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사립대학이 정원 미달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 일본 교육계는 말로만 듣던 대학 도산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긴장하고 있다.
일본 야마구치() 현의 4년제 사립대학인 하기()국제대는 20일 이사회에서 30억 엔(약 300억 원)이 넘는 부채를 자체 능력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도쿄지방법원에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키로 했다.
부실기업 정리를 위해 도입된 민사재생법 적용을 일본의 대학법인이 신청하는 것은 지난해 6월 동북부 센다이() 시의 도호쿠()문화학원대에 이어 두 번째. 도호쿠문화학원대가 대학 개설 당시의 서류 조작과 학교 간부의 횡령 등으로 문제가 된 반면 하기국제대는 정원 미달로 경영이 악화됐다는 점에서 일본 교육계의 충격은 대단히 크다.
1999년 국제적인 시야를 갖춘 인재 양성을 내세워 국제학과와 경영정보학과 등 2개 학과로 개교한 이 대학은 첫해부터 정원을 못 채워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다. 일본에서는 인구 감소로 신입생 수가 줄고 있지만 대학은 오히려 늘어 대학 간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500여 개 사립대 중 2004년 대학 입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은 29.1%로 10년 전(4.7%)에 비해 크게 늘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학에 가기를 원하는 모든 수험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대학 전입()시대가 2년 뒤 현실화될 전망이라며 신입생을 확보하지 못해 문 닫는 대학이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전했다.
박원재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