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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새벽 4시. 한 흑인 여성이 조용히 일어나 가슴을 납작하게 묶는다. 머리를 싹둑 자른 뒤 남성용 고급 구두에 발을 끼운다. 모자와 색안경, 습포제까지 붙이니 이목구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른팔은 부목을 대고 팔걸이에 넣었다. 어느 모로 보나, 그는 돈 많고 몸이 불편한 백인 신사다. 그는 남편과 함께, 주인 부부가 잠든 틈을 타 집을 빠져나온다. 1848년 12월,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라는 흑인 노예 부부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 메이컨에서 자유가 있는 북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까지 탈출을 감행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크래프트 부부가 탈출을 결심한 날,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놀랍게도 이들은 여느 흑인 노예들처럼 숲을 헤매거나 강을 건너고, 별자리를 따라 길을 찾는 방식으로 탈출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 세상이 지켜보는 한복판에서, 당시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움직였다. 증기선과 역마차, 철도를 타고서다. 아내는 백인 남성 주인, 남편은 그를 수행하는 흑인 노예로 위장했다. 오른손을 팔걸이에 넣은 데에도 이유가 있다. 글을 읽고 쓰지 못했기에 ‘글 쓰는 팔을 다쳤다’는 설정. 서명을 대신 부탁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탈출은 미 노예제 역사상 가장 치밀하고 대담한 실화로 꼽힌다.이를 소설로 풀어낸 작가의 이력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이 책으로 2024년 한국계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노예제와 남북전쟁은 오랫동안 백인 역사학자나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들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는데, 가장 미국적인 주제를 한국계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그 결과는 특정 집단의 역사를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의 확장이었다. 작가는 한국 독자들에게 쓴 서문에서 말한다. “이 이야기는 미국 이상의 무언가를 다룬다. 한국인들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보편적 주제다. 억압을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이야기며, 불의에 대항한 투쟁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부부의 대담한 무용담에 시선이 끌리지만, 읽다 보면 당시 노예제의 풍경에 숨이 턱턱 막힌다. 탈출을 결심한 뒤 여러 자녀 중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데려갈지 택해야 했던 한 어머니의 사연, 인간이 인간을 사고파는 노예 경매장의 풍경이 그렇다. 박진감 있는 서사 속에서도 작가는 속도를 절제한다. 제도와 관습, 일상의 세부를 촘촘히 쌓아 올려 그 시대를 생생하게 되살린다.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도, 동시에 역사를 가볍게 소비하지 않는 균형감이 이 책의 큰 미덕이다. 작가는 책에서 ‘노예(slave)’와 ‘주인(slaver)’ 대신 ‘예속 피해자(enslaved)’와 ‘예속 가해자(enslaver)’란 표현을 쓴다. 노예와 주인이란 두 범주의 인간이 마치 ‘원래부터 존재했다’는 듯한 기존 용어의 세계관을 벗기기 위해서다. 납치와 인신매매란 ‘가해 행위’가 이 관계의 본질임을 분명히 드러내려는 선택이다. 200년 전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두 사람. 안전과 자유, 그리고 자신들만의 가족이라는 작은 광장을 허락받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 이들의 여정은, 혐오와 차별이 다시 고개를 드는 21세기에 인간이 인간에게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 동시에 인간이 인간을 어디까지 구원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모두가 잠든 새벽 4시. 한 흑인 여성이 조용히 일어나 가슴을 납작하게 묶는다. 머리를 싹둑 자른 뒤 남성용 고급 구두에 발을 끼운다. 모자와 색안경, 습포제까지 붙이니 이목구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른팔은 부목을 대고 팔걸이에 넣었다. 어느 모로 보나, 그는 돈 많고 몸이 불편한 백인 신사다. 그는 남편과 함께, 주인 부부가 잠든 틈을 타 집을 빠져나온다.1848년 12월,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라는 흑인 노예 부부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 메이컨에서 자유가 있는 북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까지 탈출을 감행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크래프트 부부가 탈출을 결심한 날,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놀랍게도 이들은 여느 흑인 노예들처럼 숲을 헤매거나 강을 건너고, 별자리를 따라 길을 찾는 방식으로 탈출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 세상이 지켜보는 한복판에서, 당시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움직였다. 증기선과 역마차, 철도를 타고서다. 아내는 백인 남성 주인, 남편은 그를 수행하는 흑인 노예로 위장했다. 오른손을 팔걸이에 넣은 데에도 이유가 있다. 글을 읽고 쓰지 못했기에 ‘글 쓰는 팔을 다쳤다’는 설정. 서명을 대신 부탁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탈출은 미 노예제 역사상 가장 치밀하고 대담한 실화로 꼽힌다.이를 소설로 풀어낸 작가의 이력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이 책으로 2024년 한국계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노예제와 남북전쟁은 오랫동안 백인 역사학자나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들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는데, 가장 미국적인 주제를 한국계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냈다.그 결과는 특정 집단의 역사를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의 확장이었다. 작가는 한국 독자들에게 쓴 서문에서 말한다.“이 이야기는 미국 이상의 무언가를 다룬다. 한국인들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보편적 주제다. 억압을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이야기며, 불의에 대항한 투쟁에 관한 이야기다.”처음에는 부부의 대담한 무용담에 시선이 끌리지만, 읽다 보면 당시 노예제의 풍경에 숨이 턱턱 막힌다. 탈출을 결심한 뒤 여러 자녀 중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데려갈지 택해야 했던 한 어머니의 사연, 인간이 인간을 사고파는 노예 경매장의 풍경이 그렇다. 박진감 있는 서사 속에서도 작가는 속도를 절제한다. 제도와 관습, 일상의 세부를 촘촘히 쌓아 올려 그 시대를 생생하게 되살린다.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도, 동시에 역사를 가볍게 소비하지 않는 균형감이 이 책의 큰 미덕이다.작가는 책에서 ‘노예(slave)’와 ‘주인(slaver)’ 대신 ‘예속 피해자(enslaved)’와 ‘예속 가해자(enslaver)’란 표현을 쓴다. 노예와 주인이란 두 범주의 인간이 마치 ‘원래부터 존재했다’는 듯한 기존 용어의 세계관을 벗기기 위해서다. 납치와 인신매매란 ‘가해 행위’가 이 관계의 본질임을 분명히 드러내려는 선택이다.200년 전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두 사람. 안전과 자유, 그리고 자신들만의 가족이라는 작은 광장을 허락받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 이들의 여정은, 혐오와 차별이 다시 고개를 드는 21세기에 인간이 인간에게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 동시에 인간이 인간을 어디까지 구원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이번엔 보이는 그대로를 썼어요. 실제로 살아온 시간들이니까요.” 202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에 당선된 배은정 씨(52)는 “그동안은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많이 썼다”며 이렇게 말했다. 배 씨는 고등학교 시간강사와 사격장 안전요원 보조 등 각종 단기 노동을 하며 글을 써 왔다고 한다. 신춘문예 투고는 10년 가까이 해 왔고, 올해만 동아일보에 중편소설 2편과 단편소설 1편을 응모했다. 당선작 ‘한시직 진화’는 사격장에서 임시직으로 일한 실제 경험에서 출발했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의 풍경을 그대로 옮겼다”는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받아쓰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독자 없는 글을 계속 써도 되는지 고민했는데, 이번 당선은 계속 써 보라는 뜻처럼 느껴진다”면서. 올해 101주년을 맞은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9명이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 모였다. 중편소설 배은정, 단편소설 김근희(35), 시 이형초(25), 시조 김순호(61), 희곡 박혜겸(28), 동화 최승연(36), 시나리오 곽경선(42), 문학평론 박지민(26), 영화평론 최우정(30) 씨가 주인공이다. 당선자들은 학교와 가게, 회사와 집, 사격장과 전시장을 비롯해 생활의 한복판에서 문장을 길어 올려왔다. 시조 부문 당선자 김순호 씨는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종합식품 가게를 지키며 틈틈이 시를 썼다. 나이 들어 경주문예대를 수료한 뒤 동리목월문학관 시창작반에서 시를 배우다 시조로 전향했다. 지방 공모전과 백일장에 꾸준히 응모하며 입상을 거듭했지만, 중앙지 신춘문예에선 몇 년간 고배를 마셨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내 얘긴데” 싶었다는 그는, 딸을 대학에 보내지 못한 걸 늘 미안해하던 부모님을 떠올리며 “행사가 다 끝나고 나면 고향 경북 안동 산소에 찾아가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당선 전화를 받고 3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덜컥 났다”며 “부모님이 제 그릇을 만들어 주셨고, 나머지는 제가 채우고 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는 것. 시 부문 당선자 이형초 씨는 박물관·기념관 전시 기획과 설계를 맡아 온 기획자다. 고려인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며 관련 역사와 문학을 꾸준히 읽어 온 그는 “1900년대부터 만주와 러시아로 이주해, 맨 처음 그 땅에 밭과 집, 문화를 만들어 온 사람들을 위해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당선작 ‘디아스포라’는 그렇게 태어났다. 한동안 시 쓰기가 꺾였던 시기에 받은 당선 소식이 “다시 시를 붙들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됐다. 그는 “시는 가지고 있는 무기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50편 정도는 꾸준히 비축해 두고 싶다”고 말했다. 동화 부문 당선자 최승연 씨는 해운회사에서 11년째 근무하며 주말과 밤 시간을 쪼개 글을 써 왔다. 한동안 글을 놓고 지내다 2017년 문화센터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202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평에 언급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늦게 당선된 만큼 쌓인 게 많다”는 그는 “아이들이 읽었을 때 재미있고,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동화를 쓰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독자를 염두에 둔 작품을 계획 중이다.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 김근희 씨는 변리사로 일하며 꾸준히 소설을 써 왔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춘문예에 응모해 온 그는 산업공학을 전공하면서 국문학을 부전공했고, 대학 시절 소설 쓰기 수업과 문학 동아리 활동도 병행했다. 그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퇴근 후와 출근 전, 주말에도 글을 계속 쓸 것”이라며 “언젠가는 장편소설에도 꼭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시나리오 부문 당선자 곽경선 씨는 학원에서 국어 강사로 일하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 지방으로 이사한 뒤, 전업주부로 지내며 혼자 시나리오를 썼다. 시와 소설로 여러 해 응모했지만, 시나리오는 독학으로 이번에 처음 도전했다고. 그는 “기쁨보다 책임이 더 크게 느껴진다”며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사람과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희곡 부문 당선자 박혜겸 씨는 스스로를 “쉽게 흔들리고, 자신을 잘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글을 쓰려면 내 안에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찾지 못해 오래 고민해 왔다”고 털어놨다. “당선되고 나서야 제 안에 나도 몰랐던 믿음이 하나쯤은 있었구나 싶었다”고 한다. 영화평론 부문 당선자 최우정 씨는 앞서 연극, 방송 평론으로도 입상한 이력이 있다. “매번 다른 매체로 독자를 만난 건 큰 행운”이라는 그는 “앞으로도 인문학적 성찰과 대중적 공감을 함께 담아내는 비평을 쓰고 싶다”고 했다. 최 씨는 스스로가 “늘 관객일 사람”이라며, 한국 극예술 전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문학평론 부문 당선자 박지민 씨는 “좋아하는 마음이 독자에게 전달되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한 작품에 깊이 빠졌을 때의 감동을 ‘영업’하고 싶은 마음으로 평론에 입문했다고. 그는 김혜순 시인이 1978년 동아일보에 평론으로 먼저 등단한 뒤 창작을 이어 온 사례를 언급하며, “언젠가는 창작에도 도전해 세상에 좋은 문장 하나를 보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고하 송진우 선생(1890∼1945)의 정신을 계승하고 청년지도자를 양성하는 고하아카데미가 창립됐다. 고하송진우선생기념사업회 산하 고하자유민주연구원은 30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고하아카데미 창립식을 열고 기념 세미나도 개최했다. 고하아카데미 상임대표로는 이주연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선출됐다.세미나에선 박현모 세종국가경영원장과 신명호 부경대 사학과 교수가 기조 강연을 맡았다. 박 원장은 청년 정신을 강조하며 “고하는 청년 시절에 던진 ‘최초의 질문’을 일생토록 견지했다”고 전했으며, 신 교수는 합리적 현실을 지향하는 ‘합치(合致)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발제 이후엔 ‘고하의 청년 정신을 통한 국민통합과 선진 대한민국’이란 주제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고하아카데미는 향후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국 근현대사와 양극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에 대한 강연을 개최할 계획이다. 현병철 고하자유민주연구원장은 “고하 선생은 평생 자유민주주의와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며 “오늘날 청년 지도자들도 그의 일생을 통해 여러 면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는 전쟁 문학의 대가로 꼽힌다. 그가 평생 참가한 전쟁만 해도 이탈리아, 튀르키예, 스페인, 중국, 프랑스 등에서 다섯 차례에 이른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시력이 나빠 입대를 포기했던 그는 ‘캔자스시티 스타’ 기자로 일하던 중 앰뷸런스 운전병에 지원했고, 당시 나이는 겨우 19살이었다. 운전병 지원 자격이 스무 살 이상이었기에 출생연도를 실제보다 한 해 앞선 1898년으로 기재했고, 이 때문에 오랫동안 그의 출생연도가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헤밍웨이에게 전쟁은 작품세계를 형성한 핵심 토대였다. 김욱동 교수 등 신간 ‘노벨문학상의 세계’(한길사)에서 “허먼 멜빌에게 드넓은 바다가, 윌리엄 포크너에게는 제도 교육 밖에서 겪은 구체적인 일상 경험이 소중한 교육장이었다면, 헤밍웨이에게는 전쟁터가 그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노벨문학상의 세계’는 1901년 쉴리 프뤼돔부터 2025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까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19명에 대해 쓴 인문 교양서다. 경북대 인문학술원 주도로 각 분야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집필에 참여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다른 수상작들을 읽어보고 싶은 독자, 작품을 작가의 이력과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가이드북이 될 것으로 보인다.알베르 카뮈처럼 잘 알려진 작가뿐 아니라 네이딘 고디머, 다리오 포, 데릭 월컷 등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낯선 작가들도 함께 조명한다. 작품을 숭배의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고, 노벨문학상이라는 영예 뒤에 가려진 ‘한 인간’으로서의 작가에 주목한 점도 특징이다. 작가가 시대 속에서 감내한 고뇌와 타협, 오늘날의 시선에선 비판받을 수 있는 한계점까지 담았다.책 말미엔 노벨문학상 수상자 연표와 대표작을 정리했다. 또 작품마다 생각해볼 질문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예컨대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에 대해서는 “정주하는 삶과 이동하는 삶 중 어느 쪽이 인간의 본성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의 사유를 확장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잡지 휴간을 발표한 뒤 전화를 100통은 받은 것 같아요. 문자까지 합치면 셀 수 없죠.” 씁쓸하면서도 묵직한 미소란 이런 걸까. 22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김성구 ‘샘터’ 대표(65)의 표정이 도통 가늠이 되질 않았다. 1970년 4월 창간해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월간 교양지였던 샘터. 56년 동안 발행되며 국내 최장수 타이틀을 지켰던 샘터가 내년 1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샘터사를 창립한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의 아들인 김 대표는 가슴에 담아둔 게 참 많은 목소리였다.● 피천득부터 한강까지 ‘문인들의 산실’ 24일 출간된 휴간호는 그 무게감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105)와 이해인 수녀(80), 정호승 시인(75)의 에세이가 실렸다. 세 필자는 모두 ‘샘터’와 오랜 인연을 맺어 왔다. 특히 김 교수는 1970년 창간호에도 글을 실었다. 56년이란 시간을 뛰어넘어 시작과 마지막을 함께하는 셈이다. 정 시인의 글도 의미심장하다. 제목은 ‘시간은 젊을 때 아껴야 한다’. 창간호 주제였던 ‘젊음을 아끼자’와 수미쌍관을 이뤘다. 창간 때부터 샘터를 구독한 애독자 오두환 씨의 인터뷰도 눈길을 끈다. 김 대표가 말하는, 반 세기 넘게 이어온 ‘샘터’의 정체성은 분명하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 그는 이를 “3 대 3 대 3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전문 작가의 글 30%와 생활인이 직접 쓴 글 30%,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를 찾아가 기록한 글 30%. 김 대표는 “70세가 넘어 야학에서 글을 배운 할머니가 떠오른다”며 “몽당연필로 원고지에 글을 쓰셨는데, 맞춤법은 많이 틀렸어도 한 줄도 버릴 수 없는 원고였다”고 회상했다. “그런 분들이야말로 비범한 존재가 아닐까요. 그런 필자와 독자들이 ‘샘터’를 만들어 온 겁니다.” 샘터는 자주 ‘작가의 산실’로도 불렸다. 정 시인과 정채봉 아동문학가가 샘터에서 일했다. 피천득과 최인호, 정채봉, 법정 스님, 장영희 교수 등이 샘터 지면을 거쳐 갔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도 1990년대 중반 샘터 기자였다. 김 대표는 “한 작가의 ‘관찰력’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고 했다. “계단의 높이, 집 앞에 놓인 아이 신발, 그 배열까지 유심히 보면서 그 집의 삶을 읽어내는 식이었어요. 그런 디테일한 관찰력이 훗날 소설의 토대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힘을 기른 뒤 돌아오겠다” 무기한 휴간에 들어가는 이유는 자명하다. 경영 악화. 김 대표는 “월간지를 유지하려면 최소 5만 부는 나가야 적자를 면한다”며 “최근 샘터의 발행 부수는 약 2만 부 수준”이라고 했다. 샘터는 2019년에도 휴간을 결정한 적이 있다. 당시 고(故) 장영희 교수 가족 등 수많은 독자들이 지원 의사를 밝혀 왔다. 이번에도 “후원하겠다”는 문의가 이어졌다고. 하지만 김 대표는 같은 길을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외부 지원에 기대 이어가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고 판단했어요. 단행본을 통해 스스로 힘을 기른 뒤, 다시 돌아오겠다는 선택이었죠.” 월간지는 휴간하지만 샘터 출판사는 계속된다. 잡지 기자들은 단행본 편집부로 자리를 옮겼다. 샘터동화상·생활수기상 등 독자 참여 프로그램도 유지한다. 새로운 필자 발굴 역시 멈추지 않는다.“샘터는 물이 솟는 ‘샘’이자 사람들이 모여 쉬는 ‘터’였습니다. 지금 세상은 너무 많은 게 문제처럼 느껴지는 시대잖아요. 그럴수록 맑고,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것의 가치가 더 소중해지는 것 같아요. ‘진짜’를 찾아내 누구나 편안하게 마시는 단행본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지금 샘터의 각오입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쿠팡과 다이소 등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받은 뒤 법정 기한인 60일을 거의 다 채워 대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산에 걸리는 일수가 통상적인 유통업체 평균의 약 2배나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의도적인 ‘늑장 지급’으로 보고 지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유통업체의 정산 기한을 지금의 절반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쿠팡은 정산까지 걸리는 일수, 유사 업체의 2배28일 공정위가 발표한 대규모 유통업체의 대금 지급 실태조사 결과 납품업체에서 직매입하는 기업 중 쿠팡 등 9개사는 납품에서 정산까지 걸린 일수가 40일을 넘겼다. 정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3.2일이다. 이는 공정위가 올 2∼3월 132개 업체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직매입 거래의 경우 상품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 대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유통기업들은 사실상 법정 기한을 모두 채우고 있는 셈이다.업체별로 납품 뒤 정산까지 평균적으로 걸린 시간은 △영풍문고 65.1일 △다이소 59.1일 △컬리 54.6일 △M춘천점·메가마트 54.5일 △쿠팡 52.3일 △전자랜드 52.0일 △홈플러스 46.2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40.9일 등이다. 영풍문고는 평균 소요 기간이 법정 기한을 초과했다. 반면 직매입 거래를 하는 전체 유통업체는 평균 27.8일 만에 납품업체에 대금을 줬다. 쿠팡을 포함한 9개사와 거래하면 약 2배의 기간을 기다려야 대금을 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9개사는 월 1회가 아니라 여러 차례 나눠 정산해 대금을 지급하는데 오래 걸렸다. 공정위는 이를 대금 지급을 미루려는 의도로 판단했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협력정책관은 “쿠팡 등 일부 업체는 2021년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으로 ‘직매입 거래에 대한 대금 지급 기한(60일)’이 법에 명시되자 특별한 사유 없이 대금 지급 기간을 50일에서 60일로 늦췄다”고 지적했다. 이에 쿠팡 측은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다른 공정위 조사에서 쿠팡은 납품업체들로부터 판매촉진비, 판매장려금 등의 명목으로 지난해에만 약 2조3000억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납품업체에서 상당한 부수입을 올렸지만 정작 정산은 미룬 것이다. 유통기업들은 정산을 늦추면 지불해야 하는 대금을 자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쿠팡-다이소 등 정산 기한 30일로 단축 공정위는 늑장 정산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내년 초 법 개정을 추진한다. 직매입은 정산 시한을 상품수령일로부터 30일 이내로 줄일 방침이다. 월 1회 정산하면 월 말일로부터 2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예외를 둔다. 안 팔린 상품을 반품하는 조건으로 외상 매입하는 특약매입, 판매 수수료를 받는 위수탁 거래 등 다른 거래는 정산 기한이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에서 20일로 줄어든다. 한편 쿠팡의 출판사 재계약 방식과 산업재해 대응을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쿠팡이 출판사들과의 재계약 과정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불리한 거래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 등 4대 종교도 쿠팡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과 관련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사과와 정부의 강제 수사를 촉구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쿠팡과 다이소 등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받은 뒤 법정 기한인 60일을 거의 다 채워 대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산에 걸리는 일수가 통상적인 유통업체 평균의 약 2배나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의도적인 ‘늑장 지급’으로 보고 지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유통업체의 정산 기한을 지금의 절반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쿠팡은 정산까지 걸리는 일수, 유사 업체의 2배28일 공정위가 발표한 대규모 유통업체의 대금지급 실태조사 결과 납품업체에서 직매입하는 기업 중 쿠팡 등 9개사는 납품에서 정산까지 걸린 일수가 40일을 넘겼다. 정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3.2일이다. 이는 공정위가 올 2~3월 132개 업체를 전수조사한 결과다.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직매입 거래의 경우 상품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 대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유통기업들은 사실상 법정 기한을 모두 채우고 있는 셈이다.업체별로 납품 뒤 정산까지 평균적으로 걸린 시간은 △영풍문고 65.1일 △다이소 59.1일 △컬리 54.6일 △M춘천점·메가마트 54.5일 △쿠팡 52.3일 △전자랜드 52.0일 △홈플러스 46.2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40.9일 등이다. 영풍문고는 평균 소요 기간이 법정 기한을 초과했다.반면 직매입 거래를 하는 전체 유통업체는 평균 27.8일 만에 납품업체에 대금을 줬다. 쿠팡을 포함한 9개사와 거래하면 약 2배의 기간을 기다려야 대금을 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9개사는 월 1회가 아니라 여러 차례 나눠 정산해 대금을 지급하는 데 오래 걸렸다. 공정위는 이를 대금 지급을 미루려는 의도로 판단했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협력정책관은 “쿠팡 등 일부 업체는 2021년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으로 ‘직매입 거래에 대한 대금 지급기한(60일)’이 법에 명시되자 특별한 사유 없이 대금 지급 기간을 50일에서 60일로 늦췄다”고 지적했다. 이에 쿠팡 측은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앞서 다른 공정위 조사에서 쿠팡은 납품업체들로부터 판매촉진비, 판매장려금 등의 명목으로 지난해에만 약 2조3000억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납품업체에서 상당한 부수입을 올렸지만 정작 정산은 미룬 것이다. 유통기업들은 정산을 늦추면 지불해야 하는 대금을 자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 쿠팡-다이소 등 정산 기한 30일로 단축 공정위는 늑장 정산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내년 초 법 개정을 추진한다. 직매입은 정산 시한을 상품수령일로부터 30일 이내로 줄일 방침이다. 월 1회 정산하면 월 말일로부터 2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예외를 둔다. 안 팔린 상품을 반품하는 조건으로 외상 매입하는 특약매입, 판매 수수료를 받는 위수탁 거래 등 다른 거래는 정산 기한이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에서 20일로 줄어든다. 한편 쿠팡의 출판사 재계약 방식과 산업재해 대응을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쿠팡이 출판사들과의 재계약 과정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불리한 거래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 등 4대 종교도 쿠팡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과 관련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사과와 정부의 강제 수사를 촉구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잡지 휴간를 발표한 뒤 전화를 100통은 받은 것 같아요. 문자까지 합치면 셀 수 없죠.”씁쓸하면서도 묵직한 미소란 이런 걸까. 22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김성구 ‘샘터’ 대표(65)의 표정이 도통 가늠이 되질 않았다. 1970년 4월 창간해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월간 교양지였던 샘터. 56년 동안 발행되며 국내 최장수 타이틀을 지켰던 샘터가 내년 1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 샘터사를 창립한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의 아들인 김 대표는 가슴에 담아둔 게 참 많은 목소리였다.● 피천득부터 한강까지 ‘문인들의 산실’ 24일 출간된 휴간호는 그 무게감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105)와 이해인 수녀(80), 정호승 시인(75)의 에세이가 실렸다. 세 필자는 모두 ‘샘터’와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특히 김 교수는 1970년 창간호에도 글을 실었다. 56년이란 시간을 뛰어넘어 시작과 마지막을 함께 하는 셈이다. 정 시인의 글도 의미심장하다. 제목은 ‘시간은 젊을 때 아껴야 한다.’ 창간호 주제였던 ‘젊음을 아끼자’와 수미쌍관을 이뤘다. 창간 때부터 샘터를 구독한 애독자 오두환 씨의 인터뷰도 눈길을 끈다. 김 대표가 말하는, 반 세기 넘게 이어온 ‘샘터’의 정체성은 분명하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 그는 이를 “3대 3대 3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전문 작가의 글 30%와 생활인이 직접 쓴 글 30%,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를 찾아가 기록한 글 30%. 김 대표는 “70세가 넘어 야학에서 글을 배운 할머니가 떠오른다”며 “몽당연필로 원고지에 글을 쓰셨는데, 맞춤법은 많이 틀렸어도 한 줄도 버릴 수 없는 원고였다”고 회상했다. “그런 분들이야말로 비범한 존재가 아닐까요. 그런 필자와 독자들이 ‘샘터’를 만들어온 겁니다.”샘터는 자주 ‘작가의 산실’로도 불렸다. 정 시인과 정채봉 아동문학가가 샘터에서 일했다. 피천득과 최인호, 정채봉, 법정 스님, 장영희 교수 등이 샘터 지면을 거쳐갔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도 1990년대 중반 샘터 기자였다. 김 대표는 “한 작가의 ‘관찰력’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고 했다. “계단의 높이, 집 앞에 놓인 아이 신발, 그 배열까지 유심히 보면서 그 집의 삶을 읽어내는 식이었어요. 그런 디테일한 관찰력이 훗날 소설의 토대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힘을 기른 뒤 돌아오겠다” 무기한 휴간에 들어가는 이유는 자명하다. 경영 악화. 김 대표는 “월간지를 유지하려면 최소 5만 부는 나가야 적자를 면한다”며 “최근 샘터의 발행 부수는 약 2만 부 수준”이라고 했다.샘터는 2019년에도 휴간을 결정한 적이 있다. 당시 고(故) 장영희 교수 가족 등 수많은 독자들이 지원 의사를 밝혀 왔다. 이번에도 “후원하겠다”는 문의가 이어졌다고. 하지만 김 대표는 같은 길을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외부 지원에 기대 이어가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고 판단했어요. 단행본을 통해 스스로 힘을 기른 뒤, 다시 돌아오겠다는 선택이었죠.”월간지는 휴간하지만 샘터 출판사는 계속된다. 잡지 기자들은 단행본 편집부로 자리를 옮겼다. 샘터동화상·생활수기상 등 독자 참여 프로그램도 유지한다. 새로운 필자 발굴 역시 멈추지 않는다.“샘터는 물이 솟는 ‘샘’이자 사람들이 모여 쉬는 ‘터’였습니다. 지금 세상은 너무 많은 게 문제처럼 느껴지는 시대잖아요. 그럴수록 맑고,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것의 가치가 더 소중해지는 것 같아요. ‘진짜’를 찾아내 누구나 편안하게 마시는 단행본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지금 샘터의 각오입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저주토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가 새 장편소설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요다·사진)를 펴냈다. 정 작가의 영향으로 SF(공상과학)를 쓰기 시작해 2022년 SF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받은 최의택 작가와 공동으로 작업했다. 이 소설은 정 작가는 ‘보라’의 시선에서, 최 작가는 ‘의택’의 시선에서 한 장씩 바통을 주고받듯 번갈아 집필했다. 함께 썼다는 정보가 없다면 한 사람이 쓴 작품으로 느껴질 만큼, 물 흐르듯 전개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소설은 석유 시추공 분양 사기 사건에 휘말린 ‘보라’와 ‘의택’이 천안에서 포항까지 290km를 이동하는 여정을 그렸다. 천안역을 출발해 경부고속도로와 낙동강 의성휴게소, 경북 칠곡군과 안동터미널, 국도 7호선과 포항역을 거쳐 호미곶에 이르기까지, 현실을 반영한 동선 위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블랙 유머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올해 한국 출판계에서는 부동산 폭등으로 빚어진 문제 등을 담은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문학동네), 극도의 편리성 추구로 생기는 병폐를 다룬 ‘편안함의 습격’(수오서재) 등 시대 현안과 이에 반응하는 개인의 삶을 포착한 책들이 주목을 받았다. 2026년 출간 예정인 주요 신간들 역시 도파민 중독, 리더십의 변화, 인류세(人類世) 등 동시대의 질문을 여러 장르로 조명할 예정이다. 은희경, 천명관 등 연륜 있는 작가들도 모처럼 신작을 들고 돌아올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불확실한 시대 해석해줄 책 인기퓰리처상 수상작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지리학과 교수가 신간 ‘위대한 리더십은 어떻게 탄생하는가’(가제·김영사)로 내년 하반기 독자를 찾아온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번 책에서 정치·비즈니스·스포츠·종교 등 다양한 영역의 리더십 사례를 분석한다. 역사적 변곡점에서 리더가 수행한 역할을 짚는 한편 개인의 역량과 시대적 조건, 우연이 결합하는 방식을 조명할 예정이다. 인류 역사와 문명 발전을 통찰력 있게 연결해온 저자가 역사적·문화적 사례를 폭넓게 검토해 리더십의 작동 조건을 구조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현지에서도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올해엔 ‘경험의 멸종’(어크로스) 등 대면 소통이 줄고 극도의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 책들이 주목받았다. 이러한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월 출간 예정인 니클라스 브렌보르의 ‘초자극의 시대’(위즈덤하우스)는 숏폼 콘텐츠와 즉각적 보상 등 ‘초자극’이라는 이름의 기술이 우리의 몸과 감정, 욕망, 집중력의 회로를 어떻게 재편하는지 추적한 현대인의 생물학적 보고서다. 내년 4월 출간될 예정인 존 벨라미 포스터 미국 오리건대 사회학과 교수의 책 ‘인류세 시대의 자본주의’(한길사)도 기대되는 신간이다. ‘먼슬리 리뷰’의 편집인인 저자가 자본주의의 지구 생태환경 파괴를 이론적, 역사적으로 조명할 예정이다. 인류세는 방사능, 플라스틱, 화석연료 등 지구시스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 인류의 활동을 특징짓는 ‘지질학적 단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내공 깊은 작가의 귀환… 한강 신작 볼 수 있을까 문학 분야에서는 각자의 세계관을 구축해온 작가들이 이를 확장하거나 변주한 신작들을 선보인다.은희경 작가는 ‘빛의 과거’ 이후 7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제목 미정·문학동네)을 선보인다. 성격도 외양도 판이한 60대 자매의 입체적인 대비를 통해 노년의 삶과 몸을 깊이 있게 펼쳐 보이며, 우리가 살아내야 할 미래의 첫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한다.‘고래’로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던 천명관 작가는 10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창비)을 내놓는다. 엄혹한 현실을 마주한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시공간적 배경, 제목 등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윤후명 유고시집(문학과지성사)과 천선란 장편소설(〃)도 독자를 만난다.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한강 작가의 차기작은 출판사도 “원고를 기다리고 있다”(문학동네)고 한다.내년 1월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2011년 맨부커상을 받은 줄리언 반스의 마지막 소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다산북스)가 영국 출간과 동시에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다. 그는 이 책을 끝으로 집필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혀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올해 한국 출판계에서는 부동산 폭등으로 빚어진 문제 등을 담은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문학동네), 극도의 편리성 추구로 생기는 병폐를 다룬 ‘편안함의 습격’(수오서재) 등 시대 현안과 이에 반응하는 개인의 삶을 포착한 책들이 주목을 받았다.2026년 출간 예정인 주요 신간들 역시 도파민 중독, 리더십의 변화, 인류세(人類世) 등 동시대의 질문을 여러 장르로 조명할 예정이다. 은희경, 천명관 등 중견작가들도 모처럼 신작을 들고 돌아올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불확실한 시대 해석해줄 책 인기퓰리처상 수상작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지리학과 교수가 신간 ‘위대한 리더십은 어떻게 탄생하는가(가제·김영사)’로 내년 하반기 독자를 찾아온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번 책에서 정치·비즈니스·스포츠·종교 등 다양한 영역의 리더십 사례를 분석한다. 역사적 변곡점에서 리더가 수행한 역할을 짚으며, 개인의 역량과 시대적 조건, 우연이 결합하는 방식을 조명한다. 역사적·문화적 사례를 폭넓게 검토해 리더십의 작동 조건을 구조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현지에서도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다이아몬드의 저작들이 인류 역사와 문명 발전을 통찰력 있게 연결해온 만큼 이번 신간에도 기대가 모인다.올해엔 ‘경험의 멸종’(어크로스) 등 대면소통이 줄고 극도의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 책들이 주목받았다. 이러한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3월 출간 예정인 니클라스 브렌보르의 ‘초자극의 시대’(위즈덤하우스)는 숏폼 콘텐츠와 즉각적 보상 등 ‘초자극’이라는 이름의 기술이 우리의 몸과 감정, 욕망, 집중력의 회로를 어떻게 재편하는지 추적한 현대인의 생물학적 보고서다.‘먼슬리 리뷰’의 편집인인 존 벨라미 포스터 미국 오리건대 사회학과 교수는 내년 4월 출간되는 ‘인류세 시대의 자본주의’(한길사)에서 자본주의가 지구 생태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과정의 이론적·역사적 배경을 조명할 예정이다. 인류세는 방사능, 플라스틱, 화석연료 등 지구시스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 인류의 활동을 특징짓는 새로운 ‘지질학적 단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견 작가의 귀환…한강 신작 볼 수 있을까 문학 분야에서는 각자의 세계관을 구축해온 중견 작가들이 이를 확장하거나 변주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은희경 작가는 ‘빛의 과거’ 이후 7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제목 미정·문학동네)을 선보인다. 성격도 외양도 판이한 60대 자매의 입체적인 대비를 통해 노년의 삶과 몸을 깊이 있게 펼쳐 보이며, 우리가 살아내야 할 미래의 첫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한다.‘고래’로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후보에 올랐던 천명관 작가는 10년 만에 창비에서 장편소설을 내놓는다. 엄혹한 현실을 마주한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시공간적 배경, 제목 등은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받은 줄리언 반스는 내년 1월 마지막 소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다산북스)를 낼 예정이다. 그는 이 책을 끝으로 집필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혀왔다.이르면 올해 발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강 작가의 차기작은 내년으로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의 차기작을 준비 중인 문학동네 측은 “원고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 작가는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작별’에 이은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집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배우 신민아 씨(41·사진 오른쪽)와 김우빈 씨(36)가 공개 연애 10년 만에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을 기념해 소외계층을 위해 거액을 기부했다. 신 씨와 김 씨의 소속사 에이엠엔터테인먼트는 20일 “두 사람이 한림화상재단과 서울아산병원, 좋은벗들 등에 총 3억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은 양가 가족과 친인척, 가까운 지인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주례는 김 씨가 비인두암으로 투병할 당시 인연을 맺은 법륜 스님이, 사회는 김 씨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배우 이광수 씨가 맡았다. 신 씨와 김 씨는 2014년 한 의류 광고 촬영 현장에서 처음 만난 후 이듬해 연인 관계를 공식 인정하고 교제해 왔다. 김 씨가 2017년부터 투병으로 약 2년 반의 공백기를 가졌던 때에도 서로에게 힘이 돼 준 것으로 전해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배우 신민아 씨(41)와 김우빈 씨(36)가 공개 연애 10년 만에 결혼식을 올리고, 그를 기념해 소외계층을 위해 거액을 기부했다.신 씨와 김 씨의 소속사 에이엠엔터테인먼트는 20일 “두 사람이 한림화상재단과 서울아산병원, 좋은벗들 등에 총 3억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두 사람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은 양가 가족과 친인척, 가까운 지인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사회는 김우빈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배우 이광수가 맡았다. 두 사람은 2014년 한 의류 광고 촬영 현장에서 처음 만난 후 이듬해 연인 관계를 공식 인정하고 공개 연애를 이어왔다. 김 씨가 2017년 비인두암 투병으로 약 2년 반의 공백기를 가졌던 때에도 서로에게 힘이 돼준 것으로 전해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레오 14세 교황이 20일 곽진상 신부(세례명 제르마노·61)를 수원교구 보좌 주교로 임명했다고 주한교황대사관이 밝혔다. 곽 주교 임명자는 경기 수원 출생으로, 가톨릭대 신학대를 졸업하고 1993년 2월 사제품을 받았다. 수원교구 중앙 본당 보좌신부를 시작으로 분당성요한 본당, 조원동 주교좌본당 보좌신부를 거쳤다.이후 파리가톨릭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와 2005년 수원교구 범계 본당 주임신부로 임명됐다. 수원가톨릭대 교수와 총장을 지냈으며 2023년 6월부터 수원교구 서판교본당 주임 신부로 사목해왔다.이번 임명으로 한국 천주교의 현직 주교는 대주교 3명, 주교 21명을 포함해 24명으로 늘었다. 원로 주교 18명을 합치면 전체 주교 수는 42명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나치 체제 때의 교육을 들여다보면 교육이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는 장치로 전락할 수 있는지가 선명해진다. 아돌프 히틀러가 1933년 집권한 뒤로 나치의 교육과정은 탐구심을 기르기는커녕 지식을 전달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아이들은 전쟁을 일상처럼 접하도록 길러졌다. 미술 시간에는 방독면을 쓴 인물이나 폭격 장면을 그렸고, 교실 밖에서는 군대식 대형을 맞춰 행진하는 훈련이 반복됐다. 독일 미술사학자 에르빈 파노프스키는 이러한 교육을 설계하고 정당화한 이들을 ‘곤충숭배자’라고 명명했다. 마치 개미나 벌처럼 인종과 계급, 국가 같은 집단을 중심에 두고 사고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암흑의 시기에도 인간이기를 끝내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독일 함부르크에 있던 바르부르크 도서관은 나치 집권 직후 수석 사서의 주도로 6만 권에 이르는 장서를 포장해 영국 런던으로 옮겼다. 책과 함께 사유의 전통을 국외로 피신시킨 이 결정은 폭력과 전체주의에 맞선, 조용하지만 단호한 선택이었다.이 ‘망명 도서관’은 이후 바르부르크 연구소로 발전해 국경과 시대를 넘어선 국제적 휴머니즘의 거점이 됐다. 이곳에는 페트라르카의 저작을 비롯해 이탈리아 여러 도시를 전전하던 15세기 휴머니스트들, 파시즘을 피해 망명한 20세기 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함께 보존돼 있다. 사유의 계보는 이렇게 단절되지 않은 채 이어져 왔다. 신간은 르네상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700년의 시간을 가로지르며, 복잡하고 불완전하지만 그 자체로 고유한 인간의 삶을 탐구해 온 휴머니스트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14세기의 페트라르카와 보카치오에서 출발해 몽테뉴와 흄, 다윈, 버트런드 러셀, 조라 닐 허스턴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대적 조건 속에서 인간을 사유한 인물들을 새롭게 불러낸다. 저자가 말하는 휴머니즘은 추상적인 사상이 아니다. 억압과 폭력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도 인간의 얼굴을 지키려는 ‘실천적 선택’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은 종교적 탄압과 전쟁, 인종차별과 불평등이란 위협에 둘러싸여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절망 속에서도 인간의 가능성을 끝까지 붙들었다. 특히 이 책은 휴머니즘의 지형을 서구 남성 중심의 전통에서 벗어나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르네상스 시기에 배제됐던 여성 학자 카산드라 페델레, 여성의 몸과 자유를 스스로 재정의한 어밀리아 블루머, 인종차별의 현실 속에서 존엄을 증명한 프레더릭 더글러스, 흑인 여성의 삶과 언어를 기록한 조라 닐 허스턴 등 기존 역사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던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호출한다. 인간다움이 특정 문화나 시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열려 있는 가능성임을 환기시키는 대목이다. 페스트가 도시를 초토화한 이후에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겨졌던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에도, 언제나 절망 대신 희망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었다. 인간다움은 위기의 순간마다 희미해졌다가도 끈질기게 되살아났다. 억압과 불평등, 폭력과 전쟁이 일상이 된 시대에도, 인간의 정체성과 미래가 위협받는 인공지능(AI)의 시대에도, 우리가 무엇을 놓지 말아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타인의 슬픔과 고통에 무뎌지지 않기 위해 애써 온 수많은 휴머니스트들에게 보내는, 조용하지만 묵직한 격려로 읽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동아일보는 ‘2025년 올해의 우수 독자센터’ 수상자 16명을 18일 선정했다. 올해의 우수 독자센터는 지역별로 공헌도가 가장 높은 독자센터 사장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수상자는 홍원영(서울 후암신촌), 이종실(서울 원남), 이성수(서울 잠원), 김영원(서울 풍납성내), 허남기(경기 일산남부), 조덕연(경기 중동중부), 정연우(경기 이천), 김춘상(경기 오산), 김익태(대구 만촌), 박이섭(경북 안동), 박종최(부산 대저), 김연채(경남 마산월영), 조준식(대전 신관저), 김덕용(충북 제천), 정병진(광주 운암동운), 신홍근(전남 북순천) 독자센터 사장이다. 스포츠동아는 올해의 우수 독자센터 수상자로 이동수(서울 은평뉴타운), 김충열(서울 문래당산), 김석환(경기 원미도당), 오찬열(경기 안산중앙), 정선진(대구 반야월), 서지철(울산 전하남목), 홍성욱(충남 천안북부), 노월성(전남 남악신도시) 독자센터 사장을 선정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듀스 멤버 고 김성재의 음성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되살려 신곡 ‘라이즈(Rise)’를 발표한 이현도가 해당 곡에서 발생하는 저작인접권 일부를 김성재 유족과 공유하기로 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는 18일 “음실련 회원인 이현도가 ‘자신의 저작인접권 일부를 김성재의 몫으로 분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이에 따른 분배 구조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저작인접권은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하는 등 음반 제작에 참여한 실연자에게 부여되는 권리다. 창작자에게 주어지는 저작권과 구분된다. 이번 곡은 과거 음원에서 추출한 김성재의 음성을 AI 기술로 복원해 활용했다. 작사·작곡과 실연을 맡은 이현도는 동료 김성재를 기리는 뜻에서 저작인접권 일부를 나누기로 결정했다고 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듀스 멤버 고(故) 김성재의 음성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되살려 신곡 ‘라이즈(Rise)’를 발표한 이현도가 해당 곡에서 발생하는 저작인접권 일부를 김성재 유족과 공유하기로 했다.사단법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는 18일 “음실련 회원인 이현도가 ‘자신의 저작인접권 일부를 김성재의 몫으로 분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이에 따른 분배 구조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저작인접권은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하는 등 음반 제작에 참여한 실연자에게 부여되는 권리다. 창작자에게 주어지는 저작권과 구분된다.이번 곡은 과거 음원에서 추출한 김성재의 음성을 AI 기술로 복원해 활용했다. 작사·작곡과 실연을 맡은 이현도는 동료 김성재를 기리는 뜻에서 저작인접권 일부를 나누기로 결정했다고 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올해 응모작들은 소재가 한층 다양해져 각기 다른 세계를 이야기로 끌어오려는 시도가 반가웠습니다. 다만 흥미로운 사건과 모티프를 잡아놓고도 이를 문학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에서 긴장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작품들이 적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26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올해 응모작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올해 9개 부문에 접수된 작품은 총 9113편으로, 지난해(7384편)보다 1729편이 더 늘었다. 부문별 응모 편수는 중편소설 436편, 단편소설 787편, 시 6878편, 시조 488편, 희곡 101편, 동화 273편, 시나리오 81편, 문학평론 18편, 영화평론 51편이었다. 예심 심사위원은 △중편소설 손홍규·정한아 소설가, 정여울 문학평론가 △단편소설 김성중·손보미·안보윤 소설가, 강동호 문학평론가 △시 김상혁·서효인 시인 △시나리오 정윤수 영화감독,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가 맡았다.● “소재 폭 넓고 문장력 높아져” 중편소설 응모작은 다양한 소재를 다뤘지만, 문장력과 서사력이 결합한 ‘중편다운 밀도’를 갖춘 작품은 드물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여울 평론가는 “이태원 참사, 비상계엄 등 시사적 소재가 다양하게 등장했지만 문학적 형상화의 밀도는 부족했다”며 “살인 등 강력범죄가 반복적으로 등장한 것은 폭력이 일상화된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홍규 소설가는 “다양한 시공간을 다루지만 현실 문제를 직접적으로 파고든 작품은 적었다”며 “유머와 여유가 거의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쉬웠다”고 했다. 정한아 소설가는 “중편이 줄 수 있는 회복·치유의 감각을 끝까지 밀어붙인 작품은 드물었다”면서도 “편차가 큰 가운데도 울림 있는 작품은 분명히 존재했다”고 평했다. 단편소설 부문은 소재의 폭은 넓은 반면에 문체와 톤이 비슷해 ‘음역대가 비슷한’ 작품이 많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성중 소설가는 “평균적인 문장력은 높아졌고 못 쓰는 소설은 확연히 줄었지만 마지막에 힘이 빠지는 작품이 많았다”고 했다. 강동호 평론가는 “가족, 돌봄, 장애, 부동산, 플랫폼 노동 등 한쪽에 경향이 몰린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소재가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안보윤 소설가는 “한 사람을 악인으로 몰아 분노를 터뜨리는 방식의 서술에서 벗어난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보미 소설가는 “직업적·생존적 불확실 등 사회 분위기가 작품 전반에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잔잔한 우울과 불안이 두드러져” 시 부문은 내면의 불안과 고립감 등 예민한 정서가 두드러진 응모작이 많았다. 서효인 시인은 “정치적 이슈는 뉴스의 과잉 때문인지 시로 가져온 경우가 드물었다”며 “시어 선택은 전반적으로 날카롭고 예민했다”고 말했다. 김상혁 시인은 “거대 담론은 사라지고 생활·주변 이야기로 이동하고 있으며, 잔잔한 우울과 불안이 응모작 전반을 관통했다”며 “응모 편수가 늘어난 것은 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시나리오 부문에선 소재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표현 방식이 한층 세련돼졌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윤수 감독은 “예전보다 훨씬 의연하고 가볍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고 복수, 정의, 사이비 종교, 소셜미디어 등 사회적 주제도 세련되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조정준 대표는 “전체적으로 편차가 줄고 평균적 완성도가 올라갔다”면서도 “아이템은 흥미롭지만 서사로 충분히 확장되지 못한 작품들이 있었다”고 했다. 또 공상과학(SF) 응모작이 증가했으나 논리적 설계 없이 ‘SF를 가장한 판타지’가 많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날 예심 결과 △중편소설 11편(11명) △단편소설 12편(12명) △시 58편(11명) △시나리오 11편(11명)이 본심에 올랐다. 시조·희곡·동화·문학평론·영화평론은 예심 없이 본심에서 당선작을 정한다. 당선자에게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당선작은 동아일보 내년 1월 1일자 지면에 실린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