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국제신문은 창간 77주년을 맞아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감독 김량, Walking in the Movies)가 제77회 칸영화제 칸 클래식(Cannes Classics)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고 26일 밝혔다.국제신문에 따르면 ‘영화 청년, 동호’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창설한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발자취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국제신문이 제작을 맡았고, 김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부산의 존 필름(ZONE Film)이 공동 제작으로 참여했고, 배우 예지원 씨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임권택 이창동 신수원 이정향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감독, 배우 박정자 조인성 씨 등이 김 전 집행위원장과 함께한 순간을 회고한다.칸 클래식 섹션은 뜻깊은 영화 유산을 기리고자 과거의 명작이나 관련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부문이다. 매년 주요 영화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5, 6편 상영한다. 국제신문은 “한국 언론사가 제작한 작품이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첫 사례”라고 밝혔다.김 전 집행위원장은 “나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칸영화제에 공식 상영하게 돼 뭐라 말할 수 없는 영광이다. 한편으로는 나에 관한 공적·사적 생활들이 알려져 좀 계면쩍기도 하다. 김량 감독과 인터뷰에 응해준 많은 영화인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국제신문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동탄 신도시가 있는 경기 화성시을에 출마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이 후보는 오전 1시 45분 현재 67.3%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42.9%를 득표해 당선이 유력하다. 이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 2011년 정치 입문 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된다.이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동탄 주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개혁신당 다른 후보들이 함께 당선의 기쁨 누리지 못해 죄송하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니 여당에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대표를 지낸 사람이 당을 옮겨서 출마할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걸 윤석열 대통령이 곱씹어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개혁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다. 개혁신당은 제3지대 4개 세력인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의 통합 신당이다.개혁신당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첫 임시 지도부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통합 협상을 맡았던 각 세력별 대표자와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원칙과상식 소속으로 신당에 합류한 이원욱 의원은 “위성정당은 위성정당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없는 가짜 정당이라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거대 양당의 꼼수정치의 상징인데 그런 꼼수를 다시 보여주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원칙과 상식을 잃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번에 득표율이 설령 20~30%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개혁신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개혁신당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첫 번째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하루 전인 12일 최고위원을 선임할 예정이다. 최고위원은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체제로 각 4개 세력에서 1명씩 추천하는 형식으로 구성된다.첫 번째 당직자 인선으로는 이기인 대변인이 임명됐다. 강령이나 당헌, 당규 등에 대한 문제는 1차로 개혁신당 소속이었던 김철근 사무총장과 새로운미래의 이훈 사무총장이 실무협상단을 구성해 진행할 것이라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다만 통합 전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이 추진키로 한 여성 희망 복무제와 지하철 무임승차제 같은 정책에 대한 조율은 없었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이날 회의에 앞서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준석 공동대표에 대해 “큰 마음으로 통합이 잘 이루어지게 도와주는 걸 고맙게 생각한다”며 “빨리 지도부를 정식으로 가동해 필요한 일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통합은 이제 시작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상당히 어려운 고비를 잘 넘어왔다. 나머지 반을 채우는 것은 저희 역량이고, 자세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북한이 24일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했다. 5월 말 첫 발사 시도가 실패한 지 약 3개월 만이다.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새벽 기자단 공지를 통해 “북한은 남쪽방향으로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24일 0시부터 3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일본 정부에 통보한 바 있다. 이에 우리 군은 서해상에 이지스 구축함 등을 배치한 상태다.앞서 북한은 5월 31일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하는 ‘천리마 1형’을 발사했다. 여기에는 정찰위성 ‘만리경1호’가 실려 있었다. 그러나 2단 로켓 점화 실패로 전북 군산 어청도 서쪽 해상에 추락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엔진)의 시동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해 추락했다“며 이례적으로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아시아사회과학협의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가 14일부터 이틀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아시아 사회과학: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열릴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사회과학협의회, 아시아사회과학협의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한국사회보건연구원이 주관한다. 14개 회원국의 국제연구기관 전문가 200여 명이 참석해 아시아 지역 내 사회과학의 역할에 대해 6개 세션을 통해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박영렬 한국사회과학협의회·아시아사회과학협의회 회장은 “사회과학은 아시아 국가 정부의 정책 결정에 깊이 관여했고 경제 및 사회발전에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번 학술대회는 아시아의 사회과학자들이 현실 경제, 사회 그리고 정치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1973년 설립된 아시아사회과학협의회(AASSREC)는 아시아-태평양 국가 간의 사회과학 분야에서 지역 협력을 촉진하는 사회과학연구회 및 연구소들의 집합체다. 호주,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 이란, 일본,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스리랑카, 태국, 베트남, 한국 등 14개 국가의 사회과학협의회가 참여하고 있고 사회과학에 대한 아시아 정체성 창출을 목표로 2년마다 컨퍼런스를 개최한다.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정해구 이사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한국과 아시아 사회과학 학계 연구의 지평이 확대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중추적 역할에 한발 더 다가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학술대회는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홈페이지(www.kossrec.org)에서 사전 신청을 통한 현장 참석이 가능하며,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므로 온라인으로도 참석이 가능하다.https://forms.gle/8xP3NLndA5MB25Zb8▶유튜브 링크 : https://youtube.com/live/v_cpt-rABMs?feature=share : https://youtube.com/live/gnYO8qlTbfw?feature=share 이성호기자 starsky@donga.com}
안녕하세요, 동아일보입니다.17일 오전 11시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방송될 <중립기어> 라이브는 전격적으로 이뤄진 한중 정상회담을 해부합니다.3년 만에 이뤄진 양국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도발을 억제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진핑 국가주석은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이 말은 ‘도와주겠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너희가 알아서 해!’라는 뜻일까요.시 주석은 또 “중국과 한국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라는, 알쏭달쏭하고 약간 무시무시한 말도 남겼습니다. 윤 대통령과 악수할 때 웃는 건지, 화난 건지 알기 힘든 시 주석의 얼굴처럼 남북관계에 있어 중국의 속내는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워싱턴 특파원과 국제부장을 지낸 ‘한반도 박사’ 동아일보 신석호 부국장이 <중립기어> 박고 제대로 짚어드리겠습니다.17일(목) 오전 11시 동아일보 유튜브 <중립기어>많은 시청 바랍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17일 오전 10시 30분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시사 라이브 가 첫 번째 방송을 시작합니다.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북한의 도발과 함께 대응 방안으로 거론되는 ‘전술핵’ 재배치론에 대해 자세히 짚어봅니다. 정치부 조아라 기자와 이승헌 부국장이 전술핵 재배치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뜨거운 논란을 풀어보고 팩트 하나하나 체크할 예정입니다. 한미 정부와 전문가들이 예측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 기간이 16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가 단독으로 취재한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의 분위기도 전해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제2의 외환위기 오나?’, ‘대만 전쟁에 한국군도 참전?’, ‘불신임 정국 일상화?’… 마침표 대신 물음표가 붙는 뉴스가 연일 쏟아집니다. 뜨거운 논란 속에 팩트는 보이지 않습니다. 여론은 갈리고, 평론은 자극적입니다. 그래서 동아일보가 ‘중립기어’ 박고 따져보겠습니다. 팩트 하나하나 논리 한 줄 한 줄 꼼꼼히 체크해드리겠습니다. 섣불리 결론내지 않고 결론에 이르는 조건을 조목조목 짚어 보겠습니다.동아일보가 유튜브 시사 라이브 <중립기어>를 17일부터 시작합니다. 외교안보팀을 거쳐 정당팀에서 취재 중인 정치부의 9년차 조아라 기자가 진행합니다. 정치와 경제, 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취재한 ‘정치 프로파일러’ 이승헌 부국장, ‘경제 일타 강사’ 박용 부국장, ‘한반도 박사’ 신석호 부국장이 번갈아 출연합니다. 편집국 부국장 세 명의 기자 경력을 합치면 77년입니다. MZ세대 후배와 X세대 선배가 엇갈리는 여론을 짚어나가는 과정을 지켜봐주세요. 예고편과 맛보기 영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15일이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 696일째다. 지난해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때만 해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이렇게 길어질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정부와 국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날씨가 더워지는 그해 여름이면 바이러스가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유행은 여름을 관통했다. 그래도 국민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백신이 나오면, 그 백신을 제때 맞으면, 그래서 정부 말대로 접종률 80%가 되면 상황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국민의 기대는 한없이 이어졌고, 팬데믹 종식은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코로나19는 변이를 거듭하며 저항하고 있다. 2021년 델타 변이가 전 세계를 지배했고, 내년에는 그 자리를 오미크론 변이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설마 하며 얘기했던 코로나21, 코로나22가 현실화한 셈이다. 이쯤 되면 바이러스를 이기겠다는 인간의 목표 자체가 틀린 것일 수 있다. 방역전략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보고 수립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작 이후 정부의 방역정책은 줄곧 한쪽을 향했다. 확진자와 중환자가 급증하면서 부랴부랴 특별방역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서민 경제를 위해 후퇴할 수 없다’는 핵심 방침을 쉽사리 굽히지 않았다. 물론 경제는 위드 코로나의 한 축이다. 하지만 부실한 준비로 시작된 위드 코로나는 7000명대 확진자, 900명대 중환자, 1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라는 잔인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방역과 경제의 균형이 무너졌다면 다시 맞춰야 한다. 정부 분위기도 달라졌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14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우물쭈물할 일은 없다. 조치는 이미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이전에 비해선 분명 진전된 발언이다. 그러나 덧붙인 설명을 듣고선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박 수석은 “수요일, 목요일 상황을 한번 지켜보자”고 말했다. 월요일, 화요일 상황이 하루 이틀 만에 급변할 리 없다. 굳이 방역담당자가 아니어도 수요일 발표 때부터 확진자가 폭증하는 걸 2년간 국민 모두가 경험했다. 6일부터 시행된 특별방역대책 추가 조치의 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다. 그렇게 증가세가 꺾일 수도 있지만, 그래 봤자 우상향 그래프를 수평으로 만들 뿐이다. 다만 정부 내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결단의 시기가 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자영업자 손실 보상 같은 실질적인 조치도 빠르게 이어져야 한다. 세부 조치가 늦어지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병상의 숨통을 트이게 하려면 확진자를 2000명대로 낮춰야 한다. 그 정도가 돼야 우리 의료역량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어쩌면 2, 3주 후 회복될 환자가 방역 강화 조치가 하루 늦어지면서 사망자 명단에 오를 수도 있다. 올겨울 방역을 한꺼번에 다시 푸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그러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 가장 큰 건 오미크론 변이다. 먹는 치료제 역시 최후의 히든카드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11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같다”며 “상황에 따라 변화된 전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살아 움직이는 바이러스에 대응하려면, 그보다 빨리 결정하고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요소수 대란은 여러모로 지난해 마스크 대란과 비슷하다. 10L짜리 요소수 한 통 사려고 주유소에 길게 늘어선 차량들, 10개들이 마스크 한 봉투 구하려 대형마트 앞에 끝없이 줄지어 선 사람들의 모습은 판박이다. 정부의 허둥대는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가의 보도’ 같은 사재기 단속도 단골메뉴다. 마스크 대란의 직접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유행이다. 수요가 급증하자 정부는 연일 “생산 능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언론 보도 후 국내 생산설비를 풀가동해도 예상 수요의 절반조차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의 장담은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 1년 8개월 만에 똑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중국의 수출 규제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처럼 불가항력의 상황도 아니다. 그런데 아직 속 시원하게 해결도 안 하고서 정부 안팎에선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는 식의 목소리가 나온다. 마스크 대란을 깡그리 잊지 않고서야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다. 무엇보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고 있을 때 요소수 대란이 터진 건 아이러니다. 문 대통령은 COP26에서 한국의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 실현 목표를 공개했다. 하필 국내에선 자동차 오염물질 줄여주는 요소수조차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중국, 인도네시아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요소 수출 협조를 부탁했다는 소식은 안쓰러울 정도다. 정부가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을 검토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산업용은 차량용보다 순도가 낮다. 물론 엔진은 돌아간다. 하지만 오염물질 배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만약 도로 곳곳에서 차량이 멈춰 서는 상황이 벌어지면 산업용이라도 써야 할 것이다. 그 대신 한국은 ‘기후 악당’ 오명에서 한동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다.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기업은 성장과 생존의 차원에서, 어른들은 자녀의 삶을 위해서 선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요소수 대란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힘들고 복잡한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목표 달성까지는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중간 과정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도로 위에 전기차나 수소차가 가득하고,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모든 전기를 생산할 순 없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경유차를 운전해야 하고 석탄발전소도 가동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오염물질을 줄여 나가야 한다. 요소수 대란에서 실감했듯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은 환경을 넘어 경제와 외교까지 결합할 수밖에 없다. 고도의 정보전이 펼쳐지고 수준 높은 외교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필요하면 정부와 기업이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그만큼 치밀하고 정교한 전략이 필수다. 탈원전, 탈석탄 등 하나같이 민감하고 복잡한 이슈들이다. 요소수 대란은 애교 수준이다. 과연 이런 상황을 준비하고 헤쳐 나갈 수 있는 진짜 실력이 우리 정부에 있을까. 이번 요소수 대란에서 보여준 정부의 모습은 걱정스럽다. 중국이 수출 규제를 고시하고 3주가 지나서야 대책회의를 여는 정부가 과연 ‘도전적인’ 목표의 탄소중립 정책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일일 확진자 1만 명.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상황에서 예상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다. 정부의 예측은 아니다. 하지만 꽤 여러 전문가가 비슷한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물론 전문가들은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는 편이다. 그렇다고 하루 확진자 1만 명을 과장된 경고로만 봐야 할까. 방역을 풀면 바이러스가 퍼지는 건 당연하다. 위드 코로나가 되면 확진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숫자다.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확진자가 급증했다. 미국 영국처럼 마스크까지 벗어던진 나라는 물론이고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준비하는 단계적 일상 회복에 가장 가까운 모델이 싱가포르다. 1일(현지 시간) 싱가포르의 신규 확진자는 2900명을 넘었다. 9월 말부터 연일 2000명대 확진자다. 싱가포르 인구는 약 589만 명. 한국(5182만 명)의 9분의 1 수준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요즘 싱가포르 확산세는 한국에서 확진자 2만 명이 나오는 상황과 맞먹는다. 싱가포르의 위드 코로나는 8월 10일 시작됐다.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5명 이상 모임과 500명 이상 행사가 허용됐다. 하지만 입국 시 자가 격리와 실내 마스크 착용은 의무화가 유지됐다. 기대만큼 방역이 풀린 건 아닌데도 ‘델타 변이’ 탓에 확진자 증가를 피하지 못했다. 싱가포르 정부도 어쩔 수 없이 지난달 27일 모임 인원을 다시 2명으로 줄였다. 물론 시민들의 실망과 불안이 커진 건 사실이다. 정부는 조만간 확진자가 5000명을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 유지 방침은 확고하다. 근거는 백신 접종률과 치명률이다. 현재 싱가포르 접종 완료율은 82%다. 지난달 확진자 급증에도 치명률은 0.1%에 그쳤다. 재택치료 시스템 등 위드 코로나에 맞는 의료체계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달 뒤 한국에서도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이런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실내활동이 늘어나는 겨울철이 되면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가 하루 확진자 1만 명을 예상하는 이유다. 백신 인센티브로 사적모임 인원을 고작 2명 늘렸는데 하루 25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오는 걸 보면 과장으로만 여길 수 없다. 정부는 일단 사회적 거리 두기를 2주 연장했다. 기대만큼 확진자가 줄지 않아도 방역을 강화하긴 어려울 것이다. 확진자가 4000명을 넘지 않는 한 2주 후 거리 두기는 다시 연장되고 백신 인센티브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위드 코로나 시작 전까지 최소한 현 유행 상황을 유지하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걱정스러운 건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정부가 어떻게 방역을 푸는 것만 얘기할 뿐 그 이후 확진자 급증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다. 불안한 전망이라는 이유로 누구도 쉽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인 양 전문가들의 전망치조차 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악의 조건을 전제로 위드 코로나 이후 상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새로운 방역대책을 명확히 설명하고 약속하면 된다. 아무리 불안하고 껄끄러운 정보라도 숨기기보다 공개하는 것이 낫다. 1년 9개월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유행이 준 교훈이다.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석 달째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은 과연 언제 끝날까. 방역당국은 4차 유행이 5~20일경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3일 전망했다. 다만, 현재의 방역 강도를 유지하고 예방 접종을 확대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5~20일 사이에 2000~2300명 수준까지 올라갔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최근 일주일(8월 28일~9월 3일)간 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는 평균 1666명이다. 직전 일주일 1714명에 비해 다소 줄었다. 눈에 띄게 줄어들지도 않지만 더 올라가지도 않는 답보 상태다. 4차 유행 초기 방역당국은 “정점을 예측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인도발 ‘델타 변이’ 탓이다. 최근 델타 변이 검출률은 94.3%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백신 접종 효과 덕분에 확진자 수는 급격히 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추석 연휴를 지난 뒤 10월부터는 완화된 방역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9월 중하순부터는 점진적으로 확진자 수가 감소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번 방역 조치를 통해) 10월에 일상과 방역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방역조치를 완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확산세가 안정되고 9월 말까지 전 국민의 70%가 1차 접종을 마치면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 체제로 점진적인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 돌발변수도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뮤 변이’ 3건이 확인됐다. 멕시코, 미국, 콜롬비아 등 전원 해외에서 입국한 사례다. 뮤 변이는 올해 1월 콜롬비아에서 처음 확인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로, 지금까지 미국 등 40여 개국에서 발견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는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며 뮤 변이를 ‘관심 변이’로 지정했다. 이성호기자 starsky@donga.com김소민기자 somin@donga.com}
최근 대선 주자들이 잇달아 최저임금 문제를 언급했다. 지난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저임금 인상도 지역별,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7월 “일자리를 빼앗은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표현이 문제가 됐지만 자영업자들이 직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리킨 것이다. 중도 하차했지만 윤희숙 의원도 공약으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언급했다. 조금 더 과거로 가보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3년 전 현직 때 비슷하게 말했다. 2018년 10월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당시 김 부총리는 지역별 차등 적용 방안을 관련 부처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최저임금제 개선을 언급한 건 모두 야권 인사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주장이 나올 때마다 여권의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최저임금제 취지를 훼손하고 지역 차별을 조장한다는 이유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언급조차 하면 안 될 정도로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일단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불법이 아니다. 최저임금법에는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그렇게 심의하면 된다. 경영계도 이를 근거로 수년간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하지만 번번이 똑같은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1988년 시행된 최저임금은 근로자 생계비, 노동생산성 등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문제는 이런 수치가 업종은 물론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동안 최저임금위가 손놓고 있던 건 아니다. 2017년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도 만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시 TF 판단은 차등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30년이나 이어진 제도를 고치면 혼란과 후유증은 당연하다. 만약 지역이든 업종이든 차등 적용했을 때 당장 차별 논란이 벌어질 것이다.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하는데 서울과 부산, 도시와 농촌에서 받는 돈이 달라지는 것이다. 잘나가는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일정 규모 이상의, 그러니까 최저임금 영향이 없는 사업장은 상관없다.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가 문제다. 자칫 싸구려 업종, 싸구려 지역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낙인 효과’다. 그렇다고 영원히 논의조차 못할 정도로 차등 적용을 금기로 둬야 할지 의문이다. 차등 적용의 문제점은 일단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다. 그렇다면 모든 이해관계자가 모여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있는 것이다. 지난달 5일 새로운 최저임금이 고시됐다. 올해보단 5.1% 오른 9160원이다. 적용은 내년이지만 자영업자들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격한 인상의 후유증을 경험한 탓이다. 33년 된 최저임금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차등 적용은 그중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하지만 불러올 혼란이 작지 않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의 언급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임기 내 1만 원으로 인상’처럼 당선만 되면 모든 걸 바꿔놓겠다는 식의 공약은 곤란하다. 최저임금위원장의 말대로 ‘경제와 노동시장 여건에 맞게’ 결정할 수 있는 최저임금제를 위해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담당자들은 매주 1차례 특별한 회의를 연다고 한다. 이른바 ‘온고지신(溫故知新)’ 회의다. 회의가 열리는 날을 기준으로 한 달 전 그리고 1년 전의 코로나19 상황을 되짚어본다. 참석자들은 당시 어떤 상황이 발생했고, 어떻게 대응했는지 꼼꼼히 살펴본다. 이런 심층 리뷰가 현재 대응 방향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4차 유행 시작을 막지는 못했다. 그동안 전문가뿐 아니라 방역당국 내에서도 4차 유행 가능성을 계속 우려했다. 경고의 신호도 많았다. 4월 이후 하루 평균 확진자는 500명대에서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마치 밀폐된 창고에 유증기가 차는 것처럼 감염원이 누적된 것이다. 참고로 지난해 여름 2차 유행 정점 때 최다 확진자가 441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접종자 노 마스크’ 지침 같은 방역 완화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을 사실상 전면 허용하는 새로운 거리 두기 개편안도 내놓았다. 바닥까지 추락한 자영업자와 일상 회복을 바라는 국민들을 감안해 거리 두기를 바꾸는 건 필요하다. 전문가들도 거리 두기 개편 자체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었다. 뼈아픈 건 하필 그 시작이 7월인 것이다. 대규모 1차 접종은 26일 50대부터다. 백신 물량이 제한적으로 들어오는 탓에 7월은 사실상 ‘접종 공백’이다. 상반기에 30%에 육박했던 1차 접종률은 이달 들어 하루 0.1% 남짓 올라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백신 접종의 공백을 간과하고 방역을 완화한 건 정상적인 리스크 관리가 아니다. 아마 정부는 ‘백신의 시간인 2월’처럼, ‘마스크를 벗은 7월’을 기대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방역 현장의 판단과도 차이가 있었다. 방역 담당 기관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7월 방역 완화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경제와 민생 측면에서 더 늦추기 어렵다는 범정부 기조에 묻혀 별로 말을 못 했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앞서 세 차례 유행이 남긴 교훈도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 지난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1차 유행이 잦아들자 정부는 이른바 ‘생활방역’을 들고 나왔다. 곧바로 서울 이태원발 집단감염이 터졌다. 이후 확진자 증가세가 수그러들자 정부는 다시 방역 완화 방침을 내놓았다. 소비쿠폰 발행 같은 경기활성화 방안도 들고 나왔다.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해 광복절 연휴를 만들었다. 그 직후 누적된 감염원이 폭발하면서 2차 유행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에도 똑같은 결정과 조치가 반복됐고, 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3차 대유행으로 번졌다. 1차 유행은 정점까지 11일, 2차와 3차는 각각 15일과 43일이었다.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각각 138명, 142명, 660명이었다. 지금은 2주째 하루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3차 유행의 경우 2개월 남짓한 동안 4만556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4차 유행은 길게 잡아서 지난달 23일 이후 2만8580명이다. 아직 4차 유행의 정점이 오지 않았다고 하는 이유다.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는 20일로 열흘이 됐고 25일 끝난다. 효과는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 오히려 전국적 대유행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지금으로선 ‘더 강한 거리 두기를 더 빨리 적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 외에 대안이 없어 보인다.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과정에서 정부가 쓰지 않는, 사실상 금지된 표현이 있다. ‘백신 부족’이다. 언론이나 국민이 ‘현장에 백신이 부족하다’고 아무리 지적해도, 정부는 좀처럼 같은 표현을 언급하지 않는다. ‘금기어’인 셈이다. 5월 초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이 중단됐을 때 그랬다. 2차 접종용 물량을 빼고 나면 신규로 쓸 백신이 거의 없었다. 정부는 백신 부족을 인정하는 대신 ‘수급 불균형’ ‘속도 조절’ 등으로 표현했다. “백신 물량은 충분히 확보됐다, 충분하다”는 설명을 반복했다. ‘확보’의 진짜 뜻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뒤이어 정부는 “미리 계획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그런 중요한 계획을 국민도 언론도 몰랐다는 것이다. 보건소와 병원은 백신 없어 난리이고, 어르신들은 목 빠지게 자기 순서 기다리는데 접종계획을 만들어놓고 알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결국 난처한 상황 때마다 마이크를 잡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나서서 “접종 순서나 일정에 대해 사전에 상세히 안내드리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그런 일정에 대해서 좀 더 소상히 설명드리고 미리 말씀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 달 후 판박이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브리핑 때마다 60세 이상 어르신의 예약을 신신당부하더니 정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부족해 제 날짜에 다 맞을 수 없게 됐다. 갖고 있는 물량은 501만 회분인데 고령층 예약만 552만 명인 것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 교사 일부의 접종이 7월 이후 화이자로 바뀐 이유에는 그 탓도 있다. 그러고도 물량이 간당간당해 고령층 일부는 얀센 백신을 맞고 있다. 이번에도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건 사전에 언급조차 없었다. 예약 마감 후에야 정 청장이 “일부는 접종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을 뿐이다. 정부는 17일 3분기(7∼9월) 접종 계획을 발표한다. 얀센 예약 때 ‘광클(컴퓨터 마우스를 매우 빠르게 클릭)’ 경쟁에서 보듯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나는 언제, 어떤 백신을 맞느냐’에 쏠려 있다. 주변에는 “백신만 있다면 지금 당장 맞고 싶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방역당국에는 나 먼저, 우리 먼저 맞게 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밀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주민들이 먼저 맞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 많이 만나는 택배나 배달기사, 대중교통 운전사, 코로나19에 취약한 희귀·난치병 환자, 반도체 등 수출기업 근로자까지 우선 접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한꺼번에 맞기에는 백신이 부족하다. 7월부터는 다양한 대상자가 접종을 받는다. 백신 종류도 늘어난다. 접종 상황은 상반기와 비교해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다. 그만큼 변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례 없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모든 변수를 예측하고 통제할 순 없다. 중요한 건 변수가 확인됐을 때 대응이다. 가능한 한 빨리, 충분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방역 과정에서 귀가 닳도록 정부가 강조한 투명성 원칙만 제대로 지키면 된다. 때로는 ‘당장 쓸 백신이 부족하다’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백신 맞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이제 모두가 안다. 현실을 억지로 감추려고 노력해봤자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65~74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 27일 예약이행률은 98%로 집계됐다. 예약자 100명 중 98명은 예정대로 접종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상반응에 대한 불안감에도 접종 기대감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예약 변경이나 취소가 적다 보니 이른바 ‘노쇼(no-show·예약 불이행) 백신’으로 불리는 잔여 백신 물량은 2%에 불과했다. 적극적인 접종 희망자가 초기에 몰리는 걸 감안하면 잔여 백신 물량은 당분간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잔여 백신을 맞는 건 더 어려울 전망이다. 28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27일 잔여 백신 접종자는 약 6만2000명. 이중 93.5%가 예비명단 대기자였다. 동네 병의원(위탁의료기관)에 전화하거나 찾아가 직접 예약한 경우다. 반면 네이버나 카카오 앱에서 당일 예약 후 접종자는 4229명이었다. 위탁의료기관 1곳당 0.33명이다. 현재 대부분의 위탁의료기관은 잔여 백신이 나와도 예비명단 대상자를 우선 접종한다. 이 때문에 병의원마다 ‘예비명단에 올려 달라’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 관계자는 “28일 오전에만 10명 가까이 새로 명단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 곳의 예비명단 인원은 160명이 넘는다. 주택가 병의원 상황도 비슷하다. 대형 아파트단지 옆에 있는 부산 해운대구의 한 의원도 “예비명단에 30명 정도 올라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스마트폰 앱 예약자를 위해 예방접종등록시스템에 입력할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은 것이다. 앱을 이용한 당일 예약은 27일부터 2주간 시범운영을 거쳐 다음 달 9일 정식으로 운영된다. 정부는 이 때까지 실시간 당일 예약 방식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병의원들은 당분간 앱으로 잔여 백신을 기다리기보다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게 접종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앱을 통해 잔여 백신 당일 예약에 성공해도 ‘페널티’ 제도를 주의해야 한다. 당일 예약 후 연락 없이 맞지 않으면 이후로는 앱을 통해 예약할 수 없다. 또 초기에는 당일 예약에 성공해도 전화로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27일에도 일부 병의원에서 잔여 백신 물량을 시스템에 잘못 입력해 혼선이 빚어졌다.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27일 하루에만 71만1000명이 예방접종을 받은데 이어 28일에도 오후 5시 기준 57만3000명이 백신을 맞았다. 1차 접종자가 보면 각각 65만7000명과 51만3000명이다. 이틀간 약 117만 명이 새로 접종을 받은 것이다. 이로써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은 520만4000명으로 집계돼 접종률이 10%를 넘었다. 28일 기준 연령대별 사전예약률은 △70~74세 71.7% △65~69세 67.5% △60~64세 58.4%다. 고령층 사전예약은 6월 3일 마감된다. 이 때 예약을 하지 못하면 잔여 백신 당일 예약을 해야 하거나 모든 연령층 접종 이후에 맞을 수 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기후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전 세계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지구 연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는 시기가 이르면 2028년, 늦어도 2034년이 될 것이라고 27일 전망했다. 앞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8년 예측했던 2030∼2052년보다 짧게는 2년, 길게는 무려 24년 당겨진 것이다. 기상과학원은 “지구 온난화에 대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2021년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역사상 가장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기로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신(新)기후체제가 올해 시작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지난달 세계기후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에서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반기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의장과 이회성 IPCC 의장,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함께 기후위기 속 한국의 역할에 대한 좌담회를 열었다. 한국 및 국제기구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좌담회는 26일 2021 P4G 서울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다.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기문 의장=과학자들이 지속적으로 경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지난 30∼40년 동안 고도성장을 하며 소위 ‘성장 만능주의’에 빠져 있었다. 기후변화 대응에는 소홀했다. 2009년에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선언했으나 지키지 못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이라고 부른 이유다. 그동안 심각해진 기후변화가 지구의 ‘6차 대멸종’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올 정도다.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 어떻게 될까. ▽이회성 의장=현재 기후변화는 생물체가 그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오르면 전체 동식물의 6∼8%가 서식지의 절반을 잃게 된다. 2도 오르면 그 비율은 16∼18%로 급증한다. 생태계 파괴는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터전 파괴를 의미한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란 측면에서 보면 자해 행위와 마찬가지다.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에서 막으려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0이 되는 개념)에 도달해야 한다.―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한정애 장관=‘늦었다’ ‘불가능하다’는 말을 할 때가 아니다. 미래 세대는 탄소중립이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말한다. 그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금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에너지 전환이다. 우리나라는 발전 분야에서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비율이 66%에 달한다. 이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바꿔야 한다. 도시에 가득한 빌딩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고, 바다에서 부는 바람을 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 위주인 산업계의 변화, 수송 부문의 변화도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이 의장=원전 발전은 나라마다 사정이 달라 각각의 여건에 맞춰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IPCC 평가 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이다. 아직 확실하지 않은 신기술,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현재의 원전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 장관=원전은 지금 추세만 유지해도 2050년 전체 발전량의 일부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현재 원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 폐기물들에 대한 처리 방법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SMR는 아직 연구 단계다. 이를 위한 연구 투자는 지금도 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현재 에너지 발전 비율(2019년 기준)이 전체 발전량의 6.5%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한국이 화석연료를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의장=그 반대다. 탄소중립으로의 방향, 특히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여러 나라는 화석연료를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포기해야 할 화석연료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그간 화석연료의 수급 불안정은 번번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화석연료와의 이별은 한국에 축복이라 생각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은 곧 한국의 새로운 발전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앞으로 시간이 별로 없는데…. ▽이 의장=한국은 짧은 시간에 경제 성장을 이뤄 최빈국에서 지금에 이르렀다. 탄소중립 도달 목표 시점까지 30년 정도 남았다. 지금까지 한국의 성장을 보면 충분히 국제사회의 모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P4G에 참여하는 개발도상국들의 고민이 많다. ▽한 장관=개도국 입장에선 성장이 중요하다. 다만 그 방식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방식이 아닌 ‘녹색성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국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목표를 향해 함께 갈 수 있다. 대한민국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길을 직접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P4G에서는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 등이 모여 국제사회의 개도국 지원에 대해 중점 논의한다. 개도국과 취약계층 모두를 포함한 녹색회복 달성 방안을 포괄한 서울선언문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P4G는 한국이 기후위기 상황에서 책임과 의무를 지겠다고 천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P4G 이후 한국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한 장관=하반기(7∼12월)에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내놔야 한다. 관련 논의도 시작될 것이다. 분야별 당사자들이 참여해 2030년 감축할 수 있는 국내 온실가스 최대치가 어느 정도일지 고민할 것이다. 이를 주도할 탄소중립위원회의 역할이 지대하다.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소외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해 최대한 책임을 분담하는 결론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우리 사회의 ‘대전환’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반 의장=지속가능한 발전을 계속 이루려면 환경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 문제, 환경 보호 이슈 등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행동하려면 어릴 때부터 환경 교육이 필요하다. ▽한 장관=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은 온실가스를 만들어낸다. 예외는 없다.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환경부뿐 아니라 다른 부처도 사업계획을 세우거나 정책을 마련할 때 탄소중립 방향에 맞는지 우선 들여다봐야 한다. 산업계나 개인 역시 마찬가지다. 내 일상을 어떻게 바꿀지, 생산 공정을 어떻게 바꿀지 위기의식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 탄소중립이 우리 사회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을 경우 그 도달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다. 진행=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정리=강은지 kej09@donga.com·송혜미 기자}
“백신을 맞으면 밖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니 ‘노쇼’ 물량이라도 맞고 싶다는 생각은 드는데…. 그러다 코로나19가 다시 확 퍼지면 어쩌죠?”(40대 회사원 임모 씨) “노인정도 못 가고 심심해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하면 백신 인센티브가 다행이다 싶어요. 그런데 정작 저 같은 20대 여성을 위한 백신은 언제쯤 가능한 건지….”(28세 회사원 김선경 씨)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접종자에 대한 방역 완화 방안이 발표되자 시민들은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코로나19 이전처럼 가족을 만나고 마스크를 벗을 날이 가까워지는 걸 반겼다. 하지만 자칫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여전했다. 아직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일반 청년·중년층 그리고 희귀혈전 논란으로 아예 ‘노쇼(no-show·예약 불이행)백신’조차 맞을 수 없는 30세 미만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껴졌다. 전문가들의 우려도 이어졌다. 특히 정부가 1차 백신 접종자에게까지 방역 완화 혜택을 주기로 한 것에 대해 “시기상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외 마스크 미착용자는 검문을 하기도 힘들어 보인다”며 “마스크 착용 여부는 신규 확진자 추이 등 방역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혜택 확대만으로 예약률과 접종률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접종 기피의 원인은 이상반응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은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 때문인데 이에 대한 해소 방안은 없이 접종자에 대한 혜택만 내놓은 건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확진자 수가 여전히 등락을 거듭하며 안정되지 않는 가운데 최근 변이 바이러스마저 확산 추세인 것도 불안 요인이다. 실제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루 만에 200명 가까이 늘어 707명에 달했다. 소규모 가족·지인 모임 등 추적이 힘든 개별 접촉을 통한 감염 비율 역시 4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이 바이러스 확진도 총 1400건에 달하는 가운데 관련 확진자가 200명을 넘어선 대구 유흥업소 집단감염도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접종률이 10%가 안 되는 상황에서 (접종자 방역 완화) 조치는 너무 빠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차 접종만으로도 전파와 감염 위험이 낮아진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며 “방역조치 완화는 2차 접종까지 마친 접종 완료자들이 중심이며, 1차는 예외적으로 적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 방안은 상반기 1300만 명 접종을 달성한다는 전제 하에 추진하는 것”이라며 “만약 달성이 안 된다면 해당 조치에 대해서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아직 주변에 백신을 맞은 사람보다 맞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지난달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됐다며 내심 좋아하던 아버지는 두 달째 주민센터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주민등록 나이가 실제보다 적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게 된 어머니는 “괜찮을까?” 물으면서도 사전예약을 마쳤다. 그 대신 의료계나 경찰 소방 쪽 지인들이 접종 소식을 전했다. 아, 운 좋게 ‘노쇼(no-show·예약 불이행) 백신’을 맞은 사람도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 백신 접종이 내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상황이 바뀐다. 22일부터 75세 이상의 화이자 접종이 다시 시작된다. 사실상 중단됐던(정부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속도 조절’이라고 밝혔다.) 1차 접종의 재개다. 27일부터는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도 시작된다. 일반인 대상의 대규모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비로소 한국은 ‘백신의 시간’을 맞는다. 18일까지 약 375만 명이 1회 이상 백신을 맞았다. 전 국민의 7.3%다. 정부 목표(상반기 중 1300만 명 접종) 달성을 위해선 약 900만 명이 더 맞아야 한다. 하루 22만 명, 주말을 감안하면 30만 명 가깝게 접종해야 한다. 지난달에도 하루 25만 명 안팎의 접종이 이뤄졌지만 대부분 특정 시설이나 인력이 대상이었다. 앞으로 사정은 다르다. 60∼74세 고령층만 최대 895만 명이 동네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다. 이런저런 걱정 탓인지 예약 속도는 갈수록 느려지고 있다. 이들을 접종 현장으로 유도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대규모 접종이 이뤄지면 이상반응 발생도 늘어날 것이다. 인과성 유무와 상관없이 ‘접종 후 사망’ 문제가 지금보다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진짜 역량이 드러난다. 기본은 사소한 오류를 줄이는 것이다. 치매를 앓는 80대 노인에게 30분 간격으로 백신을 두 차례 놓는, 이런 황당한 실수가 반복되면 불안감이 커진다. 이런 기본적인 절차와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접종계획에 대한 신뢰를 통째로 잃게 된다. 그 대책은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이미 지방자치단체 담당 공무원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대규모 접종으로 현장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면 예기치 못한 실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현장 과부하 대책을 점검해야 한다. 4차 유행도 심상찮다. 17일 신규 확진자는 619명. 월요일만 놓고 보면 3차 유행이 한창이던 1월 초 이후 가장 많았다. 문제는 접종률이 높아질수록 방역의식이 느슨해지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이 그랬다. 접종률과 확진자 수가 나란히 높아졌다. 그나마 이들 국가는 모두 겨울에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한국은 야외 활동량이 많은 초여름에 대규모 접종이 시작된다. 실내가 아니라고 안심할 게 아니다. 그만큼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사람이 많아지고, 상당수는 에어컨이 켜진 ‘3밀(밀폐 밀집 밀접)’ 공간에 몰리게 된다. 지금 하루 600∼700명의 확진자는 언제든지 1000명으로 치솟을 수 있다. 백신 주사를 놓아야 할 의료진이 검사와 치료에 매달리게 되면 접종도 차질을 빚는다. 그래서 접종 속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과속은 금물이다. 뒷일 감당 못 하면서 속도 높이기에 올인해선 안 된다. ‘4월까지 300만 명 접종’이라는 목표를 위해 2차 접종 물량까지 당겨쓰는 실책을 반복해선 안 된다. 설령 접종이 또 중단돼도, 더 이상 ‘속도 조절’이라는 해명이 통하지 않는다.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착수 소식이 알려진 건 지난해 2월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때다. 한 달 뒤 미국은 독일 바이오기업 큐어백 인수도 추진했다. 10억 달러(약 1조1200억 원)를 투자하고 백신을 독점 확보하는 조건이다(큐어백 백신은 아직 개발 중이다). 임기 내내 기행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확보전에서도 남달랐다. 당시 한국은 1차 유행이 심각했다. 확진자 줄이는 게 급했다. 외국의 백신 개발은 말 그대로 먼 나라 이야기였다. 대다수 전문가도 회의적이었다. 백신 확보 필요성을 물으면 “화이자 모더나 백신의 초기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 안 된다” “안전성 입증이 중요하다” 등의 의견을 냈다. 물론 결정은 정부의 몫이다. 결과적으로 백신 조기 확보에 가장 유리했던 시기가 그대로 지나갔다. 분위기가 조금 바뀐 건 7월 이후다. 화이자 모더나 등의 임상 2상 결과가 나오면서다. 그렇다고 다급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당시 만난 한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백신에 수천억, 수조 원을 쓸 수는 없잖아요.” 정부는 뒤늦게 백신을 계약하면서 ‘확보했다’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손에 들어오지 않은 백신은 무용지물이었다. 지난해 말, 늦어도 올해 초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도입 시기를 당겼다면 지금 상황이 조금 나았을지 모른다. 이를 두고 최근 정부 내에선 질병관리청에 ‘백신 전권’을 맡긴 게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역량을 떠나 방역에 신경 쓰기도 바쁜데 백신 업무까지 맡겼다는 이유다. 질병관리청이 보건복지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일하며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4월 1일에야 범정부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국내에서 생산될 백신을 과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2월 글로벌 수급난이 가중되자 미국은 수출규제 행정명령(HRPAS)을 연장했다. 2000만 명분을 계약한 노바백스 백신의 원·부자재 공급이 막혔다. 백신 제조에는 세포배양기, 필터 등 20개 가까운 원·부자재가 필요하다. 정부는 6개 부처가 나서서 원·부자재 확보에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결과는 ‘3분기까지 1000만 명분 생산’에 그쳤다. 그나마 △상반기 중 허가 △원·부자재 추가 확보 △수율 증대라는 전제가 붙었다. 하나라도 삐끗하면 차질이 빚어진다. 정부는 15일에도 부랴부랴 새로운 국내 생산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국내 생산 백신도 완제품 수입과 마찬가지로 언제든 꼬일 수 있다. 이제 한국이 백신 위기에서 탈출할 기회는 없을까.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박진 의원은 한미 ‘백신 스와프’를 처음 제안했다. 두 나라가 각자 여유가 있을 때 백신을 빌리고 갚자는 것이다. 물론 실현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한국이 신중하게 따져볼 처지도 아니다. 필요하면 전현 정부의 외교통상 인사를 총동원해 미국이든 어디든 보내야 한다. 물론 그 전에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현재 상황을 솔직히 털어놔야 한다. 비난을 의식해 “자신 있다”는 장밋빛 표현만 내놓는 건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다가올 여름 국민들에게 “올해도 휴가 가지 말라”고 또 당부할 수 있겠나.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