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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보트 클리블랜드 감독(40·사진)이 선수 유니폼을 벗은 지 2년 만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고 감독 자리에 올랐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20일 MLB 올해의 감독상 수상자를 발표했는데 보트 감독이 아메리칸리그(AL) 감독상을 차지했다. 보트 감독은 BBWAA 투표에서 유효표 30장 중 1위 표 27장, 2위 표 2장, 3위 표 1장으로 가장 많은 142점을 얻었다. 보트 감독은 “모두 다 선수들이 한 일이다. 우리 선수들이 아니었다면 (수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MLB.com은 “보트 감독은 MLB 역사상 선수 은퇴 후 가장 빨리 올해의 감독이 된 지도자”라고 전했다. 종전 기록은 2003년까지 선수로 뛴 뒤 2006년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조 지라디 당시 플로리다(현 마이애미) 감독(60)이 갖고 있었다. 2007년 탬파베이에 입단한 뒤 2012년 빅리그 선수로 데뷔한 보트 감독은 포수와 1루수로 주로 뛰다 2022년 10월 6일 오클랜드에서 은퇴했다. MLB 통산 79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9, 82홈런, 313타점을 남겼다. 통산 성적에서 보듯 선수 시절엔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잠재력을 인정받아 2023년 1월 시애틀 불펜코치가 됐고, 그해 11월 클리블랜드 감독으로 선임됐다. 보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로 클리블랜드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지난해 76승 86패(승률 0.469)로 AL 중부지구 3위에 그쳤던 클리블랜드는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는데도 올 시즌 92승 69패(승률 0.571)의 성적으로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뉴욕 양키스에 패해 월드시리즈 진출엔 실패했지만 디비전 시리즈를 넘어 AL 챔피언십까지 올랐다. 보트 감독은 클리블랜드 사령탑에 오른 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각 분야 전문가인 코치들과 상의했다고 한다. 특히 투수 운용에 관해선 칼 윌리스 투수 코치에게 전권을 주다시피 했다. 올 시즌 클리블랜드 불펜은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하며 팀의 선전을 이끌었다. 내셔널리그(NL) 감독상은 팻 머피 밀워키 감독(66)이 받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 야구의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51·사진)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 입성을 눈앞에 뒀다. MLB 명예의전당 측은 2025년 명예의 전당 입성 후보자 28명을 19일 발표했다. 기존 후보와 신규 후보 각각 14명이다. 이 중 명예의 전당 헌액이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이치로다. 일본프로야구 오릭스를 거쳐 2001년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MLB에 데뷔한 이치로는 첫 시즌부터 타율 0.350, 242안타, 56도루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이후 뉴욕 양키스와 마이애미 등을 거치며 2019년까지 19시즌 동안 MLB 2653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0.311,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509도루를 기록했다. 2001∼2010년 10시즌 연속으로 200개 이상 안타를 날렸다. 2004년에 기록한 262안타는 MLB 한 시즌 최다 안타로 남아 있다. 아메리칸리그 타격왕(2001, 2004년)을 두 차례 차지했고, 올스타에 10번 뽑혔다. 이치로는 2019년 은퇴하자마자 전문가들로부터 명예의 전당 입성 후보로 평가받았다. 명예의 전당 입성 후보가 되려면 은퇴 후 5년이 지나야 한다. 이치로는 이번에 처음 자격을 얻어 투표 대상이 됐다. 명예의 전당 헌액자는 미국야구기자협회에 속한 경력 10년 이상의 기자단 투표로 선정한다. 투표에서 75% 이상 지지를 얻으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다. 명예의 전당은 내년 1월 24일 투표 결과를 발표한다. 이치로가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치로와 함께 신규 후보에 오른 CC 사바시아(44)도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하다. 클리블랜드와 밀워키, 양키스 등에서 19시즌을 뛴 왼손 투수 사바시아는 통산 251승 161패, 평균자책점 3.74를 기록했다. 삼진 3093개를 잡아 왼손 투수 역대 3위다. 2007년에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았고, 리그 다승왕(2009, 2010년)에 두 차례 올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안타 기계’로 활약했던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51)가 아시아 선수 최초의 명예의 전당 입성을 눈앞에 뒀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19일 2025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는 신규 후보 14명과 기존 후보 1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명예의 전당 후보로 꼽히는 선수는 단연 이치로다. 일본프로야구 오릭스를 거쳐 2001년 MLB 시애틀에 입단한 이치로는 데뷔 첫해부터 센세이셔널을 일으켰다. 그해 타율 0.350에 242안타 56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석권했다. 이후 뉴욕 양키스와 마이애미 등에서 2019년까지 뛰며 통산 타율 0.311에 117홈런, 780타점, 509도루를 기록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연속 한 시즌 안타 200개 이상을 기록하는 등 통산 3089개의 안타를 때렸다. 아메리칸리그에서 두 차례 타격왕(2001년, 2004년)을 차지했으며 10차례나 올스타에 뽑혔다. 이치로는 은퇴와 동시에 미래의 명예의 전망 후보로 평가받았다. 일각에서는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명예의 전당은 현역 은퇴 후 5년이 지나면 후보 자격을 갖출 수 있는데 이치로는 은퇴 5년이 지나 이번이 첫 투표 대상이 됐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10년 이상 경력을 지닌 기자단 투표에서 75% 이상 지지를 얻으면 명예의 전당 입성이 결정된다. 이치로와 함께 200승 투수 C.C. 사바시아 역시 명예의 전당이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클리블랜드와 양키스 등에서 19시즌을 뛰었던 왼손 투수 사바시아는 통산 251승 161패, 평균자책점 2.74를 기록했다. 탈삼진은 3093개를 뽑아 왼손 투수로는 랜디 존슨, 스티브 칼턴에 이어 역대 3위에 올라 있다. 사바시아는 2007년 사이영상을 받았고, 올스타에는 6차례 뽑혔다. 이들 외에 펠릭스 에르난데스, 페르난도 로드니(이상 투수) 러셀 마틴, 브라이언 매캔(이상 포수), 더스틴 페드로이아, 헨리 라미레스, 이언 킨슬러, 트로이 툴로위츠키, 벤 조브리스트(이상 내야수) 카를로스 곤살레스, 커티스 그랜더슨, 애덤 존스(이상 외야수) 등이 뽑혔다. 기존 후보 가운데서는 지난해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73.8%(284표)의 지지를 얻어 아쉽게 탈락한 마무리 투수 빌리 와그너는 올해는 입성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면 거포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약물 전력으로 인해 명예의 전당 가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25년 명예의 전당 투표는 12월 31일 소인이 찍힌 우편 투표까지 유효하다. 명예의 전당 측은 내년 1월 24일 투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루키 임진희(26·사진)가 투어 데뷔 후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신인왕 등극의 희망을 이어갔다. 임진희는 18일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LPGA투어 더 안니카 드리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69타를 기록한 임진희는 찰리 헐(잉글랜드) 장웨이웨이(중국)와 공동 2위를 했다. 임진희의 LPGA투어 종전 최고 성적은 4월 JM 이글 LA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공동 4위다. 임진희는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신인왕 포인트를 868점(2위)으로 늘리면서 이 부문 1위 사이고 마오(일본·934점)와의 격차를 146점에서 66점으로 줄였다. 사이고는 이번 대회에서 컷 탈락해 신인왕 포인트를 1점도 얻지 못했다. 임진희는 21일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런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신인상 역전 수상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LPGA투어 일반 대회에선 우승자에게 신인왕 포인트는 150점, 2위 80점, 3위 75점, 4위 70점, 5위에겐 65점이 주어진다. 5대 메이저 대회 신인왕 포인트는 2배다. 임진희는 “신인상을 꼭 타고 싶다. 시즌 최종전에선 우승을 목표로 뛰겠다”고 했다. 안니카 드리븐 우승 트로피는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에게 돌아갔다. 최종 라운드에서 세 타를 줄인 코르다는 최종 합계 14언더파 266타를 기록하며 공동 2위 그룹을 세 타 차로 제쳤다. 9월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 출전 이후 부상 치료 등으로 두 달가량 필드를 떠났던 코르다는 복귀전에서 우승하며 시즌 7승, 통산 15승째를 거뒀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왕중왕전’ 성격의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 나설 60명의 선수가 가려졌다. 한국 선수로는 CME 글로브 포인트 2위 유해란을 비롯해 김세영(10위) 고진영(12위) 최혜진(17위) 임진희(22위) 김아림(25위) 안나린(29위) 양희영(38위) 신지은(42위) 이미향(56위) 김효주(59위) 등 모두 11명이 출전한다. 김효주는 안니카 드리븐에서 컷 탈락했지만 가까스로 60위 안에 들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해 초 전상균 한국조폐공사 차장(43)에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역도 남자 무제한급(105kg 이상급)에서 동메달을 딴 루슬란 알베고프(러시아)가 도핑 위반으로 메달을 박탈당하면서 같은 종목에서 4위을 했던 전상균이 동메달을 승계하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그 대회에서 인상 190kg, 용상 246kg으로 합계 436kg을 들어 아쉽게 4위를 했다. 그는 역도 선수 출신인 아내 오윤진(개명 전 오숙경) 씨와 함께 파리 올림픽 기간 중 열린 메달 재배정 행사에 참석했다. 그리고 박혜정(21)이 여자 최중량급(81kg 초과급)에서 은메달을 들어 올리는 걸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10년째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던 그에게 역도에 대한 열정을 새로 불러일으켰다. 전상균은 “(박)혜정이가 시상대에 서는 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며 “언젠가는 내가 키운 선수가 올림픽 시상대에 서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다”고 했다. 런던 올림픽 이후 선수에서 은퇴한 그는 소속팀 한국조폐공사 역도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4년 말 역도팀이 해체되면서 일반 회사원으로 ‘환직’했다. 전상균은 “파리 올림픽을 통해 역도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 회사에서 역도팀 재창단에 대해 고려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만약 역도팀이 다시 생긴다면 후배 양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새로운 꿈도 진행 중이다. 역사(力士)의 피를 물려받은 딸 전희수(17)가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여고생인 전희수는 9월 스페인에서 열린 2024 세계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 여자 76kg급에서 인상 102kg, 용상 130kg, 합계 232kg을 들어 세 부문 모두 은메달을 따냈다. 10월 전국체전에서는 용상 131kg을 들어 여고부 한국 신기록도 세웠다. 전상균은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언젠가는 올림픽 시상대에 설 수 있게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선수 시절 그가 전체 선수단을 통틀어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선수였다. 런던 올림픽 당시 그의 몸무게는 165kg이었다. 은퇴 후에는 꾸준한 운동으로 체중을 감량하고 건강을 관리한다. 직장이 있는 경북 경산에는 크고 작은 저수지가 많은데 그는 저수지 주변을 돌며 유산소 운동을 한다. 무리하게 뛰기보다는 가볍게 뛰기와 걷기를 반복한다. 오전 4시에 기상한다는 그는 “공복 유산소 운동이 체중 감량에 많은 도움이 된다. 매일 하루 1시간에서 한 시간 반가량 저수지 주변을 돈다”고 했다. 그런 방식으로 몸에 크게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30∼40kg을 감량했다. 젊은층 사이에서 불고 있는 웨이트트레이닝 열풍 속에 그는 무게에 대한 욕심을 경계했다. 그는 “무게를 올릴수록 부상 위험이 커진다. 특히 단기간에 무게를 올리면 큰 부상을 당하기 십상”이라며 “한 달에 0.5kg씩만 늘려도 1년이면 6kg이 늘어난다. 무게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조금씩 늘려가야 한다”고 조언했다.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 임진희(26)가 시즌 최고 성적인 준우승과 함께 신인왕 수상의 희망을 이어갔다. 임진희는 18일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LPGA 투어 더 안니카 드리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69타를 적어낸 임진희는 찰리 헐(잉글랜드), 장웨이웨이(중국) 등과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했다. 4월 JM 이글 LA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공동 4위를 뛰어넘는 자신의 이번 시즌 최고 성적이다. 임진희는 신인왕 경쟁에서 1위 사이고 마오(일본)와의 격차를 146점에서 66점으로 크게 줄였다. 이에 따라 임진희는 21일 플로리다 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역전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사이고는 컷 탈락하며 신인왕 포인트를 1점도 얻지 못했다. 신인왕 포인트는 우승자 150점, 2위 80점, 3위 75점, 4위 70점, 5위 65점 등 순위에 따라 차등 부여한다. 임진희는 17번 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잡아내며 선두에 2타 차로 따라붙으며 역전 우승의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1타를 잃어 단독 2위 자리까지 놓치고 말았다. 임진희는 경기 후 “마지막 홀에서 파를 지키지 못한 건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 준우승으로도 충분히 기쁘다”며 “마지막 대회에서 신인왕을 꼭 타고 싶다. 사이고 선수와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모르겠지만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을 목표로 뛰겠다”고 말했다. 이 대회 우승은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7타를 쳐 최종 합계 14언더파 266타를 기록한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에게 돌아갔다. 9월 20일 끝난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 이후 부상 치료와 회복 등으로 두 달 가량 필드를 떠났던 코르다는 모처럼 만의 복귀전에서 공동 2위 그룹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하며 상금 48만 7500달러(약 6억 8000만 원)를 받았다. 시즌 7번째 우승이자 통산 15번째 우승이다. 한 시즌 7승은 2011년 쩡야니(대만) 이후 13년 만이다. 미국 국적 선수가 시즌 7승을 거둔 것은 1990년 베스 대니얼 이후 34년 만이다. 코르다는 이 대회에서만 2021년, 2022년에 이어 세 차례 우승하는 등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미 올해의 선수상 수상을 확정한 코르다는 상금랭킹 1위와 CME 글로브 포인트 1위 자리도 굳게 지켰다. 코르다는 테니스 선수로 뛰고 있는 남동생 시배스천이 처음으로 경기장에 나와 응원하는 가운데 우승했다. 코르다는 우승 확정 후 “동생이 온 줄 모르고 있었다”며 시배스천을 얼싸안았다. 이 대회를 마지막으로 ‘왕중왕전’인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할 60명이 모두 가려졌다. 한국 선수로는 CME글로브 랭킹 2위 유해란을 비롯해 김세영(10위), 고진영(12위), 최혜진(17위), 임진희(22위), 김아림(25위), 안나린(29위), 양희영(38위), 신지은(42위), 이미향(56위), 김효주(59위) 등 11명이 출전권을 얻었다. 김효주는 안니카 드리븐에서 컷 탈락했으나 가까스로 60위 안에 들었다.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는 총상금 1100만 달러(약 153억 원)와 우승상금 400만 달러(약 56억 원)가 걸려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선수단은 8월 열린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서 금 13개, 은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종합 8위를 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48년 만에 가장 적은 선수 144명이 참가했지만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올렸다. 그런데 여기에 동메달 하나를 더해야 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역도 남자 최중량급(105kg 이상급)에 출전했던 전상균(43)이 파리 올림픽 기간 중 12년 만에 빼앗겼던 올림픽 메달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전상균은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 마련된 챔피언스 파크에서 열린 ‘메달 재배정 행사’에서 그토록 기다리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재 전상균은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의 ‘차장님’이다. 런던 올림픽 이후 선수에서 은퇴한 그는 소속팀이던 한국조폐공사 역도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4년 말 역도팀이 해체되면서 일반 회사원으로 ‘환직’했다. 경북 경산에 위치한 화폐본부에서 지폐와 동전 등을 수요처에 공급하는 게 주 업무다. 그는 “눈앞에서 엄청난 돈뭉치를 보고 다룬다. 사소한 사고라도 나면 안 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철저하게 준비한다.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며 “처음엔 회사 생활이 낯설고 쉽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분들을 만나 많이 배우면서 잘 지내 왔다”고 했다. 10년 가까이 바벨과 떨어져 있던 그에게 올해 초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루슬한 알베고프(러시아)가 도핑 위반 혐의로 메달을 박탈당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동메달은 4위를 한 전상균이 승계하게 됐다. 전상균은 런던 올림픽에서 인상 190kg, 용상 246kg으로 합계 436kg을 들어 4위에 올랐다. 전상균은 “올해 초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연락이 왔다. 동메달을 재배정받게 됐는데 ‘파리에 와서 받을래? 아니면 택배로 보내줄까’하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파리 한 번 가 보자고 해서 파리에 가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역도 선수 출신인 아내 오윤진(개명전 오숙경) 씨와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선수 시절 이후 오랜만에 찾은 파리에서 그는 잊고 있었던 역도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는 걸 느꼈다. IOC는 그에게 비행기 표와 체류비를 지원했다. 하지만 경기장 출입이 가능한 AD카드는 배정하지 않았다. 그는 직접 돈을 주고 역도 경기장 입장 티켓을 구했다. 그리고 박혜정(21)이 여자 최중량급(81kg 초과급)에서 은메달을 들어 올리는 걸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전상균은 “(박)혜정이가 은메달을 따고, 시상대에 서는 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며 “언젠가는 다시 역도 지도자가 돼 내가 키운 선수가 올림픽 시상대에 서는 모습을 머리속으로 그려봤다”고 했다. 올림픽 메달이 없었기 때문인지 전상균은 그동안 실력에 비해 크게 이름을 떨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역도에 모처럼 나온 최중량급의 최강자였다. 2000년대 중후반 한국 여자 역도 최중량급에 장미란(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있었다면 남자 역도 최중량급에는 전상균이 있었다. 장미란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무게는 드는 여자 선수였다면, 전상균은 모든 한국 사람을 통틀어 가장 힘이 센 남자였다. 다만 올림픽 메달만은 번번이 그를 외면했다. 대표적인 대회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대회를 전후해 근육통을 앓았던 그는 근육 이완제를 처방받아 복용했다. 문제는 이완제를 과도하게 먹는 바람에 막상 힘을 써야 할 때 근육이 다 풀려버린 것이다. 장비 덕도 보지 못했다. 평소 그는 일본 제품이나 스웨덴제 바벨을 썼는데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산만 쓰도록 규정했다. 그는 “보기와 달리 내가 손이 좀 예민한 편이다. 이상하리만치 중국 제품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인상에서 세 차례 모두 실패하며 허무하게 실격을 당하고 말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도 비슷했다. 평소 갖고 있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인상 때 그는 평소보다 10kg 정도 무게가 덜 나왔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 용상 종목까지 무사히 마쳤다. 돌이켜보면 포기하지 않았기에 4위를 했고, 4위를 했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동메달까지 되찾을 수 있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후 그의 인생은 크게 달라졌다. IOC로부터 통보를 받은 4월부터 그는 매달 52만5000원의 올림픽 동메달 연금을 받고 있다. 동료, 지인들로부터 축하도 많이 받았다. 그는 “무엇보다 내가 노력해서 딴 올림픽 메달을 평생 간직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기쁨”이라고 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부담도 있다. 예전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자칫 사고를 쳤다가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명예를 더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에 비해 훨씬 절제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술자리를 할 수밖에 없는데 최대한 조심해서 먹으려 한다”며 했다.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룬 그에겐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역사(力士)의 피를 물려받은 딸 전희수(17)가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여고생인 전희수는 9월 스페인에서 열린 2024 세계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 여자 76kg급에서 인상 102kg, 용상 130kg, 합계 232kg을 들어 세 부문 모두 은메달을 따냈다. 10월 전국체전에서는 용상 131㎏을 들어 여고부 한국 신기록도 세웠다. 전상균은 “역도 코치를 하고 있는 아내가 어릴 때부터 재미 삼아 가르쳤는데 본인이 흥미를 느껴 열심히 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채워야 할 게 많지만 언젠가는 올림픽 시상대에 설 수 있도록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국가대표 선수 시절 그는 대표팀 전체를 통틀어 최중량 선수 타이틀을 도맡았다. 런던 올림픽 출전 당시 그의 몸무게는 165kg이었다. 먹고 싶지 않아도 힘을 키우기 위해 억지로 먹어야 하던 시절이었다. 은퇴 후 체중 조절에 나섰다. 그는 오전 4시면 기상한다. 경북 경산에는 크고 작은 저수지가 많은데 그는 저수지를 돌며 유산소 운동을 한다. 무리하게 뛰기보다는 가볍게 뛰기와 걷기를 반복한다. 그는 “공복 유산소 운동이 체중감량에 많은 도움이 된다. 매일 하루 1시간에서 한 시간 반가량 저수지 주변을 돈다”고 했다. 그렇게 몸에 크게 무리를 하지 않고도 30~40kg을 감량했다. 그는 “올림픽 메달을 받고 딸 희수가 좋은 성적을 올리는 바람에 요즘 축하 자리가 많아 다시 살이 조금 쪘다”며 “좀 차분해지면 제대로 몸 관리를 재개할 것”이라며 웃었다. 여기서 평소 궁금하던 것 하나를 물었다. ‘헬창(헬스를 통해 몸 불리기에 열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3대 500(스쾃,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중량을 합쳐 500kg의 무게를 드는 것)’이 유행인데 그는 3대를 얼마쯤 들까 하는 것이다. 그는 따로 계산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다만 ‘3대 1000정도는 가뿐하지 않았을까’ 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전상균은 “바벨에 원반을 최대한 끼우면 320~330kg 가량 된다. 한창 선수 생활을 할 때는 바벨을 끼울 수 있는 데까지 끼운 뒤 스쾃와 데드리프트를 반복해서 훈련하곤 했다”고 했다. 벤치 프레스도 비슷한 무게를 든다고 가정하면 3대 1000은 훌쩍 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게에 대한 욕심을 경계했다. 그는 “역도와 웨이트 트레이닝은 순발력과 탄력을 모두 키울 수 있는 정말 좋은 운동”이라면서도 “하지만 무게를 올릴수록 부상 위험이 커진다. 특히 단기간에 무게를 올리면 큰 부상을 당하기 십상이다. 무게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조금씩 늘려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도 선수와 지도자로 20년, 이후 10년을 회사원으로 살아온 그는 역도와 관계된 향후 인생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파리 올림픽에서 관중으로서 느꼈던 스포츠의 감동을 다시 팬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전상균은 “파리 올림픽에서 화제가 되면서 역도에 대해 새롭게 봐 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 회사에서 역도팀에 대한 재창단에 대해 고려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만약 역도팀이 다시 생긴다면 후배들 양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역도를 통해 회사의 이름도 크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년 차 김민선(21)이 정규시즌이 끝난 뒤 이벤트 대회로 열린 위믹스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투어 정규대회는 아니지만 프로 데뷔 후 거둔 첫 우승이다. 김민선은 17일 부산 기장 해운대비치 골프앤리조트(파72)에서 열린 대회 둘째 날 6언더파 66타를 쳤다. 김민선은 김수지(28)와 같은 타수를 기록한 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민선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가상화폐 25만 위믹스를 받았다. 우승을 확정한 이날 오후 4시 20분 기준으로 3억4825만 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올 시즌 KLPGA투어 대회 중 우승 상금이 가장 많았던 8월 한화클래식(우승 상금 3억600만 원)을 뛰어넘는다. 다만 정규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KLPGA투어 우승과 상금 기록엔 반영되지 않는다. 김민선은 지난해 KLPGA투어에 데뷔했는데 아직 투어 우승이 없다. 작년과 올해 각각 30개 대회에 출전했고 두 차례 기록한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김민선은 이번 대회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물리치고 우승하면서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김민선은 “정규 시즌 대회에서 우승한 건 아니지만 오늘 우승으로 내년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 25만 위믹스는 일주일 이내에 지급되는데 받는 날부터 곧바로 거래할 수 있다.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 특성상 거래 시점에 따라 액수가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16일까지만 해도 25만 위믹스는 3억 원에 못 미쳤는데 하루 만에 3억5000만 원 가까이로 올랐다.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민선과 한국체육대 동기인 윤이나(21)는 위메이드 대상 포인트 1위 보너스 10만 위믹스에다 이번 대회 공동 13위 상금 2만3000위믹스를 더해 12만3000위믹스(약 1억7133만 원)를 받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SSG가 한국계 투수 미치 화이트(30)를 총액 100만 달러(약 14억 원)에 영입했다. SSG는 16일 화이트의 영입을 발표하면서 “올해 평균 시속 152km, 최고 156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졌다. 슬라이더와 커브 스위퍼 등 변화구 완성도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SSG는 화이트에게 제1선발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 화이트는 토론토와 샌프란시스코, 밀워키 등 세 팀을 거치면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13경기에 등판했다. 2016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뒤 2020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통산 71경기에 나서 4승 12패에 평균자책점 5.25를 기록했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화이트는 1969년 미국으로 이민해 캘리포니아주에 정착한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외조부가 다저스의 열성 팬이었다. 미국 방송사 ABC 앵커인 주주 장(한국명 장현주)이 화이트의 이모다. 화이트가 메이저리그에 입성했을 때 그의 가족 스토리가 아메리칸드림의 성공 사례로 ABC에 소개되기도 했다. 화이트는 2016년 2라운드 전체 65순위로 다저스의 지명을 받았는데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보낸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닮은 얼굴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화이트가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상대한 타자는 추신수였다. 2020년 8월 29일 텍사스전을 통해 데뷔한 그는 첫 타자 추신수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토론토 시절엔 류현진(한화)과, 올해 초 샌프란시스코에선 잠시나마 이정후(샌프란시스코)와 한솥밥을 먹었다. 화이트는 SSG 구단을 통해 “어머니의 나라에서 선수 생활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한국 리그에 하루빨리 적응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SSG는 올해 24경기에 등판해 11승 3패에 평균자책점 3.89를 기록한 드루 앤더슨(30)과는 총액 120만 달러(약 16억8000만 원)에 재계약했다. 앤더슨은 올 시즌 65이닝 만에 탈삼진 100개를 채워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소 이닝 100탈삼진 기록을 새로 썼다. 앤더슨은 올 시즌 115와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158개를 잡아내며 9이닝당 12.29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아림이 14일부터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리는 더 안니카 드리븐 바이 게인브리지 앳 펠리컨에 출전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이 대회는 LPGA투어에서 통산 72승을 거둔 ‘레전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개최자로 나선다. 2020년 처음 열린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을 소렌스탐이 이어받으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치러지고 있다. 김아림은 10일 미국 하와이에서 끝난 롯데 챔피언십에서 4년 만의 LPGA투어 우승을 거뒀다. 올 시즌 LPGA투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한국 선수는 김아림을 포함해 3명이다. 양희영이 6월 KPMG 여자 PGA챔피언십, 유해란이 9월 FM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세 선수는 ‘더 안니카 드리븐’에서 시즌 2승째를 노린다. 김아림은 특히 지난주 롯데 챔피언십에서 나흘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대회 내내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우승하는 것)을 달성해 연승에 대한 기대가 높다. 2020년 이 대회 초대 챔피언인 김세영과 김효주, 안나린, 성유진, 이미향, 이소미, 최혜진 등도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CME 글로브 포인트 58위인 김효주와 59위 이미향에겐 이번 대회 성적이 특히 중요하다. 이번 대회에 이어 21일부터는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이 열리는데 CME 글로브 포인트 상위 60위 이내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는 이번 대회를 통해 9월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 이후 두 달 만의 복귀전을 치른다. 2021, 2022년에 이어 이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코르다는 가벼운 목 부상으로 한동안 대회에 나서지 않았다. 올 시즌 최다인 6승을 거둔 코르다는 올해의 선수상(244점)을 확정한 상태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3위인 릴리아 부(미국)와 인뤄닝(중국·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4위) 해나 그린(호주·5위) 등 톱랭커들이 대거 출전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류중일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13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대만을 상대로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2015년 제1회 대회 우승, 2019년 2회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는데 3회째인 올해는 상위 4개 팀이 겨루는 슈퍼라운드 진출을 1차 목표로 삼았다. 이번 대회엔 12개국이 출전했다. 6개 팀씩 2개 조로 나뉘어 풀리그 예선을 벌인 뒤 각 조 1, 2위가 일본 도쿄에서 진행되는 슈퍼라운드에 진출한다. WBSC 랭킹 6위 한국은 일본(1위) 대만(공동 2위) 쿠바(9위) 도미니카공화국(12위) 호주(15위)와 함께 B조에 속했다. 예선에선 적어도 4승은 거둬야 안정적으로 슈퍼라운드 진출권을 따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대만과의 첫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한국 야구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초반 탈락을 거듭했는데 첫 경기 패배가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은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첫 경기에서 ‘복병’ 네덜란드에 0-5로 완패했고 결국 1회전에서 탈락했다. 국내에서 열린 2017년 WBC 첫 경기에선 이스라엘에 1-2로 졌다. 작년 WBC에선 호주에 7-8로 패한 뒤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WBSC 랭킹에서 알 수 있듯 대만의 전력은 만만치 않다. 대만은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와 대만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들로 전력을 꾸렸다. 한국은 최근 대만에 고전해 왔다.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에서 김광현(SSG)을 마운드에 올리고도 대만에 0-7 완패를 당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조별리그에서 0-4로 패한 뒤 결승전에서 2-0으로 이겼다. 한국은 프로 선수가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대만에 26승 16패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5경기만 놓고 보면 2승 3패로 밀린다.젊은 선수 중심으로 팀을 꾸린 한국은 13일 대만전에 경험 많은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KT)를 선발로 내세운다. 최근 4년간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72차례나 기록했을 만큼 경기력이 안정적인 데다 대만 타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유형의 투수이기 때문이다. 고영표는 2021년 도쿄 올림픽 미국전과 일본전, 지난해 WBC 호주전에 선발 등판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선발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다. 고영표는 “첫 경기부터 잘해서 승리의 발판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택연(두산)과 박영현(KT) 정해영(KIA) 등이 대만전 마운드의 허리와 뒷문을 책임진다.타선에서는 ‘국제용 선수’로 떠오른 윤동희(롯데)가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윤동희는 이번 대회 전에 치른 세 차례 평가전에서 홈런 2개를 날렸다. 윤동희는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 6득점으로 활약했다.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서 38홈런-40도루를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 1순위 후보로 꼽히는 김도영(KIA)도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대만 선발 투수는 좌완 린위민이다. 미국프로야구 애리조나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린위민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한국전에 등판해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결승전에서도 비가 내리는 가운데 5이닝 2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WBSC 랭킹 상위 12개국 참가프리미어12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한다. 2015년 제1회, 2019년에 2회 대회가 열렸다. 2023년 개최 예정이던 3회 대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에 따른 항저우 아시안게임 연기로 1년 미뤄져 올해 열린다. 4회 대회는 2027년 개최 예정이다. 프리미어12엔 WBSC 랭킹 상위 12개국이 참가한다. 올해 대회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상위 12개 팀이 출전했다. 프리미어12와 함께 대표적인 ‘야구 국가대항전’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대회를 주관하고 예선을 거친 20개국이 참가한다.}
‘시니어 골프의 제왕’ 베른하르트 랑거(67·독일)가 올 시즌 마지막 대회,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18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랑거는 11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챔피언스 플레이오프 최종전 찰스 슈와브컵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다섯 타를 줄이며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66타를 기록한 랑거는 스티븐 알커(53·뉴질랜드)와 리처드 그린(53·호주)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이번 시즌 처음이자 PGA투어 챔피언스 통산 47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은 52만8000달러(약 7억4000만 원). 이번 우승으로 랑거의 찰스 슈와브컵 포인트 랭킹은 22위에서 7위로 올랐다. 챔피언스투어엔 50세 이상 선수가 출전한다. 이날 우승으로 랑거는 자신이 갖고 있던 PGA투어 챔피언스 통산 최다승 기록을 47승으로 늘렸다. 또 67세 2개월 14일에 대회 정상을 차지하며 작년 7월 시니어 US오픈에서 자신이 남긴 최고령 우승 기록(65세 10개월 5일)도 다시 썼다. 레전드에게 어울리는 드라마틱한 우승이었다. 랑거는 최종 라운드 17번홀까지 알커와 17언더파로 공동 선두였다. 18번홀(파5)에서 랑거의 티샷은 왼쪽 숲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세 번째 샷 만에 겨우 온그린에 성공했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7m였다. 티샷을 제대로 보낸 알커는 3.5m 거리 버디 퍼트를 남겨두고 있었다. 랑거는 7m 롱버디 퍼트를 그대로 홀에 떨어뜨렸다. 공은 완만한 S자 곡선을 그리며 홀로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 랑거는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환호한 뒤 모자를 그린에 내던지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어 알커의 버디 퍼트가 홀을 빗나가며 승부가 갈렸다. 그동안 PGA투어 챔피언스 최우수선수(MVP)로 6번이나 뽑힌 랑거가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한 건 처음이다. 랑거는 올해 2월 피클볼을 하다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고 수술을 받은 뒤 5월에야 투어에 복귀했다. 부상 여파로 대회에서 다리를 절룩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랑거는 챔피언스투어에 데뷔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간 한 해도 빠뜨리지 않고 매년 우승했다. 2017년엔 한 시즌에 7승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는 지난주까지 출전한 15번의 대회에서 준우승 한 번을 포함해 톱10에 7번 드는 데 그쳤는데 시즌 최종전에서 승부사의 모습을 보여주며 대기록을 이어갔다. 랑거는 이번 대회 2라운드 64타, 3라운드 67타, 4라운드에서 66타를 치며 사흘 연속 ‘에이지 슈트(Age Shoot·자신의 나이보다 적거나 같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개인 통산 21, 22, 23번째 에이지 슈트였다. 랑거는 “시즌 마지막 대회 우승으로 18년 연속 우승 기록을 이어가게 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며 “18번홀 롱 퍼트를 하기 전에 캐디가 ‘퍼트 한 번만 하면 되겠네’라고 했는데 이 말이 거짓말처럼 현실이 됐다”고 했다. 찰스 슈와브컵 랭킹 상위 35명만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최경주(54)는 2언더파 282타로 공동 23위, 양용은(52)은 3오버파 287타로 공동 32위를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96년과 1997년 프로야구 해태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였던 포수 최해식(56)은 광주에서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평생 야구를 했던 그는 요식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처음부터 짜장면집을 할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은퇴 후 자연스럽게 지도자가 됐지만 한 사건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한 선수가 밤늦게 숙소를 ‘탈출’하려다 다리가 부러지는 일이 있었는데 구단은 선수단 숙소 감독을 맡고 있던 그에게 책임을 물었다. 그는 “그 일을 계기로 미련 없이 팀을 떠났다”고 했다. 때마침 아내 김숙희 씨(57)가 장사를 해보자며 그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런데 그게 중국집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전까지 그는 음식을 만들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건 배달이었다. 난생처음 오토바이를 타고 철가방을 들었다. 첫날부터 미끄러지며 사고를 냈다. 음식은 다 엎어지고, 입고 있던 청바지에선 피가 배어 나왔다. 그는 “언젠가 한 번은 넘어질 거 빨리 잘 넘어졌다. 이 정도 각오 없이 장사할 생각하면 안 된다”며 털고 일어났다. 배달하면서 “몸을 움직일수록 돈을 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당시 광주에서는 신도시 건설이 한창이었다. 그는 오전 5시가 되면 공사 현장으로 달려갔다. 추운 날씨에는 인부들을 위해 모닥불을 먼저 피워 놓았다. 인부들이 도착하면 따뜻한 물을 건네고 전단지를 돌렸다. 더운 여름에는 미리 꽁꽁 얼려 놓은 얼음물을 건넸다. 인부들은 그의 가게에 주문을 몰아줬다. 최해식은 “공사판 인부들은 누구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현장에 먼저 나가 있으면서 인정을 받았다”며 “야구선수나 코치로서 자존심은 철저히 버리고 맨발로 뛰었다”고 했다. 배달이 안정되자 주방에서 문제가 생겼다. 장사가 잘되자 주방장이 월급을 올려 달라며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했다. 새 주방장을 들여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최해식은 스스로 요리를 배우기로 했다. 요리를 익히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재능을 발견했다. 단 6개월 만에 그는 메뉴판에 있는 모든 요리를 만들어 냈다. 그는 20년 가까이 짜장면 봉사를 종종 해오고 있다.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빼놓지 않고 장애인복지관 등을 찾는다. 몇 해 전 천주교 신자가 된 그는 “성당을 다니면서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봉사를 많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도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며 “열심히 일하고 봉사를 하니 늙을 틈이 없다”고 했다. 건강관리는 골프로 한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 필드에 나간다. 카트를 타는 대신 직접 카트를 끌고 다녀야 하는 군(軍) 골프장, 일명 체력단련장을 선호한다. 그는 “9홀을 두 번 도는 군 골프장에서 걸으면서 골프를 친다. 높낮이가 있는 데다 하루에 만 보 이상을 걷게 된다. 그는 딱 60세까지만 일을 할 생각이다. 그는 “아내가 나를 만나 지금까지 고생을 많이 했다. 예순 이후엔 여행을 다니며 여유롭게 지낼 것”이라며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아내와 함께 언젠가는 바티칸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해식은 의도치 않게 요리를 배운 것에 대해 늘 감사한 마음이다. 그는 “기술이 있으니 어디를 가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요즘 주방장 일당이 20만 원은 된다고 하더라”며 웃었다.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광주에는 프로야구 팬들에게 유명한 중식집이 하나 있다. 광주 광산구 운남동에 위치한 최고루다. 이곳은 1996년과 1997년 해태 타이거즈의 연속 우승을 이끈 포수 최해식(56)이 세운 짜장면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고루는 한때 광주지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 중식집 중 하나였다. 몇 해 전까지는 본점을 포함해 17개의 체인점이 지역 곳곳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현재는 본점 하나만 최고루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 중이다. 최해식은 “모든 매장에서 같은 맛과 품질을 유지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손님들이 불만이 있을 때는 모든 항의 전화가 나한테 쏟아지곤 했다”며 “현재는 마음 편하게 본점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생 야구만 했던 그가 처음부터 짜장면집을 할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다. 군산상고-건국대를 졸업하고 1991년 쌍방울에 입단한 그는 2000년 해태에서 은퇴할 때까지 10년간 프로 선수 생활을 했다. 통산 타율 0.217이 말해주듯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포수로서 좋은 투수 리드와 프레이밍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어깨도 강해 도루 저지도 잘했다. 무엇보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포수였다. 투수 복도 있었다. 당시 한국 프로야구 최강팀으로 군림하던 해태에는 조계현, 이강철, 임창용, 이대진, 김정수, 고 김상진 등 기라성같은 투수가 즐비했다. 최해식은 “‘볼 두 개 먼저 주고 시작하자’라고 자신감을 보인 투수들도 있었다. 최고의 투수들을 공을 받은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말했다. 선수 은퇴 후 그는 자연스럽게 KIA 배터리 코치로 변신해 후배들을 지도했다. 순조롭게 흘러가던 그의 야구 인생은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뒤바뀌고 말았다. 2003년 KIA 2군 코치였던 그는 선수단 숙소를 감독하는 일도 맡고 있었다. 그런데 한 선수가 밤늦게 숙소를 ‘탈출’하려다 부상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3층에서 빗물받이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오다 다리가 부러진 것이다. 구단은 그에게 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었다. 그는 “다 큰 성인들의 사생활을 코치가 어떻게 일일이 책임져야 하나. 그 일을 계기로 미련 없이 팀을 떠났다”고 했다. 선수 시절부터 입담이 좋았던 그는 한 스포츠케이블 TV의 해설위원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때마침 아내가 장사를 해보자며 그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런데 그게 중국집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전까지 그는 짜장면과 짬뽕 등을 즐겨 먹었지만, 스스로 만들어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초라했다. 홀도 없는 배달 전문 중국집으로 월세는 단돈 50만 원이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하기로 한 김에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요리를 할 줄 모르는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건 배달이었다. 난생 처음 오토바이를 타고 철가방을 들었다. 첫날부터 시련의 연속이었다. 오토바이 운전에 익숙치 않았던 그는 브레이크를 잘못 밟아 미끄러지고 말았다. 음식은 다 엎어지고, 입고 있던 청바지에선 피가 배어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이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한 번은 넘어질 거 빨리 잘 넘어졌다. 이 정도 각오 없이 장사할 생각 하면 안 된다.”배달일을 하면서 그는 중요한 교훈을 하나 얻었다. “몸을 움직일수록 돈을 번다”는 평범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진리였다. 당시 광주 지역에서는 신도시 건설이 한창이었다. 그는 오전 5시가 되면 공사 현장으로 달려갔다. 추운 날씨에는 인부들을 위해 모닥불을 먼저 피워놓았다. 인부들이 도착하면 따뜻한 물을 건네고 전단지를 돌렸다. 더운 여름에는 미리 꽁꽁 얼려놓은 얼음물을 건넸다. 그에 답하듯 인부들은 그의 가게에 몰아서 주문을 했다. 최해식은 “공사판 인부들은 누구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그보다 먼저 현장에 나가 있으면 그분들이 먼저 인정을 해 준다”며 “야구선수나 코치로서의 자존심은 철저히 버리고 맨발로 뛰었다. 그때 그렇게 열심히 한 덕분에 오래 걸리지 않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배달이 안정되자 주방에서 문제가 생겼다. 장사가 잘된다 싶자 주방장이 월급을 올려 달려며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했다. 새 주방장을 들여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최해식은 스스로 요리를 배우기로 했다. 더 많은 돈을 들여 실력 있는 요리사를 스승으로 모셨다. 요리를 마스터하기까지 예정은 2년으로 잡았다. 난생 처음 주방 칼을 잡고, 웍을 들었다. 그런데 요리를 하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재능을 발견했다. 요리가 생각대로, 마음 먹은 대로 된 것이다. 그는 “요리 하나하나가 빨리 이해가 됐다. 단순히 따라 하는 것을 넘어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6개월 만에 “하산해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그는 주방에서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즐거움은 느꼈다. 그가 개발해낸 대표적인 요리는 최고루의 시그니처 메뉴가 된 볶음짬뽕이다. 이 밖에 그는 물짜장과 굴짜장 등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요리를 계속 개발해냈다. 이후 체인점을 늘려갈 때마다 그는 주방장을 가르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본점 하나만 운영하는 요즘은 그는 주방에 상주하진 않는다. 요리사 두 명과 보조 한 명 등 세 명이 현재 가게의 요리를 만든다. 하지만 손님이 많거나, 주문이 밀려들 때는 그가 직접 웍을 잡는다. 최해식은 “야구를 할 때도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시간이 빨랐다”며 “요리하는 손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점심처럼 한참 바쁠 때 1시간 정도 빨리 요리를 하곤 한다”며 웃었다. 요리를 배우고 난 뒤 그는 20년 가까이 짜장면 봉사를 종종 해오고 있다. 한때는 일 년에 여러 번 노인복지관이나 장애관 복지관을 찾아 짜장면을 무료로 만들었다. 그는 “젊은 때는 종종 했지만 요즘엔 그리 자주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데 그때 제대로 쉬지 못하면 언젠가부터인가 체력이 달리더라”라고 했다. 그래도 그는 요즘도 1년에 두 차례는 짜장면 봉사를 빠뜨리지 않는다.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다. 몇 해 전부터 천주교 신자가 된 그는 “성당을 다니면서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많은 봉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도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성당에서 봉사를 다니는 장애인 복지관 등에서 짜장면 봉사를 한다”고 했다. 열심히 음식을 만들지만 그는 가능한 한 적게 먹으려 한다. 매끼 식사량을 조절하면서 아침과 저녁 등 하루 두 끼만 먹는다. 건강관리는 골프로 한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이면 필드에 나간다. 카트를 타는 대신 직접 카트를 끌고 다녀야 하는 군 골프장, 일명 체력단련장을 선호한다. 그는 “9홀을 두 번 도는 군 골프장에서 걸으면서 골프를 친다. 높낮이가 있는 데다가 하루에 만 보 이상을 걷게 된다. 꽤 운동이 된다”고 했다. 그는 골프 파트너는 김성한 전 KIA 감독 등 예전 타이거즈 멤버들이다. 그는 “김성한 감독님은 여전히 골프를 잘 친다. 내기를 하면 항상 내 돈을 따서 그 돈으로 밥을 사 주신다”며 웃었다. 50대 후반인 그는 딱 60세까지만 일을 할 생각이다. 이후에는 함께 고생해 온 아내 김숙희 씨(57)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즐겁게 살 생각이다. 최해식은 고등학생 때 첫사랑이던 김 씨를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군산상고 시절 서울에 야구를 하러 왔다가 첫 눈에 반해 고백을 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 생일이 1월 6일로 같아 서로 생일을 잊을 일도 없다. 그는 “아내가 나를 만나 지금까지 고생을 많이 했다. 예순이 될 때까지 열심히 일한 뒤 여행을 다니며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 생각”이라며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아내와 함께 언젠가는 바티칸을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해식은 아내 덕분에 배우게 된 요리에 대해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요리 기술이 있으니 어느 지역을 가든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다. 요즘 주방장 일당이 20만 원은 된다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영혼의 단짝’인 김하성(29·전 샌디에이고)과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같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내야수 김하성의 새 행선지로 샌프란시스코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MLB.com은 8일 “이적 시장이 열리자마자 김하성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가 특히 김하성을 영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밀워키 역시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김하성 영입전에는 올 시즌이 끝난 후 새로 야구 운영 부문 사장으로 임명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버스터 포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포지 사장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시즌에 유격수를 영입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후반기부터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은 타일러 피츠제럴드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피츠제럴드가 2루로 가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FA 시장에 나와 있는 수준급 유격수는 김하성과 윌리 아다메스(29) 정도다. 아다메스는 올해 밀워키 소속으로 32개의 홈런과 11타점을 올렸다. 공격력에서는 아다메스가 뛰어나지만 김하성은 유격수뿐 아니라 2루수와 3루수 등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에서 골드글러브급 수비 능력을 갖추고 있다. MLB.com은 김하성과 이정후의 인연을 소개하며 김하성의 샌프란시스코행에 무게를 실었다. 이 매체는 “두 선수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프로야구 키움에서 함께 뛰었고,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한국 대표로 함께 활약했다”며 “이정후가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한 뒤 가장 먼저 전화로 소식을 전한 이가 김하성이었다”라고 전했다. 두 선수는 올해 팀은 달랐지만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도 수시로 만나 함께 식사를 하고, 전 소속팀 키움의 캠프를 방문하는 등 우의를 이어왔다. 김하성은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과도 인연이 깊다. 멜빈 감독은 올해 샌프란시스코 지휘봉을 잡기 전 2022∼2023년 샌디에이고 감독이었는데 이때 김하성은 멜빈 감독 밑에서 MLB를 대표하는 내야수로 성장했다. 올겨울 미국 진출에 도전하는 키움 내야수 김혜성(25)의 행선지로는 시애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시애틀은 김혜성의 2루수 수비 능력과 콘택트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김혜성이 MLB에 진출하면 내년 시즌에는 3명의 키움 출신 야수들이 MLB 무대를 누비게 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후회 없는 선수 생활을 했다. 나 자신에게 ‘고생했다, 그동안 잘 살았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SSG 추신수(42)가 7일 인천 연수구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34년에 걸친 야구 선수 생활의 끝을 알렸다. 부산수영초교 3학년이던 9세 때 야구를 시작한 추신수는 2005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데뷔해 16년간 빅리거로 활약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은 한국프로야구 SSG에서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을 했다. 2주 전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아 보호대를 차고 기자회견에 나온 추신수는 “전(前) 야구 선수 추신수입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는 “미국에서 뛸 때 새벽부터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 한국에 온 뒤엔 한 팬으로부터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돼 고맙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눈물도 흘렸다”며 “한국에서는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정말 많은 걸 배운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SSG 후배 김광현과 최정이 이날 행사에 참석해 추신수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최고의 순간은 2022년 우승”추신수는 MLB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타자다. 부산고를 졸업한 2001년 시애틀과 계약하며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마이너리그를 거쳐 2005년 4월 22일 MLB에 데뷔했다. 이후 2020년까지 빅리그를 누비며 1652경기에 나와 통산 타율 0.275(6087타수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를 기록했다. 출전 경기, 안타, 홈런, 타점, 도루 모두 한국인 빅리거 최다 기록이다. 추신수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고(2009년), 사이클링 히트(2015년)도 기록했다. 2018년에는 아시아 선수 최다인 52경기 연속 출루와 함께 한국인 야수 최초로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2013년 말에는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810억 원)의 대박 계약도 했다. 추신수는 “스스로 냉정히 평가하자면 신체조건이나 재능에서 특별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한 발이라도 더 뛰고, 한 번이라도 더 스윙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야구에 진심이었던 선수, 야구에 목숨을 걸었던 선수로 평가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뛴 4년 동안 타자 부문 최고령 기록을 줄줄이 바꾸기도 했다. 2021년 21홈런-25도루로 최고령 20홈런-20도루 기록 보유자가 됐고, 올해에는 타자 최고령 출장(42세 2개월 17일), 안타(42세 1개월 26일), 홈런(42세 22일) 기록을 세웠다. 그가 꼽은 야구 인생 최고의 순간은 SSG의 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추신수는 “평생 우승에 목말랐는데 미국에서 못 해본 우승을 한국에서 맛봤다. 그동안 흘린 땀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감독 대신 아빠 노릇 할 것 추신수는 매년 시즌 종료와 함께 곧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했지만 올해는 천천히 미래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추신수는 “요즘 가장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지도자 변신 계획은 없다. 추신수는 “지금은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다. 여러 제안을 받고 있지만 그 자리에 어울릴 만한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겠다”면서 “(특히) 감독은 준비와 열정이 갖춰졌을 때 할 수 있는 자리다. 지금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제안이 와도 거절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면서 한국프로야구와 후배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내가 한국에서 야구를 하는 동안 큰아들 무빈이와 둘째 아들 건우는 각각 미국 대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당분간은 미국을 오가며 아빠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추신수의 은퇴식은 내년 시즌 중 열릴 예정이다. 추신수는 “고마운 분들 덕분에 마음껏 야구를 할 수 있었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05년 SSG의 전신 SK로부터 1차 지명을 받았던 최정(37)이 입단 20년 만에 한국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번 선수가 됐다. 최정은 6일 막을 올린 FA 시장에서 SSG와 4년 총액 110억 원(계약금 30억 원, 연봉 합계 80억 원)에 계약했다. 별도 옵션 없이 전액을 보장받는 조건이다. 이번 계약으로 최정은 2000년 프로야구에 FA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초로 누적 총액 300억 원 시대를 열었다. 최정은 2014년 11월 4년 총액 86억 원에 첫 번째 FA 계약을 했고, 2018년 말에는 6년 최대 106억 원에 두 번째 FA 계약에 사인했다. FA 시장에서 총 302억 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전까지는 두산 포수 양의지(37)가 두 차례 FA 계약에서 총 277억 원을 받은 게 최고 기록이었다. 3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최정은 여전히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활약하고 있다. 올 시즌에도 타율 0.291, 37홈런, 107타점을 올렸다. 홈런은 단독 3위, 타점은 공동 9위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0.978로 전체 타자 중 5위에 올랐다. 올 시즌까지 통산 495홈런을 쳐 이승엽 두산 감독이 갖고 있던 리그 통산 최다 홈런 기록(467개)도 넘어섰다. 최정의 통산 성적은 타율 0.288, 2269안타(6위), 495홈런(1위), 4197루타(1위), 1561타점(2위), 1461득점(1위), 1037볼넷(5위)이다. 3루수 수비 실력 역시 녹슬지 않았다. 여전히 넓은 수비 범위에 강한 어깨를 자랑한다. 이번 시즌 최정은 129경기에 출전해 13개의 실책을 범했다. 올해 가장 유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히는 KIA 3루수 김도영(21)에 비해 한결 안정적인 모습이다. 김도영은 141경기에서 30개의 실책을 범했다. 2028년까지 SSG 유니폼을 입게 된 최정은 “프로 생활을 시작한 팀에서 이승엽 감독님의 홈런 기록을 넘어섰다. 조용히 그리고 빨리 500홈런을 채우고 싶다”며 “600홈런이라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계약 기간 안에 600홈런을 채우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은 또 “홈런왕 타이틀과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한 번 더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최정은 지난해까지 세 차례 홈런왕에 올랐고,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8번 수상했다. 최정이 골든글러브를 한 번 더 받으면 한대화(8회)를 넘어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자가 된다. 최정은 “늘 변함없이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계약을 잘 마무리한 만큼 최선을 다해 팀과 개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시 끈을 조이겠다”며 “(2028년 개장 예정인) 청라돔에 가기 전에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한 번 더 우승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SSG 구단은 “최정이 팀 성적에 기여하는 비중도 크지만 훈련과 생활적인 면에서도 솔선수범하기에 이번 계약이 팀 케미스트리 차원에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 2년 차인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최고 스타로 떠오른 장유빈(22)이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4개 주요 타이틀 석권에 도전한다. 장유빈은 7일부터 나흘간 제주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파71)에서 열리는 KPGA 투어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시즌 최종전인 이 대회는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70명만 출전해 컷 탈락 없이 순위를 가리는 왕중왕전이다. 장유빈은 3일 끝난 동아회원권그룹 오픈을 통해 이미 제네시스 대상 수상을 확정했다. 상금(10억4104만 원) 평균 타수(69.53타) 다승(2승)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KPGA투어 대상과 상금, 평균 타수(덕춘상) 다승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선수는 2009년 배상문이 마지막이다. 다승 공동 1위, 상금 2위를 달리고 있는 김민규(23)와의 대결이 관전 포인트다. 올 시즌 2승을 거둔 김민규는 누적 상금 9억8394만 원을 기록 중이다. 장유빈과는 5710만 원 차이다. KPGA 투어챔피언십 우승 상금은 2억2000만 원이다. 김민규가 우승하면 다승왕과 상금왕 타이틀을 가져가게 된다. 장유빈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 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장유빈은 제네시스 대상 수상으로 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출전권과 DP월드투어(유럽 투어) 1년 출전 자격을 얻었다. 장유빈은 12월 미국에서 열리는 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최종전에 출전한다. 여기서 5위 이내에 들면 2025시즌 PGA투어 출전권을 얻는다. 6∼45위는 PGA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 출전 자격을 받는다. 장유빈은 “실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퀄리파잉스쿨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퍼트에서 좀 더 자신감을 얻는다면 미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KPGA 투어챔피언십에서는 신인상(명출상) 수상자도 가려진다. 김백준(23)이 신인상 포인트 1085.88점으로 선두에 올라 있고 송민혁(20)이 1030.44점으로 2위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신인상 포인트 900점, 2위는 480점, 3위는 405점을 얻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전(錢)의 전쟁’이라 불리는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6일 막을 올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FA 시장이 문을 열기 하루 전인 5일 FA 자격 선수로 공시된 30명 중 승인 선수 20명의 명단을 공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SSG 중심 타자 최정(37)이다. 최정은 사실상 이번 스토브리그 FA 1호 계약을 예약해 놓은 상태다. 소속팀 SSG는 4일 “최정 선수 측과 만나 긍정적으로 얘기를 나눴다. 선수 측이 FA 계약 방식으로 진행하길 원해 FA 시장이 열리는 6일 계약 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FA 계약을 사전에 예고한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2005년 SK(SSG의 전신) 입단 후 올해까지 20년간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 최정은 이번이 벌써 3년째 FA 계약이다. 2014년 11월 4년 총액 86억 원, 2018년 말 6년 최대 106억 원에 각각 FA 계약을 한 바 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지만 최정은 올 시즌에도 타율 0.291, 37홈런, 107타점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통산 홈런에서도 495개로 이승엽 두산 감독이 갖고 있던 리그 통산 최다 홈런 기록(467개)을 넘어섰다.3번째 FA 자격을 얻은 최정은 C 등급으로 분류돼 타 구단 이적 시 보상선수 없이 보상금만 발생한다. 하지만 최정은 인천에서 계속 야구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최정이 필요한 SSG 역시 100억 원 대의 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종전까지 FA 계약으로만 192억 원을 받은 최정은 계약 액수에 따라 총액 300억 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FA 계약으로 가장 많은 돈은 번 선수는 두산 양의지로 두 번의 FA 계약으로 277억 원을 벌었다. 100억 원 대 계약을 눈앞에 둔 최정은 양의지의 기록은 가뿐히 넘어설 전망이다. 만약 6일 계약이 이뤄지면 최정은 ‘영원한 SSG’맨으로 남게 된다.최정 이외에도 준척급 선수들이 대거 시장에 나온다. 2020시즌 후 두산과 4+3년 총액 85억 원에 계약한 내야수 허경민(34)도 옵트아웃을 선언하고 시장에 나왔다. 첫 4년 동안 총액 65억 원(계약금 25억 원, 연봉 40억 원)을 받은 허경민은 3년 20억 원의 남은 옵션 조항을 포기하고 다시 시장에 나와 재평가를 기다린다. 투수 중에서는 선발 한 자리를 맡아줄 수 있는 최원태(27·LG)와 엄상백(KT)이 선발 투수가 부족한 팀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20대 후반의 나이가 장점인 오른손 투수 최원태는 올해까지 통산 78승 58패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했다. 역시 20대인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은 올 시즌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으로 개인 한 시즌 최다승을 거뒀다. 통산 성적은 45승 44패 평균자책점 4.82다. 이 밖에 KIA의 필승조로 활약한 장현식과 임기영,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 KT 유격수 심우준 등이 시장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 FA 승인선수 명단(20명) 임기영, 장현식, 서건창(이상 KIA) 류지혁, 김헌곤(이상 삼성) 최원태(LG), 김강률, 허경민(이상 두산) 엄상백, 우규민, 심우준(이상 KT) 노경은, 최정(이상 SSG) 구승민, 김원중(이상 롯데) 하주석(한화), 이용찬, 임정호, 김성욱(이상 NC) 문성현(키움·팀 순위 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역대 가장 낮은 정규시즌 승률(0.507)로 일본시리즈에 진출한 요코하마가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 양대 리그 최고 승률(0.650) 팀 소프트뱅크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요코하마는 3일 일본시리즈(7전 4승제) 6차전 안방경기에서 소프트뱅크를 11-2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960, 1998년에 이어 통산 3번째이자 26년 만의 일본시리즈 우승이다. 요코하마의 ‘가을 야구’는 업셋의 연속이었다. 센트럴리그의 요코하마는 정규시즌에서 반타작을 간신히 넘긴 승률 0.507(71승 3무 6패)을 기록하며 3위로 포스트시즌행 막차를 탔다. 그리고 가을 야구 첫 관문인 ‘클라이맥스 시리즈 퍼스트 스테이지(3전 2승제)’에서 정규시즌 2위 팀 한신(승률 0.540)을 2연승으로 물리쳤다. 정규시즌 1위 요미우리(승률 0.566)와의 파이널 스테이지(6전 4승제)는 더 극적이었다. 파이널 스테이지에선 정규시즌 1위 팀이 1승을 안고 시작한다. 또 모든 경기가 1위 팀 안방 구장에서 열린다. 요코하마는 이런 핸디캡을 딛고 요미우리를 4승 3패로 꺾으면서 일본시리즈에 진출했다. 요코하마의 일본시리즈 상대 소프트뱅크는 퍼시픽리그 정규시즌 1위이자 올 시즌 양대 리그를 통틀어 최고 승률(0.650)을 기록한 팀이다. 소프트뱅크는 정규시즌에서 요코하마보다 20승이 더 많은 91승(3무 49패)을 거뒀다. 이 때문에 일본시리즈에서 요코하마가 우승할 걸로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요코하마는 안방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패해 ‘언더도그의 반란’은 멈추는 듯했다. 하지만 방문경기로 치른 3∼5차전을 모두 이긴 뒤 3일 안방 6차전까지 대승으로 장식하면서 정상에 올랐다. 미우라 다이스케 요코하마 감독(51)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올해는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왔지만 다음엔 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다시 한번 일본시리즈 정상에 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투수 출신인 미우라 감독은 선수 시절(1992∼2016년) 요코하마에서만 뛴 ‘원 클럽맨’으로 요코하마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하는 기쁨을 맛봤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정규시즌 3위 팀이 일본시리즈 정상에 오른 건 2010년 롯데 이후 14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당시 롯데의 정규시즌 승률은 0.528이었다. 한국프로야구에선 2001년 두산이 정규시즌을 승률 0.508(3위)로 마친 뒤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은 게 역대 최저 승률 우승팀 기록으로 남아 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선 2006년에 기록이 나왔다. 이해 내셔널리그의 세인트루이스가 정규시즌 승률 0.516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뒤 리그 디비전 시리즈, 챔피언십 시리즈에 이어 월드시리즈까지 승자로 이름을 올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