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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시중은행에서 골드바 판매 금액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불확실성 증대로 금값이 폭등하자 ‘금 투자 광풍’이 불어온 결과다. 금 수요가 단기에 급증하면서 국내 금 현물 가격이 타 국가 대비 비싸게 거래될 정도다. 전문가들은 금을 단기 차익 목적으로 매수하기보다는, 불확실성 대비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게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 이달 들어 골드바 400억 넘게 팔려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이달 들어 13일까지 총 406억345만 원어치의 골드바를 판매했다. 이는 전월 동기(135억4867만 원)의 3배, 전년 동기(20억1823만 원)의 20배에 각각 해당하는 규모다.‘금 사재기 열풍’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무역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폭증했다. 그 결과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000달러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투자자들이 영국 런던 시장에서 금을 매입하고, 중국 본토인들은 홍콩까지 가서 금을 사는 등 국가별 금 값 차이를 노리고 투자에 나서는 진풍경도 펼쳐지고 있다.한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예고한 직후인 이달 5일부터 골드바 판매액이 4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11일 한국조폐공사가 은행권에 골드바 공급을 잠정 중단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판매액은 더욱 치솟았다. 13일 하루에만 108억3217만 원어치의 골드바가 팔리는 등 전례없는 상황이 펼쳐졌다.서울 영등포구 소재 은행의 지점장은 “지난주(10~14일) 내내 골드바 문의가 끊이지 않아 일상적인 업무를 소화하기조차 힘들었다”며 “당분간은 고객들 수요에 맞춰 골드바를 공급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계속 말씀드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인 이어 금 시장에서도 ‘김치 프리미엄’단기간에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은 전 세계 시장보다 높게 책정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가상자산 원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 거래소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금 시장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14일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금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 가격의 종가는 1g당 16만3530원이었다. 같은 시각 국제 금 가격이 13만613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금값이 약 20.1% 비싸게 거래됐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금 현물 가격과 국제 시세가 20% 이상 벌어진 것은 KRX금시장이 개설된 201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전문가들은 최근 금값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의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정은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은 “금 투자는 단기 시세 차익보다는 장기적인 자산 배분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전체 자산의 약 10% 정도를 금, 달러 등의 안전자산에 담아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진단했다.최선일 신한프리미어 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도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시점에 단기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며 “당장의 가격 상승이 아닌 자산운용 과정에서 분산 투자 용도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미국의 관세전쟁으로 높아진 불확실성에 전 세계 투자금이 금(金)으로 쏠리고 있는 가운데 12년째 ‘정중동’ 행보를 보여온 한국은행도 금을 적극적으로 사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수익성, 유동성 등을 고려했을 때 금 매입을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실이 세계금협회(WGC)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8개국의 중앙은행 중 약 69%가 향후 5년 내에 외환보유액 대비 금 보유 비중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의 일정 비중을 금, 미국 달러 등 안전 자산에 넣어둔다. 자국 화폐 가치가 하락할 때 이를 상쇄하기 위한 조치다. WGC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1000t 이상의 금을 3년 연속으로 매입했다”며 “지난해 연간 금 매입액은 1186t으로 4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으며 4분기(10∼12월)에만 333t을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요 선진국과 브릭스(BRICS) 국가들이 금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등 6개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금 보유 비중은 평균 47.6%(작년 말 기준·캐나다 제외)였다. 탈(脫)달러화 움직임을 보여온 신흥국 연합체 BRICS의 평균 금 비중도 13.2%로 한국(2.1%)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런 점 때문에 한은도 주요국 중앙은행처럼 금 보유량을 적극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무역 갈등으로) 미중 간 화폐 전쟁이 재점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인 금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났다”며 “한은도 금을 전략 자산으로 삼아 (외환보유액 대비) 보유 비중을 최소 5% 수준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은은 최근까지 금 편입 비중을 높이는 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금이 주식, 채권 대비 유동성이 떨어지는 점을 부담 요인으로 꼽는다. 외환보유액의 성격상 손쉬운 현금화가 필요한데 금은 정반대 특징을 갖고 있다. 금 매수를 통해 이자, 배당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보관(관리)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최완호 한은 외자운용원 운용기획팀장은 지난해 4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금은 주식, 채권 등에 비해 운용 대상으로서의 유용성이 크지 않다”며 “특히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한번 금을 매입하면 매도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금값 하락으로 ‘트라우마’를 겪었던 과거 사례가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2011∼2013년 총 90t의 금을 사들였는데, 매입 당시 온스당 1900달러에 달했던 금 가격이 2015년 들어 1000달러 초반까지 떨어진 바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전쟁 등으로 연일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전통 안전자산인 금에 몰리고 있다. 치솟는 금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국내에선 한국조폐공사가 금 판매를 일시 중단했고, 국제 금 시장에서도 금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 따르면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934.4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사상 최초로 2900달러를 넘어섰다. 연초 대비 10% 이상, 전년 대비 무려 40% 넘게 상승한 가격이다. 투자자들의 금 투자 열기에 국내 유일의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인 ‘ACE KRX금현물’ ETF의 순자산액은 10일 기준 전년 동기 7배 수준인 9086억 원으로 불어났다. KRX 금 거래소 일일 거래대금도 6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어섰다. 금 사재기 열풍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에서 금 가격이 급등하자, 투자자들은 영국 런던 시장으로 옮겨가 금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조폐공사가 수급 여건 악화로 이날부터 금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조폐공사로부터 금을 공급받아 온 일부 국내 은행도 온라인 및 창구 판매를 당분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돌반지 한돈 60만원… “금 사겠다” 급증에 조폐公 판매 일시중단[천정부지 금값]통상전쟁에 안전자산 金 최고가… “웃돈 줘도 못사, 말 그대로 금값”1g당 15만9410원… 1년새 84% 급증현물 ETF 수익률 올들어 26% 올라金 관세 부과 우려에 美선 ‘사재기’… 각국 중앙은행, 3년째 1000t씩 매입“금값이 말 그대로 금값입니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파는 사람은 없어요. 웃돈 주고도 원하는 물량 구하기 어렵습니다.”서울 종로에서 귀금속 도매상을 하는 박모 씨(48)는 최근 금 시장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완벽한 ‘판매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골드바를 사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오지만 물량이 없다”며 “금을 가진 사람들은 더 오를 거란 기대감에 팔지 않고, 구매자만 몰리다 보니 금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금 가격이 오르면서 돌잔치 선물도 바뀌고 있다. 돌 반지 한 돈(3.75g) 가격이 60만 원까지 치솟자 1g짜리 반지까지 등장했다. 최근 돌 잔치를 한 이모 씨(42)는 “돌 선물로 반지보다는 현금이나 장난감 선물이 많았다”며 “금값이 오르면서 한 돈짜리 돌 반지를 받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韓 금 가격, 1년 만에 83% 이상 올라1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금 1kg 현물의 g당 가격은 전일 대비 4.33% 오른 15만94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고가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83.91%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국제 금 시세 상승 폭보다 두 배가량 큰 것으로, 이는 국내 금 수급 문제와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까지 겹친 영향이 크다.금값이 상승하면서 금 관련 투자 상품의 수익률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국내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인 ‘ACE KRX 금현물’ ETF는 올 들어 25.56% 올랐다. 금 선물과 연동한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골드선물(H)’ 등도 올 들어 각각 11.09%, 10.63% 상승했다.골드바 등 금 현물 투자에 몰리면서 금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한국조폐공사에서는 물량 부족으로 이날부터 일시적으로 금 판매를 중단했다. 앞서 6일에는 한국금거래소 홈페이지에 이용자가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먹통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서민철 한국금거래소 이사는 “금 현물을 확보하기 어려워 고객들이 물건을 받기 위해 2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최근 주문이 2배 이상 급증하는 등 국내외에서 금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관세 위협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 등 안전 자산 쏠림 현상이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미국 현지에서는 귀금속에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에 ‘금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국 금 가격에 ‘프리미엄’까지 붙으면서 영국에서 금을 매입해 미국에서 파는 현상까지 발생했다.박진영 코리아피디에스 선임연구원은 “최근 JP모건은 약 40억 달러 규모의 금을 영국에서 매입한 뒤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 인도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1994년 이후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인도 물량”이라고 말했다.● “금값, 온스당 3000달러 돌파는 시간문제”전문가들은 당분간 금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금 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금 매집 국가인 중국은 최근 자국의 10대 보험사가 자산의 최대 1%까지 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연간 1000t 이상의 금을 매입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씨티 등 글로벌 IB들은 금 가격이 조만간 1온스(약 28.3g)당 3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이 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면서 “당분간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금값이 급등한 데 대한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올 경우 금 가격은 많이 오른 만큼 더 가파르게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금값이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은(銀)과 동(銅·구리) 가격도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2일 런던귀금속거래소(LBMA)에 따르면 은 현물 가격은 10일(현지 시간) 기준 온스당 32.265달러로 연초 이후 약 9.72% 상승했다. 은은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물가 상승을 상쇄(헤지)하는 용도로도 활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인해 구리 가격도 빠르게 치솟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 구리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2% 상승하며 t당 1만 달러를 돌파했다. 런던비철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에 비해 t당 800달러 이상 비싼 수준이다. 양국 거래소 간의 가격 차이는 줄곧 250∼500달러 사이를 유지해 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25%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가격 차가 커졌다. 상대적으로 구리 공급이 부족한 미국 시장의 선물 가격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발표하기 전에 재고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수요가 늘어난 데다 잠재적인 국내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비철 가격이 상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시니어를 위한 금융교육은 물론이고 금융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또한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령화와 더불어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미국, 일본처럼 고령자의 금융 피해를 막을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일찌감치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관련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미국 연방의회는 2018년 ‘경제 성장, 규제 완화 및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며 제303조에 고령자 대상 금융착취가 의심될 경우 금융기관 직원이 관계 당국에 적극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금융정보 공개가 이뤄지더라도 민사상·행정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은 2013년 일본증권업협회(JSDA)에서 “금융회사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에 대해 투자 권유를 할 때 보다 신중한 대응을 통해 적절한 투자 권유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고령소비자 판매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80세 이상 초고령자의 경우 투자 권유를 한 다음 날 거래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와 판매가 보다 더 신중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고령자의 금융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고령층의 금융피해 사전 예방과 사후 대처에 초점을 둔 개정안들도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22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금융소비자법(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금융소비자법과 노인복지법은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법 개정안은 고령 금융소비자와 금융피해의 정의를 명시하고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의 금융피해 의심 사안을 법 집행기관, 금융감독기관에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피해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것이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노인학대 관련 범죄에 사기·횡령·배임 등을 추가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제적 착취 등 노인학대 의심사례 발견, 피해 노인 보호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금융기관 등이 협력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이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금융에 눈을 뜨며 삶이 변화했다.” 영국의 금융교육 및 자문 단체 ‘머니 A+E’의 프레데릭 림바야 금융교육 책임자 겸 비상임 이사는 10여 년 전 우연히 머니 A+E의 금융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아예 이곳을 일터로 삼게 됐다. 그는 금융교육 덕분에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예산을 세우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을 이해하면서 빚이 줄고 저축이 늘었다. 또 재정이 안정되면서 스트레스가 줄었고, 자연스레 투자를 통해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게 됐다. 지난해 만난 림바야 이사는 “재정적인 어려움은 한 사람의 웰빙(well-being)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털어놨다.● 英-日 “금융교육이 국가 경제 살린다” 주요 선진국은 개인의 재정 안정이 더 나아가 경제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금융 웰빙’을 위한 교육에 한창이다. 영국의 경우 아예 노동연금부(DWP) 산하 공공기관 자금연금청(MaPS·Money and Pensions Service)에서 2020년 금융교육 장기 로드맵 성격의 ‘금융 웰빙을 위한 영국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200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의미 있는 금융교육 제공 △부채 문제 상담자 200만 명 증가 △노후 계획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행하는 사람 500만 명 증가 등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금융교육이나 상담만으로 재정 상태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 런던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캐시(가명·54) 씨는 건강 문제로 대학을 그만둔 딸과 함께 사는 데다 보조금 성격의 개인자립수당(PIP)을 신청했다가 거부돼 재정적, 심리적 부담이 커진 상태였다. 머니 A+E는 상담을 통해 그에게 통신비를 줄이고 지방세(council tax)를 10개월에서 12개월로 분할 납부할 것을 제안했다. 캐시 씨는 “통신 요금제 변경과 지방세 납부 기간 조정으로 각각 월 15파운드(약 2만7000원), 20파운드(약 3만6000원)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예산을 영양제와 치료 비용에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을 표했다. 일본은 지난해 4월 정부와 일본은행, 은행협회, 증권업협회 등 민관이 함께 출자해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J-FLEC)’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8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금융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산발적인 운영으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통합 추진체를 갖춘 것이다. J-FLEC는 연 1만 회 강사 파견으로 75만 명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령별 교육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까지 200회의 고령자 대상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러한 금융교육이 투자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것이 J-FLEC의 설명이다. 이와부치 히토시 J-FLEC 경영전략부 경영기획과장은 “예금, 저축에 쏠려 있는 자금을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융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한 ‘연금 강국’ 호주도 가입자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대부분의 연금 펀드에서 교육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웹사이트 ‘머니스마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금융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노인단체연방협의체(BAGSO)를 중심으로 노인의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활발한 금융교육 등의 성과로 선진국 영올드는 금융에 밝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70대 로버트 키예단 씨는 지금도 투자 자산의 일부는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는 “10%는 예금 형태로 관리하고, 나머지는 주식시장, 뮤추얼 펀드, 채권 등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상 완충장치를 설정한다”고 전했다.● 부족한 금융교육, 고령층 금융범죄로 이어져 반면 한국의 고령층은 낮은 금융이해력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60대와 7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각각 64.4점, 61.1점으로, 성인 전체 금융이해력(66.5점)을 밑돌았다. 금융범죄에도 노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60대 이상(36.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위험 금융상품 손실에도 취약하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당시에도 60대 이상이 개인투자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 개인투자자 5명 중 1명 역시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였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금융교육은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7월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서울 및 수도권, 6대 광역시 등에 거주하는 18∼6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3년 내 금융교육을 받은 경우는 16.2%에 불과했다. ‘향후 금융교육을 받고 싶다’는 응답자는 86.3%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금융 소외를 막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직장인 시기부터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애주기별 의사결정과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설정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직장인 대상 금융교육을 의무화하고 금융교육을 전담하는 공적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인 관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손주뻘 되는 대학생들이 혼자 사는 고령자의 ‘짝꿍’이 되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주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심리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못토 메이트’ 서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좋은 파트너’라는 의미의 해당 서비스는 ‘시니어 세대의 웰빙을 실현하는 손주 세대 짝꿍’이라는 콘셉트로 2020년부터 일본에서 운영돼왔다. 이를 운영하는 회사 ‘에이지웰저팬’은 “금전적인 여유와는 별개로 외로워하는 고령자들이 많다”며 “시니어 세대의 고독감과 고립감을 해소하고 자립심과 존엄심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서비스의 회원이 되면 짝꿍이 된 대학생이 정기적으로 집으로 찾아와 스마트폰이나 가전 사용법 등을 가르쳐준다. 고령자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외출 시 동반하기도 한다. ‘대학생 짝꿍’은 고령자를 방문할 때마다 고객 진료기록 카드를 휴대해 약 150개의 질문지 중 3, 4개 문항씩 답변을 함께 채워 나간다. 예컨대 고령자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묻고 그 학교를 구글 맵으로 검색해 유튜브로 교가를 찾아 보는 등 친숙한 것들로부터 디지털을 습득하는 방식이다. 정기적인 대화, 서로의 개별적 고민을 들어주면서 기존의 가사 대행이나 간병 서비스 사이의 공백지대를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비슷한 세대보단 차라리 한 세대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서로를 편하게 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한다.‘대학생 짝꿍’은 엄격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면접에서는 ‘누구를, 왜 존경하고 있는가’ 등 심층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와 소통해야 하는 만큼 상대방에게 감사하고 존경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이다. 합격 후엔 고령자와의 밀착형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도록 교육받는다. 특히 행동지침에 대한 연수, 상대방의 요구를 어떻게 발굴해 어떻게 요구에 응할 것인가에 대한 호스피탤리티 연수 등을 거치며 수준에 따라 시급도 달라진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6일 오후 찾은 부산 남구 동명대 정문 앞. 대학가답게 맥도널드, 스타벅스를 비롯해 각종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했다. 차량으로 5분만 이동하면 부산 최대 상권 중 하나인 경성대, 부경대 번화가에 닿을 수 있는 이곳에 이제 3년여 뒤면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이 청년과 호흡하며 경험을 공유하는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가 조성된다. 동명대에서 만난 강승한 캠퍼스혁신팀장은 “이 일대에 2027년까지 1000여 명이 거주하는 기숙사가 건립되고, 바로 옆에 UBRC가 조성될 것”이라며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은퇴자들로 북적일 것”이라고 했다.예전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면서 학력 수준도 높은 영올드가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서도 UBRC의 도입이 본격화됐다. 노년기를 제2의 자아실현 기회로 여기는 영올드들로서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평생 교육 기회도 누릴 수 있는 UBRC가 매력적인 주거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도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 ● 동명대, 국내 첫 UBRC 조성 채비 10일 동명대에 따르면 대학은 현재 UBRC의 건축, 운영을 위한 기초 계획을 수립 중이다. 전호환 총장은 “공사가 끝나고 거주 시설이 완공되면 UBRC의 운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UBRC란 대학 캠퍼스 안에 지어지는 은퇴자 주거 단지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에 생긴 ‘메도우드 은퇴자 커뮤니티’가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교육 수준이 높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은퇴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UBRC의 인기는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거주자는 강의실, 피트니스센터 등 대학 시설을 이용하는 동시에 다양한 강좌를 수강하고, 대학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동명대는 국내에서 UBRC에 도전하는 첫 대학이다. 반려동물학과, 언어청각재활학과, 간호학과 등 은퇴자의 관심도가 높은 전공을 운영 중인 만큼 ‘인생 2막’을 꿈꾸는 이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사업자에 주거단지를 빌려 주는 방식으로 연간 200억 원 정도의 임대료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저출산 장기화로 인해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하기 힘든 상황에서 UBRC를 통해 ‘수익 다각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 팀장은 “(UBRC가 구축되면) 자연스레 시니어 맞춤형 미용 및 건강 관리를 위한 회사들이 생겨나 이 일대가 부산의 ‘노인 복지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美, 2032년까지 UBRC 400개로 증가” 은퇴자 주거 단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미국에는 현재 이미 100개 이상의 UBRC가 조성돼 있다. 미국은퇴자협회는 영올드의 부상에 힘입어 2032년까지 UBRC가 400여 개까지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UBRC가 대학뿐 아니라 호기심 넘치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영올드 은퇴자에게도 유익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의 시니어 타운과 달리 UBRC는 대학이라는 공간을 통해 거주자 교육, 입주민 간의 교감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며 “국내 지방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로 잉여 시설 문제가 큰데, UBRC를 활용해 이 같은 자원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UBRC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플로리다주립대의 ‘오크 해먹’과 스탠퍼드대의 ‘클래식 레지던스’가 꼽힌다. 지난해 100세를 맞이한 거주자 로니 톰프슨 씨는 3일 오크 해먹과의 인터뷰에서 “입주한 지 올해로 16년째가 됐으며 그동안 이곳에서 좋은 서비스와 인간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노인만 모여 있는 단지를 만들면 폐쇄적인 데다 고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젊은 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속해서 학습할 능력을 배양시켜 준다는 점에서 UBRC는 유의미한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선진국, 대학-시니어 교류 활발 지난해 11월 본보가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본관의 강의실들은 흰머리이거나 머리숱이 적은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세 곳의 강의실에서 문학, 인도 경제, 천문학 수업 등을 듣는 고령층 수강생만 100명에 육박했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의 대학들도 고령화에 발맞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길 희망하는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도서관을 개방하거나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주요 대학 5곳이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을 운영 중이다. 스페인도 고령층의 평생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주립 노인대학 프로그램 협회’를 별도로 꾸리고 있다. 지난해 말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만난 카롤리언 판 베르헌 HOVO 프로그램 디렉터는 “많은 고령자들이 3∼4일 정도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면서 각자의 흥미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찾아온다”며 “(고령자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UBRC란?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로, 고령자가 대학 캠퍼스 또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평생 교육, 건강관리, 사회참여 활동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한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지난해 ‘개인워크아웃(채무조정)’을 통해 9만 명이 넘는 이들이 1조7000억 원에 육박하는 원금을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개인워크아웃 제도가 도입된 이후 원금 감면을 받은 사람 수도, 금액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S(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9만3366명이 개인워크아웃 제도를 활용해 총 1조6713억 원어치의 원금을 감면받았다. 이는 1년 전보다 18.2% 늘어난 규모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후인 2020년과 비교하면 57.8% 증가했다. 개인워크아웃으로 빚을 탕감받은 이들의 숫자 자체도 2023년보다 7.6% 늘었다. 1인당 감면받은 금액은 평균 약 1790만 원이었다. 개인워크아웃이란 신용카드 대금, 대출금 등이 3개월 이상 장기 연체된 사람에게 채무상환을 지원하는 제도로 신청자를 대상으로 신복위가 선정한다. 신복위의 채무조정 대상자로 확정되면 원금, 이자 등의 감면을 받게 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데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해 물가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더욱 안 좋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20대 개인워크아웃 4년새 2배로… 사회 나오기도 전 ‘빚수렁’작년 개인워크아웃 1.7조 역대 최대취업난속 학자금-생활비 대출 늘어… 20대 감면액 증가율 全연령서 최고60대 이상 감면 총액도 90% 늘어… “취약계층 채무조정-재기 지원을”경기 시흥시에서 홀로 거주 중인 최모 씨(26)는 2년 전 서울 소재 대학 전자공학과에 뒤늦게 입학했다.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아르바이트만으로 학자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워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저기서 급전을 빌리며 가까스로 버티다 빚이 2000만 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결국 그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고, 대학 졸업 때까지 부채 상환을 잠정적으로 유예했다.최 씨는 “현실적으로 빚을 갚는 게 도무지 어려워 포털을 찾던 중 신복위의 개인워크아웃 제도를 알게 됐다”며 “더 나은 삶을 살아보자고 선택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상황을 더 힘들게 만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20·60대 원금 감면액 급증9일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에 따르면 개인워크아웃 원금 감면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에 1조592억 원을 기록한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왔다. 코로나19 국면을 대출로 연명해 왔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에서 빚을 갚기 힘든 ‘한계 상황’에 내몰린 이들이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에는 1조6713억 원으로 2002년 개인워크아웃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고금리·고물가 국면이 오랫동안 지속됐다”며 “대출로 버텨온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라고 설명했다.문제는 20대 이하, 60대 이상의 취약계층 중에서 개인워크아웃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대 이하가 감면받은 총액은 2020년 529억 원에서 지난해 1070억 원으로 4년 사이 약 102% 증가해 모든 연령층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 추이를 보였다. 60대 이상의 원금 감면 총액도 2020년 1372억 원에서 지난해 2602억 원으로 약 90% 늘어나며 20대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20대 이하의 이 같은 상황은 사회에 진출하기 전 단계부터 ‘빚의 수렁’에 빠진다는 점에서 문제다. 60대 이상은 노후 빈곤으로 이어질 단초가 될 수 있다.서범수 의원은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이들의 재기를 위한 신용회복 지원도 필요하지만, 이들이 애초부터 워크아웃에 이르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금융-통화당국도 취약계층 예의주시정부 당국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국면에서 취약계층의 부실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취약층, 청년층, 미취업자 등에 대한 맞춤형 채무조정 지원안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자와 개인워크아웃을 이행 중인 청년에 대한 감면 정책을 추가로 실시하며 ‘핀셋 관리’에 나섰다.한국은행도 지난해 12월 30일 발간한 ‘하반기(7∼12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신용점수가 낮고 소득이 적은 대출자들이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은은 “전체 자영업자 대출은 둔화됐지만 연체율이 상승세고 저소득·저신용 차주가 급증한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동시에,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채무조정과 재기 지원을 병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미국 증시는 인공지능(AI) 투자 백화점입니다. 현시점에 이익을 내면서 미래 전망까지 높은 기업이 널려 있습니다.”직장인 이모 씨(42)는 2023년부터 미국 증시에 올인했다. AI 칩 기업 엔비디아로 시작해 지금은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 방산 AI 팔란티어로 투자 범위를 넓혔다.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 속에 국내 투자자의 ‘국장 탈출’ 행렬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미국 등 해외 주식 거래 규모(매수·매도 합산)는 1564억1900만 주로 2023년(1124억3500만 주) 대비 39.1% 증가했다. 반면 국내 주식 거래 규모는 6352억5400만 주로 같은 기간 13%가량 쪼그라들었다. 2021년(1조2283억4200만 주)과 비교할 땐 반 토막이 났다.미 증시가 새로운 혁신 기업의 등장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에 코스피는 정부 주도의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도 지난해 9.6% 내리는 등 부진하자 투자자들이 대거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전문가들은 기업들의 혁신 격차가 증시의 경쟁력을 갈랐다고 평가한다. 본보가 한국경제인협회로부터 받은 2016∼2024년 한미 증시 시가총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엔비디아 등 미국 정보기술(IT) 10대 기업의 시총 합계가 5.6배로 불어나는 동안, 한국 IT 10대 기업은 33.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자들의 이탈이 이어질 경우 국내 증시는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밸류업 못믿어” 국장 탈출… 美 증시서 테슬라-팔란티어 샀다美 기업들 높은 성장성 기대감지난달 순매수액 6조원 육박“혁신 기업-비즈니스 모델 안보여”국내 주식거래 1년새 13% 급감“막둥이 출생 이후 한국과 미국 증시에 나눠서 10년간 투자했는데, 수익률이 한국 증시는 ―30%, 미국 증시는 140%였습니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만 투자했는데 수익률을 확인하고서는 미국 투자 비중을 확 늘렸습니다” 직장인 김모 씨(51)는 인공지능(AI) 관련 개별 주식을 비롯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상장지수펀드(ETF),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ETF 등에 투자 중이다. 김 씨는 “AI의 본토가 미국인 만큼, 미국 증시 투자는 당연하다”라며 “한국 증시에는 성장 사업이 안 보인다. 국내 증시에 투자할 생각이 당분간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2030세대는 물론이고 세금과 환율 때문에 미국 증시 투자를 꺼리던 중장년층의 ‘영 올드(Young Old)’ 고액 자산가들도 고수익을 좇아 미국 증시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 유명 자산관리전문가(PB)는 “고액자산가들도 비상계엄 이후 환율이 치솟자 미국 증시에 대한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 트럼프 효과에 지난달 美 증시 순매수액 40억 달러 넘겨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순매수액은 40억7841만 달러(약 5조9059억 원)에 달했다. 2021년 1월(45억3227만 달러)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순매수액이 40억 달러를 넘어섰다. 장기 부진에 빠진 국내 증시 대비 미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높은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기점으로 달러화 강세 기조까지 강화되면서 미국 증시에 베팅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더 늘어나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에 따른 미국 중심주의 강화와 대규모 감세로 미국 기업 실적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도 높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대규모 감세 등으로 미 증시가 크게 상승했다”며 “미국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 미 증시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 증시에서 양자컴퓨터 대장주로 꼽히는 아이온큐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액이 4일 기준 전체 시가총액의 30.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투자액도 236억2668만 달러(약 34조2326억 원)로 전체 1.87%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테슬라 지분(1.31%)보다 많은 수준이다. ● 韓 증시 활력 줄 ‘혁신스타’ 안 보인다 정부가 국내 증시 체질 개선을 위해 지난해 1월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김수현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일본 증시가 활황세에 접어든 건 10년 전부터 추진한 거래소 개혁, 중앙은행의 주식 매입, 저금리 정책 등 다양한 요인들의 합산물이지만 한국의 밸류업 정책에는 단기적 대책만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근본적인 원인은 혁신 기업 기근이 꼽힌다. 미국에서는 AI칩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연 넷플릭스, 기업의 고객관리 및 마케팅의 혁신을 가져온 세일즈포스 등 새로운 ‘신흥 강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전통(레거시) 기업들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혁신에 성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4년 사티아 나델라 취임 후 클라우드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아 체질 변화에 성공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브로드컴 역시 데이터 처리를 돕는 네트워킹 반도체 등에서 새 먹거리를 찾으며 주목받고 있다. 반면 우리 시총 상위 기업들은 수십 년째 삼성, SK, LG 등 대기업 계열사로, 새로운 혁신 기업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하지 않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장사들이 미국 나스닥 기업에 비해 혁신 의지가 약하다”며 “상장사들의 의지도 필요하지만 이들의 성장을 이끌기 위한 정부의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행보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증시가 사흘째 강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오전 11시 8분 현재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0.71% 오른 2,527.06에 거래되고 있다. 기관이 1158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장 초반 소폭 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도 207억 원 규모의 순매수로 태세를 전환했다. 반면 개인은 1656억 원 어치를 순매도하고 있다. 간밤 사이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종목이 호조를 보인 영향으로 삼성전자(0.76%)와 SK하이닉스(1.86%)가 사흘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로부터 고조된 무역 갈등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시장 심리에 온기가 불어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일 곳곳을 휘젓고 다녀온 트럼프가 어제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보니 주식시장도 숨을 돌렸다”며 “중국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여부를 놓고 조만간 시진핑이랑 전화 통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멕시코, 캐나다 사례 때처럼 실제 관세가 발효되는 10일 이전에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KB금융(―6.37%), 신한지주(―0.79%), 메리츠금융지주(―0.71%) 등 금융주는 약세다. KB금융이 전일 발표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가 시장의 기대 수준을 밑돌면서 금융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얼어붙었다. 이에 대해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KB금융이 밝힌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과 자사주 규모는 높아진 시장 기대치와 비교했을 때 다소 미흡한 수준”이라며 “CET1 상향 관리 노력의 절실함이 타행보다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2원 오른 1445.1원에 거래되고 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LG그룹 직원 최모 씨(42)는 LG CNS가 수요예측에서 대거 자금을 끌어모으며 공모가가 상단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일반 청약에 참여해 30주를 받았다. 하지만 LG CNS의 주가는 상장 직후 공모가 대비 5% 넘게 하락했다. 최 씨는 고민 끝에 오전 10시 무렵 공모주를 모두 처분했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에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거둬 이번에도 기대가 컸는데 손실만 남았다”며 “오후에 주가 하락 폭이 커진 걸 보고 일찍 판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연초 이후 공모주 수익률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시장의 기대가 컸던 LG CNS도 혹독한 증시 데뷔전을 치렀다. 올 들어 상장한 8개 기업의 첫날 평균 등락률이 ―10%를 하회하는 등 시장의 한파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에 상장한 LG CNS는 공모가(6만1900원) 대비 9.85% 낮은 5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555억 원, 29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1856억 원을 순매수하며 기관, 외국인이 매도한 물량을 받았다. 앞서 LG CNS는 지난달 9∼15일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114 대 1의 경쟁률을 거두며 공모가를 희망 범위(5만3700∼6만1900원) 상단인 6만1900원으로 정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이 일반 청약에서 21조1441억 원의 증거금을 넣으며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하지만 증시 입성 첫날 성적표는 부진했다. 한 투자자문사의 대표이사는 “LG CNS의 저조한 주가로 인해 ‘대기업 상장은 불패’라는 공식이 깨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LG CNS가 공모가를 높게 책정한 점과 불안한 시황을 부진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앞서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2059개) 중 ‘15일 이상 보유하겠다’는 조건으로 공모주를 받은 곳은 15.4%(318개)에 불과했다. 상장 당일 공모주를 팔 가능성을 남겨둔 기관들의 비중이 85%에 달했다는 의미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유력 투자자들이 냉소적 반응을 보인 게 대량 매도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이번 상장이 LG CNS에 5년 전 투자한 사모펀드의 자금 회수를 돕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도 있다. LG CNS는 상장과 함께 1조1994억 원의 실탄을 확보하게 됐는데, 이 중 절반인 약 6000억 원이 맥쿼리PE의 몫(구주매출)으로 돌아갔다.올해 들어 공모주 시장의 한파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LG CNS를 비롯해 올해 상장한 8개 기업의 첫날 평균 등락률은 ―14.32%에 불과하다. 의료 및 의료기기 업체 아스테라시스를 제외한 7개 공모주가 상장일에 공모가를 밑돌았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어급으로 꼽혔던 케이뱅크는 지난달 8일 상장 계획을 또 한 번 철회했다. 시장 침체 속에 서울보증보험, 씨케이솔루션, 오름테라퓨틱 등 상장이 절실한 기업들은 줄줄이 공모가를 낮춰 상장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황이 불안한 상황에서 종목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이전까지만 해도 공모가로 받아 첫날 시초가에 매도해도 수익을 거둘 수 있었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5%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는 한 달 연기됐지만 대(對)중국 추가 관세는 예정대로 발효됐고 향후 ‘관세 전쟁’이 어떻게 격화될지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조사국은 지난해 11월 28일 경제 전망에서 미국, 중국 등의 무역 갈등이 심화될 경우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포인트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중국에 10%,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25%의 관세를 추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1개월 유예한다고 밝혔지만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는 발효됐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본격화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한국을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의 아시아 국가와 함께 ‘관세 여파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한은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할 당시 올해 성장률을 1.6∼1.7%로 가정했다. 당초 1.9%로 전망했으나 정치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0.2∼0.3%포인트 낮췄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위험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은이 이달 25일 발표할 예정인 ‘수정 경제 전망’에서는 성장률 전망치가 1.5%를 밑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씨티는 1.5%에서 1.4%로, JP모건도 1.3%에서 1.2%로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낮췄으며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1%로 전망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13% 오른 2,481.69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의 급락세에서는 벗어났으나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 등으로 인해 상승세가 둔화됐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부과 여파로 전 세계 외환시장이 출렁였다. 미국 달러 가치가 치솟고 나머지 주요 국가의 통화 가치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4.5원 오른 1467.2원에서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13일(1470.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 중 한때 원-달러 환율은 1470원 선을 돌파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기도 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의 상황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유사하게 흘러가는 만큼,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단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기존 2월 전망에서 고점을 1460원으로 언급했으나 현재 1500원까지 상향 조정했다”고 진단했다. 한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들의 통화 가치도 크게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싱가포르 외환시장에서 미국달러 대비 캐나다달러는 장중 1.4% 가까이 떨어진 1.473캐나다달러로 2003년 이후 약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거래된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도 장중 한때 사상 최저 수준인 7.3462위안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중국 권역 안에서 거래되는 상하이 시장은 ‘춘제’(중국 설) 연휴로 이날 휴장했다. 달러화 강세를 부추긴 가장 큰 요인은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관세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관세 전쟁의 ‘확전’을 선언하자 전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뜻하는 ‘달러인덱스’는 전일보다 1.25% 오른 109.519를 기록했다. 각국이 서로 관세를 부과해 물가 상승 국면이 펼쳐지면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 증대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점도 전 세계 투자자들이 달러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배경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 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관세 대상으로 EU를 지목하며 미국의 동맹국도 예외가 되지 않고 있다”며 “4일까지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을 수 있으나 캐나다와 멕시코가 실제로 보복 의지를 표명한 이후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심화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화폐도 줄줄이 떨어졌다.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장중 1억5000만 원대 밑으로 떨어졌고, 해외 거래소에서도 10만 달러 선이 붕괴됐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주택 가격이 0.4%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국내외 경제, 금융 여건을 빠르고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는 ‘거시경제 분석 및 전망 모형’을 완성했다고 3일 밝혔다. 한은은 경제 전망과 실제 통화 정책 간의 연계성을 키우기 위해 2023년 하반기(7∼12월)부터 새 모형 개발에 착수했다. 이 모형에는 150여 개 변수와 200여 개 방정식이 포함돼 있다. 모형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최대 0.4%,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대 0.05%포인트 낮아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최대 0.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 부담이 커진 대출자들이 빚 상환에 나서면서, 가계부채 총액이 약 5조1000억 원 줄어들 것이란 추정이다. 다만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이면 비용 증가, 소비 및 투자 위축 등도 이어져 ‘GDP 갭’(실질 GDP와 잠재 GDP의 격차)이 최대 0.07%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질 GDP가 잠재 GDP를 장기간 밑도는 것은 국가가 생산 설비, 노동력 등의 생산 요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한국의 GDP 갭은 2020년(―2.5%)부터 2021년(―0.6%), 2022년(―0.3%), 2023년(―1.0%) 등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 왔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얼마냐와 상관없이 통상적인 금리 변동에 따른 효과를 추산한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반대로 0.25%포인트 하락하면 반대 방향으로 비슷한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개인투자자 이모 씨(41)는 5년 넘게 보유해 온 고려아연 주식 300여 주를 지난해 11월 모두 처분했다. 고려아연이 2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공개매수 때문에 발생한 차입금을 갚겠다고 밝힌 것에 따른 선택이었다. 이 씨는 “내가 갖고 있는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것도 속상한데, 증자 대금이 신규 투자가 아닌 경영권 분쟁에 따른 차입금의 상환에 투입된다는 점을 납득하기 힘들었다”고 성토했다. 당시 고려아연이 추진했던 대규모 유상증자는 결국 금융감독원의 제동으로 인해 무산됐다. 기업이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는 ‘유상증자(유증)’가 최근 2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위해서가 아닌 부채 상환, 본업과 무관한 회사 인수 등을 위한 유증이 잇따르면서 주주들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2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총 324개 기업이 실시한 유증은 495건이었다. 건수를 기준으로 봤을 때 2023년(347건) 대비 42.6%, 2022년(283건)에 비해서는 74.9% 늘어났다. 유증은 새로운 주식(신주)을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 중 하나다. 투자은행(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저조한데 고금리 장기화로 대출 및 회사채 이자 부담까지 커진 상황”이라며 “이렇다 보니 유증을 통해 운영 자금을 마련하는 기업이 늘어났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단기적으로 유증은 기존 주주에게 악재로 여겨지는 편이다. 신주가 발행되면 회사의 총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줄어든다. 기업이 조달 자금을 시설 확충, 인수합병 등에 활용해 경쟁력이라도 높이면 다행인데, 문제는 최근 들어 주주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수용하기 힘든 유증 추진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유증 목적의 신고서를 제출한 금양, 고려아연, 이수페타시스 등 8곳에 “정정해서 다시 내라”고 요구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 직후 유증을 추진해 논란이 됐다. 반도체 기판 업체 이수페타시스는 2차 전지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유증을 시도했으나, 여의도 증권가로부터 본업과의 시너지 창출 계획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두 회사 주가는 유증 계획을 밝힌 직후 모두 하한가(―29.94%)를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잇달아 반려하면서 고려아연의 유증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수페타시스는 경영권 인수 계약을 해지하고 유증 규모를 크게 줄였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유증이 지난 한 해 동안 너무 많았다”며 “유증이 필요한 이유를 주주와 투자자에게 납득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사회가 기업 대주주의 의사결정을 견제하지 못하다 보니 이처럼 기존 주주들에게 피해가 가는 무분별한 증자가 빈번하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기업의 유상증자도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가능한 사안인데, 이사회가 (대주주를) 전혀 견제하지 못하다 보니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이사회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동시에, 이사회에 대한 책임 부과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주장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영올드’의 부상에 발맞춰 국내 금융시장도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9일 국민 노후 대비를 위해 ‘노후지원 보험 5종 세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령층의 노후 자금 마련을 돕는 차원에서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 요양시설 입주권 등으로 유동화(현금화)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료 납입을 마치고 유동화 여력이 되는 종신보험 계약 건수는 360만 건 정도”라며 “고령층은 금융자산이 적고 부동산과 종신보험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험도 주택연금처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마련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정책이 도입되면 종신보험의 보험료 납입이 완료됐으며,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한 경우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미리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이 3억 원이고 50%를 연금으로 받기로 할 경우 1억5000만 원을 연금으로 다달이 수령하고, 나머지 1억5000만 원은 사망 시 유족이 받는 식이다. 정부는 또 세제 혜택이 풍부해 ‘만능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및 연금 계좌에 ‘의료 저축 계좌’의 기능도 부여한다. ISA의 경우 의료비 목적으로 돈을 인출할 때 납입한도를 복원해주기로 했다. 사망보험금을 유가족들을 위해 미리 맞춤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험금 청구권 신탁’도 지난해 11월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판매된 신탁 상품은 부동산, 퇴직연금, 펀드 등이 대상으로 보험성 자산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법령 개정을 거쳐 보험금을 신탁 재산에 추가하면서 금융사가 고객을 대신해 사망보험금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사망보험금 3000만 원 이상이면 보험금 청구권 신탁에 가입해 사망보험금의 지급방식, 금액, 시기 등의 세부사항을 계획해 놓을 수 있다. 정모 씨(41)는 3년 전 이혼한 뒤 올해 여덟 살 된 외동딸을 키우고 있다. 정 씨는 최근 은행 상담을 거쳐 3억 원의 ‘보험금 청구권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딸의 대학 입학 후 졸업까지 매년 2000만 원씩 학자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돈은 딸의 졸업 이후 한꺼번에 지급하는 조건이다. 정 씨는 “아이가 미성년자일 때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딸이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이라 안심”이라고 전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귀여운 애완동물도 천수(타고난 수명)를 누리게 해드립니다.’ 지난해 말 방문한 아시아 최대 신탁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도쿄 본사에서 받아든 ‘오히토리사마신탁’(1인 가구 신탁) 금융상품 안내서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일본 최초로 신탁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다양한 고령층 대상 금융 서비스에 더해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상품까지 내놓았다. 금융회사가 노인이 숨질 경우 부고를 주변인들에게 알리고, 유품 정리, 장례까지 책임져 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PC, 노트북을 수거해 데이터를 삭제해 주고, 반려동물을 정해진 사람에게 인도해 주는 일까지 도맡는다. 다니구치 요시미쓰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특별이사는 “각각의 서비스를 개별 업체에 맡기려면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제대로 이행됐는지 등을 담보할 수 없다. 은행의 ‘신뢰도’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고 역할을 맡기는 것”이라며 “해당 상품은 고객 수요가 많아 꾸준히 가입 건수가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급부상하면서 고령자들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산업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대거 등장하고, 일상생활에서부터 건강관리 등을 지원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로봇과 같은 최첨단 기술, ‘에이징 테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은행들, 앞다퉈 신탁 비즈니스로… ‘에이징 테크’도 급부상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아오조라은행 등 일본 금융회사들은 고령화에 따른 고객의 요구에 맞춰 유언 신탁과 유산 정리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유언서 작성과 보관, 유언 집행까지 은행이 도맡아 해주고 유산 분할 협의서 작성, 상속 재산의 인도까지 아우른다. 평생 일군 재산을 ‘내 뜻대로’ 정확하게 상속되길 원하는 똑똑한 영올드가 늘어남에 따라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급증세다. 한국 금융회사들도 최근 신탁 비즈니스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치매가 발생하면 운용 자금을 병원, 간병, 생활비 등으로 지원해 주는 치매 신탁(후견 지원 신탁), 사망 시 장례비를 준비해 두는 상조 신탁, 손주 등의 대학 입학이나 결혼 등 행사 발생 시 일정 금액을 상속하거나 증여해 주는 이벤트형 신탁 등이 대표적이다. 신탁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하나금융그룹은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과 업무 제휴를 맺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 등 최신 기술에 상대적으로 친숙한 영올드를 겨냥한 각종 테크놀로지, 일명 ‘에이징 테크’도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카사나’는 건강 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스마트 변기 커버를 개발했다. 변기 커버에 센서를 달아 심박수, 혈중 산소 수치, 심박수 변화도, 화장실 사용 빈도 등을 측정해 클라우드에 자료화한다. 이를 기반으로 고령자와 케어 담당자가 실시간으로 만성질환 관리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도와준다. 미국 ‘마이티헬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나이와 건강 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운동과 영양 계획을 제안해 주고 나섰다. 수면의 질 개선, 스트레스 지수 저하, 폐경 관리 등에 대한 전문 강좌도 제공한다.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 손보저팬보험이 만든 요양 사업자 ‘손보케어’는 2019년 ‘퓨처 케어 랩 인 저팬’을 설립하면서 요양 기술을 개발해 왔다. 대표적인 게 돌봄용 입욕 장치. 휠체어에 탄 채로 오르고 내릴 필요 없이 씻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로 2021년 9월 개발해 200여 대를 보급했다. 손보저팬보험 관계자는 “낙상 위험 등을 사전에 감지해 주는 수면 측정기도 1만9000여 대를 도입하는 등 요양 산업에 혁신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리빙’ 시장도 확대 고령 친화적인 주거공간과 돌봄 서비스 등을 결합한 시니어 리빙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시니어 리빙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실버산업 규모는 2020년 72조 원에서 2030년 168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운동 시설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갖춘 호주의 ‘BUPA(부파)’ 은퇴자 마을에서 만난 린 씨(78)는 “집을 팔아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이경자 팀장은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5060세대가 곧 고령층에 진입함에 따라 시니어 하우징 수요층이 세분화되며 확장될 것”이라며 “향후 10년이 성장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며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한국과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13개 지역에서 629종의 ETF를 운용 중이다. 운용 규모도 총 203조 원으로 2023년 말(141조 원) 대비 약 62조 원 증가했다. 미래에셋은 ETF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2011년 국내 최초로 홍콩증권거래소에 ETF를 상장하며 해당 시장에 진출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글로벌전략가(GSO) 겸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글로벌 ETF 운용사로 성장시키기 위해 해외 법인을 확장하는 동시에 2011년 캐나다 ‘Horizons ETFs’(현 Global X Canada), 2018년 미국 ‘Global X’, 2022년 호주 ‘ETF Securities(현 Global X Australia)’ 등 현지 운용사를 인수했다. 그 결과 미래에셋은 전 세계 12위권 ETF 운용사로 성장했다. 이미 운용자산 규모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전체 ETF 시장(174조 원)을 뛰어넘은 상황이다. 특히 Global X의 운용자산 규모는 지난해 500억 달러(약 71조6900억 원)를 돌파했다. 2008년 설립된 Global X는 미국 현지 투자자들에게 ‘혁신적인 ETF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인공지능과 인프라 개발 등 혁신 선도 기업에 투자하는 테마형 상품과 커버드콜 전략으로 대표되는 인컴형 상품 등을 내놓았다. 이 밖에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도 2018년 첫 ETF를 선보인 이후 약 5년 만에 순자산총액 1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상품 라인업을 26개까지 확대하는 등 신흥국 시장에서도 발 빠르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활약으로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을 세계적인 수준의 투자은행(IB)으로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국제경영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국제경영학회’는 지난해 미래에셋그룹 창업주 박 회장을 ‘올해의 국제 최고경영자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국 기업인이 이 상을 수상한 건 역대 두 번째로 1995년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의 수상 이후 28년 만이다. 국내에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ETF’ 브랜드를 통해 굳건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개인의 TIGER ETF 누적 순매수 규모는 총 7조8594억 원이었다. 이는 국내 ETF 전체 개인 누적 순매수 규모(19조7600억 원)의 40%에 해당한다.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개인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TIGER ETF는 2024년 12월 기준 개인투자자 보유 금액에서도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전체 금액이 50조9079억 원이었는데 이 중 TIGER ETF는 23조7238억 원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특히 2024년 해외주식형 ETF 시장이 크게 성장한 가운데 TIGER ETF는 ‘미국 투자의 대명사’로서 시장 발전을 이끌었다. 2010년 국내 최초 미국 대표 지수 투자 ETF를 출시한 TIGER ETF는 해외 투자 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해 왔다. 대표 상품인 ‘TIGER 미국S&P500 ETF’의 지난해 개인 누적 순매수 규모는 1조8933억 원으로 국내 상장된 전체 ETF 중 1위를 차지했다. 개인들의 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해당 ETF는 국내 최대 주식형 ETF이자 아시아 최대 S&P500 ETF로 성장했다. 미래에셋은 최근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2023년 호주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인 ‘스톡스팟’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에 AI 전문 회사인 ‘웰스스폿’을 설립했다. 웰스스폿은 각 해외 법인의 AI 금융 전략을 조율하며 혁신적인 상품 제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Global X에서 웰스스폿의 AI 모델을 활용한 ETF를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금융회사로서 마인드와 문화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ETF 산업에서 Global X가 혁신적 리더로 역할을 하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파괴적 혁신을 통해 고객들에게 양질의 상품들을 선제적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제 무대인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미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계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WEF 화상 연설에서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라. 그러면 우리는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낮은 세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여러분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면 다양한 금액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경우에만 15%로 낮추겠다고도 했다. ‘고율 관세’와 함께 ‘낮은 법인세’로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유인책을 내놓은 것.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유럽연합(EU)과의 교역에서 수천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에 대해 뭔가를 할 것”이라며 EU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경고했다. 이와 함께 EU의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빅테크에 대한 과징금을 언급하며 “이들은 미국 기업이고, EU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보기에는 일종의 세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를 내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유가를 끌어내려야 한다. 그러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도 했다. 또한 “유가가 떨어지면 난 금리를 즉시 내리라고 요구하겠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유가 인하 발언에 시장은 호응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0.82달러(1.09%) 하락한 배럴당 74.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 뉴욕 증시에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전장 대비 32.34포인트(0.53%) 오른 6,118.71에 마감했다. 2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85% 상승한 2,536.80, 코스닥은 0.65% 오른 728.74로 각각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0원 내린 1431.3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마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WEF 연설에서 러시아, 중국과의 핵 군축 협상에 대해 “우리는 비핵화를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데, 나는 그것이 매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전략 핵무기 규모를 서로 제한하는 ‘핵 군축’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