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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국내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지만 방역당국은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0.1% 이하로 0.01∼0.05%인 계절독감 치명률과 유사해 계절독감처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절독감과 비교하는 것은 원인 바이러스가 다르기 때문에 맞지 않다는 게 전문가 대다수의 의견이다. 2009년 유행하던 신종 플루와 비교해도 오미크론 변이의 피해 규모가 훨씬 크다는 설명이다. 결정적으로 계절독감의 치명률이 정확하지 않다. 코로나19는 발생 초기부터 2년 넘게 하루 신규 확진자 수와 중환자, 사망자 수를 집계하지만 독감은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은 병의원 200곳을 지정해 독감 환자를 신고하도록 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정확한 확진자 수를 모르니 정확한 치명률도 알 수가 없다. 학계에서는 매년 인구의 5∼10%가 독감에 걸리고 이 중 2000∼3000명이 사망해 치명률을 대략 0.01∼0.05%로 추정한다. 방역당국이 밝힌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약 0.1%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피해 규모는 크게 차이 난다.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강해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사망자 수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17일부터 23일까지 최근 일주일간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은 2380명이었다. 독감으로 매년 숨지는 사람 수와 맞먹는 수치다. 김봉영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치명률은 100명 중 몇 명이 사망하느냐를 따지는 수치이기 때문에 치명률이 비슷하더라도 확진자 규모 자체가 크면 사망자는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독감 환자라도 증상이 가벼운 사람은 병원에 가지 않으니 독감의 치명률은 실제보다 높게 집계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은 훨씬 더 낮게 평가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독감의 치명률은 과대평가, 코로나19 치명률은 과소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계절독감의 원인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대유행했을 때와 비교해도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피해 규모가 월등히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9년 국내 신종 플루 대유행 기간 동안 발생한 확진자 수가 최근 1∼2일간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09년 신종 플루 대유행 때 국내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확진된 신종 플루 환자는 75만9678명이었고 그중 약 270명이 숨져 치명률이 0.035%로 낮은 편이었다”며 “대유행이었음에도 지금처럼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화장장이 포화 상태일 만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절독감의 원인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감염재생산지수는 1.3∼1.4 정도에 그친 반면 오미크론 변이는 10∼14 정도로 홍역(12∼18)과 비슷하다”며 “치명률도 낮지 않은 데다 전파력이 강한 탓에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뒤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코로나와 독감의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의 정확하지 않은 단순비교 결과를 방역정책의 근거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태양광발전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로 사막이나 산지, 해상, 건물 지붕이나 외벽 등 햇빛이 강한 곳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한다. 그런데 태양광 패널이 모래 입자나 미세먼지, 새똥 등에 오염되면 발전 효율이 최대 30%까지 떨어질 수 있다. 주기적으로 패널 청소를 할 수 있지만 유지비용이 드는 단점이 있다. 과학자들은 태양광 발전 효율을 떨어뜨리는 태양광 패널 오염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내놓고 있다. 크리파 바라나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정전기 반발력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물청소를 하지 않아도 태양광 패널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기술을 11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태양광 패널 위에 미세전류가 흐르는 투명 층을 덧대 전기장을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기장이 생기면 태양광 패널을 오염시키는 먼지나 다양한 물질 입자에 전하가 생긴다. 이때 발생한 전하는 자석이 같은 극끼리 밀어내는 것처럼 태양광 패널과 먼지 사이에 서로 밀어내는 힘을 만들어내고 이 힘으로 오염 입자가 저절로 떨어져 나가는 방식이다. 연구팀이 실제로 태양광 패널 오염으로 발전 효율이 떨어진 태양광 패널에 이 방식을 적용한 결과 발전 효율을 95%까지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다양한 크기의 먼지 입자를 이용한 실험 결과에서는 습도가 30% 이상일 경우 거의 모든 오염 입자가 저절로 떨어졌다. 연구팀은 “아무리 건조한 사막이라고 해도 이른 아침에는 습도가 적당히 높아져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간단한 전극과 모터 장치를 설치해 태양광 패널 표면에 전기장을 만드는 것만으로 연간 379억 L의 물과 이 물을 사막까지 끌어오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현의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장비연구부장 연구팀은 나노입자를 활용해 스스로 표면을 세정할 수 있는 자가 세정 유리를 개발해 태양광 패널에 적용하는 방식의 대안을 내놨다. 연구팀이 개발한 자가 세정 유리는 연잎 표면의 나노 구조가 동그란 물방울을 맺히게 하고 떨어뜨려 물에 젖지 않는 것처럼 유리 표면의 미세한 나노 입자로 인해 먼지가 들러붙지 않고 떨어지는 원리다. 이 연구팀은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태양광 패널의 먼지를 없애는 방법을 고심하던 중 삼겹살을 굽는 돌판을 보고 실리카 나노입자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별도의 전기 소모 없이도 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금속 나노 입자를 실리카로 싸 태양광 패널 전면에 코팅했다. 이 태양광 패널을 건물 외벽에 설치해 1년간 평가한 결과 기존 태양광발전 효율의 80% 이상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밖에 겨울철 눈이나 얼음이 태양광 패널에 들러붙는 것을 막기 위해 나노 구멍에 기름을 넣거나 나노 구조 위에 고체 기름을 바르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임 부장은 “아직은 태양광 발전 규모가 크지 않은 탓에 태양광 패널 오염 해결 기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태양광 발전이 늘어나면서 이 문제가 반드시 제기될 것”이라며 “해외에 앞서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정부의 지원과 규제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동욱 이현욱 곽상규 교수 연구팀은 홍합의 수중 접착력을 모방한 해수전지용 바인더 물질을 개발해 전지 전극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고 13일 밝혔다. 홍합이 바위 등에 들러붙을 때 내뿜는 주성분은 접착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이 성분을 모방해 물속에서도 접착력이 뛰어난 해수전지의 양극 바인더를 이번에 개발했다. 해수전지는 일반 배터리와 달리 유기용매가 아닌 바닷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다. 해수전지의 양극은 탄소섬유가 엮인 집전체와 그 표면에 발라진 촉매로 이뤄져 있다. 바인더는 이 촉매와 집전체를 단단히 붙이는 물질로, 기존의 플로라이드 계열 바인더는 물속에서 접착력이 크게 떨어졌다.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바인더를 쓴 해수전지를 기존의 해수전지와 비교한 실험 결과, 과전압이 최대 60% 줄었으며 충전·방전 시 과전압 차이로 알 수 있는 전극 성능도 4배나 향상됐다. 전자현미경 관찰 결과 집전체가 부식되는 현상도 크게 줄었다. 또 바인더 내부에서 촉매 입자가 검출됐는데, 이는 바인더가 촉매 탈착을 막는 보호 효과까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 연구 결과는 7일 국제학술지 ‘재료화학 저널 A’에 실렸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국내 연구진이 간단히 입안을 헹구는 가글 방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신속항원검사에 접목하면 빠른 시간 내에 다수를 검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콧속 깊이 면봉을 찔러 넣지 않아도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권요셉 바이오화학분석팀 책임연구원 팀이 KBSI의 연구소기업인 바이오쓰리에스, 김달식 전북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팀과 공동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가글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현재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려면 콧속 깊이 면봉을 집어넣어야 한다. 고통스럽고 불쾌한 데다 비의료인이 할 경우 의료인보다 정확도가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코로나19 급증 상황에서 의료 인력 부족을 유발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작두콩의 특정 성분이 피부 표면에 강하게 붙어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등을 잘 떼어낸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점을 이용해 입안의 바이러스를 고농도로 채취하는 가글을 개발하고 관련 상품 ‘빈 가드 가글’을 출시해 시판에 들어갔다. 연구팀은 빈 가드 가글을 신속항원검사에 접목하면 쉽게 검체를 채취해 높은 정확도로 확진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이 임상시험한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된 지 6일 이내 감염자의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가 97.8%에 달했다. 연구팀은 “PCR 검사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10일 국제 학술지 ‘미생물스펙트럼’ 온라인판에 실렸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판구조 운동을 해서 ‘뜨거운 행성’으로 불리던 지구가 수성이나 금성처럼 차가운 행성으로 변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공대와 미국 카네기과학연구소 연구팀은 핵에서 맨틀로 빠져나가는 열이 예상보다 많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지구행성과학회보’에 15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다이아몬드와 레이저로 지구 내부의 맨틀과 핵의 경계면에 유사한 2200도의 고온과 80GPa(기가파스칼)의 고압 환경을 조성하고 여기에 맨틀 속 광물과 유사한 인공 광물을 넣어 열전도율을 측정했다. 실제 이 경계면에서 광물을 직접 채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유사한 성분으로 합성한 브리지마나이트를 넣었다. 그 결과 브리지마나이트의 복사열 전도율은 약 15.2W/mK로 그간 추정하던 8.4∼11W/mK보다 1.5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 광물의 복사열 전도율이 크다는 것은 열이 많이 전달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맨틀을 통해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는 열이 많아져 지구가 빠르게 식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계에서 추정하던 맨틀의 방사성 동위원소 함량, 핵의 초기 온도까지 재정립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가 크다. 이창열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구의 핵은 45억 년 전 지구가 처음 생성될 때부터 맨틀에 열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며 “생성 초기 핵의 온도가 추정치보다 훨씬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구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고 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학계에서는 지구가 수성이나 금성만큼 식는 데 최소 수십억 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15일 오후 1시 10분(한국 시간) 남태평양 통가 인근 해저에서 역대급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 통가 화산이 분출할 당시 폭발음은 미국 알래스카까지 전달됐다. 화산재와 화산가스가 만든 구름 기둥은 19.2km에 달했다. 유엔의 위성사진 분석기구인 유엔활동위성프로그램(UNOSAT)에서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면적(약 285만 m²)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번 화산 폭발의 위력을 TNT 폭약 기준으로 약 1만 kt이라고 분석했다. 히로시마 원폭(15∼16kt)의 600배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남다른 규모만큼이나 기존의 해저화산 폭발과는 다른 이례적인 특성이 많아 연구할 만한 가치가 크다고 보고 있다. ○폭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파괴력 엄청나 이번 화산 폭발은 화산분출지수(VEI) 4∼5 또는 5∼6으로 사상 최대 규모까지는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VEI가 6 이상이면 대기권까지 화산재와 가스를 뿜어내 일시적으로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1991년에 폭발한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의 VEI는 6으로, 당시 이산화황 가스를 2000만 t이나 뿜어내 전 세계 평균 기온을 3년간 0.5도 떨어뜨렸다. VEI 6이었던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은 원래 섬의 3분의 2를 없앴고, 전 세계 평균 기온을 5년간 1.2도나 떨어뜨렸다. 이에 비해 통가 화산은 분출 시간이 10분 내외로 짧았고 이산화황 분출량도 약 40만 t 정도로 기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가 화산은 마그마에 가스 함유량이 많고 해저화산 꼭대기가 해수면과 가까워 폭발 규모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승섭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화산 분출의 양상을 결정하는 것은 마그마 속성”이라며 “마그마 구성 성분은 물론이고 가스를 얼마나 함유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해저화산이 왜 분출했는지 정확한 원인과 과정을 알려면 추후 현지 조사가 필요하다.○기압변화 공명 현상이 만들어낸 해일 화산 폭발 지점으로부터 약 7900km 떨어진 일본은 폭발 당일 저녁에는 지진해일(쓰나미) 가능성이 없다고 발표했다가 16일 0시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이미 15일 오후 10시 52분 오가사와라제도 지치지마에 쓰나미가 관측된 뒤였다. 일본 기상청은 쓰나미 높이를 최고 3m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아마미군도 고미나토에서 최고 높이 1.2m의 해일이 관측됐다. 쓰나미 발생 시간과 높이 예측이 모두 빗나갔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이번 쓰나미가 여느 쓰나미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보고 있다. 쓰나미의 80%는 지각 운동으로 바닷물 전체가 상하로 출렁이면서 발생한다. 화산 폭발로 산사태가 나면서 연쇄적으로 해일이 일어나는 사례가 1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번 쓰나미는 화산 폭발 당시 태풍처럼 급격한 기압 변화가 나타나 발생한 기상해일이라는 것이다. 기상해일은 기압 변화가 이동하는 속도, 즉 태풍의 기압골이 이동하는 속도가 파도 속도와 같을 때 공명이 생겨 에너지가 증폭하면서 일어난다. 대기 중에 전파되기 때문에 바다를 매질로 전달되는 지진 쓰나미보다 훨씬 빠르고 먼 곳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기상해일은 해수 상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니 전체 쓰나미의 3∼4%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현상이다. ○기상해일과 화산 산사태 쓰나미 동시 발생 가능성 절충된 해석도 나왔다. 김 교수는 “화산 분출 이후 섬의 일부분이 사라진 점을 보면 폭발 당시 산사태가 나면서 쓰나미가 일어났을 수 있다”며 “산사태 쓰나미와 기상해일이 복합적으로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상해일은 공명 현상이 원인이기 때문에 쓰나미는 한 방향을 향해 일어난다. 하지만 이번 쓰나미는 화산을 중심으로 전 방향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일본 기상청이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일찍 도달한 첫 쓰나미는 기상해일, 그 뒤 쓰나미는 산사태가 원인일 수 있다”며 “정확한 원인은 현지에서 직접 지형조사를 해 봐야 안다”고 말했다. 통가 현지에서는 화산 폭발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누구나 나이가 들면 젊을 때보다 언어능력이 감퇴한 것을 느낀다. 하려던 말을 잊거나 사물과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린다.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다가 주제를 벗어나기도 한다. 그런데 여러 연구에 따르면 노화는 언어능력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뇌의 다른 기능이 약화돼 언어능력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언어능력을 꾸준히 단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리 있는 말솜씨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노화를 늦추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로저 크루즈 미국 멤피스대 심리학과 교수는 2019년 ‘체인징 마인드’라는 책에서 언어와 노화의 상관관계를 전했다. 최근 최원일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가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노화와 언어는 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를 펴냈다. ○“노화가 언어능력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없어” 책의 요지는 “나이 들수록 언어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언어능력 자체보다는 시청력, 정보처리, 작업 기억 등 뇌의 다른 기능이 감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언어능력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작업 기억과 집행통제능력“이라고 말했다. 집행통제능력은 하나의 과제를 끝낼 때까지의 집중력과 한 과제를 끝내고 다른 과제로 쉽게 전환하는 능력을 뜻한다. 나이 든 사람이 젊은이보다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하거나 한 번 뱉은 말을 다시 되풀이하는 것은 이 능력이 감퇴한 결과라는 것이다. 노화가 언어능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연구결과는 많다. 일부 연구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60대 후반 어르신이 20대보다 어휘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티머시 솔트하우스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과 교수가 2019년 2월 인지노화 관련 학술지 ‘심리학 및 노화’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의 기능 중 기억이나 지각 속도, 추론은 20대부터 점차 줄다가 60대 이후 급감한다. 반면 어휘력은 20대 이후 증가하다가 70대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한다. 어휘력이 다른 뇌 기능에 비해 노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학계에서는 일생 동안 신문과 책을 꾸준히 읽은 결과 어휘력이 지속적으로 발달한 결과라고 추정한다.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명 등을 기반으로 독서량을 평가하는 저자인식검사 결과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 교수팀이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2017년 3월 ‘심리학 및 노화’에 게재) 결과 67∼80세의 저자인식검사 점수는 42.1로 12.8점이 나온 19∼25세보다 훨씬 높다. ○신체 단련하듯 ‘글쓰기’로 언어능력 단련해야 하지만 이런 현상은 국내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2012년 한국심리학회지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나이가 들면서 인지능력이 급감하지만 어휘력과 언어능력은 약간 감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한국사회가 신조어나 유행어가 많이 생겨나고 언어문화가 급격하게 바뀌는 탓도 있지만 언어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서구 사회보다 부족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지목한다. 최 교수는 “한국인은 학교를 졸업한 뒤 독서량과 독서 시간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에는 영상매체에 대한 의존성이 늘면서 더욱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독서뿐 아니라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거나 글을 쓰고, 대화를 하는 것도 언어능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크루즈 교수는 “체력단련을 위해 꾸준히 운동하듯 지속적으로 말하고 듣고 읽고 쓰면서 언어능력을 계속 갈고 닦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글쓰기다. 그는 “메신저 대화처럼 아주 짧은 글이라도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회고하면서 글을 쓰는 일은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미국 유타주립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평균 73.5세 성인 215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일기처럼 긴 글을 꾸준히 써온 사람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비롯한 모든 유형의 치매 발생 위험이 53% 낮았다. 특히 여섯 글자 이상의 긴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 효과를 높였다. 이 연구결과는 2017년 10월 국제학술지 ‘노년학 저널’에 발표됐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인체의 소장과 대장에 사는 장내 미생물을 활용해 ‘먹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가 국내에서도 추진된다. 장내 미생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분비하도록 만든 백신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화이자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해 게임 체인저가 된 것처럼 장내 미생물로 만든 백신이 개발되면 더 손쉽게 전 세계에 백신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72시간 이내 바이러스 단백질 분비해 중화항체 8000배 증가윤원석 고려대 의대 알레르기면역연구소 교수와 방일수 조선대 치대 교수 연구팀은 최근 살모넬라균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 일부를 생산하도록 유전자를 재조합한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이 후보물질은 인체에 들어가면 소화기를 따라 이동해 소장에서 바이러스 단백질(항원)을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항원에 반응하도록 면역계가 작동하면서 항원에 대항하는 항체가 생긴다. 연구팀은 4000∼1만 종에 이르는 장내 미생물 중 살모넬라균을 선택했다. 사람 몸에 해가 적고 입으로 삼켜도 위와 장 환경을 견뎌내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살모넬라균은 세균이지만 바이러스처럼 점막 세포를 감염시켜 면역세포에 항원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며 “균주를 먹는 것 자체도 면역계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백신 후보물질을 쥐에게 2주 간격으로 3회 투여했다. 실험 결과 혈액 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백신을 먹지 않은 쥐보다 8000배 이상 많이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없애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성 수치도 높은 것으로 나왔다. 연구팀은 이달 1일 이 결과를 국제학술지 ‘백신’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또 국내에 ‘재조합 살모넬라 균주를 이용한 COVID-19 백신균주’라는 명칭으로 특허도 출원했다.○ 다른 백신보다 안전하고 불평등 문제 해결 가능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먹는 백신의 필요성에 공감해왔다. 하지만 주사형 백신만으로도 감염병 제어가 충분했기 때문에 실제 상용화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 세계 백신 수요가 늘어나고 국가별 백신 공급 불평등 문제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경구용 백신 개발 필요성이 높아졌다. 윤 교수는 “경구용 백신은 생산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상온 보관이 가능해 mRNA 백신의 한계와 우려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사제가 아닌 알약 형태로 전문가 없이 스스로 복용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방식의 백신보다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백신 설계 과정에서부터 인체에 해가 없는 균주를 고를 수 있다. 윤 교수는 “살모넬라균은 식중독 균이지만 백신 제조 과정에서 독성을 약화시켜 설사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며 “균이 반(半)가사 상태로 체내에 들어가므로 약 72시간 동안 바이러스 단백질을 분비한 다음에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해외는 우리보다 경구용 백신 개발이 앞서 있다. 지난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오라메드제약과 인도의 경구약물전달 시스템 개발업체인 프레마스바이오테크의 합작투자사인 오라백스가 코로나19 경구용 백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오라백스는 코로나19 경구용 백신으로는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서 있는 업체다. 효모를 이용하며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을 비롯한 바이러스 단백질 3종을 표적으로 삼아 감염을 예방한다. 연말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임상 1상을 시작한 오라백스 측은 “여러 단백질 부위를 인식하는 만큼 예방 효과가 뛰어나고, 돌연변이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부위이므로 델타 변이 등에도 우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한국이 개발한 첫 달 궤도선(KPLO)이 내년 8월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에 실려 달로 향한다. 이 궤도선은 4개월여의 여행 끝에 내년 12월쯤 달에 도착해 약 100km 상공 궤도를 1년간 돌며 달 표면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국의 달 궤도선에는 달 표면을 조사할 6개 탑재체가 실리는데 여기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개발한 섀도캠도 포함된다. 달의 극지방에 영구 음영지역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로 향후 미국이 추진하는 유인 달 착륙 후보지를 찾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022년에 주목되는 7가지 과학 이슈를 소개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유인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 계획을 소개하면서 내년 한국의 달 궤도선 발사를 주목되는 소식으로 함께 언급했다.○ 인류는 다시 달로 향한다네이처는 2022년 주목할 이슈 중 하나로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이 협력하는 달 탐사를 꼽았다. 나사는 내년 2월 유인 달 탐사획인 아르테미스 계획의 첫 번째 탐사선인 ‘아르테미스 1호’를 쏘아 올릴 예정이다. 이 계획은 2025년까지 달에 사람을 보내는 거대 프로젝트다. 미국이 달에 우주인을 보내는 건 1972년 아폴로 17호 우주인을 보낸 이후 53년 만이다. 한국 외에도 일본과 영국, 유럽연합, 캐나다 등 13개국 정부와 민간 기업이 이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네이처는 내년 일본의 민간 기업 아이스페이스가 아랍에미리트(UAE)의 달 탐사로버 라시드를 달까지 보내는 하쿠토-R 달 탐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민간 기업인 애스트로보틱테크놀로지와 인튜이티브머신즈는 나사 장비를 달까지 운반할 탐사선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무인 달 탐사기 ‘슬림(SLIM)’도 달 지면에 사뿐히 내려앉는 연착륙에 처음 도전한다. 인도의 달 착륙선 ‘찬드라얀 3호’도 달 착륙에 나선다. ○ 오미크론 변이 정체 규명·백신 업그레이드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내년에 계속해서 주목할 주요 이슈로 꼽았다. 11월 말 이후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로 급격히 퍼지며 5차 대유행이 현실화되고 있다. 과학계는 새해 초 오미크론 변이의 전염성과 위험도에 대한 정확한 분석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토대로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가 있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와 이후 나타나는 새로운 변이에 대응하는 범용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네이처는 mRNA 백신 효능 향상과 함께 단백질 기반이나 DNA 기반 코로나 백신도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바이러스가 몸에서 항원으로 작용하는 부분만 정제해 만든 단백질 백신은 이미 간염 백신, 대상포진 백신에서 수십 년간 사용해 온 만큼 상대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고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가 최근 단백질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감염 예방 효과가 90%에 이르는 것을 확인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20일(현지 시간) 조건부 승인한 데 이어 22일 세계보건기구(WHO)도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네이처는 “거대 제약기업이 특허권을 포기할지, 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저렴하게 공급할지 주목된다”며 “차세대 백신 후보인 DNA 백신이 개발된다면 mRNA 백신보다 저렴하게 생산해 상온 보관할 수 있어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WHO 조사팀이 진행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에 대해 조사한 결과와 함께 완치된 감염자들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추적한 연구 결과도 나올 예정이다.○ 세계 최대 실험장치 재가동물리학 분야에서는 긴 휴식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세계 최대 실험장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인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설치된 LHC는 입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올린 뒤 충돌시켜 빅뱅 직후에 우주에 있던 입자를 생성해 관측하는 장치다. 2012년 힉스 입자를 발견해 표준 모형을 완성하는 데 일조했으며 현대 물리학의 다양한 획기적 발견을 이끌고 있다. LHC는 2018년 12월까지 2차 가동을 끝내고 검출기 구성 장치 추가를 비롯한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애초 올해 3차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작업 일정이 미뤄지며 2022년 6월 가동이 재개될 예정이다. 이번 가동에서는 암흑물질과 표준 모형에도 없는 입자를 관측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네이처는 이 밖에도 미국과 일본 등 국제연구진의 중력파 연구 협력, 유럽과 러시아의 화성탐사계획 ‘엑소마스’, 중국 우주정거장 ‘톈허’ 완성,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와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를 내년에 주목할 만한 과학계 이슈로 꼽았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영국 정부가 문어와 게, 바닷가재를 고통을 느끼는 동물로 인정하고 앞으로 동물복지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식당에서 산 채로 끓는 물에 넣거나 생식을 하는 행위가 금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정부는 이달 19일(현지 시간) 런던정경대 연구팀이 낸 보고서를 토대로 오징어와 문어가 속한 ‘두족류’와 게, 바닷가재, 가재가 속한 ‘십각류’를 동물복지법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5월 소와 돼지 등 척추동물에 한해 만들어졌던 동물복지법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헤더 브라우닝 영국 런던정경대 자연및사회과학철학센터 박사후연구원과 조너선 버치 철학및과학적방법론과 교수 연구팀은 영국 정부 의뢰로 학계에 보고된 300개 이상의 논문을 분석했다. 이들 동물은 물론 플라나리아, 초파리, 어류 등 다른 동물의 통각이나 학습능력에 관한 연구까지 광범위한 문헌 조사를 진행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연구팀이 2010년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두족류가 학습하거나 보상을 바라는 행동을 할 때도 인간처럼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활성화가 일어난다. 미국 텍사스대 의대 연구팀은 2013년 같은 학술지에 오징어가 다쳤을 때 포유류처럼 지속적인 통증을 느낀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가재가 속한 절지동물도 척추동물처럼 화학적 또는 전기적 신경시냅스를 통해 신경세포 간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독일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도 있다. 연구팀은 이런 문헌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두족류와 십각류의 지각능력이 각각 어떤 수준인지 측정했다. 통각 수용체의 유무와 통각 수용체와 특정 뇌 영역 간의 연결, 마취제나 진통제를 투여했을 때의 반응, 보상과 위협 사이의 균형, 부상과 위협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려는 행동 등 8가지 기준을 적용했다. 그 결과 문어의 지각이 가장 뛰어나고 게가 그 뒤를 잇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오징어와 갑오징어, 바닷가재도 문어와 게만큼은 아니지만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들 동물과 관련해 이뤄지는 다양한 상업적 행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족류와 십각류가 다른 무척추동물과 달리 중추신경계가 잘 발달했으며 고통을 느낄 만큼 지각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고통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영국 정부의 조치로 당장 영국에서 어업이나 식용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재를 요리하기 위해 지금까지는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었다면, 앞으로는 전기충격이나 냉동으로 기절시키거나 고통 없이 죽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스위스와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들은 이미 바닷가재를 포함한 갑각류를 산 채로 삶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남택진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팀은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설치하고 구조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는 이동 확장형 음압병동(MCM)을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감염자의 비말을 통해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 퍼지지 않도록 실내 공기를 계속 환기하는 시설이다. 흡사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로봇처럼 빠르게 설치하고 철거하도록 설계됐다. 현재 경기 수원시 경기도인재개발원 특별생활치료센터와 건양대병원 응급실 등에서 운영 중인 이 시설은 에어텐트나 컨테이너 수준이던 기존 음압시설에 비해 훨씬 진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음압병동은 올해 한국공학한림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공동으로 구성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특별위원회’가 뽑은 코로나19 시대 주목할 6가지 공학 혁신 사례 중 하나로 선정됐다.○ 순식간에 짓고 철거하는 트랜스포머 병동남 교수팀이 개발한 음압병동은 건물 벽 역할을 하는 ‘기능 패널’과 공기 흐름을 만드는 ‘음압프레임’, 병실 공간인 ‘에어텐트’ 등 세 가지 모듈을 조립해 설치한다. 병실 하나 조립하는 데 15분이면 충분하다. 병실 여러 개와 진료실 등을 이으면 큰 병동을 조성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감염병 사태가 발생했을 때 공터만 확보되면 금세 설치하고 깔끔하게 철거할 수 있어 시설 유지 부담을 줄인다. 남 교수는 “기존 응급실이나 중환자 병동 안에 설치해 그 부분만 음압시설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며 “쾌적한 임시주거시설이나 지진 발생 시 긴급 대피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 과정에서 일부 개인정보 노출에 민감해진 시민사회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정보기술(IT)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보호한 사례도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꼽혔다. 한동수 KAIST 전산학과 교수팀은 항공기 블랙박스에서 영감을 받아 스마트폰 블랙박스 기술을 개발했다.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으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와이파이, 블루투스가 주기적으로 활성화되면서 방문지와 이동 경로,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장소와 시간 등이 기록된다. 기록은 스마트폰 밖으로 유출되지 않고 14일 후 폐기된다. 한 교수는 “지금까지 이동통신사가 모바일 이동경로 데이터를 수집했다면 스마트폰 블랙박스는 내 정보를 내가 갖고 있다가 코로나19 역학조사 시 제공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구글과 애플에서도 비슷한 기술을 개발 지원해 상용화했지만 블루투스만 사용하는 탓에 역학조사에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 인구의 40∼50%만 이 앱을 다운로드해도 역학조사가 가능하다”며 “특히 감염병 유행 초기에 90%가 사용하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도 코로나19 극복에 혁신적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바이오 기업 신테카바이오는 AI와 유전체 빅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치료물질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에 핵심 역할을 하는 단백가수분해효소의 구조가 처음 공개되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약물 3000종 가운데 재창출 후보 30종을 AI와 슈퍼컴퓨터로 2주 만에 추려냈다. 이후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세포실험 검증을 통해 불과 4주 만에 현재 코로나19 치료 시 사용하는 렘데시비르와 유사한 수준의 약물 3종을 선별했다.○ 위기 앞에 뭉친 기술 융합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에서는 주로 방역이나 백신, 치료제 등 생명과학 분야만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특별위는 비대면 진료와 수술용 ‘원격 로봇’, ‘전자식 마스크’ 등도 코로나19 종식에 기여할 혁신 사례로 평가했다. 권동수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사람 간 접촉을 줄이고 의료체계 부담을 덜기 위해 방역과 소독이 가능한 방역로봇, 진단부터 처치 수술 평가 모니터링까지 가능한 원격 의료로봇 등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 등 통신사와 휴림로봇 등 스타트업 기업이 5세대(5G) 통신과 자율주행 기술 등을 활용해 방역용 또는 의료용 원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여전히 기술 혁신을 제도가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별위가 뽑은 혁신 사례인 ‘전자식 마스크’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마스크는 전자식 팬으로 오염물질을 99.95% 이상 차단하며 나이와 호흡량에 따라 조절한다. 박형호 LG전자 공기과학연구소 부소장은 보고서에서 “일반 보건용 마스크에 비해 훨씬 효율적임에도 성능과 안전성 검증 규격이 국내에 마련돼 있지 않아 공산품 취급을 받고 있다”며 “FDA가 이번 코로나19 사태 동안 긴급사용승인 제도로 다양한 신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하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위의 최윤희 위원장(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입었지만 공학에서는 컴퓨터와 자동화, AI 발전이 가속화되고 바이오 기술까지 융합하는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전혀 새로운 개념의 기술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플라스틱 사용률을 낮추고 대신 폐유리로 새 유리를 만드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달 3일 유리를 재활용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으며, 재활용 공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게 할 수 있는데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폐유리를 매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제조 공정에 폐유리·전기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감축다른 공산품처럼 유리를 제조하는 공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네이처에 따르면 유리 제조 과정에서 전 세계에서 매년 최소 8600만 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 중 75∼85%가 유리의 원재료인 모래와 소다회, 석회석을 녹일 때 사용하는 천연가스에서 나온다. 원재료 사이의 화학반응을 통해서도 발생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재료 일부를 폐유리 재활용 재료(컬릿)로 대체하고 천연가스 대신에 전기를 사용하면 원재료를 녹일 때만큼 오래 가열할 필요가 없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럽유리용기협회(FEVE)에 따르면 유리 재료 중 10%를 컬릿으로 바꾸고 전기를 사용했더니 기존 재료와 공정으로 생산할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 줄어들었다. 협회는 이 방식으로 컬릿을 녹여 유리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처는 상당수 유리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다른 쓰레기와 함께 매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땅에 묻은 유리가 흙으로 분해될 때까지는 100만 년이 걸린다. 그나마 폐유리를 가장 많이 재활용하는 곳은 유럽이다. 현재 유리 생산에 쓰이는 재료의 약 52%가 폐유리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이 비율을 90%까지 높일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유리병의 약 31%만이 재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유리용기협회는 2030년까지 이 비율을 50%까지 늘리도록 추진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폐유리를 재활용하는 비율을 높이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유리 재활용 업체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아래 유리 재활용 비율은 2005∼2006년 18%에서 2018∼2019년 42%까지 증가했다. 이외 국가들은 폐유리가 얼마나 재활용되는지 통계조차 없는 곳이 많다. 네이처는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 등 몇몇 국가에서는 정부가 침묵하거나 앞으로의 계획이나 야망을 발표하지 않는 등 폐유리를 재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 국내 폐유리병 재활용률 76.8%국내에선 폐유리병을 수거하고 파쇄해 컬릿을 만들어 재활용하는 비율이 매년 집계된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폐유리병을 재활용한 비율은 76.8%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3년간 통계를 보면 2018년 79.6%, 2019년 79.1%에 이어 줄고 있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폐유리 자원 87.1%는 유리병을 제조하는 데 쓰인다. 8.8%는 해외에 수출되고 4.1%는 특수 블록이나 시멘트 벽돌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국내에서 재활용 용도로 수거하는 폐유리는 대부분 유리병이며 이것을 다시 유리병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다. 컬릿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주요 유리병 색깔인 백색과 녹색, 갈색 등 세 가지 색깔로 분류해서 제작되고 있다. 화장품 용기나 술병처럼 색깔이 특이한 유리병은 다른 컬릿과 함께 섞어 쓸 수 없어 재활용이 어렵다. 창문처럼 투명한 유리에는 불순물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잼이나 꿀이 들었던 병을 재활용하지 않는다. 유리병이었던 폐유리로 유리병을 만들 듯이 유리창이었던 폐유리로 유리창을 만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네이처는 각 정부가 나서서 폐유리 자원을 수집, 분류해 적절한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국가마다 폐유리 재활용 비율을 늘리도록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리 제조업체들이 폐유리 재활용을 하는 만큼 인센티브를 주거나, 유리병 제조 외에 건설사 등이 아스팔트, 건축자재 등에 폐유리를 일정 수준 재활용하도록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유럽은 이미 건축 폐기물이나 건설자재의 70%를 재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네이처는 또한 플라스틱을 유리로 대체할 때 증가할 수 있는 운송비용도 따져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유리 사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각국의 폐유리 재활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비율을 감시하는 국제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자력으로 개발한 첫 우주발사체의 발사를 성공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 11개국 중 옛 소련과 프랑스, 이스라엘 등 3곳만이 첫 발사에 성공했다. 약 27.2%의 성공률이다. 미국이 1957년 12월 6일 쏴 올린 ‘뱅가드’는 발사 2초 만에 1.5m도 솟구치지 못하고 폭발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일본은 1966년부터 첫 우주발사체 ‘람다 4S’를 발사했는데 1969년까지 네 번 실패하고 1970년 다섯 번째에 성공을 이뤄냈다. 중국은 우주발사체 ‘창정 1호’를 1969년 쏴 올렸으나 2단 분리가 되지 않고 발사 후 69초 만에 추락했다. 중국은 창정 1호를 총 네 차례 쐈는데 그중 두 번을 실패했다. 안정적인 성공률을 얻기까지 약 10년이 걸렸다. 1950년대 발사체 발사 실패율은 미국 66.1%, 러시아 36.9%였으나 1970년대부터 10% 이하로 낮아졌고 2000년대 이후 5% 안팎이다. 유럽도 1960년대 40%였지만 2000년대 이후 3%에 머물고 있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향후 몇 년간 다른 국가의 시행착오 극복을 참고하며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어른 키를 훨씬 뛰어넘는 3m 높이에서 떨어져도 고양이처럼 사뿐히 내려앉는 로봇 기술이 개발됐다. 미국 노터데임대의 전기공학과 린 하이 교수 연구팀과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과 패트릭 웬싱 교수 팀은 사족보행 로봇 ‘미니치타’의 발에 충격을 완충할 500g 무게의 신발을 신기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때에도 안전하게 착지하게 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공개했다. 미니치타 로봇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과학자인 김상배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 교수(네이버랩스 기술고문) 팀이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이다. 키 30cm, 무게 9kg이며 최고 초속 3.7m로 달린다. 지금까지 개발된 사족보행 로봇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지만 높은 데서 떨어질 때는 제대로 착지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노터데임대 연구팀은 로봇이 안전하게 착지하려면 다리를 휘둘러 고양이처럼 공중에서 회전해야 하고, 그러려면 발이 어느 정도 무거워야 유리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로봇의 각 발에 3차원 프린터로 찍어낸 신발을 신기고 신발마다 5센트 동전을 20개씩 넣어 무게를 더했다. 연구팀은 뜨거운 물체를 만지면 즉각 손을 떼는 ‘반사 반응’에서 답을 찾았다. 연구에 참여한 빈스 커츠 박사과정연구원은 “로봇이 떨어지는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거치면서 AI가 가장 안정적인 궤적을 찾도록 학습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고양이를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고양이는 추락하는 동안 몸을 180도 회전하면서 균형을 잡는데, 미니치타는 최대 90도까지밖에 몸을 돌리지 못한다. 더 큰 각도로 회전하면 로봇의 몸과 다리가 서로 부딪치는 현상이 나타난다. 연구팀은 현재 2차원 시뮬레이션을 3차원으로 구현하면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니치타 로봇이 고양이처럼 완벽한 착지 기술을 익히면 재난구조 현장은 물론이고 달 같은 미세중력 환경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당뇨병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만 해도 ‘죽음의 병’으로 불렸다. 진단 후 불과 한 달 만에 사망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인류가 이 불치병의 공포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 병’으로 만든 일등공신이 바로 인슐린의 발견이다. 하지만 위대한 발견에도 불구하고 인슐린 치료는 아직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사회적 편견 때문에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인슐린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슐린 치료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깨고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소아 환자 기대수명 1.3개월→45년 인슐린은 1921년 캐나다 의학자 프레더릭 밴팅이 개의 췌장에서 처음 발견했다. 이듬해 14세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을 주사하면서 첫 치료가 시작됐다. 1923년에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인슐린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인슐린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에서 분비돼 식사 후 올라간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이 어느 정도 나오는 2형 당뇨병은 식사 조절과 운동, 경구용 혈당강하제 복용으로도 대부분 충분한 혈당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몸속에서 인슐린을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1형 당뇨병은 인슐린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김성래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1920년대 초만 해도 1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10대 환자의 기대수명은 1.3개월에 불과했지만 인슐린 발견 후 45년까지 길어졌고 10대 미만 환자 사망률도 6분의 1로 줄었다”며 “인슐린 치료가 혈당을 정상 수치로 빠르게 조절하고 고혈당에 따른 합병증을 예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첫 발견 이후 100년간 인슐린은 전 세계 당뇨병 환자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삶의 질도 끌어올렸다. 인슐린 생산도 훨씬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1955년 소 인슐린의 아미노산 배열이 밝혀진 뒤 유전자재조합 기술이 개발된 덕분에 1978년에는 인간 인슐린의 합성과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동물 인슐린 치료에서 생기는 부작용 문제도 해결됐다. 최근에는 인슐린의 단백질 구조를 조금씩 바꿔 몸속에서 분비되는 인슐린만큼 혈당 조절 효율도 뛰어나고 작용 시간도 긴 인슐린도 개발됐다. 인슐린을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도 개선됐다. 오랫동안 환자들은 주사기로 병에 든 인슐린을 적정량 빼서 맞아야 했지만 이제는 인슐린이 일정량 들어 있고 바늘도 매우 가늘어 통증이 거의 없는 펜형 주사기가 쓰인다. 김 총무이사는 “최근 산학계에서는 주 1회, 월 1회만 주사할 수 있도록 반감기를 늘린 인슐린이나 경구용 인슐린, 또는 센서로 혈당 변화를 감지해 인슐린을 적정량 분비하는 인공췌장도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편견 탓 환자 절반 이상 치료 거부… 교육과 인식 개선 필요 하지만 인슐린 치료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당뇨병 환자는 27.7%나 늘었지만 같은 기간 당뇨병 환자 중 인슐린 치료를 받는 비율은 8.9%에서 6.4%로 오히려 줄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절반 이상이 제대로 치료받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인슐린 치료에 대한 대표적 오해는 ‘당뇨병 말기의 마지막 치료법’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총무이사는 “당뇨병 치료는 인슐린 분비량이나 고혈당에 따른 다뇨와 체중 감소 정도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진다”며 “인슐린 치료는 당뇨병의 다양한 치료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인슐린 치료를 받으면 중독되거나 평범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오히려 주삿바늘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으로 인슐린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고혈당 상태에서 당뇨발, 뇌중풍(뇌졸중), 심뇌혈관질환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김 총무이사는 “적절한 치료로 혈당을 잘 관리하면 건강한 사람처럼 활동할 수 있다”며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 치료에 대해 꾸준히 교육하고 사회적으로도 인슐린 치료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인슐린 발견 100주년을 맞아 당뇨병과 인슐린 치료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알리기 위한 ‘인슐린 100주년 뮤지엄’(insulinmuseum.co.kr)을 열었다. 윤건호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당뇨병 치료에서 인슐린 주사는 결코 최후의 치료 방법이 아닌 치료 과정의 일부”라며 “인슐린을 활용한 적극적이고 빠른 치료는 당뇨병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6일 화학상을 끝으로 올해 노벨상 과학 분야 3개 부문 수상자가 모두 발표됐다. 단기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의 혁신을 이룬 mRNA(메신저리보핵산) 기술의 개척자들이 수상할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비록 코로나19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이들의 수상은 불발에 그쳤지만 올해 노벨상도 풍성한 뒷이야기가 쏟아졌다.○박해 피한 이민자 출신 과학자들 수상 영예 올해 생리의학상은 인간이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인 촉각과 통증의 비밀을 밝혀낸 데이비드 줄리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샌프란시스코) 생리학과 교수와 아뎀 파타푸티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신경과학과 교수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은 사람 몸의 촉각 수용체 분자를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핵심 업적은 캡사이신 분자가 특정 수용체(TRPV1)에 붙으면 전기신호가 신경계를 타고 뇌까지 전해지면서 42도 이상의 뜨거움과 아픔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고추의 매운맛이 ‘뜨거운 아픔’이라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셈이다. 호기심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일상의 궁금증에서 놀라운 과학적 발견을 이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이 더 주목받는 건 전쟁과 핍박을 피해 기회의 땅을 찾은 이민자 출신이란 점이다. 파타푸티언 교수는 1967년 레바논 베이루트에 살던 아르메니아 가정에서 태어났다. 내전으로 혼란하던 레바논에서 의대 재학 중 무장세력에 잡혔다가 벗어난 뒤 198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다. 줄리어스 교수는 미국 뉴욕의 러시아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부모는 1900년대 초 제정 러시아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러시아를 떠나 미국에 정착했다. 두 사람의 연구로 인간 오감에 대한 인식은 한층 더 완성에 가까워졌다. 황선욱 고려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빛의 수용체(로돕신)를 발견해 시각 원리를 밝힌 성과가 1967년 노벨상을 가장 먼저 받았고, 2004년에는 냄새를 감지하는 후각 수용체를 발견한 성과가, 이번엔 촉각 연구가 노벨상을 수상했다”며 “이제 오감 중 청각과 미각만 남았다”고 설명했다.○지구과학도 노벨 물리학상 진입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물리, 화학이라는 기초과학을 추구하는 노벨상의 단단한 벽을 깨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르조 파리시 이탈리아 사피엔차대 교수와 함께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대기및해양과학프로그램 교수와 클라우스 하셀만 전 독일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장은 물리학 이론을 기반으로 기후변화 해석의 실마리를 제공한 지구과학 분야의 선구자들이다. 두 사람은 지구온난화 개념이 없었던 1960∼1970년 당시 기후변화 추이와 원인, 특히 인간 활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냈다. 마나베 교수와 동료들은 1969년 구름이 발생할 때 에너지 변화, 지표에서 성층권까지 기온 변화 등 물리적 특성을 활용해 기후를 예측하는 수리모델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후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후속 모델이 개발되면서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벨 물리학상 역사에서 지구과학 분야가 수상한 사례는 없다. 과학계는 노벨상위원회가 그만큼 기후변화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해법을 찾는 연구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학부 교수는 “전 세계 대기과학과 해양학, 지구과학 연구자들에게 동기부여가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화학상 수상자들은 ‘지한파’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베냐민 리스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데이비드 맥밀런 프린스턴대 화학과 교수는 분자를 합성할 때 쓰는 유기촉매를 개발해 다양한 의약품 개발이 가능하도록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들의 연구로 제약사들과 연구자들은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의약품 설계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최근 10여 년 사이에 정통 화학 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수상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두 수상자의 또 다른 공통점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는 점이다. 맥밀런 교수는 과거 프린스턴대에서 동료 교수로 지낸 이철범 서울대 화학부 교수의 초청으로 2016∼2017년 서울대 석좌교수를 맡아 대학원생을 가르쳤다. 두 사람은 2018년에는 광촉매에 대해 연구한 성과를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에 발표했다. 리스트 교수도 2008년 성균관대 자연과학부 초청으로 방문교수를 했다. 당시 학부생이던 배한용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는 특강을 듣고 감명받아 ‘훗날 반드시 함께 일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고 실제 이후 리스트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두 사람은 2월 향수 원료인 베티베르 오일에서 향이 나는 원리를 유기합성으로 밝힌 공동 연구 결과를 앙게반테 케미에 발표하는 등 공동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mRNA 기술을 개발한 커리코 커털린 독일 바이오엔테크 수석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는 화학상 또는 생리의학상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아쉽게 수상에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충분한 자격이 있지만 아직은 이르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지 않은 데다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백신 효과가 다소 떨어지면서 좀 더 면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벨상 수상 업적들은 대부분 20년 이상 인정받은 경우가 많아 mRNA 백신 연구 역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입증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ios@donga.com}
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내달 4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5일 물리학상, 6일 화학상, 7일 문학상, 8일 평화상, 11일 경제학상 등의 순서로 발표된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 앞서 수상 후보나 분야에 대한 예측이 이어지지만 적중률은 높지 않다. 해외에서는 노벨상 후보를 놓고 확률 게임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항해 인류를 구원한 백신을 전례 없는 속도로 개발할 수 있도록 이바지한 과학자들의 수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지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를 재빨리 분석하고 변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게 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술 개발자들과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가 약 94%에 이르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한 과학자들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1년 안 돼 mRNA 백신 개발한 과학자들 주목 커털린 커리코 독일 바이오엔테크 수석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는 mRNA 백신의 기초 기술을 개발했다. 바이오엔테크가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공동 개발한 이 백신은 mRNA에 담긴 바이러스 유전자를 지질나노입자에 실어 사람 세포 안에 넣어 면역반응을 끌어내는 원리다. 헝가리 이민자 출신인 커리코 부사장은 과거 40년 가까이 mRNA를 세포로 넣어 면역계가 인식하게 하는 연구에만 매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5년에야 와이스먼 교수와 공동으로 국제학술지 ‘면역’에 실은 논문으로 학계에서 처음 관심을 받았다. DNA와 RNA로 어떻게 포유류의 선천면역계를 자극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mRNA 백신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또 커리코 부사장은 mRNA 기반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몸속에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뉴클레오사이드를 수정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이 특허는 그가 2014년부터 합류한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한 화이자, 그리고 경쟁사인 모더나가 재빨리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 커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먼 교수는 2월 로젠스틸상, 8월 호위츠상에 이어 이달 9일 실리콘 밸리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2022 브레이크스루상’까지 거머쥐었다. 이들 상은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대다수가 받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수상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바이러스 게놈 고속 스캔 기술도 후보군 영국 케임브리지대 화학과 소속 샹카르 발라수브라마니안 교수와 데이비드 클레너먼 교수도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해독할 수 있는 NGS 기술을 개발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2000년대 초 사람 한 명의 유전체를 해독하려면 30억 달러(약 3조 5520억 원)가 들었고 시간도 15년이 걸렸다. 하지만 NGS가 개발되면서 이제는 600달러(약 71만 원)로 단 1시간 만에 한 사람의 유전 정보를 모두 해석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 기술 덕분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가 불과 한 달여 만에 신속하게 분석됐고 이를 기반으로 백신 개발이 조기에 착수됐다. 현재는 시시각각 등장하는 새로운 변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물론 과학계 일각에서는 이들이 노벨상을 받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백신 효과가 다소 떨어졌고, 면역력 지속 기간과 접종 후 부작용에 대해 아직 좀 더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02년부터 노벨상 수상자를 예측해 온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산하 ISI의 피인용 연구전문가 데이비드 펜들버리는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스고등교육’과의 인터뷰에서 “노벨상은 대개 성과를 인정하기까지 20년 이상 걸릴 만큼 보수적”이라며 “코로나19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도 장기간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외에도 아직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업적을 쌓은 과학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23일 노벨상을 수상할 만한 전 세계 상위 0.01% 피인용 우수 연구자 16명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이 가운데 생리의학 분야는 5명이다. 지금까지 이 명단에 오른 연구자 중 59명이 실제로 노벨상을 받았다. 올해 생리의학 분야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은 국내 한타바이러스 최고 연구자인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칼 존슨 미국 뉴멕시코대 명예객원교수, 장피에르 샹죄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명예교수, 히라노 도시오 일본 오사카대 명예교수, 기시모토 다다미쓰 일본 오사카대 면역제어연구실 교수다. 피인용 지수를 기반으로 예측한 결과이므로 mRNA 백신 개발자들의 이름은 없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23일(현지 시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았다. 코로나19 백신이 FDA 정식 승인을 받은 건 화이자 백신이 처음이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의 이 백신은 예방 효과가 91%에 이르고 다른 감염병에 적용하기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결은 항체를 형성하는 유전물질(핵산)을 세포 안까지 안전하게 배달하는 지질 나노입자에 있다. 나노 전달체는 차기 백신이나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도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어 효과를 개선하기 위한 관련 연구가 한창이다. DNA나 mRNA 같은 핵산은 세포 안에서 단백질의 합성 과정을 통해 유전자를 발현시킨다. 하지만 핵산만 몸에 주사할 경우 혈류에서 이물질로 인식한 분해효소의 공격을 받아 없어지거나 설령 세포까지 도달하더라도 몸집이 커서 세포 내부로 침투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제약회사들은 약물 성분을 세포 안으로 안전하게 배달할 방안으로 나노 크기의 전달체를 개발해왔다. 머리카락 수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구조에 항암제를 넣으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암 치료제가 되고 치매 치료제를 넣으면 뇌에 비정상적으로 쌓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같은 치매 유발 단백질을 없앨 수 있다.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장은 “나노 전달체는 미세한 혈관 구멍을 지나 약물을 전달하고 제조 공정상 세균이 쉽게 걸러지도록 50∼2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로 만든다”며 “약물을 잘 보호하고 생체에 잘 맞고 몸속에서 잘 분해되는 성분으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나노 전달체는 지질나노입자다. 약품의 경우 1995년 미국에서 항암제(독소루비신)를 넣은 제품이 최초로 나왔다. 지질나노입자는 여러 종류의 물질을 혼합하여 만든다. 최근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 백신은 mRNA를 전달하는 인지질과 콜레스테롤의 ‘이온화 가능한 지질’에 자연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mRNA를 붙이고 표면에는 혈류에서 다른 물질에 달라붙지 않도록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이란 물질로 코팅해 체내에 오래 머무를 수 있게 개발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질나노입자는 세포로 들어갈 때 세포막에 보자기처럼 둘렸다가(엔도솜) 약산성 조건에서 터지면서 mRNA를 내보낸다. 오 학장은 “인지질은 독성이 적고 생분해되는 장점이 있고, 제조 공정이 짧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향후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나도 후속 mRNA 백신을 빨리 개발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질이 쉽게 산패해 실온에서 보관·유통이 어렵고, PEG가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합성 고분자 나노 전달체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작은 단위체를 반복적으로 결합해 만든 것이다. 강태규 서울대 IBS 나노입자 연구단 박사후연구원은 “합성 고분자 나노 전달체는 구조와 크기, 이온화 특성, 자극 반응성 약물 방출 등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RNA 백신용으로는 음전하를 띠는 mRNA가 잘 붙도록 양전하를 띠는 고분자인 폴리아르기닌과 폴리라이신으로 많이 연구된다. 하지만 이 재료들은 핵산을 감쌀 만큼 입자가 커지면 세포 독성이 커진다는 문제가 있다. 오 학장은 “추후 유전자 편집이 가능한 유전자 치료제도 나노 전달체에 싣게 될 것”이라며 “이들을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원하는 곳까지 정확하게 전달할 정교한 핵심 소재와 제조 기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나노 전달체 신소재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국내외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AI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기술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KAIST 한국4차산업혁명정책센터(KPC4IR)는 싱가포르국립대 리스크공공이해연구소, 영국 과학기술 비영리기관인 센스 어바웃 사이언스와 함께 ‘사회를 위한 보건의료 분야 AI 활용 가이드’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가이드에는 의료 영상 분석과 빅데이터로 질병 예측, 신약 개발 시간 단축 등 의료 분야의 AI 활용 사례가 담겼다. 학습 데이터를 일부 누락, 제외하면 AI가 편향될 수 있고 원래와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판단이 틀릴 수 있음도 강조했다. AI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5가지 기준도 담았다. 우선 데이터의 출처가 정확해야 하며, 사용 목적에 맞아야 한다고 했다. 또 제한 사항과 가정을 정확하게 언급해야 하며, 데이터의 편향성을 명시하고, 실제 환경에서 적절한 테스트 등을 이행했는지 점검해야 한다. 김소영 KPC4IR 센터장은 “AI가 가진 한계와 개선 사항을 인식하는 데 이 가이드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조승한 동아사이언스기자 shinjsh@donga.com}
1만 명의 지원자가 운집한 경연대회가 열렸다. 경연은 길게는 15년이 넘게 걸리고, 비용은 평균 1조 원이 넘게 든다. 오랜 시간과 돈을 들여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우승자는 단 1명이다. 심지어 우승자가 없을 수도 있다. 수지가 맞지 않는 경연이다. 참여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면서도 반드시 시도해야 할 경연이 지구상에는 있다. 바로 신약 개발이다. 중요한 질병을 치료할 단 하나의 약을 개발하기 위해 제약사는 10∼15년 동안 조 단위의 예산을 쏟아부으며 공을 들인다. 그래도 최종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을 개발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허가한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사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가 이런 경연에 오른 대표적 사례다. 사람으로 치면 ‘새옹지마’의 주인공이다.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 중 하나인 에볼라를 종식시킬 수 있는 강력한 치료제 후보 물질로 촉망받으며 2018년 신약 개발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까지 갔지만, 결국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기됐다. 막대한 개발비는 모두 휴지통에 들어갔다. 하지만 2년 뒤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패자부활전’에서 부활했다.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데다 코로나바이러스 종류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어 미국에서 2월, 한국에서 3월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 돌입하게 됐다. 중국은 이미 후베이성에서 임상시험 중이고 첫 결과는 4월쯤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렘데시비르가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가 입증되면 신속하게 신약 허가를 받고 널리 쓰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가 4월에 나올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기존 치료제 활용한 ‘지름길 전략’ 렘데시비르의 사례는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다. 이른바 ‘지름길’ 전략이다. 개발됐거나 또는 개발 중인 약을 다른 용도로 바꾸는 방법으로 ‘약물재창출’이라고도 한다. 10∼15년씩 걸리는 긴 신약 개발 기간 대부분을 건너뛰고, 최종 단계에 해당하는 임상시험만 하면 돼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약물재창출은 감염병 발발 등 시급한 상황에서 긴급하게 치료제 개발을 기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중국을 비롯한 각국은 전체 5%에 해당하는 위독한 폐렴 및 호흡 곤란 환자에게 다른 치료제를 임상으로 투입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에서도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와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에이즈 치료제와 다른 항바이러스제(인터페론)를 병행하는 요법, C형 간염 치료제인 리바비린 등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아비간이나 독감 치료제인 아르비돌, 에이즈 치료제인 다루나비르, 에볼라바이러스와 지카바이러스용 항바이러스제인 갈리데시비르 등도 코로나19에 활용할 수 있는지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태다.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이 개발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치료 약물도 임상시험을 추진 중이다.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도 마찬가지 전략을 시도 중이다. 일부 제약사는 자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것을 추려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코미팜은 자사 신약 후보물질인 파나픽스를 활용해 긴급 임상시험(2, 3상)을 진행하겠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파나픽스는 코로나19 환자의 상태를 급격히 나빠지게 하는 면역 과다 발현 반응인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해 생명을 구하는 원리의 신약 후보물질이다. 셀리버리 역시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임상시험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2곳과 계약했다. 이뮨메드는 서울대병원과 함께 자체 개발한 항바이러스 치료물질을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현재 1상을 끝내고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한미약품도 코로나19를 억제하기 위한 치료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한국화학연구원은 지난달 28일, 각각 약물 5000종과 1500종의 약효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찾아내 이달 말∼4월 초 일선 의사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과학자들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한 환자의 혈액 속 액체 성분인 ‘혈장’에 주목하고 있다. 완치 환자의 혈장에는 코로나19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가 많이 들어 있다. 항체는 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특정 단백질 구조에 반응하는 체내 면역 단백질이다. 마치 범인의 얼굴을 기억한 경찰처럼 몸 안을 돌아다니다 범인(바이러스)이 들어오면 바로 공격해 막아낸다. 중국국립생명공학연구소와 진인탄병원은 완치 환자의 혈장에서 분리한 항체를 이용한 치료가 이미 효과를 봤다며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백신 개발 총력… 전 세계 20여 종 연구 감염병과 싸우기 위한 인류의 무기는 치료제 외에도 백신이 있다. 백신은 예방을 목적으로 하며, 크게 네 가지 방법으로 만든다.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독성만 약화시켜 넣는 방법이 있다. 범인을 직접 몸 안에 넣어 경찰(항체)이 얼굴을 확인하게 하는 방법이다. 안전을 위해 독성을 아예 없앤 바이러스를 넣기도 한다. 독감 백신이 대표적이다. 바이러스 대신 바이러스 단백질 조각만 넣어 인식시키는 방법도 널리 쓰인다. 아예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다른 안전한 바이러스 유전자에 끼워 넣어 체내에 주입하는 방법도 있다. 백신은 치료제보다 개발이 상대적으로 더디다. 3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각국에서 20여 종의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2월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제약회사 모더나가 첫 임상시험용 코로나19 백신을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로 보냈다. 모더나는 20∼25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이 백신의 임상시험을 4월 말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의 제약사로 메르스 백신을 보유한 노바백스 역시 5, 6월 첫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임상시험은 백신을 2번 투약해 코로나19에 대한 면역 반응을 확인한다. 이 결과는 7, 8월쯤 나온다. 이후 성공하면 다시 수백∼수천 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 다시 6∼8개월이 걸린다. 중국은 1월부터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를 중심으로 바이러스를 추출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1월 톈진대, 2월 상하이대 등이 백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지만,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홍콩대 역시 1월 말 인플루엔자 백신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으며 1년 안에 임상까지 마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단백질 기반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 ‘S-트라이머’의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GSK는 중국 생명공학기업 클로버 바이오파머슈티컬스와 연구 협력을 체결해 중국과의 공동 개발도 시작했다.윤신영 ashilla@donga.com·이정아·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