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속개될 예정이던 제4차 6자회담이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순연()될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가 어제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 허용 문제를 비롯한 쟁점들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견해차가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다음 달 중순께 속개되기를 기대한다고 했지만 속개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3개월 만에 어렵게 이뤄진 회담이 또 표류한다면 핵 위기 고조로 한반도와 주변 정세가 다시 불안정해질 것 같아 걱정이다.
북한은 즉각 회담에 복귀해야 한다. 미국의 대북() 인권특사 임명이나 한미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이 회담 거부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인권특사는 이미 계획돼 있었고, 을지훈련은 1976년 이래 연례적으로 해 오던 것이다. 평화적 핵 이용권도 북한이 일단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복귀해 신뢰를 쌓아 나가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 회담 당사국들의 방침이다.
NPT 회원국이라면 응당 누려야 할 평화적 핵 이용권을 누리지 못하게 된 책임은 모두 북한에 있다. NPT를 탈퇴하고, 제네바 기본합의를 어겨 가며 몰래 핵을 개발했으니 누군들 북한을 믿으려 하겠는가. 미국 정부가 앞으로 평화적 핵 이용권 허용 여부를 그 나라의 민주주의 성숙도에 따라 결정키로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도 회담 복귀를 미룬다면 북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을 고집하는 미국 강경파의 주장만 강화해 줄 뿐이다.
우리 정부도 이번에는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의 민족끼리 구호를 보란 듯이 합창하고, 북-미 사이에서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는 듯이 보여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에 기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고 회담 복귀를 늦추고 버티게 만든 한 원인이 되지 않았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런 후에 한미공조의 토대 위에서 북한을 한편으로는 설득하고, 한편으로는 압박해 회담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 민족공조만으로 북핵 위기가 해소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