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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베이스업’ 대표(22)는 버려지는 야구공을 분해한 뒤 가공한 ‘에어팟 케이스’를 만들어 최근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업사이클링(재활용)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대학 연합동아리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고 했다. 이 대표는 “프로야구 한 게임당 야구공 수백 개가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을 알았다”며 “야구팬들에게 환경문제도 알리고 실용적인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창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젊은 창업자 꿈 키우는 ‘THE 와플’이 대표는 1년 전 경기 성남시에서 청년 창업가의 성장을 돕기 위해 만든 ‘THE 와플’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와 성남시청소년재단이 협업해 청년들의 사업 아이템 개발과 펀딩, 공간 제공, 마케팅 활동 등을 도와주는 사업이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약 300만 원의 개발비 등을 지원받았다. 그는 “프로야구단과 협업해 지금의 사업을 확대하는 게 제 꿈”이라며 “나중에 저도 예비 창업가들에게 서포터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한의과대를 다니면서 창업한 최유리 큐어포션 대표(26)도 THE 와플의 지원을 받고 있다. 당귀와 산수유 같은 한방 재료와 현대 의학의 비타민C 같은 영양소를 더한 건강음료 출시를 앞둔 그는 “THE 와플 프로젝트에 참여해 아이디어의 완성도와 제품 출시 시기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 청년창업 팀당 최대 3000만 원 지원 성남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성남시의 만 18∼39세 미만 인구는 19만4000명이다. 성남시 전체 인구(91만 명)의 21% 정도가 청년인 셈이다. 성남시는 ‘청년이 오고 싶은 곳, 청년희망도시 성남’을 비전으로 정하고 질 높은 일자리와 주거 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 816억 원을 들여 △일자리 △교육 △주거생활 △복지·문화 △참여·권리 등 5개 분야 79개 과제를 추진 중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청년을 위한 맞춤형 사업을 추진해 지원 효과가 나타나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청년창업 △소규모점포 청년창업 △청년 재창업 지원 등을 새롭게 추진한다. 청년창업과 소규모점포 청년창업은 예비 창업자 등을 공개오디션으로 44개 팀을 뽑아 팀당 최대 3000만 원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청년 재창업 지원 사업은 창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청년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올 3월 7개 팀(총 13명)을 선발한 뒤 창업교육과 법률 회계 노무 등 분야별 전문가 멘토링 서비스를 지원했다.● 취업 청년 주거안심패키지도 추진 성남시는 청년들에게 주거 안정을 돕고 있다. ‘취업 청년 주거안심패키지 사업’을 통해 사회 초년생 취·창업 청년 750명에게 부동산 중개비 및 이사비 40만 원을 주고, 전세보증금 대출이자와 주택 월 임차료(월세)를 10개월간 각각 최대 20만 원씩 지원한다. 전세 사기 등 부동산 정보에 취약한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청년 전월세 안심 계약 도움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성남시는 지난해부터 미취업 청년들과 1년 미만 단기근로자에게 각종 자격증 시험 응시료와 학원 수강료를 최대 100만 원까지 지원하는 ‘미취업 청년 지원사업(ALL-Pass)’을 추진 중이다. 지원 분야는 국가공인자격증 등 총 908종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청년의 자립과 발전을 지원해 지역에 정착하고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종합 지원체계를 수립했다”고 말했다.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지속 가능한 도시 모델을 모색하는 ‘제5회 세계도시포럼’이 2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고양시가 주최하고 세계도시포럼 조직위원회가 주관한다. 올해는 ‘도시를 강화하고, 미래를 지속시키다-혁신과 연대’라는 주제로 기조연설과 특별 세션, 2개 주제 세션으로 진행된다. 기조 강연은 앨런 말락 미국 비영리단체 커뮤니티 프로그레스의 수석연구원과 샘 리처즈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사회학과 교수가 ‘변화와 위기 속 지속 가능한 도시의 조건’을 주제로 강연한다. 특별 세션에서는 이동환 고양시장 등이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연대와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기후테크 체험관과 인공지능(AI) 체험관, 시민 AI 활용 워크숍, 관내 대학이 함께하는 학술 세미나 등도 예정돼 있다. 포럼 참석은 무료이며 세계도시포럼 누리집에서 사전 등록하거나 당일 현장에서 등록할 수 있다.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경기 화성시 능동에서 화장품을 만들어 파는 박상준 ㈜에스제이피 코퍼레이션 대표는 2019년 9월 ‘레드쿠키’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여성 립스틱과 틴트가 덜 지워지고 처음 바른 색채가 오래 지속되는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국내 판매는 물론 해외시장에 수출하기 위해 수백만 원의 마케팅 비용을 썼지만 생각보다 매출이 오르지 않았다. 박 대표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올해 8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수출지원 플랫폼 ‘지비씨 프라임’에 도움을 청했다. 경과원에서 연결시켜준 해외 바이어가 큰 힘이 됐다. 박 대표는 “최근 색조 화장품 28종류의 샘플을 신규 해외 바이어에게 넘겨 우선 1차로 1100만 원의 제품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글로벌 수출 경쟁력 강화 경과원은 경기도 내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을 돕기 위해 2019년부터 지비씨 프라임을 운영하고 있다. 한상대 경과원 수출지원본부장은 “중소기업들의 제품 홍보와 수출 등을 도와 안정적인 성장을 돕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지비씨 프라임은 일반 온라인 플랫폼과 달리 경과원이 운영하는 미국 등 19곳의 해외 사무소를 활용해 해외 바이어를 찾고 화상 상담을 신청하면 자동으로 매칭해 안전한 거래를 도와준다. 국내 기업이 화상 상담을 신청하면 11만4569건의 바이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누적된 수출액과 상담액, 상담 건수 등의 가중치를 반영해 바이어가 자동 매칭되는 방식이다. 바이어가 매칭되면 일대일 원격 수출 상담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통·번역과 마케팅, 통관, 현지 시장 동향 정보 등 수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밀착 지원한다. 지난해 바이어와 정부 기관, 판매자 등 ‘3자 B2B 해외 마케팅 시스템’에 대한 특허출원도 완료한 상태다. 미국에 설립된 GBC LA의 김덕수 소장은 “미국에서 K식품과 K뷰티에 대한 인기는 계속 상승 중이다”며 “트렌드에 대응하면서 경기도 내 기업의 안정적인 미국 진출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산시 세교동에서 전기화학식 가스 센서를 판매하는 최린 ㈜센코 부사장도 지비씨 프라임 덕을 봤다고 했다. 최 부사장은 “올여름 지비씨 프라임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한 기업과 50만 달러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며 “도움이 필요한 소상공인은 지비씨 프라임 지원 사업을 받아 보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지비씨 프라임을 통해 현재까지 4만4014개 기업이 84억 달러의 성과를 냈다.● 수출기업 디지털 전환 추진 경과원은 경기도 수출기업의 전 과정 통합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무역정보통신과 ‘경기도 수출기업의 DX(디지털 전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경기도 수출기업들은 지비씨 프라임을 통해 상품 홍보와 마케팅, 바이어 발굴 등을 지원받아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 이후 스마트 무역원장에서 수출 견적과 계약, 통관, 선적, 대금 회수 등 수출 업무 전 과정을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양 기관이 보유한 무역 데이터를 활용해 경기도 수출기업들은 쉽게 바이어 발굴을 진행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구매-공급 기업 추천 서비스를 통해 효율적인 매칭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강성천 경과원 원장은 “향후 시스템을 조성하면 수출 마케팅과 무역 서류 작성, 정보 관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경기도는 외국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용품 구매 전용 무기명 카드 발급 시범사업을 한다고 16일 밝혔다. 이 사업은 휴대전화가 없거나 언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보편 지원 사업’ 신청을 하지 못하는 여성 청소년을 위해 마련됐다. 경기도는 2021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보편 지원 사업’을 도입하고, 올해부터는 지원 대상을 도내 등록 외국인과 외국 국적 동포 청소년까지로 확대했다. 사업 대상 지역은 도내 전체 외국인 여성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안산과 평택이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참여 희망 11∼18세 외국인 여성 청소년은 다음 달 15일까지 가까운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중복 확인 절차를 거쳐 선정된 대상자에게는 1인당 월 1만3000원, 연 최대 15만6000원의 생리용품 구입비를 시군 지역화폐 카드로 지급한다. 카드는 12월 31일까지 각 시군 내 편의점(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에서 사용할 수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외국인 여성 청소년의 복지 향상과 건강권 보장에 더 노력할 것”이라며 “시범사업 효과를 분석해 향후 31개 시군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이권재 경기 오산시장이 ‘운암뜰 인공지능(AI) 시티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시 공공지분 추가 확보를 위한 ‘세일즈 행정’에 나섰다. 오산시는 이 시장이 14일 국회를 방문해 한국농어촌공사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김선교 의원(국민의힘·경기 여주-양평)과 면담했다고 15일 밝혔다.이 시장은 농어촌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운암뜰 AI 시티 도시개발프로젝트 지분 19.7%를 오산시로 유상 양도하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시장은 간담회에서 “오산도시공사의 첫 사업인 운암뜰 AI 도시개발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농어촌공사가 지분을 넘기는 데에 가교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곧 농어촌공사 측과 만날 예정인데 건의 내용을 잘 설명하고 전달 하겠다”라고 답했다.운암뜰 AI 시티 도시개발사업은 오산동 일원 58만㎡(약 17만5700평) 부지에 지식산업시설과 문화교육 시설, 복합 상업시설, 주거시설(5100가구) 등을 조성하는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이다. 사업 시행자인 오산 운암뜰 도시개발프로젝트 금융투자사(PFV)에는 오산시 19.8%, 한국농어촌공사 19.7%, 평택도시공사 5.3%, 수원도시공사 5.3% 등 공공 부문이 50.1%, 현대엔지니어링 등 민간 부문이 49.9% 비율로 참여했다.오산=이경진 기자 lkj@donga.com}
‘2024 이천국제음악제’가 8∼19일 경기 이천아트홀에서 열린다. 예술계를 이끌어갈 유망 아티스트를 조명하고 예술 도시 도약을 위해 마련된 행사다. 메인 공연으로 △오프닝 콘서트(11일) △뮤지컬 나이트(12일) △콘체르토 나이트(18일) △오페라 나이트(19일) 등 4개의 공연이 잇따라 펼쳐진다. 11일 오프닝콘서트에선 이탈리아 리카르도 잔도나이 국제콩쿠르 1위 수상자인 소프라노 라이아 바예스가 ‘본조 아리랑’을 불렀고, 12일 뮤지컬나잇에는 ‘팬텀’의 여주인공이자 뮤지컬계의 유망주 김수 등이 출연해 ‘노트르담 드 파리’와 ‘팬텀 오브 더 오페라의 넘버’ 뮤지컬을 선보였다. 18일 열리는 콘체르토 나이트에는 마르코 보에미 지휘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차이콥스키의 심포니 5번 등을 연주한다. 19일 오페라 나이트에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주역 테너 최원휘와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아나스타시야 코주하로바 등이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 등을 선보인다. 관람료는 R석 5만 원, S석 4만 원, A석 3만 원이다. 단, 이천시민들은 2000원으로 모든 공연을 볼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이천문화재단 홈페이지(artic.or.kr)에서 확인하면 된다. 김경희 이천시장은 “오랜 전통과 문화가 숨 쉬고 있는 이천시에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과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서 학생 수 부족으로 인해 한 중학교가 폐교된다. 분당과 고양 일산, 안양 평촌, 부천 중동, 군포 산본 등을 포함하는 1기 신도시에서 폐교가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경기도교육청은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청솔중 폐교가 사실상 확정됐다고 8일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청솔중 학부모 선거인 수 41명을 대상으로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여 38명이 투표에 참여해 65.79%(25명)가 ‘찬성’했다. 학부모 과반이 참여해 동의하면 해당 학교는 폐지 수순을 밟는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청솔중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와 행정예고 절차를 거쳐 현재 1학년이 졸업하는 2027년 2월 폐교될 예정”이라고 말했다.경기도교육청은 2016년부터 시행한 조례에 따라 적정 규모 이하인 소규모 학교를 본교 폐지, 신설 대체 이전, 통합운영학교 등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적정 규모 학교를 육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지역에서 2022년에는 3개 교, 지난해는 2개 교, 올해는 1개 교가 폐교했다.청솔중은 인근 청솔마을 단지 입주 시기인 1995년 3월 금곡중으로 개교했다. 개교 당시 5학급 159명 규모였지만 1996년 청솔중으로 교명을 바꾼 뒤 학생 수가 점점 줄더니 2022년 82명, 지난해 59명까지 감소했다. 1기 신도시 노후화에 따른 인근 지역 학령인구 감소가 청솔중 폐교의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도교육청은 청솔중이 폐교하면 향후 청솔중 부지를 교육용 시설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서 학생 수 부족으로 인해 한 중학교가 폐교된다. 분당과 고양 일산, 안양 평촌, 부천 중동, 군포 산본 등을 포함하는 1기 신도시에서 폐교가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청솔중 폐교가 사실상 확정됐다고 8일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청솔중 학부모 선거인 수 41명을 대상으로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여 38명이 투표에 참여해 65.79%(25명)가 ‘찬성’했다. 학부모 과반이 참여해 동의하면 해당 학교는 폐지 수순을 밟는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청솔중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와 행정예고 절차를 거쳐 현재 1학년이 졸업하는 2027년 2월 폐교될 예정”이라고 말했다.경기도교육청은 2016년부터 시행한 조례에 따라 적정규모 이하인 소규모 학교를 본교 폐지, 신설대체 이전, 통합운영학교 등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적정규모학교를 육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지역에서 2022년에는 3개교, 지난해는 2개교, 올해는 1개교가 폐교했다.청솔중은 인근 청솔마을 단지 입주 시기인 1995년 3월 금곡중으로 개교했다. 개교 당시 5학급 159명 규모였지만 1996년 청솔중으로 교명을 바꾼 뒤 학생 수가 점점 줄더니 2022년 82명, 지난해 59명까지 감소했다. 1기 신도시 노후화에 따른 인근 지역 학령인구 감소가 청솔중 폐교의 원인으로 꼽힌다. 분당에 사는 김모 씨는 “아파트 입주가 30년 정도가 되면서 기존 학생들은 졸업하고, 신규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아 청솔중에 진학하는 학생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청솔중이 폐교하면 향후 청솔중 부지를 교육용 시설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올해 8월 22일 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 사고는 노후 에어컨 배선을 제때 교체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8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부천 화재 호텔 건물주 A 씨(66) 등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2004년 10월 준공된 해당 호텔을 인수한 뒤 63개 전 객실 에어컨을 교체하면서 영업 지장 우려 등을 이유로 배선 교체 대신 노후 전선을 계속 사용하도록 결정했다. 당시 에어컨 설치 기사는 기존 전선과 새로운 전선을 연결하면서도 안전장치 없이 절연테이프로만 허술하게 마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체 공사 이후 에어컨 애프터서비스(AS) 기사가 ‘전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수차례 경고했지만 호텔 관계자들은 배선공사를 하지 않고 방치했다.해당 호텔은 화재 발생 시 객실 문이 자동으로 닫히도록 하는 ‘도어클로저’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환기 등을 이유로 비상구 방화문을 열고 ‘생수병 묶음’으로 고정해 방치했다. 또 화재 발생 직후 화재경보기가 울렸으나 호텔 매니저 B 씨는 불이 났는지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경보기부터 끈 것으로 조사됐다. 전 객실에 간이완강기가 비치돼 있어야 하는데도 31개 객실에는 완강기가 없었다. 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부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지역 특색을 반영한 ‘경기형 과학고’를 새로 지정할 예정입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2년 전 보수 진영에서는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당선된 경기도교육감이다. 지난달 20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수원 광교)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지역 과학고 경쟁률이 10 대 1에 달하고 학생 수가 전국의 3분의 1이나 된다”라며 “적어도 3, 4개 정도는 새로 지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 지정되는 과학고는 학교별로 특성화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부 엘리트 학생만을 위한 특권교육을 조장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지역 특화’ ‘이공계 인재 양성’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평소 지역 교육자원을 활용한 미래교육을 강조해 온 임 교육감의 교육철학과도 통한다. 경기도교육청은 다음 달, 20년 만에 과학고 신규 지정을 앞두고 있다. 현재 경기도에 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과학고는 의정부에 있는 경기북과학고가 유일하다. 수원에 경기과학고가 있지만 수학·과학 중심 교육에 초점을 맞춘 영재고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준으로 경기도 인구는 약 1363만 명. 경기도보다 인구가 적은 △서울(938만 명) △부산(328만 명) △인천(300만 명) △경북(254만 명) △경남(324만 명)에도 과학고는 2곳씩 있다. 과학고 진학을 희망하는 경기지역 학생은 교육 혜택과 진학 선택에 있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토로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2년이 지났다. 평가와 계획은…. “경기교육의 기본은 학교다. 학교 교육에서 ‘학력 향상’과 ‘기본 인성 함양’의 중요성을 되살리는 시간이었다. 교원 역량 강화와 교육행정 체제도 구축했다. 2년 전 선거 때 ‘경기교육을 바꾸고 새롭게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교육은 기본을 지켜야 하지만, 트렌드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경기교육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꿀 생각이다.” ―‘공유학교’ ‘하이러닝’을 추진 중이다. “경기교육의 핵심은 ‘공유학교’ ‘하이러닝’의 두 축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데 학교가, 교사들이 모든 걸 다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학교는 기본 인성과 수리·독해·글쓰기·체육 같은 기초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 나머지 필요한 전문성은 학교 밖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한다. 그것이 공유학교다. 하이러닝은 학습을 도와주는 인공지능(AI) 교수학습 플랫폼이다. AI 학습진단과 개인 맞춤형 콘텐츠 추천도 가능하다. 현재 97%인 2418개 학교가 활용하고 있다.” ―교권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수업에 대해서만큼은 교사들에게 절대 권한을 주는 게 맞다. 정당한 교육활동 중에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핫라인과 법률지원단을 통해 기관 차원에서 대응한다. 학교 안 갈등을 해결하는 화해중재단을 운영했는데, 올해 안으로 법제화도 추진한다.” ―과학고 추가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 지정되는 과학고는 (기존 과학고와)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면 서열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마련한 대안이 지역 특색을 반영한 ‘경기형 과학고’다. 시설과 인력, 기업, 연구소, 대학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여러 과학 분야를 골고루 잘하는 것도 좋지만 한 분야에 집중하는 특화된 과학고 설립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기존 학교를 과학고로 전환하면 2027년 3월, 신설 과학고는 2030년 개교가 목표다. 학생 선발은 시험이 아닌 학교 추천을 받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대학입시 개혁을 강조했다. “누구나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일이다. 지금의 대학입시는 지식, 암기 테스트다. 사고력이나 문제 해결력, 논리력을 테스트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세상일은 정답이 없는데, 교육은 정답 맞히는 일만 한다. 명문대를 나와도 정답 맞히는 것만 잘하고 상상력을 키우는 토론은 잘 못한다. 대학입시의 중장기 개편을 말하면서도 미세조정만 해왔다. 경기도교육청은 입시 개혁 전담 기구를 만들어 대입제도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늘리는데, 이것은 잘못됐다. 대학에 선발 자율권을 줘야 한다.” ―정부의 의료 개혁으로 현장에선 혼란스러운데…. “중고등학교는 의대 열풍이 더 과열됐다. 2025년 의대 수시 전형에 지난해보다 2배가 넘는 수험생들이 몰렸다고 한다. 정부의 의료체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시기는 맞다. 의대를 늘리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체계 개선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개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다. 의대 정원 숫자만 늘렸지 뚜렷한 발표도 없다. 정부의 의료개혁도 현장과 충분히 논의하며 속도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 장기적 목표가 필요하다. 현재 시점에 맞게 재량권을 주고 장을 열어주면 해결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 위축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재정을 축소하고 교원을 감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학생 수가 줄지만, 과거처럼 양적 교육의 방식, 대량으로 교육하는 과정이 아닌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맞춤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12월 수원에서 유네스코 국제포럼이 열린다. “유네스코는 세계 교육의 미래에 대해 여러 담론을 국제사회와 공유한다. AI 기술이 주도하는 시대의 교육은 어떻게 돼야 하는지, 지역사회 협력 측면에서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지구 환경을 위해 교육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등이다. 경기도교육청도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어 유네스코와 함께 포럼을 마련했다. 올해는 ‘미래를 위한 교육 변혁’이 주제다. 경기교육의 성장과 변화, 현장의 다양한 실천 모습을 유네스코 회원국 교육전문가 1000여 명에게 소개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인공지능(AI)과 딥테크 스타트업 박람회인 ‘2024 경기 스타트업 서밋’이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27일 막을 내렸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스페인 사우스서밋이 공동 주관했다. 사우스서밋은 2012년부터 누적 투자액 13조 원에 7개 유니콘기업을 배출한 남부 유럽 지역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박람회다. 이번 행사는 스페인과 인도 등 10개국 253개 스타트업이 참여했고 1만2000여 명이 방문했다. 엔비디아와 아마존웹서비스(AWS),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네이버클라우드 등 글로벌 빅테크가 스타트업과 함께 공동관을 구성하고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70여 명의 국내외 벤처캐피털(VC)이 현장에서 스타트업들과의 일대일 상담을 통해 530억 원 규모의 상담 성과를 냈다. 또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데니스 홍 교수와 엔비디아 수전 마셜 디렉터 등 국내외 83명의 업계 리더가 참여해 54개의 주제 강연과 AI 콘서트를 진행했다. 강성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은 “앞으로도 경기도는 AI와 로보틱스 등 혁신 기술 분야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지난달 22일 오전 9시(현지 시간) 스웨덴 남부 항구도시 말뫼시의 펠루글란 유치원 정문 앞. 특수 제작한 20인용 빨간색 ‘이동식 버스 유치원’ 안에서 5세 어린이 20여 명이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모기가 곤충일까요, 거미가 곤충일까요.” 학생들은 “잘 모르겠어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말뫼시에서 운영 중인 버스 유치원은 보육시설을 옮긴 듯 작은 책상과 의자, 서랍과 수납공간, 화장실 등이 마련돼 있다. 주로 숲이나 해변, 박물관 등으로 이동하는 등 체험활동에 이용된다. 펠루글란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엘린 씨(43)는 “버스를 통해 도심 여러 공간을 교육적 목적으로 활용하고 모든 아이가 공평하게 좋은 프로그램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양한 공간에서 체험하는 현장학습 말뫼시가 버스 유치원을 처음 도입한 건 2018년이다. 말뫼시 195곳의 시립 유치원을 4대의 버스가 1년 내내 돌면서 모든 지역의 아이들이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보육 교육을 받은 운전사와 3, 4명의 교사가 버스에 함께 탄다. 모하메드 야신 말뫼시 유아교육위원회 의장은 “말뫼는 인구 밀도가 높고 도시화 된 지역”이라며 “자연을 체험하고 환경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진했다”고 설명했다.이동식 버스 유치원은 공원과 해변, 박물관, 테마파크 등으로 이동하며 다양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공원에서는 곤충, 식물 등의 관찰과 생태학습 등을 진행한다. 해변에서는 모래놀이, 물놀이를 하고 해양 생물들에 대해 배운다. 눈이 올 때는 숲으로 가서 신나게 썰매를 타고 눈싸움도 한다. 린다 알홀름 펠루글란 유치원 원장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의 확보가 아니라 그 공간을 활용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탐구하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자연 중심 교육은 아이들의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 협동심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학부모들도 시가 운영하는 돌봄 시설에 대한 믿음이 크다. 5세 자녀를 둔 요한 씨는 “아이가 버스를 타기 며칠 전부터 기대를 많이 한다”며 “도시 속에서도 자연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다문화 어린이에게 공평한 교육 기회 제공 말뫼시는 이 프로젝트로 공동체의 복지 증진을 기대한다.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에게도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산업도시였던 말뫼시는 2010년 난민과 이민자가 증가해 현재 174개국 출신이 거주하는 다문화 도시로 변모했다. 말뫼시 관계자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아이들만이 아닌 모든 지역의 아이들에게 다양한 공간들을 교육 장소로 활용해 양질의 교육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뫼시는 모든 시립 유치원이 언어와 다문화 교육을 최우선으로 진행하도록 지침을 두고 있다. 유치원 교사 카린 씨는 “우리 기관에만 시리아 등 20여 개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함께 다니고 있기 때문에 언어와 다문화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치원에서도 프랑스 에펠탑, 미국 자유의 여신상,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 사진을 보며 각 나라의 문화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버스 유치원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말뫼시는 버스의 수를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말뫼시 관계자는 “돌봄과 교육의 질을 높이려고 버스 수를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말뫼시는 아이들 안전 문제가 향후 프로젝트 확대의 관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운영 중이던 유치원 버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놀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다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말뫼시 관계자는 “버스 정비 상태와 운전사의 자격 조건 등을 계속 체크하고 있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유치원과 항상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린다 알홀름 펠루글란 유치원 원장 인터뷰…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스스로 탐구하는 기회 제공”“말뫼시는 ‘이동식 버스 유치원’을 통해 다양한 교육의 비전을 보여줬다.”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스웨덴 말뫼시 펠루글란 유치원에서 만난 린다 알홀름 원장(사진)은 “스웨덴에서 야외 수업의 의미는 공간 활용을 통해 도시 공공 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이 프로젝트는 스웨덴의 자율성과 야외 활동을 중시하는 교육 철학에서 시작됐다. 스웨덴 유치원은 각각 커리큘럼을 짤 수 있는데 야외 활동을 하루 한 번 이상 꼭 넣는다고 한다. 알홀름 원장은 “버스 유치원의 기본 원칙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학습하고 놀이를 통해 스스로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정서적 신체적 발달을 돕는 것”이라며 “숲과 공원, 정원 등의 공간에서 확대경 관찰과 채집 등을 통해 다양한 생명체와 자연 현상을 탐구하고 학습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다문화 도시인 말뫼시는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야외 수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간극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알홀름 원장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협업하면서 여러 감정을 공유하고 언어 장벽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의 다른 지역에서도 버스 유치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아이들의 자율성과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해 이동식 버스 유치원 도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말뫼=이경진 기자 lkj@donga.com}
환경부는 댐 건설의 이유로 홍수 피해 예방, 관광 활성화, 생태계 재건 등을 들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댐 건설에 강하게 반대한 지역 중 상당수가 건설 후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댐 건설로 인해 녹조 피해가 늘어나는 등 환경오염 문제가 심화됐다는 지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두루미도 다시 찾아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운영된 임진강 유역 한탄강댐은 매년 506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홍수조절 등 자연재해 예방에 따른 편익은 물론이고 관광, 시설투자 등 지역에 끼치는 경제적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한탄강댐의 경우 홍수조절 능력도 입증했다. 집중호우 등으로 댐에 역대 최대의 물(1초에 4796m³)이 유입됐던 2020년 8월 들어온 물의 27%만 방류하며 강 하류 수위를 2.2m가량 낮췄다. 댐 건설 과정에서 설치한 오토캠핑장에 지난해에만 약 11만 명이 찾는 등 관광객 유인 효과도 있다. 경기 연천군 인근 군남댐의 경우 임진강 수위를 관리하기 위해 2011년 완공됐다. 건설 과정에서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의 서식지가 파괴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는 댐 건설 계획수립 단계부터 환경영향평가 등을 진행하고 대체 서식지 조성 등 두루미 보호 대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월동을 위해 군남댐을 찾은 두루미 개체 수가 댐 건설 전의 6배가량이 됐다. 2011년 309마리에 불과했던 두루미가 지난해 1870마리까지 늘어난 것이다. 2016년 완공된 경북 김천부항댐은 관광객 유입에 일조하고 있다. 정부는 총사업비 5561억 원 중 502억 원을 지역개발비로 책정하는 등 댐 건설 단계부터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정비사업비로 추진된 국내 최고 높이(93m)의 집와이어, 개방형 스카이워크, 국내 최대 규모의 출렁다리(256m)는 주말 평균 4000여 명을 끌어모으며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녹조 발생” vs “댐 건설 때문 아냐”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댐 건설 지역에 녹조 등 환경오염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녹조는 유해 남조류가 대량 증식하며 물 색깔을 녹색으로 변화시키는 현상이다. 주로 고여 있거나 유속이 느린 물에서 발생하다 보니 댐 건설 피해 주장의 근거로 활용된다. 환경단체들은 “물이 흐르도록 강의 자연성을 회복시키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9월에도 열대야가 발생하는 등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녹조가 발생하는 댐도 증가하고 있다. 녹조를 감시할 수 있는 전국 13개 댐을 관리 중인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기준으로 평년 3, 4개에 불과했던 녹조 발생 댐은 올해 7곳으로 늘었다. 지난달 22일에는 수도권 식수원인 한강 팔당호에 2018년 이후 6년 만에 ‘관심’ 단계 조류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조류경보는 녹조를 일으키는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가 물 1mL당 1000개 이상일 때 내려진다. 다만 전문가 중 상당수는 녹조의 직접적 원인이 오폐수 등 오염원의 유입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녹조가 확산된 것도 폭우와 폭염 등 녹조 발생에 더 유리한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란 것이다. 최지용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 교수는 “녹조 관리에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유역에서 인과 질소량을 줄이는 것”이라며 “하수처리장의 인 방류 기준을 강화하고 축산·농경지 등 오염원 관리를 하면 녹조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범철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명예교수도 “댐 상류 오염물질 유입을 줄여 인 발생량을 줄이면 녹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연천=이경진 기자 lkj@donga.com김천=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경기도가 소규모 사업장의 이주노동자 불법 파견 방지 등 안전교육 권고에 나선다. 올해 6월 근로자 23명이 숨지는 등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화성시 공장 화재의 재발을 막으려는 조치다.경기도는 “이달 27일까지 전국에서 유해화학물질 취급 업체가 가장 많은 화성시 사업장 676곳 중 영세사업장 587곳을 대상으로 불법 파견 방지와 이주노동자 안전교육 실시를 권고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현행 ‘파견법’에 따르면 제조업의 직접 생산 공정 업무에 대해서는 근로자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해야 한다. 해당 교육은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정기교육은 신규 근로자를 채용할 때와 작업 내용을 변경할 때도 받아야 한다.경기도는 파견법에 따른 근로자파견 금지 준수 여부 안내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정기적인 안전교육 실시 준수(정기교육, 작업 내용 변경 시 등) △이주노동자를 위한 외국어 위험표시 및 안내 표지판 설치 협조 △작업절차 교육 및 각종 보호장비 사용법에 대한 교육 △작업장 내 유해 위험 요인 파악, 유해화학물질 유출 등에 따른 긴급 상황 대처 방법 교육 등을 권고할 예정이다.이종돈 경기도 안전관리실장은 “리튬공장 등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에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이주노동자의 언어 소통 문제 등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일터 조성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경기 성남시 제3판교테크노밸리가 첨단산업 분야의 새로운 기술 혁신 거점으로 조성된다.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제3판교테크노밸리에 첨단산업 분야 선도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30일 모집 공고를 낸다고 11일 밝혔다. 공모 대상 자족시설용지는 △6168㎡(약1869평) △5696㎡(약1726평) 등 2필지로 첨단산업 관련 선도기업이 신청할 수 있다. 공모는 사업계획서를 평가해 우수한 기업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가항목은 △시장점유율 △재무 능력 △재원 조달 능력 △공공 기여 방안 등이 포함된다. 공급가격(감정가격)은 ㎡당 910만 원 내외다.도는 부동산 시세차익을 차단하기 위해 건축물 소유권 보존등기일로부터 5년 내외의 지정용도 사용 의무 기간과 전매와 제3자 양도 금지 기간을 설정하고 주용도 사용면적의 50% 이상을 5년간 직접(자가) 사용하도록 했다.기업들의 반응은 뜨겁다. 이날 판교 글로벌비즈센터에서 열린 자족시설용지 공급 설명회에는 LG이노텍과 DB글로벌칩, HD현대, LX세미콘, 대덕, 삼양사, KG모빌리티, 현대위아 등 114개 기업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제3판교테크노밸리는 성남금토공공주택지구 내 7만3000㎡(약2만2121평) 부지에 사업비 1조7000억 원을 들여 연면적 50만㎡ 규모의 민관 통합 지식산업센터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2025년 말 착공할 예정이다.제1·2 판교 테크노밸리는 연 매출액이 168조 원(2022년 말 기준)으로 부산과 인천의 지역내총생산(GRDP) 104조 원을 능가하는 글로벌 연구개발(R&D) 특구다. 김동연 지사는 올해 1월 제3판교테크노밸리 청사진을 사는 곳에서 일하고 즐기고 배울 수 있는(직주락학·職住樂學) ‘스타트업 천국’으로 제시하며 글로벌 선도기업과 대학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박현석 경기도 도시정책과장은 “제3판교테크노밸리는 시스템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글로벌 리더 기업들과 대학, 연구소들이 함께하는 혁신 클러스터로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오산시는 경기 남부 반도체 클러스터의 중심에 있습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이권재 경기 오산시장은 9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있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투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AMAT는 세계 1위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이다.이 시장은 세교3지구 공공주택지구 예정지 인근에 구상 중인 100만㎡(약 30만3030평) 규모의 첨단테크노밸리 조성에 관해 설명했다.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와 인접해 있고, 인근 가장1·2·세마산단 등에는 램리서치매뉴팩처링과 엘오티베큠, 필옵틱스 등 60여개 반도체 기업이 입주해 있다.이 시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접근성과 4차산업 관련 연구 인력 확보를 위한 대학과의 연계성도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조 폰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대외협력최고책임자는 “오산시가 반도체 산업 기업들에 제공할 흥미로운 기회를 소개해 줬다”고 화답했다.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성매매 업주로부터 의뢰를 받아 성매매 장면을 촬영한 뒤 후기를 올려 업계에선 ‘작가’라고 불리는 이른바 ‘검은 부엉이’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로 30대 A 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A 씨는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업소 수백 곳에서 성매매한 뒤 해당 장면을 촬영해 성매매 광고 사이트에 후기 형식으로 올리는 대가로 업주들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업주들은 마치 인플루언서에게 제품 리뷰를 부탁하는 것처럼 A 씨에게 건당 10만∼40만 원을 주고 업소와 성매매 여성에 대한 후기를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경찰은 성매매 여성의 사진 등 프로필을 제작·편집한 전문 광고대행업자 7명과 성매매 업주 8명, 성매매를 한 여성 4명도 입건해 이 가운데 5명을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A 씨가 수천만 원에 달하는 카메라 렌즈와 전문가용 카메라 27대, 조명 등을 이용해 성매매 영상을 직접 촬영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카메라 관련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렌즈 개발업체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압수수색 당시 A 씨 컴퓨터에서 5TB(테라바이트)에 달하는 1929개 성관계 영상이 발견됐다고 한다. A 씨는 자신과 상대 여성의 얼굴을 모자이크해 성매매 사이트에 후기와 함께 ‘움짤’(움직이는 짧은 영상) 형태로 게재했다. 성매매 여성들 역시 이 같은 내용을 미리 전달받고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올해 초 성매매 업소 단속 도중 업주로부터 “성매매 후기 전문 작가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검은 부엉이를 피의자로 특정해 붙잡았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했다”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 등이 거둬들인 범죄이익 12억5000여만 원에 대해서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관계 동영상 원본도 모두 압수해 자칫 영상이 유포돼 피해자가 양산될 위험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말했다.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사진)가 5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허훈)는 5일 오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김 씨를 불러 조사했다. 김 씨는 비공개로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이 조사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김 씨는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청사로 들어갔다. 검찰 조사에서 김 씨는 진술을 거부했고, 약 2시간 만에 귀가했다. 김 씨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형식적인 수사라고 생각해 전면적으로 진술을 거부했다”고 했다. 김 씨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시절 수행비서였던 배모 씨가 초밥, 샌드위치, 과일 등 개인 음식값 등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법인카드 사용 내역 가운데 2021년 8월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관계자 등 6명의 식사비 10만4000원을 결제한 것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배 씨를 재판에 넘겼고, 김 씨도 2022년 9월 7일 비공개로 조사한 뒤 올해 2월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기부 행위’를 했다고 본 것. 배 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김 씨의 1심 선고는 지난달 13일 예정됐다가 변론 재개로 연기됐다. 이후 검찰은 이 대표 부부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도 계속 수사해왔고, 올 7월 4일 부부에게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민주당 관계자 등과의 식사비 10만4000원 외에 경기도 예산을 사적으로 쓴 다른 부분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 측은 지난달 23일 “민주당 전당대회(8월 18일)가 끝나고 출석하겠다”는 의견서를 검찰에 냈지만, 이후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살아있는 권력 김건희 여사의 범죄 혐의는 터럭 하나 건드리지 않으면서 ‘방문 조사’ 나가 휴대전화까지 제출한 검찰”이라며 “야당 대표는 물론이고 배우자까지 먼지 한 올마저 털어댈 기세이니 ‘정치 검찰’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사실과 다른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수원지검은 “7월 4일부터 8월 2일까지 3회에 걸쳐 김 씨에게 출석을 요청하는 한편, 김 씨의 변호인과 조사 일정을 협의했으나 최초 출석 요청일로부터 50일 이상 경과하기까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가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8월 26일 서면조사로 대체하겠다는 의사를 김 씨의 변호인에게 통보했으나 변호인은 이를 거부하고 ‘9월 5일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혀 출석 일자를 직접 선택했다”고 반박했다. 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응급환자 수용이 혹시 가능한가요?” 2일 오후 9시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센터). 이날 야간 당직인 응급의학과 고벽성 교수의 휴대전화는 5, 10분마다 울렸다. 응급환자를 받을 수 있는지 묻는 다른 병원 관계자와 119 구급대원의 전화였다. 고 교수는 다른 병원 관계자 전화에는 미안한 말투로 “병원 간 전원은 어렵다”며 예외없이 거절했다. 119 구급대원 전화에도 상태가 중증인 절반 정도만 “환자를 보내라”고 했다.한양대병원은 서울 동남권 권역센터다. 권역 내 응급환자의 최종 치료를 담당한다는 명칭이 무색하게 이날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는 ‘응급실 인력 부족으로 중증외상환자 수용 불가’, ‘전원의 경우 기존 환자 외 모든 환자 수용 불가’ 등 각종 제한 메시지가 가득했다. 이 같은 진료 제한은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8명이 병원을 떠나며 시작됐다. 연수까지 겹치며 20명이던 의사가 11명으로 반토막 났고 결국 5, 6명이 서던 당직을 2명이 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7월부터 진료지원(PA) 간호사를 투입하긴 했지만 의사가 부족하다 보니 병상도 33개에서 20개로 줄였다. 환자를 받기 어려운 이유 중에는 응급 처치 후 진료를 담당할 배후 필수과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것도 있다. 고 교수는 “예전에는 신경외과나 흉부외과 당직 의사가 마취과의 도움을 받아 응급수술을 했다. 지금은 어디나 의사가 없어 수술이 어렵다 보니 무턱대고 환자를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의 경우 최근 호흡기내과, 췌장담도암센터 교수 등 필수과 의사들이 잇따라 사직한 탓에 기존 입원 및 외래 환자 진료 외에는 응급환자를 수용할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3일에도 “전체 응급실 409곳 중 99%인 406곳이 24시간 운영을 하고 있다”며 “응급의료 붕괴에 이르는 상황까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한양대병원처럼 문을 닫진 않았지만 응급환자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는 병원이 상당수라고 지적한다. 역시 권역센터인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의 경우 3일 응급실 문 앞에 ‘한시적 축소 운영’ 안내문을 붙였다.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7시∼금요일 오전 7시에는 심정지 환자만 수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병원은 이미 매주 수, 토요일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소아응급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2시경 아주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이모 씨(38)는 “맹장이 터져서 잘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병원이 중증이 아니라며 돌려보내는 모습을 봤다. 정말 심각하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에는 당초 14명의 전문의가 근무했으나 이 중 3명이 병원을 떠났고 4명이 추가로 사직 의사를 밝힌 상태다.진료 중단을 선언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건국대 충주병원과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이 주말 또는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이대목동병원도 매주 수요일 야간 응급실 신규 환자 진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뇌경색-가스중독 환자 밀려오는데…“심정지만 수용” “신규 안받아”‘최후 보루’ 권역응급센터도 한계응급실 문은 열었지만 진료 제한… 중증 환자들 골든타임 놓칠 우려의사들 “응급환자 대형병원 몰려와… 언제까지 버틸수 있을지 모르겠다”정부에 따르면 3일 현재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병원은 주말 또는 야간 진료를 중단한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건국대 충주병원과 매주 수요일 신규 환자 야간진료를 중단한 이대목동병원 등 4곳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구급대원 사이에선 “대형병원 응급실 상당수가 문은 열었지만 진료를 대폭 축소해 응급환자가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기자는 대형병원 응급실의 현재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병원 측에 허락을 얻어 2일 오후 8시부터 3일 오전 2시 반까지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센터) 야간 진료 상황을 취재했다.● 권역센터로 몰려드는 응급환자들 일반 병원들이 문을 닫은 2일 오후 8시경 한양대병원 권역센터에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쓰러진 20대 여성이 구급차에 실려 왔다. 환자를 이송한 구급대원은 응급의학과 고벽성 교수에게 “발견 당시 혈중 일산화탄소 헤모글로빈 수치가 42%까지 올랐다”고 했다. 이 수치는 5% 이하가 일반적이며 50% 이상이면 혼수 및 치사 상태가 된다. 고 교수는 여성이 노출된 가스 종류 등을 확인한 뒤 “고압산소 치료를 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현재 서울에서 야간에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를 고압산소 치료할 수 있는 곳은 한양대병원 1곳뿐이다. 의료공백 전에는 다른 병원 응급실 2곳에서도 가능했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최근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날도 가스 중독이나 뇌경색 등 꼭 수용해야만 하는 환자를 우선 받다 보니 상당수의 이송 요청은 거절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고 교수는 “그나마 우리 병원은 당직 의사가 2명이라 한 명이 중증환자를 돌보는 동안 다른 환자를 맡을 수 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했다. 응급실을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병원이 늘면서 ‘최후의 보루’인 권역센터 문을 두드리는 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이날 오후 11시경에는 용산소방서 구급대가 “계단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친 20대 환자를 받아 주는 병원이 없다”며 이송을 요청했다. 고 교수가 “받겠다”고 하자마자 이번에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70대 환자가 광진소방서 구급차에 실려 왔다. 구급대 중에는 “전화로는 안 받아 준다”며 일단 밀고 들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 교수는 “2차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가 가능한 환자들이 ‘받아 주는 곳이 없다’며 3차 병원(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밀려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증환자 처치가 어려워진다”며 발을 굴렀다.● 진료 제한 늘어나는 권역센터 의료계에선 한양대병원 같은 권역센터에서 진료 제한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양대병원의 경우 3일 오후 7시 기준으로 중증외상환자 수용 불가, 정신과·안과·정형외과 진료 필요 환자 수용 불가 등 9개의 제한 메시지를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올려 놓은 상태다. 전국에 44곳뿐인 권역센터는 해당 권역 내 최종 치료기관인 만큼 여기서 수용이 거절된 중증환자는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 역시 권역센터로 서울 서남권을 책임진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은 이달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 반까지 신규 환자를 안 받기로 했다. 권역센터인 아주대병원 응급실도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는 “심정지 환자만 받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군의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진료지원(PA) 간호사를 투입해 공백을 메우고 고비를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권역센터에 투입된 한 PA 간호사는 “동맥혈 채혈, 비위관(콧줄) 삽입 등 전공의들이 하던 업무를 맡고 있지만 갈수록 먼 지역에서 환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의료진 모두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15일(현지 시간)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시청에서 남동쪽으로 3km 떨어진 아마게르 지역. 국토 대부분이 평지인 코펜하겐에 우뚝 솟은 굴뚝이 눈에 띄었다. 언뜻 새로 지은 공장 같아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슬로프와 산책 코스, 클라이밍 벽 등이 있는 종합 레저스포츠 시설에 온 것 같았다. 연간 방문객만 5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건물은 자원회수시설(폐기물 소각장 겸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다. 거대한 미끄럼틀을 닮은 언덕 모양 때문에 일명 ‘코펜힐’(코펜하겐의 언덕)로 불린다. 야코브 시몬센 아마게르 바케 운영사(ARC) 대표는 “아마게르 바케는 친환경 폐기물 소각 발전소의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고 말했다.● 소각장에 스키장, 암벽장, 카페 조성 코펜하겐시는 2017년 폐기물 관리와 에너지 생산,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연면적 4만1000㎡(약 1만2400평) 규모의 아마게르 바케를 조성했다. 준공 40년이 지나 노후화된 소각장을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다목적 시설로 재편한 것이다. 코펜하겐시 관계자는 “악취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낡은 소각장을 대체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많았다”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소각장을 첨단시설로 만들고 외부는 시민들이 많이 찾는 레저시설로 꾸며 지역의 랜드마크가 됐다”고 설명했다. 아마게르 바케의 건물 높이는 85m로 스키장의 총 길이는 450m다. 최고 경사도(45%)를 포함해 4개의 슬로프 코스가 있는데 초급자부터 상급자까지 실력에 맞춰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이날도 수십 명의 시민들이 스키를 타며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인근 주민 루카스 씨는 “스키를 한 번 타려면 스웨덴까지 3시간을 이동해야 했다”며 “아마게르 바케 덕분에 눈과 상관없이 사계절 내내 무료로 스키를 탈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스키 슬로프 옆 건물 꼭대기 공원과 지상을 연결하는 산책로를 뛰거나 걷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 건물 벽면에는 높이 85m, 너비 10m의 세계 최대 규모 인공 암벽장을 만들어 클라이밍을 즐길 수도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 정상에 가면 전망대와 커피숍이 있는데 코펜하겐시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코펜하겐에 사는 이다 씨는 “날씨가 좋은 날에는 코펜하겐은 물론이고 스웨덴 말뫼까지 구경할 수 있다”며 “답답하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첨단시설로 오염물질 배출 ‘제로’ 아마게르 바케는 덴마크의 세계적 건축가 뱌르케 잉엘스가 설계했다. 아마게르자원센터가 2010년 흉물스러워진 기존의 발전소를 대신할 새 건물 디자인을 공모할 당시 전 세계에서 36개 설계사가 참여했다. 뱌르케잉엘스그룹(BIG)은 발전소 여러 동을 키 순서로 이어 붙이고 그 위에 스키 슬로프를 얹어 시민들에게 공간을 개방하겠다는 설계안을 제시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마게르 바케는 2021년 세계건축축제(WAF)에서 선정한 ‘올해의 세계 건축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BIG의 파트너 건축가 브라이언 양 씨는 “국토 대부분이 평지인 덴마크의 지리적 특성을 역으로 착안해 코펜하겐에 산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뒀다”며 “소각장이란 기피 시설을 사람들이 가고 싶고, 찾고 싶은 활동적인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통했다”고 설명했다. 오염물질 관리 시스템도 우수 사례로 꼽힌다. 소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의 경우 평균 배출량이 ㎥당 14.65mg에 불과하다. 이는 유럽연합(EU)의 최대 허용치인 400mg의 약 3.66% 수준이다. 시몬센 대표는 “이곳은 지리적으로 덴마크 왕족이 사는 아말리엔보르 성에서 2km 거리로 가까운 데다 인근에 458가구가 살고 있어 오염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된다”며 “코펜하겐시가 2025년까지 세계 최초로 ‘탄소 제로 도시’가 되겠다는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게르 바케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하루 평균 5∼25t 트럭 250∼300대가 소각장을 오가며 1500t 정도의 폐기물을 배출한다. ARC 관계자는 “연평균 63만 t의 폐기물로 15만여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고, 8만여 가구에 지역 난방열을 공급한다”고 말했다. 아마게르 바케는 소각 과정에서 생산된 열과 전력을 인근 지역에 판매해 연간 300억 원 규모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다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등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ARC 관계자는 “시민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제기되는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코펜하겐=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