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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얼음벽 등반

Posted January. 14, 200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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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끌미끌 얼음 절벽위의 스파이더 맨.

아이스바일과 아이젠으로 얼음을 찍으며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는 아이스 스파이더맨의 얼굴에서 땀이 비오듯 흐른다.

빙벽 등반의 계절이 왔다. 19일 춘천 남산면에 있는 강촌 구곡빙폭을 시작으로 25일부터는 설악산 토왕성빙폭에서 빙벽등반대회가 열린다. 강원 인제군 매바위에서도 2월 7일부터 사흘간 대회가 열릴 예정.

빙벽 등반의 선진국은 알프스의 높은 직벽들이 있는 프랑스. 그러나 한국도 아시아에선 으뜸이다. 크고 작은 절벽들이 겨우내 얼음벽을 형성해 빙벽등반을 위한 최고의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

한국의 빙벽등반은 얼어붙은 폭포를 오른다고 해서 빙폭 등반으로 불린다. 박영석 엄홍길 같은 세계적인 산악인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자연조건에 힘입은 바 크다.

빙벽등반의 맛은 온냉을 오가는 온도의 차이에서 오는 오묘한 짜릿함. 차가운 얼음벽과 달아오른 인간의 몸이 빚는 한편의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비오듯 쏟는 땀은 그 자연스런 부산물일 뿐이다.

빙벽등반 마니아 홍석배씨(38치과의사)는 아이스바일로 얼음을 한 번 찍을 때마다 짜릿한 흥분을 느낀다며 날씨가 포근할 때도 언제쯤 오를 수 있을까 궁금해 일부러 폭포를 찾아가 빙질을 살펴본다고 말했다.

얼음폭포를 오르는 빙폭등반엔 주의할 점이 많다.

겉에서 보기엔 커다란 얼음덩어리 같지만 자세히 보면 종유석처럼 여러 얼음기둥이 합쳐저 있다. 게다가 얼지않은 안에는 물이 흘러 빙폭 속이 빈 경우가 많아 사람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빙벽등반의 메카격인 구곡빙폭(강원 춘천시 남산면)에서 등반하던 마니아가 50여톤의 얼음덩이와 함께 떨어져 사망한 사고가 대표적인 예.

빙벽등반은 매년 12월이 제철. 국내에 즐길 수 있는 곳은 50여곳이 있다. 아시아 최고의 높이(360m)를 자랑하는 토왕성 폭포 빙벽은 상하단 두 폭으로 나뉘어 있어 세계 최고의 빙벽전문가들인 프랑스 산악인들로부터도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초보자에겐 도봉산 회룡빙폭, 수락산 금은류빙폭, 운악산 무지개빙폭이 좋고 중급자는 강촌 구곡빙폭, 불암산 경수사빙폭, 설악산 응당빙폭, 북한산 구천은빙폭, 감악산 은계빙폭에 도전해볼만 하다.

상급자에겐 설악산이 제격. 토왕성빙폭을 비롯해 대승, 소승, 소토왕 등 4대 빙폭이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강원도 인제군 매바위, 경북 청송군 부동면 항리에 인공 빙벽이 형성돼 얼음 등반객을 기다리고 있다.

빙벽등반을 위해선 전문 등산학교를 거치는 것이 좋다. 김용기 등산학교(02-703-6969), 코오롱등산학교(02-753-8005), 정승권 등산학교(02-990-5014), 한국등산학교(02-2203-3471) 등이 있다.



전창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