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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사우디아라비아 가스복합발전소 2곳의 건설·운영 사업 낙찰자로 선정됐다. 사우디와 미국의 태양광 발전 사업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 국제 입찰 사업 수주다. 21일 한전은 사우디 전력조달청(SPCC)이 발주한 루마1·나이리야1 가스복합발전소의 건설·운영 사업 낙찰자로 선정돼 전력판매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각각 1.9GW(기가와트)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 2기를 2028년까지 짓고, 이후 25년간 생산된 전력을 사우디 SPCC에 판매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발전소 한 곳당 약 2조8000억 원이다. 한전은 이번 수주로 25년의 운영 기간에 약 4조 원(30억 달러)의 해외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발전소 건설 공사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해 약 2조 원의 해외 동반 수출 효과도 예상된다. 올해 한전은 사우디 알사다위와 미국 괌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다음 달까지 전력판매계약 체결을 완료할 예정으로 두 사업에서 25년간 총 1조14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한전 관계자는 “잇따른 수주를 발판으로 가스복합, 신재생 등 다수의 사업이 계속 발주될 것으로 기대되는 중동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하루에만 2만 보 이상 걸어 다니면서 골목골목 빠뜨린 곳은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고된 일이지만 일흔 살이 되더라도 힘에 부칠 때까지는 계속 하고 싶어요.” 경기 구리시에서 통계 조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정희 조사원(50·사진)은 1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담당하는 일이 국가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된다는 생각에 보람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조사원은 이달 8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가구주택기초조사’에 투입돼 구리시 모든 주택과 거주 중인 가구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는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시작으로 벌써 20년째 수행하는 업무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며 “올해 조사부터는 반지하와 옥탑의 현황 파악을 위한 첫 전수조사가 이뤄지는 만큼 빠뜨린 곳이 없도록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지하나 옥탑은 건축물 대장을 통해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접 현장을 방문해 통계를 작성해야 할 때가 많다. 이 조사원은 “현장에서 주택을 확인하더라도 실제 사람이 거주하는지까지 집계해야 한다”며 “만약 거주 여부가 애매하다면 이웃집이나 중개업소를 통해서라도 끈질기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올해부터 조사 방식과 시스템을 고도화해 조사원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이 조사원이 2005년 처음으로 인구주택총조사 업무에 투입됐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환경이다. 그는 “첫 조사 당시만 해도 종이로 된 지도를 손에 들고 다니면서 가구당 인원수를 손으로 적어 합산했다”며 “2020년에는 태블릿PC를 활용한 전자조사(CAPI)가 처음 도입됐고 올해에는 실시간 입력 및 통계 검사 기능까지 추가돼 더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점도 있다. 현장 조사 업무가 고되다는 사실이다. 이번 조사에서 구리시에 배정된 조사원은 총 13명. 이들은 20일간 약 4만3000가구의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하루에 한 명당 160여 가구를 조사하는 셈이다. 이 조사원은 “골목 구석구석을 방문해야 하는 만큼 차량 이용이 어렵기 때문에 하루에 10㎞ 이상을 걷는 일도 잦다”며 “화장실을 가는 것도 쉽지 않아 조사 중에는 밥이나 물을 먹지 않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조사원을 그만두지 않는 것은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그간 만나온 사람들 때문이다. 그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돕거나 홀몸노인 대상 도시락 배달 등은 현장 곳곳을 누비는 통계 조사원이라 가능한 것”이라며 “모든 통계의 기초를 다진다는 자부심과 사람 사는 냄새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일을 앞으로 30년은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2022년 8월 기록적인 폭우에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던 가족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반지하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의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면서 정부는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도 경기 의정부시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해 거주자 2명이 사망했다.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대책 마련을 위한 기본 토대가 갖춰지지 않은 탓이 크다. 침수나 화재 등에 취약한 반지하는 전국에 32만7000가구로 ‘추정’된다. 표본의 20%를 대상으로 조사해 시군구 단위까지만 작성되는 통계다. 읍면동 구석구석 어느 곳에 주거 취약 시설이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계청이 올해 처음으로 반지하와 옥탑 등 주거 취약 시설의 전수조사에 나섰다. 통계청은 이달 8일부터 27일까지 ‘2024 가구주택기초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1925년 처음 시작돼 내년에 100년을 맞이할 ‘인구주택총조사’ 및 ‘농림어업총조사’의 정확한 조사구(통계조사 단위 구역) 설정과 표본 구축에 활용될 예정이다. ● 급변하는 조사 환경 대응… 정책 수립에 활용 2014년 처음 실시돼 올해로 세 번째인 가구주택기초조사는 전국의 거처 및 가구에 관한 기초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4·9연도’에 5년 주기로 진행된다. ‘거처’는 사람이 사는 모든 장소를, ‘가구’는 1인 또는 2인 이상이 모여 생계를 같이하는 생활 단위를 뜻한다.조사 항목은 주소, 빈집 여부, 옥탑 및 반지하 여부, 총 방 개수 등 14개다. 통계청이 주관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조사를 진행하며 공무원 1300여 명과 조사원 8000여 명이 20일간 약 1600만 가구와 전국 모든 거처의 기초 정보를 수집한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반지하와 옥탑 현황을 처음으로 전수 조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거처 내 옥탑 및 반지하 유무와 거주 여부를 파악해 기초 자료를 제공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 취약 계층의 주거 지원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구주택기초조사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공유 주택 등 거처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오피스텔 등 주택 이외의 거처도 매년 증가세다. 2000년 0.8%였던 주택 이외 거처 비중이 2020년에는 5.6%까지 늘었을 정도다. 1인 가구 증가와 개인정보 보호 의식 강화로 현장 조사의 어려움도 증가했다. 통계청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였다. 우선 불필요한 현장 조사를 줄여 조사 부담을 최소화했다. 준공 5년 이상 30년 미만인 아파트는 도면이나 행정자료만으로도 현황 파악이 가능한 만큼 현장 조사 확인 대상에서 제외했다. 태블릿PC를 활용한 전자조사(CAPI) 시스템도 개선했다. 항목 간 검사 기능을 탑재해 조사원이 현장에서 파악한 내용을 태블릿PC에 입력하는 동시에 자동으로 오류를 잡아낼 수 있게 됐다.● 내년 인구 센서스 100년… “선진국 도약 밑거름” 이렇게 완성된 가구주택기초조사 자료는 내년에 실시될 ‘2025 인구주택총조사’에 활용된다. 인구주택총조사는 ‘0·5연도’에 5년 주기로 전국 가구의 20%를 표본으로 추출해 이뤄진다. 이때 모든 거처와 가구가 표본을 추출하는 틀에 포함될 수 있도록 1년 앞서서 가구주택기초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내년은 1925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인구 센서스(Census·총조사)’가 100년을 맞이하는 해다. 센서스는 특정 시점에 한 국가 또는 일정한 지역의 모든 사람과 가구, 거처와 관련된 인구·경제학적, 사회학적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 제공하는 전(全)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한국에서 통계적 목적의 첫 인구 센서스는 1925년 이뤄진 간이국세조사다. 1949년에는 명칭을 변경해 ‘총인구조사’가 실시됐고 1955년 같은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장래 인구 추계가 진행됐다. 국가의 주요 정책 수립을 위한 토대가 되는 인구 센서스의 중요성은 75년 전부터 이미 강조되고 있었다. 1949년 5월 1일 동아일보 사설에는 “5·1 인구조사는 우리의 경제적 독립의 초석을 포석하는 것이니 민국에 생을 향유한 자는 수모(誰某·아무개)를 막론하고 참가 협조하지 않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리의 산업이 부흥하느냐는 것은 오늘 실시되는 인구조사의 성적 여하에 의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 자원의 활용 및 배분, 경제 발전 목표 등이 세워지는 만큼 정확한 통계 산출을 위한 응답을 독려한 것이다. 최근에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국가의 굵직한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급속도로 고령화되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 전략’ 구상이나 주택 보급 규모 및 속도를 추산해 마련하는 ‘주택공급계획’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5년마다 실시된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우리는 과거에 어떤 변화를 거쳤고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예상해 볼 수 있다. 문맹률이 높았던 1970년대에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 한글을 읽을 수 있는지를 조사했고 1980년대에는 대도시로의 인구 밀집에 따른 교통 문제가 조사 항목에 담겼다. 2000년부터는 자동차 보유 여부를, 2020년 조사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물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 센서스 자료가 밑거름 역할을 했다”며 “내년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센서스 100년 성과를 평가·기념하고 ‘앞으로의 100년’ 설계를 위한 센서스의 역할과 방향을 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한국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80대 이상의 고령층이 세상을 떠난 뒤에 물려준 재산이 지난해 처음으로 20조 원을 넘어섰다. 80, 90대 부모가 숨지면서 노인 줄에 접어든 자녀가 재산을 물려받는 이른바 ‘노노(老老) 상속’ 규모는 5년 새 3배 이상으로 불었다. 19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가 부과된 피상속인(사망자)의 나이가 80세 이상인 경우는 1만712건으로 전체 상속 건수의 53.7%에 달했다. 이들이 물려준 재산은 총 20조3200억 원(재산가액 기준)이었다. 전년보다 3조9100억 원 늘어난 규모로, 80세 이상이 물려준 재산이 20조 원을 넘은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5년 전(6조6100억 원)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규모다. 국세청 관계자는 “피상속인이 80세 이상이라면 상속 받는 자녀는 적어도 50대 중반은 넘긴 경우가 많다”며 “고령층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노노 상속 사례도 증가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노노 상속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일본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늘어난 노노 상속으로 부가 돈을 쓸 곳이 많은 젊은 세대에게 넘어가지 않고 계속 고령층에 머물며 경제 전체에 돈이 돌지 않는 악순환이 나타난 바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자산에서 유동화시키기 어려운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노노 상속이 늘면 내수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높은 증여세나 상속세 부담 때문에 자녀에게 미리 재산을 물려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산도 적지 않다”며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의 고령화까지 염두에 두고 부의 이전을 돕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稅부담에 증여 막혀 ‘부의 고령화’… 60세이상이 순자산 44% 보유[고령화에 늘어나는 ‘老老상속’]60세이상 순자산 10년새 3배로… “고령층에 부 몰려 내수 침체 초래”老老상속 73% 부동산, 유동화 과제… “경제 활력 차원 세제 개편 필요”수도권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모 씨(58)는 최근 재산 일부를 미리 자녀들에게 넘겨주려다가 관뒀다. 시가 20억 원대인 아파트를 증여하려고 알아보니 증여세만 6억 원이 넘었다.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자녀들이 내기에는 큰 액수였다. 이 씨는 “결혼과 출산 등을 앞둔 자녀들에게 재산을 좀 나눠주려 했는데 세금 부담이 너무 컸다”며 “결국 공장 법인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하고 배당 등으로 조금씩 재산을 넘겨주기로 했다”고 말했다.‘노노(老老) 상속’이 5년 새 3배 이상으로 늘어난 데는 최고 세율이 50%에 달하는 증여세율도 영향을 미쳤다. 높은 부동산 비중도 미리 재산을 넘기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정부 안팎에서는 젊은 세대보다 씀씀이가 적은 고령층에 부가 집중되면서 내수 침체를 비롯해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높은 증여세 부담에 고령화되는 ‘부(富)’19일 대학원생 장모 씨(35)는 “부모님이 올해 말 입주를 앞둔 서울의 한 신축 아파트 지분을 동생과 절반씩 증여받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셨는데 세금 때문에 선뜻 결정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억 원이 넘는 해당 아파트를 증여받을 경우 그와 동생은 각각 2억 원 이상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현재 30억 원이 넘는 자산을 증여하면 세율은 50%가 적용된다. 10억 원 초과, 30억 원 이하 자산인 경우에도 증여세율은 40%다. 세무법인 대륙아주의 강정호 세무사는 “과거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한 고령층이 늘면서 자녀들이 경제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년기에 자산을 넘겨주려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증여세 부담이 커서 직접 넘겨주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부(富)가 고령층에 집중되는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동아일보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 가구의 전체 순자산은 9479조 원 규모였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가구주가 보유한 순자산은 4139조 원으로 43.7%에 달했다. 2013년에는 전체 순자산 4867조 원 가운데 60세 이상 가구주의 순자산이 1443조 원(29.6%) 수준이었는데 10년 새 3배 가까이로 늘었다.● 노노 상속의 73%가 부동산 자산노노 상속 재산에선 특히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80세 이상 피상속인(사망자)이 물려준 재산 20조3200억 원(재산가액 기준)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10조1500억 원이 아파트를 비롯한 건물이었다. 4조6900억 원은 토지였다. 노노 상속 재산의 4분의 3에 육박하는 재산이 건물과 토지인 것이다. 부동산은 통상 세금 문제 때문에 현금성 자산보다 증여가 힘들 뿐만 아니라 유동화도 쉽지 않아 생전에 물려주기가 어렵다. 또 본인이 살고 있는 집까지 죽기 전에 넘겨줄 수도 없다.노노 상속이 늘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고령층이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부 합산 1주택 이하인 기초연금 수급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 등을 팔아 연금계좌에 납입하면 최대 1000만 원까지 양도소득세를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고령층의 부동산 유동화를 돕는 것을 고령화시대의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정부는 자녀가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양가를 합쳐 최대 3억 원까지 증여세 없이 재산을 물려줄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한 바 있다.‘부의 대물림’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내수 활성화와 경제 활력 차원에서 자산 이전 문제를 바라볼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의 축적이 아니라 소비와 투자에 도움이 되는 경우라면 증여세 부담을 줄여주는 식의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에 집중된 한국의 자산 특징을 고려하면 양도세 대신 보유세 중심으로 세제를 개편해 쉽게 팔 수 있게 해주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한국보다 앞서 ‘노노(老老) 상속’에 따른 부작용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일본은 2년 전부터 ‘부(富)의 회춘(回春)’ 정책을 펴고 있다. 고령층의 자산이 젊은 세대로 옮겨갈 수 있게 더욱 빨리 사전 증여를 하도록 제도를 손봤다. 미국은 증여와 상속을 합쳐 190억 원 가까이는 세금을 매기지 않고, 영국은 가족한테 증여받은 재산을 처분해 번 돈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긴다. 일본은 20여 년 전부터 노노 상속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전체 피상속인(사망자) 가운데 8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1998년에 46.5%에 달했다. 2018년에는 71.1%까지 상승했다. 한국은 피상속인의 나이가 80세 이상인 경우가 지난해 53.7%였다. 고령자의 부가 소비나 재투자로 이어지지 못한 채 예금 형태로 잠겨 있자 일본은 2013년부터 생전 증여 제도를 확대했다. 증여세 감면을 통해 부의 빠른 이전을 유도한 것이다. 그런데도 노노 상속 문제가 이어지자 2022년부터는 ‘부의 회춘’ 정책을 실시했다. 고령층에게 쏠린 자산을 젊은 세대로 이전시키기 위해 사전 증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종 세제를 정비했다. 특히 더 빨리 사전 증여를 하도록 상속세 부과 대상이 되는 증여 시점을 3년에서 7년으로 늘렸다. 일본은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하면 1년에 110만 엔(약 1000만 원)까지는 증여세를 면제해준다. 하지만 증여 시점이 부모가 사망한 날로부터 3년 이내면 나중에 상속세를 추가로 부과했는데, 부의 회춘 정책으로 2031년까지는 7년 이내면 상속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60세 이상 부모가 18세 이상 자녀나 손자녀에게 증여할 때 손주 교육비(1500만 엔), 결혼육아비(1000만 엔)도 증여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당초 이 제도는 지난해 3월 종료 예정이었지만 3년 더 연장했다. 세대 간 자산 이전을 유도하는 건 미국과 영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상속·증여세 통합세액공제를 2018년 1월부터 크게 확대했다. 증여와 상속을 합해 한 명당 약 550만 달러(약 76억 원)까지 면제해주던 것을 1100만 달러(약 150억 원)로 늘렸고, 현재는 1361만 달러(약 190억 원)까지 면제해준다. 이에 더해 자녀나 손주의 교육비 명목으로 미리 저축한 돈을 실제 그 용도대로 사용할 경우 그간의 운용 수익은 세금을 면제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가족 구성원에게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그 대신 추후에 증여받은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할 경우 그에 따른 자본이득세를 내는 방식이다. 다만 증여한 사람이 증여 후 7년 이내에 사망하면 상속세를 낼 수도 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며 올해 매장 계산원과 같은 판매직 고용이 1년 전보다 11만 명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이던 2020∼2021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18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등에 따르면 올해 1∼10월 월평균 판매 종사자는 251만8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1만 명 줄었다. 1∼10월 기준으로 7차 표준직업분류가 적용된 2013년 이후 2021년(―13만2000명)과 2020년(―12만7000명) 다음으로 큰 감소 폭이다. 판매 종사자는 온라인 거래 증가와 키오스크 도입 확대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다만 내수에 따라 진폭이 크다. 2022년(―9만4000명)과 2023년(―5만5000명)에는 판매 종사자 감소 폭이 줄었는데,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올해 다시 감소 폭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재화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좀처럼 하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1.9% 줄었다. 2022년부터 10개 분기째 이어지고 있는 역대 최장 감소세다. 이에 따른 판매직 고용 한파는 특히 청년층에 집중됐다. 올해 줄어든 판매직 11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5만1000명이 15∼29세 청년층이었다. 50대가 3만1000명으로 뒤를 이었고 30대(3만600명), 40대(6400명) 등의 순이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매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판매직 고용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풀면서 지난해 다주택자 비중이 4년 만에 상승했다. ‘영끌’로 집을 마련한 30대 이하 청년층은 고금리를 견디지 못해 집을 판 반면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적극적으로 집을 사들였다. 18일 통계청의 ‘2023년 주택 소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주택을 소유한 개인은 1561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30만9000명 증가했다. 주택 소유자 중 집을 2채 이상 소유한 사람의 비중은 15.0%(233만9000명)로 전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종부세를 대폭 완화하면서 다주택자의 세 부담도 감소했다. 그러나 30세 미만의 주택 소유자는 25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2만2000명 감소했다. 30대 주택 소유자 역시 154만1000명에서 148만 명으로 6만1000명 줄었다. 50대(393만8000명)와 60대(355만4000명) 주택 소유자가 1년 전보다 각각 8만6000명, 16만8000명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금리로 2030 청년층이 주택 매도에 나선 것과 달리 중장년층은 부동산 규제 완화를 활용해 추가 주택을 매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공시가격 기준)은 3억2100만 원이었다. 전년(3억1500만 원)보다 1.9% 상승했다. 주택을 소유한 평균 가구주 연령은 57.3세로 0.5세 올랐고, 가구당 평균 소유 주택 수(1.35채)도 0.01채 증가했다. 주택 가액 기준 상위 10% 가구의 평균 주택 가액은 12억5500만 원, 하위 10% 가구의 평균 주택 가액은 3100만 원이었다. 자산 상위 10%와 하위 10%의 주택 가격 차는 2년 연속 40.5배에 달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며 올해 매장 계산원과 같은 판매직 고용이 1년 전보다 11만 명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이던 2020~2021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18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등에 따르면 올해 1~10월 월 평균 판매 종사자는 251만8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1만 명 줄었다. 1~10월 기준으로 7차 표준직업분류가 적용된 2013년 이후 2020년(―12만7000명)과 2021년(―13만2000명) 다음으로 큰 감소 폭이다. 판매 종사자는 온라인 거래 증가와 키오스크 도입 확대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다만 내수에 따라 진폭이 크다. 2022년(―9만4000명)과 2023년(―5만5000명)에는 판매 종사자 감소 폭이 줄었는데,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올해 다시 감소 폭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재화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좀처럼 하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1.9% 줄었다. 2022년부터 10분기째 이어지고 있는 역대 최장 감소세다.이에 따른 판매직 고용 한파는 특히 청년층에 집중됐다. 올해 줄어든 판매직 11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5만1000명이 15~29세 청년층이었다. 50대가 3만1000명으로 뒤를 이었고 30대(3만600명), 40대(6400명) 등의 순이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매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판매직 고용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20대 청년 5명 중 2명은 ‘비혼 출산’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지지만 정작 이를 지원하는 정책 변화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와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0∼29세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42.8%였다. 2014년 30.3%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하면 12.5%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20대 가운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2014년 51.2%에서 2024년 39.7%로 감소했다. 비혼 출산에 대한 청년층의 긍정적 인식은 출산율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는 1만900명으로 1년 전보다 1100명 증가했다. 전체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7.7% 감소해 ‘역대 최저’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비혼 출산을 지원하는 정책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의 출산 및 양육 지원 정책은 여전히 ‘결혼한 부부’를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선 비혼 가정 등록제를 운영하며 비혼 출산과 양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비혼 출생 비율(2020년 기준)은 2.5%로 유럽연합(EU) 평균(41.9%)은 물론이고 뉴질랜드(48.3%), 미국(40.5%), 캐나다(32.7%) 등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21년 만에 추진되는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원화 외평채)’의 연내 발행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올해 7월 대표 발의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은 발의 후 약 4개월이 지난 이달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됐다. 추후 국회 절차를 고려하면 연내 입법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정안은 한국은행에 ‘원화 외평채’의 전자등록 업무를 부여해 발행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외평채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이 발행하는 일종의 국채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때는 ‘달러’ 표시 외평채를, 하락 시에는 ‘원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해 외환시장 안정을 꾀한다. 원화 표시 외평채는 2003년 국고채와 통합된 이후 발행된 적이 없다. 그 대신 외평기금은 외화 매입에 필요한 원화를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으로부터 빌려왔다. 하지만 공자기금은 주로 10년물 국고채로 조달해 금리가 높고 원화 외평채는 단기물 위주로 이자 비용이 저렴하다. 이에 따라 외평기금 수지 개선을 목표로 원화 외평채 발행이 추진됐고, 국회는 올해 18조 원의 발행 한도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 통과가 늦어져 외평채 발행이 내년으로 미뤄지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연간 이자 비용은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연내 발행 가능성을 단언하기 어렵고 국회 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20대 청년 5명 중 2명은 ‘비혼 출산’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지지만 정작 이를 지원하는 정책 변화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17일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와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0~29세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42.8%였다. 2014년 30.3%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하면 12.5%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20대 가운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2014년 51.2%에서 2024년 39.7%로 감소했다. 비혼 출산에 대한 청년층의 긍정적 인식은 출산율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는 1만900명으로 1년 전보다 1100명 증가했다. 전체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7.7% 감소해 ‘역대 최저’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다만 비혼 출산을 지원하는 정책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의 출산 및 양육 지원 정책은 여전히 ‘결혼한 부부’를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선 비혼 가정 등록제를 운영하며 비혼 출산과 양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비혼 출생 비율(2020년 기준)은 2.5%로 유럽연합(EU) 평균(41.9%)은 물론이고 뉴질랜드(48.3%), 미국(40.5%), 캐나다(32.7%) 등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주택과 상가 등에서 쓰는 도시가스 요금이 여전히 원가보다 싸게 공급되면서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3개월 만에 1400억 원가량 더 늘었다. 12일 가스공사가 발표한 올해 3분기(7∼9월) 실적에 따르면 올 9월 말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3조888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보다 1387억 원 늘어난 규모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1조6448억 원 늘었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가스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으로 사실상의 손실이다.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은 올해 8월부터 6.8% 올랐다. 그런데도 가스공사가 주택이나 소규모 상업시설 등에 공급하는 가스요금이 원가를 밑돌아 장부에 쌓인 ‘외상값’이 증가했다. 2020년 말 6000억 원대였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2021년 국제 가스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말 13조 원으로 급증했다. 다만 가스공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4397억 원(연결 기준)으로 1년 전보다 90.9% 증가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2.8% 늘어난 8조1093억 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1552억 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달 초 수출이 1년 전보다 17%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1일부터 10일까지의 수출액은 149억9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억2100만 달러(17.8%) 줄어든 규모다. 1∼10일 수출이 전년보다 감소한 건 올 6월(―4.7%) 이후 처음이다. 월간 수출액은 지난달까지 13개월째 증가세였다. 이달 초순 수출액이 줄어든 건 조업일수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달 1∼10일 조업일수는 7일로, 지난해(8.5일)보다 1.5일 짧았다. 조업일수를 반영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21억3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0.1% 줄었다. 주요 품목별로는 반도체(17.4%)와 선박(373.9%) 등의 수출은 늘었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0%로 1년 전보다 6.6%포인트 상승했다. 승용차(―33.6%)·석유제품(―33.2%)·무선통신기기(―19.0%) 등의 수출은 줄었다. 국가별로는 중국(―14.6%)과 미국(―37.5%), 베트남(―6.0%) 등으로의 수출이 감소했다. 이들 국가는 한국의 최대 수출국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만(29.2%)과 홍콩(3.9%) 등으로의 수출은 증가했다. 이달 1∼10일 수입은 158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1.0% 감소했고, 무역수지는 8억56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조익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10일까지의 수출 감소는 조업 일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이달에도 월간 수출은 증가세가 14개월 연속 이어지고 무역수지 또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일(현지 시간)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 인하에 동참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 연준이 예상대로 금리를 내리면서 한미 금리 차가 1.5%포인트로 좁혀지는 등 금리 인하 여건이 개선됐지만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향후 통화정책 속도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올해 3분기(7∼9월)는 한은 전망치(0.5%)의 5분의 1 토막에 불과한 0.1%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기 침체 징후가 심상치 않자 시장 안팎에선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소비자물가도 1%대로 떨어지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이렇듯 경기나 물가, 가계부채 등만 보면 고금리를 유지할 이유가 없지만 한은의 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하는 것은 환율이다. ‘트럼프 트레이드’를 타고 치솟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을 넘어 7일 장중 1404.5원까지 올랐다. 8일은 미국의 금리 인하 영향으로 10원 이상 내리며 다소 안정됐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본격적으로 집권할 경우 ‘미국 우선주의’ 등으로 달러화 강세 기조가 굳어져 1400원대 원-달러 환율이 ‘뉴 노멀’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운 대규모 감세와 관세 인상 때문에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도 한은의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 관세 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미 대선 결과를 두고 “통화 정책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전망 변화에 따른 적절한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도 내비쳤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 연준이 트럼프 당선 이후 경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상당 기간 관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환율 변동성이 큰 가운데 한은이 금리를 낮출 경우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은 가계부채가 한은의 금리 인하에 부담을 줬다면 환율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며 “가계 부채나 환율이 안정세를 찾았을 때 금리 인하를 시도할 텐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국내 수출이 타격받기 전에 금리를 내려서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세상) 환율이 1400원을 넘는 현상을 막기는 어렵다”며 “한은에서 계획대로 금리를 인하해 수출 부진이 오기 전에 내수 반등 시점을 당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8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관계기관 24시간 합동 점검 체계를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또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에는 상황별 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적기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관계기관 24시간 합동 점검 체계를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8일 한국수출입은행에서 관계기관 합동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한 최 부총리는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에는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적기 대응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글로벌 금융시장은 미 대선을 전후로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대선 결과가 확정된 직후부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다우지수 등 미국 3대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주가 하락과 원·달러 환율 급등이 이어지는 모습이다.최 부총리는 “중동,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향후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흐름,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정부는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관계기관이 긴밀히 공조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롯데호텔 서울에서 ‘대미 투자 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반도체·전자, 자동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소재 화학 등 분야 주요 대미 투자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 본부장은 “정부는 향후 트럼프 신(新)행정부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다양한 가능성에 차분하고도 철저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참석자들은 민관이 합심해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이익 보호를 위해 긴밀히 대응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정 본부장은 “정부는 우리 업계와 긴밀한 공조 체계를 구축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미국 신행정부 및 업계 주요 인사 등과 협의가 적시에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한편 기재부와 외교부 산업부는 이날 ‘관계부처 1급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해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영향을 점검하고 향후 범정부 차원의 대응계획을 논의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원칙적으로 매주 관계 부처 장관(기재부·외교부·산업부·국조실 등) 간담회를 열고 미국 신정부 출범 관련 정보 공유 및 정부 차원 대응 방향을 조율할 방침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통화에서 ‘이른 시일 내 회동’에 합의한 만큼 미 신정부 고위급 교류와 관련한 의제 등도 협의할 계획이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내수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고(高)환율’과 ‘고(高)관세’라는 겹악재를 마주하게 됐다. 1400원대 원-달러 환율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되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로 인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도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대 20%인 보편 관세마저 현실화되면 그나마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던 수출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1400원대 환율 뉴노멀 되나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04.5원까지 치솟았다. 전날보다 4.9원 오른 1401.1원에 출발했던 환율은 이후 상승 폭을 줄여 1396.6원으로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마쳤다. 환율은 미국 대선이 치러진 5일 이후 연일 오르며(원화 가치 하락) 이틀 만에 18원 올랐다. 환율이 1400원대를 보인 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이 고강도 긴축에 나섰던 2022년 등 세 번뿐이다. 시장에선 환율이 145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한 공약들이 강달러를 부추기면서 내년 취임 초반 전까지는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50원까지는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약대로 관세 정책이 실현되면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강달러 현상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트럼프 재집권이 가져올 강달러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환율이 수입 물가를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은 조사국이 더 면밀히 살펴보고 수정 전망에 반영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은 원유 등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환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 한은의 기준금리 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말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번(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금리를 인하하면 더 높은 금리를 좇는 외국인 투자 자금의 이탈 등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더 자극할 수 있다.● “수출 감소→내수 부진 악순환 빠질 수도”미국발 ‘관세 폭탄’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을 비롯해 동맹국 제품에도 보편 관세를 10∼20% 부과하겠다고 밝혀 왔다.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보편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대미 수출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에도 한국의 수출은 수출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첫해인 2017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전년(233억 달러) 대비 20% 이상 감소한 179억 달러로 줄었고, 2019년에는 114억 달러로 급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해온 정책 기조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하고 선제적이고 빈틈없이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고환율과 고관세로 수출이 줄면 내수 부진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을 위한 제품 생산 감소는 결국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의 강력한 대중(對中) 제재로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제조업 생산 기지로서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지였던 중국이 흔들릴 경우 한국이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연구원은 “미중 전략 경쟁은 리스크인 동시에 다양한 업종에서 중국 역할을 대체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 ‘시대적·구조적 기회 요인’이라고 지적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트럼프 2.0’이 현실화되면서 한국 경제는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중(對中) 견제 강화, 모든 수입품 대상 보편 관세 부과 등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만큼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미(對美) 무역 흑자 도마에 오를 듯트럼프 당선인은 재임 시절 미국의 무역 적자를 경제 위협 요인으로 간주하고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상대국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통상 정책을 펼쳤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444억 달러로, 2019년보다 3배 가까이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도 9월까지 339억 달러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측의 대(對)한국 무역수지 적자 개선을 위한 통상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 등 동맹국 제품을 포함한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기본 관세를 10∼20%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관세 정책을 시행할 경우 한국의 연간 총수출액이 최소 53억 달러(약 7조4000억 원)에서 최대 448억 달러(약 62조5000억 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재임 시절에도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이유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해 한국산 화물자동차(픽업트럭)의 관세(25%) 종료 시점을 2021년에서 2040년으로 연기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에 따른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밝혔던 대로 중국산 수입품에 60∼10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산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트럼프 당선인의 뜻대로 관세가 인상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이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도체-IRA 보조금 불확실성 커져이날 동아일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산업별 영향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파운드리(위탁생산), 레거시(구형), 장비 등 공급망 전반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대중 수출 통제를 확대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이 통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중국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보조금 지급보다 관세 장벽을 높이는 방법으로 투자 유치를 선호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제정된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도 약속한 수준으로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도 적신호가 켜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8월 격전지로 꼽힌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에 대해 “터무니없다(ridiculous)”며 폐기를 시사한 바 있다. 특히 배터리 업체들이 받고 있는 보조금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가 철회된다면 AMPC를 감안해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올해 상반기(1∼6월) 한국 배터리 3사가 받은 AMPC 규모는 약 84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다만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는 중국 기업의 추격 속도를 늦추거나 미국 시장 진입을 제한한다는 점에서는 한국 반도체, 배터리 기업들에 유리한 요소다.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 철폐가 이뤄진다면 현대자동차, 기아 등의 내연기관차 판매엔 긍정적일 수 있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모든 분야에서 미국 정책의 전방위적인 ‘트럼프화(Trumpification)’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미국의 제조업 육성, 일자리 확보에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각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한국과 미국 정부가 원자력 수출 관련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을 두고 이어지던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갈등 해결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1일(현지 시간) 미국 에너지부·국무부와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에 가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정식 업무협약 체결은 최종 검토 절차를 거친 뒤 이뤄질 예정이다. 양국은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 민간 원자력 협력의 진전이라는 중요한 성과를 이뤄냈다”며 “민간 원자력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 관리를 강화하고 기후변화 대응과 글로벌 에너지 전환 가속화 및 핵심 공급망 확보에서의 협력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잠정 합의는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발생한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갈등 해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체코 정부는 올 7월 두코바니 원전 추가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하고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맺기로 했다. 그러나 우선협상 대상자에서 탈락한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수출하려는 원전이 자사의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며 수출을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체코 반독점 당국에도 한수원의 입찰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진정을 제기했지만 최근 기각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수출과 관련해 한미가 협력하는 분위기와 여건을 양국 정부가 함께 만든 것”이라며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분쟁 협의 과정에서도 이런 부분이 고려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올 들어 9월까지 적발된 마약 밀수 건수가 하루 평균 2건에 달하며 1년 전보다 2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몰래 들여오려다 적발된 대마 중량은 전년보다 줄어든 반면 필로폰과 코카인은 증가했다. 4일 관세청은 올 1∼9월 국경단계에서 총 623건, 574kg의 마약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2.3건, 2.1kg의 마약을 적발한 셈이다. 574kg은 19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마약 적발 건수는 24%, 중량은 16% 증가했다. 마약 적발 건수와 중량은 매년 증가세다. 특히 마약 적발 중량은 2020년 1∼9월(134kg)과 비교하면 4배 이상으로 뛰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올해 마약 적발 건수 증가는 마약류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 대마 제품 등 10g 이하 소량 마약을 여행자·국제우편으로 반입하다 적발된 경우가 늘어난 영향”이라며 “적발 중량이 늘어난 건 소량 마약 반입 건수 증가와 함께 마약조직이 유통 목적으로 시도하는 대량 밀수도 함께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kg 이상의 대규모 마약 밀수 단속은 15건, 272kg에 달했다. 전년 대비로 건수는 200%, 중량은 330% 급증했다. 올 1∼9월 적발된 마약은 필로폰이 122건, 338kg으로 가장 많았다. 코카인(6건·62kg) 대마(172건·46kg) 등이 뒤를 이었다. 중량 기준으로 보면 필로폰과 코카인은 1년 전보다 각각 38%, 933% 늘었고, 대마는 62% 감소했다. 필로폰은 국내에 고정적으로 수요가 있는 데다 다른 국가에 비해서 한국의 시장 가격이 높기 때문에 밀수 시도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한국에선 필로폰 1g이 450달러(2022년)에 거래돼 미국(44달러)과 태국(13달러)보다 비싼 수준이다. 대마는 밀수 건수는 늘었지만 1kg이 넘는 대랑 밀수가 줄어들면서 적발 중량이 감소했다. 밀수 경로별로는 특송화물이 272kg으로 가장 많았고, 국제우편(145kg) 여행자(95kg) 등의 순이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세관 당국이 올해 들어 9월까지 총 574kg의 마약 밀수를 적발했다. 19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로 1년 전보다 적발 건수와 중량 모두 급증했다.4일 관세청은 올해 1~9월 국경단계에서 총 623차례에 걸쳐 574kg의 마약을 적발해 하루 평균 2.3건, 2.1kg의 마약 밀수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마약 적발 건수 및 중량은 매년 증가세다. 2020년 9월 584차례에 걸쳐 134kg의 마약을 적발했는데 불과 4년 만에 마약 적발 중량이 4배 이상으로 뛰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마약 적발 건수는 24%, 중량은 16%가 늘었다.특히 10kg 이상의 대규모 마약 밀수 단속이 15건, 272㎏에 달했다. 전년 대비 건수는 200%, 중량은 330%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10g 이하의 소량 밀수 건수도 79건(63g)에서 118건(272g)으로 급등했다.관세청은 “올해 마약 적발 건수 증가는 마약류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 대마 제품 등 10g 이하 소량 마약을 여행자·국제우편으로 반입하다 적발된 경우가 늘어난 영향”이라며 “적발 중량이 증가한 것은 소량 마약 반입 건수 증가와 함께 마약 조직이 유통 목적으로 시도하는 대량 밀수도 함께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주요 밀수경로(중량 기준)는 △특송화물(272㎏) △국제우편(145㎏) △여행자(95㎏) △기타(62㎏) 등의 순이었다. 적발된 마약의 출발 국가는 △태국(110건, 233㎏) △미국(137건, 110㎏) △멕시코(2건, 29㎏) △말레이시아(13건, 26㎏) 등으로 조사됐다. 적발된 마약의 주요 품목은 △필로폰(122건, 338㎏) △코카인(6건, 62㎏) △대마(172건, 4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중량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필로폰은 38%, 코카인은 919% 늘었고 대마는 62% 감소했다.한민 관세청 조사국장은 “국제우편·특송화물에 대한 정보분석팀을 24시간 운영하고 태국·미국 등 마약 출발 국가와 우리나라에서 동시에 합동단속을 실시하는 등 국제공조도 강화하고 있다”며 “강화된 세관 검사로 입국 시 불편이 다소 발생할 수 있으나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