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공개된 한일회담 관련 문서는 역사를 일방적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교훈을 일깨운다. 14년간에 걸친 회담의 기록 156권(1월 공개된 5권 제외)은 한일협정이 굴욕외교의 산물이라는 일부 비판과 달리 치열한 외교전의 성과임을 보여준다. 문서를 검토한 한 전문가는 나도 학생 때는 굴욕외교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우리 정부가 국익을 위해 비교적 최선을 다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한일협정에 대한 평가는 박정희 정권을 매도하는 분위기와 결합돼 일방적 비판에 흘렀던 것이 사실이다. 그 밑바닥에는 대한민국 정부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친미친일 정권이라며 산업화 세력의 공()을 부인해 온 이른바 진보진영의 편향된 시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 역사의 부정적 측면만 확대왜곡한 자학()사관이다.
공개된 문서는 우리나라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전승국() 자격을 얻지 못한 것이 전쟁배상을 이끌어 낼 수 없었던 원천적 한계였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한일합방은 합법이라며 독립축하금 조로 5000만 달러를 주겠다는 일본을 상대로 유무상 자금과 민간차관을 합쳐 6억 달러를 받아낸 것은 끈질긴 외교 노력의 결실이었다. 어제 함께 공개된 베트남전() 관련 외교문서도 국군의 참전에 따른 50억 달러의 경제 효과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점들은 역사를 균형 잡힌 두 눈으로 보지 않고 편향된 잣대로 단죄할 경우 큰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자학사관의 자기 수정이 필요한 이유다.
한일회담 문서는 두 나라 정부가 지금이라도 해야 할 숙제 또한 제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협정 체결 당시 보상 대상에서 빠진 일본군위안부 등 반()인도적 범죄의 피해자들과 사할린 동포 및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 정부도 청구권 자금을 경제개발에 전용()하는 바람에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서둘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