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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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raphy@donga.com

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여행54%
경제일반27%
문화 일반13%
교육3%
국제교류3%
  • 바다와 도시 사이, 세부의 올 인 원 리조트 누스타

    필리핀 세부시티의 NUSTAR 리조트는 메트로 마닐라 외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5성급 호텔이다. 막탄-세부 국제공항에서 차량으로 약 30분, 막탄에서 보트를 타고 약 2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총 22에이커 규모의 부지에는 호텔, 카지노, 명품 쇼핑몰, 레스토랑, 영화관, 공연장, 컨벤션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숙박 뿐 아니라 즐길거리와 업무까지 모두 한 자리에서 해결하는 ‘올 인 원(All in One)’ 복합 명품 리조트를 추구한다. 리조트 로비에 도착하면 직원이 쟁반에 담아 온 망고주스 웰컴드링크가 반긴다. 리조트 로비에 들어서면 라운지 천장에는 체코 예술가 페트라 소시타코바가 만든 수공예 유리 작품인 ‘산호의 꿈’이 전시돼 있다. 막탄섬과 보홀섬같은 필리핀 바닷 속 풍경을 호텔 라운지에서 재현하는 것은 현지화된 럭셔리의 극치를 보여준다. 호텔 총지배인 로엘 콘스탄티노는 “진정한 필리핀식 환대를 통해 따뜻함과 배려가 깃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모토”라고 소개했다. 야외 수영장은 2곳이 있다. 4층 인피니티풀은 바다와 도시 스카이라인을 한 눈에 담는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세부항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바라보며 즐기는 풀장은 로맨틱한 분위기로, 연인이나 가족끼리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5층에 있는 라운지형 야외 수영장은 커다란 원형풀장이 두개가 있다. 선베드에 누우면 필리핀에서 가장 긴 해상교량(길이 8.9km)인 ‘세부-코르도바 고속화 대교(CCLEX)’의 풍경이 펼쳐진다.누스타 리조트 객실은 총 3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2022년 오픈한 필리핀 최초의 정통 5성급 브랜드 호텔인 필리 호텔(379객실)은 ‘머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해 8월 오픈한 누스타(Nustar) 호텔은 223개 전객실 오션뷰와 스마트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방마다 전담 버틀러가 배치돼 있다. 23층에 있는 이그제큐티브 클럽 라운지(Executive Club Lounge)에서는 조식과 애프터눈티, 저녁 칵테일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2027년에는 세 번째로 ‘그랜드 서밋’이 문을 열 계획이다. 그랜드 서밋은 400실 규모의 4성급 비즈니스, 마이스(MICE) 중심 호텔이다. 누스타몰에는 루이뷔통, 생로랑, 베르사체 등 럭셔리 브랜드가 한자리에 몰려 있다. 프리미어 시네마에서는 돌비 디지털 서라운드 시스템을 갖춘 몰입감 넘치는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가족 여행객에게는 실내 엔터테인먼트 공간인 ‘Break 100’이 인기다. 스크린 골프, 스크린 야구, 농구, 축구와 사격 시뮬레이터, 레이싱 드라이브 등 실내에서도 충분히 액티브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누스타에는 내년 말 바다와 도시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유리로 된 ‘스카이덱’ 전망대도 오픈할 예정이다. 누스타 미식의 중심에는 홍콩식 북경오리 전문으로 알려진 럭셔리 다이닝 레스토랑 ‘모트(Mott) 32’가 있다. 이 레스토랑은 ‘애플우드 로스트 덕’과 수제 딤섬, 프라임 비프 요리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포비든 로즈, 제이드 로드, 하나미와 같은 시그니처 칵테일도 유명하다. 또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 프리모(Il Primo)’에서는 바라쿠다 생선요리가 맛있고, ‘피나(FINA)’에서는 커다란 바나나잎에 펼쳐져 나오는 필리핀 정통요리를 맛볼 수 있다. 누스타 뷔페에는 한국식 김치는 물론 상큼한 필리핀식 망고김치도 나온다. 마리아 크리스티나 크루즈 세일즈 이사는 “요즘 한국의 허니무너들은 유럽보다 가까운 곳에서 럭셔리하게 쉬는 것을 선호한다고 들었다”며 “한국의 신혼여행 트렌드의 변화에 가장 걸맞는 호텔”이라고 소개했다. 세부=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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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등산 붐’에 이어 서울 예술관광으로”

    “서울은 겨울에 엄청 추운 곳입니다. 청계천 물길 위에서 펼쳐지는 ‘빛초롱축제’와 광화문 마켓은 서울의 밤풍경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마법 같은 축제입니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사진)는 코로나 이후 4년 넘게 서울의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서울달’과 ‘서울컬처라운지’, ‘서울썸머비치’와 ‘서울빛초롱축제’처럼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축제를 확대해 왔다. 그중에서도 ‘서울 등산관광센터’는 ‘K등산 붐’을 일으켰다. ―서울 등산관광센터 열게 된 과정은.“언젠가 독일에서 온 지인이 ‘서울은 지하철로 30분 거리에 명산이 있어 너무 좋다’고 하더군요. 이 말에 영감을 얻어 ‘등산 관광’을 기획하게 됐어요. 탈의와 샤워 시설을 갖춘 등산관광센터를 북한산, 북악산, 관악산에 3호점까지 오픈했습니다. 외국인에게 등산화, 등산복, 스틱, 장갑, 모자까지 등산용품을 빌려주고, 세탁해서 재사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죠. 누적 방문객 1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서울 빛초롱축제를 우이천까지 확장한 배경은.“우이천은 북한산을 조망하며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도심 속 힐링 공간입니다. ‘수변감성도시’라는 서울시의 시정 목표에 맞춰 축제를 한강의 지천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3000만 외래 관광객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은.“파리와 런던, 뉴욕은 세계적인 미술관들로 매년 수많은 방문객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서울도 ‘예술관광’으로 활로를 찾아야 합니다. 총 83개 민관기관이 참여하는 ‘서울예술관광얼라이언스(SATA)’를 통해 지속 가능한 예술관광 콘텐츠를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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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0만 외래관광객 유치를 위한 한겨울의 따뜻한 등불축제”

    “서울의 외래 관광객이 지난해 1200만 명, 올해는 2000만 명이 넘게 됐습니다. 청계천빛초롱축제를 비롯한 ‘K컬처’로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2025 서울빛초롱축제’와 ‘2025 광화문 마켓’이 이달 12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스산한 겨울, 서울의 밤거리를 따스하게 밝혀주는 점등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올해로 17주년을 맞은 서울빛초롱축제는 ‘나의 빛, 우리의 꿈, 서울의 마법’을 주제로 2026년 1월 4일까지 24일간 진행된다. 청계천 일대(청계광장∼삼일교, 오간수교)와 우이천을 아우르며, 전통 한지 등(燈)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5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작년 행사의 경우 총 328만 명이 축제 현장을 찾았고, 축제 당시 청계광장 일대 유동 인구는 외지인 80%, 외국인 관광객이 60% 이상 증가하는 직접적인 효과를 냈다. 12일 공식 오픈 이후 주말 사이에만 무려 108만 명이 몰렸다. 이 추세면, 역대 최대 기록인 400만 명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청계천이 시작되는 지점의 폭포 앞에는 1887년 경복궁 건청궁에서 최초로 전등이 켜진 역사적 순간을 발광다이오드(LED) 영상과 한지 등으로 재현했다. 어머니와 함께 붓글씨를 공부하던 한석봉의 ‘형설지공(螢雪之功)’ 시대를 지나 전깃불이 들어오고, 전차가 다니며 ‘빛’의 속도로 발전해 온 개화기를 표현한 작품들이 이어진다. 내년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선보이는 8마리의 ‘말 조형물’도 소셜미디어 포인트로 꼽힌다. 말의 기운으로 힘차게 새해를 연다는 상징이다.이어 K컬처 모티브 ‘갓등’, 청계천 복원 20주년 기념작 ‘청계의 빛’, 15m 공중 조형물 ‘서울달’ 등이 청계천 주변을 밝힌다. 삼일교 ‘빛의 오로라’는 워터 스크린 구조에 빛을 쏘아 몽환적인 느낌을 만들어 낸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우이천 구간으로의 확장이다. ‘우이교∼쌍한교’ 350m 구간에 ‘소울 라이트(Soul Light)’라는 테마로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다. 지난해 서울빛초롱축제를 빛냈던 어가 행렬이 우이천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광화문광장은 이달 31일까지 20일간 유럽 감성의 ‘겨울동화 속 산타마을’로 꾸며 변신한다. 올해 마켓은 광화문광장을 △산타마을 입구 △산타마을 놀이광장 △산타마을 마켓 빌리지 3개의 테마공간으로 구성하여 방문객을 맞이한다. 산타마을 입구는 호두까기 인형의 집부터 진저브레드 쿠키의 집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포토존을 조성했으며 산타마을 놀이광장에는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루돌프 회전목마를 설치했다. 산타마을 마켓 빌리지는 크리스마스 시즌 소품, 수공예품, 먹거리 등을 판매하는 마켓 부스를 운영해 소상공인들의 상품과 겨울 간식을 만날 수 있다. 올해 광화문 마켓에는 다양한 기관과 기업이 참여하는 ‘파트너 부스’를 마련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옥스팜 코리아, 세계교육문화원뿐 아니라 디즈니코리아(아바타: 불과 재), 바버(Barbour), 네스프레소(Nespresso) 등 글로벌 협업 파트너들의 브랜드 체험존도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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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0만 외래관광객 유치를 위한 한겨울의 따뜻한 등불축제”

    “서울의 외래 관광객이 지난해 1200만 명, 올해는 2000만 명이 넘게 됐습니다. 청계천빛초롱축제를 비롯한 ‘K컬처’로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2025 서울빛초롱축제’와 ‘2025 광화문 마켓’이 이달 12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스산한 겨울, 서울의 밤거리를 따스하게 밝혀주는 점등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올해로 17주년을 맞은 서울빛초롱축제는 ‘나의 빛, 우리의 꿈, 서울의 마법’을 주제로 2026년 1월 4일까지 24일간 진행된다. 청계천 일대(청계광장~삼일교, 오간수교)와 우이천을 아우르며, 전통 한지 등(燈)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5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한국관광공사의 관광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작년 행사의 경우 총 328만 명이 축제 현장을 찾았고, 축제 당시 청계광장 일대 유동 인구는 외지인 80%, 외국인 관광객이 60% 이상 증가하는 직접적인 효과를 냈다. 12일 공식 오픈 이후 주말 사이에만 무려 108만 명이 몰렸다. 이 추세면, 역대 최대 기록인 400만 명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청계천이 시작되는 지점의 폭포 앞에는 1887년 경복궁 건청궁에서 최초로 전등이 켜진 역사적 순간을 발광다이오드(LED) 영상과 한지 등으로 재현했다. 어머니와 함께 붓글씨를 공부하던 한석봉의 ‘형설지공(螢雪之功)’ 시대를 지나 전깃불이 들어오고, 전차가 다니며 ‘빛’의 속도로 발전해 온 개화기를 표현한 작품들이 이어진다.내년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선보이는 8마리의 ‘말 조형물’도 소셜미디어 포인트로 꼽힌다. 말의 기운으로 힘차게 새해를 연다는 상징이다.이어 K컬처 모티브 ‘갓등’, 청계천 복원 20주년 기념작 ‘청계의 빛’, 15m 공중 조형물 ‘서울달’ 등이 청계천 주변을 밝힌다. 삼일교 ‘빛의 오로라’는 워터 스크린 구조에 빛을 쏘아 몽환적인 느낌을 만들어 낸다.특히 이번 축제에서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우이천 구간으로의 확장이다. ‘우이교~쌍한교’ 350m 구간에 ‘소울 라이트(Soul Light)’라는 테마로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다. 지난해 서울빛초롱축제를 빛냈던 어가 행렬이 우이천을 화려하게 장식한다.광화문광장은 이달 31일까지 20일간 유럽 감성의 ‘겨울동화 속 산타마을’로 꾸며 변신한다. 올해 마켓은 광화문광장을 △산타마을 입구 △산타마을 놀이광장 △산타마을 마켓 빌리지 3개의 테마공간으로 구성하여 방문객을 맞이한다.산타마을 입구는 호두까기 인형의 집부터 진저브레드 쿠키의 집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포토존을 조성했으며 산타마을 놀이광장에는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루돌프 회전목마를 설치했다. 산타마을 마켓 빌리지는 크리스마스 시즌 소품, 수공예품, 먹거리 등을 판매하는 마켓 부스를 운영해 소상공인들의 상품과 겨울 간식을 만날 수 있다.올해 광화문 마켓에는 다양한 기관과 기업이 참여하는 ‘파트너 부스’를 마련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옥스팜 코리아, 세계교육문화원뿐 아니라 디즈니코리아(아바타: 불과 재), 바버(Barbour), 네스프레소(Nespresso) 등 글로벌 협업 파트너들의 브랜드 체험존도 있다.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 인터뷰“서울은 겨울에 엄청 춥고 스산한 곳입니다. 청계천 물길 위에서 펼쳐지는 ‘빛초롱축제’와 광화문 마켓은 서울의 밤풍경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마법같은 축제입니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는 코로나 이후 4년 넘게 서울의 외래관광객 유치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다. 여의도 야경을 볼 수 있는 ‘서울달’을 비롯해 ‘서울컬처라운지’, ‘청계소울오션’ 등 한국을 알리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서울썸머비치’와 ‘서울빛초롱축제’ ‘광화문 마켓’처럼 계절에 따라 관광객과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도 매년 확대해왔다. 그 중에서도 ‘서울 등산관광센터’는 외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K등산 붐’을 일으켰다. “2021년 취임했을 때 코로나라 관광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할 때라고 생각했죠. 때마침 독일에서 온 지인이 ‘서울에 오니까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게 너무 좋다. 산에 있는 절이 너무 아름답다’고 하시더군요. 유럽 국가에서는 도시에서 산에 가려면 최소 6시간은 차를 타고 가야해요. 동남아 국가에서는 산이 정글이라 들어갈 수가 없죠. 반면 지하철을 타면 30분 거리에 명산을 찾을 수 있는 도시는 세계에서 거의 없습니다. 이 말에 영감을 얻어 외국인도 쉽게 서울 산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등산관광’을 기획했습니다.”―서울 등산관광센터 열게 된 과정은. “외국인 관광객 30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서울의 산에 가고 싶다는 사람이 85%였어요. 그런데 등산화나 스틱 등 부피가 큰 등산용품이 없어 산에 가기 불편하다는 이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서울관광재단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등산용품을 렌탈해주는 사업을 시작했어요. 탈의시설, 샤워시설을 갖춘 등산관광센터를 북한산에 1호점, 북악산에 2호점, 관악산에 3호점이 잇달아 오픈했습니다. 외국인에게 등산화, 등산복, 스틱, 장갑, 모자까지 등산용품을 저렴하게 빌려주고, 세탁까지 해서 채워넣는 시스템을 개발했죠. 전례가 없던 일이라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센터 부지를 찾아내고, 등산용품 세척 업체, 운영 가이드라인 등 직원들과 함께 백지상태에서 일궈온 사업이라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등산관광센터는 올해 6월 누적방문객 10만 명이 넘었습니다. 각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하겠다고 연락이 오고 있는 걸 보면 ‘K-등산’이라는 새로운 한류를 이끌었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서울 빛초롱축제를 청계천 뿐 아니라 우이천까지 확장한 배경은.“서울시의 주요 시정 목표 중 하나는 ‘수변감성도시’입니다. ‘물에 비친 한지 등불’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서울 빛초롱축제는 그 대표적인 사업이죠. 청계천 뿐 아니라 한강의 지천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우이천은 북한산을 조망하며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물멍’과 ‘산멍’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관광 미래비전 3377’(3천만 외래 관광객 유치, 1인당 지출액 300만원, 체류일 7일, 재방문 70%) 전략을 선포한 바 있다. 길 대표는 “3000만 외래관광객을 달성하기 위해 ‘예술관광’ 활성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에 관광객이 몰려오는 이유는 ‘케데헌’ ‘오징어게임’ 등을 비롯한 K팝, K드라마, K푸드 등 한류붐 덕분입니다. 그런데 이런 붐은 언젠가는 변곡점이 있을 수 밖에 없죠. 그걸 대비해서 ‘포스트 한류’를 예술로 잡았습니다. 파리와 런던, 뉴욕의 공통점은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자리하고 있어 매년 수많은 방문객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국내 예술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공연시장 규모는 사상최초로 1조 2000억 원을 넘어섰고, 한국 미술 시장은 3배로 커졌습니다. 서울도 미술과 뮤지컬, 오케스트라 등 예술을 감상하는 관광으로 재방문율을 크게 높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공연, 전시, 관광 분야 총 83개사가 참여하는 국내 최대 예술관광 민관협의체인 ‘서울예술관광얼라이언스(SATA)’를 발족했습니다. 지난 9월에는 키아프 서울(Kiaf SEOUL)과 협력해 화랑 투어를 진행했고, 10~11월에는 외국인 대상으로 예술 투어인 ‘ARTS IN SEOUL’을 15회, 외국인 200여 명 대상으로 시범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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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틀가와 안동소주에 담긴 슬픈 ‘사랑과 영혼’[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안동에서는 술이 유명하다. 도수가 높은 안동소주다. 그런가하면 고택에서는 어르신들이 지금도 최고급 품질의 안동포를 짜고 있다. 1년에도 수차례 제사를 지내고, 손님을 맞이해 온 선비들의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 전통이 낳은 안동의 독특한 문화다. 코레일관광개발이 농림축산식품부, 안동시, 한식진흥원과 함께 기획한 ‘K-미식 전통주 벨트 팝업열차’를 타고 안동의 미식을 체험했다. ● 조선판 ‘사랑과 영혼’경북 안동에서 MZ세대들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는 월영교다. 길이 387m의 월영교는 국내에서 가장 긴 목책교다. 보름달이 휘영청 뜬 날 찾아가니 더욱 감동적이다. 천연색 조명으로 빛나는 분수가 곡사포처럼 쏘아지는 호수 위로 초승달 모양 문보트(Moon Boat)가 떠다닌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월영교는 미투리를 형상화한 모습이라고 한다. 미투리가 무엇일까? 볏짚으로 만든 짚신처럼 생겼는데, 좀 더 질겨 품질 좋은 신이다. 대마 껍질로 만든 삼(麻)줄로 짰다. 1998년 안동 택지개발지구에서 고성 이 씨 이응태(1556~1586)의 무덤이 발견됐다. 31세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인의 시신 위에는 한글로 쓴 편지와 미투리가 놓여 있었다. 세상을 떠난 남편을 위해 아내가 넣어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두 사람이 머리 희어지도록 같이 살다가 죽자’고 하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찾아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세요.”가로 58.5cm, 세로 34cm 종이에는 빽빽하게 한글이 쓰여져 있었다.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내 ‘원이 엄마’의 편지였다.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했을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라는 구절은 조선 시대 부부 사랑이 요즘 MZ세대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 미투리는 삼으로 만들기 때문에 황토색을 띠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미투리는 검은 실처럼 보이는 것이 엉켜져 있었다. DNA를 검사한 결과 삼과 머리카락을 엮어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아내가 ‘하늘나라에 가서라도 이 신을 신고 내게 돌아와 달라’는 염원을 담아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미투리를 삼은 것이다. 이튿날. 경북 안동시 임하면 금소마을의 고택 ‘금곡재(金谷齋)’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청마루에 하얀 한복에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 세 분이 앉아 있었다. 할머니들은 대마 속껍질을 가늘게 쪼개 삼실을 꼬아내며 ‘베틀가’를 불렀다. “베틀 놓세 베틀 놓세 옥난간에 베틀 놓세~ 옆집이야 김 선비야 뒷집이야 이 선비야. 다른 선비는 다 오는데 우리 선비는 왜 안 오노. 오기사야 온다마는 칠성판에 실려 온다. 아이고 답답 내 일이야…”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 나오는 할머니들처럼 나지막한 목소리에 반복되는 가락과 리듬. 구성진 노동요를 듣다가 500년 전 황망하게 죽은 남편에게 편지를 썼던 원이 엄마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그만 눈물이 또로록 떨어졌다.과거를 보러간 남편. 앞집의 김 선비도, 뒷집의 이 선비도 돌아오는데, 우리 집 남편은 왜 안 돌아오는 것일까. 결국 남편은 칠성판(관 바닥에 까는 널조각)에 실려 오고야 말았다. 금소마을은 고택이 즐비한 골목길 사이로 작은 시냇물이 흐르는 예쁜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안동포 짜기 마을’이란 간판이 서 있다. 한때는 이 마을에서 안동포 짜는 사람이 800명을 넘었다고 한다. 지금도 나이 든 주민 40여 명이 삼베 짜는 일을 하고 있다. 삼베 원료는 대마다. 그래서 마을 곳곳에 있는 대마밭에는 ‘경찰이 폐쇄회로(CC)TV로 감시 중’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환각성분이 들어 있는 대마 잎을 따 갈 경우 적발된다는 경고문이다. 안동포전수관 앞마당 빨랫줄에 갈색 삼줄이 길게 늘어져 마르고 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긴 머리카락처럼 바람에 흩날리는 갈색 삼줄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유교식 봉제사(奉祭祀) 전통을 잘 지켰던 안동 선비들은 부모가 돌아가실 경우 삼베옷을 입고 삼년상을 치렀다. 3년 동안 입어도 잘 해지지 않는 안동포는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대마민국’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금소마을은 대마를 테마로 한 다양한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다. 농협 창고를 개조한 카페에서는 ‘대마씨(햄프씨드) 차’와 목련차를 마실 수 있다. 볶은 대마씨앗을 우려낸 차는 구수한 숭늉이나 현미차 맛이 난다.대마의 환각성분은 대마 잎과 꽃에 고농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환각성분이 없는 씨앗을 볶아서 만든 차는 영양성분이 많은 슈퍼푸드로 알려져 있다.금소마을에서는 대마밭에서의 명상, 대마 뿌리를 넣은 닭백숙 식사, 대마 줄기로 만든 소원등(燈) 띄우기를 비롯해 대마를 테마로 한 여러 체험도 할 수 있다. ● 안동소주를 찾아서 “이 투명한 술을 눈으로 먼저 음미한 뒤, 흔들어서 향을 맡아 봅시다. 그리고 입술을 한번 적셔 보세요. 달짝지근함은 쌀의 단맛이예요. 술 한 모금을 3초 동안 천천히 삼키면서 코로 숨을 내쉬어 보세요. 뜨듯한 온기가 착 내려가면서 코로 향이 싹 나오죠?” (명인안동소주 박춘우 본부장)대한민국 식품명인 제6호 박재서 명인의 ‘명인 안동소주’에는 가문의 500년 술 빚는 전통을 보여 주는 안동소주역사관이 있다. 반남 박 씨 25대손 박재서 명인의 정통성을 그대로 계승해 안동소주를 빚는 공간이다. 체험장에서는 21도, 35도, 45도 소주를 맛볼 수 있다. 막 증류돼 흘러나오는 78도짜리 소주 원액을 잔에 받아서 마셔 볼 수도 있다. 살짝 탄 누룽지 같은 쌀의 향이 남아 있는 78도짜리 소주는 높은 도수에도 ‘발렌타인 30년’ ‘로열살루트’ 부럽지 않을 정도로 목 넘김이 부드러웠다.그런데 목을 지나 몸속으로 들어간 소주가 식도와 위를 지나 장 속으로 흐르며 뱃속이 뜨듯해진다. 그래서 안동소주를 ‘내장 확인주’라고 부르는가 보다. ‘안동소주 하이볼’도 만들어 본다. 얼음을 넣은 잔에 45도 안동소주와 탄산수, 레몬 슬라이스를 섞고 블루 퀴라소 시럽을 더하면 푸른색 하이볼이 완성된다. 안동소주 하이볼은 위스키 하이볼보다 깔끔한 맛으로, 몰디브에서 마시는 모히또 한잔처럼 청량했다. 명인의 손에서 탄생한 안동소주 한잔에는 500년의 세월이 오롯이 담겨 있지만, 마시는 방법은 현대인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었다. 농암 이현보 종택 근처에 있는 맹개마을에서는 직접 재배한 밀로 진맥소주를 빚는 귀농 부부가 산다.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선 학소대 앞을 휘돌아나가는 낙동강 상류를 트랙터를 타거나 징검다리를 건너야 도착할 수 있는 그림 같은 마을이다.부부는 이곳 9만9000㎡(3만 평) 땅에 밀을 심었다. 그리고 조선시대 음식 조리책 수운잡방(需雲雜方·보물 제2134호)에서 밀로 빚는 ‘진맥(眞麥)소주’ 제조법을 찾아 재현해 냈다.“안동소주는 몽골 지배의 산물입니다. 고려 왕실은 태자를 볼모로 몽골로 보내 몽골 공주와 결혼시켜 부마국이 되지요. 이때 들여온 것이 몽골 증류주였죠. 안동은 고려말 충렬왕, 공민왕 때 2번에 걸쳐 임시 수도가 됐기 때문에 소주 문화가 자리잡게 됩니다.”진맥소주를 만드는 맹개마을 박성호 이사는 책 ‘안동소주’를 썼다. 박 이사는 “본래 페르시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 연금술사가 발명한 증류주가 몽골 제국의 서방 원정 과정에서 전파돼 고려까지 전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몽골이 일본 정벌의 전초기지로 탐라총관부를 둔 제주에서도 ‘고소리술’이라는 증류주 문화가 발달한 것처럼, 고려 임시 수도 역할을 한 안동에서도 소주 문화가 정착하게 됐다는 얘기다.●안동찜닭 골목=안동 구시장에 가면 안동찜닭 원조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안동찜닭 골목’이 있다. 골목을 걷다 보면 ‘찜닭’ 간판을 내건 30여 가게들이 양쪽으로 이어진다. 집집마다 외부에 화로를 내놓고 섭씨 400도의 강한 불에서 닭을 졸여 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안동찜닭은 안동 반가(班家)의 접대 음식인 ‘닭찜’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안동 장 씨(장계향)가 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는 어린 닭을 이용한 닭찜 조리법이 자세하게 나온다. 안동 전통 닭찜은 비교적 맑은 간장 국물로 담백하게 조리했다. 그런데 현대적인 맛과 비주얼의 안동찜닭은 1980년대 후반 안동 구시장 닭 골목에서 탄생했다. 구시장 상인들은 서양식 프라이드 치킨에 맞서기 위해 닭조림(닭찜)에 굵게 썬 감자와 당근, 당면을 넣고 간장소스로 맛을 낸 요리를 개발했다. 좀 더 맵고, 달고, 양도 풍부한 안동찜닭이 현대 안동의 향토음식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안동=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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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틀가와 안동소주에 담긴 슬픈 ‘사랑과 영혼’[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안동에서는 술이 유명하다. 도수가 높은 안동소주다. 그런가하면 고택에서는 어르신들이 지금도 최고급 품질의 안동포를 짜고 있다. 1년에도 수차례 제사를 지내고, 손님을 맞이해 온 선비들의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 전통이 낳은 안동의 독특한 문화다. 코레일관광개발이 농림축산식품부, 안동시, 한식진흥원과 함께 기획한 ‘K-미식 전통주 벨트 팝업열차’를 타고 안동의 미식을 체험했다. ● 조선판 ‘사랑과 영혼’경북 안동에서 MZ세대들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는 월영교다. 길이 387m의 월영교는 국내에서 가장 긴 목책교다. 보름달이 휘영청 뜬 날 찾아가니 더욱 감동적이다. 천연색 조명으로 빛나는 분수가 곡사포처럼 쏘아지는 호수 위로 초승달 모양 문보트(Moon Boat)가 떠다닌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월영교는 미투리를 형상화한 모습이라고 한다. 미투리가 무엇일까? 볏짚으로 만든 짚신처럼 생겼는데, 좀 더 질겨 품질 좋은 신이다. 대마 껍질로 만든 삼(麻)줄로 짰다. 1998년 안동 택지개발지구에서 고성 이 씨 이응태(1556∼1586)의 무덤이 발견됐다. 31세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인의 시신 위에는 한글로 쓴 편지와 미투리가 놓여 있었다. 세상을 떠난 남편을 위해 아내가 넣어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두 사람이 머리 희어지도록 같이 살다가 죽자’고 하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찾아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세요.” 가로 58.5cm, 세로 34cm 종이에는 빽빽하게 한글이 쓰여져 있었다.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내 ‘원이 엄마’의 편지였다.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했을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라는 구절은 조선 시대 부부 사랑이 요즘 MZ세대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 미투리는 삼으로 만들기 때문에 황토색을 띠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미투리는 검은 실처럼 보이는 것이 엉켜져 있었다. DNA를 검사한 결과 삼과 머리카락을 엮어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아내가 ‘하늘나라에 가서라도 이 신을 신고 내게 돌아와 달라’는 염원을 담아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미투리를 삼은 것이다. 이튿날. 경북 안동시 임하면 금소마을의 고택 ‘금곡재(金谷齋)’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청마루에 하얀 한복에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 세 분이 앉아 있었다. 할머니들은 대마 속껍질을 가늘게 쪼개 삼실을 꼬아내며 ‘베틀가’를 불렀다. “베틀 놓세 베틀 놓세 옥난간에 베틀 놓세∼ 옆집이야 김 선비야 뒷집이야 이 선비야. 다른 선비는 다 오는데 우리 선비는 왜 안 오노. 오기사야 온다마는 칠성판에 실려 온다. 아이고 답답 내 일이야…”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 나오는 할머니들처럼 나지막한 목소리에 반복되는 가락과 리듬. 구성진 노동요를 듣다가 500년 전 황망하게 죽은 남편에게 편지를 썼던 원이 엄마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그만 눈물이 또로록 떨어졌다. 과거를 보러간 남편. 앞집의 김 선비도, 뒷집의 이 선비도 돌아오는데, 우리 집 남편은 왜 안 돌아오는 것일까. 결국 남편은 칠성판(관 바닥에 까는 널조각)에 실려 오고야 말았다. 금소마을은 고택이 즐비한 골목길 사이로 작은 시냇물이 흐르는 예쁜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안동포 짜기 마을’이란 간판이 서 있다. 한때는 이 마을에서 안동포 짜는 사람이 800명을 넘었다고 한다. 지금도 나이 든 주민 40여 명이 삼베 짜는 일을 하고 있다. 삼베 원료는 대마다. 그래서 마을 곳곳에 있는 대마밭에는 ‘경찰이 폐쇄회로(CC)TV로 감시 중’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환각성분이 들어 있는 대마 잎을 따 갈 경우 적발된다는 경고문이다. 안동포전수관 앞마당 빨랫줄에 갈색 삼줄이 길게 늘어져 마르고 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긴 머리카락처럼 바람에 흩날리는 갈색 삼줄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유교식 봉제사(奉祭祀) 전통을 잘 지켰던 안동 선비들은 부모가 돌아가실 경우 삼베옷을 입고 삼년상을 치렀다. 3년 동안 입어도 잘 해지지 않는 안동포는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대마민국’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금소마을은 대마를 테마로 한 다양한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다. 농협 창고를 개조한 카페에서는 ‘대마씨(햄프씨드) 차’와 목련차를 마실 수 있다. 볶은 대마씨앗을 우려낸 차는 구수한 숭늉이나 현미차 맛이 난다. 대마의 환각성분은 대마 잎과 꽃에 고농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환각성분이 없는 씨앗을 볶아서 만든 차는 영양성분이 많은 슈퍼푸드로 알려져 있다. 금소마을에서는 대마밭에서의 명상, 대마 뿌리를 넣은 닭백숙 식사, 대마 줄기로 만든 소원등(燈) 띄우기를 비롯해 대마를 테마로 한 여러 체험도 할 수 있다. ● 안동소주를 찾아서 “이 투명한 술을 눈으로 먼저 음미한 뒤, 흔들어서 향을 맡아 봅시다. 그리고 입술을 한번 적셔 보세요. 달짝지근함은 쌀의 단맛이예요. 술 한 모금을 3초 동안 천천히 삼키면서 코로 숨을 내쉬어 보세요. 뜨듯한 온기가 착 내려가면서 코로 향이 싹 나오죠?” (명인안동소주 박춘우 본부장)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6호 박재서 명인의 ‘명인 안동소주’에는 가문의 500년 술 빚는 전통을 보여 주는 안동소주역사관이 있다. 반남 박 씨 25대손 박재서 명인의 정통성을 그대로 계승해 안동소주를 빚는 공간이다. 체험장에서는 21도, 35도, 45도 소주를 맛볼 수 있다. 막 증류돼 흘러나오는 78도짜리 소주 원액을 잔에 받아서 마셔 볼 수도 있다. 살짝 탄 누룽지 같은 쌀의 향이 남아 있는 78도짜리 소주는 높은 도수에도 ‘발렌타인 30년’ ‘로열살루트’ 부럽지 않을 정도로 목 넘김이 부드러웠다. 그런데 목을 지나 몸속으로 들어간 소주가 식도와 위를 지나 장 속으로 흐르며 뱃속이 뜨듯해진다. 그래서 안동소주를 ‘내장 확인주’라고 부르는가 보다. ‘안동소주 하이볼’도 만들어 본다. 얼음을 넣은 잔에 45도 안동소주와 탄산수, 레몬 슬라이스를 섞고 블루 퀴라소 시럽을 더하면 푸른색 하이볼이 완성된다. 안동소주 하이볼은 위스키 하이볼보다 깔끔한 맛으로, 몰디브에서 마시는 모히또 한잔처럼 청량했다. 명인의 손에서 탄생한 안동소주 한잔에는 500년의 세월이 오롯이 담겨 있지만, 마시는 방법은 현대인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었다. 농암 이현보 종택 근처에 있는 맹개마을에서는 직접 재배한 밀로 진맥소주를 빚는 귀농 부부가 산다.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선 학소대 앞을 휘돌아나가는 낙동강 상류를 트랙터를 타거나 징검다리를 건너야 도착할 수 있는 그림 같은 마을이다. 부부는 이곳 9만9000㎡(3만 평) 땅에 밀을 심었다. 그리고 조선시대 음식 조리책 수운잡방(需雲雜方·보물 제2134호)에서 밀로 빚는 ‘진맥(眞麥)소주’ 제조법을 찾아 재현해 냈다. “안동소주는 몽골 지배의 산물입니다. 고려 왕실은 태자를 볼모로 몽골로 보내 몽골 공주와 결혼시켜 부마국이 되지요. 이때 들여온 것이 몽골 증류주였죠. 안동은 고려말 충렬왕, 공민왕 때 2번에 걸쳐 임시 수도가 됐기 때문에 소주 문화가 자리잡게 됩니다.” 진맥소주를 만드는 맹개마을 박성호 이사는 책 ‘안동소주’를 썼다. 박 이사는 “본래 페르시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 연금술사가 발명한 증류주가 몽골 제국의 서방 원정 과정에서 전파돼 고려까지 전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몽골이 일본 정벌의 전초기지로 탐라총관부를 둔 제주에서도 ‘고소리술’이라는 증류주 문화가 발달한 것처럼, 고려 임시 수도 역할을 한 안동에서도 소주 문화가 정착하게 됐다는 얘기다.● 안동찜닭 골목 안동 구시장에 가면 안동찜닭 원조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안동찜닭 골목’이 있다. 골목을 걷다 보면 ‘찜닭’ 간판을 내건 30여 가게들이 양쪽으로 이어진다. 집집마다 외부에 화로를 내놓고 섭씨 400도의 강한 불에서 닭을 졸여 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안동찜닭은 안동 반가(班家)의 접대 음식인 ‘닭찜’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안동 장 씨(장계향)가 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는 어린 닭을 이용한 닭찜 조리법이 자세하게 나온다. 안동 전통 닭찜은 비교적 맑은 간장 국물로 담백하게 조리했다. 그런데 현대적인 맛과 비주얼의 안동찜닭은 1980년대 후반 안동 구시장 닭 골목에서 탄생했다. 구시장 상인들은 서양식 프라이드 치킨에 맞서기 위해 닭조림(닭찜)에 굵게 썬 감자와 당근, 당면을 넣고 간장소스로 맛을 낸 요리를 개발했다. 좀 더 맵고, 달고, 양도 풍부한 안동찜닭이 현대 안동의 향토음식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글·사진 안동=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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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준하 대표, 중앙고 계원장학회 5억원 기부

    펀드 수익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나눔을 실천해온 권준하 신익산화물터미널 대표(81)가 중앙고 계원장학회에 유언대용신탁기금으로 5억원을 기탁했다. 권 대표는 지난 12월 4일 앰버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2025 중앙교우회 정기총회 및 송년회’ 자리에서 이 같은 뜻을 밝혔다. 그는“민족사학으로서 나라와 사회 발전에 기여해 온 중앙의 정신을 이어받아 모교 후배들이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기탁의 취지를 전했다.이에 계원장학회 조소현 이사장은 “지속 가능한 발전기금의 모범이 될 유언대용신탁기금으로 기탁해 주신 만큼, 그 뜻에 따라 계원장학회가 중앙고의 새로운 100년을 책임질 인재를 키우는 데 소중하고 투명하게 활용하겠다”고 밝혔다.권 대표가 시작한 ‘유언대용신탁기부’는 단순한 일회성 지원이 아니다. 유언대용신탁 방식을 활용해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기부가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생전에 기부를 약정하고, 사후에도 기부가 지속될 수 있도록 기부금을 신탁 형태로 남긴 것이다. 기부금은 펀드로 운용되며,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은 중앙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중앙고 54회 졸업생인 권준하 대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자동차 관련 사업과 펀드 투자 분야에서 일해왔으며, 2013년 부부가 함께 사랑의 열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한 이후 꾸준히 지속가능한 기부를 실천해왔다. 부부는 서울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에 각각 10억원, 20억원을 기부했으며, 사랑의열매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6억원(펀드형 30억원, 부동산 6억원)을 쾌척했다. 현재까지 이들이 기부한 금액만 총 111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런 기부 철학을 실천한 권씨 부부의 공로를 인정해 지난해 국민포장을 수여했다. 사랑의열매에서도 ‘2024 사랑의열매 대상’에서 기부 부문 공헌장을 수여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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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초로 세계일주에 성공한 주인공은 누구일까[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세계 최초로 세계일주를 한 주인공은 누굴까? 필리핀 세부시티의 중심가에는 산페드로 요새에 가면 ‘마젤란의 세계일주’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마젤란의 통역사 엔리케1565년 세부의 해안가 방어를 위해 스페인 총독이 세웠던 산페드로 요새는 이후 필리핀 독립운동의 기지가 되고, 미국 통치기에는 병영이자 학교, 제2차 대전 중에는 일본군 포로수용소와 병원으로 쓰였던 곳이다. 요새의 아치형 돌문 통로에는 페르디난드 마젤란(1480~1521)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포르투갈 사람인 마젤란은 스페인 왕궁의 후원을 받아 1519년 9월20일 5척의 함대를 이끌고 스페인의 카디스에서 출발한다. 이들의 목표는 인도네시아 동부 향료제도로 가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것이었다. 마젤란은 대서양을 건너 서쪽으로 항해한 끝에 1520년 11월 남미 아랫 부분 좁은 해협을 발견한다. 남극 주변의 엄청난 추위와 조류, 파도를 헤치며 38일만에 이른바 ‘마젤란 해협’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다. 너무 험난하게 해협을 건넌 직후에 마주한 잔잔한 바다에 감격한 마젤란은 평화로운 바다란 뜻으로 ‘태평양(Pacific Ocean)’이란 이름을 붙였다. 1521년 괌을 지나 세부에 도착했던 마젤란은 현지 왕족을 비롯한 800명의 주민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하고, 십자가를 세우고 첫 미사를 봉헌했다. 산페드로 요새에서 멀지 않은 산토니뇨 성당 앞에 있는 팔각형 예배당 안에는 500년 세월을 버텨온 ‘마젤란의 십자가’가 서 있다. 천정 벽화에는 마젤란이 세부 해변에 십자가를 세우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오늘날 필리핀이 아시아 최대의 가톨릭 국가가 된 것은 바로 이 나무 십자가에서 비롯된 것이다. 야자수와 다양한 꽃이 피어나는 나무들로 가득한 산페드로 요새의 안마당에는 세부 역사관이 있다. 마젤란의 세계일주 당시 세부의 주요 인물들의 초상화가 주요 전시품이다.  첫 번째 주인공은 마젤란과 친교를 맺고 기독교를 받아들였던 세부의 라자 후마본 왕과 왕비다. 마젤란은 왕비에게 세례 선물로 ‘산토니뇨(아기 예수)’ 상을 주었다. 산토니뇨는 필리핀을 수호하는 수호성인으로, 필리핀 전역의 성당과 집, 가게마다 모셔져 있다.  또다른 주인공은 세부 옆의 조그만 섬인 막탄의 술탄이었던 라푸라푸 장군이다. 마젤란은 막탄섬의 족장을 너무나 얕잡아봤다. 1521년 4월27일. 마젤란은 60여 명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직접 3척의 롱보트를 타고 막탄 섬에 건너갔다. 그런데 라푸라푸가 이끄는 1500명이 넘는 막탄섬의 용사들과 백병전을 벌이다가 마젤란은 비명횡사하고 만다. ‘세계일주’를 완성하지 못하고 41세의 나이에 막탄섬 갯벌에서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막탄섬에서 가장 큰 도시인 라푸라푸시는 마젤란에 맞서 싸웠던 족장의 이름을 따서 지었고, 동상도 세웠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라푸라푸를 숭배하는 필리핀인들이 마젤란도 숭배한다는 것이다. 필리핀의 스페인 식민통치를 가져오게 한 주인공을 말이다.  마지막으로 세부 역사관의 초상화 중에 가장 큰 논란의 인물은 마젤란의 통역사다. 이름은 ‘말라카의 엔리케(Enrique of Malacca)’. 마젤란은 세계일주에 나서기 전인 25살에 포르투갈 해군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마젤란은 1511년 말레이반도 남단의 해안 도시국가인 말라카 점령전에도 참가해 큰 공을 세운다. 싱가포르 주변의 말라카해협은 현재도 원유와 가스 등 전세계 해상 운송량의 20%를 담당하는 전략적, 교통의 요충지다.  당시 마젤란은 청년 노예 한 명을 사들였는데, 그가 바로 ‘말라카의 엔리케’다. 마젤란은 엔리케를 포르투갈로 데려가 교육시켰다. 그리고 1519년 세계일주 여행에 나설 때 통역사로 데리고 갔다. 1521년 세부에서 마젤란이 죽자 엔리케는 “고향으로 가겠다”며 필리핀에 남았다. 마젤란은 세부에서 죽었지만 스페인 원정대는 후안 세바스티안 엘카노가 선장이 되어 3년 만에 스페인 카디스로 귀환한다. 이 세계일주는 인류사를 뒤바꿔놓았다. 지구는 둥글다는 과학이론을 실제로 확인했고, 지구를 한바퀴를 돌면 날짜가 바뀐다는 것, 전세계가 하나의 바다로 연결돼 배를 타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 등을 증명했다. 이후로 본격적인 대항해 시대가 열리게 됐다. 그런데 마젤란 함대는 세계일주에 성공했지만, 마젤란 개인의 세계일주는 성공했을까? 스페인에서는 마젤란 사후 선장을 맡아 귀환했던 엘카노가 최초의 세계일주자라고 말한다. 그런데 동남아시아에서는 통역사였던 ‘말라카의 엔리케’가 최초의 세계일주자라고 주장한다. 말라카에서 마젤란의 노예가 되어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유럽으로 갔다가, 다시 대서양과 태평양을 한바퀴 돌아서 필리핀으로 왔기 때문이다. 엔리케가 고향인 말라카로 돌아갔다면, 마젤란-엘카노 주항이 끝마쳐지기 전에 세계 최초로 출발지점으로 돌아온 세계일주에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 세부시티 즐기기세부 막탄섬 라푸라푸시에 있는 막탄-세부국제공항은 2019년 세계건축페스티벌에서 전세계 최고의 공항상을 수상한 바 있는 아름다운 공항이다. 수천 개의 작은 나무 갈비뼈들이 결합된 목재로 지어진 파도 모양의 지붕과 뒤집힌 배처럼 보이는 나무 아치 구조가 눈길을 끈다. 또한 공항 곳곳에는 마젤란의 세계일주 원정대와 세부인들의 만남을 상징하는 조각품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공항에서 세부와 막탄섬을 잇는 ‘세부-코르도바 고속화 대교(CCLEX)’를 건너 약 30분 정도면 세부시티에서 가장 큰 누스타(NUSTAR) 리조트에 도착한다. CCLEX는 막탄 해협을 가로지르는 길이 8.9km의 고속화도로로 필리핀에서 가장 긴 해상교량이다.ㅍ누스타 리조트는 호텔, 카지노, 명품 쇼핑몰, 레스토랑, 영화관, 공연장, 컨벤션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숙박 뿐 아니라 즐길거리와 업무까지 모두 한 자리에서 해결하는 ‘올 인 원(All in One)’ 호캉스 전용 리조트다. 누스타 리조트 객실은 총 3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중심이 되는 5성급인 ‘필리 호텔’과 ‘누스타 리조트 타워’가 현재 운영 중이며, 4성급 비즈니스·마이스(MICE) 중심 호텔인 ‘그랜드 서밋’이 2027년 오픈 예정이다. 세 호텔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다르지만 모든 시설을 공유하기 때문에, 투숙객은 리조트 전체를 자신의 생활권처럼 누릴 수 있다. 리조트 로비에 들어서면 필리핀의 전통과 현대적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가 곳곳에서 눈길을 끈다. 라운지 천장에는 체코 예술가 페트라 소시타코바가 만든 수공예 유리 작품인 ‘산호의 꿈’이 전시돼 있다. 막탄섬과 보홀섬의 바닷 속에서 스킨스쿠버를 했을 때 보았던 총천연색 산호들이 생각나는 조형물 인테리어다. 호텔 총지배인 로엘 콘스탄티노는 “진정한 필리핀식 환대를 통해 따뜻함과 배려가 깃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서비스의 모토”라고 소개했다. 4층 인피니티풀은 바다와 도시 스카이라인을 한 눈에 담는 경치를 즐길 수 있다. 5층에 있는 라운지형 야외 수영장은 커다란 원형풀장이 두개가 있다. 선베드에 누워 세부-코르도바대교의 풍경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풀장이다. 23층에 있는 이그제큐티브 클럽 라운지에서는 숙박객 전용으로 애프터눈티, 저녁 칵테일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누스타몰에는 럭셔리 브랜드 매장이 한자리에 몰려 있고, 돌비 디지털 서라운드 시스템을 갖춘 프리미어 시네마 극장이 있다. 가족 여행객에게는 실내 엔터테인먼트 공간인 ‘Break 100’이 특히 인기다. 스크린으로 즐기는 골프, 야구, 농구, 축구와 사격 시뮬레이터, 레이싱 드라이브 등 실내에서도 충분히 액티브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또한 홍콩식 북경오리 전문 레스토랑인 ‘모트(Mott) 32’를 비롯해 필리핀 전통요리 ‘FINA’,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프리모’, 한식당 ‘연화’ 등 미식 레스토랑이 있다. 일프리모에서는 열대 바다 속 무시무시한 포식자인 ‘바라쿠다’ 생선요리를 맛볼 수 있다. 세부는 바다와 산이 맞닿아 만들어낸 지형의 매력이 돋보이는 도시다. 그 아름다움을 가장 넓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알타비스타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이다. 세부 시티 남쪽 언덕에 자리한 이 클럽은 세부 해안가와 막탄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으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골퍼 게리 플레이어가 설계한 코스는 좁은 페어웨이와 굴곡진 지형이 어우러져 도전적인 라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해발 150m에 위치한 클럽하우스 테라스는 세부 시내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명소로, 골프를 치지 않더라도 꼭 들러볼 만한 전망 포인트다. 파리안 지구에 있는 카사 고로르도 박물관(Casa Gorordo Museum)은 19세기 중엽 필리핀 상류층의 생활을 재현한 공간이다. 목제 발코니와 통풍창, 은식기와 찻잔, 성상과 장신구당시 가구와 생활 용품을 통해 세부의 과거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세부 최초의 필리핀인 주교가 된 후안 고로르도 가문의 이 주택은 1980년 복원을 통해 박물관으로 개방됐다. 별실에 마련된 커피숍 야외 테이블에서는 푸른 잔디밭과 저택의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세부(필리핀)=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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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호 세계일주’ 주인공, 필리핀 세부에 가면 알 수 있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세계 최초로 세계일주를 한 주인공은 누굴까? 필리핀 세부시티 중심가에 있는 산페드로 요새에 가면 ‘마젤란의 세계일주’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 마젤란의 통역사 엔리케 1565년 세부 해안가 방어를 위해 스페인 총독이 세웠던 산페드로 요새는 이후 필리핀 독립운동 기지가 되고, 미국 통치기에는 병영이자 학교,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일본군 포로수용소와 병원으로 쓰였다. 요새의 아치형 돌문 통로에는 페르디난드 마젤란(1480∼1521)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포르투갈 사람인 마젤란은 스페인 왕궁 후원을 받아 1519년 9월20일 5척의 배를 이끌고 스페인카디스에서 출발한다. 이들의 목표는 인도네시아 동부 향료 제도로 가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것이었다. 마젤란은 대서양을 건너 서쪽으로 항해한 끝에 1520년 11월 남미 아랫 부분 좁은 해협을 발견한다. 남극 주변의 엄청난 추위와 조류, 파도를 헤치며 38일 만에 이른바 ‘마젤란 해협’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다. 너무 험난하게 해협을 건넌 직후에 마주한 잔잔한 바다에 감격한 마젤란은 평화로운 바다란 뜻으로 태평양(Pacific Ocean)이란 이름을 붙였다. 1521년 괌을 지나 세부에 도착한 마젤란은 현지 왕족을 비롯한 800명의 주민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하고 십자가를 세우며 첫 미사를 봉헌했다.산페드로 요새에서 멀지 않은 산토니뇨 성당 앞에 있는 팔각형 예배당 안에는 500년 세월을 버텨온 ‘마젤란의 십자가’가 서 있다. 천장 벽화에는 마젤란이 세부 해변에 십자가를 세우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오늘날 필리핀이 아시아 최대 가톨릭 국가가 된 것은 바로 이 나무 십자가에서 비롯된 것이다. 야자수와 다양한 꽃이 피어나는 나무로 가득한 산페드로 요새 안마당에는 세부 역사관이 있다. 마젤란의 세계일주 당시 세부의 주요 인물들 초상화가 주요 전시품이다. 첫 번째 주인공은 마젤란과 친교를 맺고 기독교를 받아들인 세부의 라자 후마본 왕과 왕비다. 마젤란은 왕비에게 세례 선물로 ‘산토니뇨(아기 예수)’ 상을 주었다. 산토니뇨는 필리핀을 수호하는 수호성인으로 필리핀 전역의 성당과 집, 가게마다 모셔져 있다. 또 다른 주인공은 세부 옆 조그만 섬 막탄의 술탄이던 라푸라푸 장군이다. 마젤란은 막탄섬 족장을 너무나 얕잡아봤다. 1521년 4월27일 마젤란은 부하 60여 명과 함께 3척의 롱보트를 타고 막탄섬에 건너갔다. 그런데 라푸라푸가 이끄는 1500명이 넘는 용사들과 백병전을 벌이다가 마젤란은 비명횡사하고 만다. 세계일주를 완성하지 못하고 41세에 막탄섬 갯벌에서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막탄섬에서 가장 큰 도시인 라푸라푸는 마젤란에 맞서 싸운 족장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그 족장의 동상도 세웠다. 아이러니한 것은 라푸라푸를 숭배하는 필리핀인들이 마젤란도 숭배한다는 것이다. 필리핀의 스페인 식민통치를 가져온 장본인을 말이다. 마지막으로 세부 역사관 초상화 중에 가장 큰 논란의 인물은 마젤란의 통역사다. 이름은 말라카의 엔리케(Enrique of Malacca). 마젤란은 세계일주에 나서기 전인 25세에 포르투갈 해군으로 복무했다. 그는 1511년 말레이반도 남단 해안 도시국가 말라카 점령전에도 참가해 큰 공을 세운다. 싱가포르 주변 말라카해협은 현재도 원유와 가스 운반을 비롯해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20%를 담당하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교통 요지이다. 당시 마젤란은 청년 노예 한 명을 사들였는데 그가 말라카의 엔리케다. 마젤란은 엔리케를 포르투갈로 데려가 교육시켰다. 1519년 세계일주 여행에 나설 때 통역사로 데리고 갔다. 1521년 세부에서 마젤란이 죽자 엔리케는 “고향으로 가겠다”며 필리핀에 남았다. 마젤란은 세부에서 죽었지만 스페인 원정대는 후안 세바스티안 엘카노가 선장이 되어 3년 만에 스페인 카디스로 귀환한다. 이 세계일주는 인류사를 뒤바꿔 놓았다. 지구는 둥글다는 이론을 실제로 확인했고 지구를 한 바퀴 돌면 날짜가 바뀐다는 것과 전 세계가 하나의 바다로 연결돼 배를 타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 등을 증명했다. 이후 본격적인 대항해시대가 열리게 됐다. 그런데 마젤란 함대는 세계일주에 성공했지만 마젤란 개인은 세계일주에 성공했을까? 스페인에서는 마젤란 사후 선장을 맡아 귀환했던 엘카노가 최초의 세계일주자라고 말한다. 그런데 동남아시아에서는 통역사였던 말라카의 엔리케가 최초의 세계일주자라고 주장한다. 말라카에서 마젤란의 노예가 되어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유럽으로 갔다가 다시 대서양과 태평양을 한바퀴 돌아서 필리핀으로 왔기 때문이다. 엔리케가 고향인 말라카로 돌아갔다면 마젤란-엘카노 주항이 끝마치기 전에 세계 최초로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세계일주에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 세부시티 즐기기세부 막탄섬 라푸라푸에 있는 막탄-세부국제공항은 2019년 세계건축페스티벌에서 세계 최고의 공항상을 수상한 아름다운 공항이다. 수천 개의 작은 나무 갈비뼈들로 지어진 파도 모양 지붕과 뒤집힌 배처럼 보이는 나무 아치 구조가 눈길을 끈다. 공항 곳곳에는 마젤란 세계일주 원정대와 세부인들의 만남을 상징하는 조각품이 설치돼 있다. 공항에서 세부와 막탄섬을 잇는 세부-코르도바 고속화 대교(CCLEX)를 건너 약 30분이면 세부시티에서 가장 큰 누스타(NUSTAR) 리조트에 도착한다. CCLEX는 막탄 해협을 가로지르는 길이 8.9km 도로로 필리핀에서 가장 긴 해상 교량이다.누스타 리조트는 호텔, 카지노, 명품 쇼핑몰, 레스토랑, 영화관, 공연장, 컨벤션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숙박뿐 아니라 즐길거리와 업무까지 한자리에서 해결하는 ‘올 인 원(All in One)’ 호캉스 전용 리조트다. 누스타 리조트 객실은 3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중심이 되는 5성급 필리호텔과 누스타 리조트 타워가 현재 운영 중이며 4성급 비즈니스-마이스(MICE) 중심 호텔 그랜드서밋은 2027년 개장할 예정이다. 세 호텔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다르지만 모든 시설을 공유하기 때문에 투숙객은 리조트 전체를 똑같은 생활권처럼 누릴 수 있다. 리조트 로비에 들어서면 필리핀의 전통과 현대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라운지 천장에는 체코 예술가 페트라 소시타코바가 만든 수공예 유리 작품 ‘산호의 꿈’이 전시돼 있다. 막탄섬과 보홀섬 바닷속에서 스킨스쿠버를 했을 때 봤던 총천연색 산호가 생각나는 조형물이다. 호텔 총지배인 로엘 콘스탄티노는 “진정한 필리핀식 환대를 통해 따뜻함과 배려가 깃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서비스의 모토”라고 소개했다. 4층 인피니티풀은 바다와 도시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담으며 경치를 즐길 수 있다. 5층에 있는 라운지형 야외 수영장은 커다란 원형 풀장이 두 개 있다. 선베드에 누워 세부-코르도바대교를 바라보며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풀장이다. 23층 이그제큐티브 클럽 라운지는 숙박객 전용으로 애프터눈 티, 저녁 칵테일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누스타몰에는 럭셔리 브랜드 매장이 몰려 있고 돌비디지털서라운드 시스템을 갖춘 프리미어 시네마 극장이 있다. 가족 여행객에게는 실내 엔터테인먼트 공간인 ‘브레이크(Break) 100’이 인기다. 스크린으로 하는 골프, 야구, 농구, 축구와 사격 시뮬레이터, 레이싱 드라이브 등 액티브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홍콩식 북경오리 전문 레스토랑 ‘모트(Mott) 32’를 비롯해 필리핀 전통 음식점 ‘FINA’,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프리모’, 한식당 ‘연화’ 같은 미식 레스토랑이 있다. 일프리모에서는 열대 바다 속 무시무시한 포식자 바라쿠다 생선요리를 맛볼 수 있다. 세부는 바다와 산이 맞닿아 만들어 낸 지형이 돋보이는 도시다. 그 아름다움을 가장 넓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알타비스타 골프 앤드 컨트리 클럽이다. 세부시티 남쪽 언덕에 자리한 이 클럽은 세부 해안가와 막탄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으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골퍼 게리 플레이어가 설계한 골프 코스는 좁은 페어웨이와 굴곡진 지형이 어우러져 도전적인 라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해발 150m에 위치한 클럽하우스 테라스는 세부 시내와 바다 전경을 즐길 수 있는 명소다. 골프를 치지 않더라도 꼭 들러 볼 만한 전망 포인트다. 파리안 지구에 있는 카사고로르도 박물관(Casa Gorordo Museum)은 19세기 중엽 필리핀 상류층 생활을 재현한 공간이다. 목제 발코니와 통풍창, 은식기와 찻잔, 성상과 장신구 등 당시 가구와 생활용품을 통해 세부의 과거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세부 최초 필리핀인 가톨릭 주교가 된 후안 고로르도 가문의 주택은 1980년 복원을 통해 박물관으로 개방됐다. 별실에 마련된 커피숍 야외 테이블에서는 푸른 잔디밭과 저택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글·사진 세부(필리핀)=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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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가 주목하는 한지는 미래 문화산업의 신소재”

    “책을 넘어 예술적 오브제로 느껴졌다. 한지는 단순한 인쇄 재료가 아니라 한국적 정서가 담긴 문화 매체다.”(독일 출판인 크리스티안 슐츠)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에서 ‘한지(韓紙)’로 만든 책과 가구가 새로운 예술과 디자인의 도구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참가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적층(積層): 그날의 말꽃’이란 전시에서 한지로 제작된 특별판 시집 3종과 독립운동 관련 책자를 선보였다. 한지 특유의 자연스러운 결이 살아 있는 질감과 감성을 지닌 한지로 만든 책에 대해 유럽 관람객들은 ‘손끝의 예술’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현장을 찾은 작가와 예술가들은 출판, 디자인, 예술 분야에서 한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묻고 협업을 문의하기도 했다. 올 9월 파리에서 개최된 2025 메종&오브제에서도 한지로 만든 가구와 공예품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메종&오브제의 주제는 ‘웰컴 홈(Welcome Home)’으로 팬데믹 이후 삶의 중심이 된 ‘집’을 새롭게 해석하는 전시였다. 특히 친환경성과 감성이 결합된 소재들이 주목받았는데, 닥나무 섬유로 만들어지는 한지는 은은한 빛 투과성과 부드러운 질감으로 ‘지속 가능한 소재’로 주목받았다. 관람객들은 “한지는 종이면서도, 천의 감각을 지닌 특별한 재료”라며 놀라워했다. 같은 기간 파리에서 ‘일상의 유산, 한지’를 주제로 개최된 한지 문화 교류 세미나에서도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관객까지 몰려들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삶고 두드려 섬유를 고르게 만든 뒤 한 장 한 장 떠내는데, 백 번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는 종이라는 뜻으로 ‘백지(百紙)’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지는 2026년 12월경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여부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2024년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신청했다. 현재 바티칸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등 유럽 각국에서 한지를 문화재 복원 작업 용지로 활용하고 있다. 한지의 원료인 국내산 닥나무는 섬유의 길이가 길고, 강도가 높아 내구성과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관계자는 “한지는 이제 단순한 전통 공예품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감성을 품은 미래의 문화산업 소재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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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지는 미래문화산업의 신소재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브랜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영국 대영박물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문화재를 복원하는 재료로 우리나라의 전통 종이 ‘한지(韓紙)’를 사용하는 박물관이라는 점입니다. 한지는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로부터도 문화재 복원 용지로 공식 인증을 받았으며, 바티칸 박물관,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 이탈리아 국립중앙도서관 등 주요 기관에서 한지가 실제 복원작업에 활용되고 있습니다.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에서도 ‘한지(韓紙)’가 예술과 디자인의 새로운 도구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국가유산청은 2024년 ‘한지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신청해 2026년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인데요. 우리 전통 기술인 한지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의 한지지난 10월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참가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은 ‘적층(積層): 그날의 말꽃’ 전시를 선보였는데요.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한지로 제작된 특별판 시집 3종과 독립운동 관련 책자를 전시해 현지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한지로 만든 책은 더욱 차별화된 느낌을 주었는데요. 한지의 특유의 질감과 감성, 자연스러운 결은 ‘손끝의 예술’로 불릴 정도로 유럽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독일 출판인 크리스티안 슐츠 씨는 “한지는 단순한 인쇄 재료가 아니라, 한국적 정서가 깃든 문화 매체”라며 “책을 넘어 예술적 오브제로 느껴졌다”고 말했습니요. 현장을 찾은 작가와 예술가들도 한지로 책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 협업을 논의했는데요. 향후 출판·디자인·예술 분야로의 한지 활용 확장 가능성이 확인된 셈입니다. 이와 같은 호응은 프랑크푸르트에만 그치지 않았는데요. 지난 9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2025 메종&오브제의 주제는 ‘웰컴 홈(Welcome Home)’이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삶의 중심이 된 ‘집’을 새롭게 해석하는 전시였는데요. 특히 친환경성과 감성이 결합된 소재들이 주목받았습니다. 닥나무 섬유로 만들어지는 한지는 그 대표적인 예였지요. 은은한 빛 투과성과 부드러운 질감, 그리고 전통적인 제작 과정이 결합된 한지는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한 소재’로 주목받았습니다. 관람객들은 “한지는 종이면서도, 천의 감각을 지닌 특별한 재료”라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또한 파리에서 ‘일상의 유산, 한지’를 주제로 개최된 한지 문화 교류 세미나에는 유럽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관객 100여 명이 참석해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천년의 기술, 유네스코 등재 향한 발걸음우리의 전통 종이 한지의 뿌리는 통일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8세기경 신라의 종이인 계림지가 비단처럼 희고 매끄럽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후 고려 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도 한지는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주요 수출품목으로 선정됐지요.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삶고 두드려 섬유를 고르게 만든 뒤 한 장 한 장 떠내는 데, 백 번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는 종이라는 뜻으로 ‘백지(百紙)’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 섬세한 공정 덕분에 한지는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통기성이 뛰어나 ‘살아 숨 쉬는 종이’라 일컬어지지요. 이러한 특징을 가진 한지는 최근 전통의 뿌리와 현대적 창의성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단순한 종이를 넘어 예술, 공예, 문화재 보존, 인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적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인테리어 브랜드에서는 전등갓, 벽지, 가구 표면 마감재로 한지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지의 자연스러운 결이 현대의 미니멀리즘 미학과 만나는 것이죠. ​이뿐 아니라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복원 전문가들은 예술품 복원에 한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지의 원료인 국내산 닥나무는 섬유의 길이가 길고, 강도가 높아 내구성과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이죠. 한지는 2026년 12월경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여부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등재가 성사된다면 한지는 한국의 전통 종이에서 나아가 세계가 공유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관계자는 “한지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 기술의 산물이자, 세대를 이어 전승된 공동체 문화”라며 “지속 가능한 인류 유산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한지는 여전히 수작업 중심의 공예품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한지가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품질 균일화와 대량 생산 체계 마련, 그리고 기술 융복합이 필수적이죠. 다행히 일부 기업에서는 자동화 설비를 갖춘 산업용 한지를 개발하고 있으며, 한지 특유의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내구성과 방수성을 높이는 기술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한지는 이제 단순한 전통 공예품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감성을 품은 미래의 문화산업 소재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손끝에서 이어온 전통이 기술과 만나 ‘과거의 종이’가 아니라, 미래를 써 내려갈 새로운 문화의 페이지가 되고 있는 셈이죠.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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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일본’ 보고싶다면 소도시로 오세요”

    “한국인들이 도쿄나 오사카에 많이 관광 오시는데, 정작 일본인은 없고 한국인들만 보고 왔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지방 소도시에 오시면 호젓한 분위기에서 일본의 참모습을 만끽하실 수 있습니다.”(아베 슈이치 나가노현 지사)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일본 전국지사회(National Governors’ Association) 소속 10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의 지사와 부지사들이 방한해 ‘다음 여행은 #일본소도시로’를 홍보하기 위한 캠페인을 열었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간 지방 관광 교류 활성화를 위해 미야자키현, 나가노현, 도쿠시마현, 오카야마현, 이와테현, 후쿠오카현 등 10명의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직접 한국을 찾아 관광 세일즈에 나섰다. 시미즈 유이치 일본정부관광국(JNTO) 서울사무소 소장은 “2024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약 887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방문객의 3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인의 일본 재방문 비율은 무려 70%에 이른다. 그러나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의 대도시는 관광객이 넘쳐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앓고 있는 반면, 소도시는 관광객이 부족한 편중된 현실에 10개 현 지사들이 나선 것이다. 이날 일본 지자체장들은 한국인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인물의 고향이라는 스타 마케팅도 치열하게 펼쳤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우승한 LA 다저스의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고향이 바로 오카야마현입니다.”(이바라기 류타 오카야마현 지사) “돗토리현은 ‘명탐정 코난’ 작가의 고향입니다.”(나카하라 미유키 돗토리현 부지사) 한편 오이가와 가즈히코 이바라키현 지사는 1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인천∼이바라키 항공 노선 취항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청주를 기반으로 하는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는 지난해 청주∼이바라키 노선 취항에 이어, 12일부터 인천∼이바라키 노선에 주 3회(월, 수, 금요일) 일정으로 운항을 시작했다. 오이가와 지사는 “이바라키는 도쿄 북쪽에 있는 지방으로, 1시간가량이면 도쿄 중심지로 갈 수 있다”며 “이바라키에는 114개의 골프 코스가 있으며, 일본 3대 폭포로 꼽히는 후쿠로다 폭포, 물속에 서 있는 도리이가 있는 이소사키 신사 등 볼 것도 많은 관광지”라고 소개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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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광역지자체장들 “소도시로 여행오세요”

    “한국인들이 도쿄나 오사카에 많이 관광오시는데, 정작 일본인은 없고 한국인들만 보고 왔다고 하는 말씀을 하십니다. 지방 소도시에 오시면 호젓한 분위기에서 일본의 참모습을 만끽하실 수 있습니다.” (아베슈이치 나가노현 지사)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일본 전국지사회(National Governors’ Association) 소속 10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의 지사와 부지사들이 방한해 ‘다음 여행은 #일본소도시로’를 홍보하기 위한 캠페인을 열었다.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간 지방 관광 교류활성화를 위해 미야자키현·나가노현·도쿠시마현·오카야마현·이와테현·후쿠오카현 등 10명의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직접 한국을 찾아 관광세일즈에 나섰다. 시미즈 유이치 일본정부관광국(JNTO) 서울사무소 소장은 “2024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약 887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방문객의 3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인의 일본 재방문 비율은 무려 70%에 이른다. 그러나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의 대도시는 관광객이 넘쳐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앓고 있는 반면, 소도시는 관광객이 부족한 편중된 현실에 10개 현 지사들이 나선 것이다. 이날 일본 지자체장들은 한국인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인물의 고향이라는 스타 마케팅도 치열하게 펼쳤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에서 우승한 LA다저스의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고향이 바로 오카야마현입니다.” (이바라기 류타 오카야마현 지사) “돗토리현은 ‘명탐정 코난’의 작가의 고향입니다” (나카하라 미유키 돗토리현 부지사) 한편 오이가와 카즈히코 이바라키현 지사는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천~이바라키 노선 취항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청주를 기반으로 하는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는 지난해 청주∼이바라키 노선 취항에 이어, 지난 12일부터 인천∼이바라키 노선에 주 3회(월·수·금요일) 일정으로 운항을 시작했다.오이가와 지사는 “이바라키는 도쿄 북쪽에 있는 지방으로, 1시간가량이면 도쿄 중심지로 갈 수 있다”며 “이바라키에는 114개의 골프 코스가 있으며, 일본 3대 폭포로 꼽히는 후쿠로다 폭포, 물속에 서 있는 도리이가 있는 이소사키 신사 등 볼 것도 많은 관광지”라고 소개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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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설악, 선계(仙界)에 드니 찾아오는 경외감 [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가을 단풍하면 설악산이다. 오대산도 있고, 내장산도 있고, 지리산도 있지만 단풍의 대명사는 역시 설악산이다. 이상기후로 더이상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정취는 기대하긴 힘들다. 그래도 단풍은 가을의 전설이 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해 붉게 타오르고 있다. 남설악 최고의 단풍 비경을 자랑하는 오색지구 흘림골~주전골 트레킹을 떠나보았다.● 흘림골의 생강나무 노란단풍봄꽃놀이도 그렇지만, 가을 단풍놀이도 짧은 찰나의 순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끌어당긴다. 특히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꽃과 단풍을 좋아한다. 살아 있는 동안 그 아름다움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지는 간절한 마음에서일까?남설악 오색지구의 단풍은 외설악의 천불동, 내설악의 백담계곡과 함께 ‘설악삼미(雪嶽三美)’로 꼽힌다. 오색지구 흘림골~주전골 탐방로는 총 6.27km 구간으로 단풍철이면 매년 80만명이 찾을 정도로 최고의 단풍명소다. 3시간 반이면 완주할 수 있는 평이한 코스인데도, 설악의 웅장하고 신비스런 내밀한 속살을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라 초보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른 새벽 서울에서 출발한 차를 주전골이 있는 오색약수 주차장에 세운다. 그리고 택시(1만5000원 정액제)를 타고 산행의 출발지인 흘림골탐방센터으로 향한다. 흘림골로 치고 올라가 주전골로 회귀해야 긴 하산길에서 편안하게 단풍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흘림골은 1970~80년대에는 신혼여행지이자 수학여행지 명소로 각광을 받았다. 수려한 산세,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와 폭포를 구경하고, 오색약수를 마신 뒤 온천을 즐기는 관광코스가 인기였다. 그러다 환경 훼손이 심해져 1985년 자연휴식년제를 선언했고, 20년 뒤인 2004년 9월에 다시 개방됐다. 그런데 2015년에 8월 낙석사고로 다시 폐쇄됐고, 안전시설 보강공사를 마친 후 7년 만인 2022년 다시 개방됐다.흘림골은 흘림골탐방지원센터에서 용소폭포 삼거리까지 연결되는 3.1km 구간.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하루 5000명만 사전예약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해발 700미터 지점에서 산행을 시작하자 나무계단이 시작된다. 최고봉인 등선대(해발 1002m)까지 숨가쁘게 오르는 구간이다. 입구에서부터 오른편에 칠형제봉이 가을 햇빛을 받아 번쩍거리고 있다. 이게 설악이지! 시작부터 눈호강을 한다. 육중한 바위덩어리로 된 일곱난장이가 아닌 일곱거인들이 오순도순 힘자랑을 하고 있다.한 20분쯤 올랐을까. 다리 전망대에서 잠시 경치를 구경하는데, 뒤쪽에서 시원한 물소리가 들린다. 봉우리 뒷편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폭포에서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폭포의 생김새가 참 묘하다. 무언가에 홀린 듯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차마 직접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아래로 까는 사람도 있다.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이 폭포의 이름은 ‘여심(女深)폭포’. 예전에는 신혼부부들이 찾아와 아기를 잘 낳게 해달라고 비는 폭포로 유명했다고 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50분 가량. 신선이 하늘로 올랐다는 등선대 정상에 섰다. 설악산의 장쾌한 파노라마 뷰를 즐길 수 있는 전망대다. 저 멀리 점봉산 앞으로 뾰족한 악어의 이빨같은 봉우리들이 삐죽삐죽 서 있는 깊은 골짜기가 내려다보인다. 겨울에 흰 눈이 쌓여 있으면 더욱 장엄할 것 같은 풍경이다.그 옆으로 한계령 휴게소와 귀때기청봉(1576m), 끝청과 대청봉, 양양 송전해변까지 설악의 아름다운 풍광이 사방팔방으로 펼쳐진다. 한계령을 넘어 온 세찬 바람이 내 모자를 잡아채갈까봐 손으로 꼭 쥔 채, 설악의 파노라마를 가슴에 담았다. 등선대에서 내려와서 주전골 방향으로 들어섰다. 이제부터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눈 앞에는 장엄한 봉우리들이 겹겹이 서 있다. 흘림골은 숲이 짙고 깊어서 늘 구름이 낀 것처럼 날씨가 흐리다고 해서 예전에는 ‘흐림골’이라고 불렸단다. 해발이 높은 흘림골 골짜기에는 붉은색 단풍은 벌써 지고, 노란색 생강나무 단풍이 산을 지키고 있었다. 생강나무는 봄에 일찍 노란색 꽃을 피우는 나무. 잎과 가지에서 생강 향기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에서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노란 동백꽃’이 바로 생강나무다. 그런데 하산길 주전골 계곡으로 내려갈수록 붉은색 단풍이 무성해졌다. 황금색, 초록색, 붉은색이 어우러지는 가을의 향연이다. 흘림골 탐방로 곳곳에는 터널처럼 둥근 철망 구조물이 있다. 2015년 낙석사고 이후 7년간 통제되면서 시설을 보수한 흔적이다. 철제 터널을 지나며 내려가다보니 등선(登仙)폭포가 나타난다. 신선이 등선대에서 하늘로 오르기 전에 몸을 정갈하게 씻었던 폭포라고. 수량이 많을 때면 물줄기가 신선이 하늘로 오를 때 백발이 휘날리는 것처럼 보인다고하는데 가을이라 수량은 많지 않다. 그러나 하늘에서부터 30m의 낙차를 보이며 이리 꺾이고, 저리 꺾이며 내려오는 폭포는 설악의 신비스런 정취를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등선폭포에서부터 시작된 주전골 계곡물 위로는 이리저리 건너다닐 수 있는 나무다리가 수없이 놓여져 있다. 다리를 건널 때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에 탄성이 터져나온다.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원경으로 밀당하듯 보여주는 흘림골의 단풍은 도도한 우아함과 품위가 넘쳐난다. 선계(仙界)에 발을 들여놓은 인간에겐 늘 경외감이 찾아온다. ●주전골의 불타는 계곡내려갈수록 점점 계곡의 물소리가 커져간다. 눈을 돌려 옆을 봤더니 탐방로와 나란히 있는 바위를 타고 ‘십이폭포’가 흘러내리고 있다. 흘림골 구간은 용소폭포 삼거리에서 끝난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주전골 계곡이 시작된다. 사전예약없이도 들어올 수 있는 무장애 평지 탐방길이라 누구나 운동화 신고도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황금빛과 붉은빛이 어우러진 단풍의 절정은 주전골에서 본격 시작된다. 용소삼거리에서 잠깐 길을 벗어나 용소폭포에 다녀온다. 사람의 얼굴처럼 코와 입이 보이는 바위를 바라보며 계단을 내려가고, 현수교를 지나면 용소폭포를 볼 수 있다.용소폭포의 하얀색 물줄기가 떨어져 에머랄드빛 ‘소(沼)’를 만들어내고 있다.전설에 따르면 용소폭포에는 두 마리의 이무기 부부가 살았다고 한다. 수백년 동안 수행한 끝에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기를 준비하던 부부. 수컷은 용의 비늘이 생기고 날개가 자라 하늘로 꿈틀하고 비상했는데, 암컷은 어찌된 일인지 아무 변화가 없고 지상에 남게 됐다. 결국 분함을 이기지 못한 암컷 이무기가 골짜기에서 요동을 치며 분노를 폭발했다. 이런 난리통에 주전골 주변에는 용비늘을 한 기암괴석이 수백개가 널브러졌다는 전설이다. 그래서인지 주전골에 불쑥 불쑥 솟아 있는 봉우리들은 공룡처럼 보이기도 하고, 코모도 섬의 왕도마뱀 머리를 닮기도 했다. ‘주전(鑄錢)골’이란 이름은 곳곳에 있는 시루떡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또한 실제로 조선시대 때 승려로 가장한 도적떼가 이 계곡으로 들어와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주전골’로 불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천불동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주전골은 수억년간 계곡물로 빚어낸 오묘한 형상을 한 돌들의 전시장이다. 바위산의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뿌리내린 소나무의 생명력이 놀랍다. 절벽 끝에 자리잡은 생강나무도 노랗게 물든 모습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탐방로 옆으로 넓은 너럭바위에 비취색 물이 담긴 연못이 나타난다. 이름하여 선녀탕. 내설악 쪽에도 ‘12선녀탕’이 있는데, 설악에는 달밤이면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오는 목욕탕이 많았던 듯하다. 그런데 심술궂은 선관이 함께 내려와 선녀탕에서 천의를 벗어놓고 놀던 선녀 2명의 옷을 훔쳐갔다고 한다.그래서 결국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 선녀는 설악에 남아서 흘림골의 여심폭포와 옥녀폭포로 변했다고 한다. 흘림골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여심폭포가 바로 선녀탕에 내려왔던 선녀였다니…. 산행길 전설은 이렇게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오색지구로 거의 다 내려오면 계곡의 바위에서 솟아나고 있는 ‘제2오색약수’를 만난다. 바위에 뚫려 있는 2개의 구멍에서 나오는 오색약수에서는 비릿한 철분이 느껴진다. 언젠가 내 아들이 약수를 마시고 “앗, 철봉 맛이야! 아니 10원짜리 동전맛”이라고 말했던 그 맛이다. 천연기념물 529호로 지정된 오색약수의 용출량이 급감해서 새로 발견했다는 ‘제2오색약수’는 누구나 휴대용 컵만 있으면 맛볼 수 있다.해마다 여름과 겨울은 길어지고,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9월까지 덥고, 10월에는 가을장마까지 겹쳐 단풍이 늦어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갑자기 닥쳐온 급추위에 단풍은 물들기도 전에 얼어붙고, 메말라 떨어진다.그래서 해마다 선명한 단풍은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런 이상기온 상황에서도 주전골에서 벌겋게 타오르는 단풍을 보며, 아름답게 최선을 다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돌이켜보게 됐다. ‘나 자신을 완전히 주기를 원하네/사흘 동안 아낌없이/자신을 불태우고 또 불태우고/그리고 이틀을 더 불태우고는/모든 잎을 떨어뜨리는/이 단풍나무처럼’ (제인 허시필드 ‘호수와 단풍’)●맛집=설악산 오색지구에 있는 ‘각두골’ 식당 앞마당에는 토종닭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다. 약초능이백숙을 주문하면 주인이 방사해서 기르는 토종닭은 잡아서 백숙요리를 해준다. 도토리묵부터 산나물, 더덕 등 강원도 산골에서 맛볼 수 있는 진귀한 반찬이 한상 가득나온다. 감자와 능이버섯을 넣고 푹 삶은 닭백숙의 진한 국물에서는 한약재의 향긋한 향기가 난다. 가을 산행 후 토종닭으로 든든하게 몸보신할 수 있는 곳이다.설악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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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의 설악, 선계에 들어선 인간에겐 경외감이 찾아온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가을 단풍하면 설악산이다. 오대산도 있고, 내장산도 있고, 지리산도 있지만 단풍의 대명사는 역시 설악산이다. 이상기후로 더이상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정취는 기대하긴 힘들다. 그래도 단풍은 가을의 전설이 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해 붉게 타오르고 있다. 남설악 최고의 단풍 비경을 자랑하는 오색지구 흘림골∼주전골 트레킹을 떠나보았다. ● 흘림골의 생강나무 노란단풍 봄꽃놀이도 그렇지만, 가을 단풍놀이도 짧은 찰나의 순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끌어당긴다. 특히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꽃과 단풍을 좋아한다. 살아 있는 동안 그 아름다움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지는 간절한 마음에서일까? 남설악 오색지구의 단풍은 외설악의 천불동, 내설악의 백담계곡과 함께 ‘설악삼미(雪嶽三美)’로 꼽힌다. 오색지구 흘림골∼주전골 탐방로는 총 6.27km 구간으로 단풍철이면 매년 8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최고의 단풍명소다. 3시간 반이면 완주할 수 있는 평이한 코스인데도, 설악의 웅장하고 신비스런 내밀한 속살을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라 초보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른 새벽 서울에서 출발한 차를 주전골이 있는 오색약수 주차장에 세운다. 그리고 택시(1만5000원 정액제)를 타고 산행의 출발지인 흘림골탐방센터으로 향한다. 흘림골로 치고 올라가 주전골로 회귀해야 긴 하산길에서 편안하게 단풍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흘림골은 1970∼80년대에는 신혼여행지이자 수학여행지 명소로 각광을 받았다. 수려한 산세,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와 폭포를 구경하고, 오색약수를 마신 뒤 온천을 즐기는 관광코스가 인기였다. 그러다 환경 훼손이 심해져 1985년 자연휴식년제를 선언했고, 20년 뒤인 2004년 9월에 다시 개방됐다. 그런데 2015년에 8월 낙석사고로 다시 폐쇄됐고, 안전시설 보강공사를 마친 후 7년 만인 2022년 다시 개방됐다. 흘림골은 흘림골탐방지원센터에서 용소폭포 삼거리까지 연결되는 3.1km 구간.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하루 5000명만 사전예약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해발 700m 지점에서 산행을 시작하자 나무계단이 시작된다. 최고봉인 등선대(해발 1002m)까지 숨가쁘게 오르는 구간이다. 입구에서부터 오른편에 칠형제봉이 가을 햇빛을 받아 번쩍거리고 있다. 이게 설악이지! 시작부터 눈호강을 한다. 육중한 바위덩어리로 된 일곱난장이가 아닌 일곱거인들이 오순도순 힘자랑을 하고 있다. 한 20분쯤 올랐을까. 다리 전망대에서 잠시 경치를 구경하는데, 뒤쪽에서 시원한 물소리가 들린다. 봉우리 뒷편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폭포에서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폭포의 생김새가 참 묘하다. 무언가에 홀린 듯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차마 직접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아래로 까는 사람도 있다.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이 폭포의 이름은 ‘여심(女深)폭포’. 예전에는 신혼부부들이 찾아와 아기를 잘 낳게 해달라고 비는 폭포로 유명했다고 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50분가량. 신선이 하늘로 올랐다는 등선대 정상에 섰다. 설악산의 장쾌한 파노라마 뷰를 즐길 수 있는 전망대다. 저 멀리 점봉산 앞으로 뾰족한 악어의 이빨같은 봉우리들이 삐죽삐죽 서 있는 깊은 골짜기가 내려다보인다. 겨울에 흰 눈이 쌓여 있으면 더욱 장엄할 것 같은 풍경이다. 그 옆으로 한계령 휴게소와 귀때기청봉(1576m), 끝청과 대청봉, 양양 송전해변까지 설악의 아름다운 풍광이 사방팔방으로 펼쳐진다. 한계령을 넘어 온 세찬 바람이 내 모자를 잡아채갈까봐 손으로 꼭 쥔 채, 설악의 파노라마를 가슴에 담았다. 등선대에서 내려와서 주전골 방향으로 들어섰다. 이제부터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눈 앞에는 장엄한 봉우리들이 겹겹이 서 있다. 흘림골은 숲이 짙고 깊어서 늘 구름이 낀 것처럼 날씨가 흐리다고 해서 예전에는 ‘흐림골’이라고 불렸단다. 해발이 높은 흘림골 골짜기에는 붉은색 단풍은 벌써 지고, 노란색 생강나무 단풍이 산을 지키고 있었다. 생강나무는 봄에 일찍 노란색 꽃을 피우는 나무. 잎과 가지에서 생강 향기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에서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노란 동백꽃’이 바로 생강나무다. 그런데 하산길 주전골 계곡으로 내려갈수록 붉은색 단풍이 무성해졌다. 황금색, 초록색, 붉은색이 어우러지는 가을의 향연이다. 흘림골 탐방로 곳곳에는 터널처럼 둥근 철망 구조물이 있다. 2015년 낙석사고 이후 7년간 통제되면서 시설을 보수한 흔적이다. 철제 터널을 지나며 내려가다보니 등선(登仙)폭포가 나타난다. 신선이 등선대에서 하늘로 오르기 전에 몸을 정갈하게 씻었던 폭포라고. 수량이 많을 때면 물줄기가 신선이 하늘로 오를 때 백발이 휘날리는 것처럼 보인다고하는데 가을이라 수량은 많지 않다. 그러나 하늘에서부터 30m의 낙차를 보이며 이리 꺾이고, 저리 꺾이며 내려오는 폭포는 설악의 신비스런 정취를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등선폭포에서부터 시작된 주전골 계곡물 위로는 이리저리 건너다닐 수 있는 나무다리가 수없이 놓여져 있다. 다리를 건널 때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에 탄성이 터져나온다.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원경으로 밀당하듯 보여주는 흘림골의 단풍은 도도한 우아함과 품위가 넘쳐난다. 선계(仙界)에 발을 들여놓은 인간에겐 늘 경외감이 찾아온다. ● 주전골의 불타는 계곡내려갈수록 점점 계곡의 물소리가 커져간다. 눈을 돌려 옆을 봤더니 탐방로와 나란히 있는 바위를 타고 ‘십이폭포’가 흘러내리고 있다. 흘림골 구간은 용소폭포 삼거리에서 끝난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주전골 계곡이 시작된다. 사전예약없이도 들어올 수 있는 무장애 평지 탐방길이라 누구나 운동화 신고도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황금빛과 붉은빛이 어우러진 단풍의 절정은 주전골에서 본격 시작된다. 용소삼거리에서 잠깐 길을 벗어나 용소폭포에 다녀온다. 사람의 얼굴처럼 코와 입이 보이는 바위를 바라보며 계단을 내려가고, 현수교를 지나면 용소폭포를 볼 수 있다. 용소폭포의 하얀색 물줄기가 떨어져 에머랄드빛 ‘소(沼)’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용소폭포에는 두 마리의 이무기 부부가 살았다고 한다. 수백년 동안 수행한 끝에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기를 준비하던 부부. 수컷은 용의 비늘이 생기고 날개가 자라 하늘로 꿈틀하고 비상했는데, 암컷은 어찌된 일인지 아무 변화가 없고 지상에 남게 됐다. 결국 분함을 이기지 못한 암컷 이무기가 골짜기에서 요동을 치며 분노를 폭발했다. 이런 난리통에 주전골 주변에는 용비늘을 한 기암괴석이 수백 개가 널브러졌다는 전설이다. 그래서인지 주전골에 불쑥 불쑥 솟아 있는 봉우리들은 공룡처럼 보이기도 하고, 코모도 섬의 왕도마뱀 머리를 닮기도 했다. ‘주전(鑄錢)골’이란 이름은 곳곳에 있는 시루떡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또한 실제로 조선시대 때 승려로 가장한 도적떼가 이 계곡으로 들어와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주전골’로 불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천불동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주전골은 수억년간 계곡물로 빚어낸 오묘한 형상을 한 돌들의 전시장이다. 바위산의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뿌리내린 소나무의 생명력이 놀랍다. 절벽 끝에 자리잡은 생강나무도 노랗게 물든 모습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탐방로 옆으로 넓은 너럭바위에 비취색 물이 담긴 연못이 나타난다. 이름하여 선녀탕. 내설악 쪽에도 ‘12선녀탕’이 있는데, 설악에는 달밤이면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오는 목욕탕이 많았던 듯하다. 그런데 심술궂은 선관이 함께 내려와 선녀탕에서 천의를 벗어놓고 놀던 선녀 2명의 옷을 훔쳐갔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 선녀는 설악에 남아서 흘림골의 여심폭포와 옥녀폭포로 변했다고 한다. 흘림골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여심폭포가 바로 선녀탕에 내려왔던 선녀였다니…. 산행길 전설은 이렇게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오색지구로 거의 다 내려오면 계곡의 바위에서 솟아나고 있는 ‘제2오색약수’를 만난다. 바위에 뚫려 있는 2개의 구멍에서 나오는 오색약수에서는 비릿한 철분이 느껴진다. 언젠가 내 아들이 약수를 마시고 “앗, 철봉 맛이야! 아니 10원짜리 동전맛”이라고 말했던 그 맛이다. 천연기념물 529호로 지정된 오색약수의 용출량이 급감해서 새로 발견했다는 ‘제2오색약수’는 누구나 휴대용 컵만 있으면 맛볼 수 있다. 해마다 여름과 겨울은 길어지고,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9월까지 덥고, 10월에는 가을장마까지 겹쳐 단풍이 늦어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갑자기 닥쳐온 급추위에 단풍은 물들기도 전에 얼어붙고, 메말라 떨어진다. 그래서 해마다 선명한 단풍은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런 이상기온 상황에서도 주전골에서 벌겋게 타오르는 단풍을 보며, 아름답게 최선을 다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돌이켜보게 됐다. ‘나 자신을 완전히 주기를 원하네/사흘 동안 아낌없이/자신을 불태우고 또 불태우고/그리고 이틀을 더 불태우고는/모든 잎을 떨어뜨리는/이 단풍나무처럼’ (제인 허시필드 ‘호수와 단풍’)맛집설악산 오색지구에 있는 ‘각두골’ 식당 앞마당에는 토종닭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다. 약초능이백숙을 주문하면 주인이 방사해서 기르는 토종닭은 잡아서 백숙요리를 해준다. 도토리묵부터 산나물, 더덕 등 강원도 산골에서 맛볼 수 있는 진귀한 반찬이 한상 가득나온다. 감자와 능이버섯을 넣고 푹 삶은 닭백숙의 진한 국물에서는 한약재의 향긋한 향기가 난다. 가을 산행 후 토종닭으로 든든하게 몸보신할 수 있는 곳이다.글·사진 설악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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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단신]앙카라 하우스에서 ‘튀르키예의 날’ 행사 外

    ■ 앙카라 하우스에서 ‘튀르키예의 날’ 행사튀르키예 문화관광부는 27∼28일 서울 여의도에 새로 단장한 ‘앙카라 하우스’에서 ‘튀르키예의 날’ 행사를 가졌다. 앙카라 하우스는 1992년 서울시와 자매도시인 앙카라시가 세운 튀르키예 전통 와이너리의 농가 주택으로, 올해 5월 새 단장을 마치고 재개장했다. 목조 2층 건물로 구성된 이곳에는 오스만 시대 전통 의상, 은거울, 생활 도구 등 800여 점의 전통 유물이 전시돼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튀르키예식 아침 식사 체험(사진)과 함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튀르키예 커피 시음회가 진행됐다.■ 佛 관광청, 제7회 ‘프렌치 데이즈 인 서울 2025’프랑스 관광청이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프렌치 데이즈 인 서울 2025’(사진)를 열었다. 올해로 제7회를 맞은 행사는 프랑스에서 내한한 27개 관광업계 관계자들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프랑스 관광청 코린 풀키에 한국 지사장은 “2024년 프랑스는 국제 관광객 1억 명을 돌파하고, 관광 수입 710억 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한 2026년은 인상파 화가 모네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아비뇽 연극제는 2026년 공식 초청 언어를 한국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 세부퍼시픽항공,‘ 세부퍼시픽 해피 스토어’ 행사 필리핀 세부퍼시픽항공은 24∼2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틸테이블에서 ‘세부퍼시픽 해피 스토어(Cebu Pacific Happy Store)’ 행사를 열었다. 방문객들은 해피 스토어에서 클라크, 팔라완, 보라카이, 세부, 마닐라 등 필리핀의 대표적인 5개 여행지를 테마로 한 체험형 공간을 즐기며 필리핀 여행을 간접 체험했다. 24일 개막식 행사에는 버나뎃 테레즈 C. 페르난데스 주한 필리핀 대사, 어윈 페르난데스 발라네 필리핀관광청 한국지사장, 강혁신 세부퍼시픽항공 한국지사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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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디자인 이렇게 아름답고도 편리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과 함께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전국 206곳에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5’를 연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행사는 ‘공존: 내일을 위한 공공디자인’을 표어로 내세웠다. 저출생·고령화·기후변화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하며 세대 간 조화와 공존을 실현하는 공공디자인의 역할을 조명한다. 2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코사이어티에서 열린 개막식에서는 ‘2025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으로 선정된 14개 작품을 시상하고, ‘공공디자인 진흥 유공자’로 선정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2명에 대해 표창했다.‘2025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대통령상은 서울 서초구가 2022년부터 시행해 온 흡연자-비흡연자 공존을 위한 공공서비스가 받는다. 문체부 장관상은 △국가보훈부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 △네이버 해피빈 ‘투명 올레드(OLED) 기부 키오스크’ △‘공공장소에서 프라이버시와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디자인 가이드라인 연구’가 선정됐다. 올해의 지역협력도시는 ‘광주폴리’ ‘별밤미술관’ 등 지역 정체성을 살린 공공디자인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온 광주가 선정됐다. 28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영국 정부 정책디자인 총괄 앤드루 나이트, 헬싱키 디자인 위크 창립자 카리 코르크만, 뉴욕 타임스스퀘어 개선 연합 대표 팀 톰킨스 등 해외 전문가 3명과 국내 전문가 12명이 참여하는 ‘내일을 위한 공공디자인’ 토론회가 열린다. ‘공공디자인 거점’ 행사에는 공공디자인을 우수하게 구현한 지자체, 민간기업, 기관·단체 등으로 총 206곳이 참여한다. 이 중 홍성군, 청주시 등 33곳에서는 지역 주민이 공공디자인을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밖에도 △대만디자인센터와 공공소통연구소 라우드, 네이버 해피빈, 국제공공디자인포럼위원회 등이 운영하는 학술행사(28일∼11월 2일 문화역서울284 알티오) △스위스와 한국의 디자이너가 ‘공공’과 ‘디자인’ 주제 발표(27일 서울 스위스한옥) △2000년 이후의 공공디자인 아카이브 전시(24∼31일 디자인하우스) 등이 진행된다. 서울 구로, 부산 강서, 제주 서귀포 등 전국 10곳의 ‘기적의 도서관’에서는 공공디자인 체험 행사와 전시, 연수회를 진행한다. 공주대, 광운대, 국립한경대 등 6개 대학이 참여한 ‘공공디자인 실험실’에서도 열린다. 신은향 문체부 예술정책관은 “공공디자인은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안전하고 편리한 일상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공공디자인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그 인식을 넓힐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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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아시아-영국을 잇는 문화외교, 런던아시아영화제(LEAFF) 10주년 맞아

    “지난 10년은 한국과 아시아가 ‘문화 외교’의 언어로 영국과 소통해온 기간이었습니다. 런던아시아영화제(LEAFF)는 아시아의 헤리티지를 잇는 영국 내 최대·최장수 아시아 영화제로 성장해왔습니다.”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런던아시아영화제(LEAFF· London East Asia Film Festival)가 10월 23일(목)부터 11월 2일(일)까지 런던 시내 영화관과 박물관 등에서 열린다. 지난 10년간 LEAFF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영화의 예술성과 다양성을 영국 사회에 소개하며, ‘문화 외교의 언어로 아시아와 영국을 잇는 다리’로 자리매김해 왔다. 올해 영화제는 그동안의 여정을 기념하며 전통과 미래, 예술과 기술이 공존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10주년을 맞아 ‘미래 프레임’을 신설해 AI영화 시대를 여는 새로운 도전에서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개막식은 런던의 대표 상영관 오데온 럭스 레스터 스퀘어(ODEON Luxe Leicester Square) 에서 열린다. 영국 대표 아시아축제가 된 런던아시아영화제는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V&A), 국립초상화갤러리(National Portrait Gallery), 시네마뮤지엄, 일렉트릭 시네마(Electric Cinema) 등 런던의 주요 문화기관과 협력해 총 45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개막작은 홍콩 느와르의 거장 오우삼(John Woo)감독의 대표작 ‘하드보일드’(Hard Boiled·1992)가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영국 최초 상영을 통해 LEAFF의 역사를 기념한다. 주윤발과 양조위의 전설적인 연기가 다시 한번 런던 스크린을 수놓는다. 폐막작은 일본의 이상일(Lee Sang-il) 감독 신작 ‘국보’(Kokuho, 2025)로, 섬세하고 서정적인 드라마를 통해 10주년의 여정을 화려하게 마무리한다.GALA & 오피셜 셀렉션 스페셜 갈라에서는 배우이자 감독 하정우의 신작 ‘윗집 사람들’이 국내 개봉 전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일상의 사소한 갈등이 진실과 감정의 폭발로 이어지는 세밀한 심리극으로, 하정우 감독이 직접 런던을 찾아 관객과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인도네시아의 거장 가린 누그로호는 발리 신화를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구원을 탐구한 시적 판타지 ‘삼사라’(Samsara)로 초청됐다. 이 외에도 연상호, 욘판(Yonfan), 가와세 나오미(Naomi Kawase), 차이상쥔(Cai Shangjun) 등 아시아 대표 감독들과 작품들이 참여해 현실과 환상, 전통과 혁신이 교차하는 동아시아 영화의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마스터즈 오브 시네마(Masters of Cinema)’ 섹션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특별 상영된다. 촬영감독 김형구와 미술감독 신보경이 직접 참석해 시각적 연출과 글로벌 협업에 대한 깊이 있는 대담을 진행한다. 또한 홍콩의 두기봉(Johnnie To) 감독의 느와르 걸작 ‘PTU’(2003) 4K 복원판을 비롯해, 대만 시청각연구소(TFAI) 협력 복원작과 한국영상자료원의 전후 여성영화 3부작이 상영된다. 이들 복원작은 아시아 영화사의 유산과 예술적 계보를 재조명하는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Stories of Women’ 섹션은 세대와 국경을 넘어 여성의 삶과 연대를 조명한다. 허가영 감독의 칸 수상작 ‘첫여름’, 이환 감독의 ‘프로젝트 Y’, 말레이시아·홍콩 합작 ‘Pavane for an Infant’ 등은 각기 다른 사회적 배경 속에서 여성의 선택과 생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새롭게 신설된 ‘Future Frames: AI’ 섹션은 영화와 기술의 융합을 탐구한다. 한국 최초의 AI 제작 장편영화 ‘런 투 더 웨스트’(강윤성 감독) 이 섹션 개막작으로 상영되며,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서울국제AI필름페스타, 제주국제AI필름페스티벌과의 공동 프로젝트 단편 컬렉션도 함께 공개된다. AI를 통한 창작 실험이 영화의 미래를 열어가는 새로운 세대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5년 런던아시아영화제를 만들어 유럽 전역에 아시아 영화와 문화를 소개해온 전혜정 LEAFF 집행위원장은 “지난 10년은 한국과 아시아가 영화를 통해 세계와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시간이었습니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경계를 넘어 공감의 언어를 만들어 왔다”며 “이번 10주년은 그 시간들이 피워낸 신뢰와 예술적 연대의 결실이며, 앞으로도 LEAFF는 아시아 영화의 목소리가 세계와 만나는 진정한 문화의 장으로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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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대폰으로 밤 하늘 별사진 찍어 보실래요? [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이번 추석 연휴에는 줄기차게 비가 오거나 구름이 낀 날이 많았습니다. 가을장마, 아니 ‘추석 장마’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비는 시간은 갖지 못했죠. 지난 여름에 동해바다에서 초저녁 별을 찍다가, 우연히 달이 뜨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적이 있습니다. 경북 울진 망양해수욕장에서 갤럭시 S25 휴대폰 ‘천체사진’ 모드로 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카시오페아가 보이고, 은하수가 흘러가고 있더군요. 여름의 밤하늘은 은하수가 있어서 더욱 화려합니다. 삼각대가 없어서 카메라를 모래사장에 박아놓고, 셔터를 열어놓고 4분을 기다리니 밤하늘 별이 많이 찍혔습니다. 그런데 너무 하늘의 별만 찍어서 여기가 동해바다인지, 설악산 정상인지 구분이 안가더군요. 그래서 바닷가 갯바위가 나오도록 좀더 아랫쪽으로 화각을 잡은 후에 별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화면에 모래사장도 있고, 바위도 잘나왔습니다. 그런데 바닷가 수면 위로 뭔가 붉은 빛이 찍혔네요! 오~! 바로 달이 떠오르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진에는 밤하늘 흰구름 사이로 은하수가 흘러가는 모습까지 찍혔습니다. 어선의 불빛과 달이 떠오르는 월출의 붉은빛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동해바다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던 바로 그 자리. 밤이 되면 달이 떠오른다는 평범한 진리! 왜 이걸 몰랐을까요! 바다에서 해뜨는 장면은 많이 봤어도, 수면 위로 달이 떠오르는 장면은 평생 처음 보네요. 도시에서만 살아서 그런가 봅니다. 이번 추석에도 초저녁 별과 함께 한가위 보름달이 떠오르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꼭 찍고 싶었는데…. 비구름이 많이 껴서 별도 달도 찍지 못했네요. ● 고흥 우주천문과학관여행에 가서 찍고 싶은 사진 중의 하나가 밤하늘의 별 사진입니다. 밤하늘 별사진은 전문가가 삼각대에 DSLR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찍을 수 있는 사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진 요즘, 휴대폰으로도 간편하게 멋진 별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밤하늘 별을 제대로 찍으려면 인공적인 불빛이 없는 곳으로 가야합니다. 산 속이나 바닷가 같은 곳이죠. 전남 고흥에 있는 우주천문과학관에서도 별사진을 찍은 적이 있습니다. 고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나로호 발사대가 있는 곳이죠. 그래서 우주, 천문과학 관련 시설이 많습니다. 또한 도심의 불빛도 상대적으로 적어서 별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곳에서는 천체망원경을 통해 달의 표면도 볼 수 있고, 목성과 토성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천체망원경도 좋지만, 제 휴대폰으로 야경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밤 하늘 별을 찍을 때는 반드시 그 지역이 어떤 곳인가를 알 수 있는 지형지물을 넣어서 찍어야 합니다. 그냥 밤하늘 별만 찍는다면, 어느 지역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매번 똑같은 사진만 얻게 되지요. 장소를 알 수 있는 산세나 나무, 건물 등을 살짝 걸쳐서 찍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고흥우주천문과학관이니 망원경과 천문과학관 건물을 배경으로 밤하늘 별을 찍어보았습니다. 아이폰은 카메라 앱에서 ‘야간 모드’를 활성화하고, 노출시간을 최대 30초로 설정해서 찍습니다. 화면을 길게 눌러 별에 초점을 맞추고, ISO는 100~400 정도로 낮게 유지하면 노이즈가 줄어듭니다. 삼각대에 아이폰을 고정하고, 리모트 셔터로 촬영하면 흔들림 없이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리모터 셔터가 없을 경우 타이머를 10초로 설정하면, 셔터를 누른 후 10초 뒤에 찍히기 때문에 흔들림이 줄어듭니다. 갤럭시 휴대폰도 ‘야간모드’가 있지만, ‘천체사진 모드’를 활용하면 더 좋은 별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갤럭시 휴대폰 카메라 앱에서 ‘더보기’로 들어간 다음에, ‘Expert Raw’를 선택하고, 약병 플라스크 모양의 아이콘을 누르면 ‘천체사진 모드(별자리 모양)’를 찾을 수 있습니다. 천체사진 모드에서 화각을 ‘울트라 와이드(UW)’로 설정합니다. 광활한 밤하늘의 별을 더욱 더 많이 담기 위해서입니다. 촬영시간은 ‘짧게, 보통, 길게’가 있는데요. 셔터를 개방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깜깜한 밤하늘에서는 길게할 수록 더많은 별이 찍히겠죠. 도시 불빛이 있는 밤하늘에서는 셔터 개방을 길게 하면 화면이 타버릴 수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짧게 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저는 보통으로 찍어보았습니다. 셔터가 눌러진후 찍히기 시작하는 타임을 10초로 설정합니다. 셔터를 누를 때 휴대폰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밤하늘 별을 찍을 때 카메라는 1~4분 정도 셔터를 개방하면서 오래 찍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셔터를 누르면 흔들리던 카메라도 10초 후에는 정지하게 됩니다.또한 휴대폰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삼각대가 필수죠. 삼각대나 셀카봉은 다리를 최대한 짧게 해서 바람에도 안 흔들리게 해줍니다. 삼각대나 셀카봉이 없을 때는 나뭇가지나 의자, 돌멩이 등 자연지물을 이용해 카메라를 잘 세워둡니다. 다 찍고 난 후에는 보정을 약간해줘야 합니다. 사진 앱 보정에 들어가서 먼저 대비를 100으로 올려줍니다. 또한 선명도와 명료도도 100으로 올려줍니다. 이렇게 되면 깜깜했던 화면에서도 더 많은 별들이 나타납니다. 눈으로 보이지 않던 흐릿한 별에서 오는 빛도 카메라가 잡아냈던 것입니다. ● 배경 속 지형지물 이용하기재작년 겨울 가족들과 함께 필리핀 보홀섬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와 딸과 아들. 온가족이 모두 함께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보홀섬의 고투다이브(Go2dive) 리조트에서 저녁을 먹고나니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히 떠 있더군요. 해변에는 간조라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났는데요. 낮에 손님을 실어나르던 필리핀 전통 어선인 방카(Bangka) 배가 모래사장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랜턴 불빛을 켠 필리핀 아저씨는 바닷가를 돌면서 해루질을 하고 있었죠. 별사진을 찍는 데 가장 중요한 원칙이 ‘현재의 장소를 알려주는 특징적인 사물’을 사진 한 구석에 넣어줘야 한다는 점인데요. 밤하늘 별 사진만 보여주고, ‘여기가 보홀의 밤하늘’이라고 주장한다면 믿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야자수 나무를 넣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더 좋은 것은 바로 해변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방카 배였습니다. 방카 배에는 ‘Go2dive’라는 다이빙샵의 이름까지 써 있었으니 현장을 증명하는 좋은 사물인 셈입니다. 배를 피사체로 넣기 위해 해변으로 내려갔습니다. 물이 빠진 해변에는 배를 묶어놓는 쇠고리가 박혀 있는 납작한 콘트리트 돌덩어리들이 놓여 있었는데요. 돌덩어리 위 쇠고리에 휴대폰을 기대 놓고 밤하늘의 별을 촬영했습니다. 방카배가 화면의 아래쪽에 자리잡고 최대한 밤하늘의 별이 많이 보이는 각도를 설정해 세워두었습니다. 컴컴한 바닷가에서 별사진 한 컷을 촬영하는데 4분을 기다리는 시간은 무척 길게 느껴집니다. 어두운 곳에서 파도소리만 들으며 홀로 있기엔 무섭죠. 그래서 리조트 안에 있던 가족들을 촬영장소까지 불러냈습니다. 아내와 나, 딸과 아들이 물빠진 모래사장의 콘크리트 돌덩어리 위에 옹기종기 앉아서 4분을 기다렸습니다. 배가 제대로 안나와서 다시 4분을 기다렸습니다. 더 많은 별빛을 담기 위해 울트라 광역 촬영 모드로 놓고 또 4분을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30분 이상 가족끼리 어두운 바다에서 밤하늘 별자리 야경을 촬영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죠. 별자리 사진 촬영은 동영상이 아니라 크게 떠들어도 상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리까지 사진에 담길까 두려워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때도 한참 별사진을 찍다보니 동쪽 하늘에서 둥근 보름달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에서는 추운 겨울인 정월 대보름 즈음이었기 때문이죠. 대보름달은 구석이 약간 찌그러졌지만, 그래도 넉넉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못 본 보름달을 필리핀 보홀에서 보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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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서울역 준공 100주년 특별전

    옛 서울역 준공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기획전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다. 1925년 경성역으로 준공된 옛 서울역사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 건축물이다. 전시에서는 옛 서울역의 100년을 상징하는 주요 사진·소장품·영상과 더불어 김수자, 신미경, 이수경 등 현대 예술작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옛 서울역사의 기억을 더듬는다. 관람객들은 그릴준비실에서 ‘조선어학회’의 ‘조선말 큰사전’ 원본과 서울역에서 발견된 ‘조선말 큰사전 원고’를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약 50m 길이의 지하 플랫폼 복도도 2011년 이후 처음 공개됐다. 이 복도는 서울역의 100년 역사를 실질적으로 증명하는 곳으로, 복도는 고속철도(KTX) 서울역사와 이어져 있다. KTX 이용 승객은 연결 통로를 거쳐 역사 내에서 ‘문화역서울284’로 진입해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 관람객 또한 문화역서울284 내부에서 서울역으로 이동해 열차를 탈 수 있다. 문화역서울284는 옛 서울역사의 원형을 복원하여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30일 문을 연 이 전시는 11월 30일까지 문화역서울284 전관과 커넥트플레이스 서울역점 야외 공간에서 진행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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