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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애 씨(사진)가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됐던 사할린 동포와 형편이 어려운 독립 운동가 후손을 위해 써달라며 동아일보-대한적십자사 디지털콘텐츠 공동기획 프로젝트 ‘동행’에 2000만 원을 기부했다.5일 대한적십자사 등에 따르면 이 씨는 “일제 강점기 때 일어난 희생과 고통을 입은 분들에게 써달라”며 9월초 사할린 동포 돕기 캠페인과 독립운동가 후손 돕기 캠페인에 각각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 씨 측 관계자는 “우리가 어려운 시기에 돌보지 못했던 분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드리고 싶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계속 지원을 약속하며 2000만 원을 우선 기부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일제 강점기 피해자, 독립 운동가와 그 후손의 생활상에 더 많은 사회적 관심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뜻도 전달해왔다.이 씨는 8월말 지인에게 ‘동행’ 시리즈에서 귀국 사할린 동포 지원과 관련된 기사를 보내오며 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8월 보도됐던 사할린 강제동원 피해자 등에 대한 지원 부족 문제를 다룬 ‘깊은 상처 안고 돌아온 고국, 따뜻한 희망의 한끼’() 기사다. 이후 수년간 단칸방을 전전해온 독립 운동가의 후손을 다룬 기사 ‘천석꾼 가세 기울었어도, 독립운동 아버지 원망은 이제 안 해요’() 기사를 본 뒤에도 기부 의사를 밝혔다.이 씨는 독립 유공자와 참전 용사와 관련된 기관 등에 꾸준한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올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천안함재단에 5000만 원을, 8월 광복절을 맞아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1억 원을 기부했다.동아일보와 대한적십자사는 독립운동가 후손을 지원하는 기부 캠페인(아래 링크)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모금액은 기부금품법에 의해 관리되며 사용 내역은 대한적십자사 기부금품 모집 및 지출명세를 통해 공개됩니다.▶후원하기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지난해 2월 6일,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에서는 규모 7.8, 연이어 카흐라만마라쉬에서 규모 7.5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사망자는 무려 5만 명, 부상자도 11만 명에 달했습니다. 워낙 피해가 큰 탓에 21세기 최악의 재난 중 하나라는 말이 나왔죠. 전문가들은 참상을 극복하는 데만 10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진 발생 후, 한국에서는 슬픔에 빠진 튀르키예를 도우려는 움직임이 크게 일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급히 성금을 모았고요. 애초 200억 원을 모금 목표로 세웠으나, 이를 훌쩍 뛰어넘는 400억 원 성금이 마련됐습니다. 6·25 전쟁 당시 파병했던 우리나라에 반대로 도움의 손길을 받게 된 것이죠.한국에서 모인 성금은 지진 피해 복구 현장에서 식량, 보건, 생계 등 다양한 분야에 지원됐습니다. 특히 지진 피해자들의 임시 숙소로 쓰이는 카르만마라쉬 지역 ‘우정의 마을’ 운영 자금으로 쓰입니다. 적십자사는 지역 내 소상공인의 피해 복구에도 힘을 썼습니다. 취약계층과 더불어 소규모·중소 자영업자에게 13억400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하였고, 총 428개의 업체가 지원을 받았습니다. 동아일보는 현장을 찾아 당시의 참상과 함께, 한국 국민의 성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봤습니다.한국으로부터 지진 피해 지원을 받은 튀르키예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유튜브()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와 대한적십자사는 지난해 큰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 내 임시 거주처 등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모금액은 기부금품법에 의해 관리되며 사용 내역은 대한적십자사 기부금품 모집 및 지출명세를 통해 공개됩니다. 아래 링크와 QR코드를 통해 지원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가지안테프=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불가리아는 튀르키예과 국경을 맞댄 곳으로, 흔히 유럽의 관문으로 불리죠. 긴 내전을 겪는 시리아 난민들이 인근 국가가 아닌 곳을 향할 때 먼저 찾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찾은 불가리아 하르만리 난민 센터. 불가리아 동쪽 끝에 위치한 이곳에는 약 1000여명의 난민이 살고 있습니다. 주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한 시리아와는 1000km 넘는 곳이지만, 육로로 이어진 난민센터 중 이슬람권인 튀르키예를 제외하면 유럽권에서는 가장 가깝습니다.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최대 규모의 난민 센터인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난민들은 이곳에서 난민 자격을 인정받는 심사를 받습니다. 이때 더 나은 경제적 기회를 찾아 자발적으로 온 이주자는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난민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적 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 등으로 인해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 이들은 심사를 마치기 전까지 이곳에서 머무릅니다.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불가리아 내에서만 체류할 수 있습니다. 통상 6개월이지만, 2년까지도 걸립니다. 난민 센터에 처음 들어와 신분 등록을 위한 절차를 밟는 동안 8평 남짓한 공간에서 스무 명 넘는 인원이 대기하기도 합니다. 의료 지원 등은 NGO 단체 등을 통해 지원 받습니다.흔히 경제적 이주자들이 모이는 서유럽과는 달리, 이곳 난민 센터에는 실제로 장기화하는 시리아 내전 탓에 가족을 잃고, 고향과 멀어진 이들이 많았습니다. 가족을 잃은 이들이 많다 보니 아이를 혼자 길러야 하는 ‘독신모’가 된 이들을 위한 숙소만 한 동 따로 있을 정도였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난민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왔다고 했습니다. 난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인권과 인류애라는 보편적 가치 또한 포기할 수 없으므로, 우리의 고민은 깊어집니다. 현장에서 만난 난민들의 목소리. 유튜브()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와 대한적십자사는 실제로 박해와 위협을 받아 고국을 떠나 본국을 떠나온 사람들,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길 희망하는 난민들을 돕기 위한 후원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모금액은 기부금품법에 의해 관리되며 사용 내역은 대한적십자사 기부금품 모집 및 지출명세를 통해 공개됩니다. 아래 링크와 QR코드를 통해 지원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하르만리=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신곡 ‘아파트’를 듣다가 몇 가지 새로 알게 됐다. 첫 번째, 아파트라는 술자리 게임이 있다. 노래 가사는 그에 착안했다. 나는 그런 게임 모른다. 후배에게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 같은 건가? 가수 김종국 있잖아. 그 옛날에….” 그러자 그의 눈빛엔 언제 적 ‘당연하지’냐는 빈축이 담긴다. 사무실 자리로 돌아가 귀에 이어폰을 꼈다. 유튜브로 검색해서 무슨 게임인지 알아본다. 랜덤 게임. 랜덤 게임…. 두 번째, 아파트는 콩글리시다. 중간에 R 발음을 넣어 혀를 안쪽으로 유순하게 말면서 ‘아파ㄹ-트-먼트’(Apartment)라고 해야 뜻이 통한다. 해외 특파원으로 아파트먼트에 1년 살았는데, 몰랐다. 몰랐는데도, 그땐 아‧파‧트라고 끊어 말한 적이 없긴 하다. 굳이 따지자면, 아파트는 욕망과 결부된 재화라면 아파트먼트는 주거 형태를 일컫는 단어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려나 깊게 따질 일은 아니다. 이 노래는 아파트의 사회적 의미와는 별 관련이 없다. 랜덤 게임, 랜덤 게임…. 입과 귀에 착 감기는 리듬일 뿐이다. 노래는 한국적인 맥락을 이질적인 영어 가사에 가져다 놓는다. 그러면서 가수 본인의 자의식과 배경을 영리하게 드러낸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단어가 영어 가사 속에서 생경하게 맞부딪치자, 누구든 아파트라는 단어가 새롭게 느껴질 지경이 된다. 그러다가 노래가 창의적이면서도, 편안하다는 인상이 함께 전달된다. 이 노래를 들을 때, 한국인을 포함한 전세계인이 비슷하게 받는 느낌이다. 여럿 모이는 술자리 게임에서 리듬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박자에 정확하게 맞물리는 단정한 3음절, 초성에 ㅍ-ㅌ 파열음이 맞물리면서 만들어내는 어감이 입안에 굴리기 좋다는 건 술자리 게임에 끼어본 적 없는, 나도 알겠다. 그러나 이게 전 세계 어디서든 통하는 상품이자, 즐길 만한 음악적 잠재성이 있다고 하는 건 다른 차원이다. 어지간한 자기 확신 없이는 밀어붙일 수 없었을 것이다. 로제의 자기 확신을 뒷받침했던 건 우선은 예술가적 직관일 것이다. 그동안 로제의 음악뿐 아니라 디자인 작품도 소개되면서, 예술가로서의 미감이 진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오는 모양이다. 이처럼 타고난 직관에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로서 수년간 대중의 취향과 발맞춰온 가운데 쌓아간 자신감도 있었을 것이다. 성공 공식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자기 취향을 더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아파트의 흥행은 탁월한 잠재성을 지닌 개인 예술가를 발굴하고, 그 재능을 위축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육성해 온 창작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결합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엔터테인먼트라는 업(業)의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덕분에, 예술가를 산업 부속물로 여기지 않고,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해도 될까. 그리고 그 결과물은 지금 확신에 차서 결과로 입증한, 솔로 로제라고 말이다.정말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다면, 엔터업에 종사하며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자기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아는 사람들이 업의 본질을 지켜나가려고 하는 이유도 이해가 간다. 아파트 덕분에 새롭게 이해하게 된 일 중 하나다. “That’s what I’m on, yeah.” (로제·브루노 마스, APT 中)임현석 기자 lhs@donga.com}
1956년 초, 스물다섯 튀르키예군 부사관 한 명이 전쟁 뒤 폐허가 된 한국 땅에 내렸다. 유엔군이 6·25 전쟁 후 남아서 전후 복구 작업과 대북 감시 업무를 수행할 때다. 그는 한국에 파견 보낼 인력을 모집하자 자원했다. 한국은 세계인의 눈에 여전히 전쟁 불씨가 남은 곳이었다. 그는 세 살 딸과 두 살 아들을 두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손녀 두이구 니한 아자르 씨(32)가 말했다.“튀르키예 또한 투쟁 끝에 자유를 얻은 나라니까. 한국의 자유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참군인이기도 하셨다. 파견도 당연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셨을 것이다.”그 군인, 故 무자페르 아자르 씨는 1956년 2월부터 1년 5개월가량 한국에서 근무했다. 차량 정비 업무였다. 유엔군 일원으로 한국인들에게 관련 기술을 전수하면서. 폐허가 된 한국의 재건을 도왔다.손녀에게서 사진으로 본 할아버지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군인의 손녀는 대한적십자사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재건복구지원단에서 일하고 있다. 올해 1월 정식으로 채용됐다. 기자가 지난달 23일 지진 상흔이 남아 있는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 지역을 찾았을 때 만났다. 지난해 규모 7.8 지진이 일어나 5만 명 넘게 숨진 지역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을 돕던 할아버지, 한국의 도움을 받아 튀르키예 복구를 돕는 손녀.한국 재건 도운 할아버지, 튀르키예 돕는 대한적십자사 직원 손녀 -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다.“대한적십자사에서 일한다고 알렸더니, 아버지가 놀라더라. 할아버지로부터 한국 얘길 많이 듣곤 하셨는데, 이젠 딸까지 한국과 인연이 생겼으니까. 아버지가 운명적이라고 하더라. 아예 남편도 한국에서 찾으라고 한다.(웃음)”-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할아버지는 군대에서 차량 정비를 맡았던 군인이자 기술자였다. 내게도 무언가 늘 가르쳐주려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페인트로 벽 칠하는 법이라든지, 물건을 고치는 법이라든지. 남자아이 말고도 손녀인 내게도 말이다. 할아버지가 손자·손녀 중 가장 어린 나를 아껴주셨던 것 같다. 나도 그런 할아버지를 사랑했다. 엄격하면서도 자상하신 분이었다. 할아버지는 10여 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늘 그립다.”- 할아버지는 한국을 어떻게 기억하던가?“할아버지는 한국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말씀하셨다. 전쟁 중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라고. 한국 사람들은 정말 성실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래서 더 한국 사람들을 돕고 싶어하셨다. 군대에서 사귄 한국인 친구와 같이 사진을 찍고 사진 뒤에 이름을 적어놓기도 할 만큼 한국을 애틋하게 생각하셨다.”- 몹시 혼란스러웠을 때인데.“그런 말씀도 했다. 한국에서 전쟁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폭탄이 터지고 길거리 싸움이 벌어졌고, 갈등이 많다고 말이다.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튀르키예로부터 배를 타고 두세 달이 걸릴 만큼 먼 곳이라고 말씀하셨던 기억도 난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튀르키예 군인들이 타고온 배를 수리하기 위해 애썼던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하더라.”그는 한국에서 복무 중에 튀르키예에 있는 아내에게 편지와 사진을 보내곤 했다. 사진 뒤엔 그날 상황이 담긴 메모도 종종 적었다. ‘1956년 7월 26일 목요일 아침 경보가 울리자 철수’. 한국이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을 때다. 한국은 전쟁 후에도 유엔군의 도움 손길을 바랐다. 튀르키예군은 1966년까지 한국에 주둔했다.- 그때와는 한국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도 아셨나?“언젠가 할아버지가 TV로 서울의 발전상을 보신 적이 있는데 ‘저기가 한국이라니 믿을 수 없어’라고 말씀하셨다. 한국이 그만큼 정말 많이 발전하고, 달라진 것이다.”- 가족과 한국의 인연이 깊다. 대한적십자사에선 어떻게 일하게 됐나?“지난해 큰 지진이 난 후,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에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먼저 일했다. 그러다가 튀르키예를 지원하러 온 한국 분들을 만났는데 그때 대한적십자사에 일자리가 났다고 들었다. 그 자리가 가족과의 인연 때문에 더 관심이 가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한국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으니까. 대한적십자사가 튀르키예 국민들을 돕겠다는 점도 그렇고.”대한적십자사는 지난해 지진 이후 이재민 돕기 성금으로 402억 원을 모았다. 당초 200억 원을 목표로 했는데, 예상보다 두 배가 더 모인 것이다. 사망자 5만 명 이상, 부상자 11만 명 이상, 이재민은 2300만 명에 달할 만큼 극심한 피해를 남긴 최악의 자연재해에 인도주의의 손길을 내민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 한국인이 이재민 돕기에 진심이었던 이유는 또 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 한국을 도와준 데 대해 보답하려는 마음을 담아 성금을 보낸다고 말씀하신 기부자도 많았다”고 전했다.워낙 큰 구호금이 모인 만큼 대한적십자사는 지원 활동을 챙기고 점검할 현지 행정 직원이 필요했다. 이미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에서 같은 직무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아자르 씨가 적격이었다.채용 면접 때 한국과의 인연을 밝혔다면 도움이 됐을 텐데, 아자르 씨는 할아버지가 6‧25에 참전했다는 사실을 밝히진 않았다고 한다. 당시 면접을 맡았던 김재율 대한적십자사 국제협력팀장(당시 튀르키예 대표단장)은 채용 후에야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었다. 김 팀장은 “그런 사연이 있었느냐”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피해 현장, 사람 살던 곳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 지진이 일어난 날 어땠는지 기억하나?“두 번째 지진(규모 7.5)은 집이 있는 앙카라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지진 피해 소식과 상황을 TV로 들었다. 피해가 무려 11개 주에 걸쳐 일어났다. 지진 피해자들이 물도 전기도 없는 곳에서 버티면서 잘 곳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괴롭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마 다른 튀르키예 사람들도 다 그랬을 것이다.”- 지진 피해 현장도 찾았을 텐데“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방법을 찾았고 지난해 3월 국제적십자연맹에 직원으로 합류했다. 피해가 일어난 곳을 찾아가 보니, 폐허와 잔해뿐이었다. ‘여기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던 곳이 맞나’라고 묻게 되더라. 사람 살던 곳이라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황폐하더라. 지진이 일어나던 순간과 폐허로 변해버린 곳을 찾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말하기가 힘들 정도다. 나를 비롯해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특히 큰 충격을 받았다. 아직도 다 회복이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모인 성금이 도움이 됐을까.“물론 그렇다. 성금 덕분에 대규모 임시주거시설을 마련할 수 있었다. 대규모 급식 시설과 위생 관련 시설을 짓고 차량 지원도 이뤄졌다. 1000개 컨테이너로 설비를 갖춘 ‘우정의 마을’도 만들었다. 큰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 정말 피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컨테이너 숙소가 정식 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필요한 가구나 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겨울과 여름을 버틸 수 있는 곳이다.”우정의 마을은 튀르키예 지진 피해가 특히 컸던 카르만마라쉬 파잘직 지역에 세워졌다. 컨테이너 숙소 한 동은 4인 가구 기준으로 제작됐으며, 국내 가전제품과 가구로 채워졌으며 생필품과 식료품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성금 지원을 받은 분들은 어떤 말씀을 하시나?“우정의 마을에서 머무는 분들은 한국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 덕분에 여기 있을 수 있다고도 말한다. 한국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것을 알고 감사한 마음을 우리에게 늘 전하고 있다. 한국 성금 지원을 받고 고마워하는 분들을 보면, 우리가 정말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니, 성금을 낸 분들이나 대한적십자사 분들이나 모두 보람을 느낄 법하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이곳 우리 아이들은 한국인이 건넨 도움을 기억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마치 우리 세대가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것처럼.”- 한국이 전쟁으로 어렵던 시기, 튀르키예가 도움을 줬다. 튀르키예 재건은 한국이 돕는다. 각별한 인연이다.“한국은 튀르키예가 힘들 때 잊지 않고 기억해줬다. 튀르키예가 한국을 도울 땐 이런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분들은 아마 보답해야 한다고 느꼈던 게 아닐까. 오랜 세월이 지나도 형제애는 남는다.”- 한국과 함께 피해자들을 돕는 과정에서 어떤 느낌을 받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한국에서 받은 도움 덕분에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어려운 시기에 서로 돕고 있는데, 미래에 좋은 날도 같이 누렸으면 좋겠다.”인터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마지막 대답을 듣는 동안에 바람이 불었고, 그 탓에 녹화 용도로 쓰던 스마트폰 촬영 삼각대가 쓰러졌다. 내가 잠시 인터뷰를 멈추고 스마트폰을 바로 세우려고 하자 아자르 씨가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그거 삼성 아니죠? 삼성이면 그렇게 금방 쓰러지질 않을 텐데. 삼성 쓰세요.” 아자르 씨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흔들어 보였다.동아일보와 대한적십자사는 지난해 큰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 내 임시 거주처 등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모금액은 기부금품법에 의해 관리되며 사용 내역은 대한적십자사 기부금품 모집 및 지출명세를 통해 공개됩니다. 아래 링크와 QR코드를 통해 지원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가지안테프=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1989)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2008) 속 신념에 차서 쉴 새 없이 떠드는 조커 캐릭터의 인기는 가히 컬트적이다. 이들 시리즈를 거쳐 아예 배트맨을 제치고 주인공 자리를 꿰차기까지 한다. ‘조커’(2019)를 거쳐, 최근작 ‘조커: 폴리 아 되’(2024)가 그 인기를 입증하는 작품이다.배트맨 원작 영화 시리즈 명대사를 찾아보면, 조커 지분이 더 높다. 시리즈 최고 명대사를 꼽으면 빠지지 않는 “왜 그리 심각해?”와 “너는 나를 완성시켜”(다크 나이트), “난 내 삶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뭣 같은 코미디였어” (조커) 같은 대사가 모두 이 악당 입을 통해 나왔다. 스크린을 뚫고 나와서 밈(meme)으로 승화된 대사들이다.위 명대사에 비하면 다소 약할지 몰라도, 조커 최고 명대사로 팀 버튼의 ‘배트맨’(1989) 속 한 장면에서 나온 대사를 꼽는 이도 적잖다. 조커(잭 니컬슨)가 부하들과 함께 영화 배경 중 한 곳인 플루겔하임이라는 가상 박물관에서 온갖 예술품들을 난도질하다가, 한 작품 앞에서만큼은 부하를 멈춰 세우며 말한다.“이건 마음에 들어, 밥. 건들지 마.”(I kinda like this one, Bob. Leave it.)조커가 멈춰 세운 작품은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의 ‘고깃덩어리와 인물’(1954). 조커가 기존 예술을 모욕하는 와중에도 왜 이 작품만큼은 남겨두었을까. 시리즈 팬들 사이에선 다양한 해석이 있다. 우선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이 영화 상영 당시에도 생존 인물이기 때문에 그랬다는 시각. 조커와 부하들이 마음 놓고 파괴한 작품들은 렘브란트 판 레인(직물조합 위원회, 자화상),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저울을 든 여인) 같은 작품들이다. 특히 역사적 인물로 미국 1달러 지폐에 그려진 조지 워싱턴 초상화를 두고서 조커가 중의적인 의미로 ‘1달러짜리’라고 낮춰 말하는 장면과 대조되기에 나온 해석이다.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어딘가 흡족하지 않다.그보다는 팀 버튼의 조커를 현대 개념미술가에 대한 비유로 보는 팬들 시각 쪽이 더 흥미롭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극중의 예술 박물관, 조커 패거리는 붐박스를 들고 경쾌한 프린스 음악을 틀어놓은 채로 기존 작품 위에 물감을 끼얹고 낙서를 새긴다. 이 키치한 액션 페인팅이 조커가 완성된 작품의 고정된 의미를 거부하고, 이보다 표출 자체를 더 우위에 두는 현대 예술의 제스처라는 것이다.이런 관점이라면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화에 담긴 엄숙성을 비틀고 패러디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에서 조커가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신성은커녕 한낱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인간 존재에 대한 냉소에서 조커 자신의 모습이 비쳐 옹호했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프랜시스 베이컨 해당 작품에 대한 설명은 동아일보 칼럼 로.)팀 버튼의 조커 재해석과 박물관 난동 장면이 워낙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장면은 다른 배트맨 & 조커 작품에서 오마주 된다. 지금도 해석이 새로 나오는 팀 버튼 영화 속 장면과 대사 덕분에, 그 이후의 조커 캐릭터 해석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공교롭게도 놀란 감독 역시 프랜시스 베이컨 작품에 매료돼 있었기에, 자신 작품 속 조커 이미지를 베이컨 작품에서 따온다.)감독마다 조커 해석을 겹겹이 내놓고, 관객 또한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조커의 의미를 확장한다. 조커 영화를 보는 이 독특한 재미가 이 장면과 대사에서 비롯됐다. 창작자를 벗어나서 의미가 재창조된다.그 파괴적 제스처 때문만 아니라, 재창조라는 관점 때문에라도 ‘박물관’ 씬과 대사는 더 할 수 없이 현대적으로 읽히게 됐다. 신작 ‘폴리 아 되’에서 조커의 예술성도 기존 작품(팀 버튼, 크리스토퍼 놀란 실사 영화 시리즈, 만화 시리즈 등)의 오마주를 통해 표출된다. 시리즈의 팬들은 이번 작품에선 어떤 과거 조커를 인용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지금 보니 1989년 작 조커의, 즉흥적이면서도 기존 작품을 의식하는 제스처는 캐릭터의 운명을 암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기 인용과 임의성에 이끌려갈 현대성의 향방까지도.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동아일보 뉴스레터 ‘여행의 기분’ 입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만나보세요.이번 주 선별한 여행지1. 가을 문턱, 생태공원 나들이 어때요?경기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가을 쉼터를 소개합니다. 가평의 ‘반딧불이서식생태공원’, 연천의 ‘로하스파크’, 안산의 ‘갈대습지’ 등 다양한 생태공원을 방문해 보세요. 자연 속에서 힐링하며 가을의 소리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길고 긴 무더위, 나가서 먼저 가을을 맞이하자고요.2. 가을엔 버스 타고 ‘남도한바퀴’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남도한바퀴’ 버스 투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남의 다양한 관광 코스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으며,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통해 지역 역사와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흥쑥섬여행, 순천·광양 주말여행, 목포 아찔한 비행 등 매력적인 코스들이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을 예정입니다.3. 옛 부산시장 관사 건물… 40년 만에 시민 품으로‘부산시열린행사장’이 이달 말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됩니다. 과거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되었던 이 장소는 약 87억 원을 투입해 리모델링을 거쳐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강연장, 카페, 공유오피스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도심 속 문화와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명소가 될 것입니다.1. 가을 문턱, 생태공원 나들이 어때요?▶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경기 가평 명지산으로 접어드는 한적한 길에, 작지만 다양한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공원이 있다. ‘반딧불이서식생태공원’이다. 가평에서도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꼽힌다. 숲이 우거지고 인적이 드물어 공원 이름처럼 반딧불이가 수놓은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2. 가을엔 버스 타고 ‘남도한바퀴’▶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여름이 끝나가면서 전남의 가을 정취를 한껏 즐길 수 있는 ‘남도한바퀴’ 버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전남도는 가을 남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28개 코스를 새롭게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울긋불긋 가을 단풍을 감상할 수 있는 산림과 민간정원, 고즈넉함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사찰코스까지 남도의 매력을 담은 다양한 코스를 1만2900원부터 시작하는 ‘착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특히 △사계절 꽃 피는 바다 위 비밀정원 ‘고흥쑥섬여행’ △선암사를 거닐며 가을 산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순천·광양 주말여행’ △바다 위 케이블카에서 유달산의 단풍을 즐기는 ‘목포 아찔한 비행’ 코스가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의 주요 관광지를 경유하는 ‘전남·광주 공동상품’도 매주 금·일요일 2회 운영한다. 색색의 꽃단지가 있는 ‘광주호 호수생태원’, 역사와 문화를 품은 ‘포충사’를 경유한다.3. 옛 부산시장 관사 건물… 40년 만에 시민 품으로▶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옛 부산시장 관사인 ‘부산시열린행사장’이 40여 년 만에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된다. 이곳은 한때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되며 ‘지방 청와대’로 불렸고, 최근에는 방송 드라마 세트장으로 활용돼 많은 관심을 끌었다.부산시는 열린행사장을 도심에서 문화와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이달 말 시민들에게 공개한다고 8일 밝혔다.시는 지난해 7월부터 약 87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이다. 본관 2147㎡, 야외 1만8015㎡ 규모의 열린행사장은 광안대교가 한눈에 펼쳐지고 뒤로는 황령산 자락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의 저택인 ‘정심재’ 촬영지로 알려져 큰 관심을 끌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기초생활수급자로 수년간 단칸방을 전전해 온 양옥모 할머니(81). 증조부부터 아버지까지 3대에 걸친 독립운동 명문의 후손입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가벽으로 단칸방과 구분해 놓은 거실에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여름도 한풀 꺾였다는 인사말을 쉽게 꺼내려다가 멈칫했습니다. 에어컨이 없는 집에선 선풍기 하나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더위에도 환기가 쉽지 않아서, 할머니는 인터뷰 중에 집 문을 살짝 열어놓으셨습니다.● 3대째 독립운동, 아버지 얼굴도 제대로 못 봐 지금과 달리 할머니 집안은 한땐 양평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부호였습니다. 가세가 기운 건 1919년 3‧1 운동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증조부부터 아버지까지 모두 독립운동에 몸을 내던진 시점입니다.주변 증언 등을 토대로 하면, 조부 양건석 선생(1893~1938)은 전국적인 만세 운동이 벌어질 당시 태극기 100여 개를 만들어 나눠주었다고 합니다. 본인도 거리로 뛰쳐나왔고요. 이후 만세 운동의 배후로 지목됐고, 일제의 탄압을 피해 만주로 건너갑니다. 인쇄소를 운영하던 증조부 양재묵 선생(1871~1932)도 만주를 오가며 도왔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조부는 독립운동 중심지 역할을 하던 신흥무관학교에서 하사관 과정을 수료한 뒤 김좌진 장군을 따라 북로군정서에 가담했다고 합니다. 이후 청산리 전투에 참여하면서 독립운동에 매진합니다. 조부는 독립운동 과정에서 배재고보 4학년이던 아들 양승만(1909~1990)을 중국으로 데리고 옵니다. “그 시절 배재고보 다닐 정도면 큰 부자였다고 하더군요. 맞습니까?”양옥모 할머니는 집안이 원래는 천석꾼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기자에게 되레 되물으셨습니다. 지금도 양평에 가면 가문 얘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는군요. 할머니는 지금도 간직해둔 아버지의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말을 이었습니다. 조부가 돌아가신 뒤로도 아버지 양승만 선생은 유지를 이어받아 독립운동에 나섭니다. 1927년엔 독립운동가 신숙 선생이 설립한 신창학교 교사로 교육에 힘쓰는 한편 대한독립군을 조직해서 일제를 상대로 공작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광복이 왔습니다. 아버지 양승만 선생은 광복 후에도 해외에 있던 동료들을 해방된 조국으로 보내는 역할을 맡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죠. 1943년생인 할머니는 집에서 아버지를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여덟 살 때 같이 살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론 형제자매들끼리 똘똘 뭉쳐 살았다고 합니다. 7남매 중 다섯째였던 양옥모 할머니는 집안엔 어쩌다가 한 번씩 나타나는 아버지를 원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하얼빈 수공예품 공장에서 일하며 생애를 꾸려갔죠. 아버지는 집에 왔다가도 이내 “절에 도 닦으러 들어간다”는 말만 남기고 훌쩍 떠났다고 합니다. 아버지 양승만 선생은 기어코 고국으로 돌아옵니다. 1984년 일입니다. 이후 일제의 수배 기록과 독립운동가 동료들의 증언을 통해 독립운동가로 인정받게 됩니다. 왜 바로 고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느냐고 동지들이 묻자 “중국에서 광복을 위해 힘쓴 동료들을 먼저 고국으로 보내고 나중에 돌아올 생각이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 가세 기울었지만…“더 어려운 사람 도와주세요”“아버지가 독립운동이라는 걸 했다는 걸 알았더라면, 그렇게 원망은 안 했을 겁니다. 왜 우리에겐 한 번도 말씀도 없으시고….”양옥모 할머니는 아버지 사진을 쓸면서 말했습니다. 할머니는 아버지의 수기를 나중에야 보게 됐다는군요. 조부의 독립운동 이야기도 알게 되면서 고국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됐다고요. 하지만 1980년대 중국과 한국의 교류가 드물던 시절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고국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1990년 아버지가 임종했을 때까지도요. 할머니는 2011년이 돼서야 자신의 뿌리라고 여겨온 고국에 돌아오게 됩니다. 아직 기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조부를 독립운동가로 인정받게 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치매를 앓는 언니와 함께 용산구 서빙고동 일대 단칸방을 전전했습니다.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주어지는 연금은 또 다른 언니 한 분이 받고 있고, 자신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나오는 돈 100여 만 원을 받습니다. 생계를 꾸려나가기 쉽진 않습니다. 부호였던 가세는 독립운동을 거치면서 기울어졌지만, 할머니는 원망보다는 자부심을 말합니다. 독립운동과 관련한 행사가 있으면 꾸준히 참석하시고요. 할머니 사시는 집으로 들어가는 비좁은 골목길, 빌라 앞 철문에도 직접 태극기를 달아놓으셨습니다. 고국에 원망하는 마음은 없다고 하십니다. 오히려 한국에 왔더니 감사한 일이 많다고요. “지금도 기초생활수급자라고 도움 많이 받은걸요.”할머니는 평일에는 인근 복지관에서 치매 노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노인복지관과 장애인시설에서 청소, 식사 등의 방문 봉사는 2013년부터 하셨으니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고국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이웃을 돕고 싶으시다는군요. 가문이 꿈꾸던 광복된 조국에서 남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고도요. 대한적십자사가 독립운동가 후손을 돕는 프로젝트에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할머니는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을 만나서도 같은 말씀이셨습니다. “더 어려운 사람, 도와주세요. 더 어려운 사람들이 있잖아요. 전 지금도 감사해요.”동아일보와 대한적십자사는 독립운동가 후손 양옥모 씨를 지원하는 기부 캠페인(아래 링크)을 펼치고 있습니다. 모금액은 기부금품법에 의해 관리되며 사용 내역은 대한적십자사 기부금품 모집 및 지출명세를 통해 공개됩니다.▶후원하기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동아일보 뉴스레터 ‘여행의 기분’ 입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만나보세요.이번 주 간추린 여행지1. ‘템플스테이 최우수’ 현덕사, 비결은 “억지로라도 쉬어가라”강원 강릉의 작은 절, 현덕사는 문화재 없이도 템플스테이 최우수 사찰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이곳은 오대산 만월산 중턱에 위치해 있으며, 스님 두 명과 작은 전각들이 전부입니다. 소박한 시설 속에서도 참가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자랑하며, 진정한 쉼을 제공합니다. “억지로라도 쉬어가라”는 주지 스님의 철학이 담긴 이곳에서, 진정한 휴식을 경험해 보세요.2. 세계적 그라피티 작품, 울산서 본다울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반구천에서 어반 아트로’ 전시가 큰 인기를 끌며 개막 56일 만에 2만 명의 관람객을 맞이했습니다. 1970년대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그라피티를 비롯해 제프 쿤스, 셰퍼드 페어리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오는 10월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거리 예술의 매력을 만나보세요.3. 왕가의 길, 풍류의 길 따라… ‘국가유산 여권’ 들고 인증 챌린지국가유산 방문자 여권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국 10개 코스, 76곳을 방문하며 도장을 모으는 이 특별한 여권은 이미 많은 이들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죠. 올해 발행된 7만5000부가 빠르게 소진되었으며, 추가 제작된 물량도 금세 동났습니다. 여행과 역사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입니다.1. ‘템플스테이 최우수’ 현덕사, 비결은 “억지로라도 쉬어가라”▶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작은 절이 템플스테이 최우수 사찰이라고?이달 10일 방문한 강원 강릉 현덕사(주지 현종 스님·사진)는 오대산 줄기 만월산 중턱에 자리한, 스님이라고는 2명뿐인 자그마한 절. 마당을 중심으로 대웅전과 템플스테이 숙소, 공양간 그리고 극락전과 삼성각 등 작은 전각 두 채가 전부다. 시도 지정 문화재는 고사하고, 절의 입구를 알리는 일주문(一柱門)도 없다.그런데 이 볼품없는(?) 절이 지난해 대한불교조계종 템플스테이 평가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경주 불국사, 지리산 전남 구례 대화엄사, 국빈들을 모시는 서울 은평구 진관사, 천년 전통 충남 예산 수덕사 등과 나란히 최우수 등급(A)을 받다니….2. 세계적 그라피티 작품, 울산서 본다▶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울산에서도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아요. 방학이라 같이 온 아이들도 재밌어하네요.”26일 울산시립미술관에 따르면 울산 중구 북정동 울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반구천에서 어반 아트(Urban art)로’ 전시가 개막 56일 만인 21일 관람객 2만 명을 돌파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어반 아트는 1970년대 미국 뉴욕의 사우스 브롱크스 지역의 그라피티(벽화)에서 시작된 거리 예술이다. 거대한 벽에 물감 등으로 글자나 그림을 표현한 그라피티는 다양한 퍼포먼스나 공공예술로 범위를 넓혔다.25일 전시장을 찾은 박가은 씨(42)는 “이름만 들어본 제프 쿤스, 셰퍼드 페어리 등의 작품을 실제로 봐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박 씨와 함께 온 딸 김다은 양(12)은 “작가들이 작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영상도 있고, 만화 같은 작품도 있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3. 왕가의 길, 풍류의 길 따라… ‘국가유산 여권’ 들고 인증 챌린지▶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연두색 한복을 입고 올해 6월 충북 보은군 속리산의 법주사에 방문한 한복 크리에이터 김현진 씨(34)는 법주사 셀프 체험존에 들러 ‘국가유산 방문자 여권’에 인증 도장부터 찍었다. 지금까지 모은 도장만 40개. 남성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그는 한복과 잘 어울리는 유적지를 수시로 찾아다니는데, 국가유산 방문자 여권에 인증 도장을 찍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 됐다. 김 씨는 “처음엔 영상을 찍기 위해 찾아다녔지만 이제는 아름다운 유적지의 인증 도장을 수집하는 게 또 다른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국가유산 방문자 여권이 최근 쉽게 구할 수 없는 ‘핫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 중 하나로 실제 여권 크기와 비슷하게 제작된 이 가상 여권은 온·오프라인으로 발급 받은 뒤 전국 10개 코스의 거점 76곳에 방문해 도장을 찍을 수 있다. 스탬프 개수에 따라 여권 케이스, 레디백 등의 상품도 받는다. 76곳에서 모두 도장을 찍으면 완주 인증서와 크리스털 인증패가 수여된다. 원래는 단순 스탬프 투어였지만 2022년 10월부터 여권을 도입하면서 인기가 더 많아졌다.국가유산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발권 예정이었던 여권 7만5000부는 상반기 안에 모두 소진됐다. 추가 물량 3만5000부를 더 생산했지만 이마저 금세 동이 났다. 여권에 표기된 76곳 모두를 방문한 인원은 이달 기준 199명에 이른다. 진흥원 최은정 지역협력팀장은 “콜센터로 여권을 다시 발급해 달라는 전화가 하루 평균 300통가량 올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정리=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동아일보 ‘동행’ 캠페인…도움의 손길 필요한 이들을 찾다지난달 25일 인천 연수구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에서 가장 눈에 띈 건 한산한 복도였습니다. 이곳에는 영주 귀국한 사할린 동포 72명이 거주하고 계시는데요, 거주자들의 평균 연령은 85세로 고령입니다. 그렇다 보니 거동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고, 방에 머물고 계셨던 것이죠. 특히 22명은 치매 환자, 30여 명은 와상 환자였습니다. 거주자 절반 이상은 돌봄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세월이 흐르면서 요양이 필요한 사할린 동포분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복지회관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보통 장기요양기관에서는 어르신 2.1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채용하도록 돼 있는데요, 이곳은 양로 수준의 어르신과 요양 수준의 어르신들이 함께 거주해 장기요양기관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 보니 요양보호사는 14명뿐입니다. 인천시는 이곳 복지회관 전체 직원 수(간호사, 물리치료사, 사무직 직원, 요양보호사 등을 합친 인원)를 30명으로 규정했지만, 현재 직원 수는 25명 수준입니다.복지회관 관계자는 “지난해 국고보조금이 10%가량 삭감되면서 운영비와 인건비가 모자라 직원 추가 채용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돌봐야 하는 어르신은 점점 더 늘고 있어 요양보호사뿐 아니라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모든 직원이 나서 어르신을 케어하고 있다 보니 업무에 차질이 생기며 다들 소진되기 시작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빠듯한 예산에 거주자들의 식사도 걱정입니다. 복지회관에서 거주자들에게 제공하는 식사는 한 끼에 4200원이라고 하는데요. 기초생활수급자인 이곳 거주자들이 받는 생계급여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어 매년 약 6000만 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합니다.인천 복지회관 부족 식비 중 상당액 캠페인 후원 통해 지원동아일보는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엄혹했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과 수탈로 인해 고향 땅을 떠났다가 가까스로 돌아온 동포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다뤘습니다. 재한 원폭 피해자,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 중앙아시아 고려인이 바로 그분들입니다.1부. 재한 원폭 피해자2부. 사할린 강제징용자와 그 후손3부. 중앙아시아 고려인이번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고국에 어렵사리 돌아오신 분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으실 수 있도록, 대한적십자사 공동 기획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사 취지에 공감해 주셨고, 십시일반 후원해 주신 분도 있었습니다.이중 사할린 캠페인 모금 금액 일부를 먼저 인천 연수구 사할린동포복지회관의 식비 해결에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 복지회관은 연간 6000만 원 정도 식비가 부족한데요. 이번 모금액 등을 포함해 약 2400만 원을 이분들에 대한 식비 지원에 먼저 쓸 방침이라고 합니다. 이후 모금되는 금액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할린 동포 분들의 일시·영주 고국 방문 등을 위한 기금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모금액은 기부금품법에 의해 관리되며 사용 내역은 대한적십자사 기부금품 모집 및 지출 명세를 통해 공개합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동아일보 뉴스레터 ‘여행의 기분’ 시작합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만나보세요.이번 주 간추린 여행지1.골칫덩이 폐창고가 ‘마을 복덩이’로 (충남 흥성군 광천읍 흥남동로 121)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위치한 ‘잇슈창고’는 버려진 쌀 창고를 복합문화창업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입니다. 이곳에는 7개의 청년 기업이 입주해 소품, 식품 등을 제작하며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리고 있습니다. 잇슈창고는 개장 3년 만에 6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홍성군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습니다.2.국내산 원두에 체험관광 연계, 年 4만명 ‘순례’ 귀농카페의 기적 (전남 고흥군 과역면 과역리)전남 고흥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는 ‘고흥 커피 거리’가 생겨났습니다. 김철웅 씨가 귀농하여 성공적으로 커피나무를 재배하면서 시작된 이 거리에는, 100% 국내산 원두로 만든 ‘K커피’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또한, 경남 밀양에서는 우정호 씨가 스마트 팜을 통해 재배한 국산 ‘초피’를 일본에 수출하며 한국의 매운맛을 세계에 알리고 있습니다.3.“포용적인 대안을 찾아서”… 더 깊어진 ‘예술의 바다’ (부산 사하구 낙동남로 1191 부산현대미술관 등)부산비엔날레가 ‘어둠에서 보기’라는 주제로 17일 개막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해적 사회의 유연함과 불교의 포용성을 중심으로 32개국 62팀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작가들도 대거 조명되며, 다양한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들이 눈길을 끕니다. 10월 20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 등 4개 장소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1.골칫덩이 폐창고가 ‘마을 복덩이’로▶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버려진 창고가 일곱 청년의 꿈이 이뤄지는 마법 같은 공간이 됐어요.”14일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있는 잇슈창고에서 만난 전진표 씨(27)가 갓 구워 탱글탱글한 소시지를 먹어보라며 이렇게 말했다. 2022년 4월에 문을 연 잇슈창고는 1974년에 지어져 2000년대 초반까지 쌀 창고로 쓰였다.그 후 10년 넘게 방치된 건물을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창업공간으로 재탄생했다.올해 4월 잇슈창고에 입주한 전 씨는 홍성에서 키운 돼지로 만든 다양한 소시지를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그는 “이달(8월) 말에는 매장을 내 홍성을 대표하는 최초의 육가공 브랜드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경기 안산 출신인 그는 잇슈창고 입주와 동시에 주민등록까지 옮겨 진짜 홍성 군민이 됐다. 잇슈창고 지붕 아래에는 전 씨를 포함해 소품, 식품, 찻집 등 다채로운 꿈을 현실로 이뤄가는 만 39세 이하 청년 사장 7명이 모였다.2.국내산 원두에 체험관광 연계, 年 4만명 ‘순례’ 귀농카페의 기적▶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16일 전남 고흥군 과역면 한적한 시골 도로에는 ‘고흥 커피 거리’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푯말을 따라 도착한 석촌마을에서 1km쯤 지나자 산티아고 커피농장이 나타났다. 농장 옆 100m²(약 30평) 남짓한 작은 카페에선 로스팅 원두의 고소한 향기가 흘러나왔다.이곳 카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메뉴는 고흥에서 재배한 100% 국내산 원두 커피라는 ‘K커피’. 한 잔에 1만2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1시간 동안 30명이 넘는 커피 순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최모 씨(54·여)는 “맛이 진하고 신선하다”고 했다. 산티아고 커피농장을 운영하는 김철웅 대표(62)는 다국적 기업 등에서 15년간 일한 후 2014년 귀농했다. 같은 해 9월 고흥에 처음 커피나무 묘목을 심어 재배에 성공했다. 그가 10년 전 심은 작은 묘목이 고흥을 K커피의 주산지로 만들었다.3.“포용적인 대안을 찾아서”… 더 깊어진 ‘예술의 바다’▶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화가 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지는 그림 앞에 쌀 포대가 놓여 있다. 스피커에서는 시위 현장에서 부르는 듯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정치·사회적 불안과 직결됐던 인도네시아의 쌀값 폭등 문제를 다룬 예술 그룹 타링 파디의 작품 ‘메메디 사와/허수아비’가 부산현대미술관 1층에 설치됐다.이 작품을 마주 보는 벽면은 윤석남의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 시리즈로 가득하다. 조선시대 윤두서(1668∼1715)의 ‘자화상’을 보고 채색화를 공부한 윤석남은 여성 독립운동가 63명의 초상을 그렸다. 윤석남과 타링 파디의 작품은 시대적 배경도 국가도 다르지만,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항의하는 모습을 뜨겁게 그린다.해방을 꿈꾸면서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대안으로 제시한 2024 부산 비엔날레 ‘어둠에서 보기’가 17일 개막했다. 전시는 18세기 마다가스카르 연안을 오간 해적들 사이에서 형성됐던 자치 사회와 불교의 도량(度量)에서 영감을 얻었다. 정해진 틀을 벗어나 상황에 따라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해적 사회의 유연함, 공동체를 존중하는 불교의 포용성을 중심 주제로 32개국 62작가(팀)의 작품을 선보인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동아일보 뉴스레터 ‘여행의 기분’ 시작합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만나보세요.이번 주 간추린 여행지1. 파리서 입증한 ‘궁사 DNA’… 고구려인의 활 실력은? (경기 부천시 원미구 소사로 482)부천 활박물관 20주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활박물관은 500여 점에 이르는 활 관련 자료와 유물을 보유하고 있죠. 매주 화∼일요일 오전 9시 반∼오후 6시 운영되며, 관람료는 없습니다.2.“군산서 여름밤의 근현대사 기행을” (전북 군산시 신흥동 일대)전북 군산시는 원도심 지역 전체가 근대사 박물관으로 불릴 정도죠. 문화유산이 모여있는 원도심 지역을 밤에 걷는 행사가 열립니다. 바로 군산 문화유산 야행인데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현장으로 떠나보시죠.3. 대구 육아박람회서 최신 육아용품 구경해 볼까 (대구 북구 엑스코로 10 엑스코)대구 육아박람회는 한 해 네 차례 열립니다. 이중 세 번째 행사가 15~18일 동안 손님을 맞이합니다. 태교용품, 육아용품과 교육, 산후 도우미 등 임신·출산·육아 관련 300개 브랜드가 참여하는군요. 파리서 입증한 ‘궁사 DNA’… 고구려인의 활 실력은?▶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경기 부천시 활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전을 연다. 11월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의 주제는 ‘화중사예(畵中射藝)―옛 그림 속의 우리 활’이다.이번 전시는 선조들이 사냥의 도구이자 수양과 유희의 수단, 무기로 사용했던 전통 활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활이 그림의 소재로 들어간 고구려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산수인물화와 풍속화, 병풍 자료 등이 전시된다. 또 이 박물관이 개관할 때 기증받은 국가무형유산 제47호 궁시장이었던 김장환 선생(1909∼1984)의 유품 240여 점 가운데 일부도 볼 수 있다.전시장에 들어서면 고구려시대 고분벽화인 ‘기마인물 벽화편’ 패널이 관람객을 맞는다. 말 양쪽으로 활과 화살을 차고 있는 무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말타기와 활쏘기에 익숙했던 고구려인들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군산서 여름밤의 근현대사 기행을”▶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여름밤 다수의 근대문화 유산을 보면서 다양한 체험을 즐기는 행사가 전북 군산에서 열린다.군산시는 16, 17일과 23, 24일 두 차례에 걸쳐 원도심 일원에서 ‘2024년 군산 문화유산 야행’을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2016년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작된 군산 문화유산 야행은 올해로 9년 연속 개최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올해 야행은 ‘근대 문화유산 빛의 거리를 걷다’를 주제로 50개의 문화유산 탐방과 전시, 공연, 체험 행사가 마련됐다. 일제의 쌀 수탈 현장인 부잔교와 조선은행 군산지점, 신흥동 일본식 가옥, 군산세관 등의 근대 문화유산을 배경으로 한 프로그램들이다.대구 육아박람회서 최신 육아용품 구경해 볼까▶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대구 엑스코는 15일부터 18일까지 육아박람회인 대구 베이비&키즈페어(베키)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 행사는 엑스코와 전시 전문 기업 메쎄이상이 공동 주관하고 대구시가 후원한다.이번 베키에서는 본격적인 가을을 앞두고 최신 유행 제품과 서비스를 비롯해 육아 관련 세미나 등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태교용품, 육아용품 등 300개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인다. 브랜드별로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준비했다. 프리미엄 유모차 브랜드 오르빗은 선착순 10명에게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하이브리드는 코어2 디럭스 유모차 구매 시 이지폴드3 휴대용 유모차를 증정한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일제강점기 많은 분이 강제 징용과 수탈로 인한 궁핍 등의 이유로 고향 땅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광복 후 어렵사리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아픈 몸으로 어렵게 살아가기도 합니다. 내 나라가 없을 때, 보호받지 못했던 분들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대한적십자사는 고국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시는 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재한 원폭 피해자, 강제 징용 사할린 동포, 고려인과 3회차에 걸쳐 ‘동행’하며 상처를 딛고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되짚어 봅니다.1. 돌아오다 : 폭격을 뚫고 도착한 고국“딸과 손자가 겁에 질려서 지하실에 숨었다네요. 집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나고요.”2022년 2월, 국내 고려인 사회는 혼란에 빠집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소식 때문입니다. 당시 국내에 머물던 우크라이나 국적 고려인들은 2418명.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주로 식당이나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살고 있던 곳이 전쟁이 휩쓸렸다는 소식을 듣고 발을 동동 구릅니다.그러던 중에 전쟁터로 변한 헤르손에 살던 고려인 후손 남아니따 양(당시 10살) 소식이 들려옵니다. 현지 대피소와 루마니아를 거쳐 헝가리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생이별했죠.고려인 할머니와 아버지는 2018년부터 한국에 일하기 위해 건너와 있었습니다. 손녀를 한국으로 데려올 방법이 없겠느냐는 가족 하소연에 아니따를 데려올 항공 표를 구하기 위해 광주 고려인마을을 중심으로 모금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지역 모금을 통해 가까스로 비행기 표를 구해 아니따 양에게 전해지고요.인천공항에 나가 있던 할머니 고려인 3세 남루이자 씨(65)는 손녀를 보는 순간 눈물을 흘리면서 손녀를 안았습니다. 그렇게 아빠와 할머니는 딸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아니따 양의 피란 소식은 당시 한국에 머물던 고려인 커뮤니티에서 특히 큰 화제가 됐어요. 그 소식을 들은 우크라이나 국적 고려인들은 동포들의 초기 정착을 지원해 온 광주고려인마을에 하소연해 옵니다.전쟁 화마에 휩쓸린 가족들을 고국으로 데려올 수 있느냐는 거였죠. 언젠가는 고국에 돌아오고 싶었던 가족들이라면서요.신조야 광주고려인마을 대표(68·우즈베크 고려인 3세)는 한국으로 데려와야 할 고려인 분들을 찾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고려인들은 동포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요. 예전 구소련 때부터 같이 옮겨 다니고 고생한 기억이 남아서겠죠.”다행히 이들 고려인마을 소식을 듣고 십시일반 후원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대한적십자사가 고려인 귀환 지원에 참여하면서 총 876명의 우크라이나 국적 고려인이 한국으로 와 가족들과 만나게 됐습니다.남루이자 씨를 광주고려인마을에서 만났습니다. 7월 27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루이자 씨는 “한국이 우리에게 해준 일에 대해서 매우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떠나 한국에 완전히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고요.2. 마주하다 : 피란 후 정착은 또 다른 과제고려인이란 옛 소련 지역에 정착한 우리 동포와 그 후손들을 일컫습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많은 이들이 조선 후기부터 경작지를 찾아 두만강을 넘어 연해주를 기반으로 살았고요. 항일 운동기 독립운동을 물심양면으로 도왔죠. 1937년 강제 이주로 인해 중앙아시아 곳곳에 자리 잡게 됩니다. 소련의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그 먼 곳까지 흘러가게 된 겁니다. 여전히 우리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는 고려인 분들과의 동행을 위한 과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고국에 돌아오신 분들이라면, 한국 생활에 적응해서 안착해야 하고요. 돌아오지 못하고 현지에서 어렵게 사시는 고려인분들이 핏줄에 대한 자긍심을 잃지 않고 건강히 살아가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이 두 과제는 모두 현재 진행형입니다. 첫 번째 과제부터 살펴봅시다. 어렵사리 돌아오신 분들이라면, 한국 사회에 안착하기 위해선 행정 차원에서 동포로 인정받는 과정이 우선인데요. 지금 같은 전쟁 상황에선 피란민들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현재 고려인 4세대까진 우리 재외동포 비자(F-4)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피란민들은 가족관계증명서나 출생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우크라이나는 우리처럼 온라인으로 서류를 뗄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많은 고려인 동포분이 전쟁 통에 6개월짜리 임시비자(G-1)를 받아서 입국했는데, 동포임을 입증할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할 수 없을 경우 비자 연장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아 가까스로 고국에 온 이들이 불법체류자로 내몰리기도 했습니다.논란 끝에 2023년 3월부터는 우리 정부가 임시 비자를 연장해 주고 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죠. 올 4월 말엔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민에 대한 여권 갱신 업무를 중단했습니다. 전쟁이 길어지고 있으니, 우크라이나로 돌아오라는 거죠. 우크라이나로 돌아와야만 여권 갱신을 해주겠다고 합니다.생활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초기 정착 과정에서 한국에 이미 친척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주지 마련부터 쉽지 않습니다. 생활고와 여권 문제까지 겹치니 고국에 왔어도 스스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내몰립니다. 국내 고려인 동포의 도움으로 우크라이나 미콜라이프를 떠나 가까스로 한국에 왔던 황블라디미르 씨(40)는 결국 최근 우크라이나로 돌아갔습니다.그는 광주에 아내 황엘레나 씨(38)와 자식을 남겨두고 떠나며 사람들에게 ‘돌봐달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생활고 탓에 우크라이나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가족들에겐 겨울엔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엘레나 씨와 블라디미르 씨는 온라인으로 소식을 주고받는데요. 엘레나 씨는 남편의 문자 답장이 조금이라도 늦어질 땐, 마음이 철렁한다고 합니다.두 번째 과제. 한국에 모셔 온 분들만큼이나 해외 계신 고려인들도 지원의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우크라이나엔 무국적 고려인이 많다는 점도 특히 문제가 됐습니다.유럽의 곡창이라고 불릴 만큼 비옥한 우크라이나 지역은 일종의 계절 농사인 ‘고본질’ 농업이 발달한 곳이었는데요. 많은 고려인이 이 계절 농사를 짓기 위해 국경을 옮겨 다니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소련이 붕괴했고요. 농사를 짓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머물다가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해 무국적 신분이 됩니다. 그런 고려인들이 우크라이나에만 무려 4만~5만 명이 있다고 합니다. 전쟁 통에도 모셔 오기 어려운 분들이죠.3. 다시 보다 : 손을 내밀어야 하는 이유 한국어보다는 러시아어가 더 익숙한 고려인 3~5세들은 대개 사람들이 기피하는 고된 일을 합니다. 피란 과정에서 몸이 상하거나 다쳤다고 해도 당장 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분이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 지원도 봉사에 의존하는 상황입니다.일할 능력이 있는 피란 고려인들이 한국에서 일을 구한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러시아말밖에 못하는 자녀들은 방치되거든요. 초등학생이나 미취학 연령의 어린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가더라도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7월 고려인마을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었습니다. 비행편 지원을 받아 지난해 한국에 온 고려인 5세 박밀로프(7·가명)의 고려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도 한국어를 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한국어를 배우기보다는 러시아어가 익숙한 아이들끼리만 어울리게 되죠.한국이 힘이 없던 시기에, 바로 그 힘이 없다는 이유로 인해 고난을 겪으신 분들의 후손들. 어렵사리 한국에 돌아왔지만, 적응이라는 큰 산을 또 마주하고 있는 겁니다.이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자 대한적십자사는 고려인 항공편 지원과 초기 정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지난해까지 진행한 바 있습니다. 충분한 관심이 모인 뒤 다음 차수 지원도 이어간다는 방침인데요. 대한적십자사는 고려인 대상으로 한국행 티켓과 기초 생계비, 분유 및 생필품 등을 지원했습니다. 515가구, 1067명이 대상이었죠.여전히 이러한 기초 지원도 중요하고요. 더 나아가 고려인 분들이 고국에 정착할 수 있게끔 관심도 필요해 보입니다. 기자가 만난 국내 거주 고려인들은 한국에서의 환대에 감사해하면서 고국에서 오래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습니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에서 탈출한 김알렉산드르 씨와 우크라이나인 아내 김타냐 씨도 그랬는데요. 김알렉산드르 씨는 고향에서도 고려인 이웃들이 전통 명절 중 하나인 한식 때마다 다 모여서 제사를 지내던 기억이 지금도 훤하다고 말했습니다. 고려인들은 타지에서도 핏줄 정체성을 이어나가고 있다면서요. 그는 말합니다. 한국 국적을 받아 여기 정착까지 하고 싶다고요. 그럼 아내 김타냐 씨 역시 현재 비자(방문동거 비자, 재외동포 배우자에게 부여되며 취업 활동은 금지된다) 대신 함께 일할 수 있는 자격을 받게 될 겁니다. 부부는 자녀들을 안정적인 환경에서 키워나가고 싶다는군요. 그러기 위해 알렉산드르 씨는 고된 일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동포들이 다 흩어져 살잖아요. 내 고향과 집이 없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곳은 제 고향 같습니다. 조상들이 계셨던 곳이라 그런 거겠죠.”동아일보와 대한적십자사는 광복절을 맞아 1945년 8월 해방 이후에도 고국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고려인 동포를 지원하는 기부 캠페인(아래 링크)을 펼칩니다. 모금액은 기부금품법에 의해 관리되며 사용 내역은 대한적십자사 기부금품 모집 및 지출명세를 통해 공개됩니다.광주=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동아일보 뉴스레터 ‘여행의 기분’ 시작합니다. 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만나보세요.이번 주 간추린 여행지1. 악취 나던 녹지가 꽃향기 가득한 산책길로 변신 (대구 서구 당산로 343, 그린웨이)서대구공단-주택가 사이 완충녹지는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우범지대화 돼 있었죠. 최근 죽은 나무를 걷어내고 꽃나무를 심었더니 사람들 발길이 닿는 산책길로 변했습니다. 편백과 조각상도 호평받고 있다고요. 함께 둘러보시죠. 2. “쉿, 극장 유령 조심해요”… 공연장, 여름나기 이색 체험장 변신 (서울 종로구 종로33길 15, 두산아트센터 등) 공연계가 몰입도 높은 ‘극장 투어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잠재 관객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LG아트센터 서울은 극장에 숨어 있는 유령을 잡는 콘셉트의 게임형 투어를 선보이고, 두산아트센터는 스토리텔링형 투어 프로그램을 최근 진행했죠. 3. 신선처럼… 구름 동무와 하늘길 걷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전북 남원에 있는 지리산 뱀사골에서 와운마을로 올라가는 계곡 길.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신선길입니다. 와운마을 뒤편 언덕에 있는 지리산 천년송은 정정합니다. 지리산 자락의 숨은 명소를 찾아가 봅니다. 악취 나던 녹지가 꽃향기 가득한 산책길로 변신▶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동네 미관을 해치고 악취까지 풍기던 곳이 꽃 내음 가득한 산책길로 변했으니 얼마나 좋겠어요.”25일 대구 서구 중리동 산책로 그린웨이에서 만난 김성만 씨(69)는 형형색색의 장미꽃으로 둘러싸인 길을 걸으며 이렇게 말했다. 4년 전 고혈압,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김 씨는 의사의 권유로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마침 그즈음에 집 근처에 그린웨이가 조성됐는데 금세 매력에 빠져 매일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르내리는 길을 숨 가쁘게 걷고 나면 온몸에서 땀이 나 개운한 기분이 최고다. 전체 둘레길(왕복 7km)을 걸으면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데 구간별로 계절 꽃과 야생화를 만날 수 있고 피톤치드 샤워까지 할 수 있어 혼자 걸어도 전혀 지겹지가 않다”고 말했다.“쉿, 극장 유령 조심해요”… 공연장, 여름나기 이색 체험장 변신▶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관계자 외 출입금지.’빨간 경고문이 붙은 문을 열고 제한구역에 발을 내디뎠다. 으스스한 푸른 조명이 깜깜한 복도를 비추고 공포 영화에 나올 법한 음악이 은은하게 깔렸다. 긴 식탁이 놓인 다이닝룸에 들어서자 유령 조사단 관계자가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이곳은 공연이 끝난 배우들이 식사하는 곳이자 ‘버나돌이 유령’이 숨어 있는 곳입니다.” 관객들이 증강현실(AR) 모바일 앱으로 내부를 비추자 하늘색 외눈박이 유령이 눈앞에 튀어나왔다.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극장 투어 프로그램 ‘극장에 유령이 산다’의 한 장면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가족들이 몰리며 투어는 온라인 접수 1분 만에 160명 정원이 모두 찼다. 다이닝룸에 이어 둘러본 라커룸에서는 크로마키(특수효과용 푸른 배경)를 활용해 ‘투명 망토’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이날 엄마와 함께 투어에 참여한 장세원 양(10)은 “공연을 한 달에 한 편씩 볼 만큼 좋아하지만 극장 투어는 처음”이라며 “평소에 갈 수 없는 극장 내부 공간을 유령 조사단과 함께 가볼 수 있어 재밌고 신기했다”고 말했다.신선처럼… 구름 동무와 하늘길 걷다▶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전북 남원에 있는 지리산 뱀사골 계곡은 반야봉에서 산내면 반선마을까지 지리산 북사면을 흘러내리는 총연장 약 14km 골짜기다. 봄엔 철쭉이 피고, 여름엔 짙은 녹음 사이로 삼복더위를 얼어붙게 하는 냉기가 감돈다. 뱀사골 가을 단풍은 피아골 단풍과 쌍벽을 이룬다.뱀사골에는 ‘신선길’이라는 계곡 트레킹 길이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뱀사골 분소에서부터 화개재까지 8.7km 구간이다. 중간 갈림길에서 와운(臥雲)마을 ‘지리산 천년송’까지 왕복해서 짧게 다녀오는 코스(2.5km)도 인기다. 절경을 압축해서 감상하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왜 신선길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1300년 전 반선마을에는 송림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해마다 백중(百中)날 승려를 뽑아 신선바위에서 기도하는 의식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면 기도를 한 스님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마을 사람들은 신선이 돼 하늘로 올라갔다고 믿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일제강점기 많은 분이 강제 징용과 수탈로 인한 궁핍 등의 이유로 고향 땅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광복 후 어렵사리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아픈 몸으로 어렵게 살아가기도 합니다. 내 나라가 없을 때, 보호받지 못했던 분들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대한적십자사는 고국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시는 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재한 원폭 피해자, 강제징용 사할린 동포, 고려인과 3회차에 걸쳐 ‘동행’하며 상처를 딛고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되짚어 봅니다. 1. 만나다 : 히로시마, 한순간의 섬광과 긴 암흑경남 합천군에 사는 이수용 할머니는 1928년생. 올해로 아흔여섯입니다. 이젠 몸이 약해져서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방금 무슨 질문이었냐고 되물으며 기자 쪽을 향했습니다.“아, 그날을 기억하느냐고요?”그날.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 녹아내린 도로와 건물. 불에 탄 채로 길에 늘어선 시신들. 다른 기억이라면 가물가물하다던 할머니의 눈빛은 또렷해졌습니다.먹고 살기 위해 일본에서 함바집(간이 식당)을 하던 부모님을 따라 일본에 왔던 한국인 소녀. 주산에 밝았던 열일곱 이수용은 학교를 마치자마자 히로시마 저금국에서 사무를 봤습니다. 그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여느 때처럼 거기 있었죠.그리고 소녀의 삶을 뒤바꾼 건 그날 단 한 번의 섬광이었습니다.주저앉는 듯한 굉음. 놀라서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불이 번쩍했답니다. 건물이 흔들리고 소녀는 쓰러졌습니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땐 사무실은 엉망진창에 온통 피범벅이었습니다. 여길 벗어나 집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어났을 땐, 창문에서 쏟아져 내린 유리가 왼쪽 발등에 박혀 있었고요. 피가 흐르는 불편한 발을 끌고 소녀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건물은 무너지고, 시신들이 즐비한 전찻길을 따라 걸었던 기억을 기자에게 술회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한쪽 다리를 잃은 채였습니다. 믿고 따르던 큰 오빠도 자신처럼 무너진 건물 때문에 크게 다쳐 누워 있었습니다.제때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이제 곧 일본에 미국 군인들이 들어오고, 여자들을 다 끌고 간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미 그런 위협을 겪어본 할머니 가족은 화들짝 놀라 딸을 지키기 위해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부산으로 돌아갔습니다.그래서 일본 정부가 원폭 피해자들에게 치료를 지원할 때 이들 가족은 그런 지원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갔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계신 이곳 경남 합천군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내 다른 한국인 피해자분들도 같은 얘기이더군요.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몰랐죠.” 한국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부산 남포시장에서 구제 옷을 팔고, 과일을 팔면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그때 다친 왼쪽 발을 끌면서요. 30여 년 전엔 암으로 인해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방사능 때문은 아닐까.’ 그런 피해를 개인이 스스로 입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할머니는 일본 나가사키현에서 파견한 일본 의사를 만나서도 기자에게 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몸이 불편하다고, 일본에서 있었던 일들을 기억한다고.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다고 말입니다.2. 다시 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원폭 피해자가 많은 나라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원폭 피해자가 많은 나라입니다.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6일)와 나가사키(9일)에 원폭이 떨어지고, 이틀 동안 69만 명(23만 명 사망)이 피폭되죠. 그중 무려 7만여 명이 조선에서 건너온 한국인이라는 점은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구분피폭 인원사망자전체69만 명23만 명한국인7만 명4만 명7만 명. 경기 과천시(8만5000명), 강원 속초시 인구(8만 명)와 비슷한 규모입니다. 피해자 중에는 강제징용이나 학도병처럼 ‘직접적’으로 끌려오신 분들도, 가난 때문에 내몰리듯 건너오신 분들도 계십니다. 원폭 투하 당일부터 그해 말까지 한국인 피폭자 7만 명 중 4만 명이 숨집니다. 전체 피폭자 사망률이 33.7%인데 한국인 사망률은 57.1%에 달합니다. 왜 유독 한국인 희생자 비율이 높을까요? 당시 두 도시는 미국의 공습을 예상하고, 도심지역 내 시설물을 분산시키는 작업을 펼쳤는데요. 이때 한국인이 많이 동원됐다는 증언이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두 도시 피폭 이후, 피해지역 구호와 복구 작업도 한국인이 많이 투입됐다는 피해자 증언도 남아 있습니다. 원폭에 직접 피해를 입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잔류 방사능 수치가 높은 곳으로 내몰렸다는 겁니다. 1945년 해방 이후 일본 내 강제 징용 한국인에 대한 징용 해제가 이뤄집니다. 그해 9, 10월에 한국인들은 피폭자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배에 오릅니다. 피폭 생존자 3만 명 중 2만3000명이 한국에 돌아왔고, 차츰 줄어 현재 생존자는 1876명. 평균 나이는 82.4세입니다.한국인 피폭자 다수는 아픈 몸을 이끌고 돌아왔지만, 살 곳도 농사지을 땅도 없었습니다. 질병에 시달리더라도 치료받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피폭 직후 발생하는 온갖 종류의 합병증에 시달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들은 원폭 방사선 피폭에 의한, 이른바 ‘원폭증’을 앓으면서도, 자신들이 도대체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됩니다. 켈로이드화된 피부 때문에 한센병(나병) 환자로 의심받아 일할 기회조차 못 얻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후유증 중 하나였던 극도의 무기력증(일본에서는 ‘부라부라 병’으로 불린다)으로 따돌림을 당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3. 그리고, 다시 듣다 : 관심이 필요한 이유 국내 원폭 피해자들에 대해 한일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1960, 70년대 한국 정부는 하더라도 일본 측에 원폭 피해자에 대한 배상만 따로 떼어놓고 요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고요. 이후 한일협정에서 원폭 피해를 다루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일본 정부를 압박했지만, 본질적으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본 후 대응한다는 기조로 대응해 왔습니다. 국내 피해자 지원 근거는 2016년 들어서야 마련됐죠. 일본은 자국 이슈가 아니라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혀왔고요. 이런 모습을 보면 양국 정부가 모두 껄끄러운 문제에 손대지 않을 명분만 찾았다는 비판도 가능하죠. 누군가는 가난으로 인한 일본행은 자발적인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해요. 하지만 이 역시도 크게 보면 피식민지 국민의 희생을 요구하는 제국주의의 구조적 폭력과 분명 무관할 수 없을 겁니다.이런 상황에선 한일 양국 정부 차원의 대응도 물론 중요합니다. 일본 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한국 정부도 실태 조사에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죠.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가운데, 피해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이 이뤄지기까지 민간 차원의 모금 등의 관심도 필요해 보입니다. 직접 피해자는 고령으로서 그들의 증언을 들을 수 있는 날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동아일보는 7월 15, 16일 대한적십자사와 일본 나가사키현이 공동으로 경남 합천군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등에서 진행한 국내 건강 상담에 동행 취재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다가 6년 만에 재개된 행사였죠. 이날 건강 상담 대상이었던 합천, 거창 일대에 거주하는 피해자들은 아래와 같은 증언을 하셨습니다. 이들의 눈물을 닦아드리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더 깊은 관심이 필요합니다.동아일보와 대한적십자사는 광복절을 맞아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피폭된 후 귀국한 한국인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부 캠페인(아래 링크)을 펼칩니다. 모금액은 기부금품법에 의해 관리되며 사용 내역은 대한적십자사 기부금품 모집 및 지출명세를 통해 공개됩니다. 합천=임현석 기자 lhs@donga.com거창=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한민족은 도대체 어디까지 김치로 만들어 먹을 수 있을까. 몇해 전 소셜미디에서 화제가 된 ‘김치 게임’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게임의 규칙은 이렇다. 우선 김치로 만들어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야채(또는 과일까지)를 하나 상상한다. 그러곤 그 야채로 담근 김치가 있는지 검색한다. 그럼 이제 당신은 나지막하게 읊조리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은 김치가 되는구나. 모든 것은 김치가 된다 김치 게임은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이 찾은 김치를 올리는 놀이였다. 누군가 OO김치 사진을 올리면 온갖 반응이 붙는다. 어떻게 이 채소로 김치를 만드냐는 반응과 이걸 여태 몰랐느냐는 장난 섞인 야유가 나온다.콜라비로 만든 깍두기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적이 있다. 콜라비 깍두기를 처음 본다거나, 어떻게 콜라비 깍두기를 모를 수 있느냐며 웅성댔다. 여기에 자신은 동유럽에 살았는데 비트나 콜라비 김치를 직접 담갔다는 사연이 붙었다. 한국에선 쉽게 구할 수 있는 무와 배추를 구할 수 없어 다른 채소로 대체했다는 설명과 함께. 그런 사연을 읽다보면 우리가 김치를 만들어 먹는 입맛의 공동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멕시코 사막에선 선인장으로, 이집트에선 아티초크(꽃봉오리 채소 일종)로, 필리핀에선 망고로 김치를 담근다. 입맛이란 어찌나 끈질긴지, 그 질긴 본능으로 어디서든 온갖 식물에서 김치의 가능성을 발견해낸다. 어디서든 김치를 만들고 나눠먹는다. 김치를 먹는다는 원형적인 감각과 의식이 이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끈끈하고도 단단한 정체성을 마주할 때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느껴진다. 이 감정에 가까운 단어는 뭘까. 민족? 그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어서 이 글도 민족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열었지만, 입맛의 공동체에 담긴 본능과 감각은 이 개념어의 범위를 초월한다는 느낌이 든다. 한없이 굴절되지만, 동시에 원형적인 삶. 원형을 간직하지만, 굴절되는 삶. 지류이자 본류가 되는 이 모든 삶을 뭐라고 부를까. 김치란 무엇일까. 지난달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에 들렀을 때 든 생각이기도 했다. 중앙아시아 출신 고려인이 모여 사는 이곳을 취재차 찾았다. 가장 먼저 만난 분이 우즈베키스탄 3세이자 고려인마을 대표인 신조야 씨(68)였다. 오전에 고려인마을회관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자고 했더니, 얘기 나누려면 가운데 먹을 게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인심 좋게 맞아줬다. 졸지에 식탁에 앉았다. 김치란 무엇인가 러시아식 홍차와 빵, 복숭아잼과 당근으로 담근 김치가 놓인 식탁이었다. 신 씨는 당근 김치를 가리키면서 우즈베크에선 김치하면 이걸 먼저 떠올릴 정도로 보편적인 메뉴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이젠 워낙 당근 김치가 많이 알려져서, 담그는 법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토요일 오후엔 당근 김치 만들기 체험을 한다고 했다. 그러다가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회관에서 일하던 고려인분들이 식탁에 합류했고, 메뉴가 늘었다. “이것도 드셔 봐요” 신 대표가 기자에게 파파야 샐러드 비슷한 걸 권했다. “수박 껍질 안쪽의 하얀 부분 있죠. 그걸로 담근 김치입니다.”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접시들을 하나씩 가리키면서 이게 무슨 김치냐고 묻고 있었다. “그건 토마토 김치요.” 언제부터인가 내 옆에 앉아 있는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 화가 문 빅토르 씨가 말했다. 세상에 토마토 김치가 있느냐는 말에 그가 웃었다. “카자흐스탄 토마토는 소의 심장만큼 큽니다. 카자흐스탄, 토마토 김치. 흔합니다.”그러자 식탁에 앉은 고려인 네 분은 중앙아시아 과일과 야채가 얼마나 맛있는지로 화제를 옮겨갔다.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어가 오가고, 가끔 신 씨가 나의 존재를 잊지 않고 무슨 말인지 통역해준다. “방금 참외는 우즈베키스탄이 최고라고 말했어요. 그냥 먹어도 맛있고 김치로도 맛있어요.” 그러곤 앞에 있는 접시를 가리킨다. 이것도 참외로 만든 김치라면서. “우즈베크 참외 중에선 거의 1미터에 달하는 것도 있는데, 얼마나 단지 몰라요. 안 그래?” 신 씨가 옆에 있는 30대쯤 돼 보이는 고려인 이웃을 보며 말했다. 자신과 같은 우즈베크 출신이라며. 그러자 그 이웃이 잠시 어떤 생각엔가 빠진 것처럼 보였다. 식사하는 내내 러시아말만 하던 그가 잠시 침묵을 흘려보낸 뒤에 말했다. “그거 맛있어.”“맛있나요?” 내가 다시 물었다. “맛있어.” 그가 반복해서 대답했다. 혀에 붙어있는 말은 나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기자들이 돌아가며 씁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동아일보 뉴스레터 ‘여행의 기분’ 시작합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만나보세요.이번주 간추린 여행지1. MZ가 직접 꾸민 한강 정원 (서울 광진구 강변북로 139 뚝섬한강공원)정원을 감상하면, 불안감과 부정적 감정이 완화된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 보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정도가 약 60%나 낮다고 하죠. 서울시는 정원의 정서적 효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이 함께 공공 정원을 꾸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최근 마련했죠.2. 꽃잎이 열린다, 마음이 울린다 (경기 양평군 양서면 양수로 93)세미원은 한국 역사와 스토리를 곳곳에 담은 ‘K가든’입니다. 한반도를 형상화하고 장독대에서는 분수가 솟아오릅니다. 바닥에는 빨래판 모양의 블록이 깔려 있습니다. 마음을 씻으라는 뜻입니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쩌면 연꽃보다 더 많은 관람객을 마주칩니다.3. “단양강서 모터보트-제트스키 타보세요” (충북 단양군 단양읍 상진리 133 일원)수상 관광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단양에는 수상레포츠 기반 시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군은 수중보 건설로 담수화된 단양강에 수상레포츠 명소를 만들기 위해 2019년부터 수중보∼도담삼봉 12.8km 구간을 5개 구역으로 나눠 계류장을 조성 중이죠. 최근엔 이곳 계류장에서 수상스포츠 축제가 열립니다. 1. “MZ가 직접 꾸민 한강 정원 구경 오세요”▶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내 손으로 꾸민 정원이 모두에게 전시된다고 하니 벌써 기대가 되네요.”17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지하철 7호선 자양역 2번 출구로 나와 마주한 뚝섬한강공원. 이날 서울시가 뚝섬 인근 유휴부지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시민들과 함께 정원을 만드는 참여형 프로그램인 ‘한강 가드닝클럽’의 첫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오전 내 비가 내린 흐린 날씨인데도 20, 30대 시민 20여 명이 퇴근을 마치고 천막 아래 속속 모였다.대부분 평범한 회사원인 참가자들은 첫 만남인데도 식물을 주제로 한 시간 가까이 긴 대화를 나눴다. 정동호 씨(35·서울 강남구)는 “3년 전부터 집에서 관엽식물인 몬스테라와 스킨답서스를 키우고 있다”라며 “저처럼 식물을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정원을 만들고 소통할 수 있다는 데 흥미를 느끼고 찾아왔다”라고 기대를 보였다.이날 참가자들은 조경학 전공 강사가 들려주는 정원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맡은 이가영 서울가드닝클럽 대표는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에 어울리는 건 여러해살이풀(숙근초) 기반 자연주의 정원”이라며 환경에 따른 다양한 정원 스타일을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해가 저문 뒤에도 라이트를 켜고 뚝섬 주변에 꾸며진 정원을 둘러보며 공부를 이어갔다.2. 꽃잎이 열린다, 마음이 울린다[김선미의 시크릿가든]▶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행방을 종잡을 수 없던 비구름을 요리조리 피해 연꽃과 수련을 보고 왔다. 빗물로 말갛게 세수한 듯 하얀 얼굴의 백련, 곱디고운 홍련, 왈츠를 추는 요정 같은 노랑어리연…. 진흙에서 피어나 맑은 기운을 전하는 연꽃이 지금 절정이다. 앞으로 보름간 경기 양평 세미원에 가면 연꽃과 수련을 감상할 수 있다. 큰 쟁반 잎에 왕관 모양이 특징인 빅토리아 수련도 8월 초부터 꽃을 피울 예정이다. 세미원에서 차로 30분 더 달리면 도달하는 근사한 복합문화공간 이함캠퍼스 연못에도 연꽃이 피었다.세미원 입장 시간인 오전 9시에 맞춰 도착하니 이미 관람객 여럿이 매표소 앞 연못가에서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다홍색 별 모양 겹꽃 수련이었다. 이 수련 이름은 ‘세미 1호’다. 태국의 한 수련 육종가가 2019년 세미원이 경기도 지방정원 제1호로 지정된 걸 기념해 기부한 품종이다. 세미원은 기증받은 괴근(塊根·덩이뿌리) 한 뿌리를 재배 증식해 2022년 국립종자원에 품종 등록했다. 올해 세미원 개원 20주년을 기념해 세미 1호 20개가 정원 입구에 배치됐다.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선정한 2024년 올해의 정원식물이기도 하다.많은 이들이 연꽃과 수련의 차이점을 궁금해 한다. 연꽃은 수면에서 잎을 일으켜 세우는 정수(挺水)식물, 수련은 잎이 수면에 뜨는 부엽(浮葉) 식물이다. 알고 지내는 숲 해설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쉽게 기억하세요. 목련은 나무에 피는 연꽃, 수련은 물에 피는 연꽃. 수련은 꽃과 잎이 물에 바짝 붙어 있어요.” 머리에 쏙 들어오는 설명이지만 알아 두어야 할 게 있다. 수련의 ‘수’는 물 수(水)가 아니라 잠잘 수(睡)다. 아침 일찍 꽃잎을 열었다가 오후 세 시 이후엔 잎을 오므리기 때문에 잠드는 것 같다고 수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후부터 꽃잎을 닫는 건 연꽃도 마찬가지다. 신비로운 연꽃과 수련은 아침을 사랑하는 부지런한 자들을 위한 꽃인가 보다.3. “단양강서 모터보트-제트스키 타보세요”▶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수상(水上) 관광도시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충북 단양에서 8월 1∼4일 ‘레이크파크 수상스포츠 페스티벌’이 펼쳐진다.단양강 상진나루 계류장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는 모터보트, 제트스키, 수상자전거, 카약, 패들보드(SUP) 등의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무동력 레저기구는 축제 기간 동안, 동력 레저기구인 모터보트와 제트스키는 축제 둘째 날까지 체험이 가능하다.또 축제 기간 플라이보드 공연과 개막 축하 콘서트, 단양코리안 SUP 챔피언십과 이벤트 대회가 진행된다. 총상금 2240만 원이 내걸린 ‘단양코리안 SUP 챔피언십’은 수상자전거, SUP, 카약 등 3종목에서 단·장거리 경기가 진행된다. 유소년, 일반부, 아마추어, 엘리트 등 다양한 경기에 총 3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군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냉방 컨테이너와 냉풍기를 행사장 곳곳에 배치하고 차가운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안전관리 인력도 상시 대기시킬 예정이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동아일보 뉴스레터 ‘여행의 기분’ 입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만나보세요.이번 주 선별한 여행지1. 올여름 멈춰볼까 (충남 예산군 덕산면 수덕사안길 79 수덕사 템플스테이)동아일보 이진구 기자가 충남 예산군 수덕사를 찾았습니다. 템플스테이로 유명한 이곳에서 직접 이를 체험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집착을 벗어난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2. 여행하다 마주친 책방, 뜻밖의 인생 책 만날지도 (각 지역 서점)여름 휴가철이 돌아왔습니다. 더위를 피해 산으로, 바다로 떠난 휴가지에 좋은 책이 함께라면 금상첨화겠죠. 이번 휴가엔 인근 책방을 찾으면 어떨까요. . 주요 휴가지 인근의 서점 6곳과 이곳 주인장으로부터 추천받은 책, 독서 명소 등을 정리해 소개합니다.3. 도로 위 방치된 ‘흉물섬’이 주민 쉼터로 (인천광역시 남동구 경인로764번길 21 , 장수노인정)쓰레기 쌓이던 화단에 꽃나무를 심었더니 다른 공간이 됐습니다. 인천 남동구 삼거리 쉼터 얘기입니다. 불법 주차 민원 끊이지 않던 지역이 어떻게 주민들의 쉼터가 됐는지 살펴보시죠. 1. 올여름 멈춰볼까▶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매년 어디로 갈지 고민하게 되는 여름휴가. 번잡함을 피해 조용한 휴식을 만끽하고 싶다면 템플스테이만 한 게 있을까. 17, 18일 기자가 찾은 곳은 백제시대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충남 예산군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덕숭총림 수덕사(주지 도신 스님). 총림(叢林)이란 선원(禪元), 강원(승가대 또는 승가대학원), 율원(율학승가대학원), 염불원을 모두 갖춘 종합수행 도량으로 조계종 25개 교구, 2800여 개 사찰 중 8곳뿐이다.수덕사 템플스테이에는 1박 2일인 체험형(‘길 없는 길’)과 휴식형(‘일 없는 일’), 청소년을 위한 문화유산 투어(2박 3일), 심화 과정인 ‘하루 선방’(2박 3일) 등이 있다. 체험형에서는 저녁 공양, 새벽 예불, 도량 돌아보기, 암자 순례, 스님과의 차담 등과 함께 참가자 요청에 따라 태극권, 요가, 명상도 할 수 있다. 휴식형은 말 그대로 아무런 구애 없이 편하게 있다 가는 것. 청소년을 위한 문화유산 투어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과 예산·홍성지역 문화유산 탐방을 연계한 것이다. ‘하루 선방’에서는 묵언 수행 등 안거(安居)에 들어가는 스님과 같은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여행하다 마주친 책방, 뜻밖의 인생 책 만날지도▶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경북 경주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양상규 씨가 요즘 핫플레이스로 각광받는 황리단길에 2017년 세운 책방이다.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이란 의미를 담았다. 이곳에서 책을 사면 약 봉투에 책을 담아준다. 마음의 병을 책으로 치유한다는 의미란다. 약국처럼 봉투에 손님의 이름을 적어 준다.최근에는 경주 성건동에 지역민을 위한 2호점 ‘이어서’도 만들었다. 작가 북토크, 게릴라 사인회, 독서 모임을 정기적으로 연다. 특히 잡지 편집장 출신의 작가를 초청해 한 편의 에세이를 함께 완성하는 ‘글쓰기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한다. 그가 추천하는 책은 마쓰이에 마사시가 쓴 장편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비채)다. 198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노 건축가와, 그의 건축 철학을 존경하는 청년의 여름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그는 “읽는 내내 소설 배경이 된 시골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름 향기가 물씬 풍기는 느낌을 공유해 보고 싶다”고 했다.도로 위 방치된 ‘흉물섬’이 주민 쉼터로▶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마을 골칫거리였던 땅이 주민 쉼터로 바뀌면서 마을 얼굴이 몰라보게 환하게 바뀌었죠.”15일 오후 인천 남동구 간석4동 ‘삼거리쉼터’에서 만난 박재임 씨(68)는 쉼터를 둘러보며 “쓰레기 무단 투기,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곳이 쉼터로 바뀌었을 뿐인데 마을 전체가 환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마을 진입부에 있는 이 쉼터는 10m가 넘는 나무들과 하얗게 만개한 수국이 둘러싸고 있어 오래된 주택가 속 정원처럼 보였다. 120m² 규모의 쉼터 안에는 주민들이 쉴 수 있는 벤치와 원형 테이블이 놓여 있고, 장애인과 노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경사로도 설치돼 있었다. 남동구는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1억1500만 원을 들여 오래된 주택과 오피스텔 등이 밀집한 이 마을에 쉼터를 조성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동아일보 뉴스레터 ‘여행의 기분’ 입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만나보세요.이번 주 선별한 여행지 1. 올여름엔 강화에서 ‘1박 2일’올해 여름휴가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인천 강화 여행이 어떠세요. 강화도는 각종 유물과 유적지가 많아서 온 가족이 함께 보고 즐기고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체험 거리가 즐비합니다.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이 있고, 135개의 지정 문화재와 5진·7보·54돈대(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해 만든 소규모 군사 기지)의 국방 유적 등이 곳곳에 분포해 있죠. 인천 강화군은 최근 1박 2일 북부와 남부 코스, 2박 3일 강화 한 바퀴 코스를 개발해 홍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2. “장성을 미식 도시로”… 백종원 손잡고 특화요리 개발전남의 관문이자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인 장성군이 ‘음식관광 1번지’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습니다. 음식과 천혜의 관광자원을 접목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남도를 대표하는 음식 명소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 가시화되고 있죠.3. “이천 임금님 쌀밥집, 대부도 와이너리… 노포 여행 가볼까”경기 이천시 신둔면에는 2002년 개업한 ‘임금님 쌀밥집’이 있습니다. 조선시대부터 임금님께 진상됐던 이천 쌀밥과 한식 조리기능장의 노하우가 담긴 간장게장, 보리굴비 등 음식이 도자기에 한상차림으로 나와 항상 사람들이 붐빕니다. 1. 올여름엔 강화에서 ‘1박 2일’▶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북부 코스는 첫째 날 고려궁지와 강화 성공회 성당, 용흥궁, 소창 체험관을 거쳐 역사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이 있는 강화지석묘, 강화 천문 과학관을 둘러보는 코스다. 강화군은 하점면과 양사면, 강화읍 일대에 있는 숙박시설을 추천했다. 둘째 날에는 교동향교와 월선포, 박두성 생가, 화개정원, 대룡시장을 찾아간다.고려궁지는 13세기 초 몽골의 침략으로 천도해 세웠던 궁궐의 터다. 아름다운 풍경에 있는 외규장각이 ‘포토 스팟’으로 인기다. 소창 체험관은 강화 직물 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할 수 있는 다도 체험, 소창 손수건 스탬프 체험, 한복 체험 등을 할 수 있다.강화지석묘는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만든 무덤이다. 강화군 하점면과 양사면 일대에 40여 기의 고인돌이 있다.올해 5월 문을 연 강화 천문과학관은 2000년 폐교한 강후초교를 리모델링했다. 천문 관측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체험 공간과 우주의 순환 과정을 실감 나는 영상으로 재현한 실감 존, 5대의 망원경과 쌍원경이 있는 보조관측실, 은하까지 관측할 수 있는 주관측실 등을 갖추고 있다.18만 본의 다양한 수목과 관목류, 화초류가 심겨 있는 화개정원은 지난해 4월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지방 정원으로 등록됐다. 대룡시장은 황해군 연백군에서 피란 온 실향민들이 고향에 있는 연백장을 그대로 본떠서 만든 골목시장이다.2. “장성을 미식 도시로”… 백종원 손잡고 특화요리 개발▶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장성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필암서원, 천년고찰 백양사, 축령산 편백숲, 장성호 수변길, 황룡강 꽃길 등 뛰어난 관광자원이 많다. 장성군은 민선 8기를 시작하면서 관광산업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려면 음식이 특화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장성의 맛’을 개발해 관광 수요를 주민 소득과 연결되도록 2026년까지 100억 원을 들여 5대 권역에 음식 특화거리를 조성하기로 했다.5대 맛거리 조성 사업 타당성 분석 및 활성화 방안에 관한 용역이 최근 마무리되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5대 맛거리 후보지는 △황룡강(황룡전통시장) △장성호(미락마을) △백양사 △장성역 △삼계면 택지지구 등이다.황룡강 상권은 전통과 현대의 맛이 조화를 이루는 추억의 시장 골목을 주제로 국밥, 시장국수, 과일막걸리, 사과파이 등을 대표 메뉴로 개발한다. 여름에 황룡시장 레트로(복고풍) 축제를 열어 시장 활성화에도 나선다.3. “이천 임금님 쌀밥집, 대부도 와이너리… 노포 여행 가볼까”▶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2024 경기노포 선정 및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전을 통해 ‘경기 노포(老鋪)’ 32곳을 14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은 경기도만의 정서와 이야기가 담긴 오래된 가게를 발굴하고, 생활 관광 대표 콘텐츠로 키우기 위해 지난해 처음 시작했다. 노포로 선정된 곳은 최소 20년 이상 각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가게들이다. 단, 최근 1년 이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이상의 행정처분을 받은 업소와 단일 제조업,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은 신청할 수 없다. 경기도 관계자는 “사업 경력과 지역성, 관광 연계성 등 서면 평가와 경영철학과 적극성을 보는 현장 평가를 거쳐 최종 선정했다”고 설명했다.경기도는 선정된 노포들에 △노포 현판 및 인증서 제작 △스토리텔링 카드뉴스, 웹진, 스토리북(이야기책) 제작 △뉴트로 콘텐츠 제작 △테마 관광코스 개발 △홍보마케팅 제작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박양덕 경기도 관광산업과장은 “노포 콘텐츠 개발과 판로 확대, 스마트 전환 등 노포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일대일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동아일보 뉴스레터 ‘여행의 기분’ 입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만나보세요.이번 주 선별한 여행지1. 올여름, 강진으로 ‘촌캉스’ 전남 강진이 국내 감성 여행 1번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개최한 축제가 6개에 달할 만큼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지역인데요. 여름 무더위가 시작한 이번 달부터 휴가철 내내 다양한 축제를 준비 중입니다. 가우도 둘레길 걷기와 저두 모노레일 체험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2. 서울 러너들의 성지 된 이곳 서울의 펀스테이션 프로젝트 1호는 여의나루역에 설치한 ‘러너 스테이션’입니다. 서울시는 하반기에도 러너 스테이션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민 참여형 러닝 클래스를 운영한다고 합니다. 러너 스테이션에서 트레드밀을 뛰거나 러닝 관련 제품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에 이미 40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하는군요. 3. 단양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청신호’단양군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도전에 낫고 있는데요. 지질의 보고 단양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지각 변화 규명에 중요한 지질 구조와 대표적인 카르스트 지형을 갖고 있고 자연경관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단양이 국내 여섯 번째 세계지질공원이 되길 기원합니다. 1. 올여름, 강진으로 ‘촌캉스’ 떠날까▶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강진군은 무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휴가철에 다양한 축제를 개최한다. 이달 25일부터 27일까지 ‘가우도 해양레저체험’이 저두 모노레일 인근에서 열린다. 가우도에서는 짚트랙, 모노레일, 제트보트, 바다낚시 등 다양한 해양레저를 체험할 수 있다. 이벤트 사전 예약자 1000명에 한해 강진사랑상품권 1만 원권을 지급한다. 사전 예약은 24일까지 네이버폼 또는 신문과 SNS 홍보물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여유롭게 걸어도 1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가우도 둘레길을 그냥 걷기만 해도 모바일 걷기 앱 워크온을 통해 행사 기간 하루 선착순 100명, 총 300명에게 강진사랑상품권 1만 원권을 지급한다.강진에서는 농촌에서 바캉스를 즐길 수 있다.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문화로, 일명 ‘촌캉스’로 불린다. 강진군은 대표 여행 상품인 푸소(fu-so)에 특화된 여름 프로그램을 더해 지난해부터 푸소 농가에서 숙박하며 농촌의 감성과 정을 체험하는 여름 한정 ‘푸소 촌캉스’를 운영하고 있다. 2박 3일 동안 푸소 체험(숙박 및 음식 체험 등)과 강진군 자유여행을 1인당 11만6000원으로 알뜰하게 즐길 수 있다. 1만5000원 상당의 체험시설 이용권을 받고 후기를 작성하면 별도의 굿즈도 증정한다.2. 한강 러닝 명소로 떠오른 ‘러너 스테이션’▶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발은 주황색 선을 넘지 않도록 해주세요. 뛰다 보면 앞에서 당기는 느낌이 들 거예요.”4일 오후 5시 반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지하 1층. 러닝 전문 코치가 개찰구 옆에 마련된 ‘러너 스테이션’에서 무동력 트레드밀 위를 달리며 기자에게 자세를 가르쳐줬다. 이곳에선 달리는 자세 외에도 적정 심박수와 장거리 페이스 단축법 등 평소 러닝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상담받을 수 있었다.올 5월 문을 연 러너 스테이션이 퇴근길 한강 러너들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공간은 서울시가 역내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인 ‘펀 스테이션’ 1호 사례다. 이전부터 여의나루역 인근 한강공원 일대는 러너들이 선호하는 장소였다. 이에 서울시는 예산 26억5000만 원을 들여 역내 2개 층 일부 구역에 라커룸과 같은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등 이곳을 아예 ‘러너들의 성지’로 만들었다.3. 단양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도전 ‘청신호’▶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충북 단양군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도전에 청신호가 켜졌다.8일 군에 따르면 세계지질공원 현장 평가단 2명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단양을 찾아 지질명소 등을 둘러봤다. 이들은 첫날 군의 단양지질공원 발표와 질의 응답에 이어 5일간 다리안 관광지, 도담삼봉, 상진리 횡와습곡, 구봉팔문 등을 답사했다. 이 기간 지역 문화·역사·생태적 가치와 협력사업 검토, 레저 프로그램 체험 등을 청취하며 군의 준비 상태를 살펴봤다.김호근 군 자연환경팀 주무관은 “평가자들은 군의 의지와 주민 참여도, 파트너 관계 등 280가지의 평가 항목에 대해 꼼꼼히 살펴봤다”며 “현장 평가 동안 단양 지질명소를 보고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군은 마지막 날 ‘단양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간직해 달라’는 의미로 평가 기간의 사진과 영상을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에 담아 전달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