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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빌딩에 광화문글판 겨울편이 걸렸다. 유희경 시인의 시 ‘대화’에서 가져온 이번 광화문글판 겨울편은 추운 겨울이라도 햇살이 깃들면 온기가 느껴지는 것처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되새겨보고 감사하며 살아가자는 격려의 메시지를 담았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광각 렌즈로 촬영된 사진은 때때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까지 보여준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29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추수감사절 만찬을 함께 했다. 트뤼도 총리의 마로라고 방문은 일정에 없던 깜짝 방문이었다. 삼엄한 경호 아래 이뤄지는 국가 정상 만찬과 달리 이날 만찬장엔 다른 마러라고 리조트 회원들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데이브 매코믹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당선인이 X(구 트위터)에 올린 기념사진 속에는 트럼프 당선인과 트뤼도 총리를 비롯한 미국의 불법 이민 관련 핵심 장관들이 함께 배석해 있었다. 그런데 사진을 자세히 보면 트럼프 당선인 뒤에 한 소년이 보인다. 소년의 눈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굳어 있는 어른들 모습이 이상했나 보다.‘포즈는 이렇게 취하는 거지!’ 소년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누리꾼들이 매의 눈으로 사진 속에서 이 소년을 포착했다. 본의아니게 화젯거리가 된 소년은 사진 속 진정한 주인공이 됐다. 아직 소년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사진을 다시 보자.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지명자 사이에 앉을 공간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트뤼도 총리의 원래 자리는 앞줄 왼쪽에 앉은 케이티 텔퍼드 캐나다 총리 비서실장 옆이었을 것이다. 이날 회동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불법 이민자와 마약 유입 등을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라고 예고한 지 나흘 만에 이뤄졌다. 트뤼도 총리는 관세 부과 계획이 발표된 날 바로 트럼프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캐나다의 불법 이민 차단 노력을 설명했다. 그리고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러 약 2200km를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트뤼도 총리는 다음날 X를 통해 “어젯밤 저녁 식사 감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님. 다시 함께 일할 날을 기대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망원 렌즈로 트럼프 당선인과 오붓하게 둘만 나온 ‘인증샷’을 공개했다. 이로써 트뤼도 총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 중 트럼프 당선인과 가장 먼저 만나게 됐다. 트뤼도 총리는 목표를 이룬 것 같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대형 스파이더맨, 몬스터 볼 모양의 썰매를 탄 피카츄, 스누피와 스펀지밥, 쿵푸 팬더 포까지… 각양각색의 만화 캐릭터 대형 풍선들이 뉴욕의 하늘을 수 놓았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제98회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가 뉴욕에서 열렸다. 메이시스 백화점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매년 미국 추수감사절(11월 넷째 목요일)에 뉴욕에서 열리고 있다. 1924년에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행사는 미국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인기 있는 축제 중 하나가 됐다.영국 가디언 지에 따르면 최초로 퍼레이드를 준비한 건 메이시스 백화점의 직원들이었다. 당시 메이시스의 직원 대부분은 유럽에서 온 이민자 1세대였다. 그들은 고향을 추억하며 추수감사절 행사를 유럽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열고 싶었다. 최초의 행진에는 사자, 호랑이, 코끼리 등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빌려온 동물들이 동원됐다. 25만 명이 넘는 관중이 동원되는 등 퍼레이드는 처음부터 큰 성공을 거뒀고, 이후 정기적으로 열리게 됐다. 이후 안전 문제로 동물들 대신 헬륨 풍선을 퍼레이드에 사용하게 된 건 1929년부터였다. AP 뉴스에 따르면 올해 퍼레이드에는 17개의 거대한 캐릭터 헬륨 풍선, 22개의 수레, 매년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15개의 풍선, 텍사스와 사우스다코타에서 온 11개의 마칭 밴드, 700여 명의 광대, 10개의 공연 그룹 등이 참여했다. 퍼레이드 경로는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에서 34번가에 있는 메이시스 헤럴드 스퀘어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2.5마일(4km)에 걸쳐 펼쳐졌다. 이날 뉴욕에 세찬 장대비가 내렸음에도 형형색색의 우의를 입은 관중들은 행진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한편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맥도날드 대형 풍선 앞에서 기습 시위를 해 행진이 몇 분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시위대는 ‘팔레스타인 해방’ 구호를 외치며 가자지구의 전쟁 중단을 촉구하다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앞서 맥도날드 이스라엘 지부는 지난 23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군에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겠다“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8 오전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자연임신으로 생긴 다섯쌍둥이가 입원해 있는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했다. 대통령의 병원 방문은 지난 10월 제주대학교 병원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대통령은 병원에 도착해 먼저 신생아집중치료실을 찾아 의료진으로부터 다섯쌍둥이를 비롯한 이른둥이의 치료 상황을 경청했다. 이후, 이른둥이 부모와 의료진으로부터 이른둥이 출산, 치료, 양육 관련한 건의 사항 등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는 다섯쌍둥이 등 이른둥이 부모들의 경험담 및 애로사항, 의료진의 건의 등 이른둥이의 건강지원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도 2.3kg 이른둥이로 태어났다. 그래서 아이를 보는 마음이 더 각별했다”라면서 이른둥이에 대한 출산과 치료, 양육 등 전 과정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치고, 향후 돌을 맞이할 다섯쌍둥이, 최근 두 돌을 맞이한 세쌍둥이 등 8명의 아이에게 한복을 선물하며 아이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을 기원했다. 이후 유혜미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이른둥이 특화 6가지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먼저 기존 천만 원 한도인 이른둥이 의료비 지원 한도를 최대 2배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9월 최초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다섯쌍둥이는 한 아이당 최대 2천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유 수석은 설명했다. 이 밖에 정부는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중증도에 맞게 함께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전문 기관인 ‘중앙 중증 모자 의료센터’를 두 곳 신설하고, 모자 의료센터 간에 이송·진료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른둥이는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난 조산아, 2.5kg 미만의 저체중 출산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지난해에 탄생한 신생아 수의 10%가 넘는 2만8000여명에 달하고 있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중장 진급 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 참석했다. 삼정검은 준장 진급자에게 수여되는 검으로 호국·통일·번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후 중장 이상 진급자에게는 삼정검을 부여받은 이의 보직과 계급, 이름 그리고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수치(끈으로 된 깃발)를 수여하고 있다. 이날 삼정검 수치 수여 대상자는 주일석 해병대사령관, 강정호 해군 교육사령관, 김경률 해군사관학교장, 손정환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박기완 공군참모차장, 차준선 공군사관학교장이었다. 윤 대통령은 진급자들의 삼정검에 수치를 달아주며 격려했고, 배우자들에게는 꽃다발을 건네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이후 이어진 격려사에서 윤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안보 상황 속에서 진급 장성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라며, “장병들이 투철한 안보관과 실전적 교육훈련으로 무장해 군사대비태세를 확실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장병 사기가 곧 안보’임을 명심하여 현장의 초급 간부들과 병사들을 각별히 챙겨주기를 당부했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말레이시아 정상회담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8일(현지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가운데)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정상들이 박수를 치며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뒤늦게 도착해 사진을 찍지 못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져 보인다. 일각에선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을 홀대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 왼편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있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합류하지 못해 ‘의전 실패’란 해석도 나온다. 리우데자네이루=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게티이미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단체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G20 참가국 정상들은 ‘빵지 아수까르’ 산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단상 앞에는 ‘글로벌 기아·빈곤 퇴치 연합’(Global Alliance Against Hunger and Poverty)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은 취재진의 요청에 맞춰 손을 잡거나 손뼉을 치며 사진 포즈를 취했다. 그러나 단상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각국 정상들이 사진 촬영을 마치고 회의장으로 이동할 때쯤에야 바이든 대통령이 단상으로 걸어왔다.사실 바이든 대통령의 지각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때 10분 늦게 도착해 바로 입장하지 못하고 문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지난 7월 워싱턴에서 개최됐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는 백악관에서 늦게 출발한 바이든 대통령 때문에 다른 참가국 정상들이 4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임기를 2달여 앞둔 지금 참가국 정상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기다리지 않았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페루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뒷줄 오른쪽 끄트머리에 자리를 배정받았다. 폭스뉴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진 위치가 평소 미국 대통령들이 서던 위치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당시에도 정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고 이번에도 앞줄에서 포즈를 취했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지인 브라질에 도착했다.도착 행사에 브라질 측에서는 브레노 코스타 리우 지역대사, 우리 측에서는 최영한 주브라질대사가 나와 윤 대통령을 맞았다. 공군 기지 단장인 파비우 실바 대령의 지휘 아래 의장대 사열이 진행됐다.이번 G20 정상회의는 윤 대통령 지난해 인도 뉴델리와 22년 인도네시아 발리에 이어 세번째 참석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G20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가·국제기구들이 참여(21개 회원국, 17개 초청국, 15개 국제기구)해 북러 불법 군사협력 중단과 규범 기반 국제질서의 수호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윤 대통령은 18일 올해 의장국인 브라질이 중점 성과로 추진 중인 ‘글로벌 기아·빈곤 퇴치 연합(GAAHP)’ 출범식에 참석해 1세션에서 ‘사회적 포용과 기아, 빈곤 퇴치’에 대한 한국의 구체적인 기여 방안을 밝힐 계획이다. 특히 최빈국에서 주요 경제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발전 경험을 토대로 기아와 빈곤 퇴치 관련 정책 제안 및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열리는 페루 리마에서 두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지난달 10일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첫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한 달 만이다.윤 대통령은 “지난 첫 정상회담 때 총리님과 자주 뵙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한 달 만에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시바 총리 역시 “짧은 기간에 두 번째로 만나 뵙게 돼 대단히 기쁘다”라며 “이것이 일한 관계에 원래 있어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계를 앞으로도 강화해 나가고 싶다”라고 밝혔다.윤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하는 등 역내 및 세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라며 “한일 간의 긴밀한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이 시점에 이시바 총리와 이러한 만남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이시바 총리 또한 이날 회담에서 “최근 북한 등을 포함해 우리를 둘러싼 엄중한 안보 상황을 감안해 일한 간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이날 한일 정상은 약 50분 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북한 문제를 비롯한 안보 협력 강화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한일, 한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리마(페루)=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 속에 다자간 교류를 기반으로 한 역내 경제발전 도모라는 비전을 공유하며 16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APEC 21개 회원국 정상과 대표는 이날 페루 수도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마지막 세션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APEC 회원국은 다자무역 질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이른바 ‘마추픽추 선언문’을 발표했다.선언문에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공정하고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포용적이며 예측할 수 있는 무역·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내년(25년) APEC 정상회의는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차기 의장국 정상 자격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으로부터 페루 전통 방식으로 만든 ‘의사봉’을 전달받았다.윤 대통령은 “향후 APEC 회원국은 지속 가능한 내일을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며 정상 간 만남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더욱 연결되고 혁신적이며 번영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또 회원국은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의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은 ‘이시마(Ichma) 선언’도 내놨다. 이시마는 페루 과거 리마 수도권 지역에 자리 잡았던 문명이다.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 통합, 무역과 투자 촉진 등을 통해 새로운 국제무역 이슈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회원국 정상과 대표들은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앞줄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뒷줄 오른쪽 끝에 위치해 시 주석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리마(페루)=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 리마에서 가진 양자 회담에서 서로 방한과 방중을 제안했다.대통령실에 따르면 시 주석이 먼저 윤 대통령에게 방중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또한 “내년 우리가 APEC 경주 회의를 주최하기 때문에 시 주석께서 자연스럽게 방한해 달라”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14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이후로 10여년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래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2월 방중한 것이 마지막이었다.또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도발과 러시아·북한의 군사 협력 등에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에 시 주석은 “한반도 긴장을 원치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이래 2년 만에 열렸다. 이날 29분간 진행된 정상회담에선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안보, 경제, 문화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제2기 출범 이후에도 한중 간의 관계 개선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리마(페루)=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미일 3국 정상이 15일(현지시각)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북러 간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 리마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가졌다. 이날 3국 정상은 성명을 통해 “우리의 공동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도발·위협에 대한 3국 공동 협의 공약을 강조한다.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위해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한 북한이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밝혔다.또 한미일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한미일 사무국’ 설립을 발표했다. 3국 정상들은 “신설되는 사무국을 통해 인도-태평양을 번영하고, 연결되며, 회복력 있고, 안정적이며, 안전한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목표와 행동들을 더욱 일치시키도록 보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윤 대통령은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에서 가진 정상회의 이후 한미일 협력은 날로 견고해지고 있다”라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저로서는 이번 3국 정상회의가 마지막이 될 것 같지만 영속할 수 있는 동반관계를 구축한 것이 큰 성과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시바 일본 총리는 “3국 협력 사무국 제도화를 통해 계속 동반관계를 강화하고 북한을 비롯한 여러 도전에 함께 대처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이날 한미일 정상회의는 이시바 총리가 참석하는 첫 3자 회의이자, 조만간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고별 자리가 됐다.리마(페루)=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순방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환송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성남=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4일부터 5박 8일간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과 브라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4일 출국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순방길에 올랐다. 이번 순방에는 ‘대외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김건희 여사는 동행하지 않았다. 남색 정장에 분홍색 넥타이 차림의 윤 대통령은 서울공항에 도착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순차적으로 악수를 하며 환송인사를 나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또 한·중 및 한·일 정상회담도 조율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성사되면 2022년 11월 G20 정상회의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도 계속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0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 개소식에서 한 관계자가 희생자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 보도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전선에서 미국 군인들이 이오지마섬에서 성조기를 꽂던 사진이 유명해진 건 결국 일본과의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사진기자가 신문 칼럼을 쓰는 코너가 7일 예정돼 있었다. 신문 제작 특성상 미리 칼럼을 작성해야 했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쓸 수 없었다. 미국 대선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 연설 도중 피습당했다. 그 때 공개된 AP 기자 에반 부치가 찍은 사진에 트럼프 지지자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진가들도 감탄했다. 돌발 상황에서 완벽한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불끈 쥔 트럼프.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나부끼는 성조기. 이 사진으로 트럼프는 ‘머그샷’까지 찍던 피의자에서 죽음마저 피해 간 ‘불사조’가 됐다. 사건 당일 단상 앞에는 다른 기자들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어깨에 장착된 보디캠에 기록된 당시 현장의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는 트럼프와 경호원들을 카메라를 높이 든 채 셔터를 연사하며 따라갔다. 갑자기 워싱턴포스트 기자 앞에서 한 기자가 뛰어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에반 부치였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와 달리 그는 찍어야 할 순간에만 셔터를 누른 뒤 빠르게 이동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총을 적진에 난사하는 군인이었다면 에반 부치는 한발 한발 신중하게 격발하는 저격수 같았다. 에반 부치는 사건 직후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짧은 순간 트럼프가 향할 대피로를 생각해 내 무대 반대편으로 달려갔다’라고 밝혔다.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쪽으로 게티이미지 기자가 뒤늦게 달려왔다. 그러나 이미 트럼프는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세상은 한 장의 이미지만 기억한다. 수많은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노련했던 기자 에반 부치가 특종을 거머쥐었다. 이 사진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의 기폭제가 됐고, 트럼프 지지자들을 집결시켰다. 그러나 기자는 에반 부치의 트럼프 사진이 인정받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사건 발생 당시 미국 대선은 아직 4개월 여 남아 있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 사진은 그냥 ‘잘 찍은 사진 한 장’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6일(현지 시각) 예상과 다르게 싱겁게 제47대 대통령은 트럼프로 확정됐다. 이로써 에반 부치의 ‘트럼프 피습 순간’의 사진은 마침내 ‘역사에 길이 남을 사진’으로 완성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를 선언하는 순간을 당연히 한국의 신문들은 1면 사진에 수록했다. 그중 가장 트럼프의 재선 순간을 멋지게 담아낸 사진. 이 사진 역시 에반 부치의 사진이었다. 그의 나머지 트럼프 유세 현장의 사진들도 소개해본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남산∼위에 저 무지개, 철갑을 두른 듯∼. 철갑이 아니라 산뜻한 희망을 두른 것 같네요. ―서울 용산구에서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어버이가∼ 좋아하는∼ 도발∼ 계획! 로케트 로케트∼ 로케트 로케트∼.’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노래 ‘아파트’를 패러디한 ‘로케트’다. 가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다. 선글라스를 낀 김정은은 원작 뮤직비디오처럼 드럼을 치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김여정은 춤을 춘다. 이 유튜브 영상은 300만 조회수를 넘기며 큰 화제를 모았다. 누리꾼들은 “아오지차트 1위감”이라며 호평했다. 물론 이 영상에 등장하는 김정은과 김여정은 진짜가 아니다. 유튜버 ‘화성인 릴도지’가 10월 말에 공개한 딥페이크 합성 영상이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실제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인 영상, 이미지, 목소리 등을 합성하는 최신 기술이다. 혁신적이지만 적용 자체가 어렵진 않다. 정면 얼굴 사진만 있으면 사진과 영상에 딥페이크를 적용할 수 있다. 사람들은 딥페이크 앱을 이용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기 얼굴과 영화 속 원더우먼, 해리 포터, 아이언맨 등을 합성해 올렸다. 딥페이크 하면 빠질 수 없는 축구 선수들이 있다. 영국 축구팀 토트넘에서 함께 활동했던 손흥민과 해리 케인이다. 이들의 얼굴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배우 이정재, 박해수의 얼굴에 덧입힌 딥페이크 영상이 화제가 됐다. 이렇게 시작은 모두가 즐거운 놀이였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젠지(GenZ·Z세대) 사이에선 이 새로운 놀이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몇몇 전문가는 딥페이크 기술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별다른 제재는 없었다. 그사이 음지에선 딥페이크 음란물이 생성되고 있었다. 젠지가 주로 이용하는 채팅 프로그램 텔레그램의 봇이 문제였다. 텔레그램에 원하는 인물의 사진과 함께 각종 조건을 넣으면 인공지능이 10초도 안 돼 나체 사진을 만들어냈다. 이를 이용한 ‘지인 능욕방’이 생겨났다. 이용자들은 주변의 여자 동기나 여교사 또는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들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하기 시작했다. 음성적으로 수년간 이용되던 이 능욕방들이 최근 무더기로 적발됐다. ‘혹시 내 사진도 딥페이크에 사용된 거 아냐?’ 여성들 사이에서 ‘딥페이크 포비아’가 퍼져 나갔다. 여성들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클로즈업된 얼굴 사진들을 비공개로 돌리는가 하면 카카오톡 프로필을 얼굴이 없는 사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일부는 앞모습 대신 뒷모습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가짜’를 우려한 나머지 ‘진짜’가 통제받게 된 것이다. 이런 사건으로 인해 최근 언론에서는 딥페이크의 악용 사례를 더 부각하곤 한다. 사실 딥페이크라는 용어도 2017년 미국의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레딧에서 ‘Deepfakes’라는 닉네임의 사용자가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의 얼굴과 음란물을 합성해 올리면서 생겨난 신조어였다. 그러나 주지해야 할 점은 딥페이크가 ‘나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딥페이크는 특히 영화 같은 영상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기술이다. 2020년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영화 ‘아이리시맨’을 보자.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는 출연 당시 이미 80세에 가까운 나이였지만, 영화 속에서는 30대부터 7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대의 모습을 연기해 화제가 됐다. AI를 활용한 디에이징 기술 덕분이었다. 이 기술은 배우의 얼굴을 젊어 보이게 만들어, 나이를 초월한 연기를 가능케 했다. 다만 디에이징 기술을 적용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사용됐다. 딥페이크 기술을 적용했다면 훨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딥페이크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2019년 미국 플로리다의 달리 미술관에서는 딥페이크를 활용해 살바도르 달리를 스크린 속에 부활시켰다. 관람객들은 달리가 자기 작품과 삶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모습을 화면에서 보며 몰입할 수 있었다. 물리학 시간에 딥페이크로 생성된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직접 강의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학생들에게 훨씬 실감 나고 흥미로운 수업이 될 것이다. 딥페이크는 긍정적인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기술이다. 숙제는 정확한 규제와 윤리적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특히 젠지에게 딥페이크 성범죄가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기 위한 놀이’로 여겨지지 않도록 엄격한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대학 동문 등 여성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해 제작하고 유포한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의 주범이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형사재판에서 선고 형량은 검찰 구형보다 통상 낮아진다. 이번 판결은 검찰의 구형량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드문 사례였다. 피해자의 인격을 파괴하는 신기술 범죄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법원의 의지가 느껴졌다. 영상은 ‘가짜’지만 피해는 ‘진짜’기 때문이다.송은석 사진부 기자 silverstone@donga.com}
영화 퍼펙트 데이즈 속 주인공 히라야마는 도쿄의 공공화장실 청소부다. 그는 규칙적인 삶을 살아가는 50대 남성이다. 출근 전 그는 신중하게 그날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고른다.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앱이 아닌 카세트테이프로 말이다. 우연히 차를 타게 된 젊은 20대 남자 후배와 그의 여자 친구도 히라야마의 카세트테이프에 흥미를 갖는다. 후배의 20대 여자 친구는 나중에 따로 히라야마의 차 안에서 패티 스미스의 카세트테이프 음악을 듣다가 히라야마에게 기습 뽀뽀(!)를 한다.아 빔 벤더스 감독…. 이 시대에 맞지 않는 중년 남성의 판타지 뭐냐고~. 오글대던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영화 속 주인공이 갖고 있는 카세트테이프 콜렉션이었다. 루 리드, 벨벳 언더그라운드, 니나 시몬, 애니멀스 등 1960, 1970년대 명반들이 가득했다.“요즘 카세트테이프가 돈이 돼요. 유행이거든요.” 영화 속에서 일본의 레코드 가게 주인장은 주인공에게 말했다. 일본을 비롯해 해외에서는 카세트테이프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나 보다.우리나라에선 일본보다 조금 일찍,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발발하던 시기에 카세트테이프가 유행했다. 한때 대한민국에 레트로 열풍을 불게 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때문일 것이다. 그때 기자도 카세트테이프 수집에 광적으로 빠져 있었다. 지방 출장을 갈 때마다 시간이 남으면 오래된 음반 가게를 들르곤 했다. 순식간에 집에 쌓여가는 카세트테이프들을 보며 아내는 기겁했다.이미 스마트폰을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0.5초 만에 음악이 재생되는 나오는 스트리밍 세상이다. 그런데도 이 불편한 카세트테이프가 주는 매력은 뭘까?첫째로 손맛이다.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카세트테이프는 한 손에 잡힌다. 좌우로 흔들어보면 덜컥덜컥 소리가 난다. 마치 영화 ‘반딧불의 묘’에서 주인공 동생이 소중히 들고 다니던 사탕 틴케이스 같다. A면과 B면 중 들을 부분을 골라 ‘워크맨’에 넣고 커버를 닫고 플레이 버튼을 꾹 하고 누르면 철컥하면서 모터가 돌아간다. 정숙성을 요구하는 LP와 다른, 기계적인 아날로그의 느낌이 좋다.둘째로 저렴한 가격이다. 1990년대 음반 가게에는 LP가 있던 곳에 CD와 카세트테이프가 채워져 있었다. 기자의 기억으로 당시 가요 테이프는 5000원, CD는 8000원이었다. 가난한 학생 시절 기자에겐 선택권이 많지 않았다. CD 살 돈에 조금만 보태면 테이프 2개를 살 수 있었다. 몇년 전 방문했던 지방 음반 가게에서는 30년 전 가격 그대로 카세트테이프를 판매하고 있었다.골라 들을 수 없는 불편함 또한 특징이다. 당시 최신 기계들은 음이 비어 있는 곳을 자동으로 인식해 반복 재생이 가능한 기능이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한 면이 끝날 때까지 끝까지 들어야만 했다. 그래야 반대쪽 면을 처음부터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어렸을 때는 카세트테이프는 CD와 달리 히트곡들만 골라 들을 수 없어서 괴로웠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가수나 프로듀서가 의도한 대로 음반 전체를 감상할 수 있는 게 아날로그 음반이 주는 장점이 됐다.자작 믹스 테이프의 매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CD와 달리 카세트테이프는 자기가 원하는 곡들을 버튼 몇 개로 간단하게 녹음할 수 있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속 ‘어섬 믹스(AWESOME MIX)’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한 테이프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런 걸 믹스테이프라고 했다. 친한 이들에게 자신이 직접 선곡한 테이프들을 선물하는 게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추억의 소환이다. 1990년대 카세트테이프 음반을 보면 어린 시절의 기자가 떠오른다. 기자가 처음으로 용돈을 주고 직접 산 카세트테이프는 초등학생 때 한창 캔디로 1위를 달리던 그룹 HOT 1집이었다. 그 카세트테이프를 산 지 일주일 만에 쿨의 2집 곡 운명이 1위를 빼앗아 허탈해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클래식이 된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과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 사운드트랙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특히 기자의 눈을 사로잡았던 건 스매싱 펌킨즈, 너바나, 라디오 헤드, 오아시스나 블러 같은 1990년대 록 계열의 음반들이었다. 델리스파이스나 언니네이발관, 크라잉넛 같은 국내 인디 밴드들의 카세트테이프 음악을 들으면 기자의 찌질했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그렇게 1, 2년간 카세트테이프를 광적으로 모으던 기자는 어느 순간 카세트테이프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매장량이 한정돼 있는 광산처럼 생산을 멈춘 카세트테이프들도 수량에 제한이 있었다. 코로나19의 스트레스 발산을 위해 사람들이 수집 시장에 뛰어들면서 카세트테이프의 희소성이 높아졌다. 후발 주자들은 더 많은 돈을 주고도 나쁜 상태의 카세트테이프를 구매해야 했다. 가성비의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기기들도 문제였다. 테이프를 돌리기 위해서는 고무 벨트가 필요하다. 그런데 워크맨 플레이어의 벨트를 교체하기 위해선 기기를 분해해야 했다. 드라이버로 재생 속도도 조절하는가 하면 납땜을 해야 하는 기기들도 있었다. 기기 문제로 아끼던 카세트테이프의 릴이 꼬이거나 씹혀 사망하기라도 하면 하루 종일 우울했다. 이런 불편함에도 카세트테이프의 유행이 부는 걸 보면 기자뿐만 아니라 카세트테이프가 주는 원초적인 매력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다시 한 번 영화 퍼펙트 데이즈 속에서 다다미에 드러누워, 붐박스에 카세트테이프를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주인공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몇년 전 카세트테이프를 수집하던 기자도 행복했다. [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기자들이 돌아가며 씁니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