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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3인자인 살레흐 알 아루리가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에서 이스라엘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숨졌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아닌 타국에서 활동 중인 하마스 간부를 제거한 것은 처음이다. 하마스는 즉각 “이스라엘과 진행 중인 휴전 협정을 중단하겠다”며 보복을 천명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이며 하마스를 지지하는 헤즈볼라,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모두 후원하는 이란 또한 보복을 거론해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경 이스라엘 무인기가 베이루트 남부 외곽의 하마스 사무실을 공격해 아루리 등 6명이 사망했다. 아루리는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부관으로 하니예, 이번 전쟁을 주도한 군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에 이은 하마스 서열 3위로 꼽힌다. 그는 그간 레바논에 머물며 하마스와 헤즈볼라 사이에서 연락책 역할을 해 왔다. 이로 인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전부터 그를 제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다만 마크 레게브 이스라엘 총리실 외신대변인은 MSNBC 인터뷰에서 “이번 공습을 누가 행했건 하마스에 불만을 품은 쪽일 것”이라고만 했다. 자국의 아루리 제거 여부를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이다. 하니예는 즉각 “반드시 보복하고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전, 인질 석방 등 이스라엘과 진행 중인 모든 협상을 중단하겠다고도 했다. 그간 협상을 중재하던 이집트 및 카타르에도 이를 통보했다. 레바논에 기반을 둔 헤즈볼라 또한 “처벌 없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저항 세력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있다”며 복수를 다짐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그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공격하면 보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감안할 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 곳곳을 미사일, 로켓 등으로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란 또한 외교부 성명을 통해 “아루리를 암살한 시오니즘 정권(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주권을 침해한 만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 항의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앞으로 몇 주에 걸쳐 가자지구에서 5개 여단, 수천 명의 병력을 철수하기로 하는 등 저강도 작전으로의 전환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이번 공습 결과 레바논 등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위험에 처하게 됐다. 중동 전쟁의 장기화를 바라지 않는 미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민간인 희생을 줄이기 위해 이스라엘에 저강도 작전을 종용하는 와중에 확전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교 치적이 절실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그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 중단을 위해 물밑에서 공을 들여 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다음 주 초 이스라엘을 비롯한 몇몇 중동 국가를 방문한다. 당초 이번 주 방문하려다 한 차례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3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약 1000km 떨어진 케르만에서 폭발이 발생해 최소70명이 숨지고 170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이란 국영 IRNA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폭발 장소가 2020년 1월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미군 공습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이 열린 곳이어서 중동 전체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발생한 중동 전쟁이 솔레이마니의 공개 암살에 대한 보복 차원이었다고 지난달 27일 주장했다.이날 케르만의 ‘순교자 묘지’에서 솔레이마니의 추념식이 열리던 도중 큰 소리와 함께 폭발이 최소 두 차례 발생했다. 일부 목격자는 “공동묘지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가스통 여러 개가 폭발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폭발 원인, 이번 사건이 테러와 관련이 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수 많은 인파가 모였던 터라 현장은 아비규환이 됐고 응급차가 여러 차례 오갔다고 현지 목격자들은 전했다. 사상자 또한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심복인 솔레이마니는 혁명수비대의 해외 업무를 담당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등 중동의 주요 시아파 세력은 물론 하마스 또한 지원했다. 역시 시아파 세력이 많은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했다 미군의 드론 폭격으로 숨졌다.앞서 지난해 12월 또 다른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 겸 솔레이마니의 측근인 세예드 라지 무사비 준장 또한 시리아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다. 무사비 준장의 사망 직후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은 솔레이마니의 암살에 대한 보복”이라고 외쳤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3인자인 살레흐 알아루리가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에서 이스라엘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숨졌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아닌 타국에서 활동 중인 하마스 간부를 제거한 것은 처음이어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하마스는 즉각 “이스라엘과 진행 중인 휴전 협정을 중단하겠다”며 보복을 천명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이며 하마스를 지지하는 헤즈볼라,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모두 후원하는 이란 또한 보복을 거론했다. 이스라엘은 새해 들어 하마스의 근거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하기로 하는 등 저강도 작전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이번 공습으로 레바논 등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위험에 처하게 됐다. 중동 전쟁의 장기화를 바라지 않는 미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경 이스라엘 무인기가 베이루트 남부 외곽의 하마스 사무실을 공격해 아루리 등 6명이 사망했다. 아루리는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의 부관으로 하니예, 이번 전쟁을 주도한 군사 지도자 예히아 신와르에 이은 하마스 서열 3위로 꼽힌다.그는 그간 레바논에 머물며 하마스와 헤즈볼라 사이에서 연락책 역할을 해 왔다. 이로 인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전부터 그를 제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하니예는 즉각 “반드시 보복하고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전, 인질 석방 협상 등 이스라엘과 진행 중인 모든 협상의 중단하겠다고도 했다. 그간 협상을 중재하던 이집트 및 카타르에도 이를 통보했다.헤즈볼라 또한 “처벌 없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저항 세력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있다”며 복수를 다짐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는 그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공격하면 보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감안할 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 곳곳을 미사일, 로켓 등으로 공격할 것이란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란 또한 외교부 성명을 통해 “아루리를 ‘암살’한 시오니즘 정권(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주권을 침해한 만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 항의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미국의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다. 민간인 희생을 줄이기 위해 이스라엘에 저강도 작전을 종용하는 와중에 레바논으로 전선이 확대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교 치적이 절실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그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 중단을 위해 물 밑에서 공을 들여 왔다.미 국무부는 최근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들이 “가자지구에 정착촌을 건설하겠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2일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땅이며, 앞으로도 팔레스타인의 땅”이라며 “선동적이고 무책임한 발언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방문 일정 도중 피습을 당한 가운데 외신들도 이번 사건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띄우며 긴급히 타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야당 대표가 흉기에 찔렸다(Stabbed)’라는 제목의 기사와 이 대표가 피습당한 후 쓰러져 있는 사진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게재했다. NYT는 이 대표에 대해 “2022년 한국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아슬아슬하게 패배했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 정치는 최근 몇 년간 양극화가 심화됐으며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와 이 대표 지지자 사이의 적개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도 해당 기사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띄우고 “이 대표는 한국의 고도로 양극화된 정치권에서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아 왔으며 검찰과 정치인 간 구속을 둘러싼 경쟁이 벌어진 바 있다”라고 전했다. 미 CNN 역시 “한국 정치는 양극화로 분열됐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권 남용 및 뇌물 수수 혐의로 투옥됐다가 사면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권 매체들도 앞다퉈 관련 소식을 다뤘다. 일본 NHK 방송은 “한국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지도부가 전국 각지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는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충격이 크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윤석열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번 사건이 이 대표의 거취와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피의자가 지지자로 위장해 접근했고, 경찰이 위험성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이란의 1550t급 구축함 ‘알보르즈’가 예멘 인근을 지나 홍해에 진입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가 홍해에서 잇달아 서구 주요국의 민간 선박을 공격하자 미국은 지난해 12월 31일 후티와 교전을 벌여 대원들을 사살하고 선박을 격침했다. 이 와중에 이란이 직접 나서 홍해 일대에서 서방과 교전을 벌이면 중동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이란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알보르즈함은 최근 예멘 인근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해 홍해에 진입했다. 통과 시점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타스님통신은 “이란 군함은 2009년부터 이 지역에서 해적 행위 감시 등 항행로를 확보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일상적인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군의 견제가 심화하면서 이란이 홍해 일대의 영향력 확보를 위해 전함을 배치시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또한 이란이 과거부터 후티에 무인기(드론), 순항미사일 등을 제공했으며 이 중 일부는 최근 홍해에서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후티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하자 이스라엘에 선전포고를 했고 하마스 지지 의사를 거듭 밝혔다. 또한 서구 주요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을 문제 삼으며 홍해 일대를 지나는 각국 민간 선박을 최소 23차례 공격했다. 이로 인해 주요 해운사가 속속 홍해 항로를 포기하자 미국은 후티와 직접 교전을 벌여 최소 10명의 대원을 사살하고 선박 세 척을 파괴했다. 영국 또한 후티에 대한 직접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이란의 개입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홍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경로로, 전 세계 컨테이너선 물동량의 약 30%, 원유·천연가스 등 벌크선 물동량의 10∼15%가 이곳을 지난다. 이란이 개입해 미군이나 영국군과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면 중동 전쟁의 확전은 물론이고 전 세계 물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홍해의 불안정한 상황이 가중됐다”며 세계 곳곳에서 필수 해상로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목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방문 일정 도중 피습을 당한 가운데 외신들도 이번 사건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띄우며 긴급히 타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야당 대표가 흉기에 찔렸다(Stabbed)’라는 제목의 기사와 이 대표가 피습 당한 후 쓰러져 있는 사진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게재했다. NYT는 이 대표에 대해 “2022년 한국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아슬아슬하게 패배했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 정치는 최근 몇 년간 양극화가 심화됐으며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와 이 대표 지지자 사이의 적개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도 해당 기사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띄우고 “이 대표는 한국의 고도로 양극화된 정치권에서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으며 검찰과 정치인 간 구속을 둘러싼 경쟁이 벌어진 바 있다”라고 전했다. 미 CNN 역시 “한국 정치는 양극화로 분열됐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권 남용 및 뇌물 수수 혐의로 투옥됐다가 사면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권 매체들도 앞다퉈 관련 소식을 다뤘다. 일본 NHK 방송은 “한국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지도부가 전국 각지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는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충격이 크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윤석열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번 사건이 이 대표의 거취와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피의자가 지지자로 위장해 접근했고, 경찰이 위험성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사진)이 “인공지능(AI)이 법조계에 혼합된 축복을 가져다준다”며 AI 사용 시 ‘신중함’과 ‘겸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가 서민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켜 주는 장점이 있지만 콘텐츠 진위 논란, 개인정보 미보호 등의 우려가 크고 인간 판사만이 할 수 있는 역할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AI 활용이 확산돼도 판결의 영역은 인간이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한 2023년 연례 연말 대법원 보고서에서 AI 사용의 양면성을 짚었다. 그는 AI가 가난한 소송 당사자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법원이 사건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복잡한 법률 관련 서류를 어디에서 찾고,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관해 쉽게 답해줄 수 있으며 각종 법률 연구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그는 AI가 만든 콘텐츠의 진위 논란이 계속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가 각종 소송 등으로 결별한 마이클 코언은 최근 구글의 AI 챗봇 ‘바드’로 만든 판례 인용문을 법원에 제출했다가 가짜 판례임이 확인돼 결국 모든 사실이 들통났다. 이처럼 일부 변호사가 AI를 활용해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인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연방 항소법원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의 사용을 규제하는 규칙을 제정했다. 이 규칙에 따르면 변호사는 법률 문건 초안을 작성하기 위해 AI에 의존하지 않았고, AI가 생성한 텍스트의 정확성을 인간이 검토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아울러 로버츠 대법원장은 “법적 결정은 종종 인간의 판단을 적용해야 하는 ‘회색 영역’을 포함한다”며 판사만이 선고 시 피고인 발언의 진실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피고인의 떨리는 손과 목소리, 억양 및 표정의 변화, 땀방울, 순간의 망설임, 눈맞춤 등의 미묘한 차이는 오직 인간 판사만이 간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AI 사용 증가로 사생활 침해가 늘어나고 법을 비인간화할 수 있다는 위험 또한 존재한다고 우려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사진)이 “인공지능(AI)이 법조계에 혼합된 축복을 가져다 준다”며 AI 사용 시 ‘신중함’과 ‘겸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켜 주는 장점이 있지만 콘텐츠 진위 논란, 개인정보 미보호 등의 우려가 크고 인간 판사만이 할 수 있는 역할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AI 활용이 확산돼도 상당기간 인간 판사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다.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3년 연례 연말 대법원 보고서에서 AI 사용의 양면성을 짚었다. 그는 AI가 가난한 소송 당사자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법원이 사건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복잡한 법률 관련 서류를 어디에서 찾고,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관해 쉽게 답해줄 수 있으며 각종 법률 연구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그는 AI가 만든 콘텐츠의 진위 논란이 계속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가 각종 소송 등으로 결별한 마이클 코언은 최근 “트럼프 측이 실수로 내 변호사에게 AI가 만든 가짜 인용장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일부 변호사가 AI를 활용해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인용하는 사례 또한 속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연방 항소법원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 도구의 사용을 규제하는 규칙을 제정했다. 변호사가 법률 문건 초안을 작성하기 위해 AI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 AI가 생성한 텍스트의 정확성을 인간 또한 검토했음 등을 증명하라는 것이 골자다.로버츠 대법원장은 또한 “법적 결정은 종종 인간의 판단을 적용해야 하는 ‘회색 영역’을 포함한다”며 판사만이 선고 시 피고인 발언의 진실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피고인의 떨리는 손과 목소리, 억양 및 표정의 변화, 땀방울, 순간의 망설임, 눈맞춤 등의 미묘한 차이는 오직 인간 판사만이 간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AI 사용 증가로 사생활 침해가 늘어나고 법을 비인간화할 수 있다는 위험 또한 존재한다고 우려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승리 선언을 전제로 물밑에서 휴전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러시아식 표현) 목표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며 전쟁 강행 의지를 보였지만 막후에선 전쟁을 끝내 (정권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을 줄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토 20%를 러시아에 빼앗긴 우크라이나가 이런 조건을 수용하기 어려워 실제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푸틴, 현 상황을 휴전 최적기라 판단”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 러시아 전직 고위 관료와 미국 및 해외 관료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적어도 9월부터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휴전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 6월 우크라이나 대반격 시작과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전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반란을 겪으며 전쟁에 대한 불안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NYT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이후 푸틴 대통령은 긴장한 모습을 보였고 불안감을 느꼈다”며 “시간이 좀 지나서야 매일 하던 아침 수영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공개되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가 북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낸 지난해 가을에도 푸틴 대통령은 휴전 협상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당시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보고 휴전 협상을 하길 원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물밑 협상에 나선 배경에는 내년 3월 러시아 대선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전쟁 장기화에 대한 국내 비난 여론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NYT는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 영토를 되찾겠다는 사명에 집착하기는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평범한 일상에 대한 열망이 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전·현직 관료들은 NYT에 전황은 교착 상태이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약화되고 있으며, 중동 전쟁으로 국제사회 관심이 낮아진 현재 상황이 휴전 적기라고 전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지 않는 점도 휴전 환경 조성을 위한 움직임이라고 NYT는 봤다. ● 우크라, 휴전 조건 수용 어려워 미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까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해선 계속 통치하는 방안을 휴전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도 내년 3월 대선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헤르손 등 동남부 지역을 장악했다. 이 지역들과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를 연결하면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다. 미 관료는 “푸틴 대통령이 (휴전 협상) 거래에 열려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등 더 구체적인 제안을 받길 기다리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점령지에서 러시아군 완전 철군을 비롯한 ‘평화 공식(Peace Formula)’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평화 협상은 법으로 금지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지우기’에 나서며 항전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세계 표준 그레고리력보다 13일 늦은 율리우스력에 따라 1월 7일에 지내던 성탄절을 올해는 12월 25일에 기념하기로 했다. 러시아와 함께 정교회 국가인 우크라이나는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그레고리력을 도입했지만 성탄절 같은 축일은 율리우스력을 따랐다. 다만 내년 11월 미 대선까지는 러시아가 휴전 협상을 공식 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러시아 관료는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해지면 푸틴 대통령은 또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NYT에 말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리 선언을 전제로 물밑에서 휴전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러시아식 표현) 목표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며 전쟁 강행 의지를 보였지만 막후에선 전쟁을 끝내 (정권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을 줄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토 20%를 러시아에 빼앗긴 우크라이나가 이런 조건을 수용하기 어려워 실제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푸틴, 현 상황을 휴전 최적기라 판단”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 러시아 전직 고위 관료 및 미국과 해외 관료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적어도 9월부터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휴전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 6월 우크라이나 대반격 시작과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전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반란을 겪으며 전쟁에 대한 불안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NYT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이후 푸틴 대통령은 긴장한 모습을 보였고 불안감을 느꼈다”며 “시간이 좀 지나서야 매일 하던 아침 수영을 재개했다”고 전했다.공개되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가 북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낸 지난해 가을에도 푸틴 대통령은 휴전 협상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당시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보고 휴전 협상을 하길 원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푸틴 대통령이 물밑 협상에 나선 배경에는 내년 3월 러시아 대선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전쟁 장기화에 대한 국내 비난 여론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NYT는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 영토를 되찾겠다는 사명에 집착하기는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평범한 일상에 대한 열망이 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전·현직 관료들은 NYT에 전황은 교착 상태이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약화되고 있으며, 중동 전쟁으로 국제사회 관심이 낮아진 현재 상황이 휴전 적기라고 전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지 않는 점도 휴전 환경 조성을 위한 움직임이라고 NYT는 봤다.● 우크라, 휴전 조건 수용 어려워 미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까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해선 계속 통치하는 방안을 휴전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도 내년 3월 대선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현재 러시아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헤르손 등 동남부 지역을 장악했다. 이 지역들과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를 연결하면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다. 미 관료는 “푸틴 대통령이 (휴전 협상) 거래에 열려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등 더 구체적인 제안을 받길 기다리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점령지에서 러시아군 완전 철군을 비롯한 ‘평화 공식(Peace Formula)’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평화 협상은 법으로 금지했다.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지우기’에 나서며 항전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세계 표준 그레고리력보다 13일 늦은 율리우스력에 따라 1월 7일에 지내던 성탄절을 올해는 12월 25일에 기념하기로 했다. 러시아와 함께 정교회 국가인 우크라이나는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그레고리력을 도입했지만 성탄절 같은 축일은 율리우스력을 따랐다.다만 내년 11월 미 대선까지는 러시아가 휴전 협상을 공식 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러시아 관료는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해지면 푸틴 대통령은 또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NYT에 말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中의 전기차 굴기 “테슬라 잡는다”중국의 ‘전기차 굴기(崛起)’가 무섭다.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마저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잡겠다”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보조금 등 당국의 지원까지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 업계의 성장 비결을 짚어 본다. 》 《“테슬라를 따라잡을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 가전업체 샤오미는 최근 내년 첫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이런 포부를 밝혔다. 후발 주자가 업계 1위 회사를 겨냥해 호기로운 각오를 보인 것이지만 최근 중국 전기차의 성장세를 보면 무모한 목표라고 치부하긴 어렵다. 샤오미 외에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이자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도 전기차 시장에 이미 뛰어들었다. 샤오미와 화웨이가 가세한 중국 전기차 시장은 기존 1위 업체 비야디(BYD), 그리고 ‘중국 전기차 3총사’로 불리는 샤오펑, 니오, 리샹까지 각축을 벌이며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올해와 내년이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검토하는 등 견제에 나섰다. 》● 샤오미, 화웨이 등 IT 업체 가세 2021년 3월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샤오미는 첫 제품인 ‘SU7’과 ‘SU7 맥스’를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雷軍·54) 회장은 17일 중국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3년 동안 엔지니어 3400명과 함께 100억 위안(약 1조8000억 원) 이상을 쏟아부어 샤오미의 첫 전기차를 개발했다”면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를 따라잡을 준비가 됐다”고 선언했다. 레이 회장은 3년 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당시 “내 인생 마지막 창업이다.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를 밝혔는데, 이번에 출시한 첫 전기차에 대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로부터 영감을 받은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샤오미의 첫 전기차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노트북, 휴대전화, 로봇청소기 등 가전제품을 주로 팔던 샤오미 매장에 전시용 전기차가 일부 등장하자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 샤오미는 이달에만 신차 300대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초 정식으로 차량을 공개한다. 내년에 10만 대, 2025년에는 20만 대까지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샤오미는 출시 초기에는 구매자들이 차를 받으려면 1, 2년을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도 다양한 방식으로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표적 전기차 제조업체인 싸이리스 등 기존 업체들과 합작해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화웨이는 싸이리쓰(賽力斯)와 공동으로 만든 브랜드 ‘아이토(AITO)’의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M9’을 26일 정식 출시한다. 10월에는 싸이리쓰가 중국 충칭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에 “26일 정식으로 만나게 될 아이토 M9은 6인승 좌석에 3개의 혁신적인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스마트카의 정의를 다시 쓸 것”이라고 직접 나섰다. 아이토 M9의 가격은 50만∼60만 위안(약 9000만∼1억1000만 원) 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는 아이토M9 사전 주문이 몰리며 지난달 말 기준 주문량이 3만3000대를 돌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화웨이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 생산 업체인 중국 체리자동차와도 합작해 공동 전기차 브랜드인 ‘즈제(智界)’를 만들었다. 즈제의 첫 전기차 모델인 ‘즈제S7’은 지난달 9일부터 예약 판매를 진행했고 나흘 만에 주문량 1만 대를 돌파했다. 현재까지 2만 대 이상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3만5182달러(약 4541만 원)∼4만9267달러(약 6359만 원) 수준이다. 화웨이는 ‘즈제S7’의 경우 화웨이의 전기차 충전 기술력을 적용해 5분 충전으로 215km, 15분 충전으로 43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전기차 충전 시장 진출까지 선언했다. 화웨이 그룹 산하 화웨이 디지털 에너지 유한공사의 허우진룽(侯金龍) 회장은 7일 “내년 중국 340여 개 도시에 10만 개 이상의 초고속 충전기를 설치할 것”이라며 “길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화웨이 충전소가 보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불편한 충전, 항속(航續)에 대한 불안, 낮은 가성비가 전기차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라며 “고속 충전기가 도시의 반경 1, 2km마다 들어서고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에 설치되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웨이는 올해 5분 충전으로 200km를 주행할 수 있는 고효율·고전압 전기 구동 플랫폼인 ‘드라이브 원’ 양산에 나섰다”며 “충전 시간을 계속 단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10년 넘게 이어진 정부 지원 결실 중국은 세제 감면과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 육성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 1∼11월 중국 내에서 신에너지차 판매는 774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올해 연간 판매는 850만 대에 달해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이 36%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2035년까지 달성하려던 ‘신에너지차 시장 점유율 50%’ 목표도 10년 빠른 2025년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신에너지차 시장 선두에는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비야디가 있다. 비야디는 11월까지 중국 내에서 전기차만 267만 대를 판매했다. 전기차와 기존 내연기관차 판매 업체를 모두 통틀어 중국 내 1위다. 1984년 독일의 폭스바겐이 상하이자동차(SAIC)와의 합자기업인 상하이폭스바겐을 만든 이후 40년 가까이 중국 시장 1위를 유지했지만 전기차를 앞세운 비야디가 폭스바겐을 앞질러 선두에 서게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비야디가 올해 목표로 삼았던 ‘연간 300만 대 판매’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3총사’로 불리는 리샹, 샤오펑, 니오도 선전하고 있다. 리샹은 10월에만 4만422대를 팔아 처음으로 월간 판매 4만 대를 넘어섰다. 11월에도 소폭 상승해 4만1000대를 판매했다. 샤오펑 역시 10월, 11월 연속으로 2만 대 이상을 판매해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니오는 11월에 1만5959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10월 1만6074대보다 약간 감소했지만 니오 역시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22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내연기관차를 생략하고 전기차로 건너뛰자’는 중국 정부의 전략적 접근이 있다. 중국은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신규 자동차에 대한 번호판 발급을 최대한 억제했다. 반면 전기차는 번호판을 신속하게 발급했다. 게다가 2009년부터 전기차 제조업체들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전기차 가격을 낮춰왔다. 이를 통해 신규 차량 수요자들 대부분이 전기차를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중국은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는데 비야디가 그동안 지원받은 금액은 70억 위안(약 1조293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야디의 ‘국내 판매 1위’ 목표 달성은 10년 넘게 지속된 중국의 전기차 육성 정책의 결실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美, 中 전기차 관세 인상 검토 중국 전기차가 급부상하자 미국은 견제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 초 논의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8년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미국산 제품 우대)’ 정책을 펼치며 이 관세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비야디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멕시코에 대규모 공장 설립을 추진하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제재를 피하고 면세 혜택을 누리려 하자 미국 내 우려가 터져 나왔다. WSJ는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는)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을 가능성이 큰 바이든 대통령이 무역 분야에 대(對)중 강경책을 펼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콜로라도주에서 진행되는 대선 경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주(州) 대법원 판결에 즉각 상고 의사를 밝히면서 최종 결론은 연방대법원에서 내리게 된다. 연방대법원은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 적용 여부 판결도 앞두고 있어 내년 11월 미 대선의 핵심 키를 쥐게 됐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내란을 일으키거나 이에 가담한 자는 공직(office)을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14조 3항을 대통령직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에 있다. 지난달 17일 콜로라도주 덴버 지방법원의 하급심 판결에선 “이 같은 포괄적인 조항에 국가의 최고 직책을 포함하려 했다면 헌법 제정자들이 이를 적시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출마 자격을 유지했다. 수정헌법 14조가 규율하는 공직자에 대통령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불법적인 행동을 선동하고 장려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 수행 자격이 없다는 것이 법원 다수의 입장”이라며 판결을 뒤집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대법관 7명 모두를 임명한 주 대법원에서도 판결이 4 대 3으로 나뉠 만큼 의견이 팽팽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법률전문가들을 인용해 “명확한 선례가 없는 새로운 문제”라고 진단했다. 또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 전후로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이 14조 3항에 적시된 ‘내란을 일으키거나 이에 가담’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의회의 조치 없이 법원이 공직 출마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도 쟁점이다.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과 관련된 판결도 앞두고 있다. 앞서 잭 스미스 특별검사팀은 11일 연방대법원에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직 시 발생한 범죄 혐의와 관련해 면책특권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재임 시 면책특권을 근거로 2020년 대선 뒤집기 의혹에 대한 법정 절차를 보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NYT는 “연방대법원이 미 대선의 중심에 섰다”면서도 “트럼프 캠프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6 대 3으로 다수를 점하고 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친(親)이란 시아파 무장단체이자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인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글로벌 물류 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유 수송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한동안 주춤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등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미국이 18일 다국적 함대를 홍해에 투입하기로 하는 등 안보 강화에 나서자 후티 반군은 “물러서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중동전쟁의 불씨가 홍해로 옮겨붙는 형국이다.● 美, 홍해서 다국적 안보작전 돌입 미국은 이날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 개시를 발표하고 홍해 순찰 강화에 돌입했다. 미국, 영국,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10개국이 우선적으로 홍해 안보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지난달부터 12척 이상의 선박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무인기(드론) 공격을 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최근 후티 반군의 무분별한 공격은 교역을 위협하고 무고한 선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는 집단행동을 요구하는 국제적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후티 반군 최고정치위원회의 일원 무함마드 알부하이티는 이날 중동 매체 알자지라에 “미국이 구성해 홍해에 파견할 어떠한 연합체에도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관련 선박만 공격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공격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해운사들은 컨테이너선을 홍해 인근에 정박시킨 채 수송을 중단하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돌아가는 길을 택하고 있다. 영국 최대 석유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이날 홍해 항로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앞서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 역시 같은 결정을 내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한국 HMM(8위)을 비롯해 프랑스 CMA CGM(3위), 코스코(4위), 하파그로이드(5위),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6위), 에버그린(7위), 양밍해운(9위) 등 세계 10위권 선사 가운데 9곳이 홍해 통과를 중단하거나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 전 세계 컨테이너선 물동량의 약 30%, 원유·천연가스 등 벌크선 물동량의 10∼15%가 홍해를 통해 이동한다.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운송 기간은 15일에서 한 달가량 늘어난다. CNBC는 “연료 비용 상승과 배송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유통기한에 따른 폐기 물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국제유가 역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밀렸던 국제유가는 다시 70달러 선으로 올라섰다.●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배후에 이란” 후티 반군은 예멘의 다수인 수니파에 대항해 1992년 북예멘에서 대두했다. 예멘 정부의 탄압이 거세지면서 같은 시아파인 이란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고, 반(反)미·반이스라엘 기치를 내걸고 활동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배후에 이란혁명수비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테러단체를 계속 지원함으로써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란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후티 반군을 이용하고 있다는 취지다. 후티 반군이 팔레스타인 지지 여론이 강한 예멘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이 같은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에 선전포고를 한 뒤 지난달 20일부터 이스라엘 남부 국경 지역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1600km 이상 떨어져 있는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 거의 없어 드론 공격만으로도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홍해 선박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남미 칠레에서 군인 출신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1973∼1990년 집권) 시절 만들어진 헌법을 새 헌법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지난해에 이어 또 좌절됐다. 지난해 낙태 허용 등 진보 진영이 요구하는 조항을 담은 개정안이 보수파의 반발로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뒤 두 번째 부결이다. 올해 개정안에는 낙태 금지, 의료 민영화, 감세 등 보수파가 선호할 조항이 포함됐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진보 진영이 반발했다. 연이은 부결로 지난해 3월 집권한 좌파 성향의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사진)의 입지 또한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칠레 선거관리국은 17일 새 헌법 제정에 관한 찬반 국민투표 결과 개표율 99.3% 기준 찬성 44.3%, 반대 55.8%로 집계돼 부결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찬성 38.2%, 반대 61.97%로 부결됐다. 칠레에서는 2019년 10월 당시 우파 정권이 지하철 요금을 30페소(약 50원) 인상하려 하자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발발했다. 이를 계기로 피노체트 시절에 제정된 우익 성향 헌법을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졌다. 이런 여론을 등에 업은 보리치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피노체트 헌법 타파’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2025년 3월까지가 임기인 보리치 대통령은 올해 투표 전 “올해도 부결되면 더 이상 개헌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중남미 주요국의 ‘우향우’ 바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웃 아르헨티나에서는 10일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했다. 앞서 11월 에콰도르에서도 우파 사업가 출신의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이 집권했다. 중남미의 유일한 대만 수교국인 파라과이에서도 올 8월 ‘반(反)중국-친(親)미국’ 성향의 산티아고 페냐 대통령이 권좌에 올랐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중남미 칠레에서 군인 출신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73∼1990년 집권) 전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헌법을 새 헌법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지난해에 이어 또 좌절됐다. 지난해 낙태 허용 등 진보 진영이 요구하는 조항을 담은 개정안이 보수파의 반발로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뒤 두 번째 부결이다. 올해 개정안에는 낙태 금지, 의료 민영화, 감세 등 보수파가 선호할 조항이 포함됐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진보 진영이 반발했다. 연이은 부결로 지난해 3월 집권한 좌파 성향의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의 입지 또한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칠레 선거관리국은 17일 새 헌법 제정에 관한 찬반 국민투표 결과 개표율 99.3% 기준 찬성 44.3%, 반대 55.8%로 집계돼 부결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찬성 38.2%, 반대 61.97%로 부결됐다.칠레에서는 2019년 10월 당시 우파 정권이 지하철 요금을 30페소(약 50원) 인상하려 하자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발발했다. 이를 계기로 피노체트 시절에 제정된 우익 성향 헌법을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졌다. 이런 여론을 등에 업은 보리치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피노체트 헌법 타파’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집권 첫 해인 지난해에는 낙태 허용, 원주민의 재산권 인정, 공공기관 여성 할당제 등 진보 성향 조항이 담긴 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민투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올해는 보수 색채가 짙은 조항을 넣었지만 이번에는 진보 진영이 반발해 또 실패했다.2025년 3월까지가 임기인 보리치 대통령은 올해 투표 전 “올해도 부결되면 더 이상 개헌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년 연속 부결과 주요 공약의 무산으로 그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과는 중남미 주요국의 ‘우향우’ 바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웃 아르헨티나에서는 10일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했다. 앞서 11월 에콰도르에서도 우파 사업가 출신의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이 집권했다. 중남미의 유일한 대만 수교국인 파라과이에서도 올 8월 ‘반(反)중국-친(親)미국’ 성향의 산티아고 페냐 대통령이 권좌에 올랐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한때 차기 교황으로 거론될 정도로 ‘바티칸 실세’로 꼽히던 조반니 안젤로 베추 추기경(75·사진)이 부동산 비리 혐의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티칸 법원은 16일(현지 시간) 횡령, 직권남용,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2년 전 기소된 베추 추기경의 상당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교황청은 2014∼2018년 총 3억5000만 유로(약 4947억 원)를 투자해 영국 런던의 한 고급 건물을 매입해 관리했다. 하지만 지난해 1억4000만 유로(약 1979억 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은 채 매각했다. 베추 추기경은 이 투자를 주도했다. 애초에 가치가 높지 않았던 부동산에 무리하게 투자했으며 신자들의 성금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 사건은 교황청의 고질적 문제인 방만하고 불투명한 재정 문제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사안으로 꼽힌다. 베추 추기경은 그간 “한 푼의 성금도 훔친 적이 없다. 나 자신이나 내 가족을 부유하게 한 적도 없기에 결백하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판결 후에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홍해 일대에서 서구 주요국의 민간 선박을 잇따라 공격하고 있다. 후티는 하마스를 지지하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서방을 적대시한다. 이로 인해 주요 해운사 또한 홍해와 인근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통과를 포기하고 있다. 비용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안전한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를 택하는 것이다. 미 CNBC방송 등에 따르면 프랑스 해운그룹 ‘CMA CGM’는 16일 수에즈 운하 항행을 일시 중단했다. 전날 세계 최대 해운사인 스위스 MSC, 2위 덴마크 머스크, 5위 독일 하팍로이드 등이 먼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15일 밤 홍해 남단의 예멘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는 라이베리아 선적의 MSC 화물선 팔라티움 3호가 후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다.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선박은 화재 피해를 입고 운항을 중단했다. 최근 하팍로이드의 선박 또한 후티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전쟁 발발 후 홍해 일대에서 후티의 공격을 받은 선박은 최소 8척이다. 수에즈 운하 대신 희망봉 항로를 택하면 유럽과 아시아 항로는 약 9000㎞ 늘어난다. 운행 시간 또한 7∼10일 추가되지만 선원들의 목숨과 바꿀 수는 없다는 판단이 해운사들로 하여금 희망봉 경로를 택하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후티에 대한 서방의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홍해에서 작전 중이던 미 해군 구축함 ‘카니’는 후티가 발사한 무인기 14대를 격추했다. 미국이 홍해 일대에서 한국, 일본 등 39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해군 연합체 ‘연합해군사령부(CMF)’ 소속 함대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한때 차기 교황으로 거론될 정도로 ‘바티칸 실세’로 꼽히던 죠반니 안젤로 베추(75) 추기경이 부동산 비리 혐의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티칸 법원은 16일(현지 시간) 횡령, 직권남용,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2년 전 기소된 베추 추기경의 상당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교황청은 2014~2018년 총 3억5000만 유로(약 4947억 원)를 투자해 영국 런던의 한 고급 건물을 매입해 관리했다. 하지만 지난해 1억 4000만 유로(약 1979억 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은 채 매각했다. 베추 추기경은 이 투자를 주도했다. 애초에 가치가 높지 않았던 부동산을 무리하게 투자했으며 신자들의 성금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이 사건은 교황청의 고질적 문제인 방만하고 불투명한 재정 문제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사안으로 꼽힌다. 베추 추기경은 그간 “한 푼의 성금도 훔친 적이 없다. 나 자신이나 내 가족을 부유하게 한 적도 없기에 결백하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판결 후에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홍해 일대에서 서구 주요국의 민간 선박을 잇따라 공격하고 있다. 후티는 하마스를 지지하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서방을 적대시한다. 이로 인해 주요 해운사 또한 홍해와 인근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통과를 포기하고 있다. 비용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안전한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를 택하는 것이다.미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프랑스 해운그룹 ‘CMA CGM’는 16일 수에즈 운하 항행을 일시 중단했다. 전날 세계 최대 해운사인 스위스 MSC, 2위 덴마크 머스크, 5위 독일 하팍로이드 등이 먼저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15일 밤 홍해 남단의 예멘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는 라이베리아 선적의 MSC 화물선 팔라티움 3호가 후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다.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선박은 화재 피해를 입고 운항을 중단했다. 최근 하팍로이드의 선박 또한 후티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공격을 입었다. 전쟁 발발 후 홍해 일대에서 후티의 공격을 받은 선박은 최소 8척이다. 수에즈 운하 대신 희망봉 항로를 택하면 유럽과 아시아 항로는 약 9000㎞ 늘어난다. 운행 시간 또한 7~10일 추가되지만 선원들의 목숨과 바꿀 수는 없다는 판단이 해운사들로 하여금 희망봉 경로를 택하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후티에 대한 서방의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홍해에서 작전 중이던 미 해군 구축함 ‘카니’호는 후티가 발사한 무인기 14대를 격추했다. 미국이 홍해 일대에서 한국, 일본 등 39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해군 연합체 ‘연합해군사령부(CMF)’ 소속 함대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한국, 미국, 일본이 수일 내 북한의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그간 한미, 미일 양자 차원에서만 이뤄졌던 정보 공유가 3국 전체로 확대되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의 도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북 선제 타격을 위한 시도”라며 거세게 비난해 북한이 이를 계기로 무력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보좌관은 13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행사에서 “우리는 (한국, 일본과) 연내에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겠다는 약속을 순조롭게 이행하고 있다”며 “며칠(next few days) 안에 가동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일 정상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회담을 통해 3국의 미사일 경보 정보 시스템을 통합하기로 한 뒤 기술적 검토를 진행해 왔다. 현재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우리 군은 이지스 구축함, 공중조기경보통제기(피스아이) 등의 탐지 자산으로 세부 내용을 파악하고 미군이 파악한 정보와 종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본도 미군과만 해당 정보를 공유했다. 이에 3국 시스템이 통합되면 정보 공유의 양과 질이 모두 향상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 북한은 14일 ‘선제 타격을 노린 정보 공유 놀음’이란 노동신문 기사에서 “3각 군사동맹 완성을 위한 고리이며 북한과 주변국을 선제 타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취재진에게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무모한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의 정당한 안보 협력에 북한이 적반하장식 비난을 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일축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