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해리 포터라는 동화책 소동이다. 시리즈 6탄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가 16일 지구촌에서 동시 발매되자 서점마다 장사진이다. 5탄까지는 62개 언어로 번역돼 2억7000만 부가 팔렸다. 그러나 인류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성서다. 303개 언어로 번역돼 30억 권이 팔렸으리라는 추계가 몇 년 전에 나왔다. 이를 뛰어넘을 책은 영원히 없을지 모른다.
성서는 도둑맞는 책으로도 톱이다. 뉴욕타임스가 도서관에서 손 타는 책 베스트10을 조사한 결과다. 비누, 가정상비약 같은 필수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나. 촛불을 훔쳐 성서를 읽지 말라고만 했지, 성서를 훔치지 말라는 계고()가 없어서일까. 2위는 최면술, 점성술 같은 신비주의 책이고 3위는 돈 내고 사기 아까운 수험 생활 정보서, 4위는 서점에서 사기가 쑥스러운 섹스 관련 책이라고 한다.
해리 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 씨를 훨씬 웃도는, 기록상 세계 최고 부수의 베스트셀러 저자는 소련 독재자 스탈린이다. 1953년 스탈린이 사망했을 때 소련 정부는 그의 책이 6억7205만 부가 팔리고 101개 언어로 번역됐다고 발표했다. 작품 내용이야 공산주의 선동 같은 공허한 것일 테니, 지금 다시 나온다면 해리 포터 시리즈와는 비교될 턱이 없다.
좋은 책의 정보와 영양가()를 잘 섭취해 대성()의 밑거름으로 삼은 인물은 동서고금을 통해 많다. 책을 압축적으로 읽기 위해 독서 비서()를 두는 기업인도 있다. 수많은 정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이를 남다르게 경영에 활용할 수만 있다면 독서 비서 월급 정도는 아깝지 않을 것이다. 책 속에 돈과 녹()이 있다()는 중국식 지혜는 아직도 유효한 셈이다. 국가 지도자가 세계의 흐름을 제대로 읽겠다는 자세만 돼 있다면 독서 비서를 두더라도 국민은 세금이 아깝지 않을 법하다. 미국 여론 조사 기관이 한국인의 독서 시간은 세계 30개국 중 30위라고 발표했다. 걱정스러운 꼴찌다.
김 충 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