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사태가 대북 정보수집과 관련해 한국이 처한 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중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문제가 촉발된 이후 한국 정부와 군은 첨단 군사 장비들을 활용하는 미군의 첩보와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에 위치한 미사일 발사시험장의 모든 상황은 미 정찰위성이 촬영한 사진이 유일한 정보다.
미 공군 우주사령부가 운용 중인 정찰위성 KH-12에 탑재된 전자광학카메라는 600700km 상공에서 10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이 위성이 촬영한 흑백사진들은 지구궤도의 통신위성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산하 국가정찰국(NRO)으로 전송된다.
또 라크로스 정찰위성에 탑재된 합성개구레이더(SAR)는 야간과 악천후에도 1m의 해상도로 지상을 관측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일본도 해상도 1m급의 정찰위성을 여러 기 운용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주일미군 기지에 배치된 RC-135 정찰기는 적외선 센서와 첨단 광학카메라를 탑재해 북한 미사일의 발사 징후는 물론 발사 후 궤적과 낙하지점을 정밀 추적할 수 있다.
또 주한미군의 U-2 고공 전략정찰기가 2530km의 성층권에서 고성능 카메라로 북한 내륙 깊숙한 지역의 군사시설들을 촬영한 사진들은 실시간으로 한미연합사 지하벙커의 스크린에 뜬다. U-2기는 북한 미사일 기지 주변의 유무선 통신을 감청할 수 있는 감청장비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북한 군사시설의 각종 무선 레이더 주파수를 추적하는 데는 미 해군의 EP-3 정찰기가 동원되고, 동해상에 배치된 미국의 이지스함과 주일미군의 미사일관측용 옵서베이션 아일랜드호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와 같은 첩보를 수집한다.
반면 한국이 운용 중인 다목적 실용위성 1호는 해상도가 6m 이상이고 관측지역 상공을 정확히 지나가지 않으면 해상도가 10m 이상까지 떨어진다.
한국군도 신호정보 수집정찰기인 백두와 영상정보 수집기인 금강을 수대 운영 중이지만 정찰범위와 수집 정보가 제한된다. 이 밖에 합참 예하에 대북감청부대가 북한 지역의 유무선망을 감청하는 정도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한국군은 전략정보의 100%, 전술정보의 70%를 주한미군으로부터 제공받고 있다. 대북신호정보와 영상정보의 대미 의존율도 90% 이상에 이른다.
따라서 미국이 대북 극비정보를 선별적으로 제공하거나 제공을 꺼릴 경우 한국군의 대북정보망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군의 한 관계자는 한국군이 미국의 조기경보기능과 정보자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5년 남짓한 기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기는 매우 힘들다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