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김수현 기자

동아일보 히어로스쿼드

구독 32

추천

세상은 둥글고 신문은 네모납니다. 빙글빙글 세상 이야기, 재밌게 알려드릴게요.

newsoo@donga.com

취재분야

2024-10-22~2024-11-21
사회일반61%
사건·범죄20%
사고10%
문화 일반3%
검찰-법원판결3%
기타3%
  • [단독]“의료로봇기술 빼간 하이구이”… 中 돌아가 우수당원 뽑힌 사례도

    지난달 23일 서울동부지법 형사법정 304호. 한국의 한 대형병원 산하 연구소에서 일했던 중국인 남성 A 씨가 법정에 섰다. 그는 연구소의 첨단 의료 로봇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5∼2018년 해당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동안 연구소 컴퓨터의 ‘캐드(CAD)’라는 폴더에서 파일들을 외부 저장 장치에 담아 반출했다. 캐드는 컴퓨터를 이용해 도면을 만드는 설계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A 씨가 빼낸 파일에는 이 연구소가 개발 중인 로봇 관련 자료들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씨가 빼낸 기술로 ‘첸런(千人·천인)계획’과 유사한 중국 연구 지원 사업에 응모한 것으로 의심하고 지난해 말 기소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을 만난 연구소 관계자는 “우리가 10년 넘게 준비해 온 기술을 A 씨 본인이 개발한 것처럼 (중국에 넘기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이구이 10명, 서울대 등에서 첨단 기술 연구중국은 해외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일하다 자국으로 돌아오는 중국인 유학생, 연구원들을 ‘하이구이(海歸)’라고 부른다. 직역하면 ‘바다를 건너 돌아오다’라는 뜻이다. A 씨 역시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 뒤 연구 자료를 가지고 중국으로 돌아가려 한 하이구이에 해당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2010년 이후 한국에서 일정 기간 연구한 뒤 중국에 복귀해 첸런계획에 참여한 하이구이 10명의 명단을 파악해 분석했다. 현재는 폐쇄된 과거 첸런계획 홈페이지의 데이터, 첸런계획 후보자 명단, 한국 연구기관 연구자 현황 등을 종합해 명단을 추려냈다. 분석 결과 하이구이들은 한국에 체류할 당시 서울대, KAIST, 포스텍,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과학연구원(IBS),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최정상급 이공계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분야는 인공지능(AI), 나노 복합체, 나노 의학, 원자 단위 소재, 광섬유 레이저 등 다양했다. 대부분 각국이 경쟁 중인 첨단 기술 분야였다. 하이구이 10명 중에는 수년 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발표한 이들도 있었다. 중국인 링모 박사(39)는 서울대와 IBS를 거친 뒤 중국에 돌아가 2013년경 첸런계획에 선발됐고, 상하이교통대 석좌교수 및 같은 대학 산하 고급진단시약연구센터 부소장에 임명됐다. 그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복귀한 뒤 ‘네이처’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수십 편 게재했다. 중국인 왕모 교수(43)는 2009년 포스텍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간 뒤 2013년경 첸런계획에 선발됐다. 이후 6년간 30편 이상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을 썼고 2018년 중국공산당 지역 우수당원에 선정됐다. 한 학계 관계자는 “하이구이들이 중국에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한국에서 습득한 기술이나 지식, 정보들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 상황을 방치하면 한국은 중국에 무방비로 첨단 기술 정보를 계속 내어 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학계에선 ‘기술 유출’ 경계심 확산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학계에서도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KAIST에서 신소재공학 분야를 연구하는 B 교수는 최근 3, 4년 사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며 중국에서 온 중국인 유학생들이 연구실에서 각종 지식을 배운 뒤 돌연 귀국하는 사례가 잇따랐던 것. 부족한 연구 인력을 유학생으로 채우고 있었는데, 연구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떠나 버리니 난감했다. 한 중국인 박사는 “남자 친구가 중국으로 돌아가서 나도 같이 귀국해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만 남긴 뒤 사라졌다. B 교수는 “신소재공학 분야는 1, 2년 공부해선 핵심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워 다행이지만, 기계나 전자 등의 분야는 설계도 등 연구 자료 유출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중국은 이런 과정을 거쳐 자국에 돌아온 하이구이들을 ‘애국자’로 치켜세우며 환대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에 따르면 지난달 19, 20일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서 하이구이들을 환영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공산당 간부들은 하이구이들에게 “애국주의를 견지하고 조국에 봉사하며 야망을 키우라”, “유학생들은 조국의 부름에 응답해 귀국하여 중화민족의 부흥과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혜와 힘을 바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2009년부터 7년간 한국 고등과학원(KIAS)과 일본 도쿄대 등을 오간 뒤 2016년 쑨원대로 복귀한 하이구이 리모 교수(43)는 동아일보에 자신이 한국을 떠난 이유에 대해 “한국은 중국처럼 청년 인재들에게 좋은 대우와 정책 지원을 해주지 못했고, 연구 안정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연구 출입국 등 관리 감독 필요” 정부가 이 같은 상황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천인계획 연구’ 논문을 쓴 구자억 전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최근 발전시킨 기술 대부분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중국으로 돌아간 하이구이 연구원들의 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올 8월까지 연구 비자(E-3)를 받은 중국인은 249명이다.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E-3 비자 소지 중국인은 330∼340명 규모다. 이주형 창원대 중국학과 교수는 “많은 국내 대학이 중국인 유학생을 대량으로 받아들였다”며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연구 활동, 출입국, 취업에 대해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4-10-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일궁일생? 일궁일사! [소소칼럼]

    140 bpm.경기에 몰입하던 중 갑자기 지-잉 울리는 휴대전화. “움직임이 없는 휴식 상태에서 심박수가 10분 동안 120bpm 보다 높으니…” 나의 건강에 짤막하게 우려감을 드러냈다. 돌이켜 보면 그 당시 ‘무호흡’ 상태로 눈만 이 스크린 저 스크린 데굴데굴 굴리는 중이었다. 경기장에는 그 누구 하나 달리거나, 슛을 쏘거나, 공을 치는 사람이 없었다. 정확히는 일어서 있는 사람이 없었다. 선수들의 손가락, 마우스, 키보드 그리고 화면만 바쁘게 움직일 뿐이었다.8일 경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결승전 우승의 영광은 한화생명e스포츠(HLE)에게 돌아갔다. 전신 ROX 타이거즈의 2016년 서머 우승 이후 2941일 만이다. 아버지가 한화 이글스의 오랜 팬이라는 이유로 6살 때부터 그 길을 함께 걸었다. 야구가 안 풀리는 날에는 ‘또 다른 한화’의 성적을 확인하며, 5등 안에만 있어도(현재 LCK에는 10개 팀이 있다) 묘한 위로를 받으며 떠나곤 했다. 그러다 올해부터, 아무튼 갑자기 챙겨보게 됐다. 정작 게임은 한 번도 안 해봤지만 말이다. 야구에 ‘일구일생, 일구일사(一球一生, 一球一死)’이란 말이 있다면 이날 결승전은 ‘일궁일생, 일궁일사’였다. 첫 세트, 어느덧 40분대까지 진입한 게임. 3천 골드 차이까지 벌린 젠지는 어느덧 HLE 진영 억제기까지 밀고 들어왔다. 젠지의 세트 승이 목전까지 다가온 셈이다. 바로 그 순간, 내 바로 옆 또 다른 기자(나중에 물어보니 한화 팬이셨다)가 들고 있던 카메라를 잠시 책상 위에 내려놓고 손을 모아 기도하기 시작했다. 프레스 밑 구역 HLE 응원석 내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부는 스크린을 못 쳐다보겠다는 듯이 얼굴을 돌리며 서로를 안고 있었고, 누군가는 손을 맞잡은 채 연신 선수들의 이름을 외쳤다. 아무 소리도 지르지 못하며 스크린과 물아일체(物我一體) 상태에 빠진 팬도 있었다.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함성도 점차 거세졌다. ‘막아 안돼 궁 써 제발 한 타만 더 거의 다 했어 가자 이기자.’ 양측 팬들의 소리가 섞여 분간조차 되지 않았다. 결과는 HLE의 승리.e스포츠 팬들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편에 서사를 키우고 있다. 정확한 날짜는 몰라도 처음 e스포츠에 빠지게 된 경기, 그날의 상대 팀과 선수가 했던 캐릭터(롤의 경우 챔피언)는 정확히 기억한다. 전날 HLE과 T1의 준결승전에서 만난 HLE 정글 ‘피넛’ 선수의 한 오랜 팬은 이름을 묻자 대신 피넛 선수의 ROX 시절 유니폼을 꺼내 보였다. ROX의 막내였던 선수는 어느덧 팀의 주장이 돼 돌아왔다. 8년 전 팀의 서머 우승의 순간을 함께 했던 팬 역시 여전히 이 자리에 그대로다. “SKT와의 경기에서 피넛 선수가 앨리스를 너무 잘하는 것을 보고 팬이 됐는데 벌써 8년이네요. 긴 시간 동안 e스포츠가 하루하루 일상의 빈틈을 채워줬어요”라고 팬은 말했다. 20년 넘게 한 팀을 응원한 팬도, 올해 처음 LCK를 시청하게 된 팬도 다 같은 팬이다. 장현우 씨는 동양 오리온 시절부터 e스포츠를 보기 시작했다. 2003년 8월 15일 임요환 선수와 도진광 선수의 치열한 혈투를 잊지 못하는 장 씨는 지금도 T1의 경기를 챙겨본다. “광안리에서 무료 대회를 열던 시절이 기억나는데 이젠 유료 관중에 매진까지…세상이 많이 변했네요”하고 장 씨는 웃었다. 젠지의 팬이라고 밝힌 전유진 씨는 남자친구 때문에 올해 첫 ‘롤 덕질’을 시작했다. 결승전 당일에는 직접 젠지 미드 ‘쵸비’ 선수의 얼굴이 담긴 부채를 제작해 팬들에게 ‘무료나눔’을 진행했다. 정작 남자친구는 라이벌 T1의 팬이다. T1의 미드 이상혁 선수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 직후 받은 ‘e스포츠가 스포츠인가?’라는 질문에 “경기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께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밝혔다. 팬들은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결승 결정전이 첫 직관이었다는 HLE 팬 김민채 씨는 “모두가 함께 열광하는 것이 스포츠”라고 전했다. 인생의 3분의1 가까이 젠지의 팬으로 보낸 이준혁, 최승윤 군은 “롤이 사라질 때까지 평생 젠지 팬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승전 당일, 경기장 주변에 유독 많이 보였던 부녀(父女)지간. 아빠 손을 잡고, (아마 100%) 아빠가 응원하는 팀의 응원 도구를 흔들며 아무것도 모른 채 방방 뛰는 소녀들. 10년 후쯤 “아빠가 그 팀만 응원을 안 했어도!” 하며 울고 웃는 날이 그들에게도 있지 않을까.[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기자들이 돌아가며 씁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4-09-10
    • 좋아요
    • 코멘트
  • “라오스인 아내, 근로계약서 요구에도… 파견업체 2년간 거부”

    “아내가 ‘인력업체(메이셀)가 근로계약서도 안 써준다’고 자주 하소연했습니다. 업체 측에서 ‘(계약서를) 독촉할 거면 그냥 나가라’고 했다네요. ” 27일 오전 11시 10분경 경기 화성서부경찰서 앞. 사흘 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사망한 라오스 국적 주이(본명 숙사완 말라팁·33) 씨 남편 이재홍 씨(51)가 붉게 충혈된 눈을 비비며 이같이 말했다. 주이 씨는 사고 직전 한국으로 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24일 화재 사고 날 뇌수술을 받은 이 씨는 여전히 이마 두 곳과 왼쪽 귀에 거즈를 붙이고 있었다. 아내의 신원 확인을 마쳤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덤덤하게 “그렇다”고 답한 이 씨는 이어 “(아내 시신이) 함백산(장례식장)에 있다고 한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날 이 씨는 딸 이모 양(11)과 함께 아내의 신원 확인 결과를 들으러 경찰서를 찾았다. 라오스에 있는 아내의 어머니와 동생은 여전히 한국으로 오지 못했다. 이 양은 “엄마가 날 많이 사랑했다”며 소리 없이 울음만 삼켰다.● “포장 일로 불러 놓고 용접 일까지” 주장도 아리셀은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아리셀은 올 5월부터 인력파견업체 메이셀로부터 외국인 인력을 공급받았다. 또 메이셀의 등기상 주소는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 3동 2층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리셀 측은 27일 취재진 앞에서 “엄연한 (도급) 계약서를 가지고 있다”며 반박했다. 이 씨는 아내가 2년 가까이 일자리를 받던 메이셀에 최근까지 근로계약서를 써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업체가 매번 “다음에 써주겠다”며 미뤘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 2주 전인 이달 10일까지 근로계약서 작성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씨는 “아내가 또 한번 요구하니 업체에서 ‘그런 식으로 재촉할 거면 그만두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씨는 인력업체 지원 당시 주이 씨가 포장 등의 업무를 택했으나 업체에서는 용접 업무까지 맡겼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아내가 ‘용접 업무를 못 하겠다’고 해서 내가 대신 용역업체 직원한테 항의했다”며 “업체(메이셀) 측에서 ‘우리는 관여 안 하고, 업무 지시는 아리셀 공장에서 하는 거다’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파견은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은 원청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업무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도급은 용역업체에 지휘 권한이 있다. 파견법상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 업무는 원청 사업주가 파견 근로자를 쓸 수 없다.● “우리 애들 왜 대피 못 시켰냐” 유족 오열 유족들은 이날 오후 3시 반경 화성시청 모두누림센터를 찾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회사 관계자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족은 오열하다 쓰러지기도 했다. 한 중년 여성 유족은 박 대표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겨우 스물네 살밖에 안 된 애다. 어떻게 할 거냐”며 바닥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센터 2층 세미나실을 찾은 박 대표에게 유족들은 “사흘밖에 일 안 했다. 안전 교육을 똑바로 한 것은 맞냐” “모르니까 소화기 들고 뿌리다 죽은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전 교육을 모두 마쳤다”는 사측 답변에 또 다른 유족은 “애들 대피 좀 시키지 그랬느냐. 아침에 ‘엄마 출근해요’ 라고 말했던 애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며 오열했다. 박 대표는 연신 유족을 향해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유족들은 전날부터 이어진 유전자(DNA) 채취 및 신원 확인 결과를 들으러 경찰서를 오갔다. 26일 오후 신원 확인을 마친 뒤 나온 한 유족은 “우리 딸 어떡해, 다 키웠는데”라며 연신 가슴을 내리쳤다. 27일 오후 5시 기준 사망자 23명(내국인 5명, 외국인 18명)의 신원은 모두 확인됐다. 화성=서지원 기자 wish@donga.com화성=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화성=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4-06-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엄마 1년전 한국갈때 본게 끝인데…” 중국서 달려온 18세 딸

    “엄마를 마지막으로 본 게 1년 전이에요. ‘너도 다 컸으니 이젠 돈 벌러 가야지’라며 떠나셨는데….” 26일 오후 1시 반경 경기 화성시 화성서부경찰서 본관 1층 앞. 전날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중국에서 한국에 왔다고 밝힌 중국 국적 A 양(18)은 덤덤한 듯 말하다가 경찰서 안쪽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그의 어머니는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23명 중 한 명이다. 아직 신원도 특정되지 않았다. 이날 A 양은 어머니의 신원 조회에 필요한 유전자(DNA)를 채취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경찰서를 찾았다. 한국어가 낯선 부녀(父女)는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채 경찰서 바깥 한쪽에 서 있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유족들, 신원 특정 기다리며 눈물 경기남부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시신을 이송해 DNA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화재로 사망한 23명 중 신원이 특정된 14명을 제외한 9명은 시신이 심각하게 훼손돼 지문 감정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이날 한국인 여성 1명과 중국인 9명(남성 2, 여성 7), 라오스 여성 1명 등 총 11명의 신원이 추가로 확인됐다. 전날 발견된 마지막 실종자의 시신에 대한 부검도 이날 오전 내 국과수에서 진행됐다. 아리셀 화재 유가족지원실이 마련된 경기 화성시청 모두누림센터 3층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DNA 채취를 마친 유족 10여 명이 모여 혹시 모를 ‘신원 특정’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DNA 채취를 위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무작정 시청으로 온 유족들도 일부 있었다. 전날에 비해 비교적 차분해진 분위기였으나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다른 유족들 역시 눈물을 훔쳤다. 일부 유족들은 “부검과 관련해 들은 이야기가 없느냐”며 오히려 취재진에게 물어오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경 센터 옥상에서 만난 한 유족은 “(담당 기관으로부터) 부검했다는 얘기조차 못 들었다. 언제, 왜 부검을 했느냐”고 했다. 사인 확인이 필요해서 부검했다는 설명에는 “부검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데 왜 막아서는 거냐”며 연신 줄담배를 피웠다. 한 유족은 “사고 당일 뉴스에서 (화재 소식을) 보고 (사망자에게) 문자메시지를 계속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영정사진 없이 국화만 덩그러니 놓여 전날 오후 5시부터 화성시청 본관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는 추모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영정사진 한 장 올라와 있지 않았다. 위패도 없이 오직 국화와 백합꽃으로 장식했다. 희생자 신원이 완전히 특정되지 않아 위패를 모시기 어려운 탓이다. 분향소 운영이 시작된 26일 오전 9시경 가장 먼저 분향소를 찾은 이들은 유족이었다. 사진 하나 없는 빈 추모대 앞에서 엎드려 오열하는 유족들도 있었고, 일부는 떨리는 손으로 추모대 위에 국화꽃을 놓았다. 이번 사고로 딸을 잃고 중국에서 온 한 유족은 “어떻게든 딸만 빨리 찾았으면 좋겠다”며 “불쌍한 우리 딸”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침부터 이어진 시민들의 추모는 오후 6시 넘어서자 100명 가까이 달했다. 이날 퇴근길 분향소에 들른 직장인 박모 씨(31)는 “타지로 돈을 벌러 온 분들이 대부분일 텐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죄스러운 마음에 잠시 들렀다”고 했다. 위패가 있는 공식 합동분향소 설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원 확인은 물론이고 유족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화성시는 화성시 서신면체육관 2층, 동탄역, 병점역에 추가로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화성=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화성=서지원 기자 wish@donga.com화성=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4-06-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결혼 앞둔 딸 시신 못 찾은 中 아버지 “목걸이라도 보여달라”

    “곧 결혼식을 올릴 기대에 부풀어 있던 딸인데….” 25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앞에서 만난 중국인 채모 씨(79)는 전날 화재로 타버린 공장(3동)을 바라보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주한 중국대사관으로부터 딸(39)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을에 새 신부가 될 예정이었던 딸이 갑자기 떠났다는 소식에 채 씨가 급하게 인근 장례식장으로 달려갔지만, 딸이 안치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시신이 전소한 탓에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서다. 채 씨는 장례식장 2곳을 헤매다가 이날 화재 현장을 찾았다. 채 씨는 공장 안에서 목걸이를 건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목걸이를 건 (시신이 내 딸이라면) 형태만 봐도 내 딸인지 알 수 있다. 아비가 어떻게 몰라보냐”며 경찰에 시신이나 목걸이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신원 확인 못 해 이름 대신 ‘번호’로 구분 경찰 등에 따르면 25일 오후 6시까지 사망자 23명 중 신원이 확인된 건 2명뿐이다. 전날 거센 불길과 유독가스 탓에 화재가 발생한 지 약 5시간 만에야 본격적인 구조 작업이 이뤄지면서 시신의 손상이 심했던 탓이다. 이날 화성시 송산장례문화원 사무실 내부에 설치된 흰색 칠판에는 김 씨를 제외한 나머지 사망자 5명의 인적사항이 이름이 아닌 ‘고(故) 21번’, ‘故 16번’ 등 숫자로만 적혀 있었다. 이번 사고의 유일한 라오스인 희생자인 A 씨의 남편 이모 씨도 아내가 안치된 곳을 찾으려 여러 장례식장을 전전하다가 도착한 화성중앙종합병원 장례식장에서 황망해했다. 그는 뇌 수술을 받고 24일 퇴원하는 길에 지인으로부터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듣고 그 길로 붕대도 못 푼 채 현장에 달려왔다고 한다. 이 씨는 “‘쭈이’(아내의 애칭)가 ‘수술 잘 받으라’고 보낸 문자가 마지막이 됐다”며 “어느 병원으로 이송됐는지 몰라서 사고 현장과 여러 장례식장을 무작정 ‘뺑뺑이’로 돌고 있다”고 말했다.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의 유가족도 비탄에 잠겼다. 25일 낮 12시 송산장례문화원 지하 주차장에 김모 씨(52·아리셀 연구직) 유가족의 울음이 울렸다. 김 씨는 24일 아리셀 리튬전지 제조공장 폭발 사고로 숨진 23명 가운데 가장 먼저 사망 판정을 받았다. 김 씨 가족에게 허락된 작별 인사의 시간은 짧았다. 김 씨의 시신을 부검 장소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기기 전, 단 3분이었다. 김 씨를 마주한 아내와 자녀들은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김 씨를 태운 차가 주차장에서 빠져나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중국서 유가족 DNA 채취해 신원 확인 경찰은 사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소지품이나 치과 진료기록 대조 등으로 신원을 밝힐 수 있는 희생자가 거의 없어, 유전자(DNA) 채취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마저도 상대적으로 훼손이 덜한 대퇴골 등에서 채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망자의 DNA를 유가족의 것과 비교해 신원을 확정할 방침이다. 다만 희생자 대다수의 유가족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신원 확인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당국 영사를 통해 현지에서 유가족의 DNA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외국인의 인적사항을 영사 측에 일괄적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원 확인이 지연되면서 사망자가 안치된 화성 인근 장례식장 5곳 모두 장례는커녕 유족 안내조차 못 하고 있다. 송산장례문화원 관계자는 25일 오전 “사망자 다수가 외국인이라 DNA 검사를 해야 하고 신원이 확인된 한국인 사망자도 부검해야 해 대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화성=임재혁 기자 heok@donga.com화성=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화성=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6-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화재업체, 외국인 근로자 불법 파견 의혹

    공장 화재 참사로 23명이 사망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사진)가 25일 “깊은 애도와 사죄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리셀이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했다는 의혹이 협력업체에서 제기돼 향후 수사로 진위가 가려질 전망이다. 25일 오후 2시 경기 화성시 서천면 공장 앞에 화재 발생 28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박 대표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아리셀의 모회사 에스코넥의 대표도 맡고 있다. 그는 화재 이틀 전에도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회사 측이 묵인했다는 의혹에 대해 “(화재가 발생은 했지만) 자체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신고하지 않은 채 작업을 재개한 것”이라고 했다. 아리셀이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 파견받은 상태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선 파견 근로가 금지돼 있다. 아리셀 측이 “(합법적인) ‘도급 인력’이었다”며 외국인 근로자 인력을 공급한 업체로 지목한 A업체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 만나 “현재는 B업체가 인력을 공급한다”면서 “아리셀은 파견이라고 하면 (불법이어서) 모든 책임을 자기들이 뒤집어쓴다고 생각해서 자꾸만 도급(합법 공급)으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아리셀과 맺었던 계약에 대해 “전형적인 파견 근로인데 위장한 것”이라고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아리셀에 인력을 파견한 B업체는 파견업 허가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직업소개소로 등록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B업체의 법인등기상 주소지는 이번에 화재가 난 공장이었다. 화성=서지원 기자 wish@donga.com화성=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화성=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4-06-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첫 연기 발생 31초동안 4차례 ‘펑펑펑펑’ 이틀전에도 화재… 자체 진화뒤 신고 안해

    24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락이 두절됐던 마지막 실종자 시신이 25일 발견되면서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23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처음 발생한 공장 2층에서 약 31초 만에 총 4차례 폭발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급속도로 불길이 확산된 상황을 확인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전날부터 인명구조견을 투입해 수색 작업을 벌여온 소방당국은 25일 오전 11시 52분경 2층에서 시신 1구를 발견했다. 신원은 40대 한국인 남성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한국인 사망자 1명의 신원을 추가로 특정했다. 이 사망자는 당초 중국 국적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이 지문을 확인한 결과 한국으로 귀화한 40대 이모 씨로 확인됐다. 전날 국적이 파악되지 않아 ‘미상’으로 분류됐던 사망자 2명의 국적도 한국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사망자 23명의 국적은 한국 5명, 중국 17명, 라오스 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남성은 6명, 여성은 17명이다. 중상을 당한 2명과 경상자 6명을 포함한 총사상자는 31명으로 역대 화학공장 화재 중 인명 피해가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됐다. 화재가 시작될 당시 상황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소방당국 내부 자료 등에 따르면 24일 오전 10시 30분 3초경 공장 2층 작업장에 쌓인 배터리 셀 더미 사이로 흰색 연기와 함께 첫 폭발이 발생했다. 연기를 보고 몰려온 직원들이 주변의 배터리 셀 등 인화성 물질을 직접 치우려고 시도했으나 10시 30분 28∼31초경 연기와 함께 붉은 불꽃이 천장까지 솟으며 연달아 폭발이 발생했다. 분말소화기를 들고 온 또 다른 직원이 진화를 시도했으나 불길은 오히려 더 거세졌다. 10시 30분 34초경 4번째 폭발이 일어났고, 40초부터는 셀 더미에서 연쇄 폭발이 이어지며 작업장이 검은 연기로 가득 차 시야 확보가 불가능해졌다. 첫 폭발 후 약 41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특히 화재 이틀 전인 22일 공장 2동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자체 진화한 뒤 신고하지 않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사망자 A 씨(36)의 남편 박모 씨(36)에 따르면 A 씨는 22일 오후 박 씨에게 중국어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우리 여기(회사)에 방금 화재가 났다”고 전했다. 박 씨가 “옆의 회사 화재냐”라고 묻자 A 씨는 “우리 회사야. 괜찮아. 금방 껐어”라고 답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아리셀은 2019년 허용량의 23배가 넘는 리튬을 회사에 보관하다가 소방당국에 적발돼 벌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2020년엔 공장 내 일부 소방시설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화성=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4-06-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경찰, 불법 재하도급 묵인 의혹 LH 압수수색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하도급을 받은 업체가 다른 업체에 불법으로 재하도급을 하는 과정에서 LH 임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LH 임직원들이 재하도급을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을 수사하는 것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5일 경남 진주시에 있는 LH 본사와 서울 및 인천 본부 등에 경찰관을 보내 관련 자료 등을 압수수색했다. 아파트는 외벽에 있는 페인트가 낡을 경우 건물 수명이 단축돼 이를 다시 칠하는 재도장을 하는데, LH의 임대아파트들도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경찰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중소기업 A사가 LH 임대아파트의 재도장 사업 하도급을 받고, 다른 업체에 재하도급을 준 과정이 불법일 가능성을 따지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LH 임직원 여러 명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상 하청업체는 발주자의 서면 승낙을 받는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도급 받은 공사를 다른 업체에 다시 하도급을 줄 수 없다. 앞서 2022년 LH는 자체 조사를 벌여 A사의 불법 재하도급 정황을 확인했다. 이후 같은 해와 지난해 등 총 두 차례 A사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또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보고 직원 2명을 징계했다. LH 관계자는 “공정한 건설문화 확립을 위해 이번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별개로 검찰 역시 LH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용성진)는 LH가 발주한 감리사업 입찰 과정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국립대 교수 김모 씨를 지난달 초 구속 기소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4-06-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중국에 딸 두고온 누나 연락안돼” 장례식장 찾은 동생 망연자실

    “신원 확인도 아직 안 된다는데….” 24일 오후 9시경 경기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리튬전지 제조공장 앞. 이날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희생된 외국인 근로자 유족들이 애타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사망한 중국 국적 여성 근로자의 남편도 신원 파악이 안 돼 빈소도 찾아가지 못한 채 공장 바로 옆 골목 귀퉁이에 앉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날 화재로 고립됐던 근로자 20여 명은 화재 발생 약 8시간 만인 오후 6시 35분경 모두 주검으로 발견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망한 외국인 20명 중 중국 국적 외국인은 최소 18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시신 5구가 안치된 화성시 송산면 육일리 송산장례문화원에도 유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촌누나 2명과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장례식장을 방문했다는 중국 국적 강모 씨는 “누나들이 전화기가 꺼져 있다. 이곳으로 오면 찾을 수 있다고 했다”며 “작은누나는 중국에 딸이 한 명 있다”며 망연자실했다. 강 씨는 결국 시신 확인도 못 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사망자 22명 중 20명은 외국인 실종자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실종자 중 22명은 화재 발생 8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 중 한국인은 2명, 외국인은 20명(중국 18명, 라오스 1명, 국적 미상 1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여성은 16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2층에서 리튬전지 완제품을 검수하거나 포장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특히 납품 일정이 몰린 탓에 이날은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사무소 등에 따르면 이 공장이 있는 전곡산업단지 일대 전지 공장들은 포장과 조립 업무 등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상당히 많이 고용했다고 한다. 다만 화재가 발생한 공장에 이날 처음 출근한 근로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와 실종자 중 불법체류자가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사망자 22명의 시신은 화성시내 5개 병원 등으로 분산돼 안치됐지만 신원 확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일부 시신은 훼손이 심해 성별 특정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후 유전자(DNA) 감식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발만 동동 구른 가족들 화마(火魔)가 가족의 일터를 덮쳤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공장으로 달려온 실종자 가족들은 걷잡을 수 없이 솟아오른 불길과 까맣게 그을린 외벽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외면하듯 리튬전지에서 타오른 불이 쉽사리 꺼지지 않아서다. 이날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는 한 한국인 여성은 “(화재 소식 후) 회사에 아무리 연락해도 받지 않아 택시를 타고 급하게 달려왔다”며 울먹였다. 또 다른 여성은 “애들 아빠 어떻게 하냐, 어떻게 해”라며 오열하다 이내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았다. 실종자의 자녀로 보이는 또 다른 여성도 “우리 아빠 어딨는 거야, 아빠 어딨어”를 하염없이 외쳤다. 이번 화재에서 가장 먼저 사망 판정을 받은 김모 씨(52)의 빈소가 차려진 화성 송산장례문화원엔 김 씨의 부인이 두 눈이 벌겋게 부은 채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세 자녀의 아버지인 김 씨는 평소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며 이 공장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보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온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발을 동동 구르거나 손으로 연신 얼굴을 쓸어내렸다. 정부는 사망자들의 국적 등 신분이 확인되는 즉시 피해자의 국가에 사고 사실을 긴급 통보하고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에 주재 중인 각국 대사관이 유족 및 보호자의 입국 및 체류를 지원하면 외교부는 대사관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방침이다. 화성=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화성=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화성=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리튬전지 폭발 참사 22명 숨져

    경기 화성시의 한 리튬전지 제조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24일 오후 10시 현재 2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실종자는 1명이다. 소방 당국은 리튬전지 약 3만5000개가 보관돼 있던 건물에서 폭발하듯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오전 10시 31분경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산업단지에 있는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공장 11채 중 3동 2층에서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배터리 셀 하나에서 폭발적으로 연소가 됐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해당 건물 1, 2층에는 아리셀 직원과 일용직 등 102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사망한 22명 중 대다수가 리튬 1차전지 완제품을 검수하는 2층에서 발견됐다. 그중 20명이 외국인이었다. 소방 관계자는 “2층에서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는데 미처 그쪽으로 탈출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사고 직전 현장을 나온 직원 이모 씨는 “몇 초 안에 연기가 몰려서 시야 확보가 안 돼 동료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소방관 등 인원 191명과 펌프차 등 장비 72대를 투입했지만 불길은 약 5시간 후인 오후 3시 10분경에야 초기 진압됐다. 배터리가 연쇄 폭발하면서 급격히 불이 번져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 당국은 배터리 분리막이 손상돼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면서 과열되는 ‘열폭주’로 불이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30여 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화성시 배터리 공장 화재 현장에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인명 수색과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400도 열폭주’ 리튬전지 “펑펑펑”… 2층 근로자 대부분 대피 못해[화성 리튬전지공장 화재 참사]리튬전지 불나면 몇초만에 ‘열폭주’… 흰연기 15초만에 공장 내부 뒤덮어유독가스도 다량발생 접근 힘들어… 100% 충전 1차전지, 폭발력 더 커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피해가 커진 이유는 리튬전지들이 폭발하듯 연소하는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튬전지 내부 물질들의 전기화학적 반응 때문에 연쇄 발열 반응이 벌어지면서 화재가 순식간에 번졌고, 진압 역시 어렵게 한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열 폭주 현상이 벌어지면 배터리 온도가 불과 몇 초 만에 영상 400도 이상으로 폭증하고 꺼진 불이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여기에 불이 난 공장이 대형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이었던 것도 화재를 키웠다.● 입구 반대편에서 대부분 숨져 24일 오전 발생한 화재로 사상자와 고립자가 속출한 아리셀 공장 앞. 이날 화재 현장은 회색 연기가 자욱하게 하늘을 뒤덮은 가운데 소방관들이 사방에서 펌프차로 물줄기를 쏘아 올리며 진압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공장 외벽과 열기를 못 이긴 공장 자재들이 흉측하게 녹아내려 전쟁통을 방불케 했다. 화재 현장에서는 이따금 ‘펑’ ‘펑’ 하는 폭음이 이어졌고, 주변에는 크고 작은 부품들이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화재 현장에 굴착기를 끌고 지원을 나온 오태현 성일중기 대표는 “오전 11시경 현장에 도착했는데 ‘펑’ 하고 터지는 소리가 셀 수 없이 났다”고 전했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건물 3동(제조 공장)에 있던 직원 중 1층에 있던 근로자는 모두 대피했다. 하지만 2층에서 일하던 근로자는 대부분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자 22명은 모두 2층에서 발견됐다. 특히 사망자 20명이 외국인 노동자로 건물 내부 구조에 익숙하지 않아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출입구 반대편에 몰려 있다가 숨졌다. 발화지점은 2층 작업장 출입구 주변이었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2층 작업장 출입구 앞쪽으로 대피했다면 인명 피해가 많이 줄지 않았을까 하는데, 근로자들이 놀라서 막혀 있는 (작업장) 안쪽으로 대피했다”며 “정규직 직원이 아니라 용역회사에서 필요할 때 파견받은 일용직이 대부분이라 (이들이) 공장 내부 구조가 익숙지 않았던 점도 피해가 커진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사망자들은 성별만 알아볼 수 있을 뿐 맨눈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에 탄 상태였다고 한다. 일부는 2층에서 바깥으로 뛰어내려 부상을 입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3시 10분경이 돼서야 큰 불길을 잡고, 건물 내부로 들어가 수색을 진행했다. 이후 오후 6시경이 지나 실종 상태로 분류됐던 21명이 대부분 불에 탄 채 시신으로 실려 나오면서 곳곳에서는 한숨과 망연자실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화재는 1989년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에서 발생했던 폭발 사고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화학공장 사고로 기록됐다. 당시 럭키화학 폭발 사고로 사망자 16명이 발생했고 17명이 다쳤다.● 불 더 키운 ‘열 폭주’ 화재를 키운 건 공장 내 리튬전지들이었다. 리튬전지 화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열 폭주’ 현상이다. 리튬전지 안에는 음극과 양극을 막는 분리막이 있는데 충격이나 열 등으로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열이 발생한다. 열은 순식간에 수백 도까지 치솟게 되고 제어가 안 되는 상황에 다다르면 폭발로 이어진다. 또한 리튬전지에 불이 나면 불화수소가 다량으로 발생한다. 불화수소는 한두 모금만 마셔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대표적인 유독 물질로 꼽힌다. 특히 리튬전지 화재는 물로 끄기 어렵다. 리튬전지에 물이 닿으면 수소가 발생하는데, 이때 발생한 수소가 산소와 만나면 불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빠르게 도착해도 불을 쉽게 끄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방 관계자는 “(이 공장 일대에는) 리튬전지 화재 등을 진화할 전용 소화 장비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화재가 발생한 업체는 리튬 배터리를 제조해 완제품을 납품하는 곳이어서 최소 3만5000개의 전지가 불이 난 공장 2층에 있었다”며 “전지들이 다 타고 나서야 불이 잡혔다”고 말했다. 화성=이경진 기자 lkj@donga.com화성=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화성=송유근 기자 big@donga.com화성=손준영 기자 hand@donga.com화성=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6-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애들 아빠 어떻게 해”…화마 앞에서 오열한 가족들

    “불이 난 지 4시간이 넘었는데 아직 연락 하나 받지 못했어요.”24일 오후 2시 반경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한 리튬전지 공장 정문 앞. 이날 오전 10시 31분경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0명 이상 고립됐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한 여성이 “남편이 연락이 되질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여성의 남편은 화재가 발생한 2층에서 근무를 하다 연락이 두절됐다고 했다. 여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불이 났다는 뉴스를 보고 회사에 아무리 연락해도 아무도 받지 않아 택시를 타고 급하게 달려왔다”며 “(남편의 생존 여부가) 왜 확인이 안 돼느냐, 도대체 왜…”라고 울먹였다.● 발만 동동 구른 가족들화마(火魔)가 가족의 일터를 덮쳤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공장으로 달려온 실종자 가족들은 겉잡을 수 없이 솟아오른 불길과 까맣게 그을린 외벽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외면하듯 리튬전지에서 타오른 불이 쉽사리 꺼지지 않아서다.한 여성은 “애들 아빠 어떻게 하냐, 어떻게 해”라며 오열하다 이내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 앉았다. 소방관들이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버스로 안내했지만 이마저도 뿌리치며 “밖에서 남편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실종자의 자녀로 보이는 또 다른 여성도 “우리 아빠 어딨는 거야, 아빠 어딨어”를 하염없이 외치며 옆에 있던 남동생을 끌어 안고 눈물을 흘렸다.화재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한 직원들도 가족들과 함께 동료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렸다. 1층에서 근무하다 간신히 탈출했다는 이모 씨(59)는 “생산 쪽 책임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평소 솔선수범하는 사람이었다. 최근에는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도 했는데…”며 말을 잇지 못했다.이번 화재에서 가장 먼저 사망 판정을 받은 김모 씨(52)의 빈소가 차려진 화성 송산장례문화원엔 김 씨의 부인이 두 눈이 벌겋게 부은 채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세 자녀의 아버지인 김 씨는 평소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며 이 공장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보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온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다리를 동동 구르거나 손으로 연신 얼굴을 쓸어내렸다.● 사망자 22명 중 20명은 외국인실종자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실종자 중 22명은 화재 발생 8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 중 한국인은 2명, 외국인은 20명(중국 18명, 라오스 1명, 국적 미상 1명)으로 집계됐는데, 절반 이상이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2층에서 리튬전지 완제품을 검수하거나 포장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특히 납품 일정이 몰린 탓에 이날은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사무소 등에 따르면 이 공장이 있는 전곡산업단지 일대 전지 공장들은 포장과 조립 등 단순 업무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상당히 많이 고용했다고 한다. 다만 화재가 발생한 공장에 이날 처음 출근한 근로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와 실종자 중 불법체류자가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사망자 22명의 시신은 화성시내 5곳 병원으로 분산돼 안치됐지만 신원 확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시신 훼손이 심해 현재 성별 특정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후 유전자(DNA) 감식 등을 통해 신원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정부는 사망자들의 국적 등 신분이 확인되는 즉시 피해자의 국가에 사고 사실을 긴급 통보하고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에 주재 중인 각국 대사관이 유족 및 보호자의 입국 및 체류를 지원하면 외교부는 대사관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방침이다. 피해자들이 어떤 비자를 받았느냐 등에 따라 유족을 지원할 부처도 달라진다. 계절근로(E-8) 비자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숨지거나 다쳤을 때는 법무부가,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은 외국인이 피해를 봤을 때는 고용노동부가 지원 업무를 주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24
    • 좋아요
    • 코멘트
  • 전쟁통 방불케한 리튬전지 폭발 참사…22명 목숨 앗아가

    경기 화성시의 한 리튬전지 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면서 24일 오후 6시 반 현재 2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실종자는 1명이다. 소방 당국은 리튬전지 약 3만5000개가 보관돼있던 건물에서 폭발하듯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오전 10시 31분경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산업단지에 있는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공장 11채 중 3동 2층에서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배터리 셀 하나에서 폭발적으로 연소가 됐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해당 건물 1, 2층에는 아리셀 직원과 일용직 등 102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사망한 22명 중 대다수가 리튬전지 완제품을 검수하는 2층에서 발견됐다. 소방 관계자는 “2층에서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는데 미처 그쪽으로 탈출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사고 직전 현장을 나온 직원 이모 씨는 “수 초 안에 연기가 몰려서 시야 확보가 안 돼 동료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경기소방재난본부는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소방관 등 인원 191명과 펌프차 등 장비 72대를 투입했지만 불길은 약 5시간 후인 오후 3시 10분경에야 초기 진압됐다. 배터리가 연쇄 폭발하면서 급격히 불이 번져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 당국은 배터리 분리막이 손상돼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면서 과열되는 ‘열폭주’로 불이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30여 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렸다.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해 사고 현장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화성시 배터리 공장 화재 현장에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인명 수색과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화성=이경진 기자 lkj@donga.com화성=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4-06-24
    • 좋아요
    • 코멘트
  • “아파트 불길 통로 된 환풍구… 자동 개폐장치 설치를”

    19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23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꺼진 줄 알았던 불이 다시 확산하면서 진화에 12시간이나 걸렸다. 특히 불길이 한 번 잡힌 이후에도 건물 내 환풍구를 통해 다시 불길이 살아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고층 건물에 주로 설치되는 수직형 구조의 환풍구가 불씨를 빠른 속도로 이동시키는 ‘굴뚝’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환풍구 입구 주변에 자동 개폐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19일 아파트 지하 2층 재활용 수거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약 50분 만인 오전 8시 48분경 불길이 잡혔다. 그러나 약 1시간 40분 후인 오전 10시 25분경 최초 발화 지점 바로 위층인 지하 1층 체육관 천장에서 화점이 또 발견되며 재확산됐고, 약 12시간이 지나서야 완진됐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재활용 수거장 인근의 수직형 환풍구를 타고 불씨가 위층까지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건물에 설치된 수직형 환풍구에 ‘굴뚝 효과’가 발생해 불씨가 더욱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굴뚝 효과란 건축물 내부와 외부 간 온도·밀도 차로 인해 따뜻한 공기가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굴뚝 효과 발생 시 연기 확산 속도는 초당 3∼5m까지 올라간다. 수평으로 이동하거나(초당 0.5∼1m) 외벽에 둘러싸이지 않은 채 수직으로 이동하는 경우(초당 2∼3m)보다 2배 이상 빠른 것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물) 높이가 높을수록 연기의 이동 속도는 더 빨라진다”며 “환풍기 내부에 직접 들어갈 수도 없으니 진화가 더욱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개정된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환풍구의 배관 통로가 방화구획을 통과할 경우 연기나 불꽃을 감지해 자동으로 차단하는 ‘방화 댐퍼’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 건물은 1999년에 완공돼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형 건물에는 자동으로 연기를 감지할 수 있는 댐퍼로 교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일에도 서울 도심 주택가에서 큰불이 나 주민 40여 명이 대피하고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22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16층짜리 아파트 10층에서 불이 나 약 3시간 만인 오후 4시 36분경에 꺼졌다. 이 화재로 주민 40여 명이 대피했다. 또 발화 지점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에어컨 기사 김모 씨(51)가 얼굴 화상 등으로 병원에 실려 갔으며, 생후 11개월 남아와 생후 5개월 남아도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에어컨 수리를 위해 용접 작업을 하던 중 인근에 있던 물체에 불이 붙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21일 오전 10시 합동감식을 실시하고 정확한 원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6-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검게 그을린 역삼동 아파트…“에어컨 용접 중 불붙어”

    19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23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꺼진 줄 알았던 불이 다시 확산하면서 진화에 12시간이나 걸렸다. 특히 불길이 한 번 잡힌 이후에도 건물 내 환풍구를 통해 다시 불길이 살아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고층 건물에 주로 설치되는 수직형 구조의 환풍구가 불씨를 빠른 속도로 이동시키는 ‘굴뚝’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환풍구 입구 주변에 자동 개폐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소방청에 따르면 19일 아파트 지하 2층 재활용 수거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약 50분 만인 오전 8시 48분경 불길이 잡혔다. 그러나 약 1시간 40분 후인 오전 10시 25분경 최초 발화 지점 바로 위층인 지하 1층 체육관 천장에서 화점이 또 발견되며 재확산됐고, 약 12시간이 지나서야 완진됐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재활용 수거장 인근의 수직형 환풍구를 타고 불씨가 위층까지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전문가들은 이 건물에 설치된 수직형 환풍구에 ‘굴뚝 효과’가 발생해 불씨가 더욱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굴뚝 효과란 건축물 내부와 외부 간 온도·밀도 차로 인해 따뜻한 공기가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굴뚝 효과 발생 시 연기 확산 속도는 초당 3~5m까지 올라간다. 수평으로 이동하거나(초당 0.5~1m)나 외벽에 둘러 쌓이지 않은 채 수직으로 이동하는 경우(초당 2~3m)보다 2배 이상 빠른 것이다.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물) 높이가 높을수록 연기의 이동 속도는 더 빨라진다”며 “환풍기 내부에 직접 들어갈 수도 없으니 진화가 더욱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개정된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환풍구의 배관 통로가 방화구획을 통과할 경우 연기나 불꽃을 감지해 자동으로 차단하는 ‘방화 댐퍼’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 건물은 1999년에 완공돼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형 건물에는 자동으로 연기를 감지할 수 있는 댐퍼로 교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한편 20일에도 서울 도심 주택가에서 큰 불이 나 주민 40여명이 대피하고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22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16층짜리 아파트 10층에서 불이 나 약 3시간 만인 오후 4시 36분경에 꺼졌다. 이 화재로 주민 40여 명이 대피헀다. 또 발화 지점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에어컨 기사 김모 씨(51)가 얼굴 화상 등으로 병원에 실려 갔으며, 생후 11개월 남아와 생후 5개월 남아도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 “에어컨 수리를 위해 용접 작업을 하던 중 인근에 있던 물체에 불이 붙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21일 오전 10시 합동감식을 실시하고 정확한 원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6-20
    • 좋아요
    • 코멘트
  • 경찰 “의사 1000명, 고려제약 리베이트 연루 의혹”

    고려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의혹에 연루된 의사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경찰이 파악했다. 경찰은 고려제약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의사들과 제약업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7일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4월 29일 고려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한 결과 확인이 필요한 대상은 의사 기준으로 1000명 이상”이라며 “금품을 받은 경위에 따라 입건자가 1000명 다 될 수도 있고 덜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고려제약이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최근 3, 4년간 의사들에게 수백만∼수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고려제약 관계자 8명과 의사 14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해 왔다. 확인 대상의 소속 병원은 규모가 다양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불법 리베이트 대상이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에 근무하느냐는 질문에 조 청장은 “(소속 병원이) 다양하게 있다”고 답했다. 또 조 청장은 “한 제약사의 문제라고 보기엔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다”라며 “세무 당국과 협의해 수사를 확대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4-06-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경찰 “고려제약 리베이트 연루 의사 1000명 이상… 다 입건할 수도”

    고려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의혹에 연루된 의사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경찰이 파악했다. 경찰은 고려제약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의사들과 제약업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17일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4월 29일 고려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한 결과 확인이 필요한 대상은 의사 기준으로 1000명 이상”이라며 “금품을 받은 경위에 따라 입건자가 1000명 다 될 수도 있고 덜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고려제약이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최근 3, 4년간 의사들에게 수백만~수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고려제약 관계자 8명과 의사 14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해왔다. 확인 대상의 소속 병원은 규모가 다양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불법 리베이트 대상이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에 근무하느냐는 질문에 조 청장은 “(소속 병원이) 다양하게 있다”고 답했다. 또 조 청장은 “한 제약사의 문제라고 보기엔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다”라며 “세무당국과 협의해 수사를 확대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4-06-17
    • 좋아요
    • 코멘트
  • 서울 초중고 10곳중 4곳, 내진 설계-보강 공사 못마쳐

    전북 부안군에서 12일 규모 4.8 지진이 발생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 여파가 미친 가운데, 내진 설계와 보강을 마치지 못한 초중고교가 서울 내 10곳 중 4곳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보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지역 내 초중고교 1439곳의 건물 3867채 가운데 내진 설계나 보강 공사가 완료된 건물은 2189채로 56.6%였다. 나머지 1678채가 지진에 취약한 상태로 방치된 것. 특히 지진으로 주거지를 잃은 이재민을 수용할 수 있도록 대피소로 지정된 초중고교 645곳의 건물 676채 중 96채(약 14%)는 내진 보강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2015년 시행된 교육부 ‘학교시설 내진설계 기준’ 등에 따르면 초중고교 건물은 철근 콘크리트 등으로 외벽을 보강해야 한다. 규모 6.0 이상의 지진에도 버티는 게 목표다. 2017년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 이후로 학교 건물에 대한 안전 우려가 커지자 이듬해 교육부는 2029년까지 전국 모든 학교 시설에 내진 성능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17년 1월 기준 26.5%였던 서울 내 초중고교 건물의 내진 성능 확보율은 7년이 지난 올해 약 30%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공사 소음 민원 등으로 공사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특성상 그나마 긴 겨울방학을 이용해야 공사가 가능한데 소음이나 분진 등 민원으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아예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미진한 내진 보강 상태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13일 오후 2시경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 가보니 급식소를 제외한 교실 등 건물에는 철골이나 철강 외벽 등 내진 설비가 적용된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인근 주민 신모 씨(32)는 “지진이 나면 이 학교에 있는 아이들은 어떡하냐”고 우려했다. 한편 전날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부안에서는 13일에도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전북도에 따르면 13일 오전 7시를 기준으로 접수된 피해 신고는 285건이다. 전날 오후 9시 기준 158건보다 127건 늘었다. 주택 피해가 182건으로 가장 많았다. 피해 현장을 찾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주민을 위로하고 피해 조치 사항을 점검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권익현 부안군수는 피해 복구와 주민 구호를 위해 50억 원의 특별교부세 지원을 요청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 2024-06-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합당한 처벌 안받아, 죗값 치러야” “사적 제재 안돼… 엉뚱한 피해도”

    최근 한 유튜버가 20년 전 ‘경남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연달아 공개하면서 이 사건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당시 가해자 대다수가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것을 두고 ‘이제라도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공개된 가해자가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 여파가 커지고 있다. 다만 무고한 시민이 가해자의 지인으로 오인돼 피해를 보는 사례까지 나오자 한편에선 ‘사적 제재는 부작용이 크다.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이 이를 부추긴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해자 지목’ 4명 중 3명 일자리 잃어 6일 유튜버 A 씨는 한 30대 남성을 밀양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하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 동영상에는 해당 남성의 실명과 얼굴뿐 아니라 현재 직장과 직급, 출신 군부대 등이 언급됐다. 이는 A 씨가 1일 밀양 사건 가해자 44명의 신상을 차례대로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뒤 네 번째로 올린 영상이었다. 앞서 A 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3명은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직장 등에 항의 전화와 e메일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특히 A 씨가 처음 신상을 공개한 박모 씨의 경우 친척이 운영하던 음식점에서 해고됐을 뿐 아니라 해당 점포가 무허가 건물이라는 점이 추가로 드러나 철거됐다. 경북 청도군 관계자는 “민원 전화가 수없이 걸려 와서 확인해보니 실제로 위반 건축물이어서 곧장 영업정지와 철거 명령을 내렸다”고 했다. 또 신상이 공개된 신모 씨는 자동차 회사에서 해고됐고, 고모 씨는 통신사에서 대기발령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20년 전 사건에 시민의 공분이 집중된 근본적인 원인은 가해자 대다수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평가 때문이다. 2004년 밀양 지역 남고생 44명이 울산에 사는 여중생 1명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이 사건은 일부 가해자가 범행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면서 수사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극소수만 소년원에 입소했고 대다수는 봉사활동 명령이나 보호관찰 등 처분만 받았다. 미성년자라는 이유였다. 사건 당시는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2013년 폐지되기 전이었다. 성폭행은 피해자가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었기에 피해자의 아버지(사망)와 합의한 10여 명은 재판도 받지 않았다. 여기에 일부 가해자가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반성문을 제출한 점이 재조명되자 여론은 더 험악해졌다.● “죗값 치러야” vs “사적제재로 2차 피해”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사건과 무관한 시민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처럼 오인돼 비난받는 등 부작용도 이어지고 있다. 밀양시의 한 네일숍이 ‘가해자의 여자친구가 운영하는 곳’으로 지목됐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해당 네일숍 주인은 “사건과 아무 관련도 없는데, 네일숍 리뷰에 욕설이 쏟아지는 등 피해를 당했다”며 A 씨 등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진정했다. 또 A 씨는 ‘피해자 가족과 대화해 가해자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 측을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피해자 측은 오히려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밀양시 주민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등 지역 비하 논란도 일고 있다. 사건 당시 밀양에서 가해자를 옹호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는 일부 주장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밀양 출신 남성과는 결혼도 하면 안 된다’는 글도 여러 건 올라오고 있다. 밀양시민 이모 씨(36)는 “시민 대다수가 충격적인 이 사건에 공분하고 있고 20년이 지나도 가해자의 범죄와 처벌 수위를 용납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해자를 옹호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적 제재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이를 초래한 사법 체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일로 정구승 변호사는 “이 사건은 수사기관부터 법조계까지 모두가 지탄받았어야 했지만 제대로 된 제도 개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적 제재를 막으려면 성범죄 관련 처벌을 높이고 수사도 꼼꼼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밀양=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청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 2024-06-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압구정 ‘롤스로이스 男’은 8600억 불법도박 총판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마약 운전으로 행인을 친 이른바 ‘롤스로이스 뺑소니’ 사건의 범인이 86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오간 도박 사이트의 총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4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신모 씨(29)를 도박공간 개설 등 혐의로 추가 입건하는 등 해당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도박에 가담한 61명을 검거하고 그중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캄보디아에 도박 사이트 환전 사무실을 마련하고 대포통장 수십 개를 모아 8000명의 회원으로부터 8600억 원 상당의 도박 자금을 관리했다. 신 씨는 이 사이트의 국내 총판 7명 중 1명으로, 회원 모집을 담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에서 주차 시비 상대를 흉기로 협박한 이른바 ‘람보르기니 흉기 위협’ 사건의 피의자 홍모 씨(31)의 자금 출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가 도박 자금을 세탁한 사실과 신 씨의 가담을 확인했다. 이후 신 씨의 지인들이 운영한 ‘투자 리딩방’ 사기 조직원 30명이 피해자 101명으로부터 21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확인했다. 이 중 2명은 가상자산(코인)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4-06-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치동 모녀 살해 60대男 “우발적 범행” 주장…숨진 어머니와 지인관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모녀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60대 남성이 도주 13시간 만에 경찰에 긴급 체포했다. 피의자인 박모 씨(65)는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박 씨에 살인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31일 오전 7시 45분경 서울 서초구 남태령역 인근에서 박 씨를 긴급 체포했다. 박 씨는 전날 오후 6시 54분경 강남구 선릉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모녀 관계인 60대 여성과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쓰러진 모녀는 인근 대형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박 씨는 살해 직후 도중 과정에서 여러 차례 택시를 바꿔 탔으며, 휴대전화 전원을 끈 채 걸어서 이동하는 등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남아있는 폐쇄회로(CC)TV 기록 등을 토대로 박 씨의 인상착의 및 동선을 파악한 경찰은 추적 끝에 남태령역 인근 길가에서 박 씨를 찾아 체포했다. 박 씨는 숨진 어머니와 지인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서서로 압송된 박 씨는 ‘우발적 범행이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짧게 “네”라고 대답했다. ‘흉기를 미리 준비했느냐’는 질문에는“거기(오피스텔)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주 이유에 대해선 “겁이 나서 그랬다”고 했다. 수서서는 이날 박 씨와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4-05-31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