미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 그는 그리스 사람이었다. 크레타섬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로마에서 그림을 배우고 스페인으로 이주해 활동했다. 엘 그레코는 스페인어로 ‘그리스 사람’이란 뜻이다.그의 작품은 피렌체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아카데미 미술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스페인 밖에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에두아르 마네는 엘 그레코의 그림을 보기 위해 마드리드와 그의 주 활동지였던 톨레도까지 직접 방문했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피카소는 어린 시절 프라도미술관에서 그의 작품 ‘오르가스 백작 매장’(1586)을 보고 영감을 얻어 청색 시대의 대표작인 ‘카사헤마스의 장례’(1901)을 그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어느 크리스마스 날, 네덜란드 로테르담 조용한 마을의 6세 소년은 테이블에 가득한 선물을 보고 기뻐한다. 그중 영국산 미니어처 자동차 ‘딩키 토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작고 검은 자동차를 품은 아이에게 엄마가 말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있단다. 그 친구들을 위해 선물 하나를 주는 건 어떠니? 그 선물은 네가 소중히 여기고, 조금은 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어야 해.” 아이는 망설이다 딩키 토이를 엄마에게 건넸다. “제 마음이 바뀌기 전에 가져가세요.” 약 40년 뒤 어른이 된 소년은 스위스 출신 예술가 피필로티 리스트의 작품에 매료된다. 2시간 넘게 몰입한 그는 이 작품을 소장하게 된다. 다만 아끼는 장난감을 건네듯, 그 작품을 수장고에 넣는 대신 공공 미술관에 전시하기로 했다. 이렇게 수집한 작품 500여 점을 네덜란드 주요 미술관에 기증한 이가 작가 겸 미술 수집가인 한 네프컨스(71)다. 대만을 찾은 네프컨스 작가를 신베이시립미술관(NTCAM)에서 10일 만났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으로 작품 기증 및 제작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엔 NTCAM과 벨기에 앤트워프 현대미술관(M HKA), 핀란드 키아스마 현대미술관(Kiasma), 한국 아트선재센터 등 4개 미술관과 협업해 작가를 후원하는 ‘유라시아 무빙 이미지 커미션’ 프로젝트 발표를 위해 대만을 찾았다. 한네프컨스재단은 2009년부터 세계 60여 개 미술관과 협업해 작품 제작 지원을 해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유럽과 아시아 미술관을 아우르는 공모 프로그램으로, 규모도 12만 달러(약 1억7600만 원)로 기존(10만 달러)보다 늘었다. 각 미술관이 작가를 추천하면 심사를 거쳐 내년 초 선정 작가를 발표한다. 네프컨스 작가는 심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나눔의 기쁨’이라는 책을 만들기도 한 그는 “나는 ‘작품 수집가’보다는 ‘대화와 관계의 수집가’라는 말이 더 좋다”며 “큐레이터와 작가들이 나누는 대화와 선택을 통해 내가 몰랐을 작품들을 자세히 보게 되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책 읽기와 공상을 좋아했던 저는 창문 밖으로 축구하며 뛰어노는 친구들을 구경만 하는 아이였어요. 시골 마을에서 나와 마음이 맞는 대화를 할 친구가 없다는 걸 느꼈지요.” 어린 시절부터 연결에 대한 갈망이 있던 그는 33세 때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 판정을 받았고, 49세엔 뇌염을 심각하게 앓았다. 먹고, 걷고, 말하고, 읽고, 쓰는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던 ‘죽음의 위기’는 세상을 다르게 보게 했다. “33세에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했죠. 거기서 물질적인 것은 절대 1순위가 아니었습니다. 내게 중요한 건 글쓰기, 그리고 예술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었어요.” 네프컨스 작가가 만든 ‘연결 고리’를 통해 빌 비올라, 로니 혼,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 미술관에 기증됐다. 한국 작가 김희천, 안정주, 남화연 등도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 “내가 아끼는 걸 다른 이에게 주는 것. 지금 사회에서 가장 저평가된 가치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냄으로써 나는 이 세상의 일부가 됩니다. 일상에서 그보다 더 풍요로운 일이 있을까요?”신베이=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던 저자는 1989년 가을 일본 홋카이도에서 ‘이상한 스님’, 도노히라 요시히코를 만난다. 도노히라 스님은 일본 사회에서 차별당했던 아이누 사람들의 장례를 정성껏 치러줬기에 마을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다’고 여겼다. 그뿐만 아니라 이 스님은 마을 숲에 묻힌 유골을 찾아내 불교식으로 화장해 주고 있었다. 이 유골은 1935∼1943년 홋카이도 슈마리나이 댐 공사에 강제 동원됐다가 사망한 조선인 노동자들의 것이었다. 당시 공동 육아를 연구하던 저자는 슈마리나이 현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도노히라 스님에게 화장을 멈춰 달라고 했다. “좋은 뜻으로 잘하고 계신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적인 범죄 현장이자 범죄 희생자가 묻혀 있는 자리입니다. …전문가가 올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은 (제가) 논문 쓰는 게 급합니다. 빨리 논문을 쓰고 한국에서 교수가 되면 학생들과 다시 오겠습니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된 저자는 9년 뒤인 1997년 여름 슈마리나이를 다시 찾았다. 그리고 1997년부터 2013년까지 자신의 제자들은 물론 일본인, 재일 교포, 대만 청년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 가운데 발굴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동아시아공동워크숍’이 만들어졌고, 발굴은 학계 사람들은 물론 예술가와 지역 사회까지 참여하는 평화와 화합의 장이 됐다. 이 과정을 저자의 글과 구술 녹취록을 바탕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인 정병호 교수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슈마리나이 풀숲에 묻혀 있던 유골 115구는 결국 광복 70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왔다. 일본 땅에서 일본 스님이 분골했고, 일본 절이 마련한 117개의 유골함에 담긴 채. 그리고 삿포로에서 그냥 비행기에 실려 오는 것이 아니라 도쿄, 오사카, 교토, 히로시마, 시모노세키까지 일본 열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기억의 길’을 만들면서 천천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저자는 “단지 유골의 이동이 아니라 존엄의 회복을 위한 행진이라고 믿었다”고 회고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70년대부터 줄곧 한국 사회에서 문학의 역할을 모색해 온 출판사 문학과지성사가 12일 창사 50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념식을 개최했다. 같은 동명의 계간지를 모태로 하는 문학과지성사는 1975년 12월 12일 창립했다.문학과지성사는 계간지 ‘문학과지성’(1970년 창간)을 함께 만들던 문학평론가 김현, 김치수, 김병익, 김주연과 변호사 황인철이 함께 세웠다. 초대 대표인 김병익 평론가는 이날 행사에 보낸 음성 메시지에서 “그 때 우리는 문학이요 지성이요 높이 외쳐 불렀지만 시대가 지난 오늘은 밝은 그러나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문학이요 지성이요 절을 올린다”고 했다.김주연 평론가는 이날 연단에 올라 “먼저 간 회사를 세운 동인들 김현 김치수 황인철의 얼굴이 생각난다. 이어 오생근 김종철이 후진으로 참가했는데 모두 일곱 사람 중 세 사람이 남았고 참 일찍 갔다는 생각 때문에 많이 그립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문지가 문학 인생의 출발이었고 그 때나 지금이나 저와 같이 느낄 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50년이 지난 지금부터는 인공지능(AI)까지 포괄하는 전면적인 융복합 자세와 능력으로 새 시대를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이광호 현 대표이사는 “50주년을 맞으니 두 장면이 생각난다. 1980년대 ‘문학과지성’이 신군부에 의해 폐간됐다가 1988년 ‘문학과사회’로 복간한 때, 2013년 45명 주주가 지분을 모두 양도해주어 문지문화협동조합 지주회사를 만든 일”이라며 “이 과정에서 문지는 아무도개인적 지분이 없는 독특한 소유구조를 갖게 됐다. 문학에 비유해서 말하면 문지는 우리 모두가 주인이자 손님”이라고 말했다.문학과지성사는 1976년 최인훈 전집을 비롯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등 한국 문학사를 대표하는 소설을 냈을 뿐아니라, 지난해 600호 출간을 맞은 ‘문지 시인선’으로도 정현종, 마종기, 이성복, 황지우, 최승자, 김혜순, 기형도 등 한국 문학의 상징적인 작가들의 시집을 출간했다.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도 등단하기 전인 1993년 ‘문학과사회’(1980년 ‘문학과지성’이 폐간하고 1988년 ‘문학과사회’로 복간)에 시 다섯 편을 발표했고, 시집인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는 2013년 문지 시인선으로 발간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한국 문학사를 정리한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 ‘젠더’, ‘사랑’, ‘폭력’ 등 4가지를 키워드로 문학사를 정리한 책 ‘동시대 문학사’ 시리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화려한 펜던트와 럭셔리한 옷을 입고 머리 장식까지 한 상태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성. 그를 설득하려는 듯 왼쪽에서 손짓을 하며 말을 걸고 있는 또 다른 여성. 화려한 여성과 달리 장신구도 하나 걸치지 않았고, 심지어 머리카락은 노란색 천으로 가렸다.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대비되는 이들은 누구일까.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이 그림은 오랫동안 두 가지 오해를 받았다. 첫째는 화려한 여성과 검소한 여성이 대조를 이루는 건 허영심과 겸손함을 대비시켜 보여 주려는 의도라는 것. 때문에 이 그림은 과거 ‘겸손과 허영의 우화’라 불리기도 했다. 둘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렸다는 오해다. 다빈치가 그린 작품으로 여겨진 이유는 오른쪽 여성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아서 드러나는 것처럼 입체적인 모습으로 표현됐다. 사람이나 사물 형태를 윤곽선 없이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드러내는 이러한 표현 방식을 이탈리아에선 ‘스푸마토(Sfumato) 기법’이라 한다. 이건 바로 다빈치가 만들어낸 방식이다.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와 이 그림 속 얼굴을 비교해 보면 이해하기가 더 쉽다. 다빈치가 사용한 스푸마토 기법은 이후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화가들이 따라했다. 이 그림을 그린 밀라노 화가 베르나르디노 루이니도 그랬다. 또 루이니의 다른 그림을 살펴 보면, 이 작품이 그저 단순히 화려한 여성과 검소한 여성을 대비시킨 게 아니란 점도 알게 된다. 바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를 따르기로 결심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루이니는 막달라 마리아를 여러 차례 그려 왔고, 막달라 마리아를 상징하는 주요 소품 중 하나가 그림에서 여성이 쥐고 있는 ‘향유병’이다. 향유병은 성경에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발과 머리에 부은 향유를 담고 있다. 막달라 마리아는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속세의 허영을 버리고, 검소한 옷차림인 ‘성녀 마르타’의 설득으로 예수를 따르게 된다. 향유병은 막달라 마리아가 물질적인 유혹을 벗어 던지는 순간을 강조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1936년 앤 R 퍼트넘과 에이미 퍼트넘이란 인물이 세상을 떠난 여동생 이레네를 추모하며 샌디에이고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이후 미술관의 연구를 바탕으로 진짜 화가가 누구인지, 내용은 무엇인지가 밝혀졌다. 흥미로운 건 성경에선 허영을 버리고 검소함을 가지라고 강조하지만, 그림 속 두 여성은 똑같은 비중으로 묘사됐다는 점이다. 인간은 삶에서 어떤 가치를 따를 것인가. 화가는 그 선택의 몫을 관객에게 넘겨주고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화려한 펜던트와 럭셔리한 옷을 입고 머리 장식까지 한 상태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성. 그를 설득하려는 듯 왼쪽에서 손짓을 하며 말을 걸고 있는 또 다른 여성. 화려한 여성과 달리 장신구도 하나 걸치지 않았고, 심지어 머리카락은 노란색 천으로 가렸다.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대비되는 이들은 누구일까.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이 그림은 오랫동안 두 가지 오해를 받았다. 첫째는 화려한 여성과 검소한 여성이 대조를 이루는 건 허영심과 겸손함을 대비시켜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것. 때문에 이 그림은 과거 ‘겸손과 허영의 우화’라 불리기도 했다. 둘째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렸다는 오해다. 다 빈치가 그린 작품으로 여겨진 이유는 오른쪽 여성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아서 드러나는 것처럼 입체적인 모습으로 표현됐다. 사람이나 사물 형태를 윤곽선 없이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드러내는 이러한 표현 방식을 이탈리아에선 ‘스푸마토(Sfumato) 기법’이라 한다. 이건 바로 다 빈치가 만들어낸 방식이다. 다 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와 이 그림 속 얼굴을 비교해보면 이해하기가 더 쉽다.다 빈치가 사용한 스푸마토 기법은 이후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화가들이 따라했다. 이 그림을 그린 밀라노 화가 베르나르디노 루이니도 그랬다. 또 루이니의 다른 그림을 살펴 보면, 이 작품이 그저 단순히 화려한 여성과 검소한 여성을 대비시킨 게 아니란 점도 알게 된다. 바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를 따르기로 결심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루이니는 막달라 마리아를 여러 차례 그려 왔고, 막달라 마리아를 상징하는 주요 소품 중 하나가 그림에서 여성가 쥐고 있는 ‘향유병’이다.향유병은 성경에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발과 머리에 부은 향유를 담고 있다. 막달라 마리아는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속세의 허영을 버리고, 검소한 옷차림인 ‘상냐 마르타’의 설득으로 예수를 따르게 된다. 향유병은 막달라 마리아가 물질적인 유혹을 벗어 던지는 순간을 강조하는 상징이기도 하다.이 작품은 1936년 앤 R. 퍼트넘과 에이미 퍼트넘이란 인물이 세상을 떠난 여동생 이레네를 추모하며 샌디에이고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이후 미술관의 연구를 바탕으로 진짜 화가가 누구인지, 내용은 무엇인지가 밝혀졌다. 흥미로운 건 성경에선 허영을 버리고 검소함을 가지라고 강조하지만, 그림 속 두 여성은 똑같은 비중으로 묘사됐다는 점이다. 인간은 삶에서 어떤 가치를 따를 것인가. 화가는 그 선택의 몫을 관객에게 넘겨주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LG와 함께하는 제20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바이올린 부문) 결선에서 뜨거운 경쟁을 이어갈 연주자들이 결정됐다. 7,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열린 준결선 경연 결과, 결선에 오르게 된 참가자는 제이슨 문(26·미국 콜번스쿨)과 윤해원(20·한국예술종합학교), 이예송(22·독일 한스아이슬러 음악대), 임현재(28·미국 커티스음악원), 올렉시 티셴코(18·오스트리아 빈음악대), 릴리아 포치타리(28·독일 한스아이슬러 음악대) 등 6명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인 제이슨 문 씨는 “수년 동안 좋아하며 연습했던 곡을 골랐기에 백스테이지에선 정말 떨렸지만 무대에서는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서 연주했다”며 “이제 결선에 한 곡만 남았으니 집중해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몰도바 출신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포치타리 씨는 “독일에 있을 때 넷플릭스로 한국 음식 다큐를 보고 매주 비빔밥을 해 먹었는데, 한국에서 진짜 비빔밥을 먹어봐서 기쁘다”며 웃었다. 윤해원 씨는 “준결선 진출만으로도 떨렸지만 심호흡하고 최대한 음악 표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결선에서 연주할 시벨리우스 협주곡에서 북유럽의 풍경이 주는 느낌을 잘 묘사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2022년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 최연소 입상자인 이예송 씨는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공연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그 기회를 얻게 되어 감사하고 즐겁게 임하려고 노력했다”며 “결선에서 연주할 시벨리우스는 아련한 곡이지만 활기찬 분위기를 내보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티셴코 씨는 교수의 권유로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참여하며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낯선 나라에서 완전한 외국인이 돼 자유로워지는 기분을 느껴서 좋았다”며 “약간의 긴장감이 연주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임현재 씨는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라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5년 전 살아 있는 게 기적이라고 할 정도의 큰 교통사고를 겪은 뒤 4년 동안 연주를 못 했던 그는 지난해 6월 다시 악기를 잡았다고 한다. 4개월 연습 뒤에 참가한 윤이상콩쿠르와 올 5월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도 준결선에 진출하고 이번에도 결선에 올라 “지금도 꿈을 꾸는 듯 얼떨떨하다”고 했다. 임 씨는 “2년 동안 병원 생활을 했고, 지금도 나에게 맞는 연주 방식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결선 경연은 10일 오후 1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장윤성 지휘 한경아르떼필하모닉 협연으로 열린다. 결선 진출자들은 장 시벨리우스, 차이콥스키, 브람스 협주곡 등을 연주할 계획이다. 시상식은 결선에 이어 같은 날 오후 6시 반에 열린다. 입상자에게는 1위 5만 달러(약 7300만 원) 등의 상금과 함께 국내외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발표회 초청 등 다양한 연주 기회가 제공된다. 결선 공연은 전석 2만 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이 2억3640만 달러(약 3488억 원)에 팔리며 공개 경매로 팔린 미술품 중 역대 두 번째로 비싼 작품이 됐다. 그렇다면 클림트 작품처럼 일반인은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가격에 경매봉을 두드리게 한 작품은 뭐가 있을까. 작품에 얽힌 여러 이야기와 함께 ‘역대 경매가 톱10’을 살펴봤다. 다만 미술품은 갤러리 판매나 경매사 프라이빗 세일 등 여러 방식으로 거래돼, 경매 최고가가 가장 비싼 작품이란 뜻은 아니다. ● ‘홧김에 경매’ 역대 최고가공개 경매의 역대 최고가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00년경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살바토르 문디’다. 2017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4억5030만 달러에 팔렸다. 당시 시세로 5000억 원에 가까운 금액도 놀랍지만, 사연도 화제였다. 예수가 투명한 유리구를 쥐고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1958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처음 나왔을 땐 겨우 45파운드에 팔렸다. 이후 복원을 거쳐 옥스퍼드대에서 ‘다빈치 진품’ 인정을 받았는데, 러시아 억만장자인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가 2013년 스위스 딜러로부터 1억2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훗날 리볼로블레프는 “딜러가 가격을 뻥튀기했다”며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격분한 리볼로블레프는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 작품을 내놓는다. ‘홧김에 경매’였다. 그런데 20분가량 이어진 경합은 점점 치열해지더니 한 번에 2000만, 3000만 달러씩 가격이 치솟았다. 미술전문 매체인 아트뉴스페이퍼는 당시 “경매장 분위기가 서커스장 같았다”고 했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대리인이 리볼로블레프가 샀던 가격의 약 4배에 낙찰받았다. 다만 ‘살바토르 문디’가 다빈치 진품이 맞느냐는 여전히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모딜리아니, 중국 벼락부자가 낙찰 때로 작품보다 낙찰받은 사람이 더 주목받기도 한다. 공개 경매가 역대 4위인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작품 ‘누운 누드’(1억7040만 달러)를 2015년 낙찰받은 건 중국의 대표적 벼락부자로 꼽히는 류이첸(劉益謙) 선라인그룹 회장이다. 노동자 집안 출신인 류 회장은 중학교 중퇴 뒤 가방 장사와 택시기사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1980년대부터 주식과 부동산 등에 뛰어들어 억만장자가 됐다.5위인 앤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매릴린’(1억9500만 달러)은 총을 맞아 더 유명해졌다. 배우 매릴린 먼로를 그린 연작 중 하나인데, 원 제목은 ‘세이지 블루 매릴린’이었다. 1964년 퍼포먼스 예술가인 도로시 포드버가 워홀에게 “쏴도 돼?(Can I shoot?)”라고 물었고, 이를 사진 촬영이라 여긴 워홀은 “찍어(Shoot)”라고 답했다. 그러자 포드버는 그림 속 먼로 이마에다 권총을 쐈다. 워홀은 그림 복원 뒤 제목에 ‘샷(총 맞은)’을 추가했다. 2022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유명 화상인 래리 거고지언이 낙찰받았다.이 밖에 역대 경매가 상위 10위엔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1억7940만 달러·카타르 전 총리 하마드 빈 자심 빈 자비르 알사니 낙찰)과 빈센트 반 고흐의 ‘가셰 박사 초상’(8250만 달러·일본 다이쇼와 제지 명예회장 사이토 료에이), 장미셸 바스키아의 ‘무제’(1억1050만 달러·일본 조조타운 창업자 마에자와 유사쿠) 등도 이름을 올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과거 강력범죄 이력이 드러난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49·사진) 씨가 6일 은퇴를 선언했다. 조 씨는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실망드린 걸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조 씨가 고교생이던 1994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차를 훔치고 성폭력 등 강력범죄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5일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조 씨는 당시 유죄를 받고 소년원에 송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엔터테인먼트는 “배우에게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으나 관련 법적 절차도 종결됐으며 성폭력 관련 행위는 (조 씨와) 무관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조 씨는 이튿날 은퇴를 선언했다. 일각에선 주로 정의로운 배역을 맡아 온 조 씨에 대한 대중의 ‘배신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씨는 아버지 이름을 예명 삼아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단역으로 데뷔했다. 2016년엔 드라마 ‘시그널’에서 오랜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를 연기하며 인기를 끌었다. 독립군을 다룬 영화 ‘암살’ 출연을 계기로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홍보대사를 맡았고, 2021년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될 땐 ‘국민 특사’로 참여했다. 올 8월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했다. 이번 사건은 ‘소년범 전과 공개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쟁으로 확대하는 양상이다. 현행법상 소년범 사건의 기록과 수사 자료는 피해 당사자라 할지라도 소년부 판사가 허가해야만 열람이 가능하다. 낙인을 방지해 교화와 재사회화를 돕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성폭행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2년엔 15세 성폭력범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주소지 공개를 요청한 피해 여학생(당시 15세)의 소송을 법원이 기각해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피해 학생을 대리한 법무법인 원곡 조영신 변호사는 “적어도 강력범죄라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 씨는) 청소년 시절 잘못을 했고 응당한 제재를 받았다”고 했다. 죗값을 치른 뒤 성인이 된 이후의 삶까지 부정당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조 씨가 평소 정치적 소신을 밝혀 온 탓에 이번 사안은 여야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조 씨는 8월에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하는 등 친여 성향을 보여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성인이 된 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깊어진다”며 옹호성 발언을 남겼다. 반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가해자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평생 트라우마 속에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조 씨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의 소년범 전력을 국가가 검증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7일 밝혔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과거 강력범죄 이력이 드러난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49) 씨가 6일 은퇴를 선언했다. 조 씨는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실망드린 걸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밝혔다.이번 사태는 조 씨가 고교생이던 1994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차를 훔치고 성폭력 등 강력범죄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5일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조 씨는 당시 유죄를 받고 소년원에 송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엔터테인먼트는 “배우에게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으나 관련 법적 절차도 종결됐으며 성폭력 관련 행위는 (조 씨와) 무관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조 씨는 이튿날 은퇴를 선언했다.일각에선 주로 정의로운 배역을 맡아 온 조 씨에 대한 대중의 ‘배신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씨는 아버지 이름을 예명 삼아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단역으로 데뷔했다. 2016년엔 드라마 ‘시그널’에서 오랜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를 연기하며 인기를 끌었다. 독립군을 다룬 영화 ‘암살’ 출연을 계기로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홍보대사를 맡았고, 2021년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될 땐 ‘국민 특사’로 참여했다. 올 8월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했다.이번 사건은 ‘소년범 전과 공개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쟁으로 확대하는 양상이다. 현행법상 소년범 사건의 기록과 수사 자료는 피해 당사자라 할지라도 소년부 판사가 허가해야만 열람이 가능하다. 낙인을 방지해 교화와 재사회화를 돕겠다는 취지다.문제는 성폭행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2년엔 15세 성폭력범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주소지 공개를 요청한 피해 여학생(15세)의 소송을 법원이 기각해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피해 학생을 대리한 법무법인 원곡 조영신 변호사는 “적어도 강력범죄라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 씨는) 청소년 시절 잘못을 했고 응당한 제재를 받았다”고 했다. 죗값을 치른 뒤 성인이 된 이후의 삶까지 부정당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조 씨가 평소 정치적 소신을 밝혀 온 탓에 이번 사안은 여야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조 씨는 8월에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하는 등 친여 성향을 보여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성인이 된 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깊어진다”며 옹호성 발언을 남겼다. 반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가해자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평생 트라우마 속에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조 씨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의 소년범 전력을 국가가 검증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7일 밝혔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지난달 18일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이 2억3640만 달러(약 3630억 원)에 팔리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공개 경매로 팔린 미술 작품 중 역대 두 번째 높은 가격이었다.미술 작품은 공개 경매뿐 아니라 갤러리나 딜러의 판매, 경매사의 프라이빗 세일 등 여러 방식으로 거래된다. 이 때문에 경매 최고가라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지며, 때로 치열한 경합이 오가고 작품이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는 경매는 관심의 대상이 되는 하나의 이벤트다. 클림트의 작품처럼 상상을 뛰어넘는 가격에 ‘경매봉’을 두드리게 한 작품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봤다.● ‘홧김에 경매’로 역대 최고가역대 최고가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1500년경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살바토르 문디’로, 2017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20분간 경합 끝에 4억5030만 달러에 팔렸다. 한화로 약 5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도 놀랍지만, 드라마틱한 사연도 화제였다.예수가 투명한 유리구를 쥐고 바라보는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1958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나와 단돈 45파운드(약 10만 원)에 팔린다. 이후 복원을 거쳐 옥스퍼드대 학회에서 ‘다빈치 진품’ 인정을 받는데, 이 작품을 러시아 억만장자인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가 스위스 딜러로부터 1억2000만 달러에 샀다. 리볼로블레프는 “스위스 딜러가 작품 가격을 뻥튀기했다”고 뒤에 소송을 걸지만 패소했다.격분한 리볼로블레프는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 이 작품을 내놓는다. ‘홧김에 경매’였다. 그런데 20분간 이어진 경합은 점점 치열해지며 한 번에 2000만, 3000만 달러씩 가격이 올랐다. 결국 사우디 왕자 모하메드 빈 살만의 대리인이 낙찰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리볼로블레프가 산 가격의 4배였다. 급상승하는 가격에 경매장 분위기는 서커스장 같았다고 전한다.● 억만장자 택시 기사, 총 맞은 그림때로는 작품보다 낙찰받은 사람이 더 주목받는다. 역대 4위인 아마데오 모딜리아니의 작품 ‘누운 누드’(1억7040만 달러)를 2015년 낙찰받은 사람은 중국의 억만장자 류이첸이었다. 류이첸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가방 장사와 택시 기사로 생계를 유지하다 1980~1990년대 주식과 부동산, 제약 투자로 재벌이 됐다. 6, 7명과 경합 끝에 손에 넣은 작품을 류이첸은 아내 왕웨이와 세운 미술관 ‘롱뮤지엄’에 보관하고 있다.5위 작품인 앤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매릴린’(1억9500만 달러)은 실제로 총을 맞아 유명해졌다. 이 작품은 배우 매릴린 먼로를 그린 연작 중 하나인데, 원래 제목은 ‘세이지 블루 매릴린’이다. 이 작품 앞에서 퍼포먼스 예술가인 도로시 포드버가 워홀에게 ‘쏴도 돼?(Can I shoot?)라고 물었고, 이를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들은 워홀이 ‘찍어’(Shoot)이라고 답해 포드버가 그림 속 먼로의 이마에 권총을 쏘았다. 워홀은 그림을 복원한 뒤 제목에 ‘샷’(총 맞은)을 추가했다. 2022년 5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유명한 화상 래리 가고시안이 낙찰받았다.이밖에 경매 최고가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1억7940만 달러), 빈센트 반 고흐의 ‘가셰 박사 초상’(8250만 달러),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치안 프로이트 연구 3부작’(1억4240만 달러), 장미셸 바스키아의 ‘무제’(1억1050만 달러) 등이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