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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4년 넘게 수사해 온 검찰이 17일 김 여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는 단순한 ‘일반 투자자’로서 계좌만 제공했을 뿐 주가조작을 인식하거나 방조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아 온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재판에서 제출한 한국거래소 자료에서 김 여사와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가 약 23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지만, 김 여사는 무혐의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2020년 4월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 지 4년 6개월 만에 내려진 처분이다. 검찰은 먼저 2009년 12월∼2012년 12월 김 여사의 계좌 6개가 주범인 권 전 회장 등에게 제공 및 사용됐으며, 특히 3개의 계좌가 법원에서 유죄가 난 주가조작에 활용됐다고 봤다. 하지만 김 여사가 이를 인식하지는 못했다고 판단했다. 전문성이 없는 김 여사가 지인인 권 전 회장의 권유를 받은 뒤 자신의 계좌를 투자 목적으로 제공했을 뿐이란 취지다. 검찰 관계자는 “쟁점은 김 여사가 주범들과 주가조작 공모를 했는지, 주가조작을 인식하고도 계좌를 제공했는지 여부”라며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했을 때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의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나머지 계좌 중 2개는 공소시효 만료로, 1개는 주가조작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바 있다. 검찰은 김 여사의 방조 혐의도 무혐의로 처분했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가 난 전주(錢主) 손모 씨에게 2심에서 방조 혐의를 추가해 유죄를 받아낸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손 씨는 단순 전주가 아닌 ‘전문투자자’로 시세조종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직접적인 증거 및 진술 등이 다수였다”며 “김 여사는 증거 등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손 씨와 달리 일반 투자자라는 것이다. 검찰은 김 여사와 함께 계좌가 활용된 최 씨에게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검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김 여사가 무혐의인 이유를 4시간 동안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디올백 수수 사건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사건까지 김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봐주기·면죄부 수사’라는 비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탄핵 여부 등을 공식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사실상 김 여사에 대한 기소 의견을 피력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검찰의 설명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檢 “金여사 계좌, 주가조작 이용됐지만 범행 알았다는 증거 없어”[檢 ‘김건희 도이치’ 불기소]“金여사는 일반투자자” 무혐의… “주가조작 공모-방조 증거 못찾아”계좌 제공했던 다른 錢主들은… ‘전문투자자’로 규정 2심서 유죄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계좌 6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사용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공모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시세조종이 이뤄진 것을 김 여사가 인식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 여사처럼 계좌를 제공한 손모 씨 등 다른 전주(錢主)들을 ‘전문 투자자’로 규정한 것과 달리 김 여사에 대해선 “주식 이해도가 낮은 일반 투자자”라고 밝히면서 김 여사의 방조 혐의도 불기소 처분했다. 방조 혐의의 경우 공소시효도 완성됐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증거 확보 못 하고 무혐의 처분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17일 4시간 동안 진행한 브리핑과 질의응답을 통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일단 검찰은 김 여사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범행에 활용한 계좌주”라고 규정했다. 2007년 도이치모터스 유상증자부터 참여한 ‘초기 투자자’인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을 ‘신뢰하는 상장사 대표’로 여기고 계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김 여사도 검찰 조사에서 “권 전 회장을 믿어서 계속 투자해 왔고, 불법을 행한다고 했으면 투자를 안 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검찰 조사 결과 김 여사는 2010년 초 권 전 회장이 ‘금융 전문가’라고 소개한 1차 주포 이모 씨에게 본인 명의의 신한투자증권 계좌와 DB금융투자 계좌를 일임했고, 해당 계좌는 통정매매(담합해서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에 활용됐다. 하지만 법원은 이 부분은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1, 2심 모두 ‘면소’(기소 면제) 판결을 내렸다.검찰은 김 여사가 직접 운용한 2개 계좌에서도 통정매매를 확인했다. 이 부분은 권 전 회장도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 일당과 직접적으로 주고받은 연락은 없다고 보고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 28일 대신증권 직원이 “10만 주 (주문을) 냈다”고 하자 “체결됐죠”라고 답변한 통화 녹취록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여사가 직접 운영한 한화투자증권 계좌에서 2011년 3월 30일 이뤄진 통정매매에 대해서도 김 여사가 주범들과 연락을 한 정황이나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이 사건에선 2010년 11월 1일 주가조작 일당이 매도를 요청한 이후 7초 만에 김 여사 주식 매도 주문이 나온 것도 쟁점이었다. 하지만 당시 2차 주포 김모 씨는 “권 전 회장에게 물량을 달라고 했지만 해당 물량이 김 여사 계좌에서 나온 경위는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권 전 회장과 김 여사가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물증 확보에도 실패했다. 결국 검찰은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단순히 매도만 권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검찰은 피의자들로부터 김 여사와 공모했다는 진술도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은 2020∼2021년 1차 주포와 2차 주포의 통화 녹음에서 김 여사에 대해 “아이 김건희만 괜히 피해자고”, “그냥 ‘one of them’이지. 맞잖아”라고 표현한 것도 무혐의 처분의 근거로 삼았다.2차 주포 김 씨가 김 여사 등을 ‘BP(주가조작 공범의 회사인 블랙펄인베스트먼트) 패밀리’라고 진술했던 점,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라고 편지에 적었던 점 등 김 여사에게 불리한 증거에 대해서도 검찰은 “관련자 조사를 거쳤지만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의) 미필적 고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孫은 전문 투자자, 金은 일반 투자자”검찰은 김 여사의 방조 혐의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했다.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손 씨의 경우 2차 주포 김 씨의 다른 시세조종 수급 세력으로 동원된 전력이 있는 ‘전문 투자자’지만, 김 여사는 일반 투자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 부장검사는 “방조 혐의가 성립되려면 주변인들의 시세조종을 알고 있어야 하고, 그것을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검찰은 김 씨가 조사에서 손 씨에게 주가 관리 사실을 알렸다고 진술한 점, 손 씨가 김 씨에게 “내가 도이치 상(上) 찍었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등을 근거로 손 씨의 방조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 여사는 본인의 계좌를 관리한 권 전 회장의 지인, 김 씨,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블랙펄인베스트 관계자 등과 직접 연락한 내역이 없었다. 시세조종에 참여한 관계자들도 “김 여사가 시세조종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일관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방조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김 여사가 2011년 3월 30일 마지막 통정거래를 한 만큼 공소시효 10년이 완성됐다고 봤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김 여사의 증권사 계좌 3개가 주가조작(시세조종)에 이용됐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1심 판결 때보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된 상황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향후 검찰의 김 여사 사건 처리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13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A4용지 345쪽 분량의 항소심 판결문에는 김 여사의 이름이 87회(개명 전 이름인 ‘김명신’ 1회 포함),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 씨가 33회 나온다. 지난해 2월 1심 판결문에선 김 여사가 37회 언급됐는데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최 씨는 1심 판결문에 27회 나온다. 항소심 판결문에 김 여사에 대한 언급이 대폭 증가한 것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추가로 제출한 증거 때문이다. 권 전 회장 측은 항소심 과정에서 2010년 10월 28일 김 여사가 대신증권 담당자와 통화한 녹취록 등을 제출했다. 권 전 회장 측은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계좌를 맡긴 것이거나 증권사 직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한 거래 계좌”라며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2월 1심 선고 후 “(김 여사가) 주가조작꾼에게 속아 일임 매매했다가 계좌를 회수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의 의사 관여하에 거래가 이뤄지고, 증권사 담당자는 지시에 따라 주문 제출만 했을 뿐”이라며 “해당 계좌는 권 전 회장 등의 의사에 따라 시세조종에 이용된 계좌”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다른 증권사 담당자와 통화할 때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 등을 언급한 것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의 증권사 계좌 3개가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공소시효가 살아 있는 2010년 10월 21일 이후에 이용됐다고도 판단했다.김건희 여사, 증권사에 “그분 전화왔죠?”… 2심, 통화 근거로 “권오수 前 도이치모터스 회장, 金계좌 운용”‘도이치 사건’ 항소심 판결문 보니조종세력 지시후 金계좌 매도 주문… 직원, 金여사에 “8만주 매도” 통화2심, 녹취록 근거로 ‘시세조종’ 인정… 金 14억-모친 9억 상당 이익 추정“김건희가 해당 계좌를 증권사 직원에게 거래를 일임시켜 뒀다거나 증권사 직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피고인 권오수 등의 의사로 운용되고 있음이 확인될 뿐….”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는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과정에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한 유죄 선고를 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판결문에 적시했다. 권 전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계좌가 자신의 주가조작에 활용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항소심 과정에서 펼쳤는데 이같이 반박하면서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법원, “권오수 의사 아래 김건희 계좌 운용”항소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9명에 대해 전원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이들의 주가조작 실행 방식을 구체적으로 판시했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과정에서 총 35개의 계좌가 활용됐고, 이 가운데 김 여사의 계좌가 3개 이용됐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의 경우 자신의 계좌 등을 통해 40억 원가량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거래를 통해 13억9000여만 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한국거래소 분석 결과 조사됐다. 특히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는 도이치모터스의 상장 이전부터 비상장 주식을 보유한 초기 투자자로 권 전 회장과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 왔다는 점 등이 판결문에 명시돼 있다. 최 씨는 9억 원 상당의 이익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문에서 김 여사 명의의 계좌 3개가 시세조종에 이용됐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재판 과정에서 권 전 회장은 김 여사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활용되지 않았다며 당시 증권사 담당자와 김 여사가 통화한 녹취록을 항소심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했다. 권 전 회장은 녹취록 등을 근거로 “증권사 직원의 자체 판단 또는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시킨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오히려 녹취록의 맥락을 볼 때 “권 전 회장 등의 의사 관여하에 거래가 이뤄지고, 증권사 담당자는 그 지시에 따라 주문 제출만 했을 뿐”이라며 시세조종에 이용된 계좌라고 못 박았다. 대표적으로 2010년 11월 1일 주가조작 선수들끼리 “매도하라 하셈” 등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뒤 7초 만에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주식 8만 주의 매도 주문이 발생했고, 같은 날 증권사 담당자와 김 여사의 녹취록에 “방금 도이치모터스 8만 주 다 매도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재판부는 김 여사와 다른 증권사 직원 간 녹취록에 “또 전화 왔어요? 사라고?”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 등의 대화 방식을 고려했을 때 권 전 회장의 관리하에 있는 계좌가 명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여사의 미래에셋증권, 디에스증권 계좌도 주가조작에 동원됐다고 판결문에 담았다. 이들 계좌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기간에 활용된 계좌들이다. ● 김 여사의 ‘주가조작 사전 인지’ 관건 될 듯 1심과 달라진 항소심 판결문의 또 다른 내용은 이 사건의 전주(錢主)로 참여한 손모 씨에 대한 유죄 판단이다. 손 씨는 1심에서 주가조작 공모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항소심 과정에서 검찰이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하면서 이 혐의가 일부 인정돼 유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손 씨에게 방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주된 근거로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내가 권 전 회장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 손 씨도 있다”고 한 주가조작 선수 김모 씨의 진술 내용과 계좌 운용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손 씨가 주가조작 사건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손 씨의 경우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 규모가 70여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손 씨는 이 과정에서 오히려 1억900만 원가량을 손해 본 것으로 조사됐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와 모친 최 씨가 손 씨보다 오랜 기간 권 전 회장과 인연을 맺고, 투자를 이어 왔다는 점 등에서 김 여사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 모녀의 거래 규모는 손 씨보다 작지만 아직까지 김 여사에 대한 수사 기록 등이 법원에 넘어오지 않아 구체적인 규모나 방식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단순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6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한 기소 여부 등을 논의한 끝에 불기소 처분할 것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권고했다. 변호사와 법학 교수 등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회의실에서 김 여사에 대한 수사와 기소의 적정성 여부 등을 5시간 넘게 심의한 끝에 불기소 처분할 것을 의결했다. 이날 수사심의위에서 검찰 수사팀은 오후 3시 30분경부터 1시간여 동안 김 여사가 의혹을 받고 있는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직권남용,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증거인물 등 6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위원들로부터 질의를 받았다. 오후 4시 50분경부터 약 40분간 김 여사의 법률대리인은 디올백을 건넨 최재영 씨와 김 여사 간의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뇌물이나 청탁 목적으로 연락을 하지 않았고 선물을 건넨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수사심의위원들은 오후 5시 30분경부터 약 2시간 동안 숙고한 끝에 김 여사의 6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불기소를 권고한다고 의결했다. 앞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무혐의 결론이 담긴 보고를 올린 바 있다. 검찰은 다음 주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야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수사심의위 결정 직후 브리핑에서 “수사심의위는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진행된 짜고치는 고스톱에 불과하다”며 “답은 특검뿐”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수사심의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법과 절차에 따른 정당한 결정을 수용하는 것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수심위 ‘金여사 불기소’ 일치… 일각 “명분쌓기용 요식행위”[디올백 의혹 검찰수사심의위]수사팀-金여사측, 30쪽 의견서 제출수심위원 15명, 110분간 의견 청취후… 金여사 6개 혐의 모두 ‘불기소’ 의결퇴임 앞둔 檢총장 무혐의 받아들일듯… “수심위 결정 참고” 내주 처분 전망“최재영이 제출한 의견서를 함께 검토하기로 의결하고, 수사팀과 변호인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심의해 피의자 김건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 의견으로 의결했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6일 오후 7시 18분경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심의 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오후 2시경 시작돼 5시간여의 논의 끝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 권고를 내린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처음 불거진 뒤 올 5월 전담수사팀 구성, 뒤이은 대대적인 검찰 인사, 그리고 7월 김 여사에 대한 비공개 대면조사로 인한 공정성 논란까지 숱한 잡음이 불거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달 23일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전격적으로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수사심의위 권고에 따라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각종 논란을 야기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70분, 김 여사 측 40분간 “무혐의” 피력 이날 오후 2시경부터 진행된 수사심의위는 위원장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포함해 변호사와 법학 교수 등 외부 인사 15명이 참석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과 김 여사 측이 각각 제출한 A4용지 30장 분량의 의견서,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건넨 최재영 씨 측의 의견서 등을 배부한 후 오후 3시 30분경부터 70분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입장과 질의응답을, 오후 4시 50분부터 40분가량은 김 여사 측의 입장 청취 등을 했다. 이후 약 2시간 동안 심의위원들 간 비공개 심의가 이어졌다. 수사팀은 우선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핵심적인 혐의인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점 등을 심의위원들에게 강조했다. 2022년 9월 최 씨가 김 여사에게 건넨 디올백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이 없고, 최 씨의 각종 청탁 등이 실제로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못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고 한다. 김 여사 측도 최 씨가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전달하는 목적에 대해 “청탁이나 그런 거 아니고요”라고 말한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디올백이 직무와 무관한 당선 축하 선물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팀과 김 여사 측은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뇌물수수 혐의도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인정되기에 모두 ‘혐의 없음’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위원들은 “최 씨의 부탁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냐” 등 직무 관련성과 관련된 질의를 하기도 했다. 김 여사가 금융위원회 금융위원 임명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불거진 직권남용 혐의와 디올백 대통령기록물 지정을 통해 증거를 인멸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별도의 질의가 없었다. 수사심의위는 개별 혐의에 대한 기소 및 불기소 의견이 어떻게 나뉘었는지 등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심의 과정에서 위원들 간 일부 이견도 있었지만 불기소 처분에 대한 결론을 모으는 과정에선 큰 이견이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檢, 조만간 불기소 처분 전망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심의위와 검찰 수사팀의 결론이 ‘불기소’로 일치하면서 이 총장이 수사팀의 무혐의 결론을 받아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총장은 지난달 26일 “(수사팀) 의견을 존중하고 수사심의위 심의 결과도 존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수사심의위로부터 불기소 권고 의견을 받은 후 “수사심의위 결정과 논의 내용을 참고해 최종적으로 사건을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다음 주중 김 여사 사건을 처분할 예정이다. 이번 수사심의위를 두고 “불기소 명분을 쌓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수사심의위에 무혐의를 주장하는 수사팀과 김 여사 측은 참석했지만 최 씨 등 김 여사의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참석하지 못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수사팀과 피의자 의견이 다를 때 양측 의견을 들을 수 있지만 이번 수사심의위는 사건 특성상 일방적으로 진행돼 뻔한 결과가 예상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 여사를 고발했던 서울의소리 측은 항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디올백 사건 및 수사 과정도 특검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심의위 발표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한국 사회에서 법률가와 의료인은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으로 여겨진다. 역설적이게도 최근 가장 큰 위기를 맞은 두 집단이기도 하다. 의정 갈등 국면에서 벌어진 의료계의 집단행동, 정치권 수사에서 검찰이 보여준 공정성 논란은 두 집단의 전문성을 국민이 의심하게 만들었다. 특히 우리 사회의 법조인들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 그중에서도 형사사법 분야, 검찰의 위기는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김건희 여사 수사를 둘러싼 검찰 내부 갈등이다. 7월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하면서 시작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총장 보고 패싱,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수사는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상처투성이가 됐다.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 처분을 앞두고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카드를 꺼내면서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이 총장은 수사팀으로부터 김 여사가 무혐의라는 결론을 보고받은 다음 날 “수사팀의 증거판단, 법리해석이 충실히 이뤄졌다”면서도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겠다”며 수심위를 소집했다. 검찰이 논쟁적인 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꺼내는 문구가 있다. “오직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법리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 증거와 법리엔 문제가 없다면서 김 여사 사건은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하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김 여사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자신들의 법률적 전문성을 의심받을 정도로, 공정할 의무에 대한 전문성을 의심받았다는 점이다. ‘권력자’의 가족을 검찰청사가 아닌 곳에서, 외부의 시선을 걱정할 것 없이 조사받을 수 있게 했으니 앞으로 누구나 “나도 똑같이 해달라” 요구해도 검찰이 할 말이 없게 됐다. 실제로 김 여사 조사 이후 ‘전직 영부인은 어떻게 조사할 거냐’ 등의 논평이 넘쳐난다. 정치적 공세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언을, ‘공정한 수사’라는 전문성을 놓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을 검찰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전문가 집단이 위기에 처한 대표적인 모습이다. 전문가의 위기는 전문성을 위협하는 각종 사회적 압력에 더해, 전문가들 스스로가 전문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나 의지를 보이지 않을 때 벌어진다.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미국의 정치학자 톰 니콜스는 저서 ‘전문가와 강적들’(2017년)에서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미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세계 도처에서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법대로 하자”는 말을 한국처럼 자주 하는 나라는 드물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이는 그간 법률가들의 전문성, 그리고 이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한국 사회를 지탱한 중요 버팀목 중 하나였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형사 사법 분야의 전문가인 검찰을 위협하는 ‘강적들’을 누가 만들었는지 검찰 스스로 되새겨 봐야 할 때다. 유원모 사회부 기자 onemore@donga.com}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이 해직교사 특혜 채용 혐의로 징역형에 집행유예가 확정돼 교육감직을 잃었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서울시교육감이 형사 판결로 교육감직을 상실한 건 공정택, 곽노현 전 교육감에 이어 세 번째다. 새 교육감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는 10월 16일 실시된다. 대법원 2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교육감은 공직선거법과 교육자치법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즉시 직을 상실한다. 서울의 첫 ‘3선 교육감’인 조 전 교육감은 2018년 11∼12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4명을 포함한 해직교사 5명을 임용하기 위해 공개채용 시험을 가장한 특별채용 절차를 진행토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2021년 4월 ‘1호 사건’으로 조 전 교육감을 입건해 수사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2021년 12월 직권남용 혐의 등을 적용해 조 전 교육감을 불구속 기소했다. 1, 2심 법원은 조 전 교육감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조 전 교육감은 판결 직후 “해직교사를 복직시켰다는 이유로 교육감이 해직되는 이 기막힌 현실에 대해 회한이 어찌 없겠냐”며 “다만 법원의 결정은 존중하고 따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희연, 선거 도운 해직교사 등 5명 실무진 반대에도 특채징역형 집유 확정, 교육감직 상실조 “해고자 복직, 시대적 요구” 반박에 법원 “공정해야 할 공직 임용 변질돼”공수처 1호 사건… 유죄 첫 확정, 직선 서울교육감 전원 유죄 불명예대법원이 29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임기를 1년 10개월 남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즉시 교육감직에서 물러났고, 시교육청은 설세훈 부교육감의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이날 판결로 서울은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취임한 모든 교육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선거 도운 해직 교사 특혜 채용 조 전 교육감의 ‘해직 교사 특혜 채용’ 의혹은 2021년 4월 감사원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조 전 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4명을 포함한 해직 교사 5명을 교육공무원으로 채용할 것을 지시했고 실제로 채용까지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중 한 명은 2018년 교육감 선거에서 조 전 교육감 측 캠프 공동본부장을 맡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감사 자료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전달했고, 공수처는 2021년 4월 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1월 출범한 공수처의 ‘1호 사건’이었다. 공수처는 수사를 통해 조 전 교육감이 2018년 7, 8월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혜 채용을 강행한 사실과 실무진 검토 및 보고 과정을 무시한 채 측근인 비서실장 한모 씨를 통해 채용 과정을 진행한 사실을 파악했다. 공수처는 2021년 9월 조 전 교육감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같은 해 12월 조 전 교육감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전 교육감 측은 “해고자를 폭넓게 품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받아 복직을 결정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공정해야 할 공직 임용 절차가 임용권자의 사적인 특혜나 보상을 위해 변질한 것”이라며 같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도 29일 “원심이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하거나 위헌인 법령을 잘못 적용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조 전 교육감 사건은 공수처 출범 후 첫 유죄 확정 사건이 됐다. 10년간 서울 교육 수장을 맡았던 조 전 교육감이 불명예 퇴진을 하면서 그가 추진해 왔던 혁신학교 확대 등의 핵심 정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가 주도했다가 서울시의회에 의해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도 사라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 ● 직선제 후 서울시교육감 모두 유죄 2008년 8월 서울의 첫 직선제 교육감으로 당선된 공정택 전 교육감은 선거 당시 학원장으로부터 돈을 무이자로 빌리고 차명예금을 재산 신고에서 누락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2009년 10월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이후 서울의 첫 진보교육감으로 취임한 곽노현 전 교육감도 후보자 매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돼 2012년 9월 직을 잃었다. 이후 보궐선거에서 문용린 전 교육감이 당선됐지만 ‘보수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쓰며 허위 사실을 유포한 행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조 전 교육감의 경우 첫 당선 때 경쟁자였던 고승덕 전 의원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한 게 허위 사실로 밝혀지며 기소됐지만 2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아 직을 유지했다. 역대 교육감들의 불명예 퇴진이 반복된 것을 두고 ‘깜깜이’ 투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녀가 학생이 아닌 이상 유권자가 후보에 관심이 없다 보니 선거 과정에서 공약보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이념몰이 하는 일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교육의 중립성을 이유로 정당 개입을 원천 차단하다 보니 막대한 선거 비용 때문에 로비에도 취약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2022년 대선 후보 때 ‘교육감 직선제 개선’ 공약을 발표했다. 교육감 직선제의 대안으로는 시도지사와 공동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 지자체장 임명제 등이 거론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4대 교육개혁 입법과제로 제안했지만 이후 후속 조치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법원이 29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은 즉시 교육감직에서 물러났고, 시교육청은 설세훈 부교육감의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이날 판결로 서울은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취임한 모든 교육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선거 도운 해직교사 특혜 채용조 전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혜채용’ 의혹은 2021년 4월 감사원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조 전 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해직교사 4명을 포함해 등 해직교사 5명을 교육공무원으로 채용할 것을 지시했고 실제로 채용까지 이뤄졌다”고 발표했다.특히 이 중 한 명은 2018년 교육감 선거에서 조 전 교육감 측 캠프 공동본부장을 맡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감사 자료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전달했고, 공수처는 2021년 4월 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1월 출범한 공수처의 ‘1호 사건’이었다. 공수처는 수사를 통해 조 전 교육감이 2018년 7, 8월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혜 채용을 강행한 사실과 실무진 검토 및 보고 과정을 무시한 채 측근인 비서실장 한모 씨를 통해 채용 과정을 진행한 사실을 파악했다. 공수처는 2021년 9월 조 전 교육감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같은 해 12월 조 교육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전 교육감 측은 “해고자를 폭넓게 품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받아 복직을 결정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공정해야 할 공직 임용 절차가 임용권자의 사적인 특혜나 보상을 위해 변질한 것”이라며 같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도 29일 “원심이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하거나 위헌인 법령을 잘못 적용한 잘못이 없다”며 조 교육감에 대한 형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조 전 교육감은 공수처 출범 후 첫 유죄 확정 사건이 됐다. 10년간 서울 교육 수장을 맡았던 조 전 교육감이 불명예 퇴진을 하면서 그가 추진해왔던 혁신학교 확대 등의 핵심 정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가 주도했다가 서울시의회에 의해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도 사라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 ● 직선제 후 서울시교육감 모두 유죄2008년 8월 서울의 첫 직선제 교육감으로 당선된 공정택 전 교육감은 선거 당시 학원장으로부터 돈을 무이자로 빌리고 차명예금을 재산 신고에서 누락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2009년 10월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이후 서울의 첫 진보교육감으로 취임한 곽노현 전 교육감도 후보자 매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돼 2012년 9월 직을 잃었다. 이후 보궐선거에서 문용린 전 교육감이 당선됐지만 ‘보수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쓰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행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조 전 교육감의 경우 첫 당선 때 경쟁자였던 고승덕 전 의원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한 게 허위 사실로 밝혀지며 기소됐지만 2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아 직을 유지했다.역대 교육감들의 불명예 퇴진이 반복된 것을 두고 ‘깜깜이’ 투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녀가 학생이 아닌 이상 유권자가 후보에 관심이 없다 보니 선거 과정에서 공약보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이념몰이하는 일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교육의 중립성을 이유로 정당 개입을 원천 차단하다보니 막대한 선거비용 때문에 로비에도 취약하다.윤석열 대통령도 2022년 대선 후보 때 ‘교육감 직선제 개선’ 공약을 발표했다. 교육감 직선제의 대안으로는 시도지사와 공동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 지자체장 임명제 등이 거론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4대 교육개혁 입법과제로 제안했지만 이후 후속 조치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김 여사의 디올백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이 담긴 보고를 받은 지 하루 만이다. 대검찰청은 23일 “검찰총장은 김건희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법리를 포함해 수사심의위에 회부하고, 전원 외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처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면서도 “수사심의위 절차를 걸쳐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정해 외부 민간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사건을 최종 처분하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올 5월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뒤 3개월여 만에 김 여사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수사팀은 최재영 씨가 김 여사에게 디올백 등을 건넸지만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면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지검장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수사 보고를 전날(22일) 이 총장에게 보고했다. 검찰 안팎에선 이 총장이 수사팀의 법리 판단 등에는 동의해 왔다는 점에서 디올백 사건이 무혐의 종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 조사를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비공개 대면조사로 진행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 총장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 소집을 꺼내 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서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뿐 아니라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함께 심의하라고 요청한 점 역시 ‘봐주기 수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란 분석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심의위가 변호사, 법학 교수 등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김 여사 사건 처분을 두고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기 20일 남은 檢총장 ‘수심위 카드’ 꺼내… 대검 “공정성 제고” [‘金여사 디올백’ 수심위 회부]수사심의위, 외부인사 15명으로 구성… 회부부터 처분까지 2주가량 걸려이원석, 임기내 처분 공언… 시간 빠듯막판 변수에 사건 처분 방향 관심“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소모적 논란이 지속되는 이 사건에서 수사심의위원회 절차를 거쳐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정했다.” 대검찰청은 23일 오후 6시경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 디올백 사건과 관련해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혐의 없음’ 결론에 대해 법리상 문제점이 아니라 ‘절차적 공정성’ 제고를 소집 이유로 꼽은 것이다. 김 여사의 디올백 사건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인 가운데 수사심의위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향후 사건 처분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李 “공정성 제고, 논란 남지 않게 매듭” 이 총장은 전날(22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김 여사의 디올백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이 담긴 보고를 받았다. 보고 후 퇴근길과 23일 출근길까지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다음에 말씀을 드리겠다”는 말만 반복하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 이 지검장으로부터 ‘혐의 없음’ 보고를 받은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총장이 수사팀의 결론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실제로 대검은 이날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을 밝히면서도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는 입장을 덧붙이기도 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공정성 시비 등을 의식해 결국 수사심의위 소집 카드를 꺼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김 여사를 비공개 조사했는데, 이 과정을 이 총장에게 사후 보고해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평소 이 총장이 수사의 내용이나 결과뿐 아니라 ‘공정하게 보이는 수사’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거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수심위 처분까지 2주가량… 임기 내 빠듯 수사심의위는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외부 인사들이 기소 및 수사 계속 여부 등을 논의하는 기구다. 학계 법조계 언론계 등 각 분야 위원 150∼300명 중에 15명을 무작위로 뽑아 위원회를 소집한다. 통상 수사심의위는 회부부터 사건 처분까지 2주가량 시간이 필요하다. 올 1월 이 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한 ‘이태원 참사’ 관련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수사심의위는 회부 이후 11일 만에 위원회가 열렸고, 김 전 청장의 불구속 기소까지 15일이 걸렸다. 다음 달 13일 퇴임할 예정인 이 총장의 임기가 2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사심의위 소집과 사건 처분까지 시간이 빠듯한 셈이다. 이 총장은 임기 내 디올백 사건 처분을 공언해 왔다. 다만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강제성이 있는 규정은 아니고, 권고적 효력만 갖는다. 대표적으로 2020년 수사심의위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당시 삼성 부회장 등에 대해 수사 중단·불기소 권고를 내렸는데, 검찰은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도이치 등 김 여사 다른 사건 영향 촉각 검찰 안팎에선 디올백 사건으로 수사심의위가 소집되면서 현재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김 여사가 이른바 ‘전주(錢主)’로서 가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0일 디올백 사건과 함께 김 여사를 비공개 조사하면서 역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심의위 소집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디올백 사건의 경우 사실관계가 간단하고, 법리상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수사심의위에서도 불기소 권고를 결정할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심의위는 법리적 판단과 함께 정치적인 판단을 고려하기도 한다”며 “연달아 같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심의위가 개최되면 같은 방향의 처분 권고가 부담스러울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김 여사의 디올백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이 담긴 보고를 받은 지 하루 만이다.대검찰청은 23일 “검찰총장은 김건희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법리를 포함해 수사심의위에 회부하고, 전원 외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처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대검은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면서도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정해 외부 민간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사건을 최종 처분하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올 5월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뒤 3개월여 만에 김 여사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수사팀은 최재영 씨가 김 여사에게 디올백 등을 건넸지만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면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지검장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수사 보고를 전날(22일) 이 총장에게 보고했다.검찰 안팎에선 이 총장이 수사팀의 법리 판단 등에는 동의해 왔다는 점에서 디올백 사건이 무혐의 종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 조사를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비공개 대면조사로 진행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 총장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 소집을 꺼내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서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뿐 아니라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함께 심의하라고 요청한 점 역시 ‘봐주기 수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란 분석도 있다.법조계에서는 수사심의위가 변호사, 법학 교수 등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김 여사 사건 처분을 두고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권고적 효력만 있을 뿐 검찰 수사팀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총장의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에 대해 “검찰총장의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에 따른 절차에 충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의료기기 제조업체 제노스가 리베이트 제공으로 과징금 처분 등을 내린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노스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이날 서울고법에 제기했다.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부과 등 공정위 제재 처분에 관한 불복 소송은 서울고법에서 관할한다. 공정위의 판단을 사실상 1심 판단으로 보기 때문에 서울고법과 대법원 2심제로 운영된다.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18일 제노스가 부당 유인고객행위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8700만 원을 부과했다. 제노스는 2015년 자사 의료기기인 ‘관상동맥용 약물방출 스탠트(DES)’를 출시했다. 이후 2016년 8월부터 최근까지 전국 54개 병원에 DES를 판매하고 37억 원 상당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같은 기간 제노스의 DES 매출은 3억 원에서 49억 원으로 증가했다. 공정위는 제노스가 의료기관에 연구비를 지원한 것을 부당 리베이트로 판단하고, 제재 결정을 내렸다.하지만 제노스는 “시판 후 의료기기 임상연구는 당연히 필요한 것이고, 관련 법에 따라 허용이 되고 있음에도 공정위가 이를 고객유인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면서 “연구의 본질이 아닌 외형을 기준으로 사안을 판단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대형 해외 의료기기업체에 비해 규모가 작은 국내 중소의료기기 업계에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오히려 국내 유망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꼴”이라고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제노스 측은 이번 사건에서 논란이 된 DES에 대해 “4등급 고위험군 의료기기로, 첨단 의료기술이 집약된 제품”이라며 “현재 해외 의료기기업체들이 93% 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6년 DES 제품 허가 후 시장 점유율은 3%대로 미미하고, 임상연구비 또한 시장의 공정한 거래를 해치지 않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제노스는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선 “의료인 개인이 아닌 임상연구기관을 통해 연구비를 지급했고, 실제 임상연구를 의학적 목적으로 진행해 결과를 논문으로 발간했다”며 “개별 의료인들에게 금품 및 식사, 향응 등의 제공 행위가 전혀 없었음에도 리베이트와 같은 부당한 이익에 의한 고객유인행위로 판단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공정위가 3년 이상 반복적인 조사를 진행했는데, 소모적인 논쟁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의료기관과 업체 간에 자유로운 협의가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 제정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노스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광장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와 결과가 공정했는지 행정소송을 통해 객관적인 법리적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심우정 법무부 차관(53·사법연수원 26기·사진)을 지명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 제청을 받고, 심 차관을 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검찰 구성원의 신망이 두텁고 법치주의 확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심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검찰 내 핵심 보직을 거쳤다. 올 1월부터 법무부 차관을 맡고 있다.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그는 특수통인 이원석 검찰총장(27기)보다 한 기수 선배다. 이 때문에 대대적인 ‘사정(司正) 드라이브’보다는 검찰 조직 안정화를 고려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심 후보자는 이날 “엄중한 시기에 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특혜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심우정, 文정부때 尹징계 반대… 金여사 수사엔 “원칙따라 진행”檢총장 후보자에 심우정現총장보다 1기수 높은 ‘기획통’… 김주현 민정수석과 인연 깊어尹, 검찰 조직 안정화에 힘실어… 沈 “국민 신뢰 얻도록 역할 다할것”의원-충남지사 지낸 심대평 장남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1일 심우정 법무부 차관의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소식을 밝히면서 “안정적으로 검찰 조직을 이끌고 헌법과 법치주의 수호, 국민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조직, 인사에 능한 ‘기획통’을 낙점한 배경에는 최근 안팎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검찰 조직의 상황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야권의 검사 탄핵,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조사를 둘러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 등을 심 후보자가 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대통령-비서실장-민정수석과 인연 충남 공주 출신인 심 후보자는 서울 휘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연수원 26기로 검사에 임관했다. 검찰 재직 시 주로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기획 부서에 몸담았다. 검찰 재직 시 ‘특수통’이었던 윤 대통령과 기획통인 심 후보자는 근무 연은 많지 않지만 각종 인연으로 얽혀 있다. 심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2015년 2월부터 2017년 8월까지 2년 6개월가량 재직했는데 2015년 2월부터 1년간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2017년 5월부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윤 대통령을 각각 보좌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7월 검사장으로 승진한 심 후보자는 이듬해인 2020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며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참모로 일했다. 그해 11월 추 전 장관이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자 심 후보자는 반대 의견을 피력해 결재 라인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심 후보자는 검찰의 대표적인 ‘기획통’ 출신인 김주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도 인연이 깊다. 심 후보자가 평검사 시절 대검 정책기획과와 법무부 검찰과에 재직할 당시 과장이 김 수석이었고, 중간간부 때인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으로 일할 때는 직속 상관인 검찰국장이 김 수석이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 대통령실과 대검 사이 소통이 원활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심 후보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는 가까운 사이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 후보자의 아버지는 17, 18대 국회의원과 자유선진당 대표 등을 지낸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다. 정진석 실장과 심 전 지사가 과거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연합(자민련) 때부터 정치 활동을 함께 이어온 인연이 있다. 심 후보자의 동생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에서 행정관을 지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용산 관저로 이주하기 전 거주하던 서울 서초구의 주상복합 아파트에 심 후보자도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檢 인사, 특수통에서 기획통으로 심 후보자는 현직인 이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한 기수 높다. 심 후보자가 총장으로 임명되면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김오수 전 총장에 이어 두 번째로 기수 역진 인사가 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총장이 전임이었던 김오수 전 총장보다 7기수가 낮은 파격 인사였다는 점을 고려해 ‘기수 안정화’를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 중반에 들어들면서 특수통보다는 기획통이 중용받는 검찰 인사 기조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는 특수통인 한 대표, 이 총장, 송경호 부산고검장 등이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핵심 보직을 꿰찼다. 반면 올 5월부턴 김 수석의 임명과 이창수 현 서울중앙지검장의 부임 등 기획통으로 여겨지는 검찰 전현직 간부들이 두루 등용됐다. 이날 심 후보자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해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이 총장의 발언에 대해 심 후보자는 “어떤 수사에서도 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검찰 구성원들이 그런 믿음을 갖고 본인들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구성원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심우정 법무부 차관(53·사법연수원 26기)을 지명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 제청을 받고, 심 차관을 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검찰 구성원의 신망이 두텁고 법치주의 확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심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검찰 내 핵심 보직을 거쳤다. 올 1월부터 법무부 차관을 맡고 있다.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그는 특수통인 이원석 검찰총장(27기)보다 한 기수 선배다. 때문에 대대적인 ‘사정(司正) 드라이브’ 보다는 검찰 조직 안정화를 고려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심 후보자는 이날 “엄중한 시기에 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특혜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선 말씀 드리기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1일 심우정 법무부 차관의 검찰총장 지명 소식을 밝히면서 “안정적으로 검찰 조직을 이끌고 헌법과 법치주의 수호, 국민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조직, 인사에 능한 ‘기획통’을 낙점한 배경에는 최근 안팎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검찰 조직의 상황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야권의 검사 탄핵,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조사를 둘러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 등을 심 후보자가 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대통령-비서실장-민정수석과 인연 충남 공주 출신인 심 후보자는 서울 휘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연수원 26기로 검사에 임관했다. 검찰 재직시 주로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기획 부서에서 몸담았다. 검찰 재직 시 ‘특수통’이었던 윤 대통령과 기획통인 심 후보자는 근무연은 많지 않지만 각종 인연으로 얽혀 있다. 심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2015년 2월부터 2017년 8월까지 2년 6개월가량 재직했는데 2015년 2월부터 1년 간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2017년 5월부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윤 대통령을 각각 보좌했다.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7월 검사장으로 승진한 심 후보자는 이듬해인 2020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며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참모로 일했다. 그해 11월 추 전 장관이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자 심 후보자는 반대 의견을 피력해 결재 라인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심 후보자는 검찰의 대표적인 ‘기획통’ 출신인 김주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도 인연이 깊다. 심 후보자가 평검사 시절 대검 정책기획과와 법무부 검찰과에 재직할 당시 과장이 김 수석이었고, 중간간부 때인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으로 일할 때는 직속상관인 검찰국장이 김 수석이었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 대통령실과 대검 사이 소통이 원활해 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심 후보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는 가까운 사이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 후보자의 아버지는 17, 18대 국회의원과 자유선진당 대표 등을 지낸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다. 정진석 실장과 심 전 지사가 과거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연합(자민련) 때부터 정치 활동을 함께 이어온 인연이 있다. 심 후보자의 동생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에서 행정관을 지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용산 관저로 이주하기 전 거주하던 서울 서초구의 주상복합 아파트에 심 후보자도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檢 인사, 특수통에서 기획통으로심 후보자는 현직인 이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한 기수 높다. 심 후보자가 총장으로 임명되면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김오수 전 총장에 이어 두 번째로 기수 역진 인사가 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총장이 전임이었던 김오수 전 총장보다 7기수가 낮은 파격 인사였다는 점을 고려해 ‘기수 안정화’를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윤석열 정부가 집권 중반에 들어들면서 특수통보다는 기획통이 중용받는 검찰 인사 기조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는 특수통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 총장, 송경호 부산고검장 등이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핵심 보직을 꿰찼다. 반면 올 5월부턴 김 수석의 임명과 이창수 현 서울중앙지검장의 부임 등 기획통으로 여겨지는 검찰 전현직 간부들이 두루 등용됐다. 이날 심 후보자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해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이원석 총장의 발언에 대해, 심 후보자는 “어떤 수사에서도 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검찰 구성원들이 그런 믿음을 갖고 본인들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구성원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고급 외제차를 무료로 빌려 타고 수산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영수 전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72)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26일 박 전 특검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박 전 특검에게 금품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46)에게는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특검으로서 어느 공직자보다 공정성, 청렴성 등에서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금품을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박 전 특검은 2020년 김 씨로부터 대여료 250만원 상당의 포르셰 렌터카를 무상으로 지원받고, 86만 원 상당의 수산물을 3차례 받은 혐의로 2022년 기소됐다. 박 전 특검은 이날 곧바로 항소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20일 오후부터 21일 새벽까지 검찰의 대면 조사를 받은 ‘제3의 장소’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위치한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로 확인됐다. 출석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검찰의 입장과 보안 시설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김 여사 측이 입장을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공개 출석 조사를 피했다는 점에서 ‘특혜’ 시비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 측과) 협의 결과 경호와 안전상의 이유로 20일 당청 관할 내 정부 보안청사로 소환해 대면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중앙지검이 관할하는 지역은 종로구, 중구, 강남구, 서초구, 동작구, 관악구인데 그중 종로구에 있는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진명여고가 1989년 이전한 뒤 청와대가 사용해 왔다. 김 여사 측은 조사 전부터 수사팀에 경호와 안전 등을 이유로 우발적인 사고에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시설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여사가 머무르는 관저나 집무실 등으로 찾아가는 방식의 대면 조사는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검찰과 김 여사 측의 장소에 대한 협의가 진행됐고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청사 내 조사실의 경우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판단에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양측 간 조율이 이뤄졌다. 경호처는 김 여사의 동선과 보안 시설 등을 사전에 점검한 뒤 중앙지검이 관할하는 지역의 정부 시설을 제안했고 검찰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및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20일 비공개 대면 조사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예상보다 조사 시점이 빨라지면서 두 사건 모두 무혐의 처분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20일) 대면조사 과정에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먼저 진행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이미 핵심 관계자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비롯해 주가조작 컨트롤타워로 여겨지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이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항소심 재판은 9월 12일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검찰은 항소심 결과를 본 뒤 김 여사에 대한 수사 및 기소 여부도 판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전주(錢主)’로서 김 여사의 주가조작의 적극적인 가담 여부가 쟁점인 상황에서 비슷한 의혹을 받는 관계자들의 법원 판단을 먼저 지켜보겠다는 것이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전주 역할을 한 다른 관계자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받을 경우 김 여사에 대한 기소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20일 검찰이 김 여사를 대면 조사하면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무혐의 판단을 내릴 확률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디올백 수수 의혹의 경우 올 5월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진행하면서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디올백 사건의 경우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달리 쟁점이 복잡하지 않고,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금품 수수 혐의로 처벌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불기소 처분이 내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은 디올백 사건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디올백 가방 실물은 아직까지 제출받지 못했지만 조만간 임의제출 방식을 통해 가방의 보관 상태 등을 확인한 뒤 사건의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11시간 50분간 이뤄졌지만 식사 및 휴식 시간과 조서 열람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조사 시간은 두 사건을 모두 조사하기에 다소 촉박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향후 수사 처분을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최순실이 1위, 정윤회가 2위, 박근혜가 3위.” 2014년 12월 당시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십상시’ 문건 사건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박관천 전 경정은 ‘우리나라 권력 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아냐’면서 이같이 검찰에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하기 2년 전 일이었다. 실제 이 말은 국정농단 수사를 거치면서 근거가 전혀 없는 말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선 “이미 정윤회 사건 때 수사의 단서가 담겨 있었던 거 아니냐”는 얘기가 지금도 회자되기도 한다. 언론사의 기자가 조그만 단서에서 힌트를 얻어 특종을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예기치 않은 단서로 인해 대형 게이트로 비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22년 한 사업가가 정치인에게 10억여 원을 건넸지만 청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돈을 돌려달라고 수사기관에 고소와 민사상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수사가 진행되자 이 정치인이 집 안 천장에 숨겨 놓은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그 속에는 2021년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때 여러 국회의원에게 돈을 뿌린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이 대거 들어 있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안에 있던 단서가 국회의원 수십 명을 연루시킨 ‘돈봉투 전당대회’ 사건으로 번진 것이다. 수사기관에서 단서를 포착하는 것은 첫 단추를 끼우는 것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의외로 수사의 단서가 쉽게 얻어지는 경우가 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선거다. 특히 선거 본선보다도 당내 선거에서 수사의 단서가 우수수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은 지금까지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여겨지는 대장동 의혹이 처음 제기된 때다.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21년 8월 한 언론에서 “이재명 후보님,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기사가 공개되면서 대장동 의혹이 불거졌다. 이 언론사의 기자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측에서 제보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보면 과거 폭로성 전당대회는 명함도 못 내민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진흙탕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까지 서로를 저격한 발언들을 보면 고발장을 입으로 쓰는 것과 다름없어 보이는 수준이다. 한동훈 후보를 향해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는 친윤계 인사의 의혹 제기는 업무방해 혐의가, 한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향해 연 “본인의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는 폭로는 청탁금지법 위반 적용이 되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법조계에선 따져 묻는 경우도 있다. 2007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는 서로를 향해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박근혜의 뒤에는 최태민(최순실의 아버지)이 있다”며 네거티브 공방을 벌였다. 이들 공세는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 수사를 거쳐 일부 사실로 입증됐고, 대통령직을 차지한 두 후보는 끝내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금의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훗날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후보자들 스스로가 돌이켜 봤으면 한다. 유원모 사회부 기자 onemore@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의 수사에 관여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법치주의 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하겠다고 8일 밝혔다.대한변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 탄핵소추권이 남용될 경우 법치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탄핵소추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로지 정치적 목적으로 탄핵을 추진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검사에 대한 탄핵심판제도는 검사가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고 명백히 위반한 경우에 한해 그 법적 책임을 추궁해 파면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위 검사 4인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는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한변협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위 검사들을 조사할 경우 해당 검사들이 기소해 재판 중이 진행 중인 사건들에 대해 외부적 압력으로 작용해 재판의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권력이 수사기관과 사법부를 길들임으로써 사법체계를 훼손하게 되고, 결국 헌정질서와 삼권분립의 근간이 무너지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달 2일 강백신, 김영철, 박상용, 엄희준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대장동 및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 이 대표에 대한 수사 등을 담당했던 검사들이다. 탄핵 대상으로 지목된 검사들의 개별 대응 및 입장 피력도 이어지고 있다. 강백신 성남지청 차장검사는 전날(7일) 밤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범죄자가 법인카드를 100곳에서 불법적으로 사용하여 100곳을 압수수색한 것임에도 ‘100곳이나 압수수색을 하는 등 과잉수사를 했다’는 식의 비난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독 유력자의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비난과 수사팀에 대한 내외부의 압력 및 유력자들의 권한 남용에 의한 검찰 공격이 자행된다”며 “유력자의 범죄를 수사한 검사 개인에 대한 허위사실을 빌미로 한 탄핵 소추의 단계로까지 나아간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측은 8일 입장문을 내고, 이른바 ‘대변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이성윤 의원을 향해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이 지난 금요일 박 검사의 고소 이후 기자들에게 자신은 ‘어떤 검사’라고만 했지 ‘박상용’ 실명을 직접 거론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며 “그러나 법사위 질의 당시 이성윤 의원은 법사위 회의장에 게시한 파워포인트 화면에서 박 검사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통해 ‘박상용’의 이름이 일부 보이게 했다”고 지적했다.이어 “‘똥 저 아니에요’라는 검사가 바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를 수사했던 검사라고 하면서 ‘박상용 검사’가 명시된 이 전 부지사의 편지를 화면에 게시하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이제 와서 박 검사로 특정한 적 없다고 하는 것은 구차한 변명일 뿐 아니라 탄핵소추안의 첫 번째 탄핵 사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검사의 변호인 권창범 변호사는 “이 의원이 사과와 함께 발언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3년 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선 철학 전공자들마저 난색을 표할 만큼 어려워 논란이 된 문제가 등장했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미학과 관련된 지문을 읽고 푸는 문제였다. 그런데 정답률은 수험생의 절반에 가까운 45%에 육박했다. 정반합 등 헤겔 철학의 핵심을 몰라도, 심지어 지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훈련된 기술을 적절히 활용만 하면 문제를 맞힐 수 있게 된 수능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저자들은 현재의 수능이 출제 원리나 정답을 찍는 기술 등이 유출된 ‘해킹’ 사태라고 진단한다. 해킹에는 드라마에 나오는 입시 브로커나 뒷거래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패턴 파악에 재능 있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최근 수년간 수능 및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들여다보면 그만이다. 사교육계의 유명 강사들의 능력이 바로 이런 것이다. 수능 제도가 어떻게 변질돼 왔는지 추적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저자들은 현직 의사와 SF 소설가지만 수능 사설모의고사 출제 경험이 있는 등 사교육 시장의 현장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저자들은 수능 패턴 고착화가 해킹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수능 출제를 담당하는 한국교육평가원의 역대 원장 11명 가운데 3년 임기를 채운 이는 3명에 불과하다.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 출제 오류 등의 비판을 받고 떠나기 십상이다. 저자들은 평가원이 자신들의 보신을 위해서라도 난이도 유지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출제 경향의 고착화, 문제 유형의 경직화가 발생했다고 꼬집는다. 이 틈을 파고들어 사교육 시장의 스타 강사들이 족집게식 문제풀이 방식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수능에 있어 ‘이해’보다 ‘기술’ 습득이 각광받으며 재수생은 늘고, 사교육은 팽창한다. 2024학년도 수능 응시자 중 N수생 비율은 35.2%로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사교육비 총액은 23조4000억 원, 2022년은 26조 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사교육 지출은 늘고 있다. 킬러 문항, 의대 증원, N수생 등 교육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 사회에 유용한 참고서가 될 수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배우 강동원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신입 회원으로 초청됐다. AMPAS는 25일(현지 시간) 올해 신입 회원 초청자 48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영화 ‘브로커’(2022년), ‘반도’(2020년) 등에 출연한 강동원은 배우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2023년)에 출연한 배우 유태오도 명단에 올랐다. 유태오와 함께 주연을 맡은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도 회원으로 초청 받았다. 이 영화의 감독을 맡은 한국계 캐나다 감독인 셀린 송은 감독과 각본가 부문에서 초청이 되는 등 패스트 라이브즈의 주요 배우와 감독이 모두 초청자 명단에 포함됐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영화 ‘헤어질 결심’(2022년)의 조영욱 음악감독은 음악 부문에서 신입 회원 제안을 받았다. 이들이 AMPAS의 초청을 수락하면 정식 회원이 돼 아카데미상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배우 강동원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신입 회원으로 초청됐다. AMPAS는 25일(현지시간) 올해 신입 회원 초청자 48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영화 브로커(2022년), 반도(2020년) 등에 출연한 강동원은 배우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2023년)에 출연한 배우 유태오도 명단에 올랐다. 유태오와 함께 주연을 맡은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도 회원에 초청 받았다. 이 영화의 감독을 맡은 한국계 캐나다 감독인 셀린 송은 감독과 각본가 부문에서 초청이 되는 등 패스트 라이브즈의 주요 배우와 감독이 모두 초청자 명단에 포함됐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영화 헤어질 결심(2022년)의 조영욱 음악감독은 음악 부문에서 신입 회원 제안을 받았다. 이들이 AMPAS의 초청을 수락하면 정식 회원이 돼 아카데미상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영화인들은 2015년부터 아카데미 회원으로 가입했다. 배우 송강호 최민식과 봉준호 임권택 감독을 시작으로, 박찬욱 이창동 홍상수 임순례 감독, 배우 이병헌 배두나 하정우 김민희 조진웅 등이 회원 자격을 얻었다. 2020년에는 영화 ‘기생충’ 출연진인 최우식 장혜진 조여정 이정은 박소담이 한꺼번에 초청됐고, 2021년에는 배우 윤여정, 지난해에는 배우 박해일이 초청받았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21일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방통위법) 입법청문회를 열고 현재 방통위의 2인 체제 운영이 위법하다며 비판했다. 이에 방통위는 “바람직하진 않지만 위법은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공방을 벌였다. 이날 청문회는 여당이 불참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야당 의원만 참석했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2인 체제 위법성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불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국회에서 상임위원 선임을 완료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법상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5인의 방통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구이지만 지난해 8월부터는 2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민주당 김현 의원이 “지난해 12월 법원에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의 해임이 부당하다고 판결하며 2인 체제의 결정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질의하자 김 위원장은 “2인 체제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사퇴 의향을 묻는 민주당 노종면 의원의 질의에 김 위원장은 “없다”고 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사퇴 의사가 없다면 입법부에서는 탄핵이란 방법으로 국민이 명하는 해고를 실행에 옮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방통위의 의사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늘리도록 한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해선 “의사정족수를 정해버리면 회의를 열게 되는 재의가 엄격해지고, 시급한 현안에 대한 대처와 기한이 정해져 있는 안건에 대해 즉시 처리 못 할 문제도 있다”고 했다. 올 8월로 임기가 끝나는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진 개편을 앞두고,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진 교체에 나설지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현행법상 임기가 만료되는데 방기하고 있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현행법대로 준비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대통령이 KBS, MBC, EBS 사장을 뽑는 데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방송3법이 상임위에서 통과됐다”며 “그 법이 통과된 후 방문진 이사 선임에 들어가 줄 것을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