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고지 다이어트’ 기자가 직접 해보니…삼겹살이 지겨워

주간동아2016-11-22 1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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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준 기자 '저탄고지' 다이어트 전후 비교
허기를 참을 이유가 없을뿐더러 기름진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살이 빠진다는 말은 숱하게 다이어트에 실패해본 사람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그러나 과연 고통 없는 다이어트가 있을까. 저탄고지 식단의 효과와 그에 따른 신체 변화를 확인하고자 기자가 직접 이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탄수화물 섭취 부족으로 집중력 저하와 두통이 생기더니 갑자기 바뀐 식단에 소화불량 증세까지 나타난 것. 그리고 저탄고지 다이어트 일주일째 온몸에 발진이 생겨 결국 병원을 찾았고, 의사로부터 다이어트 중단을 권고받았다.

대한내분비학회와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비만학회, 한국영양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10월 26일 “LCHF 다이어트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렵고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2일 차 : 배가 부른데 배가 고픈 건 뭐지?
92kg에 허리둘레 96cm.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날 아침에 잰 기자의 몸무게와 허리둘레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는 사실 큰 효과가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첫날부터 몸이 느끼는 변화의 폭은 컸다. 가장 큰 변화는 먹은 양에 비해 금세 배가 불러왔다는 것이다. 아침식사로 베이컨 네 조각에 달걀프라이 한 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먹었을 뿐인데 정오가 지나도록 배가 고프지 않았다. 식욕이 없어 허기가 지지는 않았지만 식사시간을 넘기니 기운이 없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점심식사를 하려 했으나 저탄고지 식단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마땅치 않았다. 저탄고지 식단은 하루 전체 섭취 영양소 중 탄수화물 비중이 10~20%에 그쳐야 한다. 이 때문에 고기를 조리할 때도 장류 양념을 피하고 소금과 후춧가루로만 간해야 한다. 생고기구이 전문점이 아니고서는 장류가 들어가지 않은 고기요리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결국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햄샌드위치를 주문한 다음 빵은 남기고 햄과 양상추만 꺼내 먹는 걸로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오후가 되자 피곤과 무력감이 더욱 심해졌다. 4시쯤 편의점에서 삶은 달걀 2개를 사서 먹었지만 무력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외식으로는 저탄고지 식단을 유지할 수 없어 일찍 퇴근해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저녁 메뉴는 버터에 볶은 대패삼겹살과 버섯. 평소 좋아하던 메뉴라 실컷 먹으리라 마음먹었지만 금세 느끼해져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첫날 저녁식사로 먹은 삼겹살 양은 고깃집 1인분인 200g 정도에 불과했다.

‌식욕이 떨어져 먹는 양이 적어지니 섭취 열량 자체가 줄었다. 첫날 섭취한 총열량은 773kcal. 보통 여자 아이돌그룹이 다이어트를 위해 하루 1000kcal만 섭취한다고 하는데 그보다도 적은 열량이었다. 이런 식으로 먹으면 당연히 살이 빠질 수밖에 없을 듯했다.

둘째 날 아침 체중계에 올라가니 91.1kg. 첫날보다 0.9kg이 빠졌다. 첫날과 같은 메뉴로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 이날은 외부 취재가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서울 지하철역 몇 군데를 돌아야 했다. 먹는 게 부실해 피곤한 상황에서 이동량까지 많으니 약간 어지러웠다. 기력이 떨어져 쓰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태어나 처음 해봤다. 사진기자 선배와 함께한 터라 점심식사는 외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국밥집에서 뼈해장국을 시켜 고기만 건져 먹었다. 순댓국에 흰쌀밥을 말아 먹는 선배를 보며 밥 한 숟가락만 먹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오후 3시 무렵 회사로 들어가기 전 편의점에 들러 치즈와 삶은 달걀 2개, 소시지를 사 먹었다. 음식물이 들어가자 피곤과 어지러움으로 굳었던 뇌가 다시 움직이는 듯했다. 기사를 쓰고 밤 9시가 조금 넘어 퇴근했다. 10시쯤 집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떨어진 체력을 보충할 욕심에 삼겹살버섯볶음에 호두를 추가하고 버터도 많이 넣었다. 김치 한 쪽 못 먹어 느끼했지만 참고 꾸역꾸역 저녁식사를 해치웠다. 이날 섭취한 총열량은 약 1600kcal. 첫날에 비해 2배나 늘었지만 성인 남자 하루 권장 섭취 열량 2500kcal에 비하면 한참 적은 양이었다.

3~4일 차 : 무기력증에 소화불량까지
셋째 날 아침부터는 잠을 못 잔 것처럼 피로가 심했다. 피로한 만큼이나 몸무게는 빠졌다. 89.5kg. 다이어트 시작 사흘 만에 2.5kg이나 빠졌다. 허리둘레도 2cm 줄어 94cm. 여느 때와 같은 메뉴로 아침식사를 하고 회사로 나섰다. 지하철역에 도착하자 마치 전날 과음을 한 것처럼 어지럽고 피곤했다.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평소라면 꽉 찬 지하철이 답답해 신경이 예민해졌겠지만 피곤이 극도에 달하니 만원 지하철 안에서도 졸음이 밀려왔다. 결국 사람들 틈에 낀 채로 졸기 시작했다. 어느 역에선가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내리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

피곤이 누적된 이유는 다이어트도 다이어트지만,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쌌기 때문이다. 저탄고지 식단에 맞게 외식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셋째 날부터 도시락을 지참하기로 했다. 도시락 메뉴는 삼겹살숙주버섯볶음. 셋째 날은 마감해야 할 기사가 많아 퇴근 후 집에서 저녁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소시지와 스트링치즈, 삶은 달걀을 2개씩 사 먹은 뒤 자정이 다 돼 퇴근했다. 집에 도착하니 기력이 너무 떨어져 호두를 한 줌 먹고 잠이 들었다. 이날 섭취한 총열량은 약 1450kcal. 도시락까지 싸 들고 나왔지만 정작 먹은 양은 둘째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방은 단위당 9kcal로 탄수화물과 단백질(각각 단위당 4kcal)에 비해 열량이 2배가 넘는다. 즉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하면서 평소 식사량을 유지하면 오히려 열량 섭취가 늘어난다. 몸에 들어오는 열량이 늘어나는데도 살이 빠지는 마법의 비밀은 두 가지다.

‌첫째, 곡물이나 설탕 등으로 섭취하는 탄수화물 양을 줄이면 몸이 대체에너지원으로 지방을 찾아서 쓰기 때문이다. 새로 섭취한 지방이 쌓이지 않을뿐더러 몸 안에 있는 체지방이 빠지면서 몸무게가 줄어든다. 둘째, 식욕 저하로 먹는 양 자체가 줄어줄기 때문이다. 지방을 많이 먹으면 렙틴이라는 식욕 억제 호르몬이 분비된다. 저탄고지 다이어트로 살이 빠지고 식욕 억제까지 되니 감량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실제로 몸무게는 꾸준히 줄어들었다. 넷째 날 아침에는 0.5kg이 더 빠져 있었다. 밤늦게 호두를 먹고 잤더니 속이 더부룩해 늦은 아침식사로 편의점에서 사온 삶은 달걀과 스트링치즈를 먹었다. 점심식사도 전날과 같은 메뉴의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저탄고지 식사를 하면서 생긴 부작용 중 하나가 변비였다. 다이어트 시작 셋째 날까지는 변의조차 없다 넷째 날부터 아랫배에 신호가 왔다. 그러나 배출이 안 되니 불쾌한 느낌이 더해졌다. 피곤하고 소화도 되지 않는 데다 배안에 항상 음식물이 차 있는 듯한 불쾌감이 가시지 않았고, 식욕은 점점 더 떨어졌다. 그러나 먹는 양은 늘었다.

넷째 날부터 잠깐잠깐 찾아오던 두통이 심해졌다. 오른쪽 관자놀이를 찌르는 듯한 편두통이 종종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음식을 먹으면 두통이 완화됐다. 이 때문에 음식 섭취량이 늘었다. 편의점에서 사온 소시지와 스트링치즈, 삶은 달걀로 간식과 저녁식사를 했다. 하루 네 끼 식사를 한 셈. 이날 섭취한 총열량은 1900kcal. 성인 여성 하루 섭취 권장량 정도였다.

5~7일 차 : 술자리의 괴로움
아침식사_‘저탄고지’ 다이어트 기간에 매일 아침 먹은 베이컨과 달걀프라이. 지방을 더 섭취하려고 버터를 프라이팬에 두르고 조리했다.
도시락_다이어트 3일 차부터 챙긴 도시락. 대패삼겹살에 버섯이나 숙주를 넣고 볶은 뒤 소금과 후춧가루로만 간했다.
다섯째 날 아침식사로는 여느 때와 같이 베이컨에 달걀프라이, 점심식사로는 삼겹살숙주버섯볶음을 먹었다. 평소 먹거리를 즐기는 편인데 다이어트를 시작한 뒤부터는 식사시간이 괴로웠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저녁식사 약속이 있는 날. 어쩔 수 없이 삼겹살 메뉴를 선택했지만, 그래도 다이어트 시작 후 하는 첫 외식이라 마음이 들떴다. 오후 8시 30분 무렵 친구들을 만나 고깃집으로 갔다. 그러나 삼겹살의 느끼함이 금방 목까지 차올라 기대만큼 먹지 못했다. 식사를 마치고 2차는 술집. 그런데 먹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친구들이 김치찌개에 소주잔을 비울 때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 잔을 비웠다.

주말에는 모처럼 늦잠을 잤다. 다이어트 부작용으로 피로가 극에 달해 새벽 1시쯤 잠자리에 들어 12시간 이상 침대에 누워 있었다. 평소 아침식사 메뉴대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 저녁 약속장소로 나갔다.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의 다이어트 소식을 알게 된 친구들이 삼겹살집으로 이끌었다.

‌유명한 맛집이라고 했지만 삼겹살의 고소한 냄새에도 식욕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기력이 떨어질까 걱정돼 열심히 입안으로 삼겹살을 집어넣었다. 술 한 잔이 그리 아쉬울 수 없었다. 삼겹살 한 점에 소주 한 잔. 그러나 탄수화물 덩어리인 술을 마실 수는 없었다. 소주잔에 물을 따라 기분만 냈다. 인내의 결과 이틀 동안 몸무게가 2.1kg 줄었다. 여섯째 날에는 몸무게 87.4kg, 허리둘레 92cm.

드디어 다이어트 시작 일주일째. 삼겹살볶음으로 아침 겸 점심식사를 했다. 삼겹살을 이 이상 먹으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저녁식사 메뉴는 족발로 결정했다. 문제는 족발과 함께 나오는 쌈장이나 보쌈김치를 눈으로만 봐야 한다는 것. 그래도 장류로 간한 족발은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 삼겹살에 비해 느끼함이 덜해 식사량을 늘릴 수 있었다. 두 끼만 먹었지만 이날 섭취한 총열량은 약 1400kcal. 몸무게는 87.4kg, 허리둘레 92cm. 여섯째 날 잰 것과 차이가 없었다.

8일 차 : 발진 부작용으로 중단
‘저탄고지’ 다이어트 일주일 만에 몸무게는 총 4.6kg 빠졌고, 허리둘레는 4cm 줄었다(위). 8일 차 아침에 발진이 심해져 의사 권유로 다이어트를 중단했다.
저탄고지 다이어트 체험 계획을 처음 세울 때 목표는 열흘간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열흘째를 사흘 앞둔 일주일 만에 다이어트 체험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몸에 눈에 띄는 이상 증세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5일 차에 몸 이곳저곳에 붉은 반점이 보이더니 7일 차에는 등과 목, 어깨를 뒤덮고 빨갛게 부어올랐다. 반점이 난 부분은 옷이나 손이 닿을 때마다 쓰라렸다. 결국 8일 차에 병원행.

‌의사 설명에 따르면 ‘키토래쉬’라는 증상이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으나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발생한다. 먼저 탄수화물 섭취가 줄어들면 몸은 체내 지방을 연소해 필요한 열량을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지방을 연소하는 케톤이 분비되는데 갑작스레 체내 케톤지수가 높아져 발진이 생기는 것이다. 둘째, 몸속에 쌓인 지용성 독소가 혈관 속으로 녹아 나오면서 히스타민이 생성되고 이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셋째, 탄수화물 제한으로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키토래쉬는 약간의 가려움증이 나타나는 정도지만, 이번에는 발진이 생긴 부위가 크고 가려움을 넘어 통증까지 진행된 상황이라 의사는 기자에게 다이어트 중단을 권했다. 키토래쉬처럼 눈에 보이는 증상이 아니더라도 저탄고지 식단을 유지하면서 신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결과만 보자면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몸무게 감량에 효과적인 방법임이 분명하다. 먹는 양 자체가 줄어드니 원래 식단으로 돌아가도 요요현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다이어트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기자의 몸무게는 87.9kg, 허리둘레는 92cm로 몸무게만 0.5kg 늘었다. 그러나 감량 효과가 큰 만큼 신체에 무리가 생긴다. 키토래쉬 증상을 치료하려고 피부과를 찾았을 때 기자를 진료한 의사는 “저탄고지 다이어트 부작용으로 찾아오는 환자가 많이 늘었다”며 “이 다이어트는 몸에 많은 부담을 주는 만큼 식단을 천천히 바꾸고 어느 정도 감량 성과를 봤으면 식사량을 줄이는 일반 다이어트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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