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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Democrats have become a smarty-pants, suburban, college-educated party.”(민주당은 잘난 척하고, 부유하고, 대학물 먹은 사람들의 정당이 됐다)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패배로 민주당은 패인 분석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수석 고문이던 데이비드 엑셀로드의 자성 섞인 분석입니다. 소수 층과 노동자를 대변하던 민주당이 기득권 정당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미국인들의 대화에서 ‘smarty-pants’(스마티 팬츠)라는 단어를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직역하면 ‘똑똑한 바지’로 잘난 척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왜 ‘pants’가 붙을까요. 미국에서 팬츠는 그냥 바지가 아니라 캐주얼 바지를 말합니다. 반대로 정장 바지는 ‘trousers’(트라우저스). 사회의식 있다고 자부하는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들이 캐주얼 패션을 즐겨 입은 데서 유래했습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느라 인플레, 일자리 등 정작 서민들이 체감하는 문제를 등한시한 것이 패인이라는 지적입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은 ‘Trump will Fix It.’ 2016년 대선 때 ‘Make America Great Again’에 이어 슬로건 하나는 귀신처럼 잘 짓는다는 평을 듣습니다. 국민이 느끼는 불합리한 문제점을 고쳐주겠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대선은 끝났고 지금은 정권 인수 기간입니다. “I’ll ensure a peaceful and orderly transition.” 평화롭고 질서 있는 정권 교체를 보장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일성입니다. 미국은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자랑이지만 2021년 의사당 난입 사태 같은 혼란도 적지 않았습니다. 정권 교체기에 벌어진 사건들을 알아봤습니다.Midnight Judges.”(한밤중의 법관들)정권 교체기에 벌어지는 혼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러나는 쪽이 단임 대통령이라는 것입니다.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권력에 아쉬움이 남아 후임 대통령을 방해하는 심술을 부릴 때가 있습니다. 조지 워싱턴의 뒤를 이은 2대 존 애덤스 대통령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존경받지만, 대통령으로는 존경받지 못했습니다. 1860년 대선에서 토머스 제퍼슨 부통령에게 굴욕적으로 패했습니다. 마침 연방대법원장이 지병으로 물러났습니다. 기회는 이때다 싶은 애덤스 대통령. 사법부를 싹 바꿨습니다. 자신의 충복을 대법원장에 임명하고, 의회를 소집해 사법부 법(Judiciary Act of 1801)을 통과시켰습니다. 판사의 수를 2배로 늘리고, 새로 임명한 판사들을 모두 자신과 같은 연방주의자들로 채웠습니다. 이 일을 벌어진 것이 1801년 3월 3일 밤. 제퍼슨 대통령 취임식 전날 밤이었습니다. 밤에 임명된 판사들이라 이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제퍼슨 대통령은 분노했지만, 법관은 종신직 임명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임기 내내 사법부를 견제를 받은 제퍼슨 대통령은 영토 확장에 주력했습니다. 나폴레옹과 거래해 프랑스령이던 루이지애나를 헐값에 사들였고, 루이스 클라크 원정대를 보내 서부를 탐사했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미국의 광활한 영토는 애덤스 대통령의 공이라는 조롱도 있습니다. 같은 건국의 아버지 출신으로 친한 친구이자 평생의 라이벌인 애덤스 대통령과 제퍼슨 대통령은 미국 최초의 프레너미(프렌드와 에너미의 합성어)로 불립니다.It is beyond the power of any president to do anything about it.”(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다)혼란 수습의 책임을 후임 대통령에게 미루는 우유부단형도 있습니다. 15대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은 여러 조사에서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남북전쟁을 막지 못하고 후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습니다.뷰캐넌에서 링컨으로 정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남부 주들의 분리독립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혼란을 맞게 된 뷰캐넌 대통령은 수습할 의지가 없었습니다. 빨리 퇴임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분리주의자인지, 연방 수호자인지 그의 성향 자체도 불분명했습니다. 국정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권한 밖의 일을 ‘beyond power’라고 합니다. 뷰캐넌 대통령의 소극적 대응으로 남부 주들은 속속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링컨 대통령 취임 두 달 후 남북전쟁이 터졌습니다.Thank God and Jimmy we are home.”(신과 지미 덕분에 우리가 돌아왔다)반대로 정권을 넘겨주는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한 대통령도 있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정권 교체 기간 내내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 해결에 매달렸습니다. 백악관에서 이사 나가는 전날까지 집무실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이란 측과 협상을 벌였습니다. 협상이 타결돼 인질들은 후임 대통령 취임식 전에 풀려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세부 사항이 발목을 잡아 취임식 직후에 석방됐습니다.임기 내에 해결하지 못했지만, 카터 대통령의 책임의식은 많은 감동을 줬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취임식 직전 레이건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격려를 소개했습니다. “임기 내에 해결하지 못해도 괜찮다. 당신이 에어포스원을 타고 석방 장소로 가서 인질들을 맞아달라.” 실제로 카터 대통령은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에어포스원을 타고 석방 장소인 서독 비스바덴으로 날아갔습니다. 풀려난 인질 52명과 일일이 포옹했습니다. 비스바덴 미 공군병원에 마련된 행사장에 붙은 플래카드 구절입니다. 석방된 인질들은 신과 카터 대통령에게 동시에 감사를 표했습니다.명언의 품격가장 갈등이 심했던 정권 교체는 1932년 대선입니다. 대공황에 지친 국민들은 뉴딜 공약을 내건 프랭클린 루즈벨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습니다. 루즈벨트 후보는 48개 주 중에서 42개 주를 가져가는 압승을 거뒀고,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6개 주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후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루즈벨트 당선자가 기분 나빴습니다. 루즈벨트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자신의 실패가 부각됐습니다. 후버 대통령은 뉴딜 해법을 무력화하려고 갖가지 꼼수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상한 경제위원회를 만들어 함께 공동 의장을 맡자고 루즈벨트를 압박했습니다. 루즈벨트의 거절 답장입니다. It would be unwise for me to accept an apparent joint responsibility with you.”(당신과 소위 공동 책임을 수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apparent’(어페어런트)라는 단어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appear’(보이다)의 형용사로 겉모양만 번지르르하다는 뜻입니다. 살벌한 분위기는 1933년 3월 4일 루즈벨트 취임식 때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미국은 퇴임하는 대통령과 취임하는 대통령이 함께 차를 타고 취임식장으로 가는 전통이 있습니다. 후버-루즈벨트 대통령은 차 안에서 대화 한마디 나누지 않았습니다.이후 루즈벨트 대통령은 물러나는 대통령의 불필요한 간섭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헌법을 손질해 취임 시기를 앞당겼습니다. 정권 인수 기간을 줄여버린 것입니다. 원래 3월이던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오늘날과 같은 1월 20일이 된 이유입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승리 선언 때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가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키가 무시무시하게 큽니다. 2m 5cm. 아빠가 189cm, 엄마가 180cm라서 키 큰 유전자를 물려받았습니다.트럼프 대통령은 자녀가 3남 2녀인데 배런만 무대에 오른 점도 관심을 끕니다. 배런은 이번 선거에서 디지털 전략을 맡아 아버지를 도왔습니다. 조 로건 등 보수 성향의 팟캐스트에 출연하도록 아버지를 설득해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냈습니다. 트럼프 진영 선거본부장은 배런의 공로를 이렇게 말했습니다.I got to tell you, hats off to the young man.”(이건 꼭 말하겠는데 저 젊은이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hats off to’는 존경하는 대상에게 경의를 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hat’(모자)과 ‘off’(벗다)와 ‘to’(에게)가 결합했습니다. ‘hats’가 복수형인 것은 우리 모두 경의를 ‘표하자’라는 뜻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모자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hat’이 들어가는 표현들이 많습니다. ‘at the drop of a hat’은 직역하면 모자를 떨어뜨리는 것을 말합니다. 옛날에는 심판이 모자를 떨어뜨리는 것과 동시에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금방’ ‘즉각’이라는 뜻입니다. 축구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햇트릭’(hat trick)으로 읽어야 합니다. 과거 크리켓 경기에서 3연속 골을 기록하면 모자를 선물로 줬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모자(hat)를 받는 묘기(trick)를 선보였다는 의미입니다.‘Trump is mad as a hatter.’ 올해 핼러윈 의상으로 이렇게 적힌 티셔츠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친 트럼프’라는 뜻입니다. 옛날에는 모자를 만들 때 수은을 넣었습니다. 모자 장수들에게 수은 중독이 생겨 정신 착란 증세를 보였습니다. ‘mad as a hatter’는 모자 장수처럼 미쳤다는 뜻입니다. ‘as’를 빼고 ‘mad hatter’라고 해도 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 내용은 2019년 7월 15알 소개된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외교 메모 소동입니다. ▶2019년 7월 15일자해외에 부임한 외교 관리는 부임국 정치 상황을 분석해 본국에 문서 형식으로 보냅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주미 영국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비밀 편지를 영국 외무부에 보냈는데 그 내용이 언론에 유출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문제점을 ‘dysfunctional’(고장난), ‘inept’(서투른) 등의 단어로 비판했습니다.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정부에 압력을 넣어 대사를 사임시켰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강화돼 기존 우방 국가들과 마찰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소동으로 되돌아보겠습니다.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비판한 비밀 메모가 언론에 유출돼 킴 대럭 주미 영국 대사가 사임했습니다. 여러 건의 메모가 유출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단어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분입니다. 사실 메모의 상당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내용입니다. ‘트럼프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비하라’라고 영국 정부에 충고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모의 일부분, 특히 자신을 비난한 부분만 보고 화가 뻗쳐 영국 정부에 대럭 대사를 사임시키라고 압력을 넣었습니다. 메모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보겠습니다.Trump could emerge from the flames, battered but intact, like Schwarzenegger in the final scenes of The Terminator.”(트럼프는 ‘터미네이터’ 영화 마지막 장면의 슈워제네거처럼 상처를 입었지만, 끄떡없이 불 속에서 살아 나올 수 있다) 대럭 대사는 할리우드의 영향을 받았는지 트럼프 대통령을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 아널드 슈워제네거에 비유했습니다. 온갖 스캔들을 이겨내고 2020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어떤 공격을 받아도 불꽃 속에서 걸어 나오는 슈워제네거처럼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최고의 찬사입니다. ‘터미네이터’와 비교했으니 말입니다.Do not write him off”(그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메모의 결론입니다. ‘write off’는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에 자주 볼 수 있었던 단어입니다. ‘빚을 탕감해주다’라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제외하다’ ‘없애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므로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Keep calm and carry on.”(진정하고 평소대로 해나가라)이번 사태로 영국의 반(反)트럼프 감정은 악화 일로입니다. 대럭 대사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영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복해 그를 해고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이성적 분노에 익숙한 미국인들이 영국에 보내는 위로 메시지입니다. 원래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 정부가 국민 사기를 높이기 위해 만든 포스터 문구입니다. carry(가져가다) on(계속)은 원래 계획을 계속 이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Democrats have become a smarty-pants, suburban, college-educated party.”(민주당은 잘난 척하고, 부유하고, 대학물 먹은 사람들의 정당이 됐다)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패배로 민주당은 패인 분석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수석 고문이던 데이비드 엑설로드의 자성 섞인 분석입니다. 소수 층과 노동자를 대변하던 민주당이 기득권 정당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인들의 대화에서 ‘smarty-pants(스마티 팬츠)’라는 단어를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직역하면 ‘똑똑한 바지’로 잘난 척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왜 ‘pants’가 붙을까요. 미국에서 팬츠는 그냥 바지가 아니라 캐주얼 바지를 말합니다. 반대로 정장 바지는 ‘trousers(트라우저스)’. 사회의식 있다는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들이 캐주얼 패션을 즐겨 입은 데서 유래했습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느라 인플레, 일자리 등 정작 서민들이 체감하는 문제를 등한시한 것이 패인이라는 지적입니다. 어쨌든 대선은 끝났고 지금은 정권 인수 기간입니다. “I’ll ensure a peaceful and orderly transition.” 평화롭고 질서 있는 정권 교체를 보장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일성입니다. 미국은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자랑이지만 2021년 의사당 난입 사태처럼 혼란도 적지 않았습니다. 정권 교체기에 벌어진 사건들을 알아봤습니다. △“Midnight Judges.”(한밤중의 법관들) 정권 교체기 혼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러나는 쪽이 단임 대통령이라는 것입니다.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권력에 아쉬움이 남아 후임 대통령을 방해하는 심술을 부릴 때가 있습니다. 2대 존 애덤스 대통령은 1860년 대선에서 자신의 밑에서 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에게 굴욕적으로 패했는데, 사법부를 싹 바꿔 놓고 떠났습니다. 후임 대통령이 취임하기 바로 전날 밤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한밤중에 임명된 판사들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제퍼슨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심술에 분노했지만, 법관은 종신직 임명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미국은 레임덕 대통령이 한밤중에 전격적인 인사 결정을 내릴 때가 있습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 워터게이트 스캔들 은폐 명령을 거부한 법무부 장차관이 줄줄이 사임한 사건은 ‘토요일 밤의 대학살(Saturday Night Massacre)’로 불립니다. △“It would be unwise for me to accept an apparent joint responsibility with you.”(당신과 소위 공동 책임을 수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가장 갈등이 심했던 정권 교체는 1932년 대선입니다. 대공황에 지친 국민들은 뉴딜 공약을 내건 프랭클린 루스벨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선거에 진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뉴딜 해법을 무력화하려고 갖가지 꼼수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상한 경제위원회를 만들어 함께 공동 의장을 맡자고 루스벨트 당선자를 압박했습니다. 루스벨트의 거절 답장입니다. ‘apparent(어페어런트)’라는 단어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appear’의 형용사로 겉모양만 번지르르하다는 뜻입니다. 이후 루스벨트 대통령은 물러나는 대통령의 불필요한 간섭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취임식을 앞당겼습니다. 정권 인수 기간을 줄여 버린 것입니다. 원래 3월이던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오늘날과 같은 1월 20일이 된 이유입니다. △“It is beyond the power of any president to do anything about it.”(대응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다) 혼란 수습의 책임을 후임 대통령에게 미루는 우유부단형도 있습니다.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은 여러 조사에서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남북전쟁을 막지 못하고 후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뷰캐넌에서 링컨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남부 주들의 분리독립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뷰캐넌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권한 밖의 일을 ‘beyond power’라고 합니다. 뷰캐넌 대통령의 소극적 대응으로 링컨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남북전쟁이 터졌습니다. 반대로 정권을 넘겨 주는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한 대통령도 있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정권 교체 기간 내내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 해결에 매달렸습니다. 백악관에서 이사 나가는 전날까지 집무실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이란 측과 협상을 벌였습니다. 임기 중에 벌어진 일을 마무리 짓고 떠나겠다는 전임 대통령의 사명감에 후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감동할 정도였습니다. 마침내 풀려난 인질들은 플래카드에 이렇게 적어 카터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Thank God and Jimmy we are home.”(신과 지미 덕분에 우리는 돌아왔다)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A fundamental principle of American democracy is that when we lose an election, we accept the results.”(미국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선거에서 지면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패배를 공식 인정했습니다. 이로써 미국 대선이 깔끔하게 마무리됐습니다. 개표 결과가 나오면 승자는 승리 연설(victory speech)을 하고,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 전화(congratulatory call)를 거는 한편 공식적인 무대에서 승복 연설(concession speech)을 하는 절차가 있습니다.패자에게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승복 연설은 패자의 연설이지만 패배 연설(defeat speech)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concession’은 양보라는 뜻입니다. 미국인들은 평화적 권력 교체의 전통이 패자의 양보(concede)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믿습니다. ‘cede’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영토나 권리에서 자발적으로 물러난다는 뜻입니다. ‘con’은 강조의 의미입니다. 해리스 부통령 연설에서 가장 중요한 구절입니다. ‘accept the results’(결과를 수용하다)가 없으면 승복 연설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진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는 투쟁을 계속하자는 것입니다. 11분 동안의 짧은 연설에서 ‘fight’(싸우자)가 16번이나 나옵니다. 패배를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승복 연설은 후보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연설인 동시에 가장 명연설이 많이 나오는 연설이기도 합니다. 승리 연설과 달리 깊이가 있고 다양한 메시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승복 연설을 알아봤습니다.The commitment I seek is not to outworn views but to old values that will never wear out.”(내가 추구하는 것은 낡은 생각이 아니고 절대 낡지 않는 유구한 가치들이다)첫째, 기차 떠난 뒤 손 흔드는 형입니다. 선거 운동 때는 죽을 쑤더니 정작 패한 뒤 승복 연설은 과하게 훌륭한 정치인이 있습니다. 1980년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그렇습니다. 케네디 이름값도 못 하고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맥없이 졌습니다. 경선 패자는 전당대회에서 승복 연설을 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싸한 농담으로 뉴욕 전당대회 연설을 시작할 때만 해도 기대치는 높지 않았습니다. “Well, things worked out a little different from the way I thought, but let me tell you, I still love New York!”(음, 내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지만,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나 여전히 뉴욕 사랑해요)이변이 펼쳐졌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환생’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의 명연설이 나왔습니다. 테드 소렌슨, 아서 슐레진저 등 20년 전 케네디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했던 거물 스피치라이터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역작입니다. 민주당 본연의 진보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연설의 핵심입니다. 카터 대통령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주장했던 미국의 꿈과 희망, 프런티어 정신이 나오자 관중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 케네디 대통령 연설의 트레이드마크였던 ‘not A, but B’식 비교법이 여기서도 등장합니다. 케네디 의원은 승복 연설에서 처음으로 두 형을 거론했습니다. 그동안 형의 그늘에서 살기 싫다는 이유로 형들의 이름을 연설에서 언급한 적이 없었습니다. 32분간의 연설 동안 51회 기립박수가 터졌습니다. 37초당 한 번꼴입니다. 20세기 미국 100대 명연설에서 76위에 올랐습니다. 마지막 구절로 나오는 ‘The Dream Shall Never Die’(꿈은 절대 죽지 않는다) 연설로 불립니다. 관중들은 “저렇게 훌륭한 연설을 좀 더 일찍 했더라면”이라며 아쉬워했습니다. 이 연설을 마지막으로 대선 무대에서 미련 없이 퇴장해 의회의 실세로 만족하며 살았습니다. I was just thinking on the way down the elevator that tomorrow will be the first time in my life I don’t have anything to do.”(엘리베이터로 내려오는 길에 내일부터 인생에서 처음으로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 유머형입니다. 패한 후보 진영은 침울합니다. 지지자들을 위해 분위기를 ‘업’시킬 줄 아는 후보가 존경받습니다. 1996년 대선에서 밥 돌 공화당 후보는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패했습니다. 1994년 중간선거에서 상원 하원 주지사 선거까지 모조리 대승을 거두는 ‘공화당 혁명’을 이룬지 2년밖에 안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돌 후보의 개인적인 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클린턴 대통령보다 23살이나 많은 나이 때문에 완고한 할아버지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경력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지루한 연설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종일관 밝은 연설이었습니다. “내일부터 실업자 신세”라는 자폭 개그로 시작했습니다. 시끄러운 박수 소리로 연설이 자꾸 끊기자 대선 공약이었던 세금 감면 카드를 꺼냈습니다. “You’re not going to get that tax cut if you don’t be quiet.”(조용히 하지 않으면 세금 안 깎아 줄 거야)I accept the finality of this outcome.”(결과의 최후성을 인정한다)셋째, 장소 맞춤형입니다. 연설은 장소가 중요합니다. 미국인들은 세팅(setting)이라고 합니다. 세팅에 맞는 연설이 좋은 연설입니다. 승복 연설은 대개 지지자들의 연호 속에서 시끌벅적한 행사장에서 열립니다. 지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다시 일어서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2000년 대선 때 앨 고어 부통령의 승복 연설은 절간처럼 조용한 곳에서 열렸습니다. 플로리다 재검표 공방을 거쳐 선거 한 달 뒤 당락이 결정됐기 때문에 행사장에서 할 수 없었습니다. 부통령 신분이라 백악관 블루룸에서 했습니다. 대통령 기자회견이나 행사가 열리는 장소입니다. 가족과 동료 정치인 1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촐하게 열렸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백악관 블루룸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연설할 때 조용한 방을 ‘dead room’(죽은 방)이라고 합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에 대해 대국민 사과할 때 백악관 지하 맵룸에서 조명 하나 켜놓고 했습니다. 데드룸 연설은 주변 효과음이 없어 오로지 연설력 하나로 승부해야 합니다. 고어 부통령은 평소 ‘Wooden Gore’(나무토막 고어), ‘Bore Gore’(지루한 고어)로 불릴 정도로 연설 스타일이 딱딱했습니다. 하지만 승복 연설은 조용하고 장엄한 백악관 블루룸이 연극무대 효과를 내며 모처럼 감정이 충만한 연설을 했습니다. 패배를 인정한 구절입니다. ‘finality’(최종적임)라는 법정 용어가 나옵니다. 마치 법정에서 최후 변론을 하는 변호사 같습니다. 연설문은 당시 고어 부통령의 스피치라이터였던 하버드대 출신의 일라이 에티가 썼습니다. 연설에 칭찬이 쏟아지면서 에티는 할리우드로 진출해 정치 드라마 ‘웨스트 윙’(West Wing)의 각본을 썼습니다.명언의 품격고어 부통령은 승복 연설에서 과거 정치인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연설 중간쯤 “스티븐 더글러스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더글러스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천적입니다. 둘은 일리노이 동향 출신. 지방 정치인이던 링컨이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장을 냈을 때 더글러스가 현역 의원으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링컨은 더글러스에게 토론을 제안했습니다. 노예제도를 주제로 7차례 토론을 벌였습니다. 링컨은 노예제 폐지, 더글러스는 노예제 지지 여부를 각 주에 맡기는 인민주권제를 주장했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최고의 토론으로 불리는 ‘링컨-더글러스 토론’(Lincoln-Douglas Debates)입니다. 토론 내용은 둘 다 훌륭했습니다.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더글러스가 이겼지만, 토론을 계기로 전국구 스타가 된 것은 링컨이었습니다. 링컨은 토론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 선거자금을 마련해 2년 뒤 대선에 도전했습니다. 더글러스도 질세라 대선 도전장을 냈습니다. 노련한 정치인 더글러스보다 열정으로 가득 찬 시골뜨기 링컨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대선은 링컨 승. 더글러스는 승복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Partisan feeling must yield to patriotism. I am with you, Mr. President, and God bless you.”(당파주의는 애국심에 굴복해야 한다. 당신을 지지합니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선거 전에서는 당파적 싸움을 했지만 선거가 끝나면 애국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승복 연설에 꼭 등장하는 국가 화합의 메시지가 더글러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남부 주들의 분리 독립 움직임으로 마음이 편치 않던 링컨에게 더글러스의 지지 선언은 큰 힘이 됐습니다. 감동한 링컨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What a noble man Douglas is!”(더글러스는 얼마나 고결한 인간인가). 더글러스는 지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전국을 돌며 링컨을 위한 연방 수호 연설을 했습니다. 링컨 대통령의 취임식 연설 때 옆에서 그의 모자를 들고 있었던 것도 더글러스였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킨 일등공신입니다. 머스크가 소유한 X(옛 트위터)는 트럼프 지지 매체로서 맹활약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X가 극우파의 놀이터가 됐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과거 러시 림보 등이 주름잡았던 극우 라디오 토크쇼의 역할을 지금은 X가 수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X의 공정싱이 의심받을 때마다 머스크는 이렇게 말합니다.We’re very rigorous on the X platform about being a level playing field.”(우리는 X 플랫폼을 공정한 경쟁의 장으로 만드는 데 철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대가 비슷한 수준이 아닐 때 “레벨이 다르다”라고 합니다. ‘level’은 수준, 단계를 말합니다. 원래 ‘horizontal line’(지평선)에서 출발했습니다. ‘level’을 형용사로 쓸 때는. ‘평평한’ ‘대등한’이라는 뜻입니다. 벽에 액자 몇 개를 나란히 걸 때 키를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밑에 있는 사람에게 봐달라고 묻습니다. “Are these pictures level?”(그림들 높이 똑같아?) ‘level playing field’는 ‘level’(동등한)과 ‘playing field’(운동장)이 합쳐졌습니다. 운동장은 평평해야 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면 한 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level playing field’는 평평한 운동장, 즉 공정한 경쟁을 말합니다. 학부모나 교사들 사이에서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We need to create a level playing field for students of all backgrounds.”(모든 배경의 학생들이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7월 22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백인 코미디언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가리켜 “바다 위의 쓰레기 섬”(floating island of garbage)이라는 막말을 했습니다. 인종차별적 발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절에는 트럼프 본인이 인종차별 발언을 자주 했습니다. 2019년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 의원 4명에게 “범죄가 들끓는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공격했습니다. 트럼프 재집권을 앞두고 그의 인종차별 발언을 되돌아봤습니다. ▶2019년 7월 22일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을 비판하는 민주당의 유색인종 하원의원 4인방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는 트윗을 날렸습니다. 인종차별적 발언이지만 ‘racist’(인종차별주의자)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듭니다. ‘racist’는 매우 심각한 욕입니다. 더구나 대통령에게 쉽게 racist 낙인을 찍을 수는 없습니다. 언론이 이 사태를 어떻게 보도했는지 보겠습니다. Trump Targets Lawmakers in Racially Charged Tweets.”(트럼프는 인종차별적 트윗으로 의원들을 겨냥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사 제목입니다. ‘racist’라고 규정하기 꺼려질 때 ‘racially charged’ ‘racially loaded’ 정도로 순화합니다. 직역하자면 ‘인종차별 무게가 나가는’이라는 뜻입니다. 올해 초 AP통신의 모범 기사작법 교과서인 스타일북은 ‘racially charged’ 표현을 쓰지 말 것을 권했습니다. 모호하게 순화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입니다.The tweets were widely seen as racist.”(그 트윗은 폭넓게 인종차별주의 트윗으로 보인다)뉴욕타임스(NYT) 기사입니다. 넓게 보여진다(widely seen), 즉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Many people saw the tweets as racist’(폭스뉴스) ‘Critics are calling the tweets racist’(ABC뉴스) 등도 비슷합니다.CNN says ‘racist’ more than 1100 times regarding Trump ‘go back’ tweet.”(CNN은 트럼프의 ‘돌아가라’ 트윗에 대해 1100회 넘게 ‘racist’ 단어를 썼다)CNN은 처음부터 ‘racist’라고 밀고 나갔습니다. 한 언론 연구기관의 조사 결과입니다. CNN의 영향인지 다른 매체들도 슬금슬금 ‘racist’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Word Salad.”(단어 샐러드)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유행하는 단어입니다. 워드 샐러드는 먹는 샐러드가 아닙니다. 단어가 샐러드처럼 섞여서 뒤죽박죽되는 것을 워드 샐러드라고 합니다. 말하는 사람은 뭔가 거창한 얘기를 한 것 같은데 듣는 사람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워드 샐러드의 일반적인 증상입니다.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시사 프로그램 ‘60분’ 인터뷰를 두고 워드 샐러드 공방이 불붙었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60분’ 방송사인 CBS에 이런 항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CBS deceived viewers into thinking Harris’ answer was more ‘succinct’ than the word salad it actually was.” 해리스 후보가 ‘60분’ 인터뷰에서 미국-이스라엘 관계에 대해 뒤죽박죽으로 답했는데 CBS가 이를 편집해 간단명료하게 답한 것처럼 꾸몄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원본을 공개하라는 것이 트럼프 측 요구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후보는 말솜씨가 좋을까요. 그 역시 워드 샐러드 신세입니다. 트럼프 연설은 질보다 양을 추구합니다. 한번 시작하면 2시간이 기본입니다. 많은 나이 때문에 기력까지 달리는 데 2시간을 말로 채우려다 보니 워드 샐러드가 안 될 수가 없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해리스 지지 유세에서 이렇게 놀려댔습니다. “He’s giving two, two-and-a-half-hour speeches. Just word salads. You have no idea what he’s talking about”(트럼프는 2시간에서 2시간 반 동안 연설을 하는데 완전 워드 샐러드다.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에 한 방 먹였습니다. “You would be worried if your grandpa was acting like this!”(여러분들 할아버지가 이 지경이면 걱정되겠죠)요즘 유세 막바지라서 그렇습니다. 후보들은 전국을 도는 유세 강행군에 지쳐 조리 있게 말하기 힘듭니다. 아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를 겁니다. 워드 샐러드는 넓게 보면 말실수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말 잘하는 능력자들이지만 실수도 곧잘 합니다. 미국인들을 웃게 만든 대통령의 말실수를 유형별로 알아봤습니다.I’ve now been in 57 states - I think one left to go.”(지금까지 57개 주를 방문했고, 1개 주가 남았다)첫째, 논리 상실형입니다. 논리가 맞지 않는 말실수입니다. 하버드대 법대 출신으로 논리 정연하기로 소문난 오바마 대통령도 실수할 때가 있었습니다. 2008년 대선 유세를 마무리하면서 한 말입니다. 미국이 57개 주? 원래 ‘47개 주’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말이 잘못 나왔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를 언론이 문제 삼지 않고 애교로 넘어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두고두고 비난했습니다. “Can you imagine if I said that? Story of the year!”(만약 내가 그렇게 말했다면 언론이 어떻게 나왔을지 상상이 되나? 올해 최고의 기삿거리!) 툭 하면 넘어져 웃음거리가 됐던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말하는 것도 웃음거리가 될 때가 많았습니다. “I always watch the Detroit Tigers on the radio”(나는 언제나 라디오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경기를 시청한다). ‘radio’와 ‘watch’는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이런 황당 발언도 있었습니다. “If Abraham Lincoln were alive today, he’d roll over in his grave.” ‘Lincoln would roll in the grave’는 링컨이 무덤에서 구를 정도로 놀라운 일이라는 뜻입니다. 한국 버전으로 한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링컨이 살아있다면’과 ‘무덤에 일어난다’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습니다. 하필 링컨 탄생 기념 연설에서 이런 말실수를 해서 “링컨을 죽였다 살렸다 한다‘라는 조롱을 받았습니다.근엄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 총사령관을 지낸 덕분에 사기 진작 발언을 잘했습니다. 1952년 대선 유세 중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Things have never been more like the way they are today in history”(역사적으로 오늘 같은 날은 과거에 없었다). 오늘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인데 오늘이 어제와 다른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기입니다. 이렇게 말하나 마나 뻔한 얘기를 ‘tautology’(터톨로지)라고 합니다. 불필요한 반복이라는 뜻입니다.Too many OB-GYNs aren’t able to practice their love with women.”(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여성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야한 발언형입니다. 시대착오적 성적(性的) 발언으로 논란을 사는 경우입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틀린 문법에 이상한 단어 선택까지 총체적 난국으로 ‘부시즘’(Bushism)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습니다. 2004년 재선 유세에서 의료소송 남발로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이없어 웃음밖에 안 나온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OB-GYN’은 미국 병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입니다. ‘obstetrics’(산과)와 ‘gynaecology’(부인과)를 합친 것으로 약자라서 대문자로 씁니다. ‘오비지와이엔’이라고 읽습니다.“I’ve known eight presidents, three of them intimately.”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유세 때 한 말입니다. 역대 대통령 8명과 알고 지낼 정도로 정치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을 자랑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3명의 대통령과 특히 친했다는 말을 하면서 ‘intimate’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주로 은밀한 성적 관계에 쓰는 단어입니다. 당시 바이든 후보는 성희롱 의혹을 받고 있을 때여서 단어 선택이 께름칙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바이든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단순한 말실수입니다. 도덕군자 스타일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1976년 대선 유세에서 작심하고 야한 발언을 했습니다.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와 인터뷰한 것도 놀라운데 발언 내용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I’ve looked on many women with lust. I’ve committed adultery in my heart many times”(나는 성욕을 가지고 많은 여성을 쳐다봤고, 마음속으로 여러 차례 간통을 범했다). ‘lust’ ‘adultery’ 등 정치인에게 금기시되는 단어들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뜬금없는 고해성사에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A zebra does not change it spots.”(얼룩말의 얼룩은 변하지 않는다)셋째, 내 맘대로 격언형입니다. 옛날부터 전해지는 격언, 관용구, 농담 등은 삶의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인용할 때는 원래 구절 그대로 써야 합니다. 자기 마음대로 바꾸면 무식하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2000년 TV 대선 토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를 공격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뭐가 잘못됐을까요. 얼룩말(zebra)은 흰색 줄과 검은색 줄로 이뤄졌습니다.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원숭이가 냇가에서 불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먼 길을 달려온 흰색 말은 물을 차지하려고 원숭이를 걷어차 쫓아버렸습니다. 말은 불 쪽으로 넘어졌습니다. 몸통 중간마다 불에 그슬린 자국으로 검은 줄이 생기게 됐습니다. 얼룩말이 생겨난 전설입니다. 검은 줄은 불에 그슬린 자국이라 없앨 수도 바꿀 수도 없습니다. ‘A zebra does not change it stripes.’ 사람의 천성을 바꿀 수 없다는 격언입니다. 한국말로 하면 얼룩말이라서 얼룩을 뜻하는 ‘spot’을 써야 할 것 같지만 검은 줄이기 때문에 ‘stripe’을 씁니다. 고어 후보는 명문가 출신의 부시 후보가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했다고 비판하려는 의도에서 한 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stripe’을 ‘spot’으로 잘못 쓰면서 오히려 본인이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만약 ‘spot’을 쓰고 싶다면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A leopard doesn’t change its spots.”(표범의 얼룩은 바뀌지 않는다)명언의 품격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물러나고 2년이 지났습니다. 닉슨은 캘리포니아 집에서 자서전을 쓰며 칩거하고 있었습니다. 언론과는 접촉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은 아직 닉슨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1977년 영국 언론인 데이비드 프로스트가 닉슨 인터뷰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닉슨은 응했습니다. 곧 나올 자서전도 홍보할 겸, 추락한 명예도 회복할 겸, 돈도 벌 겸 다목적이었습니다. 프로스트는 인터뷰 대가로 닉슨에게 60만 달러를 주기로 했습니다. 현재 가치로 300만 달러(41억 원)나 되는 큰돈입니다.인터뷰는 5회에 걸쳐 방송됐습니다. 닉슨은 사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을 후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별로 논란이 될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이 발언만 빼고.When the president does it, that means that it is not illegal.”(대통령이 그렇게 판단했다면 불법이 아니다)3회차 인터뷰에 나온 발언으로 닉슨-프로스트 인터뷰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입니다. “대통령은 국익이라고 판단되면 도청, 절도 등 불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느냐”라는 프로스트의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대통령 권한의 법적 한계를 묻는 말에 법 위에 군림한다는 식의 대답이었습니다. ‘닉슨이 반성하지 않는다’라는 비판이 즉각 터져 나왔습니다. 혹시 ‘legal’을 ‘illegal’로 잘못 말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습니다. 닉슨은 ‘워싱턴 스타’ 신문에 장문의 해명 편지를 보냈습니다. ‘대통령의 행위는 언제나 적법하다’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국가 위급상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결정권이 있고, 그러한 판단에 따라 행동했다면 다른 법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습니다. 별로 설득력 있는 해명은 아니었습니다. 말장난이라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인터뷰 후 여론조사에서 69%는 ‘아직 닉슨이 뭔가 감추고 있다,’ 75%는 ‘닉슨은 이제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세계 최대 방산업체 보잉의 파업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3만 명의 보잉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으면서 미국 항공우주업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회사는 4년간 35%의 임금 인상, 7,000달러 보너스 등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거부했습니다. 최소 40% 인상, 연금 시스템 재정비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조 측의 강경한 태도를 로이터통신은 이렇게 전했습니다.Boeing strike barrels on as workers reject wage deal.”(노조가 임금 제안을 거부하면서 보잉 파업이 질주하고 있다)‘barrel’은 석유 배럴처럼 양을 나타냅니다. 원래 술을 담는 참나무통에서 유래했습니다. 둥그렇게 생긴 배럴은 잘 굴러가기 때문에 ‘빨리 달리다’ ‘질주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연속성을 나타내는 ‘on’과 함께 ‘barrel on’은 보잉 파업이 거침없이 달리다, 파죽지세라는 뜻입니다. ‘barrel’이 들어가는 중요한 표현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pork barrel’(포크 배럴). 과거 돼지고기를 염장해 보관한 통에서 유래했습니다. 맛있는 고기가 통에 보관돼 있으면 탐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치권에서 많이 쓰는 단어로 선거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사업을 말합니다.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여기서도 ‘barrel’이 나옵니다. 원래 ‘lock, stock and barrel’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총의 각 부분을 말합니다. ‘lock’은 걸쇠, ‘stock’은 개머리판, ‘barrel’은 총신(총이 발사되는 긴 통로)을 말합니다.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총이 완성됩니다. ‘lock, stock and barrel’은 ‘완전체’ ‘전부’를 말합니다. 그런데 왜 ‘barrel’이 아니라 ‘two smoking barrels’라고 했을까요. 큰 총은 총신이 2개(two barrels)입니다. 화력이 크기 때문에 발사될 때 연기(smoking)가 모락모락 납니다. 총이 발사되는 순간을 실감 나게 묘사하기 위해 ‘barrel’ 대신 ‘two smoking barrels’라고 한 것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1월 21일 소개된 백악관 이삿날에 관한 내용입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중에서 누가 당선되는 백악관의 주인은 바뀝니다. 현 주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짐을 싸서 나가야 합니다. 백악관 이삿날은 매우 바쁩니다. 이전 주인이 이사를 나가고 새 주인이 들어오는 일정이 대통령 취임식 날에 맞춰 동시에 벌어집니다. 그 바쁜 현장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2021년 1월 21일자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고 권력자라고 하지만 그 역시 일반인들과 똑같습니다. 뭐가요? 바로 ‘공포의 이삿날’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통령이 직접 짐을 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삿날의 정신없음을 어디에 비하겠습니까.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혼란의 백악관 이사 현장 밀착 취재.It’s a mad dash.”(미친 질주다)백악관에 새로 이사를 들어오는 대통령은 취임 선서 전까지 트럭에서 단 한 개의 짐도 내릴 수 없습니다. 규칙입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이사 일정이 빡빡합니다. 다른 때 같으면 취임식하고, 축하 행진하고,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동안 이사 대작전이 펼쳐지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이런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됐습니다. 대통령이 일찌감치 백악관에 돌아옵니다. 30년 경력의 백악관 직원은 올해 이사 과정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때 쇼핑객들이 미친 듯이 상점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Black Friday Mad Dash’라고 합니다.The Bidens know the building, they know the people. They’ve been there plenty.”(바이든 가족은 건물을 알고, 사람들을 안다. 이곳에 많이 와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사정을 잘 안다는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밑에서 8년 동안 부통령을 지낸 덕분입니다. 전임 퍼스트레이디 비서실장의 말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가족은 내부 지리를 알고 직원들을 알기 때문에 앞으로 백악관 생활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I’ve been there plenty.” 어떤 곳을 눈감고도 찾아갈 정도로 익숙할 때 하는 말입니다. ‘plenty’ 뒤에 ‘of times’가 생략된 것입니다.See you on the flip side.”(조만간 봅시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은 방을 빼주고 나가야 합니다. 그들이 헤어질 때 주고받는 인사말입니다. ‘on the flip side’는 ‘반대 면’을 말합니다. 옛날 라디오 DJ들은 아날로그 레코드판으로 음악을 틀었습니다. 청취자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반대 면 곡을 미리 소개하면서 했던 인사말에서 유래했습니다. ‘see you on the flip side’는 ‘조만간 보자’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 anticipate something will happen in October, as it always does. There will be concerted efforts to distort and pervert Kamala Harris.”(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10월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다. 카멀라 해리스를 왜곡하려는 집중적인 노력이 있을 것이다)‘October Surprise’(10월의 이변). 미국 대선을 일주일 정도 앞둔 지금, 후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단어입니다. 대선은 언제나 11월 첫째 화요일에 열립니다. 대선 전 달인 10월에 벌어지는 사건을 ‘옥토버 서프라이즈’라고 합니다. 대선 한참 전에 벌어졌다면 별일 아니었을 사건도 대선을 코앞에 두고 터지면 임팩트가 다릅니다. 시기적 근접성 때문입니다. 유권자들은 사건을 염두에 둔 채 투표소로 향하게 됩니다.서프라이즈는 여러 종류일 수 있습니다. 상대 진영이 터뜨리는 섹스 스캔들일 수도 있고, 외국에서 벌어지는 전쟁일 수도 있습니다. ‘Unknown Unknowns’(언노운 언노운스). 미국인들은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이렇게 부릅니다. 앞뒤가 똑같은 단어 같지만 아닙니다. 앞쪽 ‘unknown’은 과거분사 형태의 형용사이고, 뒤쪽 ‘unknown’은 명사입니다. ‘모르는 모르는 것들’이라는 뜻입니다. 모른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놀라움을 안겨주는 사건이라는 뜻입니다. 올해 대선은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그래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걱정이 되나 봅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를 음해하려는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있을지 모른다고 합니다. ‘as it always does’는 ‘언제나 그랬듯이’라는 뜻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대선을 요동치게 만드는 존재 옥토버 서프라이즈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Carter would use the advantage of incumbency to spring an event that would benefit him politically. That could be an October Surprise.”(카터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이점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건을 터뜨릴 수 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다)옥토버 서프라이즈 단어를 만든 장본인은 1980년 대선 때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 진영의 윌리엄 케이시 선거본부장입니다. 레이건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나중에 중앙정보국(CIA) 국장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레이건 후보는 지미 카터 대통령을 앞서고 있었지만, 고민이 있었습니다. 카터 대통령이 이란과의 인질 석방 협상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으로 선거 뉴스보다 인질 뉴스가 더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카터 대통령이 협상을 성공시킨다면 막판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미 석방 확답을 받아 놓았고, 선거 직전에 빅뉴스를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케이시 선거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단어를 처음 썼습니다. 지지자들에게 협상 여부를 지켜보라는 당부였습니다. 하지만 레이건 진영이 걱정하던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없었습니다. 대선 때까지 인질은 계속 잡혀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인질이 석방된 것은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 당일이었습니다. 석방 날짜와 취임 날짜가 극적으로 맞아떨어지자 이번에는 민주당 진영에서 옥토버 서프라이즈 음모론을 제기했습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주체는 카터 대통령이 아닌 레이건 후보 쪽이라는 것입니다. 레이건 진영이 막후 협상을 벌였고, 취임식 때까지 기다렸다가 석방 뉴스를 터뜨렸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 대가로 집권하면 이란에 이스라엘산 무기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적성국 이란과의 무기 거래는 위법입니다. 나중에 이란-콘트라 스캔들에서 드러났듯이 레이건 행정부와 이란의 무기 거래 커넥션은 옥토버 서프라이즈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입니다.I’ve always heard colored people can’t fly, but I see them flying around here.”(유색 인종은 조종할 수 없다고 자주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들이 조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 군대, 특히 공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아는 단어가 있습니다. 터스키기(Tuskegee) 부대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는 전설의 흑인 조종사 부대입니다. 터스키기 부대가 설립된 배경에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있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1940년 3선에 도전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정권 연장 시도에 여론은 좋지 않았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의 수혜자인 흑인 표에 기대를 걸었는데 마침 흑인 표 떨어지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루즈벨트 고위 참모가 유세 때 흑인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참모의 성의 없는 사과로 흑인 사회 분위기는 격앙됐습니다. “Since one officer believes I was responsible for hurting him, I wish to apologize.”(흑인 경관은 내가 상처를 입혔다고 믿고 있으니 일단 사과하겠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대선을 이틀 앞두고 흑인 조종사 부대인 터스키기 에어맨(Tuskegee Airmen)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막판에 나온 옥토버 서프라이즈였습니다. 당시 군대는 인종차별이 심했습니다. 백인과 흑인은 분리된 숙소에서 살고 훈련도 따로 받았습니다. 흑인은 지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복잡한 기계를 다루는 조종사로 뽑지도 않았습니다. 터스키기라는 이름은 앨라배마 터스키기 공군기지에서 유래했습니다. 남부 백인 세력의 아성인 앨라배마에 최초의 흑인 조종사 양성 시설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지휘관으로 벤저민 데이비스 주니어 준장이 임명됐습니다. 데이비스 주니어는 흑인 최초로 준장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1941년 퍼스트레이디 엘리너 루즈벨트 여사의 방문으로 터스키기 부대의 위상은 높아졌습니다. 흑인 조종사가 모는 전투기에 탑승해 엘리너 여사는 인종화합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흑인을 ‘negro’라고 부르던 시절에 ‘colored people’(유색 인종)이라고 예의를 갖췄습니다. 엘리너 여사는 흑인 조종사들을 제2차 세계대전에 배치하도록 남편을 설득했습니다. 1943년 북부 아프리카 전선을 시작으로 1945년 종전 때까지 터스키기 부대는 1만 5000회 출격과 150회 수훈 비행 십자상(Distinguished Flying Crosses) 수상이라는 화려한 성과를 남겼습니다.Peace is at hand.”(평화가 임박했다)1972년 재선에 도전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전 해결이 급선무였습니다. 베트남전 철수로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정면 돌파할 계획이었습니다. 대선 한 달 전 헨리 키신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선거일 전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파리로 급파했습니다. 미국, 북베트남, 남베트남은 3자 협상에 돌입했습니다. 키신저 보좌관은 대선을 2주일 앞두고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계획했습니다. 타결될 듯하던 협상이 결렬됐지만 상관없었습니다. 대선에 맞춰 굿뉴스를 전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키신저 장관은 파리에서 워싱턴으로 날아와 성급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at hand’는 시간상으로 ‘임박하다’, 공간적으로 ‘근접하다’라는 뜻입니다. 이제 평화가 눈앞에 왔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협정이 타결된 것은 닉슨 대통령 당선 후입니다. 파리에서 워싱턴으로 동분서주했던 키신저 보좌관은 협정 체결을 중재한 공로로 1973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명언의 품격대형 사건은 대선에 맞춰 쉽게 터지지 않습니다. 대개 한 번의 대선에 한 개의 옥토버 서프라이즈도 나오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2016년 대선은 이례적입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넘쳤습니다. 10월 1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18년 동안 연방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뉴욕타임스에 의해 폭로됐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납세 서류 공개를 계속 거부하다가 한 방 먹었습니다. 일주일 뒤 더 큰 사건이 터졌습니다. 10월 8일 워싱턴포스트는 2005년 기업가 시절 트럼프 후보와 NBC 방송 진행자 빌리 부시의 대화 내용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했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저속한 성적 발언들이 낱낱이 공개됐습니다. 세상은 공평한 법. 트럼프 후보의 섹스 테이프가 폭로된 날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소수약자 배려를 내세우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월가 갑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증거로 고액 강연료 정황과 내부 연설문을 공개했습니다. 힐러리 후보는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치명타는 아니었습니다. 진짜 사건은 대선을 11일 앞두고 터졌습니다. FBI는 힐러리 후보의 e메일 재수사를 발표했습니다. e메일 게이트는 힐러리 후보가 국무장관 시절 공무용 e메일이 아닌 자택에 구축한 개인 e메일 서버로 공문서를 주고받았다는 논란입니다, FBI가 이미 불기소 결정을 내린 사건인데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갑자기 재수사 개시를 밝혔습니다. 이전에 조사하지 못한 e메일들이 추가로 발견됐다는 이유였습니다.I was dumbfounded”(어이 상실했다)힐러리 후보의 반응입니다. ‘dumbfound’(덤파운드)는 ‘dumb’(바보)에 ‘found’(발견된)가 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confound’(당혹하게 만들다)가 붙은 것입니다. 형용사처럼 보이지만 동사입니다. ‘be dumbfounded’라는 수동형으로 많이 씁니다. 왜 지금 시점에 재수사를 개시하는지 놀라서 말이 안 나온다는 것입니다. 힐러리 후보의 범법자 이미지가 부각됐습니다. 코미 국장은 “FBI 본연의 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트럼프-코미 내통설이 돌았습니다. 섹스 테이프로 수세에 몰렸던 트럼프 후보는 연일 “Lock Her Up”(그녀를 잡아넣어라) 구호를 외쳤습니다. 대선을 이틀 앞두고 FBI는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재수사를 종결했지만, 유권자들이 기억하는 것은 재수사 개시였습니다. 힐러리 후보는 범죄 의혹을 지우지 못하고 대선을 치렀습니다. 힐러리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대선 패배 이유입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이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모처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대표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의견 일치를 봤습니다. 스페이스X 로켓 발사 문제입니다. 현재 머스크는 캘리포니아 해안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스페이스X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로켓 발사 횟수를 늘리려는 계획에 해안위원회가 제동을 걸자 이의 소송을 건 것입니다. 해안위원회가 밝힌 이유는 환경 침해이지만 머스크의 주장은 다릅니다. 자신이 트럼프 유세에 참석하고 거액을 기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트럼프 측을 지원하자 민주당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 정부가 딴지를 걸었다는 것입니다.그동안 머스크와 뉴섬 주지사는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왔습니다. 머스크는 뉴섬 주지사가 서명한 성소수자(LGBT) 사생활 보호법에 반발해 캘리포니아에 있는 자신 소유의 X(옛 트위터)와 스페이스X 본사를 텍사스 오스틴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할 정도였습니다. 이번 로켓 발사 건도 머스크와 뉴섬 주지사가 한바탕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뉴섬 주지사는 이렇게 밝혔습니다.You got to call balls and strikes.”(위원회는 공정해야 한다)영어에는 야구에서 유래한 단어들이 많습니다. ‘call balls and strikes’도 그중 하나입니다. 야구에서 심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balls and strikes)인지 부르는(call) 것입니다.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단할 때는 편파적이지 말아야 합니다. ‘call balls and strikes’는 ‘야구 심판처럼 공정하게 행동하다’라는 뜻입니다. 뉴섬 주지사는 해안위원회의 결정이 머스크를 미워하는 정치적인 동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인정한 것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0월 26일 소개된 미국 대선일 풍경입니다. 미국에서 대선일은 공휴일이 아닙니다. 직장인들은 일하다가 시간을 내서 투표하러 갑니다. 투표율이 낮은 이유입니다. 그래서 선거일은 평일과 비슷합니다. 한국처럼 느슨한 ‘노는 날’ 분위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투표 시간이 끝나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마치 축제 같은 개표 방송이 펼쳐집니다. 최신 기술을 동원한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개표 방송이 시작되면 퇴근한 유권자들은 마치 슈퍼볼을 보는 것처럼 TV 앞으로 모여듭니다. ▶2020년 10월 26일자’Election Night’(선거일 저녁). 선거를 마친 뒤 개표 방송이 진행되는 저녁 시간을 말합니다. 삼삼오오 TV 앞에 모여 개표 결과를 지켜보는 시간입니다. 대선일 저녁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겠습니다.The rush to be first could result in getting it wrong.”(첫째가 되려는 서두름은 틀린 결과를 낳을 수 있다)투표 마감 종이 땡 울리면 개표 방송이 시작됩니다. 화면이 번쩍거리고 출구조사에 근거해 예상 승자를 발표하는 순간입니다. 실시간 개표 방송을 하는 언론사는 6개. CNN, 폭스뉴스, MSNBC는 시청자층이 확 갈립니다. 지상파 3사(NBC, ABC, CBS)는 비교적 중립적이라 채널 돌리다가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봅니다. 최근 선거위기태스크포스(NTFEC)라는 언론 감시 단체는 개표 방송사들에 이런 호소문을 보냈습니다. 정확한 선거 보도 원칙을 준수해 달라는 겁니다. ‘get it wrong’은 ‘잘못 이해하다’라는 뜻입니다. There‘s a good chance we won’t have a clear winner in the wee hours of the morning.”(선거 다음 날 새벽까지 확실한 승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선거 방송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사전 우편투표 집계입니다. 우편투표는 봉투를 여는 과정 때문에 개표에 시간이 걸립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우편투표가 크게 늘었습니다. 언론 연구기관 포인터 인스티튜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wee hours of the morning’은 자정부터 새벽까지를 말합니다. ‘wee’(위)는 ‘작은’이라는 뜻입니다. 이때는 1시 2시 등 작은 숫자의 시간대라서 ‘wee hours’라고 합니다.Keep your phone out of the bedroom to resist the temptation of social media.”(소셜미디어의 유혹을 벗어나려면 휴대전화를 침실 밖에 둬라)밤늦게까지 선거 방송을 보다가 침실로 가서 잠을 청하려고 하면 이번에는 휴대전화로 소셜미디어에 들어가 개표 상황을 체크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가 밤을 새우게 됩니다. 전미수면학회(AASM)의 충고입니다. 스마트폰을 분신처럼 여기는 시대에 이런 충고가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My Story. My Perspective. The Truth.”(내 이야기, 내 관점, 진실)최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회고록이 나왔습니다. 제목은 심플하게 ‘멜라니아.’ 여러 면에서 독특합니다. 표지에 주인공의 얼굴 사진이 들어가는 일반 회고록들과 달리 검은색 바탕에 ‘MELANIA’라는 흰색 글씨가 전부입니다. 대개 퍼스트레이디 회고록은 500∼600페이지가 보통인데 멜라니아 여사 책은 182페이지로 매우 얇습니다. 중간에 31페이지짜리 화보 섹션을 빼면 내용은 150페이지에 불과합니다. 독서용보다 장식용으로 좋다는 의미로 ‘커피 테이블 북’(Coffee Table Book)으로 불립니다.내용은 산만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자신의 회고록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관점이나 진실을 알 수 있는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퍼스트레이디 회고록의 단골 주제인 백악관 꾸미기에 관한 내용은 두 단락이 전부입니다. ‘college-application essay’(대입용 자기소개서) 같다는 굴욕적인 평가도 나옵니다. 구구절절 옳은 얘기들로 채워졌지만, 깊이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재미도 교훈도 부족하다 보니 퍼스트레이디 자서전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은 퇴임 후 회고록을 쓰는 전통이 있습니다. 퇴임 후 삶이 회고록 집필에 에너지를 쏟을 만큼 평탄하다는 의미입니다. 영부인 회고록은 대통령 회고록보다 인기가 높습니다. 딱딱한 대통령 회고록과 달리 권력 주변에서 벌어지는 뒷얘기를 관찰자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전해주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없고 메시지 전달로 확실합니다. 화제가 됐던 퍼스트레이디 회고록을 유형별로 알아봤습니다.Why won’t you listen to me?”(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거야)첫째, 자아도취형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 회고록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My Turn’(내 차례). 내가 말할 차례를 별러왔다는 것입니다. 내용도 독합니다.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 알렉산더 헤이그 국무장관 등 레이건 측근 정치인들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남편을 잘못 보좌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독하게 비난하는지 제목을 ‘My Turn’에서 ‘My Burn’(활활 태우다)으로 바꿔야 한다는 농담이 유행했습니다.인사 관여. 회고록에서 화제가 된 한마디입니다. 백악관 비서실장을 해고하라는 부탁을 들어주지 않자 레이건 대통령 앞에서 울면서 호소한 말입니다. 상대방을 다그칠 때 “why won’t you”로 시작합니다. 사치가 심하다는 지적도 반박했습니다. 20만 달러(2억 7000만 원)를 들여 멀쩡한 백악관 그릇 세트를 싹 바꿨을 때 언론은 이렇게 조롱했습니다. ‘White House New China Policy.’ 새로운 중국 정책이 아니라 그릇 정책을 말합니다 ‘china’는 ‘본차이나 그릇’을 말합니다. 낸시 여사는 백악관을 최고급으로 꾸미는 것이야말로 전통을 지키는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I expected to be applauded”(박수받을 줄 알았다). 정치 간섭, 사치 논란 등 세간의 비판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박수에는 ‘applaud’(어플러드)와 ‘clap’(클랩)이 있습니다. ‘applaud’는 축하하는 박수를 말합니다. ‘clap’은 그냥 손바닥을 짝짝 마주치는 행위입니다. 남편은 사랑받는 리더였지만 낸시 여사는 존경받지 못하는 퍼스트레이디로 남았습니다. It is a guilt I will carry for the rest of my life.”(내가 평생 지고 갈 죄책감이다)둘째, 참회형입니다. 회고록에서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유형입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10대 시절 부주의한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상대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회고록 ‘Spoken From the Heart’(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에서 사고 경위를 처음 공개했습니다. 17세 고등학생이던 로라 여사는 저녁 시간에 잘 모르는 지역 교차로에서 빨간불을 무시하고 달리다가 반대 방향 차를 들이박았습니다. 함께 타고 있던 여자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벌어진 사고였습니다. 운전면허는 있었고 술은 마시지 않았습니다. 로라 여사와 친구는 가벼운 부상을 입었지만, 상대 차량 운전자는 사망했습니다. 우연하게도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급생이었습니다. 겁이 나서 장례식에 가지 않았고, 사죄 인사도 전하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로라 여사의 참회입니다. 감정을 지고 간다고 할 때 ‘carry’를 씁니다. 미국인들은 이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사건을 축소하지 않고 솔직하게 고백한 점을 높이 샀습니다. 회고록은 아마존이 주관하는 굿리즈 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굿리즈 상은 추천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Nobody is perfect. The first lady is no exception. This book shows that what makes a good person is the courage to accept his/her own mistakes.”(누구나 잘못을 한다. 퍼스트레이디도 예외가 아니다.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Personally and professionally I’ve come through so many highs and lows.”(개인적으로 직업적으로 많은 영광과 좌절을 거쳐왔다)셋째, 회고형입니다. 회고록의 의미에 가장 충실한 유형입니다. 멜라니아 회고록보다 조금 앞서 나온 힐러리 클린턴 여사의 회고록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번이 4번째 회고록입니다. 힐러리 여사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즈벨트 여사와 함께 가장 많은 회고록을 쓴 퍼스트레이디입니다. 본인의 정치 커리어가 확실해 쓸거리가 많습니다. 제목은 ‘Something Lost, Something Gained’(어떤 것은 잃고, 어떤 것은 얻고). 앞서 나온 3권 ‘Living History’(2003), ‘Hard Choices’(2014), ‘What Happened’(2017)는 대권 도전을 전후해서 쓴 책들이라 정치적 주장이 많았던 반면 이번 책은 77세 인생을 되돌아본 진짜 회고록다운 회고록입니다. 1960년대 포크 여가수 조니 미첼의 명곡 ‘Both Sides Now’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미첼의 노래 가사와 비교해 되돌아봤습니다. 제목에서 ‘lost’(잃은 것)를 ‘gained’(얻은 것)보다 앞에 놓을 정도로 겸손해졌습니다. 회고록 전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come through’는 장애물을 넘어 목표 지점까지 왔을 때 씁니다. 남편과 함께 아침마다 푸는 낱말 퍼즐 게임, 손주와 보내는 시간, 대학교수로서 새로운 인생 등 일상의 소중함이 주요 내용입니다. 힐러리 특유의 도전정신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유로워진 힐러리도 나름 좋다는 평이 많습니다.명언의 품격미국 퍼스트레이디 회고록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부인 마샤 워싱턴 여사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대부분 개인적인 편지나 메모를 모아 기념용으로 출간하는 정도였습니다. 대형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상업적인 회고록은 1970년 린든 존슨 대통령의 부인 레이디버드 존슨 여사가 처음입니다. 북 투어, 사인회, 저자 인터뷰 등 지금은 관행이 된 홍보 행사들도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레이디버드 여사의 ‘A White House Diary’(백악관 일기)는 기록형 회고록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비화를 공개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출판사의 전문적인 ‘코치’를 받으며 썼기 때문에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은 회고록입니다. 미국 현대사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만큼 대중의 관심을 끄는 사건은 없습니다. 800페이지 분량으로 역대 퍼스트레이디 회고록 중에서 가장 두껍습니다. 이중 절반 이상이 당시 부통령 부인 자격으로 케네디 대통령 암살 전후 상황을 가까이에서 관찰한 내용입니다. 첫 문장입니다.It all began so beautifully.”(모든 것은 아름답게 시작됐다)당시 존슨 부통령 부부는 케네디 대통령 부부가 탄 차를 뒤따르고 있었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긴박한 순간이 펼쳐집니다. “I cast one last look over my shoulder and saw in the President’s car a bundle of pink, just like a drift of blossoms, lying on the back seat. It was Mrs. Kennedy lying over the President’s body.”(어깨너머로 바라본 마지막 순간 대통령 차 뒷좌석에서 핑크색 덩어리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케네디 여사가 총에 맞은 대통령을 감싸고 있었다) 에어포스원에서 재클린 여사가 피 묻은 옷을 입고 존슨 대통령의 취임 선서를 지켜보던 순간 나눈 대화 내용도 레이디버드 여사 회고록을 통해 처음 밝혀졌습니다. 옷을 갈아입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거절하며 재클린 여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I want them to see what they have done to Jack”(잭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들이 똑똑히 봐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세 살배기 케네디 주니어가 아버지 관을 향해 경례하는 이미지로 유명한 장례식 장면은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The feeling persisted that I was moving, step by step, through a Greek tragedy.”(마치 그리스 비극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기분이었다)레이디버드 여사 회고록은 케네디 암살에 관한 정부 보고서보다 더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런 회고록은 그냥 나오지 않습니다. 역사의 기록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일찍부터 집필을 시작한 결과입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저녁 7시가 되면 백악관 자신의 방 앞에 이런 팻말을 걸고 집필에 몰두했습니다. ‘I Want to Be Alone.’(방해하지 말아줘)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의 판도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일까요. 18∼26세의 젊은 Z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제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학 학자금을 갚지 못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과 좁아지는 취업 시장 때문에 힘든 세대입니다. Z세대는 부동층이 많습니다. 이미 투표 성향이 굳어진 중장년 세대와 달리 Z세대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중에서 아직 결정하지 못한 비율이 높습니다. 21세의 이사벨 모리스 씨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Z세대입니다. 남편과 두 살 아들을 둔 평범한 주부입니다. 계속 오르는 집세와 육아 비용을 남편 수입만으로 감당할 수 없어 파트타임 일을 시작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녀는 힘든 경제 상황을 이렇게 말했습니다.We’re barely scraping by.”(우리는 근근이 살아간다)비슷하게 생긴 두 단어가 있습니다. ‘scrape’와 ‘scrap’입니다. 우선 발음 비교. ‘scrape’는 ‘shape’(쉐이프)처럼 뒤쪽을 ‘에이프’로 읽어야 합니다. ‘스크레이프’가 됩니다. 반면 ‘scrap’은 ‘스크랩’이 됩니다. 두 단어는 현재진행형 ‘ing’, 과거형 ‘ed’가 붙을 때 모양이 달라집니다. ‘scrape’는 ‘scraping’(스크레이핑) ‘scraped’(스크레이프트), ‘scrap’은 ‘scrapping’(스크래핑) ‘scrapped’(스크랩트)가 됩니다.더 중요한 의미 비교. ‘scrape’는 ‘긁다’ ‘긁어모으다’입니다. 살짝 베이거나 긁힌 상처를 ‘small cuts and scrapes’라고 합니다. ‘scrape by’는 ‘scrape’(긁다)와 ‘by’(근처)가 결합해 ‘근처에서 긁어모으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저기서 긁어모아야 할 정도로 돈이 없다는 뜻입니다. 반면 ‘scrap’은 ‘조각’을 말합니다. 고철 조각을 ‘scrap metal’이라고 합니다. 동사로 쓸 때는 ‘던지다’ ‘폐기하다’라는 뜻입니다. “The project has been scrapped.” 프로젝트가 폐기됐다는 뜻입니다. 흔히 신문 기사를 ‘스크랩한다’라고 합니다. ‘scrape’와 ‘scrap’ 중에 어느 것이 맞을까요. ‘scrape’입니다. 필요한 기사를 긁어모은다는 의미입니다. 인터넷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을 ‘web scraping’이라고 합니다. 신문 기사를 ‘스크랩한다’라는 것은 콩글리쉬입니다. ‘scrape news articles’이 됩니다. 이런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8월 30일 소개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로즈가든 재단장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입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멜라니아 여사가 모처럼 의욕적으로 로즈가든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로즈가든은 대통령 기자회견이 자주 열리는 백악관의 얼굴 같은 정원입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팔을 걷어붙이고 대대적으로 로즈가든을 뜯어고쳤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찬반양론이 뚜렷하게 갈렸습니다. ▶2020년 8월 31일자최근 재단장을 마친 백악관 로즈가든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가 진두지휘한 작품입니다. 칭찬도 많지만, 비판이 더 많습니다. 개선이 아닌 개악을 해놓았다는 겁니다.She is as clueless and classless as her husband.”(그녀는 남편만큼 멍청하고 수준 없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멜라니아 여사를 비판하는 메시지입니다. 인신공격에 가깝습니다. 이런 메시지의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규제 정책을 비판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올린 것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의식 저변에는 동유럽 이민자인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은근한 차별의식이 깔려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언론은 따끔하게 지적했습니다.That’s like saying, ‘I like chocolate and you like vanilla.’”(그건 마치 ‘나는 초콜릿이 좋고, 너는 바닐라가 좋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리모델링 전과 후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말하기 힘듭니다. 리모델링 전에는 다양한 품종의 꽃과 나무들로 화려한 멋이 있었다면 리모델링 후는 흰색 장미 위주로 꾸며 정리된 느낌을 줍니다. 단조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판단도 달라집니다. 이런 때 쓰는 격언이 있습니다. ‘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 다르다). 한 전문가는 좀 더 쉽게 말합니다. 색과 맛이 완전히 다른 초콜릿과 바닐라는 취향을 대비시킬 때 자주 등장합니다. 서로 다른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In reality, the renovation is long overdue.”(사실 지금이라도 리모델링을 해서 다행이다)워싱턴포스트의 평가입니다. ‘over’는 지났다는 뜻이고, ‘due’는 예정된 기한을 말합니다. ‘long overdue’는 ‘기한이 오래전에 지났다,’ 즉 ‘지금이라도 해서 다행이다’라는 뜻입니다. 리모델링 전 로즈가든은 벌레가 들끓고 관개시설이 엉망이어서 개선이 시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온 워싱턴포스트가 리모델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이 이채롭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Personally and professionally I’ve come through so many highs and lows.”(개인적으로 직업적으로 많은 영광과 좌절을 거쳐 왔다) 미국 대선 시즌을 맞아 전직 퍼스트레이디 2명의 회고록이 잇달아 출간됐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여사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입니다. 힐러리 여사는 역대 퍼스트레이디 중 가장 많은 4번째 회고록입니다. 앞서 나온 3권은 대권 도전을 목적으로 내놓은 책들이라 정치적 주장이 많았던 반면 이번 책은 77세 인생을 되돌아보는 진짜 회고록다운 회고록입니다. ‘come through’는 장애물을 넘어 목표 지점까지 왔을 때 씁니다. 반면 멜라니아 여사의 회고록은 성격이 모호합니다. 남편이 현역 대통령 후보인데 별로 정치적인 내용이 없고, 본인의 개인사를 자세히 소개한 것도 아닙니다. ‘college-application essay’(대입용 자기소개서) 같다는 조롱 섞인 평가도 나옵니다. 모두 옳은 얘기들로 채워졌지만, 깊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은 퇴임 후 회고록을 쓰는 전통이 있습니다. 퇴임 후 삶이 회고록 집필에 에너지를 쏟을 만큼 평탄하다는 의미입니다. 영부인 회고록은 대통령 회고록보다 인기가 높습니다. 관찰자의 관점에서 권력 주변에서 벌어지는 뒷얘기를 흥미롭게 전해주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없고 메시지 전달도 확실합니다. 화제가 됐던 퍼스트레이디 회고록을 유형별로 알아봤습니다. △“Why won’t you listen to me?”(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거야) 첫째, 자아도취형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 회고록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My Turn’(내 차례). 내가 말할 차례를 별러 왔다는 것입니다. 내용도 독합니다. 레이건 측근 정치인들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남편을 잘못 보좌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독하게 비난하는지 제목을 ‘My Turn’에서 ‘My Burn’(활활 태우다)으로 바꿔야 한다는 농담이 유행했습니다. 인사 관여 정황도 나옵니다. 회고록에서 화제가 된 한마디입니다. 백악관 비서실장을 해고하라는 부탁을 들어주지 않자, 레이건 대통령 앞에서 울면서 호소한 말입니다. 상대방을 다그칠 때 “why won’t you”로 시작합니다. 낸시 여사는 영부인 시절 정치 간섭, 사치 논란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회고록에서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I expected to be applauded.”(박수 받을 줄 알았다) △“It all began so beautifully.”(그날은 아름답게 시작됐다) 둘째, 기록형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비화를 공개하는 데 중점을 둔 회고록입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의 부인 레이디버드 존슨 여사의 ‘A White House Diary’(백악관 일기)는 대형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출간된 첫 퍼스트레이디 회고록입니다. 출판사의 전문적인 ‘코치’를 받으며 썼기 때문에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었습니다. 미국 현대사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만큼 관심을 끄는 사건은 없습니다. 800쪽 분량으로 역대 영부인 회고록 중 가장 두껍습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당시 부통령 부인 자격으로 케네디 암살 전후 상황을 가까이에서 관찰한 내용입니다. 회고록 첫 문장에 나오는 암살 당일 풍경입니다. 케네디 암살에 관한 정부 보고서보다 더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런 회고록은 그냥 나오지 않습니다. 역사의 기록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일찍 집필을 시작한 결과입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오후 7시가 되면 방 앞에 이런 팻말을 걸어두고 집필에 몰두했습니다. ‘I Want to Be Alone.’(방해하지 말아줘) △“It is a guilt I will carry for the rest of my life.”(내가 평생 지고 갈 죄책감이다) 셋째, 참회형입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10대 시절 부주의한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상대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고 경위를 회고록 ‘Spoken From the Heart’(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에서 처음 털어놨습니다. 로라 여사의 참회입니다. 감정을 지고 간다고 할 때 ‘carry’를 씁니다. 미국인들은 이해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사건을 축소하지 않고 솔직하게 고백한 점을 높이 샀습니다. 회고록은 아마존이 주관하는 굿리즈 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굿리즈 상의 추천 이유는 이렇습니다. “Nobody is perfect. The first lady is no exception. This book shows that what makes a good person is the courage to accept his/her own mistakes.”(완벽한 사람은 없다. 퍼스트레이디도 예외가 아니다.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것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Hey Tim. It’s Kamala. I really want to talk to you.”(팀, 카멀라예요. 꼭 통화하고 싶어요)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얼마 전 팀 월즈 부통령 후보의 휴대전화에 이런 부재중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러닝메이트로 결정됐다는 기쁜 소식을 알리려고 전화했는데 월즈 후보가 받지 않은 김빠지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웃긴 사실은 월즈 후보가 전화가 온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받지 않았다는 것. 화면에 뜬 전화번호(caller ID)가 모르는 번호라서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해리스 부통령의 번호는 월즈 후보의 휴대전화에 저장이 돼 있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현대인의 중요한 전화 습관을 알 수 있습니다. 모르는 번호가 뜨면 받지 않습니다. 귀찮은 전화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즈 후보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해리스 부통령은 박장대소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Nothing is more relatable as not answering the phone because you don’t recognize the caller”(전화 건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 받지 않는 것만큼 공감 가는 일은 없다). ‘relate’의 형용사인 ‘relatable’(릴레이더블)은 공감한다는 뜻입니다. ‘nothing is more as’는 ‘as’ 다음에 나오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것이 진리라는 뜻입니다.월즈 후보의 시골 아재(Midwestern Dad) 감성이 드러나는 에피소드입니다. 체면 불문하고 막춤을 추고, 새끼 돼지를 품에 안고 기뻐하고, 아이들에 둘러쌓인 월즈 후보는 유세 분위기를 띄우는 일등공신입니다. 똑똑하지만 인간미 부족해 보이는 해리스 부통령과 분위기를 잘 띄우지만 정작 중요한 전화는 놓치는 허당끼 넘치는 월즈 후보는 서로 케미가 맞는 ‘티켓’입니다. 티켓은 대통령-부통령 후보를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월즈 후보는 성공적인 부통령 후보라는 평가를 받지만, 미국 대선 역사를 보면 실패한 부통령도 많습니다.Um, all of ’em, any of ’em that, um, have, have been in front of me over all these years.”(음, 모든 신문들, 음 오랫동안 내 앞에 있었던 모든 신문들)2008년 대선 때 공화당 티켓인 존 매케인 대통령 후보와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는 역사상 가장 실패한 티켓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페일린은 원래 매케인의 ‘퍼스트 초이스’가 아니었습니다. 매케인 후보는 절친인 조 리버먼 무소속 상원의원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리버맨 의원의 낙태 지지 노선이 공화당 지도부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부통령 후보 선정 작업은 난항에 부딪혔습니다. 러닝메이트를 공식 발표해야 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알래스카 주지사였던 페일린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전국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이었습니다. 매케인 후보는 페일린 주지사를 한번 만나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부통령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페일린 후보의 전당대회 연설은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72세 고령인 매케인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매력적인 44세의 여성 부통령 후보로 보였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자질 부족을 드러냈습니다. 준비된 원고를 읽는 연설과 달리 인터뷰는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대(對)러시아 정책을 묻는 질문에 “알래스카에서 러시아가 잘 보인다”라는 답변으로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특히 CBS 뉴스 앵커 케이티 쿠릭과의 인터뷰는 유명합니다. “정기적으로 읽는 신문을 말해달라”라는 쿠릭의 질문에 답한 내용입니다. 대통령과 함께 국내외 정세를 꿰뚫고 있어야 하는 부통령 후보가 단 한 개의 신문도 떠올리지 못한 것입니다. 쿠릭 인터뷰가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쿠릭이라는 농담까지 생겼습니다. 결국, 매케인 선거본부는 페일린에게 언론 접촉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대선 패배 후 매케인은 페일린과 말도 안 섞는 사이가 됐습니다. 페일린은 나중에 매케인 장례식에도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With Agnew as Vice President no assassin in his right mind would kill me.”(애그뉴가 부통령인데 제대로 정신이 박힌 암살범이라면 나를 죽이겠는가)스피로 애그뉴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 부통령입니다.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났을 때 권력 승계 순서에 따라 애그뉴가 대통령이 돼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 자신도 닉슨 대통령이 물러나기 1년 전 부통령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입니다. 역사상 유일하게 중도 사임한 부통령입니다. 그의 사임은 워터게이트 스캔들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본인의 부정부패 스캔들로 물러났습니다. 애초에 닉슨이 메릴랜드 주지사였던 애그뉴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은 남부 지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애그뉴는 독설가로 유명했습니다. 배짱 있는 인종차별 발언으로 남부 백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흑인을 ‘Negro’, 일본인을 ‘Jap’, 폴란드 출신을 ‘Polack’이라고 부르는 것이 예사였습니다. 닉슨은 애그뉴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됐지만, 정책 파트너로 대접하지 않았습니다. 충격 발언이 필요할 때나 찾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소외시켰습니다. 한번은 주변에서 “애그뉴를 무시할 거면 왜 부통령으로 선택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닉슨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암살 표적으로 유용하다는 농담입니다.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닉슨 대통령의 배타적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in right mind’는 ‘제정신’이라는 뜻입니다. 앞에 ‘no one’과 함께 써서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그럴 리 없다’라는 뜻이 됩니다.메릴랜드 주지사 시절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법무부 조사를 받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닉슨 대통령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조사를 받는 혼돈의 정국이었습니다. 뇌물 수수가 훨씬 중대한 범죄지만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묻혀 부통령 자진 사퇴로 조용히 해결됐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최대 수혜자는 애그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You people who are married to Italian men, you know what it’s like.”(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한 사람은 어떤지 알잖아요)1984년 대선에서 월터 먼데일 민주당 후보는 제럴딘 페라로 하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택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인기에 밀려 열세를 면치 못했던 먼데일 후보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여성 러닝메이트를 택했습니다. 미국 주요정당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 후보입니다. 전당대회에서 가난한 이민자의 딸을 주제로 인상적인 후보 수락 연설을 했습니다. “The daughter of an immigrant from Italy has been chosen to run for vice president in the new land my father came to love”(이탈리아 이민자의 딸이 아버지가 사랑한 새로운 땅에서 부통령 후보로 선택됐다). 20세기 미국 100대 명연설에서 56위에 오른 감동적인 연설입니다.재산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대형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이 소득신고서 제출을 거부한 것입니다. 배우자 소득신고서 제출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제출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페라로 후보의 변명입니다. 다혈질인 이탈리아 남자들은 이런 문제에 둔감하다는 것입니다. 상대의 동의를 구할 때 쓰는 말입니다. “You know what it’s like.” 이탈리아 커뮤니티가 들고 일어났습니다. 배우자 소득신고 미제출에 인종 비하 발언까지 페라로 후보는 단번에 사랑받는 후보에서 문제 많은 후보로 전락했습니다.마지못해 남편이 소득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부부 합산 재산이 400만 달러에 달하고, 요트, 별장 2채, 입주 가사도우미까지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들여 쌓아 올린 서민 이미지가 깨졌습니다. 재산 문제는 먼데일-페라로 티켓을 침몰시켰습니다. 상대 후보였던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부통령의 부인 바바라 여사는 이렇게 놀렸습니다. “Ferraro is $4 million - I can‘t say it - but it rhymes with rich.”(페라로는 재산이 400만 달러나 된다. 대놓고 말은 안 하겠는데 부자라는 단어와 운율이 맞네)명언의 품격대통령은 자신과 반대 성향의 부통령을 택하기 마련입니다. 약점을 보완해야 승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balance the ticket’(티켓의 균형을 맞추다)이라고 합니다. 미국 대선 제1의 규칙입니다. 주요 기준은 이념, 지역, 나이 등입니다. 젊은 대통령은 나이 많은 부통령을 찾기 마련이고, 북부 대도시 출신 대통령은 남부 시골 출신 부통령을 선호합니다. 이념적으로 강경한 대통령은 이를 순화할 수 있는 중도 성향의 부통령을 택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린든 존슨 부통령을 택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40대 초반의 매사추세츠 명문가 출신에다 하버드대 졸업장을 가진 케네디 대통령은 50대의 남부 텍사스 지방대 출신의 존슨 부통령을 택해 균형을 맞췄습니다.1992년 대선에서 이런 전통이 깨졌습니다.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자신과 매우 비슷한 앨 고어 부통령 후보를 택했습니다. 우선 나이가 클린턴 45세, 고어 44세로 비슷했습니다. 미 대선 역사상 가장 젊은 티켓입니다. 출신 지역도 둘 다 남부였습니다. 클린턴은 아칸소, 고어는 테네시 출신입니다. 가장 중요한 이념은 민주당 내에서 둘 다 온건파로 분류된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학벌조차 둘 다 아이비리그 출신(클린턴-예일대, 고어-하버드대)으로 비슷했습니다. 쌍둥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왜 쌍둥이를 뽑았냐”라는 질문에 클린턴 후보의 대답입니다.We are going to reinforce the ticket rather than balance it.”(티켓의 균형을 맞추기보다 강화할 것이다)사실 위험한 전략입니다. 강화되는 쪽은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쪽은 버리는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강화 전략을 택한 것은 1992년 대선이 3자 구도였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의 아버지 부시 대통령,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 무소속의 로스 페로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었습니다. 혼전 상황에서는 티켓의 선명성이 중요하다는 것이 클린턴 진영의 논리였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The key is definition”(핵심은 정의다). 정의를 내릴 수 있을 만큼 색깔이 분명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고어 부통령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후부터 대통령-부통령 관계를 규정할 때 ‘balance’(균형)보다 ‘partnership’(협력)이 더 적절한 단어가 됐습니다. 대통령은 설사 위협이 될지라도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부통령을 택해 2인자로 키우며 상당한 권력을 나눠줍니다. 자신이 권좌에서 내려올 때 대비해 후계자로 키웁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후보 사퇴의 공백을 메우며 곧바로 대선전에 뛰어들 수 있는 것도 평소 바이든-해리스 부통령 관계가 파트너십에 기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J D 밴스-팀 월즈 부통령 후보의 TV 토론이 열렸습니다. 이번 토론을 두고 ’civil’(시빌)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옵니다. ‘시민의’라는 뜻에서 출발해 ‘모범적인’이라는 뜻으로 많이 씁니다. 두 후보가 모범적인 토론을 벌였다는 의미입니다. 차분하게 토론하던 중 월즈 후보의 홍콩 방문 시기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월즈 후보는 과거 유세 때 자주 “중국 톈안먼 사태 때 홍콩을 방문 중이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 민주주의의 현장을 가까이서 목격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런데 언론의 추적 결과 홍콩에 있었다던 시점에 실은 미국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가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라고 요청하자 월즈 후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I’m a knucklehead at times.”(나는 때로 멍청한 짓을 한다)‘knuckle’(너클)은 ‘관절’을 말합니다. 관절 부위에 징이 박힌 장갑을 ‘너클 글러브’(knuckle gloves)라고 합니다. 흥분해서 주먹을 꽉 쥐면 관절 부분이 하얗게 됩니다. ‘white knuckle’은 매우 긴장한 상태를 말합니다. ‘head’는 머리를 말하므로 너클헤드는 ‘관절의 머리’라는 뜻이 됩니다. 사람뿐 아니라 기계도 관절이 있습니다. 기계의 두 부분을 이을 때 쓰는 공구를 너클헤드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오래된 뜻이고, 요즘은 ‘멍청이’ ‘얼빠진 놈’이라는 뜻으로 더 많이 씁니다. 두 관절을 이어붙여야 할 정도로 멍청하다는 의미입니다. 심한 욕은 아니고 애교 있는 타박 정도로 보면 됩니다.너클헤드가 멍청이라는 의미가 된 것은 만화에서 유래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 당국은 군인들이 훈련 중에 해서는 안 되는 멍청한 행동을 만화로 그려 설명하면서 주인공 캐릭터 이름을 ‘Knucklehead’라고 지은 데서 유래했습니다. 월즈 후보가 자신을 멍청이라고 부른 것은 홍콩 방문 시기를 혼동했다는 변명을 하려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홍콩에 간 것은 톈안먼 사태가 종료된 1989년 8월이지만 극적인 효과를 위해 “톈안먼 사태 때 홍콩에 있었다”라고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거짓말은 들통이 나게 돼 있고, 창피를 감수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1년 1월 18일 소개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관한 내용입니다. 재임 중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부통령을 꼽으라면 아마 마이크 펜스 부통령일 것입니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추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 관계가 됐습니다. 펜스 부통령이 의회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대선 승자로 공식 인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폭도들이 의사당으로 몰려간 사건입니다.▶2021년 1월 18일자미국인들은 부통령을 3대 직무라고 말합니다. ‘thankless’(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 ‘useless’(필요 없는), ‘forgotten’(잊혀진). 이렇게 무시당하는 자리지만 최근 트럼프 지지자들이 일으킨 의사당 난입사태로 혼란에 빠진 미국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부통령은 상원 의장을 겸하고 있으므로 대선 2개월 뒤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소집해 최종 개표 결과와 승자를 발표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이 회의에서 펜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승자로 발표하는 것을 막으려고 트럼프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켰습니다.Trump and Pence have chosen to bury the hatchet after a week of silence, anger and finger-pointing.”(트럼프와 펜스는 침묵하고 화를 내고 남 탓을 하며 일주일을 보내다가 화해하기로 했다)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고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바이든 승리를 공식 인증했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사이가 틀어졌다가 일주일 만에 화해했습니다. 진심으로 화해한 것은 아니고 일시적 휴전이었습니다. 손도끼를 말하는 ‘hatchet’(햇칫)은 싸움을 상징합니다. ‘bury the hatchet’(도끼를 묻다)은 과거 미국 원주민들이 싸우다가 휴전할 때 손도끼를 소나무 밑에 묻은 전설에서 유래했습니다. ‘point a finger’는 손가락질하다, 즉 비난할 때 씁니다.He is a manila envelope taped to a beige wall.”(존재감 없네)평소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뒤에서 장식처럼 서 있는 때가 많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주요 임무였습니다. TV 심야 토크쇼의 단골 조롱 대상이었습니다. 토크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는 펜스 부통령을 가리켜 “베이지색 벽에 붙여진 마닐라 봉투”라고 비꼬았습니다. 베이지색 마닐라 봉투가 베이지색 벽에 붙어 있으면 있는지 없는지 모릅니다. ‘존재감 무(無)’라는 뜻입니다.I was running the dishwasher, putting my clothes in the laundry. We’re still waiting for him to return the call.”(식기세척기도 돌리고 세탁기에 빨래도 넣었다. 나 아직 답신 콜 기다리거든요)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사당 난입사태를 촉발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는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요청하기 위해 펜스 부통령에게 전화했습니다. 수정헌법 25조는 부통령과 내각의 과반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는 조항입니다. 펜스 부통령을 바꿔 달라고 하자 비서는 하염없이 기다리라고 합니다. 집에 있던 펠로시 의장은 집안일을 하며 기다립니다. 비서는 마지막에 “부통령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라고 답합니다. 펜스 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전화를 피하는 것으로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거부한 것입니다. 화가 난 펠로시 의장은 지금도 답신 콜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운동도 하고, 경치도 보고, 가을을 즐기는 완벽한 방법입니다.”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충남 홍성에 자전거 부대가 떴다. ‘따르릉 홍성 유기논길’ 투어에 참가한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학생 17명이다. 가을 햇살을 받으며 줄지어 시골 들녘을 가로지르는 젊은이들의 자전거 탄 풍경(자탄풍)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빨리 갈 필요는 없다. 주변 경관을 둘러보며 여유롭게 페달을 밟으면 된다. 언덕길도 있고 울퉁불퉁한 돌길도 있지만 힘들다는 불평은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 농촌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라는 감탄사가 연이어 터져 나온다. ‘따르릉 홍성 유기논길’은 농촌체험과 지역관광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시골을 바라보는 시속 20km’ ‘마을축제를 바라보는 시속 20km’ ‘유기농 호텔에서 바라보는 시속 20km’ 등 3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자전거 투어는 ‘시골을 바라보는 시속 20km’에 해당한다. 총 주행 거리는 18.8km. 5∼6시간 걸리는 투어다. 하지만 이 시간 내내 자전거를 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자전거 위에 있는 시간은 70분 정도다. 나머지는 중간에 내려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한다. 홍성 자전거 투어가 ‘국내 유일의 소통형 전기 자전거 투어’로 불린다. 자전거와 헬멧이 투어 참가자들에게 지급된다. 전기 자전거라서 페달을 밟는 것이 일반 자전거보다 훨씬 수월하다. 초보도 도전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자전거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헬멧은 인터콤 방식이다. 가이드의 설명이 주행 중에 헬멧을 통해 무선으로 전달된다. 볼거리가 있으면 일일이 차에서 내려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야 하는 일반 투어의 불편함을 줄인 것이다. 주변 경관 설명을 들으며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된다. “여기서부터 비탈길입니다” “옆에 지나가는 차 조심하세요” 등 경로 안내도 들린다. 안전을 위해 가이드는 앞쪽과 뒤쪽에 1명씩 배치된다. 자전거 위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풍경은 논이다. 홍성은 국내 최초의 유기농업 특구로 유기농 쌀이 유명하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10∼11월 초가 주변 경관을 즐기며 자전거 타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8월 직접 자전거 투어에 참가해 홍성 논길을 달렸다. 코스는 홍성군과 지역 여행사 행복한여행나눔이 전문 컨설팅을 받아 경치 좋고 달리기 좋은 길 위주로 짰다. 자전거 도로, 일반 도로, 농로 등이 골고루 포함됐다. 출발 지점인 홍성역에서 전기 자전거와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는다. 시범 주행을 거쳐 25분 정도 달리면 홍동 갓골마을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밝맑도서관을 구경한다. 지역 주민들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자치 도서관이다. 결혼식, 음악회 등이 열릴 때도 있다. 갓골 빵집, 풀무학교 생협, 오래된 느티나무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 15분 정도 달리면 문당환경농업마을에 닿는다. 홍성의 유기농 쌀로 만든 피자와 제철건강음료를 시식할 기회다. 초록이둥지협동조합, 환경농업교육관 소나무숲에서 휴식한다. 다시 페달을 밟을 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마지막 장소인 장곡 오누이마을에 도착한다. 독특한 이름 ‘오누이마을’은 가족 오누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홍성 특산물인 오디, 누에의 첫 글자와 냉이의 마지막 글자를 합친 것이다. 오누이센터에서 텃밭에서 자라는 꽃들을 활용해 꽃다발만들기, 화분꾸미기 등을 체험한다. 이곳에서 시골 건강밥상을 먹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마친다. 홍성 자전거 투어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한 팸투어, 전문가와 지역 주민 대상의 시범 운영 등을 거쳐 9월 초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기자가 만난 한양대 대학원생들이 두 번째 팀이다. 자전거 투어는 야외 프로그램이라서 날씨에 영향을 받는다. 비가 예고되면 투어 시기를 재조정하거나 버스 투어로 대체된다. 추운 겨울에는 자전거 타기가 힘들어 11월 말 또는 12월 초까지 운영될 예정이라고 여행사 측은 설명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시골을 바라보는 시속 20km’로 신청할 수 있다. 현재 할인 가격이 적용되고 있다. 가이드를 맡은 김영준 행복한여행나눔 실장은 “대부분의 농촌 관광 프로그램이 농산물 수확 체험에 중점을 두는 것과 달리 홍성 자전거 투어는 관광과 체험을 적절히 결합한 것이 특징”이라며 “자전거 위에서 너무 빠르지도 않게, 너무 느리지도 않게, 적절한 속도로 농촌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번 투어에 참가한 김대호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생(31)은 “‘농촌은 따분한 곳’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려 준 여행”이라고 말했다. 논에서 일하다 손을 흔들어주는 농부들, 체험 장소에서 만나는 동네 주민들의 웃는 얼굴에서 공동체 정신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한 달 살기를 해봤다는 그는 “파리 근교 농촌보다 더 아름답고 정겨운 곳이 바로 코앞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농촌 크리에이투어는 전국 20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더 자세한 정보는 웰촌에서 확인할 수 있다.홍성=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I have white guy tacos.”(나는 백인 타코를 즐겨 먹는다)‘white guy taco’(백인 타코). 요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단어입니다.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최근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음식으로 백인 타고를 꼽았습니다. 유세 중에 자주 먹는다고 합니다. 백인 타코가 뭘까요. 본인이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Black pepper is the top of the spice level in Minnesota.’(미네소타에서는 검은 후추가 양념의 최고 수준이다) 타코는 소스를 뿌려 먹습니다. 타코의 본고장 멕시코에서는 핫소스, 할라피뇨소스, 살사소스 등 매운맛을 내는 소스를 뿌려 먹습니다. 하지만 매운맛에 약한 미국인에게는 이런 소스가 무리입니다. 백인이 많이 살고, 월즈 후보가 주지사로 있는 미네소타에서는 주로 검은 후추를 뿌려 먹는 데 이를 백인 타코라고 부릅니다. 자신과 같은 백인에게는 별로 맵지도 않은 검은 후추가 매운맛의 최고치라는 자폭개그입니다. ‘have’ 다음에 음식이 나오면 ‘가지다’가 아니라 ‘즐겨 먹는다’라는 뜻입니다.백인 지지자가 많은 공화당에서는 발끈했습니다. 타코면 타코지 백인 타코는 뭐냐는 것입니다. 타코를 백인 타코, 멕시칸 타코 등으로 나누는 것이야말로 민주당이 배격하는 인종차별이라는 것입니다. 별것도 아닌 말 한마디를 두고 죽을 것처럼 설전을 벌이는 것이 대선을 앞둔 요즘 미국 정치 풍경입니다. 한국에도 익숙한 풍경입니다. 음식은 설전의 주요 소재입니다. 음식은 단순한 먹는 행위가 아니라 그 안에 이념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치의 유명한 격언입니다. “Food on the campaign trail is a minefield for political candidates”(유세 때 먹는 음식은 후보에게 지뢰밭이 될 수 있다). 논란의 소지가 크다는 뜻입니다. 유세 음식에 얽힌 에피소드를 알아봤습니다.With Swiss.”(스위스 치즈 넣어줘요)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기후특사를 맡았던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은 어마어마한 부자입니다. 부인 재산 덕분입니다. 부인은 식품회사 하인즈 상속자인 테레사 하인즈 여사. 우리가 잘 아는 하인즈 케첩 마요네즈의 그 하인즈입니다. 하인즈 여사는 하인즈 상속자인 존 하인즈 상원의원과 결혼했다가 그가 사망하자 재산을 물려받았습니다. 케리 장관과 1995년 재혼했습니다. 부부 합산 재산 규모는 30억 달러(4조 원). 케리 장관은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케리 후보는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은 사회 취약계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너무 부자여서 서민 분위기가 나지 않은 것입니다. 오히려 공화당 후보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카우보이 이미지를 풍기며 민심을 파고들었습니다.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유세 중에 벌어진 스위스 치즈 사건은 케리 후보의 럭셔리한 이미지를 잘 말해줍니다. 철강 공장이 많은 필라델피아는 미국의 대표적인 노동자 도시입니다. 명물은 치즈 스테이크. 얇게 썰어 볶은 고기를 빵 사이에 끼워 치즈를 올려 먹는 샌드위치입니다. 케리 후보는 치즈 스테이크 맛집 팻츠(Pat’s)에 들렀습니다. 그의 주문 내용입니다. ‘치즈’를 아예 빼고 그냥 “스위스”라고 한 것을 보면 스위스 치즈를 많이 주문해 본 솜씨입니다. 음식 주문에서 토핑, 소스 등을 선택할 때는 ‘with’를 씁니다. ‘with Swiss cheese’ ‘with extra onions’처럼.구멍이 숭숭 뚫린 스위스 치즈는 고급 치즈입니다. 풍미가 연하고 부드럽습니다. 강한 풍미의 치즈를 넣는 치즈 스테이크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대부분 레스토랑이 ‘Cheez Whiz’(치즈 위즈)를 넣는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입니다. 미국 아이들이 군것질용으로 많이 먹는 짝퉁 치즈입니다. 건강에 좋지 않은 정크푸드이지만 치즈보다 강한 맛을 내기 때문에 레스토랑들이 선호합니다. 이런 전통을 모르는 케리 후보는 평소 자신의 취향대로 고급 치즈를 택한 것입니다. 케리 후보의 주문을 구경하던 필라델피아 주민들의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다음도 문제였습니다. 치즈 스테이크가 나오자 혹시라도 흘릴까 봐 조금씩 오물거리며 먹었습니다. 치즈 스테이크는 입을 크게 벌리고 내용물을 줄줄 떨어뜨리며 먹는 것이 진리입니다. 케리 후보는 토핑 선택과 식사법에서 민심을 모른 것입니다. 한마디로 ‘out of touch’(접촉이 안 되다)입니다. 올해 대선에 출마한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최근 필라델피아 유세 중에 팻츠에 들러 케리 후보의 스위스 치즈 사건을 다시 들춰냈습니다. “Why do you guys hate swiss cheese so much? What’s the story?”(여러분들 왜 그렇게 스위스 치즈를 싫어하는 거예요. 이유가 뭐예요)The best taco bowls are made in Trump Tower Grill. I love Hispanics!”(최고의 타코 볼은 트럼프타워 그릴에 있습니다. 히스패닉 사랑해요)2016년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습니다. 중남미 불법 이민자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출마 선언 때 이렇게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Mexico is bringing to us drugs, crime and rapists.”(멕시코는 우리에게 마약과 범죄, 강간범들을 데려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음식을 먹는 것으로 히스패닉 지지율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멕시코 축제일인 씽코 데 마요(Cinco de Mayo) 때 타코 볼(taco bowl)을 먹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타코 볼은 둥근 그릇처럼 만든 토르티야에 고기, 채소, 치즈, 과카몰리(으깬 아보카도) 등을 섞은 샐러드입니다. 사진과 함께 올린 메시지입니다. 레스토랑 선전인지 히스패닉 구애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멕시코 기념일에 멕시코 전통 음식을 먹으려면 히스패닉 동네에 가야 하지만 뉴욕 한복판의 자기 소유 음식점에 먹는 무신경을 보여준 것입니다. 뉴욕 트럼프타워 그릴은 음식값이 비싼 곳입니다. 메뉴판에 나온 타코 볼 가격은 18달러, 팁까지 합쳐 23달러에 샐러드 한 접시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맛도 별로입니다. 트럼프타워 그릴에서 타코 볼을 시식한 뉴욕 음식 잡지는 이렇게 혹평했습니다. “Fried tortilla bowl heaped with romaine lettuce, grated yellow cheese, and plain ground beef that was so devoid of flavor, it rendered an insult to Mexicans.”(로메인 상추, 노란 치즈 가루, 평범한 간 쇠고기 등을 쌓아 올린 토르티야 볼은 너무 맛이 없어 멕시코인들에게 모욕이 될 지경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이런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I love Hispanics - Trump, 52 minutes ago. They’re gonna be deported - Trump, yesterday.”(히스패닉 사랑해요 – 52분 전 트럼프. 히스패닉 강제 추방 – 어제 트럼프). 그래도 힐러리 후보는 점잖은 편입니다. 한 정치인의 메시지입니다. “Holy guacamole, what a dipshit”(아이고, 이 한심한 사람아). ‘holy guacamole’(홀리 과카몰리)는 ‘리’로 끝나는 두 단어의 운율이 맞춘 감탄사입니다. 황당한 상황에서 씁니다. 욕설인 ‘dipshit’(딥쉿)은 ‘dippy’(멍청한)와 ‘shit’(놈)이 합쳐졌습니다.I’m sitting here just pining. Pining for a bite.”(나는 여기 앉아 간절하게 원한다. 한 입을 간절히 원한다) 음식을 먹을 때 여성 정치인에게는 남성과 다른 잣대가 작용합니다. 입을 쩍 벌리고 먹음직스럽게 먹으면 남성은 점수를 얻지만, 여성은 점수가 깎입니다.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면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됩니다. 여성은 얌전하게(elegantly)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 통념입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아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2016년 대선 유세 때 뉴욕의 디저트 맛집 ‘주니어스 치즈케이크(Junior’s Cheesecake)에 들렀습니다. 옆자리 수행원들은 맛있게 먹지만 끝까지 포크를 들지 않는 힐러리. 얼마나 먹고 싶은지 치즈케이크를 곁눈질로 바라보는 간절한 눈빛이 화제가 됐습니다. 기자들이 먹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I learned early on not to eat in front of all of you”(여러분들 앞에서 먹지 말아야 한다는 진리를 일찍 터득했다). 먹는 장면이 찍히는 것이 싫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pine’(파인)은 소나무를 말합니다, 여기서는 동사로 간절히 원한다는 뜻입니다. ‘pain’(고통)에서 유래했습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원한다는 뜻입니다.치즈케이크 한 조각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힐러리의 모습에 많은 여성이 공감했습니다. 며칠 뒤 스티븐 콜베어 토크쇼에 출연했을 때 콜베어는 힐러리를 뉴욕 명소 ‘카네기 델리’(Carnegie Deli)로 데려가 이렇게 위로했습니다. “Let me show you how to properly eat New York cheesecake”(뉴욕 치즈케이크를 제대로 먹는 방법을 보여주겠다). 한 손에 쥔 포크로 치즈케이크를 조금 뜬 뒤 다른 한 손으로 나머지 케이크를 손에 들고 마음껏 먹습니다. 포크의 치즈케이크는 기자에게 먹으라고 줍니다. 콜베어의 충고입니다. “This is humanizing,”(이런 게 인간적이다)명언의 품격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골과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를 가졌습니다. 하버드대 출신의 지적인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고, 흑인의 거주 패턴이 도시 위주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도시적 이미지는 미국의 시골로 통하는 중서부에서 유세를 벌일 때 장애물로 작용했습니다. 2008년 대선 후보로 아이오와 옥수수밭에서 농부들 앞에 섰습니다. 일단 농촌을 잘 모른다는 점을 인정하고 들어갔습니다. “I don’t pretend to know everything there is to know about agricultural issues”(농업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척하지 않겠다). 농부들이 호응하지 않자 분위기를 바꾸려고 슈퍼마켓 얘기를 꺼냈습니다.Anybody gone into Whole Foods lately? See what they charge for arugula?”(최근 홀 푸드에 가본 적 있습니까. 아르굴라를 얼마나 파는지 압니까)분위기 파악 못 하는 발언이었습니다. ‘Whole Foods’와 ‘argula’가 문제였습니다. 홀 푸드(Whole Foods)는 유기농 농산물을 주로 파는 대형 슈퍼마켓입니다. 도시 소비자들의 유기농 수요가 높아지면서 급속 성장했습니다. 농촌에서 도시형 슈퍼마켓을 찾으니 농부들은 기분이 상했습니다. 오바마 후보가 이 발언을 했을 때 아이오와에는 홀 푸드가 없었습니다. 아르굴라(arugula)는 샐러드에 들어가는 고급 채소입니다. 한국에서는 루콜라(rucola)로 불립니다. 옥수수, 감자가 특산물인 아이오와 농부들은 많은 채소 놔두고 하필 아르굴라를 거론한 오바마 후보에게 기분이 상했습니다. 샐러드를 먹으며 잘난 척하는 동부 인텔리처럼 보였습니다. 오바마의 날씬한 체형이 이를 증명했습니다. ‘아르굴라 게이트’로 불릴 정도로 논란이 됐습니다. 서민들의 아침 식사인 와플과 소시지가 입에 맞지 않아 남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바마=고급 입맛’ 이미지는 더욱 굳어졌습니다. 뉴욕타임스 명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이렇게 비꼬았습니다. “This is clearly a man who can’t wait to get back to his organic scrambled egg whites”(확실히 유기농 달걀흰자 요리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인 사람이다). 아르굴라 게이트를 겪은 오바마 후보는 기름진 음식을 좋아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핫도그, 나초 등 고칼로리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미성년자 음란물 스캔들로 영국을 충격에 빠뜨린 BBC 앵커 휴 에드워즈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습니다. 최근 런던 웨스트민스터 법원은 미성년자 음란물 소지 등의 혐의로 기소된 에드워즈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7년 동안 성범죄자로 기록된다는 선고도 받았습니다. 에드워즈는 BBC 저녁 메인 뉴스를 20년 동안 진행하며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타계,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등 중요 행사 중계를 도맡아 왔습니다. 지난해 미성년자 음란물 사진을 구매한 사실이 들통났습니다. 신뢰받는 앵커의 두 얼굴은 영국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BBC도 비난을 받았습니다. 에드워즈가 체포된 뒤 해고도 하지 않고 억대급 급여도 그대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BBC는 부랴부랴 에드워즈로부터 급여 회수에 나섰습니다. 집행유예 판결은 너무 가볍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실형을 예상했던 에드워즈는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안도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정신건강 문제가 선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범행 당시 정신상태가 온전치 않아 의사결정을 제대로 내릴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선고를 내린 폴 골드스프링 판사는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명성이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It is not an exaggeration to say your long-earned reputation is in tatters.”(오랫동안 쌓아온 당신의 명성이 무너졌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tatter’(태더)는 ‘찢는다’입니다. 그냥 한 번 쭉 찢는 것이 아니라 갈기갈기 찢는 것을 말합니다. 복수형 ‘tatters’는 넝마를 말합니다. ‘in tatters’는 너덜너덜 찢긴 상태를 말합니다. “My heart is in tatters.” 마음이 갈기갈기 찢겼다는 뜻입니다. ‘tatters’ 대신 ‘rags’(랙스)를 써도 됩니다. ‘rags’는 걸레를 말합니다. ‘rags and tatters’는 걸레처럼 너덜너덜한 옷을 말합니다. ‘Rags to Riches.’ 걸레(rags)에서 부자(riches)로 신분 상승을 말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1월 11일 소개된 정치 그룹명에 내용입니다. 정치인들은 끼리끼리 모이는 것은 좋아합니다. 혼자일 때는 힘이 없어도 비슷한 사람들끼리 그룹을 형성하면 눈에 띄고 발언권도 세집니다. 정치인들이 만든 그룹에는 재미있는 이름이 많습니다.▶2021년 1월 11일자정치인들은 뭉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야 세(勢)를 형성하고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목표를 위해서든, 단순 친교를 위해서든 끼리끼리 뭉친 그룹을 뭐라고 부르는지 보겠습니다.The Dirty Dozen coup-plot is just a tiny storm in the teacup.”(더티 더즌의 쿠데타 시도는 찻잔 속 작은 태풍일 뿐이다)2021년 워싱턴 의사당 난입 사태의 도화선이 된 것은 12명의 극우파 공화당 의원 그룹이었습니다. “바이든 승리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라고 나섰습니다. 자신들을 ‘Dirty Dozen’이라고 불렀습니다. 군 당국이 12명의 죄수를 선발해 제2차 세계대전 전투에서 승리하는 내용의 1967년 영화 제목입니다. 의원 12명(dozen)이 죽기 살기로(dirty) 싸운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12명의 의원은 별로 영향력이 없었습니다. 태풍이 찻잔 속에서 불어봤자 바깥 세상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storm in a teacup’은 별것도 아닌 일로 법석을 떠는 것을 말합니다. Members of the Gang of Eight were tight-lipped as they left the briefing.”(8인조 갱 멤버들은 정보 브리핑을 받은 뒤 입을 굳게 다물고 브리핑장을 떠났다)‘Gang of Eight’(8인조 갱)는 의회의 실세 8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상원과 하원의 공화 민주 양당 대표 4명, 정보위원회 위원장과 간사 4명을 합쳐 8명입니다. 국가안보 위험 사태 백악관으로부터 기밀정보를 브리핑을 받는 멤버입니다. CNN 긴급속보를 보면 이런 말이 자주 들리는 말입니다. ‘lip’을 동사로 썼을 때는 ‘입을 움직여 말하다 ’입니다. ‘tight’는 꽉 조인 상태를 말하므로 ‘tight-lipped’는 입을 다물고 침묵하는 것을 말합니다. I knew the Three Amigos. John would be upset from the grave.”(내가 쓰리 아미고스를 알거든. 존이 무덤에서 화를 낼 거야)‘Three Amigos’(3명의 친구)’는 1990∼2000년대 활동한 상원의원 3명을 말합니다.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입니다. 원래 친교를 위해 뭉친 그룹이지만 나중에는 미국이 외교적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함께 해외를 누비며 민주주의를 알렸습니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1986년 동명의 코미디 영화에서 유래한 별명입니다. 그런데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 때 ‘짝퉁 쓰리 아미고스’가 등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오가며 불법 공작을 벌였던 트럼프 심복 3인조를 말합니다. 이들이 자신들을 ‘쓰리 아미고스’라고 부르자 원조 멤버인 리버먼 의원이 발끈했습니다. 존은 원조 쓰리 아미고스의 리더로 2018년 세상을 떠난 매케인 의원을 가리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Yes, I’ll make you more bacon.”(그래, 베이컨 더 구워 줄게)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손녀와 함께 아침을 먹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팬케이크와 베이컨으로 아침 식사를 하던 중에 빅뉴스를 접한 것입니다. 전화를 받기 직전 손녀와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손녀가 베이컨을 더 달라고 하자 구워주는 평범한 할머니의 모습입니다. 팬케이크, 베이컨, 계란 3종 세트는 미국인들의 단골 아침 메뉴입니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여성 정치인이 집에서 베이컨이나 굽고 있다는 사실이 낯설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요리 잘하는 여자입니다. 힘든 일에 부딪혔을 때 음식을 만들면 힐링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 대선 때 ‘카멀라와 함께 쿠킹을’(Cooking with Kamala)이라는 유튜브 시리즈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잘 만드는 음식은 루이지애나식 스튜인 검보(토마토 소스에 쌀을 넣고 끓인 스튜)와 어머니의 나라인 인도 전통 빵 이들리.한국에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에도 비슷한 격언이 있습니다. ‘Breakfast is the most important meal of the day’(아침은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식사다). 커피 한 잔으로 때우는 미국인들도 많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아침을 꼭 챙겨 먹었습니다. 아침 식사에서 에너지를 얻어야 세상에서 가장 바쁘다는 미국 대통령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아침 식탁에는 어떤 음식이 오르는지 알아봤습니다.I maintain my waist line and can wear suits bought in 1935.”(나는 허리둘레를 유지하고 있고, 1935년 입었던 양복을 아직도 입을 수 있다)‘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 본인의 건강 관리도 책임졌습니다. 아침 일정이 한 치의 오차도 없었습니다. 매일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2마일(3.2km)씩 걸었습니다.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분당 128걸음씩 걷는다는 규칙을 세워놓고 걸었습니다. 14년의 군대 생활에서 얻은 습관입니다.걷기 운동을 마치면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 버번을 한 잔씩 마십니다. ‘버번 대통령’(Bourbon President)으로 불릴 정도로 버번을 좋아했습니다. 즐겨 마신 브랜드는 ‘Wild Turkey’(와일드 터키)와 ‘Old Grand Dad’(올드 그랜드 대드). 이어 30분 동안 마사지를 받습니다. 다음은 아침 식사. 메뉴도 정해져 있습니다. 토스트 한 조각, 계란 1개, 베이컨 1줄을 어기지 않습니다. 토스트에 버터나 잼을 바르지 않습니다. 음료는 무지방 우유 반 잔. 철저한 식이요법과 운동 덕분에 몸무게가 항상 그대로였습니다. 1952년 68세 때 한 말입니다. 1935년, 즉 17년 전인 51세 때 입던 양복을 그대로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뱃살이 찌지 않았다는 자랑입니다. 살이 찔 때는 ‘gain weight’, 줄 때는 ‘lose’, 그대로 유지할 때는 ‘maintain’을 씁니다. It’s a terrible sentence that has been imposed upon me.”(나에게 내려진 가혹한 형벌이다)20세기 초 대통령을 지낸 윌리엄 태프트는 기록이 많습니다. 유일하게 행정부와 사법부의 수장을 모두 지냈습니다. 대통령을 끝낸 뒤 더 중요한 기록은 가장 무거운 대통령이라는 것. 180cm에 160kg였습니다. 아침에 스테이크를 먹었습니다, 그것도 가장 큰 사이즈인 12온스. 성인 손바닥보다 큽니다. 여기에 버터를 바른 토스트 몇 조각, 크림과 설탕을 듬뿍 넣은 커피를 곁들였습니다. 건강 경고등이 커졌습니다. 의사가 스테이크 사이즈를 6∼8온스로 줄이라고 충고하자 태프트 대통령은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sentence’는 선고를 말합니다. 선고는 위에서 내려지는 것이므로 ‘impose a sentence’(선고를 부과하다)라고 합니다. 아침뿐 아니라 점심과 저녁에도 스테이크를 먹었습니다. 삼시 세끼 스테이크를 먹는 고기 러버를 ‘three-times-a-day steak eater’라고 합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 움직임이 둔했습니다. 욕조에 몸을 푹 담그고 쉬는 것이 취미였습니다. 욕조(tub)와 관련된 일화가 많은 대통령입니다. ‘Tubby Taft’(뚱보 태프트)가 별명이었습니다. ‘tub’에서 유래한 ‘tubby’(터비)는 욕조처럼 넓다는 뜻입니다. 과거 한국에서 ‘텔레토비’로 유명했던 영국 BBC 어린이 프로그램은 ‘텔레터비즈’(Teletubbies)가 원제입니다.욕조에 들어가기는 쉬워도 나오는 것은 어렵습니다. 무거운 데다 물 때문에 미끄럽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시의 주인공까지 됐습니다. ‘President Taft Is Stuck In the Bath’(태프트 대통령 욕조에 처박혔다). 백악관은 특수 욕조를 제작했습니다. 파나마 운하를 시찰하러 갔을 때였습니다. 사기로 된 세로 2m, 가로 1m, 무게 1t짜리 특대형 욕조를 파나마 현지까지 공수했습니다. 얼마나 크고 무겁던지 ‘태프트 탱크’로 불렸습니다.퇴임 후에는 초대형 욕조 혜택이 사라졌습니다. 한번은 호텔에서 일반 욕조에 들어갔다가 물이 흘러넘쳐 아래층까지 새는 사건을 벌어졌습니다. 욕조 목욕을 그만둘 수 없어 욕조에 높은 벽을 둘러치는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I’ll get a piece of that fenced in some day, and then when I venture in, there won’t be any overflow.”(욕조에 울타리를 치면 다음에 들어갈 때 물이 흘러넘치지 않을 것이다)Nobody will notice.”(아무도 모를 거야)바이든 대통령과 비슷한 초딩 입맛을 가진 대통령이 있습니다. ‘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입니다.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군것질 대왕이었습니다. 아침 메뉴는 버터핑거 오트밀. 부인 바바라 여사가 원래 준비한 오트밀에 단맛을 내기 위해 초콜릿바 버터핑거를 섞은 것입니다. 주방장이 바바라 여사에게 들킬 것을 염려하자 부시 대통령은 이렇게 안심시켰습니다. 부모 몰래 나쁜 짓을 한 아이들이 흔히 하는 말입니다. ‘notice’는 원래 보다(see)라는 뜻에서 출발했습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나중에 들통이 났습니다. 전화위복으로 미국인들의 별미 레시피가 됐습니다. 오트밀에 버터핑거를 부셔 넣고 전자레인지에 한 번 돌리기만 하면 됩니다.부시 대통령은 크림 쇠고기(creamed chipped beef)도 즐겨 먹었습니다. 얇게 썬 훈제 쇠고기를 크림과 섞어 토스트 위에 얹어 먹는 것입니다. 1989년 미식축구팀 덴버 브롱코스가 워싱턴 레드스킨스와의 경기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브롱코스를 백악관 아침 식사에 초대해 크림 쇠고기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먹기에는 부담이 되는 메뉴였습니다. 저녁 경기를 앞둔 브롱코스 선수들은 대통령 앞이라 할 수 없이 먹었다가 탈이 났습니다. 브롱코스의 유명 쿼터백 존 엘웨이는 결장하는 사태까지 빚어졌습니다. 브롱코스는 그날 경기에서 패했습니다. 이 사건 후 크림 쇠고기 얘기만 들어도 싫다는 엘웨이. “I’ve not had it since.”(이후로 그 음식에 손도 안 댄다)명언의 품격 ‘남군에 로버트 리 장군이 있다면 북군에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랜트 장군은 남북전쟁 때 북군 최고의 명장입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가장 신뢰한 전술가로 링컨 대통령 암살 후 대통령에 올랐습니다. 미국 50달러 지폐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그랜트 장군은 덕장입니다. 남군의 사이먼 볼리바 버크너 장군과의 우정은 미국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둘은 젊은 시절 친구 사이였습니다.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서 함께 훈련을 받았고, 미국-멕시코 전쟁에 함께 참전해 공적을 쌓았습니다. 남북전쟁에서 적이 됐습니다. 게티즈버그 전투와 함께 남북전쟁 최고의 전투로 꼽히는 포트 도넬슨 전투에서 각각 북군과 남군의 리더로 맞붙었습니다. 과감한 용병술의 그랜트 장군이 승리했습니다. 항복 협상이 열렸습니다. 버크너 장군은 그랜트 장군이 과거의 정을 생각해 너그러운 항복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빨리 전쟁을 끝내야 했던 그랜트 장군은 냉정한 답신을 보냈습니다.No terms except unconditional and immediate surrender can be accepted.”(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항복 이외에 어떤 조건도 수용하지 않는다)‘unconditional surrender’(무조건 항복)라는 단어가 이때 생겨났습니다. 그랜트 장군의 별명이기도 합니다. ‘Unconditional Surrender Grant.’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면서 “그랜트 장군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버크너 장군은 치욕적인 항복 조건을 수용했습니다. 대신 며칠 굶은 군인들을 위해 먹을 것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북군도 먹을 것이 없었지만 그랜트 장군은 남군에게 이틀 치 식량을 내줬습니다.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 미안함을 갚은 것입니다. 식량이라고 해봐야 오이와 커피가 전부였습니다. 피비린내 나는 포트 도넬슨 언덕에서 북군이 마련해준 식사를 남군이 먹는 장면은 미국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식사라는 평을 듣습니다. 나중에 그랜트 대통령 장례식에서 운구한 사람은 버크너 장군과 남군 군인들이었습니다. 20여 년 전 그랜트 장군이 마련해준 식사의 고마움을 잊지 않은 것입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남편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에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멜라니아 여사. 얼마 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면 배우자가 축하 연설하는 전통을 깬 것입니다. 그동안 회고록을 썼다고 합니다. 다음 달 출간될 회고록에는 이민자로 미국에 건너와 모델을 거쳐 퍼스트레이디에 오르기까지 성공담을 담았다고 합니다. 얼음처럼 차가운 멜라니아 여사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모르겠다는 미국인들이 많습니다.퍼스트레이디 선배인 힐러리 클린턴 여사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최근 출간된 네 번째 자서전 ‘Something Lost, Something Gained’(어떤 것은 잃고, 어떤 것은 얻고)에서 힐러리 여사는 멜라니아 여사에게 복잡한 감정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과격한 주장을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모자인지 피해자인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난해 멜라니아 여사가 로절린 카터 여사 장례식에 회색 코트를 입은 것에 쏟아진 비난은 지나치다는 것입니다. 장례식에 회색 디올 코트를 입은 멜라니아 여사는 “튀고 싶어 한다”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힐러리 여사의 멜라니아 여사 변호입니다.The Victorian-era tradition of donning black for funerals has gone the way of the edict against wearing white after Labor Day.”(장례식 때 검은색 옷을 입는 빅토리아 시대 전통은 노동절 이후 흰색 옷을 입지 말라는 규칙과 비슷한 운명이다) 이 짧은 문장에 미국식 표현이 여러 개 나옵니다. 우선 ‘don black’에서 ‘don’(던)은 ‘옷을 입다’를 말합니다. ‘wear’와 같은 뜻입니다. 문장 뒤쪽에 ‘wear’가 나오니까 반복을 피하려고 ‘don’을 쓴 것입니다. 어떤 색깔의 옷을 입는다고 할 때 ‘wear white’ ‘don black’처럼 바로 색깔이 나오면 됩니다. ‘color’를 붙일 필요 없습니다.‘go the way of’도 매우 미국적인 표현입니다. ‘go’(가다)와 ‘the way of’(길을)가 합쳐졌습니다. 앞서간 길을 따라간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운명이라는 뜻입니다. 뒤에 ‘dinosaurs’(공룡)가 나오는 관용구가 있습니다. 공룡은 지금 시대에 없습니다. 사라질 운명이라는 뜻입니다. 레코딩 기술이 발전해 LP 음반이 사라질 운명에 처해있다고 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Vinyl records have gone the way of the dinosaurs.’(비닐 레코드는 공룡이 간 길을 따라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edict against white after Labor Day’는 미국 문화를 알아야 이해가 가능합니다. 9월 첫 번째 월요일인 ‘Labor Day’(노동절)는 미국인들에게 여름의 끝을 의미합니다. 동부 해안 휴양지에서 흰색 셔츠를 걸치고 느긋하게 여름 휴가를 보내던 뉴요커들이 다시 도시의 일상으로 복귀하는 때입니다. 노동절 이후에는 때가 잘 타는 흰색 옷을 입지 않는다는 전통을 ‘no white after Labor Day’라고 합니다. 개성의 시대가 되면서 지금은 거의 사라진 전통입니다. ‘edict’(이딕트)는 포고령을 말합니다. 장례식 의상은 검은색이어야 한다는 전통을 노동절 이후 흰색 옷을 입지 않는 전통에 비유해 케케묵은 발상이라고 비판한 것입니다. 장례식 때 멜라니아 여사 외에 검은색 옷을 입지 않는 인사들이 많았다는 사실도 덧붙였습니다. 로절린 여사 손자인 제이슨 카터는 회색 양복을 입고 조사를 낭독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군청색 양복을 입고 참석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10월 25일 소개된 대통령이 좋아하는 음식(favorite food)입니다. 대선 시즌이 되면 언론이 자주 다루는 단골 소재가 있습니다. 후보가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쁘게 유세 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좋아하는 음식을 한입 가득 베어 문 장면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2021년 10월 25일자최근 빌 클린턴 대통령이 요도 감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올해 75세인 클린턴 대통령은 재임 시절 햄버거 감자튀김 등 고지방 고열량 음식을 즐겼습니다. 퇴임 후 심장질환을 겪은 뒤 채식주의자로 변모해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해오다가 이번에 병원 신세를 진 것입니다. 식습관은 건강 상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대통령의 식습관을 알아봤습니다.I’ll have guacamole coming out of my eyeballs.”(과카몰레가 눈에서 나올 지경이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하는 음식은 나초. 튀기거나 구운 토르티야에 다양한 재료를 곁들여 먹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카몰레(guacamole)를 곁들여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으깬 아보카도를 나초에 올려 먹습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과카몰레가 눈에서 나올 지경이라고 합니다. ‘come out of eyeballs’(안구에서 나오다)는 과식을 했을 때 쓰는 표현입니다.I might not be around if I hadn’t become a vegan.”(만약 내가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클린턴 대통령은 2010년 육류와 유제품을 끊고 ‘vegan’(비건)이 됐습니다. ‘vegetarian’(베지태리언)보다 높은 단계의 채식주의자를 말합니다. 2016년 부인 힐러리 여사의 대선 유세 때 레스토랑에 들러 샐러드를 시키면서 한 말입니다. ‘be’ 동사 다음에 ‘around’가 나오면 ‘부근에 있다’라는 뜻입니다. 삶의 부근에 있다는 의미에서 ‘살아있다’라는 뜻으로도 씁니다.You can tell a lot about a fella’s character by whether he picks out all of one color or just grabs a handful.”(젤리빈을 한 색깔만 골라 먹느냐, 그냥 되는 대로 한 움큼 쥐느냐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젤리빈(콩 모양의 젤리 사탕) 팬이었습니다. 백악관 책상 위에도 두고 에어포스원에도 두고 입이 심심할 때마다 먹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젤리빈 명언입니다. ‘handful’(핸드풀)은 ‘ful’이 들어가 형용사 같지만 명사입니다. ‘손에 한가득’이라는 뜻입니다. ‘양동이 한가득’이라는 뜻의 ‘bucketful’(버킷풀)도 명사입니다. 미국인들은 가장 행복한 상태일 때 ‘a bucketful of happiness’라고 합니다. 부모 말을 잘 안 듣고 수시로 장난치는 아이를 이렇게 말합니다. “He is a handful.” 손이 많이 가는 아이라는 뜻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I will be casting my vote for Kamala Harris and Tim Walz in the 2024 Presidential Election.”(나는 2024년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미국 인기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할지 밝혔습니다. 2020년 대선 때 “조 바이든 후보를 찍겠다”라고 밝힌 이후 두 번째 지지 선언입니다. 지조 있게 민주당 정치인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한 표를 던지는 것을 ‘cast vote for’라고 합니다. 그냥 ‘vote for’도 되지만 투표라는 행위를 강조하려고 ‘던지다’라는 뜻의 ‘cast’를 넣었습니다. 대선 시즌이 되면 ‘endorsement’(인도스먼트)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en’(받쳐주다)과 ‘dorse’(뒤쪽)가 결합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입니다. 원래는 정치인의 지지 선언이 주류를 이뤘는데 정치 불신이 커지면서 요즘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위주의 ‘셀럽 인도스먼트’가 대세입니다. △“What Obama stands for is worth me going out on a limb for.”(오바마의 비전은 내가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 2007년 오프라 윈프리가 CNN 래리 킹 라이브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낯선 손님석에 앉은 것은 버락 오바마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20년 넘게 토크쇼의 여왕으로 군림해 온 윈프리의 첫 지지 선언이었습니다. 래리 킹이 “특정 후보 지지는 언론인으로서 공정성을 해칠 수 있지 않느냐”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limb’(림)는 나뭇가지를 말합니다. ‘go out on a limb’는 ‘나뭇가지 위로 오르다’, 즉 ‘위험을 무릅쓰다’라는 뜻입니다. 윈프리의 커리어를 건 지지 선언에 오바마 지지율은 급등했습니다. 윈프리 덕분에 오바마 후보는 100만 표를 더 얻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You’re the Man for Us.”(당신은 우리를 위한 사람이야) 미국 최초의 후보 지지 선언은 노래였습니다. 1920년 대선 때 가수 앨 졸슨이 노래로 워런 하딩 공화당 후보에게 지지 의사를 전한 것이 시초입니다. 졸슨은 미국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의 주인공 배우입니다. 졸슨은 하딩 후보의 집으로 찾아가 지지 선언을 했습니다. 마치 사랑 고백처럼 발코니에서 직접 작사 작곡한 아름다운 세레나데로 지지 의사를 전했습니다. 노래 제목입니다. 하지만 동기는 별로 순수하지 못했습니다. 대가를 바랐습니다. 일설에 따르면 졸슨은 하딩 후보의 귀에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I want the ambassadorship to China”(중국대사 자리를 원한다) 하딩은 대통령이 됐지만 졸슨의 대사직 요청은 거절했습니다. △“Ruth Called His Shot.”(루스가 원하는 대로) 전설의 야구 스타 베이브 루스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홈런 한 방으로 지지 의사를 전했습니다. 콜드샷(called-shot) 사건으로 불립니다. 1932년 대선에 출마한 루스벨트 후보는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컵스가 맞붙은 월드시리즈에 참석했습니다. 양키스 소속의 루스와 오랜 친구였습니다. 타석에 들어선 루스는 루스벨트를 한번 쳐다본 뒤 외야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그쪽으로 홈런을 치겠다는 신호였습니다. 공은 정확하게 그쪽으로 날아가 담장을 넘겼습니다. 루스의 신기에 가까운 야구 실력에 관중은 열광했습니다. 당시 신문 헤드라인입니다. 한 방(his shot)을 불렀다(called), 즉 의도한 대로 해냈다는 뜻입니다.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call the shots’ 표현이 이때 생겼습니다. ‘주도권을 쥐다’라는 뜻입니다. 홈런을 선물받은 루스벨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Unbelievable, You lucky, lucky bum.”(못 믿겠네, 정말 운 좋은 놈) 루스벨트는 대선 승리 후 가장 먼저 루스를 백악관에 초대했습니다. 루스와 어깨동무를 하고 콜드샷의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Oprah Effect’(오프라 효과), ‘Swift Surge’(스위프트 급등), ‘Colbert Bump’(콜베어 둔턱·스티븐 콜베어 토크쇼에 출연하면 후보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 셀럽의 지지 선언이 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치면서 생겨난 신조어들입니다. 바람직한 지지 선언은 특정 후보 지지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 각자가 똑똑한 선택을 하도록 설득하는 것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I’ve done my research, and I’ve made my choice. Your research is all yours to do, and the choice is yours to make.”(나는 공부했고, 그에 따라 선택했다. 당신 공부는 당신 몫이고, 선택도 당신 몫이다)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Donald Trump is an unserious man. But the consequences of putting Donald Trump back in the White House are extremely serious.”(도널드 트럼프는 가벼운 사람이다. 하지만 그를 다시 백악관에 들여놓는 대가는 매우 무겁다) 전당대회 시즌이 끝났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분위기는 크게 달랐습니다.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흥겨운 파티로 만들었습니다. 오프라 윈프리, 스티비 원더 등 유명 셀럽들이 등장했습니다. 반면 공화당 전당대회는 트럼프 대통령 피격 이틀 후에 열려 분위기가 가라앉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피격당했을 때 외친 ‘USA’라는 단어가 자주 들렸습니다. 93분 동안 마이크를 잡은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긴 전당대회 연설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40분 동안 연설했는데 내용은 더 낫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검사 출신답게 마치 법정 드라마에 나오듯이 말의 강약을 조절할 줄 알았습니다. ‘serious’를 ‘심각한’이라는 뜻으로만 알면 안 됩니다. ‘중대한’ ‘무거운’ ‘진짜’ 등 다른 뜻으로 더 많이 씁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라고 강조하고 싶을 때 “I’m dead serious.” “I’m not joking”이라는 뜻입니다. 해리스 부통령이 말한 ‘unserious’는 트럼프 대통령을 ‘하찮은’ ‘무시해도 될만한’ 존재라고 비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하찮지 않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경고입니다.전당대회(national convention)의 정식 명칭은 ‘presidential nominating convention.’ 민주 공화 양당의 대의원들이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행사입니다. 당이 주인공인 행사이기 때문에 당의 개념이 없었던 미국 건국 때는 전당대회라는 행사도 없었습니다. 전당대회가 생긴 것은 건국 50여 년 후인 1820년대부터입니다. 4년마다 대선이 있는 해에 열리는 것이 전통입니다. 전당대회에서 지명한다지만 사실상 그 전에 열리는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후보는 결정됩니다. 전당대회는 이미 결정된 후보를 공개적으로 추대하는 요식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별것도 아닌 전당대회를 미국 TV가 생중계까지 하며 떠받드는 것은 연설이 있기 때문입니다. 4일간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30∼40명의 연설자가 무대에 오릅니다. 그중에는 탁월한 연설력으로 스타가 된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전당대회를 수놓은 특급 연설들을 알아봤습니다. I pledge you, I pledge myself, to a new deal for the American people.”(여러분과 나 자신에게 미국인들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맹세한다)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뉴딜’(New Deal). 1932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서 처음 쓴 단어입니다. 너무 유명한 단어라서 고유명사 같지만 루즈벨트 대통령이 처음 썼을 때는 새로운(new) 합의(deal)라는 일반적인 의미였습니다. 별로 마음에 안 들었는지 연설 마지막 부분에 딱 한 번 나옵니다. ‘pledge’(플레지)는 서약한다는 뜻입니다. ‘promise’(약속하다)보다 강한 의미입니다.1932년 민주당 전당대회는 여러 가지 기록이 있습니다. 선출된 후보가 처음으로 현장에서 수락 연설을 한 전당대회입니다. 이전까지는 전당대회에 오지도 않았습니다. 점잖은 정치인이 시끌벅적한 대의원 행사에 오는 것을 품위 없는 행동이라고 여겼습니다. 당시 뉴욕 주지사였던 루즈벨트 대통령은 소아마비로 거동이 불편했음에도 자신을 뽑아준 대의원들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전당대회에 왔습니다. 장소는 2만 명을 수용하는 시카고 스타디움. 지팡이를 짚고 연단에 올라가 책상 양옆에 설치된 손잡이를 잡고 연설하는 모습을 관중들은 지켜봤습니다. 박수가 터졌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감사를 전했습니다. “You have nominated me, and I am here to thank you for the honor.”(여러분들은 나를 지명해줬고, 그 영예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후보가 처음으로 비행기로 이동한 전당대회이기도 합니다. 비행기는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지도층 인사들은 탑승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바쁜 유세 일정 때문에 뉴욕에서 시카고 전당대회장까지 비행기를 이용했습니다. 부인 엘리너 여사와 아들 2명도 동행했습니다. 비행기는 얼마 가지 않아 악천후를 만났습니다. 비행기가 하도 흔들려 탑승객들은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습니다. 조종사는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White-knuckled passengers could only cling to the upholstered arms of the aluminum chairs. In the turbulence, acceptance speech sheets slid off the desk,”(탑승객들은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의자 손잡이를 꽉 잡았다. 비행기가 흔들리는 바람에 연설 원고가 탁자에서 쏟아졌다)원래 6시간으로 예정됐던 비행은 8시간이 걸렸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겨우 늦지 않게 대회장에 도착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I regret that I am late, but I have no control over the winds of heaven.”(늦어서 유감이다. 하지만 하늘의 바람은 나도 어쩔 수 없어)It is the voice of the great majority of Americans, the forgotten Americans, the non-shouters, the non-demonstrators.”(그것은 위대한 다수의 미국인, 잊혀진 미국인, 목청도 높이지 않고 시위도 하지 않는 미국인들의 목소리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별명이 ‘컴백 키드’(Comeback Kid)지만 진정한 컴백 키드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 하원의원, 상원의원, 부통령 등 화려한 경력을 가졌지만 1960년 대선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에게 패하고 2년 뒤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도 패했습니다. 부통령까지 지낸 정치인이 주지사 선거에서 패한 것은 역대급 수치였습니다. 재기가 힘들어 보였습니다. 6년 뒤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1968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됐습니다. 닉슨의 후보 수락 연설은 인간적인 매력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보완해 공감형 정치인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반전 운동으로 시끄러웠습니다. 반전 구호를 외치며 길거리로 나선 젊은이도 많았지만, 다수는 침묵했습니다. 그들은 잊혀진 존재였습니다. 닉슨은 잊혀진 미국인들을 위한 목소리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Forgotten Americans Speech’(잊혀진 미국인 연설)라고 합니다. 이 연설은 그해 대선에서 승리하는데 원동력이 됐습니다.닉슨은 연설에서 경적이 울리는 시끄러운 기찻길 옆에서 살았던 가난한 어린 시절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이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나기까지 기차 경적(train whistle)은 닉슨의 상징이 됐습니다. 밥 돌 상원의원은 닉슨 대통령 장례식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He was a boy who heard the train whistle in the night and dreamed of all the distant places that lay at the end of the track. How American.”(그는 밤마다 울리는 경적을 들으며 기찻길이 끝나는 먼 곳을 꿈꾸는 소년이었다. 이 얼마나 미국적인가)Suddenly it dawned on me; they will know whether we met our challenge.”(갑자기 분명해졌다. 그들은 우리가 도전을 이겨냈는지 알 것이다)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출마할 때 소속당에서는 경쟁 후보를 내세우지 않는 것이 관례입니다. 1976년 대선은 달랐습니다. 공화당의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데 강력한 당내 경쟁자가 있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입니다. 그만큼 포드 대통령이 인기가 없었다는 의미입니다.포드 대통령과 레이건 주지사는 프라이머리에서 충분한 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해 전당대회 투표로 승자를 결정했습니다. 포드 대통령이 이겼습니다. 하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패배한 레이건 주지사였습니다. 원고도 없이 8분간의 즉석연설을 통해 워터게이트 스캔들 이후 정체성 혼란에 빠진 공화당의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time capsule speech’(타임캡슐 연설)로 불립니다. 지인으로부터 100년 뒤 공개될 타임캡슐에 넣을 편지에 현재 미국이 당면한 문제를 적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소련의 미사일 경쟁, 자유경제에 대한 정부 간섭 등을 당면한 문제로 꼽았습니다. 갑자기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고 합니다. 100년 뒤 세대는 현재 세대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미래 세대가 사는 세상은 현재 세대의 책임이므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이 있는 공화당을 선택해 달라는 결론입니다. ‘dawn’은 새벽을 말합니다. ‘dawn on’은 동사로 ‘새벽이 찾아오다’ ‘생각이 명료해지다’라는 뜻입니다. 뭔가 번쩍 생각이 난다는 의미이므로 ‘suddenly’와 함께 쓸 때가 많습니다.이 연설의 장점은 딱딱한 정치 메시지를 쉽고 서정적인 타임캡슐의 이미지에 실어 전달한 것입니다. 레이건을 위대한 소통가의 위치에 올려놓은 명연설입니다. 4년 뒤 대통령이 됐습니다. 반면 포드 대통령은 대선에서 민주당의 지미 카터 후보에게 패했습니다.명언의 품격미국의 명연설은 1960∼70년대에 몰려 있습니다. 변혁기였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사회가 안정된 1980년대 이후에는 명연설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예외가 있습니다. 2000년대 버락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가장 뛰어난 연설은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나왔습니다. 연설 제목은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 당시 오바마는 초짜 정치인이었습니다. 연방 상원의원도 아닌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었습니다. 그가 전당대회 기조연설자로 결정됐을 때 나온 언론 헤드라인입니다. “Who the Heck Is This Guy?”(도대체 이 사람 누구야?)전당대회에서 인지도 높은 연설자들은 저녁 시간에 집중 배치됩니다. ‘프라임타임 스피커’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기조연설자가 결정됩니다. 기조연설은 전당대회의 주제와 맞는 사람을 골라 맡깁니다. 유명 정치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관례입니다. 무명의 오바마가 결정된 데는 민주당 존 케리 대선 후보의 일리노이 유세가 계기가 됐습니다. 일리노이 주민들이 오바마를 높이 평가하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찬조 출연한 오바마의 연설을 듣고 감동했습니다. 오바마 연설을 함께 들은 선거 책임자는 이렇게 예언했습니다. “This guy will be on the national ticket someday.”(이 사람 언젠가 전국 무대 정치인 꼭 된다)오바마는 직접 원고를 쓰기로 했습니다. 흑인으로 살아온 개인의 역사를 미국의 역사와 엮는 작업을 스피치라이터에게 맡길 수 없었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필기용 노란색 공책(yellow legal pad)을 가지고 다니며 시간이 날 때마다 손글씨로 원고를 썼습니다. 당시 일리노이 주의회가 회기 중이라 의사당 건물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조용해서 집중하기 좋은 화장실 휴게실이 주된 집필 공간이었습니다. 화장실에서 오바마를 봤다는 목격담이 많이 나왔습니다. 연설의 핵심 구절입니다. It’s the hope of a skinny kid with a funny name who believes that America has a place for him. The audacity of hope!”(자신을 위한 자리가 미국에 있다는 믿는 웃긴 이름을 가진 비쩍 마른 소년의 희망이다. 담대한 희망이다!)‘audacity’(어대시티)는 오바마가 시카고에서 지역 운동가로 일하던 시절 담당 성직자이자 오바마 결혼식 주례를 섰던 제러미아 라이트 목사의 설교에 자주 나오는 단어입니다. ‘대담함’이라는 뜻입니다.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단어는 아닙니다.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뻔뻔하게 구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How audacious of you!”(너 완전 철면피구나)단어는 뜻밖의 효과를 내며 대히트를 쳤습니다. 이후 ‘audacious’(어데이셔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별명이 됐습니다. 오바마는 연설문 초고를 완성한 뒤 데이비드 엑셀로드 언론 고문에게 처음 보여줬습니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보내던 엑셀로드 고문은 팩스로 한 장씩 도착하는 원고를 읽은 뒤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This is an incredible speech. This is really literature.”(믿을 수 없게 훌륭한 연설문이다. 문학 작품이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한국 유명 연예인들의 음주운전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의 30여 년 전 음주운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1995년 네브래스카 고교에서 교사와 운동코치로 일하던 시절 친구 집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가다가 음주 과속운전으로 적발됐습니다. 200달러의 벌금과 90일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당시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28%로 법정 한도를 넘었습니다. 미국의 한도는 0.08%입니다. 이후 네브래스카에서 미네소타로 이주했고, 정치 경력을 쌓아 주지사에 올랐습니다, 주지사 도전 때 미네소타 스타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음주운전 경력을 이렇게 말했습니다.It was a gut-check moment.”(현실 직시의 순간이었다)‘gut’(것)은 용기를 말합니다. 똑같이 용기라는 뜻이지만 ‘gut’은 ‘courage’와 조금 다릅니다. 순간적인 판단에 따른 용기, 배짱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gut’은 직관을 말하기도 합니다. 상대가 거짓말을 한다는 느낌이 팍 올 때 이렇게 말합니다. “I have a gut feeling that you are lying.” ‘gut check’(것첵)은 배짱을 부리는 것을 점검한다는 뜻입니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음주운전을 계기로 철없던 인생을 반성하게 됐다는 것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2월 12일 소개된 존 딩걸 하원의원에 관한 내용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문제가 뜨거웠습니다. 고령에 따른 인지력 저하는 심각한 문제지만 고령에도 존경받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2019년 92세를 일기로 타계한 딩걸 의원입니다. 그가 타계하자 당적을 막론하고 추모 메시지가 밀려들었습니다.▶2019년 2월 12일자한국에서 별로 유명하지 않지만, 미국에서 유명한 정치인이 있습니다. 존 딩걸 전 하원의원(민주·미시간)이 최근 92세로 별세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respect’(존경)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써가며 가슴에 와닿는 추모사를 발표했습니다. 백악관은 물론이고 50개 주 청사가 모두 조기를 달았습니다. 일개 하원의원이 왜 이런 국가원수급 의례를 받을까요. 60년 동안 하원의원을 지낸 고인은 최장수 의정활동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의회를 거쳐 간 주요 법안 중 딩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별로 없다”라고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금은 희귀종이 됐지만,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정치인의 소명을 워싱턴에서 가장 충실히 수행한 인물”이라고 평했습니다.The skies must be safe.”(하늘은 안전하구나)한번은 딩걸 의원이 공항에서 보안검색대를 지나갈 때 ‘삑’ 소리가 났습니다. 여러 번 지나도 계속 소리가 났습니다. 젊은 시절 엉덩이 수술로 금속을 박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도 검색요원은 믿지 않았습니다. 조사실로 데려갔습니다. 그는 거기서 바지를 벗고 수술 부위를 보여줬습니다. 수차례 검색대를 지나고 바지를 벗는 동안 의원 신분임을 밝히지 않습니다. 특혜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허허 웃으며 조사실을 나오면서 한 말입니다. 이렇게 철저히 조사하는 것을 보니 미국의 항공 보안은 안심해도 되겠다는 감탄입니다.You’re not important. It’s what you can now do to help others that’s important.”(당신은 중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당신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딩걸 의원의 동료인 테드 도이치 하원의원(민주·플로리다)의 추모사입니다. 도이치 의원은 처음 당선됐을 때 딩걸 의원에게 “이제 나도 중요한 위치에 올랐다”라고 자랑했다고 합니다. 그때 딩걸 의원이 충고한 말입니다. 도이치 의원은 이 충고를 마음에 새기며 살았다고 합니다.I don’t know about you, but I’m feeling 92.”(당신은 어떤지 모르지만 나는 92세 먹은 느낌인데)딩걸 의원은 92세의 나이에 25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트위터의 달인이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재치있게 비꼬는 트윗으로 유명했습니다. 92세 생일날 그가 올린 트윗입니다. ‘I don’t know about you, but I’는 ‘나는 너에 대해 모르지만’이 아니라 ‘너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다’라는 의미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히트곡 ‘22’의 가사 ‘I don’t know about you, but I’m feeling 22’를 ‘92’로 비틀었습니다. 92세의 나이를 실감한다는 것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를 아는 90대 할아버지는 흔치 않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She means business.”(그녀는 진심이다)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전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가 연설자로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대중 앞에 섰습니다. 최고 화제는 패션. 한국계 여성 디자이너가 공동 설립한 몬세(Monse)의 군청색 바지 정장은 전투복 이미지가 물씬 풍겼습니다. 길게 땋은 머리도 포인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싸울 준비를 하자는 연설 내용도 좋았지만 외모에 가려 빛을 못 볼 정도였습니다. 미셸 여사 패션을 본 미국인들의 반응입니다. ‘business’는 ‘사업’이라는 뜻뿐만이 아니라 ‘핵심 ‘본론’ 등을 말하기도 합니다. “I mean business”는 “나 농담 아니다” “나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라는 뜻입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군 중에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미셸 여사가 지원군으로 등장했다는 것은 민주당의 승리 의지가 진심이라는 것입니다.영리한 퍼스트레이디는 패션을 활용할 줄 압니다. 단지 화려한 의상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메시지를 담을 줄 압니다. 역사의 아이콘이 될만한 퍼스트레이디 패션의 순간들을 알아봤습니다.Like everything I do, it turned out to be controversial.”(내가 하는 모든 일처럼 그것도 논란을 낳았다)힐러리 클린턴 여사 하면 가장 먼저 바지 정장이 떠오릅니다. 2016년 대선 유세 때 교복처럼 매일 입고 다녔습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pantsuit aficionado’라고 자랑했을 정도입니다. ‘aficionado’(어피시어나도)는 광팬을 말합니다. 스페인어 ‘afición’에서 유래했습니다. 영어로 ‘affection’(애정)을 말합니다. 바지 정장은 상원의원, 국무장관, 대선 후보 등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 본인의 스타일로 개발한 것입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의 힐러리 여사는 뚜렷한 스타일이 없었습니다. 열심히 하고 다닌 헤어밴드 정도가 그녀의 스타일이었습니다. 의상 중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1993년 주지사 초청 무도회 때 입은 콜드 숄더 드레스(cold shoulder dress)입니다. 어깨 끝부분만 노출한 몸에 딱 붙은 스타일의 검은색 드레스입니다.주지사 초청 무도회(Governor’s Ball)는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에서 열리는 첫 공식 행사입니다. 퍼스트레이디의 패션 데뷔 무대입니다. 패션 전문가들은 “대담한 선택”이라고 칭찬했지만, 일반 국민의 평가는 달랐습니다. 퍼스트레이디가 입기에는 지나치게 섹시하다는 것입니다. 어깨를 완전히 드러낸 것보다 조금만 파서 드러내는 콜드 숄더 스타일이 더 도발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당시 힐러리 여사는 “컨트리 여가수 태미 와이넷처럼 남편 옆이나 조용히 지키지 않겠다” “집에서 쿠키나 구울 수도 있었지만, 사회활동을 하기로 했다” 등 잘난 척 발언들로 미움을 받던 시절이었습니다. 드레스는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습니다. 자신의 미워하는 사람들을 엿 먹이는 드레스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드레스 이름부터 그렇다는 겁니다. ‘cold shoulder’(차가운 어깨)는 ‘냉대’ ‘무시’를 말합니다. 드레스는 도나 카란 작품입니다. 카란이 힐러리 여사에게 선물로 준 것입니다. 둘은 친구 사이입니다. 당시 가격 1372달러(180만 원)로 값비싼 명품은 아닙니다. 선물로 받았지만, 백악관은 논란의 소지를 막기 위해 나중에 드레스값을 지불했다고 합니다. 훗날 할러리 여사는 드레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turn out’은 ‘결과로 나타나다’라는 뜻입니다. 논란을 일으키려는 의도로 입은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는 것입니다. 힐러리 여사가 가장 좋아하는 드레스라고 합니다. 지금은 아칸소에 있는 빌 클린턴 도서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Being ladylike does not require silence.”(숙녀답다는 것이 침묵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남편인 대통령보다 더 유명한 퍼스트레이디가 몇 명 있습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부인 베티 포드 여사도 그중 한 명입니다. 포드 대통령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갑자기 사임하는 바람에 잔여 임기 2년 4개월을 채우고 물러난 ‘대타 대통령’ 정도로 알려졌지만, 베티 여사는 커다란 업적을 남겼습니다. 조용한 내조형이 많은 미국 퍼스트레이디들 사이에서 튀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특히 여성 문제에 일가견이 있었습니다. 포드 대통령 시절 퍼스트레이디 단독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논란이 되던 남녀평등법 수정안에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남편 취임 한 달 후 유방암 진단으로 절제 수술을 받은 뒤 이를 공개했습니다. 그녀의 용감한 고백은 이전까지 쉬쉬하던 유방 절제술을 공론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퇴임 후에도 남편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알코올 약물 의존증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뒤 치료기관 베티 포드 센터를 세웠습니다. “나이 들어도 아름다울 권리가 있다”라면서 성형수술을 한 뒤 당당하게 공개했습니다. 베티 여사의 자유분방한 기질을 알 수 있는 사건입니다. 백악관 회의실 책상 위에 올라가 춤을 춘 것입니다. 1976년 대선에서 지고 백악관을 비워주는 날이었습니다. 내각 회의실인 캐비닛룸을 지나던 베티 여사는 “한번 해보고 싶었다”라면서 맨발로 책상 위에 올라갔습니다. 미혼 시절 뉴욕의 마사 그레이엄 스튜디오에서 수학한 베티 여사는 훌륭한 현대 무용가입니다. 깜짝 놀란 백악관 전속 사진사가 셔터를 눌렀습니다. 경건한 회의실에서 춤을 춘 것도 춘 것이지만 바지를 입었다는 사실도 화제였습니다. 퍼스트레이디가 백악관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무언의 규칙이 작용하던 때였습니다. 여성 의원은 바지 차림으로 의회에 입장조차 할 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나중에 베티 여사는 회의실 춤 사건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ladylike’ ‘manlike’ ‘childlike’ 등 사람의 특징 뒤에 ‘like’를 붙이면 좋은 의미의 ‘답다’라는 뜻입니다. 백악관 회의실에 매일 남성들만 모여 회의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입니다. 백악관이 남녀평등의 장소가 되기를 희망하는 춤사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I suppose I shall have to adopt the style to suit the newspapers.”(신문 보도에 맞추려면 나도 그런 스타일을 입어야겠네)19세기 말 대통령을 지낸 글로버 클리블랜드는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나름 유명합니다. 유일한 비(非)연임 중임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을 두 번 지낸 중임이기는 하지만 연임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을 한 번 지내고 물러난 뒤 4년 후 다시 당선돼 백악관에 재입성했습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당선된다면 두 번째 케이스가 됩니다. 또 다른 기록은 와이프와의 나이 차입니다. 49세 노총각이던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재임 중에 21세의 프랜시스 폴섬이라는 여성과 결혼했습니다. 무려 28년의 나이 차. 가장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커플이자 백악관에서 결혼식을 올린 유일한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역사상 가장 젊은 퍼스트레이디인 프랜시스 여사는 클리블랜드 대통령 친구의 딸입니다. 친구가 먼저 세상을 뜨면서 “내 딸을 잘 돌봐달라”라고 부탁했더니 아예 결혼까지 한 것입니다. 젊은 퍼스트레이디답게 백악관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프랜시스 여사를 미국 최초의 ‘셀럽 퍼스트레이디’라고 합니다.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였습니다. 요즘 시대로 치자면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급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특히 패션이 화제였습니다. 여성을 ‘버슬’(bustle)로부터 해방시킨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버슬은 드레스의 엉덩이 부분을 불룩하게 만들기 위해 허리에 착용하는 철틀을 말합니다. 여성의 몸매를 강조하는 도구지만 신체를 속박해 앉기조차 힘들었습니다. ‘엉덩이에 달고 다니는 새장’으로 통했습니다.퍼스트레이디 취임 2년 후 프랜시스 여사는 버슬 착용을 거부하고 이 사실을 신문에 넌지시 알렸습니다. 신문들은 “상류층 여성들 사이에서 버슬을 입지 않는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버슬 거부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졌습니다. 자신이 시작한 운동이지만 프랜시스 여사는 시치미를 떼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문에 나온 대로 버슬을 입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젊지만 세상 물정을 아는 퍼스트레이디입니다. ‘suit’(수트)는 명사로 ‘정장’이라는 뜻이고, 동사로 ‘맞추다’라는 뜻입니다. “Suit yourself.” “너 자신에게 맞춰라” “네 맘대로 해”라는 뜻입니다. 명언의 품격미국 여성들 사이에 인기 있는 운동이 있습니다. ‘Michelle Obama Arm Workout’(미셸 오바마 팔뚝 만들기). 초보자는 3∼5파운드, 숙련자는 8∼10파운드 덤벨을 들고 하루 15분씩 하면 2주 후부터 팔뚝에 근육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팔뚝 겉쪽을 말하는 이두박근(biceps), 안쪽인 삼두박근(triceps) 운동법이 다릅니다. 이두박근은 팔을 폈다가 오므리는 식으로, 삼두박근은 팔을 들어 올리는 식으로 반복합니다. 미셸 여사 하면 팔뚝입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퍼스트레이디 첫 공식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팔뚝이 훤히 드러나는 검은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습니다. 퍼스트레이디 공식 사진에 민소매 의상을 입은 것은 미셸 여사가 처음입니다. 의상 브랜드는 마이클 코어스. 당시 유행했던 농담입니다. Right to bare arms.”(팔뚝을 드러낼 권리)미국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권리로 총기 소지의 권리가 있습니다. 1791년 제정된 수정헌법 2조에 나와 있습니다.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무기를 소유하고 소지할 권리는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keep’은 집에 소유할 수 있는 권리, ‘bear’는 몸에 소지할 수 있는 권리는 말합니다. ‘bear’가 더 중요한 개념이어서 총기 권리는 ‘the right to bear arms’로 통합니다.‘bear’와 ‘bare’가 ‘베어’로 발음이 똑같다는 것, ‘arms’에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을 활용한 농담입니다. ‘bear’는 ‘곰’이라는 뜻도 있지만 ‘몸에 지니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bare’는 ‘맨살로’ ‘맨살을 드러내다’라는 뜻입니다. ‘arm’은 팔을 말합니다. 복수형 ‘arms’는 ‘팔들’도 되지만 무기류를 말하기도 합니다. 팔은 옛날부터 전투에서 무기로 쓰였기 때문입니다.팔뚝을 드러낼 권리(right to bare arms)가 총기 소지의 권리(the right to bear arms)만큼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농담입니다. 멋진 팔뚝을 가졌다면 드러내라는 것입니다. 퍼스트레이디라는 위치 때문에 굳이 숨길 필요가 있느냐는 의미입니다. 겸손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미국인들은 뛰어난 신체적 특징이나 재주가 있다면 혼자만 알고 있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랑할만한 거리가 있다면 자랑해야 합니다. 이럴 때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농담이 있습니다. “If you got it, flaunt it.”(가졌다면 뽐내라)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화제입니다. 월즈 후보를 가리키는 말 중에 ‘folksy’(폭시)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친구들’ ‘여러분’이라는 뜻의 ‘folks’의 형용사형입니다. ‘서민적’이라는 뜻입니다. 외모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보통사람의 이미지를 발산합니다. 친근함이 무기입니다. 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아들 거스 월즈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의 연설을 듣는 장면이 화제가 됐습니다. 아들은 학습장애,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 불안장애 등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월즈 후보의 연설은 아들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쉽고 친근했습니다. 핵심 구절입니다.There’ll be time to sleep when you’re dead. We’re going to leave it on the field.”(죽으면 잘 시간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다)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표현 2개가 나옵니다. 지나친 잠은 게으르다는 증거입니다. ‘You can sleep when you are dead’(죽으면 잘 수 있다). 나중에 죽으면 잘 시간은 많다는 뜻입니다. 잠도 안 자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잘 쓰는 말입니다. 월즈 후보는 이 격언을 약간 변형시켰습니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늦게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늦게 유세에 뛰어들었으므로 게으름을 피지 말고 열심히 하자는 다짐입니다.‘leave it on the field’도 비슷한 뜻입니다. ‘it’은 노력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leave’는 두고 온다는 뜻입니다. 노력을 필드에 두고 온다는 것은 필드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의미입니다. 스포츠에서 유래했습니다. 고교 미식축구 코치였던 월즈 후보의 말이라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8월 24일 소개된 전당대회(national convention)에 관한 내용입니다. 전당대회의 목적은 정강을 채택하고 대통령 후보를 공식 선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presidential nominating convention’(후보 선출 대회)라고도 합니다. 대개 7월과 8월에 열립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중에 누가 먼저 할까요. 대통령 집권당이 나중에 합니다. 지금은 민주당이 집권당이기 때문에 공화당이 7월, 민주당이 8월에 했습니다. 유명한 전당대회 연설을 알아보겠습니다. ▶2020년 8월 24일자전당대회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전당대회에서 민주 공화 양당은 대선 후보를 공식 선출합니다. 선출이라고 하지만 사실 후보야 프라이머리를 통해 이미 결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전당대회의 진정한 꽃은 연설자들입니다.It is what it is.”(세상사 그런 거다)올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의 ‘투표’(VOTE) 목걸이가 화제였습니다. 연설도 좋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꼽은 연설의 핵심 구절입니다. 냉정한 현실주의자 미셸 여사의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라를 망쳤지만 어쩌겠는가, 삶은 계속된다’라는 뜻입니다. 세상을 바꾸려면 민주당 후보를 뽑아 달라는 의미입니다.We’re the only children of billionaires who are as comfortable in a Caterpillar as we are in our own cars.”(우리는 고급 자동차만큼 캐터필러 트랙터에서도 편안함을 느끼는 유일한 억만장자의 자녀들이다)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연설 내용입니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금수저’로 키우지 않고 열심히 땀 흘리며 노동의 가치를 알도록 키웠다는 것입니다. 캐터필러는 미국의 농기구 트랙터 제조업체입니다. 최고급 자동차만큼 농기구를 모는 데도 익숙하다는 뜻입니다.This seat’s taken.”(이 자리 임자가 있네)2012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영화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빈 의자를 가지고 나와 거기에 오바마 대통령이 앉아 있다고 가정하고 “당신이 나라를 망쳤다”라고 화를 내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자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의자에 앉아 있는 사진도 함께 이런 트윗을 날렸습니다. 미 언론은 “유쾌한 잽을 날렸다”라고 평했습니다. 날 선 정치 공방 대신 유머 있게 싸우는 것이 미국 정치의 특징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They’re all natural, I’ve always been jealous of those lashes.”(그의 속눈썹은 자연산이다. 나는 늘 그 속눈썹이 부러웠다)‘자식 없는 캣 레이디들’(childless cat ladies) 발언으로 비난의 폭포수를 맞은 J D 밴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번에는 약간 성격이 다릅니다. ‘아이라이너 게이트’입니다. 미국 기준에서 보면 밴스 후보는 잘생긴 훈남 스타일입니다. 특히 눈이 매력적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다른 사람 외모 칭찬에 인색하기로 소문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부러워했습니다. “He has beautiful blue eyes and long eyelashes”(그는 아름다운 푸른 눈과 긴 속눈썹을 가졌다). ‘lash’(래쉬)는 채찍을 말하는데 속눈썹이 채찍처럼 길게 뻗었다고 해서 ‘eye’를 붙이면 속눈썹이 됩니다. 푸른 눈과 진한 속눈썹이 대비 효과를 내면서 눈 주위가 유난히 또렷해 보입니다, 아이라이너를 그렸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입니다. 보수적인 공화당 정치인이 화장한다는 의혹은 결코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인 우샤 밴스 여사가 나섰습니다. 성명 내용입니다. 미국 정치사에서 남편의 화장 의혹을 부인하기 위해 와이프가 성명까지 낸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겁니다. 아름다운 속눈썹을 타고 태어난 남편이 부럽다는 것입니다. 요즘 시대에 비주얼이 중요한 것은 연예인뿐만이 아닙니다. 밴스 후보의 ‘아이라이너 게이트’는 정치인도 외모가 중요하다는 방증입니다. 선거 시즌이 되면 크건 작건 외모를 고치기 위해 수술대에 오르는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미국 정치인의 성형수술 스토리입니다.It doesn’t even deserve a place in the straight-to-DVD section of a bargain bin at a soon-to-be-closed discount movie store.”(곧 폐업할 영화 할인 스토어의 떨이 바구니의 DVD 직행 영화 코너에 둘 자격조차 없다)올해 칸 영화제에서 수상은 못 했지만 8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의 트럼프 대통령을 그린 ‘The Apprentice’(디 어프렌티스)라는 작품입니다. 영화 내용 중 화제가 된 것은 성형수술. 트럼프 대통령은 모발 이식, 지방 흡입 수술을 받은 것으로 그려집니다.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적어도 다섯 번 이상 모발 수술을 받았습니다. 머리카락을 심는 것부터 두피를 이식하는 접목술(plug grafts)까지 다양한 수술을 받았습니다. 처음 수술대에 오른 것은 1978년 32세 전후. 트럼프 주식회사 대표가 된 뒤 첫 대형 사업으로 뉴욕 코모도를 호텔을 인수해 그랜드하얏트 호텔로 변신시키는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입니다. 처음에는 깊게 파인 M자 헤어라인이었는데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점점 머리숱이 풍성해졌습니다. 지방 흡입은 턱과 복부에 받았고. 리프팅은 얼굴과 처진 눈꺼풀에 받았습니다. 최근 부쩍 살이 빠진 것으로 볼 때 비만 치료제 오젬픽, 위고비 등을 복용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성형수술 사실은 1990년 첫 번째 부인 이바나 트럼프의 이혼소송 서류에도 나와 있습니다.열 살 때 맹장 수술 이후 한 번도 병원에 간 적이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 수술이건 시술이건 받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스티븐 정 트럼프 대통령 대변인은 영화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에는 DVD 할인 대여 스토어들이 있습니다. 요즘 OTT 인기가 높아 조만간 폐업할 대여 스토어(soon-to-be-closed discount movie store)가 많습니다. 그런 스토어에서도 유독 잘 안 팔리는 상품은 떨이 바구니(bargain bin)에 몰아넣습니다. 그중에서도 극장 개봉을 못 하고 곧장 DVD 개봉으로 직행하는 것(straight-to-DVD section)은 따로 모아놓습니다. 삼중 혹평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What’s left of her face?”(그녀 얼굴에서 뭐가 남아있나)최근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는 ‘성형 대잔치’라는 조롱을 받았습니다.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성형수술을 하고 달라진 얼굴로 무대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열렬 추종자인 맷 가에츠 하원의원은 얼굴에 보톡스를 너무 많이 맞아 ‘스팍’(Spock)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SF 시리즈 ‘스타트렉’에 나오는 스팍 박사처럼 과도한 아치형 눈썹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여성 연사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 장남의 약혼녀인 폭스뉴스 앵커 킴벌리 길포일이 화제였습니다. 민주당 거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아내였다가 당적을 바꿔 트럼프 가문의 며느리가 된 길포일 앵커는 볼과 입술에 필러를 너무 많이 맞아 인상이 완전히 변했습니다. 그녀가 성형 비판을 받을 때마다 꼭 걸고넘어지는 인물이 있습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입니다. ‘be left of’는 남겨진 것을 말합니다. 하도 많이 뜯어고쳐 남아있는 것이 없는 펠로시 의장보다 자신은 낫다는 것입니다. 올해 84세로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두 살 많은 펠로시 의장은 목과 얼굴에 리프팅을 했고, 눈밑 지방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입가 세로주름에 필러를 맞았습니다. 이마에는 보톡스를 맞았습니다. 레이저 박피술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많은 수술을 거쳤음에도 중장년 여성들이 부러워하는 ‘워너비’로 통합니다. 길포일 앵커의 발언이 공감을 사지 못한 이유입니다. 터무니없이 젊어 보이는 것이 아니고 우아하게 나이 들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Glamorous Grandma.’(멋진 할머니). TV에 등장할 때마다 수술한 의사가 누구냐는 질문으로 소셜미디어가 시끄럽습니다. 영리한 패션 전략도 한몫합니다. 화려한 원색 의상, 큼직한 액세서리로 눈길을 분산시키는 것이 펠로시 의장의 비법입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과 국장장벽 문제로 한바탕 싸운 뒤 백악관을 나올 때 입었던 막스마라 브랜드의 빨간색 코트는 단종됐다가 다시 제작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코트 이름은 ‘Orange You Sorry You Started This Fight Coat’(이 싸움을 시작한 것을 당신은 사과하게 될 것이다 오렌지색 코트).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싸울 때 한 말입니다. You won’t see my hair turn white in the White House.”(여러분은 백악관에서 내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 대선 후보, 퍼스트레이디, 국무장관, 상원의원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힐러리 클린턴 여사는 원래 성형수술에 비판적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늙자는 주의였습니다. 전 뉴욕타임스 매거진 편집장 에드 클라인의 저서 ‘좋아할 수 없는’(Unlikable)에 따르면 힐러리 여사가 성형수술을 결심한 것은 마지막 정치 커리어인 대선 후보 시절이었습니다. 69세 때였습니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수술을 받으라고 남편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설득했습니다.힐러리 여사는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감을 느꼈습니다. 병원을 오가다 다른 사람 눈에라도 띄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뉴욕 집에 수술실을 마련한 것. 규모는 작지만 최첨단 의료기기를 들어놓았습니다. 이곳에서 얼굴과 눈꺼풀 리프팅을 받았고, 이마에 보톡스를 맞았습니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대선 후보의 얼굴이 달라지면 금방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수술 결과를 보면서 조금씩 진행했습니다. 만족스럽지 못하면 곧바로 중단할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성형수술 소문이 돌자 힐리러 주변 인사들은 강하게 부인했지만 정작 본인은 웃어넘겼습니다. 할머니라는 사실을 인정한 재치있는 답변입니다. 이미 늙었기 때문에 백악관에서 늙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검은 머리로 백악관에 들어가 흰 머리로 나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빗댄 것입니다. 명언의 품격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TV 대선 후보 토론에서 폭망한 조 바이든 대통령. 토론은 성형수술 소문에 불을 댕겼습니다. 표정이 너무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오간 메시지들입니다. “His face looks so weird”(얼굴이 너무 이상해), “That is not Biden”(저건 바이든이 아니야), “His face is melting.”(얼굴 무너진다)토론 때 바이든-트럼프 얼굴을 비교한 전문가들은 두 가지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첫째, 2명 모두 많은 수술을 거쳤다는 것. 둘째, 바이든 대통령의 ‘견적’이 더 높다는 것. 지금까지 성형수술에 들인 비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10만 달러(1억 3000만 원), 바이든 대통령이 14만 5000달러(1억 9000만 원)로 추산됩니다. 나이 든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위는 머리. 1972년 상원의원에 당선됐을 때부터 머리가 휑하더니 1980년대가 되자 빗질할 머리가 없을 정도로 대머리가 됐습니다. 연도별 사진을 비교한 결과 1983년, 1998년, 2009년, 2012년 모발 이식술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비교적 한가한 부통령 시절에 두 번이나 받은 것이 눈에 띕니다. 모발 지출 3만 달러.단가가 높은 것은 리프팅입니다. 50대 후반에 눈꺼풀 리프팅과 ‘터키 넥’(Turkey Neck) 리프팅을 받았습니다. 노화로 인해 처진 목이 칠면조 목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얼굴과 목에 전면적인 리프팅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구레나룻 주변에 리프팅 자국이 보이는 것은 약점. 요즘은 수술로 없애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그대로 놔뒀습니다. 리프링 10만 달러 지출. 이밖에 눈밑 지방 제거, 보톡스 필러 시술 등을 받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형수술 여부에 대해 밝힌 적이 없습니다. 대신 그의 참모가 한 말입니다. It takes more than some nips and tucks to reassure voters. He isn’t fooling anybody.”(성형수술로는 유권자들을 안심시킬 수 없다. 누구도 속일 수 없다)‘nip and tuck’(닙 앤 턱)은 성형수술, 특히 간단한 성형수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nip’은 집다, ‘tuck’은 밀어 넣는다는 뜻입니다. 성형수술로 누구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바이든 대통령 본인이 잘 안다는 것입니다. 수술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이런 때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Be a Person of Substance Over Style.”(외면보다 내실을 갖춘 사람이 돼라)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폐막한 파리올림픽에서 톰 크루즈가 깜짝 등장해 줄을 타고 내려오는 묘기를 선보였습니다. 올림픽기를 전달받아 비행기에 탑승한 뒤 스카이다이빙을 해서 로스앤젤레스(LA)에 도착해 명물 할리우드(HOLLYWOOD) 사인을 올림픽 오륜 모양으로 바꾸는 내용입니다. 하강 과정에서 성조기가 펴지지 않는 실수가 있었지만 62세의 나이에 모든 스턴트를 직접 소화한 크루즈의 프로 정신을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이 이벤트를 준비하는 데 1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하강 묘기는 폐막식에서 실시간으로 펼쳐졌고, 할리우드 사인을 바꾸는 내용은 3월에 미리 녹화됐습니다. 출연이 결정됐을 때 크루즈는 런던에서 ‘미션 임파서블’ 8편을 촬영하던 중이었습니다. LA로 급히 날아와 할리우드 부분을 찍고 런던으로 돌아갔습니다. 영화 촬영 중에 틈틈이 하강 훈련을 했습니다. 주최 측은 스턴트맨을 쓰자고 했지만, 크루즈 본인이 거절했다고 합니다. 준비 과정은 극비리에 진행됐습니다.Rumors swirled that he had a trick up his sleeve for the big event.”(큰 행사를 위해 그가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sleeve’(슬리브)는 소매입니다. ‘up sleeve’는 소매를 걷어 올린 상태를 말합니다. 소매 사이에 뭔가를 끼워놓고 올리면 겉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나중에 짠하고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have a trick up sleeve’는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다’ ‘만반의 준비를 하다’라는 뜻입니다. 카드 게임에서 유래해 ‘trick’ 대신 ‘card’ ‘ace’을 써도 됩니다. ‘swirl’(스월)은 빙빙 도는 것을 말합니다. ‘rumor’(소문)와 어울립니다. 올림픽 전부터 크루즈가 뭔가 한방 터뜨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는 것입니다.미국인들은 소매를 통해 감정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wear heart on sleeve’도 많이 씁니다. 이번에는 소매를 걷어 올린 것이 아니라 그냥 노출된 소매(sleeve) 위(on)입니다. 소매(sleeve) 위에(on) 마음(heart)을 입는다(wear). 감정을 그대로 표출할 때, 생각하는 게 고스란히 얼굴에 보일 때 씁니다. “He is not the kind who would wear his heart on his sleeve.”(그는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야)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1월 30일 소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한 내용입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코로나19가 요즘 다시 유행하고 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그렇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이 처음 개발됐을 때 기쁜 시간 속으로 다시 한번 돌아가 보겠습니다. ▶2020년 11월 30일또다시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런 때 해외에서 들려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은 기쁩니다. 이번에는 임상시험 효능도 높다고 합니다. 코로나19를 벗어날 날도 멀지 않은 듯합니다. You don’t want to be the last group to end up getting COVID.”(당신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마지막 그룹이 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로버트 레드필드 미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12월 둘째 주 후반부터 백신 배포가 이뤄질 예정인데 바로 전에 감염되면 얼마나 억울하겠느냐는 의미입니다. 그때까지 꼭 방역수칙을 지켜달라는 당부입니다. ‘end up’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맞을 때 씁니다. You’ve cracked it!”(당신들이 해냈어)영국도 백신 개발에 기뻐합니다. 윌리엄 영국 왕세손(현 왕세자)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옥스퍼드대 연구팀에 화상 전화를 걸어 이렇게 축하했습니다. ‘crack’(크랙)은 원래 ‘금이 가다’라는 뜻입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2016년 대선 패배 연설에도 나옵니다.“Although we weren’t able to shatter that highest, hardest glass ceiling this time, thanks to you, it‘s got about 18 million cracks in it.”(우리는 이번에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 천장은 깨지 못했지만, 여러분 덕분에 1800만 개의 금이 가게 했다). 금이 간 유리는 종국에는 깨집니다. ‘해내다’라는 뜻입니다.Appearances mean little to him.”(겉치장은 그에게 별로 의미가 없다)화이자와 손잡은 바이오엔테크의 우우르 샤힌 최고경영자(CEO)의 성공 스토리가 화제입니다. 터키 이민자 2세 출신으로 독일에서 손꼽히는 부자지만 검소함 그 자체입니다. 백팩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합니다. 동료의 말입니다. ‘appearance’(어피어런스)는 ‘출연’ ‘등장’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영화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면서 ‘Cast In Order of Appearance’라고 나옵니다. 출연 순서대로 배역진을 소개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겉모습’ ‘외모’라는 뜻입니다. 그럴 때는 복수형을 씁니다.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유명한 속담이 있습니다. ‘Appearances can be deceiving.’(외모는 속일 수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The cupboard was bare.”(곳간은 비었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전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탈레반을 피해 미군 수송기에 매달린 아프간 주민들이 추락하는 아비규환이 벌어지면서 ‘지옥의 탈출’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전입니다. 바이든 행정부 최악의 외교 참사로 기록됐습니다. ‘cupboard’(컵보드)는 물건을 보관하는 장(欌)을 말합니다. 부엌에 있으면 찬장, 방에 있으면 장롱입니다. ‘bare’는 다 드러난 상태를 말합니다. 장이 드러났다는 것은 텅 빈 상태를 말합니다. 먹을 게 하나도 없을 때, 돈이 한 푼도 없을 때 쓰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정책 옵션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말을 한 이유는 외교안보팀 교체 요구가 거셌기 때문입니다.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아프간 탈출 작전을 수립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의 잘못이 아니라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아프간 정책에 문제가 있어서 혼란스러운 탈출밖에 옵션이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It’s not just a single person turning over.”(한 사람 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금도 백악관 외교 책임자입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취임한 다른 고위 각료 20명도 아직 건재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감탄했습니다. “Biden’s Cabinet has been remarkably stable.”(바이든 내각은 놀랍도록 안정됐다) 바이든 행정부 4년의 가장 큰 업적을 꼽으라면 정치적 편의나 세간의 평가에 따라 인사 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많은 나이에 최고 리더 자리에 오른 자신처럼 인재를 오래 보고 쓰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특징입니다. 백악관 내각 회의에 참석하는 26명의 고위직 중 교체된 인사는 4명. 1년에 한 명꼴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가장 낮은 교체율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책의 연속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turn over’는 원래 ‘뒤집다’ ‘제출하다’라는 뜻인데 요즘은 경제 용어로 더 많이 씁니다. ‘이직률’ ‘회전율’을 말합니다. 장관 한 명을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He thought I’d be the hockey puck.”(그는 내가 하키 퍽인 줄 아는 모양이다) 미국 대통령은 인사에 신중할 뿐 아니라 떠나는 이에게 깍듯한 예의를 갖춥니다. 새로 오는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느라 가는 사람을 뒷전으로 밀지 않습니다. 백악관은 사임하는 각료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 명의의 감사 성명을 발표합니다. 단순한 노고 위로가 아니라 재임 중 성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내용이 깁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백악관으로 초청해 떠들썩한 미국식 사임 파티를 열어줍니다. 박수 받으며 떠나라는 것입니다. 위 구절은 마티 월시 노동장관 사임식 때 바이든 대통령의 농담입니다. 아이스하키 열혈 팬인 월시 장관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노조 책임자로 일하기 위해 장관에서 물러났습니다. 하키 경기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퍽은 ‘함부로 대해도 괜찮은 존재’를 말합니다. 함께 NHL로 데려가 달라는 요청을 매정하게 거절한 월시 장관에게 자신은 퍽 같은 존재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엄살 개그입니다. △“I like acting. It gives me more flexibility.”(나는 대행 체제가 좋다. 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다른 대통령들이 1년에 1, 2명씩 바꾼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고위 참모를 4년 동안 20명 이상 교체했습니다. 장관만 14명이 바뀌었습니다. 가장 빠른 교체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앤서니 스캐러무치 백악관 공보국장은 취임 10일 만에 물러났습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트위터 해고에서 보듯이 교체 방법도 굴욕적이었습니다. 하도 자주 바꾸다 보니 직무대행 체제가 유행했습니다. 대행은 대통령이 임명하기만 하면 됩니다. 임기 말에는 백악관 비서실장, 국방장관, 유엔 주재 미국대사 등 17개 핵심 보직이 대행으로 채워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대행 선호 이유입니다. ‘acting prime minister’(총리 대행)처럼 ‘acting’은 직위 앞에 붙입니다. 대행이 편리할지는 몰라도 상원 인준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 실행력과 조직 통솔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미국 행정부의 인사 시스템은 한국과 크게 다릅니다. 학벌 파벌에 좌우되지 않고, 검증 과정이 치밀합니다.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4, 5년 이상 자리를 지키는 장수 장관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무조건 오래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국정 쇄신’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지나치게 자주 바꾸는 문화에서 보면 매우 부러운 풍경임이 틀림없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A TOTAL SCAM! NOT ONE DOLLAR!!”(완전 사기! 1달러도 못 줘!!)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공영 라디오 방송 NPR도 그중 하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되면 NPR에 대한 정부 지원을 끊겠다고 여러 번 큰소리를 쳐왔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끈질기게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것처럼 NPR 지원 중단도 최우선 대선 공약입니다. 이유는 NPR이 친(親) 민주당 성향이라는 것. 자신에 대한 왜곡 보도가 많다는 것입니다. 미국도 공영방송이 권력과의 관계 때문에 시끄러운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입니다.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메시지입니다. 모든 글자를 대문자로 쓰는 트럼프식 문장 작성법입니다. 섬뜩한 효과를 내려는 것입니다. ‘scam’(스캠)은 사기를 말합니다. 사기꾼을 뜻하는 영국 속어 ‘scamp’에서 유래했습니다. ‘fraud’(프러드), ‘sham’(쉠), ‘cheat’(췻), ‘ripoff’(립오프) 등도 사기를 말합니다. 역시 가장 많이 쓰는 것은 ‘scam’입니다. NPR을 고사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성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NPR은 폭넓은 지지를 받는 인기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 CNN, 폭스뉴스 등 대형 언론이 점점 정파적으로 변하면서 비교적 공정한 라디오 뉴스를 선호하는 인구가 많습니다. 자동차의 나라답게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는 출퇴근족이 많은 것도 인기 요인입니다. 뉴스 외에 한국 BTS, 아델, 두아 리파까지 쟁쟁한 출연자들이 거쳐 간 ‘타이니 데스크 콘서츠’(Tiny Desk Concerts)는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이처럼 라디오는 미국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정보 제공원이자 여가 활용원입니다. TV가 등장하기 전 라디오의 위상은 절대적이었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라디오의 순간들을 알아봤습니다.It is no joke. It is a real war.”(이건 농담이 아니다. 진짜 전쟁이다)1941년 12월 7일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했습니다. 공습 시간은 오전 7시 55분. 처음 알린 것은 라디오였습니다. 당시 미국 인구는 1억 3000만 명, 라디오는 4500만 대 보급됐습니다. 3명당 1대꼴로 라디오는 대중적인 매체였습니다. 라디오 앞에 모여든 국민들은 미국 영토에서 벌어진 초유의 전쟁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호놀룰루의 NBC 계열사 KGU 방송 기자가 첫 소식을 전했습니다. 기자는 직접 방송사 건물 옥상에 올라가 NBC 뉴욕 본부와 통화했습니다. “one, two, three, four”라고 한번 테스트한 뒤 곧바로 리포팅에 들어갔습니다. 방송은 1분 57초 동안 계속됐습니다. 근처에 폭탄이 떨어졌는지 중간에 한 번 끊길 뻔했습니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핵심 구절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실전이라는 것입니다. 하와이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는 사실도 전했습니다. 기자와 전화 교환원의 돌발 대화도 담겼습니다. 긴급사태에 기자가 전화선을 독점하자 교환원은 통화 중에 끼어들어 빨리 끊으라고 독촉하는 내용입니다. 교환원의 말입니다. “Ah, just a minute. This is the operator. We have quite a big call”(어, 잠깐, 교환원입니다. 지금 전화가 밀려들고 있어요). 기자는 방해하지 말라고 합니다. “We’re talking to New York now”(나 지금 뉴욕과 통화 중이거든). 재미있는 사실은 기자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 기자는 경황이 없었는지 리포팅 중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나중에 이를 알아내려는 노력도 흐지부지됐습니다. 역사적인 방송을 남긴 기자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았습니다.Wait a minute! Someone’s crawling out of the hollow top. Someone or … something.”(잠깐, 누군가 위에서 기어 나온다, 누구 또는 … 무엇)1938년 CBS 라디오는 ‘머큐리 극장’(Mercury Theatre on the Air)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했습니다. 유명 소설을 드라마로 각색해 머큐리 극장 소속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했습니다. 머큐리 극장은 당시 촉망받던 23세의 영화배우 오손 웰즈가 운영했습니다. 1938년 10월 30일 핼러윈 때 H G 웰스의 SF 명작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을 방송했습니다. 웰즈가 해설을 맡았고, 머큐리 배우 10명이 우주인, 군인, 내무장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등으로 분했습니다. 조용한 클래식 음악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갑자기 화성 폭발 뉴스 속보와 함께 뉴저지에 정체불명의 우주선이 착륙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상황은 초고속으로 진행돼 레이저와 독가스로 무장한 화성인의 공격에 지구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청취자들을 가장 긴장시킨 장면입니다. 우주선의 뚜껑을 열고 화성인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someone’(사람)인지 ‘something’(물체)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화성인을 괴상하게 묘사했습니다. 지구는 화성인의 지배를 받다가 미생물의 공격으로 화성인이 자동 소멸하는 것으로 드라마는 끝납니다. 웰즈는 프로그램 시작 때 “‘우주전쟁’을 극화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청취자 대부분은 실제 상황으로 착각했습니다. 놀란 사람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언론사와 군 당국에는 문의 전화가 폭주했습니다. 당시 라디오의 인기에 긴장하던 신문업계가 상황을 과장되게 보도했습니다. 대피 소동, 자살 시도 등 자극적인 사례들을 앞다퉈 소개했습니다. 웰즈는 사과 기자화견을 열었습니다. “I can’t imagine an invasion from Mars would find ready acceptance,”(화성 침공이 이렇게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줄 몰랐다)하지만 결과적으로 득이 됐습니다. 스폰서가 없던 프로그램은 캠벨 수프 등 대형 광고주가 붙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웰즈는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그의 대표작 ‘시민 케인’(Citizen Cane)의 투자금을 대겠다는 제작자들이 줄을 섰습니다.For me, the Opry is like the song ‘New York, New York’ — if you can make it there, you can make it anywhere.”(나에게 오프리는 노래 ‘뉴욕 뉴욕’과 비슷하다. 그곳에서 성공하면 어디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미국 컨트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유명한 단어가 있습니다. ‘Grand Ole Opry’(그랜드 올 오프리). 줄여서 ’Opry’(오프리)라고 합니다. 100년째 방송되는 미국 최장수 음악 프로그램입니다. 원래 이름은 ‘Barn Dance’(반 댄스). 농부들이 헛간(barn)에서 일하며 부르는 노래라는 뜻입니다. 1925년 테네시주 내슈빌의 WSM 라디오 방송국에서 시작했습니다. 컨트리 음악을 연주자들이 직접 출연해 생방송으로 들려주는 포맷이었습니다. 지미 톰슨이라는 80대 바이올린 연주자가 첫 출연자였습니다. ‘반 댄스’ 전 시간대에 오페라가 방송됐습니다. ‘반 댄스’ 진행자는 오페라에서 컨트리 음악으로 갑자기 장르가 바뀌는 것을 청취자들이 헷갈릴까 봐 이렇게 말했습니다. “For the past hour, we have been listening to music taken largely from grand opera. From now on, we will present the Grand Ole Opry”(지난 시간에 그랜드 오페라를 들었습니다. 지금부터는 그랜드 올 오프리입니다). 그랜드 오페라를 남부식 비음을 섞어 발음한 것입니다. 좋은 반응을 얻자 아예 프로그램 이름을 바꿨습니다.광고주들은 컨트리 음악을 싫어했습니다. 멜로디와 가사가 촌스럽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청취자들은 환영했습니다. 남부의 정서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WSM 방송국은 ‘그랜드 올 오프리’라는 간판을 내건 대규모 공개방송 홀을 마련했습니다. 방송 지역을 미국 전역과 캐나다 등으로 확대했고, 1955년부터 TV 방송도 시작했습니다. 내슈빌의 작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그랜드 올 오프리는 컨트리 뮤지션의 등용문입니다. 여기에 출연하면 성공한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출연자가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1955년 출연했다가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퇴짜를 맞았습니다. 이후 프레슬리는 한 번도 출연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커플을 맺어준 케이스도 있습니다. 자니 캐시는 1956년 출연했다가 장차 부인이 된 여가수 준 카터를 만났습니다. 이때 캐시가 부른 노래가 2005년 영화 제목인 ‘워크 더 라인’(Walk the Line)입니다. 현존하는 최고 여성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은 약관 13세에 출연해 세 차례 앙코르를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그녀가 그랜드 올 오프리에 바치는 유명한 헌사입니다.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 ‘뉴욕 뉴욕’의 가사를 약간 바꾼 것입니다. 원래 가사입니다. “You always make it there, you make it anywhere”(여기서 성공하면 어느 곳에서든 성공할 수 있다). ‘make it’은 ‘그것을 만들다’가 아니라 ‘성공하다’라는 뜻입니다. ‘success’는 주로 경제적인 성공에 씁니다. ‘make it’은 어떤 목표를 이룬다는 점을 강조할 때 유용합니다.명언의 품격1933년 3월 12일은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날입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처음 국민과 라디오를 통해 대화를 나눈 날입니다. ‘fireside chats’(난롯가 대화), 또는 ‘노변정담’(爐邊情談)이라고 합니다. ‘fireside chats’라는 단어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첫 번째 행사가 성공을 거두자 하워드 부처라는 CBS 방송사 중역이 두 번째 행사부터 ‘fireside chats’라는 이름을 만들어 홍보한 것을 루즈벨트 대통령이 좋아서 채택한 것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연설의 달인인데 왜 연설이 아니라 대화라는 소통 방식을 택한 것일까요. 금융은 어려운 주제였기 때문입니다. 첫 난롯가 대화 날은 긴급은행법 조치에 따라 강제 휴장한 은행들이 다시 문을 열기 전날이었습니다. 대공황 때문에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두려운 국민들이 너도나도 예금을 인출하면서 은행들은 곳간이 텅 비었습니다. 다시 문을 열면 인출 사태가 진정될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다시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기도록 설득하는 것이 난롯가 대화법을 택한 이유입니다. 정겨운 대화를 위해 백악관에서 가장 큰 난로가 있는 외교 리셉션 룸을 택했습니다.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I want to talk for a few minutes with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 about banking.”(은행에 관해 잠깐 미국 국민 여러분과 얘기를 하고 싶다)루즈벨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췄습니다. 대통령 전속 연설문 작성가 여러 명이 달라붙어 국민 입장에서 철저히 연구했습니다. 우선, 단어 선택. 어려운 단어를 피했습니다. 13분 동안 루즈벨트 대통령이 말한 1228개의 단어 중에서 가장 어려운 단어는 ‘withdrawal’(인출)입니다. 은행 금리, 저축률, 자본 잠식, 국가재정과 국민 경제의 상관관계 등 복잡한 경제 개념을 어려운 단어 없이 설명했습니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입니다.I can assure you that it is safer to keep your money in a reopened bank than under the mattress.”(장담하건대 재개장한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침대 밑에 묻어두는 것보다 낫다)한국인이 귀중품을 장롱 속에 보관하듯이 미국인들은 침대 매트리스 사이에 끼워둬야 안심합니다. 구시대적 습관을 버리도록 설득한 것입니다. 둘째, 말의 속도. 일반적으로 라디오 대화는 분당 120∼130개 단어입니다. 정치인의 연설은 분당 200개 단어로 더 빠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분당 80∼100개 단어로 천천히 말했습니다. 많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말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루즈벨트 대통령은 12년의 재임 동안 31번의 난롯가 대화를 했습니다. 일 년에 2.5번꼴로 많지 않습니다. 정말로 필요할 때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경제에 관련된 주제가 많았지만, 점차 제2차 세계대전 상황 보고로 넘어갔습니다. 국민에게 전황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이런 부탁도 했습니다. “Please have a map handy.”(지도를 준비해주세요)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요즘 자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버핏은 올해 들어 애플 주식을 절반이나 내다 팔았습니다. 애플은 버크셔가 보유한 주식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엄청났었는데 단기간에 절반이나 매각한 것입니다. 경기 침체 대비, 포트폴리오 조정 등 여러 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30년 이상 우정을 쌓았던 버핏과 빌 게이츠와의 관계가 금이 갔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올해 93세인 버핏은 당초 유산을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던 계획을 바꿔 자식들에게 맡겨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습니다. 2021년 빌 게이츠가 이혼한 뒤 게이츠 재단 이사회에서 사임하더니 이번에 아예 손절한 것입니다. 버핏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 이렇게 말했습니다.I feel very, very good about the values of my three children, and I have 100% trust in how they will carry things out.”(나는 내 세 자녀의 가치를 매우 높게 보고 있고, 그들이 내 유지를 잘 따를 것이라는 100% 믿음을 갖고 있다)‘carry’는 ‘나르다’ ‘가지고 가다’라는 뜻입니다. ‘out’은 강조의 의미입니다. ‘carry out’은 업무, 계획, 프로젝트 등을 수행할 때 씁니다. 모의를 실행에 옮겨보지도 못하고 계획 과정에서 발각됐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The plot was discovered before it was carried out.”(그 음모는 수행되기 전에 발견됐다) 음식을 주문할 때도 씁니다. 음식을 식당에서 먹지 않고 가지고 가다, 즉 포장해 가겠다는 뜻입니다. ‘take out’과 같은 뜻이고, ‘dine-in’(식당에서 먹기)의 반대말입니다. 영국 호주에서는 ‘carry out’ ‘take out’ 보다 ‘takeaway’를 많이 씁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2월 16일 소개된 빌 게이츠의 인생 조언에 관한 내용입니다. 요즘 게이츠는 기업가보다 사회 명사로서 더 큰 활약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의 조언은 현실성이 있고 쉽게 와닿는 것이 장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업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세상을 보는 눈이 뛰어납니다.▶2019년 12월 16일자요즘 여기저기서 빌 게이츠가 자주 등장합니다. 게이츠의 사고방식을 분석한 넷플릭스 3부작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스 브레인’(Inside Bill’s Brain)이 화제입니다. ‘게이츠 노츠’(Gates Notes)라는 블로그를 열심히 운영하고 있고, 정보기술(IT) 관련 팟캐스트에도 초대 손님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세계 최고 부자 타이틀까지 탈환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그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I don’t want my brain to stop working.”(나는 뇌 작동이 멈추는 것을 원치 않는다)넷플릭스 다큐 시작하고 2분도 안 돼 게이츠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입니다. 죽는 날까지 혁신을 생각할 수 있는 뇌,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뇌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입니다.I didn’t believe in weekends. I didn’t believe in vacations.”(나는 주말을 믿지 않았다. 휴가를 믿지 않았다)기업가 시절에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충전을 위한 주말과 휴가가 중요하다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지만 자신은 그런 통념을 믿지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쉬지 않고 일만 하면 ‘탈진’(burnout) 증후군에 걸리기 쉽다는 주변의 충고를 듣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합니다. He’s famous for staying the course through market gyrations and economic cycles.”(그는 경기 사이클이나 시장의 등락에 흔들리지 않고 신념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경영자일 때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다큐 감독의 질문에 게이츠는 자신의 경영 철학을 내놓기보다 절친 워런 버핏의 얘기를 꺼냈습니다. 버핏은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stay the course’는 원래 전쟁 용어로 군인들이 도망가지 않고 계속 진로를 밀고 나간다는 뜻입니다. 끝까지 버틴다는 의미입니다. 이 좌우명을 좋아하는 대통령들이 많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 believe it is in the best interest of my party and the country for me to stand down and to focus solely on fulfilling my duties as President for the remainder of my term.”(사퇴해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 임무를 완수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이라고 믿는다)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 한마디로 지난 한 달 동안 미국을 뜨겁게 달궜던 후보 사퇴 드라마가 끝났습니다. 핵심 단어는 ‘stand down.’ 서서(stand) 아래로 향하다(down), 즉 ‘사임하다’라는 뜻입니다. ‘step down’과 비슷한데 더 격식을 갖출 때 씁니다.정치학자들에 따르면 지도자가 권력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데는 두 가지 심리적 이유가 있습니다. ‘mission’(임무)과 ‘stature’(지위)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라고 여겼습니다. 29세에 상원의원에 당선된 이후 50년 동안 고위 정치인으로 살았습니다. 그런 지위를 포기한다는 것은 정체성 상실을 의미합니다. 이런 이유로 버텼지만, 동료 정치인들의 압력, 트럼프 대통령 피격 후 인기 급상승을 보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이제 몇 개월 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를 끝냅니다. 임기 말이 불안한 한국 대통령들과 달리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고별연설(farewell address)을 하고 폼나게 퇴장합니다. 고별연설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자발적으로 재선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그의 심경을 밝히는 고별연설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참고할만한 고별연설을 알아봤습니다.Old soldiers never die, they simply fade away.”(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늙었다는 이유로 물러나는 바이든 대통령. 고별연설에서 늙었다는 사실을 감추지 말고 오히려 부각해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71세에 물러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고별연설을 참고할만합니다. 너무 유명한 마지막 구절입니다. 맥아더 장군이 만들어낸 구절은 아닙니다. 과거 영국군이 불렀던 ‘Old Soldiers Never Die’라는 제목의 민요를 인용한 것입니다. “I still remember the refrain of one of the most popular barracks ballads of that day which proclaimed most proudly that 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노병은 죽지 않는다, 사라질 뿐이다’라고 당당하게 밝힌 그 시절 군대 노래의 후렴구를 아직도 기억한다). ‘barracks’(배럭스)는 병영을 말합니다. 막사를 모아놓은 곳이므로 복수형을 서야 합니다. 거기서 흥얼거리며 부르는 노래라는 것입니다.맥아더 장군은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도 거부했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참았지만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참지 않았습니다. 맥아더 장군이 한국전쟁에서 핵무기 사용, 중국과의 전면전을 주장하자 제3차 세계대전을 우려한 트루먼 대통령은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1951년 그를 해임했습니다. 전쟁 중에 총사령관을 해고하는 유례 없는 조치였습니다. 맥아더 장군은 일주일 뒤 의회에서 고별연설을 하고 은퇴했습니다. 노병 구절이 감상적이어서 전체적인 연설 내용도 그럴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그 구절만 그렇고 나머지 내용은 자신을 해고한 트루먼 대통령에 대한 불만, 자신이 옳았다는 주장으로 가득합니다. “Efforts have been made to distort my position. It has been said in effect that I was a warmonger. Nothing could be further from the truth”(내 입장을 왜곡하려는 노력들이 있다. 내가 전쟁광이라는 식의 주장이 있는데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 ‘monger’(멍거)는 ‘신봉자’라는 뜻입니다. ‘fear-mongering’(공포 유발)이라는 단어도 많이 씁니다. In the councils of government, we must guard against the acquisition of unwarranted influence, whether sought or unsought, by the military-industrial complex.”(정부 운영에서 우리는 원하건 원하지 않건 군산복합체의 부당한 영향력을 이겨내야 한다)고별연설에서 국민에게 어려운 숙제를 주고 떠나는 리더도 있습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잘 몰라도 1961년 고별연설은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military-industrial complex’(군산복합체)라는 유명한 단어가 등장합니다.1947년 국가안보법(National Security Act)이 제정되면서 육해공군 통합체계가 수립되고 미국은 군사 초강대국이 됐습니다. 냉전 체제에서 군사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군인 출신이지만 군사화된 사회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은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에만 쓰이도록 국민이 감시해야 한다는 숙제를 주고 떠났습니다.People ask how I feel about leaving. And the fact is, parting is such sweet sorrow.”(사람들은 나에게 떠나는 기분을 물어본다. 사실을 말하자면 떠나는 것은 매우 달콤한 슬픔이다)거창한 주장을 하기보다 떠나는 기분을 솔직하게 밝히는 유형입니다. 1989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sweet sorrow’(달콤한 슬픔)라고 했습니다. 퇴임 후 자유로운 생활은 달콤하지만 떠나는 것 자체는 슬프다는 것입니다. ‘부분’이라는 뜻의 ‘part’는 원래 가른다, 헤어진다는 의미에서 출발했습니다. “Where do you part?” 머리 가르마를 어느 쪽으로 타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솔직한 고별연설은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냉전 종식, 레이거노믹스 등 업적은 이미 증명됐으니까 일일이 열거할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명언의 품격바이든 대통령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고별연설을 가장 많이 참고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내용이 좋을 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과 물러나는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당시 헌법에 3선 금지 규정이 없었음에도 2번의 임기가 끝나자 깔끔하게 물러났습니다. 더 도전할 수 있었지만, 국가를 위해 포기했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롤모델입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1796년 8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차기 대선을 10주 앞둔 시점에 수도 필라델피아의 ‘아메리칸 데일리 애드버타이저’ 신문에 32장짜리 고별연설을 기고했습니다. 단순히 물러나는 이유가 아니라 국가가 나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제목은 ‘The Address of Gen. Washington to the People of America on His Declining the Presidency of the United States’(워싱턴 장군이 국민에게 대통령을 사양하는 이유에 대해 밝힌 연설). 독특하게 ‘워싱턴 대통령’이 아니라 ‘워싱턴 장군’이라고 했습니다. 겸손한 성격을 보여줍니다. 자신은 대통령 자격이 없으며 임기를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국민 덕분이라고 했습니다.The Spirit of the Party agitates the community with ill-founded jealousies and false alarms, kindles the animosity of one part against another, foments occasionally riot and insurrection.”(당파주의의 망령은 질투와 허위경고로 결속을 흔들고, 서로의 적대감을 키우며, 폭동과 반란을 조장한다) 고별연설은 미국이 처한 정치적 위험을 3가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지역주의(regionalism), 당파주의(partisanship), 외국의 영향력(foreign influence), 가장 자세히 기술된 당파주의에 관한 내용입니다. 폭동과 반란을 조장한다는 구절은 2021년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때 소환되기도 했습니다. 계파에 매몰된 요즘 한국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이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childless cat ladies”(자식이 없는 캣 레이디들) 발언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밴스 후보가 몇 년 전 방송에 출연했을 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몇몇 여성 정치인들을 조롱하려고 사용했던 단어입니다. ‘childless cat lady’는 자식도 없이 외롭게 사는 중장년층 여성을 비하하는 말입니다. 19세기에 생겨난 단어입니다. 왜 고독한 중년 여성을 고양이와 연관시킬까요. 활동적인 개에 비해 고양이는 손이 덜 가서 여성도 쉽게 키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밴스 후보의 발언은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The comment is the sort of smart-aleck crack that gets laughs in certain right-wing male precincts,”(그 발언은 특정 보수 남성 그룹을 즐겁게 하는 잘난 척 농담 같은 것이다)우선 ‘smart-aleck’(스마트 알렉)을 보겠습니다. 말 그대로 ‘똑똑한 알렉’이라는 뜻입니다. 알렉은 사람 이름입니다. 19세기 실존 인물인 알렉산더 호그(Alexander Hoag)라는 사기꾼입니다. 똑똑한 척하다가 나중에 자기 꾀에 넘어가 경찰에 잡혔습니다. 잘난 척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crack’(크랙)은 뜻이 다양한데 모두 부정적인 의미입니다. ‘금이 가다’ ‘부수다’라는 뜻이 있고, 덩어리 형태의 코카인 마약을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불쾌한 농담(joke)을 의미합니다. 자녀를 세 명이나 둔 밴스 후보의 ‘나 잘 났다’ 농담이라는 것입니다.보수적인 남성들에게는 밴스 후보의 농담이 잘 먹힐지 몰라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중에는 ‘childless cat lady’로 분류될 수 있는 여성들도 많습니다. 그런 여성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발언입니다. 선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특정 유권자층을 소외시키는 발언은 매우 위험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4월 20일 소개된 전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에 관한 내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사퇴 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됐지만, 대중적 인기로 치자면 미셸 오바마 여사를 따를 사람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 미셸 여사는 해리스 부통령보다 승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타깝게도 미셸 여사는 정치가 싫어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2020년 대선 때도 미셸 여사의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2020년 4월 20일자제 개인적인 바람은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출마하는 것입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말입니다. 물론 김칫국을 마시는 시나리오라는 것을 알지만 만약 그녀가 출마한다면 김빠진 콜라 같은 이번 대선전이 흥미진진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최근 미셸 여사는 바이든 후보 지지 영상에 출연했습니다. 선거자금 모금에 나선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습니다. 그녀가 좀 더 정치 전면에 나서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미셸 여사에 대한 평가를 알아봤습니다.Beggars can’t be choosers.”(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거지는 선택자가 될 수 없습니다. 남이 주는 대로 받아야 합니다. 제임스 카빌 민주당 선거전략가의 말입니다. 바이든 후보를 구걸자에 비유했습니다. 반대로 미셸 여사는 후보가 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선택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미셸 여사 앞에 무릎 꿇고 “내 러닝메이트가 돼 달라”고 애원해야 할 처지라는 겁니다.She’ll ultimately ruin, not balance, the ticket.” (그녀는 티켓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티켓을 망칠 것이다)바이든 진영에서 나오는 ‘미셸 불가론’의 핵심입니다. 대통령-부통령 후보 조합을 ‘ticket’이라고 합니다. 티켓은 균형이 중요합니다. 바이든-미셸 조합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셸 여사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 때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팬들이 넘칩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지지층이 넓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그 어떤 대통령 후보도 자기보다 인기 높은 부통령 후보를 원치 않습니다. Being president doesn’t change who you are. It reveals who you are.”(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바꾸어 놓지 않는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낼 뿐이다)백악관을 떠난 뒤 미셸 여사는 교육, 페미니즘을 주제로 강연을 많이 다닙니다. 정치에 대한 언급은 피합니다. 2012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그녀의 대통령 관(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대통령이 됐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뒤 사람이 변했다는 비판을 반박한 것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This event is like a microcosm of modern France, an utter shambles.”(이번 행사는 현대 프랑스의 축소판 같다. 난장판이다)2024 파리올림픽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주최 측의 미숙한 대회 진행도 눈에 띕니다. 개회식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최후의 만찬’ 패러디가 비난을 산 데 이어 올림픽기가 거꾸로 걸리는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선수단 입장 때 대한민국을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북한)로 호명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친환경 올림픽도 좋지만 음식이 부실하고 에어컨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내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 영국 정치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영화를 누렸지만, 지금은 파업, 인종 갈등, 경제 침체, 정치 불안으로 뒤처진 프랑스의 축소판이 파리올림픽이라고 것입니다. ‘microcosm’(마이크로커즘)은 ‘micro’(축소)와 ‘cosmos’(우주)의 합성어로 ‘소우주’라는 뜻입니다. ‘shambles’(쉠블스)는 ‘slaughterhouse’(도살장)에서 유래해 ‘마구 어질러진 곳’을 말합니다. 뒤에 ‘s’가 붙어 복수형 같지만 단수형입니다. 프랑스와 경쟁 관계인 영국 정치인의 평가라서 지나치게 냉정한 경향은 있지만, 이번 올림픽이 뭔가 허술하게 진행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만큼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는 행사입니다. 128년 역사의 올림픽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모아봤습니다.If I win I am an American, not a black American. But if I did something bad then they would say ‘a Negro’”(이기면 나는 흑인 미국인이 아닌 미국인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잘못하면 ‘검둥이’라고 불린다)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은 ‘Black Power Salute’(흑인 파워에 경의) 사건으로 유명합니다. 육상 200m 시상식이었습니다. 메달을 딴 두 명의 미국 흑인 선수가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침묵시위를 벌였습니다. 금메달의 토미 스미스 선수와 동메달의 존 카를로스 선수는 미국 국가 ‘The Star-Spangled Banner’가 시작될 때 오른손과 왼손을 주먹 쥐고 번쩍 들어 올리더니 끝날 때까지 그런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등을 찍은 유명 사진작가 존 도미니스가 찍은 두 선수의 침묵시위 사진은 역대 올림픽에서 가장 정치적인 이미지로 꼽힙니다.새너제이 주립대 육상선수인 스미스와 카를로스는 교내 흑인 민권 운동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메달을 따면 시상식에서 흑인 인권 상황을 알리는 제스처를 취하기로 계획했습니다.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에 저항하는 의미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리기로 한 것입니다. 금메달리스트 스미스 선수가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미국 사회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negro’라는 단어가 공공연히 쓰이던 시절이었습니다. 흑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습니다. “We are black and we are proud of being black.”(우리는 흑인이고, 흑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두 선수의 돌출행동에 분노했습니다. 올림픽 정신을 위배했다는 것입니다. 곧바로 미국 대표단에 이들을 제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대표단이 거부하자 올림픽촌에서 추방했습니다. 메달 반납까지는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귀국 후 이들에게는 유치한 행동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습니다. 두 선수의 행동이 인정받게 된 것은 40여 년 뒤였습니다. 2005년 모교 새너제이 주립대에 이들의 동상이 건립된 데 이어 2008년 역경을 딛고 신념을 지킨 사람에게 수여하는 아서 애쉬상을 수상했습니다.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 초청해 올림픽 친선대사로 임명했습니다. People whose antecedents came from the jungle were primitive, Their physiques were stronger than those of civilized whites and hence should be excluded from future games.”(정글에서 온 조상을 둔 사람들은 미개하다. 그들의 체격은 문명화된 백인보다 강하고, 그런 점에서 앞으로 열릴 올림픽에서 제외돼야 한다)한국인들에게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은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기억됩니다. 물론 그 사건도 유명하지만, 대다수 세계인에게는 두 명의 이름으로 기억됩니다. 아돌프 히틀러와 제시 오언스. 시상대 주변의 모든 백인이 ‘히틀러 만세’(Heil Hitler) 경례를 하는 가운데 금메달을 딴 미국 선수 오언스는 거수경례했습니다. 히틀러에게 경의를 표할 수 없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오언스는 100m, 200m, 멀리뛰기, 4×100m 계주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50여 년 뒤 칼 루이스가 LA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딸 때까지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습니다. 오언스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을 지켜본 히틀러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독일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 올림픽의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올림픽 현장에 있던 알버트 스피어 나치 군수 장관에 따르면 오언스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 히틀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뛰어난 자기합리화 능력입니다.오언스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귀국 후 현실은 차가웠습니다. 인종차별이 심한 시절이었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오언스에게 승리 축전을 보내지 않고 백악관에 초청도 하지 않았습니다. 뉴욕 호텔에서 열린 환영식에 오언스는 백인들이 타는 손님용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고 화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했습니다. 후원자가 없어 말과 경주를 벌여 돈을 벌었습니다. “People say it was degrading for an Olympic champion to run against a horse, but what was I supposed to do? I had four gold medals, but you can’t eat four gold medals.”(사람들은 올림픽 챔피언이 말과 경주를 벌이는 것을 치욕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뭐를 할 수 있겠는가. 4개의 금메달을 땄지만 금메달을 먹을 수는 없다)The hardest thing was to stand on the podium.”(가장 어려운 일은 시상대에 서는 것이었다)1952년 헬싱키 올림픽 승마 마장마술(dressage) 시상식에서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금메달 선수가 은메달 선수를 말에서 내려 시상대까지 안고 간 것입니다. 관객들은 놀랐습니다. 그때까지 은메달 선수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은메달 선수는 소아마비에도 불구하고 비장애인보다 뛰어난 승마 기술로 은메달을 획득한 것입니다.더 놀라운 사실은 여성이라는 것입니다. 군대 스포츠로 출발한 승마는 군인 남성만 출전 자격이 있다가 1952년 헬싱키 올림픽부터 민간인과 여성도 출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대신 남자부 여자부로 나누지 않고 한 경기에서 남녀가 동등하게 겨룹니다. 장애와 여성이라는 ‘더블 핸디캡’을 딛고 은메달을 딴 주인공은 당시 31세의 두 아이의 엄마인 덴마크의 리즈 하텔 선수. 원래 승마선수였는데 23세 때 소아마비에 걸려 영영 걷지 못할 것이라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다시 기는 연습부터 시작했습니다. 남편과 어머니가 앞에서 하얀 수건을 흔들면 그 지점까지 이를 악물고 기는 연습을 수천 번 했습니다. 다리에 약간 감각이 돌아왔습니다. 발병 3년 만에 승마 선수로 재기했습니다. 마장마술은 말과 기수가 일심동체가 돼서 다양한 예술적 동작을 선보이는 종목입니다. 기수는 발로 안장을 조정해 말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무릎 아래가 마비돼 안장을 다룰 수 없던 하텔 선수는 대신 허리와 엉덩이에 압력을 줘서 말에게 신호를 보내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은메달 소감입니다. 고난도 승마 기술을 구사하는 것은 힘들지 않은데 정작 시상대에 서 있기는 힘들다는 농담입니다. 그리스어로 발(foot)을 의미하는 ‘pod’에서 유래한 ‘podium’(포디엄)은 발을 놓는 단, 올림픽에서는 시상대를 말합니다. 하텔에게 붙여진 별명은 ‘신의 다리를 가진 여자’(the Lady with Legs of God). 또 다른 업적은 유럽에서 처음으로 치료승마 전문센터를 개원한 것입니다. 승마가 다양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재활에 쓰일 수 있도록 연구하고 알리는 데 평생을 바쳤습니다. 명언의 품격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이 열리기 전 스위스 시계회사 오메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체조 점수판 교체를 의논했습니다. 오메가는 1932년부터 올림픽 점수판 전산 처리를 담당해왔습니다. 9.50식으로 3자리 숫자가 나오는 점수판을 10.00점이 나올 것에 대비해 4자리로 교체하자고 오메가는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IOC의 대답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 체조에서 10점이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체조에서 10점 만점을 받은 선수를 한 명도 없었습니다. “I was told, ‘a 10.00 is not possible.’”(‘10점은 불가능하다’라는 대답을 들었다)그런데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루마니아의 14세 소녀 체조선수 나디아 코마네치가 처음 출전한 이단평행봉에서 신기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이며 10점 만점을 받은 것입니다. 심판 중 한 명이 오메가 담당자에게 달려와 “긴급사태”라며 “10.00을 표시할 방법을 알려달라”라고 했습니다. 오메가 담당자는 “‘1.00’이나 ‘.100’으로 표시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전광판에 나온 점수입니다.1.00.”(1점)올림픽 사상 가장 유명한 ‘1점’입니다. 코마네치는 이 점수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9.9점 정도를 예상했는데 터무니없게 낮은 점수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곧바로 열리는 평균대 경기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I didn’t understand it but I was like, whatever it is, it’s something wrong so I am just going to concentrate on my next event.”(점수를 이해하지 못했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기로 했다)관객들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 주최 측이 “전광판의 한계 때문이며 실은 10점 만점”이라고 설명하자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졌습니다. 코마네치는 평균대 연기를 하던 중에 자신이 올림픽 역사를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코마네치는 총 7번의 10점을 기록했습니다.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땄습니다. 코마네치 별명은 ‘The Perfect Ten.’(10점 만점)한국인들에게 만점은 100점이지만 미국은 10점입니다. 미국인들이 점수를 매길 때 자주 하는 질문입니다. “On a scale of one to ten, how would you rate it?”(1점부터 10점까지 범위에서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 줄래?). ‘on a scale of 1 to 100’라고는 하지 않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를 결정했습니다.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압력이 높았습니다. 그중 한 명은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 그의 뉴욕타임스 기고가 사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고문에서 클루니는 얼마 전 바이든 대통령을 위한 선거 모금 행사를 주최했을 때 그의 정신 상태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인지력에 문제가 있다고 공개한 것입니다. 언론이 전한 뒷얘기에 따르면 클루니는 기고문의 파급력을 염려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먼저 보여줬다고 합니다. 클루니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오바마 대통령과 더 친한 사이입니다. 언론 보도 내용입니다.Before George Clooney published his NYT op-ed, he reached out to former President Barack Obama to give him a heads-up.”(조지 클루니는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을 발표하기 전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 의견을 구했다) ‘heads-up’이 무슨 뜻일까요. ‘heads’는 ‘머리,’ ‘up’은 ‘위쪽’입니다. 머리 위쪽? 머리를 들다? 18세기 군대 용어에서 출발했습니다. 군인들이 고개를 들고 전투 상황을 살핀다는 뜻입니다. ‘상황 파악’ ‘사전 통보’라는 뜻입니다. 집에 중요한 손님이 오기로 했을 때 준비하려면 먼저 알아야 합니다. “Give me a heads up when they will come.”(그들이 언제 올지 내게 미리 알려줘) 비즈니스 영어에서 ‘의견’(opinion), ‘알림’(notice)이라는 뜻으로도 많이 씁니다. 팀장이 팀원들에게 알림을 보낼 때 ‘Notice’(알림)라고 하지 않고 ‘Heads Up’이라고 시작하면 부드럽습니다. ‘다음에 나오는 내용 주목’이라는 뜻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루니에게 아무런 의견도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암묵적 동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측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클루니의 기고를 막지 않을 것을 배신으로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2월 14일 소개된 베이징 올림픽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은 2024 파리올림픽에 592명의 선수단을 파견했습니다. 가장 큰 규모입니다. 2년 전 베이징 겨울올림픽 때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중국과 갈등관계인 미국은 끝까지 선수단 파견을 고민했습니다. 인권 탄압을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했습니다. 선수단만 보내고 정치인들은 파견하지 않는 것입니다.▶2022년 2월 14일자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불거진 중국의 편파 판정과 ‘한복 논란’ 때문에 한국에서 반중(反中) 감정이 뜨겁습니다. 미·중 갈등 속에서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외교 보이콧을 택한 미국도 이번 올림픽에 대한 반감이 누구보다 강합니다. 미국에서 나오는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American athletes should bite their tongue before criticizing human rights violations in China.”(중국 인권 문제를 비판하기 전에 다시 한번 입조심)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미국 선수단에 당부한 말입니다. 선수들이 현지에서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신변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 중국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해온 펠로시 의장이 자제를 당부할 정도니 이번 올림픽에 대한 미국인들의 기대치가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아야 할 때 ‘bite the tongue’(혀를 깨물다)이라고 합니다. FBI warns Team USA to use burner phones at the Olympics.”(미국 선수단은 올림픽에서 버너폰을 사용해달라)미연방수사국(FBI)이 홈페이지에 올린 경고문입니다. 개인 휴대전화를 가져가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이버 공격 가능성 때문에 ‘버너폰’(burner phone)을 가져갈 것을 권고했습니다. 미국 수사 드라마를 보면 “It’s a burner!”라는 대사가 종종 나옵니다. 범죄용 대포폰을 가리킵니다. 버너폰은 대포폰을 포함해 임시 휴대전화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유심칩을 한 번 쓰고 태워 버린다(burn)는 의미에서 출발했습니다.That speaks volumes to the ability of sport to be a force for unity.”(스포츠가 화합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중국 대표로 출전한 여자 스키 선수 아일린 구는 금메달을 딴 뒤 기자회견에서 국적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두루뭉술하게 답했습니다. ‘speak volumes’(볼륨을 말하다)’는 ‘시사하다’ ‘증거가 되다’라는 뜻입니다. 중국 정부의 ‘코치’를 받은 듯한 교묘한 동문서답에 그렇지 않아도 그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미국에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경북 예천에 있는 일민농원은 1650㎡(약 500평) 규모 스마트팜이다. 프릴아이스, 바질, 바타비아 같은 샐러드에 많이 넣는 유럽종 채소를 주로 키운다. 이 농장의 특별한 점은 ‘사장님’ 이준상 대표다. 이 대표는 건축가다. 1992년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벨빌 국립건축학교에 유학해 프랑스 국가 공인 건축사 자격을 취득했다. 귀국 후 서울에서 20년 넘게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일주일에 나흘은 서울에서 건축가로, 사흘은 예천에서 농업인으로 살고 있다.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지만 그 어느 쪽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일민농원 스마트팜 장비와 제어 시스템을 직접 개발했다. 건축가로서의 전문성이 스마트팜 설계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 이 대표 설명이다.● 모종부터 수확까지 온도-습도-CO₂ 시스템 제어 2020년 설립된 일민농원은 ‘식물공장’ 형태를 갖추고 있다. 요즘 늘고 있는 식물공장은 스마트팜 종류로 자동 제어 환경, 수경 재배, 수직 농장, 인공조명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식물공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물”이라며 “단열성과 기밀성(氣密性)에 중점을 두고 설계했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폭염, 폭우에도 일민농원 재배 시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수직 농장이기 때문에 높게 자라지 않는 엽채류가 적당하다. 8, 9단으로 단을 쌓아 재배한다. 씨앗을 심어 모종을 기르는 일부터 옮겨 심기, 재배, 수확 전 과정에서 첨단 시스템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제어한다. 외부 공기는 필터를 거쳐 공급되고 태양광 대신 발광다이오드(LED)로 기른다. 하루 평균 수확량은 500∼600kg으로 친환경 채소를 사용하는 곳에 연간 계약을 맺고 납품한다. 엽채류는 봄가을 노지 생산량이 많아 경쟁력이 떨어진다. 올해 딸기 재배를 시작한 데 이어 기능성 채소로도 눈을 돌리는 이유다. “공조 업체와 협력해 일반 채소보다 항암 효과가 높은 청경채와 케일을 개발했습니다. 시험 결과 항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글루코시놀레이트가 일반 채소보다 최대 13배 이상 높게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병원 등에 납품합니다.” 지난해 매출은 5억 원. 플랜티팜, 팜메이드, 농협 하나로마트, 샐러드 가공업체 등이 주요 판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등 온라인 판매도 병행한다. 건축가 작품답게 농장 외관과 내부 시설이 독특해 견학 요청이 밀려든다.● 전국 농가 다니며 분무 수경재배 독학 충남 부여군 부여뜰도 주목받는 스마트팜이다. 에어로포닉스라고 불리는 분무 수경재배로 채소를 키운다. 뿌리에 물과 영양분을 미세한 안개 형태로 직접 분사하는 방식이다. 흙이나 다른 성장 비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물에 잠겨 있지 않고 노출된 뿌리에 충분한 산소 공급이 가능해 성장 속도가 빠른 것이 장점이다.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국내에 분무 수경재배 농가가 별로 없어 정보 수집이 쉽지 않았다. 부모님을 도와 30년 이상 농사를 지어 온 강도석 대표는 전국 농가를 찾아다니며 에어로포닉스 재배 방법과 시스템 관리 기법을 차근차근 배웠다. “양액은 자동 영양액 분사 시스템을 이용해 일정 주기로 작물에 자동 공급합니다. 자동 양액조절장치는 양액 산성 및 염류 농도를 살펴 자동으로 혼합해 주고, 히트펌프를 이용해 계절별로 양액 온도를 조절합니다. 시설하우스 창을 자동으로 열고 닫아 환기하고 온도 습도 일사량 풍량을 항상 모니터링합니다.” 분무 수경재배로 기른 채소는 식감이 아삭하다. 하루 평균 수확량 1000kg은 대부분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된다. 하루 내보내는 택배 물량만 800∼900개다. 부여뜰은 현재 직원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청년 창업농 6명도 법인에 참가하고 있다. 특히 농가나 청년 창업농에게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상시 테스트베드를 운영하며 분무 수경재배 방식을 활용한 차기 작목 연구와 시장 조사도 하고 있다. 충남도와 부여군, 농림축산식품부와 협력 관계를 맺고 견학과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최근 폴란드 농업 관계자들도 찾아와 시설 구성과 제어 시스템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이를 자국에 도입하는 방법을 논의했다. 강 대표는 스마트팜 분무 수경재배가 “저비용, 고효율, 고품질, 다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