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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가 4주 연속 미국 빌보드 글로벌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빌보드 발표에 따르면 ‘아파트’는 ‘글로벌 200’과 ‘글로벌 200(미국 제외)’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두 차트에서 1위에 오른 뒤 4주 연속 정상을 지켰다. 하지만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아파트’는 지난달 29일 이 차트에 8위로 진입해 K팝 여성 가수 중 최고 순위를 기록한 바 있다. 로제는 18일 공개된 영국 매거진 ‘아이-디(i-D)’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빨리 사랑받을 줄은 몰랐다. 엄청난 사랑에 압도당했다”고 말했다. 로제는 22일 오후 새 싱글 ‘넘버 원 걸(number one girl)’을 공개한다. 지난달 18일 싱글 ‘아파트’ 공개 이후 약 한 달 만의 신곡 발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블랙핑크 로제가 팝스타 부르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가 4주 연속 미국 빌보드 글로벌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19일(현지시각) 미국 빌보드 발표에 따르면 ‘아파트’는 ‘글로벌 200’과 ‘글로벌 200(미국 제외)’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두 차트에서 1위에 오른 뒤 뒤 4주 연속 정상을 지켰다. 하지만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아파트’는 지난달 29일 이 차트에 8위로 진입해 K팝 여성가수 중 최고 순위를 기록한 바 있다. 로제는 18일 공개된 영국 매거진 ‘아이-디’(i-D)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빨리 사랑받을 줄은 몰랐다. 엄청난 사랑에 압도당했다”고 말했다. 로제는 22일 오후 새 싱글 ‘넘버 원 걸(number one girl)’을 공개한다. 지난달 18일 싱글 ‘아파트’ 공개 이후 약 한 달 만의 신곡 발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전 세계 수많은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한강 작가의 놀라운 작품이 더 많은 인정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소설가 한강의 작품을 영미권에 소개해 부커상 수상 등을 이끌어 낸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37·사진)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해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18일 한국문학번역원(번역원)은 영문 계간지 ‘KLN(Korean Literature Now)’에 쓴 스미스의 기고문을 공개했다. 스미스는 2016년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소년이 온다’, ‘흰’ 등을 영어로 번역해 한강 문학이 세계적 주목을 받게 되는 데 공헌한 번역가로 평가받는다. 기고문에서 그는 부커상 수상 이후의 오역 논란과 과한 찬사 등 상반된 반응이 쏟아진 데 대한 심경부터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비판은 가혹했고 개인적 공격으로 이어졌다. 반대로 인종 불평등이 심한 문학계에서 백인 번역가란 점이 원작의 문학성을 깎아내리는 정도의 과대평가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왜 번역가가 됐는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며 “한강 작품의 번역은 텍스트에 날카롭게 떠오는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고문에서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의 문학적 의미에 집중했다. 스미스는 “‘채식주의자’ 주인공 영혜의 이야기가 ‘극단적이고 기괴하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인물의 강한 주체성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또한 “‘구식 남성들’은 못마땅해할 방식으로 독자들을 개인적 독서로 초대하는 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소년이 온다’에 대해서는 “(한강) 작가의 더 발전된 필력을 보여주는 작품임에도 ‘채식주의자’에 가려진 것 같아 아쉬웠다”며 “(하지만) 이 작품은 묻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으로 표현된다”며 “광주와 가자를 연결한 수많은 독자에게 깊이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년이 온다’의 번역 인세를 가자지구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자랑하는 걸 좋아해서 ‘자랑댁’이라 불리는 오리가 알을 낳는다. 연이어 귀여운 새끼들이 태어난 후 마지막 알을 깨고 쿤다가 나온다. 하지만 쿤다는 다른 오리들과는 좀 다르다. 날개가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당혹스러움을 느낀 자랑댁은 쿤다를 몰래 숨겨 키운다. 쿤다는 ‘내가 없는 편이 가족들에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상심에 빠진다. 이런 쿤다를 변화시킨 것은 호수에서 만난 발이 하나뿐인 아기 오리 올다다. 쿤다는 헤엄치는 것을 어려워하는 올다를 도와 헤엄을 친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쿤다는 기쁨을 느낀다. 올다는 날지 못하는 쿤다가 자신의 꼬리를 물고 함께 날아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린 오리들의 우정은 남들의 시선 때문에 쿤다를 숨기려 했던 자랑댁마저 부끄럽게 한다. 누구나 타인이나 세상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부족한 점이 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숨거나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장애와 좌절을 자신의 강점으로 변화시키고 당당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아기 오리 이야기가 귀여운 삽화와 함께 잘 어우러져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국립극장이 마당놀이 대표작을 엮은 ‘마당놀이 모듬전’을 선보인다. 5일 국립극장은 달오름극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획공연 ‘마당놀이 모듬전’을 이달 29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선보인다고 밝혔다. 마당놀이는 1981년 극단 미추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후 2014년 국립극장이 극장식 마당놀이를 시작해 2020년 ‘춘풍이 온다’를 마지막으로 상연했다. 이번 공연은 국립극장 마당놀이 10주년을 기념한 것으로 그간 선보인 대표작 ‘심청이 온다’, ‘춘향이 온다’ 등의 흥미로운 장면을 엮은 ‘모듬전’ 형태로 공연된다. 이몽룡·심청이·놀보 등이 같이 등장하는 방식이다. 손진책 연출을 비롯해 극작가 배삼식, 안무가 국수호, 작곡가 박범훈 등 그간 마당놀이를 만들어 온 제작진과 배우 윤문식·김성녀·김종엽이 특별 출연한다. 여기에 국립창극단 배우들과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젊은 배우들이 출연해 신구 세대가 어우러진다. 손진책 연출은 “세 가지 스토리가 엮이며 세 작품에 대한 비교 감상과 보완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당놀이는 공연 내내 추임새가 이어지는 등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꾀한다. ‘심봉사’ 역할을 맡은 윤문식은 “관객들이 구경하러 오는 게 아니라 참여하러 오는 가장 한국적인 놀이문화가 마당놀이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바닷가 마을에 생긴 너구리 아저씨네 빵집. 먹음직스러운 사과케이크와 빵, 과일잼으로 가득하다. 빵집 이름도 참 예쁘다. ‘다정한 빵집.’ 병아리 손님들이 엄마와 들렀는데 개구리 손님의 컴플레인이 들어온다. ‘너무 시끄러워요!’ 다음 날 못 보던 간판이 생긴다. ‘병아리 출입 금지.’ 이번엔 꼬마 펭귄들이 아빠와 빵집을 찾았는데, 고양이 손님에게 항의가 들어온다. ‘솜털이 날리잖아요!’ 다음 날 또 다른 표지판이 생긴다. ‘꼬마 펭귄 출입 금지.’ 꼬마 동물 손님들이 가게에 올 때마다 이런 식의 항의가 들어오고 종국엔 카페 앞에 ‘출입 금지’ 팻말이 죽 이어진다. 병아리, 꼬마 펭귄, 꼬마 캥거루, 꼬마 코끼리 다 출입 금지. 표지판을 본 아이들은 울상이 된다. ‘하나도 안 다정한 빵집이네….’ 하지만 며칠 후 너구리 아저씨가 수레 가득 싣고 가던 사과를 쏟았을 때 그를 돕기 위해 달려온 건 유치원 차를 기다리던 꼬마 친구들이다. 너구리는 출입 금지 표지판을 모두 치우고, 가게 이름을 바꾼다. ‘더 다정한 빵집.’ 어른들에게는 노키즈존의 배제와 차별을, 아이들에겐 공공장소에서 지키는 예절의 중요성을 동시에 일러주는 책.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하늘은 하얗고 땅은 검었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그의 데뷔작은 여러 면에서 한국 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깊은 설산 여명의 순간을 수묵화처럼 그린 첫 문장을 600페이지 넘는 묵직한 서사로 밀고 나가면서 한반도의 근대사를 되살린 이가 30대 중반의 젊은 재미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는 아홉 살 때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이주했다. ‘작은 땅의 야수들(원제 Beast of a Little Land)’은 2021년 미국 출간 후 신인의 데뷔작으론 이례적으로 뉴욕타임스 등 40여 개 매체 추천도서에 올랐고, 미국 데이턴문학평화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올해 러시아 최고 권위 문학상인 톨스토이문학상을 받으며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한인 작가 중 한 명이 됐다. 소설가 김주혜(37)의 이야기다.》미국에서 줄곧 성장해 아이비리그 명문 프린스턴대를 졸업했고 뉴욕의 출판사에서 일하다 영어로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됐지만, 그는 영어 이름을 따로 쓰지 않는다. 이민 이후로도 한국인으로의 정체성과 언어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우주의 지혜(宙慧)를 뜻하는 주혜란 한국 이름을 각별하게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결혼한 후 관광객들로 북적대는 영국 런던 노팅힐 인근에 자리 잡았다는 그와의 화상 인터뷰도 모두 한국어로 이루어졌다.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언제부터 작가가 되고 싶어했나. “어릴 적부터 발레, 첼로 등을 하면서 책뿐 아니라 예술 전반에 관심이 많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영향을 받아 미술사학을 전공했고 박물관, 패션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10여 년 전 출판사에 근무하면서부터 하게 됐다. 나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한국계 미국 작가가 택한 첫 소설의 주제가 왜 한국의 근현대사였나. “독학으로 습작할 때 길잡이가 돼준 게 레프 톨스토이, 가장 영감을 준 작품이 ‘안나 카레니나’였다. 그처럼 예리한 통찰력, 깊은 연민, 인간 보편성을 보여 주는 작품을 쓰려면 역사를 관통하는 장대한 스케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삼국사기’ 같은 한국사 책을 읽으며 자랐기에 첫 장편을 써야 했을 때 망설임 없이 택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한반도에 번성했던 호랑이의 이미지를 통해 역사의 질곡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한국인의 강골함과 독립운동사를 녹여낸 대하소설이다. 소작농의 딸로 기생이 된 ‘옥희’와 가난한 사냥꾼의 아들로 경성을 떠도는 주먹이 된 ‘정호’의 삶을 중심으로 독립운동가와 친일파, 지주와 소작농 등 수많은 이들의 삶을 교차시킨다. 그가 이 작품으로 수상한 톨스토이문학상은 톨스토이 탄생 175주년인 2003년 레프 톨스토이 박물관이 삼성전자 러시아법인과 함께 제정한 러시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줄리언 반스, 오르한 파무크 등이 수상했다. 올해 최종 후보 10편에 오른 작품 중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도 포함돼 있었다. ―이민 가정에서 지킨 한국적 정체성이 작품에 큰 자양이 된 것 같다. “김구 선생 곁에서 독립운동을 한 외할아버지 김태희 씨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한국인, 한국문화에 특별한 자부심이 있다. 국문학 석사인 어머니 책장에서 김현 평론집, 정지용 시집 등 문학이론과 한국어만의 질감과 풍경미를 드러낸 문학을 읽으며 컸다.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아주 어릴 때부터 눈물 흘리며 접했고 이 책을 쓰면서도 그런 감동을 투영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데뷔작으로 단숨에 주목을 받은 것 같지만, 사실 작가로 첫 시작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본격적으로 작가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2014년만 해도 신인 작가들은 대부분 백인 작가였다. 두드러지는 활약을 하는 한인 작가도 없었고,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러 단편을 에이전트에 보냈지만 출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함박눈 오는 공원을 달리던 날 문득 호랑이와 마주친 사냥꾼의 모습이 떠올랐다. 여러 인물이 별자리처럼 그려졌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내 경험으로는 맞다. 내가 책을 쓸 때 가장 나다운 글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었다”고 썼다 . ―일과 집필을 힘들게 병행했었다고 들었다. “뉴욕에서 일하는 동안 평일 새벽 5시부터 7시, 퇴근 후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썼다. 주말에는 하루 종일 썼다. 1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갰다. 전투적이었다. 남들의 10배는 노력하는데 성과는 10분의 1도 나지 않는 것 같아서, 자책하고 의구심에 시달리던 시간도 있었다.” 초고 집필에 5년, 출판사와의 교정에 1년, 총 6년이 걸려서 영문판이 나왔고 다시 한 해에 걸친 예닐곱 번의 수정을 거쳐서 한국 번역본이 출간됐다. 2019년 최인호 작가의 단편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을 번역했던 적이 있던 그는 문학번역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한국어판이 매끄럽게 읽힐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애썼다. ―쓰면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등장 인물을 줄여야 했다. 더 세세하게 쓰고 싶었지만 현대 미국 출판시장에서 그렇게 긴 작품은 불가능했다. 영문판 기준 100페이지를 줄였다. 윌리엄 포그너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킬 유어 달링(Kill your darlings).’ 애지중지하는 등장인물을 죽이란 말이다. 창작에 도취되지 말고 전체 흐름을 살려라. 미국 편집자와 에이전트에서 계속 들었던 부탁과 경고도 ‘너무 길게 쓰지 마라’였다.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큰 상을 받고 난 뒤에 달라진 게 있나. “파노라마처럼 사회 각층을 자유자재로 보여 주면서도 인간 내면의 진실, 통찰력과 깊은 사랑을 보여 주는 글쓰기를 톨스토이에게 배웠다. 인간, 작가, 아내로서 해야 하는 일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그의 문체와 인도주의적 문학 정신을 계승했다는 극찬을 받았으니 이전과는 절대 같을 수 없는 전환이 됐다.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라고 느꼈다.” 그는 이달 러시아, 프랑스를 배경으로 프리마 발레리나의 사랑을 다룬 두 번째 장편 ‘밤새들의 도시’를 미국에서 출간한다. 수상 이후 각국에서 출간과 인터뷰 일정이 새벽까지 쏟아지지만 어떤 곳보다 우선순위를 두는 곳이 한국이다. “내 작품의 문학적·역사적 가치를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분들이 한국 독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에 이어 겹경사다. 한국 작가들이 부상하는 요인이 뭘까. “한강 작가와 함께 논의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개인적 재능뿐 아니라 한국문학번역원이 굉장히 오랜 기간 노력했고 국가적 양성이 큰 역할을 했다.” ―외부에 있었기에 한국 문화의 위상 변화가 더 잘 보였을 것 같다. “2019년 집필에 에너지가 너무 소진돼 프랑스에 석 달 정도 머물렀는데 그때 이미 많이 바뀌었단 걸 느꼈다. 프랑스에 문화적 동경이 있었다. 그런데 패션잡지를 보니 정작 그들이 동경하는 건 한국이었다. 책이 출간되고 여러 나라 독자들에게 편지 등을 받는데 한국 문화에 대한 소양이 정말 깊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도 많다. 너무 뿌듯한 일이다.” 그는 높아진 한국 문화 인기의 덕을 14개국으로의 해외 판권 수출 등에서 같이 누리고 있다고 했다. “브라질의 경우 특별한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큰 성원을 받았다. 모스크바에서의 북토크 당시 순식간에 책이 팔리고 긴 사인줄이 생기는 걸 보고 한국 문화의 위상 변화를 실감했다”고 한다. 그는 톨스토이문학상 상금 120만 루블(약 1680만 원) 전액을 멸종위기에 놓인 한국 호랑이를 보호하는 한국범보전기금에 기부했다. 책 인세 일부도 관련 단체에 기부해 왔다. 작품 활동만큼 생태보호와 자선활동에 열정적인 것은 “집필하는 것만이 예술이 아니라 가장 필요한 것을 나누는 것이 예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해 결혼한 캐나다 출신 남편도 뉴욕에서부터 오래 알고 지낸 사회적기업 그린체크의 창업자로 기후나 환경문제 등에 대한 관심사가 비슷하다. 차기작 역시 소말리아의 한 구제사업 단체에 인세 일부를 보낸다. ―미국에서 차기작이 곧 공개된다. 이번에도 대하소설인가. “문학적 범주의 다양성을 보여 주고 싶어서 완전히 반대로 했다. 1인칭 한 사람의 목소리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게 했다. 전작이 교향곡이었다면, 이번에는 협주곡이다. 솔로이스트 역량을 보여 주고 싶어서 뜨거움과 도회적 매끄러움을 오가게 하려고 노력했다.” ―집필 루틴, 혹은 글을 쓸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런던으로 이사오며 서재도 책상도 없어졌다. 시상식 당시 주최측 안내로 톨스토이 생가를 둘러봤는데 곳곳이 책상이더라. 집필 환경이 너무 다르다고 푸념했더니 그분들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책상은커녕 욕조에서 ‘롤리타’를 썼다”고 했다. 그래, 그냥 써야지. (웃음) 매일 아침 글 쓸 커피숍을 찾는 게 일과가 됐지만, 한번 몰입하면 사실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시간대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다만 글을 쓸 때의 어떤 정신 상태는 중요한 것 같다. 커피가 큰 도움이 된다.” 김주혜 약력△1987년 인천 출생△1996년 가족과 미국 포틀랜드로 이민△2009년 프린스턴대 미술사학 졸업△2016년 영국 문학잡지 ‘그란타’에 단편소설 ‘보디랭귀지’ 발표△2021년 장편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 출간△2022년 데이턴문학평화상 최종 후보△2024년 러시아 톨스토이문학상 수상박선희 문화부 차장 teller@donga.com}
우리 집이 망했다. 좁은 집으로 이사 가는데, 낡은 이삿짐 트럭에 딱 하나 실린 것이 있다. 자개장. 엄마는 이게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거라서 절대로 버릴 수 없단다. 어디서든 이 자개장만 있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단다. 하지만 방 하나를 다 차지할 만큼 거대한 이것이 아이는 싫다. 일한다고 바쁜 아빠 엄마는 늘 집을 비우고, 혼자 무료하게 뒹굴거리던 아이는 자개장의 갖은 문양을 본다. 빛나는 소나무, 구름, 나비, 학, 거북이. 하지만 나와 놀아줄 사람은 없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라도 지금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바로 그때, 자개장에서 정말로 할머니가 나온다. 자개장 할머니다. 할머니는 자개장 속의 멋진 세상을 아이와 함께 탐험하기도 하고 태권도장에 아이를 데려다주거나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기도 한다. 할머니에게서 아이는 점차 희망을 배운다. 가족 간의 사랑이 있으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도. 전통 공예인 나전칠기의 영롱한 빛깔과 풍성한 볼거리가 ‘가족의 사랑’이란 책의 주제에 깊이를 더해 준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의 신작.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토끼 마을에 열린 가을 운동회. 우승자는 알밤 케이크를 선물로 받는다. 할머니와 함께 출전한 로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꼭 우승하고 싶은데 할머니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는다. 공굴리기를 할 때는 균형을 못 잡아 넘어지고, 장애물 달리기를 할 때는 허리가 아파서 지체된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거뜬히 우승할 수도 있었을 텐데. 속상해하는 로로와 어쩔 줄 몰라 하는 할머니 앞에 갑자기 하트 모양 알밤 하나가 떨어져 꿈틀거리더니, 두 사람을 알밤의 세계로 데려간다. 알고 보니 이곳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알밤의 나라! 알밤을 좋아했던 할아버지는 알밤 떡집, 알밤사탕 산책길, 알밤 병원처럼 알밤으로 마을을 꾸며놓고 있었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알밤 젤리탕에 다리를 담그자, 할머니의 관절염도 씻은 듯 사라진다. 다시 가을 운동회가 열리는 토끼 마을로 돌아온 두 사람. 비록 우승은 못 해도, 할머니와 함께 달리는 이 가을이 얼마나 행복한지 로로는 그제야 느낀다. 아기자기한 디테일이 살아 있는 귀여운 삽화가 이야기의 사랑스러움을 더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소설가 한강(54)은 자신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10일 오후 7시 50분쯤에 들었다. 스웨덴 한림원 관계자가 공식 발표 10분 전에야 전화로 직접 수상 소식을 알려준 것. 수상 직전에 당사자에게 통보한 뒤 바로 공식 발표가 뜨다 보니 아버지 소설가 한승원조차 딸에게 직접 수상 소식을 전해 듣지 못했다. 본보 기자의 전화로 수상 소식을 대신 전해 듣고 부랴부랴 사실 확인에 나섰던 한승원은 “한림원 사람들이 정말 독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선정 과정은 이렇게 발표 직전까지 ‘기밀 작전’처럼 이어진다. 한강은 어떤 과정을 거쳐 수상자로 선정됐을까. 14일 노벨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수상자 선정 절차는 시상 해의 전년도 9월부터 시작된다. 1년여의 심사 과정을 거치는 것. ‘노벨 문학 분과위원회’가 수상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서한을 전 세계 전문가 수백 명에게 발송하는 것으로 첫발을 딛는다. 후보 추천자의 자격은 한림원 소속 회원들과 전 세계 학술기관·협회의 회원, 대학교의 문학·언어학 교수들에게 주어진다.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와 각국의 대표적인 작가협회도 후보 추천 자격을 갖는다. 한국에는 1988년부터 국제펜클럽 한국지부 등에 매년 2, 3장의 추천서가 배송돼 왔다. 미당 서정주, 구상 시인, 소설가 한말숙, 최인훈, 김동리 등이 추천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후보 추천자는 시상 연도의 1월 31일까지 답신을 보내야 한다. 물론 추천 후보를 절대 발설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올해 노벨 문학상에는 총 220명의 1차 후보자 목록이 작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 세계에서 모은 이런 후보자들을 추가 심사해 4월경 15∼20명으로 2차 후보자가 압축된다. 노벨 문학 분과위원회는 다시 후보를 압축해 5월 최종 후보 5인을 정한다. 이렇게 후보군이 5인으로 좁혀지면 ‘현미경 심사’가 이어진다. 한림원 심사위원은 총 18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이 후보자 5명의 작품을 직접 읽고 토론해 평가한다. 6∼8월 작품들을 읽고 9월에 각 후보의 문학적 기여 등에 관해 토론한다. 이를 바탕으로 10월 초 투표를 거쳐 과반 가결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노벨위원회는 구체적인 심사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노벨 재단의 규정에 따라 후보자에 대한 정보는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50년간 공개하지 않도록 제한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강 작가가 어떤 이들과 최종 후보자 명단에 올랐는지도 50년 동안 비밀에 부쳐진다. 후보자 명단이 전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매해 노벨상 시즌이 되면 유력 작가들의 출신지, 언어권, 장르를 감안해 수상자를 둘러싼 다양한 관측이 나오곤 했다. 온라인베팅 사이트 등도 후보자를 유추하는 참고자료가 돼 왔다. 올해는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 중국 작가 찬쉐 등의 수상이 유력하게 꼽혔으나 한강 작가는 예상 순위권에 없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글을 쓰게 된 이후 가끔 직접 만나본 적 없는 분들에게서 뜻밖의 편지를 받게 될 때가 있는데 며칠 전에도 그런 편지를 받고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019년 10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3회 인촌상 시상식에서 언론·문화부문 수상자였던 소설가 한강 씨는 한 독자의 편지를 소개하며 수상 소감의 운을 뗐다. 그는 “작가들의 전성기가 보통 50, 60대이니 앞으로 적어도 10년간은 뒤를 돌아보지 말고 소설을 계속 써 달라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며 “장편 한 편당 평균 3년이 걸리니 10년간 운이 좋다면 3편, 나쁘면 2편 정도를 쓸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전거를 배울 때 일단 페달을 밟는 법을 알고 나면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몸이 기울며 커브를 알아서 틀게 된다”며 “그 편지를 받고 10년 동안 쓸 수 있을 만큼의 글을 쓰고 싶어졌으니 그렇게 마음이 기울어진 대로 저의 삶이 흘러가 주기를 바란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당시 그는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해 한국문학이 해외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 등에서 공로를 크게 인정받았다. 이후 2019년 산클레벤테 문학상 수상, 노르웨이 ‘미래도서관’ 프로젝트 작가 선정 등이 이어지면서 국내 독자만이 아니라 세계의 독자들이 주목하는 한국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본보와 가진 인촌상 수상 인터뷰에서는 “지금까지 쓰고 싶은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왔다. 그 결과는 통제 밖의 영역”이라며 “오직 쓰는 과정에 있는 사람만이 작가이며, 다행히 지금 쓰고 있으니 나는 아직 작가”라고 말했다. 국제적 명성뿐 아니라 국내 활동 당시부터 예술성을 인정받아 2005년 35세 최연소로 이상문학상을 받는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두루 수상했고, 탄탄한 작품성, 예술성에 성실성까지 더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 것도 당시 인촌상 수상자 선정의 배경이 됐다. 심사위원들로부터 “40대에 이미 대부분의 작가가 평생 성취한 것 이상의 것을 성취했다”는 찬사를 받은 그였다. 인촌상 심사단은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 작가가 막 전성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라며 “우리가 이 작가의 손에서 세계의 고전이 될 작품들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성취한 것만으로도 수상자로서 충분하지만 한강은 이후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작가”라고 평했다. 그로부터 5년 뒤 그는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가 됐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친구가 새치기를 할 때도, 억울하게 오해를 당했을 때도, 우산이 바뀌었을 때도, 머뭇머뭇 대다가 항상 말할 때를 놓쳐버리는 부끄러움 많은 아이. 말할까 말까,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는 동안 하릴없이 머리만 긁적긁적 할 뿐, 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답답함만 쌓여간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머리만 긁적대며 본의 아니게 꿀 먹은 벙어리로 살아가던 아이. 어느 날 간질간질하던 머리 위에서 불쑥 두 개의 뿔이 솟아 오르더니, 지붕을 뚫고 구름을 뚫고 하늘 끝까지 자란다. 신기한 뿔에 온갖 새들과 구름이 모여든다. 점점 더 무거워지는 머리. 도저히 참지 못하고 용기 내 소리친다. “다들 비켜 줄래? 너무 무거워!” 놀랍게도 그렇게 소리치고 나자, 머리 위를 무겁게 내리누르던 새들이며 구름이 놀라 모두 사라진다. 머리를 간지럽히던 뿔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마음에 있던 말을 또박또박 전달한다는 것이 이렇게 후련하고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배운다. 처음이 어려웠을 뿐, 한 번 입을 뗀 아이는 그제야 하고 싶었던 말을 시작한다. 꾹꾹 누른 마음이 머리 위 뿔처럼 자라난다는 상상을 통해 수줍음 많은 아이들을 응원해주는 책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던 10일(한국 시간) 오후 소설가 한강(54)은 자택이 있는 서울 종로구 자하문동에서 여느 때처럼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들과 함께했던 저녁 식사를 막 끝내던 참이었다. 스웨덴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오후 8시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있던 마츠 말름 노벨위원회 상임 사무국장이었다. 한국 최초이자 18번째 여성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가 됐다는 소식을 그렇게 처음 접했다. 누구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발표였다.한강은 이날 수상자 발표 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너무 놀랐고 영광이다. 지지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다. 나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 뉴스가 한국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떻게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할 것이냐란 질문에 그는 “내가 술은 안 마신다”면서 “전화 통화 후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며 웃었다. 가장 영감을 준 작가에 대한 질문에는 “어릴 때부터 봤던 많은 작가들이 영감이 됐고 영향을 미쳤다.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그중 한 명인데 그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어릴 때 좋아했고 인간에 대한 내 질문을 그 작품과 연관시킬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작품으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며 “모든 작가들은 가장 최근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맨부커상을 안긴 ‘채식주의자’에 대해선 “3년 동안 쓰면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책에 등장하는 적절한 이미지를 찾기 위해 매우 고군분투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강은 비극적인 한국 현대사에 꾸준히 천착해왔다. 지난해 11월 세계한글작가대회 특별강연에서 그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를 쓴 과정을 설명하며 “역사 속의 인간을 들여다본다는 행위는 폭력의 반대편에 서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역사 속의 일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중학교 3학년인 동호가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후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한강은 “소설을 쓰기 위해 한 달 정도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증언집을 읽었다”며 “900여 명의 증언을 읽으면서 당시의 상황적인 파편들을 경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1980년 서울로 온 한강은 자신의 고향에서 5·18이 일어난 것을 보고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인촌상 수상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친 한승원 소설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사방에 널린 책들 속에서 자랐다는 것. 그는 “책 속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으니 현실의 세계가 절대적이지 않았고, 그렇게 두 세계에서 살 수 있었던 점이 유년기의 나를 도와줬다”고 말했다. 소설을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 무렵이었다고 한다. 대학 시절 습작기를 거쳐 출판사에 취직한 뒤 3∼4시간씩만 자면서 글을 썼다. 그는 뜨거움이나 열정보다 끈기로 소설을 써왔다고 했다. 그는 집필 땐 칩거한 채 작품에만 오롯이 몰두하는 작가다. 한강은 “지금까지 쓰고 싶은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왔다. 그 결과는 통제 밖의 영역”이라며 “오직 쓰는 과정에 있는 사람만이 작가이며, 다행히 지금 쓰고 있으니 나는 아직 작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따금 그는 소설 밖 세계를 꿈꾸기도 한다고 했다. “전에 만들고 불렀던 노래들을 담담하게 다시 녹음해보고 싶습니다. 그사이 새로 만든 노래들도 넣고요. 음반 제목은 오래전 보았던 연극의 대사인 ‘안아주기에도 우리 삶은 너무 짧잖아요’로 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백일몽일 뿐이지만 언젠가 그런 여유가 찾아올 수도 있겠지요.”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걸그룹 뉴진스의 하니(사진)가 15일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환노위는 ‘직장 내 괴롭힘’ 및 ‘아이돌 따돌림 문제’에 관해 물을 예정이다. 10일 가요계 등에 따르면 하니는 전날 뉴진스 팬 소통 플랫폼 포닝에 “국회에 나가기로 결정했다”며 “국정감사에 혼자 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하니는 “걱정 안 해도 된다”며 “나와 멤버들, ‘버니즈’(뉴진스 팬덤)를 위해서 나가기로 정했다”고 했다. 그는 또 “아직 매니저와 회사는 모른다. 많이 생각해봤지만 나가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배움이 많은 경험일 거라고 생각한다”며 “뉴진스와 버니즈를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뉴진스 따돌림 의혹은 지난달 11일 이들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복귀를 요청했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처음 제기됐다. 하니는 당시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아일릿의 매니저가 자신을 겨냥해 “무시해”라고 말하는 등 소속사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하니는 “다른 팀(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멤버에게 인사를 했는데 해당 그룹 매니저가 (저희를) 무시하라고 말했다”며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빌리프랩은 폐쇄회로(CC)TV와 해당 인물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 빌리프랩 측은 7일 공식입장을 통해 “신인 아티스트(아일릿)를 음해하려는 시도를 즉시 멈춰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무시하라는 발언도, 인사를 하지 않은 일도 없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하니는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소속사 어도어 김주영 대표는 증인으로 채택됐다. 한편 뉴진스 팬덤인 버니즈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 업무상 배임 및 업무 방해 혐의로 김 대표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하이브의 홍보책임자 등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탈취 및 불법 누설 혐의가 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가을은 언제나 여행의 설렘으로 두근거린다.선선한 바람과 청명한 하늘. 걷기도 좋고, 떠나기도 좋다.보석 같은 국내 지역 명소들로 구성된 ‘로컬100’과 걷는 즐거움으로 가득한‘코리아둘레길’ 중에서도 가을철 찾기에 더없이 좋을 여행지 10곳을 골라 소개한다.》진주남강유등축제 경남 진주이맘때 진주의 밤은 남강을 따라 흐르는 아름다운 등으로 수놓아진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임진왜란 진주대첩 당시 풍등과 횃불로 남강을 건너는 왜군을 저지한 데서 유래됐다. 강에 띄운 등은 성 밖의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통신수단이 되기도 했단다. 국난 극복에 몸을 바친 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매년 남강에 유등을 띄운 진주의 전통은 면면히 이어져 오색등불로 수놓아진 가을 야간 축제로 거듭났다. 20일까지 진주성과 남강 일원에서 펼쳐지는 올해 행사는 진주대첩, K-콘텐츠 등 테마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시와 부대 행사를 선보인다.강릉커피축제 강원 강릉 한국 커피 1세대 바리스타로 꼽히는 보헤미안 박이추, 테라로사 김용덕 등에는 공통점이 있다. 커피의 도시 강릉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 저명한 커피 명인들을 두루 배출한 강릉은 명실상부 국내 커피산업의 메카다. 커피 맛에 자부심을 가진 유명한 카페와 바리스타들이 전국의 커피 문화를 선도하는 축제가 매년 가을마다 강릉커피거리와 강릉시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는 24일부터 27일까지 ‘커피, 바다와 다시 만나다’를 주제로 준비됐다. 아름다운 강릉 바다와 가을의 정취를 향긋한 커피와 함께 만끽하기 더없이 좋을 기회다.북평민속5일장과 무릉별유천지 강원 동해 북평민속5일장은 1796년부터 문헌에 등장한 전국 최대 민속 5일장이다. 매달 끝자리가 3, 8일인 날에 열린다. 지역 특산물, 잡화, 어물전 등이 들어서고 민속극 북평원님답교놀이가 상설 공연돼 볼거리가 넘쳐난다. 북적북적한 재래시장 구경을 마쳤다면 인근 무릉별유천지도 들러보자. 1968년부터 40년간 쌍용 C&E가 석회석을 쇄석하던 공간이 이제는 ‘하늘 아래 경치 좋은 곳’이란 뜻을 가진 이색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익사이팅 체험 시설, 전망대, 카페 등을 갖췄다. 인증 사진 필수인 별미 ‘시멘트 아이스크림’도 놓치지 말 것.용문사와 은행나무 경기 양평천년 고찰 용문사는 경내의 아름드리 은행나무로 더 유명하다. 수령 약 1100∼15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만 42m로 국내 최고 기록을 갖고 있다. 가을철 황금빛으로 절정을 이룬 은행나무의 압도적 자태는 가을철 많은 이의 발길을 이끈다. 통일신라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전설과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가 자라 나무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자리한 용문사는 고즈넉한 산책과 사색의 시간을 갖기 제격이다. 장생포문화창고와 지관서가 울산 1973년 수산물 가공창고로 이용되다 방치된 시설이 폐산업시설 리모델링을 통해 복합문화시설로 재탄생했다. 외벽을 가득 채운 거대한 돌고래 그림이 그려진 건물로 들어서면 아동 대상 상설공연과 기획전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6층에는 오션 뷰로 입소문이 난 북카페 지관서가가 들어와 있다. 지관서가는 울산시가 공간을 제공하고 SK가 사회공헌 사업 일환으로 조성한 북카페로 총 7호점까지 개관했다. 장생포점에서는 선박들이 즐비한 장생포와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망중한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남파랑길 42코스 경남 남해걷기 좋은 남해 길 중에서도 다채로운 바다 풍경에 숲길까지 어우러져 가을을 만끽하기 더없이 좋은 길이다. 파도치는 소리가 앵무새 소리를 닮았다고 해‘앵강만’으로 불리는 이 지역을 따라 걷다 보면 동해를 닮은 절벽과 서해를 닮은 갯벌, 남해의 몽돌해변을 품은 절경을 모두 만나게 된다. 돌담을 막아 만든 원시 어로시설 석방렴 체험을 해볼 수 있는 홍현 해라우지마을부터 바다에 닿은 계단식 논의 전경이 펼쳐지는 가천 다랭이마을까지가 하이라이트. 시작점에 남파랑길 여행지원센터가 있어 여행 정보를 얻기 좋다.서해랑길 42코스 전북 고창선운산과 선운사는 가을이면 꽃무릇과 단풍으로 절경을 이루는 명소다. 수많은 문인에게 영감을 준 선운사의 가을 단풍은 10월 말경이면 도솔천을 따라 오색찬란한 절경을 이룬다. 서해랑길 42코스는 천마봉을 거쳐 선운산을 넘고 동백나무 숲이 병풍처럼 감싸안은 도솔산 선운사에 닿게 된다. 총 11.6㎞, 최고 고도 337m에 달하는 하드워킹 코스니 산을 좋아한다면 도전해 보자. 등산 구간이 부담스럽다면 선운사 입구부터 선운산 도솔암 마애여래좌상까지 역방향(4㎞)으로 걸어도 된다.DMZ 평화의 길 15코스 강원 철원한반도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 속에서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길. 시작점 백마고지역은 한국전쟁 중 철원 백마고지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당시 치열했던 공방전을 기념하기 위해 역이름으로 정했다. 주변에 백마고지 기념탑, 철원 노동당사가 있으니 함께 둘러보자. 소이산 꼭대기에 서면 철원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연꽃과 갈대가 어우러지는 새들의 낙원 철원 학저수지 둘레길은 걷는 즐거움을 더한다. 역사와 문화에 생태자원까지 두루 어우러져 지루할 틈이 없다.서해랑길 47코스 전북 부안가을 낙조 맞이 절경을 찾고 있다면 부안으로 가 보자. 서해랑길 47코스는 가을 노을을 즐기기 좋은 노을맛집으로 구성된 길이다. 변산반도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채석강, 채석강 절경을 보기 좋은 격포해변, 중국의 적벽강만큼 경치가 뛰어나다 해서 이름 붙인 적벽강, 썰물 때 바닷길이 갈라지는 한국판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하섬전망대 등 즐비한 관광 명소를 두루 지난다. 계절별 야생화를 감상하기에도 좋은 길.해파랑길 45코스 강원 속초설악해맞이공원에서 일출과 함께 걷기를 시작해보길 추천한다. 대포항, 외옹치항 같은 속초의 대표 항구와 속초해수욕장, 실향민 집단촌인 아바이마을, 청초호와 영랑호 등 구간마다 산과 바다, 호수가 어우러진 속초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주변에 설악산국립공원, 영랑호, 보광사 등도 함께 들러보기 좋은 길이다. 속초 대표 관광지를 모두 지나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가족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잠이 오면, 모두 잠에 빠져든다. 그렇다면, 잠은 잠을 잘까? 밤마다 어둠이 오는 길을 따라 달리면서 깨어 있는 모든 것들 재우는 잠. 모두가 잘 때, 정작 깨어 있는 그 잠 말이다. 이 책은 도시와 숲을 지나, 사람들과 황새, 고양이, 무당벌레까지 모두를 재우는 잠을 의인화시켜 이야기를 풀어간다. 모두를 마법처럼 재우는 잠은 작고 동그란 검은 요정처럼 생겼다. 모두를 재우다 잠은 문득, ‘나는 왜 깨어 있지?’라는 질문을 품게 된다. 하지만 말해 줄 수 있는 이들이 없다. 잠이 다가가면 모두 까무룩 잠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잠들고 싶어 몽실몽실 민들레 씨앗 위에도 누워보고, 보송보송 병아리떼 위에도 누워보고, 높이 뜬 열기구 위에도 누워보는 잠. 그래도 잠들지 못하는 잠. 울고 싶은 마음으로 지쳐 털썩 누웠을 때, 그릉그릉 잠든 고양이 숨소리와, 셀 수 없이 많은 꿈들의 유영을 지켜보다 스스륵, 그제야 잠도 잠에 빠지고 만다. 잠들기 싫어하는 아이들과 읽기에 좋은 책. 잠의 나른한 모험과 꿈의 세계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으로 표현됐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옆집에 사는 윌슨 아저씨. 자전거 타고 빵집으로 출근한 뒤 케이크를 만드는 것이 일상인 윌슨 아저씨를 누구도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는다. 하지만 리즈는 다르다. 리즈는 사람들이 윌슨 아저씨의 이상한 점을 알아보지 못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푸른빛 얼굴, 너무 긴 목. 그는 공룡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브라키오사우루스나 디플로도쿠스일 것이다. 아저씨의 정체를 알리기 위해 엄마, 선생님, 반 친구들에게도 말해 보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결국 고생물학자인 메리 박사까지 찾아간다. 하지만 리즈의 호기심은 뜻하지 않게 윌슨 아저씨의 체포로 이어지고 만다. 그도 그럴 것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던 공룡이 사람 분장을 하고 살고 있었다는 것이 리즈로 인해 들통났으니까. 리즈는 뒤늦게 섣부른 행동을 후회한다. 정성스럽게 빵을 굽고 반죽해 케이크를 만드는 것이 가장 행복한 윌슨 아저씨에게 닥친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윌슨 아저씨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통해 나와 다른 모습의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일깨워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대한민국예술원이 개원 70주년을 맞아 심포지엄 ‘향연’을 다음 달 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연다. 1954년 개원한 대한민국예술원은 원로 예술가 지원 및 예술창작 활동 지원사업 등을 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다. 이번 심포지엄은 ‘포스트휴먼(Post-human) 시대의 예술’을 주제로 연극연출가 손진책 예술원 부회장이 연출을 맡았다. 문학 분과에서는 황유원 시인이 ‘나무 인간의 속삭임’을 주제로 포스트휴먼 문학의 개념을 논의한 후 황동규, 김후란 시인 등이 시를 낭송한다. 음악 분과에서는 주대창 광주교대 교수가 ‘손맛 음악의 디지털 맛’을 주제로 발표하고 원로 성악가 바리톤 김성길 등의 무대가 마련됐다. 연극 분과는 예술원 회원인 원로 배우 신구와 박정자 등이 연극 ‘스페이스 리어’를 시연한다. 미술 분과는 인간과 기술적 상상력의 결합을 논의한 후 미디어아트 실연을 펼친다. 무용 분과는 포스트휴먼 시대 무용계의 변화를 살피고, 영화 분과는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포스트휴먼 시대의 주체 형성을 탐색한다. 신수정 예술원장은 “고희라는 특별한 해를 맞아 관객과 함께 누리는 잔치를 준비한 만큼 많은 분이 찾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무료 관람이며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에서 예약할 수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아빠와 산책에 나섰다가 편의점에 들르게 된 그린이. 아빠는 콜라, 사이다는 설탕이 많아 안 사준다고 단호하면서도 바나나 우유를 먹고 싶다는 말에는 못 이기는 척 사준다. 바나나 우유를 사달라는 그린이 말을 아빠가 거절하지 못하는 덴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일찍 잃은 그린이 아빠는 목욕탕 다녀온 친구들이 바나나 우유 먹는 게 그렇게 부러웠단다. 다음 날, 하굣길 다시 편의점에 들른 그린이는 매대에서 바나나 우유 1+1 행사를 발견한다. 아빠와 같이 나눠 먹을 생각에 신이 나서 바나나 우유를 사는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갑자기 편의점이 과거로 돌아가는 통로로 변하고, 그린이는 낯선 목욕탕 입구에 서 있게 된다. 거기서 아빠와 쏙 닮은 또래 친구를 만난다. 아빠의 어린 시절 상처를 위로해주고 싶은 어린 그린이의 마음이 불러낸 마법이었을까. 어른이 된 아빠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작은 아이를 유심히 들여다볼 줄 아는 그린이의 속 깊은 마음이 결국 다 큰 아빠를 울린다. 일상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편의점을 매개로 아빠와 어린 아들의 애틋한 마음이 연결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할머니와 아빠와 아이. 세 가족의 저녁 식탁에 올라온 것은 계란프라이와 컵라면, 김이 전부다. 예전에 할머니가 차려준 밥상에는 신선한 상추, 나물, 먹음직스러운 전이 가득했었는데. “할머니, 진짜 요리법 다 까먹었어?” 아이의 질문에 할머니가 막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 속상해진 아빠는 반찬 투정하지 말고 먹으라며 괜히 버럭 화를 낸다. 그날 밤, 배가 고파서 차마 잠들지 못하는 아이 앞에 할머니가 입었던 것 같은 꽃무늬 티셔츠와 몸뻬 바지를 입은 작은 소녀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우유갑 기차를 타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다, 들판, 꽃길을 지나 밤새 어디론가 달려간다. 도착한 곳은 바로 소녀의 할머니 집!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는 아이들을 꼭 안아준 뒤 꽃잎 한 소쿠리, 달 한 그릇 떠서 밥도 짓고 전도 부친다. 푸짐한 밥상이 차려진다. 아이들이 먹는 건 밥만이 아니라 꽃밥보다 달고, 달전보다 더 고소한 할머니의 그 깊은 사랑. 봉긋해진 꼬마들 배만큼, 행복도 추억도 쌓인다. 시간은 흐르고, 할머니는 연약해져도 아이들을 자라게 한 그 사랑은 시들지 않는다. 아련하고 서정적인 그림체가 뭉클함을 더해 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